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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한달 걸려 매일 오름 오르고 싶게 만드는 ‘김종철 오름나그네’

    열한달 걸려 매일 오름 오르고 싶게 만드는 ‘김종철 오름나그네’

    책 기사를 쓸 때는 다 읽어보고, 아무리 바쁘더라도 절반 이상은 읽고 난 뒤 쓰자고 되뇌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러지 못한다. 이 책의 깊이와 넓이는 속독도 정독도 거부한다. 이 책을 배낭에 넣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제주의 오름을 올라 11개월 동안 읽고 또 읽어야 할테니 말이다. 기자는 아예 작정하고 보도자료를 잘 갈무리하기로 했다. 1995년 김종철 선생이 제민일보 183회 연재를 마친 뒤 늑골암 말기 판정을 받고 연명 치료를 거부한 채 원고를 다듬어 출간하고, 정확히 스무날 만에 세상을 떠났다. 박성식 다빈치 대표가 몇년 전부터 제주를 드나들더니 김순이 여사에게 허락을 받아 24년 만에 재출간했다. 1464쪽에 컬러 도판 250컷, 흑백 도판 370컷을 담았다. 세 권을 세울 수 있게 거치대까지 함께 보내줬다. 1000 세트 한정판이다. 오름을 사랑하는 이라면 빨리 펀딩에 참여하겠다고 박 대표에게 전화 넣을 일이다. 운명처럼 지도에도 올라있지 않고 진입로도 없던 시절 330여 오름을 찾아 다녔다.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지도와 조선총독부, 미군이 제작한 지도를 살폈고, 지명 관련 문헌, 마을에 관한 보고서, 신화나 전설, 여러 성씨의 족보까지 뒤졌다. 비문에 새겨진 글을 기록하고 식물을 채취하고 마을의 어르신들을 만나 한자 이름 뒤에 가려진 우리말 이름을 살려냈다. 유홍준 선생은 이 책을 “제주의 신이 그에게 내린 숙명적 과제”라고 표현했고 역사공부 하는 농민 김종민은 “‘오름나그네’를 표절하지 않으면 결코 오름을 묘사할 수 없다”고 갈파했다. 지금 우리가 찾고, 배우고, 새로이 발견하는 오름은 모두 그의 발자취에 빚지고 있는 것이다.‘제주신화’를 집필한 김순이 여사는 이 책의 재출간에 부친 글을 통해 ‘그가 저 외진 들녘 멀찍이 있던 오름의 손을 잡아 우리 앞에 이끌어 온 까닭은 오름이 이토록 아름다우니, 이토록 소중하니 진정으로 사랑해 주고 아껴 달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오름나그네’의 행간에는 간곡한 그의 육성이 올올이 담겨 있습니다. 그의 그런 오름사랑에 부디 동참해 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저자는 마지막 생의 순간, 오자가 눈에 띄면 몹시도 힘들어했고 김 여사가 바로잡을테니 걱정 말라고 했는데 24년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저자가 정밀한 제주 지도를 생일선물로 받고 뛸듯이 좋아했다는 일화, 선생이 사랑했고 영원히 잠든 선작지왓 탑궤를 찾아 재출간 양장본을 보여주겠다는 대목에 이르면 오름을 사랑하는 누구라도 눈시울이 붉어질 것이다. 세 권 말미마다 김종철 선생에 대한 글들을 읽는 재미도 적지 않다. 24년 전 책의 사진은 서재철 작가 것이었는데 재출간본에는 연재되기 전부터 함께 오름을 올랐고 지금도 오르고 있는 고길홍 (76) 작가의 작품들이 실렸다. 박성식 대표의 뚝심이 없었다면 완전개정판은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1권만 펼쳐도 박 대표의 뚝심이 대단함을 느낄 것이다. “옛날 얼굴도 보지 못한 저자도 상상하기 힘든 고생을 하며 원고를 완성했지만, 저도 필사적으로 이 책을 냈어요. 어제 완성된 책을 보며 ‘이런 게 출판이지’하는 소회를 오랜만에 느꼈습니다. 마치 울트라(마라톤)를 마친 기분입니다.ㅎ” 잔자누룩한, 인후한, 소슬히, 너븐드르 같은 우리말, 제주의 입말들을 만나는 재미도 쏠쏠할 듯하다. 젊은날 한라산에 꽂혔던 기자는 마흔 중반을 넘어서면서 오름들이 눈에 들어왔다. 은퇴하면 제주살이를 하며 가보지 않은 오름부터 몇 번 가본 오름까지 이 책 배낭에 넣고 올라볼 생각이다. 거슨세미오름과 절오름, 돔박이오름, 마복이 등등 생전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오름들을 만날 생각에 벌써 설렌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식품 속 과학] 식품화학물질 안전 기준의 의미/박선희 한국식품안전관리 인증원 이사

    [식품 속 과학] 식품화학물질 안전 기준의 의미/박선희 한국식품안전관리 인증원 이사

    식품 중 위해 가능성 물질은 없으면 없을수록 좋다. 그러나 모든 것은 양면성이 있어서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성분이더라도 필요한 때가 있다. 농약이나 동물용의약품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농약이나 동물용의약품은 농작물 재배나 가축 사육과정에서 병충해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꼭 필요하다. 특히 질병에 걸린 가축에서 얻은 축산물 판매는 식품위생법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가축의 질병을 치료하려면 최소한의 동물용의약품 사용이 필요하다. 다만 정부는 동물용의약품의 오남용을 막고자 약사법을 적용해 가축별로 사용 기준을 정하고 있다. 식품위생법은 사용 기준에 따라 가축별로 섭취하는 부위마다(근육, 지방, 내장, 우유, 계란 등) 잔류 기준을 정하고 있다. 따라서 약사법에서 정한 사용 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식품에서 잔류 기준이 초과된다. 농약도 농약관리법에 의해 사용 기준을 정하고 잔류 기준은 식품위생법으로 정하고 있다. 식품 중 잔류농약이나 잔류동물용의약품 또는 식품첨가물 등과 같은 화학물질은 사용 기준에 따라 정확하게 사용할 때 오남용이 방지되고 환경오염과 이로 인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1월 농약에 대해 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를 시행했으며, 동물용의약품에 대해선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식품은 생물을 원료로 만들어진다. 또 단순 분쇄가 아닌 다양한 가공 방법을 거쳐 다양한 비율로 혼합해 만든다. 때문에 식품의 안전과 관련된 성분 규격은 그리스 신화의 테세우스처럼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국제무역에서도 국가별 기준 규격은 무역갈등 요소가 된다.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에 맞춰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식량기구(FAO)가 공동으로 국제식품규격위원회를 운영해 국제 기준의 조화를 꾀하고 있다. 농약이나 동물용의약품도 지역이나 국가마다 다를 수 있다. 때문에 수출 식품에 대해서는 우리의 약품 잔류기준이 국제적으로도 허용될 수 있도록 정밀한 자료가 필요하다. 수입 식품에 대해서는 한국인의 섭취량 자료를 토대로 섭취 수준이 허용할 수 있는 수준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식품 기준과 규격의 설정은 다양한 분석데이터의 축적이 필요하며 식품 무역장벽을 극복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 비극과 활극의 만남… 조선인 가슴에 저항정신 불 지르다

