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시장 ‘술렁’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중국의 ‘국가외환투자공사’가 오는 28일 출범한다고 20일 신화통신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남아도는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투자공사를 통해 국부펀드로 조성해 해외기업 사냥과 증시·채권시장 등 해외 투자에 쏟아붓겠다는 뜻이어서 국제 금융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국제 자본시장의 공룡으로 등장,‘큰손’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면서 “앞으로 차이나 달러가 기업 인수·합병(M&A) 등 국제 자본시장에서 맹위를 떨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중·장기적으로 총자본금 2000억∼3000억달러로 추산되는 ‘국부(國富) 펀드’를 국제 자본시장에서 운영할 계획이다.
●총자본금 2000억~3000억 달러가 목표
앞서 중국 재정부는 우선 국가외환투자공사의 자본금으로 전입될 6000억위안(약 72조원) 규모의 특별국채를 발행했다. 세계적으로는 자본금 1000억달러 이상의 국부펀드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노르웨이 등이 있다.
중국은 외환투자공사 출범에 즈음해 중앙은행 차원에서 해외금융기관 인수전에 뛰어들기로 방침을 세우는 등 이미 세계 자본시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외환보유액 가운데 30억달러를 미국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 투자했다. 이어 중국개발은행이 22억달러를 들여 영국의 은행인 버클레이스의 지분을 확보했다.7월 말까지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1조 4000억달러에 육박,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가 넘게 불어나 있다.
이같은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국제 자본시장 일부에서는 불안감도 느끼고 있다. 외환투자공사의 설립 목적이 급증하고 있는 외환보유액에 대한 적절한 운용에도 있지만, 해외기업 사냥을 통해 중국 회사들의 글로벌화를 추진하려는 의도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와 기업에서는 중국이 투자하거나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 업체 등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중국이 국부펀드를 통해 자국의 통신과 에너지, 금융 등 핵심산업에 대해 통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나아가 다른 나라의 기간산업을 인수했을 때 국제외교적인 마찰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
이미 중국 국무원은 올초 쿠웨이트, 카타르, 노르웨이 등 32개국의 투자 및 인수·합병 대상을 구체적으로 적시했었다. 석유 및 희귀자원, 선진 과학기술 및 설비, 금융회사를 포함한 다국적기업에 대한 지분 참여를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중국 자본 글로벌화에 미국·유럽 경계
때문에 중국에 쓴소리를 자주 해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외국 국영기업이 유럽 기업의 지분을 인수한 뒤 이를 통해 정치적 목표를 추구할지 모른다.EU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외환투자공사의 이사진은 재정부 부부장을 지낸 러우지웨이(樓繼偉) 국무원 비서장, 가오시칭(高西慶) 전국사회보장기금이사회 부이사장, 장훙리(張弘力) 재정부 부부장, 셰핑(謝平) 중국인민은행 금융안정국 국장, 골드만 삭스 중역 프레드 후 등으로 짜여졌다.
jj@seoul.co.kr
●국부 펀드(Sovereign Wealth Fund)
외환보유고에 쌓인 달러를 활용하는 펀드로 운영주체는 각국의 정부 당국이다. 정부 개입이란 ‘검은손’이 국경을 넘나든다.
투자 동기에 정치·전략적 고려가 끼어들어 시장경제를 왜곡하고 투자대상국의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할 위험성도 있다.
최근 산유국과 신흥 수출대국들이 막대한 보유 외환으로 펀드를 조성, 외국의 주식과 채권·부동산 등을 사들이자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방어선 구축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 헤지펀드(1조 6000억달러)를 넘어서는 2조 5000억달러(2308조원) 규모다.
앞으로 10년내 17조달러를 넘어 투자계의 최대 큰손이 될 것으로 모건 스탠리는 추정했다. 노르웨이는 이 펀드를 가장 투명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모범사례로 꼽힌다.
넘치는 오일달러나 무역흑자를 적절하게 투자하려는 나라들로부터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