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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美 정상회담] ‘수첩공주’·‘대학교수’ 첫 만남… 신중하거나 단호하거나

    [韓·美 정상회담] ‘수첩공주’·‘대학교수’ 첫 만남… 신중하거나 단호하거나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눈에 띄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각각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고,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이다. 두 대통령 모두 신중한 성격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학교수’(professor)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 대화할 때 단어를 신중하게 골라 사용하는 스타일이다. 정상회담에서도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상대방의 얘기를 듣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뒤 말한다. 오바마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외국 정상들은 “깊이가 있다”는 평을 내놓곤 한다. 박 대통령 역시 신중함에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다. 단어 하나하나에 메시지를 담아 전달해 왔다. 약속에 가장 인색한 정치인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언행을 조심해 왔다. 오바마 리더십은 겸손하고 약자를 배려하는 게 특징이다. 흑인 혼혈이라는 소수자(마이너리티) 출신에서 오는 특징이다. 오바마가 화를 냈다거나 누구와 얼굴을 붉혔다는 얘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결단을 내릴 때는 단호한 성향을 보인다.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을 감행할 것인지를 놓고 참모들이 주저할 때 작전 실패의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과감하게 결단을 내린 사람이 바로 대통령인 오바마다. 단호함은 박 대통령을 규정 짓는 주요 성품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세종시’ 문제 등 한번 정한 길에서는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실리와 실용을 중시하고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점에서도 박 대통령과 닮았다.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 별장이나 텍사스 크로퍼드 가족 목장으로 외국 정상을 초청해 1박 2일간 우정을 쌓았던 것과 달리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대개 30분 정도 이뤄진다.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실용적인 면모도 특징이다. 오바마는 빈라덴 사살 작전 당시 백악관 상황실에서 중앙 좌석을 참모들에게 내주고 구석에 앉아 작전을 지켜봤을 정도다. 때로는 너무 실용적인 면모로 인해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한다. 지난해 3월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오바마는 미국의 유럽 지역 미사일 방어(MD) 정책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에게 “대선이 끝날 때까지 좀 기다려 달라”고 밀담했는데, 이것이 마이크를 타고 큰 소리로 공개되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열린세상] 한반도의 ‘유체이탈’ 안보위기/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

    [열린세상] 한반도의 ‘유체이탈’ 안보위기/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의 안보환경은 사실상 극한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듯하다. 북한은 연일 대남·대미 안보 위협을 쏟아내고 있고, 한국과 미국은 대응 준비태세를 갖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지도자나 군부가 수사적 군사위협을 가하면서 실질적 군사훈련을 공개하면, 우리 쪽에서 당연히 방어적 의도로 우리의 군사 억지태세를 보여주는 상황이 연일 시소처럼 진행되는 상황이다. 이를 국제정치학에서는 안보 딜레마 상황이라고 한다. 상대의 방어적 의도를 공세적 의도로 인식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나의 방어적 안보태세를 보여주면 상대가 이를 공세적 의도로 재인식해 오인(誤認)의 연쇄 작용으로 각자의 안보상황이 매우 열악해지는 것이 바로 안보 딜레마 상황이다. 이 딜레마 상황에서 ‘신뢰’, ‘절충’, ‘인내’라는 중용의 정책은 사실상 뒷전으로 물러가고 반목과 불안, 경쟁과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북한이 대화 채널을 단절하고, 정전 협정을 파기하고, 1호 전투태세를 선포하고, 국가급 훈련을 실시하는 상황을 우리로선 당연히 위협적이고 공세적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특히 그들이 검증되지 않은 핵 능력과 중장거리 미사일 등을 거론하며 대남·대미 위협을 거침없이 쏟아내면 안보 상황을 더더욱 위협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 북한도 한국과 미국이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핵잠수함, B52, B2 전략 핵폭격기를 한반도에 출현시키면 당연히 이를 위협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물론 우리도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적 의도에서 그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중재할 제3국도 존재하지 않으며, 당사자 간의 상호 신뢰는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불안할 수 있다. 차라리 이럴 때, ‘생존하기 어려울 정도의 대북 제재’로 북한의 버릇을 고쳐 주자는 발언들이 언뜻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의 독자적 핵무기 프로그램을 재가동해야 한다는 주장도 매우 솔깃하게 들린다. 그리고 한·미 동맹의 굳건한 토대 위에 북한의 도발 원점 및 최고 지도부도 괴멸시켜야 한다는 발언도 이해할 만하다. 이미 20년간 대 북핵 위협에 피로감이 누적된 우리로서 이쯤 되면 결판내자는 주장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들이 마치 ‘유체이탈’(幽體離脫) 화법처럼 들리기 때문에 더욱 불안하다. 대한민국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호주의 시드니나 영국의 런던 혹은 미국의 워싱턴에서 한국을 바라보며 “왜 북한에 강경하게 하지 않지?”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들과 유사하다. 그들에게 학술적·전략적 유희가 우리에겐 사활적 현실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한국에 살고 있는 당사자로서 대북 강경책을 구현할 군사적·외교적 자산도 사실상 부재한 상황에서 이러한 비현실적 대북 강경 발언이 북한으로 하여금 더 강경한 반작용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역시 이에 반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의 피해는 고스란히 병역과 납세의 의무를 수행하고 자신의 일상적 행복을 추구하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불안감으로 전가될 뿐이다. 문제는 북한발 ‘위협 불균형’이 아니라 한국이 떠안을 ‘피해의 불균형’이다. 즉, 똑같은 파괴력을 가진 포탄 한 발이 평양에 떨어질 때보다 서울에 떨어질 때, 한국의 정치·경제적 피해는 더 심하기 때문에 우리 쪽이 더 신중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이루어낸 세계적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는 한순간 잿더미가 될 수도 있다. 이럴수록 우리는 차분한 대응 속에 북한에 대해 보다 큰 폭의 신중함을 보여주어야 국민도 안심하고 한반도 안보 상황도 안정적으로 전환된다. 대북 억지력을 실현할 전략 자산을 구비해 그들에게 도발 불용의 능력을 보여주고 동시에 그들이 도발하지 않을 때 대화와 교류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현실적 대범함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남북관계의 대범함은 우리가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주도해야 한다는 사활적 현실성에 기인한다. 따라서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유체이탈적 안보관이 아닌 현실적 안보관이 더욱 한반도 안정에 공헌할 것이다.
