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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점인물] 권노갑 민주당 선대위 상임고문

    민주당 권노갑(權魯甲)고문이 16대 총선의 실질적인 관리자로 전면에 나서고 있다.중앙선거대책위 상임고문으로 위촉돼 24일부터 당사로 출근한 권고문은 25일 출입기자들과의 상견례도 가졌다.권고문의 정치적 비중을 감안,공천과정과 선거전망 등에 대해 질문이 쏟아졌으나 권고문은 특유의 차분한 화법(話法)으로 받아넘겼다. 그는 신당과 관련,“아직 유동적이어서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신중함을견지했다.총선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면서도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김상현(金相賢)의원의 낙천에 대해서는 “김의원과는 40년 동지”라며거듭 안타까움을 표시했으나 “몇번에 걸친 여론조사로 공천자를 결정했지,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었다”고 분명히 했다.권고문은 이수성(李壽成)전총리에 대한 당권 및 대권후보 제의설에 대해서도 “내가 제일 가까운데 그런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불출마 선언으로 이미 명예회복을 했다”며 인터넷은 물론 사무실로 많은 격려전화가 오고 있다고 소개했다.권고문은 동교동계의 맏형답게 공천에서 지역구를 내준 최재승(崔在昇)·윤철상(尹鐵相)의원의 비례대표 당선안정권 배치도 확약했다. 한종태기자 jthan@
  • 부산 민주계 “인간적 배신감” 토로

    한나라당의 공천 결과가 부산·경남에서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기반 허물기로 나타나자 김전대통령의 상도동계는 낙담을 금치 못했다. 탈락 당사자들은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낀다”면서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고려하는 등 크게 반발했다.그러나 김 전대통령의 심기가 어떤지 아직 확인되지 않자 일단 공식반응에서는 신중함을 보였다. 김 전대통령의 대변인격인 박종웅(朴鍾雄)의원은 “별로 할 말이 없다”며기자들을 피했다.박의원 자신은 부산 사하을에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다. 박의원은 그러나 지방에 머물다가 서울로 급히 올라와 모처에서 옛 민주계인사들과 회동,김전대통령 측근 인사가 공천에서 대거 탈락한데 대한 향후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의원의 한 측근은 “부산에서 민주계는 박의원과 김무성(金武星)의원 밖에 공천을 받지 못했다”면서 “이러한 공천의 저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김 전대통령이 곧 ‘모종의 강력한 대응카드’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공천에서 탈락한 상도동측 인사의 대표격인 신상우(辛相佑)국회부의장은 “각본에 의해 진행된 공천”이라고 반발했다.신부의장 등 대부분 탈락인사들은 “탈당 및 무소속 출마여부를 심사숙고 하겠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한편 김전대통령은 이날 서울 인근으로 등산을 가 한나라당 공천에 대한 김 전대통령의 직접 반응은 즉각 전해지지 않았다.최광숙 bori@
  • [오늘의 눈] ‘유권자 혁명’성공을 위해

    여의도에 소동이 일고 있다.그 소동의 모양도 갈수록 커져만 간다.시민단체의 잇따른 낙천자 명단 발표가 몰고온 결과다. 이에 맞선 정치권의 반발도 거세다.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자세들이다.따지고 보면 불어닥친 폭풍이 그만큼 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런만큼 앞으로 반발 강도는 더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다.자칫 이런 정치적 시비에 휘말리면 시시비비(是是非非)는 기대하기 어렵다.그저 시민운동의 정당성만 훼손당하고 치명상을 입을 뿐이다.당초 정치권 일부에서 경고한‘시민운동 공멸론’의 시나리오 그대로다. 역기능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시민단체의 유권자운동이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했을 때를 걱정하는 얘기다.자칫 지역감정을 더 조장하거나 수구의 집결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민단체의 유권자운동은 이제 대세가 됐다.이제 이 곤곤(滾滾)한 움직임을 부인하거나 그르다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이를 두고 ‘혁명’이라 표현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뒤집어보면 ‘성공이 쉽지 않다’는 말과도 같다.사실상 아래로부터의 혁명이어서 더욱 그렇다.혁명은 반동(反動)을 수반한다.선거까지남은 80여일간 이 반동의 움직임이 거셀 것이라는 전망이다. 열매를 따느냐,못따느냐는 이제 시민단체와 궁극적으로 유권자에게 달렸다. 시민단체는 예상되는 부작용 차단에 주력해야 한다.단체의 난립과 불순세력의 개입을 막는 일이다.반동의 움직임도 감시해야 한다. 앞으로 펼칠 낙선운동에도 시빗거리를 제공해서는 안된다.명분을 잃지 않기위해서는 신중함과 평형감각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시민단체의 뜻이 이전처럼 지역감정에 훼손되어서는 안된다는점이다.지역감정을 순화하는 데도 시민단체가 앞장서야 한다.낙선운동은 적극적 지역감정 해소운동과도 맞물려야 한다. 그간 정치에 막연한 냉소를 보냈거나,뭔가 변화를 바라던 유권자라면 이제야말로 기지개를 켤 때다.특히 정치에 무관심했던 20∼30대의 적극적인 투표참여가 요구된다. 일과성 태풍으로 스러지느냐,혁명으로 승화되느냐.유권자운동은 갈림길에섰다.시민단체와 유권자의 공고한 유대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지운 정치팀기자 jj@
  • [새천년 대중문화 기대주 인터뷰] 김사랑/서수민

