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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 마라톤 ‘2시간 벽’ 깨는 케냐 킵초게

    [포토] 마라톤 ‘2시간 벽’ 깨는 케냐 킵초게

    케냐 마라토너 엘리우드 킵초게(35)가 12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열린 ‘INEOS 1:59 챌린지’ 마라톤 경주에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그는 1시간59분40.2초를 기록, 인류 사상 최초로 42.195㎞의 마라톤 풀 코스를 2시간 안에 완주했다. 사상 최초로 마라톤 2시간 벽을 허물어 스포츠계에 충격을 주었지만 세계신기록으로는 공인되지 않을것으로 보인다. 빈 신화 연합뉴스
  • 인도와 밀착하는 시진핑

    인도와 밀착하는 시진핑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12일 인도 남부 첸나이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두 정상은 11~12일 이틀간 열린 비공식회담에서 경제 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무역과 투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고위급 기구를 설치하는 데 합의했다. 시 주석은 모디 총리와의 회동 후 23년 만에 네팔을 국빈 방문, 데비 반다리 네팔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첸나이 신화 연합뉴스
  • [포토]터키의 시리아 폭격

    [포토]터키의 시리아 폭격

    2019년 10월 10일 터키 남부 국경도시인 시글란피나르에서 찍은 사진에는 터키군 공격을 받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시리아 북부 도시 라스 알 아인의 모습이 담겨 있다. 터키 국방부는 ‘피스 스프링’ 작전의 일환으로 시리아 북부의 181개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신화통신
  • [여기는 중국] 횡단보도에서 스마트폰하다 걸리면 벌금 얼마?

    중국 저장성(省)의 한 시(市) 정부가 스마트폰을 보며 횡단보도를 건너다 적발될 경우 벌금을 물게 하는 법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동부 저장성 자싱시 인민회의는 최근 횡단보도를 건널 때 스마트폰을 보거나 조작하는 보행자에게 최고 50위안(약 8400원)의 벌금을 물리겠다고 발표했다. 자싱시는 병원이나 도서관 등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에게도 최고 200위안(약 3만 3600원)의 벌금을,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가면서 쓰레기를 던지는 사람에게 역시 최고 200위안의 벌금을 물리는 법도 제정했다. 이 같은 법은 최근 길거리에서 스마트폰을 보다가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잇따르면서 도입됐으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공공장소에서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스마트폰을 보면서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길을 걷는 일명 ‘스마트폰 좀비’ 또는 저두족(低頭族, 스마트폰을 하느라 고개를 숙인 채 다니는 사람들)과 관련해, 중국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중국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이 웨이보 사용자 3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참여자의 60%가 스마트폰을 하며 길을 걷는다고 답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뿐만 아니라 차량을 운전하는 운전자 역시 스마트폰에 시선을 빼앗겨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일부 도시에서는 ‘저두족’의 안전을 위해 스마트폰 사용자 전용 보행로를 만들기도 했지만, 이 같은 정책은 도리어 거리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행위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자싱시의 벌금법이 공개되자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는 찬성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일각에서는 “보행자 신호(파란불)일 때 스마트폰을 보는 것은 위험하지 않다”,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의 목소리도 있었다. 현지 언론은 횡단보도를 건널 때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들에게 벌금을 물리는 지자체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올 댓 맨 이즈(데이비드 솔로이 지음, 황유원 옮김, 문학동네 펴냄) 영국 문단에서 주목받는 젊은 작가 데이비드 솔로이의 첫 국내 출간작. 2016년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10대 사이먼에서 70대 토니까지, 아홉 명의 남자에 대한 이야기 아홉 편은 장편이냐, 단편집이냐를 두고 논쟁을 일으켰다. 서로 다른 이야기들 사이에 겹치는 공간과 소재들, 마지막 반전까지 전체를 조망하는 재미가 있다. 624쪽. 1만 6800원.자본은 전쟁을 원한다(자크 파월 지음, 박영록 옮김, 오월의봄 펴냄) 전작 ‘좋은 전쟁이라는 신화’(2017)에서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참전 이유가 자본가들과 특권층의 이익 때문이라고 주장했던 재야 학자 자크 파월의 신작. 그는 히틀러가 세계사에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독일과 미국의 자본가들 덕이며 히틀러의 몰락 이후에도 그들은 여전히 건재하다고 말한다. 432쪽. 2만 3000원.나의 가해자들에게(씨리얼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유튜브에서 조회수 300만회를 기록한 영상물 ‘왕따였던 어른들’(Stop Bullying)의 인터뷰 전문을 다듬어 실었다. 아직도 어렸을 적 아픈 기억에 시달리는 어른 10명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조금씩 스스로를 추스르고 서로를 위로하게 된다. 280쪽. 1만 4000원.만 권의 기억데이터에서 너에게 어울리는 딱 한 권을 추천해 줄게(하나다 나나코 지음, 구수영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도쿄의 베테랑 서점 직원, 하나다 나나코가 남편과의 별거 후 최악의 시절을 통과하며 써 내려간 좌충우돌 성장 에세이. 만남 사이트 ‘X’를 통해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에게 어울리는 책을 추천하며 보낸 1년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256쪽. 1만 4000원.미완의 환상여행(유인숙 지음, 이봄 펴냄) ‘한국화의 이단아’ 고 천경자 화백의 첫째 며느리가 써 내려간 시어머니와의 일상. 1979년부터 1998년까지 화백과 20여년을 함께했던 작가가 예술가, 생활인으로서의 천경자를 회상한다. 작가는 화백의 대표작 ‘알라만다의 그늘 1·2’, ‘황금의 비’와 누드화인 ‘환상여행’, ‘황혼의 통곡’에 모델로 서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272쪽. 2만 2000원.스마트 논어(상)(신윤식·이상영 지음, 구포출판사 펴냄) 코딩 교육이 각광을 받는 인공지능(AI) 시대. AI 교육이 단순기술 교육에 그쳐선 안 되며 인간처럼 사고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책은 ‘사람이 사람답게 되는 도리’를 가르치는 유학의 정수 ‘논어’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체신부 차관을 지낸 신윤식 스마트논어 회장이 공저자로 참여했다. 303쪽. 1만 9000원.
  • 홍콩시위로 드러난 경제 불평등…밀월 끝내는 中정부와 홍콩재벌

