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신화
    2025-08-19
    검색기록 지우기
  • 아산
    2025-08-19
    검색기록 지우기
  • 제주
    2025-08-19
    검색기록 지우기
  • 이별
    2025-08-19
    검색기록 지우기
  • 강사
    2025-08-1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7,122
  • [우리동네 흥겨운 축제] 禍 날리는 火

    [우리동네 흥겨운 축제] 禍 날리는 火

    옛 목축문화, 액운 태워 없애기 행사로 횃불 1000여개·달집 43개 거대한 불쇼 30만여명 찾아 복 기원하고 소원 빌어 저녁노을 지고 달빛 흐를 때/작은 불꽃으로 내 마음을 날려 봐/저 들판 사이로 가며/내 마음의 창을 열고/두 팔을 벌려서 돌면/야 불이 춤춘다/불놀이야.(홍서범의 ‘불놀이야’ 중에서) 겨울의 끝자락, 봄의 길목 제주에서 화끈한 불놀이가 벌어진다. 마치 화산이 폭발하듯 오름(기생화산) 하나를 시뻘겋게 물들이는 제주들불축제가 다음달 3일부터 6일까지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에서 열린다. 들불축제는 축제의 섬 제주가 자랑하는 대표 겨울축제. 불놀이를 즐기며 올 한 해 혹시 닥칠지 모를 모든 액을 태워 없애고 모두 복을 받자는 게 들불축제의 모토다. 들불축제는 제주의 옛 목축문화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발전시킨 문화관광축제다. 제주는 예부터 소와 말이 중요한 노동 수단으로 집집마다 가축을 길러 왔다. 농한기가 되면 가축을 중산간 야초지에 방목했다. 양질의 목초를 먹이기 위해 늦겨울에서 경칩에 이르는 기간에 방목지마다 불을 놓아(방애) 새 풀이 돋아나도록 했다. 방애를 하게 되면 해묵은 풀이 없어지고 해충을 구제하는 효과가 있어 양축농가에서는 이 일을 반복했다. 중산간 일대는 마치 큰 산불이라도 난 것처럼 곳곳에서 거대한 불꽃이 장관이었다. 들불축제의 하이라이트는 5일 새별오름 불놓기 행사다. 새별오름 동쪽 경사면을 따라 불을 놓아 오름 전체가 불타오르는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새별오름은 고려 시대 최영 장군이 몽골의 잔존 세력인 목호(牧胡)를 토벌한 전적지로 유서 깊은 곳이다. 남쪽 봉우리를 정점으로 작은 봉우리들이 북서 방향으로 타원을 그리며 옹글게 솟아 있는 말굽형 화구를 갖고 있다. 높이 119m, 둘레 2713m에 면적은 52만 2216㎡로 제주의 크고 작은 360여개 오름 가운데 중간 크기다. 새별오름은 ‘샛별과 같이 빛난다’는 의미다. 올해는 오름 불놓기의 더 큰 감동을 위해 지름 8m 크기의 초대형 지구형 달집을 설치했다. 또 새별오름 곳곳에 43개의 크고 작은 달집을 달아 거대하고 장엄한 불놀이를 보여 줄 예정이다. 4일부터 6일까지 행사장에서 1000여개의 횃불을 준비, 관람객들이 횃불 대행진에 참여할 수 있다. ‘소원을 빌어 봐’ 이벤트도 다양하다. 5일 오름 불놓기 날 새별오름 관람객들은 소원지를 직접 달집에 매달고 오름 불놓기를 통해 소원 성취를 기원할 수 있다. 새별오름 외에 서울 63스퀘어 전망대 스카이아트 들불축제 소원의 벽과 아쿠아플라넷 여수·제주, 들불축제 소원의 벽, 제주 곳곳에 설치된 들불 희망트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전달된 소원지를 한데 모은 소망 기원 달집태우기 행사도 열린다. 올해 제주들불축제는 ‘희망’을 주제로 축제 첫날인 3일은 희망이 샘솟는 날, 둘째 날은 희망이 영그는 날, 셋째 날은 희망이 번지는 날, 마지막날인 6일은 희망을 나누는 날 등 날짜별 테마가 있는 마당을 구성해 모두 68개의 갖가지 프로그램을 펼친다. 축제 기간 부대 행사도 다양하다. 새별오름이 활활 불타는 장면을 담아내는 사진 콘테스트에는 매년 전국의 사진가들이 몰려든다. 제주 역사·신화관도 운영, 제주 섬의 신비로움을 전해 준다. 돌하르방 만들기, 새별오름 향초 만들기, 세계 나라별 소원 기원 체험, 전통 아궁이 체험, 들불 발광다이오드(LED) 쥐불놀이 체험, 제주 전통 음식 체험, 승마 체험, 들불 연날리기, 들불 스마트폰 사진 전시회, 제주 전통 민속놀이 체험 행사가 축제 기간 내내 벌어진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불편 해소를 위해 일반적인 축제장에서 선보이던 지역 향토 음식 메뉴에서 탈피, 외국인을 위한 전용 카페도 운영한다. 새별오름에 기존에 새겨 놨던 대보름 캐릭터 대신 전 세계 상용 기호인 하트(♡)를 새겨 지구촌에 제주의 따뜻한 사랑을 전한다. 들불축제는 연인원 30만여명의 관람객이 찾는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제주시 외국 자매도시 공연단도 찾아와 공연을 펼친다. 제주들불축제는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우수 축제로 선정됐다. 축제 전문 매거진 ‘참살이’가 주관하는 전국의 가 볼 만한 관광축제 분야에서 2012년부터 3년 연속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병립 제주시장은 “제주에서 새봄의 기운을 만끽하며 올 한 해 궂은 액을 태워 버리고 모두가 복을 받아 가져가시길 바란다”면서 “버스 등 대중교통이나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축제장을 한결 편하게 오고가실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휴 잭맨, 태런 에저튼 주연 ‘독수리 에디’ 예고편

    휴 잭맨, 태런 에저튼 주연 ‘독수리 에디’ 예고편

    휴 잭맨과 태런 에저튼이 함께 출연한 영화 ‘독수리 에디’ 1차 예고편이 공개됐다. ‘독수리 에디’는 뜨거운 열정에 비해 실력 미달인 국가대표 에디(태런 에저튼)와 비운의 천재코치 브론슨 피어리(휴 잭맨)가 펼치는 올림픽을 향한 유쾌한 도전을 그린 작품이다. 공개된 예고편에는 어설픈 선수 에디가 스키점프에 익숙해지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는 실제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려고 노력했던 실존 인물들의 열정과 노력을 재현한 것이다. ‘독수리 에디’는 지난해 ‘킹스맨’ 신드롬을 일으켰던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의 매튜 본 감독과 프로듀서들이 제작을 맡아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또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한편으로 단숨에 할리우드 라이징 스타가 된 태런 에저튼이 발탁 돼 다시 한 번 흥행 신화에 도전했다. 여기에 국내 두꺼운 팬층을 보유한 휴 잭맨까지 합류해 기대를 높이고 있다. 먼저 태런 에저튼은 신체 조건부터 미달인 스키점프 꿈나무 ‘에디’ 역을 맡아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의 ‘에그시’보다 더 사랑스러운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휴 잭맨은 ‘에디’를 동계올림픽에 출전시키려고 스파르타식 교육에 앞장서는 카리스마 있는 비운의 천재 코치 ‘브론슨’ 역을 맡아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할 예정이다. 한편, ‘독수리 에디’의 두 주역인 휴 잭맨과 태런 에저튼은 영화 홍보를 위해 내달 7일 내한해 국내 팬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4월 7일 개봉. 12세 관람가. 사진 영상=이십세기폭스 코리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친구의 ‘따끔’ 조언…추신수 초교 동창 이대호에 동기 부여

    친구의 ‘따끔’ 조언…추신수 초교 동창 이대호에 동기 부여

    “한두 자리를 놓고 벌이는 싸움이 될 것이다.” 올해 메이저리그 데뷔 11년째를 맞는 ‘베테랑’ 추신수(왼쪽·34·텍사스)가 개막전에 출전할 25인 로스터에 들기 위해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초등학교 동창 이대호(오른쪽·34·시애틀)에게 냉철한 조언을 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에 있는 텍사스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인 추신수는 지난 21일(현지시간) 같은 주 피오리아의 시애틀 스프링캠프를 방문해 이대호에게 이같이 말했다. 이대호와 부산 수영초등학교 동기인 추신수는 정확한 현실 인식에 기반해 어려운 로스터 경쟁을 뚫고 꼭 빅리거가 되라고 조언했다. 이대호는 추신수에게서 “개막전에 출전할 25인 로스터의 윤곽은 대략 정해졌다. 시범 경기를 통해 보통 1∼2명 정도만 바뀔 뿐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23일 전했다. 이어 “메이저리그에서 인정받기 어렵지만 한번 인정받으면 정말 최고로 대우해 준다”는 말도 추신수가 했다고 말한다.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해 클리블랜드, 신시내티를 거쳐 2013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대박 계약 신화까지 이룬 추신수이기에 그동안 한국과 일본에서 ‘최고’ 평가를 들어 온 친구 이대호가 좀 더 분발할 수 있도록 냉정한 조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대호는 “한국과 일본에선 성적에 대한 압박 때문에 시범 경기에서부터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다”며 “하지만 마이너리거라는 새로운 분위기에서 맞이하는 올해 시범 경기에선 그런 부담은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25인 로스터 하나만을 생각하며 즐겁게 훈련한다”며 “부챗살 타격과 견실한 수비로 시범 경기에서 눈도장을 확실하게 받겠다”고 강조했다. 이대호는 빅리그에 입성하면 연봉 400만 달러(약 49억 1080만원)를 받는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환구시보 콕 집어 “애독자”… 언론 ‘고삐’ 죄는 시진핑