    비극과 활극의 만남… 조선인 가슴에 저항정신 불 지르다

    한국 사람이라면 나운규(1902~1937)라는 존재와 ‘아리랑’(1926)이라는 영화 제목을 들어보지 못한 이가 없을 것이다. 한국의 무성영화 시기를 대표하는, 아니 한국영화사 전체를 관통해서도 가장 무게 있는 영화인과 영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리랑’의 필름은 사라졌다. 우리 대부분은 처음 개봉한 지 90년도 훨씬 지난 이 영화를 보지 못했고, 그저 여러 매체를 통해 얼마나 위대한 영화인지 전해들었을 뿐이다. ‘아리랑’은 왜 훌륭한 영화인가. 어쩌면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원로 영화인들의 증언이 쌓여가는 과정에서 신화화된 결과가 아닐까.‘아리랑’을 걸작으로 칭송하는 이유는 바로 일제에 대한 저항 정신을 담아낸 민족 영화라는 평가 때문이다. 어쩌면 이 관점은 맞는 말일 수도 있고 틀린 말일 수도 있다. 애초 나운규가 이 영화를 만든 이유는 조선영화도 미국영화처럼 한번 재미있게 만들어보자는 목적이었다. 당시 조선인들은 더이상 활동사진에 신기해하는 초창기 관객이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의 활극적 볼거리와 속도감에 열광하는 영화 팬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리랑’은 개봉하자마자 조선인 관객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고 6·25 전쟁 시기까지 수십 차례 반복 상영되며 영화 자체가 가진 힘을 넘어 사회 현상이 되어버렸다. 과연 ‘아리랑’은 어떤 영화였을까.●일본 신파를 극복하다 먼저 1920년대 전반기 조선영화계를 살펴보자. 조선 극영화의 시작은 ‘월하의 맹서’(1923)를 만든 윤백남의 역할이었지만 이후 조선영화를 주도한 감독은 윤백남의 조감독을 맡았던 이경손(1905~1977)이었다. 그는 고대소설을 영화화한 ‘심청전’(1925)으로 감독 데뷔해 이광수의 동명 원작을 영화화한 ‘개척자’(1925)로 인정받았다. 이 시기 조선영화 제작은 초창기의 활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춘향전’(1923), ‘장화홍련전’(1924), ‘운영전’(1925) 등 고대소설을 영화화하는 것으로, 즉 조선 사람이 조선 옷을 입고 활동사진에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관객이 몰려들던 시기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때 이경손은 일본영화를 모델로 삼아 상업적인 노선을 모색하는데 일본 신파 ‘곤지키야샤’(金色夜叉)를 번안한 ‘장한몽’(1926), 일본 시대극 영화를 참조한 ‘산채왕’(1926)이 그것이다. 두 영화는 당시 일본 신파소설을 번안하던 조중환과 이경손이 함께 설립한 계림영화협회가 제작했다. 이 시기 조선은 일본 문화의 강력하고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조선영화 역시 ‘나의 죄’(己が罪)가 원작인 ‘쌍옥루 전후편’(1925), ‘새장 속의 새’(籠の鳥)를 각색한 ‘농중조’(1926) 등 일본 신파의 조선적 번안이 대세였다. 이처럼 연애비극이나 가정비극을 다루는 신파 서사는 식민지 조선영화의 기본적 설정으로 안착하게 된다.나운규의 ‘아리랑’이 특별한 점은 일본 신파영화의 화법을 받아들인 시기에 등장한 영화였지만 그 영화들과는 다른 방향을 찾았다는 것이다. ‘아리랑’이 어떤 의도로 만든 영화인지는 나운규의 운명 전 해인 1936년 그가 남긴 기록을 통해 파악해 볼 수 있다. 바로 ‘조선영화감독 고심담 아리랑을 만들 때’(‘조선영화’ 제1집)라는 글이다. “그 당시에 조선에 오는 양화(洋畵)를 보면 수(數)로는 서부활극이 전성시대요 또 대작연발시대다. 그리피스의 ‘폭풍의 고아들’(1921)을 보던 관중은 참다 못하여 발을 굴렀고 더글러스의 ‘로빈 후드’(1922)는 조선 관객의 손바닥을 아프게 하였다.” 나운규가 미국영화의 “대작연발시대”를 강조한 것처럼, 당시 조선인 관객들은 화려한 볼거리와 물량 공세, 또 스케일 큰 액션 장면이 긴장감을 자아내는 할리우드 영화에 열광했고, 이에 익숙해지면서 영화의 감식안도 높아져갔다. 관객들의 취향을 포착한 나운규는 ‘아리랑’을 만들기 직전 선배 감독 이경손에게 “화나는데 서양사람 흉내를 내서 한 작품 만들어봅시다”라고 말했고, 어떻게 하면 “하품 나는 조선영화”를 탈피할 수 있을까, 조선영화를 다시 살려낼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했다. ‘아리랑’이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서구영화의 창조적 수용 연출의 기회를 잡은 나운규는 할리우드 활극 스타일을 연출 방향으로 잡고, 어떻게 하면 서구식의 활극 장면을 경제적으로 연출할 것인지에 집중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조선 사람들의 감정을 쥐락펴락하는 스토리까지 고안해냈다. 대중적 화법인 신파 양식을 기반으로 비극과 활극을 직조한 동시에 조선의 식민지적 상황을 상징과 비유가 담긴 이야기로 녹여 민족적 감정을 건드린 것이다. 가장 핵심은 ‘아리랑’이 나운규의 오리지널 스토리라는 점이다. 당시 “전 조선영화를 통하여 가장 우수한 장면”(‘동아일보’ 1926년 10월 7일자)으로 기록된 사막 장면은 단연 영화의 압권이다. 한 나그네(나운규)가 여자(신일선)를 취하려는 악마 같은 상인을 살해한 장면은 주인공 영진(나운규)이 여동생 영희(신일선)를 겁탈하려는 지주의 하수인 기호를 환상 속에서 살해하는 것으로 정확히 반복된다. 광인의 내면세계를 일그러진 세트로 시각화해 보여준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1920) 같은 독일 표현주의 영화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나운규는 할리우드 활극뿐만 아니라 유럽 예술영화 등 동시기 서구영화의 여러 요소를 포착하고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해 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또 작품의 인물 구도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영화 속 지주도 그 하수인도 조선인이라는 설정이지만 돈으로 민중을 괴롭히는 자본가 계급의 폭압적 행태를 당시 조선인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였을지는 짐작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아리랑’은 민족영화가 되었고, 조선 무성영화의 대표작으로 한국영화사의 신전에 올랐다.●아리랑의 실제 감독은 누구일까 ‘아리랑’ 개봉 당시 이 영화의 감독은 쓰모리 슈이치(한국 이름 김창선)라는 일본인으로 기록되었다. 이 영화의 실제 감독에 대한 논란을 일으킨 결정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는 당 시 재조선 일본인의 자본과 기술 그리고 조선영화인의 협업으로 구축되었던 조선영화 제작현장을 감안해야 한다. ‘아리랑’을 제작한 영화사는 일본인 흥행사 요도 도라조의 조선키네마프로덕션인데, 그의 조카 사위 쓰모리 슈이치가 실질적인 운영을 맡았다. 현대 영화의 프로듀서 역할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는 조선키네마의 첫 번째 영화 ‘농중조’와 ‘아리랑’ 개봉 당시 감독 크레디트로 이름을 올렸다. 흥미로운 점은 이후의 문헌들은 두 영화의 감독으로 각각 조선영화인 이규설과 나운규를 기록하는 것이다.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당시 제작 현장에서 일본인이 감독 직함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조선인 관객들을 위한 각본을 쓰고, 무성영화이지만 동작 연기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던 배우들의 조선어 대사 연기를 지도한 것은 조선인일 수밖에 없었다(물론 무성영화의 논리상 그들의 입에서 발성되어야 할 대사는 변사의 음성에서 들리게 된다). 다시 ‘아리랑’으로 돌아가면 쓰모리가 설령 크레디트상의 감독직을 맡았더라도 각본을 쓰고 실질적인 연출을 진행한 나운규의 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후 나운규는 계속해서 요도 도라조의 조선키네마프로덕션을 통해 ‘풍운아’(1926), ‘야서(들쥐)’(1927), ‘금붕어’(1927)라는 활극멜로드라마를 그의 이름으로 연출했다. 그리고 나운규프로덕션을 세워 ‘사랑을 찾아서’(1928) 등 자신의 감독 및 주연작을 이어 나간다. ●조선 무성영화 황금기 이끌다 마지막으로 ‘아리랑’이 이후 조선 무성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점을 언급해야 한다. 먼저 지주와 소작민, 그 사이 희생양이 되는 젊은 여성이라는 계급구도에 기반한 서사와 활극이 더 선명하게 앞으로 나서는 스타일이 이후 조선영화의 상업적 기준이 된 점이다. 또 일제 치하의 식민지적 현실을 드러내고 저항의 관념을 싣는 수단, 즉 계급 운동으로서의 영화를 지향하는 카프(KAPF·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 진영의 영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카프 진영과는 거리를 두었지만 소설가 심훈의 감독 데뷔작 ‘먼동이 틀 때’(1928)는 단연 ‘아리랑’의 적자라고 할 수 있다. 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
  • 싱가포르 아드모어병원그룹, 대구에 1000만불 투자

