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신화
    2025-08-19
    검색기록 지우기
  • 이별
    2025-08-1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7,122
  • [씨줄날줄] 미필적 고의, 여성혐오증/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미필적 고의, 여성혐오증/황수정 논설위원

    동네 극장에 갈 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것이 화장실이다. 여자 화장실을 복도의 맨 끝에 배치한 까닭이 궁금해서다. 남자 화장실 앞을 거쳐 굳이 외진 자리에 앉힌 특별한 의도가 있었을까. 건물 설계자는 남성일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여성 공간을 최대한 구석진 곳에 마련해 행인들의 시선에서 비켜나게 해 주려는 배려였을까. 설계자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다. 배려였더라도 결론은 ‘난감’이다. 인적 드문 심야시간대라면 복도 끝의 여자 화장실은 공포의 공간이다. 남자 화장실과 나란히 붙어 있기까지 하다면 공포지수는 수직 상승, 최악이다. 미심쩍은 동선이 한눈에 파악되도록 남녀 화장실은 뚝 떼어 놓는 것이 상책이다. 그럴 수 없다면 한 뼘이라도 덜 구석진 곳에 여자 화장실을 두는 것이 차선이다. 이건 ‘건축학 이론’이 아니다. 일상에서 피부로 절감하는 ‘생활의 발견’이다. 서울 강남의 공중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묻지마 범행에 희생됐다. 여성혐오 범죄인지 우발 범행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다. “운 좋아 살아남았다”며 여성들은 자조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성별을 싸잡아 서로 비하하는 입씨름 판이 볼썽사납다. ‘한남충’(한국 남성 벌레)이라는 여성 네티즌들의 공격에 남성들은 “추모 현장에 모인 여성들을 테러하겠다”고 협박한다. 여성혐오증이 심각한 사회병으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빅데이터 자료만 봐도 나쁜 예후가 충분히 감지됐다는 지적이 있다. 한 야당 의원은 지난해 빅데이터 분석 결과 여성 관련 연관어 1위가 폭력·범죄·살인이었다는 분석 자료를 내놨다. ‘여혐’(여성혐오) 언급량은 3년 전보다 무려 21.5배나 급증했다는 것이다. 경찰청의 범죄 보고서도 맥락이 같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묻지마 범죄 가운데 여성 피해 사건은 60%나 됐다. 여성혐오증이 우리나라만의 고민거리는 아니다. 해외에서도 여성을 공격하는 범행에 자주 비상이 걸린다. 재작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은 여성혐오자였다. 당시 미국에서는 ‘모든 여성이 차별을 겪는다’는 항의의 온라인 태그(Yes All Women) 운동이 뜨거웠다. 인류 문화사를 통틀어서도 염녀(厭女)주의는 뿌리 깊다.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 신은 판도라를 지상 최초의 여자로 내려보내면서 굳이 ‘인간에게 즐거운 악(惡)’이라는 꼬리표를 달았으니. 이번 사건에 놀란 서울시가 남녀 공용화장실을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2014년 공중화장실 범죄는 1800여건으로 살인, 성범죄 등 강력 범죄가 74%였다. 여성이 속수무책의 피해자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서울시만 놀랄 일이 아니다. 정부가 나서고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같이 고민할 문제다. 미필적 고의가 별 게 아니다.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추격 스릴러 ‘사냥’ 티저 예고편

    추격 스릴러 ‘사냥’ 티저 예고편

    안성기, 조진웅 주연 추적 스릴러 영화 ‘사냥’의 티저 예고편이 공개됐다. ‘사냥’은 우연히 발견된 금을 독차지하고자 오르지 말아야 할 산에 오른 엽사들과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게 된 사냥꾼 ‘기성’의 목숨을 건 16시간 동안의 추격을 그린 영화다. 이번에 공개된 예고편은 이야기의 주 무대가 되는 비밀을 간직한 산에서 시작된다. 이어 거대한 금맥을 발견하고 기쁨에 들뜬 정체불명의 엽사 무리 앞에, 그 땅이 자기 것이라 주장하는 노파가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또 본인들이 저지른 짓을 감춰야 하는 엽사 무리의 우두머리 동근(조진웅)과 이를 목격한 사냥꾼 기성(안성기)이 맞닥뜨리며 긴장감을 높인다. 들켜서는 안 될 장면을 들킨 엽사들과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기성의 추격전은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끝이 보이지 않는 추격전에 휘말리게 된 ‘기성’ 역을 맡아 파격 연기 변신을 한 안성기와 욕망으로 가득 찬 ‘동근’ 역을 맡아 압도적 카리스마를 선보일 조진웅까지 충무로 대표 배우들의 합류는 작품에 신뢰를 더한다. 영화 ‘최종병기 활’, ‘끝까지 간다’ 제작진이 참여한 ‘사냥’은 안성기, 조진웅을 비롯해 충무로 유망주 한예리와 권율 그리고 스릴러 장르 흥행불패 신화 손현주까지 최고의 연기파 배우들이 함께했다. 연출은 ‘첼로-홍미주 일가 살인사건’(2005년)의 이우철 감독이 맡았다. 미로 같은 산속에서 벌어지는 16시간의 추격 스릴러 ‘사냥’은 오는 6월 개봉 예정이다. 사진 영상=롯데엔터테인먼트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고전으로 여는 아침] 영혼의 사랑과 도착된 사랑

    에로스는 삶의 기쁨이자 그리스 문화의 원동력이었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육체미의 추구와 함께 성적 매력, 그리고 다양한 욕망의 분출은 그리스 특유의 에로스 문화를 만들어 냈다. 그리스 신화와 전설은 신들 사이, 신과 인간 사이의 다양한 사랑 이야기로 점철돼 있다. 플라톤(BC 427~347)의 작품 ‘향연’(symposion)은 에로스에 대한 아테네 최고 지식인들의 대담집이다. 사랑은 잃어버린 자기의 반쪽을 동경하게 되면서 생겨나는 애틋한 감성이라는 아리스토파네스(BC 445?~385)의 이야기도 여기에 실렸다. 에로스에 대한 최고의 담론은 소크라테스(BC 470~399)에게서 나왔다. 그는 에로스를 결여돼 있는 것들에 대한 사랑으로 정의한다. 무언가 결핍을 채우려는 것이 사랑의 본성이라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육체적 욕망의 탐닉보다 자기에게 결여돼 있는 것들을 인식하고 지혜를 사랑할 것을 권고한다. 정신적으로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사랑을 요구한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그리스 세계를 풍미했던 소년애(paiderastia) 관습의 건강한 양태도 모범적으로 보여 준다. ‘향연’의 말미에서 알키비아데스(BC 450~404)는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최고의 꽃미남인 자신의 육체적 구애를 단호히 뿌리쳤음을 폭로했다. 소크라테스는 아름다운 육체로 유혹하는 그를 꾸짖었다. “자네가 나와 흥정을 해서 아름다움을 아름다움과 바꾸려 한다면 자네가 나보다 더 큰 이득을 보겠다는 심산일세. 자네는 가짜 아름다움을 주고 진짜 아름다움을 얻고자 하는데, 이는 ‘청동을 황금과 맞바꾸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소크라테스는 알키비아데스를 육체적 사랑이 아닌 영혼의 사랑으로 이끌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스 소년애는 소년을 강인하고 탁월한 전사로 성장시키기 위한 공동체의 선임과 후임 사이의 교육적 결합의 성격이 더 컸다. 이를테면 멘토와 멘티의 관계였다. 성인 남성 간의 육체적 탐닉이 중심이 되는 현대의 동성애와는 본질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그리스인들은 소크라테스가 지향했듯 청소년들을 육체적 사랑으로 이끄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겼고, 이들을 아름다운 영혼으로 가꾸기 위해 진력했다. 나아가 이를 사회적 책무로까지 인식했다. 오늘날 청소년들을 돈으로 타락시키는 정책들이 남발되고, 청소년을 도착된 사랑으로 이끄는 현실과 뚜렷하게 대조된다.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kipeceo@gmail.com
  • 뮤지컬 주름잡는 ‘왕년의 인기 가요’