    “내 집무실에도 저 신문이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9일 하루 일정을 모두 언론 관련 행사에 할애했다. 오전에는 중국의 3대 관영 언론사인 인민일보, 신화통신,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을 차례로 방문했고 오후에는 인민대회당에서 선전 책임자와 기자 등을 불러 놓고 ‘뉴스여론공작좌담회’를 주관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를 찾은 시 주석은 이 신문이 발행하는 각종 매체를 둘러보다가 “내 집무실에도 저 신문이 있다”고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한 신문을 가리켰다.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였다. 중화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환구시보는 중국의 외교 노선을 해외에 전파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한다면 개입해 끝까지 갈 것”이라는 사설을 발표하는 등 연일 한국과 미국을 강하게 비판해 한국에서도 유명한 신문이다. 중국 언론들은 시 주석의 언급을 “시 주석이 환구시보를 유심히 읽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CCTV의 메인 뉴스 프로그램인 신원롄보(新聞聯播)도 이 장면을 비중 있게 내보냈다. 그동안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환구시보의 논조가 너무 강경해 “중국 정부의 외교적 입장을 대변하는 신문이라기보다는 민족주의를 선동해 부수를 확장하는 상업지에 가깝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었다. 그러나 시 주석이 직접 환구시보 독자라고 밝혀 이 신문의 주장에 더 큰 무게가 실리게 됐다. 시 주석은 이날 ‘당에 대한 언론의 충성과 헌신’을 강조했다. 그는 “모든 언론은 당의 의지를 체현하고 당의 주장을 반영하는 한편 당 중앙의 권위와 당의 단결을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언론이 당과 다른 정치적 목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언론통제의 고삐를 더욱 조이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시 주석은 좌담회에서 언론의 사명을 ‘고거기치 인령도향’(高擧旗幟 引領導向·깃발을 높이 들어 대중을 인도함), ‘위요중심 복무대국’(圍繞中心 服務大局·당 중앙을 엄호하고 큰 방향을 위해 일함)으로 정의하며 ‘48자 주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탈북 난민들 통해 본 한국 사회

    탈북 난민들 통해 본 한국 사회

    탈북 난민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한국 사회 모습과 인간 한계를 그려낸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창단 30주년을 맞은 극단 작은신화의 올해 첫 작품 ‘토일릿 피플’이다. 극은 주영이 탈북 청소년들을 지원하기 위해 그들의 실태 파악에 나서면서 시작된다. 주영은 현장에서 만난 탈북 청소년 한결을 상담하던 중 탈북 난민들이 해상 탈출 때 ‘변기-토일릿 보트’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토일릿 보트는 특수 재질을 활용해 변기 모양으로 만든 것으로, 태풍이 불어오면 UFO처럼 상공을 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주영은 토일릿 보트 실체 파악에 나서지만 이를 증언하는 한결의 말은 설화와 현실을 넘나들어 맥을 잡기 어렵다. 탈북 난민이 사용한 뗏목을 토일릿, 즉 변기로 상징화해 희극적이면서도 냉혹한 풍자를 곁들인다. 변기는 모두가 탈출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억압적인 장치를 상징한다. 믿을 수 없는 재질로 이뤄진 ‘토일릿 보트’ 진상 파악 과정에서 천민자본주의, 언론 부패, 행정 관료주의, 사람보다 명분을 중시하는 이념의 경직성, 좌우 대립 등 현재 한국 사회의 지형도가 하나씩 펼쳐진다. 작품을 쓴 극작가 이여진은 “탈북자 문제를 소재로 다뤘지만 그들이 겪는 수난과 좌절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부조리하고 모순에 찬 국가 시스템 속에 살고 있는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연출가 최용훈은 “좌우로 나뉜 입장을 동시에 다루되 둘 모두를 반성적 시각에서 접근했다”면서 “그 어떠한 명분과 정치 담론보다 우선시돼야 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려 한다”고 말했다.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전석 3만원. (02)6465-8324.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굴러온 돈의 횡포…뜨는 동네의 눈물

    굴러온 돈의 횡포…뜨는 동네의 눈물

    뜨는 동네의 딜레마, 젠트리피케이션/DW 깁슨 지음/김하현 옮김/눌와 출판/408쪽/1만 8000원 어느 시골에서 상경한 듯한 가족. 삽과 곡괭이가 가장의 머리맡에 놓여 있고, 어린아이는 아버지 옆에, 임신한 아내는 남편의 아랫배에 머리를 대고 곤히 공사장에서 잠들어 있다. 잠자는 가족의 모습 뒤로는 폐허가 된 도시가 있고, 귀퉁이 한쪽 논밭에서는 어린애를 업은 채 논일을 하는 아낙네가 보인다. 임옥상 화백의 회화 ‘행복의 모습’(1983)은 역설적이다. 폐허가 된 도시를 배경으로 피곤에 찌들어 잠든 가족의 모습을 행복의 한 장면으로 꼽는다. 행복하기보다는 상실감과 인간 소외가 느껴지는 그 그림 속 여인의 배는 불러 있다. 그럼에도 생명을 잉태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학자 우석영은 신간 ‘철학이 있는 도시’(궁리)에서 이 그림을 가리켜 “논밭이라는 농촌공동체의 토대는 이제 변두리 공간으로 밀려나고 중심 공간은 난개발이 일어나는 도시 공간으로 한국의 대도시 이주민 집단 전체의 알레고리로 봐야 한다”고 분석한다. 장면을 바꿔 보자. 2013년 뉴욕 시장에 당선된 빌 더블라지오는 “우리는 거대 개발업자들에게 더 저렴한 주택을 지으라고 요구하고, 동네 병원을 럭셔리한 콘도로 바꾸지 말라고 항의한다”며 “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부지런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러는 것이며 이 사람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동네에서 매일매일 건강하게 일하고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공약했다. 뉴욕은 월가뿐 아니라 도시 전체가 마치 자본주의의 ‘견고한 성채’ 같다. 거대한 자본들이 뉴욕으로 몰려들었고, 낡은 집들을 허문 자리에는 새 건물과 멋진 상점, 카페들이 들어선다. 집값과 임대료가 치솟고, 오랫동안 살아온 원주민들과 상인들은 변두리로 밀려나고 만다. 바로 한국의 홍대, 성수동, 이태원, 경리단길, 가로수길 등 ‘뜨는 동네들’에서 건물주의 갑질과 맞물려 일어나는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 등이 쫓겨나는 현상)이다. 뉴욕과 서울은 이 점에서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 이 책의 저자는 20여년 전만 해도 소득이 낮은 유색 인종과 이민자들이 거주하던 지역에서 소위 쿨한 동네로 떠오른 뉴욕 브루클린에 사는 수십명의 사람들을 만나 젠트리피케이션의 생생한 현장을 포착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누구에게는 낙후된 지역을 개발하는 긍정적 일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정든 삶의 터전을 떠나게 만드는 자본의 횡포가 되고 있다. 저자는 “젠트리피케이션은 그 폭력성을 뚜렷하게 드러내지 않는다”며 “총알이나 칼날보다는 한 건물 한 건물씩 서서히 퍼져 나가는 유독한 일산화탄소 가스와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저자가 만난 사람들은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낸다. 브루클린의 부동산 업자인 트칼라 키튼은 “브루클린이 개발돼서 쫓겨난 사람이 몇 명이나 있습니까? 있어도 그건 쫓겨난 게 아니었어요”라고 젠트리피케이션을 옹호한다. 주택 임대업자는 “피땀 흘리지 않고 번 돈이 단 1달러도 없다”고 강변하고,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젠트리피케이션은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5대째 브루클린에 살고 있는 토박이 주민 샤이타 스트로더는 “새로 온 사람들이 지역사회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건축가 기타 난단은 “주민에게 필요 없는 가게가 들어오는 건 젠트리피케이션의 전형”이라고 반론한다. 딜런 고티에 뉴욕시립대 교수는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빨리 알아차리자”고 역설한다. 한 미술품 중개인은 “임대료가 터무니없이 비싸져서 아예 뉴욕을 떠나버리기 전까지 예술가들은 얼마나 더 변두리를 전전해야 할까요”라고 반문한다. 뉴욕을 서울로 바꿔 읽으면 홍대에 있던 예술가들이 치솟는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쫓겨나는 현상과 다를 바 없다. 저자 역시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결론만큼은 단호하다. 개발업자뿐 아니라 동네 토박이들조차 땅을 상품으로만 여기고 젠트피케이션의 개발 신화에 젖어 있다는 비판이다.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은 자본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 간의 상호 작용이라는 저자의 인식이 전환적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