    싱가포르 아드모어병원그룹이 1000만달러(약 115억원)을 대구 지역대표 화장품 기업인 (주)튜링겐코리아에 투자한다. 대구시는 아드모어병원그룹, 튜링겐코리아 대표와 대구시 경제부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튜링겐코리아 본사에서 투자협약을 체결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투자협약에 따라 아드모어병원그룹은 튜링겐코리아의 지분 50.1%를 확보하여 피부과 전문화장품과 필러 등 의료기기 연구·생산에 투자하며, 향후 튜링겐코리아의 생산제품을 싱가포르를 비롯한 세계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튜링겐코리아는 2000년 우리코스메틱을 기반으로 설립되어 국내 온·오프라인 브랜드와 피부과 전문병원을 중심으로 하는 고기능성 화장품 전문기업이다. 자사 대표브랜드인 ‘VANT36.5’가 국내 백화점 및 면세점 8곳에 입점하였으며, 중국·미국·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 13개국에 수출중이다. 지난해 4월 동구 혁신도시 의료R&D지구내 부지(6649㎡)에 120여억원을 투자하여, 최첨단 생산시설을 준공하고 현재 본사로 이전 후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화장품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아드모어병원그룹은 싱가포르에서 정형외과병원, 피부과병원, 미용의료클리닉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래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기능성 화장품 시장과 및 의료기기 분야로 사업영역 확장을 위해 튜링겐코리아에 투자를 결정하게 되었다. 강연자 튜링겐코리아 대표는 “아드모어병원그룹의 투자가 회사 발전과 도약의 큰 기회가 될 것”이라며 “20년간 꾸준한 연구개발로 축적된 기능성 화장품 제조기술을 통해 세계 최고 품질의 화장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튜링겐코리아는 향후 4년내 국내 증시 상장도 계획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또한 R&D 및 생산시설 확충으로 일자리 창출효과도 50명 이상으로 예상된다. 이승호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아드모어병원그룹의 투자는 지역의 화장품산업 발전과 K-뷰티 세계시장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대구시는 화장품·뷰티산업을 집중 육성하여 튜링겐코리아를 비롯한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이 성공신화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오후의기타(김종구 지음, 필라북스 펴냄) 흔히 기타를 치기는 쉬워도 잘 치기는 어려운 악기라고 한다. 작은 음량 때문에 쉽게 다른 악기와 합주를 이루기 어려운 기타는 사실 참 개인주의적인 악기다. 기자 출신의 저자는 10년간 클래식 기타를 배우고 실제 무대에 오르기까지 함께한 삶을 흥미진진하게 풀어 냈다. 308쪽. 1만 5000원.너와 나의 5·18(김정인·김정한·은우근·정문영·한순미 지음, 오월의봄 펴냄)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고, 대학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5·18 관련 교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속에 5·18기념재단이 기획한 책이다. 책은 4부 13장으로, 한 학기 15주 수업용으로 활용할 수 있게 구성됐다. 496쪽. 2만 6000원.중국을 사랑한 남자(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박중서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중국의 과학과 문명’의 저자 조지프 니넘의 평전이다. 현대 문명의 기념비적 역작인 ‘중국의 과학과 문명’ 시리즈의 탄생 과정과 과학사학자 조지프 니넘의 비범한 삶을 조명한다. 472쪽. 2만 2000원.진짜 이야기를 쓰다(하버드대학 니먼재단 기획, 마크 크레이머·웬디 콜 엮음, 알렙 펴냄) 사실보도 위주의 전통적인 저널리즘의 대안으로 제시된 내러티브 저널리즘의 실제 경험과 조언이 담겨 있다. 내러티브 저널리즘이 어떻게 세상의 진실을 전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640쪽. 2만 6000원.버지니아 울프 북클럽(이택광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사람들은 페미니즘의 상징과도 같은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의 본모습을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일까. 사실 ‘의식의 흐름’을 따라 쓴 울프의 소설은 읽기가 어렵고 배경지식이 없으면 더욱 난해하다. 이 책은 ‘자기만의 방’,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 등 울프의 대표작을 좀더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돕는 안내서다. 264쪽. 1만 5000원.눈물들(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사랑을 받았던 소설 ‘세상의 모든 아침’에서 비올라 다 감바 거장 생트 콜롱브를 재조명하는 등 신화나 역사에서 망각된 인물을 찾아온 파스칼 키냐르가 다시 멋진 옛 이야기를 선보인다. 역사상 첫 프랑스어 문서인 스타르부르 조약을 기록한 역사가 나타르와 그의 쌍둥이 형 아르트니를 통해 언어의 탄생을 조명한다. 272쪽. 1만 5000원.
  • ‘수로왕 건국신화’ 입증 치열한 논쟁 예고

    표면의 6개 그림, 가야 신화 투영 첫 유물 “거북 등껍데기 외엔 단서 부족” 시각도 대동문화재연구원이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의 소형 무덤에서 발견한 토제방울은 소형 토기, 쇠낫, 화살촉, 옥구슬, 어린 아이의 치아, 두개골 조각과 함께 출토됐다. 홍대우 대동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과장은 아이의 무덤에서 건국신화가 새겨진 방울이 발견된 것에 대해 “방울은 아이가 가지고 놀던 놀잇감일 수도 있지만 방울이 통상적으로 ‘신과 인간 사이의 연결’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현재로서는 그 관계성을 확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토제방울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표면에 선으로 새긴 그림이다. 연구원은 현미경 조사를 통해 남성의 성기 혹은 산봉우리, 거북의 등껍데기, 관을 쓴 남자, 춤을 추는 여자, 하늘을 우러러보는 사람, 하늘에서 줄을 타고 내려오는 금합을 담은 자루 등을 형상화한 것으로 해석했다. 연구원 측이 가락국 건국신화와 연결짓게 된 건 거북의 등껍데기 때문이다. 고려 문종 때 편찬된 가락국 역사서인 가락국기에 따르면 어느 날 구지봉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고 9명의 족장(구간·九干)이 ‘구지가’를 부르며 춤을 추자 하늘에서 자줏빛 줄이 내려와 땅에 닿았다. 줄이 내려온 곳을 따라가 황금알 여섯 개가 들어 있는 금빛 상자를 발견했는데, 알에서 제일 먼저 깨어난 동자가 수로왕이 되었고 나머지 다섯 동자 역시 각각 다섯 가야를 세워 임금이 되었다는 내용이다. 배성혁 대동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실장은 “남성의 성기 혹은 산봉우리로도 보이는 그림은 대가야 시조의 탄생지인 가야산(상아덤)을 상징하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토제방울이 당시 대가야인들의 건국신화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가치있는 유물”이라고 내세우면서도 한편으로 “최근 열흘 정도 분석한 결과이기 때문에 향후 학계의 충분한 논의와 연구를 거쳐야 한다”며 다른 해석의 여지를 남겨뒀다. 전문가들 역시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이희준 경북대 명예교수는 “거북의 등껍데기에서 가야 건국신화라는 점을 착안했지만 (6개 개별 그림 중) 춤을 추는 여인, 하늘을 우러러 보는 사람이라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거북아 거북아” 가야 건국신화 새긴 흙방울

    “거북아 거북아” 가야 건국신화 새긴 흙방울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록된 ‘가야고분군’의 하나인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사적 제79호)에서 5세기 말~6세기 초에 조성된 대가야 시대 소형 석곽묘 10기와 석실묘 1기가 확인됐다. 이 가운데 5세기 후반의 것으로 보이는 소형 석곽묘에서 가야 건국신화를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 토제방울 1점이 출토돼 이목을 끈다. 대동문화재연구원은 20일 길이 165㎝, 너비 45㎝, 깊이 55㎝의 작은 무덤에서 발견한 지름 5㎝가량의 흙으로 만든 방울을 공개했다. 토제방울 표면에는 6개 그림(선각화)이 새겨져 있다. 연구원 측은 “이 그림이 삼국유사 ‘가락국기’ 중 수로왕 건국신화의 내용과 부합한다”면서 “그동안 문헌으로만 접했던 가야 건국신화의 모습이 유물에 투영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주장대로라면 수로왕 신화가 경남 김해의 금관가야뿐 아니라 경북 고령의 대가야에도 전해졌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의미 있는 자료다. 그러나 그림과 가야 건국신화를 연결지을 단서가 부족하다는 시각도 있어 향후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고령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중국 대학 인공지능 기술로 결석하는 학생수 줄여

