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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로의 아침] 시시포스의 형벌과 3축체계/박홍환 정치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시시포스의 형벌과 3축체계/박홍환 정치부 전문기자

    지옥으로 떨어진 한 인간이 있다. 그에겐 감당 못할 형벌이 내려졌다. 무거운 바위를 험한 산 위로 올려놓는 벌이다. 천신만고 끝에 바위를 굴려 산 위로 올려놓았으나 바위는 다시 산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영원히 반복되는 형벌은 이렇게 시작됐다. 젖 먹던 힘까지 쏟아내가며 바위를 올리면 곧바로 굴러떨어지고, 또 힘을 내 밀어올리면 또다시 나락으로 굴러내려가는 지긋지긋한 일상이 계속됐다. 어쩌면 지금도 그는 지옥불 속에서 바위를 밀어올리고 있을지 모르겠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시포스의 형벌은 종종 부조리한 인간에게 내려진 피할 수 없는 업보로 표현되곤 한다. 시시포스는 굴려 올린 바위가 떨어져 내릴 줄 알면서도 굳세게 바위를 밀어올린다. 무모하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다. 언젠가는 산 꼭대기에 바위를 올려놓을 수 있으리란 희망이 시시포스에게 없었다면 그는 그대로 주저앉았을 것이다. 그 희망이 그에게 내려진 형벌인 셈이다. 한국형 3축체계가 꼭 우리 어깨에 떨어진 시시포스의 형벌과 같은 꼴이다. 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 등 이른바 한국형 3축체계만 완성되면 북한 핵·미사일 문제든,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 등 모든 안보현안이 해결될 수 있다는 착각의 오류에 빠져 3축체계 구축에 매달리고 있다. 그제 청와대에서는 한·미 정상간 수십억달러가 넘는 미국산 첨단전략자산 구매 협의가 테이블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선심 쓰듯 승인 얘기를 꺼냈고,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자체 방위력이 커질 수 있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측과 핵추진 잠수함은 물론 첨단 정찰기인 E8 조인트스타스 등의 구매 또는 공동개발을 추진 중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또다시 수조원 아니 수십조원을 쏟아부을 판이다. 그렇잖아도 47개 전력을 실전 배치하는 데 57조원 이상을 배정해 놓고 3축체계 구축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추가로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게 됐다. 그렇게 해서라도 3축체계 구축이 끝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최근 만난 한 군사전문가는 “3축체계를 100% 완성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우리가 3축체계에 매달리고 있는 동안에 북한이 가만히 있을 리도 만무한 데다 무기체계라는 것이 유기체처럼 계속 업데이트를 요구하기 때문에 어느 특정 시점에 ‘완성’을 선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 말기 국방부는 3축체계 구축 시점을 2020년대 중반에서 2020년대 초반으로 2~3년 앞당겼다. 전작권 조기 전환을 공약으로 내세워 밀어붙이고 있는 문재인 정부 또한 그 ‘조건’에 해당하는 3축체계 구축을 속히 매듭짓는다는 방침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노골적으로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한 다층 요격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SM3 대공미사일 도입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 3축체계를 안보 현안 해결의 만능 키로 여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섶을 지고라도 불속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이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이다. 3축체계 구축 또한 그런 명분하에서만 유효하다. 하지만 근거 없는 기대감만으로 국민을 호도해선 안 된다. 국민은 시시포스가 아니다. stinger@seoul.co.kr
  • 에덴을 보았다

    에덴을 보았다

    세이셸 여정의 묘미 중 하나는 이웃 섬 돌아보기다. 마헤섬에서 페리나 경비행기를 타고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다. 주요 대상 섬은 프랄린과 라디그다. 요즘은 아예 마헤보다 프랄린을 체류지로 정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작고 예쁜 섬 라디그와 이웃해 있기 때문이다.세이셸을 대표하는 풍경은 역시 아름다운 해변이다. 이를 뒤집으면 가장 난해한 질문, 그러니까 ‘과연 어느 곳의 해변이 가장 좋은가’에 맥이 닿는다. 해외 유수의 언론들은 라디그섬의 해변을 꼽았다. 세이셸 관광청에 따르면 영국 BBC는 앙스수스다정, 미국 CNN은 반대편의 그랑앙스를 각각 최고의 해변으로 선정했다. 일반적으로는 앙스수스다정 해변 쪽에 좀더 무게가 실리는 추세다. 프랄린섬의 앙스라지오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분말 같은 모래와 토파즈빛 바닷물에 적요함까지 갖췄다. 에덴이 실재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신화의 시대에서 과학의 시대로 넘어온 오늘날에도 이 같은 믿음은 줄지 않고 있다. 프랄린섬은 지구상 수많은 ‘에덴 후보’ 가운데 하나다. 주요 근거는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식물’ 코코드메르다. 세이셸에만 서식하는 세계 특산종 야자나무다. 25㎏에 달하는 암나무 열매의 씨는 여성의 엉덩이, 수 열매는 남성의 생식기를 빼닮았다. 이 모습에서 사람들은 이브와 아담을 연상한 듯하다. 섬 중앙의 ‘발레드메 국립공원’에서 코코드메르를 볼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나무로 국가 차원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열매를 따거나 섬 밖으로 들고 나가려다가는 실형을 받을 수 있다.열매는 25년 정도 자라야 열린다. 나무는 최대 35m까지 자란다. 그 높이 때문에 발레드메를 ‘거인의 숲’이라 부르기도 한단다. 목소리가 고운 검은 앵무와 다양한 도마뱀 등이 코코 드 메르에 기대 산다. 꼼꼼하게 찾아보시길. 섬 주변으로 아름다운 해변도 많다. 압권은 북쪽의 앙스라지오다. 적요한 공간을 원하는 이라면 단연 ‘천국’이라 부를 만하다. 신이 선물한 듯한 풍경 속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라디그섬은 프랄린에서 페리로 15분 정도면 닿는다. 프랄린이 인천 강화의 석모도 정도 크기라면 라디그는 그의 4분의1 정도다. 핵심은 앙스수스다정 해변이다. 관광안내소에 들러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물으면 딱 두 가지로 답한다. 먼저 자전거를 빌린 뒤, 앙스수스다정으로 가라는 것. 앙스수스다정은 라디그 선착장에서 2.7㎞ 정도 떨어져 있다. 자전거로 15분 정도 거리다. 자전거 뒤에는 플라스틱 바구니가 매달려 있다. 여행가방을 담아 두는 용도다. 앙스수스다정은 개인 소유다. 현금으로 입장료를 내야 한다. 해변을 향해 페달을 밟다 보면 알다브라 자이언트 거북 사육장이 나온다. 몸무게가 200~300㎏에 이르는 세이셸 고유종이다. 한때 야생 상태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람들과 유리된 공간에서 살고 있다. 먹이를 주면 다가와서 넙죽 받아먹는다. 자이언트 거북은 수명이 최대 300년에 이른다. 그러니 덩치가 작은 ‘청소년’ 거북이라도 환갑을 훌쩍 넘긴 ‘어르신’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야자수 가로수길을 좀더 지나면 앙스수스다정 해변이 마법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수심은 얕다. 수십 m를 나가도 성인 남자의 허리께를 넘지 않는다. 모래는 곱고 물빛은 연둣빛으로 빛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해변을 둘러친 화강암이다.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돌들이 조각 작품처럼 해안을 장식하고 있다. 마헤로 복귀할 때는 저물녘 배를 타시라. 카메라로는 도저히 표현될 수 없는 해의 붓질과 마주할 수 있다. 머리 위로 별이 총총, 수평선 위로는 오렌지빛 구름이 솜사탕처럼 뜬 풍경이 펼쳐진다. 글 사진 프랄린·라디그(세이셸)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직항 없어 아부다비나 두바이 경유… 변화무쌍한 날씨 탓 얇은 겉옷·우산은 필수 -인천에서 직항편은 없다.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나 두바이를 거쳐가는 게 보통이다. 환승 후 세이셸까지는 오른쪽 창가 좌석에 앉아야 좀더 많은 풍경을 보는 데 유리하다. 마헤~프랄린(50분) 고속 페리 요금은 47유로, 프랄린~라디그(15분)는 15유로다. 마헤에서 라디그로 곧장 갈 수는 없고 프랄린을 경유해야 한다. -통화는 세이셸루피를 쓴다. 달러나 유로를 가져가 현지 통화로 환전한다. 1루피는 85원 안팎인데 100원 정도로 치는 게 알기 쉽다. 물가는 우리와 비슷하거나 다소 비싸다. 섬 내 대부분의 업소에서 카드가 통용된다. -마헤와 프랄린섬에 약 90개의 렌터카 회사가 있다. 렌트 비용은 하루 8만~12만원 정도다. 비수기(10~11월)에는 6만~10만원 정도다. 여기에 15%의 세금이 붙는다. 휘발유값은 ℓ당 약 18루피다. 에덴섬에서 보발롱 해변까지 택시요금은 30달러다. 섬 내 어지간한 곳은 이 정도 요금으로 오갈 수 있다. -차를 렌트하려면 국제운전면허증이 있어야 한다. 우리와 반대로 차량 운전대는 오른쪽, 통행은 왼쪽이다. 도로 폭도 좁다. 운전하다 보면 상대 차량이 중앙선에 바짝 붙는 경우가 잦다. 보행자 겸용 도로가 대부분이어서 그렇다. 특히 버스가 곡선구간에서 노견의 보행자를 피하고자 중앙선을 밟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마헤 쪽에서는 에덴섬의 브라보 레스토랑, 채터 박스 등의 음식이 맛있다. 서쪽 포 글로의 델 플라스, 라디그섬의 피시 트랩 등은 위치가 돋보이는 집이다. 바닷가에 바짝 붙어 있어 풍경이 좋다. 다만 음식값은 좀 ‘쎈’ 편이다. 문어 카레, 오늘의 생선 등이 무난하다. -콘센트는 영국식의 3점식을 쓴다. 우리 2점식은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작은 우산과 얇은 겉옷 정도 챙겨 가는 게 좋다. 몬블랑에 오르려면 트레킹 신발이 필수다. 아쿠아 슈즈도 가져가는 게 좋다. 몇몇 해변의 경우 날카로운 소라, 산호 등이 깔려 있다. -코코드메르 열매를 볼 수 있는 발리드메이의 입장료는 350루피다. 다소 비싼 편인데 생물보호를 위한 기부금이 포함됐다고 보면 될 듯하다. 한 시간 정도면 돌아볼 수 있다. 앙수스다정 해변은 100루피다. 자세한 내용은 세이셸 관광청 누리집(www.visitseychelles.kr) 참조.
  • ‘보석’을 만났다