    뮤지컬 주름잡는 ‘왕년의 인기 가요’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지난 12일 뮤지컬 ‘친정엄마’가 공연된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죽음을 앞둔 엄마가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를 처연히 불렀다. 꽃다운 지난날을 추억하는 듯, 결혼해 서울에 사는 딸을 생각하는 듯, 노랫가락 마디마디에 애잔함이 묻어났다. 애상적인 선율이 슬픔을 더했다. 객석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고 어떡해”, “딸은 엄마의 저 마음 알까”…. 긴 한숨과 탄식도 섞였다. 슬픔이 북받친 듯 오열하는 이도 있었다. 딸에 대한 한없는 엄마의 사랑을 그린 친정엄마는 배우도 관객도 모두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그리움만 쌓이네’ ‘알고 싶어요’ ‘여자의 일생’ 등 공연 전반에 흐르는 옛 노래들이 감정선을 더욱 자극했다. 최근 친정엄마처럼 사람들에게 익숙한 과거 인기 대중음악을 중심으로 극을 이끌어 가는 ‘주크박스 뮤지컬’이 각광받고 있다. 사회 전반에 불고 있는 추억·향수·복고 마케팅이 뮤지컬 시장에도 자리를 잡아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지 주목된다. 국내 음악을 뼈대로 한 주크박스 뮤지컬 중에서는 오는 7월 22일 개막하는 뮤지컬 ‘페스트’가 기대를 모은다. 서태지 뮤지컬을 표방하는 페스트는 음악 전곡이 서태지 노래로 구성된다. 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서태지 노래를 중심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너에게’ ‘죽음의 늪’ ‘시대유감’ ‘소격동’ 등 초기부터 솔로음반까지 20여곡이 뮤지컬 버전으로 편곡됐다. 제작 기간만 6년여가 걸렸다. 뮤지컬 ‘셜록 홈즈’ 시리즈로 공연계의 주목을 받은 연출가 노우성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서태지 음악에 맞는 최적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카뮈의 사회적 메시지와 서태지의 실험적인 음악이 조합을 이뤄 큰 감동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양음악을 뼈대로 한 뮤지컬도 있다. 다음달 14일까지 공연되는 ‘맘마미아’는 주크박스 뮤지컬의 대명사다. 팝 그룹 아바(ABBA)의 히트곡 22곡을 엮은 작품으로, 1999년 영국 웨스트엔드 초연 이후 현재까지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세계 44개 도시에서 60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공연계 관계자들은 “맘마미아는 주크박스 뮤지컬의 흥행 신화를 기록한 작품이다. 맘마미아 이후 나온 주크박스 뮤지컬들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맘마미아를 능가하지 못했다. 세계 시장에선 맘마미아를 뛰어넘는 게 과제로 여겨질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다음달 17일 무대에 오르는 ‘올슉업’은 로큰롤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의 주옥같은 명곡들로 채워진 작품이다. 엘비스가 데뷔 전 이름 모를 한 마을에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주크박스 뮤지컬의 생명력은 왕년 인기 음악을 그대로 가져와선 유지될 수 없다”며 “옛 음악을 어떻게 가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내용을 억지로 노래에 짜 맞춰서는 안 되고, 다큐멘터리 기법을 사용한 ‘저지 보이스’, 배우의 노래 없이 댄서들의 춤으로만 꾸며지는 ‘무빙 아웃’처럼 새로운 형식의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한강 맨부커상 수상] “딸이지만 질투 나는 감수성·시적 문체”

    [한강 맨부커상 수상] “딸이지만 질투 나는 감수성·시적 문체”

    오빠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딸이지만 같은 소설가로서 질투가 날 정도로 감수성이 예민하고, 문체가 시적이다. 내 세대에선 상상할 수 없는 세계를 갖고 있다. 딸의 문장을 보면서 나도 내 글을 더 아름답게 다듬으려고 애쓴다. ” 소설가 한강의 아버지인 원로 작가 한승원(77)은 17일 서울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딸의 맨부커상 수상에 대해 “기쁘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느냐”면서 “딸이 아침에 전화해 ‘낳아주셔서 고맙다’고 하길래 ‘네가 효녀다. 아버지의 세계를 뛰어넘는 자식이야말로 효녀다’라고 말해줬다”고 뿌듯해했다. 한 작가는 ‘아제아제 바라아제’, ‘포구의 달’ 등을 펴낸 한국 문단의 거장으로, 고향인 남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토속적 세계와 원초적인 생명력을 탁월하게 형상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년 전부터 전남 장흥군 ‘해산토굴’에서 터를 잡고 있다. 한 작가는 ‘딸의 수상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반반이었다. 시인이자 소설가로서 자신만의 고유한 감수성과 문학세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번역만 잘 됐다면 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딸은 영국으로 가기 전 나와 통화할 때 ‘기대하지 마시라’고 했다”면서 웃었다. 수상작인 ‘채식주의자’에 대해선 “인간의 폭력에 저항하는 식물성 나무가 돼보자 하는 그런 세계를 그렸는데 그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신화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내 소설이 전설적인 신화의 세계라면 딸은 현대적인 신화를 창조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강 작가는 아버지뿐 아니라 오빠와 남편도 문인이다. 오빠 한동림은 199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소설가이며, 남편은 김달진문학상과 유심문학상 등을 수상한 홍용희 문학평론가이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프렌즈팝’ 신화 잇는다... 카카오프렌즈와 함께 달리는 ‘프렌즈런’ 출시

    ‘제 2의 프렌즈팝’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프렌즈런’이 17일 정식 출시됐다. ‘프렌즈런’은 카카오프렌즈의 지적재산권(IP)를 활용한 모바일 러닝게임으로, 넥스트플로어와 이노에이지가 공동으로 개발하고 넥스트플로어가 서비스한다.  기대작답게 사전예약 기간 중 역대 최고 기록인 111만명이 참여한 ‘프렌즈런’은 출시에 앞서 지난 15일부터 안정성 점검을 겸한 프리론칭을 실시했다. ‘프렌즈런’은 ‘네오(NEO)’, ‘어피치(APEACH)’, ‘프로도(FRODO)’, ‘튜브(TUBE)’ 등 8종의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해 다양한 스테이지를 질주하는 모바일 러닝게임으로, 총 3종의 캐릭터를 선택해 플레이할 수 있는 ‘파티 시스템’과 플레이 도중 캐릭터를 교체할 수 있는 ‘태그 시스템’ 등 러닝게임에 전략요소를 접목한 플레이가 가장 큰 특징이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한강 아버지’ 소설가 한승원, “아버지 세계 뛰어넘는 자식이야말로 효녀”

    ‘한강 아버지’ 소설가 한승원, “아버지 세계 뛰어넘는 자식이야말로 효녀”