    중국 대학 인공지능 기술로 결석하는 학생수 줄여

    중국의 한 대학이 인공지능 기술을 학생들의 출결석 확인에 사용한 뒤 결석률이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9일 저장성 항저우 뎬즈대학이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통한 인증 번호로 출결석을 확인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보도했다. 이 인공지능 출결석 시스템은 수업에 출석하지 않으면 경고도 전송해 강의를 빼먹지 않도록 돕는다.뎬즈대 학생들이 인공지능 시스템을 통해 받는 메시지의 내용은 “안녕, 나는 항저우 뎬즈대학 인공지능 음성 도우미야. 오늘 수업을 빠졌구나”와 같다. 학생들의 반응은 모두 기록돼 교직원이 상담할 때 사용할 수 있다. 뎬즈대 강의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와 같은 인공지능 출결 시스템을 도입해 이전에 교수가 일일이 학생들의 이름을 불러 출결을 확인하는데 약 7~8분이 걸렸다면 지금은 15초면 가능하다. 인공지능 출결 시스템을 도입한 지난 2주 만에 학생들의 결석률은 7%가 줄어들었다. 대학은 인공지능 출결시스템을 통해 학생들이 수업에 빠지는 진짜 이유를 찾아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한 뒤 학생들의 결석률을 낮추는 데 사용할 방침이다. 중국은 인공지능 발전과 연구에 박차를 가하며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에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길거리 무단횡단 방지에도 인공지능 얼굴인식 시스템이 사용되며 심지어 공중화장실에서 휴지를 쓸 때도 얼굴인식 기술이 적용된다. 자율주행차량, 교육용 훈련 로봇, 암 진단 등에 사용되는 것은 물론이다. 중국은 2030년까지 약 1조 위안(약 170조원) 규모의 인공지능 산업을 형성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2014년 이후 인공지능 관련 특허신청 건수에서 세계 최대의 독보적 지위에 있다. 특허신청 건수 세계 두 번째는 미국이다. 10조 달러(약 1경 1000조원) 이상 가치를 가진 세계 10대 인공지능 기업들은 모두 중국 아니면 미국에 의해 세워졌다. 중국 관영언론은 인공지능의 새 윤리원칙이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화통신은 공상과학 작가 아시모프가 만든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와 같은 로봇 3대 원칙에 대해 업계는 벌써부터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인 바이두의 창시자 리옌훙 회장은 지난해 중국 국제빅데이터산업박람회에서 ‘인공지능윤리 4원칙’을 내걸었는데, 첫째 원칙은 안전통제였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방탄소년단 광주 온다

    세계적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오는 4월 28일 광주에 온다. 광주시는 19일 ‘SBS 인기가요 슈퍼콘서트-2019 광주 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성공기원’ 공연의 1차 라인업을 공개했다. ‘이번 공연은 오는 4월 28일 오후 7시 광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펼쳐진다. 글로벌 스타인 방탄소년단이 출연을 확정해 국내 최고 케이팝(K-POP) 콘서트가 될 전망이다. 콘서트에는 ‘모모랜드’, 상큼한 매력의 여자 아이돌 ‘아이즈원’ ‘옥탑방’으로 역주행 1위 신화를 이뤄낸 ‘엔플라잉’, 청량감 가득한 걸그룹 ‘네이처’ 등고 출연한다. 이번 콘서트 티켓은 무료이며, 오는 22일 오후 5시에 11번가(www.11st.co.kr)에서 오픈된다. 이 행사는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광주시, 한국관광공사가 후원한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주호민 신과함께 수입, “한남동 빌딩 구입은 와전” 실제는..

    주호민 신과함께 수입, “한남동 빌딩 구입은 와전” 실제는..

    주호민 신과함께 수입이 공개됐다. 지난 18일 밤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는 웹툰 작가 주호민과 이말년이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 주호민은 ‘신과 함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영화 ‘신과 함께’의 원작 웹툰 작가로, 큰 사랑에 힘입어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이에 그는 “고등학교 교과서다. ‘신과 함께’가 제주도 신화를 재해석한 만화다 보니, 그런 맥락으로 실렸다. 100년 전 사진처럼 나왔다”고 말했다. MC 김성주는 “시청자 여러분을 대신해서 질문드린다. 수입 이야기다”고 운을 떼며 “김풍 작가의 제보가 있다. 한남동 건물을 샀다는 게 사실이냐”고 주호민에게 물었다. 주호민은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다. 예전에 김풍 작가와 예능프로그램에 함께 나간 적이 있다. 영화 수익이 정산되기 전이었다. 김풍 작가가 자신의 ‘뇌피셜’로 ‘한남동의 빌딩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 게 와전이 됐다”고 해명했다. 주호민은 현재는 영화 수익 정산이 완료된 상태라며 “빌딩 살 정도는 아니다. 어림도 없다. 경기도에 집 한 채 살 정도는 된다”고 덧붙였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부 seoulen@seoul.co.kr
  • AIIB 지원받는 이탈리아… 도로·통신 등 中일대일로 MOU 체결

    英·獨 ‘화웨이 왕따 작전’ 이탈 조짐 美 행정명령 등 독자적 압박도 검토 NYT “미중 무역협상에 최대 변수”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엇박자가 심화하고 있다. 이탈리아가 중국의 주요 정책인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에 참여하기로 했고, 영국과 독일 등은 미국의 ‘화웨이 왕따 작전’에서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한국과 EU 등 우방들과도 좌충우돌 무역전쟁을 벌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21일부터 유럽 공략에 본격 나선다. 미국과의 무역갈등으로 틈이 벌어진 EU 국가를 대상으로 친중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8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21~26일 이탈리아와 모나코, 프랑스를 차례로 국빈 방문한다. 시 주석은 특히 이탈리아와 일대일로 프로젝트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전망이다. 주요 7개국(G7)인 이탈리아의 참여로 그동안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국가 중심으로 이뤄졌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한층 무게가 실리게 됐다. 이날 공개된 MOU 초안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중국 주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자금 지원을 받아 공동사업에 나서는 한편 도로와 철도, 교량, 민간항공, 통신 등 이해를 공유하는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시 주석은 또 프랑스 방문에서 양국 수교 55주년을 기념함과 동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협력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외교 사령탑인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제9차 중국·EU 고위급전략대화에 참여해 EU 외교장관들과 중국·유럽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커창 총리는 다음달 초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열리는 중국과 중·동유럽(CEEC) 16개국의 정기협의체에 참석한다. 한편 영국, 독일 등이 미국의 중국 통신장비기업 화웨이 배제 작전에 등을 돌리는 분위기가 되면서 미국을 자극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중국 화웨이를 5세대(5G) 통신망 구축 사업에서 배제하기 위한 미 전략이 비틀거리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영국과 독일, 인도,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화웨이를 전면 배제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지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NYT는 이어 트럼프 정부가 대안으로 미 기업들이 화웨이 등 중국 업체의 5G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이나 자국 기업들이 5G 통신장비 생산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화웨이 측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더욱 공격적인 행정명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인 EU가 미국의 행보에 어깃장을 놓으면서 미국이 독자적으로 화웨이에 대한 압박 강화에 나설 분위기”라면서 “이는 막판 조율 중인 미중 무역협상에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文대통령, 경제보좌관에 주형철 한국벤처투자 대표 임명

    文대통령, 경제보좌관에 주형철 한국벤처투자 대표 임명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경제보좌관(차관급)에 주형철(54)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를 임명했다. ‘취직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 하지 말라’, ‘50~60대도 아세안 가서 성공신화 만들라’는 발언으로 지난 1월 말 김현철 보좌관이 사임한 지 49일 만이다. 경제보좌관에 현직 기업인을 발탁한 것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성과를 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보기술(IT) 전문가로 20여년간 민간기업 임원으로 활동하며 쌓은 현장 경험이 장점이며, 중소·벤처기업 창업·투자 지원, 생태계 조성 등 공공정책업무 경험도 가지고 있다”며 “성장동력 발굴, 지속가능한 벤처 생태계 조성 등 혁신성장 성과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 보좌관은 대전 대신고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네이버가 설립한 소프트웨어 전문인재 양성기관인 NHN NEXT 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직 최고경영자(CEO) 출신이지만, 백지신탁은 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문 경영인이고, 관련 규정상 백지신탁 대상 주식을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소박함만 한국의 美라더냐… 고려의 호방함 서린 ‘독립운동 성지’