    [자치단체장 25시] 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

    “목동 어머니들이 이렇게 혁신교육지구에 열정적일 거라곤 생각도 못 했어요. 이미 주민들은 지금의 삶의 방식이 행복한가 고민하고 있었던 거죠. 변화의 주체요? 요즘 주민들이 구청장이나 공무원이 뭘 하자고 끌고 가면 그대로 가나요. 변화의 주체는 주민입니다. 제 역할은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를 같이 이야기하고 대안을 찾는 소통의 물꼬를 트는 거죠.” 서울 양천구 목동은 강남구 대치동, 노원구 중계동과 함께 한국 대표 3대 학군이다. 그래서 유난히 치맛바람도 세고 학원도 많다. 이런 양천에서 지난해 연말 해괴한(?) 일이 일어났다. 1년 넘게 노력한 끝에 양천구가 서울형 혁신교육지구 사업에 선정됐는데 예산이 구의회를 통과하지 못하자 목동 학부모들이 의원들을 직접 압박한 것이다. 입시 교육이라는 피라미드의 정점에 서 있는 목동에서 “지금의 교육 시스템은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18일 “오히려 우리가 너무 늦은 감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면서 “혁신교육 하자고 옆구리만 쿡 찔렀는데 생각지도 않은 동력이 주민들 사이에서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명품 학군’으로 불리는 양천구의 교육 방식을 어떻게 바꾸자는 생각을 했을까? 김 구청장은 “대입과 관련한 수많은 성공 신화 뒤에는 더 많은 실패라는 현실이 있다”면서 “나도 다른 엄마와 똑같이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 공부를 제대로 못 봐 준다는 죄책감 때문에 학원 뺑뺑이를 돌렸지만 우리 아이도 나도 행복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대학을 잘 가고 못 가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삶 속에서 느낀 것을 정책으로 만든다’는 구정 철학대로 행정을 펼쳤다. 그래서일까. 김 구청장이 내놓은 정책 대부분은 교육, 경력단절여성, 대안적 경제, 육아 등 생활에 발을 ‘착’ 붙인 것들이다. 곱상한 얼굴에 전 구청장의 부인. 겉보기로 등급을 매기면 김 구청장은 영락없는 ‘금수저’급이다. 그런 그가 엄마들의 고민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까? 김 구청장은 “남편을 잘 만나서”라며 호탕하게 웃더니 “처음에는 나도 금수저 인생을 살 줄 알았는데, 살다 보니 수저 자체가 없더라. 그러는 새 두 살배기 애를 업고 회사도 나가 보고, 우리 아이를 어떻게 하면 좋은 학교 보낼까 학원 뺑뺑이도 돌려 봤다. 내가 잘나서 현실을 아는 게 아니라 살아 보겠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보니 너무 힘들어서 이거 좀 바꿔 보자고 내놓는 것들이 (정책의)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이해가 간다. 학원 원장부터 벤처회사 임원까지 생활인으로서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다. 사실 흙수저 인생은 그가 알아서 찾아간 길이다. 문학평론가를 꿈꾸며 1983년 이화여대 국문과에 입학했던 김 구청장은 소위 운동권 학생이 됐다. 김 구청장은 “1학년 때 지적 호기심이 왕성해 문학학회를 들어갔는데 김수영, 정지용 등 생전 처음 듣는 시인들의 작품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참여주의 문학작품을 읽다가 사회과학 , 한국 근현대사, 서양 경제사 등으로 범위가 넓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사회문제로 시선이 옮겨 갔다”면서 “새로운 세상에 눈뜰 때 군부 독재라는 현실이 들어왔고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돌아봤다. 초·중·고교 12년을 개근했던 그는 학생운동도 참 근면 성실(?)하게 했다. 김 구청장은 “다른 사람은 몰래 연애도 하고 그랬는데 바보처럼 남자 한명 제대로 만나보지 못했다”며 웃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당선되는 순간 수배자가 된다는 총학생회장 자리에 올랐다. 김 구청장은 “내가 요령이 없어서 총학생회장이 됐다”면서 “당시에는 총학생회장을 하려면 학점이 어느 정도 돼야 했는데 같이 운동하던 사람들 중에 성적이 되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 내가 공부를 잘했다기보다 수업을 빼먹지 않아서, 그리고 당시만 해도 교수님들이 데모하는 학생들 점수를 박하게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김 구청장은 학생·노동운동으로 3번이나 옥살이를 했다. 김 구청장은 “많은 이들에게 배웠던 시기다. 심지어 공장과 교도소에서도 배울 게 많았다”면서 “1986년 서강대 총학생회장을 했던 남편 이제학을 만난 것도 이 당시”라고 전했다. 그렇게 학교를 졸업한 김 구청장은 이후 여성정치운동에 뛰어들었다. 본격적인 ‘엄마 정치’를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국회의원 사무실, 여성희망일터지원본부장, 민주당 여성리더십센터 부소장 등을 맡으며 조금씩 내공을 쌓아 갔다. 여의도로 무혈입성할 기회도 있었지만 정치인의 필수 조건(?)이라는 ‘뻔뻔함’이 부족해 양보만 하고 지냈다. 그러던 중 남편 이제학 전 구청장이 2011년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하자 “내가 구청장이 되겠다”고 나서 재수 끝에 2014년 양천구청장이 됐다. 이 때문에 김 구청장을 이 전 구청장의 ‘정치적 아바타’라고 공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오랫동안 김 구청장 부부를 봐 온 손모(44)씨는 “김 구청장은 내조자라기보다 자기 정치를 해 온 사람”이라면서 “굳이 따지자면 내조형인 바버라 부시(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아내)보다 힐러리 클린턴 같은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김 구청장은 “남편이 구청장을 먼저 지냈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오해”라며 웃어넘겼다. “떠드는 것보다 일하는 게 좋다”는 김 구청장이 들어온 뒤 양천구는 허황된 개발 청사진 대신 생활을 바꾸는 정책을 중심으로 구정을 바꾸고 있다. 김 구청장은 “올해 서울형 혁신교육지구로 선정돼 서울시와 교육청으로부터 10억원의 예산을 받은 것에 5억원을 더해 마을방과후 강사 양성과 진로직업교육 등 5개 분야 23개 사업을 진행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방과후학교 등을 연계한 사회적기업 건립도 계획하고 있다. 엄마들이 교육을 받은 뒤 아이들 방과후 교사가 되는 시스템을 마련해 혁신교육과 일자리 창출 사이에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을 사회적기업과 청년 창업의 허브로 만들기 위한 작업도 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올해 목5동 주민센터를 리모델링해 ‘사회적기업 허브센터’를 만드는 사업을 할 것”이라면서 “우리 지역을 청년 기업가들의 요람이 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프라 구축도 삶의 수준을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대표적인 게 지역의 산과 길, 하천과 공원을 연계하는 총연장 24.5㎞를 잇는 ‘양천 둘레길’ 사업이다. 김 구청장은 “현재 3단계 사업 중 1단계 사업인 산지형 코스 7.2㎞(지양산~매봉산~신정산)를 지난해 12월 완료했다. 올해는 용왕산에서 갈산, 안양천까지 이어지는 2단계(7.9㎞) 사업과 목동 중심축 걷고 싶은 거리에서 근린공원까지 이어지는 3단계(9.4㎞) 사업을 동시에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김 구청장은 “가족이 행복한 정치, 엄마가 행복한 정치를 하고 싶다”면서 “그런데 이런 일은 혼자 못 한다. 주민들과 진짜 우리가 행복해지는 방법이 무엇인지 찬찬히 고민하면서 실행하고 싶다”고 답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명왕성 위성 카론에 고대 ‘지하 바다’ 존재 가능성

    명왕성 위성 카론에 고대 ‘지하 바다’ 존재 가능성

    차가운 얼음으로 덮여있는 명왕성의 위성 '카론'(Charon)에서 거대 바다의 흔적이 포착됐다.지난 19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 7월 뉴호라이즌스호가 명왕성을 근접 통과하며 촬영한 카론의 분석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카론 표면 중간에 펼쳐져 있는 긴 '상처'로 NASA는 이를 헐크가 셔츠를 찢는듯한 모습이라고 비유했다. 흥미로운 점은 바로 이 상처가 고대 바다의 흔적일 수 있다는 추정이다. 곧 오래 전 카론의 표면 아래에 거대 바다가 있었으나 오랜시간 얼면서 팽창해 표면이 찢기고 균열이 난 이같은 흔적을 남겼다는 설명.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이름을 따온 저승신(Pluto) 명왕성과 죽은 자를 저승으로 건네준다는 뱃사공 카론의 이름이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 셈. 명왕성에 가려져 있지만 사실 카론은 매우 흥미로운 천체다. 카론의 지름은 1200km의 작은 천체지만 표면 곳곳에는 거대한 협곡은 물론 얼음으로 덮힌 크레이터 등 다양한 지질 활동의 흔적이 발견되고 있다. 카론과 명왕성과의 공전주기는 6.4일로 두 천체는 조석력으로 묶여 있으며 구성 성분도 비슷해 오래 전 하나의 천체였을 가능성도 있다. 재미있는 점은 명왕성을 행성 지위에서 강등시킨 ‘물귀신’이 카론이라는 사실이다. 애초 명왕성의 위성이라고 생각됐던 카론이 서로 맞돌고 있는 사실이 확인돼 명왕성이 행성에서 퇴출되는데 결정적인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이 사진은 지난해 7월 14일 촬영됐으며 뉴호라이즌스호와 카론의 거리는 7만 8700km(픽셀당 394m)다. 사진=NASA/JHUAPL/SwRI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40층 초고층 돋보인다! 김해 장유 경동리인하이스트 화제