     “딸이지만 같은 소설가로서 질투가 날 정도로 감수성이 예민하고, 문체가 시적이다. 내 세대에선 상상할 수 없는 세계를 갖고 있다. 딸의 문장을 보면서 나도 내 글을 더 아름답게 다듬으려고 애쓴다. ”  소설가 한강의 아버지인 원로 작가 한승원(77)은 17일 서울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딸의 맨부커상 수상에 대해 “기쁘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느냐”면서 “딸이 아침에 전화해 ‘낳아주셔서 고맙다’고 하길래 ‘네가 효녀다. 아버지의 세계를 뛰어넘는 자식이야말로 효녀다’라고 말해줬다”고 뿌듯해했다. 한 작가는 ‘아제아제 바라아제’, ‘포구의 달’ 등을 펴낸 한국 문단의 거장으로, 고향인 남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토속적 세계와 원초적인 생명력을 탁월하게 형상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년 전부터 전남 장흥군 ‘해산토굴’에서 터를 잡고 있다.  한 작가는 ‘딸의 수상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반반이었다. 시인이자 소설가로서 자신만의 고유한 감수성과 문학세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번역만 잘 됐다면 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딸은 영국으로 가기 전 나와 통화할 때 ‘기대하지 마시라’고 했다”면서 웃었다. 수상작인 ‘채식주의자’에 대해선 “인간의 폭력에 저항하는 식물성 나무가 돼보자 하는 그런 세계를 그렸는데 그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신화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내 소설이 신화적이고 전설적인 세계라면 딸은 현대적인 신화를 창조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강 작가는 아버지뿐 아니라 오빠와 남편도 문인이다. 오빠 한동림은 199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소설가이며, 남편은 김달진문학상과 유심문학상 등을 수상한 홍용희 문학평론가이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이주의 책] 서울대 교수들의 ‘낮은 인문학’…제소자를 위한 감동의 강연

    [이주의 책] 서울대 교수들의 ‘낮은 인문학’…제소자를 위한 감동의 강연

    “난 누구고, 인간의 본질은 무엇일까.” 하루하루 정신없이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일은 사치처럼 느껴진다. 인간의 탐구에서 시작되는 인문학은 최근 정보통신기술(ICT)로 가득찬 세상에서 찬밥 신세다. 인문학을 전공한 대졸자들은 이공계 졸업자들에 비해 직장을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삶을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삶을 기획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그 첫걸음이다. 17일 출판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낮은 인문학’(21세기북스)이 출간돼 많은 독자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책은 서울대와 법무부가 기획해 지난해 서울 구로구에 있는 교도소에서 서울대 교수 8명이 제소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문학 강연을 책으로 엮었다. 철학, 종교, 역사, 문학 등 각 분야의 대표 교수들이 각각 다른 내용을 강의했지만 주제는 ‘인간의 삶’으로 일맥상통한다.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의 강연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고대 이집트인이 생각한 삶에 대한 가치관과 종교의 핵심을 통해 다른 사람과 공감할 수 있는 자비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인도 철학에서 말하는 행복과 생각의 관계, 고대 그리스 문학인 ‘일리아스’를 통해 본 삶의 우선 순위, 나치 시절을 기억하려는 독일 사람들의 삶과 노력,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 현대인이 불행한 이유 등도 이 책에 담겨있다. 마지막 강연에서는 신화 속에 담긴 삶과 죽음의 관계를 통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에 대한 우리의 인식 변화를 살펴본다. 출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낮은 인문학을 통해 과거의 자신을 성찰하고 스스로를 변화시킬 용기를 얻었다”면서 “인간의 삶이라는 주제와 연속성으로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부고] 고홍명 빠이롯트만년필 회장 별세

    [부고] 고홍명 빠이롯트만년필 회장 별세

    고홍명 한국빠이롯트만년필 대표이사 회장이 지난 15일 별세했다. 91세. 고 회장은 일본 메이지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54년 필기구 유통업체인 신화사를, 1962년 한국빠이롯트만년필을 세우고 국내 처음으로 국산 만년필을 제조해 판매했다. 이어 고 회장은 한국빠이롯트정밀과 한국빠이롯트화학을 설립했다. 고 회장은 1998년부터는 안양대 명예교수를 지냈다. 그는 석탑산업훈장과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딸 석주·석자씨와 사위 박문규씨, 며느리 이상희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 발인은 18일 오전 7시 30분이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글로벌 시대] 다양성 속의 통합/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글로벌 시대] 다양성 속의 통합/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인도네시아의 국장(國章) 가루다는 힌두교의 비시누 신을 태우고 다니는 신화 속 상상의 새다.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 국장에 이슬람이 아닌 힌두교의 상징이 그려져 있는 것이다. 이는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에 끼친 인도 문화의 영향을 나타내는 한 예이기도 하지만 다름을 인정하는 포용과 화합의 정신이 동남아 문화의 특성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 국장 하단에는 ‘비네카 퉁갈 이카’(Bhinneka Tunggal Ika)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데 ‘다양성 속의 통합’(Unity in Diversity)이라는 의미로, 인도네시아 통치 이념이자 동남아 10개국 국가 연합인 아세안의 통합 비전이다. 수많은 종교, 인종, 언어를 가진 동남아 국가들이 어떻게 이질성을 극복하고 하나의 아세안 공동체를 출범시킬 수 있었을까. 다양성을 인정하는 가운데 통합을 추구하는 포용과 화합의 정신이 뿌리 깊게 깔려 있기에 가능했다. 아세안은 통합의 장애로 여겨졌던 문화적 다양성을 오히려 창의성과 시너지 효과의 원동력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때때로 격한 반목과 대결을 드러내는 우리 사회가 주목하고 배워야 할 점이다. 세계화 시대에 많은 우리 국민들이 외국을 여행하고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우리가 해외에서 높이 평가받고 비즈니스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을 이해하고 현지 실정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특히 동남아 국가들의 경우 같은 아시아권이라는 생각에 우리 방식으로 이해하고 행동함으로써 낭패를 보기 쉽다. 한 예로 아세안 국가들은 천천히 가더라도 협의와 화해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는 과정을 매우 중시한다. 반면 빨리빨리 문화에 젖어 있는 한국인들은 상대방의 입장을 잘 경청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그저 밀어붙임으로써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외국에 있다 보면 우리의 한류가 어떻게 전 세계적으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곧잘 받는다. 어느 전문가는 우리 문화가 기(氣), 흥(興), 정(情)의 특별한 에너지를 내재하고 있어 다른 문화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매력과 강렬함을 발산하기 때문에 지구촌 사람들의 공감과 반향을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한다. 또 다른 이는 한류의 성공 요인으로 한국인, 특히 젊은 세대의 창의성을 꼽기도 한다. 조금 다르지만 독특한, 창의적인 젊은 세대가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과거 유교주의적인 전통 속에 갇혀 단지 부모님 말씀 잘 듣고 학교 공부만 잘하는 모범 학생으로 성장했다면 정형화되고 획일화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싸이 같은 세계적인 스타는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양한 문화의 공존과 조화 속에서 우리 사회는 역동적이며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세계화 추세 속에 50년, 100년 후의 한국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하다. 단일 언어, 단일 민족의 우리 사회는 200만명에 육박하는 국내 거주 외국인과 함께 급격히 변모해 가고 있다. 정치·경제·사회의 급성장 과정에서 이념 갈등과 소득 격차의 양극화 현상도 심화돼 가고 있다. 또 다문화가정, 장애인, 동성애자 등에 대해 다름을 이해하지 않고 배척하고 차별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사회의 이질적 요소와 다양성을 어떤 식으로 포용하고 융합해 나가야 할 것인지는 우리에게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과제다. 아세안이 ‘다양성 속의 통합’을 통해 아세안 공동체를 출범시켰듯 우리도 포용과 화합의 정신으로 우리 식의 ‘다양성 속의 통합’ 문화를 고민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때다.
  • [부고]

