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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인류 최강의 군함, 닻을 올리다!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인류 최강의 군함, 닻을 올리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고, 전쟁의 역사는 무기 발전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는 전투에서 상대를 압도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냈고, 이 새로운 무기에는 당대 최고의 첨단 기술들이 적용되어 왔으며, 이러한 기술들은 사회 전체로 파급되며 문명의 진보를 이끌었다. 특히 군함은 더더욱 그랬다. 대항해시대가 시작되고 해양력이 곧 국력이었던 시절, 각국은 경쟁적으로 더 크고, 더 빠르며 더 많은 대포를 싣는 군함들을 만들어냈다. 특히 20세기 이후 군함은 그 나라의 과학기술력과 경제력의 척도였고, 각국은 자신들의 첨단기술과 국력을 과시하기 위한 군함 건조에 열을 올렸다. 20세기 초 등장해 전 세계 해군을 충격에 빠뜨렸던 영국의 드레드노트(Dreadnought) 전함이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을 긴장하게 했던 세계 최대의 전함 야마토(大和), 냉전으로 인해 탄생한 신의 방패 이지스 구축함이 한때 전 세계의 바다를 호령했던 강자들이었다면, 이제 21세기의 바다를 지배할 강자는 바로 이 군함일 것이다. 줌왈트 : 파격적 혁신의 이름 지난 4월 20일(현지시간) 미국 메인주(State of Maine) 배스(Bath)에 소재한 배스 아이런 웍스(Bath Iron Works) 조선소에서 거대한 배가 바다로 나섰다. 구축함으로 불리지만 길이가 무려 183m, 폭 24m 크기에 배수량은 무려 14,000톤이나 된다. 한때 서방 세계 최대의 구축함이라 불렸던 우리나라의 세종대왕함보다 길이는 거의 20m, 폭은 3m, 배수량은 3,000톤 이상 크다. 하지만 이러한 거대한 덩치보다 주목을 끌었던 것은 바로 이 배의 생김새였다. 이 배는 텀블홈(Tumblehome)이라 해서 마치 19세기 후반에 등장했던 전함과 같은 함수(艦首) 즉, 뱃머리 모양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배 위의 구조물 역시 마치 잠수함처럼 사각형의 물체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레이더나 함포, 미사일 등 군함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하는 장비들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배의 전방 갑판에 쐐기형의 둥근 돌출물 2개만 튀어나와 있을 뿐, 매끈하게 생긴 이 배의 표면에는 배라면 당연히 있어야 하는 안전난간 조차도 없다. 마치 바다가 아니라 우주를 향해 날아오를 것 같은 형상이다. 이 배의 정체는 미 해군의 차세대 구축함 줌왈트(USS Zumwalt)였다. 줌왈트라는 이름은 제19대 미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엘모 R. 줌왈트(Elmo R. Zumwalt) 제독에게서 따온 것이다. 그렇다면 미 해군은 왜 이 차세대 구축함에 줌왈트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미 해군의 현용 주력 구축함인 알레이버크(Arleigh Burke)급 이지스 구축함이 해상전과 대공전에 특화되어 개발된 군함인 것과 대조적으로 줌왈트급은 지상 공격 능력에 많은 비중을 두고 개발된 군함인데, 줌왈트 제독 역시 주요 실전 경험을 연안작전, 그러니까 넓은 대양보다는 해안·항만 경비나 하천 경계 작전에서 쌓은 해군(Brown water navy)으로 분류되는 사람이었다. 줌왈트 제독이 미 해군 역사상 최연소 참모총장으로 취임하여 재임 당시 주류 세력으로부터 적지 않은 반발을 이겨내며 가히 파격적이라 할 만큼의 개혁 조치들을 단행했던 것처럼 줌왈트급 구축함에도 파격적인 디자인 변화와 혁신적인 최첨단 기술들이 대거 적용되었다는 점도 미 해군이 이 군함에 왜 줌왈트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짐작해볼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SF 영화 속 무적의 군함이 현실로 지금으로부터 약 30여 년 전, 기존의 기계식 레이더가 아닌 위상배열레이더(Phased Array Radar)를 장착한 새로운 형태의 군함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이 군함의 압도적인 성능에 감탄하며 그리스 신화 속 무적의 방패 이지스(Aegis)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하지만 줌왈트급이 등장함에 따라 이지스함은 이제 최강의 군함이라는 타이틀을 내주어야 할 판이다. 우선, 줌왈트급은 보이지 않는다. 이 배가 아주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해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하다면 보이겠지만, 레이더나 적외선 탐지기, 음파탐지기 등 해상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탐지장비들로는 줌왈트급을 볼 수 없다는 말이다. 스텔스 설계가 대대적으로 도입된 줌왈트급은 길이 183m, 폭 24m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지만, 먼 거리에서는 레이더에 거의 잡히지 않고, 가까운 거리에서도 소형 어선 정도의 크기로 탐지된다. 연돌(굴뚝)에도 적외선 피탐 방지 장치가 되어 있어 해상을 수색할 때 흔히 사용되는 적외선 센서로도 잘 탐지되지 않는다. 또한 줌왈트급은 통합전기추진방식, 그러니까 평상시 항해할 때 모터를 이용해 추진하기 때문에 그 소음 수준이 미 해군의 주력 원자력 잠수함인 LA급 정도에 불과해 수중에서 음파탐지기에 탐지될 가능성도 아주 낮다. 이처럼 적은 줌왈트급을 볼 수 없지만, 줌왈트급은 아주 먼 거리에서도 적을 발견해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강력한 공격 능력도 가지고 있다. 줌왈트급의 등장 이전까지 최강의 군함으로 평가받던 이지스함의 이지스 레이더는 공중으로부터의 모든 위협을 완벽하게 방어할 수 있는 무적의 레이더로 알려졌으나, 사실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배의 상부구조물 측면에 설치되는 레이더가 지구곡면효과의 영향을 받아 해수면에서 일정 고도까지는 상당한 수준의 사각(死角)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이지스 레이더는 1,000km 밖의 표적도 탐지할 수 있다는 카탈로그 데이터와 달리 낮은 고도로 접근하는 물체는 30~40km 범위 내에 들어와야만 탐지가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중국과 러시아 등 주요 국가들은 이러한 약점을 파고들기 위해 수면 위를 아주 낮은 고도로 비행하는 미사일, 일명 시-스키밍(Sea Skimming) 방식의 미사일들을 개발했고, 이러한 방식의 미사일들은 기존의 이지스함으로는 완벽하게 대응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줌왈트급의 차세대 레이더는 이러한 사각지대를 없애버렸다. 이 레이더는 반경 320km 내의 모든 물체, 심지어 스텔스기나 해수면 위에 떠 있는 잠수함의 잠망경까지도 탐지가 가능한 엄청난 탐지 능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바다 위와 공중에서는 그 어떤 물체도 줌왈트급에 몰래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해상과 공중의 위협을 레이더가 감시한다면, 수중의 위협은 최첨단 소나(SONAR)가 감시한다. 줌왈트급에는 1기의 가격이 한국형 구축함보다 비싼 AN/SQS-90 AUWCS(Advanced Undersea Warfare Combat System, 선진수중전투시스템)가 탑재된다. 이 소나는 소음을 거의 발산하지 않는 저속 또는 정지 상태의 잠수함을 원거리에서도 탐지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미 해군의 최신형 잠수함조차도 줌왈트급의 수중 감시망을 피해 줌왈트급에 접근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 고성능 레이더와 소나의 탐지범위 안에 적이 들어왔다면 이제는 공격할 차례다. 줌왈트급은 인류가 지금까지 만들어냈던 모든 종류의 군함들 가운데 항공모함을 제외하고 가장 압도적인 공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80셀이 설치된 최신형 수직발사기(VLS : Vertical Launch System)에는 370km 밖의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SM-6 함대공 미사일을 비롯해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3 함대공 미사일, 최대 1,600km 밖 지상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전술 토마호크 미사일 등의 미사일 80발 또는 50km 밖의 공중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ESSM 함대공 미사일 320발을 탑재할 수 있다. 하지만 줌왈트급에서 주목해야 할 무장은 미사일이 아니다. 줌왈트급에는 그동안 SF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최첨단 무기들이 탑재됐거나 탑재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우선 함포로는 차세대 함포 AGS(Advanced Gun System) 2문이 탑재된다. 우리해군을 비롯해 세계 각국 해군의 함포들이 20~24km 정도의 사정거리를 갖는데 반해 AGS는 GPS 유도포탄을 이용해 185km 밖의 표적을 포격할 수 있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해 줌왈트급이 동해나 서해에 떠 있으면 미사일을 사용하지 않고도 북한 내륙 그 어디든 15분 이내에 300발 이상의 포탄을 퍼부을 수 있다는 것이다. AGS는 현존하는 모든 함포를 압도하는 성능을 가지고 있지만, 미 해군은 오는 2020년대 초반까지 이 함포를 레일건(Rail gun)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미 해군이 줌왈트급에 탑재하려는 64MJ급 레일건은 최대 사정거리 410km, 포탄 속도 마하 7 이상에 5m 안팎의 명중오차를 가질 예정이다. 이는 보이지 않는 군함이 400km 밖에서 평양이나 베이징 도심 속 어느 블록의 몇 번째 건물을 족집게처럼, 그것도 연속해서 연타로 포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성국 입장에서는 두렵다 못해 소름이 끼칠만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이밖에도 줌왈트급은 적함이나 적 항공기의 레이더나 전자장비를 먹통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강력한 전자전 능력, 가까이 접근하는 항공기나 소형 함정을 태워버릴 수 있는 레이저 무기(Free Electron Laser Weapon System) 등 SF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첨단 무기들을 탑재하고 있거나, 가까운 시일 내에 탑재할 계획이다. 문자 그대로 상식을 뛰어넘는 무지막지한 성능을 가진 인류 최강의 군함이라 할 만하다. 최강 전함의 유일한 천적은 ‘돈’ 군함 자체의 성능만 놓고 보자면 줌왈트급은 어지간한 나라의 1~2개 함대 정도는 손쉽게 궤멸시킬 수 있을 만큼의 막강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이 군함에는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력을 자랑하는 미국이 가진 가장 첨단의 기술들이 모두 녹아 있다. 그러나 그만큼 최첨단의, 최고급의 기술과 무기들이 집약되어 있다면 가격이 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미 의회에 보고된 줌왈트급 구축함의 1척 가격은 35억 달러, 현재 환율로 4조 원이 넘는다. 어지간한 항공모함 가격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이 돈이면 이지스 구축함 4척이나 한국형 구축함(KDX-II) 8~9척을 사서 어지간한 중소국가의 해군력을 건설할 수 있다. 공군에 투자한다면 KF-16 전투기 80대를 사서 2개 전투비행단을 새로 만들 수 있는 돈이며, 육군에 투자한다면 K-2 흑표전차 500대를 사서 3개 기계화사단을 무장시킬 수 있는 돈이다. 즉, 3척이 건조되는 줌왈트급 도입 사업에 들어가는 돈이면 어지간한 중소국가의 육해공군 전력을 몇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천문학적인 수준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아무리 돈이 많고 군함의 성능이 ‘넘사벽’에 가깝더라도 이런 천문학적인 가격의 군함을 구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미 의회도 넌-맥커디(Nunn-McCurdy Amendment) 규정에 따라 줌왈트급 도입 사업의 폐기를 요구했지만, 미 해군은 필사적으로 이 사업을 지키려했고 결국 사업 규모를 1/10 수준으로 축소하는 조건으로 3척의 건조가 승인되었다. 그러나 이 3척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현재 2번함인 마이클 몬수어(Michael A. Moonsoor) 건조 사업이 완료 단계에 있고, 3번함 린든 B. 존슨(Lyndon B. Johnson)도 건조가 한창 이루어지고 있지만, 미 의회가 천문학적인 도입 비용을 문제 삼으며 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으며, 미 국방부 역시 비용 절감 차원에서 3번함의 건조 취소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줌왈트급 구축함 3척이 모두 예정대로 전력화되어 태평양 지역에 배치된다면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미국의 군사력 우위는 한동안 계속되겠지만, 미 해군이 과연 의회와 국방부가 휘두르는 예산 삭감의 칼날로부터 이 차세대 구축함 사업을 지켜낼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일우 군사 전문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애플 성장신화 13년만에 ‘스톱’

