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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 대통령 “상대 헤아리는 지혜 필요” 北 우회적 비판

    문 대통령 “상대 헤아리는 지혜 필요” 北 우회적 비판

    “조심스레 한걸음씩 나가는 노력 필요”“남북미 대화, 천금같은 기회…살려야”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근 북한의 대남 막말과 미사일 도발, 남북 정세와 관련해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 다루듯 조심스레 한 걸음씩 나아가는 신중함이 필요하다”며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역지사지하는 지혜와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에 도움이 되는 일은 더해가고 방해가 되는 일은 줄여가는 상호 간의 노력까지 함께해야 대화의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남북 정세를 악화시키고 있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자제를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을 ‘우려스러운 행동’으로 규정하며 “불만스러운 점이 있어도 대화의 판을 깨거나 장벽을 쳐 대화를 어렵게 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불만이 있다면 대화의 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미 간 대화가 시작됐고 진도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지금 대화 국면은 그냥 온 게 아니며 언제 터질지 알 수 없을 만큼 고조됐던 긴장에 대한 우려와 때맞춰 열리게 된 평창올림픽의 절묘한 활용, 남북미 지도자의 의지·결단이 더해서 기적처럼 어렵게 만들어낸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기회가 무산되면 언제 다시 이런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며 “그런 만큼 남북미를 비롯한 관련 국가들과 우리는 모두 지금의 이 기회를 천금같이 소중하게 여기고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도 말한 바와 같이 평화경제는 우리 미래의 핵심적 도전이자 기회”라며 “지구상 마지막 남은 냉전체제를 해체하고 평화·번영의 새 질서를 만드는 세계사의 과업이자 한반도의 사활이 걸린 과제이며, 70년 넘는 대결과 불신의 역사를 청산하고 한반도의 운명을 바꾸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남북 간의 의지뿐 아니라 국제적인 협력이 더해져야 하기에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가 평화롭고 강한 나라가 되려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북한으로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끝으로 “정부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중심을 잃지 않고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라며 “한반도가 분쟁의 장소가 아닌 번영의 땅이 되어 우리와 북한은 물론 아시아와 세계 공동번영에 이바지하는 그 날을 향해 담대하게 도전하고 당당하게 헤쳐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美 “한일 갈등, 창의적 해법 찾아야”

    국무부 “두 동맹 대화 촉진 준비돼 있다” 일각 “美, 중간자 입장… 한일 협상 중요” NYT·CNN “한일 갈등 진폭 더 커질 것”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 제외 등 경제 보복에 대한 맞대응으로 한국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자 미국은 12일(현지시간) 한일 양국에 ‘창의적 해법’과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미 언론은 ‘한일 갈등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이날 한국이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에 맞불을 놓은 것에 대해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창의적 해법의 여지를 찾길 권고한다”면서 “미국은 이 사안에 계속 관여할 것이며 우리는 두 동맹 간 대화를 촉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렸을 때와 같은 반응으로, 양국 간 자체적 해결이 최선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는 악화일로를 걷는 한일 갈등 책임이 두 나라 모두에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양자관계가 악화하면 각각 대가를 치른다. 그리고 각자가 (양자관계) 개선 책임을 안고 있다”면서 “갈등이 한일 관계의 경제적·안보적 측면을 훼손하지 않도록 막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국은 한일 양국의 과거사 문제가 얽힌 이번 갈등에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기보다 중간자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양국이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 미 주요 언론은 한국이 일본에 맞대응하기 위해 백색국가에서 일본을 제외하기로 한 소식을 전하며 ‘한일 갈등의 진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NYT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일 양국이 잘 지내라고 촉구했음에도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한일 양국이 곧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새로운 증거”라고 분석했다. CNN은 “한국도 일본을 신뢰할 수 있는 무역상대국 명단에서 삭제했다”면서 “이미 대형 정보기술(IT) 업체들의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시키고 있는 이웃(일본)과 분쟁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해 한국 대법원이 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징용된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보상하라고 일본 기업들에 명령한 이후 수십년간 지속한 한일 간 긴장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며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셀라피, 배우 정유미의 당당한 매력과 피부 비결 담은 첫 화보 공개

    셀라피, 배우 정유미의 당당한 매력과 피부 비결 담은 첫 화보 공개

    지엠홀딩스의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셀라피’가 코스모폴리탄 7월호를 통해 브랜드 뮤즈인 배우 정유미와 함께한 화보를 공개해 화제다. 이는 셀라피가 브랜드 모델로서 정유미를 발탁한 이후 촬영한 첫 번째 화보로서, 배우 정유미가 자신의 이미지에 리얼 더마 셀라피의 브랜드 진정성을 투영해 표현한 화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정유미는 많은 작품을 통해 내면의 당당함과 근본부터 탄탄하게 다져진 연기력으로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로, 최근에는 ‘윤식당’, ‘부산행’ 등의 작품에서 활약한 바 있으며, 올 하반기 ‘82년생 김지영’을 통해 그녀의 새로운 면을 보여줄 예정이다. 강단 있고 러블리한 이미지의 배우 정유미가 선택한 셀라피는 올바른 성분을 고집하고, 피부의 근본적인 관리에 집중하는 ‘리얼 더마 화장품’을 선보이고 있는 브랜드다. 화보 촬영 현장에서 ‘윰블리’ 정유미는 맑은 에너지와 특유의 당당한 아우라를 발산하며 촬영장의 분위기를 주도했다. 특히 맑고 깨끗한 피부를 자랑하는 정유미가 특유의 올곧은 아름다움을 뽐냄과 동시에, 인터뷰를 통해 직접 피부 관리에 대한 견해를 진솔하게 전달하며 촬영장의 모든 스텝들까지 정유미에게 매료되었다는 후문이다.정유미는 인터뷰에서 스페셜한 케어보다 데일리 스킨케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스케줄에 지친 피부를 회복하고 수분을 채워줄 수 있는 스킨케어 제품 선택에 신중함을 기하고 있다면서, 저자극 성분과 미니멀 스킨케어 아이템을 주로 탐색한다고 밝혔다. 셀라피 브랜드전략 담당자는 “진정성 있는 배우 정유미와 함께 촬영한 첫 화보가 공개되었다”면서, “이번 화보를 통해 정유미만의 외유내강 이미지를 대중들께 보여줌과 동시에 좋은 성분만을 고집해 온 ‘Real Derma 셀라피’의 가치를 고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셀라피와 정유미의 코스모폴리탄 7월호 화보를 통해 소개된 제품은 셀라피가 출시한 ‘에이리페어 라이트 3종’이다. 셀라피의 시그니처 장벽 크림인 에이리페어 크림에 만족도가 높은 소비자들로부터 전달된 여름에 가볍게 사용하기 좋은 데일리 크림에 대한 니즈를 파악, 이를 반영해 탄생한 제품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조계종 패싱/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조계종 패싱/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절집에 가면 ‘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문구를 자주 만나게 된다. 절절한 사연이 담긴 고사이지만 대체로 ‘발밑을 잘 살피라’는 경구로 통한다. 법당이나 선방 앞에 널려 있는 신발과 포개지지 않게 내 신발부터 잘 정리하라는 당부 말이다. 출가자들도 속인들과 마찬가지로 나름의 질서와 현실의 직시가 중요함을 보여 주는 경구가 아닐까. 그래서 세상 사람들도 나부터 신중히 처신하자는 마음 다잡이의 경구로 이 말을 자주 쓴다. 한국 불교 맏형 격인 조계종이 정부를 향해 연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불교문화유산 정책이 잘못됐다며 ‘심하게’ 분통을 터뜨린다. 문화재위원 스님 축소에 볼멘소리를 내더니 며칠 전엔 문화재 관람료 논란을 해결하라는 폭탄선언을 내놓았다. 문화재위원의 경우 분과별로 1명씩 위촉했던 문화재위원 스님 8명을 갑자기 5명으로 줄인 데 대한 불만이다. 조계종 측에서 추천하면 위촉할 준비가 돼 있다는 문화재청의 해명에도 원성이 가라앉지 않는다. 문화재 관람료 사태에 대한 반발은 더 강도가 높다. 국립공원에 편입된 사찰 소유 부지에 대한 보상을 하라는 요구다. 정부가 보상을 거부하면 국립공원 지정 해제를 포함한 헌법소원까지 불사하겠단다. 최근 연발한 조계종의 불만은 불교계의 지분과 권리의 박탈에 대한 항의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불교와 관련된 우리 문화유산은 상당하다. 국가 지정 국보·보물의 60% 이상이 불교문화재인 상황에서 불교계의 문화유산 관리·보존 노력과 공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정부가 불교계를 폄훼하고 무시하려 든다는 반발인 것이다. 이른바 ‘불교계 패싱’이다. 따져 보면 새 정부 들어 ‘불교계 패싱’에 대한 불만은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주요 참모진과 내각의 천주교 인사 편중이며 자연공원법 개정안 입법예고 과정의 조계종 배제, 남북 회담 당시 천주교 인사들만 북측 인사 접촉…. 지난 25일 시작된 조계종 중앙종회 임시회도 그 연장선에 있다. 종회 개회 전부터 종단에선 ‘불교계 패싱’을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실제로 첫날 회의에선 대정부 성토가 이어졌다. “불교문화재와 불교문화유산이 일반 사회에서조차 문화재 주요 정책에서 배제되고 소외되고 있다는 불편함이 점점 커져 가고 있음을 직시해야”, “불교계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향후 제대로 된 불교문화 정책이 수립, 집행되는지 분명하게 지켜볼 것”…. 불교계의 불만과 성토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합리적인 항변과 권리 주장이어야 한다. 점차 줄어드는 불교 신자와 출가자 수는 불교계의 위기로까지 여겨지는 추세다. 그 축소의 원인으로 일탈과 본분 망각을 꼽는 이들이 많다. 조계종 안팎의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이다. 문화재 관람료와 관련한 종단 부지 보상 요구에도 비판이 쏟아졌다. 불교·시민사회 단체들은 오히려 조계종단을 향해 사과할 것을 주문했다. ‘줄탁동기’(?啄同機).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선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선종의 공안이다. 일반의 보편 인식과 발밑을 조심스레 살피는 종교의 신중함이 어울릴 때 권리 주장과 요구도 힘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kimus@seoul.co.kr
  • 한때 최고였던 소더비, 프랑스 거부에게 인수