    40층 초고층 돋보인다! 김해 장유 경동리인하이스트 화제

    - 장유IC와 율하신도시를 잇는 프리미엄 생활권!- 1,002 세대 대단지 구성 부산 해운대의 타워팰리스로 불리우며 뜨거운 분양신화를 불러 일으켰던 경동 제이드, 센텀 경동리인에 이어 경동건설이 김해 장유에 40층 초고층 주거단지, ‘장유 경동리인하이스트’를 오는 3월 분양한다.김해 장유 신문동 507-5번지 일원에 분양하는 ‘장유 경동리인하이스트’는 신문동 최고의 주거단지에 위치하여 입지에서부터 큰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장유 최초의 40층 초고층이라는 점은 벌써부터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동서남북 탁 트인 조망을 선사함으로써 대도시와는 다른 파노라마 자연경관으로 큰 인기를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장유 경동리인하이스트’는 전용 65~136㎡ 규모 909세대의 아파트와 62~64㎡ 3타입의 오피스텔 93실로 총 1,002세대 대단지로 완성될 계획이다. ◇ 장유IC 500미터 거리의 쾌속 광역교통망 ‘장유 경동리인하이스트’는 남해고속도로 장유IC와 500미터 거리라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남해고속도로, 창원터널, 불모산터널 등을 이용하면 창원, 부산을 10분대로 연결하는 편리한 교통망을 자랑하며 부산-마산간 복선전철 장유역도 2020년 개통을 앞두고 있다. ◇ 장유와 율하신도시를 잇는 프리미엄 생활권 요즘 김해는 롯데아울렛, 워터파크, 하나로마트 등으로 구성된 김해관광유통단지 덕분에 관광도시로도 급부상중이다. ‘장유 경동리인하이스트’ 이곳과 지척거리에 위치하여 모든 특혜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 장유점 1km, 율하천 카페거리 2km 그 밖에 농협, 주민자치센터 등과도 가까워 프리미엄한 생활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 ◇ 김해 최고의 선호 8학군 인접 김해 장유는 김해외고 등 명문학교가 분포되어 있어 학군이 우수한 지역이다. ‘장유 경동리인하이스트’는 장유초, 석봉초를 비롯, 장유중, 장유고 등 초·중·고가 반경 2km 이내에 위치하고 있다. ◇ 쾌적한 주변환경 및 개발호재 주변 자연환경이 주는 쾌적함도 큰 잇점 중 하나이다. 산책로와 조깅코스로 유명한 대청천 수변공원은 장유를 대표하는 휴식공간으로서 ‘장유 경동리인하이스트’와 가깝다. 그리고 조만강, 반룡산공원, 장유체육공원 등과도 인접해 있어 청정자연 속 쾌적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 무계 택지개발지구와 내덕택지개발지구, 신문택지개발지구 등의 개발호재도 기대할만 하다.단지 인근에 대단위 주거타운이 들어서게 되면 향후 시세상승에도 영향을 주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분양사무실은 김해시 대청동 298-6번지 104호(오즈산부인과 건물)에 운영중이며 3월 모델하우스 오픈을 앞두고 있다. 모델하우스 위치는 김해시 대청동 305-1번지이다. 문의: 1600-2844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시론] 도난 문화재에 대한 반성과 성찰/황평우 은평역사한옥박물관장·전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시론] 도난 문화재에 대한 반성과 성찰/황평우 은평역사한옥박물관장·전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문화라는 화두가 요즘처럼 다양하게 언급되고 실행되는 때가 있었는가 싶다. 문화는 경직된 하나의 형태와 단합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과 여러 형태로 존재해야 할 것이며 서로를 인정해 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경직된 것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문화의 기본이라면 반성과 성찰의 기본 소재는 역사라고 생각한다. 필자 역시 옛 기록과 결과물을 연구하면서 많은 담론, 반성과 성찰을 도출하는 편이다. 고전을 보면 볼수록 풍부하고 재미있는 재해석과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고전 중에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고 볼 때마다 새로운 생각을 떠오르게 하는 책이 동양의 신화로 풍부한 상상의 콘텐츠가 녹아 있는 ‘산해경’과 ‘삼국유사’다. 삼국유사는 고조선 부여에 이어 고구려·백제·신라 3국 정립, 발해와 고려 건국으로 이어지는 우리 고대사를 체계적으로 제공해 주며, 이는 우리 역사를 반만년 역사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응할 수 있는 근거도 삼국유사 같은 대하 역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며, 현재 우리에게 풍부하고 다양한 역사문화 콘텐츠를 제공해 주는 것도 삼국유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삼국유사는 국보 2종, 보물로는 4종 정도가 국가문화재로 지정돼 있고, 일부 지방문화재와 비지정으로 존재한다. 그런데 최근 개인이 소장했고, 보물로 지정된 성암박물관 판본과 동일한 것으로 여겨지는 삼국유사 한 권이 1999년에 도난당한 장물임이 밝혀졌다. 충격적인 사실은 공개된 경매시장에 버젓이 등장했다는 것이고, 영인본(모사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사진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진이라도 제대로 공개했다면 불법 거래가 쉽지 않았을 것이고 더군다나 공개 경매에 등장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반면 사진이 없거나 공소시효 10년이라는 제도가 있었기에 도난당한 지 17년 만에 우리 앞에 다시 모습을 보인 어처구니없는 아이러니가 일어날 수 있었다고 할 것이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1985년 이후 도난 신고된 문화재가 705건, 2만 8181점인데 찾은 것은 4757점에 불과하다고 한다. 특히 도난당한 문화재 중에는 국보 ‘소원화개첩’과 보물인 ‘원종새다혜진탑’ 상륜부, 청와대에서 없어졌다고 알려진 보물 ‘안중근 의사 유묵 치악의악식자 부족여의’(恥惡衣惡食者, 不足與議) 등도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도난 사고가 많을까. 대안은 없을까. 이 부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데 ‘문화재’라고 불리는 고약한 이름이 가장 큰 문제다. ‘문화재’라는 명칭이 단순히 돈이 되는 재화로 불리면서 투기와 불법 거래, 도난 도굴이 자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말이 있는데 단순 재화인 문화재가 아니라 물려받아서 후세에 길이 전달해야 할 유산, 즉 ‘문화유산’으로 불러 우리 의식에서 소중한 유산으로 여겨지게 할 필요가 있다. 또 문화재에 부여한 번호도 속히 폐지돼야 한다. 모두 다 중요한 문화재를 서열처럼 보이게 하며, 설사 관리번호라 해도 이미 서열번호로 각인돼 있다. 문화재 번호가 있는 국가는 남한과 북한뿐이다. 일부에서는 도난문화재 공소시효를 10년에서 25년으로 늘리자는 의견과 공소시효를 폐지하자는 의견이 있으나 공소시효 폐지는 헌법재판소에서 결정할 일이다. 공공의 유산보다는 사유재산권을 우선 인정한 셈이다. 그나마 공소시효가 없다면 도난문화재는 영구히 우리 앞에 나오지 않고 더욱 불법적으로 거래될 수 있다는 염려도 있다. 그렇다 해도 공소시효 10년은 너무 짧다. 최소 30년 정도의 공소시효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 이유는 30년이라는 기간이 도난품을 가지고 있는 인내의 한계라고 보며 공소시효를 두고 있는 다른 법률과의 형평성 때문이다. 아울러 품위 있고 믿을 만한 매매업자에 대한 양성과 교육, 문화재 매매 허가제, 문화재 거래 사전신고제 같은 적극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겠다. 또 개인이 소장하는 문화재를 공식 기관에서 위탁 보관해 주는 제도도 필요하다. 그러나 제도보다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중요한데 문화재 도난에서도 우리 사회의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때다.
  • [씨줄날줄] 룰라의 ‘추락’/박홍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룰라의 ‘추락’/박홍기 논설위원

    룰라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1) 전 브라질 대통령의 애칭이다. 2003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해 재선을 거쳐 8년간 재임했다. ‘브라질 역사상 가장 성공한 대통령’으로 불렸다. 2010년 2월 퇴임 인터뷰에서 “가장 큰 업적”을 묻자 “모든 국민이 ‘내가 브라질 사람’이라는 자긍심을 갖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물러나기 2개월 전 지지율은 87%에 달했다. 룰라는 신화를 낳았다. 극빈층 출신인 데다 초등학교가 최종 학력이었다. 구두닦이와 땅콩·오렌지 행상도 했다. 19세 때 자동차 공장에서 선반공으로 일하다 왼손 새끼손가락을 잃었다. 금속노조위원장을 거쳐 노동자당 창당을 주도했다. 2002년 10월 네 번째 출마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세 차례의 실패를 딛고 선 것이다. 3전4기다. 브라질이 1889년 공화국이 된 이후 첫 좌파 대통령이었다. 취임사에서 “임기가 끝날 무렵 모든 국민들이 아침, 점심, 저녁을 먹을 수 있다면 제 일생의 임무를 다한 것”이라고 밝혔다. 기아 퇴치를 위한 ‘포미제로’와 저소득층 생계비 지원 프로그램 ‘볼사 파밀리아’라는 복지정책에 전념했다. 전임 정부의 정책이었지만 포퓰리즘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빈곤층은 “구직소로 가는 도중 배고파 죽는다”며 ‘물고기를 잡는’ 방법 대신 ‘물고기를 가져다 주는’ 정책으로 방향마저 틀었다. 룰라의 두 차례 집권 동안 브라질은 탈바꿈했다. 2005년 12월 외환위기 때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빌린 차관을 2년이나 앞당겨 갚은 데다 2006년 석유의 자급자족 체제를 갖췄다. 4000만명의 실직자도 구제했다. 국내총생산(GDP)은 3배 넘게 커져 세계 8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했다. 신흥경제 5국인 브릭스(BRICs)로도 자리매김했다. 노동자, 빈민의 대표를 넘어 국민 전체를 아우른 소통의 정치와 정책을 편 결과다. 리더십이다.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도 유치했다. 룰라는 2005년 5월 대통령 시절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경제단체장들과 오찬 도중 미국의 나이아가라폭포는 브라질 이구아수폭포에 비하면 “슈베이루(Chuveiro·샤워기)에 불과하다”고 자랑했다. 2001년 9·11 테러로 미국이 입국하는 외국인들에게 지문을 강제하자 항의 차원에서 브라질 공항으로 들어오는 미국인에게만 지문 채취를 요구하기도 했다. 미국과의 관계는 원만하지 못했다. 룰라가 최근 재임 시절 문제가 됐던 부패 연루와 2006년 대선자금 등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냉담한 여론 탓에 노동자당의 TV 홍보물에서도 빠졌다. 2018년 다시 대선에 도전할 가능성도 크게 낮아졌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룰라는 거대한 불의에 의한 희생자”라고 두둔했다. 룰라가 ‘가장 성공한 대통령’에서 추락할지 오뚝이처럼 딛고 일어설지 지켜볼 만하다. 정치는 민심에 좌우되는 까닭이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World 특파원 블로그] 춘제 기간 ‘철갑상어 회값’ 상상초월… 모른 척할 수 없는 中 ‘바가지’ 논란

