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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림청 “우산장수·짚신장수 아들 둔 심정”

    “재선충이 뛰니, 산불이 주춤.” 산림청은 1년 중 3∼5월이 가장 바쁜 시기다. 산림병해충방제팀과 산불방제팀의 몫이다. 방제팀은 ‘주중-낮’, 산불팀은 ‘주말과 휴일-밤’이 주로 고되다. 그런데 지난 23일 광릉숲에서 잣나무 재선충병이 발생하면서 예년과는 다른 상황이 연출됐다. 국유림에 ‘있어서는 안된 일’이 터지면서 산림과 생태계의 보고인 국립수목원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방제팀은 이어진 회의 준비와 각종 보고, 현장점검 등으로 날밤을 새면서 혼비백산이다. 그만큼 중한 상황이다. 반면 연초부터 잦은 산불로 곤욕을 치러 조짐이 좋지 않았던 산불팀은 정작 비상시기가 도래했는 데도 비교적 여유(?)를 찾은 분위기다. 지난 주말엔 밤부터 전국적으로 비가 내렸다.‘잦은 비’로 산불 발생이 크게 줄고 있다. 방심까지는 아니더라도 긴장감을 다소 풀 수 있게 됐다. 방제팀은 28일 내린 비가 반갑지 않다. 한 관계자는 “우산파는 아들과 짚신파는 아들을 둔 부모의 심정”이라면서 “비가 오면 산불 걱정은 없지만 병해충 방제 작업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아쉬워했다.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이건호의 뷰티풀 샷] 비련의 결혼식 연출하기

    [이건호의 뷰티풀 샷] 비련의 결혼식 연출하기

    잿빛 하늘, 우울한 허허벌판에 홀로 외롭게 서 있는 아름다운 신부가 검은 드레스를 입었다. 그 무슨 사연이 있기에…. 잡지사 ‘W’에서 흥미로운 촬영을 제안했다. 내용인 즉, 여러 명의 사진가와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짝을 이루어 각각 하나의 프로젝트로서 화보촬영을 진행하는 것이다. 필자와 파트너가된 아티스트는 CF감독으로 유명하신 채은석 감독. 평소에 친분이 있던 터라 의기투합이 매우 쉬웠다. 채 감독은 스스로도 CF의 모델이 되기도 하였던 다재다능하신 분으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화보의 전체적인 콘티를 담당하였다. 필자의 몫은 이 콘티를 바탕으로 좋은 그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수 차례의 회의끝에 다듬어진 내용은 연인을 성직자로 떠나보낸 어느 비련한 여인의 결혼식. 미련을 버리지 못해 결혼식 전날 마지막으로 그의 얼굴을 보고자 찾아간 그녀를 아린 가슴으로 돌려 보내고 뒤돌아 서서 눈물을 감추는 그. 새로운 삶을 위해 과거를 고이 접어두고 출발하는 그녀. 뭐 그런 내용이었다. 다분히 신파조이긴 하지만 사진의 스토리를 전개하기에는 제격이다. 아무튼 콘티는 정해졌다. 비련의 신부역할을 할 모델을 정해야 했고, 아무래도 연기력이 관건이므로 배우 손태영에게 부탁을 하였다. 우여곡절끝에 서해안 갯벌의 허허벌판에서 촬영은 시작되었고, 때마침 하늘은 잔뜩 찌푸려 분위기를 고조시켜 주었다. 사진은 전체적으로 무채색의 진한 잿빛 톤으로 진행되었고, 의상도 검정색과 무채색으로 통일하여 우울한 분위기를 강조하였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다른 희망을 찾아가는 신부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하얀색 웨딩드레스와 함께 다소 색조가 들어간 밝은 톤으로 표현하였다. 사진은 검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거울을 보고 있는 슬픈 신부 모습, 검은 드레스와 어두운 하늘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우울한 하늘빛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극심한 노출차이가 필요했기 때문에 대용량의 조명을 동원하였고, 모델의 노출을 올려주어 배경을 진하고 무겁게 떨어뜨릴 수 있었다. 서해안의 석양을 바라보면서 해질 때에야 비로서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서로 다른 분야 스태프와의 촬영은 매우 신선했다. 관점이 다른 채 감독과의 촬영은 색다른 접근방법으로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마지막회> 사진작가
  • [작통권 환수] ‘2012년’ 시기연기 배경 논란

    전시 작전통제권을 2012년 4월 한국군에 이양한다는 23일 한·미 국방장관의 합의 배경을 두고 분석이 엇갈린다.우리 정부의 2012년 이양 요구에 2009년을 고집하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여온 미국측 행보에 비춰 이번 합의는 의외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2년 전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우리측 설득을 미국이 수용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곧이 듣는 사람은 드물다. 미국이 상응하는 대가 없이 일방적으로 양보한 전례가 드문 탓이다. 모종의 ‘거래설’과 펜타곤의 기류 변화설 등 갖가지 추정도 그래서 나온다.●기지 이전비, 방위비 분담이 협상카드? 학계와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2012년 환수안을 관철시키는 대신 양국 안보현안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돈 문제’를 협상카드로 활용했을 것으로 본다.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조성렬 신안보연구실장은 “(거래가 있었다면)기지이전과 환경오염 치유비용 등이 테이블에 올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양국은 지난해부터 10조원이 넘는 기지이전 비용과 연간 7000억원대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도 “정부가 작전권 이양을 늦추는 조건으로 언론과 보수층의 거부감이 적은 미군지원비 증액카드를 사용할 것이란 우려가 전부터 있었다.”면서 “조만간 나올 기지이전 협상결과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막대한 예산이 걸린 차세대 무기도입과 전력증강 사업도 빅딜의 용의선상에 오르내린다.이준규 평화네트워크 정책실장은 “미국 입장에선 실익이 없는 시기문제에 매달리기보다 작전권 이양에 뒤따르는 정보전력 증강 등 돈 되는 사안들에 집중하는 게 현명한 전략일 것”이라고 분석했다.●작전권·유엔사 강화 ‘교환설’도 전시작전권 이양과 관련, 양국이 논의중인 유엔군사령부의 역할 변경 문제에 대해서도 뭔가 ‘신호’가 오갔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학계와 정치권 일각에선 작전권 이양 뒤에도 미국이 유엔사를 통해 전쟁수행의 핵심권한을 행사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의심했다. 실제 미국은 1994년 평시작전권 이양 과정에서도 연합권한위임사항(CODA)을 통해 작계수립과 연합정보관리 등 6개 핵심권한을 위임받은 전례가 있다. 최종일 국방부 국제협력차장도 “연합사가 해체되면 연합사령관이 CODA에 의해 행사하던 위기시 핵심권한이 사라진다.”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가 유엔사 역할강화 논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기학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은 “작전권 이양시기와 유엔사 기능 재편의 ‘맞교환’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한·미 양국은 외교·국방분야 국장급 실무선에서 유엔사 역할 변경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펜타곤이 변했다? 군사적 권한이나 돈 문제보다는 미국 내부의 ‘정치적 상황’이 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중간선거 패배 뒤 “이라크만으로도 골치 아픈 상황에서 한반도 작전권 같은 ‘지엽적’ 문제로 에너지를 소진할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이 미 정부 안에서 힘을 얻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장관 방미 전부터 ‘분위기가 좋다.’는 얘기가 많았다.”면서 “럼즈펠드로 상징되는 ‘군사혁신파’의 퇴진 후 펜타곤에 기류변화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또 다른 관계자는 “작전권 이양이 한국의 연말 대통령선거에서 쟁점화되는 것을 미국은 원치 않는다.”면서 “이 문제로 시간을 끌 경우 이익보다 부담이 더 크다는 것이 미 정부의 현실 인식”이라고 전했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서울광장] 탈당 편지는 국민에게 써야 한다/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탈당 편지는 국민에게 써야 한다/진경호 논설위원