    1744년 창업... 업계 최초 글로벌 기업으로크리스티에 역전... 1997년엔 비리 수사 받아연매출 64억불... 패트릭 드라히 37억불에 인수 한 때 예술품 경매 시장의 패권을 쥐었던 소더비 경매가 경쟁자인 크리스티 경매에 빼앗긴 최고 자리를 되찾지 못한 채, 프랑스 거부에게 넘어가게 됐다. AFP 통신은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재계 거물인 패트릭 드라히가 37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소더비 경매의 영욕을 돌아봤다. 소더비는 1744년 영국 기업가 사무엘 베이커가 설립했다. 19세기말 다른 분야로 확장하기 전까지 베이커는 책 판매에 집중했다. 소더비가 급성장하게 된 건 1917년 런던 스트랜드에서 메이페어로 이전하면서부터다. 당시 스트랜드는 출판 거점이었고, 메이페어는 예술의 중심지였다. 이전 이후 소더비의 성장은 가속화됐고, 미국으로 뻗어나가 1955년엔 뉴욕지점을 열었다. 1964년엔 미국 대표 경매장인 파케 베르넷을 매수하며 뉴욕 상류 사회에 진출했다. 1952년부터 22년간 소더비를 이끌었던 피터 윌슨은 경매를 중요한 사교행사로 변모시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영화배우와 팝스타들을 끌어들이며 경매장을 영국풍의 신중함과 결별시켰다. 특히 1958년 런던에서는 골드슈미트 컬렉션 판매가 있었는데, 여기엔 영화배우 커크 더글라스, 앤서니 퀸과 작가 윌리엄 서머셋 모옴 등 유명인이 참석했다. 소더비는 경매장 최초로 글로벌 기업이 됐으며, 1973년 홍콩, 1988년엔 러시아, 1992년엔 인도에서도 판매를 진행했다. 1977년엔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됐으며, 1983년엔 미국 사업가 알프레드 타우브먼에게 인수됐다. 폴란드계 유대인 사업가 타우브먼은 자신의 부를 축적한 쇼핑몰 사업 경험을 살려 크리스티의 위협에 맞서 고군분투했다. 그 덕에 소더비는 때로 크리스티보다 앞서나가긴 했지만, 1990년대까지 크리스티가 줄곧 이 시장 1위를 차지했다. 특히 1997년엔 소더비가 크리스티와 결탁해 고객 수백만명을 속였다는 사실을 당국이 밝혀내 큰 위기를 겪었다. 타우브먼은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있는 여성이었던 다이애나 브룩스도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크리스티는 2010년대 들어서도 살바토르 문디, 록펠러 컬렉션을 판매하는 등 뛰어난 마케팅과 홍보로 소더비를 앞섰다. 주요 수집가들과 컬렉션 판매를 유치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이 시장에서 크리스티가 1위를 차지하는 건 일상이 됐다. 지난해엔 매출 70억 달러를 기록하며 64억 달러에 그친 소더비를 따돌렸고 전년도에도 11억 달러의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바람이 분다’ 감우성X김하늘, 시청자 울린 열연 “독보적 감성”

    ‘바람이 분다’ 감우성X김하늘, 시청자 울린 열연 “독보적 감성”