  • [열린세상] 사이버 안보의 허와 실/민병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사이버 안보의 허와 실/민병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20일의 사이버 공격은 시기적으로나 규모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북한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지능형지속가능공격(APT)이란 이름조차 낯선 유형의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충격과 불편은 매우 컸다. 주요 언론사와 금융기관의 서버가 집중공격을 당했고, 그에 연결된 수많은 컴퓨터가 피해를 입었다. 의도적 공격이란 점은 분명했고, 목표가 사전에 설정돼 있었다는 점만으로도 두려움은 배가됐다. 이번의 공격이 새로운 유형의 것이지만 2009년의 디도스 사태나 2011년의 농협 전산망 해킹사건 등을 돌이켜볼 때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사이버 공격에 대한 국민과 정부, 언론의 반응을 보면 서로 간에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 공격 대상이 대형 기관의 서버였기 때문에 은행 거래를 제외하곤 국민들이 직접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다. 대다수의 국민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사이버 안보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언론의 반응에는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먼저 새 정부가 갓 출범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사이버 위기를 봉합하고 해소해 가는 데 있어 정부의 존재감이 약했다. 사이버 안보가 복잡한 정보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한 최근의 현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문성을 갖춘 정부 책임자가 나서 국민을 안심시키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을까? 물론 사이버 공격과 방어의 속성상 정부의 대응태세를 공개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사이버 공격이 반복돼 왔는데,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듯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이버 공격 사태는 기술보다 정책의 관점에서 짚어봐야 할 점이 더 많다. 사이버 공격은 어떤 형태로든 지속적으로 반복될 것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시도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의 대응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데에는 관련 부처들의 역량이 분산돼 있다는 점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정보기관, 군, 경찰, 검찰, 안전행정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 권한과 기능이 나뉘어 있어 대형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누구를 바라보아야 할지 막막하다. 관련된 부처 간 조정과 통합 문제는 오랫동안 논의돼온 이슈임에도 여전히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언론의 반응은 좀 더 심각했다. 무엇보다도 보도 행태에 있어 신중함을 엿보기 힘들었다. 언론기관이 집중 공격을 받은 탓도 있지만, 보도의 내용은 흥분에 가까웠다. 여러 가지 면에서 북한이 공격의 배후로 의심될 수 있지만, 정부나 신뢰 있는 기관의 공식적인 조사와 발표가 없는 상황에서 지나친 추측성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모습보다는 그럴듯한 시나리오를 엮어내는 모습이 더 두드러졌다. 사건의 속성상 원인과 책임을 밝혀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예단하는 일은 가급적 삼갈 필요가 있다. 정보강국으로서 우리의 위상은 높다. 초고속인터넷과 모바일기기들이 일상화되고 전자정부와 전자상거래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 왔다. 사이버 공격은 이런 변화의 이면에 불가피하게 동반되는 해악으로 인식돼야 하며, 이전의 위협과는 전혀 다른 성질을 띠고 있다. 고혈압과 당뇨와 같은 선진국형 질병처럼 사이버 안보는 이제 선진국형 위협이 되고 있다. 평소에 관리를 잘하면 큰 문제를 예방할 수 있지만 완전히 제거하기는 쉽지 않다. 방만한 자세로 대응하다간 큰 화를 자초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의 사이버 공격은 우리의 대응태세를 재정비하는 데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정부의 관리능력 제고를 위한 조직 개편과 권한 재설정, 특히 컨트롤타워의 구축이 시급하며 사건을 대하는 언론의 자세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사이버 안보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대비도 한층 더 강화돼야 한다. 남북한 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사이버 위협은 이제 최우선의 안보 현안이 되고 있다. 정보강국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사이버 위협에 대한 취약성도 비례해 증가하며, 국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 모든 것을 다시금 되새기고 재정비하는 데 있어 이번 사이버 공격은 최선의 전초전이 돼야 할 것이다.