    ‘보석’을 만났다

    일주도로 따라 한 바퀴…몬블랑 정상서 굽어본 전경에 빠지고…보발롱 해변 일몰에 반하고 아마 개성 강한 신이었지 싶다. 인도양의 섬나라 세이셸을 설계한 이가 있다면 말이다. 그에게 예쁘기만 한 산호섬이 늘어선 풍경은 단조로웠을 거다. 그래서 남성적인 산도 만들고, 파스텔 톤의 다양한 물빛도 안배했을 거다. 해변 여기저기에 땀띠약 같은 분말 형태의 모래와 거친 질감의 모래를 섞어 놓은 것도 그런 까닭이었겠지. 이처럼 세이셸에선 직접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현실과 줄곧 마주하게 된다.세이셸의 첫인상. 사실 기대한 건 몰디브 등과 비슷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이는 예단이었다. 세이셸은 산호섬이라기보다 킹콩이 사는 해골섬 ‘스컬 아일랜드’에 가깝다. 지형적 특성상 높은 봉우리에 구름이 낄 때가 잦은데 이때 느낌이 특히 그렇다. 세이셸은 형성 과정이 여느 열대의 섬과 사뭇 다르다. 1억 5000만 년 전, 곤드와나대륙이 유럽과 아프리카 등으로 분리될 때 파편처럼 떨어져 나왔다. 등 돌리면 화강암 산, 등 돌리면 인도양인 건 이 때문이다. 여기에 인도양이라는 낯선 바다가 주는 지리적 이질성도 신비감을 부채질한다. 풍경도 낯설다. 한낮의 하늘 위로는 갈매기 대신 흰꼬리 열대새가 난다. 저물녘 하늘은 과일박쥐의 차지다. 당신이 선 곳이 아프리카라는 걸 확연히 느끼게 하는 건 음악이다. 음식점은 물론이고, 국제행사장에서도 아프리카 특유의 흥은 빠지지 않는다.세이셸은 원주민이 혼혈인, 즉 크레올(Creole)이다. 초기 정착자인 아프리카와 유럽을 비롯해 인도, 중국 등 다민족이 얽혔다. 기록의 시대 이전의 세이셸은 무인도였다. 프랑스인이 정착해 산 건 1742년부터다. 우리로 치면 조선 영조(18년)가 통치하던 때다. 이 무렵 아프리카에서 흑인들을 데려온다. 물론 일꾼으로 쓰기 위해서다. 이후 19세기 초 아프리카 영토 분할 전쟁이 끝날 무렵 영국이 새로운 섬의 주인이 된다. 이후 영국의 속국으로 지내다 1976년 독립했다. 세이셸 사람들의 자부심이 남다른 건 이 때문이다. 언어 역시 크레올어다. 프랑스인들이 아프리카 노예들과의 소통을 위해 간소화한 언어다. 영어도 광범위하게 쓰이긴 하지만 ‘나라말’의 개념으로 보면 아무래도 불어가 더 가깝다. 하긴 나라 이름 자체가 18세기 프랑스 재무장관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으니 더 말할 게 없겠다.‘영국 윌리엄 왕세손의 허니문,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등 유수의 셀럽들과 아랍의 부호들이 선택한 휴양지’. 세이셸 관광청의 홍보 문구다. 맞다. 지금도 마헤섬의 산꼭대기엔 아랍에미리트 칼리파의 별장이 있다. 적지 않은 한류 스타도 허니문 여행지로 세이셸을 선택했다. 자연스레 부유한 사람들이 찾는 곳이란 인상도 굳어졌다. 요즘은 다르다. 장삼이사들에게도 그리 먼 낙원은 아니다. 지난해 세이셸을 찾은 한국인 방문객은 1900명 정도였다. 10년 전 20여명에 비하면 비약적인 성장세다. 세이셸은 115개의 섬으로 구성됐다. 그중 방문객들이 주로 찾는 곳은 세 섬이다. 수도 빅토리아가 있는 마헤섬을 체류지 삼고, 프랄린섬과 라디그섬을 여행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가장 큰 섬은 마헤다. 면적은 약 150㎢. 충남 태안의 안면도보다 좀더 크다. 수도 빅토리아는 우리의 인사동 거리처럼 작다. 비좁은 면적 안에 영국의 빅벤을 모티브 삼은 ‘스몰벤’ 시계탑, 셀윈 클라크 마켓 등 볼거리가 빼곡하다. 세이셸 인구 약 9만 3000명 가운데 90% 이상이 몰려 살다 보니 혼잡하기도 하다.출발 전 세이셸관광청 한국사무소에 조언을 구했다. 꼭 체험해야 할 것들을 꼽아 달라고 했다. 첫째는 보발롱 해변에서 일몰 보기다. 마헤섬에서도 손꼽히는 일몰 명소라니 이건 뭐 두말 말고 찾아야 한다. 둘째는 라디그섬에서 자전거 타기. 셋째는 코코드메르 열매 만져 보기다. 행운을 가져다 준단다. 이건 프랄린섬의 발레드메 국립공원에 들어가야 체험할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 보존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국립공원 밖에서는 구경조차 쉽지 않다. 넷째는 빵나무 열매 먹기. 다시 세이셸로 돌아오게 해 준단다. 다섯째는 알다브라 자이언트 거북에게 먹이 주기. 세이셸을 상징하는 동물과 교감을 해 본다는 의미가 있겠다. 여섯째는 보물 찾기다. 프랑스에 편입되기 이전의 세이셸은 해적들이 발호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해적들은 약탈한 보물을 가져와 섬 깊은 곳에 숨겨 두곤 했다. 거기가 바로 마헤섬 북쪽의 벨옴 해변과 보발롱 해변 사이다. 요즘도 보물 추적자들이 이 해역에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니 안 가 볼 수 없다. 우리야 어려서부터 보물 찾기 놀이로 실력을 키워 오지 않았던가.그리고 크레올 축제 엿보기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퍼레이드다. 빅토리아 시가지 전체가 크레올들의 현란한 춤과 땀, 그리고 열기로 가득 찬다. 지치지 않고, 결코 깨질 것 같지 않은 아프리카 특유의 리듬과 흥을 만끽할 수 있다. 앙수시 로드의 산자락에서 일몰 보기는 버킷 리스트로 남았다. 보발롱 해변의 일몰은 물론 명불허전이다. 다만 영화에서 많이 봤던, 그러니 어쩌면 익숙한 것일 수 있다. 추측컨대 앙수시 로드의 일몰은 이와 다를 것이다. 너른 인도양 위의 하늘이 오렌지빛으로 활활 타는 장면과 마주할 수 있지 싶다. 이번 여정의 핵심은 ‘렌터카’다. 누구에게든 열병과도 같은 로망일 터다. 차는 여행자를 자유롭게 한다. 가장 빠르게 낙원을 돌아보는 방법이기도 하다. 마헤섬엔 일주도로가 잘 놓여 있다. 다만 서북쪽 폴로네 해양국립공원과 벨옴 해변 사이의 짧은 구간만 찻길이 없다. 섬 가운데에 등뼈처럼 솟은 산을 넘으려면 산간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동쪽과 서쪽을 잇는 산길은 대략 네 개다. 그 가운데 몬세이셸 국립공원을 지나는 상수시 도로와 라미제르 도로 주변 풍경이 아주 빼어나다. 이번 여정에선 라미제르로 넘어가 상수시로 복귀하는 것으로 코스를 꾸렸다. 오전 중에 마헤섬 전경을 보고 오후에 저 유명한 보발롱 해변의 일몰을 감상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마헤섬 전경 감상의 최적 시간은 오전 9시 이전이다. 먼지 한 톨 없는 청명한 공기 덕에 가장 명징하게 마헤섬 구석구석이 드러난다. 라미제르 도로의 동쪽 들머리는 에덴섬이다. 마헤섬 오른쪽에 있는 몇몇 간척지 중 하나다. 몇 개의 회전교차로를 지나면 길은 곧 산자락으로 향한다. 풍경도 바뀐다. 길은 좁아지고 원주민 집들이 길을 따라 대롱대롱 매달렸다. 첫 번째 전망 포인트는 라루이스 전망대다. 표지판은 없지만 과일장수 몇몇이 좌판을 깔고 있어 금방 찾을 수 있다. 전망대에 서면 에덴섬과 수도 빅토리아 등 마헤섬의 동쪽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몇몇 뷰 포인트를 지나면 곧 서쪽 해안에 닿는다. 첫 번째 삼거리에서 왼쪽, 그러니까 남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앙스 부알로 등의 해변 마을이 이어진다. 관광지처럼 매끈하지는 않지만, 원주민들의 소박한 삶의 공간들이 펼쳐진다. 차를 몰아 북쪽으로 계속 오르면 포로네 해양 국립공원이다. 토파즈 색감의 물빛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해변이다. 저 유명한 보발롱 해변이 우리의 해운대라면 여기는 청사포쯤 될까. 유명세는 덜해도 그만큼 한가롭고 적요하다. 낙원 드라이브의 서쪽 종점은 폴로네 비치다. 이후로도 편도 1차선 길이 좀더 이어지지만 결국 막힌다. 상수시 도로는 낙원 드라이브의 백미다. 들머리는 서쪽 해안의 포글로 마을. 작고 예쁜 갯마을이다. 끝자락은 빅토리아다. 길은 몬세이셸 국립공원을 관통하며 지난다. 앞으로는 열대우림이, 뒤로는 인도양의 보석 같은 바다가 번갈아 펼쳐진다. 상수시의 자랑 중 하나는 몬블랑 트레일이다. 전체 거리는 편도 1㎞. 들머리는 상수시 도로의 티 팩토리다. 들머리와 정상의 고도 차는 270m 정도지만 계속 오르막이어서 제법 힘이 든다. 짧은 구간인데도 안개와 비, 햇살이 교차할 정도로 날씨 변화도 심하다. 트레일의 끝자락은 전망대다. 해발 700m 정도. 우리 북한산 인수봉을 닮은 거대한 암봉 위에 조성돼 있다. 들머리에서부터 빠른 걸음으로 40분 정도 걸린다. 몬블랑 정상의 조망은 단연 압권이다. 마헤섬 남쪽에서 북쪽에 이르는 해변 전체가 파노라마 사진처럼 펼쳐져 있다. 보석 같은 해변이 줄줄이 이어지고, 크고 작은 마을들은 구슬처럼 바다에 매달려 있다. 신이 자신을 치장하기 위해 액세서리를 만든다면 아마 저 모양이지 싶다. 그 보석 같은 풍경 위로 흰꼬리 열대새가 유영을 하고 있다. 가슴 앞으로는 너른 인도양이다. 수평선 너머엔 검은 대륙 아프리카가 있겠지. 신화를 믿는 사람에겐 예서 1600㎞ 떨어진 아프리카가 신기루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산 길은 매우 미끄럽다. 빠르게 내려오겠다고 객기 부리다간 낭패를 겪을 수 있다. 글 사진 마헤(세이셸)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싸늘한 가을’ 공포 영화 ‘해피 데스데이’ 돌풍 이유는?