    ‘바람이 분다’ 감우성과 김하늘의 열연이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JTBC 월화드라마 ‘바람이 분다’(연출 정정화·김보경, 극본 황주하, 제작 드라마하우스·소금빛미디어) 측은 14일, 세밀하게 감정선을 쌓아가며 시청자들의 감성을 두드린 감우성과 김하늘의 비하인드 컷을 공개했다. 이혼 후 5년이 지난 도훈(감우성 분)과 수진(김하늘 분)의 달라진 일상과 함께 ‘바람이 분다’는 전환점을 맞았다. 알츠하이머를 숨기고 모든 짐을 혼자 감당하기로 결심한 도훈은 모진 말로 수진을 떠나보냈다. 변해버린 남편의 진실을 알지 못한 채 이별을 선택한 수진. 도훈과의 위태로운 하룻밤으로 그토록 원하던 아이를 갖게 된 수진은 홀로 아이를 낳아 키우기로 결심했다. 서로 사랑하지만 엇갈린 진심은 도훈과 수진의 길을 갈랐다. 5년 후 수진은 딸 아람을 키우며 일상의 행복을 되찾았다. 시간 앞에 무력한 도훈은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알츠하이머가 진행된 상태였지만, 수진과 아람만은 잊지 않았다. 두 사람의 행복을 멀리서 지켜만 보며 “선을 넘으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자신을 다그쳤지만, 기억을 놓치는 증세가 찾아올 때면 절절한 그리움은 본능적으로 수진과 아람을 향했다. 결국 아람의 유치원 입학식을 찾아간 도훈. 수진과 아람을 알아보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도훈이 초콜릿 공방에서 운명적으로 아람을 만났다. 5년을 아껴온 인사를 건네는 엔딩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도훈과 수진의 일상에 다시 찾아들기 시작한 바람이 깊은 감성을 불러오고 있다. 애써 이별했지만 필연적으로 다시 만난 도훈과 수진, 그리고 아람이 이어나갈 인연은 애틋함을 더했다. 여기에는 도훈과 수진의 감정선을 설득력 있게 쌓아온 감우성과 김하늘의 열연이 있었다. 수진을 떠날 수밖에 없었지만, 기억을 잃어가는 순간에도 수진에 대한 사랑만은 선명해지는 도훈의 순애보는 바라보기만 해도 먹먹하다. 세밀한 연기로 알츠하이머 환자의 현실을 리얼하게 그려내는 것은 물론 도훈이 감내해야 했던 시간의 무게까지 전달하는 감우성의 연기는 언제 어디서 터질 줄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도훈의 일상에 매복해 눈물샘을 자극한다. 이유도 모르고 멀어지는 도훈에게 상처받은 수진이 이혼을 선택하고 아람을 홀로 키워가는 모습도 공감을 얻었다. 김하늘은 끝까지 도훈과의 관계를 개선해보려던 수진의 고군분투부터 아이라는 마지막 끈까지 끊어져버린 수진의 절절한 눈물까지 폭넓게 구현하며 호평을 이끌었다. 독보적 감성 시너지 뒤에는 배우들의 열정이 있었다. 도훈과 수진의 엇갈리는 감정을 절묘하게 표현해야 하는 만큼 매 씬 치열하게 대화를 나누고 감정선을 고민했다. 리허설 중에도 도훈과 수진에 몰입한 두 사람의 눈빛에서 진지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런 감우성과 김하늘도 아이 앞에서는 미소가 만발한다. 그리움 끝에 마주하게 된 도훈과 아람의 6회 엔딩은 눈물샘을 자극한 명장면. 아람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감우성의 눈빛에서도 신중함이 엿보인다. 아람의 손을 맞잡은 김하늘의 얼굴에도 활짝 피어난 미소가 떠날 줄 모른다. 이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따뜻하고 애틋한 ‘바람이 분다’만의 감성 멜로가 만들어지고 있다. ‘바람이 분다’ 제작진은 “도훈과 수진의 이야기가 전환점을 맞았다. 감우성과 김하늘의 감정선도 짙어지며 극에 한층 더 빠져드게 될 것”이라며 “애써 이별했지만 필연적으로 다시 만난 도훈과 수진, 그리고 아람이 이어나갈 인연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봐 달라”고 밝혔다. 한편 ‘바람이 분다’ 7회는 오는 17일 월요일 밤 9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실탄 사격장, 총알 피하는 교관의 ‘목숨건 훈련법’

    실탄 사격장, 총알 피하는 교관의 ‘목숨건 훈련법’

    실탄 사격장에서 자신의 목숨을 내놓은 채, 경찰관들의 실탄 사격을 훈련시키는 한 교관의 ‘몸짓‘이 화제다. 지난 25일 영국 외신 데일리메일이 다소 충격적으로 보이는, ‘목숨 건 실탄 사격 훈련법’을 전했다.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든 상황이 벌어진 곳은 브라질 남부 파라나에 있는 상급경찰학교 사격장 안. 훈련 방법은 간단하다. 사격 라인에 서 있는 강력계 경찰관들은 교관의 사격발사 명령과 동시에 사격을 시작하면 된다. 하지만 매우 중요한 단 하나의 규칙이 있다.  사격 도중 자신들 앞쪽으로 교관이 지나가면 발사를 멈추고 대기하다 교관이 다시 지나가면 발사를 이어나가는 것이다. 비교적 간단한 훈련처럼 보이지만 자칫 실수 하나에 교관의 목숨이 날아갈 수 있다. 때문에 총을 쏘는 사람과 교관 모두 극도의 신중함과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사격라인에 있는 경찰관들이 자신 앞에 있는 교관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교관은 자신이 원하는 데로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할 수 있고, 순간적으로 동작을 멈췄다가 어느 방향으로든 다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50초 영상은 경찰관 중 한 명이 자신의 총기에 문제점을 발견하고 사격라인에 무릎을 꿇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루이즈 모라 경찰교육대 소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상 속 훈련모습은 정식적인 교육 과정의 일부가 아니다”라며 “충분히 숙련되고 수 년 동안 현장에서 일해 온 경찰관들에게만 한정적으로 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관에 대해서도 “브라질 뿐만 아니라 해외 여러 곳에서 무수히 많은 작전 수행을 성공적으로 해 온 베테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이 훈련은 극심한 압박 속에서 경찰관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확인하는 데 매우 중요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경찰학교 한 관계자는 “보통 사격 훈련에는 실탄과 공포탄이 함께 사용되고 있지만 동영상 속 훈련 상황에서 실탄이 사용됐는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공 안전 전문가인 페르난도 벨로소는 “실탄 사격 훈련의 첫 번째 기본 규칙 중 하나는 ‘사격수와 목표물 사이엔 그 누구도 들어가선 안 된다’라는 것”이라며 훈련을 하는 사람과 훈련을 받는 사람 모두의 안전이 가장 중요함을 지적했다. 경찰학교 관계자는 이 훈련법이 논란이 되자 “교관의 훈련 행위는 현재 내사 중에 있으며, 교관이 문책을 받고 훈련이 일시적으로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뭐라해도 이 훈련법, ‘사람잡는 훈련‘임엔 두말할 필요 없는 듯 하다.사진 영상=Daily Mail 유튜브  박홍규 기자 gophk@seoul.co.kr
  • [1000자 인터뷰 1] 우정엽 “한미정상회담 선물 그런 것 없다, ‘정신 승리’일 뿐”

    [1000자 인터뷰 1] 우정엽 “한미정상회담 선물 그런 것 없다, ‘정신 승리’일 뿐”

    한반도가 엄중한 시기에 들어가고 있다. 대북 제재는 추가 조치 없이 현상을 유지하고 교착 국면의 비핵화 협상에 당장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올해 하반기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지 못하면 한반도는 어쩌면 2년 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최악의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서울신문 평화연구소는 여러 전문가들에게 분석과 전망을 들어보는 ‘1000자 인터뷰’ 시리즈를 시작한다. 첫 회로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과 통화했다.-15일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평가한다면. →우리 정부가 어려운 입장이라 문 대통령도 원칙적인 얘기 밖에 하지 못했을 것이다. -북한에 메시지를 준 게 있다고 보는지. →그동안 전하지 못했던 메시지가 전해지진 않았을 것이다. 합리적 추론을 한다면 하노이 전후로 의미있는 대화를 계속 원했을 것인데 북한이 긍정적인 답을 안 돌려줬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두르지 않겠다. 필요도 없다” 발언은. →미국은 하노이에서 북한에 대한 요구 사항을 구체적으로 애기한 상태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전제 아래 3차회담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김정은의 협상 자세가 하노이 회담 때와 달라지지 않았다고 판단해 미국은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제재는 효과 있고 시간은 자신들 편이라고 믿고 있다. -트럼프가 한미정상회담 때 공개되지 않은 카드를 줬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이들도 있다. →전혀 가능성 없다고 본다. 미국은 북한이 아니다. 행정 절차를 좇아 움직이는 미국은 대통령이 합의되지 않은 것을 함부로 얘기하지 못한다. 지난번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때도 합의문 수준이 워낙 미약하니까 이면 합의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있었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도 우리 정부는 의제 설정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못했다. 결과물이나 성과를 담보할 수 없어 신중함을 보였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 카드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건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는, 이렇게 말하면 결례가 될지 모르지만 일종의 ‘정신 승리’다. -특사 파견할 시점은 아니라고 보는 데 동의하나. →특사라고 해서 그냥 문 열고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특사는 정보 채널의 대화와 달리 공표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다녀온 뒤에는 뭔가 성과물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을 상황에 우리 정부가 위험성이 큰 도박을 할 리가 없다. 해서 문 대통령도 특사 얘기를 일절 하지 못한 것으로 본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노련한 암로vs노골적 보우소나루… 트럼프를 대하는 중남미 외교 화법