    [World 특파원 블로그] 춘제 기간 ‘철갑상어 회값’ 상상초월… 모른 척할 수 없는 中 ‘바가지’ 논란

    중국의 긴 춘제(春節·설) 연휴가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이번 춘제 기간에 중국인을 사로잡은 이슈는 뭘까요. 뜻밖에도 ‘톈자위(天價魚·너무 비싼 생선 가격) 논란’입니다. 장쑤성 창저우에 사는 천옌은 친척 20명과 하얼빈 관광을 떠났습니다. 일행은 지난 9일 저녁 하얼빈 베이안 어촌의 한 식당으로 철갑상어회를 먹으러 갔습니다. 철갑상어는 1근(500g)에 398위안(약 7만 5000원)이었습니다. 큰 맘 먹고 10근을 시켜 먹은 뒤 계산을 하려는데 음식값이 무려 1만 위안(약 187만원)이나 나왔습니다. 말싸움은 몸싸움으로 번졌고 경찰까지 출동했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천옌은 웨이보(미니 블로그)에 “여행 사기를 조심하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저울로 잴 때는 10근이었는데, 계산서에는 14근으로 돼 있었다. 가이드가 일방적으로 그 식당으로 데려갔다. 경찰이 경찰서로 끌고 가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계산했다”는 내용입니다. 글이 퍼지자 해당 식당은 물론 하얼빈 관광지 전역이 뭇매를 맞았습니다. 식당 주인과 경찰은 “주문할 때는 말이 없다가 술에 취해 행패를 부렸다. 경찰이 중재해 1만 위안을 7000위안으로 깎아 줬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 ‘사소한’ 논란을 관영 매체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한다는 것입니다. 신화통신은 두 번씩이나 논평을 냈고, 인민일보도 장문의 논평을 실었습니다. 바이두와 텅쉰 등 대형 포털사이트는 연일 이 기사를 ‘대문’에 걸어 놓습니다. 논조는 한결같습니다. “단순한 싸움이 아니다. 중국 여행·서비스업을 개혁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화통신은 “서비스업의 공급 측 개혁이 필요한 이유를 잘 보여 준 사건”이라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공급 측 개혁론’과 연결시켰습니다. 인민일보는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차를 타면 자고, 차가 멈추면 화장실에 가고, 차에서 내리면 사진 찍는 게 국내 관광의 현실이다. 이러니 한국과 일본으로 돈을 쓰러 나가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지난해 중국인이 해외 명품 소비에 쓴 돈은 1168억 달러(약 141조원)로 전 세계 명품 판매액의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경기 침체에 직면한 중국은 내수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돈을 펑펑 쓰는 유커들의 지갑을 단속하고 자국 서비스업을 발전시키겠다는 겁니다. 작은 어촌에서 벌어진 회값 바가지 논란을 서비스업 개혁의 화두로 확장시킨 중국의 의도가 예사롭지 않아 보입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美·아세안 ‘북핵·남중국해’ 공동 대응… 中 “美의 노골적 도발”

    “인공섬 건설은 지역 안정 위협” 오바마, 軍기지화 중단 거듭 촉구아세안 정상들 “대북 제재 동참”中 “미국의 강요 통하지 않을 것” 미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간 정상회의가 1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휴양지 랜츠미라지 서니랜즈에서 열렸다. 아세안 정상회의가 미국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다. 정상들은 특히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와 북한의 핵실험·미사일 도발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연대를 과시했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아세안 정상들을 초대하기는 쉬웠을지 모르나 남중국해 물을 캘리포니아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불쾌해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세안 10개국 정상, 아세안 사무총장 등 12명은 이날 오후 서니랜즈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확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개막 연설에서 “어릴 때 어머니와 함께 인도네시아에서 살았기 때문에 동남아를 잘 알게 됐다”며 “아세안 국가들과 시민들은 나에게 언제나 놀라운 환대를 보여줬기 때문에 오늘과 내일 그 환대에 화답하고 싶다. 추운 워싱턴이 아닌 이곳에서 회담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라고 밝혔다. 회담장인 서니랜즈는 미국 서부 최고의 휴양지로 꼽힌다. 오바마 대통령이 2013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초청해 정상회담을 했던 곳이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들을 같은 장소에서 중국과 같은 격식으로 예우해 중국을 견제하는 모양새를 취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이후 미국과 아세안 국가들의 교역이 55% 늘어 아세안이 미국의 4번째 교역 상대가 됐다. 성장과 발전이 지속하고 유지되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정상들은 이어 실무 만찬을 겸해 추가 논의를 이어 간 뒤 16일 오전 2차 회의를 하고 폐막했다. 2차 회의에서는 남중국해 문제와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 방안 등과 관련한 심도 깊은 협의가 이뤄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잇단 도발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 노력을 설명한 뒤 아세안 국가들의 지지를 당부했다. 아세안 정상들도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특히 중국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교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지역의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남중국해 군사기지화 중단을 거듭 촉구하고 아세안 국가들과의 공동 보조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언론은 “반중 국가들과의 연대 및 친중 국가들을 향한 설득이 동시에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동남아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노골적인 도발로 간주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친미 국가인 필리핀조차 중국과의 경제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며 “중국 아니면 미국을 택하라는 미국의 강요는 통하지 않을 것이고, 동남아에서 중국의 ‘주변화’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아세안 각국은 미국의 꾐에 속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쉬리핑 교수는 “아세안 국가들이 대미·대중 관계에서 ‘균형 전략’으로 지역 공동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빛으로 그려낸 수묵화 현실과 가상을 휘젓다

    빛으로 그려낸 수묵화 현실과 가상을 휘젓다

    벽에 걸린 모니터의 화면은 칠흑 같은 어둠이다. 정지된 듯 보이는 화면은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간간이 별이 빛나는 칠흑 같은 하늘이 영원의 시간 속에서 흘러가는 것 같다. 그러나 하늘인 줄 알았던 것은 실은 굵은 일필의 획으로 그린 수묵화를 원통형으로 말아 세우고 카메라가 그 이미지를 찍어 실시간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미디어·설치작가 이예승은 “유용한 것들이 변이되고 변종되어 아무렇지 않게 사용되는 우리 시대의 모습에 대해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영상, 설치,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와 재료를 이용해 실재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신작들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은 ‘동중동(動中動)·정중동(靜中動)’이다. 움직임이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움직임이 있고 조용히 있는 가운데 어떤 움직임이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작품의 서사와 이미지들은 중국 고대 지리서 ‘산해경’(山海經)을 토대로 한다. 산해경에는 신화 시절 동아시아 주변의 지리에 대한 설명과 그 지역에 살던 희귀한 사람과 동식물 등이 묘사돼 있다. 작가는 “그 시절의 사람들은 아무런 편견 없이 이런 변종들과 어울려 살았다”면서 “기술과 인간이 혼동된 이 시대의 모습이 그와 흡사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장 1층은 정중동의 공간으로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정지된 것이지만 사실은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를 강조한다. 전면을 한지로 감싼 바로크 양식의 가구는 공간의 움직임을 감지해 빛을 발산한다. 페인팅과 영상을 접목시킨 평면작업은 낮과 밤의 시간차에 따라 다른 화면을 보여 준다. 산해경에 나오는 반인반수의 기이한 이미지처럼 본래의 기능이 변형되고 조합된 형태를 갖는 것들이다. 지하 전시장은 동중동의 공간이다. 원형의 대형 스크린과 실린더 형태의 설치 등 모든 것이 움직이는 키네틱적인 요소와 사운드로 가득하다. 민낯을 드러낸 기계 장치들이 레이스 모양의 그림자와 어우러져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예승 작가는 이화여대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나와 미국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에서 미디어 아트를 전공했다. 수묵화와 디지털미디어의 만남은 작품에서 은연중에 드러난다. 기계적인 작품들이지만 인간적이고 정적인 느낌이다. 작가는 “수묵의 필선이 설치작품의 기계장치와 프로그램, 전선으로 바뀐 셈”이라면서 “화선지 위에서 붓으로 먹의 농담을 조절하는 훈련이 되어 있어서인지 빛의 밝기, 소리의 강약을 표현하는 데 아무래도 자유롭다”고 말했다. 전시는 3월 3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중국, 대기근 폭로 전직기자 하버드대 시상식 참가 훼방”

    “중국, 대기근 폭로 전직기자 하버드대 시상식 참가 훼방”