    여당이 사라졌다. 아니 소멸했다. 뭉치면 죽기라도 할 듯이 게릴라처럼 흩어졌다. 그제는 수석당원 노무현 대통령이 탈(脫)열린우리당을 선언했다. 당을 지키려 당을 떠난다니, 사랑하기에 헤어진다는 신파극이 따로 없다. 비극적 희극이다. 사실 정치적, 정서적으로야 여전히 한 몸이니 위장이혼이나 다를 바 없다. 헤어지는 게 아니라 헤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허접스러운 연극도 이렇지는 않다. 객석 반응이 시원찮다고 공연하다 말고 무대를 떠나는 배우는 없다. 너희들끼리라도 잘 하라며 털고 나가는 연출가도 없다. 지난 50여년 미국에서 당적을 바꾼 국회의원은 16∼17명에 불과하다(한국국회론, 김현우). 심지어 1983년 민주당적을 버린 필 그램(텍사스주) 하원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한 뒤 보궐선거로 유권자의 신임을 물어 공화당 의원이 됐다. 지난 218년 43명의 미국 대통령 가운데서도 탄핵을 당한 인물은 있어도 당적을 버리거나 바꾼 인물은 없다. 있다면 쿠데타가 끊이지 않는 베네수엘라에서 80년대 후반 자신이 창당한 기독사회당을 탈당, 국민연합당을 만들어 재집권에 성공한 라파엘 칼데라 대통령(현 차베스 대통령의 전임) 정도다. 네번째 ‘재임 중 탈당 대통령’이 나왔다. 대통령 탈당이 1992년 이후 5년마다 대선과 함께 어김없이 거쳐야 할 통과의례가 된 것이다. 국회의원의 줄탈당, 집단탈당이야 헤아리기조차 힘들다.16대 국회만 해도 그 4년간 세 번 이상 당적을 바꾼 의원이 50명을 넘는다. 이전 국회에서도 11대 55명,12대 81명,13대 52명,14대 75명,15대 56명이 당적을 바꿨다. 탈당을 밥 먹듯 하는 건 그리 해도 살아남기 때문이다. 아니 살아남고자 탈당하는 것이고, 국민의 정치 무관심과 새것 선호증후군, 이해하기 어려운 관대함이 탈당과 분당, 합당의 옥토(沃土)가 돼 왔다. 지금 여권이 대선을 앞두고 버젓이 화장을 고치고, 신장개업에 나선 것도 이런 한국형 정치토양의 힘을 믿는 까닭이다. 책임은 나누고 기회는 더하는 ‘남는 장사’라는 계산인 것이다. 민심을 잃은 대통령은 재기(再起)에 방해가 되니 그만 나가달라는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당에 도움이 안돼 미안하다며 탈당을 선언한 노 대통령의 만찬 표정은 비장하고 침울했다고 한다. 국민은 당장 국정이 걱정이건만 그들은 당과 자신들을 걱정했다. 국민과 국정은 그곳에 없었다. 노 대통령이 탈당과 관련해 당원들에게 편지를 쓴다고 한다. 편지는 국민에게 써야 한다. 당원들과 석별의 정을 나눌 게 아니라 민심을 외면하다 결국 여당 간판을 내리고 책임정치, 정당정치의 근간을 흔드는 데까지 이른 것을 사과해야 한다.4년 중임제 개헌으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일치시켜 책임정치를 구현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는 대통령이 당익(黨益)을 위해 앞장서 책임정치를 훼손하는 이 이율배반을 설명해야 한다. 야당을 원내 1당으로 만들어 국정 표류의 책임을 반분하고, 빈사 지경의 여당은 신당의 옷으로 갈아입혀 새것에 목마른 민심을 파고들고자 하는 선거공학적 발상은 아닌지 고백해야 한다. 패배자까지 껴안음으로써 천년 로마제국의 버팀목이 됐던 ‘클레멘티아’, 그 관용과 포용의 정신을 남은 1년이라도 배우고 흉내내보겠다고 다짐해야 한다.‘배제’와 ‘닫힌 그들’로 4년을 보낸 터라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국민을 위로해야 한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기고] 아프리카여,한국을 배워라?/한양환 영산대 정치학 교수·명예논설위원

    학술진흥재단이 후원하는 아프리카 현지 실증조사를 마치고 돌아오니 국내 언론에도 아프리카가 화제다.“폐허에서 일어선 한국을 보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방문을 동반 취재한 신문기사의 제목이 자못 ‘신파조’다. 이 미지의 대륙에 첫발을 디딘 한 기자는 국내 대기업의 현란한 광고에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느꼈다는데, 다른 한쪽엔 중국 후진타오 주석이 또 다시 역내 8개국을 순방한다는 기사가 실려 대조적이다. 과연 우리는 아프리카에 무엇이며, 우리가 그들에 해줄 것은 또 무엇인가. 한국의 급속 경제성장이 아프리카인들에게 지구상 최고의 모델임은 분명하다. 피식민과 전쟁의 역사까지 동일하다. 중국의 자원 흡입외교가 아무리 물량공세를 펴도 우리의 발전사례는 여전히 숭모의 대상이다. 게다가 대통령의 언행이 늘상 언론의 시시비비 대상이 되는 탈권위주의적 민주화 경험까지 더하면, 관·학·재계를 막론하고 현지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한국의 경험 전수에 목말라하는 이유는 자명해진다. 유럽의 영향력 퇴조와 함께 대륙 전반에 실세로 등장한 미국도, 막대한 원조로 협력관계를 다져온 일본도 흉내 내기 어려운 검은 대륙발(發) ‘코리안 드림’의 현주소이다. 우리는 과연 그들의 진솔한 구애에 효율적으로 화답하고 있는가? 공적개발원조 증액의 시급성을 논하자는 게 아니다. 우선은 갓 내전이 끝난 불어권 콩고 킨샤사에도 우리 국제협력단원이 파견되기 시작했고, 아프리카 고위 공직자의 국내연수가 고무적으로 시행되고 있음에 만족할 수 있다. 시작이 반이거늘, 국내 언론의 관심이 요즘만 같아도, 반기문 총장이 에티오피아에서 언급한 새마을운동정신만 제대로 보급돼도 한·아 협력은 조만간 가시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현지의 사회혼란상에 찌든 대다수 우리 교민이 “이들에겐 박정희식의 강력한 독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언하건대, 아프리카가 우리에게서 배울 교훈은 박정희식 독재가 아니라, 관이 주도하는 기획경제의 효율성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362건 대규모 시위의 사회적 손실비용이 12조 3000억원이라 한다. 그 길고 암울했던 시대에 치러진 총비용은 가히 천문학적일 터인 바, 아프리카는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뿐더러 모처럼 찾아온 평화를 깨치기 십상이다. 아프리카 발전을 위한 관주도 기획경제는 현재 자금제공원인 국제금융사회에 의해 진행중이며,‘굿 거버넌스’의 이름으로 그 효율성이 엄격히 추구되고 있다. 신생경제의 현실을 무시한 가혹한 조건이 비판의 대상이지만 돈을 대지 않는 우리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우리의 임무는 좀더 근본적인 것으로, 온 국민의 교육열과 근면성 함양에 있다.6·25참전국인 에티오피아에 우리가 지어준 학교가 화제다. 이런 기초교육시설을 대륙 전반에 ‘선물’하기가 쉽지 않다면, 기술교육에라도 나서야 할 것 아닌가. 지금 흑인우대정책으로 교육열이 높은 남아공에는 10년전 우리가 제공한 직업훈련원이 방치, 폐쇄된 상황에서 중국의 제2훈련센터 건립이 우려된다고 한다. 또 이제 막 선출된 콩고 킨샤사의 대통령 경호실에는 태권도 보급이 시급하다는데, 이 나라에서도 직업훈련원 설립의 우선권을 중국에 넘길 것인가? 불어를 구사하는 우리 자원봉사자 수십명이 콩고에서 땀 흘려 일하는 장면이 아쉽다. 아무튼 성장위주의 개발독재로 전인구의 반이 수도권에 몰려 부동산투기와 탈세가 횡행하고, 물신에 사로잡힌 기득권층이 부의 세습에 골몰하는 양극화사회는 우리가 아프리카에 전해줄 발전모델이 결코 아니다. 한양환 영산대 정치학 교수·명예논설위원
  • [하재봉의 영화읽기] 열혈남아