    노련한 암로vs노골적 보우소나루… 트럼프를 대하는 중남미 외교 화법

    美 국경폐쇄 압박에 멕시코 “평온하게” 경제적 타격 등 보복 우려 맞대응 자제 브라질, 예루살렘 무역사무소 설치 발표 백악관에 잘 보이려 ‘親이스라엘 행보’“트럼프가 (공공장소에서 투정을 부리는) ‘버릇없는 아기’처럼 행동하고 있다면 암로는 그(트럼프)가 또 다른 짜증을 내지 않도록 달래는 노련한 부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이은 국경 폐쇄 압박에 일명 ‘좌파 트럼프’로 불리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멕시코 대통령이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일간 가디언은 1일(현지시간) 미국에 맞대응을 자제한 암로 대통령의 노련한 외교를 이같이 평가했다. 좌파 민족주의자로만 알려졌던 암로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면모는 멕시코와 함께 중남미의 양대 경제 대국인 브라질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맹목적 미국 추종 외교와 대비되면서 누가 더 국익에 적합한 인물인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암로 대통령은 이날 “나는 사랑과 평화를 선호한다. 명백하게 우리는 중미 이민자들이 우리나라를 통과하기 때문에 도와야 한다. 다만 소란 없이 신중함과 책임감을 가지고 차분하고 평온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암로 대통령은 대선 기간 미국과 우호 관계를 모색하겠지만, 인종주의적이며 패권주의적인 오만한 태도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에 대해서도 암로 대통령은 “미국이 불법 이민자 유입을 억제하려면 중미 국가에 대한 원조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멕시코의 대외 수출의 약 80%는 미국으로 향하고 양국의 교역 규모가 하루 170억 달러(약 19조 3000억원)에 이르는 경제적 현실을 받아들여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반면 브라질의 ‘우파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미국의 베네수엘라 개입에 적극 동조하는 등 노골적인 친미 일변도 외교를 추구해 국제 관계에서 브라질의 대미 종속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 후 예루살렘에 무역사무소를 설치하겠다고 했고 1일에는 2022년까지 브라질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언해 팔레스타인과 이슬람권의 강한 반발을 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스라엘이 전 세계 ‘스트롱맨’들의 성지가 됐다”면서 “보우소나루는 백악관에 잘보이기 위해 이스라엘을 끌어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보 시절부터 줄곧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브콜을 보냈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두 명의 대통령 사태’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군사 개입을 돕기 위해 자국 영토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초등 1학년 엄마의 불안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초등 1학년 엄마의 불안

    “선생님, 너무 불안해요.” 3년 전 짧게 치료했던 30대 여성이 찾아왔다. 몇 년 동안 잘 지냈는데, 갑자기 불안이 심해진 이유가 궁금했다. 들어 보니 첫아이가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이제 학부모가 된다는 각오를 하고 마음 단단히 먹었다. 살짝 긴장은 됐지만, 그건 누구나 하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교문 앞에서 아이를 기다리며 다른 엄마들과 대화하다가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은 채 아이를 학교에 보낸 것 같아 덜컥 겁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날 아이가 학교에서 받아 온 준비물 리스트를 본 순간 긴장은 불안으로 양질 전환했다. 잠이 안 오고, 입이 타들어 가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 멈춰지지 않아 나를 찾아왔다.그러고 보니 이번 주에만 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내기 시작한 엄마가 세 명쯤은 찾아왔다. 이건 뭐지? 궁금해서 1학년용 준비물 안내문을 구해 보았다. 연필은 2B로 3자루를 매일 깎아 오기, 자는 15~16㎝ 정도, 색연필은 플라스틱 제품으로 해야 함, 종이를 까서 사용하는 색연필은 잘 부러지므로 안 됨, 물티슈는 반드시 플라스틱 뚜껑이 있는 것으로 뚜껑 포함 5~6㎝, 파일 꽂이는 반드시 앞막이를 제거. 실수할 때 갈아입을 여유 옷을 비닐에 넣어서 준비. 한 번 훑어 보기만 해도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다. 아주 구체적이고 세세함은 담임 선생님의 노하우와 자상함일 수 있지만, 무엇 하나 아이 취향에 맞추거나, 집에 있던 물건을 대충 가져가면 안 된다는 의미가 전해졌다. 마치 옴짝달싹할 수 없이 무조건 지켜야 하는 규격화된 시방서 같았다. 얼마 전 갔던 식당이 떠올랐다. 닭 한 마리를 먹으러 갔는데, “칼국수는 처음 시킬 때 한 번만 가능합니다. 신중하게 결정해 주세요”라고 벽에 커다랗게 쓰여 있었다. 그저 칼국수를 시키는 것일 뿐인데, 몇 인분을 시킬지 신중하게 결정하라니. 신중함의 남용이 아닐 수 없었다. 모두 친절로 포장된 공급자 편의를 위한 가이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에서 최근 자주 발견하게 되는 풍경이다. 공급자의 불편함을 줄이려고 만들어진 불필요하고 세세한 법칙이 사람들을 옥죄고, 상황적 유연성과 적당한 여유 공간을 없애고 있다. 구체적이고 확실한 가이드가 있다는 것은 안 해도 될 시행착오를 방지해 준다. 그렇지만 자유도는 낮아지고, 개성과 취향의 존중은 구체성이 증가하는 만큼 반비례해 줄어든다. 연필은 HB나 3B를 가지고 가면 안 되나? 30㎝의 긴 자나 삼각자는 안 되는 것인가? 집에 있던 물건을 가져다 쓰면 안 되는 걸까? 무엇보다 주어진 상황을 통제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1991년 마이클 마못이 영국 공무원 1만 8000명의 스트레스를 연구한 화이트 홀 연구에서 고위 공무원이 하위직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았고, 심장마비 가능성도 4분의1에 불과했다. 이유를 보니 그들은 일은 많았지만, 상황을 통제하고, 결정할 수 있는 데 반해 하위직 공무원은 결정권이 거의 없이 시키는 일만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황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인식, 대수롭지 않은 것도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은 모두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초등학교에 첫아이를 보낸 엄마는 가뜩이나 바짝 긴장하지만 보통 신학기 불안은 한 달 정도면 낯선 긴장이 익숙해지면서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너무나 친절한 준비물 리스트가 안심을 시켜 주기보다 도리어 더 불안하게 만든 원인이 된 것이다.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지나친 친절은 고맙기보다 마음의 부담이 되고, 작은 부담들이 쌓이면 어느 순간 불안으로 쉽게 전환되기 마련이다. 지금 사회에는 이런 유사한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낯선 환경에서 느낄 스트레스를 줄이는 원칙은 자신이 이 상황을 통제하고 결정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아주 중요한 원칙만 정해 주고 나머지는 알아서 할 수 있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은 어떨까. 시행착오도 중요한 학습의 과정이니 말이다. 모든 걸 미리 정해 놓기보다 여유 있게 가능성을 열어 놓고,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이런 상황에서는 모두의 스트레스를 줄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삐끗하면 비핵화 판 엎어진다’ 길어지는 세 정상 이례적 침묵