  • “쪽대본 받고 벼락치기 긴 호흡 연기 부담 컸지만 내 안에선 에너지 샘솟았죠”

    “쪽대본 받고 벼락치기 긴 호흡 연기 부담 컸지만 내 안에선 에너지 샘솟았죠”

    홍상수 감독의 새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이하 ‘…해원’)에 정은채(27)가 캐스팅됐다고 했을 때 의아했다. 홍 감독은 ‘오! 수정’의 고(故) 이은주를 제외하면 신인 여배우와 일한 적이 없다. 윤여정, 정유미, 예지원, 문소리, 송선미, 고현정 등 한 번 일했던 배우들과 거듭 작업한다. ‘…해원’을 보고 나면 홍 감독의 선택에 고개가 끄덕여질 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에피소드를 붙여 놓았던 홍 감독의 최근 작과 달리 ‘…해원’은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됐다. 학교 교사이자 영화감독(물론 유부남)인 성준(이선균)과의 관계를 혼란스러워하는 여대생 해원의 현실과 꿈이 뒤죽박죽된 기이한 며칠을 다뤘다. ‘…해원’은 지난달 제6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초대되기도 했다. 캐스팅 과정이 궁금했다. 홍 감독은 촬영 당일 아침 쪽대본을 주는 걸로 유명하다. 배우를 섭외하면서 시나리오를 건네는 다른 감독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지난해 설에 서울에 혼자 있는데, 마침 감독님이 연락을 주셨어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고요. ‘내가 지금 작품 하나 구상 중인데 같이 할래요?’가 전부였죠. 그땐 감독님도 어떤 얘기를 하려는지 모르셨을 것 같네요. 하하하.” 많은 배우가 선망하는 홍 감독과의 작업이다. 냉큼 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껏 알던 현장과는 달랐다. 첫 촬영 날 그가 알고 있던 건 학생과 선생이 만나는 장면이란 게 전부. “미리 어떻게 연기를 하겠다고 준비할 수가 없잖아요. 대본을 아침에 받기 때문에 부담은 있었죠. 짧은 시간에 숙지해야 하니까요. 게다가 감독님은 컷도 별로 없고, 대부분 장면이 긴 호흡으로 가거든요. 하다 보니까 훨씬 더 집중하게 되고 이상한 에너지가 내 안에서 나오던데요.” 의상 담당자들이 따라붙는 다른 영화와 달리 실제 자신의 옷을 입고 찍는 점도 흥미로웠다. “촬영 전에 연출부가 내 집 옷장을 찍어 갔다. 그중 감독님이 몇 벌을 고르면 촬영 날 그 옷을 입었다. 평소 작업복처럼 후줄근하게 입던 옷들만 고르셨다”며 웃었다.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알아 가는 과정도 재밌었다고 했다. “해원은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인물이에요. 처한 상황이 일반적이지 않고 장면마다 감정 기복이 심하죠.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흔들리는 청춘이랄까요. 늘 어떤 경계에 서 있어요. 새로운 사람에게 호기심을 느끼면서도 자신을 드러내는 건 싫어해요.”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해원과 정은채는 닮은 구석이 제법 많았다. 무엇보다 묘하게 사람을 집중하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어떤 질문에도 즉답하는 법은 없었다. 머릿속에서 한 번, 입안에서 또 한 번 곱씹었다. 말주변이 없거나 생각이 짧아서가 아니라 스스로 고민을 많이 했던 이들에게 나오는 신중함이다. 남다른 이력 때문일 것이다. 중1을 마치고 정은채는 가족과 떨어져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 가톨릭계 기숙학교에서 5년을 보내고, 런던의 센트럴세인트마틴 예술대학에 진학했다. 센트럴세인트마틴은 존 갈리아노, 알렉산더 매퀸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배출한 명문이다. 하지만 그는 “미술을 좋아해서 그쪽을 전공했다. 중·고교 시절부터 기숙학교에 갇혀 살아서 그런지 다른 세상과의 소통을 꿈꿨다. 그게 연기였다. 2학년이 됐을 때 더는 늦어지면 안 될 것 같더라. 집에서 반대를 많이 했는데 무작정 휴학을 하고 서울행 비행기표를 끊었다”고 했다. 연극영화과 출신도 아닌 데다 방송이나 충무로에 지인이 있던 것도 아니다. 시쳇말로 ‘맨땅에 헤딩’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는 “그땐 백지 상태여서 외려 더 용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2008년 귀국했는데 서울에 아무런 연고가 없었다(그의 부모는 부산에 산다). 연영과 학생들 졸업 작품이나 단편영화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나와 같은 꿈을 꾸고 막 시작하는 학생들과 작업을 하면서 막연했던 연기의 실체를 구체화할 수 있었다. 시행착오를 거듭했지만, 너무 길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지금도 그때 경험들이 힘과 에너지가 된다”고 말했다. 2010년 ‘초능력자’로 데뷔했으니 이제 겨우 4년차. “씩씩한 것 하나만큼은 자신 있다”고 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단점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낯을 가리는 편이었다. 어려서부터 남들 앞에 나서서 장기 자랑하고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영화 현장은 많은 사람과 함께 일을 해야 하는데, (기숙학교 경험 때문인지) 혼자가 익숙한 사람이라 아직 쉽지 않다. 배우란 직업은 늘 대중 앞에 나서야 하는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시선이 따라붙는 일도 불편하다. 늘 사람과의 관계가 고민스럽고 어렵다”고 말했다. 또래 배우들이 성공과 인기에 목을 매는 것과도 달랐다. 느긋하고 담담했다. “데뷔 전에도 초조하진 않았어요. 사람마다 때가 있고, 기회가 주어질 때 잡으면 그뿐이죠. 유명해지고 싶단 생각은 지금도 안 해요. 그걸 의식하기 시작하면, 나 자신을 구속하면 너무 끔찍할 것 같아요. 일부러 데뷔 전이나 똑같은 생활을 하려고 해요. 혼자 민낯으로 동네 극장도 가고, 공연도 보고, 산책도 하고요. 옥수동으로 이사한 지 얼마 안 돼 아직 동네가 낯설지만, 맛집부터 하나씩 찾아봐야겠네요. 하하하.”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 ‘월 1억’ 전관예우 질타에 “많은 급여 송구… 기부 용의 있다”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 ‘월 1억’ 전관예우 질타에 “많은 급여 송구… 기부 용의 있다”