    애플 성장신화 13년만에 ‘스톱’

    애플의 ‘아이폰 신화’가 9년 만에 멈췄다. 2007년 첫 등장 이후 성공 가도를 달려온 아이폰이 사상 처음 판매량 감소를 겪은 것이다. 2003년 이후 상승곡선을 그려 왔던 애플의 실적도 13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정체에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 애플마저 휘청거리면서 스마트폰 업계에 ‘탈(脫)스마트폰’ 전략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애플이 공개한 2016 회계연도 2분기(2015년 12월 27일∼2016년 3월 26일) 매출은 505억 5700만 달러(약 58조 546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580억 100만 달러) 대비 12.8% 떨어졌다. 애플의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감소한 것은 2003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평균(519억 7000만 달러)을 밑돌았다. 이 같은 하락세는 애플 매출의 65%를 차지하는 아이폰의 부진에 기인했다. 지난 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5119만대로 전년 같은 기간(6117만대)보다 16.3% 줄었다. 애플의 ‘마이너스 성장’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절벽과 아이폰의 혁신 부재라는 내외적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7%로 사상 처음 한 자릿수로 내려앉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2014년 아이폰6 출시 이후 애플의 높은 매출을 뒷받침해 왔던 중국 시장마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애플에 직격탄을 날렸다. 애플의 중화권(중국, 홍콩, 대만 등) 매출은 앞선 4개 분기 동안 연속으로 70%대 성장률을 찍어 오다 지난 분기 26% 감소했다. 지난해 9월 내놓은 아이폰6S가 전작과 차별화를 이루지 못한 것도 애플의 발등을 찍었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 애플은 2016 회계연도 3분기 매출 전망을 410억~430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3~17% 낮춰 제시했다. 오는 9월 공개되는 아이폰7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도 예전 같지 않고, 신흥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보급형 제품인 아이폰SE의 성공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애플 전문 분석가인 밍치궈 KGI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상위 5개의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 가운데 애플만 출하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애플의 부진은 글로벌 스마트폰 업계에 ‘탈스마트폰’ 전략에 대한 고민을 심화시키고 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승부처는 스마트폰과 같은 하드웨어에서 플랫폼으로 옮겨 오고 있다. 페이스북과 구글 등이 모바일 플랫폼을 앞세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 HTC 등은 가상현실(VR)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애플 역시 자율주행차와 VR, 헬스케어 등에 뛰어들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별로 없다. 그나마 애플뮤직과 애플페이, 앱스토어 등 소프트웨어 서비스 매출이 20% 증가하면서 아이폰에 치우쳤던 수익 다변화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애플의 ‘아이폰 신화’ 13년만에 멈추다

    애플의 ‘아이폰 신화’ 13년만에 멈추다

     애플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절벽에 부딪쳐 13년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애플이 27일(현지시간) 발표한 2016 회계연도 2분기(2015년 12월 27일~2016년 3월 26일) 실적에 따르면 애플의 매출은 505억 6000만달러(58조 11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2.8% 감소했다. 애플의 분기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건 2003년 이후 처음이다.  애플의 ‘마이너스 성장’은 애플 매출의 65%를 차지하는 아이폰의 판매 부진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아이폰의 회계연도 2분기 판매대수는 512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990만대(16.2%) 줄어들었다. 이 역시 2007년 최초의 아이폰이 출시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아이폰6S가 전작 대비 뚜렷한 혁신이 없다는 평가를 받은 가운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마저 얼어붙으면서 아이폰6의 성공을 이어가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애플의 성장 기반이었던 중국 시장마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중화권 매출마저 전년 동기 26% 감소한 게 직격탄이었다. 아이폰 판매량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8% 떨어진 105억 달러(12조 1000억 원), 총마진율은 전년 동기(40.8%)보다 움츠러든 39.4%로 나타났다. 애플의 이번 분기 전망도 어둡다. 애플은 3분기 실적 전망치로 매출 410억~430억 달러, 총마진율 37.5%~38.0%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 분기의 하락세가 이번 분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는 9월로 예정된 아이폰7의 공개 때까지는 뚜렷한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인도 등 신흥국을 겨냥해 내놓은 보급형 제품인 아이폰SE 역시 삼성전자와 중국 업체들의 중저가 제품들과의 가격 경쟁에 직면해 있다.  ‘탈 스마트폰’ 전략을 모색해야 할 애플에게는 당분간 애플페이와 앱스토어, 애플뮤직 등 서비스 부문이 효자 노릇을 할 전망이다. 애플케어, 애플페이 등을 포괄하는 서비스 매출은 지난 분기 59억 9100만달러(6조 8836억원)로 지난해보다 20% 증가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서비스 분야 매출의 강력한 성장이 지속돼 매우 기쁘다. 이는 애플 생태계의 믿을 수 없는 힘과 사용 중인 기기가 10억 대를 넘는 등 우리의 기반이 성장하고 있는 덕택”이라고 자평했다. 애플의 주가는 실적 발표 전인 26일 오후 뉴욕 나스닥 시장에서 전날보다 0.69% 낮은 104.35달러에 마감했으며, 실적 발표 후 시간외 거래에서 6%나 급락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중국 “2030년까지 동북3성 탈바꿈시키겠다”