    ‘싸늘한 가을’ 공포 영화 ‘해피 데스데이’ 돌풍 이유는?

    영화 ‘해피 데스데이’가 국내 개봉 첫날 만에 뜨거운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8일 미스터리 공포 영화 ‘해피 데스데이’가 개봉 예정일보다 하루 일찍 스크린을 밝혔다. 영화 ‘파라노말 액티비티’ 2~4시리즈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던 크리스토퍼 랜던 감독의 새 작품인 이번 영화는 개봉 전부터 국내 관객의 관심을 모았다. 올 5월 개봉해 2017년 최고수익률 영화 1위의 기염을 토한 ‘겟 아웃’의 제작진이 참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영화 ‘겟 아웃’을 제작했던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은 영화 ‘맨 인더 다크’, ‘라이트 아웃’, ‘블레어 위치’ 등을 작업, 매 작품마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한편 개봉 첫날인 이날 오전 ‘해피 데스데이’는 예매사이트 CGV 영화 무비차트 정보 기준, 예매율 7.8%로 예매 순위 TOP 5안에 가볍게 들었다. 흥행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영화 ‘토르-라그나로크’와 지난주 개봉한 한국 영화 ‘침묵’, ‘부라더’ 틈에서 고전한 셈이다. 영화 ‘해피 데스데이’는 생일마다 반복되는 죽음을 선물로 받는 한 여대생의 이야기를 그린다. 공포 영화 법칙 중 하나인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관념을 깨고, 영화는 초반부에 주인공 트리 겔브먼의 죽음을 보여준다. 1년 중 가장 기쁜 날이면서, 해마다 돌아오는 생일에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특이한 설정도 관객의 주의를 끄는 대목이다.영화는 장르를 ‘미스터리·공포’라고 밝혔지만, 포스터에는 ‘이것은 공포 영화가 아니다’라는 문구를 넣어 호기심을 유발하기도 한다. 앞서 ‘겟 아웃’이 보여준 기존 공포 영화와 다른 독특한 발상이 ‘해피 데스 데이’에선 어떻게 발현됐을지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편 영화 ‘해피 데스데이’는 북미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사진=영화 ‘해피 데스데이’ 김혜민 기자 khm@seoul.co.kr
  • ‘음색 깡패’ 제프 버넷, 19일 내한 공연...크러쉬 ‘지원 사격’

    ‘음색 깡패’ 제프 버넷, 19일 내한 공연...크러쉬 ‘지원 사격’

    감미로운 목소리가 매력적인 미국 팝 가수 제프 버넷이 한국에 온다.8일 공연 주최를 맡은 래몽래인은 오는 19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구.삼성카드홀)에서 제프 버넷(Jeff Bernat) 네 번째 내한공연 ‘2017 라이브 인 서울’이 열린다고 밝혔다. 제프 버넷은 ‘Call You Mine’, ‘Groovin’ 등 명곡으로 우리나라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뮤지션이다. 제프 버넷의 네 번째 내한인 이번 공연에서는 ‘Once Upon a Time’ 등 히트곡 다수를 제프 버넷 밴드의 연주와 함께 즐길 수 있다. 또 이날 공연에는 가수 크러쉬(26·신효섭)이 게스트로 출연,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2월 내한 이후 또다시 한국을 찾는 제프 버넷은 매 공연 매진 신화를 이루며 한국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제프 버넷은 1989년생 필리핀계 혈통 미국인 뮤지션으로, ‘음색 깡패’로 불리는 등 감미로운 목소리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마이스페이스 뮤직, 밴드 캠프에 자신이 만든 음악을 올리며 알려지기 시작한 그는 지난 2010년 EP 앨범을 공개, 2012년 첫 정규 앨범 ‘The Gentleman Approach’를 아이튠즈 등에서 판매했다. 그 해 아이튠즈 뮤직스토어 R&B 앨범 차트에서 5위를 기록, 인기 팝 가수 트레이 송즈, 에이미 와인하우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한국에는 지난 2013년 3월, 2014년 1월, 2016년 2월 등 총 3차례 방문해 내한공연을 펼친 바 있다. 김혜민 기자 khm@seoul.co.kr
  • ‘마지막 사시’ 55명 최종 합격…70년 역사의 뒤안길로 굿바이

    ‘마지막 사시’ 55명 최종 합격…70년 역사의 뒤안길로 굿바이

    3차 응시자 전원 통과…평균 나이 33.4세최연소 합격생 20살 서울대생단국대졸 이혜경씨 최고득점자그간 법조인 2만 766명 배출…‘로스쿨 형평성’ 논란 속 사시 폐지 논쟁 여전 마지막 사법시험 합격자 55명이 최종 발표됐다. “개천에서 용난다”며 ‘흙수저 신분상승’의 사다리로 불렸던 사시는 70년 역사를 끝으로 사라지게 됐다.법무부는 7일 제59회 사시 최종 합격자 55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올해 3차 시험에서 불합격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단국대를 졸업한 이혜경(37·여) 씨가 ‘마지막 최고득점자’가 됐다. 최연소 합격생은 서울대에 재학 중인 20살 이승우 씨다. 한양대를 졸업한 45살 박종현 씨는 최고령 합격자로 기록됐다. 올해 합격생의 45%(25명)이 여성이었다. 합격자의 평균 연령은 33.4세로 지난해의 31.8세보다 1.5세 늘어났다. 4년 전인 2013년 합격자의 평균연령(28.4세)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사시가 폐지 수순에 접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젊은 응시생들이 로스쿨을 선택함에 따라 평균 연령이 증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35세 이상 합격자가 36.4%로 지난해(21.1%)보다 급증했다. 반면 25∼29세 합격자는 9.1%로 지난해(31.2%)보다 대폭 줄었다. 2013년에는 25∼29세가 전체 합격자의 49.4%를 차지했다. 합격자 중 고졸 이하는 없었다. 대졸 이상이 45명(81.82%), 대학 재학·중퇴가 10명(18.18%)였다. 법학 비전공 합격자는 전체 25.5%(14명)로 지난해(22.0%)보다 소폭 늘었다. 대학별 합격자는 서울대가 13명으로 가장 많았다. 고려대·한양대(각 7명), 성균관대·이화여대(각 5명), 연세대(4명), 서강대(2명) 순이었다. 총 19개 대학이 1명 이상의 합격자를 배출했다.법조인 양성의 통로 역할을 해온 사시는 사시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에 따라 올해를 끝으로 70년간 임무를 마쳤다. 시초는 1947∼1949년 3년간 시행된 조선변호사시험이었다. 법무부에 따르면 1963년 제1회 사시가 치러진 이래 올해까지 총 2만 766명의 법조인이 사시로 배출됐다. 한때 한국 사회의 ‘성공 신화’를 탄생시킨 장이었지만 ‘고시 낭인’을 쏟아내 사회적 비용을 키우는 문제도 낳았다. 사시는 국민의 법률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변호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미국식 로스쿨 제도에 역할을 넘기게 됐다. 그러나 로스쿨 체제가 부유층이나 권력층 자녀들에게 기회의 문이 편중된다는 우려가 종종 사실로 확인됨에 따라 사시 폐지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그치지 않고 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데스크 시각] 네이버의 또 다른 20년/김태균 산업부장