    홍콩시위로 드러난 경제 불평등…밀월 끝내는 中정부와 홍콩재벌

    “중국 정부와 홍콩 재벌이 ‘파경’(破鏡) 위기를 맞고 있다.” 홍콩 반정부 시위의 격화 요인 중 하나가 집값 폭등으로 꼽히면서 중국 정부와 홍콩 재벌들 사이의 ‘악어와 악어새’와 같은 공생관계에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25일 ‘희생양인가 악당인가’라는 제목의 심층기사를 통해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내 친중국 재벌 간 밀월관계를 집중 조명하며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SCMP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1997년 주권 반환 이후에도 홍콩 사회의 안정을 원하는 홍콩 재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랐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를 바라는 홍콩 재벌들과 의기투합해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홍콩 주권 반환 1년 전인 1996년 홍콩 최대 갑부인 리카싱(李嘉誠) 청쿵그룹 회장 등의 추천으로 장쩌민(江澤民) 당시 중국 국가주석이 해운 재벌인 둥젠화(董建華)를 홍콩 초대 행정장관에 임명한 사실은 양측의 관계가 얼마나 각별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다. 홍콩 정경유착의 시작은 홍콩이 영국 식민지였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국 정부는 홍콩 엘리트 기업인들에게 홍콩인들을 이끄는 역할을 부여하면서 정경유착의 역사가 배태됐다. 홍콩은 소득세(17%)와 법인세(16,5%)가 매우 낮은 데다 상속세와 양도세, 보유세 등은 아예 없어 ‘부자들의 천국’으로 불린다. 이 점을 겨냥해 아시아 각국 부자들이 돈 보따리를 싸들고 홍콩으로 몰려들었다. 막대한 외국자본 유입에 힘입어 홍콩은 세계적인 금융중심도시의 하나로 성장하면서 홍콩 재벌들도 성장 수혜를 톡톡히 보며 승승장구했다.리카싱 회장 등 홍콩 기업인들은 덩샤오핑(鄧小平)이 중국의 개혁·개방을 본격화한 1980년대 초 중국 본토에 처음으로 투자해 ‘중국의 마음’을 얻었다. 당시 서방 자본이 중국의 개혁·개방 의지에 의구심을 갖고 투자를 꺼릴 때 홍콩 기업인들은 과감히 중국에 투자해 덩을 감동시켰다. 특히 리 회장이 100억 홍콩달러(약 1조 5300억원)를 기부해 광둥성(廣東)에 산터우(汕頭)대학을 세우자 덩은 그를 직접 만나 “조국에 대한 당신의 공헌에 감사한다”고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리 회장은 장쩌민,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과도 중국 경제성장 방안 등을 직접 논의하는 등 친밀감을 이어 갔다. 맏아들 빅터 리가 악명 높은 부호 납치범 조직에 납치되자 리 회장은 장쩌민 전 주석에게 이를 호소했고, 장 전 주석의 특명을 받은 중국 공안(경찰)이 납치범 조직을 체포해 처형했다는 일화도 있다. 홍콩이 중국에 주권 반환된 이후에도 정경유착 행태는 지속됐다. 홍콩 최고 수반인 행정장관은 1200명의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이들 선거인단은 재계를 비롯해 전문가 집단과 정치인, 노조 등 4개 그룹으로 이뤄지는 만큼 재벌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막강할 수밖에 없다. 주권 반환 1기 정권은 11명의 비관료 내각 구성원 중 8명이 기업인이었고 지난 정권(2012~2017년)에서도 기업인 비중은 절반에 이른다. 홍콩 재벌들이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은 우선적으로 ‘부동산 투자’ 덕분이다. 홍콩 정부 입장에서는 사회 인프라와 교육, 의료, 공공서비스 등에 들어가는 돈은 어딘가에서 마련해야 했다. 결국 그 재원은 정부의 공공토지 매각에서 나왔다. 홍콩 정부는 재원 마련을 위해 공공토지를 경매 방식으로 매각했고, 가장 비싼 값을 부르는 개발업자가 토지를 차지하는 바람에 토지 가격은 계속 폭등했다. 이에 따라 통상 부동산 개발에서 토지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인데 반해 홍콩에서는 토지 가격이 개발 원가의 60∼70%로 치솟은 덕분에 토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했다. 더구나 공공토지를 경매 방식으로 낙찰한 결과 자금력이 부족한 개발업자들은 시장에서 밀려나고 자금력이 풍부한 청쿵(長江·CK), 순훙카이(新鴻基·SHKP), 헨더슨(恒基兆), 뉴월드(新世界), 시노(信和), 워프(九龍倉) 등 6대 부동산그룹이 홍콩 부동산 시장을 장악했다. 이들 6대 부동산 재벌이 쌓아 놓은 토지만 무려 1억 제곱피트(약 281만평)가 넘는다. 이를 개발하면 홍콩에 100만 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다. 하지만 이들은 막대한 토지를 보유하고도 지가 상승을 노려 택지 개발에는 미온적이었다. 둥젠화, 렁춘잉(梁振英) 등 역대 행정장관들이 야심 찬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았지만 제대로 실현된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은 이들이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노력에 번번이 제동을 건 탓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홍콩은 심각한 주택 부족과 집값 폭등을 겪어야 했다. 홍콩 아파트 가격은 3.3㎡당 1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홍콩의 직장인이 아파트 한 채를 사기 위해서는 먹고 입는 돈조차 쓰지 않고 20.9년 동안 월급을 모아야 할 정도다. 집값 폭등은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이어져 홍콩인의 평균 주거 면적은 1인당 161제곱피트(약 4.5평)로 싱가포르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극빈층의 경우 1인당 주거면적은 50제곱피트에 불과하다. 아내와 딸과 함께 350제곱피트 아파트에 사는 회사원 에드워드 찬(39)은 “홍콩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는 근본 원인은 집값 폭등과 공공주택 부족”이라며 “홍콩의 젊은이들은 계층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는 아무런 방법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홍콩 재벌들을 압박하면서 이들 간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인민일보와 글로벌타임스, 신화통신 등 중국 정부 목소리를 대변하는 관영 언론들이 연일 폭등하는 홍콩 주택가격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그러면서 홍콩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탐욕을 질타하며 홍콩 반정부 시위의 근본 원인인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이 ‘진심’을 보여야 한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홍콩 친중파 진영도 공공의 목적을 위해 정부가 민간 토지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한 ‘토지회수조례’를 강력하게 적용해 개발업자들이 쌓아 놓은 토지를 서둘러 수용해 개발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홍콩 정부 역시 개발업자들이 주택을 지은 후 집값 상승을 기다리며 분양을 미루는 행태를 막기 위해 개발업자 등이 보유한 빈집에 세금을 부과하는 ‘빈집세’를 이번 가을 입법회 회기 때 추진할 계획이라고 측면 지원하고 나섰다. 리처드 웡 홍콩대 교수는 “젊은이들이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없을 때 이들은 거리로 뛰쳐나온다”며 “공공주택의 저소득층 분양 등 정부가 부동산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찍히면 끝장’인 홍콩 부동산 재벌들은 앞다퉈 대규모 토지를 기부하고 있다.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뉴월드그룹은 지난달 26일 보유 토지의 17.8%에 해당하는 300만 제곱피트(약 8만 4000평)의 토지를 정부와 사회단체에 기부한다고 밝혔다. 아드리안 청(鄭志剛) 뉴월드그룹 부회장은 “우리는 홍콩의 주택 문제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이번 기부로 홍콩 시민 1만명의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뉴월드그룹이 기부한 토지를 홍콩 정부의 토지 수용 규정에 따라 따지면 그 가치가 34억 위안(약 5700억원)에 이른다. 뉴월드그룹은 우선 틴수이와이 지하철역 인근 토지 2만 8000제곱피트를 사회단체 ‘라이트비’(Light Be·要有光)에 기부해 자녀가 있는 저소득층 가정 등을 위한 주택 100여채를 지을 계획이다. 순훙카이그룹도 자사가 보유한 툰먼 지역의 4590만 제곱피트 규모의 토지를 정부가 회수해 개발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고, 헨더슨 등 다른 그룹도 정부와 협조해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미중 무역협상 하루 만에 노딜?… 류허 조기귀국說

    美 “예정대로” NYT “화웨이 제재 완화” 트럼프 “11일 류허 만날 것” 기대감 피력 미국과 중국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13차 고위급 무역협상을 시작했다. 그러나 협상 전부터 양국이 이번에도 절충점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관측이 나왔다. 협상 직전 미국에서 쏟아진 대중 수출 제재, 미프로농구(NBA) 홍콩 시위 지지 발언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은 이날 오전 미 무역대표부(USTR)에 도착했다. 류 부총리는 로이터에 “중국 측은 무역 수지, 시장 접근, 투자자 보호에 관해 미국과 기꺼이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내일(11일) 백악관에서 (류허) 부총리를 만난다”고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7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중 차관급 실무협상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면서 10∼11일 예정된 협상 일정 중 10일 하루만 소화하고 조기 귀국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소식통은 “랴오민 재정부 부부장이 이끄는 중국 실무협상단이 미 기업에 대한 강제 기술 이전 요구와 중국 업체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급 등 미 측의 핵심 의제를 거부한 채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와 지식재산권 보호 등 2개 분야만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 국무부와 상무부는 “중국이 신장지역에서 위구르족을 탄압한다”며 중국 감시기술 업체들을 규제하고 관련 인사들의 미 비자 발급을 금지했다. 또 NBA 휴스턴 로키츠 단장 등이 홍콩 시위에 찬성하면서 중국 내 여론이 크게 나빠졌다. 이를 반영하듯 환구시보는 이날 “냉정하게 말해서 곧 열릴 담판은 상당히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진핑의 복심’으로 불리는 매체가 협상 전 비관적 전망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일부 긍정적 신호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우리는 합의할 수 있다. 중국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하게 합의를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화웨이에 내려진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면허를 일부 미국 기업들에 주기로 했다”며 양국의 긴장 수위를 낮출 수 있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북중 수교 70주년 조용히 마무리…북미협상-홍콩시위 등 영향

