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美·中 관계는 온고지신”
│베이징 박홍환특파원│“미국에는 역사와 문화가 다른 여러 나라들을 존중하는 외교정책이 있나?” “다양한 역사, 문화는 존중돼야 하지만 아동이나 여성 문제 등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인 가치관은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갖춰야 한다.”관심이 집중됐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중국 대학생들의 ‘타운홀 미팅’이 16일 중국 상하이(上海)의 상하이과학기술관에서 열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400여명의 중국 젊은이들을 상대로 언론 및 종교의 자유, 참정권, 평등권의 중요성 등을 조심스럽게 거론했고, 일부 대학생들은 미국의 내정간섭과 타이완에 대한 무기판매 시도 등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이날 대화는 푸단(復旦)대 양위량(楊玉良) 총장의 사회로 1시간10여분간 진행됐다.오바마 대통령은 모두 강연에서 중국의 고사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옛것을 익혀 새것을 앎)을 거론하며 “중·미 관계는 30년 동안 많은 좌절과 도전을 겪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영원한 적수는 없다.”며 “양국간 협력을 통해 서로 더욱 번영할 수 있다.”고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기본권을 갖고 있으며 정부는 국민들의 뜻을 반영해야 하고, 통상은 개방돼야 하는 한편 정보는 자유롭게 흘러야 하고, 법률은 만인에 공평해야 한다.”며 “이 원칙은 아주 간단한 나의 희망”이라고 중국의 인권 실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상하이 퉁지(同濟)대학생 황리허(黃立赫)는 질의응답을 통해 “세계에는 역사와 문화가 다른 국가들이 많은데 미국은 이런 국가들을 존중하는 외교정책이 있느냐.”고 오바마 대통령을 압박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역시 문제가 많고, 완벽한 국가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아동이나 여성문제 등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인 가치관은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갖춰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미국 측은 중국 내 블로거의 질문을 통해 중국의 인터넷 통제를 간접 비난하기도 했다. 미 대사관을 통해 접수했다는 중국 블로거의 질문은 중국의 방화벽과 트위터 사용 제한에 관한 내용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터넷에 제한이 없는 것은 미국이 갖고 있는 힘의 원천”이라며 인터넷 개방과 검열불가 입장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타이완에 대한 무기판매 시도에 대해 많은 중국인들이 걱정하고 있다는 한 학생의 설명과 질문에 대해서는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다.”며 비켜나갔고, 상하이엑스포 참가 여부에 대해서는 “기꺼이 참가할 의향이 있다.”며 참가를 기정사실화했다. 티베트 문제나 위안화 절상 등 민감한 이슈는 제기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참석한 대학생들이 대부분 당국에 의해 선발된 ‘공산당원’이었다고 보도했다.이날 대화는 중국 측의 거부로 중국 내에서 전국 방송으로는 생중계되지 않았고, 신화통신 인터넷망을 통해 문자로만 실시간 중계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화를 마친 뒤 베이징으로 이동,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주최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서는 차기 지도자로 유력한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이 이례적으로 직접 오바마 대통령을 영접, 중국 측의 배려를 내비쳤다.stinger@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