    중국 “2030년까지 동북3성 탈바꿈시키겠다”

    중국 중앙정부가 경제적으로 낙후된 동북 3성(지도)의 공업기지를 2030년까지 전면 탈바꿈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은 26일 공동으로 발표한 ‘동북지방 등 옛 공업기지 전면진흥에 관한 약간의 의견’(이하 의견)을 통해 이같은 목표치를 제시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중국 지도부는 우선 2020년까지 동북 지역의 중요 영역 및 핵심적 분야 개혁에서 중요한 성과를 도출한 뒤 이를 기초로 10년 뒤인 2030년까지 동북 지역의 전면적인 진흥을 실현키로 했다.  이어 2003년 동북 지역 옛 공업기지 진흥전략 정책 시행 이후 10여년간 상당한 성과가 있었지만 여전히 낮은 시장화 수준, 국유기업의 활력 부족, 불충분한 민간경제 발전, 과학기술과 경제발전의 융합 부족 등 각종 문제점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지도부는 이같은 문제점은 전면적 심화 개혁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지도부는 2020년까지 동북 지역의 산업을 첨단수준으로 개선하고 자주 혁신과 과학기술 연구 강화, 신형 공업화, 정보화, 도시화, 농업 현대화 등을 통해 주민수입 증대와 경제발전, 자원고갈형 사양 산업 구조조정 등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번에 발표된 의견은 공산당 중앙정치국이 지난해 말 심의 확정한 의견을 바탕으로 세부 내용을 추가해 나온 것이다.  당시 중앙정치국은 동북 3성이 날로 변화하는 기술혁신을 따라잡지 못하고 과거 우세를 보인 산업에 매달려있다면서 산업 구조조정을 핵심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랴오닝(遼寧)과 지린(吉林), 헤이룽장(黑龍江)성 등 통칭 ‘동북3성’(東北三省)은 신중국 수립 이후 석탄, 석유, 철 등 지하자원이 풍부해 1980년대까지 ‘중국의 공장’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자원이 고갈되면서 산업구조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단지)로 전락했다. 현재 중국 내 경제성장률 순위에서 최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고 접경인 북한도 고립주의 경제 노선을 고집하고 있어 성장 모멘텀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동북3성에는 조선족이 약 200만명 정도가 살고 있다.  실제로 랴오닝성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보다 1.3% 감소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지역이 됐다고 중국경영보(經營報)가 보도했다. 지난해 1분기에도 랴오닝성의 GDP 증가율은 1.9%에 그쳐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의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6.2%와 5.1%를 기록해 지난해 성장률보다는 0.3∼0.4% 높아졌으나 전국 차원의 GDP 증가율(6.7%)보다 못 미쳐 하위권에 머물렀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수애 주연작 ‘국가대표2’ 예고편

    수애 주연작 ‘국가대표2’ 예고편

    영화 ‘국가대표2’가 올여름 개봉을 확정 짓고 첫 번째 예고편을 공개했다. ‘국가대표2’는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급조된 한국 최초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가슴 뛰는 도전을 그린 감동드라마다. 2009년 스키점프를 다룬 ‘국가대표’의 속편이다. 이번에 공개된 예고편은 840만 흥행 신화를 기록한 ‘국가대표’의 메인 테마곡 ‘아이 캔 플라이(I Can Fly)’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1편의 스키 점프에서 2편의 아이스하키 경기 장면으로 빠르게 전환된 영상은 보는 이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특히, 아이스하키 선수로 변신한 배우 수애, 오연서, 하재숙, 김예원, 진지희와 감독으로 분한 오달수를 볼 수 있다. 대한민국 최초이자 유일한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창단 과정을 모티브로 한 ‘국가대표2’는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 ‘마이 뉴 파트너’의 김종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사진 영상=메가박스 플러스엠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희귀 멸종위기 표범 ‘설표’ 짝짓기 모습 첫 포착

    희귀 멸종위기 표범 ‘설표’ 짝짓기 모습 첫 포착

    야생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대형 고양잇과 동물인 ‘설표’의 짝짓기 모습이 사상 처음으로 촬영됐다.지난 2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북서부 칭하이(靑海)성 고원지대에서 한쌍의 설표가 짝짓기 하는 모습이 적외선 카메라에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눈표범이라고도 불리는 설표(雪豹·snow leopard)는 전체적으로 표범을 닮았으나 몸이 작고 꼬리가 길며 굵다. 또한 히말라야 등 고산지대에 살아 설표의 모습을 촬영한 것 자체가 뉴스가 되고도 한다. 특히 세계자연보호기금(WWF)에 따르면 설표는 전세계적으로 약 5000마리, 이중 중국에만 2000마리 정도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돼 대표적인 멸종위기 종에 속한다. 이번 설표 촬영물은 지난해 연말 산수이 보호센터(SCC)가 서식지역에 설치한 무인 카메라에 잡혔으며 짝짓기 모습은 지난 1월 29일 포착됐다. SCC 측은 "이달 초 수거한 카메라에 총 13마리의 설표가 126장 사진에 담겼다"면서 "최근 들어 설표가 자주 목격되는 것은 당국과 관련 단체의 환경보호 덕"이라고 밝혔다. 한편 설표는 값비싸게 거래되는 모피를 노리는 인간들의 사냥과 먹이 감소로 최소 20%정도로 개체수가 줄어들어 멸종위기에 놓여있으며 중국은 1급보호동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토지는 국가, 건물은 개인… 中 ‘토지 사용권 만료’ 대혼란 예고

    토지는 국가, 건물은 개인… 中 ‘토지 사용권 만료’ 대혼란 예고

    중국에서 부동산 소유권을 놓고 국가와 개인이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개혁·개방 초기 급하게 마련한 개인의 토지 사용권 기한이 다가오면서 추가 토지 사용료(양도금)를 얼마나 내야 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 접어든 것이다. 중국 정부는 1990년대 초 국가 소유였던 주택 등 부동산에 사유재산 개념을 도입하면서 개인이 자유롭게 부동산을 개발하거나 사고팔 수 있게 했다. 다만 건축물에 대해서는 개인의 소유권을 인정하면서도 토지는 국가 소유를 유지했다. 따라서 개인들은 국가에 토지 사용료를 내고 주택을 구입해야 했다. 중국의 집값이 ‘건물 가치+토지 사용권 가치’로 산정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당시 중국 국무원은 개인의 토지 사용권 ‘최장’ 기간을 거주용지 70년, 공업용지 50년 등으로 제한했다. 그런데 개혁·개방을 선도한 일부 도시는 토지 사용 기한을 20년, 30년, 40년씩 잘게 쪼갰다. 사용 기한이 줄면 사용료가 적어 주민이 쉽게 집을 살 수 있고, 매매가 활발해야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기 때문이었다. 국무원이 정한 최장 기한만 넘기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느새 20년이 훌쩍 지나가면서 일부 도시에서는 토지 사용 기한이 만료된 주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국무원도 지방정부도 토지 사용을 연장할 때 양도금을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더 걷을지 정해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행 물권법은 “기한이 만료되면 자동 연장된다”고만 규정했을 뿐 시행 세칙이 없다. 최근 이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진 지역은 저장성 원저우다. 원저우시에서 집을 사려던 왕모씨는 토지 사용 만기가 3월 4일에 끝나는 것을 알고 구청에 사용료 연장 비용을 문의했다. 해당 공무원은 30만 위안(약 5281만원)을 내야 한다고 답했다. 매매가 65만 8000위안의 45%를 추가로 내야 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원저우시는 “정확한 금액은 결정되지 않았다”며 발을 뺐다. 원저우에만 이런 경우가 600여 가구에 이른다. 선전, 칭다오, 충칭 등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신화통신은 이례적으로 지난 20일 “빨리 물권법을 개정해 혼란을 수습하라”고 당과 정부에 촉구했다. 국토자원부는 급히 조사연구팀을 현지에 파견했다. 국무원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전국 통일안을 마련하기까지는 수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20년 전의 저렴한 사용료를 기준으로 추가 사용료를 부과하면 70년 계약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지금 실거래가로 부과했다가는 ‘토지 사용료 폭탄’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는 것은 물론 주택 소유자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수도 있다. 주택은 온 국민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다. 20년이 지난 지금 양도금 차이를 계산하기도 쉽지 않고, 현재 소유자가 그 부담을 모두 안도록 하는 것도 불공평하다. 추가 비용 없이 자동 연장해 주면 불평등 문제와 정부 재산권 침해가 발생한다. 아직은 먼 얘기지만 50년 뒤 ‘최장 70년’ 기한이 다가와 전국의 모든 주택 소유주들이 정부와 토지 사용권 협상을 할 때는 상상할 수 없는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토지 양도금을 폐지하고 부동산 보유세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토지의 사유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발상이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이광식의 천문학+] 광대한 우주 실감하기, ‘상상의 우주선’ 타고서