    북중 수교 70주년 조용히 마무리…북미협상-홍콩시위 등 영향

    북한과 중국이 수교 70주년을 맞았지만 대대적인 행사 없이 조용히 기념일을 마무리하는 분위기다. 두 나라 정상이 상호 축전을 교환한 것 말고는 특별한 이벤트도 없었다. 양국 모두 무역협상과 홍콩 사태, 핵협상 등에 전념하느라 행사 기획이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10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전날 중국 공산당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장칭리 부주석이 베이징 차오양구 주중 북한대사관에서 열린 북중 수교 70주년 행사에 중국 측 주빈으로 참석했다. 장 부주석은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고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와 양국 관계 등에 대해 논의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북중 수교 70주년에 맞춰 중국 측이 격에 맞춰 고위급 인사를 북한대사관 행사에 보냈다”고 전했다. 이날 북한 노동당 창건 74주년 축하 행사도 함께 열렸다. 다만 중국 이외 다른 나라 외교단은 초청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은 지난 7일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리진쥔 중국대사가 리룡남 북한 내각부총리를 주빈으로 초청해 환영 행사를 가졌다. 당시 연회에는 리창근 북한 노동당 부부장과 리길성 외무성 부상, 김형룡 인민무력성 부상, 오룡철 대외경제성 부상 등이 참석했다. 애초 외교가에서는 북중 수교 70주년 기념일인 6일을 전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두 나라 접경지역 경계도 강화돼 ‘김정은 5차 방중설’에 무게가 실렸다. 올해 북중 수교 기념일이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선호하는 정주년(끝이 5나 0으로 꺾이는 해)이어서 두 나라가 특별한 행사를 꾸릴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주중 북한대사관 외벽의 대형 게시판에는 북중 수교 70주년을 기념하는 사진 대신 ‘조선의 교육’이라는 주제의 사진들만 걸려 있어 한결 차분해진 두 나라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현재 중국은 미중 무역협상과 홍콩 반정부 시위, 대만 독립 등 다양한 문제를 짊어지고 있다. 북한도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두 나라가 다시 가까워지고 있지만 더 이상 과거의 ‘혈맹 관계’는 아니라는 사실을 반영한다고 할 수도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직지(直指),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 청주 고인쇄박물관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직지(直指),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 청주 고인쇄박물관

    #세계에서가장오래된 #박병선박사님 #프랑스국립도서관 1972년 5월 27일, 파리가 발칵 뒤집혀졌다. 프랑스 파리 BNF(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 도서의 해’ 기념 전시회에 고서(古書) 한 권이 출품된다. 오랜 세월의 흔적으로 네 귀가 이지러진 책의 제목은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 이하 ‘직지’). 책의 말미에서는 너무나도 친절하게 ‘1377년 7월 청주 흥덕사에서 쇠를 녹여 만든 활자로 펴냈다(宣光七年丁巳七月日 淸州牧外興德寺鑄字印施)’라는 글귀가 적혀져 있었다.세계 최고(最古) 금속 활자본이다. 그동안 서구 학계에서는 ‘당연히’ 1450년 고딕 활자를 사용하여 찍은 42행의 라틴어 성서인 ‘42행 성서’만을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으로 인정을 하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무려 78년이나 앞선 책이 파리 한 가운데에 나타난 것이다. 재불 역사학자인 ‘박병선 박사(1923-2011)’의 노력으로 드디어 ‘직지(直指)’는 프랑스 국립도서관 수장고 구석에서 벗어나게 된다. 박사는 출품 3년 전부터 ‘직지’에 대하여 서구 학계 수준에 맞춘 역사적, 과학적 고증을 주도면밀하게 준비하였기에 유럽 역사학자들도 ‘세계 최고(最古)’라는 타이틀에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30년 세월이 지났다. 우여곡절 끝에 ‘직지’는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에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으로 지정 등재된다. ‘직지’가 태어난 곳, 청주 흥덕사 터에 세워진 청주 고인쇄박물관으로 가 보자.‘직지’의 정확한 명칭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지만 흔히 책의 이름을 줄여서 「불조직지심체요절」, 「직지심체요절」, 「직지심체」, 「직지」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직지심경’이라고 할 때 불교에서 ‘경(經)’은 불교경전을 뜻하기에 직지는 엄밀한 의미에서 불경이 아니므로 우리가 흔히 쓰는 「직지심경」이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직지’는 상·하 2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흥덕사에서 간행된 금속활자본은 현재 상권은 전하지 않고 하권 1책(총 38장)만이 안타깝게도 우리 나라가 아닌 프랑스 국립 도서관 동양문헌실에 보관되어 있다.#청주흥덕사 #1377년 #구텐베르크 바로 이러한 세계 최고 금속 활자본인 ‘직지’가 탄생한 곳에 1992년 3월 17일 청주 고인쇄박물관은이 개관하였다. 박물관은 크게 본관과 근현대인쇄전시관, 금속활자전수교육관, 사적 제315호인 흥덕사지 터로 이루어져 있다.우선 박물관 본관 1층에는 제 1전시관과 제 2전시관, 홍보영상실이 있다. 제 1전시관에에 들어서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직지’ 관련 자료들을 중심으로 고려금속활자 인쇄술관련 자료를 만날 수 있으며 제 2전시관에는 고려의 목판인쇄술로부터 19세기 말기까지의 우리나라 전통 인쇄문화 전반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홍보영사실에는 ‘직지’에 관한 모든 역사들을 알기 쉽게 설명한 자료들을 상영 전시하고 있다. 본관 2층에 올라가면 제 3전시관이 있는 데 이곳은 동ㆍ서양의 옛 인쇄문화를 소개하는 공간으로, 구텐베르크의 ‘42행성서’(복제본)를 비롯한 유럽의 다양한 인쇄문화를 만나볼 수도 있어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겨 주기도 한다.한편 박물관 본관 맞은편에는 ‘근현대 인쇄전시관’ 건물이 따로 세워져 있다. 1층 상설전시실에서는 19세기 말 납활자 인쇄술 도입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한국의 근대인쇄문화를 소개하고 있으며 2층에는 납활자ㆍ전사ㆍ3D인쇄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공간과 기획전시실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작은 도서관 및 각종 휴게시설도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청주 고인쇄박물관에 대한 방문 10문답> 1. 방문 추천 정도는? - ★★★ (★ 5개 만점) - 가족 단위 방문 공간으로 추천. 2. 누구와 함께? - 초, 중등 자녀가 있는 경우,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3. 가는 방법은? - 충북 청주시 흥덕구 직지대로 713 (운천동) - 버스 831, 832번 고인쇄박물관 앞 하차. 청주는 넓지 않아서 택시 이동도 권유. 4. 청주 고인쇄박물관 방문의 특징은? - 세계 최고 금속 활자본인 ‘직지’가 태어난 곳. 우리나라 선조들의 뛰어난 인쇄 문화와 출판 문화에 새로운 감동을. 5. 유명도는? - 방문객이 그리 많지는 않다. 청주에 방문한다면 필수 방문 코스 6. 꼭 봐야할 장소는? - 제 1전시관 직지 역사실, 제 3전시관 구텐베르크 ‘42행성서’(복제본), 근현대 인쇄전시관 7. 토박이들로부터 확인한 추천 먹거리는? - 청주에는 은근히 숨겨진 맛집이 많다. 메밀소바 ‘공원당’, 갈비찜 ‘재건갈비’, 선지해장국 ‘남주동해장국’, 우동 ‘신화당’, 짜장면 ‘대동관’, 장어 ‘금수장’, 돼지부속고기 ‘장군집’, 고추만두 ‘고추만두국집’, 짜글이찌개 ‘대추나무집’, 꽈배기 ‘오성당’ 8. 홈페이지 주소는? - 요금 및 운영 관련 자세한 내용은 https://cheongju.go.kr/jikjiworld/index.do 으로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청주 국립 박물관, 청주 공군사관학교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청주에 위치한 고인쇄박물관은 우리나라 활판 인쇄술의 역사를 잘 보존 전시하고 있는 곳이다. 특히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가 나온 곳으로 고려와 조선을 아우르는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곳. 안타깝게도 ‘직지’의 원본은 프랑스에 있고 박물관에는 ‘직지’의 영인본(影印本:원본 사진을 바탕으로 똑같이 재현한)을 보관 전시중이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원로 문인 구인환 서울대 명예교수 별세