    28일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전관예우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고검장 퇴임 후 대형 로펌에 근무하면서 17개월간 16억원의 보수를 받은 것에 대해 비판이 집중됐다. 하지만 황 후보자는 장관직을 마친 뒤, 다시 로펌으로 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검찰 개혁에 대한 입장과 병역 면제 의혹, 편법 증여 논란, 종교 편향성 우려 등도 도마 위에 올랐다. 황 후보자에 대한 청문경과보고서는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본인이 수임한 사건 수와 아들의 증여세 내역에 대한 자료 제출 여부에 따라 오는 4일에 채택될 예정이다. 박범계 민주통합당 의원은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황 후보자가 고위 공직자가 될 것을 기대하고 16억원을 줬다면 보험 성격의 급여 아니냐”면서 “전관예우뿐 아니라 후관예우까지, 쌍관예우를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황 후보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많은 급여를 받은 점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정홍원 국무총리가 전관예우 논란에 대해 1억원을 기부하겠다고 했는데 기부할 용의가 있느냐”고 물었고 황 후보자는 “그럴 용의가 있다. 봉사 활동과 기여 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황 후보자는 병역면제와 관련, 피부병 담마진 치료를 받으며 1980년 병역 면제 처분을 받았고 이듬해 1차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에 대해 “질병이 있었고 병원을 계속 다녔기 때문에 면제받은 것 외에는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황 후보자가 장남에게 전세금을 빌려주고 차용증을 써 매달 이자를 받았지만 후보자 지명 뒤 증여세를 낸 것이 모순된다는 전해철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는 “후보자 지명 뒤 오해를 받을 수 있으니 증여세를 납부하는 것이 좋겠다는 지적이 있어 증여 절차를 밟았다”고 해명했다. 야당 의원들의 국가보안법에 대한 질의에는 “법 적용에는 신중해야 하지만 신중함이 법 집행을 흐트려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황 후보자는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 등이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 검찰 개혁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방안이 있느냐”고 묻자 “국민이 신뢰, 공감할 수 있는 결정을 해 나가는 검찰이 되도록 쇄신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한편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상호 MBC 전 기자는 “삼성그룹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다룬 이른바 ‘엑스파일’ 사건은 돈으로 검찰, 정·관계 인사들을 매수한 ‘금권 쿠데타’”라면서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수사하지 않은 황 후보자가 (장관이) 된다면 국민들은 더 두려워하고 의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 당시 엑스파일 사건 수사를 맡아 삼성그룹의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하고, 이 기자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데이비스컵] 가자, 세 번째 월드그룹

    “역대 세 번째 월드그룹으로 올라설 디딤돌을 다지겠습니다.” 윤용일(삼성증권) 감독이 이끄는 남자테니스 대표팀이 다음 달 1일부터 사흘 동안 인도 뉴델리에서 2013 데이비스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예선 1그룹 1회전(4단 1복식) 경기를 치른다. 대표팀은 지난 14일부터 충북 진천선수촌에 입촌해 호흡을 맞췄다. 데이비스컵 엔트리는 4명. 열이틀의 훈련을 통해 윤 감독은 7명의 대표 선수 가운데 임용규(22)와 정석영(20·이상 한솔제지), 남지성(20·삼성증권), 조민혁(26·세종시청)을 최종 엔트리로 골라낸 뒤 지난 26일 결전의 땅 델리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윤 감독은 29일 전화 통화에서 “날씨가 참 좋다. 마치 한국의 가을처럼 느껴진다”며 “선수들의 컨디션도 점점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은 미국 하와이에서 대회를 마친 정석영이 현지에 합류해 윤 감독이 선수들의 몸 상태를 점검하면서 경기에 나설 선수들의 ‘퍼즐 맞추기’에 들어갔다. 최종 엔트리는 31일 오후에 제출한다. 한국의 2회전 진출 전망은 밝다. 인도와 여덟 차례 맞붙어 5승3패로 우세다. 더욱이 최근 경기 수당 등을 둘러싼 인도테니스협회와 선수들의 알력 탓에 랭킹 1~7위 선수들이 대거 불참해 1.5군 수준의 선수들이 나선다는 점도 한국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윤 감독은 “원정 경기를 치른다는 점 때문에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며 “테니스는 알 수 없는 운동이다. 더욱이 3명의 주심 후보 가운데 인도 심판도 ‘체어 엄파이어’(주심) 명단에 올라 있다”고 편파 판정 가능성을 경계했다. 윤 감독은 또 “첫날 단식 두 경기에 승부를 걸겠다”며 “누가 나설 것인지는 마지막까지 선수들의 상태를 본 뒤 결정하겠다”고 신중함을 드러냈다. 인도를 넘으면 일본-인도네시아전 승자와 2회전에서 맞붙는다. 여기서도 이기면 월드그룹 플레이오프를 거쳐 16개국만 참가하는 월드그룹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된다. 1988년 첫 경험 이후 20년 만인 2008년 두 번째 월드그룹에 진출한 한국은 1회전에서 독일에 져 이듬해 1그룹으로 떨어졌다. 은퇴한 이형택의 공백을 메우지 못해 2010년 2그룹으로 강등되기도 했던 한국은 2011년 1그룹에 가까스로 복귀했다. 지난해에는 홈에서 타이완을 제쳤지만 2차전에서 호주에 무릎을 꿇어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2012 대선후보 심층분석] (2) 문재인의 측근 (상)용인술

    [2012 대선후보 심층분석] (2) 문재인의 측근 (상)용인술

    지난 6월 초 민주통합당 A의원이 문재인 캠프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4·11 총선 이후 당내 주류로 떠오른 친노(친노무현) 진영과 거리를 둬 온 A의원은 수모 아닌 수모를 겪었다며 분개했다. 최측근으로 평가받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신 그룹에서 A의원을 비토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A의원은 사석에서 “문재인 후보가 친노 측근들을 쳐내지 않으면 당내 통합은 어렵다.”고 비판한다. 문 후보 측근 그룹의 구조는 ‘샌드위치’ 형에 비유된다. 샌드위치 앞면에는 문 후보가 강조하는 탈(脫)계파 진용이 꾸려지면서 구미를 당기지만 그 뒷면에는 친노 측근들이 문 후보와 ‘운명 공동체’로 연결돼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샌드위치의 알맹이는 문 후보다. 자칫 ‘문재인 선대위’ 전면에 선 비노(비노무현)와 고(故)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 계열의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가 들러리 역할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당내에서 적지 않은 이들이 문재인의 진정성은 알고 있지만 그를 둘러싼 친노 그룹의 진정성에는 의구심을 나타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문 후보 스스로도 참여정부의 공과에 대해서는 “나는 친노가 확실하고 친노라는 딱지를 떼고 싶지도 않다.”