    [데스크 시각] 네이버의 또 다른 20년/김태균 산업부장

    1999년 6월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삼성SDS 멀티캠퍼스 건물의 한쪽을 사무실로 쓰고 있었다. ‘네이버’의 법인설립 절차가 채 완료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잠을 못 자 피곤하다고는 했지만, 32세 ‘청년 이해진’의 얼굴엔 생기가 가득했다. 1997년 10월 삼성SDS의 사내벤처로 검색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반쯤밖에 안 됐는데도 네이버는 그때 하루평균 250만 페이지뷰를 올리며 토종 검색기업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그에게는 많은 생각들이 있었다. 지나친 광고, 경품 등 초기 인터넷 서비스 시장의 어지러운 질서를 걱정했고, 미래 정보도구로서 (나중에 ‘스마트폰’으로 불리게 될)휴대전화가 갖게 될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있었다. 신생벤처로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는데, 그중 하나는 언론사들이 네이버에 대한 뉴스 공급을 꺼린다는 것이었다. 기껏 공들여 생산한 기사를 왜 엉뚱한 회사에 주느냐는 인식이 언론에 팽배해 있던 때였다. 악수를 하고 헤어지면서 나는 마른 체형에 선한 표정을 가진 그 청년 도전자가 꼭 성공하기를 바랐다. 미국산 ‘야후’나 ‘라이코스’를 이기고 토종 기업으로 멀리 높이 도약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했다. 네이버는 이후 경쟁자들을 차례로 제치고 ‘거인’이 됐고, 창업자 이해진은 청년들에게 ‘신화’가 됐다. 지난 9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를 ‘준(準)대기업집단’으로, 창업자를 ‘총수’로 지정한 것은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창업자 이해진이 지난달 말 국회 국정감사 증인석에 앉았다. 서비스를 개시한 지 딱 20년 만이었다.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 그의 공식 직함은 ‘글로벌투자책임자’(GIO)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산 6조 6000억원에 71개 계열사(올 5월 1일 기준)를 거느린 대기업 총수 자격이었다. 20년 전 모든 게 불투명하고 가진 게 부족해 고민이었던 그는 이제 온갖 수단을 소유하고 막강한 힘을 가진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돼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시장을 독점적으로 지배하려 든다, 경쟁기업들의 싹을 없애려 한다 등 기존의 재벌기업들에 익숙할 법한 지적들이 그에게 쏟아졌다. 창업자 이해진은 ‘글로벌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워 자신과 네이버를 방어했다. “인터넷은 국경이 없으니 글로벌 하게 봐야 한다. 해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보니, 국내 상황은 잘 모른다”고 했다. “10년 전부터 일본 시장 개척에 힘썼고 지금은 유럽 시장을 챙기고 있다”고도 했다. “구글도 겪는 문제인데 네이버만 비판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본질일 수는 없다. 그에게 던져진 질문은 네이버가 지배하는 국내 산업의 ‘기울어진 생태계’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글로벌 경쟁력이 국내 후발주자나 소상공인, 소비자들의 희생, 불이익을 바탕으로 성취된 결과여도 과연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 있겠느냐에 대한 물음이었던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네이버에는 혼자만 잘되기를 바라고, 동생들은 돌보지 않는 맏형과도 같은 이미지가 따라붙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네이버의) 장기적 성장도 중요하다”며 “우리 사회 전체가 네이버와 관련한 여러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갈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고민의 해법을 위한 열린 마당을 펼쳐야 하는 것은 네이버, 좀더 정확하게는 창업자 이해진의 몫이다. 그것이 사회적 책임이다. 해답은 20년 전 ‘청년 이해진’이 했던 고민에 상당 부분 담겨 있을 것이다. 새로운 20년 후, ‘4차 산업혁명’의 도약대를 지나 모든 것이 지금과 달라져 있을 그때에도 네이버가 진정한 강자로 존재하기 위한 열쇠 또한 그 안에 있을지 모른다. windsea@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부정 얼룩진 ‘메이드 인 재팬’… 고개 숙인 장인 정신