    원로 문인 구인환 서울대 명예교수 별세

    원로 문인 구인환 서울대 명예교수가 9일 별세했다. 90세. 충남 서천에서 태어난 구 교수는 서울사대 국어교육과, 동국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나와 서울대에서 문학박사를 받았다. 고교 교사를 거쳐 1972년부터 1995년까지 서울사대 국어교육과 교수를 지냈다. 1960년 ‘문예’에 소설 ‘동굴주변’을 내면서 등단했다. 대표작 ‘일어서는 산’을 비롯해 ‘별들의 영가’, ‘동트는 여명’ 등 장편소설과 ‘산정의 신화’, ‘모래성의 열쇠’ 등 소설집 등을 냈다. 현대소설학회장, 국어국문학회 대표이사, 한국문인협회 부회장,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빈소는 서울성모장례식장 2호실(02-2258-5940), 발인은 12일 오전 7시.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한국형 블록버스터 ‘쉬리’… 영화 한류, 그 시작을 알리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쉬리’… 영화 한류, 그 시작을 알리다

    1990년대 중후반 한국 사회는 ‘문화의 시대’라고 불리기 시작한다. 정치권력에 예속되지 않은 독자적인 문화 영역이 부각됐고, 한국영화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1992년 ‘결혼이야기’와 ‘미스터 맘마’를 위시로 한 기획영화의 등장은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영화산업에 진출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1999년 ‘쉬리’의 전국 580만명 흥행 성공은 한국 영화산업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와이드 릴리스(광역 개봉 방식)로 상징되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한국영화가 맞이한 르네상스는 양적 성장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2000년대 한국영화의 완성도를 책임질 신인감독들이 대거 등장했고, 세계영화제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주의 감독들도 이 시기에 출현했다. 문자가 아닌 영상의 시대, 한국의 ‘영화청년’들은 시네마테크(예술영화전용관), 영화저널, 국제영화제 등과 역동적인 관계망을 구축하며 분명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풍성한 영화문화를 꽃피우게 된다.●한국형 블록버스터 등장… 영화 판을 바꾸다 1990년대 초중반 한국영화는 할리우드 외화 직배로 위기를 맞았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고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 내며 문화계의 중심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이는 수치로도 설명된다. 1993년 외국영화 대비 한국영화 점유율(서울 관객 기준)은 15.9%로 가장 낮았지만, 1997년부터 25% 선을 회복한 후 1999년 39.7%까지 올랐다. 물밀듯이 들어오는 외화의 틈바구니 속에서 흥행작들이 버텨 준 덕분이었다. 1995년 ‘닥터 봉’(이광훈, 37만명 흥행), 1996년 ‘투캅스 2’(강우석, 63만명), ‘은행나무침대’(강제규, 45만명), 1997년 ‘접속’(장윤현, 67만명), 1998년 ‘편지’(이정국, 1997.11 개봉, 72만명), ‘약속’(김유진, 66만명), 1999년 ‘주유소습격사건’(김상진, 96만명) 등이 한국영화의 상업적 존재감을 만들어 갔다. 특히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성공작으로 기록되는 ‘쉬리’(강제규)가 한국영화 흥행을 견인했다. 전국 스크린 수가 600개를 기록하던 시절(KOBIS 기준 현재 3127개), ‘쉬리’는 처음으로 전국 58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2000년대 한국영화의 ‘천만 관객 시대’를 예고했다고 할 수 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차용한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말은 1998년 여름에 개봉한 ‘퇴마록’(박광춘)의 홍보 문구에서 처음 등장했다. ‘블록버스터’의 어원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 공군이 사용한 폭탄의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으로 설명되는 할리우드 대작 영화의 제작·개봉 방식을 의미한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대규모 흥행을 목적으로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여 제작한 후, 최대한 많은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해 단기간에 큰 흥행 수입을 올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1975년 ‘죠스’(스티븐 스필버그)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흥행 수입 1억 달러(약 1200억원)의 벽을 돌파하면서부터다. 매끄러운 이야기 전개보다는 화려하고 압도적인 스펙터클 위주의 영상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특징이다. 다시 1990년대 후반의 한국영화계로 돌아오자.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가 15억원 수준이던 당시, ‘퇴마록’은 상대적으로 많은 24억원의 제작비를 들였고, 특수 효과에 기반한 볼거리를 앞세웠으며, 거액의 마케팅 비용과 함께 서울 27개관, 전국 70개관의 대규모 전국 동시 개봉을 추진했다. 한국 시장에서 추진한 첫 번째 블록버스터 방식의 영화였던 것이다. 개봉 첫 주 제작진의 의도대로 전국 45만명을 동원하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지만, 결과적으로 그해 한국영화 흥행 5위에 그치며 블록버스터 전략을 완벽하게 성공시키지는 못했다. 한국 영화산업의 현실에 맞지 않는 공허한 방법론이 될 뻔했던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1999년 ‘쉬리’를 통해 유의미한 제작 전략으로 정착한다. ‘쉬리’의 제작발표회에서 강제규 감독은 “할리우드에 대적할 만한 한국형 액션 블록버스터를 만들겠다”는 출사표를 던졌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메이킹 영상을 돌려보며 한국영화 기술 수준에서 가능한 것들만 추려 냈다. 마침내 ‘쉬리’는 개봉 21일 만에 ‘서편제’(1993, 서울 기준 103만명)가 보유한 한국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돌파, 서울에서만 24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당시 전 세계 최고의 흥행작이었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타이타닉’(1997)의 제작비가 무려 2억 5000만 달러(약 3000억원)였는데, ‘쉬리’는 100분의1에 불과한 32억원의 제작비만 들여 국내 흥행에서 승리한 것이다. ‘쉬리’의 성공 신화는 IMF 외환위기 사태라는 국가적 상처를 치유하는 담론이 되었고, 김대중 정부의 국민영화로 등극했다. 특히 이 영화는 일본시장에서도 처음으로 130만 관객을 동원하며 영화 한류의 기반이 되었다. 한국의 영화산업이 ‘쉬리’의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후 한국영화는 새로운 방향으로 접어들었다. 2배 이상 뛴 제작비와 급상승한 마케팅비, 광역 개봉 방식 등 ‘규모의 경제’라는 유사 할리우드 전략을 이어 간 것이다. 1995년 10억원(순제작비 9억원, 마케팅비 1억원)이었던 한국영화 평균 총제작비는, 불과 4년 만인 1999년 19억원(순제작비 14억원, 마케팅비 5억원)으로 뛰었다. 2004년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2003.12 개봉)와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1000만 관객 시대를 연 것은 분명 1990년대 말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경험이 귀중한 자산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1000만 관객 영화’라는 호명 앞에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말은 더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2004년 시점 한국영화는 평균제작비가 40억원을 넘고, 점유율은 무려 59.3%를 기록하는 급격한 성장을 맞게 된다. ●작가주의 감독들 성장… 상업영화 새 모델로 1990년대 중후반의 산업적 활력이 작가주의 감독들의 시대를 만들어 낸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젊은 감각의 영화사들은 흥행뿐만 아니라 작품성까지 고려할 패기가 있었고, 신인 감독들 역시 대중영화와 예술영화의 접점을 적극적으로 고민했으며, 그들의 작품들을 지지하는 젊은 관객들이 한국의 영화문화 지형을 새롭게 짜고 있었다.국내외 대학의 영화과, 대학 영화동아리, 영화아카데미(1984년 영화진흥공사 산하 설립) 등에서 단편영화 연출로 단련한 ‘영화청년’들이 신진 감독군을 형성, 상업영화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1994년 데뷔한 ‘장미빛 인생’의 김홍준, ‘세상 밖으로’의 여균동, 1995년 ‘은행나무 침대’의 강제규, ‘돈을 갖고 튀어라’의 김상진, ‘내일로 흐르는 강’의 박재호, 1996년 ‘세 친구’의 임순례, ‘박봉곤 가출사건’의 김태균, ‘고스트맘마’의 한지승, 1997년 ‘접속’의 장윤현, ‘넘버3’의 송능한, ‘억수탕’의 곽경택, 1998년 ‘아름다운 시절’의 이광모, ‘내 마음의 풍금’의 이영재 등은 충무로 상업영화 시스템 내에서 그들만의 개성적인 스타일을 보여 주며 1990년대 르네상스를 꽃피웠다. 특히 1990년대 후반 등장한 일군의 감독들은 관객과 비평을 두루 만족시켰던 2000년대 한국영화의 세련된 흐름을 예견하고 있었다. 1998년 ‘8월의 크리스마스’의 허진호는 ‘봄날은 간다’(2001), ‘미술관 옆 동물원’의 이정향은 ‘집으로’(2002), ‘처녀들의 저녁식사’의 임상수는 ‘눈물’(2000)에 이은 ‘바람난 가족’(2003), ‘정사’의 이재용은 ‘순애보’(2000)에 이은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 ‘조용한 가족’의 김지운은 ‘반칙왕’(2000), ‘기막힌 사내들’의 장진은 ‘간첩 리철진’(1999)에 이은 ‘킬러들의 수다’(2001)로 21세기 한국영화의 서두를 장식했다. 1999년 역시 세련된 화법을 선보인 감독들의 데뷔가 이어졌는데, ‘해피엔드’의 정지우는 ‘사랑니’(2005),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의 민규동, 김태용은 각각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과 ‘가족의 탄생’(2006)으로 안정된 연출력을 선보였다. 2000년대 해외 영화제를 통해 인정받은 작가주의 감독들이 등장한 것도 이때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로 데뷔한 홍상수는 ‘강원도의 힘’(1998)을 이어 가며 모더니즘 미학의 본격적인 흐름을 만들었고, ‘악어’(1996)로 데뷔한 김기덕은 원초적인 에너지와 남근중심적인 폭력성이 찬반의 평가를 낳는 가운데 국내외 마니아층을 확보해 갔다.치열한 창작의 고통을 원고지에서 스크린으로 옮겨 간 이창동은 ‘초록물고기’(1997)에 이은 ‘박하사탕’(2000)으로 세계적인 작가주의 감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편 박찬욱은 영화광으로서의 취향을 앞세운 데뷔작 ‘달은 해가 꾸는 꿈’(1992)과 ‘삼인조’(1997)를 내놓으며 관객과의 접점을 찾는 데 더딘 행보를 보였지만, ‘공동경비구역 JSA’(2000)로 일거에 도약했다. 이 영화는 한국 상업영화 특유의 뛰어난 완성도를 의미하는 2000년대 ‘웰 메이드 영화’의 장대한 흐름을 선취한 것으로 평가된다.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
  • [포토] 전통 의상 선보이는 미녀들