    ●임동민(서울신문 시설관리부 차장)씨 장모상 15일 경기 파주 예담장례식장, 발인 17일 (031)959-4444 ●오세혁(제너럴모터스 연구원)경자(연세대 명예특임교수)세정(국민의당 국회의원 당선자·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씨 모친상 이영철(전 영진판지 대표)김기협(전 생산기술연구원장)이동걸(동국대 초빙교수)씨 장모상 1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7일 오전 8시 (02)3410-3151 ●박승언(전 세승종합건설 대표이사)철언(전 체육청소년부 장관)종언(전 현대중공업 이사)길언(전 수성 대표이사)수언(박수언소아과 원장)창언(전 두남 대표이사)씨 모친상 현경자(전 국회의원)씨 시모상 15일 경북대병원, 발인 17일 오전 7시 (053)200-6149 ●박환규(교보증권 부장)씨 부친상 김수섭(조세일보 회장·전 한경닷컴 사장)씨 장인상 14일 수원 성빈센트병원, 발인 17일 오전 6시 30분 (031)249-8461 ●손재철(스포츠경향 생활경제부 차장)씨 부친상 14일 고양 명지병원, 발인 17일 오전 6시 30분 (031)810-5444 ●손기원(미국 거주·사업)기수(캐나다 거주·사업)기동(대한항공 대외협력팀장)씨 부친상 하성룡(충북대 공과대학장)씨 장인상 15일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 17일 오전 9시 (031)787-1505 ●이재경(경향신문 광고국 부장)재원(태성닥트 대표)씨 모친상 15일 안산 동의성 단원병원, 발인 17일 오전 6시 (031)410-4444 ●김인규(김인규치과의원 원장)은홍(국민대 교수)옥희(한국체육대 교수)씨 모친상 강신화(전주우석대 한의대학 교수)씨 시모상 윤상인(서울대 교수)씨 장모상 1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7일 오전 6시 30분 (02)3010-2232 ●최종문(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씨 모친상 15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17일 낮 12시 (02)2258-5940 ●허언욱(울산시 행정부시장)씨 장모상 15일 울산 국화원장례식장, 발인 17일 오전 8시 (052)269-4444
  • ‘3색 비틀스’를 만나는 시간

    ‘3색 비틀스’를 만나는 시간

    20세기 최고의 팝 아티스트 비틀스의 신화가 뮤지컬, 콘서트 등 다양한 공연으로 되살아난다. 지난 2월부터 국내에 비틀스 음원이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서비스되기 시작한 것에 발맞춰 영국 오리지널팀들이 대거 내한한다. 뮤지컬 ‘렛 잇 비’가 17일 지방 공연을 시작으로 비틀스 신화의 서막을 연다. 비틀스의 탄생부터 해체까지 과정을 총 40곡의 노래로 무대화한 콘서트형 뮤지컬이다. 비틀스 멤버와 외모는 물론 목소리까지 빼닮은 배우들이 2시간 동안 ‘예스터데이’, ‘렛 잇 비’ 등 주옥같은 명곡들을 라이브로 소화해 낸다. 당시 유행했던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비롯해 광고·다큐멘터리 영상 등을 통해 1960년대 콘서트 현장을 재현한다. 2012년 비틀스 탄생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영국에서 제작됐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170회 이상 공연되며 2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윤창중 예스컴이엔티 대표는 “영국 런던에서 처음 봤고,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에서도 봤다”며 “표현 안 하기로 유명한 일본 관객들이 일제히 일어나 춤추는 걸 보고 매력을 느껴 국내 공연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17~19일 대구오페라하우스, 21~2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4만~12만원. 1644-1118. 영국의 비틀스 헌정밴드 ‘더 카운터피트 비틀스’ 콘서트가 뒤를 잇는다. ‘러브 미 두’부터 ‘헤이 주드’까지 비틀스 데뷔 초기부터 후기에 이르는 30곡을 들려준다. 1995년 결성된 ‘더 카운터피트 비틀스’는 노래와 연주 실력을 겸비하고, 비틀스 멤버 개개인의 사소한 특징들까지 완벽히 재현해 낸다는 평을 받고 있다. 피터 내시 영국 비틀스 팬클럽 편집장은 “지금까지 본 밴드 중 가장 비틀스다운 밴드”라고 평했다. 19일 오후 8시, 서울 마포아트센터 대극장 아트홀 맥. 인터넷 예매 전석 3만원·현장 구매 3만 5000원. (02)3274-8600. 비틀스 앨범이 어떻게 녹음되고 만들어졌는지를 보여 주는 ‘비틀스 더 세션’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비틀스가 ‘애비로드 스튜디오 2’에서 앨범 작업하는 과정을 재현한 독특한 형식의 라이브 공연이다. 애비로드 스튜디오 2는 비틀스가 앨범 대부분을 녹음한 곳이다. 제작에만 무려 6년이 걸렸다. 무대 바닥부터 벽, 녹음 장비, 의자까지 1960년대 애비로드 스튜디오 모습을 그대로 되살린다. 기타, 앰프, 마이크 등 모든 연주 장비도 비틀스가 실제 녹음할 때와 똑같이 배치한다. 공연은 비틀스 탄생 배경과 음악 제작 과정, 음악적 생애를 앨범 발매순으로 다룬다. 40여명의 뮤지션이 오케스트라 협주를 바탕으로 ‘예스터데이’, ‘헤이 주드’, ‘컴 투게더’ 등 비틀스 노래 60곡을 선보인다. 지난달 1일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한 뒤 월드 프리미어 공연에 돌입했다. 총괄 프로듀서이자 예술감독을 맡은 스티그 에드그렌은 “외형적으로 닮은 비틀스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사운드를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대형 스크린에 투영되는 환상적인 조명과 멀티미디어 등도 동원해 비틀스의 녹음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 줄 것”이라고 밝혔다. 6월 3~19일, 잠실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 5만 5000~14만 3000원. 1577-3363.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비틀스, 뮤지컬·콘서트로 되살아나다