    [이광식의 천문학+] 광대한 우주 실감하기, ‘상상의 우주선’ 타고서

    '태초에 하나님 말씀'은 바로 '수소'였다! 17세기의 독일 철학자 라이프니츠는 "세상에는 왜 아무것도 없지 않고 무엇인가가 있는가?"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던졌다.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나 5000년 넘게 문명을 일구어왔지만, 그때까지 이에 대한 답은 누구도 알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현대를 사는 우리는 과학에 힘입어 그 답을 알아냈다. 지금으로부터 138억 년 전에 '원시의 알'이 대폭발을 일으킨 빅뱅에서 우주가 탄생했고, 그 빅뱅 공간을 가득 채웠던 태초의 물질은 수소였으며, 이 수소로부터 세상 만물은 비롯되었다는 것이 그 답이다. 알다시피 수소는 양성자 하나와 전자 하나로 이루어진 가장 단순한 원자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성서에 나오는 "태초에 하나님이 '말씀(logos)'으로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성구의 그 '말씀'이 바로 수소였다고 주장한다. 수소가 중력으로 뭉쳐져 별을 만들고 은하를 만들어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삼라만상은 이 수소란 물질의 소동에 지나지 않으며, 우주의 역사 역시 수소라는 물질의 진화의 역사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물론 인간인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므로 우주를 아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을 아는 것이고, 우리 자신을 찾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우리가 별과 다른 천체들을 보면서 아련히 그리움과 신비를 느끼는 것은 우리 몸속의 DNA에 그러한 기억이 깊이 박혀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 천문학자들도 있다. 어쨌든 우리 인류는 지구 밤하늘 아득한 곳에서 빛나는 그런 별과 은하들을 관측하면서 우주의 기원을 생각하고 우주론을 만들면서 여기에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별과 은하들이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먼 거리에 있다. 대체 우리에게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일까? 한마디로 어마어마하게 멀리 떨어져 있다. 우리가 가진 모든 상상력을 동원해도 실감하기 어려울 정도다. 흔히 천무학은 상상의 과학이라고 한다. 상상력이 없었더라면 지동설이든 빅뱅 이론이든 어떤 천문학적 이론도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뉴타인은 상상력은 지식보다 위대하다고 말했다. 우주 거리 실감하기​ '사고실험' 과학에는 '사고실험'이란 게 있다. 현실에서는 하기 힘든 실험을 상상력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이 사고실험에 가장 능한 과학자가 바로 아인슈타이이었다. 그의 상대성 이론은 모두 그의 사고실험에서 나온 것들이다. 우리도 아인슈타인을 본받아 사고실험으로 우주의 거리를 실감해보도록 하자. 먼저, 가장 가까운 천체인 달까지의 거리는 약 38만km다. 지구의 지름이 약 1만 3000km이니까, 지구를 30개쯤 늘어놓는다면 얼추 달까지 이어지는 셈이다. 상상이 되는가? 빛으로는 1초 남짓 걸리지만, 시속 100km의 차를 타고 달린다면 158일, 다섯 달 남짓 걸린다. 그 다음 가까운 천체인 태양까지의 거리는 약 1억 5000만km다. 이건 꽤 멀다. 빛으로는 8분이면 주파하지만, 시속 100km의 차로 달리면 무려 170년이 더 걸린다. 그 먼 거리에서 내뿜는 별빛이 이리도 뜨겁다니 참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이것이 태양 표면온도 6000도의 위력이다. 태양이 만약 10%만 지구 가까이에 위치했다면 지구상에는 어떤 생명체도 살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부디 태양이 그 자리를 지켜주기를 기도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훌쩍 건너뛰어 태양계 끝자락에 있는 명왕성 께로 가보자. 여기에는 맞춤한 자료가 하나 있다. 바로 NASA 탐사선 보이저 1호가 1990년 2월 14일 지구로부터 61억km 떨어진 우주공간에서 찍은 지구 사진이다. 이 아이디어를 낸 칼 세이건이 '창백한 푸른 점(The Pale Blue Dot)'이라고 이름한 사진이다. 사진을 보면 황도대의 희미한 빛줄기 위에 떠 있는 한 점 티끌이 바로 지구다. 아침 햇살 속에 떠도는 창 앞의 먼지 한 점과 다를 게 없이 보인다. 그 티끌 표면적 위에 70억 인류와 수백만 종의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의 거리만 나가도 지구는 거의 존재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지금 40년째 비행을 계속하고 있는 보이저 1호는 2년 전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 공간으로 진입했다. 그야말로 태양과 다른 별 사이의 우주공간을 날고 있다는 얘기다. 인간의 모든 신화와 문명에서 절대적 중심이었던 태양, 그 영향권으로부터 최초로 벗어난 722kg짜리 인간의 피조물이 지금 호수와도 같이 고요한 성간공간을 주행하고 있다. 총알 속도의 17배인 초속 17km의 속도로 날아가고 있는 보이저 1호는 인간이 만든 물건으로는 가장 우주 멀리 날아가는 기록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거리로는 지구에서 약 210억 km. 이제 고성능 카메라로 지구를 찍어봐도 티끌 한 점 나타나지 않는 거리다. 이 거리는 초속 30만km인 빛이 달리더라도 20시간이 걸리며, 지구-태양 간 거리의 140배(140AU)가 넘는다. 자, 그럼 시속 100km인 차로 달린다면 얼마나 걸릴까? 놀라지 마시라. 무려 2만 4000년이 걸리는 거리다. 하지만 이처럼 광대한 태양계도 은하 규모에 갖다대면, 조그만 물 웅덩이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 가까운 별까지 가려면 6만 년​ 걸린다 은하까지 가기 이전에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센타우리 프록시마란 별부터 방문해보도록 하자. 거리가 4.2광년이다. 가장 가까운 이웃 별인 이 별까지 빛이 마실갔다 온다면 8년이 넘게 걸린다. 그 빠른 빛도 우주 크기에 비한다면 달팽이 걸음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가장 빠른 로켓을 타고 간다면 얼마나 걸릴까. 현재 인류가 끌어낼 수 있는 최대 속도는 초속 23km다. 이는 2015년 명왕성을 근접비행한 NASA 탐험선 뉴호라이즌스가 목성의 중력보조를 받아 만들어낸 속도로 지구 탈출속도의 2배가 넘는다. 대략 총알보다 23배가 빠르다고 생각하면 된다. 뉴호라이즌스에 올라타 프록시마 별까지 신나게 달려보기로 하자. 얼마나 달려야 할까? 1광년이 약 10조km니까, 4.2광년은 약 42조km다. 이 거리를 뉴호라이즌스가 밤낮없이 달린다 해도 무려 6만 년을 달려야 한다. 왕복이면 12만 년이다. 가장 가까운 별까지 가는 데도 이렇게 걸린다는 얘기다. 이것이 바로 인류가 외계행성으로 진출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우리는 이처럼 우주 속에서 엄청난 공간이란 장벽으로 차단되어 있는 것이다. 남은 과제가 하나 더 있다. 뉴호라이즌스를 타고 우리 은하 끝에서 끝까지 한번 가보는 거다. 우리 은하는 지름이 약 10만 광년이다. 자, 얼마나 걸릴까? 프록시마까지 간 자료가 있으니까 비례계산을 하면 답은 금방 나온다. 14억 년! 우주 역사의 약 10분의 1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이는 인류에게 거의 영겁이라 할 만하다. 이런 은하가 우주공간에 약 2000억 개가 있고, 은하간 공간의 평균거리는 수백만 광년이다. 그리고 우주의 크기는 약 940억 광년이라는 계산서가 나와 있다. 940억 광년이란 인간의 모든 상상력을 동원해도 실감하기 어려운 크기다. 빛의 속도로 지금도 팽창하고 있는 우주는 앞으로도 얼마나 더 커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처럼 우주는 광대하다. 터무니없이 광대하다. 광대무변한 우주의 거리, 조금 실감이 됐을까? 여전히 안됐을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천문학자는 이런 푸념을 하기도 했다. "신이 만약 인간만을 위해 우주를 창조했다면 엄청난 공간을 낭비한 것이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나? 중국 부자야~ ‘로봇 여비서’ 8명 거느리는 졸부~

