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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우리 각자의 작약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우리 각자의 작약

    식물세밀화를 그리다 보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식물 기록을 필요로 하는 식물 연구자부터 제약회사나 화장품회사의 디자이너와 연구원, 요리사 혹은 한의사처럼 식물을 활용하는 분야의 사람들까지. 식물을 관찰하느라 숲에서 늘 고요히 있으면 나도 아주 가끔은 사람이 고플 때가 생기기 마련이다. 나는 그렇게 일로 만난 이들과 식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꽤 즐긴다.우리는 식물을 서로 다른 시선에서 바라본다. 한의사에게 식물은 약재이며 요리사에게는 식재료, 화장품회사 연구원에게는 원료, 아로마세러피스트에게는 오일이다. 내게 식물은 언제나 ‘그릴 대상’ 혹은 ‘숙제’였던 것 같다. 식물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도 다른 시선이 존재한다. 내가 일하던 수목원 표본관에는 식물분류학자와 생태학자, 원예학자 등이 있었다. 멀리에서는 다 같은 식물학자로 보일지 모르지만, 이들은 사실 전혀 다른 각도로 식물을 바라보고 연구한다. 화단에 핀 장미 사진을 찍더라도 식물분류학자는 자신도 모르게 꽃자루의 길이나 꽃받침의 털처럼 분류 키에 집중한 클로즈업 사진을 찍는 반면, 원예학자와 원예가는 관상의 주요 부위인 꽃을 위에서 찍는다. 조경가와 조경 디자이너는 식물이 식재된 정원과의 조화를 중심으로 프레임을 넓게 잡는다. 난 이런 다양성에 늘 감동했다. 모두가 같은 시선에서 같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맡은 역할에 충실한 것. 그래야 비로소 이상적인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다. 오히려 식물을 향한 시선이 더 세밀하게 쪼개지고 깊숙해지기를 바랐다.얼마 전 강의하러 간 학교 화단에서 어떤 품종인지 모를 진분홍의 작약을 보면서 이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꽃의 왕이라고 불릴 만큼 크고 아름다워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온 화훼식물인 작약. 학부 동기의 결혼식 날, 플로리스트 친구들은 테이블 장식의 흰색 작약을 가리키며 작약이야말로 결혼식에 빼놓을 수 없는 절화라고 했다. 그야말로 행복한 결혼을 상징하는 꽃이라며. 어디에서든 장식의 메인이 되고, 대개 수입되는 것이 많아 다른 절화보다 비싼 편이라고 한다. 작약은 주로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에서 재배되는데 최근 우리나라의 작약 재배 농가도 늘고 있다. 작약은 백화점과 면세점에도 있다. 고대부터 향료로 이용돼 왔기 때문에 웬만한 향수 브랜드에는 ‘피오니’란 영명의 작약 향수가 있다. ‘피오니’는 그리스신화 속 치유의 신인 ‘파이온’(Paeon)에서 유래하고, 작약의 속명 또한 ‘파이오니아’(Paeonia)다. 작약의 향기는 대개 우아하면서도 달콤하다. 물론 정원에도 작약은 피어 있다. 지난해 한 약용식물원에서 식물을 관찰하다가 정원에 핀 참작약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봤다. 약학대학의 학생들이라고 했다. 이들은 작약 앞에서 유난히 오래도록 감탄하며 이야기하고 사진을 찍었다. 작약은 한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약재로 꼽힌다. 동의보감에 작약은 몸이 저리고 아픈 것을 낫게 한다고 기록돼 있으며, 실제로 뿌리를 말려 달여 먹으면 신경통, 근육통을 완화하는 데 좋다고 알려졌다. 학생들은 약초도감에서나 봤던 작약을 실제로 보니 신기하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부위인 뿌리는 보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던, 이 정원을 담당한 원예가는 행여 학생들의 애정에 막 개화한 작약이 훼손되진 않을까 걱정하는 표정과 손짓을 보내고 있었다. 정원에 핀 작약을 보면서 원예가는 어떻게 하면 작약이 죽지 않고 잘 생장할까를 떠올리고, 약사는 보이지 않는 작약의 뿌리를 상상한다. 분류학자와 생태학자는 이들의 자생지에 갔던 기억을 회상하거나 외국 품종보다는 우리나라 자생 참작약이나 백작약을 심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다방면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작약이 기특하게 느껴진다. 물론 나에게 작약은 기한 없는 숙제와 같다. 아직 그리지 못한 식물을 볼 때면 늘 그렇지만,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작약 중 멸종위기종인 산작약을 언젠가는 그리겠다는 다짐을 매해 되풀이한다. 이렇게 정원에 핀 작약을 보면서 서로 다른 생각을 할지언정 막상 우리가 작약을 만난 순간만큼은 하나같이 기뻐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순 없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식물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고, 이것을 계속 실감하는 것이 식물을 매개로 살아가는 우리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산과 들, 꽃집과 누군가의 결혼식에서 우연히 만난 작약이 여러분에게는 어떤 의미일지. 아직은 아름답다는 감상 외에 별다른 의미가 없다면 그 의미를 찾기 위해 식물을 더 많이, 자세히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그렇게 나의 세계는 더 넓어질 것이다.
  • ‘다이너마이트’ 상징 한화 4번… 다음 타자 있습니까

    ‘다이너마이트’ 상징 한화 4번… 다음 타자 있습니까

    한화, 모기업 따라 다이너마이트 타선 별명장종훈과 김태균으로 이어진 4번 타자 계보金 부진에 2군행… 차세대 주자 발굴 과제한화 김태균이 시즌 초반 부진으로 20일 kt전을 앞두고 2군에 내려갔다. 그동안 프로생활을 하면서 타격 슬럼프나 부상 등의 이유로 몇 차례 2군을 다녀온 경험은 있지만 1할대 극초반 타율에 허덕일 정도로 부진했던 적은 없었던 만큼 ‘1할 타자’ 김태균의 2군행은 본인에게나 팬들에게나 낯선 풍경이다. 김태균의 부진은 한화에게 큰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바로 차세대 4번 타자 발굴이다. 한화는 화약회사로 출발한 모기업의 역사로 인해 ‘다이너마이트 타선’이라는 화끈한 별명을 얻었다. 송진우, 정민철, 류현진 등 걸출한 투수들을 배출한 ‘투수왕국’이지만 한화의 팀컬러는 주로 공격력에 집중됐다. 한화가 공격력이 시원치 않은 시기에도 ‘다이너마이트’라는 별명을 잃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4번 타자에 있다. 한국에서 ‘홈런왕’을 상징했던 장종훈과 그의 뒤를 이어 리그를 대표하는 4번 타자로 활약한 김태균은 가장 오랜 기간 이어지는 4번 타자 계보를 자랑하고 있다. 창단 첫해 꼴찌에 그쳤던 빙그레가 3년 만에 강팀으로 올라선 데는 ‘연습생 신화’를 이룬 장종훈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장종훈은 팀의 유일한 우승 시즌인 1999년에도 27홈런을 때려내며 팀의 첫 우승에 기여했다. 2000년에도 28홈런으로 건재했다. 그러나 2001년 15홈런으로 홈런수가 급감한 뒤 장종훈은 서서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리고 그 자리는 신인 때부터 20홈런을 때려낸 김태균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였다. 김태균은 장종훈의 자리를 물려받아 4번 타자로 승승장구했다. 장타자보다는 교타자에 가까운 그에 대해 4번 타자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일부 평가도 있었지만 한화에선 김태균을 넘어서는 타자가 없었다. 김태균이 일본에 진출해있던 2010년 최진행이 32홈런을 때리며 주목 받았으나 이후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다. 이후로도 4번 타자는 여전히 김태균의 몫이었다. 그러나 김태균과 동갑내기 1982년생 선수들은 최근 1~2년 사이에 급격한 에이징 커브를 겪고 대거 은퇴한 만큼 김태균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한화로서는 김태균의 낯선 부진을 맞닥뜨린 시기에 ‘차세대 다이너마이트’를 발굴해야 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수원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포토] ‘일광욕 즐겨요’ 해변 나들이