    ‘삐끗하면 비핵화 판 엎어진다’ 길어지는 세 정상 이례적 침묵

    남·북·미 세 정상이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최근 이례적으로 동시에 침묵을 유지하며 장고에 들어간 모습이다. 그만큼 현재의 국면을 비핵화 협상의 중대기로로 여기고 극도로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어렵게 여기까지 왔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라고 밝힌 이후 2주 동안 관련 공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주 동남아 순방 때도 북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던 문 대통령은 18일 월요일마다 갖던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정례오찬 및 수석·보좌관회의 일정도 생략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내일 국무회의도 있고, 오늘은 순방 이후 업무보고 일정이 빠듯해 총리와 정례오찬을 안 하는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청와대 주변에서는 북미 관계와 관련해 문 대통령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회자됐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미가 2차 회담을 복기하고 새로운 협상안을 준비하는 등 회담 이후 상황을 정리해야 문 대통령이 중재역으로 나설 수 있다”며 “북미가 결렬 책임을 두고 장외 공방을 하는 추이를 살펴보면서 문 대통령도 행보를 정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트위터와 기자 문답 등으로 때론 지나치다 싶을 만큼 빈번히 발언을 내놓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13일 기자들 질문에 “나는 (김 위원장과) 아주 좋은 관계”라고 답한 이후 닷새째 북한 관련 발언을 일절 안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국내 정치 관련 트윗은 40여건 올렸지만, 북한과 관련된 트윗은 하지 않았다. 지난 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핵·미사일 실험 유예(모라토리엄)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번복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신중함은 더욱 깊어지는 눈치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5일 하노이에서 평양으로 귀환하고 닷새 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 유일한 공개 행보다. 김 위원장은 6∼7일 평양에서 열린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경제발전과 인민 생활향상보다 더 절박한 혁명 임무는 없다”고 하는 등 대내 메시지만 내놓았을 뿐 대외 메시지는 내놓지 않고 있다. 북미가 아직 협상의 문은 열고 있기에 세 정상은 실무진의 막후 조율 과정을 보면서 적절한 시기에 등판 시기를 저울질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남·북·미 정상이 직접 등판하면 돌이킬 수 없는 형국으로 흐를 수 있으니 한 단계 숨 고르기를 하면서 관망하겠다는 것”이라며 “일단 대리전을 해서 상대가 얼마큼 결기가 있는지 확인하면서도 극단적 파국은 피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CEO 신화를 만든 부조리의 피라미드

    CEO 신화를 만든 부조리의 피라미드

    CEO사회/피터 볼룸·칼 로즈 지음/장진영 옮김/산지니/304쪽/1만 8000원기업에서 최고경영자(CEO)는 경영 총괄뿐 아니라 구성원 생활 패턴까지 좌우한다. 그 영향력은 한 기업의 영역에 머물지 않은 채 정치에 막강한 실력을 행사하며 영웅 대우까지 받는다. 가치 창출의 혁신가이면서 한편으론 사이코패스와 사악한 기생충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책은 곳곳에 CEO 지상주의가 만연한 CEO사회를 정면 비판한다. ‘CEO는 우리를 구원할 마지막 희망일까’라는 물음을 던진 두 사람은 단호하게 말한다. “CEO사회에 의문을 제기하고 뒤집지 못하면 사회적, 도덕적으로 파탄에 이르게 될 것이다.” 저자들은 왜 지금 세상의 대세인 CEO를 혹독하게 비판할까. 그 답은 CEO의 유래와 폐단에서 찾아진다. CEO사회는 수십 년의 신자유주의적 정치와 경제개혁의 산물이다. 그 사회에서는 경영자주의가 핵심이고 기업의 경영방식은 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에 전달되기 마련이다. 이 대목에서 저자들은 콕 집어 지적한다. “지독하게 개인주의적이고 반민주적인 CEO사회는 수단, 경쟁의식, 효율성을 중시한다.” 이런 사회에서 관용, 정의, 협력, 신중함, 평등의 가치는 무시된다고 강조한다. 저자들은 특히 성공신화니 어쩌니 하며 CEO를 미화하기 일쑤인 풍토를 지적한다. “이런 신기루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무력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무력함을 느끼게 만든 사람들의 노예가 되며 그들 가치의 노예가 된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이 밖에도 상업적 가치가 민주적 가치를 가리는 기업 정치의 부상, CEO의 입맛에 맞게 관대함과 자선의 정의마저도 바꾸는 부조리를 꼼꼼하게 파헤친다. “역사적으로 꼴찌가 되기 위한 경쟁일 뿐.” 이렇게 CEO사회를 정의한 저자들은 경고한다. “경제적 평등, 민주주의, 사회정의, 연민의 소중한 가치가 사라질 수 있다. 여기에는 엄청난 개인적, 집단적 비용이 수반된다. CEO를 현재 위치에서 끌어내릴 방법을 찾아 보다 진보적이고 자유로우며 민주적인 경제와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서울 초선 구청장에게 듣는다] “강동 경제지도 대변화… 이익은 구민들 삶에 고르게 스며들 것”

    [서울 초선 구청장에게 듣는다] “강동 경제지도 대변화… 이익은 구민들 삶에 고르게 스며들 것”

    요즘 서울 강동구에는 변화의 움직임이 가득하다. 아파트 재개발, 대규모 상업·산업단지 신설 등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개발이 진행 중이다. 1979년 개청 이래 가장 극적인 전환점을 선두에서 이끄는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개발 뒤에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취임 100일을 맞아 최근 집무실에서 만난 이 구청장은 “지난 100일이 새로운 강동을 만들기 위한 변화의 시작이었다면 이젠 변화의 완성을 위해 쉼 없이 달려야 할 시간”이라고 눈을 빛냈다. 그러면서 “강동의 경제 지도가 획기적으로 바뀌는 시점이지만 개발을 통한 경제적 성장이 지역 내 불균형을 허물고 구민들의 삶에 고르게 혜택이 스며들 수 있도록 하겠다”며 더 단단해진 각오를 펼쳐놨다. 다음은 일문일답.→초선 구청장으로 취임 100일간은 어땠나. -시의원 8년간 상식과 원칙이 반칙과 편법을 이기는 정치를 배웠다. 구청장으로서도 이런 기조를 이어 가며 새롭고 젊은 강동을 만들기 위해 낡은 관행을 버리고 소통과 배려로 주민에게 다가가며 마음을 담은 행정을 펴려 노력해 왔다. 모든 구정이 주민의 실생활과 깊이 맞닿아 있기 때문에 결정 하나하나마다 신중함과 학습이 필요하다는 각성이 들었다. 한번은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고 한 요양병원의 건축 허가를 내줬다 취소하며 번복하는 실수도 있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내년에는 바쁜 일정이지만 대학원에 진학해 도시계획 분야를 공부하며 주민들의 삶의 질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도시 만들기에 더욱 힘을 모을 계획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결실을 본 사업이 있다면. -교육 보편화를 이루기 위해 첫 시동을 걸었던 중·고교 교복 무상 지원이 실현됐다. 지난 9월 서울시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관련 조례를 제정하면서다. 내년 고교 신입생부터 혜택을 받게 되는데 중학생까지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역 사회의 돌봄 사각지대를 없앨 아동자치센터 꿈미소도 지난달 두 곳이 문을 열었다. 구립 어르신사랑방을 1·3세대가 함께 공유하는 아동자치센터로 리모델링하면서 어르신, 학부모, 아이들 등 모든 세대로부터 호평을 받았다.→공약으로 내걸었던 주요 역점사업의 진척 상황과 기대 효과는. -노동의 가치, 인간의 존엄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거점인 노동권익센터가 내년에 가동될 수 있는 첫걸음을 뗐다. 노동권익센터 운영을 위한 법적 근거인 ‘서울시 강동구 노동권익 보호 및 증진을 위한 조례’가 지난 19일 의회 심의를 통과해 오는 31일 제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위탁 운영하는 서울시센터와 달리 우리 구에서 직영으로 운영할 노동권익센터는 변호사, 노무사 등 전문인력 20여명을 두고 노동과 인권, 일자리 창출까지 다루는 실질적인 기관으로 키워 나갈 생각이다. 고덕상업업무복합단지에는 내년 4월 세계적인 가구업체 이케아가 입주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강동일반산업단지는 내년부터 산업단지 지정, 토지 보상 등의 행정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고덕상업업무복합단지, 강동일반산업단지가 조성되면 300여개 기업이 강동에 입주할 예정으로 20조원의 경제 유발 효과와 11만여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천호대로변 상업지역 개발도 이달 중 종합발전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다양한 개발을 통한 이익은 복지, 보건,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재원으로 활용해 지역, 계층 간 균형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 →지난달 말 국토교통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으로 고덕강일지구에 신혼희망타운 3538가구를 공급할 거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반대 의견을 냈는데 그 이유는. -부동산 시장 안정이나 사회적 약자 배려 차원에서 공공 임대형 주택을 대거 공급하는 정책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행복타운 조성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사전에 장소나 방식 등에 대한 아무 협의 없이 진행된 국토부의 발표는 지역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현재 조성이 완료된 강일 1·2지구는 전체 1만 576가구 가운데 임대 아파트가 7370가구에 이르고 고덕강일지구는 전체 1만 1584가구 가운데 6309가구가 임대 아파트로 조성될 계획이다. 이미 청년과 신혼부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주택이 1만 3000가구 넘게 확보된 셈이다. 이 지역들은 지하철 공사가 계속 지연돼 교통 시설도 열악하고 문화·복지 시설도 턱없이 부족해 지금도 불편이 가중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로 신혼희망타운이 만들어져 공공주택만 특정 지역에 밀집되면 지역의 균형적인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행정력 낭비가 불가피하다. →서울시에 바라는 점은. -재정자립도가 31%로 재정 상황이 열악한 강동구가 제대로 행정력을 발휘하려면 서울시 지원이 절대적이다. 교부 금리를 인상해 자치구 숨통을 트이게 하고 보조금 조례를 개정해 구에서 관리하는 공원 등에도 시비 지원이 가능하게끔 했으면 한다. 예를 들면 한강사업본부에서 관리하는 한강시민공원 강동 구간은 구에서 체육시설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자치구에서 관리하게 넘겨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 서울이 공유도시를 지향하는 만큼 3선을 이어 오신 박원순 서울시장이 구민들이 보편적 복지를 좀더 체감할 수 있게 자치구에 과감하게 투자해 주셨으면 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檢 ‘기소유예’ 무기로 쥐락펴락…구제는 헌재밖에 못 해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檢 ‘기소유예’ 무기로 쥐락펴락…구제는 헌재밖에 못 해