    새 즈믄해는 문화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게 많은 이들의 생각이다.이 세기의 대중문화계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도전적인 제목의 데뷔앨범‘나는 18살이다’에서 작사 작곡부터 모든 악기의 연주를 혼자 다해내 화제를 모은 가수 김사랑군과 지난 해 하반기 대단한 화제를 모은 KBS-2TV ‘개그콘서트’의 조연출 서수민PD로부터 희망에 찬 미래의 대중문화판 모습을들어보았다.문화평론가 운운하는 이들을 제쳐두고 이들을 초대한 것은 현재의 문화무대에서 활발히 움직이는 이들의 현장감 넘치는 목소리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차세대 가수 김사랑많은 이들이 김사랑을 차세대 대중가요를 이끌 재목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이는 결코 허튼 소리가 아니다. 그를 만나면 우선 느닷없는 깊은 눈초리에 당황한다.18세의 미소년에게서 느껴질만한 눈빛이 결코 아니다. 내지르기만 할 것 같은,무책임한 신세대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어찌보면 당돌한 것 같고 뿌리를 알 수 없는 건방기도 느껴지지만 대화를 나눌수록 이 미소년이 갖는 자존심의뿌리가 만만찮음을 느끼게 된다. 지난해 11월 첫 앨범을 낸 뒤 일성이 “저란 존재를 알리기 위한 앨범이었기에 제가 가진 것의 30∼40%만을 보여주었을 뿐”이라고 하니 말 다했지 않은가. 새 천년의 대중문화계 판도를 그려보라고 했더니 “더욱 실력있는 뮤지션들이 나와 실력을 겨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내지른다. 테크노다 힙합이다 하는 유행에 쏠리지 않고 제 색깔을 지켜나가는 고집있는 대중음악인들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식의형편없는 비평도 사라졌으면 하는 기대도 털어놓았다. 자신이 지향하는 음악을 하는데 시대와는 무슨 상관이냐는 항변이다. 외국음악과 붙어도 분명히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이 있는데 자꾸 그 역량을 음악외적인 요소가 갉아먹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는 것이다. 99년 대중음악계의 화두로 표절을 언급하자 “창작의 고통을 모르는 이들이별다른 고민없이 재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언더와 오버로 현재의 음악무대를 가르는 태도에 대해서도 불만이다.실력있지만 세상과 타협하기 싫어하는언더 무대 하는 식으로 단정하는 것이 마땅찮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종합하면 한마디로 대중문화를 보는 눈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음악으로 돈 벌려는 음반사 기획사들이 사라지고 음악인을 존중해줄 때비로소 대중음악은 올바로 설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는 앨범을 준비하면서 ‘현재의 가요판을 뒤집어 엎어버리겠다’는 식의결심같은 것은 없었다고 했다.“다른 음악인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저의 음악을 하고 싶을 따름입니다”라고 말하는 성숙함이 그에겐 있다. 단순히 여러 악기를 다루고 작·편곡을 자유자재로 한다고 해서 붙을 자신감은 아니다.“제 음악을 계속 듣고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다른 이의 음악이 끼어들 여지가 없어요.”음악의 길에 들어선 것을 한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고 평생 음악을 하겠다는그의 야무진 말에 든든한 21세기 대중음악이 다가오고 있었다. ◆김사랑은인디문화의 발상지로 일컬어지는 홍익대 앞 라이브 클럽에서 기획사 눈에 띄어 솔로로 데뷔한 그는 짬만 나면 드럼 스틱을 들고 세상을 털어버린다.1981년 생으로 학교를 계속 다녔다면 고교 졸업반.연주활동과 학업을 도저히 병행할 수 없어 부모를 설득해 고1때 학교생활을 접었다. 98년 11월까지 1년 동안 활동한 언더 밴드 ‘청년단체’의 막내이자 음악적리더로,헤비메탈과 랩을 뒤섞은 하드코어 음악을 했다.‘나는 18살이다’는작사 작곡은 물론 편곡 연주 프로듀싱까지 오로지 혼자 해낸 원맨 세션 음반이다.최근에는 모 휴대폰 광고에 모델로 나온다. “음악활동을 하면서 저보다 나이 어린 친구를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말하는 그는 타이틀곡 ‘모조리 다’처럼 이땅의 가요문법을 모조리 바꿀 꿈에 사로잡혀 있는지 모른다. 임병선기자 bsnim@ * ◆K-2TV 서수민PD“20세기는 파편화된 대중문화의 현주소를 목격하는 세기였다.그게 문화의참모습인지 모른다.이제 21세기엔 중심 조류가 사라졌다고 개탄할 것이 아니라 그 흐름을 깊게 의미있게 고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서수민 PD는 우선 90년대 대중문화의 소스가 다양해져 문화 선진국이 갖출수 있는 시스템은 확보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마케팅의 파워가 급신장한 것도 좋은 의미로 해석했다. 대중문화의 근간이 상업성인데 이를 올바르게 견인해낼 힘이 마케팅에 의해확보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 그렇지만 매니지먼트사들의 잘못된 대중문화관에 대한 질타는 놓치지 않는다.돈을 벌기 위해 연예인을 이용하는 장삿속이 사라지지 않는 한 대중문화의발전은 일구기 힘들다는 것이다.“마케팅은 수단인데 이것이 언제부터인가대중문화 내용을 이끌어가기 시작했다”는 개탄. 대중문화 시장을 장악해서 손쉽게 돈벌이를 하려는 매니지먼트는 사라져야한다는 것이다.“TV,자동차야 시장 장악이 가능하겠지만 대중문화 시장의 장악을 꿈꾸고 이를 통해 돈을 쓸어 담겠다는 사고는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해체되고 파편화된 문화 무대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정신’이 흐릿해졌다는 점 역시 그를 옭매인다.비록 90학번이지만 집단적 열정이 사라지고 개인적 관심과 흥미만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 현상에 대해서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사랑이란 주제만 해도 예전에는 집단적열정으로 언급되었으나 최근에 들어 엄청나게 개인적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 현업을 뛰다보니 이름만 바꾼 검열의 정신이 여전히 유효한 점도 많이느낀다.무슨 위원회다 하는 것들이 왜 그렇게 많고 ‘그냥 맡겨놓으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PD들의 창작의욕을 꺾는 규제의 손길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방송 현업 종사자들이 어떤 때는 바보가 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한심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는 그는 이를테면 자신이 소속된 방송국의 연예인 머리 단속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음악 컨텐츠에 대한 규제보다는 눈에 띄는것만 단속하면 그만이라는 보수주의와 편의주의적 사고가 팽배하다. 연예인들에 대해서는 자신을 표현하려는 지상주의에 빠져 있다고 충고한다. 자기관리만 내세워 대중과 가까이 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다는 것이다. 결국 그가 꿈꾸는 대중문화판은 어떤 것일까.‘잘 놀게 만드는 게 최고’이기 때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한번 재미있게 놀게 만드는 것이 대중문화의 역할이란 믿음이다.그래서 그는 ‘개그 콘서트’의내용을 더욱 다양하고 참신하게 이끌어 가기 위해 오늘도 책장을 넘긴다. 이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4개월째인데 벌써 식상하고 힘이 떨어진다는 비평이 나오는 터이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책이 가득 든 가방을 질끈 부여맨다. 그에게 21세기를 이끌어갈 연예인을 꼽으라니까 탤런트 정성화,야다,김성면,박완규,드렁큰 타이거,G.O.D를 들었다. ◆서수민은그에게선 도대체 신중함같은 겉치레가 느껴지지 않는다. 입사 5년이 채 안된,그의 말마따나 햇병아리 PD.‘개그 콘서트’ 조연출이지만 평생 오락프로 PD를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연세대 의상학과를다니며 연극반 활동을 했지만 연기에는 영 소질이 없는 것 같아 기획 등 허드렛일만 열심히 했고 놀기만 좋아했는데 제대로 놀았는지 덜렁 ‘워낙 많이뽑은’ KBS 입사시험에 합격해버렸다. ‘껄껄껄’ 남자 못지 않은 너털웃음도 일품이다. 드라마 PD와 결혼해 성석제의 소설 등 책을 침대 곁에 쌓아놓고 읽고 있으며 올해 아이를 가질 계획을 세웠지만 그에게서 가정의 냄새를 맡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아니다. 임병선기자 bsnim@
  • [김삼웅 칼럼] 정례 여야 총재회담을