    [포토] 전통 의상 선보이는 미녀들

    6일(현지시간) 중국 산둥반도 칭다오시에서 열린 ‘Miss Tourism World 2019’ 글로벌 파이널에서 참가자들이 전통 의상을 선보이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 카드빚 질책받자 불 질러 어머니 살해한 딸 징역 17년 확정

    카드빚 질책받자 불 질러 어머니 살해한 딸 징역 17년 확정

    카드빚 여러 번 갚아준 어머니 질책에 방화“같이 죽으려 했다”지만 혼자 나와 현관문 잠가1심 징역 22년에서 2심 징역 17년으로 감형2심 “불우한 성장 과정·동생 죽음 충격 참작” 카드빚 문제로 다투다 집에 불을 질러 어머니를 살해한 20대 딸에 대해 징역 17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이모(25·여)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어머니가 욕실에서 샤워하는 사이 미리 구매한 시너를 화장실 입구와 주방, 거실 바닥에 뿌리고 불을 붙였다. 이 불로 어머니는 전신에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숨졌다. 이씨는 신용카드를 무분별하게 쓰다가 빚이 8000만원으로 불어났고, 모친에게 이를 털어놨다. 이에 모친이 “함께 죽자”며 며칠간 본인을 질책하자 함께 죽기로 마음먹었다고 이씨는 진술했다. 그러나 이씨는 불을 붙인 직후 연기만 다소 마신 상태에서 집 밖으로 나와 현관문을 닫았고, 화상도 전혀 입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한 모친은 전신화상을 입은 채로 현관문 입구 쪽에서 발견됐다. 모친은 경제적으로 상황이 어려웠는데도 이씨가 도움을 요청하자 2014년부터 2차례에 걸쳐 수천만원의 빚을 대신 갚아줬다. 이번에도 딸의 빚을 갚기 위해 하루 12시간 넘게 식당 종업원으로 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서 이씨는 ‘자신도 함께 죽으려 했다’고 주장했지만 1심은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패륜 범행이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에 따르면 이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뇌사 판정과 함께 남편과 이혼까지 했고 이후 아들과 딸 이씨를 홀로 부양해왔다. 2015년에는 병상에 있던 아들이 결국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삶을 돌이켜보면 사랑하는 자식에 의해 단 하나뿐인 생명을 잃게 된 심정을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다”면서 “피고인의 유리한 정상을 감안해도 반사회적 범행의 죄책에 상응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씨의 불우한 어린 시절에 주목했다. 이씨는 어릴 때부터 부모의 잦은 다툼을 목격했고, 어머니로부터 체벌과 폭언, 감금 등의 학대를 당하기도 했다. 특히 청소년기 내내 어머니와 함께 간호했던 장애 1급 남동생의 죽음에 이씨는 죄책감을 느껴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 동생이 죽으면서 우울과 불안감이 이씨를 덮쳤고, 이씨는 이를 해소하려 충동적이고 무절제한 생활을 하게 됐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어머니로부터 별다른 정서적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이씨의 주장을 2심 재판부는 받아들였다. 2심 재판부는 “이씨를 하루 종일 면담한 전문 심리위원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이씨의 불우했던 성장 과정, 남동생 사망에 대한 죄책감과 그로 인한 무절제한 채무, 그 채무를 해결하려 인생 밑바닥까지 갔던 시간과 모든 것을 어머니에게 털어놨지만 심한 질책을 받고 정신적으로 무너졌다”며 이씨의 사정을 참작했다. 이어 “지금 25세의 피고인이 40대 중반이 되기 전에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1심 형량에서 5년을 감형하기로 했다. 돌아가신 어머니께서도 이런 재판부의 결정을 허락하실 것”이라며 1심을 깨고 징역 17년으로 감형했다. 이씨는 이마저도 형이 너무 무겁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부당한 형이 아니다”라면서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단둥 북중 국기 나란히…김정은 방중 임박했나