    비틀스, 뮤지컬·콘서트로 되살아나다

     20세기 최고의 팝 아티스트 비틀스의 신화가 뮤지컬, 콘서트 등 다양한 공연으로 되살아난다. 지난 2월부터 국내에 비틀스 음원이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서비스되기 시작한 것에 발맞춰 영국 오리지널팀들이 대거 내한한다.  뮤지컬 ‘렛 잇 비’가 17일 지방 공연을 시작으로 비틀스 신화의 서막을 연다. 비틀스의 탄생부터 해체까지 과정을 총 40곡의 노래로 무대화한 콘서트형 뮤지컬이다. 비틀스 멤버와 외모는 물론 목소리까지 빼닮은 배우들이 2시간 동안 ‘예스터데이’, ‘렛 잇 비’ 등 주옥같은 명곡들을 라이브로 소화해 낸다. 당시 유행했던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비롯해 광고·다큐멘터리 영상 등을 통해 1960년대 콘서트 현장을 재현한다.  2012년 비틀스 탄생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영국에서 제작됐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170회 이상 공연되며 2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윤창중 예스컴이엔티 대표는 “영국 런던에서 처음 봤고,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에서도 봤다”며 “표현 안 하기로 유명한 일본 관객들이 일제히 일어나 춤추는 걸 보고 매력을 느껴 국내 공연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17~19일 대구오페라하우스, 21~2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4만~12만원. 1644-1118.  영국의 비틀스 헌정밴드 ‘더 카운터피트 비틀스’ 콘서트가 뒤를 잇는다. ‘러브 미 두’부터 ‘헤이 주드’까지 비틀스 데뷔 초기부터 후기에 이르는 30곡을 들려준다. 1995년 결성된 ‘더 카운터피트 비틀스’는 노래와 연주 실력을 겸비하고, 비틀스 멤버 개개인의 사소한 특징들까지 완벽히 재현해 낸다는 평을 받고 있다. 피터 내시 영국 비틀스 팬클럽 편집장은 “지금까지 본 밴드 중 가장 비틀스다운 밴드”라고 평했다. 19일 오후 8시, 서울 마포아트센터 대극장 아트홀 맥. 인터넷 예매 전석 3만원·현장 구매 3만 5000원. (02)3274-8600. 비틀스 앨범이 어떻게 녹음되고 만들어졌는지를 보여 주는 ‘비틀스 더 세션’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비틀스가 ‘애비로드 스튜디오 2’에서 앨범 작업하는 과정을 재현한 독특한 형식의 라이브 공연이다. 애비로드 스튜디오 2는 비틀스가 앨범 대부분을 녹음한 곳이다. 제작에만 무려 6년이 걸렸다. 무대 바닥부터 벽, 녹음 장비, 의자까지 1960년대 애비로드 스튜디오 모습을 그대로 되살린다. 기타, 앰프, 마이크 등 모든 연주 장비도 비틀스가 실제 녹음할 때와 똑같이 배치한다. 공연은 비틀스 탄생 배경과 음악 제작 과정, 음악적 생애를 앨범 발매순으로 다룬다. 40여명의 뮤지션이 오케스트라 협주를 바탕으로 ‘예스터데이’, ‘헤이 주드’, ‘컴 투게더’ 등 비틀스 노래 60곡을 선보인다. 지난달 1일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한 뒤 월드 프리미어 공연에 돌입했다. 총괄 프로듀서이자 예술감독을 맡은 스티그 에드그렌은 “외형적으로 닮은 비틀스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사운드를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대형 스크린에 투영되는 환상적인 조명과 멀티미디어 등도 동원해 비틀스의 녹음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 줄 것”이라고 밝혔다. 6월 3~19일, 잠실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 5만 5000~14만 3000원. 1577-3363.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강남이 어떻게 사대문 도심을 추월하게 됐나

    강남이 어떻게 사대문 도심을 추월하게 됐나

    강남의 탄생/한종수·계용준·강희용 지음/미지북스/332쪽/1만 5000원 세계사에서도 유례없을 만큼의 개발로 주목받는 서울 강남. 지금이야 ‘특별구’ 대접을 받지만 1963년 이전만 해도 ‘강남’ 지명은 존재도 하지 않았다. 이 책은 많은 이의 부러움과 미움의 대상이 되곤 하는 수수께끼의 도시 ‘강남’ 역사를 도시개발사 측면에서 조망해 흥미롭다. 지금의 강남은 원래 경기도 광주군·시흥군의 논밭이 대부분인 전형적 농촌지역이었다. ‘영등포 동쪽’이나 ‘영등포와 성동 중간’의 공간적 뜻을 가진 ‘영동’의 지명이 더 흔했다. 1963년 서울시 행정구역 변경으로 서울에 편입되면서 강남 역사가 시작됐다고 저자들은 보고 있다. 1969년 12월 26일 제3한강교(한남대교) 준공은 강북과 강남을 지근거리로 이어준 역사적인 사건이다. 그 유명한 ‘말죽거리 신화’ 그대로 땅값 폭등의 큰 요인이 됐다. 1973년 소양강댐 완공은 침수로 골머리를 앓았던 강남이 최대의 수혜를 본 계기. 이때부터 37개의 간선도로가 격자형으로 세워졌고 허허벌판에 건물들이 들어서며 지금의 모습을 갖춰 나갔다. 건설부가 1976년 고시한 11개 아파트 지구 가운데 6개가 강남이었다. 반포, 압구정, 청담, 도곡, 잠실 등 강남 아파트 지구는 규모 면에서 다른 지역을 압도했고 이렇게 들어서기 시작한 아파트가 지금 강남을 대표하는 대단지 아파트다. 책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강남이 어떻게 사대문 안 옛 도심을 추월해 서울의 대표 도심으로 우뚝 섰는지의 과정이다. 저자들은 “강남의 역사를 안다는 것은 한국 현대사를 안다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박정희 정권 시절 서울 도심 기능을 분산시켜 안보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강남 지역을 낙점한 이야기부터 상습 침수지역인 강남의 수방사업과 공유수면 매립 작업, 8학군과 교육특구 형성, 잠실·수서·분당의 부상…. 그 개발과 발전을 훑은 저자들은 이렇게 적고 있다. “고도(古都)의 영혼을 품은 괴물이자 잡종도시인 서울의 강남과 강북. 하나의 도시 속 두 개의 도시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두 지역의 경제적, 교육적 불균형을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생산적인 상생관계로 전환시켜야 할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좋은 소설은 지능만으로는 못 써 AI에 경쟁의식·두려움 안 느껴요”

    “좋은 소설은 지능만으로는 못 써 AI에 경쟁의식·두려움 안 느껴요”

    “좋은 소설가란 주술가여야 해요. 소설가는 100% 지능만으로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거든요. 다른 세계와의 연결고리를 찾고 총체적인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전 소설 쓰는 인공지능(AI)에 경쟁의식이나 두려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작업이거든요.” 13일 한국을 찾은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55)에겐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에 대한 물음이 쏟아졌다. 이번 내한은 그의 최신작 ‘제3인류’(열린책들) 완간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그의 작품 전체를 통과하는 주제가 인류의 진화와 미래이기 때문이다. 최근 3부(5·6권)로 완결된 ‘제3인류’는 과학자들이 키 17㎝의 초소형 인류 에마슈를 창조해내면서 벌어지는 가상의 이야기다. 베르베르는 소설에서 인간 사회를 이끄는 7가지 진영을 7각형 체스판에 비유한다. 자본주의자, 종교적 광신자, 로봇과 기계주의자, 우주 정복자, 장수를 꿈꾸는 사람들, 여성주의자, 초소형 인간 에마슈 등이다. 그는 최근 이세돌 9단과 대국을 펼쳤던 알파고가 작품에서 파란색 말로 대표되는 로봇과 기계주의자 진영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기계주의자들은 AI가 승리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죠. 하지만 AI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닙니다. 프랑스 과학자이자 작가인 라블레가 이런 말을 했어요. ‘의식이 없는 과학은 칼날과도 같다’고요. 기계들은 그 자체로 책임감을 갖지 않습니다. 기계를 만든 인간들이 책임져야 하는 거죠. 이게 제 모든 작품에서 다루는 주제예요. 인간은 기계 자체에 의해 구원받을 수 없습니다. 인간의 정신이 기계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때 구원받을 수 있는 거죠. 로봇이나 소프트웨어가 인공지능의 다음 차원으로 자아를 인식하게 될 때, 즉 개인성을 갖게 될 때부터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겁니다. 그때는 기계가 인간 위에 군림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겠죠.” 베르베르는 유독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교보문고 집계 결과 최근 10년간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작품이 판매된 소설가였다. 출판사 열린책들에 따르면 ‘개미’, ‘뇌’, ‘나무’, ‘신’ 등의 누적 판매 부수는 850만부에 이른다. 이에 대해 작가는 “한국이 미래지향적인 나라이기 때문에 인류의 진화, 미래를 주제로 삼는 제 글을 가장 잘 이해해 주시는 것 같다”고 눈을 찡긋했다. 이번 작품에 한국인 여성 고고학자를 주인공으로 들여보내는가 하면, 단군 신화 등 한국 역사를 집어넣은 것은 한국 독자들에 대한 일종의 ‘서비스’로 보인다. 잘 팔리는 작가인 만큼 차기작 ‘홍보’도 잊지 않았다. 내년 여름 국내에 선보일 작품은 프랑스에서 이미 출간된 ‘여섯 번째 수면’이란 소설로, 꿈, 잠, 수명에 대한 이야기다. “꿈을 조절한다는 개념을 알고 계신지 모르겠네요. 저는 인간이 꿈과 수면을 스스로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다고 믿어요. 소설은 이를 통해 우리가 시공간도 정복해 나갈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죠. 자신이 꿈의 연출가가 되어 과거의 어린아이로 돌아갈 수도 있고 노인이 된 미래의 자신도 만날 수 있는 거죠. 지금은 고양이에 대해 쓰고 있는데 이건 1년 반 뒤에 한국에서 만나 볼 수 있을 거예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중국, 후진타오 비서실장 출신 링지화 부패혐의 정식기소