고 선을 긋고 있다. ‘미완의 참여정부’를 완성하고, 정치적 복권을 이루겠다는 운명적 과제로 묶인 친노의 욕망을 문 후보도 벗지 못하고 있다. ●‘가치’ 지향 아닌 ‘같이’하는 사람의 한계? 당내 한 인사는 24일 “우리 아니면 적이라는 프레임이 확고한 세력”이라고 친노를 규정했다. 지난 4·11 총선 공천에서 친노는 당내 세력 확장에 총력을 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 후보는 친노-비노 프레임은 민주당 분열을 노리는 보수 진영의 실체없는 공격이라고 강변한다. 점잖기로 소문난 문 후보가 유일하게 역정을 낼 때가 “친노끼리 다 해 먹는다.”는 말을 접할 때다. 문 후보에게 덧씌워진 ‘친노 프레임’은 가치지향적인 개념이라기보다는 ‘함께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문 후보의 가장 큰 약점이 정치적 확장성의 문제라는 것도 이런 한계 때문이다. ‘친노’의 폐쇄성을 질타하는 당내 목소리가 많은 까닭이기도 하다. 문 후보의 핵심 측근은 대부분 참여정부 인사다. 이호철·양정철·전해철 등 이른바 ‘3철’은 동지적 결속력으로 끈끈하게 이어져 있다. 문 후보는 앞서 경선 캠프를 꾸릴 때도 친노 색이 옅은 인사를 중용하면서 친노 이미지를 탈피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 ‘도로 노무현’이었다. 친노 인사 상당수가 2선으로 물러나긴 했지만 그들은 문 후보의 배후 세력으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 관계자는 “캠프 내에 초선이 많은 이유 역시 친노 세력의 힘으로 공천을 받은 인사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캠프 내에서 ‘참여정부 실패론’은 금기어로 통한다. 참여정부와 친노세력이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였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이는 친노의 폐쇄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친노를 2선으로 후퇴시켰던 ‘참여정부 실패론’은 노 전 대통령의 추모 분위기에 상당 부분 덮인 측면이 있다. 이명박 정부와의 통치 행태와 실정론 등과 대비되면서, 참여정부 시절의 과오가 커 보이지 않는 착시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문 후보에게 비판적인 인사들은 “캠프 내에서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과 극복을 위한 활발한 토론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정권교체를 외친다면 명분이 서겠나.”라고 반문한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문재인 캠프는 노무현 2기나 다름없다. ‘사람이 먼저다’, ‘반칙과 특권이 통하지 않는 사회’ 등 내세운 슬로건 대부분이 노무현의 재탕”이라면서 “박근혜 후보가 아버지 박정희를 극복하지 못하듯 문 후보도 노무현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 후보 측근의 폐쇄성은 문 후보의 ‘원칙주의’와 연결된다. 주변 인사들은 문 후보를 ‘박근혜보다 더한 원칙주의자’라고 평한다. 하지만 “문재인이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과연 있느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원칙을 넘어선 결단력과 카리스마 확립은 그의 또 다른 숙제다. 문 후보는 체계에 의한 보고를 중요시한다. 복도통신, 비선, 정보보고 등 비공식 경로의 보고를 통한 의사결정은 하지 않는다. 조직의 체계가 확립돼야 조직이 제대로 움직인다는 철칙이 반영됐다. 문 후보는 “어려울수록 원칙으로 돌아가라. 지킬 것은 지켜라.”라는 신조를 캠프 구성원에게도 자주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찌 보면 군대식이다. 문 후보는 군 복무시절 특수전 훈련에서 특전사령관 표창과 화생방 훈련에서 여단장 표창을 받으며 군 생활에 높은 적응력을 보였다. 이런 군 경험이 문 후보에게 배어 있는 탓에 지휘계통을 통한 보고 체계를 중요시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캠프 의사결정구조를 수평적이라고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경사가 완만한 ‘낮은 피라미드식’이라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문 후보는 독단적인 의사결정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인사들은 한결같이 “문 후보는 주변 사람들 얘기를 항상 듣는다.”고 말한다. 한번 믿고 맡긴 일에 대해서는 간섭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담당자와 선대본부장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친다고 한다. 물론 최종 결정권자는 문 후보다. 그는 자신의 원칙이 확고하면 다른 사람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문 후보가 이번 대선 캠프를 구성하며 수평적 구조를 강조한 부분에 대해선 새로운 정치적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문 후보의 의지로 해석하는 측면이 있다. 문제는 법과 원칙의 테두리만 강조하는 마인드로는 혁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상상력의 부재를 문 후보의 약점으로 꼽는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대선 경선 캠프에서 보여준 문 후보의 용인술은 전혀 파격적이지 않았다.”면서 “(문 후보의 당내 인선에서) ‘친노’보다 오히려 이해찬 당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더 발목을 붙잡는 부분이 있다.”고 꼬집었다. 문 후보가 격의 없는 수평적 캠프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 수평적인 구조를 형성했다면 굳이 그렇게 힘줘 강조할 필요 없다는 인식도 적지 않다. 이는 친노-비노 프레임과도 맞물린다. 문 후보가 경선 과정의 불협화음을 딛고 대선 후보가 된 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친노 청산’이었다. 하지만 친노 색 지우기는 결국 덧칠에 그칠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과연 문 후보가 새로운 사람과 일할 준비가 돼 있나.”라고 의문을 던지는 당내 목소리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문 후보가 인적 청산을 과감히 하지 못하는 것은 대통령이 가져야 할 권력의지 또는 카리스마의 부재와도 연결된다. 문 후보의 한 최측근은 “문 후보가 비합리적인 것을 강하게 비판하는 편”이라고 표현했다. 과거 늘 해 왔던 것이라는 이유로 비판 없이 행하는 것을 경계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다음 날 현충원 참배 시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의 묘역 참배를 거부한 것에 그런 문 후보의 태도가 녹아난다.”고 설명했다. ●당내 비공식 安 지원 ‘이중플레이’ 우려 하지만 개혁 의지가 있더라도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결단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는 생각해 볼 문제다. 