    [하재봉의 영화읽기] 열혈남아

    글 하재봉 시인, 영화평론가, 동서대 교수 나는 울었다.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뭉클 솟구쳐 올라왔다. 올해 74세인 어머니 생각이 났다. 좋은 영화는 영화 속의 허구적 이야기에 넋 놓고 빠져들게 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스크린 밖의 자신의 현실을 생각하게 한다. 시사회 전의 무대인사는 까칠했었다. 설경구는 대뜸 “우리 영화는 비주얼도 없고…“라며 부정적 발언을 늘어놓다가 “영화를 보신 후에 어머님께 전화 한 통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을 마쳤다. 그의 말대로 영화가 끝난 후, 나는 저절로 휴대폰을 꺼내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다. 그런데 “이 번호는 등록되지 않은….“이라는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다시 한번 살펴보았지만 분명히 어머니 전화번호였다. 그때서야 나는, 어머니가 휴대폰을 정지하셨다는 것을 알았다. 2년 예정으로 아프카니스탄으로 떠난 막내딸 휴대폰을 갖고 계신 어머니는 자신의 휴대폰을 정지시킨 것이다. 분명히 몇 달 되었을 텐데 나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열혈남아>는 복수와 배신이라는 조폭 장르의 흔한 공식으로 전개된다. 소년원에서 만난 자신의 친형 같은 선배를 죽인 조폭 대식(윤제문 분)에게 복수를 결심하고 대식의 고향인 전남 벌교로 내려간 조폭 심재문(설경구 분)의 일주일 동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재문은 혼자서 국밥집을 하며 살아가는 대식의 어머니 점심(나문희 분)에게 접근한다. 대식이 언제 내려오는지 정확한 정보를 알기 위해서다. 대식을 살해할 기회를 엿보면서 대식이 참석하기로 되어 있는 벌교읍 체육대회가 열릴 때까지 기다리면서 재문은 이상한 감정에 휩싸인다. 재문이 겪게 되는 혼란은, 자신이 복수해야 할 대상의 어머니에게서 모정을 느끼면서 비롯된다. <열혈남아>는 복수를 꿈꾸는 주인공의 비극적 삶을 다룬다는 점에서 느와르 영화의 계보에 속해 있지만, 그러나 이 영화의 개성은, 조폭 장르 안에 서사를 가두는 게 아니라 가족을 매개로 해서 휴먼드라마로 확장시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장르의 영리한 변주를 시도하고 있는 <열혈남아>의 매력은 오히려 비주얼 효과 없이, 과장된 세트나 조명에 의한 인위적 설정 없이, 있는 그대로의 투박한 삶을 투박하게 보여주는 데서 발생한다. 도입부는 머리에 기름을 발라 멋지게 뒤로 빗어 넘긴 재문이 동료 모친의 회갑연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조직 내에서 차지하고 있는 재문의 위치를 보여주는 데 목적이 있다. 조직과 겉도는 재문은 상명하복의 규율이 엄격한 조직 내의 선배들에게까지 까칠하게 들이댄다. 결국 그는 조직의 허락 없이 자신의 친형 같은 선배를 죽인 다른 조직의 거물 대식을 살해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대식에게 원죄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전에 재문과 선배는 원래 목표로 삼았던 인물을 착각해서 다른 사람을 살해했고, 그 조직의 중간 보스인 대식이 재문의 선배에게 복수한 것이다. 그러나 재문은 자신의 앞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죽어가던 선배를 모른 체하고 도망쳐야 했다. 재문은 대식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대식의 고향인 전남 벌교로 내려간다. 일주일 뒤, 벌교읍 체육대회에 대식이 참석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직에서는 벌교 출신의 새내기 조직원 문치국(조한선 분)을 대식에게 붙여준다. 대식을 도와주려는 게 아니라 일종의 감시 역할이다. 벌교에 도착한 재문은 숙소를 정하고 대식의 어머니 점심이 운영하는 국밥집에 들린다. <열혈남아>의 진정한 영화적 매력은 재문과 점심의 첫 만남이 이루어지면서부터다. 손은 하얗고 말투나 인상은 더러운 재문이 건달임을 쉽게 알아챈 점심은 자신의 아들 생각이 나면서 재문을 따뜻하게 대해준다. <열혈남아>가 상투적 조폭영화나 휴먼드라마의 함정을 잘 피해 나간 것은, 재문과 점심의 관계가 과장된 인위적 설정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점심은 재문을 손님 대하듯 하는 게 아니라 잘못을 저지른 아들을 꾸짖듯이 거리감을 두지 않고 대한다. 재문 역시 점심에게 반말을 하며 막 대하는 것 같지만 점심이 먼 시내로 일을 보러 가면 자신의 차로 태워주기도 하고, 뻘에서 일하고 있는 동네 아낙들 새참 가져다 줄 때도 자신의 차로 모셔다 주기도 한다. 점심에게는 두 아들이 있다. 큰아들 대식은 조폭이 되었지만 둘째 아들은 원양어선을 타고 남극 근처로 나갔다가 실종된 지 6개월 째다. 하지만 점심은 자신의 아들이 실종되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들에게 이상이 있다면 당연히 자신의 몸에도 뭔가 신호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일이 절대 없다는 것이다. 점심의 상식으로는 실종된 둘째가 분명히 살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재문에게 옷을 입혀 보고 우체국에 가서 그 옷을 소포로 보낸다. 시장에 갔다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점심에게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 테이프를 건네는 재문의 모습을 그러나 감독은 클로즈업으로 잡지 않는다. 신인 이정범 감독은 담담하게 재문과 점심의 관계가 진전되기를 기다린다. 옥상 빨랫줄에 걸어 놓은 재문의 꽃무늬 셔츠는 다가올 핏빛 죽음을 암시하고 있다. 점심이 둘째 아들의 옷을 고르다가 재문에게 사준 꽃무늬 티셔츠는, 재문을 자신의 또 다른 아들로 받아들이는 점심의 마음이 들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이 세상에 나가 상처받고 다친 몸으로 결국 자신이 태어난 고향, 어머니에게 돌아올 때 아무 조건 없이 자식을 껴안아 주는 모든 어머니들의 마음이기도 하다. 우리가 <열혈남아>에 감동하는 것은, 단순히 복수를 꿈꾸는 조폭과, 그가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인물의 어머니에게 느끼는 모성애 때문은 아니다. 그것은 재문과 점심이라는 특정한 인물의 관계를 뛰어 넘어, 모든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로 확장된다. 거기에서 <열혈남아>의 아우라가 발생한다. 벌교 체육대회를 앞두고 밤하늘에서 피어나는 불꽃은, 짧지만 화려하고 아름답게 자신의 생을 마감한 인물의 상징적 변주다. 재문과 치국의 관계도 중요하게 설정되어 있는데, 치국은 재문을 감시하기 위한 조직의 하수인을 벗어나 또 다른 역할을 해야 한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부르는 복수의 악순환은 치국의 마지막 행위에서 선명하게 드러나야 하는데, 조한선은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그 이상 발전하지는 못했다. 따라서 <열혈남아>는 재문의 복수극에서 발생하는 혼란 과정을 담은 영화가 되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더 깊은 맛을 우러내기 위해서라면, 치국의 혼란 또한 섬세하게 드러났어야만 했다. 결정적 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 순간, 절제된 서사로 무섭게 우리의 가슴속을 파고 들던 감독은 어쩐 일인지 절제의 끈을 놓아 버린다. 마지막 순간에는 터져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러나 이것은 매우 위험한 도박이다. 영화의 중심이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식탁 위에 엎드린 재문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떨어지고, 그것을 보고 오열하는 점심의 절규는 지금까지의 절제된 감성과 품위를 무너뜨리고 있다. 설경구는 <박하사탕>의 김영호도, <오아시스>의 전과 3범 홍종두도 아닌, <열혈남아>의 심재문을 창조해냈다. 이글거리는 복수의 눈빛 속에 상처받은 영혼의 아픔과 비열함 혹은 망설임을 담아내는 그의 연기는 최상치에 도달한 장인의 어떤 것이다. 그리고 또한 이 영화는 나문희의 발견이기도 하다. 비록 마지막에 신파로 흐르려는 감성적인 부분이 제어되지 못하고 조금 흔들리기는 했지만 그것은 감독의 몫이다. 그녀는 온전히 제 몫을 해냈다. <열혈남아>는 흔한 조폭 느와르 장르의 공식을 따라가면서 전개되다가 느닷없이 전혀 다른 상황으로 개입시킴으로써 우리를 혼란에 빠트린다. 그러나 그 혼란은 즐거운 혼란이다. 좋은 영화는 이렇게 상투적 어법을 거부하고 삶의 사실성을 우리에게 되돌려 주면서 나 자신의 삶을 생각하게 만든다. <열혈남아>가 그렇다.     월간 <삶과꿈> 2006.12 구독문의:02-319-3791
  • 느닷없이 이웃처녀 안고 뒹굴어