     50여 년 전 36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국 대기근의 참상을 폭로한 전직 기자가 미국 하버드대 언론상을 수상하고도 관영매체의 방해로 시상식에 불참하게 됐다.  하버드대 니먼 언론재단은 지난해 12월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전직 기자 양지성(楊繼繩·사진)을 ‘루이스 M. 라이언스’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올해 76세인 그는 지난 1958∼1961년 발생한 중국 대기근에 관한 1200쪽 분량의 문제작 ‘묘비’(墓碑)를 쓴 바 있다.  그러나 양 작가는 AP와의 통화에서 전 소속사인 신화통신이 자신의 시상식 참석을 막았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이 어떤 방식으로 미국행을 막았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통상 중국에서 퇴직자들은 연금 등 혜택을 받기 위해 전 직장에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 작가는 앞서 지난해 11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스티그 라르손상 시상식에는 참석했다. 그가 이번과는 달리 미리 중국 당국에 시상식 참석 소식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양 작가는 당시 수상 연설에서 “나는 굶어 죽은 3600만 명 때문에 비탄에 빠져 있다”며 “50년 전에 일어난 인류의 비극이 여전히 은폐되고 있다는 점도 슬프다”고 말했다.  1940년 중국 중부 후베이성에서 태어난 양지성은 칭화대를 졸업하고 신화통신에서 일했다. 기자로 일하며 마오저뚱의 대약진운동 당시 중국 전역에 발생한 기아상황을 틈틈히 수집했다.  1958년부터 중국은 공산당의 정책 실패로 식량 사정이 나빠졌고, 급기야 1961년에는 전국적 기아 사태로 번졌다. 이 기간 동안 3600만명 이상이 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중국 정부는 이러한 사실 자체를 지금도 부인하고 있다.  묘비는 양지성이 당시 중국의 기아 상황을 사실에 기초해 기술한 기록물이다. 중국에서는 금서였지만, 영어 프랑스어 등 전 세계 언어로 번역돼 출간됐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기고] 국제 물류시장 진출, 지금이 골든타임/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기고] 국제 물류시장 진출, 지금이 골든타임/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세계가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인 요즘 ‘국가 경제의 혈관’으로 불리는 물류산업은 무역의 선봉으로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국제 물류시장 규모는 2004년 2조 3300억 달러에서 2013년 3조 3000억 달러로 성장했다. 최근 우리 경제지표는 4년 만에 무역 규모 1조 달러가 좌절되고 잠재성장률이 올해 이후 2%대로 내려앉는다는 우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지금은 우리 물류기업이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 물류시장에 뛰어들어 DHL, UPS 등 세계 물류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할 시점이다. 때마침 우리 물류기업에 좋은 계기가 마련됐다. 지난해 12월 발효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중국이란 거대 시장을 우리 내수시장의 연장선으로 만들 호재다. 관세 철폐와 투자 규제 완화는 무역 활성화 및 물류시장 확대와 긴밀히 연계돼 있다. 유럽연합(EU), 뉴질랜드, 베트남과의 FTA도 마찬가지다. 물류기업은 ‘콜드체인’(신선식품 등 냉장·냉동 상태 운송시장)과 같은 특수물류시장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 신선식품 시장 규모는 2014년 3조 7400억 위안(약 668조원)에서 2016년 4조 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신선식품 시장 성장은 콜드체인 물류시장 성장을 견인한다. 이런 시장 전망과 한·중 FTA 발효에 힘입어 CJ대한통운은 중국 최대 콜드체인 물류기업 ‘룽칭물류’를 인수했다. 룽칭은 중국 주요 거점에 냉장·냉동 창고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룽칭이 가진 콜드체인 네트워크를 확보하게 됐다. 우리 기업이 글로벌 물류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해외로 나가야 한다. 정부는 물류기업의 해외 진출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해 해외 물류시설 개발·운영, 해외기업 인수합병 등 해외 진출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지원하고 있다. 화물 확보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 주고자 화주·물류기업의 동반 해외 진출 컨설팅도 벌인다. 나아가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물류기업이 해외 진출할 때 정책금융의 자금대출 및 지분투자 등 물류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이 제조업 분야와 동등하게 이뤄지도록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의할 계획이다. 해당 국가와의 해운·물류 협력도 내실 있게 추진해 우리 기업이 겪는 애로를 해소할 것이다. 기업의 노력도 필요하다. 글로벌 가치사슬의 빠른 확산으로 물류와 제조는 ‘실과 바늘’의 관계가 됐다. 이제는 제조 따로, 물류 따로가 아니라 화주·물류기업이 공동으로 유망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동반 진출하는 방안에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해외 현지 물류·유통망 확보가 쉽지 않은 중소기업과 물류기업이 협업한다면 해외 진출의 위험을 줄이고 사업성을 높여 서로 큰 힘이 될 것이다. 물류기업의 철저한 현지화도 요구된다. 당장의 어려움을 감수하더라도 현지에서의 꾸준한 마케팅과 네트워크 구축으로 현지기업·소비자를 주 고객으로 포섭해야 한다. 유통업계 오리온 초코파이가 철저한 현지화로 베트남 진출 성공 신화를 이룬 것처럼 우리 물류업계에도 유사 사례가 창출돼야 한다. 물류기업이 한·중 FTA 발효 등으로 조성된 글로벌화의 골든타임을 지렛대 삼아 세계 시장에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 [자치단체장 25시] 김기동 서울 광진구청장

    [자치단체장 25시] 김기동 서울 광진구청장

    “난 정치인 아닌 행정가입니다”…“4대 생활권 계획은 발전동력” 소탈한 성격, 거침없는 입담. 때로 그 솔직함에 놀라기도 하지만, 그래서 ‘꾸밈 없는 사람’이란 인상을 준다. 김기동 서울 광진구청장은 ‘욕심부리지 말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욕심이 없어야 깨끗하고 진솔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올해로 칠순의 나이에도 아이 같은 웃음을 지닌 ‘행정 전문가’로 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구청장은 3D 직업”… 거침없는 입담 속 진솔함 김 구청장은 자신을 정치인이 아닌 행정가라고 강조한다. 선거로 뽑혔지만 구청장이 정치에 방점을 두면 어느 한쪽에 치우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가 생각하는 구청장 직은 3D 업종이다. “위험하고, 재미없고, 권한은 중앙정부에 있다”는 게 솔직한 답변이다. 원래 그는 어릴 때 대학교수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구청장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공무원이 되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사업가였던 아버지는 김 구청장이 처음 행정고시를 본다고 했을 때 회의적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공무원은 ‘신의 한 수’라 불리는 인기 최고의 직업이지만 등을 떠밀긴커녕 뜯어말렸다. 아버지 역시 김 구청장과 같이 호탕하고 솔직한 성격이었다. “답답하게 뭐하러 공무원을 하려고 그러냐. 책임만 있고 돈은 벌지도 못하는데.” 김 구청장도 당시 그것에 공감하고 잠시 직장 생활을 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직업을 가져야 하겠다는 생각에 1978년 행정고시를 치렀다. 그리고 제22회 행시 합격자가 됐다. “그해 유난히 합격자를 많이 뽑아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그만한 노력이 왜 없었겠는가. 서울대를 나왔지만 그는 학창 시절 책이나 공부를 좋아하진 않았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나 고대 철학에 대한 수업을 들을 때면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에 회의가 들었다. 공무원이 돼서도 그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자세로 임했다. 서울시 공무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나 사업에 대해선 선후배 모두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때로 오해나 미움을 사기도 했지만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자 했다. ●중곡역 일대 부도심 거점·의료단지 조성 계획 그러던 중 광진구와 첫 인연을 맺게 됐다. 1999년 광진구 부구청장으로 발령받으면서다. 2003년 1월까지 그는 부구청장으로서 구의 특성과 현황을 살피며 자연스럽게 애정을 갖게 됐다. 그리고 2010년 7월 민선 5기 광진구청장으로 취임했다. 광진구는 1970년대 초 서울시 토지구획정리사업 방식으로 개발한 주거 중심의 신도시였다. 아파트도, 상업용지도 없이 단독 주택만 즐비했다. 상업지역이 없는 구의 특성은 재정기반을 취약하게 했다. 하지만 김 구청장은 오히려 이것을 기회로 생각했다. 다른 자치구에 비해 땅값이 비교적 저렴하고 개발 잠재력이 높다고 본 것이다. 이를 활용해 도시기반 시설 확충을 위한 청사진을 그렸다. 김 구청장은 현재 중곡, 건대, 자양, 구의·광장 등 4개 권역별로 지역생활권 계획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7호선 중곡역 일대는 부도심 기능을 할 전략 거점 지역으로 특화 개발해 지역 발전과 고용 창출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광진구는 이 일대에 서울시와 함께 종합의료복합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국립 정신건강연구원과 임상센터를 준공 완료했다. 2018년까지 이를 바탕으로 의료행정타운과 바이오비즈센터를 세워 첨단 의료·바이오 산업의 메카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갖고 있다. 건대역 주변은 의료관광과 패션, 맛의 중심지로 만들 예정이다. 자양과 구의·광장은 비즈니스에 적합하도록 관광호텔, 지식정보 산업체 위주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김 구청장이 부구청장 시절부터 고민하고 추진해 온 부분은 따로 있다. 지하철 2호선 지하화다. 광진구는 지하철 2호선의 황금 노선을 갖고 있지만 한양대역에서 잠실역에 이르는 지상 구간 때문에 다양한 문제가 야기돼 왔다. 지하철 지상 구간이 주거·상업시설이 밀집한 도심 한가운데를 관통하면서 도시 미관을 해치고 소음과 분진 등 환경문제를 유발했다. 그 때문에 지역 발전을 위해 지하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주민 숙원이다. 김 구청장은 민선 5기 구청장에 취임하자마자 서울연구원 용역으로 2호선 지하화가 타당하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 꾸준히 서울시에 건의하고 설득한 결과 시에서도 지난해 관련 용역에 착수해 지하화 기본 구상과 검토에 들어갔다. 오는 7월 타당성 조사를 마무리하면 구에서도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추진할 예정이다. 김 구청장은 “궁극적으로 직주근접, 즉 직장과 집이 가까이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민 이탈이 없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는 “구의 현안들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시의 간부들도 협조 의지가 있어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나도 기초자치단체장 중 행동력만큼은 제일인 사람이니 (주민들이) 믿어도 좋다”며 웃었다. ●“공감대 형성 중요… 중앙정부도 현장을 봐야” 김 구청장은 올해 내부적으로도 변화를 이끌고 있다. 바로 ‘청렴 행정’이다. 청렴 1등구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그는 지난해부터 동주민센터를 포함한 전 부서의 출입문에 목민심서에 나오는 청렴 문구를 게시했다. 공무원들이 주체가 돼 청렴 실천 캠페인을 전개하고, ‘축하 화분 안 주고 안 받기’ 운동도 하고 있다.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성숙하고 투명한 행정을 펼치자는 취지에서다. 아랫사람들에게만 강조하는 게 아니라 자신도 생활 속에서 청렴을 실천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자신의 추진 정책과 지방자치에 대한 열정을 담아 2014년 ‘꿈 팩토리 광진’을 발간했다. 하지만 그는 출판기념회를 취소했다. 출판사에 취소하면서 생긴 비용을 물어 줘야 했지만 주민들을 귀찮게 하기 싫어서였다. 종교 조직보다도 깨끗한 구를 만들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40여년의 행정 경험을 가진 그가 생각하는 국정·구정 운영의 핵심은 무엇일까. 김 구청장은 ‘소통을 통한 공감대 형성’을 꼽았다. 모든 공적 분야에서 권력이 아닌 국민이 중심이 되는 것, 아래에서부터 위로 통하는 국정 운영이 그의 바람이다. 김 구청장은 “행정이 급하면 국민이 불안하고 그러다 보면 사고가 난다”면서 “중앙정부가 현장을 봤으면 좋겠다. 현장에 와서 보고 듣고 소통하는 정책을 펼쳤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각오도 잊지 않았다. 그는 “나부터 발전을 위한 충고와 제안을 격의 없이 받아들이고 주민 중심의 행정을 실현하겠다”면서 “어둡고 소외된 곳 없이 모든 주민이 행복을 체감하는 것에 남은 임기를 바치겠다”고 힘줘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놀랍도록 솔직한 김기동 광진구청장의 구정 철학은?