    [포토] ‘일광욕 즐겨요’ 해변 나들이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정부가 코로나19 규제조치를 완화하자 텔아비브 해변에서 시민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 ㈜에이치스토리컨설팅, ㈜에이치스토리로 상호 변경 및 CI 개편

    ㈜에이치스토리컨설팅, ㈜에이치스토리로 상호 변경 및 CI 개편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짜임새 있는 스토리텔링과 차별화된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역사·문화 콘텐츠 기업인 ㈜에이치스토리컨설팅이 ㈜에이치스토리로 상호를 변경하고 CI를 개편했다.에이치스토리는 ‘보다 이로운 문화’라는 슬로건을 걸고 인문학을 중심으로 역사, 철학, 문학, 신화 등에 숨겨진 핵심 이야기를 소재 삼아 정확하면서 유머러스하게 전달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에이치스토리(H Story)의 핵심 키워드는 ‘Humanity·Heritage·Humor’로 사람, 관계, 역사, 유머, 유쾌함, 환영, 사다리, 문, 연결 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인간의 삶을 보다 이롭게 하는 것들은 관계 속에서의 ‘함께·협력·협동’이라고 강조하는 에이치스토리는 새롭게 개편한 CI에 기업의 가치를 반영해 디자인했다고 전했다. 에이치스토리는 시간과 공간, 너와 나로 잘 맞물려 보다 이로운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을 새로운 CI의 ‘톱니바퀴’로 형상화했다. 에이치스토리의 새로운 CI 속 톱니바퀴를 이루는 기본 요소 톱니는 ‘사람’을 상징하는 것으로, 톱니가 잘 맞물려 바퀴가 세상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성을 유선형으로 형상화해 나타냈다. 더불어 H의 글자 형태는 ‘나와 나’를 의미하는 ‘I-I’로 표현했으며, 두 사람이 서로 손을 맞잡고 즐겁게 춤추는 모습을 운동감 있게 나타내 역동성과 진취적인 이미지를 더했다. 또한 에이치스토리의 새로운 CI는 빨강, 초록, 검정, 하양의 색상을 사용해 에이치스토리만의 색깔을 전달한다. 빨강은 강렬한 열정과 관계의 중심에서 최선을 다하는 내재적 힘을 표현하며, 초록은 나무들이 한데 어우러지고 서로 적당한 거리 안에서 태양 빛을 누릴 수 있도록 양보하는 숲 생태계의 자연 원리를 표현한다. 검정과 하양은 본질의 바탕을 이루어 내 다른 색상을 더욱 빛나게 하는 색상으로 안정감을 지닌 조력자를 표현하고자 했다. 한편 에이치스토리는 에듀테인먼트 브랜드인 ‘쏭내관의 재미있는 史교육현장’을 운영하며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휴머니즘과 유머를 사람들에게 재미있고 유익하게 전달하고 있다. 에이치스토리는 체험학습의 운영과 해설사 양성, 파견, 콘텐츠 개발 등의 교육사업을 비롯해 역사 유적지를 여행하고 답사하는 관광사업, 유적지 공간을 운영하고 행사 대행을 하는 등 문화기획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역사 문화 콘텐츠기업이다. 더불어 에이치스토리는 전문 인문학 콘텐츠 기획사로서 수원문화재단, 경기관광공사 등의 사업파트너로서 안정적인 사업수행능력을 인정받아 왔으며, 다양한 지역의 인문자원을 활용한 콘텐츠를 개발해 문화 관광 활성화로 지역 경제 활력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에이치스토리의 차별화된 콘텐츠와 사업 활동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달나라 자원 경쟁… 두 나라 우주 전쟁

    달나라 자원 경쟁… 두 나라 우주 전쟁

    전 세계가 코로나19와 싸우는 동안 미국과 중국은 달을 향한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달에서 청정 연료인 헬륨3을 가져오는 나라가 지구를 지배한다’는 확신 때문이다. 달에 풍부한 희토류와 같은 자원을 캐서 지구로 가져오는 것은 더이상 공상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행정부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하나로 달에 먼저 도착한 이들의 활동 범위를 보장해 주는 ‘안전지대’ 설치안을 마련했다.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로의 쌍둥이 여동생으로, 아폴로 프로젝트에 이어 이번에는 여성을 달에 보내겠다는 의도가 배어 나온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중국 정부는 ‘우주 굴기’의 하나로 우주 자산을 운용하는 데 필수적인 우주정거장 독자 구축에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이 우주에서도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달에서 캔 자원을 언제쯤 지구로 가져올 수 있을까. 유럽은 이르면 5년 뒤에 달 표토에서 채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주 탐사 부문에서 유럽은 선도자가 아니지만 2025년을 목표로 설정했다. 달 채광이 멀지 않았다는 의미다. 유럽이 달에서 가져오려는 것은 금이나 다이아몬드 같은 귀금속이 아니라 헬륨3이라는 동위원소이다. 이런 임무는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 22개국이 참여하는 유럽우주기구(ESA)가 주축이다. ESA는 2022년 달 남극에 탐사선을 투입할 계획도 세워 두고 있다. 물론 미국이나 중국, 유럽만 나선 것이 아니다. 전통적 ‘우주 강국’인 러시아를 비롯해 인도, 일본, 캐나다도 달 탐사에 나섰다. 유럽의 작은 나라 룩셈부르크는 ESA와는 별도로 자체적으로 희귀 자원 탐사에 정부가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다수 국가가 찾아나선 성배(聖杯)는 헬륨3으로, 지구에서는 아주 귀하다. 미국이 1969년 달에서 가져온 운석에 헬륨3이 풍부하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한 위스콘신대학 응용기술연구소의 제럴드 쿨친스키 소장은 블룸버그통신에 “달에는 100만t 분량의 헬륨3이 있다”면서도 단지 25%만 지구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도의 양으로도 현재 지구 수요대로라면 짧게는 200년에서 길게는 50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된다. 헬륨3의 가격은 t당 50억 달러(6조원 상당)의 가치가 있다고 자원 전문매체 마이닝닷컴이 전했다. 이외에도 달에는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스칸듐과 이트륨과 각종 희토류도 풍부하다. 희토류는 중국도 많지만 이를 지정학적 무기화하고 있다. 중국 희토류도 15~20년 지나면 고갈될 것으로 NASA는 보고 있다.우주는 그동안 NASA를 필두로 미국이 절대적 우위를 지켰던 분야였다. 1969년 아폴로 11호가 인간을 달에 처음 도달시켰다. 러시아와 중국도 달에 사람을 보냈지만 그래도 미국이 압도했던 분야였다. 2000년 미국·러시아 등 16개국이 공동으로 운영한 우주정거장(ISS)은 국제협력의 상징이다. 그러나 미국의 달 프로젝트는 천문학적인 비용 문제로 주춤했다. NASA는 2005년 달 탐사계획에 13년 동안 1333억 달러(164조원 상당)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아폴로 프로젝트에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이와 비슷하게 들었다. 1965년 NASA 예산은 연방 예산의 4%였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0.4%였다. 소련의 붕괴로 냉전에 승리하면서 우주개발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방안에 대해 국민적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반면 21세기 중국의 추격세가 매섭다. 우주 프로젝트에는 엄청난 예산이 들지만 중국은 정권이 원하는 만큼의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중국은 2019년 무인 달탐사선 창어4호가 인류 사상 처음으로 달 뒷면에 닿는 등 21세기 들어 달에 두 번이나 도달한 유일한 국가다. 또 지난해에는 34번의 우주비행을 마치면서 우주비행을 가장 많이 한 나라로 기록됐다. 중국은 60개 이상의 위상을 궤도에 배치하는 계획과 함께 달 탐사는 물론 2022년까지 자체 우주정거장도 갖출 계획을 세워 두고 있다. 지난 5일 성공적으로 발사된 창정5B 로켓은 우주인 7명이 탑승이 가능한 우주선과 화물 회수용 캡슐의 시험 버전을 탑재하고 있다. 시 주석의 맹렬한 우주 굴기에 미국이 자극받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NASA에 190억 달러(23조원 상당)를 지원, 달탐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NASA는 2024년 다시 인간을 달에 보내 살게 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워 두고 있다. 또 달에서 탐사한 자원을 탐사 주체에게 소유권을 인정하는 법안의 초안을 마련했다. 또 NASA가 이름 붙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는 달기지를 놓고 경쟁 국가나 기업의 방해 등을 예방하기 위해 ‘안전지대’도 제안한 것이 눈길을 끈다. 우주의 것은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 개인 소유를 금지한 기존의 외기우주조약(OST)과는 달리 달에서 채취한 것은 무엇이든 채광한 개인이나 기업의 소유를 인정한 것이다. 초안은 수주 이내에 일본과 캐나다, 유럽연합뿐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가 보기에는 ‘같은 마음을 가진 국가’인 아랍에미리트 등과 협의를 거칠 예정이다. 미국은 이와 관련해 개별 국가와의 협상 대신 유엔을 통해 조약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달 자원을 지구로 가져온다는 계획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노스캐롤라이나대 행성학과 폴 번 교수는 이런 계획과 관련해 경제성을 생각한다. 번 교수는 “달 자원을 지구로 가져올 수는 있지만, 로켓을 쏘아 올리는 것은 엄청난 비용이 드는 선택”이라며 “지금 달의 자원을 채굴하고 이용 가능한 형태로 변환한다는 것은 경제성에서는 공상에 가까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달탐사 로켓을 한 번 발사하는 데 16억 달러(약 2조원)가 든다고 CNN이 전했다. 그는 헬륨3은 방사능 발생이 없고, 지구 환경에 거의 피해가 없다고 하지만 현재로는 이를 이용한 핵융합 발전 기술도 개발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그는 시도할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믿는다. 번 교수는 “인간이 달에 살거나, 화성이나 더 넓은 우주로 나가기 위한 중간 기지로서 달을 이용하게 될 경우 달 자원은 달에서 사용하는 ‘현장 이용자원(ISRU)’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 과정에서 인류는 귀중한 경험과 훈련을 축적하고, 이는 예상하지 못한 기술혁신으로 지구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다른 나라 위성에 위협적으로 운용한 러시아는 아르테미스 합의의 초기 협상 파트너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는 미국의 달자원 소유권 인정 계획에 대해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와 마찬가지인 달 침공 계획”이라고 쏘아붙이며 일전을 예고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미국은 중국과도 공유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중국이 2013년 5월과 7월에 쓰촨성과 산시성에서 발사한 로켓에 탑재된 위성이 위성 공격용 ‘킬러 위성’이라고 미국 국방부는 결론을 짓고 미 의회에 보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우주군 확장 경쟁에 가세할 의도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미국은 중국 정부의 이런 발언을 액면대로 믿지 않는다. 우주 기술이 통신과 기상관측은 물론 위치기반의 GPS와 미사일 유도 및 방어 등 현대 군사전략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2010년 중국 공군 지휘부 교재에는 “우주는 미래의 전쟁터”라고 명시돼 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지난해 12월 우주군 창설에 서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우주는 전 세계의 최신 전쟁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포토] ‘코로나19 재발’ 중국 우한 어린이 핵산 검사