    [글로벌 인사이트] 부정 얼룩진 ‘메이드 인 재팬’… 고개 숙인 장인 정신

    일본의 ‘모노즈쿠리’ 신화가 끝 모를 추락을 하고 있다. 모노즈쿠리는 ‘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물건을 만든다’는,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일본의 제조업 문화를 일컫는 말이다. 지난달 8일 일본을 강타한 고베제강 품질 조작에 이어 닛산과 스바루자동차에서 잇따라 무자격 검사 스캔들이 터져 나오며 일본은 물론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여 있다. 더 큰 문제는 전 세계의 신뢰를 받아온 일본 제조업의 부정(不正)이 최근 몇 년간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도대체 일본 제조업계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일본 경제는 지금까지 고품질과 수준 높은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로 평가받아 왔지만 그것이 큰 소리를 내며 무너지고 있다.” 일본 4대 재계 단체 중 하나인 경제동우회의 고바야시 요시미쓰 대표간사는 지난달 18일 정례기자회견에서 이렇게 개탄했다. 고베제강과 닛산, 스바루자동차의 잇따른 스캔들을 놓고 하는 얘기다. ●고베제강 美연방법상 사기죄 가능성 고베제강은 일본에서 철강 3위, 알루미늄 2위를 달리며 GM과 테슬라, 보잉, 포드 등 해외 주요 글로벌 업체를 비롯해 전 세계 500개 업체를 거래처로 둔 거대 기업이다. 고베제강의 제품은 자동차, 신칸센, 비행기, 로켓, 알루미늄캔 등 온갖 제품에 사용돼 왔다. 그런 고베제강이 40~50년 전부터 고객사와 약속한 강도를 충족하지 않은 제품을 검사증명서의 데이터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버젓이 납품해 왔던 사실이 드러났다. 후폭풍은 거셌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달 16일 고베제강의 미 자회사에 문서 제출을 요구했다. 법령 위반이 인정되면 연방법상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에어백 결함을 일으킨 다카타,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한 폭스바겐은 벌금이나 간부의 기소까지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고베제강 간부가 기소될 가능성도 있다. 또 고베제강은 거래처와 함께 모든 제품에 대해 안전성 검증을 진행하고 있는데, 앞으로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제품이 나타날 경우 손해배상 등 후속 조치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고베제강은 지난달 30일 2017년도(2017년 4월 1일~2018년 3월) 최송 손익을 당초 350억엔(약 3500억원) 흑자에서 ‘미정’으로 전환했다. 고베제강만큼이나 충격을 안긴 것이 닛산자동차의 무자격 검사 사건이다. 완성차의 안전성 등을 검사하는 공정 일부를 무자격 사원에게 맡겼다가 들통이 난 것이다. 일본 도로운수차량법에 따르면 안전검사를 정부 대신 자동차업체에 대행하는 것을 인정하되 검사 자격증을 갖춘 사원들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닛산의 경우 일본 내 6개 공장에서 무자격 사원을 투입한 것이다. 닛산은 해당 차량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지난달 7일 38종 차량 116만대 리콜을 결정했다. 지난달 27일 일본 군마현에 있는 스바루의 군마제작소에서도 같은 문제가 적발돼 스바루는 25만 5000대를 리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인이 믿고 쓴다는 ‘메이드 인 재팬’의 자부심은 최근 몇 년 들어 바닥을 쳤다. 고베제강과 닛산, 스바루에 앞서 일본의 대기업에서 잇따라 분식회계나 제품 조작 등의 스캔들이 불거졌다. 후지필름의 복합기 제조업체 후지제록스는 지난 4~6월 뉴질랜드와 호주의 자회사에서 손실을 감추기 위해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부정회계로 인해 발생한 손실액은 호주 375억엔(약 3850억원), 뉴질랜드 220억원(약 2260억원)이었다. 지난해에는 미쓰비시자동차와 스즈키자동차가 나란히 연비 조작이 발각돼 곤욕을 치렀다. 2015년에는 유명 건설사 아사히카세이의 자회사가 요코하마시의 대형 아파트를 건설할 때 지반을 다지는 공사를 하면서 해당 현장의 안전 관련 데이터를 다른 현장에서 가져다 쓴 사실이 들통났다. 이 때문에 아파트는 기울어진 채 완공됐고 경영진은 모두 물러났다. 같은 해 도요고무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흔들림을 억제해 건물을 지키는 면진 고무의 성능 데이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자업체 도시바는 2015년 1518억엔(약 1조 5200억원) 규모의 이익을 부풀린 분식회계가 발각돼 결국 알짜 반도체 회사인 도시바메모리를 매각해야 했다. 세계 3대 에어백 제조사였던 다카타는 2014년 에어백 결함 은폐로 인한 손실 누적으로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2011년에는 올림푸스가 10년 이상 1000억엔(약 1조원)가량의 손실을 감춰 온 사실이 밝혀졌다.●日 노동생산성 獨?英에 밀려 11위 이렇게 신뢰가 최고의 강점이었던 일본 제조업체의 잇따른 부정의 근원에는 무엇이 있을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식 ‘가이젠’(개선) 모델의 한계에 대해 지적한다. 가이젠은 일종의 집단지성이다. 한 사람의 천재가 혁명적 시스템을 생각해 내는 서방 선진국과는 달리 일본은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를 긁어모아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제품을 개선해 나간다. 가이젠 모델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기업 본부가 아닌 현장의 목소리가 중요하다. 이처럼 일본 특유의 가이젠 모델 때문에 일본 제조업들은 전통적으로 현장을 중시해 왔고, 이런 관습이 본사와 현장 간 괴리를 초래하며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을 뒤처지게 했다는 것이다. 일본 제조업의 모노즈쿠리 신화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데이터로도 나타난다. 일본생산성본부에 의하면 2000년 미국에 이어 2위였던 일본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2014년에 독일, 영국, 프랑스에 추월당해 11위로 전락했다. 서방 선진국은 공장에 정보기술(IT)을 도입하면서 대대적 개혁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원조 격인 ‘인더스트리 4.0’을 내세우는 독일이 대표적이다. 인더스트리 4.0은 독일이 전통적 강점을 가진 제조업에 사물인터넷(IoT), 스마트공장 등을 도입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예를 들면 독일의 부품기업 보슈의 공장에서는 그동안 200종류의 부품을 7개 라인에서 생산해 온 기존 체제를 없애고 1개의 라인으로 통일했다. 모든 제품에 센서를 달고 종업원의 상태를 무선으로 관리해 생산효율을 10% 향상시켰다. 일본도 도요타, 히타치 등에서 사물인터넷을 생산현장에 들여오는 등 변화의 조짐은 보이고 있지만 아직 미약하다. 여기에 그동안 품질로 승부해 왔던 일본 제품이 중국이나 한국 등 신흥국 제품과 치열한 가격 경쟁에 직면하면서 효율화와 코스트 삭감이라는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도쿄 가스미가세키 법률사무소의 엔도 모토카즈 변호사는 지난달 16일 로이터통신에 “글로벌 경쟁 때문에 일본 제조업체들은 코스트 인하 압력을 받았지만 동시에 제품 할당량을 채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노즈쿠리 신화는 몰락할 것인가 게다가 내부에서 부정을 지적하기 어려운 일본 특유의 경직된 기업문화도 사태에 부채질을 했다. 고령화로 인한 심각한 일손 부족으로 인해 필요한 인력을 제때 구하지 못하는 등 경영 환경이 악화된 것도 일본 제품이 예전의 품질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이유다. 반면 최근 일련의 사태를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는 의견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수면 아래로 숨어버렸을 부정이 드러나는 것은 정부가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기업들에 압력을 가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번 고베제강 품질 조작 스캔들을 계기로 일본 내에서는 자국 제조업이 절체절명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2, 제3의 고베제강 사태가 발생한다면 제조업은 부활의 기회를 가져보기도 전에 세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터다. 일본 제조업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시진핑 룸메이트였던 천시 조직부장, 중앙당교 교장에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대학동창이자 룸메이트였던 천시(陳希) 중국공산당 중앙조직부 부장이 중국공산당 간부를 교육하는 최고학부인 중앙당교 교장직까지 겸임했다.  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천시 정치국위원 겸 중앙당교 교장이 이날 중앙당교 가을학기 졸업식에 참석해 졸업생들에게 증서를 수여했다고 보도했다.  천시는 시 주석의 칭화대 화학공정과 동창이자 기숙사 룸메이트로 이층침대의 위아래 칸을 나눠 썼던 사이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시 주석이 1998년 칭화대 박사과정으로 입학하는데 도움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칭화대에서 26년 근무해 온 천시는 랴오닝성 부서기, 중국과학기술협회 당서기 등을 거쳐 18차 당대회에서 중앙위원으로 선출됐고, 2013년 4월 중앙조직부 부부장으로 등용됐다.  지난달 25일 19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그는 25명 정원의 정치국원으로 선출됐고, 28일 자오러지(趙樂際) 신임 정치국 상무위원이 맡았던 중국 공산당 중앙조직부 부장으로 승진했다.  이번에 중앙당교 교장직까지 맡으면서 천시는 중앙조직부 부장, 중앙서기처 서기(4석), 중앙 정치국원, 중앙당교 교장까지 ‘1인 4직’을 수행하게 됐다.  한편 1989년 차오스(喬石) 전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중앙당교 교장을 맡은 이래 30여 년 중앙당교 교장직은 정치국 상무위원급이 겸임해왔다.  후진타오 전 주석은 지난 1993년부터 2002년까지, 시 주석도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중앙당교 교장을 겸임한 바 있다. 천 부장 이전 류윈산(劉雲山) 전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전 중앙서기처 서기가 중앙당교 교장을 역임했었다.  중앙당교 교장직은 실제 권력보다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정치국 상무위원보다 한단계 낮은 정치국원이 교장직을 맡았지만, 시 주석 측근인사가 맡게 되면서 시 주석이 주창하는 이론과 이데올로기 정립과 선전이 더 강화될 전망이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시 주석 룸메이트였던 천시 조직부장, 중앙당교 교장에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대학동창이자 룸메이트였던 천시(陳希) 중국공산당 중앙조직부 부장이 중국공산당 간부를 교육하는 최고학부인 중앙당교 교장직까지 겸임했다.  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천시 정치국위원 겸 중앙당교 교장이 이날 중앙당교 가을학기 졸업식에 참석해 졸업생들에게 증서를 수여했다고 보도했다.  천시는 시 주석의 칭화대 화학공정과 동창이자 기숙사 룸메이트로 이층침대의 위아래 칸을 나눠 썼던 사이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시 주석이 1998년 칭화대 박사과정으로 입학하는데 도움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칭화대에서 26년 근무해 온 천시는 랴오닝성 부서기, 중국과학기술협회 당서기 등을 거쳐 18차 당대회에서 중앙위원으로 선출됐고, 2013년 4월 중앙조직부 부부장으로 등용됐다.  지난달 25일 19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그는 25명 정원의 정치국원으로 선출됐고, 28일 자오러지(趙樂際) 신임 정치국 상무위원이 맡았던 중국 공산당 중앙조직부 부장으로 승진했다.  이번에 중앙당교 교장직까지 맡으면서 천시는 중앙조직부 부장, 중앙서기처 서기(4석), 중앙 정치국원, 중앙당교 교장까지 ‘1인 4직’을 수행하게 됐다.  한편 1989년 차오스(喬石) 전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중앙당교 교장을 맡은 이래 30여 년 중앙당교 교장직은 정치국 상무위원급이 겸임해왔다.  후진타오 전 주석은 지난 1993년부터 2002년까지, 시 주석도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중앙당교 교장을 겸임한 바 있다. 천 부장 이전 류윈산(劉雲山) 전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전 중앙서기처 서기가 중앙당교 교장을 역임했었다.  중앙당교 교장직은 실제 권력보다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정치국 상무위원보다 한단계 낮은 정치국원이 교장직을 맡았지만, 시 주석 측근인사가 맡게 되면서 시 주석이 주창하는 이론과 이데올로기 정립과 선전이 더 강화될 전망이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에릭의 그녀’ 나혜미, 데뷔 이래 첫 주연 ‘어떤 역할?’

    ‘에릭의 그녀’ 나혜미, 데뷔 이래 첫 주연 ‘어떤 역할?’

    ‘에릭의 그녀’ 나혜미가 데뷔 이래 첫 주연을 맡게 됐다.2일 배우 나혜미(27) 소속사 이매진아시아에 따르면 나혜미가 영화 ‘멘소레! 식당 하나(가제·감독 최낙희)’에 출연을 확정했다. 나혜미는 이번 영화에서 정세희 역을 맡게 됐다. ‘멘소레! 식당 하나(가제)’는 다른 삶을 살아온 고하나(최정원 분)와 정세희(나혜미 분)가 오키나와 작은 식당에서 만나 서로 상처를 치유하고 삶의 희망을 갖게 되는 내용의 영화다. 영화는 이달 초 일본에서 올로케이션 촬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나혜미는 이번 영화로 첫 주연을 맡게 됐다. 지난 2001년 영화 ‘수취인 불명’으로 데뷔,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을 통해 시청자에 이름을 알렸다. KBS1 ‘사랑은 노래를 타고’, SBS ‘엽기적인 그녀’ 등 드라마에 출연,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지난 7월에는 가수 신화 출신 에릭(문정혁·39)과 결혼했다. 김혜민 기자 khm@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톡] 11월 1일은 근대화학 ‘혁명’의 날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톡] 11월 1일은 근대화학 ‘혁명’의 날