    경미한 범죄 판단 땐 형사재판 면제 선처 검사 재량에 달려… ‘복불복’ 호소하기도 ‘전과’로는 안 남지만 기소유예 기록 남아 징계 넘기거나 혐의 되살려 기소될 수도 반대로 법원서 무죄 다툴 기회도 없는 셈 헌소 통한 기소유예 취소 올해만 16.4%#1. 대중교통이 끊긴 심야에 대리운전 기사들은 셔틀 승합차를 타고 이동한다. 몇천원씩 받고 대리기사들을 손님이 많은 지역으로 데려다주는 셔틀 대신 택시를 타야 한다면, 수지가 맞지 않아 대리운전을 할 수 없다. 그런데 당국 허가 없이 요금을 받고 운송하는 것을 금지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대리 셔틀’은 모두 불법이다. 대리 셔틀 기사들이 경찰에 적발된다면, 모두 벌금형을 피할 수 없는 처지다. 몇 년 동안 대리운전 셔틀 기사로 일한 A씨도 여러 차례 수사기관에 적발됐다. 어떨 때는 벌금형, 벌금형이 누적될 때에는 집행유예형을 받았고 또 어떨 때에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A씨는 “기소유예를 맞았다 또 걸리니까 벌금형을 받은 적도 있고, 벌금형을 받은 지 얼마 안 돼 또 걸리니까 기소유예로 봐 준 적도 있고, 요금 받은 물증이 없을 때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도 했다”고 했다. A씨는 법원이 아니라 검찰이 자신의 처벌 여부를 정한다고 믿는다. #2. 길에서 카드나 휴대전화를 주워 사용하면,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처벌된다. 특히 교통카드는 지하철 개찰구나 버스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로 사용자 식별이 비교적 손쉽기 때문에 적발이 용이하다. 무심코 잔액이 남았는지를 확인하려고 찍어 본 경우더라도 이뤄지는 벌금형 약식명령을 피하려면 원래 교통카드 주인과 합의를 봐야 한다. 수백만원에 이르는 합의금 때문에, 혹은 자신을 도둑 취급하는데 감정이 상해서 합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벌금형 전과를 감수해야 한다. 범죄 혐의에 대한 검찰 판단보다 합의했는지가 기소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로, 결국 형사사건 해결을 당사자가 직접 하는 꼴이 된다. ●검사 성향 조율 장치는 조직 내 결재권 유일 기소유예 제도는 검찰이 피의자에게 행하는 선처 행위다. 말 그대로 죄가 있지만 경미하다고 검찰이 판단하면 검사 직권과 재량으로 피의자에게 형사재판을 면제해 주는 제도다. 기소할지, 기소유예할지는 전적으로 검찰 재량에 달렸다. 검사 성향에 따른 편차를 조율할 장치는 검찰 내 결재권이 거의 유일하다. 이에 따라 합의, 재범 여부, 피해 정도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참작해 기소유예 결정을 내린다는 검찰 입장과 다르게 피의자들은 검사의 기소유예 결정이 복불복 식으로 이뤄진다는 느낌을 호소하기도 한다. 기소유예 처분을 받으면 전과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기소유예 처분 경력은 남기 때문에 이민을 가 외국 국적을 취득하려고 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교사처럼 기소유예 처분만으로 징계에 회부될 수 있는 직군도 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 연루돼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유우성씨에 대해 검찰이 몇 년 전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던 대북송금 혐의를 되살려 유씨 혐의에 추가한 전례도 있다. 한 번 재판이 끝난 사건은 다시 재판할 수 없는 일사부재리 원칙이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검찰 뜻대로 기소유예 사건을 되살린 경우였다. 역으로 사건 당사자 간 합의나 조율이 없을 때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 꺼리는 경우 검찰이 기소유예를 선택할 여지도 있다. 합의를 거부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억울할 경우라도 검찰이 기소유예로 선처해 준 혐의는 재판에 회부되지 않기 때문에 피의자가 법원에서 무죄를 다툴 방법은 없다. 대신 헌법재판소에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게 기소유예 처분을 받을 만큼 피의자에게 죄가 있었는지 다툴 유일한 방법이다.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헌재엔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헌법소원이 청구됐다. 미제 사건 197건을 더해 쌓여 있는 371건 중 183건을 같은 기간 처리한 헌재는 30건의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 취소 결정을 내렸다. 처리한 사건 중 16.4%의 검찰 기소유예 처분이 취소된 셈이다. ●“검찰 무혐의 가리는 데 더 신중 기해야” 조기현 중앙헌법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반복되는 범법행위에 대해 약식기소와 기소유예가 번갈아 이뤄지면 피의자들 입장에서는 의아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죄명과 범죄액이 같더라도 구체적인 사건 내용이 다르면 기소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검찰이 신중하게 무혐의를 가리기보다 조금이라도 죄가 있을 정황이 보일 때 기소유예를 남발한다면 피의자들은 헌법소원 등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검사들이 무혐의를 가리는 데 신중함을 발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문 대통령 A4 읽기’ 비판 칼럼에 청와대 정면 반박