문 후보의 주변 인사는 “국가 지도자 입장에서 신중함이 좋기만 한가. 치고 나가야 할 때도 있고 챙겨야 할 사람도 있는데, 현실정치와는 다른 패턴”이라고 꼬집었다. 당내에서는 문 후보에 대한 지원을 공공연히 주장하면서도 비공식적으로 안철수 후보를 지원하는 이중플레이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참여정부 당시부터 갈라져온 친노-비노 프레임을 극복하지 못하면 경선 후유증이 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문 후보는 지난 6월 17일 대선출마 선언에서 “평가는 명확히 하되 함께 화합해 경쟁도 하는 좋은 관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캠프 내 친노가 여전히 ‘성골’로 계급화돼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선대위 구성에서도 친노 세력의 ‘2선 후퇴’는 있어도 ‘배제’는 없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친노가 빠져야 용광로 선대위가 될 수 있는데 친노를 빼지 못할뿐더러 아예 빼 버린다 해도 오랜 시간 친노로 노출된 정치적 이미지 탓에 국민들은 여전히 친노 이미지가 남아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도 “문 후보는 친노를 부정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서 “친노에 대한 전면 부정보다 친노의 국정경험을 강조하며 안 후보와 차별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황비웅·이영준기자 stylist@seoul.co.kr
  • [열린세상] 복지와 경제의 밀월을 이끌 인물이라면/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복지와 경제의 밀월을 이끌 인물이라면/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대통령 선거일인 12월 19일까지 5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여야 대통령 예비 후보들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김문수, 안상수, 임태희, 김태호 후보 등 다섯 명이 나와 겨루고, 민주통합당은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김영환, 김정길, 정세균, 박준영, 조경태 후보 등 여덟 명이 뛴다. 그리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행보가 또 하나의 흐름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경선의 속내를 보면 치열함이 배어 있지 않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후보가 된다는 예상을 뒤집을 만한 변수가 없어 싱겁다. 지난 24일 TV토론을 했지만 뜨겁지 않았다. 민주당은 딱해 보인다. 경선은 하지만 안 교수와 메이저 리그에서 겨룰 후보자를 선출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안 교수는 새로운 정치를 외치지만 잊혀질 듯하면 이벤트를 만들어 자기를 알리는 고도의 정치행위를 하는 듯하다. 이게 ‘안철수식 정치’이고 신중함의 결과인지 모르지만, 변화를 외치는 그의 행보에 신선함보다는 짙은 정치적인 산법이 느껴진다. 지금 대한민국은 심각한 위기이다. 경제위기에 복지위기가 겹친 모습이다. 수출, 투자, 내수가 모두 불안하다. 올 하반기 경제 성장률이 3%는 고사하고 2%대가 되리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경제는 아직 위기이며, 유럽연합(EU)은 휘청거리고,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는 시점에서 자유무역협정(FTA) 방식으로 경제를 끌던 우리나라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EU 회원국의 작은 경제뉴스에도 주가가 요동치는 게 우리 경제의 현주소이다. 부동산 경기침체도 세계경제의 침체, 한국경제의 위기에서 나온 현상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복지문제도 심각하다. 국민행복지수가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2위이다.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인 사회적 지출, 형평성 등 사회통합 부문의 최하위 점수가 행복지수를 낮추는 요인이 됐다는 게 연구결과이다. 인구 고령화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데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1위이다. 노인 빈곤율은 전체 노인 중 중위 소득 미만에 속하는 노인의 비율을 의미하는데 그리스의 23%보다도 두 배나 높다. 노인 빈곤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국민연금을 개혁해야 하지만 정부 부채와 연계돼 있어 손대기가 쉽지 않다. 현재 정부 부채는 420조 7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34% 정도이다. 전년도 33.4%보다 0.6% 포인트 확대됐다. 정부 부채는 갈수록 심각해진다는 게 문제이다. 2030년까지 인구 고령화로 사회보장성 지출 증가만으로도 정부 부채는 GDP대비 72.3%에 달하며, 여기에 외화자산 매입, 공공주택 공급지원 등 금융성 채무의 증가까지 포함하면 106%에 이른다는 예측이다. 현재대로라면 대한민국은 경제위기가 복지위기를 키우고, 복지위기가 다시 경제위기를 키우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기회를 놓친다. 그래서 차기 대통령의 역할은 막중하다. 위기 극복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정치적 전략으로 국민을 현혹하고, 인기에 영합해 대통령이 되려고 한다면 그 인물이 비록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도 불행한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복지와 경제의 밀월을 이끌 정치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다. 소설 ‘람세스’에는 이런 글이 있다. 생산은 중요하다. 그러나 분배는 더 중요하다. 한 계급의 이익을 위한 지나친 부는 불행의 원인이 된다. 골고루 나누어진 부는 기쁨의 씨앗이 된다. 그렇게 되면, 그 어떤 배도 굶주리지 않는다. 이처럼 생산과 분배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바탕이 돼야 복지와 경제의 밀월을 이끌 수 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대통령에 당선됐던 1933년 당시 미국은 역사상 유례없는 위기였다. 경제위기와 복지위기가 겹쳐 수백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루스벨트는 한 손으로는 공공투자사업을, 다른 한 손으로는 사회보장법 제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경제위기와 복지위기의 악순환 고리를 끊었다. 한국은 미국과 다른 정치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런 차이를 인식하면서 복지와 경제의 밀월을 이끌 인물이라면 기쁜 마음으로 그에게 지지를 보내고 싶다.