    산소 존재·질량보존 법칙 발견 뛰어난 재능과 수완으로 어떤 일이든 승승장구하는 사람을 일컬어 ‘미다스의 손’을 가졌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다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리기아의 왕입니다. 욕심 많은 미다스 왕은 우연한 기회에 술의 신 디오니소스에게 소원을 말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뭐든지 황금으로 만드는 능력을 갖고 싶다’는 소원을 이야기합니다. 결국 손만 닿으면 황금으로 변하다 보니 사랑하는 딸까지 황금 덩어리로 변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집니다.물질에 대한 거침없는 욕망을 표현한 미다스 신화는 실제로 여러 가지 시도로 나타납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연금술입니다. 연금술은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돼 아라비아를 거쳐 중세 유럽으로 전해진 기술로 구리나 납, 주석 같은 싸구려 금속으로 금, 은 같은 귀금속을 만들거나 영원한 젊음을 주는 영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연금술은 화학 발전에 상당한 도움을 줬던 것도 사실이지만 ‘과학’이라는 체계를 갖추기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연금술 수준의 화학을 근대 과학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은 18세기에 살았던 불세출의 화학자 앙투안 라부아지에(1743~1794) 덕분입니다. 특히 라부아지에가 1772년 11월 1일 프랑스 과학아카데미에 보고한 ‘연소’ 논문은 화학이 연금술과는 차별화된 ‘과학’이라는 사실을 선언한 독립선언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날 과학아카데미에 보고된 논문은 메모 형태로 본인의 연구 우선권을 주장하기 위한 초록 수준이었습니다. 이듬해인 1773년 2월 그는 완성된 논문을 발표하면서 “이번 실험은 물리학과 화학에서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금도 아이들은 성냥이나 종이에 불이 붙고 꺼지는 것을 보면 신기해합니다. 그러면서 “불은 왜 붙어”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인류가 처음 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갖게 된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18세기 중반까지 모든 물질에는 ‘플로지스톤’이라는 입자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했습니다. 연소과정에서 플로지스톤이 소모되고 물질 속에 있는 플로지스톤이 모두 소모되면 비로소 연소과정이 끝난다는 것입니다. 그럴듯하지 않나요. 플로지스톤이 타서 없어지는 것을 연소과정이라고 한다면 물질이 타고 난 뒤 무게는 가벼워져야 하는데 금속 같은 경우는 더 무거워집니다. 플로지스톤설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었습니다. 그래서 라부아지에는 밀폐된 유리 용기 속에서 금속을 태운 뒤 정량 측정을 함으로써 연소라는 현상이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하는 과정이라는 연소설을 확립했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 산소의 존재를 발견하고 화학 반응 전후에 질량이 보존된다는 질량보존 법칙도 발견해 냈습니다. 이런 사실에서도 볼 수 있듯이 라부아지에는 그때까지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섞어 보고 돼도 그만 안돼도 그만이었던 연금술을 체계적인 실험과 증명, 해석을 통해 이론을 세우는 ‘화학’이란 새로운 형태의 학문으로 완성해 냈습니다. 그를 ‘근대 화학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점 때문입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라부아지에의 업적이 지금까지 남을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아내인 마리안 라부아지에 덕분이라는 점입니다.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제한됐던 당시 분위기와 달리 마리안은 남편의 실험 준비는 물론 실험 내용과 과정을 그림으로 남기는 등 연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합니다. 프랑스 혁명 직후 라부아지에는 앙시앙 레짐(구체제)의 세금공무원이었다는 이유로 고발돼 부인과 함께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만약 그가 프랑스 혁명 이후에도 살아남아 연구를 계속했더라면 화학은 얼마나 더 발전해 있을까 문득 궁금해집니다. edmondy@seoul.co.kr
  • [프로야구] 단군 신화 고쳐쓴 ‘불패 신화’

    [프로야구] 단군 신화 고쳐쓴 ‘불패 신화’

    5차전서 두산 7-6 꺾고 4승 1패KIA가 통산 11번째 한국시리즈(KS) ‘불패 신화’를 썼다. KIA는 30일 잠실에서 열린 KBO 한국시리즈(7전4승제) 5차전에서 두산의 막판 추격을 7-6으로 따돌렸다. 이로써 KIA는 1차전 패배 뒤 내리 4연승으로 2009년 이후 8년 만에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그러면서 타이거즈(해태 포함) 통산 11번째 KS에서 한 차례도 패하지 않는 ‘불패 신화’를 이어갔다. 1차전(6이닝 5실점)에서 부진했던 KIA 헥터는 6회까지 무실점 역투했으나 7회 난조로 4실점했다. KS에서 부진했던 ‘만루포 사나이’(정규시즌 통산 16개) 이범호는 3회 짜릿한 만루포(KS 개인 1호)로 우승에 기여했다.특히 KIA는 7-6이던 9회말 2차전 완봉승의 주인공이자 6차전 선발 예정인 양현종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양현종은 김재환 볼넷과 조수행의 기습번트 타구를 잡은 3루수의 악송구, 허경민의 볼넷으로 1사 만루에 몰렸으나 무실점으로 막아 기대에 부응했다. 3년 연속이자 통산 6번째 정상에 도전한 두산은 헥터에 무기력하게 끌려가다 7회 6득점하며 무섭게 폭발했으나 역전에는 실패했다. 두산 니퍼트는 5외 3분의1이닝 6실점으로 기대를 저버렸다.KS 최우수선수(MVP)로는 양현종이 선정됐다. KIA 우승의 원동력은 선발 마운드다. 헥터-양현종-팻딘-임기영 등을 잇는 선발진은 정규시즌 1위로 KS 직행을 견인한 데 이어 KS에서 더욱 눈부신 투구로 11번째 우승을 완성했다. 최강 ‘원투펀치’ 헥터-양현종은 1985년 김시진-김일융(이상 25승 삼성) 이후 32년 만에 동반 20승을 일궜다. 이어 팻딘이 9승(7패), 임기영이 8승(6패)으로 힘을 보탰다. 이들 선발진이 합작한 승수는 63승. KIA가 올 시즌 쌓은 팀 승리(87승)의 무려 72.4%가 선발승이다.이들의 활약은 KS에서 더욱 빛났다. 두산의 화력과 경험을 이겨내기 힘들 것으로 점쳐졌지만 정반대였다. 1차전에서 헥터가 기대에 못 미쳤지만 2차전에서 양현종이 9이닝 4안타 무실점의 ‘신들린’ 투구로 리그 첫 1-0 완봉승을 일궜다. 팻딘도 3차전에서 7이닝 3실점으로 기세를 올렸고 임기영은 4차전에서 5와 3분의2이닝 무실점으로 깜짝 호투했다. 양현종-팻딘-임기영은 KS 3경기 연속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며 선발투수의 힘을 확인했다. KIA 구단의 과감한 투자와 안목도 빼놓을 수 없다. KIA는 헥터와 양현종을 주저앉히고 ‘100억원 사나이’ 최형우와 버나디나를 영입해 우승 ‘퍼즐 조각’을 짜맞췄다. 모두 기대에 부응했고 버나디나는 ‘신의 한 수’로까지 평가받았다. 버나디나는 퇴출 직전까지 갔다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시즌 타율 .320에 27홈런 111타점 32도루를 기록했고 폭넓은 수비까지 돋보였다. KS에서도 4차전까지 타율 .533에 6타점 맹타로 존재감을 뽐냈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시진핑 2.0시대] 2000건 제안…토론만 1500회, 시진핑 3시간 반 ‘업무보고’ 완성

    [시진핑 2.0시대] 2000건 제안…토론만 1500회, 시진핑 3시간 반 ‘업무보고’ 완성

    ‘시진핑 사상’이 담긴 중국 공산당 당장(黨章·당헌)이 30일 공포됐다. 공산당과 국무원의 고위 관료들의 시진핑 찬양이 쏟아지고 있고, 관영 언론매체들은 시진핑 사상 띄우기에 한창이다. 이날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9차 당대회를 통해 개정된 공산당 당장 전문을 게재했다.당장은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 사상은 마르크스 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3개 대표론, 과학발전관을 계승·발전시킨 마르크스주의의 중국 최신화의 성과”라며 “당과 인민의 실천 경험과 보편적 지혜의 결정체이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한 지침”이라고 언급했다. 시 주석이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발표한 19차 당대회 업무보고도 인민출판사에 의해 출간돼 전국에 학습서로 배포됐다. 앞서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3시간 30분 동안 쉼 없이 읽은 68쪽의 업무보고는 2000건의 제안을 검토하고 1500차례 이상 토론회를 거친 결과물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1월 시 주석은 보고서를 작성한 공산당 정치국에 “국내외 상황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당과 중국의 발전에 대해 깊이 공부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시 주석은 올여름 다시 “역사와 진실, 이론과 실제, 국내외 상황에 기반을 둔 정확하고 과학적인 결론과 정책, 새로운 생각을 담을 것”을 주문했다. 이에 보고서 작성팀은 80개 학습조를 조직해 2~3월에 1500회 이상의 토론회와 세미나를 열었다. 2만명 이상이 토론에 참여하고 25개의 중국 내 연구소에서 80개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읽은 보고서가 공산당 내·외부의 의견을 모두 참고해 만들어졌으며 “민주주의와 지혜의 산물로 공산당과 중국 인민의 의지를 반영한다”고 자찬했다. 시 주석은 리잔수, 왕양, 왕후닝, 자오러지, 한정 등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지난 25일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새로 선임되기에 앞서 일대일 면담을 했다. 2007년 열린 17차 당대회와 5년 전 18차 당대회에서 상무위원 선임은 추천회의에서 열린 투표가 좌우했으나 시 주석은 투표가 계파에 따라 이뤄지거나 신중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판단, 직접 상무위원 후보들을 면담하기에 이르렀다. 시 주석은 지난 4월부터 두 달 동안 전·현직 당 지도부의 추천을 받아 상무위원 후보 57명과 면담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프로야구] 떠오른 ‘핵잠’ 임기영… KIA “1승 남았다”

    [프로야구] 떠오른 ‘핵잠’ 임기영… KIA “1승 남았다”