    ‘문 대통령 A4 읽기’ 비판 칼럼에 청와대 정면 반박

    청와대는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A4 용지에 메시지를 적어와 읽는 것은 외교적으로 결례’라는 내용의 언론 비판에 “메모지를 들고 와 이야기하는 것은 외교적 관례”라고 반박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제가 길지 않지만 넉 달여간 많은 정상회담과 그에 준하는 고위급 인사들과의 회담에 들어갔는데 거의 모든 정상이 메모지를 들고 와서 그것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의 경우가 절대 특별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메모지를 들고 와 이야기하는 것은 ‘당신과 대화하기 위해 내가 이만큼 준비를 철저히 했다’는 성의 표시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정상 간 한 마디 한 마디는 범인(凡人)의 말과는 달리 국가의 정책과 노선을 결정짓는 말”이라며 “제가 본 좁은 범위에서 모든 정상이 그 말에 신중함을 더하기 위해 노트를 들고 와 그것을 중심으로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지도자의 권위, 자질에 대한 신뢰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칼럼 속 표현에 대해서도 “한반도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촉즉발 전쟁 위기에 처했는데 그 상황을 남북·북미정상회담으로 이끈 게 문 대통령”이라며 “(칼럼이) 문제 삼는 그 권위와 자질로 여기까지 왔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상 간 짧은 모두발언까지 외우지 못하거나 소화해 발언하지 못하는 건 문제다’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이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했다는 점을 상기시켜드린다”며 이 역시 잘못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검찰 수사에 협조한다는 김 대법원장, 유감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양승태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의 진상 규명 방식에 대해 ‘검찰 수사 협조’를 타협안으로 제시했다. 시민단체 등이 이미 고발한 10여건의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면 협조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어제 대국민 담화문을 내고 “최종 판단을 담당하는 기관의 책임자로서 섣불리 고발이나 수사 의뢰와 같은 조치를 할 수는 없다”면서 “이미 이뤄진 고발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경우 인적·물적 조사 자료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김 대법원장이 사법개혁의 지휘자로서 법원의 적폐를 적극적으로 개선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검찰의 수사에 따라가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의뢰를 주장해 온 우리로서는 유감이 아닐 수 없다. 특별조사단이 지난달 2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3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법원 내부는 검찰 고발을 주장하는 소장 판사들과 내부 해결을 앞세우는 중견·고참 판사들로 쪼개졌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지고, 안으로는 내홍이 깊어지는 위기 상황을 수습하려고 현실적인 타협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법원장의 결정은 지난 11일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형사 조치가 필요하다”면서도 검찰 고발은 반대한다고 결의한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결국 김 대법원장의 담화문은 “법관들이 사법행정권자의 요청에 의하여 재판의 진행과 결론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면서도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 해소도 필요하다”고 발언해 법원의 자기 분열적인 상황을 시인하고 있다. 게다가 대법원장이 공개적으로 “재판 거래를 상상할 수 없다”는 ‘개인적 믿음’을 고백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이 있다는 이유다. 김 대법원장은 쾌도난마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에 지나친 신중함을 보여 주었다. 이 때문에 이번 결정도 고육지책이라기보다 미봉책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썩은 살을 스스로 적기에 도려내지 못한다면 몸 전체를 망치게 된다. 사법부를 불신한다는 국민 여론이 64%인데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수준으로 법원이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렵다. 그나마 다행은 검찰이 사법농단 사건을 적극 수사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검찰은 김 대법원장의 “최종 판단을 담당하는 기관의 책임자로서 고발이나 수사 의뢰와 같은 조치를 할 수는 없다”는 발언을 비판적으로 해석했다. 검찰은 법원의 윤리감사관실 등에서 판사들의 비리를 적발하면 이미 수사를 해 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을 얻고자 권력과 재판 거래를 한 의혹에 대해 대법원장이 고발하면 법원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주장은 논리적이지 않다. 검찰은 법원행정처 소속 판사들과 대법관의 혐의를 수사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고발사건를 처리하는 것이지만,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의 실체를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
  • 프란치스코 교황 “SNS, 침착하고 신중하게 사용해야”

    프란치스코 교황 “SNS, 침착하고 신중하게 사용해야”

    프란치스코 교황이 수녀들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앱을 “침착하고 신중하게”(with sobriety and discretion) 사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로마 가톨릭교회가 15일(현지시간) 밝혔다. ‘기도하는 마음’(Cor Orans·Praying Heart)이라는 제목의 이 문서는 2016년 발행된 수도원 생활 규율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 규율은 침묵과 묵상의 습관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문서는 SNS를 ‘사회적 의사소통’으로 언급하며 특정 앱을 지목하지 않았지만, 가톨릭신문 ‘더 태블릿’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지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서는 신중함이 SNS의 실제 내용 외에 “정보의 양과 의사소통 형태”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말한다. 스페인 북부 팜플로나에서 매년 열리는 전통 행사인 ‘소몰이 축제’에서 2016년 당시 18세 여성을 성폭행해 기소된 남성 5명에 대해 법원이 지난달 9년형이라는 솜방망이 판결을 내려 논란이 일어났고, 현지 ‘온다리비아 가르멜수녀회’가 SNS에서 피해 여성을 응원하는 내용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수녀회는 페이스북에서 “우리는 저녁에 밖에 나가지 않고, 파티에 가지 않고, 술을 마시지 않고, 순결하겠다는 자유로운 서약을 했다. 같은 이유로 자유롭게 (우리와) 반대의 행동을 하는 모든 여성이 가진 심판, 성폭행, 위협, 살해, 모욕당하지 않을 권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수녀회 게시물이 이번 지시의 계기가 됐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가톨릭교회는 과거에도 수녀들에게 SNS 사용에 관한 지침을 내놨다. 수녀원 생활 최초 규율 ‘그리스도의 신부’(Sponsa Christi)는 1950년 교황 비오 12세가 발행한 것이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6년 거기에 디지털 문화의 결정적인 영향을 추가해 경고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디지털 미디어에 의해 “시간이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수녀들에 당부하고 있다. 로마 교황청 자체는 수시로 트위터를 활용한다. ‘바티칸 뉴스’ 계정은 지금까지 1만 5000회 이상, 교황의 영문 계정은 1500번 이상 게재됐다. 또 교황청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유튜브, 그리고 구글 플러스 계정을 개설하기도 했다. 사진=AP 연합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트럼프식 비핵화” 美 대북 숨고르기

    “트럼프식 비핵화” 美 대북 숨고르기

    트럼프도 “북·미회담 지켜봐야” 靑NSC “북·미 입장 조율할 것” 北리선권 “엄중사태 해결 없인 南과 마주 앉기 쉽지 않을 것”‘북·미 정상회담을 재고할 수 있다’는 북한의 ‘경고’에 미국은 반격하기보다 신중하게 반응했다. 청와대는 17일 북·미 간 ‘역지사지’를 강조하며 다시 한번 중재를 자임했다. 청와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다양한 채널’로 북·미 간 입장을 조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미 채널이 열려 있지만 비핵화 로드맵을 둘러싼 이견이 부각된 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상황 관리’를 떠맡는 양상이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북한이 만나지 않길 원한다면 최대 압박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압박하면서도 ‘선 비핵화, 후 보상’ 원칙의 리비아 모델에 대해 “그것(리비아 모델)이 (백악관 내) 논의의 일부인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는 “정해진 틀이 없다”면서 “이것(비핵화 해법)은 트럼프 대통령의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북·미 회담과 관련)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았고, 통보받은 바도 없다. 우리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윗도 하지 않은 채 이례적인 신중함을 보였다. 북한이 콕 집어 비판했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서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며 ‘원칙’을 고수했지만, 리비아식 해법을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 볼턴 보좌관은 “한국 카운터파트인 문 대통령의 국가안보실장과 막 통화했다”고도 밝혀 한·미 간 긴밀한 조율을 시사했다. 청와대는 전날 “북한의 진의 파악이 먼저”라며 말을 아꼈지만, 이날 NSC 상임위 회의가 끝난 뒤 “북·미 정상회담이 상호존중 정신하에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한·미, 남북 간 여러 채널을 통해 긴밀히 입장을 조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역지사지를 하자는 의미다”면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입장과 태도를 충분히 전달한 다음, 북한에도 미국 입장과 견해를 전달해 접점을 넓혀 나가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북·미 회담 재고 가능성’을 주장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전날 담화가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제외한) 주민들이 접할 수 있는 매체에서는 전혀 보도되지 않은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대외용일 뿐 ‘판’을 깰 의도는 없어 보인다. 그러면서도 남북 고위급회담 북측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문답에서 “북·남 고위급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 앉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이어 갔다. 서울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서울 서유미 기자 seoym97@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사설] 핵 없는 평화공존의 새 한반도 시대 열다