    왕대비의 3년상(喪)이냐 1년상이냐,제상 과일 순서가 청동백서(靑東白西)냐 그 반대냐 따위로 피투성이 싸움을 벌인 조선왕조의 정쟁을 두고 일본 관학자 호소이 하지메는 “조선인 혈맥에 특이한 검푸른 피가 섞여 있어서” 당쟁이 여러 대(代)에 걸쳐 계속되고 결코 고칠 수 없다는 ‘체질론’을 폈다. ‘당쟁’이란 용어도 대한제국의 학정참여관을 지낸 시데하라(幣原坦)가 1907년에 처음으로 이 용어를 쓰면서 조선시대를 당쟁사로 규정했다. 이들의 주장대로 우리(민족)는 체질적으로 정쟁이 심한,고칠 수 없는 고질인가.어느 나라든 정쟁은 있기 마련이다.우리보다 심한 나라도 있고 덜한 나라도 있다.그런데도 일인들이 유독 한국인을 당쟁이 심한 민족으로 폄하하면서 체질론을 편 것은 열등민족으로 만들어 저들의 지배를 합리화하려는 음모가 깃들였다. 이같은 사력(史歷)에도 불구하고 요즘 우리 정치판을 보면 정쟁이 심해도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국민은 정치불신이 정치혐오감으로 번지는데 여의도에서는 뜻 있는 소수의 작은 ‘자성(自省)’의 목소리뿐이다.우리정치는 정책대결이나 새 밀레니엄 준비,국민통합 등 본연의 아젠다는 증발한 지 오래이고 폭로와 독설과 변칙과 파행으로 세월을 보낸다.사사건건 대결이고 원색적인 욕설 아니면 상대방 뒤통수 치기다. 지금 국회에는 민생과 직결된 법안,시급한 세법개정안,개혁입법 등 584건이낮잠을 자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의 2001년 시행을 내용으로 하는 소득세법개정안,비위공무원의 관련업체 취업금지를 위한 부패방지 기본법,불고지죄 등을 삭제하는 국가보안법개정안,방송법,통신비밀보호법 등 시급히 고치거나 제정해야 할 법안들이 산적해 있다.사고가 터지고 문제가 일어나면 법률과 제도를 고쳐서라도 시정하고 개선토록 하는 것이 국회의 본분이다.그런데 이런 노력은 하지않고 정치투쟁으로만 소일하니 나라꼴은 엉망이 되고 국회는 존재가치를 잃어가고 있지 않은가. 국정이 표류하고 국회가 지탄의 대상이 되고 정치가 혐오받는 데는 일차적으로 거짓과 폭로와 폭언으로 국회의원의 품위와 기능을 망가뜨린 ‘망둥이’들에게 책임이따르지만 결과적으로는 3당 총재에게 귀책된다.순자(荀子)의 치사(治事)편에 “나라의 치평(治平)은 군자가 낳고 나라의 혼란은 소인이 낳는다”고 했다.비록 소인들이 혼란을 만들었지만 ‘군자’들이 이를 수습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3당 총재는 한 달에 한번 또는 두 달에 한번씩이라도 정례 총재회담을 열어 국정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따질 것은 따지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면서 정치의 패턴을 바꿨으면 한다.여당 총재는 대통령이니까 국정의 1차적 책임이 있고,공동여당 대표도 ‘집권당’의 위치에서 책임이 크지만 야당총재도 ‘원내 제1당’의 책임이 적다고 하기 어렵다.우리는 정당정치를 기본으로 하는 정치체제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원내정당의 책임은 국정에서 면탈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에서 3당 총재는 권위와 당파심과 이해득실을 넘어서 정례 총재회담을 갖고 국사를 사심없이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대통령은 포용력있는 지도자로서 국정의 파트너인 야당 총재에게 필요한 정보와 현안을 알리고 야당 총재는 미래를 내다보는안목으로 국정에 협력과 비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흔히 오늘의 ‘정치부재’의 원인은 여당의 경우 “위만 바라보는 ‘비서정치’적 사고, 1인 중심의 의사결정구조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과 야당의 경우 “집권경험이 있는 정당다운 신중함과 국가이익을 생각하는 긴 안목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한국일보,신효섭 기자) 이제 3당 총재가 정치력을 발휘할 때가 되었다.11월 한달 동안 평균 23%나오른 국제원유값은 올해안에 배럴당 30달러를 넘어설지 모른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2년에 급한 불은 어느정도 껐지만 위기는 도처에 남아있다.빈부격차,실업자,절대빈곤인구,지역갈등,각종 사회병리가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지도자들이 아집과 독선과 파당심리에서 정치개혁과국정협력을 외면한다면 국민의 심판은 매서울 것이다.3당 총재 회담을 정례화하여 얽힌 실타래를 풀고 밝고 희망찬 정치로 21세기를 맞기를 촉구한다. ‘당쟁’이 심한 민족이라는 멸시도 떨쳐버리고. [주필 kimsu@]
  • [발언대] 퇴출금융사 임직원 문책은 ‘관치금융’소지

    최근 예금보험공사는 퇴출·부실 금융기관의 전·현직 임직원에게 예금대지급분에 대한 구상권 행사와 함께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발표했다.공적자금의 일부라도 회수하겠다는 의지로 보이지만 자칫 금융권의 자금흐름을 위축시킬 소지도 다분하다.따라서 과거 부실책임 추궁도 불법행위냐,경영판단의 과오냐는 명백히 구분하는 신중함이 요청된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의 기본업무인 대출이 결과적으로 잘못됐다고 소급하여 처벌하고,경영진의 재산을 압류한다면 그것은 자칫 우리 사회의 금융기능 자체를 마비시킬 우려도 있다.은행의 대출은 일종의 투자이며 따라서위험도 따르게 마련이다.이를 잘못 판단했다고 정부기관이 경영진들의 개인재산을 압류하고 수갑을 채운다면 이는 또다른 관치금융의 시발점이 될 수도있다. 사실 불법행위로 따지자면 정부와 금감위의 지난 2년간의 금융주조조정 과정도 수많은 위법과 탈법,심지어 위헌의 소지를 안고 있다. 그중 한가지 예를 들자면 지난해 5개은행 퇴출시 정부와 금감위가 부실은행을 인수할 은행을자의적으로 지목하여 강제로 인수시킨 것은 위법을 넘어위헌문제까지 제기될 수 있는 것이었다.80년대 미국의 경우를 본 딴 것으로보이나 미국도 인수은행을 강제로 선정하지는 않았다.계약의 자유는 엄연히헌법상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부실의 허물을 왜 모두 금융권으로만 떠넘기느냐는 퇴출은행을 비롯한 금융계의 불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부실대출의 원죄는 권력층과 정치권의 금융기관에 대한 부당한 청탁과 압력에 상당부분 있을진대 금융권 종사자들만 단죄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년간 정부는 시장경제를 외치면서도 실상은 초법적인 관치금융을 해왔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국민앞에 사죄해야 한다. 금융의 도덕적 해이를 극복하는 길은 어디까지나 자율과 책임경영을 통한 내부규율의 확립에 있지 정부의 간섭에 있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배현준[서울 서초구 서초동]
  • [기고] 의보통합추진 신중하게