    소박함만 한국의 美라더냐… 고려의 호방함 서린 ‘독립운동 성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으며 가장 주목받는 문화재는 단연 경북 안동의 임청각(보물 182호)이다. 경술국치 직후 집주인 이상룡은 일가 친족을 이끌고 서간도로 망명했다. 막대한 재산을 처분한 자금으로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무장독립운동의 주역들을 양성하고, 임시정부 제3대 대통령 격인 국무령을 역임했다. 오랫동안 방치되던 임청각은 독립운동의 성지가 되어 대대적으로 복원 정비할 예정이다. 이 집은 올해 창건 500주년을 맞으며, 고려 주택의 전통을 가진, 매우 드물고 소중한 건축 유산이기도 하다.●고성 이씨 법흥파종택… 이명이 1519년 창건 임청각은 고성 이씨의 한 분파가 안동 법흥동에 건립한 파종택이다. 하나의 옛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가문의 역사를 들추는 수고를 해야 한다. 집은 곧 인격의 표현이고, 종택은 오랜 시간의 축적물이기 때문이다. 고성 이씨의 시조는 고려 문종 때 호부상서를 지낸 이황이다. 그는 거란의 침략을 막아 내는 큰 무공을 세워 철령군(철령은 경남 고성의 옛 이름)에 봉해졌다. 이 가문은 고려조에 정승급만 5명이나 배출한 명문가로 성장했고, 조선 초 좌·우의정을 지낸 이원이 용헌공파를 이루게 된다. 그의 아들들은 전국에 걸쳐 번성했는데, 6남인 이증(1419~1480)은 안동부 남문 밖으로 이주해 안동 지역의 입향조가 됐다. 그의 차남인 이굉은 낙동강 건너 현 정상동에 귀래정을 지었고, 이 일대는 고성 이씨의 씨족 마을로 발전했다. 이증의 3남 이명은 1519년 영남산 남록, 법흥동의 낙동강변에 정자를 지어 임청각이라 이름하니, 현재의 군자정 건물이다. 1540년, 여기에 본격적인 살림채와 가묘를 세워 파종택으로 정착시킨 이는 이명의 6남인 또 다른 이굉이다. 임청각 정착의 역사는 한 가문이 어떻게 명문가로 성장하는지, 그리고 어떤 건축적 장치가 필요했는지를 보여준다. 소수 귀족만이 성씨를 가졌던 고려시대에는 국가적 공헌을 이뤄 성씨를 하사받았다. 성씨와 동시에 일정 지역을 식읍으로 받는데, 곧 본관이 된다. 왕조가 바뀌는 조선 초는 기존 명문가들의 명암이 엇갈리는 시기였다. 새 왕조에 참여한 가문은 더욱 번창하게 되지만, 반대의 경우 멸문지화를 입던지 재야의 향반으로 전락하게 된다. 조선 초의 향촌은 고려적 장원 체제가 해체되고 새로운 체제로 전환하는 큰 변혁기를 맞았다. 이 시기에 번창한 가문의 자손들은 전국 각지의 새로운 소유지를 찾아 분파하게 되며, 파종가들이 출현했다. 종가가 되려면 종택을 짓고, 시조를 제사할 사당을 세워야 한다. 또한 향촌의 절경 곳곳에 개인 소유의 정자를 세운다. 지역의 경관을 소유하는 자가 바로 지역의 세력가가 되기 때문이다. 임청각은 별장인 정자로 시작해서 살림집과 사당을 가진 종택으로 확장한 경우다. 가문을 연지 500년 만의 결실이며, 그로부터 또 다른 500년이 흘렀다. ●고려 한옥의 또 다른 흔적, 온돌이 드문 2층집 우리의 건축들은 임진왜란 때 거의 파괴되어 현존하는 대부분은 17세기 이후에 지어진 것이다. 임란 이전의 것으로 임청각같이 큰 집이 온전히 남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 집은 오래되고 거대할 뿐만 아니라 후대의 다른 살림집과 확연히 구별되는 중요한 특징을 갖는다. 남아 있는 부분만도 1층 50칸, 2층 12칸의 큰 규모로 후대의 한옥이라면 적어도 5채의 독립 건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 집은 별채인 군자정을 제외한 모든 살림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하늘에서 보면 마치 불완전한 용(用)자와 같이, 5개의 안마당을 중심으로 기와지붕의 선들이 이어진다. 평면 구성만도 밀집되고 복잡한데, 경사지를 활용한 3차원적 구성은 더욱 복합적이다.임청각의 눈에 띄는 특징은 2층 구조가 주를 이룬다는 점이다. 현재 2층 공간은 12칸이 남아 있지만, 원래는 20여 칸이나 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머리가 부딪힐까 걱정해야 하는 다락이 아니라 충분히 생활이 가능한 정식 2층 공간이다. ‘한옥은 단층’이라는 상식은 임청각에서 여지없이 깨진다. 김시습의 ‘금오신화’ 중 ‘이생규장전’은 고려 말 개성을 무대로 전개되는 연애기담이다. 2층루가 있고 이들을 은밀한 복도가 연결하는 것으로 여주인공의 집을 묘사했다. 아마도 이 소설을 쓴 조선 초까지, 개성과 한양의 큰 살림집의 일반적인 모습이었을 것이다. 임청각의 2층 바닥은 물론 1층 대부분도 마루 바닥이었다. 한옥의 가장 큰 특징이라는 온돌은 총 70칸 중 5칸에 불과했다. ‘한옥은 온돌’이라는 상식도 깨진다. 후대에 온돌로 개조한 부분까지 다해야 겨우 10칸이다. 서울 종로의 공평지구 재개발 때 조선 전기의 한옥 마을을 발굴하게 되었다. 보통 10여 칸 집에 단 1칸만 온돌방이며 마루가 주된 바닥을 이룬 집들이었다. 온돌이 한옥의 주된 바닥형식이 된 것은 17세기 이후이다. 이 집의 창호들 역시 후대의 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창틀이 벽 가운데 떠 있는 것 같이 보이는 이른바 ‘액자창’들이 대부분이며, 아예 벽의 일부에 창을 끼운 것 같은 붙박이창도 여럿이다. 2짝 여닫이창들은 예외 없이 가운데에 문설주를 둔 ‘영쌍창’들이다. 이러한 액자창, 붙박이창, 영쌍창은 고려시대부터 내려온 전통이며, 18세기 이후의 한옥에서는 보기 힘든 오래된 기법들이다.한마디로 임청각은 고려 살림집의 전통을 간직한 호방하고 웅장한 집이다. 흔히 한국적 미학이라 일컫는 ‘소박하고 단순한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송나라 사신 서긍이 고려 수도 개성의 풍물을 그린 ‘고려도경’의 묘사와도 같이 입체적이고 복합적인 건축이다. 13칸 행랑채의 수평적 장대함, 거의 3층 높이 안채의 수직적 당당함, 오래된 창호형식의 고졸함, 낙동강의 풍경을 감싸 안는 군자정의 넉넉함…. 이제는 거의 사라져 임청각만이 간직하고 있는 우리 건축의 또 다른 전통이다. ●보수 속 혁신… 남자는 군자정·여자는 살림채 써 임청각의 500년 세월 가운데 수차례 대대적 수리를 했지만, 후손들은 선조의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않는 원론적 보수는 아니었다.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마루들을 온돌방으로 개조했다. 남자 주인들은 별당인 군자정을 거처로 삼아, 살림채 대부분의 사용권을 여자 가족과 하인들에게 넘겨주었다. 옛 형식은 지키되, 새로운 내용을 수용한 은밀한 혁신의 결과다.석주 이상룡(1858~1932)은 이 가문의 가장 혁신적인 인물이다. 퇴계학파의 정통을 이은 안동의 큰 유학자로서 을사늑약 때부터 의병활동과 애국계몽운동에 앞장섰다. 1911년 노비를 해방하고 조상들의 위패를 묻은 뒤 서간도에 망명, 만주 땅에서 74세로 운명할 때까지 무장독립 투쟁에 헌신했다. 노비 해방과 제사 철폐는 정통 유림에게 있을 수 없는 패륜이다. 심지어 종손으로서 종가인 임청각을 팔아 독립운동 자금으로 썼다. 그러나 그는 군자정의 주인답게 진정한 ‘군자’였다. 군자란 누구인가? 세상의 문제와 해답을 깨달은 사람, 더 나아가 깨달음을 온몸으로 행하는 지행합일의 인간이다.1700년대 언저리, 이 집안의 두 형제가 분가해 임청각 좌우로 탑동파종택과 평지파종택을 세웠다. 1941년 일제는 고성 이씨 3형제 동네 앞에 중앙선 철도를 부설했다. 임청각의 대문채 등이 파괴되었고, 탑동파종택 앞의 법흥사지7층전탑(국보16호)은 기울어졌으며, 철도 노선에 포함된 평지파종택은 아예 흔적이 사라졌다. 일가족 10명이 독립유공자로 추서된 불령선인의 가문에 대한 야만적 보복이었다. 1913년 임청각을 한 일본인에게 2000원(현 가치 200억원 추산)에 팔았는데, 이를 알게 된 고향의 일가들이 합심하여 3000원에 곧 되사 보존할 수 있었다. 이 거액 매입을 주도한 이는 석주의 20촌 동생인 평지파종택의 이태희였다. 그는 일제 식민 치하의 수모를 감내하며 자신의 방법으로 고향과 가문을 지켰다. 보수와 혁신은 한몸이었다. 정통 유림이 무장투쟁가로 변신하고, 해방된 노비가 독립군이 됐다. 망명해 딴 나라에서 순국한 이도 있고, 고향에 남아 은밀히 독립운동을 도운 이도 있다. 비록 모두를 추서할 수는 없어도, 모두가 애국자이다. 280억원의 예산으로 임청각 일대를 복원 정비한다고 한다. 철도 이설과 임청각 정비뿐 아니라 사라진 평지파종택을 비롯해 외거 노비들의 가랍집까지 복원해야 한다. 이들 모두가 보수의 전통 속에서 혁신을 꿈꾸고 몸 바쳤던 역사이기 때문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건축학자
  • 후드티 입은 ‘엘 시스테마’ ★ 두다멜, 한국 아이들의 꿈 지휘하다