    남북 정상 비핵화에 원칙적 합의해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위한 첫발 떼 북ㆍ미 회담서 완전한 로드맵 만들길 남북이 70년 분단과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평화 공존의 새 시대를 향한 첫발을 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어제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집에서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갖고 완전한 비핵화 원칙에 원론적으로 합의했다. 남북 정상은 또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등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남북 관계 개선 등을 담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서명, 발표했다. 또 오는 8월 광복절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복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남북 정상이 11년 만에 ‘분단의 선’을 넘어 ‘평화의 손’을 잡고 핵 없는 한반도 평화라는 대장정을 함께 시작한 것이다. 북한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남쪽 땅을 밟은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의 통 큰 합의로 지난 25년간 한반도를 짓눌러 온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함께 발표한 ‘판문점 선언’에는 비핵화와 종전선언, 적대행위 금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에 평화수역을 만들어 군사적 충돌방지 등이 담겼다. 또 문 대통령이 올 가을 평양을 방문하고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10·4선언에서 합의한 사업을 적극 추진하며 1차적으로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기로 하는 등 남북 관계 개선과 관련된 다양한 내용들이 포함됐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어제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반갑게 악수를 하며 역사적인 회담을 시작했다. 판문점 북측 판문각에서 200m를 걸어온 김 위원장은 활짝 웃었고 문 대통령의 손을 잡으며 첫 인사를 나눴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오갈 수 있는데 65년간 꽉 막혔던 분단의 아픔과 평화 공존의 필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줘 잊을 수 없는 장면이 됐다. 김 위원장은 한국군 의장대 사열에 이어 회담장인 평화의집으로 옮겨 방명록에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역사의 출발점에서”라고 적은 뒤 문 대통령과의 오전 회담에 돌입했다. 오전 회담은 남쪽에서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북쪽에서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배석한 가운데 100분간 진행됐다. 핵심 의제에 대한 충분한 사전 조율을 마친 상태에서 남북 정상이 담판을 짓는 자리였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오전 회담 마무리 발언을 통해 “아주 좋은 논의가 많이 이뤄져 남북의 국민에게, 전 세계 사람에게 아주 큰 선물이 될 것 같다”며 비핵화 합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오후 회담 전 우리 측에서 남북 정상이 공동선언문을 함께 발표하고,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가 만찬에 참석한다고 밝히면서 오전 회담에서 상당한 성과가 있었음을 일찌감치 예고했다. 두 정상이 첫 만남에서 비핵화 합의를 비롯해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관계 개선에 대해 역사적인 합의를 도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원칙주의자 문 대통령의 북핵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신중함에 30대 김 위원장의 과감함이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밝힌 배경을 놓고 여전히 궁금증이 남아 있지만, 계속 옥죄어 오는 국제 제재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 안보 상황이 남북 정상의 과감한 결단을 이끌어 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비핵화 방향은 미국이 요구하듯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 방식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판문점 선언에는 비핵화 원칙만 밝혔을 뿐 구체적으로 방법과 시기가 빠져 있고, 주체도 모호해 논란의 여지를 남겨놓았다.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종전선언에 합의한 것은 의미가 크다. 정전협정체결 65주년인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을 적극 추진하기로 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또한 남북 정상이 합의 내용을 이행하고 남북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올 가을 문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고 개성에 연락사무소를 두기로 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5월 1일부터 상호 비방 등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하는 한편 각 분야 후속 실무회담으로 회담 결과를 구체화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11년 만에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둔 정부의 협상력과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성과에 들떠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 강조했듯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합의한 내용의 성실한 이행이 중요하다. 첫 번째 단추는 잘 끼웠다. 김 위원장과의 첫 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직접 이끌어 낸 문 대통령은 다음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로드맵에 합의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내야 한다. 북한의 완전화 비핵화는 북·미 회담에서의 담판 결과에 달려 있다. 도보다리에서의 벤치회담 등을 통해 확인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와 구체적 방식 등을 트럼프 대통령과 공유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한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북핵 문제는 북한과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문제다. 더이상 단순 중재자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다. 70년 분단의 역사 현장인 한반도가 핵무장에서 비핵화로, 대결에서 대화로 역사의 큰 흐름이 바뀌고 있다.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한 번의 만남으로 평화가 오지는 않는다. 핵 없는 평화공존의 한반도 시대를 향한 매우 중요한 첫 관문을 통과했을 뿐이다.
  • 진중한 협상가 문재인 vs 대담한 승부사 김정은

    진중한 협상가 문재인 vs 대담한 승부사 김정은

    치밀함과 신중함, 과감한 추진력으로 무장한 ‘협상가’ 문재인 대통령, 빠른 판단력과 ‘통 큰’ 결단력이 돋보이는 ‘승부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비핵화 담판을 짓는다. 강한 개성을 지닌 두 정상이 만들어 낼 논쟁, 설득, 타협의 드라마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문재인은 신중하고 뚝심 강한 황소”문재인 대통령은 돌다리도 두들기고 건널 만큼 신중한 성격이나 한번 결단하면 뚝심 있게 실천하는 ‘황소’ 스타일이다. 지난 10년간 꽁꽁 얼어붙은 남북 사이의 빙벽을 취임 1년도 안 돼 뚫은 것도 이런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독일 쾨르버재단 초청연설에서 ‘베를린 선언’을 발표, 북한에 새 정부의 한반도 평화구상을 보여 줬다. 그해 8월 광복절 경축사와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재차 제안했고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한반도 정세가 전쟁 위기로 치달을 때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 모두 회의(懷疑)할 때 뚝심과 집요함으로 문 대통령은 ‘대립과 갈등’에서 ‘평화와 화해’로 국면을 뒤집는 데 성공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26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공통점이 바로 이 과감함과 실용주의”라며 “양 정상의 집중력과 결단력, 실용주의가 시너지를 낸다면 회담에서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강한 신념, 법조인 출신다운 꼼꼼함과 치밀함도 지녔다. 지난 17일 문 대통령과 남북 정상회담 자문단 차담회에 참석했던 한 전문가는 “문 대통령이 남북 대화가 진전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설명하면서 ‘10년간 이 순간을 상상하며 구상하고 계획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돌발 발언을 하거나 깜짝 제안을 하더라도 순발력 있게 대처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홍 실장은 “리스크를 과감히 돌파하느냐, 특유의 신중함으로 해소하느냐 하는 선택의 문제가 있다”면서 “돌발 국면에서의 대처 방식이 회담 결과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저돌적 멧돼지 스타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34세로 65세인 문 대통령과 31세 차이 나는 ‘아들뻘’이다.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보다도 두 살이 적다. 젊고 외교 경험도 일천하지만, 짧은 후계자 수업 기간에도 관록의 당·정·군 노장들을 휘어잡으며 빠르게 안정적 통치 기반을 구축할 정도로 탁월한 장악력을 보이고 있다.거침없이 호방하게 단번에 결정하는 스타일로,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멧돼지와 같은 저돌적 성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승부사 기질 면에선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비슷한 면이 있지만, 북한 땅에서 평생을 보낸 ‘은둔의 지도자’ 김정일과 달리 청소년 시절 스위스에서 유학해 보다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지녔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북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중국에 보낸 위로전문에서 “속죄한다”는 과감한 표현을 써 놀라게도 했다. 이달 초 극비리에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는 김 위원장을 두고 “똑똑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홍 실장은 “김 위원장이 이번에 경제건설에 집중하는 새로운 전략노선을 채택하기로 한 것은 실용적 차원에서 한 과감한 결정”이라며 “경험은 적지만 집중력이 뛰어나고 실용적인 것을 중시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조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은 전 세계적인 이미지 마케팅을 통해 호탕한 정상국가 지도자 이미지를 만들려 하고 있다”면서 “회담에서도 난관을 만들지 않고 먼저 치고 나가는 이미지를 상당히 강조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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