    의료보험은 질병으로 인한 경제적 위험으로부터 모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보장제도다.누구나 능력에 따라 보험료를 부담하고 필요에 따라 의료를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그러나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은 그렇지 못한것이 사실이다. 이에 여권은 의료보험 통합을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채택해 2002년까지완전통합을 추진하고 있다.지난해 10월에는 지역의료보험을 통합했고,의료보험의 완전통합을 위해 제정한 국민건강보험법이 2000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그런데 미처 시행해 보지도 않은 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은 여권 스스로가 의료보험 통합의 문제점을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무엇보다도 지역가입자의 소득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현실에서 소득 이외에 재산이나 자동차에도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그럼에도 소득단일기준의 보험료 부과를 여권이 고집했던 것은 ‘능력에 따른 부담’이란 통합의 명분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직장 근로자들이 공무원과 교직원에 비해 평균 근로소득이 낮음에도 이들의 통합으로 보험료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이 또한 ‘능력에 따른 보험료 부담’이라는 통합 명분과 분명히배치된다.이 때문에 직장 근로자들의 통합반대를 집단이기주의 발로라고만매도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여권도 2002년까지 지역,직장 및 공무원-교직원을 구분,3개 보험재정을 운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국민건강보험법은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 의료보험은 엄청난 혼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따라서 여권은의료보험 통합을 성급하게 추진했던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차제에 다음 사항들을 철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첫째,2년 이내에 지역가입자의 소득을 60∼80%까지 파악할 자신이 있는가이다.자신이 없다면 재정통합을 미뤄야 한다.그렇지 않고 2002년 통합을 강행할 경우 소득이 완전히 노출되는 근로자의 보험료 부담은 상대적으로 커질수밖에 없어 ‘능력에 따른 부담’이라는 통합의 명분과 어긋날 것이다. 둘째로 여권의 방침대로 법이 개정돼 통합을 추진함에 있어 직장 근로자들이 불만을 제어할 자신이 있는가다.원래 직장근로자와 공무원 및 교직원에대해 총보수 기준으로 동일 요율의 보험료를 부과하기로 했던 것을 2년 미루는 것도 이들의 불만을 감안한 소산일 것이다.또한 여권이 신당 결성과 내년 총선을 겨냥해 조직통합을 정략적으로 6개월 연기하려는 것을 보면 통합명분의 포기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끝으로 지역의료보험 통합이 1년을 넘어서고 있으나 재정이 극히 불안정한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전국적으로 일시에 시행해야 하는 보험료 인상이 쉽지 않을 뿐더러 징수율 저하에 따른 현상이라는 분석이다.게다가 통합조직 구성원들이 가입자 편의보다는 자신들의 권익 때문에 올 여름 57일간 파업해관리운영의 난맥상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조직통합에 앞서 이런 현상들이 일과성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것인지를 먼저 평가하는 신중함을 여권에 기대하는 것마저 반개혁적이라 매도할 수는 없을것이다. 간절히 바라는 것은 ‘빨리빨리 그리고 대충대충’ 통합을 강행함으로써 파행적 운영에 봉착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 것이 여권의 지혜다. 김병익 성균관대교수·의료관리학
  • [각료 에세이] 이상용 노동부 장관/ 인재를 아껴야 한다

    고서에 이르기를 “천시(天時)는 지리(地利)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人和)만못하다”고 했다.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나 역시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 ‘일은 곧사람’이라는 생각을 절감해 왔다. 흔히 사람을 키우는 일은 나무를 심어 가꾸는 일에 비유된다.연약한 묘목을심어 쓸만한 재목으로 키우기까지 숱한 세월 동안을 병마와 풍파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것처럼 사람 또한 그러하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재목이라 하더라도 홀륭한 목수를 만나지 못한다면고목으로 시들어 갈 수밖에 없다.훌륭한 목수와 만났을 때 재목은 비로소 동량의 몫을 하게 마련인 것이다. 그렇다면 새 천년의 동량으로 잘 자란 재목인 공무원을 어떻게 하면 더 잘가꿔 나갈 수 있을까. 눈 앞에 진행되고 있는 21세기 무한경쟁 시대에 지식 근로자가 중요성을 갖는 것처럼 공직사회에서도 지식 공무원을 육성하고 가꾸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는 내일을 예측하기 어려운,변화무쌍한 시대를 살고 있다.이러한 환경에서 내일을 예측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정책입안관료는 여러 상황을 고려하는 신중함을 잃지 말아야 하지만 지나친 신중함은 오히려 과감한정책의 발굴·시행을 어렵게 만들 수 있음도 유의해야 한다. 이와 관련,책임에 따른 문책의 원칙과 방법이 중요하다.책임이 있을 때는과감한 처리가 일벌백계의 성과를 가져옴은 물론이다.매사를 감싸고 보호하는 일로 일관한다면 조직의 생명인 기강은 죽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사람을 다스림에 있어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침은 없다.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발생한 불상사에 대한 원칙 없고 합리성을 결여한 문책은 묘목을 강하게 만들기보다 잘라버리거나 더 이상 성장을 멈추게 만드는 독약이될 수 있다. 더구나 한 사람의 일꾼을 키우고 또 그가 하는 일의 기회비용을 계산한다면그 사람을 문책하고 다치게 하는 일에서는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돌이켜 회고해 보면 문책보다는 과감한 용서와 격려를 통해 새 힘을 얻어더욱 중요한 자리에서 나라 일에 봉사하는 일꾼들을 수없이 보아왔다.공직사회도 창조적인 인재의 사고 흐름이 우대받게 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유연하고 과단성 있는 평가가 필요할 것이다. 이상용 노동부 장관
  • 정부 2차개방 의미