    [포토] ‘코로나19 재발’ 중국 우한 어린이 핵산 검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집단 재발한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둥시후구의 한 초등학교에 설치된 핵산 검사소에서 15일 한 어린이가 검사를 받고 있다. 우한시는 주민 1천만 명에 대한 전수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우한 신화 연합뉴스
  • [포토] 신화 김동완, 배우 이진희와 ‘찰떡 케미’

    [포토] 신화 김동완, 배우 이진희와 ‘찰떡 케미’

    ‘신화’ 출신 배우 김동완과 배우 이진희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아트원씨어터에서 열린 연극 ‘렁스(Lungs)’ 프레스콜에 출연해 열연을 펼치고 있다. 2020.5.15 뉴스1
  • 중국 4월 산업생산 3.9%↑…코로나19 사태 후 첫 증가

    중국 4월 산업생산 3.9%↑…코로나19 사태 후 첫 증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의 지난달 산업생산이 월간으로는 처음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올해 1월 이후 중국에서 월간 산업생산이 늘어난 것은 처음이다. 반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꽁꽁 얼어붙은 소비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국내외 수요 회복이 중국 경제 회복의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4월 중국의 산업생산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9% 늘어났다. 산업생산은 제조업과 광업, 유틸리티 부문의 생산량을 측정하는 경제 지표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는 1.5%를 2배 이상 웃돈다. 산업생산 증가율이 1∼2월 -13.5%로 곤두박질쳤다가 3월 -1.1%를 기록한데 이어 이달 들어 플러스로 반전하면서 중국 경기회복이 V자형태의 반등 곡선을 그려나가는 추세다. 올해 1분기(1~3월)는 지난해 1분기보다 -8.4%를 기록했다. 중국 경제성장의 한 축인 내수소비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인 소매판매는 지난달에도 감소했다. 4월 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식품류(18.2%), 음료(12.9%), 일용품(8.3%) 같은 소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늘어난 반면 의류·신발(-18.5%), 금·은·보석(-12.1%), 가전(-8.5%) 등 당장 불요불급한 상품의 소비를 꺼리는 추세가 뚜렷했다. 시장 전망치인 -6.0%에 미치지 못했다. 1~2월 중국 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5%, 3월 -15.8%로 1분기 소매판매는 지난해 1분기보다 -19.0%를 기록했다. 4월에는 소매판매 감소 폭이 1분기에 비해 줄어들긴 했지만 중국인들의 소비 심리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투자 지표 역시 부진했다. 올해 1~4월 고정자산 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를 기록했다. 고정자산 투자는 부동산과 인프라(사회기반시설) 등에 투입하는 금액이다. 1분기(-16.1%)보다는 감소 폭이 줄었다. 1~4월 제조업 투자는 -18.8%였다. 투자 전체의 60%를 차지하는 민간 고정자산 투자는 1~4월에 -13.3%였고 인프라 투자는 -11.8%, 부동산 투자 -3.3%였다. 중국 정부는 경기부양 차원에서 1∼5월에만 이미 작년 전체보다 많은 2조 2900억 위안 규모의 특수목적채권 발행 한도를 지방 정부에 배정하고 인프라 투자 확대를 지시했지만 한 아직 역부족이다. 지난달 실업률도 악화됐다. 4월 도시 실업률은 6.0%로, 3월(5.9%)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도시 실업률은 지난 2월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6년 이후 최고치인 6.2%까지 치솟았다가 3월 이후 경제가 서서히 정상화됨에 따라 다소 낮아지는 듯했지만 이번에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고용 시장이 4월에도 전반적으로 안정을 유지했다”는 평가를 내놨지만, 중국 안팎에선 실업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 상당수가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상황인 데다,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노동자를 뜻하는 농민공(農民工)도 상당수 일자리를 잃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도시 실업률이 고용 안정이 가장 취약한 계층인 농민공의 실업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 통계국은 “4월 주요 경제 지표가 다소 개선됐고 경제 운용이 점차 일상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면서도 “나라 밖에서 코로나19 전염병이 여전히 만연해 국내 경제 안정과 회복 과정에 많은 도전이 자리잡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은 지난 1분기 거의 반세가 만에 처음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경험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2%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신화’ 전진, 결혼 발표…예비신부는 비연예인