    단둥 북중 국기 나란히…김정은 방중 임박했나

    ‘혈맹’ 관계인 북한과 중국이 6일 수교 70주년을 맞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상호 축전을 통해 두 나라의 우의와 발전을 확인했다. 신화망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축전에서 “70년 전 중국과 북한이 정식으로 수교한 것은 양당, 양국 관계에서 획기적 의미를 갖고 있다”면서 “두 나라의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가 견지하는 확고한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부터 김 위원장과 다섯 차례 만나 양국 관계의 새 역사를 만들었다. 중국은 수교 70주년을 계기로 북한과의 관계를 장기적으로 안정되게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중 수교70주년 상호 축전… 양국 우의 확인 김 위원장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축전에서 “조(북)중 수교는 새형의(새로운) 조중 관계 탄생을 알리는 획기적 사변”이라면서 “두 나라 인민이 피로 지킨 사회주의가 있었기에 동서고금에서 찾을 수 없는 각별한 친선을 다지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진핑) 총서기 동지와 굳게 손잡고 두 나라 인민의 공동 염원에 맞게 세상이 부러워하도록 친선을 강화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사회주의 위업과 세계 평화와 안정을 굳건히 수호하겠다”고 강조했다. ●金, 시진핑과 ‘美와 협상 결렬’ 논의 가능성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 지역에는 두 나라 국기가 줄지어 걸렸다. 국경 다리인 ‘중조우의교’ 부근 도로에는 가로등마다 북한 인공기와 중국 오성홍기가 나란히 배치됐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가 다른 나라의 국기를 함께 내건다는 것은 상대국 정상 등 국빈을 환영하기 위한 것임을 감안할 때, 조만간 김 위원장 등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이곳을 방문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특히 북한과 미국의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결렬된 만큼 김 위원장이 중국을 찾아 해법을 논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100살 전국체전 오늘 개막… 박태환 6번째 MVP 도전

    100살 전국체전 오늘 개막… 박태환 6번째 MVP 도전

    제100회 전국체육대회가 일주일에 걸친 열전을 펼친다. 개회식은 4일 서울 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몸의 신화, 백년의 탄생’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지난달 22일 강화도 마니산에서 채화한 뒤 전국 17개 시도 2019㎞를 순회한 성화를 점화한다. 심권호(레슬링), 여홍철(체조) 등 한국을 빛낸 체육인으로 구성된 스포츠합창단이 부르는 애국가 제창과 케이팝 축하공연 등도 선보인다. 이번 대회는 47개 경기 종목(정식 45·시범 2)에서 17개 시도선수단 총 2만 4988명(임원 6400명, 선수 1만 8588명)이 대회에 참가해 각 시도의 명예를 걸고 뜨거운 경쟁을 펼친다. 18개 재외한인체육단체 선수단 1860명도 고국을 방문해 9개 종목 경기에 참가한다. 박태환(30·인천)은 지난해 전국체전에 이어 1년 만에 복귀 무대를 통해 통산 6번째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도전한다.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1m 스프링 보드에서 깜짝 동메달을 차지한 김수지(21·울산)와 광주대회에서 2020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다이빙 우하람(21·부산)도 메달 획득을 노린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할 수 있다”는 혼잣말을 되뇌며 금메달 감동을 선사한 펜싱의 박상영(24·울산시청)을 비롯해 사격 진종오(40·서울)와 펜싱 남현희(38·경기) 등 올림픽 메달리스트도 출동한다. 남현희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최고령 참가자는 사격에 출전하는 손정환(71·서울), 최연소 참가자는 카누의 손아연(15·강원)이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두산처럼… 놈놈놈도 반전 드라마

    두산처럼… 놈놈놈도 반전 드라마

    린드블럼 제치며 양현종 ERA 1위 박병호 홈런왕·하재훈 구원왕 신화시즌 최종전까지 반전을 거듭한 프로야구 정규리그가 지난 1일 막을 내렸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야구 격언처럼 2019 프로야구는 다양한 반전 기록을 쏟아 낸 리그였다. 두산 베어스는 거의 시즌 내내 선두를 점유했던 SK 와이번스를 밀어내고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반전 드라마를 썼다. 두 팀의 승차는 시즌 한때 9경기까지 벌어졌지만 두산은 추격전 끝에 기적 같은 역전을 이뤄 냈다. kt 위즈는 올 시즌 만년 꼴찌팀에서 환골탈태했다. kt는 2015년부터 프로야구 1군에 합류해 10위-10위-10위-9위로 ‘리그를 망친다’는 비난까지 받았지만 초보 사령탑 이강철 감독의 용병술과 ‘야구 천재’ 강백호(20)를 비롯한 선수들의 활약으로 5할 승률, 6위를 기록했다. 누구도 kt가 시즌 후반까지 5강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만큼 또 하나의 반전 드라마였다. 개인 성적 부문에선 양현종(31·KIA 타이거즈)이 8.01까지 치솟았던 평균자책점을 2.29로 낮추며 타이틀 홀더를 차지했다. 투수 4관왕을 넘보던 조쉬 린드블럼(32·두산)이 마지막 등판에서 역전을 노렸지만 오히려 평균자책점이 높아지며 양현종의 드라마가 완성됐다. ‘홈런왕’ 박병호(33·키움 히어로즈)는 올해 부진과 부상으로 2군으로 강등됐지만 괴력을 과시하며 33홈런의 반전을 이뤄 냈다. 박병호는 올 시즌 KBO리그에서 유일하게 30홈런을 넘긴 타자로 우뚝 섰다. 깜짝 활약도 빛났다. 마이너리그와 일본 독립리그 등에서 타자로 뛰다 올해 한국 무대에 데뷔한 하재훈(29·SK)은 36세이브로 단숨에 구원왕에 오르는 신화를 썼다. 2015년 대장암 수술을 받았던 원종현(32·NC)은 처음 풀타임 마무리로 활약하며 31세이브를 기록, 세이브 3위의 감동을 팬들에게 선사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서울광장] 기후 위기와 ‘툰베리 세대’/이순녀 논설위원