    느닷없이 이웃처녀 안고 뒹굴어

    대구시 서구 대신동에 살고 있는 李모씨(27)는 5월7일 밤 11시30분쯤 대구시 대신파출소 앞길에서 같은 동네에 사는 L양(18)을 골목길로 끌고 들어가서는 느닷없이 『너 숫처녀야?』 하며 끌어 안고는 뒹굴었다는데… 마침 파출소 보초 순경이 이를 보고 억센 李군의 품속에서 간신히 L양을 떼 내었다는 것. 이상고온 탓인가? [선데이서울 70년 5월 24일호 제3권 21호 통권 제 86호]
  • 투사하는 제국 투영하는 식민지/김려실 지음

    활동사진 또는 팔딱사진, 움직사진이라고 불렸던 영화는 언제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됐을까.‘투사하는 제국 투영하는 식민지(김려실 지음 삼인 펴냄)’는 1901∼1945년 한국영화사를 되짚은 기록이다. 영화와 문학의 관계에 대한 연구로 학문활동을 시작한 저자는 일본 교토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천착하고 있는 연구주제는 식민지 조선에서 상영된 외국영화가 어떤 맥락에서 수입되고 수용되었는가이다. 이 책은 그간 연구의 결실이다. 1919년 콜레라가 유행하자 위생 관념을 보급하기 위해 조선인의 손으로 처음 연쇄극 ‘호열자(콜레라) 예방에 관한 활동사진’이 제작됐다. 연쇄극은 활동사진을 신파극 상영 도중 영사하는 양식으로 ‘연극도 영화도 아닌 통조림 연극’ ‘신파극의 변태’ ‘영화로 보기에는 무리한 연극의 변형양식’ 등으로 불렸다.1945년 일본이 패전할 때까지 조선인은 약 180편의 영화를 제작했으나 해방기의 혼돈과 6·25전쟁을 겪으며 대부분 소실됐다.1998년 일본 도쿄국립근대미술관 필름센터가 전후 소련이 수집한 일본영화 가운데 ‘심청(1937년)’ ‘어화(1938년)’ 등 조선영화를 발견한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이후 러시아와 중국에서 ‘망루의 결사대(1943년)’ ‘군용열차(1938년)’ 등을 발굴한다.2005년 2월28일 국회에서 28분간 편집된 발굴영화 하이라이트가 상영되자 한국영화 전공자들은 고분을 발견한 고고학자처럼 흥분했다고 기억한다. 하지만 저자는 발굴된 한국영화를 실제로 보고 낙담하고 말았다고 고백한다. 식민지 시대 영화 중 일부가 친일영화란 것은 이미 알고 있있지만, 그 시대의 광기를 스크린으로 마주하는 것은 괴로운 경험이었다고 술회한다. 심지어 일제의 만행을 고발했다고 평가받던 영화에서도 일장기가 게양되고 황국신민서사가 제창됐다. 저자는 이제 한국 영화학자가 해야 할 일은 기억을 날조한 학문적 패러다임을 냉정히 평가하고, 은폐되고 망각된 역사를 복원하는 것이라고 밝힌다.1937년 ‘서울에 딴스홀을 許하라’고 레코드회사 사장, 기생, 영화배우 등이 경무국장에게 공개탄원서를 보낼 만큼 일제시대에도 문화와 예술에 대한 열망은 뜨거웠다. 꼼꼼한 자료 분석과 사진 등으로 채워진 일제시대 카메라에 담겼던 필름에 대한 기록은 때로 재미있고 때로 한탄스럽다.1만 8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입영전야’ 男心 대요동

    ‘20대 남심(男心)이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내년 상반기에 군복무 단축안을 공개하고 2008년에 유급지원병제를 시범 운영할 방침을 잇따라 밝히면서 군 입대를 앞둔 병역 미필자들과 부모의 마음이 요동치고 있다. 찬성론을 펴며 군 입대를 연기하려는 이들이 있는 반면 믿을 수 없다며 예정대로 군대에 가겠다는 소신파도 있다. 정확한 계획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어서 입영 대기자들의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등 문의 쇄도… “선심성이라도 기뻐” 26일 병무청과 국방부 등 관련기관의 홈페이지에는 입대 연기 문의와 군복무 기간이 줄어들 경우 소급 적용이 가능한지를 묻는 수백여건의 질문이 쇄도하고 있다. 내년 1월 입대를 앞둔 한 네티즌은 국방부 홈페이지에 “입대를 연기해 6개월 단축될 때까지 기다려 볼 생각”이라면서 “입대 연기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3월 입대를 앞둔 아들을 둔 이모씨는 병무청 홈페이지에 ‘군복무 정말 단축되나요. 가능성이 있나요.’라는 글에서 “군복무 단축은 한국땅에서 아들 가지고 있는 모든 엄마들의 염원”이라면서 “설사 선심성 정책이라 하더라도 내 자식을 위한 건데 솔직히 기쁘다.”고 반겼다. 병무청 공보실 관계자는 “아직 복무기간 단축이 확정된 상태가 아닌데 홈페이지와 전화로 질문들이 쏟아져나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전에 복무기간을 줄였을 때도 이미 입대한 병사들에게까지 남은 복무기간에 따라 단계적으로 혜택을 줬다.”면서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복무기간이 2개월 줄었던 2003년 10월의 경우 이미 입대한 이병은 6∼7주, 일병은 5∼6주, 상병은 3∼4주, 병장은 1∼2주가량 단축 혜택을 줬다. ●“설만 믿다 국회통과 안되면 누가 책임지나” 군복무 단축에 대해 입영 대상자들은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선거용’이라는 의견과 함께 실현 여부에 대한 불신도 적지 않다. 대학교 2학년생 김모(20)씨는 “입영 대상자인 친구들이 군복무 단축에 대해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선거용일 뿐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내년 1월 말 논산훈련소에 입영할 예정인 김성수(21·서울시립대 2년)씨는 “한 살만 어리더라도 고민했겠지만 친구들이 제대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더 이상 미루기 힘들어 그대로 입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철마다 나오는 소문 차원 이상의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내년 2월 입대를 앞둔 전석진(20·부산대 1년)씨는 “시급한 민생법안들도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는데 괜히 설만 믿다가 차일피일 미뤄진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겠나.”라면서 “제대한 뒤 복학 날짜를 맞추어 놓은 만큼 계획대로 군대에 가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 비판 성우회 성명에 인터넷 시끌 전직 군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가 이날 노무현 대통령의 ‘군대가서 썩지말고’라는 ‘군 비하’ 발언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내자 이에 대한 찬반 의견도 인터넷 등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을 지지한 네티즌들은 “혈기 왕성할 때 인생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곳에서 2년 동안 썩고 나오는 것 아니냐.”면서 성우회를 비난했다. 반면 다른 네티즌들은 “국가 안보는 한번 잘못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는데 군 통수자로서 경솔한 발언이었다.”면서 성우회의 성명을 지지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SK 임원들 ‘자선 백댄서’ 나선다