    ‘신화’ 전진, 결혼 발표…예비신부는 비연예인

    장수 아이돌그룹 ‘신화’의 전진(본명 박충재·40)이 유부남 대열에 들어선다. 전진은 14일 자신의 SNS에 올린 자필편지를 통해 “어릴 적부터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꿈이었던 제게 그 꿈이 현실로 다가왔다”면서 “항상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으로 저에게 큰 힘이 돼 주는 이 사람과 함께라면 어떤 힘든 일이라도 이겨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실망하게 해드리지 않고 건강한 모습으로 잘 살아가도록 노력하겠다”며 “사랑하는 신화창조(신화 팬) 여러분들도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시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겠다”고 덧붙였다. 소속사 CI ENT는 이날 “결혼식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예비신부는 비연예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전진은 신화 멤버 중 두 번째로 기혼자가 된다. 앞서 에릭(본명 문정혁·41)은 배우 나혜미(29)와 2017년 결혼했다. 전진은 1998년 신화 1집 ‘해결사’로 데뷔, 팀에서 리드 댄서를 맡았다. 그는 뛰어난 춤 실력은 물론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특유의 쾌활함과 재치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금까지 총 13장의 정규앨범을 낸 신화는 국내 최장수 아이돌 그룹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전진 역시 솔로 앨범을 내고 예능 프로그램 ‘신화방송’, ‘무한도전’, ‘호구의 차트’ 등과 드라마 ‘구미호 외전’, ‘해변으로 가요’에 출연하는 등 다방면으로 활동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서울 강서구 아파트 13층서 불...전신화상 60대 사망·1명 중상

    서울 강서구 아파트 13층서 불...전신화상 60대 사망·1명 중상

    14일 새벽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60대 1명이 숨지고 70대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날 오전 1시 39분쯤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15층짜리 아파트 13층에서 불이 나 20여분 만에 꺼졌다. 이 불로 집주인으로 추정되는 A(64)씨가 온몸에 3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위층에 거주하던 남성 B(79)씨는 스스로 대피했다가 아파트 앞 공원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B씨는 발견 당시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였으나, 병원에서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약 450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합동 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이대성 잡은 강을준 감독 새로운 ‘성리학 개론’ 만들어낼까

    이대성 잡은 강을준 감독 새로운 ‘성리학 개론’ 만들어낼까

    남자프로농구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로 평가받던 이대성이 고양 오리온에 둥지를 틀었다. 이대성은 13일 오리온과 계약기간 3년 보수총액 5억 5000만원에 사인했다. 당초 부산 KT행이 유력했지만 KT와 협상이 틀어지면서 오리온으로 급하게 선회했다. 오리온은 장재석을 놓치면서 전력 누수가 있었다. 강을준 신임 감독이 부임했지만 이렇다할 전력 보강이 없는 것은 강 감독의 입장에서도 아쉬운 상황이었다. 어느 스포츠 팀이든 신임 감독이 왔을 때 선수 영입을 통해 확실하게 밀어주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였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후 자신의 몸값을 1억 9500만원까지 낮추며 비보상FA로 시장에 나온 이대성은 계약 금액이 6억원 이상 될 것이란 전망에는 미치지 못했다. FA시장 마감이 가까워오는 상황에서 대외적인 협상 결렬 소식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된다. 가드진이 약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오리온은 이대성의 합류로 팀 전력을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전주 KCC에서는 기존 주전 멤버들과 역할이 많이 겹치며 지난해 챔프전 최우수선수(MVP) 이대성의 진가를 발휘해지 못했다는 평가다. 팬들 사이에선 이대성과 강 감독의 조합에 대한 기대가 커가고 있다. 이대성은 어느 팀에서나 주전 선수로서 화려한 플레이, 탁월한 득점력 등 존재감이 큰 선수로 활약할 만한 자원이다. 가끔 슛에 기복이 있긴 하지만 그만큼 실력도 뒷받침 되기에 가능한 부분이었다. 강을준 감독은 팀플레이를 중시하는 감독으로 알려져있다. 과거 감독 시절 “우리는 영웅이 필요없다고 했지. 성리(승리)했을 때 영웅이 나타나”라는 ‘성리학 개론’ 어록은 그를 대표하는 발언이다. 스타 플레이어에 의존한 경기가 아닌 팀플레이를 통한 승리를 추구하는 지도철학을 갖고 있는 강 감독과 코트에서 존재감이 큰 스타 선수 이대성이 어떤 조합을 만들어내는지가 차기 시즌 오리온의 경기를 보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두 사람이 새로 써내려갈 영웅 신화와 성리학 개론을 놓고 팬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관심이 뜨겁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美中 기싸움 언제까지…‘코로나19 결의안’ 무산에 ‘특파원 전쟁’도

    美中 기싸움 언제까지…‘코로나19 결의안’ 무산에 ‘특파원 전쟁’도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감염병 대응을 위해 전 세계가 전쟁을 멈추자는 유엔 결의안이 양국의 설전으로 물거품이 됐다. 몇 달째 이어지고 있는 두 나라의 ‘언론 전쟁’도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국제사회는 리더십을 내던진 채 감정싸움에 열중하는 두 나라에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10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임시 휴전을 제안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이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미국은 결의안에 세계보건기구(WHO)가 언급되는 것을 반대했고 중국은 이와 반대로 ‘WHO를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대응’이라는 표현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유엔의 특화된 보건기구’라고 돌려서 표현하는 것조차 반대했다. WHO를 지지하는 중국을 저지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3월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고자 전 세계에 휴전을 촉구했다. 이에 프랑스와 튀니지가 결의안 초안을 제출해 지난 6주 넘게 논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미중 갈등으로 결의안 채택이 무산되면서 코로나 공동대응을 위한 휴전 노력은 없던 일이 됐다. 안보리의 한 외교관은 “현안과 무관한 이슈에 인질로 잡혔다. 결의안 논의가 미국과 중국의 다툼으로 전환돼 버렸다”고 개탄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그간 미국은 에볼라와 에이즈 대응에 있어서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했다. 국제사회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도 이런 자세를 원하지만 정작 그는 재선에 눈이 어두워 ‘중국 때리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만으로도 정신없는 각국이 두 나라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현재 미국은 “중국이 코로나19 발생 초기 투명하게 대응하지 않아 대유행을 막지 못했다”며 위기의 책임이 중국에 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태 초기에 코로나19를 과소평가해 대응에 실패했다”며 미국의 과실도 크다는 입장이다. 두 나라는 언론인 문제로도 맞붙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미국이 중국 특파원 비자 심사를 강화하기로 한 것을 두고 “두 나라 사이 악감정을 심화시킨다”면서 “중국에서도 추가적인 상응 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장텅쥔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 우호적이지 않은 중국 언론을 무너뜨리고 싶어한다”고 비난했다. 앞서 미국은 중국 언론인에 대한 비자 발급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11일부터 발효되는 조치에 따라 중국 언론인 비자는 연장 가능한 90일짜리 비자로 제한된다. 미국 내 중국 특파원들은 90일 단위로 연장 심사를 받아야 한다. 미 국토안보부(DHS) 관계자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새로운 조치에 따라 DHS가 중국 언론인들의 비자 신청을 자주 심사하게 될 것”이라면서 ”미국에서 중국 언론인의 수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코로나19 기원 등을 두고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잇따라 미국 언론인을 추방한 데 따른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2월 신화통신 등 5개 중국 관영 매체를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외국 사절단’으로 지정했다. 그러자 중국은 한 달 뒤 중국에 주재하는 미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들에게 기자증을 반납받아 사실상 이들을 추방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한정식의 고향 전남 순천에서 한정식의 미래를 맛보다