    후드티 입은 ‘엘 시스테마’ ★ 두다멜, 한국 아이들의 꿈 지휘하다

    음악캠프서 ‘꿈의 오케스트라’ 레슨 눈높이 맞춘 지휘와 유머감각 돋보여 본 공연은 말러 1번·유자왕 협연 펼쳐“자! 이제 ‘메리 포핀스’ 효과를 써야 할 때가 왔군요. 여러분, 주인공이 우산을 타고 하늘을 나는 영화를 한번 떠올려 보세요.” 지난 16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한국판 ‘엘 시스테마’(베네수엘라 저소득층 예술 교육 프로그램)로 불리는 지역 아동·청소년 예술교육 프로그램인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 앞에 후드티의 스니커즈 운동화를 신은 ‘곱슬머리 아저씨’가 나타났다. ‘꿈의 오케스트라’ 음악캠프의 공개리허설에 나타난 이는 베네수엘라 출신의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38) 로스앤젤레스(LA) 필하모닉 음악감독이다. ‘엘 시스테마’가 낳은 최고 스타이자 제3세계 출신으로 롤렉스 시계 광고모델이 되는 성공신화를 쓴 두다멜이지만, 이날 그의 모습은 가벼운 옷차림만큼이나 소탈했다. ●‘꿈’을 연주하는 아이들과 특별한 리허설 “이 곡은 ‘죠스’가 아니에요. 음표 사이 충분한 공간이 긴장감을 만듭니다. 그래요, 이게 바로 ‘신세계’이지요.” 이날 ‘원포인트’ 레슨의 연습곡은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4악장. 두다멜은 ‘신세계 교향곡’이 대중적이기 때문에 연주하기도 쉬울 것이라는 편견을 깨면서도 철저히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을 이어 갔다. 그는 영화 ‘죠스’를 연상시키는 서주부가 3악장 스케르초에서 왔음을 가르치며 “3악장의 에너지가 4악장을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이해를 도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두다멜은 아이들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법을 알았다. 영화 ‘메리 포핀스’를 예로 들며 현악 단원들에게 적극성을 유도했고, 셈여림표를 설명할 때는 몸개그를 하듯 지휘대를 오르내리기도 했다. 그의 유머감각은 리허설에 더욱 활기를 불어넣었다. 첫 인사 때는 “저는 여러분 잡아먹는 사람 아니에요”라고 너스레를 떨었고, 객석에서 재채기 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돌려 장난스럽게 ‘블레스 유!’라고 외칠 때는 콘서트홀 곳곳에서 큰 웃음소리가 들렸다. 1시간여 진행된 리허설은 자연스럽게 ‘엘 시스테마’로 대표되는 그의 성장사를 떠올리게 했다. 두다멜도 30여년 전 마약과 총기사고 등 범죄가 끊이지 않던 고향의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과 지휘를 배우며 이 학생들과 같은 꿈을 꾸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수없이 조명된 그의 성장스토리는 어른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큰 영감을 줬다. 이날 플루트 연주로 참여한 정지원(17)양은 “어릴 적부터 두다멜과 연주하는 것이 꿈이었다”며 “마치 아이돌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두다멜이 선보인 ‘할리우드 말러’ 두다멜은 4시간 뒤 같은 장소에서 LA필하모닉 창단 100주년 기념 내한 무대에 섰다. 이날 프로그램은 미국 현대음악 작곡가 존 애덤스가 쓴 새로운 피아노 협주곡 ‘모든 좋은 곡은 반드시 악마의 차지인가’의 아시아 초연과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말러 1번은 ‘지옥에서 천국으로’ 향하는 4악장의 여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연주 곳곳에 장치를 숨겨 놓은 ‘할리우드표’ 연주였다. 1악장 제시부·전개부의 느린 템포는 마지막 재현부의 극적 폭발을 부각시켰고, 1~3부로 구성된 춤곡 형식의 2악장도 마지막 3부에 방점을 찍은 모습이었다. 팀파니의 반복되는 저음(오스티나토) 위로 콘트라베이스, 첼로, 튜바로 이어지는 3악장 장송행진곡은 냉소적이기보다는 서글펐다. 다른 연주와 비교해 다소 가볍다는 지적이나, 이미 100번 넘게 이 곡을 연주한 두다멜과 LA필하모닉이 얼마나 진지하게 이날 공연에 임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관객의 반응은 더없이 뜨거웠다. 중국의 스타 피아니스트 유자왕이 협연한 1부 피아노 협주곡은 리스트 ‘죽음의 무도’나 그레고리안 성가 ‘디에스 이레’(진노의 날)를 떠올리게 했다. 피아니스트에게 쉴 틈을 주지 않는 난곡이었지만 유자왕이 무대에서 발산한 에너지는 객석에 그대로 전달됐다. 무대인사 도중에는 작곡가가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유자왕은 자신에게 곡을 위촉한 애덤스에게 대한 경의를 표하듯 앙코르를 생략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후드티 입은 ‘엘 시스테마’의 별, 한국아이들의 꿈을 지휘하다