  • [Weekly Health Issue] 수혈, 최선의 대안인가

    [Weekly Health Issue] 수혈, 최선의 대안인가

    수혈은 위급한 상황에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마지막 의료적 조치로 인식되어 왔다. 무엇으로도 피를 대체할 수 없다고 믿었고, 그래서 생명 유지에 절대적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이런 절대성 때문에 수혈의 문제를 간과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수혈의 이런 절대성의 이면에는 면역반응 외에도 치료 효과를 떨어뜨리거나 상대적으로 고비용이든다는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이런 문제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ABO식 혈액형 분류체계의 문제이기도 하거니와 보다 근본적으로는 타인의 피를 통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숭고하면서도 위험한’ 발상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이런 수혈의 문제를 두고 김영우 국립암센터 위암연구과장과 대화를 나눴다. ●수혈이란 어떤 의료적 조치인가. 사람의 혈관에 직접 혈액 성분의 일부 혹은 전부를 주입하는 치료 방법을 수혈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목적에 따라 혈액의 특정 성분만을 분리해 사용하는 성분수혈이 주로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혈’ 하면 떠올리는 것이 바로 적혈구 수혈이다. 가장 많이 이뤄지고 있고 생명 유지에 가장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혈구 수혈 외에도 혈장이나 혈소판 등을 따로 분리해 혈액 응고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 사용하기도 한다. ●수혈의 유효성은 어디에 있는가. 상식적인 말이지만 질병의 치료를 돕고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수혈의 절대적인 유효성이다. 가장 대표적인 적혈구 수혈을 보자. 적혈구 속의 헤모글로빈이라는 분자들이 산소를 모든 인체조직에 운반해 주기 때문에 우리는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적혈구가 심각하게 모자랄 때 생명을 구하기 위해 수혈이라는 치료법을 사용하게 된다. ●수혈이 가진 한계도 있을 텐데. 모자란 혈액을 그대로 보충만 해준다고 본래 혈액이 갖고 있는 모든 기능을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산소 운반능력이 떨어지고, 적혈구 수명도 길지 않아 수혈 효과라는 게 생각보다 제한적이고 일시적이다. 또 환자의 안전성이나 부작용 등의 문제도 많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드러난 수혈의 문제를 짚어 달라. 자기 피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혈액을 주입해서 생기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마치 동종 장기이식처럼 면역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것으로, 심하면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런 면역반응은 암 환자들의 치료 예후를 나쁘게 하는가 하면 면역 억제로 인해 수술 후 감염 등의 합병증이 늘어나고 회복도 더디게 된다. 또 세균·바이러스·기생충 등 혈액 속의 병원체를 고스란히 옮겨 에이즈·간염·광우병·톡소플라즈마 등 심각한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수혈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따로 있는가. 현재로서는 무수혈 치료가 가장 실효성있는 대안이다. 무수혈 치료는 다른 사람이나 자신의 혈액을 미리 보관해 놓았다가 사용하는 경우라도 나타날 수 있는 위험성과 부작용 가능성을 없애는 것은 물론 자기 혈액의 산소 운반능력을 극대화해 심각한 빈혈 상태에서도 생명을 유지하게 하는 치료 개념이다. 이런 무수혈 치료는 특정 치료제를 사용하지 않고 단순하게 생각만 바꿔도 가능한 치료방법이기도 하다. ●무수혈 치료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는가. 그럴 수 있다면 아예 수혈이 필요 없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다. 과거에 일반적으로 큰 수술의 경우 수혈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수혈하는 경우가 크게 줄었다. 외과의 수술 방법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최근 복강경 수술 등 최소침습 수술이 중요한 흐름을 이루면서 더더욱 수혈이 필요 없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또 큰 사고 등으로 출혈이 심한 경우라도 혈액이 준비될 때까지 대기할 필요 없이 신속하게 링거액을 투여해 활력 징후를 유지하면서 지체없이 수술을 시행해 터진 혈관을 수습한다면 수혈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외상학회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를 철저히 이행하도록 권고해 생존율을 높이고 있다. 즉 혈관을 수습하기 전에는 절대로 수혈을 하지 말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위급한 상황이 아닌 경우 즉 수술 전에 심한 빈혈이 있거나, 수술이나 출산 후에 생기는 급성 빈혈의 경우 혈압이나 맥박수 등 활력 징후가 안정되게 유지만 된다면 주사용 철분제제와 조혈호르몬제제를 사용해 2∼3주 안에 부족한 적혈구를 생성하게 함으로써 수혈을 피할 수도 있다. 인공 적혈구의 개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아직은 널리 활용되지 않고 있으나 향후 수년 내에 현실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수혈 치료 중 특히 의료현장에서 주목하는 치료법이 따로 있나. 최근 들어 주사용 철분제제에 대한 재평가가 전 세계 학계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페릭 카복시 말토즈 제제는 한번에 1g까지 투여가 가능해 한번으로 심한 빈혈을 교정할 수 있고, 경구용 약제의 부작용을 크게 줄여 약물반응 걱정이 거의 없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비해 조혈호르몬은 암 환자에게 사용할 경우 암 세포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그렇다면 수혈과 무수혈 치료의 유효성을 간명하게 비교해 달라. 수혈은 위급한 상황에서 생명을 지키게 하는 효과적인 응급치료 수단이다. 그러나 이런 효과를 상쇄할 수 있을 만큼 심각한 부작용이 있으므로 선택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무수혈 치료는 안전할 뿐 아니라 장기적인 치료효과 면에서 수혈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현명한 의료인이라면 한 가지 치료 방법에 극단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무수혈 치료의 개념과 지식을 계속 확장하면서, 필요한 경우에만 주의깊게 수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수혈이 대세로 인식되고 있지 않은가. 의료계의 보수성과 신중함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의술 발전과 정보의 전파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과거의 지식과 경험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수혈 대체치료와 관련된 의미있는 연구와 임상시험들이 인식을 새롭게 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본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열린세상] 보시라이 사건과 중국정치 바로보기/이문기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