    10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일본 대중문화 2차개방은 ‘자신감있는’ 추가방침이자 ‘신중한’ 후속조치라 할 수 있다.1차개방 후 1년도 안된 추가개방 시점은 1차개방 결과에 대한 자신감이 읽히는 대목이지만 실제 조치 내용에서는 과단성보다 당국의 신중함이 느껴진다. 지난해 10월20일 사상 처음으로 일본 대중문화에 문을 연 정부는 ‘단계적’ 개방 원칙을 분명히 했었다.영화,비디오,만화,애니메이션,대중가요 공연,음반,게임,방송 등으로 대별되는 대중문화 중 만화와 함께 국내 관심도및 시장 규모 면에서 파급효과가 큰 영화를 앞세웠으나 실제폭은 4대 국제영화제수상작 등으로 아주 제한적이었다.이에 따라 ‘하나비’ 등 세 편의 영화가국내 상영됐지만 오락성 부족으로 관객동원이 5만∼9만명에 그쳤다. 이에 자신감을 가진 당국은 개방의 상징인 영화에 대한 끈을 더 풀면서,시장규모가 작은 대중가요 공연을 신규로 추가했다.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이 인정하는 70여개 전 국제영화제 수상작,그리고 이런 수상작이 아니더라도국내 영상물등급심의위로부터 ‘전체관람가’ 판정을 받게되는 작품으로 허용영화를 확대했다.이들 국제대회에서 수상한 일본영화는 110여편으로 집계되며 연간 250편 정도 제작되는 일본 영화중 48%가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일반’ 판정을 받아 수입 대상에 포함된다.국내 영화계는 새 기준에 의한일본영화의 국내 점유율이 10%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대중가요에 대해 국내 업계는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이번에 허용된 부문은 국내시장 규모가 연 70억원 미만인 실제 공연에 한정된다.‘2,000석 이하 규모’란 제한에 따라 세종문화회관,예술의전당,국립중앙극장 등 세곳을 제외한 국내 전 실내공연장에서 공연할 수 있으나 수입 및 파급효과가더 큰 공연실황 방송 및 음반제작은 허용되지 않았다. 일본이 노리는 연 4,000억원 규모의 국내 음반시장은 이번 추가조치에서 제외됐으며 비디오도 1차 때와 같이 국내상영 일본영화에 제한토록 계속 묶어놓았다.파급효과가 엄청날 성인용 에로물이나 애니메이션 부문의 비디오에대한 봉쇄를 유지한 것이다.관람객 제한 영화,이런 유의 비디오,애니메이션및 방송 등 메가톤급 개방대기 부문들을 주목할 때,정부가 언제까지 신중한개방태도를 국민들에게 과시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김재영기자 kjykjy@
  • 孫炳斗 전경련부회장 인터뷰

    손병두(孫炳斗) 전경련 부회장은 요즘 마음이 몹시 편치 않다. 재벌개혁이 강도를 더해가는데다 회장사(社)인 대우그룹이 사실상 해체에들어갔기 때문이다.대우 해체로 김우중(金宇中) 전경련회장의 후임도 물색해야 한다.부회장 취임 이후 이렇게 어려운 적이 없었다. 손부회장은 “정부가 재벌개혁을 한다는 데 노(No)할 수 없는 노릇 아니냐”며 불편한 심경을 피력했다.그러면서도 “이기호(李起浩) 경제수석과는 협조가 잘 되는 편이며,정부와 재계가 갈등관계로 가서는 안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출자총액 제한규정의 부활은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자총액 제한규정은 지난해 정부가 풀었던 사안입니다.규정 해제뒤 적대적 인수·합병(M&A)이 한 건도 없었다고 해서 부활하는 것은 문제입니다.‘경찰이 집 앞에 서 있었지만 도둑이 안 들어 철수한다’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손부회장은 “재벌들이 교묘하게 출자총액을 늘린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구조조정과정에서 유상증자하고,자본이동을 하다 보니 출자총액이 늘어난것”이라며 “부활할 경우 지주회사 설립요건 완화 등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강조했다. 재벌개혁 방향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아무리 재벌 해체가 아니라고 말하지만,대우그룹을 보십시오.정부 뿐아니라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발언이 재계를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사공이 많고 훈수꾼도 많습니다.정부는 훈수꾼의 목소리가 정부방침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들의 직책이나,재벌개혁을 외치며 ‘인적청산’ 운운하는 그들의 발언 등으로 미뤄 사견으로 치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요즘 재계에서는 새로운 비용이 하나 더 생겼다고 전했다.정책 진의를 파악하기 위한 일종의 ‘정보비’라고 했다. “언론에 흘러나오는 내용이 대통령의 뜻인지,진의를 파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대우의 몰락과정을 보면 정책당국자들의 발언이 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습니다.‘구조조정이 대우 주도냐,채권단 주도냐’로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대우는 멍들었습니다.모 장관은 아예 D그룹이 문제라고 했습니다.그 순간 그 기업은 죽었습니다.구조조정을 하되 비용을 줄여야합니다.피를 적게 흘리고 환자가 빨리 회복되도록 수술하는 의사가 명의(名醫)입니다” 그는 “그린스펀의 한 마디가 세계 금융시장을 움직인다”며 정책담당자들에게 신중함을 촉구했다. 권혁찬기자 khc@
  • 재키, 케네디 암살직후 호소편지 보내

    지난 63년 존 F.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암살된 직후 미망인 재클린 케네디여사가 당시 니키타 흐루시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게 ‘제발 싸움을 그만두고 양국이 평화롭게 지내자’는 요지로 호소 편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러시아가 미국에 건넨 케네디 암살관련 비밀문건에서확인됐다고 미 CNN방송이 4일 보도했다. 문건에 따르면 재클린 여사는 자필로 쓴 이 서한에서 “두 나라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냉전상황이지만 후르시초프 서기장이 계속해서 자제력과 신중함을 발휘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재클린 여사의 편지 외에도 당시 KGB의 활동과 소련 외교정책 등을 담은 이비밀문건들은 이번 주중 국립기록보관소에서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이들중 한 비밀문건에 따르면 재클린여사는 백악관에서 열린 남편의 추모식에 참석한 2명의 소련관리들에게 다가가 남편의 평화에 대한 염원을 되풀이강조하며 두나라가 평화롭게 지내야한다는 당부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문건들은 지난 63년 11월 발생한 케네디 암살사건의의혹을 밝히는데는 별로 도움은 안됐지만 당시 팽배했던 ‘소련연루설’을 재클린 여사와 소련 지도부도 알고 있었음을 시사해 주목을 끌고있다. 케네디 암살에 관해 책을 쓴 메릴랜드 대학 역사학과 존 뉴먼 교수는 “재클린 여사가 암살사건으로 더욱 악화될뻔한 소련과의 관계를 순조롭게 풀고자 애쓴 노력은 매우 흥미있다”며 “그녀 역시 암살사건과 관련,소련연루설을 알고 있었을 것이기에 그녀의 행동은 여러 해석을 낳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경옥기자 ok@
  • [오늘의 눈] 美의 北미사일 대책 고민

    한국에서 청소년 수련장 화재사건으로 꽃같은 어린이 23명이 숨졌다는 소식이 미언론 국제면 톱뉴스를 장식한 1일에도 북한 관련 뉴스는 어느 매체든역시 주요뉴스 가운데 하나로 자리하고 있었다. 이날은 특히 미 국무부의 한 고위관리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행한 배경설명과 국무부의 정례브리핑 내용에 모두 북한의 미사일 실험 재개에 따른 의제가 포함돼 있기에 더욱 그랬다. 이 고위관리는 김 대통령 방미시 클린턴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주요의제에 북한미사일문제가 포함될 것이라고 지적했고 또 제임스 폴리 대변인은 “북한미사일위협에 따른 한국측의 우려와 억지노력의 정당성을 인정,오랫동안 한국의 단거리 미사일 개발을 위한 기술지원을 해왔다”고 밝혔다. 미 대외정책 수행에 있어 핵심인물인 두사람의 언급은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한결같이 미사일 실험재개에 대하는 단호하고 강경한 태도로 인해 내셔널프레스 센터와 국무부를 오가며 자리를 꽉 메웠던 내외신 기자들 역시 뉴스전달에 더많은 비중을 실으려는듯 보였다. 그러나 단호한 태도를 보이던 이 고위관리는 “또다른 미사일 실험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심각하다는 단어의 의미설명에 한동안 시간을 할애하는 신중함을 보였다.그는 심각하다는 단어는 serious(심각한,중요한)이지 dire(끔찍한,극심한)가 아니라고 뜻풀이를 해가며 언어해석상 착오를 막으려 애쓴 것이다. 간단한 두 단어의 부연은 상당한 의미차이가 놓여있었다.차이 중 한가지는‘심각한 결과’란 뜻이 분명 보복성 침략이나 파괴력을 동반한 물리적 대응이 아니라는 부연설명이었다. 폴리 대변인 역시 “한국의 방위 및 억지노력은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 테두리 내에서 이뤄지기 바란다”고 지적,군사력 사용에 도덕성과 명분을 중시하는 미국의 고민을 내비쳤다.단호함 사이에 엿보인 이들의 고민은 수십년간 럭비공같이 튀는 북한을 대해온 경험에 비춰 미국의 단호한 자세를 자칫 도발로 억지해석하지 않을까하는 또다른 우려 때문이며 그만큼 북한은 다루기어려운 존재임을 다시한번 확인해준 것이다. 최철호 워싱턴 특파원hay@
  • [오늘의 눈] 열흘간의 장애인 체험