    놀랍도록 솔직한 김기동 광진구청장의 구정 철학은?

    소탈한 성격, 거침없는 입담. 때로 그 솔직함에 놀라기도 하지만, 그래서 ‘꾸밈 없는 사람’이란 인상을 준다. 김기동 서울 광진구청장은 ‘욕심부리지 말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욕심이 없어야 깨끗하고 진솔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올해로 칠순의 나이에도 아이 같은 웃음을 지닌 ‘행정 전문가'로 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사구시’의 자세를 지닌 행정가 김 구청장은 자신을 정치인이 아닌 행정가라고 강조한다. 선거로 뽑혔지만 구청장이 정치에 방점을 두면 어느 한쪽에 치우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가 생각하는 구청장 직은 3D 업종이다. “위험하고, 재미없고, 권한은 중앙정부에 있다”는 게 솔직한 답변이다. 원래 그는 어릴 때 대학교수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구청장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공무원이 되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사업가였던 아버지는 김 구청장이 처음 행정고시를 본다고 했을 때 회의적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공무원은 ‘신의 한 수’라 불리는 인기 최고의 직업이지만 등을 떠밀긴커녕 뜯어말렸다. 아버지 역시 김 구청장과 같이 호탕하고 솔직한 성격이었다. “답답하게 뭐하러 공무원을 하려고 그러냐. 책임만 있고 돈은 벌지도 못하는데.” 김 구청장도 당시 그것에 공감하고 잠시 직장 생활을 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직업을 가져야 하겠다는 생각에 1978년 행정고시를 치렀다. 그리고 제22회 행시 합격자가 됐다. “그해 유난히 합격자를 많이 뽑아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그만한 노력이 왜 없었겠는가. 서울대를 나왔지만 그는 학창 시절 책이나 공부를 좋아하진 않았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나 고대 철학에 대한 수업을 들을 때면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에 회의가 들었다. 공무원이 돼서도 그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자세로 임했다. 서울시 공무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나 사업에 대해선 선후배 모두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때로 오해나 미움을 사기도 했지만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자 했다. ●도시기반시설 확충, 숙원사업 지하철 2호선 지하화 추진 그러던 중 광진구와 첫 인연을 맺게 됐다. 1999년 광진구 부구청장으로 발령받으면서다. 2003년 1월까지 그는 부구청장으로서 구의 특성과 현황을 살피며 자연스럽게 애정을 갖게 됐다. 그리고 2010년 7월 민선 5기 광진구청장으로 취임했다. 광진구는 1970년대 초 서울시 토지구획정리사업 방식으로 개발한 주거 중심의 신도시였다. 아파트도, 상업용지도 없이 단독 주택만 즐비했다. 상업지역이 없는 구의 특성은 재정기반을 취약하게 했다. 하지만 김 구청장은 오히려 이것을 기회로 생각했다. 다른 자치구에 비해 땅값이 비교적 저렴하고 개발 잠재력이 높다고 본 것이다. 이를 활용해 도시기반 시설 확충을 위한 청사진을 그렸다. 김 구청장은 현재 중곡, 건대, 자양, 구의·광장 등 4개 권역별로 지역생활권 계획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7호선 중곡역 일대는 부도심 기능을 할 전략 거점 지역으로 특화 개발해 지역 발전과 고용 창출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광진구는 이 일대에 서울시와 함께 종합의료복합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국립 정신건강연구원과 임상센터를 준공 완료했다. 2018년까지 이를 바탕으로 의료행정타운과 바이오비즈센터를 세워 첨단 의료·바이오 산업의 메카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갖고 있다. 건대역 주변은 의료관광과 패션, 맛의 중심지로 만들 예정이다. 자양과 구의·광장은 비즈니스에 적합하도록 관광호텔, 지식정보 산업체 위주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김 구청장이 부구청장 시절부터 고민하고 추진해 온 부분은 따로 있다. 지하철 2호선 지하화다. 광진구는 지하철 2호선의 황금 노선을 갖고 있지만 한양대역에서 잠실역에 이르는 지상 구간 때문에 다양한 문제가 야기돼 왔다. 지하철 지상 구간이 주거·상업시설이 밀집한 도심 한가운데를 관통하면서 도시 미관을 해치고 소음과 분진 등 환경문제를 유발했다. 그 때문에 지역 발전을 위해 지하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주민 숙원이다. 김 구청장은 민선 5기 구청장에 취임하자마자 서울연구원 용역으로 2호선 지하화가 타당하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 꾸준히 서울시에 건의하고 설득한 결과 시에서도 지난해 관련 용역에 착수해 지하화 기본 구상과 검토에 들어갔다. 오는 7월 타당성 조사를 마무리하면 구에서도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추진할 예정이다. 김 구청장은 “궁극적으로 직주근접, 즉 직장과 집이 가까이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민 이탈이 없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는 “구의 현안들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시의 간부들도 협조 의지가 있어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나도 기초자치단체장 중 행동력만큼은 제일인 사람이니 (주민들이) 믿어도 좋다”며 웃었다. ●바람은 깨끗한 구청, 소통하는 정부 김 구청장은 올해 내부적으로도 변화를 이끌고 있다. 바로 ‘청렴 행정’이다. 청렴 1등구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그는 지난해부터 동주민센터를 포함한 전 부서의 출입문에 목민심서에 나오는 청렴 문구를 게시했다. 공무원들이 주체가 돼 청렴 실천 캠페인을 전개하고, ‘축하 화분 안 주고 안 받기’ 운동도 하고 있다.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성숙하고 투명한 행정을 펼치자는 취지에서다. 아랫사람들에게만 강조하는 게 아니라 자신도 생활 속에서 청렴을 실천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자신의 추진 정책과 지방자치에 대한 열정을 담아 2014년 ‘꿈 팩토리 광진’을 발간했다. 하지만 그는 출판기념회를 취소했다. 출판사에 취소하면서 생긴 비용을 물어 줘야 했지만 주민들을 귀찮게 하기 싫어서였다. 종교 조직보다도 깨끗한 구를 만들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40여년의 행정 경험을 가진 그가 생각하는 국정·구정 운영의 핵심은 무엇일까. 김 구청장은 ‘소통을 통한 공감대 형성’을 꼽았다. 모든 공적 분야에서 권력이 아닌 국민이 중심이 되는 것, 아래에서부터 위로 통하는 국정 운영이 그의 바람이다. 김 구청장은 “행정이 급하면 국민이 불안하고 그러다 보면 사고가 난다”면서 “중앙정부가 현장을 봤으면 좋겠다. 현장에 와서 보고 듣고 소통하는 정책을 펼쳤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각오도 잊지 않았다. 그는 “나부터 발전을 위한 충고와 제안을 격의 없이 받아들이고 주민 중심의 행정을 실현하겠다”면서 “어둡고 소외된 곳 없이 모든 주민이 행복을 체감하는 것에 남은 임기를 바치겠다”고 힘줘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90년간 12개 기업만 시총 1위… 알파벳, 12번째 왕좌 등극