    한정식의 고향 전남 순천에서 한정식의 미래를 맛보다

    생태도시로 유명한 전남 순천은 풍부한 역사와 문화 자원, 맛있는 음식 등 자연의 멋과 맛이 살아 있는 미식의 도시다. 일반 음식점에서조차 수십 가지 반찬이 나온다. 말 그대로 한정식의 고향이다. 하지만 지금껏 순천의 대표 맛을 상징하는 음식이 없었다. 맛있는 게 너무 많다는 이유로 순천에서 나서 자란 토박이도, 여러 맛을 섭렵한 식객들도 좀처럼 순천의 맛을 콕 집어내지 못한다. 그렇다고 맛없는 것도, 부족한 것도 없다. 순천엔 산과 바다가 있다. 논과 밭은 드넓고, 갯벌은 풍요롭다. 순천시 전역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다. 갈대밭, 칠면초 군락, S자 물길로 수시로 숨 막히는 풍경을 선사하는 순천만과 자연에서 얻은 천연의 건강한 맛을 가진 에코푸드 등 다양한 식재료를 얻기에 순천보다 더 좋은 환경도 없다. 순천시가 이러한 풍부한 농수산물을 생산하는 천혜의 자연을 이용해 고유 음식을 만들어 특별한 맛을 선보이고 있다. 이제 순천에 오면 뭘 먹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순천의 맛있는 자연과 이야기로 차린 한정식 ‘순천한상’과 마음을 치유하고 건강을 생각하는 산사음식 ‘순천산사’ 가 대표음식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순천은 예로부터 지세와 물이 좋기로 유명하다. 산과 들, 강과 바다가 오밀조밀하게 연결돼 다양한 먹거리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다양한 음식을 만나볼 수 있다. 순천은 또 사계절 토산물이 모두 모이는 장소였다. 지방의 특산물을 임금에게 바치는 삭선과 각 지역에 토산물을 할당해 현물로 받아 국가의 수요품을 조달하는 공납의 중심이었다. 순천의 기후에 맞게 다양하게 생산된 토산물은 삭선, 공납의 기록에서 주변 지역에 비해 특출한 것을 알 수 있다. 조선 초기 순천지역에서는 해산물류·과실류·약채류·임산물류 등 28종의 다양한 농수산물이 산출됐다. 비슷한 시기의 대읍인 영광(19종), 나주(20종)와 비교해 볼 때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특히 ‘세종실록지리지’, ‘동국여지승람’, ‘승평지’ 등의 기록에서 다양한 계절별 토산물이 삭선·공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조선 남쪽 지방에 풍년이 들면 천하를 먹일 수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순천지역의 산물은 다양하고 풍요로웠다.●제철 음식으로 차린 ‘순천한상’ 이 같은 맛의 전통을 살려 순천이 인정하는 재료와 맛을 그대로 표방해 계절별로 모든 맛을 느낄 수 있는 대표음식 한정식 브랜드가 바로 순천한상이다. 순천한상은 가격대별로 실속형, 일반형, 고급형으로 나뉜다. 실속형은 소박하지만 재료와 맛을 인정받은 상차림으로 1인 1만 5000원 미만의 순천한정식이다. 낮은 가격대에서 순천의 절기별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지정 음식점은 순천만에 있는 ‘밥꽃이야기 들마루’다. 들마루는 꼬막을 주재료로 음식을 차린다. 계절별로 출하되는 신선한 식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꼬막 요리들을 음미하다 보면 어느새 눈과 입이 즐거워진다. 순천한상 일반형은 대중적인 한정식을 표방해 1인 1만 5000원 이상 3만원 미만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순천의 절기별 음식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상차림이다. 지정 음식점으로는 ‘향토정’이 있다. 향토정은 2대째 이어오는 순천 대표 절기 한정식 명가다. 순천 고유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한상을 차려낸다. 고급형은 한상 가득 순천의 풍성함을 느낄 수 있는 상차림으로 1인 3만원 이상이다. 순천에서 나는 산해진미를 절기별로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전통 고급 한정식이다. 지정 음식점으로는 ‘신화정’이 있다. 신화정은 ‘세상에서 두 번째로 맛있는 집’이라고 자부한다. 어머니가 차려 주신 밥상을 제일 맛있는 음식으로 그다음 두 번째로 맛있는 식당이라는 설명이다. 순천에는 유서 깊은 사찰이 자리잡고 있다. 조계산 아래 선암사, 송광사 등이다. 특히 선암사는 2018년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으로 등재됐다. 순천의 명산인 조계산을 두고 조계종 삼보사찰 중 승보사찰인 송광사와 태고종 본산인 선암사가 천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독특한 산사음식 문화도 이어오고 있다.●자연과 치유의 한상 ‘순천산사’ 이들 사찰 아래에서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자연과 치유의 음식 순천산사를 맛보는 것은 어떨까? 순천의 산사음식은 자연이 준 선물을 최대한 원형을 살려 만든다.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자극적인 음식에 지친 입과 위를 다독거려 주고, 심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순천의 산사음식은 식물의 영양분이 가장 무르익었을 때 수확한 제철 식재료를 쓴다. 선암사와 송광사 주변의 햇빛, 바람, 물줄기가 독 안의 장, 장아찌 등 절임음식들을 더욱 향긋하게 만들어 준다. 전래하거나 기존의 사찰에서 만들어 왔던 요리들을 ‘현대인의 건강한 음식’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재탄생시켜 음식점에서도 맛볼 수 있다. 더덕, 도라지, 연근, 두부, 깻잎, 머위 등을 이용해 만드는 순천의 산사음식은 3가지 메뉴로 구성된다. 첫째 산사 만찬은 산사 음식의 진수를 보여 주고 한상 가득 정갈한 손맛을 즐길 수 있는 4인 만찬밥상으로 1인당 2만 5000원이다. 두 번째인 산사정찬은 산사음식을 부담 없이 맛볼 수 있는 2인 이상 정찬밥상으로 1인당 1만 5000원이다. 세 번째인 산사비빔밥은 녹차묵과 나물을 주재료로 만드는 1인 단품밥상으로 9000원이다. 순천의 산사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은 선암사와 송광사 근처에 있다. ‘소소산식’은 3가지 모두 맛볼 수 있는 송광사 근처 3대 전통 대물림 맛집으로 연잎밥이 일품이다. 송광면 송광사안길에 있다. ‘향토예찬’은 산사정찬과 산사비빔밥 2가지를 맛볼 수 있는 선암사 근처 25년 토종 맛집이다. 능이버섯전골과 꼬막비빔밥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승주읍 승주괴목2길에 있다. ‘순천산식’은 산사정찬과 산사비빔밥 2가지를 맛볼 수 있는 선암사 근처 맛집이다. 두부로 만든 떡갈비, 묵전 등 추가 요리를 즐길 수 있고 솥밥이 기본적으로 제공된다. 승주읍 승암교길 3에 있다. 순천시 관계자는 “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이 있듯이 몸에 좋은 약이 되는 음식들을 드시고 몸과 마음의 건강 모두 잘 챙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김포 재활용업체서 불…50대 근로자 전신화상

    김포 재활용업체서 불…50대 근로자 전신화상

    7일 오전 9시 11분쯤 경기 김포시 통진읍 옹정리 한 폐기물 재활용업체 야적장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 중이다. 불은 업체 야적장에 쌓인 폐프린터 카트리지 분쇄 작업중에 난 것으로 추정되며 50대 근로자 1명이 2~3도 전신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 됐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9시 32분께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소방차량 36대와 소방관 등 인원 110명을 동원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대응 1단계는 인접한 3∼4곳의 소방서에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경보령이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멈춰선 숲, 숨이 되다… 버려진 길, 쉼이 되다