    후드티 입은 ‘엘 시스테마’의 별, 한국아이들의 꿈을 지휘하다

    “자! 이제 ‘메리 포핀스’ 효과를 써야 할 때가 왔군요. 여러분, 주인공이 우산을 타고 하늘을 나는 영화를 한번 떠올려 보세요.” 지난 16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한국판 ‘엘 시스테마’(베네수엘라 저소득층 예술 교육 프로그램)로 불리는 지역 아동·청소년 예술교육 프로그램인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 앞에 후드티의 스니커즈 운동화를 신은 ‘곱슬머리 아저씨’가 나타났다. ‘꿈의 오케스트라’ 음악캠프의 공개리허설에 나타난 이는 베네수엘라 출신의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38) 로스앤젤레스(LA) 필하모닉 음악감독이다. ‘엘 시스테마’가 낳은 최고 스타이자 제3세계 출신으로 롤렉스 시계 광고모델이 되는 성공신화를 쓴 두다멜이지만, 이날 그의 모습은 가벼운 옷차림만큼이나 소탈했다. ‘꿈’을 연주하는 아이들과 특별한 리허설 “이 곡은 ‘죠스’가 아니에요. 음표 사이 충분한 공간이 긴장감을 만듭니다. 그래요, 이게 바로 ‘신세계’이지요.” 이날 ‘원포인트’ 레슨의 연습곡은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4악장. 두다멜은 ‘신세계 교향곡’이 대중적이기 때문에 연주하기도 쉬울 것이라는 편견을 깨면서도 철저히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을 이어 갔다. 그는 영화 ‘죠스’를 연상시키는 서주부가 3악장 스케르초에서 왔음을 가르치며 “3악장의 에너지가 4악장을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이해를 도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두다멜은 아이들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법을 알았다. 영화 ‘메리 포핀스’를 예로 들며 현악 단원들에게 적극성을 유도했고, 셈여림표를 설명할 때는 몸개그를 하듯 지휘대를 오르내리기도 했다. 그의 유머감각은 리허설에 더욱 활기를 불어넣었다. 첫 인사 때는 “저는 여러분 잡아먹는 사람 아니에요”라고 너스레를 떨었고, 객석에서 재채기 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돌려 장난스럽게 ‘블레스 유!’라고 외칠 때는 콘서트홀 곳곳에서 큰 웃음소리가 들렸다. 1시간여 진행된 리허설은 자연스럽게 ‘엘 시스테마’로 대표되는 그의 성장사를 떠올리게 했다. 두다멜도 30여년 전 마약과 총기사고 등 범죄가 끊이지 않던 고향의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과 지휘를 배우며 이 학생들과 같은 꿈을 꾸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수없이 조명된 그의 성장스토리는 어른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큰 영감을 줬다. 이날 플루트 연주로 참여한 정지원(17)양은 “어릴 적부터 두다멜과 연주하는 것이 꿈이었다”며 “마치 아이돌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두다멜이 선보인 ‘할리우드 말러’ 두다멜은 4시간 뒤 같은 장소에서 LA필하모닉 창단 100주년 기념 내한 무대에 섰다. 이날 프로그램은 미국 현대음악 작곡가 존 애덤스가 쓴 새로운 피아노 협주곡의 아시아 초연과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말러 1번은 ‘지옥에서 천국으로’ 향하는 4악장의 여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연주 곳곳에 장치를 숨겨 놓은 ‘할리우드표’ 연주였다. 1악장 제시부·전개부의 느린 템포는 마지막 재현부의 극적 폭발을 부각시켰고, 1~3부로 구성된 춤곡 형식의 2악장도 마지막 3부에 방점을 찍은 모습이었다. 팀파니의 반복되는 저음(오스티나토) 위로 콘트라베이스, 첼로, 튜바로 이어지는 3악장 장송행진곡은 냉소적이기보다는 서글펐다. 다른 연주와 비교해 다소 가볍다는 지적이나, 이미 100번 넘게 이 곡을 연주한 두다멜과 LA필하모닉이 얼마나 진지하게 이날 공연에 임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관객의 반응은 더없이 뜨거웠다. 중국의 스타 피아니스트 유자왕이 협연한 1부 피아노 협주곡은 리스트 ‘죽음의 무도’나 그레고리안 성가 ‘디에스 이레’(진노의 날)를 떠올리게 했다. 피아니스트에게 쉴 틈을 주지 않는 난곡이었지만 유자왕이 무대에서 발산한 에너지는 객석에 그대로 전달됐다. 무대인사 도중에는 작곡가가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유자왕은 자신에게 곡을 위촉한 애덤스에게 대한 경의를 표하듯 앙코르를 생략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대구 강남’ 수성불패 뒤엔 다운계약 있었다

    평균 차익만 3000만~4000만원 市, 790건 적발 과태료 84억 부과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최근 2~3년간 대구 아파트 가격이 지속적인 오름세를 탔으며 그 중심에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가 있었다. 특히 수성구 분양아파트의 경우 수십~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불패 신화를 이어 가고 있다. 17일 수성구에 따르면 2017∼2018년 다운계약(부동산 거래 때 양도소득세를 줄이려고 계약서에 실제 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을 적는 이중계약)으로 의심되는 아파트 거래 1500건을 조사해 790건을 적발하고 매도인에게 과태료 84억원을 부과했다. 2017년 392건에 34억 8000만원, 2018년 398건에 48억 9000만원으로 분양권 거래가 대부분이다. 부동산업체와 ‘떴다방’ 등에도 업무정지, 등록취소,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138건)을 내렸다. 이들이 다운계약으로 얻은 차익은 평균 3000만∼4000만원이다. 2017년 초에는 300만∼400만원 수준이었으나 하반기 들어 6000만원까지 늘었다고 구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수성구는 분양가에 웃돈을 더한 금액의 4%를 매도자에게 부과하고, 국세청에 통지해 양도소득세를 물리도록 했다. 수성구는 ‘힐스테이트 범어’에 대한 무더기 다운계약 조사를 다음달 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지난해 11월 거래된 28건 가운데 20여건이 최고 신고가보다 2억∼3억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가장 많이 다운계약을 적발해 부당거래가 위축된 것으로 봤는데 예상을 깬 것이다. 수성구 관계자는 “엄중하게 처벌하기 때문에 정상거래를 권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주말의 커튼콜]“음악에는 경계가 없죠”…‘엘 시스테마의 별’ 구스타보 두다멜

    [주말의 커튼콜]“음악에는 경계가 없죠”…‘엘 시스테마의 별’ 구스타보 두다멜

    남미가 낳은 최고 클래식 스타…LA필 창단 100주년 기념 내한음악감독 취임 10주년 맞아…고국 베네수엘라와 거리둔 행보 비판도 ※‘주말의 커튼콜’은 최근 화제가 됐거나 내한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어릴 적에는 ‘살사’라는 라틴음악이 저를 지배하고 있었죠. 지금은 클래식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음악에는 경계가 없습니다.”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저소득층 예술 교육 프로그램)가 낳은 최고 스타로 꼽히는 구스타보 두다멜(38)이 16~18일 로스앤젤레스(LA)필하모닉과의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악단 창단 100주년을 기념하는 월드투어의 첫 시작이다. 취임 후 ‘두다마니아’(Dudamania), ‘구스타비시모’(Gustavissimo) 등 신조어를 만들며 관객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었던 그가 LA필하모닉의 음악감독 겸 예술감독을 맡은지도 어느덧 10년이 됐다. “음악에 경계가 없다”는 15일 기자간담회에서의 발언은 그의 성장기 배경과도 맞물려 생각할 수 있다. 아버지는 트럼본 연주자, 어머니는 성악교사였는데, 가정에서 생계를 책임졌던 아버지는 낮에는 오케스트라에서, 밤에는 살사밴드에서 연주를 병행했다. 두다멜이 어린 시절 자신이 들었다는 ‘살사’는 바로 아버지가 자신에게 들려주던 음악이었던 것. 그는 “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할 때 어린 시절 고향 마을에서 꿈꾸던 시절, 음표와 싸우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만 28세…국경를 넘어 ‘적대국’ 미국으로 한국을 비롯해 수많은 국가들이 벤치마킹한 ‘엘 시스테마’는 마약과 폭력, 총기사고 등 위험에 둘러싸인 빈민가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성장하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돕는 무상 음악교육 프로그램이다. 처음 오케스트라에 들어간 어린 아이들은 종이를 오려서 만든 악기 모형으로 먼저 음악을 배우는데, 이를 ‘종이 오케스트라’라고 부른다. ‘장난감 악기’로 음악을 시작한 후 최고 실력을 인정받은 학생들은 베네수엘라 국립 청소년 오케스트라인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에 모인다. 만 18세에 시몬 볼리바르의 음악감독으로 임명된 두다멜은 국경이라는 ‘경계’를 넘나드는 라틴아메리카 국가 순회공연을 성사시켜 주목받는다.“우리 스스로에 대해 계속 도전하는 것, 그것이 이 오케스트라의 색깔입니다. 오케스트라를 단지 엔터테이너가 아닌 사회의 중요한 요소로 인정받은 것. 지난 10년간 LA필하모닉과 이룬 이같은 업적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2009년 두다멜이 LA필하모닉의 음악감독에 임명되며 전세계 음악팬들의 관심은 다시한번 집중됐다. 사회주의국가이자 적대국인 베네수엘라의 서른도 안된 젊은 피를 ‘모셔오는’ LA필하모닉의 승부수는 성공으로 귀결됐다. 두다멜은 무엇보다 LA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히스패닉계를 공연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최고의 카드였다. CBS간판 프로그램 ‘60분’에 3차례나 출연했고, ‘세서미 스트리트’에 출연하는 등 두다멜은 클래식 음악가로는 이례적으로 매스미디어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며 2000년대 초반 지휘계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대표주자로 이름을 알렸다. 고국과의 거리두기… 정치적 비판도 상존 물론 LA필하모닉을 10년간 이끌어온 그간 행보에 대한 엇갈린 시선도 존재한다. 제3세계 국가 출신에서 롤렉스 시계 광고모델이 되는 성공신화를 쓴 그였지만 조국의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해서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2017년 3월 엘 시스테마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아르만도 카니살레스가 시위 중 사망하고 두다멜은 그의 SNS에 마두로 정권을 비판하는 글을 남겼지만, 세간의 평가는 ‘너무 늦었다’는 반응이었다. 다른 엘 시스테마 출신 연주자들이 고국에서 탄압을 받을 때 침묵했던 그였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 가브리엘라 몬테로,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인 리카르도 하우스만 전 장관 등 베네수엘라 출신 유명인사들이 연이어 그를 비판했다. 하우스만 교수는 “음악계의 거인이지만 도덕적으로는 소인”이라고 그를 일갈하기도 했다. 이번 내한에서 밝힌 조국의 대한 그의 입장도 구체적이기보다는 다분히 추상적이었다. 그는 “음악가로서 조국처럼 뿔뿔이 흩어진 사람들을 결속시켜야 한다”며 “음악이 분노와 불안을 치유하는 다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이번 내한 공연은 말러 교향곡 1번과 유자왕 협연의 존 애덤스의 새로운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하는 콘서트(16일·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영화음악 콘서트(17일·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 실내악 콘서트(18일·롯데콘서트홀)로 이어진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해볼라고’ 장진우 만난 양세형-샘오취리, 망치 든 사연은?