    얼마 전에 기자협회가 주최하는 언론사 대항 축구대회에 참가했다.평소에운동을 게을리하다 갑자기 무리한 탓인지 경기가 끝나자 무릎에 통증이 왔다.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보니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다.그렇지만 걸음걸이가 자유롭지 못해 열흘 넘게 절룩거리고,때로는 지팡이에도 의지하는 신세가 됐다. 바로 그 열흘 남짓 멀쩡했던 세상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세종로종합청사 옆 10차선 도로의 횡단보도.녹색 신호가 들어온 지 10초 만에깜박이기 시작한다.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절반도 지나지 못했는데….광화문의 좌석버스 정류장.20미터 앞에 집으로 가는 버스가 도착했다.열심히 걸었지만 버스는 소걸음을 기다려주지 않고 떠나 버렸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은 문자 그대로 고역(苦疫)이었다.손잡이라도 있으면좀 낫지만,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지하도 계단을 내려가는 도중 ‘바쁜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몇번씩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날마다 함께 식사를 하러 다니는 동료들의 발걸음조차 왜 그렇게 빠르게 느껴지는지. 너무도 숨가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평생 느껴보지 못한 당혹감이 찾아왔다.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생각하는 방식에 변화가 왔다. 올해초 서울시내 보도의 중간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노란색 블록이 깔리기시작할 때 “예산에 비해 실질적인 효과가 있나”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반포 고속버스터미널 앞 지하도에 지체장애인을 위한 자동 승강기가 설치된 것을 보고 “하루에 몇 명이나 탄다고.움직이기나 할까”하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이제는 적어도 그런 속좁은 생각은 하지 않는다.장애인이 되어보지 않고는그들의 불편한 몸과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노란 보도블록이 가로판매점에 막히고,자동승강기가 작동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장애인들은 누군가 최소한의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에도 감사하는지 모른다. 이제 무릎 통증이 가셔 걷는 데는 지장이 없고,며칠 지나면 예전처럼 뛰어다닐 수도 있을 것 같다.그러나 이제부터는 나보다 빠르지 못한 사람을 배려하는 여유와 신중함을 발걸음에 실어보고 싶다. dawn@
  • [외국의 공무원들은] 일본/정부·민간 가교 제3섹터 활용

    일본에서 어항어촌정비사업을 연수하면서 이른바 ‘제3 섹터’라는 미묘한체제를 보게 되었다.그것은 정부와 민간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하는 공익법인들로 전국에 2만6,000여개나 구성돼 있다. 이 법인의 성격은 사업형과 연구형,재원조성형 등 여러가지가 있다.사업형은 대개 지방자치단체가 감독한다.지방특성을 살린 특산품,관광명소,지역문화를 개발,소득향상과 지역축제를 주도한다.지역사회와 지역경제에 풍요로움과 부드러움을 창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관심을 끈 것은 연구형 법인들이다.이들은 정부와 민간 모두와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이들은 과거 일본이 과도한 무역흑자로 구미로부터 강력한 개방압력을 받았던 시대의 산물이다.구미제국의 선진기술 및 기법을 연구하고,최신정보를 수집하는 ‘싱크 탱크’역할을 하는 한편 국민들의 바람을 반영한 세부시책을 개발하여 정부에 전달한다.정부와 민간을 부드럽게 소통시키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법인들이 수행하는 중요한역할 가운데 하나는 공무원들에게 전문지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이곳 연구소에서 직접 연구원을 관리하고,연구에 동참하는 부장들은 현역 공무원이다.그들은 이곳에서 3년 정도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의뢰한 어항어촌정비계획을 수립하고,현장을 쫓아다니며전문지식을 습득한다.또 어항어촌정비사업의 총수라 할 수 있는 어항부장,어항협회장도 이 곳의 자료실을 활용한다. 부장과 연구원의 관계는 상하가 아닌 수평관계다.연구원들도 유수한 민간기업체나,학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3년 정도의 계약으로 연구소에서 근무한다. 부장은 수산청을 수시로 찾아 정부의 뜻을 파악하고,연구원들은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의 뜻을 바탕으로 진지한 토론을 거쳐 결론을 도출한다.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해 중앙과 지방자치단체가 조화를 강조하고,공익법인들이 민간과 정부사이에서 완충역할을 하고 있음으로써 일본사회는 안정되고부드럽게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 살다보면 공직자들의 신중함이 조금은 지나치지 않나 하는 의아심도 드는 때가 있다.그러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이 일본의 정치문화이고,또 그렇게 사회적 시스템이 형성된 때문인지 고민이 많아야 해결책도 나온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추교필 해양부 서기관 도쿄 어촌기술연 파견
  • [대한매일을 읽고]’과거사 매듭’ 없인 5共인사 복귀 안돼

    20일자 대한매일 4면을 보며 깜짝 놀랐다.혹시 잘 못 본 것이 아닌가 착각까지 들었다.5공인물들이 정치권에 복귀라니.아직 과거사에 대해서 완전한해답도 없이 다시 그들이 정치권에 복귀한다는 것은 정치에 대한 모독이며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하고 싶다.물론 그들이 전부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진정 자신들이 국민을 위해서 한 일을 생각한다면 복귀 움직임은안될 말이다.그리고 여당이 아무리 지역적인 한계가 있다고 하지만 5공 인사들과의 연대는 결코 안된다.최소한 풀리지 않은 과거사에 대한 완전한 해결없이 이들이 다시 등장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8면의 ‘현대 부채비율 감축거부’를 보면서 대기업은 정부보다도 높은 곳에 있는 집단이란 생각이 들었다.그런데 이 기사 다음 9면의 기사를 보면 정주영 명예회장에 대해서 ‘왕회장’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어 이상한 기분이들었다.왜 대한매일이 정부의 부채비율을 감축하라는 금융감독위원회의 결정을 거부하는 집단에게 그리고 그 집단의 총수에게 ‘왕’이란 표현을 써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언론에서 일반적으로 정명예회장을 왕회장이라고 부르는 것은 알고 있다.하지만 일반인에게는 그는 단지 그룹의 총수일뿐이지 결코 왕은 아니다. 앞으로 이러한 용어의 재고가 필요하고 신중함이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이승경[학생·전남대 정치학과]
  • 현대 금강산사업 투명해야(사설)