    멈춰선 숲, 숨이 되다… 버려진 길, 쉼이 되다

    멀찌감치 떨어져 티어가르텐을 품다… 호수 위 나뭇잎 소리에 취해 노를 젓다… 신선한 공기 한 줌·따스한 햇살에 감사할 줄이야… 새로운 일상과 삶을 통해 새로운 자아를 찾으려는 시도일까요. 요즘 외지에서 살아 보기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서울신문은 뒤늦게 만난 ‘뜻밖의’ 연인을 따라 독일 베를린으로 건너간 이동미 여행작가와 함께 ‘베를리너로 살기’를 연재합니다. 베를린은 살아 보기 좋은 도시입니다. 물가가 싸고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넘어온 젊은이들이 베를린에 모여 사는 이유일 겁니다. 흔히 뉴욕이 미국이 아니듯 베를린은 독일이 아니라고들 하지요. 이 작가는 앞으로 3주에 한 번씩 베를린에서 이웃 도시와 이웃 나라를 오가며 새로운 일상과 영감을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갈 수 있는 곳이 공원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게 공원이라서 또 얼마나 다행인지. 베를리너들의 유별난 사랑을 받는 공원으로 가 봤다. 모두가 그곳에서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록다운(제재) 두 달째. 독일 베를린은 3월 초 한 유명 클럽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한국이 신천지가 문제였다면, 베를린은 테크노 문화의 성지답게 클럽이 진원지가 됐다. 가장 먼저 폐쇄 조치를 당한 곳도 바와 클럽이었다. 지난 두 달 동안 생필품을 사야 하는 슈퍼마켓과 약국만 갈 수 있었다. 프랑스 파리는 외출을 하려면 허가증을 받아야 하고, 조깅도 한 시간 내로 제한한다고 들었다. 그에 비하면 베를린은 유럽에서 상황이 나은 편이다. 조깅은 원하는 만큼 할 수 있고 한집에 사는 사람이 아니어도 1.5m 간격을 유지하면 지인 한 명과 함께 걷거나 공원 벤치에 앉을 수 있다(3인 이상은 금지). 이런 방침도 초반엔 혼선이 많았다. 공원 벤치에 앉는 건 괜찮지만 앉아서 맥주를 마시는 건 안 되고, 공원을 걷는 건 괜찮지만 잔디밭에 앉을 수는 없었다. 일주일쯤 뒤엔 방침이 또 바뀌었다. 잔디에 혼자 혹은 가족 단위로 앉는 게 가능해졌다. 단 사람들과의 거리를 5m 간격으로 유지해야 한다. 사람들은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각자의 방법으로 이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다. 이렇게라도 밖에 나갈 수 있고 신선한 공기와 햇살을 쬘 수 있는 것이 다행일 따름이다. 베를린에 사는 사람들은 큰 불만 없이 시의 방침을 잘 따랐다. 최근 메르켈 총리는 정부의 방침에 적극 따라준 시민들에게 감사의 연설을 하기도 했다. 의료시설의 부족난을 겪지 않고 낮은 곡선 만들기에 성공한 독일은 최근 록다운 체제에서 조금씩 완화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달 22일부터는 작은 숍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고 한 달 동안 완전히 영업을 중단했던 레스토랑도 지금은 배달과 픽업 서비스를 하고 있다. 사람들의 이동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버스와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에서는 마스크 쓰는 것이 규제화됐다. 그래도 불필요한 이동을 삼가고 되도록이면 집에 있어야 하는 건 똑같다. 이런 와중에 날씨는 눈치도 없이 왜 이렇게 좋은지. 4월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화창한 날씨가 한 달 내내 계속됐다. 날이 좋아서 공원으로 매일 출근 중이다. 갈 수 있는 곳이 공원밖에 없지만 그게 공원이라서 또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베를리너들의 극진한 공원 사랑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공원뿐 아니라 강, 호수, 숲에 대한 애착이 유별나다. 비만 오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갈 데라곤 공원밖에 없는 것처럼 항상 나와 앉아 있다. 맥주 한 병 들고 혹은 와인을 나눠 마시며 기나긴 오후를 베를리너답게 보낸다. 며칠 전 박물관 섬 근처의 대형 아시아 마켓에 한국 식재료를 사러 갔다가 잠시 주변을 산책했다. 상업시설이 몰려 있는 번화가는 문 닫은 빌딩들로 삭막했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으니 더 그랬다. 하지만 베를리너 돔 앞으로 걸어가니 넓은 잔디밭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 명소가 건너다보이는 몽비주 공원에도 사람이 많았다. 한국의 TV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의 베를린 편에 버스킹 장소로 나왔던 곳이다. 여름에는 모래사장이 깔린 비치 바가 들어서고, 웃통 벗고 일광욕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늘 관광객이 많아서 공원이라기보단 내겐 한강 잔디밭 같은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숲을 방불케 하는 큰 나무와 자연으로 둘러싸인 베를린의 진짜 공원을 만나면 그 매력에 곧 빠져들게 된다.●베를린의 녹색 심장, 티어가르텐 베를린에는 크고 작은 공원이 2500개 있다. 베를린을 처음 오는 여행자라면 도시 중심부에 있는 티어가르텐을 가장 먼저 들르게 될 것이다. 미국 뉴욕에 센트럴파크가 있듯이 베를린에는 티어가르텐 공원이 있다. 가장 크고 가장 오래됐다.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공원 크기만 63만여평에 달한다. 공원 한가운데에 있는 전승기념탑 꼭대기에 올라가면 거대한 브로콜리처럼 뻗어 있는 티어가르텐의 방대한 숲을 볼 수 있다. 도시는 그 평평한 숲 너머에서 경계를 이룬다. 이 전승기념탑을 중심으로 동쪽 끝으로 가면 브란덴부르크 문이, 서쪽 끝으로 가면 샤를로텐부르크궁이 나온다. 북쪽에는 대통령 관저인 벨뷔궁전이 있고 남쪽으로 가면 동물원과 포츠다머 플라츠로 갈라진다. 베를린의 중요한 랜드마크가 모두 티어가르텐과 만나고 있는 것이다. 한번 걷기 시작하면 2시간은 거뜬히 걸린다. 많은 조각상과 작은 연못들, 잘 정돈된 잔디가 펼쳐지는가 하면 거대한 나무기둥이 도열한 길을 설레는 마음으로 걸을 수 있다. 공원 안에서 유난히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곳도 있다. 배를 탈 수 있는 호수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비어가든, ‘카페 노이암제’이다. 여름이면 이 비어가든에는 거의 빈자리가 없다. 호수에서는 배도 빌려 탈 수 있다. 베를린에 사는 한 친구는 한국에서 친구들이 올 때마다 무조건 이곳으로 데려와 노를 젓게 한다. 베를린 초보 여행자들은 처음엔 어디로 배를 몰아야 할지 갈팡질팡하지만 양팔 뻐근하게 노를 젓다 보면 티어가르텐 호수의 매력에 끌려들어 간다. “베를린에서 어디가 가장 좋았어?” 물으면 의외로 친구들은 이 호수에서 나뭇잎 소리를 듣고 노 젓던 시간을 고백한다. 바쁜 일상을 잊고 초록에 둘러싸여 있던, 그 평화로운 시간에 모두가 위로받고 갔다. 몇 해 전 취재차 베를린에 왔을 땐 티어가르텐 바로 옆에 있는 호텔에서 묵었다. 최고급 빈티지 가구와 디자인으로 꾸며진 다스 스투에 호텔이다. 베를린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부티크 호텔로 꼽히는 그곳에서 제일 인기 있는 방은 동물원이 보이는 방이다. 내 방에선 기린이 보였다. 사람들은 동물이 보이는 전망을 갖기 위해 기꺼이 돈을 더 지불한다. 그러곤 깨닫겠지. 막상 발코니에 앉으면 동물원에서 풍겨 나오는 똥 냄새 때문에 10분도 앉아 있기 힘들다는 걸. 하지만 피곤한 불평 대신 모두가 웃어넘길 수 있다. 호텔에서 가장 좋았던 건 일어나자마자 티어가르텐 공원으로 들어가 걸었던 이른 아침이다. 고요하고 신비로운 아침 햇살에 한참을 걷고 또 걸었다. 티어가르텐에 산다는 야생 여우를 만날 것 같은, 그런 아침이었다. “알렉산더 플라츠에 여우가 나타났대.” 며칠 전 아침 신문을 읽던 남자친구가 말했다. 도로에 차가 사라지고 사람들이 집에 갇히자 베를린에선 야생 여우들이 거리를 돌아다녔다. 사실 베를린의 공원에는 여우와 멧돼지, 토끼 등 꽤 많은 야생동물들이 살고 있다. 한밤중에 클러버들이 동네 거리에서 여우를 마주쳤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크로이츠베르크에 사는 한 남자는 동네 이웃처럼 종종 마주치는 여우가 있는데, 전에는 멀리 피해서 돌아가던 그 여우가 요즘은 그냥 자기 앞을 가로질러 간다는 내용으로 신문 인터뷰를 했다. 코로나 시대에 인간들이 사라지자 텅 빈 도시를 되찾은 건 야생 동물이었다.●무너진 베를린 장벽 아래 생긴 마우어파크 티어가르텐과 함께 베를린에서 유명한 또 하나의 공원은 마우어파크다. 여행자에게는 베를린에서 가장 큰 벼룩시장이 열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규모도 크지만 단순하게 중고 물건만 사고파는 게 아니라 많은 거리 공연과 버스킹이 펼쳐지고 다양한 먹거리 포장마차가 생겨 즐겁다. ‘가라오케 쇼’라고 부르는 노래공연 대회도 유명하다. 원형의 야외무대에서 저마다 노래자랑을 하는 건데, 베를린 특유의 자유로움과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다. 일요일의 축제장 같은 이 벼룩시장도 지금은 두 달째 열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마우어 장벽에 새로운 그래피티를 그리는 아티스트들은 여전히 열심이다. 빠른 주기로 작가들이 그림을 지우고 덧그리기 때문에 이곳의 그래피티는 유독 오래가지 못한다. 하지만 화장지를 들고 있는 골룸 그림만은 코로나 시간과 함께 아직 남아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코로나 시대가 끝나면 젊은 아티스트들은 이 벽에 무엇을 제일 먼저 그리게 될까. 28년 동안 베를린 장벽이 세워져 있었고 장벽이 무너진 후에도 한동안 버려져 있던 이곳은 1994년에 시민들의 공원으로 완성됐다. 남아 있는 장벽 아래의 넓은 언덕 기슭에는 이제 사람들이 앉아 해를 쬔다. 젊은 가족이 많이 사는 프란즐러베르크 동네의 친근한 공원답게 작은 동물 농장과 놀이터, 아이들과 즐길 수 있는 인공 암벽 등도 있다.●버려진 폐공항을 그대로, 템펠호프 공원 “어라? 이곳이 공원이라고?” 별다른 정보 없이 템펠호프 공원에 도착한다면 이런 생각을 먼저 하게 될 것이다. 베를린에서 가장 공원 같지 않은 공원, 어쩌면 가장 아름답지 않은 공원에 꼽힐 이곳은 그러나 베를린 시민들이 함께 힘을 합쳐 지켜낸, 가장 베를린스러운 공원이기도 하다. 템펠호프는 2008년까지 군용 공항으로 쓰이다가 2010년 시민들의 공원으로 개방됐다. 베를린시에서 대규모 주택단지로 만들려고 했지만 시민의 반대로 이루지 못했다.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초기 정책과 달리 실제 계획안에는 적정 주택이 터무니없이 적었고, 책정된 임대료도 평균보다 높았다. 시민들은 적극적인 투표로 정부 개발을 무산시키고 공원으로 지켰다. 공원이 됐다고 해서 새로 만들거나 고친 것도 없었다. 활주로도 기존 공항의 것 그대로이고 관제탑 같은 건물도 그대로 남았다. 360도로 탁 트인 사방으로는 높은 건물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빌딩숲으로 둘러싸인 서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광경이라 더 낯설고 광활하다. 시민들은 이 활주로에서 자전거도 타고, 카이트서핑도 하고, 풀숲에 들어가 명상도 한다. 이 못생긴 공원이 매력적인 건 특별한 건축 시도나 디자인 없이도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공원으로서의 역할을 온전히 다하고 있다는 것. 개발하지 않고 남겨둔 곳, 템펠호프는 결국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공원이 됐다.●노이쾰른의 숨어 있는 귀족 정원, 쾨너파크 베를린의 홍대 같은 동네인 크로이츠베르크에서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노이쾰른이 나온다. 가난한 아티스트들이 집값 싼 동네를 찾아 처음 미테에서 크로이츠베르크로, 크로이츠베르크에서 더 밀려난 곳이 노이쾰른이다. 베를린 중심지보다 치안이 안 좋다고는 해도, 노이쾰른만큼 요즘 베를린을 잘 보여주는 핫한 동네도 없다. 가난한 예술가들이 주체 못 하는 끼를 발산하고, 숨은 클럽과 바가 모여 있으며, 온갖 그래피티와 자유로움이 넘쳐난다. 이런 거침없는 동네 분위기와는 달리 노이쾰른 땅 7m 아래에는 시간을 초월한 궁전식 공원이 숨어 있다. 베를린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공원이라 불리는, 쾨너파크다. 노이쾰른에 살지 않는 이상 현지인도 잘 모르는 이 땅 밑 공원에는 프랑스에 있어야 할 것 같은 아름다운 조각상들과 분수대, 잘 가꾼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공원이 되기 오래전 이 지하는 커다란 자갈 구덩이 밭이었다. 당시 땅의 주인이었던 프란츠 쾨너가 자신의 성을 후대 공원 이름에 넣는 것을 조건으로 시에 넘겨주었고, 당대의 유명 건축가가 네오 바로크 건축 양식으로 이곳을 완성했다. 공원으로 내려가면 삼면이 거대한 옹벽으로 돼 있어 비밀스러운 느낌이 드는 동시에 베르사유궁의 미니 정원을 걷는 듯한 우아함도 느낄 수 있다. 베를린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은 샤를로텐부르크성 앞에 있지만, 노이쾰른의 이 느닷없는 지하 정원에서 훨씬 더 신화적이고 은밀한 시간을 만나게 된다. 사람들은 오늘도 가까운 공원에 나와 앉아 있다. 베를린의 공원에서만큼은 코로나19로 닫혀버린 일상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dongmi01@gmail.com
  • 中, 우주정류장 건설 첫발… 수송 로켓 시험발사 성공