    [서울광장] 기후 위기와 ‘툰베리 세대’/이순녀 논설위원

    노벨상의 계절이다. 노벨위원회는 오는 7일부터 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문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등 6개 부문 수상자를 발표한다. 각 분야에서 누가 상을 받을지 관심이 쏠리지만, 그중에서도 인류 평화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평화상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이 가장 크다. 올해 노벨평화상(11일 발표)에 각별히 주목할 이유가 있다. 스웨덴의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역대 최연소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가 수상한다면 2014년 17세의 나이로 평화상을 받은 파키스탄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기록을 경신한다. 전 세계 청소년 환경운동의 아이콘이 된 툰베리는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무명의 학생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불과 1년 만에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를 수 있었을까. 시작은 2018년 8월 20일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 1인 시위였다. 3주간은 매일, 이후엔 금요일마다 등교를 거부한 채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피켓을 들고 정치권에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했다. 툰베리의 결석시위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이름으로 10대 학생들 사이에 급속도로 번졌다. 말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후대에 물려줘야 한다면서도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기성세대에 실망과 분노를 느낀 전 세계 수백만명의 청소년들이 국경과 대륙을 넘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툰베리는 지난해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한 데 이어 올 1월 다보스포럼, 2월 유럽연합 연설을 통해 각국 정부에 기후변화 대비를 촉구했다. “지도자들이 희망에 차 있기를 바라지 않는다. 당장 행동하길 바란다”는 툰베리의 명쾌하고 단호한 주장은 큰 울림을 줬다. 툰베리 연설의 백미는 지난달 23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다. “여러분은 헛된 말로 저의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았다. 대멸종의 시작점에 와 있는데도 여러분은 돈과 끝없는 경제성장 신화 얘기만 한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여러분이 우리를 실망시키길 선택한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이 좋아하든 아니든 변화는 오고 있다.” 최근 번역 출간된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에는 툰베리가 어떻게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잘 기록돼 있다. 여덟살 때 학교 수업 시간에 해양 오염을 다룬 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툰베리는 스스로 각종 자료를 찾아서 기후변화 문제를 공부했다. 탄소배출을 줄이는 삶의 방식도 적극적으로 실천했다. 온 가족이 채식주의자가 됐고, 비행기 여행을 포기했다. 그러다 지난여름 스웨덴에 기록적인 폭염과 대규모 산불이 겹치자 세상 밖으로 나와 행동하기로 결심했다. 과학자들이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에 대한 경보음을 울린 지 벌써 40년이 됐다. 1992년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기본협약’을 시작으로 각 나라의 정치인과 전문가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머리를 맞대 왔지만 전망은 암울하다. 정부간기후협의체(IPCC)는 현재 속도로 온난화 추세가 지속되면 20~30년 사이에 지구온도 상승 마지노선인 1.5도가 무너진다고 내다봤다. 앞으로 2100년까지 1.5도를 유지하려면 2030년 이내에 온실가스 배출을 45% 줄이고, 2050년에는 0%를 달성해야 한다. 이번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프랑스, 독일 등 60개 나라의 정상들이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계획을 앞다퉈 발표했지만 낙관은 성급하다. 온실가스 배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꿈쩍하지 않는다면 목표량 달성은 요원하다. 미국은 “기후변화는 사기”를 주장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보란 듯이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했다. 중국도 온실가스 감축을 내세우고 있지만, 석탄화력발전소를 새로 짓고 있다. 해수면 상승, 폭염과 태풍 등 기상이변, 생태계 파괴 등 기후 위기가 이미 눈앞에 닥쳤는데도 한가하기 짝이 없다.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맞춰 지난달 20~27일 세계 각국에서 진행된 기후시위를 주도한 세력은 10대 청소년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금요일 500여명의 청소년이 광화문에 모여 피켓 시위를 했다. 이른바 ‘툰베리 세대’의 출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후변화 문제를 어른들이 아닌 자신들의 문제로 여기는 세대다. 이들은 말한다. “당장 내일 우리 집에 불이 날 수 있다. 더는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다가올 미래의 주인인 그들의 외침을 언제까지 외면할 건가. coral@seoul.co.kr
  • ‘흑묘백묘’ ‘대국굴기’… 中 지도자들의 사자성어 정치

    ‘흑묘백묘’ ‘대국굴기’… 中 지도자들의 사자성어 정치

    예부터 중국 지도자들은 아름다우면서도 상징적인 말 한마디로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곤 했다. 신중국 건국 70년을 맞아 중국을 바꿔 놓은 지도자의 주요 발언을 살펴봤다. 1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초대 국가주석인 마오쩌둥은 1949년 10월 1일 신중국 건국에 앞서 열린 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중국 인민이 (마침내) 떨쳐 일어섰다”고 밝혔다. 국민당 정부에 쫓기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중국 공산당이 대장정(1934~1935년)을 거쳐 산시성 옌안에 근거지를 마련한 지 14년 만에 이뤄 낸 역전의 선언이었다. 1840년대 아편전쟁을 시작으로 100여년간 외세에 침략당한 굴욕의 역사, 부패 관료와 악덕 지주를 모두 몰아내고 인민이 주인인 ‘전혀 새로운 중국’(新中國)을 만들었다는 다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중국은 대약진운동(1958~1962)과 문화대혁명(1966~1976)의 후유증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1984년 덩샤오핑은 건국 35주년을 기념해 열병식에 나섰다. 당시 중국은 베트남과의 잦은 교전으로 어려움이 컸다. 소련과도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두고 갈등이 불거졌다. 그는 다분히 35년 전 마오의 연설을 염두에 두고 “중국인들이 더욱 부유해졌다”고 표현했다. 1978년 시작된 개혁·개방 정책 성과를 열병식을 통해 홍보하고 국민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서였다. 그는 “능력 있는 사람부터 먼저 부자가 돼라. 그리고 낙오된 사람을 도와라”라는 선부론과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도 내놨다. 경제성장을 중시한 그의 발언은 중국이 ‘죽의 장막’에서 벗어나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3년부터 ‘신형대국관계’를 강조한다. 달라진 중국의 위상에 걸맞은 새로운 국제질서를 구축하려는 의도다. 그는 “(미중) 두 나라가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세계를 이롭게 한다”면서 “양국 지도자가 불(不)충돌·불대항, 상호존중, 협력공영(상생)의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더이상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자신들을 압박하지 말라는 속내가 담겨 있다. 다만 시 주석에 대한 서구세계의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다. 부정부패 척결 외에 가시적으로 드러난 성과와 업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문 대통령 “남북 화해 이끄는 ‘평화의 군대’…번영 초석될 것”