    나? 중국 부자야~ ‘로봇 여비서’ 8명 거느리는 졸부~

    최근 한 중국 남성이 로봇 여비서 8명을 거느리고 쇼핑에 나선 장면이 큰 화제다. 지난 14일 오후 한 중년남성이 광저우(广州)의 한 쇼핑몰 귀금속 코너에서 금을 대량 사들이고 있다. 특이한 것은 이 남성 뒤로 8명의 로봇 여비서가 대열을 갖추어 시중을 들다는 점이다. 로봇들은 각기 물, 외투, 수건 등의 용품을 손에 들고 주인 곁에서 조용히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남성이 쇼핑을 마치고 자리를 뜨자, 로봇들도 곧바로 주인의 뒤를 바짝 따라 걷는다. 이 같은 ‘로봇 밀착 서비스’를 받고 있는 중국부자의 쇼핑 나들이 장면에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네티즌들은 SNS에 “부자, 정말 잘 논다”, “나한테 로봇비서 10개만 준다면 육아에서 벗어날 수 있을텐데”, “정말 눈부신 과학시대가 도래했구나” 는 등의 반응이다. 그러나 “돈이 있으면 이렇게 제 멋대로야(有钱就是这么任性)!” 라는 등의 반응이 가장 큰 지지를 받았다. 사진=신화망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 軍 작전지휘권 움켜쥔 시진핑, 마오쩌둥 ‘절대권력’ 넘어서나

    軍 작전지휘권 움켜쥔 시진핑, 마오쩌둥 ‘절대권력’ 넘어서나

    軍 장악력, 마오 주석에 버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작전지휘 총사령관’(軍委聯指總指揮)에 취임했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국가주석, 중앙군사위 주석에 이어 군사작전을 실행하는 합동참모본부의 총사령관까지 직접 맡게 된 것이다. 이는 군 통수권자인 시 주석이 군 통합작전도 직접 지휘하겠다는 뜻으로, 그의 군 장악력이 마오쩌둥(毛澤東)에 버금갈 정도로 강력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21일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언론들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오전 베이징 모처에 신설된 ‘중앙군사위 연합작전지휘센터’를 시찰했다. 연합작전지휘센터는 시 주석의 지시로 최근 국방 개혁을 통해 미국의 합동참모본부를 본떠 만든 조직으로, 육해공군과 전국 5대 전략군구의 훈련 및 전투를 총지휘하는 곳이다. 언론들은 이날 시 주석의 이름 앞에 기존 3대 주요 직책 외에 ‘연합작전지휘 총사령관’이라는 새로운 직책을 붙여 보도했다. 시 주석은 ‘총사령관 좌석’에 앉아 연합작전지휘센터 운영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시 주석은 “당이 제시한 ‘강군 목표’에 따라 새로운 군사전략방침을 관철하고, 지휘작전 핵심 기능을 연구하는 데 집중해 중국몽(中國夢)·강군몽(强軍夢)을 함께 실현하라”고 지시했다. 또 “능히 싸울 수 있고, (싸우면) 이기는 것을 근본 목표로 삼아 연합작전지휘를 방해하는 모순과 문제들을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을 단호하게 수호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이날 시 주석이 군복과 군화 차림으로 군 수뇌부를 대동한 채 연합작전지휘센터를 시찰하는 모습을 약 5분간 방영했다. 그러나 이 새로운 군 기구의 구체적인 위치나 외부 전경 등은 자세히 공개하지 않았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최근 지진 72배 진동도 견뎌” 3대 원전 안전 장담하는 日

    “최근 지진 72배 진동도 견뎌” 3대 원전 안전 장담하는 日

     ‘센다이·겐카이·이카타 원전….’ 일본 서남지역 3대 원전이 구마모토 현을 강타한 연쇄 지진 탓에 안전성을 의심받고 있다. 5년 전인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참사의 재발 위험은 없느냐는 의구심과 문제가 제기된다. 구마모토에서 가까운 겐카이 원전의 경우 한반도와 200㎞도 떨어져 있지 않아 우리가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만은 없다.  구마모토 현을 강타한 강진에 이은 여진들이 22일 현재 700여 차례에 넘는 크고 작은 연쇄 지진으로 지층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주변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신화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일본에서 유일하게 가동 중인 센다이원전은 진앙지에서 불과 120㎞ 떨어진 곳에 있어 불안의 초점이 됐다. 같은 거리에 겐카이 원전(사카 현), 140㎞ 거리의 이카타 원전(에히메 현) 등도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번 지진은 활단층대의 충돌과 이동 등이 주원인으로 분석되면서 단층대가 얽혀 있는 이들 3대 원전의 불안정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이런 불안은 사회적 이슈를 넘어 정치 쟁점으로 비화되고 있다. “원전가동 중지”를 요구하는 시위가 커지고 있고, 20일에는 제1야당 민진당의 오카다 가쓰야 대표 등은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나 센다이 원전의 대피 계획 등 비상 대책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검토를 요청했다.  가동에 들어간 센다이 원전은 지난 14일 첫 강진이 발생한 히나구 단층대의 끝자락에서 직선으로 30㎞ 거리에 있어 단층대의 충격으로 지반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지적들이 나왔다. 이를 반영하듯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센다이원전 가동을 정지해 달라”는 청원만도 지진발생 뒤에만 340여건이나 쏟아졌다. 원전 인근주민 120명은 19일 변호인단을 통해 규제위 등에 가동중지 신청서까지 제출했다.  그렇지만 규제위의 다나카 슌이치 위원장은 “지금 단계에서 안전은 문제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규제위는 지난 14일 규모 6.5, 16일 규모 7.3의 강진이 강타하자 긴급회의를 열고 규슈·시코쿠 등 주변 지방 원전에 대한 지진의 영향에 대해 논의한 뒤 내린 결론이었다.  규제위는 “원전이 620갈(Gal·중력가속도의 단위)의 진동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16일 당시 지진 영향은 8.6걸이 최고였다”며 안전성을 자신했다. 또 “원전 긴급 정지의 기준값인 160걸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당시 지진은 원전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서 가동을 강행 중이다.  규제위는 2011년 후쿠시마원전 참사 이후 운행을 중단한 시코쿠 전력의 이카타 원전과 규슈 전력의 겐카이 원전, 그리고 주고쿠 전력의 시마네 원전 등에 대해서도 “이들 원전이 보관 중인 핵연료도 충분히 냉각된 상태로 안전 문제는 전혀 없다”고 과시했다.  규제위 측은 “단층과의 거리와 단층 굵기 등을 반영해서 내진설계를 더 강화했다”며 최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단층 움직임의 영향을 일축했다. 또 “지진에 의해 원자로와 방사능물질을 가두는 격냡용기가 깨지지는 않게 설계돼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단층의 움직임과 충격에 대한 연구가 충분하고 절대성을 갖느냐는 의문은 줄지 않고 있다. “원전에 대한 최근 지진의 영향은 미미하다. 그러나 원전 근처에서 더 센 강진이 발생한다면 그 영향은 별개 문제”라는 내용을 일본주재 한 외국대사관이 최근 본국에 보낸 전문은 이런 가변적인 여러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구마모토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K리그와 병행 ‘진땀’ 포항·수원 반전 카드는

    K리그 클래식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는 포항과 수원이 분위기를 다잡을 수 있을까. 최진철 감독이 이끄는 포항은 19일 포항스틸야드로 디펜딩 챔피언 광저우 헝다(중국)를 불러들여 챔스리그 조별리그 H조 5차전을 벌인다. 서정원 감독이 지휘하는 수원은 일본 스이타 스타디움을 찾아 감바 오사카(일본)와 맞붙는다. 두 팀 모두 조 3위에 그쳐 조 2위까지 주어지는 16강 티켓을 따내려면 반드시 승점 3을 쌓아야 한다. 대회와 K리그 클래식 여섯 경기에서 2무4패로 부진했던 포항은 ‘죽음의 조’로 통하는 H조에서 1승1무2패(승점 4)로 시드니FC(호주 승점 9), 우라와 레즈(일본 승점 7)에 뒤처져 있다. 최하위 광저우(승점 2)는 탈락이 유력하지만 히카르두 굴라르, 파울리뉴, 잭슨 마르티네스 등이 건재하고 광저우 팬 2000여명이 광적인 원정 응원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부담스럽기만 하다. 공수의 핵심인 손준호와 신화용이 부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는 포항은 조직력으로 광저우를 넘겠다는 각오다. 최근 네 경기 연속 무승부에 그치며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는 수원(승점 3) 역시 꼴찌 감바 오사카(승점 2)를 잡아 반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전북을 꺾고 4강에 오른 감바 오사카의 저력이 만만찮고 홈 경기인 만큼 승점 3을 따겠다고 달려들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수원은 염기훈과 권창훈의 공격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원톱의 부재가 고민이다. 20일 F조 1위 서울은 홈으로 부리람(태국)을 불러들이고 H조 2위 전북은 FC도쿄(일본)와 원정 5차전에 나선다. 전북이 빈즈엉(베트남) 원정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날지가 관건이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시진핑, 일본 천황에 위로 조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진 피해를 당한 일본의 천황에게 위로 전문을 보냈다.  18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밤 아키히토 일본 천황 앞으로 전문을 보내 “구마모토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일본이 큰 피해를 본 것에 대해 중국 정부와 인민을 대표해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또 “일본이 하루빨리 국난을 극복하길 바란다”면서 “유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표하며, 부상자들의 쾌유를 빈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이 일본 천황에게 전문을 보낸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양국은 역사 문제를 놓고 심각하게 대립해 왔다. 이에 따라 이번 시 주석의 전문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급진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 수석의 전문은 대만의 발 빠른 대응에 자극받은 측면도 있다. 대만은 일본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즉각 구호 성금을 모금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고, 일본은 이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자연환경이 가른 전혀 다른 두 인류