    6명 탑승 가능… 최종목표는 달 착륙 2차례 실패 끝에 우주굴기 ‘자신감’ 중국이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한 부품뿐 아니라 우주인까지 수송할 운반로켓인 창정 5B의 첫 시험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창정 5B는 지난 5일 오후 6시쯤 남부 하이난성의 원창 우주발사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돼 계획된 궤도에 진입했다. 우주인은 탑승하지 않았다. 창정 5B는 차세대 우주선과 화물회수용 캡슐의 시험 버전을 탑재했으며 우주정거장의 모듈을 발사하는 데 주로 이용될 예정이다. 탑재된 화물회수용 캡슐의 시험 버전도 로켓에서 예정대로 분리됐다. 창정 5호를 개조해 만든 창정 5B는 자동차 10대 이상의 무게인 22t의 화물을 지구 저궤도로 보낼 수 있는 현존 중국 최대의 운반 로켓이며 이륙 중량은 849t에 이른다. 길이는 18층 높이 건물과 맞먹는 53.7m다. 핵심 부분의 지름은 5m이다. 보호 덮개인 페어링은 길이 20.5m, 지름 5.2m다. 액화산소와 액화수소, 등유 같은 친환경 추진체를 채택했다. 창정 5B은 2022년까지 완성할 예정인 우주정거장에 우주인을 수송하고, 궁극적으로는 달로 가는 게 목표다. 6명의 우주인을 태울 수 있다. 신화통신은 이번 발사 성공으로 각종 신기술의 돌파구를 찾았고 우주정거장 건설 임무의 중요한 기초를 닦았다고 평했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1958년 마오쩌둥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10t짜리 우주선을 쏘아 올릴 것’이라고 말한 후 62년 만에 국가적 염원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 3월 창정 7A, 4월 창정 3B 등 잇따라 발사에 실패했던 중국은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中 우한 중고교 코로나 사태 후 처음 문 열어 3학년들만 등교