    현대그룹 鄭周永 명예회장이 27일 2차분 소 501마리와 함께 판문점을 통해 북한을 방문한다.이번 鄭회장의 방북목적은 금강산 관광사업 협상을 최종 마무리짓고,금강산 개발을 비롯한 대북 투자사업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 金正日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성사 여부에도 각별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金위원장과의 면담이 이뤄질 경우 현재까지 알려진 북한·현대간의 금강산사업에 관한 문제들이 최종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11월 중순 유람선 첫 출항과 사업의 지속성에 대한 약속을 받아내는 한편 현대가 내·외자를 유치,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금강산 종합개발 문제등에 대한 북한측의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鄭회장의 이번 2차 방북은 현대가 추진중인 금강산사업 내용들을 총체적으로 마무리한다는 측면에서 귀추가 주목된다.그러나 鄭회장의 방북결과와 관계없이 앞으로 금강산사업은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추진돼야 한다. 현대의 금강산사업은 분단 이후 민간 차원에서 추진되는 최초·최대의 통일관련사업인 만큼 국민적지지와 정부의 지원 아래 떳떳하게 추진해야 한다.그리고 대북협상의 특수성을 감안해서 신중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돌발변수가 생길지 모르는 것이 남북관계인 만큼 신중을 기해야하는 것은 현대가 이미 경험한 교훈이다. 9월25일 첫 출항일자를 발표한 이후 현대가 겪은 고통과 비난이 바로 그것이다. 현대는 금강산사업이 남북화해와 협력 차원에서 상징성을 갖고 있는 통일 시범사업인 만큼 이 사업을 성공시켜야 할 책무를 지고 있다.그런 의미에서 2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현대가 금강산사업의 독점권을 확보하기 위해 엄청난 뭉칫돈을 북쪽에 건넸다는 논란이 제기된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현대가 대북 민간경제협력사업에서 선두의 위치에 있는 만큼 모범을 보여야 한다.대북경제사업을 통해 떼돈을 벌겠다는 발상도 안된다.그리고 현대의 선례가 다른 민간기업들이 대북경제협력사업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되거나 부담을 줘서는 더더욱 안된다. 특히 정경분리 원칙에서 추진되는 정부의 대북정책이 현대의 금강산사업으로 인해 정치공세의 빌미나 부담을 주는 결과가 초래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그런 맥락에서 현대는 한점 부끄러움 없이 금강산사업을 성공시키는 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 국방부 시종 신중한 대처/“동해상 낙하” 외신 보도와 달리

    ◎처음부터 “日 열도 넘어 떨어져” 국방부는 31일 신형 대포동 1호로 추정되는 북한 미사일의 실험발사와 관련한 발표에 신중함으로 일관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하오 4시 비공식발표 형식을 빌어 동해상에 떨어졌다는 외신보도와는 대조적으로 대포동 1호가 일본 열도를 지나 북위 40도54분,동경 143도03분 지역에 떨어졌으며,사거리는 1,380㎞가량 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후 탄착지점의 좌표로 볼 때 사거리는 1,380㎞에 못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있자 2시간여 뒤인 하오 6시쯤 위도와 경도를 수정,위도는 북위 40도11분,경도는 동경 147도50분이라고 수정했다. 일본 센다이의 미 공군기지에서 동북쪽으로 580㎞ 떨어진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일본 방위청이 발표한 탄착지점은 북위 40도50분,동경 134도3분으로 일본 열도에 못미치는 동해상이었다. 국방부는 하오 7시30분쯤에는 “탄착지점이 일본 열도를 지났다는 비공식 발표는 사실이 아니라 추정한 것일 뿐”이라고 한발을 뺐다. 탄착지점이 우리와 직접 관련이 없는 곳인데다 외신은 동해상으로 계속 보도하는 상황 등을 고려해 단정적인 발표를 자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고위관계자는 “미국과 일본도 탄착지점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이 없다”면서 “정확한 탄착지점은 미국이 인공위성을 통해 자료를 분석한 뒤인 1일쯤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우리도 나름대로 정보를 갖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분석할 때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넘은것 같다”고 여운을 남겼다. 문제의 미사일이 신형 대포동1호일 것이라는 언급은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어느쪽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국방부는 지난 29일 북한이 대포동 1호의 발사를 위해 산화제를 투입한 사실을 입수하고 발사시기를 추적 중이었다. 일찌감치 대포동1호로 단정한 것도 이 때문에 가능했다.
  • 애늙은이와 젊은오빠/김호기 KAIST 신기술창업지원단장(굄돌)

    세대간 갈등이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과거에도 기성세대와 젊은이간의 갈등은 있었으나 그 폭과 깊이에서 오늘날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요즈음의 신세대는 “동급생간에도 세대차를 느낀다”는 말들을 한다. 그만큼 사회구조가 복잡하고 변화속도가 가파르며,세대간 갈등이 만만치 않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의 갈등은 동일한 가치체계의 틀 속에서 나타나는 것이어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세대가 순환하고,갈등구조도 반복하는 순환구조를 띄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가치관의 대립구조를 가져 부모와 자식간,사제간,직장 상사와 부하간에 생긴 갈등은 순환과 조정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면 이러한 갈등구조의 해소방안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는 것이 세대간의 영속성을 유지하고 가치관의 조화를 이루는 것인가?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평범한 진리에서 배울 수 있듯이 기성세대와 단절된 새로운 세대란 있을 수 없으며 가치관의 변화 또한 과거와의 연결고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의 합리적이고 창의적인 의견을 귀담아 듣고 변화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하며,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의 권위를 존중하고 인정하며 그 경륜에 귀 기울여야 한다. 지금 우리는 정보화사회에 살고 있다. 사고의 유연성과 순발력,그리고 창조력 계발이 유난히 요구되며 조직구성원들의 개방적 사고와,편협한 전공의 벽을 뛰어넘는 적극성이 어느때보다도 요구된다. 세대간의 장단점을 상호보완하고 상대세대의 가치관을 인정하며,용감함과 무모함의 차이,신사고와 가치파괴를 구분하는 현명함을 함께 갖추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조직내 가치관의 균형회복에 부단히 노력하여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 조성에 힘써야 한다. 단순한 연령에 따른 세대구분의 벽을 넘어 사고의 신중함에서는 애늙은이가 되고,창의성 발휘에서는 젊은 오빠가 되면 세대간 가치관의 갈등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생각한다.
  • 대통령의 영어연설(任英淑 칼럼)