    자연환경이 가른 전혀 다른 두 인류

    거대한 단절/피터 왓슨 지음/조재희 옮김/글항아리/828쪽/3만 8000원 인류 문명은 신세계와 구세계에서 어떻게 달라졌을까. 우리는 지구를 북반구나 남반구 등 지리적으로 구분하지 않고 동양과 서양이라는 문명적 구분을 하는 데 익숙하다. 기원전 1만 5000년 전 초기 인류가 빙하기로 얼어붙은 베링육교를 통해 아메리카 대륙을 밟은 이래 기원후 1492년 콜럼버스가 산살바도르 섬에 상륙할 때까지 인류 문명의 두 축인 신세계와 구세계는 약 1만 6500년 동안 ‘거대한 단절’을 경험한다. 저자는 1만 6500년간의 단절이 인류사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고고학, 인류학, 지질학, 기상학, 신화학 등 거의 모든 학문을 망라하며 탐구한다. 저자가 구분하는 두 세계는 크게 다르지 않다. 두 세계의 사람들은 유전자(DNA) 분석 결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사용 언어도 흡사했고 동일한 유형의 치아 구조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아메리카는 유럽보다 미개했을까’라는 간단한 질문에 저자는 두 세계 간 차이의 원인과 결과에 대해 세세하게 응답한다. 그러면 무엇이 신세계와 구세계의 단절을 부른 것일까. 여기에 이 책이 문명사를 설명하는 ‘고갱이’가 있다. 자연환경의 차이다. 구세계는 몬순이 약화되면서 초기 인류가 집단을 형성하고 관개 기술을 개발해 도시국가를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인류는 비로소 한 곳에 정주하는 농경사회를 이룬다. 가축을 사육하면서 성교와 출산의 신비를 이해하게 되고, 초기 인류는 황소 숭배와 같은 초기 신앙에서 벗어난다. 사회적으로는 모권에서 부권으로 성 권력이 이동했고, 종교적 차원에서는 향정신성 물질보다 ‘알코올’에 더 의존한다. 구세계가 저자에게 ‘양치기의 세계’로 호명되는 이유다. 반면 신세계는 풍요로운 환경 덕분에 수렵·채집의 삶을 탈피하지 못한다. 대신 구세계보다 열 배 이상 많은 향정신성 물질의 존재로 샤머니즘, 즉 주술사들의 잉여적 활동이 크게 발달하면서 ‘희생 제의’와 같은 조직적인 자연 숭배(신세계의 신앙)가 유지된다. 구세계는 농경 사회로 인한 잉여 생산물을 교류하기 위해 문자를 발전시켰고, 기록 문화가 발달해 도서관과 학교 등 법과 정치 체제가 수립되면서 ‘자연의 신화성’이 제거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신세계는 거친 자연에 적응하기 위해 천문학이 발달하고, 정교한 달력 체계와 함께 강력한 집단적인 계급 구조가 자리잡았다. 환각제의 힘을 빌려 생생해진 종교적 체험은 ‘자연의 신성성’에 더욱 기대게 만들었다. 어느 세계의 문명이 더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논쟁이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콜럼버스의 신세계 발견이야말로 단절된 인류 역사를 다시 잇는 ‘문명사적 바느질’이 됐다는 점에서 위대한 발견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경계용 ‘이지스’·휴대용 ‘스카봇’ 한국 군사로봇 기술 선진국 수준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경계용 ‘이지스’·휴대용 ‘스카봇’ 한국 군사로봇 기술 선진국 수준

    전 세계가 그야말로 테러와의 전쟁을 펼치고 있다. 프랑스의 심장 파리에서 벌어진 폭탄테러 이후 프랑스와 미국은 “중단이나 휴전은 결코 없다”면서 이슬람국가(IS)의 주요 거점을 공습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 어느 편에서는 전쟁이 계속되고 수많은 민간인과 군인이 죽어 간다. 값으로 따질 수 없는 피해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필요악’이라고 여긴 인류가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로봇이다. 전쟁터에 나간 군사 로봇은 군인 대신 총을 쏘고, 정찰에 나선다. 갈수록 정교해지는 군사로봇, 어디까지 진화했을까. ●그리스 신화에도 등장… 2차대전부터 투입 로봇의 정의와 역사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익숙한 탓이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에게 익숙한 로봇(Robot)이라는 용어가 처음 인류와 만난 것은 1920년의 일이다. 체코의 작가 카렐 차페크(1890~1938)는 당시 발표한 희곡에서 ‘강제된 노동’이란 의미를 가진 체코어 ‘로보타’(Robota)를 본떠 ‘로봇’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냈다. 용어의 역사는 불과 100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그보다 훨씬 앞선 시기에 이미 ‘로봇’이 존재했다. 바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청동거인 ‘탈로스’가 그것이다. 탈로스는 대장장이의 신(神)인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것으로, 크레타 섬을 순찰하며 무단으로 섬에 상륙하려는 사람과 배를 엄청난 힘으로 막아 냈다. 어쩌면 인류 기록의 역사상 최초의 로봇일지도 모르는 탈로스는 현재 미군이 개발 중인 차세대 군사 로봇 ‘탈로스’(TALOS) 명칭의 시초가 됐다. 전투용 군사 로봇이 실제 전장에 투입된 대표 사례는 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자폭전차인 ‘골리앗’ 등이 원격 조종 형태로 운용됐으며 보스니아 내전(1997~1999년)과 코소보 전쟁에도 지뢰를 탐지하고 제거하는 무인로봇이 투입된 바 있다. 최근에는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만든 4족 견마로봇 ‘빅독’이 ‘핫’한 군사로봇으로 떠올랐다. 커다란 휠로 움직이는 팩봇과 달리 다리를 이용해 보행하며, 150㎏의 짐을 짊어지고도 산을 오르내리는 등 군용 물자 수송에 탁월한 능력을 자랑한다. ●한국 ‘경계 로봇’ 이라크 파병·DMZ 배치 2000년대에 들어 군사 로봇이 승리 전적을 쌓는 공신으로 자리잡으면서 한국 역시 전투용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2005년에는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한 이지스 로봇을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 부대에 실전 배치했다. 경계용 로봇인 이지스 로봇은 주야간 목표 식별과 추적 및 K2 소총을 이용한 사격도 가능하다. 2007년에는 지능형 감시경계 로봇이 비무장지대에 배치됐고, 2010년에는 한국의 퍼스펙이 개발한 휴대용 다목적 군사 로봇 ‘스카봇’이 선보였다. 최근에는 드론이나 무인수색차량 등의 장비 개발에도 예산이 쏟아지면서 기술 수준도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2013년 국방기술품질원이 발표한 국방과학기술조사서에 따르면 한국의 군사용 지상로봇 기술 수준은 선진권에 속한다.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미국이 1위(100점)에 올랐고, 뒤를 이어 이스라엘과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이 최선진권(100~91점) 및 선진권(90~81점) 유지를 위해 애쓰고 있으며 한국은 81점으로 일본 다음을 차지했다. 군사로봇 기술 발전을 위해 로봇이 전투를 벌이는 ‘초대형 전쟁터’인 국방로봇센터도 국내에 처음 마련될 예정이다. 2년 내에 모습을 드러낼 이곳은 군인들이 부대에서 훈련을 받듯 로봇 역시 실전을 방불케 하는 강도 높은 테스트를 받는 장으로서 370만㎡(약 112만평) 규모의 부지에 국방로봇연구센터 및 26종의 실험·시험장비가 들어선다. ●‘킬러 로봇’ 통제·윤리 문제 고민해야 이처럼 군사 로봇이 정교해질수록 인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윤리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최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처럼 결국 군사 로봇은 전선에서의 승리를 위해 살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군사 로봇이 원격 무인 조종으로 움직이는데, 그렇다면 사람의 조종을 받아 사람을 죽이는 군사 로봇의 행위 역시 살인으로 간주할 수 있을까. 전쟁터에서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과 로봇이 사람을 죽이는 것 사이에는 어떤 윤리적 차이점이 존재할까. 설사 아군과 적군 모두 로봇 군사를 내보내 병사의 피해를 줄인다 한들 조종당하는 로봇끼리의 전쟁을 지금과 같은 전쟁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 윤리적 논란을 피하기란 어렵다. 더 나아가 원격 무인 조종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탑재한 군사 로봇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곧 군사 로봇에는 스스로 적을 판단하고 공격할 줄 아는 능력이 탑재될 것이다. 전쟁이라는 참혹한 싸움터에서 ‘자유롭게’ 행동하는 로봇에게 판단 실수나 전시 규칙 위반 등의 책임을 묻기란 쉽지 않다. 영화 ‘아이언맨’에는 이처럼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등장한다. 이 로봇은 그 어떤 인간보다도 똑똑하고 전투능력도 높지만, 때로는 통제 불능에 다다르기도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아이언맨의 로봇들을 킬러 로봇 또는 살상용 로봇이라 부른다. 인류는 이제 고민해야 한다. 킬러 로봇이 될지도 모르는 군사 로봇을 어디까지 ‘키울’ 것인지,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그리고 과연 전쟁과 살상을 위한 군사 로봇이 진정 필요한 것인지를 말이다. huimin0217@seoul.co.kr
  •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웅녀 만든 쑥·달래, 한민족 봄기운 돋운다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웅녀 만든 쑥·달래, 한민족 봄기운 돋운다