    임, 6K 무실점 KS 데뷔전 MVP팀 KS불패·8년 만의 정상 눈앞 기력 잃은 두산 안방 2연패 굴욕 오늘 5차전 헥터·니퍼트 선발 ‘잠수함’ 임기영(23·KIA)이 한국시리즈(KS) 데뷔전 역투로 두산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KIA는 29일 잠실에서 벌어진 KBO 한국시리즈(7전 4승제) 4차전에서 두산을 5-1로 눌렀다. 1차전 패배 뒤 내리 3연승한 KIA가 1승만 보태면 2009년 이후 8년 만에 정상에 등극한다. 그러면서 통산 11번째 KS에 나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는 KS ‘불패 신화’도 잇는다. KS에서 3승 1패하고도 내리 3연패로 우승을 놓친 경우는 단 한 차례다. 공교롭게도 두산이 2013년 삼성을 맞아 ‘역스윕’ 우승했다.데뷔 첫 KS에 등판한 고졸 6년차 임기영(MVP)이 승리의 일등공신이다. 예리한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5와3분의2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솎아내며 6안타 무실점으로 두산 강타선을 잠재웠다. 투구 수 81개 중 체인지업(32개)이 가장 많았고 다음이 직구(29개)였다. 버나디나는 3루타 등 5타수 3안타 2타점으로 공격 선봉에 섰다. 두산 선발 유희관도 6과3분의1이닝 동안 7안타 4탈삼진 3실점(2자책)으로 잘 던졌지만 1회 집중타를 맞은 게 아쉬웠다. 3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5차전 선발로 KIA와 두산은 1차전에서 맞붙은 헥터와 니퍼트를 예고했다. 이날 KIA는 연승 기세를 이어 간 반면 두산은 다소 무기력했다. 체력 탓인지 선수들의 몸이 무거웠고 집중력(투지)도 두산답지 않았다. KIA는 1회 1사 후 김주찬의 2루타와 버나디나의 3루타로 가볍게 선취점을 뽑고 최형우의 내야 안타가 이어지며 2-0으로 앞섰다. 반면 두산은 2회 1사 1루, 3회 1사 1, 2루, 5회 무사 1루 등 잇단 찬스를 잡고도 번번이 적시타 불발로 끌려갔다. 두산은 6회 2사 후 오재일의 안타와 상대 실책으로 반격 기회를 잡았다. 그러자 KIA 김기태 감독은 임기영을 내리고 심동섭을 올렸지만 최주환에게 볼넷을 내주자 주저 없이 김윤동을 내세워 불을 끄는 빼어난 용병술을 뽐냈다.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KIA는 7회 1사 2루의 추가 득점 기회를 맞았다. 두산도 유희관을 내리고 함덕주를 올려 배수진을 쳤다. 이어진 2사 1, 2루에서 뜻밖의 상황이 연출됐다. 김주찬의 평범한 유격수 땅볼을 베테랑 김재호가 어이없이 놓쳐 득점으로 연결됐고 다음 버나디나의 적시타까지 터져 4-0으로 달아났다. 4-1로 쫓긴 KIA는 9회 1사 2, 3루에서 김주찬의 내야 땅볼로 1점을 보태 승리를 굳혔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시자쥔’ 지방까지 장악

    ‘시자쥔’ 지방까지 장악

    리창-상하이, 리시-광둥성 서기 천시, 중앙조직부 부장으로 승진 과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지방에서 함께 근무했거나 학연과 지연으로 엮인 직계 그룹인 ‘시자쥔’(習家軍)이 중국 주요 지방과 부처를 장악하고 있다.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마친 중국 공산당은 28~29일 이틀에 걸쳐 처음으로 시진핑 집권 2기 당직 인사를 단행했다. 신화통신이 보도한 인사에 따르면 당대회에서 정치국원으로 승진한 리창(왼쪽·李强) 장쑤성 서기가 상무위원에 오른 한정(韓正)의 후임으로 상하이 서기가 됐다. 리창은 2004년 저장성 공산당위원회 비서장으로 근무하면서 저장성 서기로 있던 시 주석의 집사 역할을 수행한 대표적 시자쥔이다. 이로써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세력인 ‘상하이방’이 독점해 오던 상하이 당서기직은 한정 서기를 마지막으로 시진핑 그룹에 넘어가게 됐다. 이번 당대회에서 평당원에서 일약 정치국원에 오른 베이징시 서기 차이치(蔡奇)도 핵심 시자쥔이어서 중국의 정치 수도 베이징과 경제 수도 상하이는 모두 시자쥔이 접수하게 된 셈이다. 중국 경제의 심장으로 불리는 광둥성 서기도 시자쥔인 리시(가운데·李希) 랴오닝성 서기가 차지했다. 역시 이번에 정치국원이 된 리시 서기는 2006~2011년 산시성 옌안시 서기를 지낼 당시 시 주석이 하방 생활을 했던 량자허촌을 관광지로 개발한 인물이다. 리시가 광둥성으로 이동함에 따라 차기 주자로 거론되다가 상무위원 입성에 실패한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서기는 베이징으로 들어올 게 확실해졌다. 중화권 매체 보쉰은 “후 서기가 국무원 부총리가 돼 농업 및 대외통상을 맡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 주석의 칭화대 화학공정과 동창이자 기숙사 룸메이트인 천시(오른쪽·陳希)는 공산당 중앙조직부 부부장에서 부장으로 승진했다. 중앙조직부장은 중국 공산당의 인사와 조직 관리를 총괄하는 핵심 요직이다. 한편 공산당 정치국은 지난 27일 첫 회의를 열어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시 주석에게 업무보고를 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리 총리를 포함한 나머지 상무위원 6명이 시 주석에게 매년 서면보고를 하도록 해 수평적이었던 상무위원 간 관계를 상하관계로 변경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中 한국행 노선 재개… 베이징선 文 방중 기정사실로

    관영언론들도 韓 공격 기사 자제中 공식조치 없어 신중 접근 필요 한·중 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특히 베이징에서는 오는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29일 “12월 문 대통령 방문이 이미 깊숙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문 대통령이 중국 최고 명문인 베이징대에서 연설을 할지 아니면 시진핑 국가주석의 모교인 칭화대를 방문할지 등에 대해서도 의견이 오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대통령이 교민 사회를 방문할 때 어떤 한국식당에 가서 누구를 만날지도 관계자들끼리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영민 주중 대사도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통령의 연내 방중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훈풍 조짐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날 베이징 노동자체육관에서는 중국 외교부 주최로 각국 대사관이 참여하는 국제자선바자회가 열렸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한국 부스를 찾아 이달 초 부임한 노 대사와 처음으로 인사를 나눴다. 왕 부장은 “양국 우호에 대한 노 대사의 생각을 높이 평가하고, 양국 관계에 우호의 다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노 대사 부임 이후 (양국 관계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 부장은 다른 국가 부스에서는 간단한 인사만 나눴지만, 한국 부스에서는 비교적 오랜 시간 머물며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해 강성 여론을 주도하던 인민일보, 신화통신, 환구시보 등 관영언론들이 지난 24일 폐막한 제19차 중국 공산당대회가 열리기 약 2개월 전부터 사드와 관련한 공격적 기사를 내놓지 않는 점도 눈에 띈다. 지난 27일 주중 한국대사관저에서 열린 개천절 및 국군의 날 기념 리셉션에서는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가 참석해 이례적으로 축사까지 했다. 지난해에는 참사관(과장)이 참석했다. 24일에는 필리핀에서 2년 만에 한·중 국방장관 회담이 열렸다. 외교 소식통은 “사드 문제를 주관하는 중국 국방장관이 우리 국방장관을 만난 것은 시 주석 허락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여러 사인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사드 보복 조치를 다소 완화하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중국 상하이 저가항공사인 춘추(春秋)항공은 31일부터 닝보~제주 노선 운항을 원래대로 주 3회씩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길상(吉祥)항공도 상하이~제주 노선 복항 준비에 들어갔다. 다만 중국이 아직 아무런 공식 조치를 내놓고 있지 않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항공사 운항 재개나 일부 소규모 여행사의 한국상품 판매 재개는 당국과 협의된 게 아니라 시장 분위기를 떠보는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단체 비자 신청은 여전히 제로(0)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전혀 변하지 않았는데도 우리가 먼저 기대감을 보이며 가볍게 처신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이슈 플러스] 3년째 계속된 ‘서울약사대불’ 철거 대치