    기름 회사 임원진이 ‘백댄서’로 변신한다. 사장은 한술 더 떠 신파극 변사가 된다. SK주유소를 운영하는 SK㈜는 오는 27일 서울 서린동 SK빌딩에서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뮤지컬로 공연한다. 불우이웃도 돕고 직원들도 격려하려는 이색 시도다. 뮤지컬은 신헌철 사장이 직접 각색을 맡았다. 무대는 총 9막. 각 막에는 흘러간 대중가요가 나온다.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백댄서는 다름 아닌 이 회사의 임원들이다. 관람료는 2000원. 그렇다면 신 사장과 임원들은 출연료를 얼마 받았을까. 받기는커녕 출연시켜준 ‘대가’로 1만원을 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마련된 수익금은 회사의 매칭 기금(수익금과 똑같은 금액을 회사에서 부담)을 얹어 연말연시 불우이웃 돕기에 쓰인다. 신 사장은 “올 한해 고생한 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전했다. 신 사장은 지난 14일 기자들과의 송년 만찬에서 “입사 후 줄곧 한우물(영업)만 팠다.”며 자신의 인생을 장돌뱅이 허생원(‘메밀꽃 필 무렵’의 주인공)에 비유하기도 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Seoul in] ‘불효자’등 추억의 악극 감상

    마포구(구청장 신영섭) 유명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가 다음달 1일 마포문화센터 서울 퍼포밍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이날 공연은 (사)한국연극배우협회에서 주관하며, 강태기·유승봉·이한수 등 쟁쟁한 실력파 연기자들이 출연한다. 오랜만에 맛볼 수 있는 신파악극으로 ‘단장의 미아리 고개’ ‘맨발의 청춘’ 등 추억의 명곡 20여곡도 감상할 수 있다. 문화체육과,330-2501.
  • [토요영화]

    ●토니 타키타니(EBS 오후11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을 영화화한 작품. 사랑을 믿지 않던 토니에겐 아내 에이코가 복덩이다. 에이코의 유일한 단점은 옷을 지나치게 많이 산다는 것. 조금 줄여보라는 말을 따르려다 에이코는 그만 교통사고로 죽는다.700벌이 넘는 옷을 처분하기 위해 아내와 똑같은 사이즈의 여자를 찾는다는 신문 광고를 내고, 이를 보고 많은 여자들이 찾아오는데….2005년작,76분. ●비단구두(KBS2 밤12시25분) 흥행 참패 감독 만수. 엎친데 덮친 격으로 조폭에게 협박도 받는다. 영화가 망하니 제작자는 빚에 쪼들리다 도망쳐버렸고, 돈을 못 받게 된 조폭은 만수를 납치한다. 조직의 사무실에 끌려간 만수는 보스에게 황당한 제안을 받는다. 치매에 걸린 실향민이자 아버지인 배 영감을 개마공원에다 데려다 주라는 것. 진짜 북한을 가라는 건 아니고 치매라 정신이 오락가락하니까 세트장 세워 영화찍듯이 해서 적당히 속이라고 한다. 만수로선 황당하지만 그러면 빚을 없애준다 하니 어쩔 수 없다. 조직에서 감시역으로 붙인 행동대장 성철과 함께 영화 제작에 나선 만수. 온갖 준비를 다한 끝에 배 영감을 속여 넘기려는데 잘 될 리 없다. 2000년 ‘미인’ 이후 모습을 감췄던 여균동 감독이 오랜만에 공개한 저예산 영화. 여 감독은 영화진흥위원회·KBS가 지원하는 방송영화제작지원사업에 선정돼 촬영에 들어갔지만, 배급사를 찾지 못해 1년 동안 묵히다 지난 6월 소규모로 개봉했다. 만수라는 영화 캐릭터는 여 감독 본인과 많이 겹친다. 영화로는 개마고원이든 뭐든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고 이를 강요하는 조폭 두목과 벌이는 설전과 배 영감을 속이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각종 촬영 사고 등에서 민수가 내뱉는 대사들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여 감독은 “또 다른 통일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그보다는 배우들의 연기가 더 눈에 들어온다. 특히 배 영감역의 민정기와 성철역의 이성민이 눈길을 끈다. 처음엔 약간 신파조로 흐르던 민정기는 후반부로 들어가자 절제가 몸에 붙으면서 잔잔한 연기를 선보인다. 연극배우 출신인 이성민도 심드렁한 듯 설렁설렁하는 동작과 억세고 짧은 경상도 사투리로 충직하면서 코믹스러운 캐릭터를 잘 살렸다.2005년작,104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건호의 뷰티풀 샷] 조명의 중요성

    [이건호의 뷰티풀 샷] 조명의 중요성

    # 있는 그대로 그들의 삶 가끔씩 잡지사에서 매우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한다.2005년 8월에 여성 트렌드 잡지 W의 주제는 ‘사랑’이었다. 사랑은 평범하고(뭐 나름대로 아픔이 없는 사랑이 어디에 있겠냐만은) 축복받는 떳떳한 사랑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가슴 속의 뜨거운 사랑을 떳떳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절절’한 사랑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바로 ‘게이’의 사랑이다. 조물주가 사람을 만들 때 분명히 다른 ‘성(性)’을 사랑하게 했건만 남몰래 동성을 사랑했던 것. 색안경을 쓰고 보거나 손가락질 할 필요없다. 있는 그대로 그들의 삶과 사랑을 인정해 주면 된다. 게이의 역할을 연기해 줄 수 있는 모델과 게이바. 적절한 신파조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화보를 만들었다. 옷가게에서 일하는 멋진 남자(그 남자)에게 연정을 느끼는 또 다른 남자(그). 그는 삶이 여유롭지만 무료하다. 마침내 그의 일방적인 사랑에 마음이 흔들리는 그 남자. 이후 둘은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하지만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게이 바 댄서로서의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그. 그날도 게이바에서 공연을 마친 후 낯선 남자의 품에 안겨 있는 그의 모습을 우연히 동료들과 바를 찾은 그 남자에게 들키고만다. 결국 크게 싸우게 된 둘은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다독이며 밝은 미래로 발을 내딛는다는 다소 유치한 내용. 금기시된 게이들의 이야기를 잡지로 공개한다는 것은 다분히 망설여지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미 더 이상 숨겨서만은 안 되는 우리의 동료들, 친구들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이슈가 그들에게 작은 위안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진행을 결정했다. 무엇보다도 매우 멋진 몸매와 외모를 갖고 촬영에 기꺼이 모델이 되어준 디자이너P에게 감사 드린다. 풍부한 감정 표현을 보여준 그의 연기와 댄스 실력은 정말 화보의 백미였다. 사진은 화보의 결말인 마지막 사진이었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서 조명은 가로등의 불빛을 그대로 사용했다. 이로 인해 나트륨 가로등의 오렌지빛 톤과 함께 덤으로 약간의 불러(흔들림)를 통한 심리적 표현을 얻을 수 있었다. 역광으로 비추어지는 저 멀리의 불빛은 두 사람의 밝은 미래를 기원하는 상징적인 요소이다. 사진작가
  • 국내소설 4년만에 베스트셀러 1위