     중국 검찰이 부패 혐의로 송치된 링지화(令計劃·60) 전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장을 정식으로 기소했다. 링지화는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조만간 정식 재판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로써 링지화를 비롯해 저우융캉, 보시라이 등 이른바 후진타오 정권의 ‘신4인방’ 처벌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최고인민검찰원은 링지화의 수뢰, 국가기밀 불법취득, 직권 남용 등 3가지 범죄혐의에 대한 수사를 종결하고 톈진시 인민검찰원 제1분원을 통해 톈진시 제1중급인민법원에 공소장을 제출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13일 보도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피고인 링지화는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 중앙서기처 서기, 통일전선부장,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 등을 지내면서 직무상의 편의를 이용, 타인에게 이익을 취하게 하고 자신도 타인으로부터 거액의 재물을 불법적으로 취득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기밀을 불법적으로 취득하고 직권을 남용함으로써 공공재산과 국가·인민의 이익에 중대한 손해를 끼쳤다”며 죄질이 매우 엄중하다고 덧붙였다.  후 전 주석의 비서실장을 지낸 링지화는 줄곧 권력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이다. 2012년 말 ‘5세대’ 지도부 인선을 앞두고서는 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를 것이라는 설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부정부패 혐의는 아들이 낸 ‘페라리 교통사고’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2012년 7월부터 서서히 불거져 나왔다. 2014년 이후 그의 지지세력인 ‘산시방’(山西幇·산시성 정·재계 인맥)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낙마했고, 링지화도 지난해 7월 공산당 당적과 공직을 박탈하는 ‘쌍개’(雙開) 처분을 받으며 검찰로 송치됐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FA컵 ‘아마 반란’

    2016 대한축구협회(FA)컵 4라운드(32강)에서 대학 축구부가 프로구단을 이기며 16강에 진출했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 속해 있는 상주와 포항, 수원FC는 이변의 희생양이 되며 탈락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주역으로 유명한 설기현 감독이 이끄는 성균관대는 11일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K리그 챌린지 소속 서울 이랜드를 꺾었다. 곧이어 단국대 역시 상주를 2-1로 이기며 이변을 일으켰다. 반면 영남대는 성남에 아쉽게 패하면서 2014년 8강, 2015년 16강에 이어 3년 연속 성남에 가로막혀 탈락했다. 포항은 부천에 후반 13분과 25분 연달아 실점하며 0-2로 패하는 굴욕을 당했다. 수원FC 역시 승부차기에서 대전시티즌에 패했다. 반면 전북과 전남은 각각 안양과 강원을 상대로 득점행진을 이어 가며 4-1과 4-0으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K리그 클래식 1위를 달리고 있는 서울은 K리그 챌린지에서 유일하게 무패(5승3무)를 달리는 대구에 4-2로 역전승하며 FA컵 2연패 도전을 이어 가게 됐다. 서울은 후반 11분 교체 투입된 아드리아노가 혼자서 4골을 넣었다. 인천은 K3(4부리그) 청주시티를 1-0으로 힘겹게 이기며 올해 공식 경기 10경기 만에 머쓱한 첫 승을 거뒀다. 수원 삼성은 3부리그 경주 한수원을 1-0으로, 울산은 대전코레일을 2-0으로 이겼다. K리그 클래식 팀끼리 맞붙은 광주-제주 경기에서는 광주가 승부차기 끝에 승리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신화망 상장 초읽기… 中 온라인뉴스 시장 판 커진다

    신화망 상장 초읽기… 中 온라인뉴스 시장 판 커진다

    막강한 자금력으로 개도국 장악 2011년부터 3년간 순익 55% ↑ 2686억원 모집해 모바일 등 강화 타 매체 자극… 성장 발판 될 듯 “신화통신이냐, 인민일보냐.” 중국 국영언론의 양대 축인 신화통신과 인민일보가 주식시장에서 한판 승부를 겨룬다. 중국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공산당 중앙위원회 소속의 인민일보 온라인 뉴스사이트 인민망(人民網)에 이어 국무원(정부) 직속의 신화통신 온라인 뉴스포털 신화망(新華網)이 상하이 주식시장에 상장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이들 매체 간의 자존심을 건 주가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중국 증권관리위원회(증감회)는 지난달 신화망이 제출한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통과시켰다. 신화망은 이미 2013년 1월에도 상장 심사를 통과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증시가 곤두박질치는 바람에 상장을 유보했다. 이후 신화망은 2014년 6월 다시 상장 절차에 들어가 이번에 상장 심사를 통과해 상하이 증시에 상장하게 되는 것이다. 신화망은 주식 5190만 2936주를 발행해 14억 9733만 위안(약 2686억원)을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주당 예상 공모가는 28.9위안(약 5170원), 주식발행 한도는 2억 800만주이다. 신화망은 이번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신화통신 계열 전 매체에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하는 한편 모바일 인터넷 사업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클라우드 플랫폼에 6억 4000만 위안, 모바일 인터넷 사업에 5억 3100만 위안을 각각 투입할 예정이다. 재정 빅데이터 분석 및 뉴미디어 응용기술 연구·개발(R&D)센터 건설, 온라인 교육 사업 등에도 1억 위안씩 투자해 신화망의 콘텐츠 및 기술 경쟁력을 기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네트워크만 연결되면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를 통해서도 신화망의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 이 덕분에 사용자 접속이 순식간에 폭발적으로 늘 수 있고, 생산 콘텐츠가 방대하며, 계열사 간 협력이 필요한 신화통신 입장에서 클라우드 플랫폼은 반드시 갖춰야 할 혁신으로 꼽힌다. 신화망이 상장될 경우 주식 공모 흥행 여부도 주목된다. 2012년 4월 인민망 상장 당시에는 모집액 목표가 5억 2700만 위안이었지만 2배가 넘는 13억 8000만 위안이 몰려들었다. 인민망은 2012년 순이익이 2억 1000만 위안으로 알려졌다. 반면 신화망은 2014년 상장 신청 과정에서 처음 공개한 순이익이 2013년 기준 1억 6800만 위안으로 인민망에 조금 못 미친다. 그러나 2011년부터 3년 연속 순이익 증가율은 해마다 55%를 웃돌았다. 인민망 못지않은 주식 공모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은 예측하기 어렵다. ‘상장의 선배’ 격인 인민망의 경우 2013년 4월 첫 상장 당일 주가가 31위안을 뛰어넘으며 불과 6개월 만인 2013년 9월 90위안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 중국 경제성장세가 둔화되며 하락세로 돌아서 지난 10일 현재 주가는 17위안대로 주저앉았다. 이에 따라 예상 공모가가 28위안대인 신화망이 상장 후 어떤 흐름을 보일지 관심이 높다. 신화망의 최대주주는 지분 88%를 보유한 신화통신이다. 신화통신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를 커버한다. 지구촌 170개국에 파견한 취재 인력만 500명에 육박하고 102개의 해외 분사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AP나 영국의 로이터 등 서방 외신 구독료의 10분의1 가격에 뉴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기술적 원조까지 지원하며 중동·동남아·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지역의 주요 뉴스공급원으로 자리잡았다. ‘신화통신이 없는 곳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신화가 내는 목소리에 세계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신화망은 ‘중국정부망’, ‘중국문명망’ 등 국가·정부 뉴스사이트 구축과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2014년 투자설명서에서 공개한 신화망의 2013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7.5% 증가한 4억 5600만 위안, 모회사인 신화통신의 총자산은 116억 9600만 위안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양대 관영매체 온라인 뉴스사이트의 상장으로 앞으로 다른 관영매체나 민간매체 상장도 잇따를 전망”이라며 “이를 통해 중국 온라인 뉴스 사이트가 새로운 성장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新국토기행] ‘섬들의 고향’ 전남 신안군