    [이슈 플러스] 3년째 계속된 ‘서울약사대불’ 철거 대치

    서울 개포동 구룡산 자락의 능인선원(원장 지광 스님)에 세계 최대 규모로 세워진 ‘서울약사대불’이 철거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서울 강남구청은 지난 11일 능인선원에 서울약사대불로 훼손된 녹지를 원상회복하라며 이행강제금부과 예고통보를 했다. 하지만 능인선원 측은 법 위반은 사실이나 신도들의 불사금으로 조성돼 철거와 같은 원상회복은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서울 강남구청 관계자는 “능인선원이 세운 서울약사대불은 현행법상 불법 공작물이어서 지난 10일까지 원상회복하라는 내용의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시정되지 않았다”며 “이행강제금으로 1100만원 부과를 예고했다”고 밝혔다. 이행강제금은 지난해 이어 두 번째다. 앞서 강남구청은 2015년 10월 서울약사대불의 능인선원을 상대로 시정명령 불이행에 따른 형사고발을 서울강남경찰서에 한 바 있다. 능인선원 핵심 관계자는 “법의 허용범위를 벗어나 조성된 것은 사실이나 신도들의 불사금으로 조성됐고, 서울약사대불이 신앙적으로 기도대상이기 때문에 철거와 같은 원상회복은 어렵다”면서 “강남구청이 부과하는 이행강제금은 납부하지 않으면 압류가 들어오기 때문에 납부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능인선원이 강제철거와 같은 행정대집행은 타인을 심각하게 방해하거나 손해를 끼치는 경우가 아니면 이행강제금으로 대체하는 최근의 관례를 역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강남구청이 “현행법을 위반해 설치된 불법공작물은 철거와 함께 훼손 지역의 원상복구를 적시하고 있어 법대로라면 철거돼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서울약사대불이 종교시설이라 현재로서는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도 한몫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편, 서울약사대불은 ‘이 시대에 대한 치유 부처님’으로서 능인선원이 120억원(청동만 100톤)을 들여 2009년 불사를 시작, 6년 만인 2015년 9월 13일 개원 30주년 기념법회와 함께 점안됐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서청원 최고위원 등 유력 정치인들이 기념법회에 참석, 축사를 통해 “세계 최대 크기라고 하니 우리 국민의 아픈 상처를 세계 최대로 치료해 줄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서울약사대불은 현행법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의 행위제한을 위반해 설치된 ‘불법 공작물’이다. 개발제한구역의 행위제한은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민의 건강에 필요한 녹지를 제공할 목적으로 1971년 지정된 이후 반세기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대다수의 국민은 그린벨트를 훼손하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서울약사대불은 그린벨트를 훼손하고 침범해 조성됐다. 치료의 부처님으로 신앙하는 세계인과 국민에게 면목이 서지 않게 됐다. 이에 따라 서울약사대불은 점안된 2015년부터 형사고발을 당했고 이듬해부터는 이행강제금의 행정처분으로 3년째 관재구설수에 올라 있다. 특히 능인선원은 조성 초기부터 불법공작물로 지목된 서울약사대불을 유지하기 위해 신도들의 불사금을 사용해왔다. ‘원상복구 시정명령→이행강제금 부과’와 ‘행정명령 불이행→이행강제금 납부’로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하게 됐다.●서울약사대불, 어떻게 세워졌나 서울약사대불은 1985년 12월 서울 강남구 포이동 작은 상가법당에서 출범한 이래 한국불교 도심포교의 성공신화로 알려진 능인선원이 개원 30주년을 기념해 세웠다. 서울약사대불은 좌불이면서 높이만 38m로 아파트 10층 높이에 버금간다. 속리산 법주사 금동미륵대불의 33m보다 5m나 더 높다. 서울약사대불은 청동에 가금을 한 ‘금동부처님’으로서 약사여래불 중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지광 능인선원 원장스님은 점안식 당시 “16년 전 신도회에서 약사여래불을 세우자는 제안”에 따라 “당시 청동을 미리 구해 놓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능인선원 신도연합회(대표 김영하, 윤명불성, 김수정주, 한미타화)도 “물질적 풍요로움은 더해 가고 있지만 갖가지 질병 인구는 많아지고 청소년 자살자, 정신 이상자들이 늘면서 21세기 배달겨레는 몸과 마음이 아프다”면서 “이러한 질병으로부터 서울시민을 지켜내고 해탈케 할 목적으로 서울약사대불을 강남의 명산 구룡산에 모시기로 16년 전 결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2000년도에 서울약사대불의 불사를 일으키기로 결의했고 2009년 공사에 착수해 2015년에 완공을 봤지만 정작 부처님(서울약사대불)은 현행법을 위반한 ‘불법 공작물’로 세웠다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현행법령을 검토해 준수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계획적으로 의도된 법 위반이란 지적이다. ●개발제한구역 이행강제금이란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법)에서 개발제한구역이란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해 도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을 확보할 목적으로 지정한 구역(법 제1조)을 말한다. 이행강제금은 시장, 군수, 구청장은 ①시장, 군수, 구청장으로부터 허가를 받지 않거나 허가의 내용을 위반해 용도변경을 한 때 ②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용도변경허가를 받은 때 ③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신고를 하지 않거나 신고한 내용을 위반해 용도변경을 한 때 등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적발한 경우에는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법 제30조). 또 해당 위반행위자에 대해 공사의 중지 또는 상당한 기간을 정해 건축물 공작물 등의 철거·폐쇄·개축 또는 이전,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법 제30조). 나아가 시장, 군수, 구청장은 이 시정명명을 받은 후 그 시정기간 내에 그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자에 대해 1억원의 범위 안에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법 제30조의 2). 나아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법 제32조)에 처해지고, 상습적으로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법 제31조)에 처해진다.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
  • [상생경영] LG그룹, 6400억 상생기금…1·2·3차 협력사 고용 안정 ‘숨통’

    [상생경영] LG그룹, 6400억 상생기금…1·2·3차 협력사 고용 안정 ‘숨통’

    LG그룹은 지난 6월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2016년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많은 6개 계열사가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LG전자를 비롯해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이노텍이 주인공이다. LG그룹은 3년 연속으로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많은 계열사를 배출했다. 구본준 LG 부회장은 지난달 탑엔지니어링 등 1, 2, 3차 협력사를 직접 찾아 동반성장을 통해 강소기업으로 변신한 비결을 들었을 만큼 기업 생태계의 상생에 관심이 많다.LG그룹이 6400억원 규모로 운영 중인 상생협력기금은 협력사의 경영 개선, 고용 안정에 숨통을 틔워 주고 있다. 1차 협력사가 2, 3차 협력사에 현금결제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상생결제’ 시스템도 업계에 모범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신(新)상생협력체제’를 선언했다. 금융·기술·의료복지 분야 지원 대상을 2000여곳의 2, 3차 협력사까지 전면 확대한 것이다. 특히 암, 희귀질환 등 업무와 포괄적 상관 관계가 있는 질병에 대해 LG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1년 이상 근무한 협력사 직원에게도 본사 임직원과 차별 없이 의료복지를 지원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협력사의 장비국산화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디스플레이 산업 초기였던 1998년 LG디스플레이의 LCD 장비 국산화율은 6%에 불과했지만, 올해 80%를 넘어섰다. LG디스플레이가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8년 연속 세계 1위를 고수하고, 30개 장비 협력사의 매출액이 2007년 1조 4000억원에서 지난해 4조원 규모로 늘어난 것은 이런 동반성장 노력의 성과다. LG화학은 2010년 ‘LG화학 동반성장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화학물질 규제가 엄격한 유럽연합(EU) 시장에 협력사들이 큰 걸림돌 없이 수출을 할 수 있도록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에 아크릴산, 부틸아크릴레이트 제품의 등록을 마쳤다. 자금 확보가 어려운 중소 협력사에는 상생펀드로 매년 600억원 이상 저금리 대출을 해 주고 있다. 올해에는 대출금리도 내렸다. LG유플러스가 운영 중인 ‘협력사 제안의 날’도 주목할 만하다. 중소 협력사들이 값싸고 질 좋은 통신장비나 솔루션 개발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심사 절차를 거쳐 채택된 제품에 대해 LG유플러스가 구매를 보장해 준다. 28개 중소 협력사 대표로 구성된 ‘U+동반성장보드’는 국산장비 공동 개발, 기술개발 인프라 무상제공, 거래대금 100% 현금지급 등을 실천하고 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트럼프 “시진핑과 北 문제 토론… 2주 후 역사적 여행”

    시 “북핵 타협점 찾을 것” 화답 김정은 “북중관계 발전 확신” 축전… 내용 짧아져 서먹한 관계 반영된 듯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2기 출범에 대해 지구촌이 기대와 우려가 섞인 시선을 동시에 보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시 주석의 연임을 축하하는 전화 통화를 했다며 “북한 문제와 무역에 대해 토론했다. 2주 뒤 시 주석, 펑리위안과의 만남이 기대된다. 역사적인 여행이 될 것”이라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반도의 긴장을 악화하는 어떤 행동도 반대하며, 중국이 타협점을 찾아 책임을 다하면 북한 핵 문제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도 연임에 성공한 시 주석에게 축하 전문을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총선에서 승리한 아베 총리에게는 축하 전화를 걸었지만, 시 주석에게는 축하 전문만을 보냈다. 이번 중국 제19차 당 대회가 공산당 행사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나는 조중(북·중) 두 당, 두 나라 사이의 관계가 두 나라 인민들의 이익에 맞게 발전되리라고 확신한다”는 내용의 축전을 25일 보냈는데 이는 지난 17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회의 개막 축전을 보낸 데 이은 것이다. 그러나 이번 축전은 총 4문장, 약 650자로 2012년 11월 18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이 공산당 총서기에 선임됐을 때 보낸 6문장, 약 810자보다 짧아져 최근 서먹한 양국 관계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축전이 북·중 관계 개선을 뜻하냐는 질문에 “중국과 북한은 가까운 이웃이자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동안 중국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썼던 서방 언론들은 25일 열린 신임 상무위원 소개 기자회견에 초청받지 못했다. 영국 BBC, 이코노미스트, 파이낸셜타임스(FT), 가디언 그리고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시 주석이 상무위원을 직접 소개하는 기자회견장 취재를 금지당했다. 시 주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과도한 칭찬은 필요하지 않고 객관적 질문과 건설적 제안은 환영한다”고 말했지만 질문은 받지 않았다. BBC는 시 주석을 선두로 7명의 상무위원이 차례로 입장하는 장면을 두고 갱스터 영화 ‘저수지의 개들’이 아니냐고 비꼬기도 했다. 서방언론들은 시진핑의 1인 체제 강화에 대해 일제히 우려 섞인 기사와 논평을 내놓았다. FT는 26일 사설을 통해 “중국이 개인 숭배로 후퇴하고 있으며 서방은 중국식 권위주의 모델의 수출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FT는 “시 주석이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고, 자신의 사상을 공산당 헌법인 당장에 삽입해 평화로운 승계 절차를 무너뜨렸다”며 “중국이 세계무대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불가피하나 시 주석은 서방이 추구해 온 민주주의와 상치되는 통치 모델을 장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BBC는 중국 정부가 모든 사람의 통화와 인터넷 게시물에 접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안면인식 시스템을 구축해 국민의 이동과 구매 활동을 감시하고 있다며 “중국이 사회주의 통치 모델뿐 아니라 사이버 무기까지 수출하는 것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반면 신화통신은 볼리비아, 파키스탄, 레바논, 쿠바 등의 외신을 인용해 해외 언론이 당 대회를 통해 중국의 발전 활력을 느끼고, 중국사회가 보여 준 응집력과 정신 상태에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19차 당 대회 직전에 미국의 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아시아 7개국의 중국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군사굴기에 대해 모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한국은 중국의 군사활동 강화에 93%가 반대했고 일본과 베트남도 90% 반대 의견을 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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