    한국 소설이 4년 만에 고토를 회복했다. 주인공은 공지영의 장편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도서출판 푸른숲).‘해리포터’시리즈,‘다빈치코드’,‘모모’,‘마시멜로 이야기’ 등 외국 책에 몇 년째 우리 출판시장을 송두리째 내주며 구겼던 체면을 오랜만에 되찾게 됐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최근 집계한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절대 강자로 군림해온 ‘마시멜로 이야기’를 누르고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것. 한국 소설이 베스트셀러 정상에 오른 것은 2002년 7월 셋째주부터 9월 둘째주까지 1위에 오른 위기철의 ‘아홉살 인생’ 이후 4년 만의 일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1위 등극은 2002년 종합베스트셀러 개념이 도입된 이래 38주간 1위를 차지하며 최장기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마시멜로 이야기’의 독주를 막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세 여자를 살해한 사형수와 세 번 자살을 시도한 대학교수의 사랑을 그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2005년 출판된 이후 한국 소설로서 고군분투하며 꾸준히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려 왔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국내 독서시장을 ‘평정’하게 된 데는 사형수와 여교수의 사랑이라는 사뭇 신파적인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거부감 없이 이야기를 끌어간 공지영의 힘뿐만 아니라 14일 개봉돼 하루 만에 18만명 이상 관객을 모은 영화의 ‘외곽지원’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아베관방, 日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떠오르는 아베시대] (중) 정치적 인맥

    |도쿄 이춘규특파원|아베 신조 일본 관방장관의 인맥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아버지 아베 신타로 전 외상과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 등 집안의 ‘인맥 유산(遺産)’이 한 갈래이고, 본인 스스로 구축한 인맥이 다른 한 줄기이다. 보통 아베 인맥에는 보수강경파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베는 실용주의와 현실주의 노선에 따라 정치계는 물론 재계, 관계, 학계, 문화계와도 광범위한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자민당의 한 관계자는 1일 “아베 인맥에는 진보적 인사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베의 사고가 실용적이고 유연하기 때문에 강경파 일색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폭넓은 전문가 두뇌집단이 치밀하게 아베를 보좌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인맥의 핵심은 집안의 유산이다.7월 북한 미사일 발사 뒤 아베에게 대응 방안을 조언한 외무성 핵심간부는 부친 신타로가 외상(1982∼86)일 때 비서관을 역임한 아베 외교인맥의 중추 인물이다. 아베도 부친이 외상일 때 비서관을 하며 외교·안보 인맥을 구축했다. 최측근 외교 관료인 야치 쇼타로 외무성 사무차관과 사이키 아키타카 주미공사는 대북 문제로 호흡을 맞췄다. 가사이 요시유키 JR도카이 회장은 철저한 개헌론자로 아베의 재계 지원인맥의 핵심인 ‘4계절 모임’을 이끌고 있다. 아베의 숙부 고 니시무라 마사오 전 일본흥업은행장이 “내 조카는 경제를 잘 모르니 잘 부탁한다.”고 해 교류를 시작, 재계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차기 아베 정권의 핵심정책으로 추진 중인 실업자, 사업실패자 등의 ‘재도전 정책’의 시책을 마련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도이 기업활력연구소 이사장 등은 부친 신타로가 옛 통산상 시절(1981년 11월∼82년 11월) 비서관을 했던 인사들이다. 현재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아소 다로 외상도 아베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선대에서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아소 외상의 외할아버지)와 혼맥이 닿는다. 아소 외상은 총재선거에서 패배해도 아베를 도울 당내의 중심 인물로 꼽힌다. 아베는 독자적으로 인맥을 개척하는 데도 남다는 재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가능성이 보이며 사람이 모여들기 훨씬 이전부터 아베는 탁월한 친화력으로 다양한 계층을 만나 두꺼운 두뇌집단을 구축했다. 문화계는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쓰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부인 아키에가 아우르고 있다. 아키에는 아베와 노나카 도모요 산요전기 회장, 대중예술인 등이 속한 ‘말띠(54년생)모임’에 아베의 대리인으로 출석하기도 한다. 라디오 DJ 경력도 있어 방송계와 연결역도 한다. 아베는 귀공자 출신이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바닥부터 시작해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을 중용한다. 이노우에 요시유키(43) 관방장관 정무비서관이 대표적이다. 이노우에는 18세 때 국철 기관사로 입사, 대학의 통신과정을 졸업했으며 국철민영화로 인해 1988년 총리부로 옮긴 뒤 2000년 7월 관방부장관이 된 아베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를 담당하면서 신임을 얻었고 귀국한 납치피해자를 위한 지원법 초안을 만들었다. 이후 관방장관 산하 납치문제·연락조정실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10월 아베가 관방장관으로 취임하자 정무비서관으로 들어왔다. 아베가 총리에 취임하면 파격적으로 젊은 나이에 총리 정무비서관이 될 전망이다. 스가 요시히데(57) 부총무상도 주목받는 인물이다. 동북지방 아키타현 농가 출신인 스가는 66년 취직열차를 타고 상경, 공장에서 일했다. 이후 회사 직원과 통산상 비서를 거쳐 96년 중의원에 당선됐다. 자민당 대북제재시뮬레이션팀장을 맡아 독자제재안을 만들어 아베의 신임을 얻었다. 아베는 흔들림없는 소신파도 신뢰한다. 지난해 우정민영화에 반대, 자민당을 떠났던 가메이 시즈카 국민신당 대표대행, 히라누마 다케오 전 경산상, 후루야 게이지 중의원 의원 등이다. 이들은 내년 참의원선거 때 아베가 고전하면 구원군이 될 공산이 크다. 집권 이데올로기를 제공할 학계 ‘5인 그룹’도 주목받는다. 이토 데쓰오 일본정책연구센터 소장, 시마다 요이치 후쿠이현립대 교수, 나카니시 데루마사 교토대 교수, 야기 히데쓰구 다카사키경제대학 교수, 니시오카 쓰토무 도쿄기독교대 교수 등이다. 야기 교수는 역사왜곡을 주도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회장이며, 이토 소장이 이끄는 일본정책연구센터는 ‘새역모’ 후원기관이다. 니시오카와 시마다 교수는 ‘일본인 납북자 구출 모임’의 간부를 맡고 있는 극우논객이다. 자민당 내에서는 네모토 다쿠미 전 후생성정무차관, 이시하라 노부테루 전 국토교통장관, 시오자키 야스히사 외무부대신 등 50세 안팎의 전후세대들이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아베 장관의 초등학교 시절 2년 동안 가정교사를 했던 히라사와 가쓰에이 의원도 주목받는다. 나카가와 쇼이치(53) 농림수산상도 아베와 코드가 맞는 든든한 후원자다. 경제신문기자 출신인 나카가와 히데나오(62) 자민당 정조회장도 핵심권 인사로 꼽힌다. taein@seoul.co.kr
  • [영화] 성숙한 코믹영화 ‘천하장사 마돈나’