    [新국토기행] ‘섬들의 고향’ 전남 신안군

    우리나라 최서남단에 있는 전남 신안군은 880개의 섬으로 이뤄졌다. 보석같이 아름다운 수많은 섬들이 빛나 ‘섬 은하계’로 불린다. 유인도 91개, 무인도 789개다. 신안군 면적 1만 3308㎢ 중 바다면적은 1만 2654㎢로 이는 전남도 육지 면적과 같다. 서울시 면적 605㎢의 22배에 달한다. 그중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170호로 지정된 홍도가 가장 유명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광활한 갯벌과 전국 천일염의 70%를 생산하는 넓은 염전 등 풍부한 자원과 사시사철 많은 볼거리와 때 묻지 않은 풍광을 지녔다. 청정한 바다에서 생산되는 수산물과 게르마늄 토양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또한 그 맛과 질이 우수하다고 인정받는다. 람사협약에 등록된 장도 습지와 홍어로 유명한 흑산도, 백사장만 500여개에 이른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 중국 송·원대 해저보물이 발견된 증도 등 섬마다 특유의 문화유산이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2008년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휴양하기 좋은 섬, 가고 싶은 섬 30’에 증도·우이도·임자도·비금도·흑산도·홍도·가거도 등 7곳이 지정돼 가장 많았다. 신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볼거리 ●천년의 신비! 홍도·흑산도… 유람선 투어 필수 홍도는 그 수려함으로 2012년 한국관광공사 선정 ‘한국인이 가봐야 할 관광지 100선’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거친 파도와 바람이 빚어낸 환상의 섬으로 연평균 2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명소다. 섬 주위에 펼쳐진 크고 작은 무인도와 깎아지른 듯한 절벽들은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겪으며 형언할 수 없는 절경을 이룬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와 울창한 숲의 조화가 절묘해 남해의 소금강이라 불린다. 물이 맑고 투명해 바람이 없는 날에는 바닷속 10㎞가 넘게 들여다보인다. 바다 밑의 신비로운 경관 또한 아름답기 그지없다. 유람선을 타고 선상에서 바라보는 남문바위 등 홍도 10경은 관광객의 탄성을 자아낸다. 선상에서 즐기는 회 맛 또한 일품이다. 홍도에 가서 유람선을 타지 않는다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지 않은 것과 같다. 그것을 아는지 대부분의 관광객은 1구 마을 선착장에 닿자마자 유람선표를 산다. 유람선 투어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다. 홍도로 가는 길목에 있는 푸르다 못해 검은 섬 흑산도는 가수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와 ‘흑산홍어’로 유명하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생태적으로도 청정지역이다. 정약전 유적지, 철새전시관, 상라봉굽이길, 명품마을 영산도, 장도습지 등이 있다. ●‘느림의 행복’ 슬로시티 증도 힐링여행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 증도는 느려서 더 행복한 섬이다. 2012년 한국관광공사 선정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100선’ 2위에 올랐고, 2015년에도 선정되는 등 대한민국 대표 생태 관광지로 각광받는다. 한반도 해송 숲을 따라 걸으며 우전해변의 진한 바다 냄새에 취하고, 다양한 수생생물이 서식하는 광활한 갯벌에 또 한 번 취한다. 특히 단일 염전으론 국내 최대 규모인 태평염전(①)은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옛날 방식 그대로 천일염을 만든다. 파란 하늘이 만들어 내는 반짝이는 소금을 보면 자연의 경이로움에 또 한 번 놀란다. 462만㎡(약 140만평) 규모다. ‘모든 생물은 생명이 시작된 바다를 기억한다’는 발생학적 논거에서 시작되는 소금박물관 여행도 흥미롭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경제사, 기술사, 사회사는 물론 예술과 신화를 넘나들며 인류와 함께한 소금의 역사를 재밌게 보여준다. 천일염을 배우고, 만들어 보는 과정을 통해 자연환경과 먹거리의 중요성을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외에도 염생식물원(②), 갯벌생태 전시관 등에서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다도해 한눈에 보는 바다정원 송공산 분재공원 송공산 분재공원은 다도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송공산 남쪽 기슭 10㏊의 부지에 조성됐다. 분재원, 쇼나조각, 미니 수목원, 화목원, 산림욕장, 미술관 등이 있다. 바쁜 현대인들이 자연 속에서 분재와 미술작품을 보며 마음의 여유와 평안을 찾을 수 있도록 조성한 자연 친화적 분재공원이다. 분재원에는 소나무, 주목, 소사나무, 모과나무, 먼나무, 팽나무, 금솔, 금송, 피라칸사 등 1000여점의 분재와 신안 출신 우암 박용규 화백의 작품 등이 전시돼 있다. ● 12㎞ 백사장 걸으며 추억 쌓는 대광해수욕장 임자도 서쪽에 자리잡은 대광해수욕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고 넓은 해수욕장이다.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하얀 백사장은 12㎞에 달하며 폭은 300m가 넘는다. 해수욕장 이 끝에서 저 끝까지 가려면 걸어서는 1시간 20분이나 걸린다. 1990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됐다. 완만한 경사와 따뜻한 수온, 광활한 백사장에 넓은 야영장과 천연 잔디, 운동장, 체육시설, 샤워장, 숙박시설 등 편의시설을 갖췄다. 가족 단위의 피서객은 물론 학생들 수련회 및 운동선수들의 전지훈련장으로도 인기다. 모래 해변에서 즐기는 승마체험은 색다른 체험거리다. 매년 4월이면 국내 최대규모의 튤립단지에서 ‘튤립축제’(④)가 개최된다. ●비금도엔 이세돌 바둑기념관·생가·명사십리 비금도는 조훈현에 이어 한국바둑을 이끌어가는 천재 기사 이세돌이 태어난 곳이다.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겨루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이세돌은 세계대회 15회 우승자다. 이세돌 바둑기념관(③)은 옛 비금 대광초등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바둑동호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인근의 이세돌 생가와 함께 비금도의 관광코스로 자라잡고 있다. 인근에 있는 생가에는 어머니가 아직 산다. 기념관 뒤편에 대나무 숲으로 이뤄진 망각의 길을 지나면 천혜의 명사십리 해수욕장이 자리한다. ●6칸의 초가집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 하의도는 제15대 대통령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후광 김대중이란 거목을 낳은 고장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24년 하의면 후광리 원후광마을에서 아버지 김운식과 어머니 장수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호는 태어난 마을의 이름에서 따왔다. 어릴 적 김연 선생에게 한학을 배웠으며 하의초등학교를 다니던 중 열두 살 때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목포로 이주했다. 생가는 1999년 종친들이 복원해 신안군에 기증했다. 복원된 생가는 6칸의 초가집으로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도 준다. 생가의 앞쪽에는 하의면의 전통적인 염전 체험장이 있어 탐방로와 소금전시관도 이용할 수 있다. >>먹거리 ●유일하게 삭혀서 톡 쏘는 매력 있는 홍어 흑산 홍어는 육질이 차지고 부드러우며 담을 삭히는 효능이 뛰어나 기관지 천식, 소화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 식중독을 일으키지 않는 유일하게 삭혀서 먹는 특별한 생선이다. 입 안을 톡 쏘는 맛과 목과 코가 펑 뚫릴 정도의 특유한 냄새가 나지만 한번 맛 들이면 푹 빠진다. 고가임도 불구하고 찾게 되는 매력이 있다. 고단백·저지방으로 숙취도 풀어준다. 발효시킬 때 나온 끈적끈적한 점액은 스테미너 식품으로 알려졌다. 10월에서 다음해 3월까지가 가장 제 맛을 내지만 시기에 상관없이 언제나 먹어도 좋다. 비싸기도 하고 많이 잡히지 않아 시중에서는 수입산이 흑산 홍어로 둔갑하기도 한다. 홍어맛을 그대로 느끼고 싶다면 회로 먹어야 한다. ●비린내·잔가시 없는 원기회복 생선 병어 4~8월 지도, 증도, 임자, 비금지역에서 주로 많이 생산된다. 200어가에서 2200여t을 잡아 170여억원의 수익을 올릴 정도다. 맛도 맛이려니와 병어는 금방이라도 팔딱 튀어오를 듯이 살이 탱탱하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흰살생선인 병어는 살코기가 연하며 맛이 담백하다. 비린내가 없어 생선을 잘 먹지 않는 이들도 쉽게 정붙일 수 있고 잔가시가 없어 아이들이 먹기에도 좋다. 게다가 조리법도 다양해 반찬이 마땅치 않을 때 병어를 이리저리 요리해 밥상에 자주 올려도 물리지 않는다. ●6월 알 꽉찬 젓새우로 담근 육젓이 일품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오젓과 육젓은 겨울을 난 후 음력 5월이나 6월 산란 직전에 알이 꽉 찬 젓새우로 담근 젓을 말한다. 이 중 매년 6월쯤 잡히는 바다 참새우는 살이 통통하고 우윳빛이 감돌아 최상품으로 쳐주는데 이 새우로 담는 것을 육젓이라고 한다. 값싼 중국산 새우젓이 밀려와도 육젓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예나 지금이나 비싼 값에 팔린다. 신안와 연광군 연근해에서 한창 잡히는 젓새우는 230어가에서 9300여t을 생산해 수익 310억원을 올릴 정도로 신안군의 대표 음식이다. ●살·뼈·내장·부레 버릴 것 없는 민어 한방에서 보는 민어는 맛이 달고 성질이 따뜻해 예로부터 봄과 여름철에 냉해지는 오장육부의 기운을 돋우고 뼈를 튼튼히 하는데 애용돼왔다. 어린이 성장 발육과 노인 환자들의 건강회복에 특효인 민어는 산란기를 앞둔 여름철에 가장 맛이 있다. 탕은 복날 보신탕 대신 흔히 즐기기도 한다. 살과 뼈, 내장을 구분한 후 살은 회로 먹고, 부레는 그대로 썰어 소금에 찍어 먹는다. 민어의 부레는 꽤 비싼 편인데 잘게 썰어서 볶으면 진주 같은 구슬이 되는데 이것을 ‘아교구’라 하며 보약의 재료로 쓴다.
  • [씨줄날줄] 백마와 김씨 일가/박홍환 논설위원