    미국을 방문중인 金大中 대통령은 의회 연설을 비롯,국제인권연맹의 인권상 수상연설·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한국실 개관 기념 만찬사 등 주요 연설을영어로 했다.외교통상부에 따르면 金대통령은 국빈(國賓)방문기간 미국에서 15회의 공식연설을 하게 되는데 그중 8회를 영어로 할 계획이라 한다.우리말보다 영어로 하는 연설이 더 많은 셈이다. 金대통령은 지난 4월 영국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도 세차례 연설을 모두 영어로 했다. 대통령의 영어 연설에 대해서 국민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인다.비판적인 쪽은 매끄럽지 못한 발음을 우선 문제 삼는다.그런 발음으로는 완벽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기 어렵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른바 ‘본토발음’을 구사한다 할지라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굳이 영어를 쓸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견도 있다.국가적 체통을 생각하면 공식석상에서는 전문 통역을 두고 우리 말로 연설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는 얘기다.특히 미국 의회연설은 그 상징성으로 보아 우리말로 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은 미국에서 영어를 사용할 때 상대방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신뢰감과 친근감을 높이 산다.한국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미국의 지원을 요청하는 마당에 통역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직접 호소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외국인이 우리말을 우리나라 사람처럼 하면 징그럽게 보이듯이 유창한 영어 발음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비록 발음이 매끄럽지 못하더라도 칠순의 대통령이 국익(國益)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진솔하고 믿음직스럽다는 소박한 지지자들도 상당하다. 대통령이 영어를 구사하는 것이 우리 국민에게는 좀 낯선 일이다.한국어 발음이 오히려 서투르다 할 만큼 영어가 유창했던 李承晩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영어와 그리 친숙한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무대에서 대통령이 영어를 못해 저지른 실수담(談)이라는 형식의 씁쓸한 우스개를 우리는 오랫동안 들어 왔다.실제로 우스개를 넘어 청와대와 외교통상부의 전신인 외무부 의전팀이 많은 곤욕을 치른 것으로 전해진다.통역이 들어갈 수 없는 다자간(多者間) 국제회의에서 미소만 띤채 앉아있는 대통령에게 비서진이 회의장 밖에서 모니터를 보고 메모를 전달하며 진땀을 뺀 경우도 있다 한다. 그러고 보면 대통령의 영어 연설을 둘러싼 지금의 설왕설래는 행복한 논란인 셈이다.민주화 투쟁 당시 옥중에서 독학(獨學)한 영어라 발음의 한계는 있지만 정확한 어휘를 구사해 의사전달에 전혀 무리가 없다는 것이 金대통령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실 영어는 이제 영국이나 미국등 특정국가의 말이 아니라 국제 공통언어다.세계화 시대에 국가 지도자가 국제 공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적인 조건이다. 金대통령의 미국 방문 일정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외교적 실리와 명분이 면밀히 계산돼 있다.준비된 원고를 읽는 연설은 영어로 했지만 즉석 대답을 해야 하는 백악관 기자회견은 한국어로 했다.연설도 클린턴 대통령과 동시에 한 백악관 만찬 답사는 한국어로 했다.金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외신기자와의 인터뷰를 영어로 진행하다가 민감한 문제가 나오자 한국어로 대답하는 신중함을 이미 보인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경제적 구조조정 뿐만 아니라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대통령의 영어 연설도 단순히 발음이나 체면에 얽매어 생각할 문제가 아닌 듯 싶다.
  • 행정을 챙길 때다/金炳局 고려대 교수·정치학(時論)

    헛다리를 짚고 있다. 여권의 수뇌부는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면 수면 아래에 잠복해 있는 정계개편의 에너지에 불이 붙어 강력한 개혁세력을 새로이 구축할 수 있다는 확신에 차있다. 그러나 승리는 지난 넉달동안 국회안에서 질질 끌어온 기(氣)싸움에 잠시나마 제동을 걸 수 있을런지는 모르지만 환란극복의 길을 개척해 나갈 새로운 개혁세력을 형성시켜 주지는 못한다.정계개편의 주체인 여당이든 그 대상인 야당이든 간에 정책에 대한 논의에는 무능하고 정쟁에만 탁월한 붕당(朋黨)이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정당 실세란 턱을 한껏 치켜세우고 목에 힘을 주기 때문에 대단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사실상 정책에 대한 설계 및 결정이라는 정치 본연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별로 하는 일이 없다.관(官)이 국회에 안(案)을 상정하면 별다른 수정없이 통과시키거나 무조건 반대할 뿐이지 자기 나름대로비전을 제시하고 정책의 기본방향을 설정하는 역사발전의 주체는 아닌 것이다. ○정당실세 역사주체 아니다 그러한 정치권인데 그 안에서 일어나는 ‘헤쳐 모이기’가 정책정당을 낳을 리 만무하다.수많은 여권후보가 지금 유세장 안에서 펼치는 정계개편론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환란을 불러일으킨 무지와 무능 및 무책임의 죄로 정치권에서 쫓겨나야 할 야권의 일부 세력이 오히려 정부와 함께 국정운영에 대한 책임을 나누어 가지는 기이한 결과가 나올 뿐이다. 그렇다면 개혁의 출발점은 무엇인가.한국에서 정책을 설계하고 나라살림을 꾸려온 주체는 정당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밑에 있는 관이다.정부의 권한과 기능이 축소되어야 하는 국경없는 지구촌의 시대라고 해서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인가권과 허가권을 휘두르면서 정책을 다듬어가는 것은 여전히 관이다.실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지원을 보내지 않는다면 대통령의 ‘영’(令)마저 제대로 설 수 없는 사회가 한국이다. 그런데 여권의 수뇌부는 정책망의 중앙에 버티고 서있는 관을 개혁이라는 시대적 당위에 부응할 만한 새로운 주체로 변화시켜 키우려 하기 보다,그 밖에서 목에 힘을 주고 큰소리치는 정당에 끌려 다니고 당파싸움에 한눈을 팔고 있다.그러다 잠시 정신을 차리고 사실상 권력을 장악한 관에 눈을 돌릴때에는 개혁을 촉진하기 보다 오히려 지체시키는 실책을 범하고 만다.관이계속 복지부동의 자세를 취하고 개혁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인책한다는 이른바 ‘사정론’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정 문제해결 실마리 못돼 그러한 으름장은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되지 못한다.오히려 사정의 수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공무원은 더욱 더 움츠러 들고 일에서 아예 손을 놓을 위험성이 크다. 일을 벌이다 실책을 범하면 크게 다친다는 두려움에 젖기 때문이다.아울러 사정당국의 조사를 받으면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을 신중함으로 미화시켜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다.여권의 수뇌부는 정당정치에 더 이상 끌려 다니지 말고 행정을 챙기기 시작하여야 한다.아울러 사정의 ‘채찍’을 휘두르기 전에 먼저 승진이라는 ‘당근’을 써서 관 내부에 개혁과 함께 출세하는 정책팀을 구성하여야 한다. 사정으로 기가 꺾인 공무원보다 개혁에 더 걸림돌이 되는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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