    천하장사와 섹스심벌 마돈나는 무엇을 위해 의기투합할 수 있었을까. 지극히 토속적인 캐릭터와 지극히 세계적인 캐릭터가 제목에서 언어조합한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제작 싸이더스FNH, 반짝반짝·31일 개봉)는 뚜껑을 열어보지 않고서는 도무지 그 ‘진맛’을 상상할 수가 없다. 결론부터 간추리자면 낯설어서 더 역설적인 제목만큼이나 영화는 비상한 뚝심이 돋보인다. 여자가 되고 싶은 가난한 고교생이 끊임없이 성 정체성을 고민하는 이야기라면 영화의 비범함을 감잡을 수 있을까. 상식적이지 않은 주인공 캐릭터가 대단히 일상적인 공간(고등학교)에서 전혀 호들갑스럽지 않게 조근조근 이야기를 엮어나간다. 그 점에서 영화는 과잉유머와 신파에 기댄 ‘그렇고 그런’ 코미디 범주에서 제외되는 특권을 누려도 좋겠다. 몰래 치마를 입어보거나 빨간 립스틱을 발라보는 주인공 동구(류덕환)는 겉보기엔 평범한 고등학교 1학년생. 엄마(이상아)가 가출해버린 집은 아버지(김윤석)의 술주정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산뜻함과는 거리가 먼 수도권 도시(인천)의 변두리 마을이 배경이지만, 영화는 아주 특별한 이야기를 담담한 유머감각으로 풀어가는 재주를 부린다. 일본어 선생님(초난강)을 좋아하면서 여자가 되려는 동구의 마음은 더욱 바빠지고, 성전환 수술비를 마련하겠다는 일념으로 상금이 걸린 교내 씨름부에 들어간다. “무엇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살고 싶을 뿐”이라며 울먹이는 범상찮은 주인공에게 관객이 점차 일체감을 느끼게 되는 건 이 영화만의 특별한 요령이다. 공감하기엔 한계가 많은 주변적 소재임에도, 차분히 이야기를 살붙여가는 성숙한 화법이 코믹영화의 외연을 넓혔다. 주인공에게 있어 ‘여자되기’는 어쩌면 희망이 차단된 답답한 현실의 몸부림일 수도 있다. 현실의 냉대에 자포자기한 아버지의 캐릭터를 통해 노동자와 실업문제 등 묵직한 사회적 함의까지 두루 껴안았다. 기교 부리지 않은 수수한 화면, 심심할 만큼 절제된 음향효과 등이 데뷔감독들(이해영·이해준)의 배짱을 말해주는 듯하다.15세 이상 관람가.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무슨 영화 볼까]

    ●아이스 에이지 2 장르/등급 코믹 애니메이션/전체 감독/배우 카를로스 살다나/레이 로마노·존 레귀자모 줄거리 빙하가 녹기 시작한 시절, 매머드의 눈물겨운(?) 생존기. 20자평 가끔은 형만한 아우도 있다. ●사생결단 장르/등급 누아르/18세 감독/배우 최호/황정민·류승범·김희라·추자현 줄거리 마약상을 잡으려 서로를 이용하는 형사와 양아치의 물고 물리는 접전 20자평 연기·연출·음악 모든 면에서 완벽. 그런데 여성들이 좋아할까? ●맨발의 기봉이 장르/등급 코미디/전체 감독/배우 권수경/신현준·김수미·임하룡·탁재훈 줄거리 8살짜리 지능을 가진 40살 노총각의 마라톤 도전기 20자평 따뜻함에는 성공하지만, 지나치다보니 약간 어설프기도 하다. ●달콤, 살벌한 연인 장르/등급 로맨틱 스릴러/18세 감독/배우 손재곤/박용우·최강희 줄거리 연애숙맥인 남자와 죽여야 사는 여자(?)의 달콤하고도 살벌한 로맨스 20자평 박용우의, 박용우에 의한, 박용우를 위한 영화. ●미션 임파서블3 장르/등급 액션/15세 감독/배우 JJ에이브람스/톰 크루즈·빙 라메스 줄거리 아끼던 후배와 약혼녀를 잇따라 인질로 붙잡힌 톰 크루즈의 맹활약 20자평 한층 화려하고 강력해진 액션은 긴박감을 더한다. ●국경의 남쪽 장르/등급 휴먼멜로/12세 감독/배우 안판석/차승원·조이진·심혜진 줄거리 정혼한 사람을 북에 남겨둔 탈북자의 가슴 아픈 사랑 얘기 20자평 차승원 코믹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도마뱀 장르/등급 멜로/12세 감독/배우 강지은/조승우·강혜정 줄거리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지는 우비소녀를 향한 18년간의 짝사랑기 20자평 역시 연기가 돼야 신파라는 허물도 덮인다.
  • [무슨 영화 볼까]

    [무슨 영화 볼까]

    ■ 아이스 에이지 2 장르/등급 코믹 애니메이션/전체 감독/배우 카를로스 살다나/레이 로마노·존 레귀자모 줄거리 빙하가 녹기 시작한 시절, 매머드의 눈물겨운(?) 생존기. 20자평 가끔은 형만한 아우도 있다. ■ 맨발의 기봉이 장르/등급 코미디/전체 감독/배우 권수경/신현준·김수미·임하룡·탁재훈 줄거리 8살짜리 지능을 가진 40살 노총각의 마라톤 도전기 20자평 따뜻함에는 성공하지만, 지나치다 보니 약간 어설프기도 하다 ■ 달콤, 살벌한 연인 장르/등급 로맨틱 스릴러/18세 감독/배우 손재곤/박용우·최강희 줄거리 연애숙맥인 남자와 죽여야 사는 여자(?)의 달콤하고도 살벌한 로맨스 20자평 박용우의, 박용우에, 박용우를 위한 영화. ■ 식스틴 블럭 장르/등급 스릴러/15세 감독/배우 리처드 도너/브루스 윌리스·모스 데프 줄거리 비리에 연루된 경찰들의 암투 20자평 매번 반복되던 경찰놀이, 그나마 배우들의 연기는 건질 만하다 ■ 사생결단 장르/등급 누아르/18세 감독/배우 최호/황정민·류승범·김희라·추자현 줄거리 마약상을 잡으려 서로를 이용하는 형사와 양아치의 물고 물리는 접전 20자평 연기·연출·음악 모든 면에서 완벽. 그런데 여성들이 좋아할까? ■ 도마뱀 장르/등급 멜로/12세 감독/배우 강지은/조승우·강혜정 줄거리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지는 우비소녀를 향한 18년간의 짝사랑기 20자평 역시 연기가 돼야 신파라는 허물도 덮인다 ■ 인사이드 맨 장르/등급 스릴러/15세 감독/배우 스파이크 리/덴젤 워싱턴·조디 포스터 줄거리 희생자도, 도난물도, 범인도 없는 기묘한 은행강도 얘기 20자평 빈틈없이 꽉 짜인 스토리, 배우들의 연기변신이 즐겁다
  • 20살 성년 두 극단 화려한 봄나들이