    90년간 12개 기업만 시총 1위… 알파벳, 12번째 왕좌 등극

    지난주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이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애플을 끌어내리고 시가총액 1위 기업에 등극하자 전 세계는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새로운 ‘대장주’ 탄생을 반겼다. 1년 전만 해도 애플 시총의 절반에 불과했던 구글이 어떻게 대장주로 발돋움했는지에 대한 분석이 쏟아졌고 구글의 ‘열린 경영’은 찬사의 대상이 됐다. 반면 몇 달 전까지 21세기 최고 혁신기업으로 추앙받은 애플은 아이폰에 집착하다 몰락했다며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오로지 가치로만 평가받고 영원한 승자는 없는 ‘대장주의 세계’를 살펴봤다. 세계 자본시장의 중심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글로벌 벤처기업의 요람 나스닥에는 6000개 이상의 기업이 상장돼 있다. 이 중 대장주의 자리를 꿰찬 기업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미국 금융투자자문회사 ‘모틀리 풀’의 분석을 보면 1926년 이후 시총 1위를 차지한 기업은 12개에 불과하다.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IBM·시스코 등 정보통신(IT) 기업, 발명왕 에디슨이 세운 가전업체 제너럴 일렉트릭, 자동차 제조사 제너럴 모터스, 세계 최대 석유회사 엑손모빌, 유통업체 월마트, 통신회사 AT&T, 담배 필립 모리스의 모기업 알트리아, 화학회사 듀폰이 그 주인공이다.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통계사이트인 ETF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1980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대장주는 IBM과 제너럴 일렉트릭, 엑손모빌 등 전통 기업이 돌아가며 차지했다. IBM은 1982~88년 7년간 패권을 거머쥐었고 1993~97년은 제너럴 일렉트릭이 독주했다. 그러나 1998년 혁명이 일어났다.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총 3458억 달러로 6년 연속 대장주에 도전한 제너럴 일렉트릭(3342억 달러)을 꺾고 새로운 황제로 등극한 것이다. 하버드대 중퇴생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이 1975년 설립한 마이크로소프트는 1986년 나스닥에 상장됐고 1995년 시총 519억 달러로 톱 10에 진입했다. 이듬해에는 2배 가까이 늘어난 987억 달러로 5위, 1997년에는 1559억 달러로 3위까지 뛰어오르더니 마침내 왕좌에 앉았다. 자본금 1500달러로 시작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창립 20여년 만에 시총 1위에 오른 건 기회의 땅 미국에서도 충격적인 일이었다. 특히 컴퓨터 산업의 ‘공룡’ IBM이 이 시기 몰락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신화는 더욱 부각됐다. 1990년을 끝으로 대장주 자리에서 내려온 IBM은 1992~93년에는 시총 톱 10에도 들지 못했고 이후에도 간신히 턱걸이하는 등 어둠의 터널을 걷고 있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시대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IT 거품이 꺼진 2000년 시총의 3분의2 가까이가 허공에 사라지면서 제너럴 일렉트릭에 다시 대장주 자리를 내줬다. 2002년 되찾았으나 그때가 마지막으로 왕좌에 앉은 해였다. 2000년대 중반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수요 증가로 고유가 시대가 도래하자 엑손모빌이 다시 패권을 잡았다. 2006년 4469억 달러의 시총으로 제너럴 일렉트릭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선 엑손모빌의 시대는 2011년까지 이어졌다. 엑손모빌의 독주를 저지한 기업이 스마트폰의 시대를 열어젖힌 애플이다. 만성 적자에 허덕이다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복귀로 부활한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세상에 내놨고 2009년 1898억 달러의 시총으로 5위에 올랐다. 2011년 잡스가 전 세계인의 애도 속에 세상을 떠났지만, 이듬해 애플 시총은 4982억 달러를 기록해 엑손모빌(4038억 달러)을 왕좌에서 끌어내렸다. 이후 애플은 지난 2일 구글에 밀려나기 전까지 글로벌 대장주로 군림했다. 지난해 2월 애플의 시총은 미국 기업 사상 처음으로 7000억 달러를 돌파했고 조만간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꺼지기 직전 환하게 타오른 마지막 불꽃이었다. 꼭 1년 만에 애플의 시총은 무려 2400억 달러나 증발했다. 우리나라 1년 예산(약 400조원)의 4분의3에 이르는 돈이 사라진 것이다. 애플은 대장주에서 밀려난 지 하루 만인 지난 3일 자리를 되찾았으나 구글의 치솟는 기세를 감당하기 어려워 보인다. 역대 가장 압도적인 대장주의 위용을 과시한 기업으로는 1967년 IBM이 꼽힌다. 당시 IBM의 시총은 1930억 달러였는데, 모틀리 풀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가치로 1조 3500억 달러에 이른다. 전성기 애플 시총의 2배 규모다. 1985년 IBM도 지금까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대장주다. 당시 IBM 시총(956억 달러)은 S&P500 전체의 6.37%에 이르렀다는 게 하워드 실버블래트 S&P 수석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애플은 4.05%까지 시장을 장악한 적이 있다. 중국 석유기업 페트로차이나는 2007년 11월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되자마자 시총 1조 달러를 넘겨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미국 대장주 엑손모빌(4880억 달러)조차 페트로차이나와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월가는 폐쇄적인 중국 시장을 믿을 수 없다며 페트로차이나를 인정하지 않았다. 실제로 페트로차이나는 4개월 만에 시총이 반 토막 나 황제로 등극하는 데는 실패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시총 기준으로 세계 기업 순위를 매기는 ‘FT 글로벌 500’을 보면 지난해 페트로차이나는 3297억 달러로 애플, 엑손모빌, 버크셔헤서웨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6위에 머물렀다. 국내 증시의 대장주는 단연 삼성전자다. 1999년 7월 29조원으로 한국전력을 끌어내리고 처음으로 시총 1위에 등극한 삼성전자는 2000년부터 독주 체제에 돌입해 16년째 왕좌를 지키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시총은 170조원에 육박해 유가증권시장의 15%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2위 한전(34조원)의 5배에 이른다. 그러나 지금 삼성전자는 위기다. 2012년 시총 200조원을 돌파하며 축포를 쐈지만 4년이 채 지나지 않은 현재 온갖 비관론에 휩싸여 있다. 소니와 노키아 등 글로벌 기업이 불과 몇 년 만에 몰락한 것은 삼성전자의 위기의식을 더 키운다. 라이벌이자 동반자인 애플의 부진도 삼성전자에 기쁨보다 걱정을 안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대장주와 함께 시총 상위 10개 기업의 변천 과정을 자세히 분석하면 세계 경제 성장 구도가 어떻게 전개됐는지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10억명 시청 ‘춘완’까지… 애국주의로 물든 中 춘제

    각 학교에도 애국정신 고취 지시 “시진핑의 이데올로기 강화 일환” 중국의 춘제(春節·설) 연휴가 애국주의로 물들고 있다. 국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자랑하는 설 특집 대형 버라이어티쇼 ‘춘완’(春晩)의 올해 주제는 ‘너와 나의 중궈멍(中國夢), 전면 샤오캉(小康)사회 건설’이었다. 중궈멍은 중화민족의 부활을 나타내며, 샤오캉사회는 13차 5개년 계획의 목표인 보편적 복지사회를 뜻한다. 둘 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핵심 정치 구호다. 10억 3300만명이 4시간 30분 동안 지켜본 춘완은 39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는데, 대부분이 애국, 반부패, 국가발전 등 정치적 색채를 물씬 풍겼다. 특히 지난해 톈안먼 열병식을 본뜬 단막극에서는 항일전쟁에서 팔과 다리를 잃은 100세 노병이 무대에 올라 거수경례를 했다. 이에 대해 베이징청년보는 “가장 감동적인 애국주의 선서였다”면서 “중국의 꿈을 실현하는 요체는 애국주의라는 시 주석의 뜻이 잘 표현됐다”고 평가했다. 인민일보는 “춘완이 중국의 힘을 전 세계에 전파했다”고 평가했고, 신화통신은 “국가 발전과 중국 문화의 우수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춘완은 올해를 기점으로 오락 프로그램에서 지도자의 리더십을 고취하고 중화민족 단결을 외치는 프로파간다(선전)의 수단으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비판했다. 한편 중국 교육부는 지난 9일 각급 학교에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웨이신(중국판 카카오톡) 등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애국주의 정신을 고취할 것을 지시했다. 이와 함께 애국주의 정신을 초·중·고교의 윤리, 어문, 역사, 지리, 체육, 예술 등 각 교과목의 커리큘럼과 교재 편찬, 시험평가에 반영할 것을 주문했다. 교육부는 또 대학이 애국주의 교육과 전공을 결합시킨 전인교육 체계를 갖출 것과 ‘내 조국을 사랑한다’, ‘영원히 당과 함께 가겠다’와 같은 주제로 사회실천 활동을 전개토록 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시 주석이 지시한 이데올로기 교육 강화의 일환”이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 집권 이후 꾸준히 강화된 애국주의는 최근 들어 국가주의로 변하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특히 대만 대선과 남중국해 분쟁, 북한 핵·미사일 및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애국주의를 부르짖는 목소리는 더욱 거칠어졌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공산당이 꾸준히 키워온 애국주의 담론이 한반도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 국면에서 폭발할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