    ‘해볼라고’ 장진우 만난 양세형-샘오취리, 망치 든 사연은?

    ‘해볼라고’ 양세형과 샘오취리가 ‘외식문화기획자’ 장진우를 만났다. 15일 방송되는 JTBC ‘해볼라고’ 7회에서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방식으로, 출연자들이 직접 성공한 직업인을 만나 그들의 하루일과를 함께하며 성공 비결을 파헤치는 모습이 그려진다. 최근 진행된 ‘해볼라고’ 촬영에서 꿈돌이 양세형과 게스트 샘오취리가 경리단길 신화의 주인공, ‘외식문화기획자’인 장진우를 만났다. 그는 서울의 숨은 뒷골목이었던 이태원 경리단길을 세상에 알리고, 단기간에 10여 개의 음식점을 성공시켜 일명 ‘미다스의 손’이라고 불리는 장본인. 양세형과 샘오취리는 그의 하루를 밀착 마크하며 성공 비결을 낱낱이 공개할 예정이다. 이날 양세형과 샘오취리가 처음 방문한 곳은 다름 아닌 철거 현장이었다. 두 사람은 도착하자마자 안전모를 들이미는 장진우 대표에게 원망의 눈빛을 보냈지만 이내 직접 망치를 들어 벽을 부수고, 포대 자루를 나르며 열정을 불태웠다. 간단히 식사를 마친 세 사람은 카페 매물을 알아보기 위해 삼성동 가로수길 매물 탐방에 나섰다. 장진우는 매의 눈으로 실매물가를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창업 분야를 캐치해 내는 등 날카로운 분석력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직접 발로 뛰며 생생한 현장을 누비는 ‘외식 문화 기획자’ 장진우의 성공 비결은 15일 금요일 밤 9시에 방송되는 본격 직업 소개 방송 JTBC ‘해볼라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코스피 2170선 회복…북한 비핵화 협상 중단 우려에 경협주 급락, 방산주 상승

    코스피 2170선 회복…북한 비핵화 협상 중단 우려에 경협주 급락, 방산주 상승

    코스피가 15일 전 거래일보다 1% 가까이 올라 2170선을 회복했다.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남북 경제협력 관련주는 내렸고 방산주는 올랐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72포인트(0.13%) 내린 2152.96으로 출발했지만 상승세로 바뀌어서 20.43포인트(0.95%) 오른 2176.11에 마감했다. 기관이 6091억원어치를 샀고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4964억원, 1142억원을 팔았다. 미중 무역협상에 실질적인 진전이 있다는 소식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오전 중국 측 협상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와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통화했고 무역협상 관련 논의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도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협상이 성과를 내기를 바라고 상호 이익과 윈-윈(Win-win)을 실현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시가총액 상위주 가운데는 포스코(1.95%)와 현대차(1.68%)가 많이 올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4.21%)는 검찰이 한국거래소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크게 떨어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부장 송경호)는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거래소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관련 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거래소는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닥시장에 상장될 때 유가증권 상장 요건을 완화해 당시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는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06포인트(0.93%) 내린 748.36으로 장을 마쳤다. 지수는 전장보다 1.40포인트(0.19%) 오른 756.82로 출발했지만 곧 하락세로 바뀌었다. 시총 상위주 가운데 셀트리온헬스케어(-3.97%)와 신라젠(-3.51%), 스튜디오드래곤(-3.07%)이 많이 떨어졌고 펄어비스(3.00%)와 에이치엘비(1.65%) 등은 올랐다. 특이 이날 경협주가 크게 내렸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미국의 요구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할 의사가 없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중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서다. 신원(-10.09%)을 비롯해 인디에프(-9.47%), 좋은사람들(-8.54%), 재영솔루텍(-4.93%), 제이에스티나(-4.74%) 등 개성공단 입주 업체는 동반 하락했다. 금강산에 골프 리조트를 갖고 있는 아난티(-9.44%)와 과거 대북 경협 사업을 주도했던 현대아산의 최대 주주 현대엘리베이터(-6.90%)도 대폭 내렸다. 토목·건설분야 경협주로 꼽히는 유신(-9.58%)과 우원개발(-8.31%), 남광토건(-5.47%), 고려시멘트(5.38%)와 남북 철도연결 테마주인 에코마이스터(-9.41%), 푸른기술(-9.09%), 대아티아이(-7.10%), 대북 송전 관련주인 제룡전기(-8.29%)와 선도전기(-5.68%), 광명전기(-4.91%)도 내렸다. 방산 관련주는 강세였다. 레이더 및 항행용 무선기기를 만드는 빅텍은 22.78%나 올랐고 LIG넥스원(4.25%)과 한국항공우주(3.06%), 한화에어로스페이스(3.85%)도 상승세를 탔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빽’도 줄도 없는 ‘열정의 신입’ 돈맛 알아버린 ‘탐욕의 괴물’

    ‘빽’도 줄도 없는 ‘열정의 신입’ 돈맛 알아버린 ‘탐욕의 괴물’

    하루 수조원씩 오고 가는 증권가 돈 앞에서 ‘인간의 민낯’ 그려내 류준열의 입체적 인물 표현 백미주식에 대한 전문 지식은 필요 없다. 돈에 대한 걱정을 해봤다면,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봤다면 충분하다. 하루 평균 수조원의 돈이 오가는 여의도 증권가를 배경으로 한 영화 ‘돈’(20일 개봉)은 ‘돈’이라는 한 글자에 담긴 희망과 욕망, 그 앞에서 웃고 좌절하는 인간의 민낯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장현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 ‘돈’은 지방대 출신에 ‘빽’도 ‘줄’도 없지만 코스피 종목코드를 달달 외워 주식 브로커가 된 조일현(류준열)이 부푼 마음을 안고 서울 여의도에 출근하는 모습에서 시작한다. 그날의 ‘실적왕’이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회사는 꿈을 실현하는 곳이 아니라 그냥 전쟁터다. 조일현이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느낄 때쯤 회사 선배는 넌지시 신화적인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를 소개해 준다. 거액을 긁어모으는 그를 만나면서 조일현은 ‘실적 0원’의 하찮은 신세에서 탈피하지만 유혹에 휘말릴수록 덫의 수렁에 빠진다. 주식 브로커와 큰손들이 공모해 단 몇 초, 몇 분 만에 막대한 돈을 벌고, 그 돈이 또다시 덩치를 곱절로 불리는 모습이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조일현이 터무니없이 큰돈을 벌어들이자 ‘사냥개’로 불리는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국 수석검사역 한지철(조우진)의 추적이 시작되면서 긴장감이 더해진다. 무엇보다 영화의 백미는 류준열의 호연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부터 영화 ‘더 킹’, ‘택시운전사’, ‘독전’, ‘뺑반’ 등 맡는 역할마다 설득력 있는 인물을 창조한 류준열은 이번 작품에서는 한층 더 돋보인다. 열정만으로도 충분히 빛났던 순수한 신입사원에서 돈의 짜릿한 맛을 알고 난 후 다른 모습으로 변모하는 조일현의 다양한 얼굴을 입체적으로 표현해냈다. 이번 작품을 ‘액션 없는 액션 영화’라고 소개한 그는 어떤 장치보다 눈빛에 감정을 담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돈맛을 알아버린 조일현의 모습을 촬영하다 도중에 신입사원 조일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서 연기해야 하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 표정과 눈빛이 나오지 않아 장면을 과감히 포기했을 정도로 인물에 몰입했다고. 이번 작품으로 데뷔한 박누리 감독은 현실적인 풍경을 그리기 위해 1년여간 여의도 증권가 인근 카페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며 시나리오를 썼다. 주식 브로커와 펀드매니저 등 전·현직 관계자들을 취재하면서 극에 생생함을 더했다. 다만 말단 직원이 눈에 띄게 수상한 실적을 내는데도 제대로 된 제재를 가하지 않는 회사와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도 조일현에게 무리하게 작전을 지시하는 번호표의 모습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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