    20살 성년 두 극단 화려한 봄나들이

    극단 미추(대표 손진책)와 극단 아리랑(대표 방은미)은 우리 전통연희 양식의 미덕을 누구보다 잘 지켜내고 있는 단체다. 마당놀이(미추)와 마당극(아리랑)이라는 전통 민족극 형식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도 현대극, 뮤지컬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유연함이 돋보인다. 어느 작품이든 사회현실의 문제에 깊은 시선을 두는 점 역시 닮았다. 1986년, 같은 해 태어나 올해 스무살 성년이 된 두 극단이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잇따라 기념공연을 올린다. 미추는 17일부터 26일까지 창작 초연작 ‘주공행장’을, 아리랑은 4월1일부터 16일까지 시대극 ‘격정만리’를 공연한다. ●금주령에 얽힌 풍자와 해학극 극단 미추는 연출가 손진책이 연극 동지이자 인생 반려자인 김성녀와 배우 윤문식, 김종엽, 정태화 등 30여명과 함께 만든 단체다.‘추(醜)를 떠난 미(美)가 없고, 미를 떠난 추가 없다.’는 창단 선언처럼 극단 미추는 지금까지 추한 현실에서 희망을 찾고, 외적인 아름다움의 이면에 감춰진 어둠을 드러내는 무대 작업을 끊임없이 해왔다. 해마다 고전을 재해석해 무대에 올리는 마당놀이 풍자극을 비롯해 뮤지컬 ‘정글이야기’‘최승희’, 현대극 ‘허삼관 매혈기’‘벽속의 요정’ 등 숱한 화제작을 남겼다. 20주년 기념작 ‘주공행장(酒公行狀)’(배삼식 작·손진책 연출)은 조선 영조시대 금주령을 둘러싼 갈등과 해학을 담은 코미디극이다. 여러 번안극에서 원작을 뛰어넘는 탁월한 글솜씨를 뽐내온 극작가 배삼식이 ‘오랑캐여자 옹녀’이후 두번째로 내놓은 창작 희곡으로, 공연 전부터 대학로는 물론 충무로의 관심을 끌고 있다. 무수리 소생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고민하던 왕은 궁중 연회장에서 술에 취한 신하들이 생모 영전에 올리는 제주(祭酒)를 거론하며 불만을 쏟아내자 금주령을 내린다. 주인공 주호는 애주가인 아버지가 금주령의 폐단을 상소하다 매를 맞고 죽자 왕에게 술을 권하기 위해 자신의 일생을 건 도전을 감행한다. 연극은 왕의 권위에 맞서 기행을 벌인 한 소년의 행적과 그에 대한 기록을 옛 가전체 소설을 빌려 코믹하게 풀어놓는다. 윤문식, 이기봉, 이미숙이 연령대별 주호로 분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극의 묘미를 살린다.1만 5000∼3만원.(02)747-5161. ●격정의 시대를 산 연극인들의 자화상 “우리는 ‘아리랑’이라는 조각배를 바다에 띄운다. 선원 모두가 익사할 때까지 우리의 항해는 계속될 것이다.”1986년 8월22일 신촌의 한 소극장 분장실. 창단 첫 공연을 앞두고 서른 다섯살의 대표 김명곤은 단원들 앞에서 비장하게 말했다. 조각배는 암초와 폭풍우를 헤치며 20년간 항해 중이고, 지난 연말 국립극장장직에서 물러나 현장에 복귀한 초대 선장은 이달 초 문화행정의 수장이 됐다. 연극 ‘격정만리’는 김명곤 문화관광부장관 내정자가 1991년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한 작품으로,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격변의 세월을 살아낸 연극인들의 다양한 삶을 담고 있다. 창극, 신파극, 악극 등 한국 연극사의 면면을 고스란히 드러낸 작품 성격 때문에 초연 당시 이념문제를 둘러싼 논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방은미 대표는 “연극의 사회적 책무와 예술적 완성도를 위해 꾸준히 창작극의 길을 고집해 온 지금까지의 성과를 돌아보고, 앞으로 극단이 지향할 방향을 점검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이번 공연의 의미를 설명했다. 지현준, 이승비, 권태원 등이 출연한다.2만∼5만원.(02)762-919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감초배우들 “왕 이로소이다”

    ‘감초 조역배우의 첫 주연 영화’로 분류해서는 안될 것 같다. 김수로의 ‘흡혈형사 나도열’, 최성국과 신이의 ‘구세주’처럼 말이다. 바로 성지루·명계남 주연의 ‘손님은 왕이다’를 두고 하는 얘기다. ‘손님은 왕이다’(23일 개봉)는 외려 좁은 공간을 배경으로 인간 군상의 내밀한 속내를 다뤘다는 점에서 정통 드라마에 가깝다. 영화라기보다 연극에 가깝게 연출된 화면이 단적인 예다.‘손님은 왕이다’는 3대째 이어온다는 조그만 동네 이발소 ‘명이발소’가 주무대다. 이 이발소, 범상치 않다. 이발사 가운에 맞춘 듯 시리도록 차가운 하얀색을 바탕으로 하되 흑백 타일이 교차된 바닥 위로는 가끔씩 선홍색 핏빛이 어린다. 조명과 함께라면 영락없는 누아르다. 여기에다 스토리에 따라 번갈아 흐르는 탱고와 클래식도 분위기를 돋군다. 그러니 ‘손님은 왕이다’에서는 배우들에게 덧씌워진 감초배우, 코믹배우의 이미지를 찾을 수 없다. 성지루·명계남·성현아·이선균 같은 배우들은 쓸데없이 나대기보다 표정 하나, 대사 하나 자근자근 밟아나가며 그동안 쌓은 연기내공을 선보인다. 그럼 감초배우는? 영화 ‘목포는 항구다’에서 “쉭쉭∼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녀.”란 대사를 유행시킨 배우 박철민이 다 떠안았다. 배우가 가진 기존의 코믹 캐릭터에 기대고 있는 ‘흡혈형사 나도열’과 ‘구세주’와는 전혀 다른 영화다. 그래서 멋진, 웃긴, 폼나는 영화보다 영화적인 그림이나 인간심리를 음미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모처럼만의, 뜻하지 않은 수라상이 될 듯 하다. 영화 전문지 ‘씨네21’ 기자 출신인 조종국 대표의 조우필름이 제작했고, 요즘 영화판에서 드물게 니시무라 교타로의 추리소설 ‘친절한 협박자’을 각색해 영화사를 찾아다닌 오기현 감독이기에 가능했는지 모른다. 다만 명계남에 대한 오기현 감독의 호감이 영화 후반부에 넘친다는 점은 걸림돌. 명계남은 자신의 정치적 활동으로 인한 ‘비호감’을 걱정했지만, 이런 ‘외풍’보다 정작 ‘내풍’이 더 걸린다. 캐릭터 김양길에 실존인물 명계남이 많이 녹아있다 보니 놀라운 막판 뒤집기에서는 신파 냄새가 나고, 그러다보니 찔끔찔끔 단서를 던져주며 퍼렇게 날 서 있던 스릴러의 긴장감이 맥없이 풀려버리는 느낌이다. 영화는 안창진(성지루)의 명이발소에 김양길(명계남)이 불쑥 나타나면서 시작한다. 김양길은 안창진의 가장 더러운 행동-원조교제 사실을 알고 있다며 1주일에 몇번씩 찾아와 돈을 빼앗아간다. 소심한 안창진은 반항도 제대로 못해보고 사채빚까지 얻는데, 김양길이 아내 전연옥(성현아)에게까지 손을 뻗치자 그만 폭발한다. 해결사 이장길(이선균)을 고용해 김양길의 정체를 캐기 시작하는 것. 그래서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사건의 실체는? 끈적하게 얽혀 있는 이들 네사람의 각기 다른 목적과 욕망이다.18세 관람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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