    中 우한 중고교 코로나 사태 후 처음 문 열어 3학년들만 등교

    세계에 코로나19 감염병을 퍼뜨린 중국 우한의 중고등학교가 부분적으로 문을 열었다. 6일 오후 3시 10분(한국시간)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의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187개 나라와 지역의 코로나19 감염자는 366만 4011명, 사망자는 25만 7301명을 기록한 가운데 중국은 각각 8만 3968명과 4637명으로 세계 11번째와 10번째로 많다. 우리의 중학 3학년과 고교 3학년에 해당하는 9학년과 12학년 학생 5만 7000명 정도가 코로나 발병 이후 처음으로 6일 등교해 교실에서 떠드는 소리와 책걸상 끄는 소리가 들려나왔다고 국영매체들이 전했다. 다시 ‘조용한 전염’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에도 학교 문을 이렇게 열게 된 것은 여름에 치르는 전국 대입 고사 가오카오(高考)를 앞두고 부족한 수업 일수를 메우기 위한 것이다. 이미 중국의 다른 지역 고교 3학년 학생들은 지난 3월부터 등교 수업을 치르고 있다. 후베이 지역의 모든 학생들은 학교에 등교하려면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받아야 하고 학교 시설에 격벽을 설치해야 하는 등 사회적(물리적) 거리 두기 지침을 이행하도록 했다. 후베이성에서는 32일째 신규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고 영국 BBC가 신화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전국에서도 단 두 건만 신규 감염자가 나왔다. 하지만 중국의 통계를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여러 나라와 세계인들의 인식은 바뀌지 않고 있다.한편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5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연구소에서 나온 것이란 주장에 대해 모른다고 밝혀 이틀 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상당한 증거’가 있다고 발언한 것과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밀리 합참의장은 이날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함께 한 브리핑에서 “아무것도 결정적이지 않다. 증거를 보면 (바이러스는) 자연적인 것이고 인공적인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두 번째 이슈는 우연히 나오게 됐는지, 아니면 의도적인 것인지인데 우리는 어떤 것에도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면서 “하지만 증거를 보면 아마도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세 번째 이슈는 장소다. 우한의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나왔나? 시장에서 발생했나? 아니면 다른 곳에서? 그에 대한 답변은 우리는 모른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방역의 사령탑 격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우한 연구소 유래설’을 일축했다. 5일 미 CBS방송에 따르면 파우치 소장은 전날 탐사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 인터뷰를 통해 과학적 증거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이 만든 게 아니라며 동물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후 인간에게 전파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파우치 소장은 “박쥐 안에 있는 바이러스의 진화과정과 현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살펴볼 때, 과학적 증거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공적으로나 의도적으로 조작됐을 리가 없음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간에 따른 단계적 진화 과정과 관련된 모든 요소가 이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진화한 후 다른 종으로 옮겨갔다고 말해준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람들이 밖에서 발견한 바이러스를 연구소로 들여왔다가, 이후 바이러스가 다시 유출됐을 순 없느냐는 질문에 “결국 바이러스가 자연에서 유래했다는 뜻 아니냐”며 “이 점은 내가 이처럼 돌고 도는 논의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고, 여기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취재진 문답에서 바이러스가 우한연구소에서 나왔다는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나는 봤다”고 말하며 중국 책임론을 부각했지만 이날 뉴욕 포스트 인터뷰를 통해선 “나쁜 일들은 일어난다. 그들(중국)이 의도적으로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밖으로 나왔다”고 했다. ‘밖’이 연구소 바깥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우한 바깥’이라는 의미라고 부연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정보기관들은 바이러스가 사람이 만들거나 유전자적으로 변형된 것이 아니라는 광범위한 과학적 합의에 동의한다”면서도 우한연구소에서 유출된 것인지는 계속 조사하겠다고 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어린이날 제주 빌라서 화재…3, 4살 딸 포함 일가족4명 숨져

    어린이날 제주 빌라서 화재…3, 4살 딸 포함 일가족4명 숨져

    어린이날인 5일 제주 서귀포시 한 빌라에서 불이 나 어린 자녀 2명을 포함한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귀포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50분쯤 서귀포시 서호동에 있는 한 빌라 3층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사고 현장에 있던 A(39)씨와 아내 B(35)씨, 4살과 3살배기 딸 등 4명을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모두 숨졌다. 일가족 모두 전신화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 사고 및 일가족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요즘 과학 따라잡기] 질화갈륨 반도체 시대

    한국이 반도체 강국의 신화를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차세대 반도체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까지 반도체들은 웨이퍼 소재로 실리콘(Si)이나 갈륨비소(GaAs)가 주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소재가 갖는 한계 때문에 많은 과학자가 1990년대부터 질화갈륨(GaN)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질화갈륨으로 반도체를 만들면 실리콘 소재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항복전압을 갖기 때문에 고전압 전력반도체에 적합하다. 항복전압은 반도체에 흐르는 역전류가 규정값보다 커질 때의 전압을 말한다. 이와 함께 갈륨비소 소재와 비교했을 때 7배 이상 높은 전력 밀도 특성이 있어 통신 시스템 소형화 및 고효율화에 유리하며 고속 동작에서 발생하는 열에 강하다. 그래서 질화갈륨을 미래의 실리콘이라 부르기도 한다. 애플이나 대만 TSMC의 경우 자사 제품들에 질화갈륨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세계적 전자통신 기업들이 질화갈륨 소재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소재의 장점 때문에 군사용 레이더 장비는 물론 민간선박 레이더, 위성통신, 5G 등 이동통신 기지국에 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이 질화갈륨을 이용해 소자설계부터 공정은 물론 측정 및 패키징까지 모두 국내 기술력으로 만들어 내기도 했다. 질화갈륨을 이용한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고 질화갈륨 반도체 소자 기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킨다면 부품소재 분야에서 앞서갈 수 있을 것이다. 강동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전력부품연구실장
  • K1 못지않은 스타급 사령탑 포진… K2, 지옥문이 열린다

    K1 못지않은 스타급 사령탑 포진… K2, 지옥문이 열린다

    프로스포츠에서는 늘 1군 리그가 주목받지만 오는 9일 개막하는 올해 한국 프로축구 K리그는 2부리그도 1군 못지않게 관심을 끌고 있다. 황선홍(대전), 설기현(경남) 등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을 비롯해 U20 챔피언십 우승을 이끌고 첫 성인팀 데뷔를 앞둔 정정용(서울 이랜드) 등 스타급 감독들이 사령탑으로 가세해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 싸움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올 시즌 K리그 1군 리그가 전쟁터라면 2군 리그는 ‘지옥문이 열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판세 예측을 불허한다. 승강제가 기틀을 잡으면서 1부·2부리그 간 벽이 얇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10개팀 가운데 절반이 한때 K리그1에 몸담았던, 그것도 화려한 전성기 시절을 보냈던 팀들이 뛰어들었다. 기존의 경남FC와 대전 하나시티즌, 전남 드래곤즈에 이어 제주 유나이티드와 수원FC가 가세했다. K리그1에 뒤지지 않는 모양새다. 1부 승격은 K리그2 각 팀의 지상과제다. 오는 11월 17일 정규리그 27라운드를 1위로 마쳐 K리그1 ‘직행 티켓’을 차지해야 한다. 4위까지 노크하는 플레이오프(PO)에 출전해 두 장 가운데 하나 남은 티켓을 노리는 방법도 있다. 1위가 돼 1부 꼴찌팀 대신 한 자리를 차지하든, PO를 통해 두 번째 꼴찌를 끌어내리든 ‘저승사자’ 역할을 자처해야 한다. 개막일인 9일 제주-이랜드의 ‘매치업’부터 흥미진진하다. 이름만 바꿨을 뿐 프로 원년인 1983년부터 K리그와 함께했던 제주는 지난해 최하위 추락 전까지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1~3위)을 다투던 강팀이었다. 자존심이 망가진 제주는 광주FC, 성남FC를 승격시켰던 경험이 있는 ‘전문가’ 남기일 감독에게 사령탑을 맡겼다. ‘베테랑’ 정조국을 비롯해 주민규, 박원재 등을 대거 수혈해 1부에도 뒤지지 않는 스쿼드를 갖췄다. “이랜드는 더이상 내려가지 않는다”는 부임 첫마디를 남겼던 정정용 감독은 지난 2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연습경기에서 2-1승을 거뒀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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