    쑥과 달래가 상큼한 봄 향기를 전한다. 겨우내 언 땅을 뚫고 나온 짙은 향과 알싸한 맛, 탁월한 약성이 따스한 봄기운에 노곤한 몸과 마음을 번쩍 깨운다. 쑥과 달래는 옛 단군신화에 등장할 정도로 한국인과 함께해 온 산나물이다. ●고혈압 저감·피로 회복·염분 배출 등에 탁월 쑥과 달래는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약재다. 쑥은 콜레스테롤과 노폐물을 제거해 고혈압을 낮춰 준다. 또 해독·살균 효과와 함께 면역 기능을 증진시킨다. 간 기능을 개선하고 노화 방지에도 좋다. 달래는 비타민C와 각종 무기질, 칼슘 등이 풍부해 피로회복에 효능이 있다. 특히 칼륨 성분이 많아 짜고 매운 음식을 즐기는 우리의 체내에서 염분을 배출한다. 쑥으로 만든 요리 중에서 도다리쑥국을 빼놓을 수 없다. 광어가 겨울철에 살이 오르고 맛이 달다면, 광어의 사촌 격인 도다리는 쑥이 나오는 봄철에 제격이다. 쌀뜨물에 무를 넣은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도다리를 넣어 익힌 뒤 쑥과 다진 마늘 등을 넣는다. 도다리의 연한 살이 으깨지지 않고 쑥향이 살아 있어야 제맛이기 때문에 조리 순서를 지켜야 한다. 소금 또는 된장으로 간을 낸다. 맑고 시원한 국물을 후루룩 들이켜면 달큰한 도다리 맛과 향긋한 쑥향이 온몸에 퍼지며 불편한 속을 풀어 준다. ●쑥+도다리, 달래+돼지고기 입맛 궁합 잘 맞아 알싸한 맛과 향의 달래는 무침이나 장아찌에 잘 어울린다. 된장찌개에 넣고 끓여도 별미다. 입맛이 없을 때 톡 쏘는 맛이 침샘을 자극한다. 한방에선 뜨거운 성질의 달래를 찬 성질의 돼지고기와 함께 먹으면 맛과 효능을 모두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달래에 간장과 식초, 설탕을 넣고 비빔 간장을 만들어 두면 비빔밥이나 비빔국수를 만들 때 다른 게 필요 없다. 사실 쑥, 달래와 함께 봄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산나물 중에는 냉이도 있다. 냉이의 효능도 만만치 않다. 단백질, 무기질, 철분, 비타민 등이 풍부해 피로를 풀어 준다. 또 간의 해독, 시력 개선, 고혈압, 변비, 소화액 분비 촉진, 지혈 등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맛과 향이 짙은 냉이된장국이 입맛을 돋운다. 과연 쑥과 달래, 냉이 등 봄나물은 약재가 아닐 수 없다. ●‘단군신화’ 환웅족·맥족 결혼 과정 암시도 단군신화에서는 신시(神市)를 다스리는 환웅천왕에게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기를 부탁했다고 한다. 환웅은 곰과 호랑이에게 쑥과 마늘을 건네며 삼칠일(21일) 동안 햇볕을 보지 않고 지내면 뜻을 이룰 것이라고 한다. 곰은 이를 견뎌서 웅녀가 되었고, 호랑이는 참지 못하고 달아났다. 사람이 되려면 고행을 수행하라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여기서 마늘은 우리가 아는 독한 향의 개량 마늘이 아니라 향긋한 달래였다. 달래를 뜻하는 한자어 산(蒜)을 후대에서 마늘로 해석한 것이다. 학계 일부에서는 신화에 등장하는 곰은 중국 북동부 일대에 넓게 퍼져서 반농반목 생활을 하며 곰을 숭상하던 맥족을 뜻하는 것으로 본다. 또 신화의 호랑이는 호랑이를 토템으로 섬기던 예족을 암시한다. 결국 환웅족과 맥족의 결혼 동맹이 고조선의 성립과 한국인의 형질을 완성한다. 그런데 쑥과 달래는 개마고원 이남의 한반도에 자생하던 산나물이다. 건조하고 추운 기후의 북중국 땅에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유목이나 사냥에 의존하던 맥족이나 예족에 비해 안정적인 농경을 통해 앞서 나가던 환웅족이 자신들의 식습관을 전하려 한 것은 아닐까. kkwoon@seoul.co.kr
  • [주요 외신이 전망한 총선 후 한국 정세] 美 “박 대통령 리더십 심판… 조기 레임덕 위기”

    英 “국정 운영 잘못했다는 방증” 中 “안철수 유력 대선 후보 부상” 외국 언론들은 20대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사실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요 외신들은 “박근혜 정부가 경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패했다”면서 “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 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AP는 13일(현지시간) “박 대통령이 이끄는 강력한 보수정당이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며 “여당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던 북한의 위협이 선거에 영향을 주지 못한 예상 밖 결과”라고 전했다. AFP는 “젊은층 실업률과 같은 경제적 이유로 유권자들이 심판한 것”이라며 “정치권력이 대통령에게 고도로 집중된 한국에서 경제 부진과 소통 부족 등 리더십에 대한 심판”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도 “경제 약화가 유권자 표심을 좌우했다”면서 “이번 총선 결과로 박 대통령의 레임덕 도래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나빠지고 있는 한국 경제가 유권자들로 하여금 집권여당에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면서 “제1야당의 선전으로 박 대통령의 경제 규제 철폐와 노동개혁 추진 노력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를 앞두고 내분에 빠진 여당을 차가운 눈으로 지켜봤다”며 “이번 선거 결과는 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 대한 거부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영국 BBC방송은 “여당이 국회 내 다수당이 되지 못한 것은 그간의 국정이 국회 내 교착상태로 인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임기가 20여개월 남은 시점에서 대통령은 국회가 자신의 노동 및 경제개혁을 도와주길 바랐지만 (이번 선거 결과로) 그렇게 할 수 없게 됐다”고 소개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더불어민주당이 서울과 수도권에서 압승해 원내 1당이 됐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번 총선에서 성공해 유력 대선 후보로 부각됐다고 보도했다. 반관영 통신인 중국신문망은 “16년 만에 한국 국회에서 여소야대 지형이 만들어졌다”면서 “박 대통령이 ‘보야’(跛鴨·‘레임덕’의 중국식 표현) 대통령이 될 위험에 처했다”고 전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네스호 바닥서 발견된 ‘네시’ 알고 보니 영화 소품