    문 대통령 “남북 화해 이끄는 ‘평화의 군대’…번영 초석될 것”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우리 국군은 독립운동에 뿌리를 둔 애국의 군대이며 남북 화해와 협력을 이끄는 평화의 군대, 국민이 어려움을 겪을 때 앞장서는 국민의 군대”라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안보태세를 갖추고, 평화·번영의 초석이 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군의 날인 이날 오전 대구공군기지에서 열린 ‘제71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통해 “한반도에 사는 누구나 자자손손 평화와 번영을 누리며 살아야 한다”며 “우리 군의 강한 힘이 그 꿈을 지켜주고 있다”고 말했다. 국군의 날 행사가 대구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또 “평화는 지키는 게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으로, 우리 군의 철통같은 안보가 대화·협력을 뒷받침하고 항구적 평화를 향해 담대하게 걷도록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우리 군의 용기와 헌신이 있었기에 우리는 비무장지대 내 초소를 철거하고, JSA(공동경비구역)를 완전한 비무장 구역으로 만들 수 있었다”며 “오랜 세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국군 유해를 발굴할 수 있었던 것도, 분단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사상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남북 군사합의를 끌어내고 실천한 군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강한 국방력을 가진 우리 군을 믿고 유엔총회에서 전쟁불용을 선언할 수 있었다”며 “비무장지대로부터 새로운 평화의 길을 열어온 우리 군에 자부심을 갖고 비무장지대의 국제 평화지대화를 제안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조금 전 동북아 최강의 전폭기 F-15K가 우리 땅 독도와 서해 직도, 남해 제주도의 초계임무를 이상 없이 마치고 복귀 보고를 했다”며 “오늘 처음 공개한 F-35A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한 최신 장비와 막강한 전력으로 무장한 우리 국군의 위용에 마음이 든든하다”고 밝혔다.문 대통령은 “100여년 전 신흥무관학교에서 시작한 육군, 대한민국 임시정부 비행학교로부터 시작한 공군, 독립운동가와 민간상선 사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해군까지 국군의 뿌리는 독립운동과 애국에 있다”며 “무장독립투쟁부터 한국전쟁, 그 이후 전쟁 억제에 이르기까지 우리 군은 언제나 본연의 임무를 완벽히 수행해왔다”고 언급했다. 이어 “안보 환경은 늘 변화무쌍하다”며 “얼마 전 중동지역에서 있었던 드론 공격의 위력이 전 세계에 보여줬듯이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도전도 과거와 다른 다양한 유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 전쟁은 우리 국민의 안전·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모든 세력과의 과학전·정보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미래 전쟁의 승패도, 안보의 힘도 혁신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우리 군은 언제나 새로운 시대에 맞게 혁신해왔고, 재래식 전력을 굳건하게 하는 한편 최신 국방과학기술을 방위력에 빠르게 적용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대구·경북지역의 선진 로봇을 비롯한 우리의 앞선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국방 분야에 접목하면 ‘강하고 스마트한 군’의 꿈을 실현하면서 민간기업의 성장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방개혁 2.0’ 완수는 우리 정부의 핵심 목표”라며 “역대 최초로 내년도 국방예산을 50조 원 넘게 편성했고, 방위력개선비는 지난 3년간 41조원을 투입한 데 이어 내년도에도 16조 7000여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더 강력하고 정확한 미사일방어체계, 신형잠수함과 경항모급 상륙함, 군사위성을 비롯한 최첨단 방위체계로 우리 군은 어떠한 잠재적 안보 위협에도 주도적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역대 처음으로 대한민국 안보의 전략적 요충지이자 애국의 도시 대구에서 국군의 날을 기념하게 됐다”며 “대구공항의 역사는 오랜 시간 불편을 감내한 대구시민의 애국 역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독립유공자로 선정된 분만 지금까지 1만 4545명, 국채보상운동의 발원지, 대한광복회 결성지, 한국전쟁 당시 반격의 교두보를 마련한 다부동 전투까지 나라가 어려울 때면 항상 대구시민은 놀라운 애국심을 보여주셨다”고 밝혔다. 아울러 “99년 전 독립을 위해 탄생한 공군이 대구시민의 애국심 위에서 창공의 신화를 써내려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이 자리를 빌려 대구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은 또 “국군 장병 한명 한명은 소중한 일상을 뒤로하고 기꺼이 조국수호를 위해 군복을 입었다”며 “더 나은 환경에서 더 사기충천한 군인으로 복무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아들딸이 입은 군복이 긍지·자부심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복무 중에도 개인 꿈과 역량을 키우도록 돕고, 국방의무가 사회 단절로 이어지지 않게 취업을 지원하겠다”며 “생활환경 개선, 육아 여건 보장, 성차별 해소를 비롯해 장병 삶 하나하나를 더욱 세심히 살피겠다”고 약속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모욕받지 않겠다”던 마오 말대로… GDP 450배 급증 ‘G2 우뚝’

    “모욕받지 않겠다”던 마오 말대로… GDP 450배 급증 ‘G2 우뚝’

    “인류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인들이 이제 일어섰다. 다시는 (외세에) 모욕받지 않을 것이다.” 중국 공산혁명에 성공한 마오쩌둥(1893~1976) 공산당 주석이 1949년 10월 1일 건국행사 직전 열린 정치협상회의 제1기 전체회의 개막사에서 이같이 선언한 지 70년이 됐다. 중국은 마오의 ‘자력갱생’을 거쳐 덩샤오핑(1904∼1997) 때부터 ‘도광양회’(힘을 감추고 때를 기다림)로 대표되는 개혁·개방에 나섰다. 이후 장쩌민의 ‘유소작위’(해야 할 일은 함)와 후진타오의 ‘돌돌핍인’(기세등등하게 힘으로 몰아침)을 지나 시진핑 주석에 이르러 ‘대국굴기’(큰 나라가 솟구쳐 일어남)로 나아갔다. 이제 중국은 세계 두 번째 경제대국이자 다른 어느 나라도 넘볼 수 없는 제조대국으로 성장했다. ●10%인 1억 5000만명은 선진국 수준 생활 30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건국 직후인 1952년만 해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300억 달러(당시 가격 기준)에 불과했다. 소련의 원조 없이는 생존이 힘든 빈국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GDP는 13조 6082억 달러(약 1경 6330조원)로 450배 넘게 늘었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8.1%로 한국 정도를 제외하면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고속성장’을 일궜다. 개혁·개방이 시작된 1978년만 해도 중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11위 정도였지만 2007년 독일, 2010년 일본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9%까지 높아졌다. 2018년 중국의 GDP는 13조 6082억 달러로 미국(20조 4941억 달러)의 70% 수준까지 쫓아갔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2030년쯤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다. 미국과의 경제적 공생 관계를 설명하는 ‘차이메리카’(차이나+아메리카)라는 단어도 이제 일상이 됐다. 미국이 설계하고 중국이 만드는 ‘아이폰’은 지구촌의 삶을 크게 바꿔놨다. 국민 생활 역시 ‘전면적 소강사회’(먹고사는 데 걱정이 없는 나라) 진입을 눈앞에 뒀다. 1인당 GDP는 1952년 119위안에서 지난해 6만 4644위안(약 1100만원)으로 70배가량 늘었다. 미 달러화로 환산하면 9000달러가 넘는다. 올해나 내년에는 충분히 ‘1만 달러 시대’를 열 것으로 보여 건국 70주년의 상징성을 더한다. 특히 지난해 각 도시가 발표한 자료를 종합하면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 15개 도시는 1인당 GDP가 2만 달러를 넘었다. 이들 지역의 인구는 약 1억 5000만명이다. 한 국가나 지역의 1인당 GDP가 2만 달러에 도달하면 선진국 초입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인 14억명 중 이미 10% 넘는 이들이 선진국 생활수준을 영위한다고 볼 수 있다.●글로벌 금융위기때 과감한 부양책이 기회로 세계는 1990년대 말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 중국의 저력을 절감했다. 1997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들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으며 국가부도 위기에 몰렸지만 중국은 되레 이 시기를 활용해 아시아 경제권에서 위상을 높였다.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미국과 일본, 유럽 등이 마이너스 성장 위기를 맞자 중국은 과감하게 4조 위안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해 세계 경제 회복을 이끌었다. 두 번의 글로벌 경제위기가 중국에는 기회가 됐다. 여기에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세계박람회(엑스포)를 통해 폐쇄적이던 국가 이미지를 크게 개선하며 ‘소프트파워’(연성권력) 확충에도 성공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중국어를 배우는 인구는 5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민일보 등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런 변화를 ‘상전벽해’(뽕나무밭이 푸른 바다로 변함)로 표현하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1949년 건국 당시 마오의 바람대로 이제 중국은 ‘다시는 모욕받지 않을 나라’로 거듭났다. ●R&D 인력 세계 1위… “세계 놀라게 한 기적” 중국의 과학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원자폭탄과 수소폭탄, 인공위성을 직접 만들고 중국판 위치확인시스템(GPS)인 ‘베이더우’도 도입했다. 올 1월에는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탐사선 ‘창어4호’를 보내 미국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냈다. 지난해 중국의 연구개발(R&D) 인력 규모는 418만명으로 단연 세계 1위다. 신화통신은 “인류의 역사에서 70년은 한순간처럼 짧다. 그럼에도 중국은 (70년 만에) 전방위 개방사회로 발전하며 역사적 전환을 실현했고 세계를 놀라게 한 기적도 창조했다”고 자평했다. 현재 중국은 3조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일대일로 블록’을 키워 가고 있다. 중국 정부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모두 126개국, 29개 국제기구가 참여하고 있다. 중국의 팽창을 우려하는 미국의 노골적 반대에도 서유럽 국가들이 꾸준히 동참 의사를 밝히고 있다. 독일에서 생산한 포르셰 승용차는 일대일로 사업으로 연결된 화물 열차로 단 3주 만에 중국 충칭까지 배송된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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