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광둥성의 야심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이 오는 2020년까지 한국, 타이완을 능가하는 경제력을 갖추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광둥성은 광둥성 발전 청사진인 ‘주장(珠江)삼각주 개혁발전계획 개요’의 세부 목표를 확정 발표했다고 13일 관영 신화통신 등 중국과 홍콩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좋은 출발(1년), 대발전(4년), 대도약(10년)’으로 이름 붙여진 목표대로라면 광둥성은 2020년에 국내총생산(GDP) 7조 2500억위안(약 1450조원)을 달성하고, 1인당 GDP는 13만 5000위안에 이르게 된다. 현재 달러 환율로 계산하면 GDP는 1조 609억달러, 1인당 GDP는 1만 9700달러 수준이다.
광둥성 황화화(黃華華) 성장은 같은 날 열린 성 간부회의에서 “2020년까지 GDP는 한국을 따라잡고, 1인당 GDP는 타이완을 제치겠다.”는 포부를 공개했다.
광둥성이 원대한 계획을 세운 것은 개혁개방 30년동안 중국 경제발전을 이끌어온 명성이 금융위기의 파고 속에서 위축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개혁개방 이후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구가하던 광둥성 경제는 지난해 9.4% 성장에 이어 올해도 8.5% 수준의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산대학의 한 교수는 “광둥성 정부가 두 나라를 언급한 것은 실제 추월 여부와는 관계없이 한국과 타이완의 첨단산업을 롤 모델로 삼겠다는 뜻”이라며 “광둥성의 향후 계획은 국제경쟁력을 갖춘 브랜드를 갖고 있는 한국 및 정보통신 산업이 견고한 타이완과 같은 산업구조를 갖추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왕양(汪洋) 당서기와 황 성장은 최근 9일동안 2700㎞에 이르는 거리를 이동하면서 성내 9개 주요도시를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성도인 광저우(廣州)를 비롯해 선전, 주하이(珠海), 포산(佛山), 후이저우(惠州), 둥관(東莞), 중산(中山), 장먼(江門), 자오칭(肇慶) 등이다. 이들은 9개 도시를 ‘광저우·포산·자오칭’ ‘선전·둥관·후이저우’ ‘주하이·중산·장먼’ 등으로 3개씩 묶어 3대경제권으로 집중 육성키로 했다. 각각의 경제권마다 특색있는 산업군을 육성하면서 홍콩·마카오와 연계된 ‘주장삼각주 경제권’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한국과 타이완은 손발을 묶어놓고 있겠느냐.”며 이번 발표를 ‘중앙정부에 대한 충성선언’으로 평가절하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이른바 오염 및 노동집약형 산업의 ‘탈광둥’ 현상 등으로 광둥성의 산업구조가 급속히 바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앙정부로부터 특혜를 독점하고 있는 홍콩, 마카오, 타이완과 인접한 것도 광둥성 발전의 큰 동력임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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