    네스호 바닥서 발견된 ‘네시’ 알고 보니 영화 소품

    1933년 4월 한 영국인 부부가 자동차를 타고 가다 스코틀랜드 네스호(湖)에서 공룡처럼 크고 검은 물체를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이 부부의 목격담은 당시 언론을 통해 크게 보도됐고, 이후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네시를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바로 수많은 화제와 함께 조작 논란도 끊이지 않았던, 이른바 '네시 신화'의 시작이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 BBC등 현지언론은 탐사팀이 네스호 수심 230m 바닥에 누워있는 네시를 닮은 기괴한 물체를 찾아냈다고 보도했다. 약 9m 크기로 전설 속의 네시를 닮은 이 물체의 정체는 허탈하게도 '영화 소품'이다. 지난 1970년 개봉된 영화 '셜록홈즈의 미공개 파일'(The Private Life of Sherlock Holmes) 촬영에 사용됐던 이 네시 소품은 이후 호수에 버려진 채 지금까지 방치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네스호 탐사는 네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일으키고자 스코틀랜드 관광청이 후원하고, 현지 네시 전문가 단체와 노르웨이 방산업체 콩스버그가 참여해 이루어졌다. 지난 2주 간 탐사팀은 소나 장비가 장착된 수중 탐사정을 호수 속에 넣어 바닥을 샅샅이 훑었다. 그 결과 실제 네시를 닮은 물체가 발견돼 기대를 모았으나 '혹시나가 역시나'로 끝났다. 스코틀랜드 관광청은 "네시를 닮은 모양이었지만 지난 80여 년 간 우리가 찾던 괴물의 흔적은 아니었다"면서도 "아직도 호수 안에는 찾아야 할 것들이 많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네시의 실제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히 확인하지 못한 셈이다. 물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네시는 허구의 존재라고 확언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발견 시점인 1933년 4월 이전에는 한번도 네시가 목격된 바 없다는 점, 세간에 널리 알려진 마치 공룡과도 같은 선명한 네시 사진(사진 아래)이 인형으로 만든 조작임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또한 수많은 과학자와 언론사들이 네시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노력했으나 모두 수포에 그친 바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네시가 반드시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다. 네시가 현지 주민들의 수입을 늘려주는 ‘효자’이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관광청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객 덕분에 매년 네시가 벌어다 주는 수입이 6000만 파운드(약 981억원)에 달한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열린세상] 지구의 날에 다시 환경을 생각한다/김용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열린세상] 지구의 날에 다시 환경을 생각한다/김용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봄은 봄인가 보다. 여기저기서 봄꽃 축제가 한창이다. 서울 여의도에선 벚꽃이, 강화도 고려산에선 진달래가 손짓한다. 굳이 이름난 곳이 아니어도 좋다. 동네 뒷산이나 도심 강변에만 가도, 심지어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봄꽃 향연을 즐길 수 있다. 길가나 산등성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노란 개나리꽃만으로도 봄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봄바람 쐬러 나가기에는 걱정이 앞선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지난 3월만 해도 서울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기록한 날이 7일이었다. 여기에다 ‘나쁨’에 가까운 날까지 합치면 한 달의 절반은 미세먼지의 공포에 마음을 졸여야 했던 셈이다. 일기예보에서 봄꽃 소식을 알리면서 ‘미세먼지 주의’가 꼬리말처럼 붙는 모습에 이제는 매우 익숙해졌다. 미세먼지가 무서운 것은 그 속에 포함된 중금속 등의 유해물질이 우리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발암물질 1군으로 분류했다. 지름이 10㎛보다 작은 미세먼지는 입과 코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 속으로 침투해 들어가 호흡기나 심혈관 질환을 일으킨다. 그래서 눈에 보이지도 않고 서서히 건강을 해치는 이 미세먼지를 침묵의 살인자로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세먼지의 30~50%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절반이 넘는 나머지 미세먼지는 바로 국내에서 발생한다. 그중 수도권이나 도시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손꼽히는 것이 자동차, 특히 디젤엔진에서 나오는 배출가스다. 그동안 디젤엔진 배출가스는 규제 강화와 기술 개발에 힘입어 꾸준히 개선돼 온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가을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친환경적이라 광고했던 소위 클린 디젤의 신화는 무참히 깨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사태에 따른 차량 리콜, 손해배상 소송, 벌금 등으로 폭스바겐이 져야 할 부담이 최대 약 5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60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폭스바겐의 연간 순익 125억 달러의 4배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그러나 우리가 침묵의 살인자인 미세먼지 문제로 겪는 고통은 돈으로 환산하기조차 어렵다. 이번 폭스바겐 사태는 자동차 배출가스가 공기를 더럽히고 그 공기는 우리의 건강을 해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지난 3월 환경부는 미세먼지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친환경차를 늘리고 충전시설을 확대 보급하며, 자동차의 배출가스 인증제도는 내년 하반기부터 실제 도로주행 여건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선한다는 내용이다. 또 시내버스에 한정되던 천연가스 버스를 고속버스와 관광버스에도 보급할 계획이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이처럼 정부의 정책도 뒷받침돼야 하지만 국민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공공재인 환경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나부터 지켜 나가야 한다는 의식이 제고돼야만, 친환경 사회를 향한 진정한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첫걸음은 에너지를 아껴 쓰고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작은 실천부터다. 또 물건을 고를 때는 환경을 개선하고 자원을 절약한 환경마크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구와 장난감, 책상, 침대, 세제, 에어컨 등 생활 속에서 접하는 다양한 제품에서 ‘진짜’ 친환경 제품을 찾을 수 있다. 일주일여 뒤인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1970년 미국에서 시작된 시민 환경운동이 모태가 된 국제적 기념일로, 지금은 전 세계 196개 나라가 참여하고 있다.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샌타바버라 해안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의 충격이 이어져 이듬해 4월 22일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를 중심으로 환경과 관련된 집회나 토론회가 열리면서 지구의 날이 시작됐다. 당시 미국 전역에서 2000만명 이상이 행사에 참가하며 자전거를 타거나 길가 쓰레기를 줍는 등 환경을 깨끗이 하기 위한 실천에 나섰다. 뉴욕 센트럴파크 집회에 참가했던 존 린제이 뉴욕시장은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 변화를 촉구하고자 환경, 생태, 오염과 같은 말들 대신 “살기를 원하는가, 죽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약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지구의 날을 맞이하는 우리에게 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 [4·13 총선] 야권 중진들 살아서 돌아왔다

    [4·13 총선] 야권 중진들 살아서 돌아왔다

    4·13 총선에서 상당수 야권 중진이 생환에 성공했다. 당내 권력 지형에서 밀려나며 당을 갈아타거나 공천에서 배제된 후 탈당하는 등 야권 중진들의 선택은 제각각이었지만 개표 결과 대부분 지역에서 상대 후보를 앞질렀다. ‘정치 1번지’ 종로의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는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를 따돌리고 ‘종로 재선’에 성공했다. 이번 공천 과정에서 더민주의 정세균계 의원들이 줄줄이 컷오프(공천 배제)되며 정 후보의 입지까지 위협받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이번 종로에서의 재선을 바탕으로 당내에서 다시 세력 재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로 주목받았던 오 후보를 낙선시켰다는 점에서 그의 당선은 의미가 더욱 크다.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민주) 탈당 후 4월 재·보궐 선거에서 광주 서을에 당선됐던 국민의당 천정배 후보는 더민주 양향자 후보를 앞질러 사실상 승리를 확정 지었다. 더민주는 ‘천정배 저격’을 위해 삼성전자 상무 출신의 ‘고졸 신화’ 영입 인사인 양 후보를 내세웠고 막판 ‘삼성차 광주 유치’ 공약까지 던졌지만 천 후보를 끌어내리지 못했다. 당초 더민주는 천 후보가 수도권에 출마하거나 불출마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양 후보를 전략공천했지만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이번 당선으로 천 후보는 호남 중진으로서 영향력을 더욱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야권 연대 국면에서 안철수 공동대표의 손을 들어 준 것은 향후 국민의당의 당권 도전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더민주를 나와 국민의당에 합류한 전남 목포의 박지원 후보도 4선 고지를 달성했다. 박 후보는 저축은행 금품 수수 의혹에 휘말렸다가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으로 기사회생한 뒤 이번 총선에서도 생환에 성공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그의 호남 내 상징성이 크다는 점에서 국민의당은 향후 더민주와의 야권 주도권 다툼에서 더욱 힘을 받게 됐다. 그는 “더 큰 정치에 도전해 정권 교체로 보답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공천에서 배제된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해찬 후보는 ‘세종 재선’에 성공했다. 당의 컷오프 방침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탈당한 이 후보는 ‘기호 2번’의 프리미엄 없이 승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지만 세종에서 재선에 성공하며 탄탄한 지역 입지를 자랑했다. 친노(친노무현)계 좌장인 이 후보의 생환이 향후 야권 권력 구도 재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더민주 최고위원인 추미애 후보도 서울 광진을에서 5선에 성공했다. 여성이 지역구에서만 5선을 하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여야를 막론하고 여성 중진이 얼마 안 된다는 점에서 추 후보의 희소가치는 높은 편이다. 그는 이 기세를 모아 총선 후 당권 도전 또는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당초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난항을 겪었지만 결국 혼자 힘으로 경기 고양갑에서 3선 고지를 밟았다. 그는 이번 당선으로 진보 정당 최초의 3선 국회의원이 됐다. 그는 당선 소감을 밝히며 “감격스러우면서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러브콜’을 받은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각 당이 권력 구도 재편에 들어가고 야권의 주도권 싸움이 커질수록 손 전 대표의 ‘등판론’은 계속해서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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