    [씨줄날줄] 백마와 김씨 일가/박홍환 논설위원

    프랑스의 궁정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의 작품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은 용맹스러운 나폴레옹의 위용을 잘 묘사하고 있다. 왼손으로 말 고삐를 당기며 오른손을 들어 멀리 알프스의 준령을 가리키도록 해 나폴레옹을 영웅으로 그렸다. 1800년 5월 알프스의 생베르나르 협곡을 넘어 이탈리아 북부와 오스트리아로 진격하는 상황을 그린 이 그림의 포인트는 앞발을 치켜든 백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백마는 신성함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 백마의 고삐를 평범한 장삼이사(張三李四)가 쥘 수는 없는 법. 당연히 영웅들의 전유물일 수밖에 없다. 고대 로마제국에서는 전쟁에서 승리한 개선장군들이 백마를 탔고, 영화 ‘300’에서 기괴한 모습으로 묘사된 페르시아 제국의 크세르크세스 대왕은 백마를 신성한 동물로 간주해 궁중에서 특별 사육했다고 한다. 신약성경 요한계시록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백마를 타고 악을 심판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 민족에게도 백마는 특별하다. 신라의 시조인 혁거세의 탄생 신화에서 백마는 하늘과 땅을 오가며 국조의 탄생을 알리는 영물(靈物) 역할을 맡는다. 경주 천마총에서 발굴된, 하늘을 나는 천마(天馬) 역시 하얀 갈기를 휘날리는 백마의 형상이다. 충남 천안에는 천 년 된 백마가 알을 낳아 그 속에서 아기가 태어났고, 7년 만에 성장한 뒤 아기 장수가 돼 마한을 건국했다는 ‘아기 장수 설화’가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희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기대할 수 없이 암담했던 일제강점기에 시인 이육사가 학수고대했던 것은 백마를 타고 나타날 초인이었다. 북한 김일성 주석이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행적은 백두산 밀영을 근거지로 삼아 만주 벌판에서 항일 무장투쟁을 지휘하며 혁명의 기틀을 쌓았다는 것이다. 북한 혁명화 중에는 당시의 김일성을 ‘백마 탄 김 장군’으로 묘사한 그림이 많다. 스스로 나폴레옹을 꿈꿨는지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과 매우 흡사하다. 아니 ‘백마 타고 오는 초인’으로 비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당시 백마가 아닌 노새를 타고 알프스를 넘었고, 백마와 함께 만주 벌판을 호령한 인물은 김일성이 아닌 독립운동가 김경천 장군이었다. 나폴레옹과 마찬가지로 김일성 또한 대중조작을 위해 백마를 동원한 셈이다. 최근 평양의 혁명사적관에 백마를 탄 김정일과 김정은의 사진이 내걸렸다고 한다. 사진 속 부자는 그야말로 순백의 말 등에 올라탄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자신들이 ‘백두에서 백마까지’ 혁명 가계의 혈통을 잇는다는 사실을 대중조작하려는 목적이 다분하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