    [열린세상] 보시라이 사건과 중국정치 바로보기/이문기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

    지난 15일 보시라이 충칭시 당 서기가 전격 해임된 이후, 중국의 정치 변동에 관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 지나치게 어느 한 측면만을 강조하거나, 중국 정치상황의 큰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준다.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번째 문제는 보시라이 해임을 계기로 중국 최고지도부 내의 파벌 간 권력투쟁이 격화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보시라이가 태자당의 일원이라는 점을 들어 이들 계파의 몰락이라거나, 또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파벌 간 권력투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해석은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특별한 근거 없이, 상투적인 파벌 구도 속에 꿰맞추는 듯한 인상을 준다. 중국의 엘리트 정치에서 파벌주의 특징은 오랜 역사를 갖지만, 최근 20년간의 양상은 점차 약화되는 추세다. 과거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시대의 파벌정치는 생사를 건 치열한 권력투쟁이었고, 그 결과로 승자독식의 권력구조가 지속되었다. 하지만 1990년대 장쩌민 시대 이후 상이한 파벌 간 타협과 합의 문화가 상당히 정착되었고, 그 결과 집단지도체제라는 권력구조를 형성하였다. 또한 과거의 파벌경쟁은 치열한 이념·노선투쟁을 수반했지만, 최근의 파벌경쟁은 노선투쟁보다는 자리 안배를 둘러싼 세력 간의 경쟁 수준으로 약화되었다. 이번 보시라이 해임의 경우도 최고지도부 간 합의가 전제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물론 합의 과정에서 상당한 논쟁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파벌 간 대립구도가 형성되었을 개연성은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보시라이 문제를 그냥 덮어두고 갈 수 없다는 상황인식과 사건 처리 이후 정치 안정이 최우선이라는 강력한 공감대가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중국의 정치문화에서는 보시라이 특유의 정치스타일이 지도부 다수에게 반감을 샀고, 왕리쥔 사건을 계기로 버림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 최고지도자들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복잡하고 거대한 중국에서 ‘타협의 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신중함과 냉철함이다. 그런데 보시라이는 국내외 언론을 이용해서 자신의 정치적 업적을 능숙하게 포장하고 대중적 인기를 이끌어 내는 데 남다른 수완을 발휘해 온 인물이다. 그의 튀는 정치스타일에 대한 지도부 사이의 반감 문제를 반드시 파벌정치 구조와 연결짓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보시라이 사건에 대한 해석의 두 번째 문제점은 ‘충칭모델’에 관한 것이다. 충칭모델은 보시라이가 추진한 일련의 좌파적 개혁실험으로,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고 성장보다 분배에 역점을 두면서 전통적 사회주의 가치를 강조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보시라이 낙마와 함께 충칭의 개혁실험도 종말을 고할 것인가. 보시라이식의 충칭모델은 사라지겠지만, 충칭모델에서 제기한 중요한 개혁의제는 계속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현재 중국이 처한 현실 때문이다. 현재의 중국사회는 지니계수 0.5에 이르는 극심한 빈부격차와 3배 이상의 수입 격차를 보이는 도농(都農) 간 격차, 연해지역과 서부내륙지역 간의 발전 격차 문제를 외면하고서는 더 이상의 발전과 안정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충칭모델이 비판받는 이유는 그 문제의식이나 개혁실험 자체가 현재 중국 지도부가 추구하는 발전모델과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보시라이 개인의 문제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충칭모델의 시작은 보시라이 부임 이전부터 황치판 시장이 서부내륙지역이라는 특수한 지리적 조건에 맞는 발전모델을 모색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여기에 보시라이 부임 이후, 그의 정치업적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더해지면서 부작용과 정적을 양산하게 된 것이다. 특히 부패 근절과 사회주의적 정신가치를 강조하는 창훙다헤이(唱紅打黑)와 같은 선동·공포정치는 과도한 충성경쟁과 경직된 도시문화를 만들었고, 종종 정적 제거의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원자바오 총리가 언급한 ‘문화대혁명 재발’의 우려는 이 대목을 지적한 것이다. 때문에 충칭모델의 평가에서 보시라이 개인의 통치스타일에서 초래된 부정적인 측면과 성장만능주의 정책의 폐단에 대한 대안 제시라는 측면, 이 두 가지를 분리해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
  • “박주영, 쓰기도 안 쓰기도 애매합니다~”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박주영(27·아스널)은 딜레마다. A대표팀 유니폼을 입고선 5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원샷원킬’ 면모를 과시했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선 벤치만 지켜 경기감각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최 감독은 이달 초 영국에서 박주영을 만나고 온 뒤 “과감하게 해외파를 배제할 수도 있다.”고 운을 띄우기도 했다. 실전감각이 문제라는 얘기. 최 감독은 입버릇처럼 “어떤 경기든 꾸준히 경기감각을 유지해 온 선수가 낫다.”고 말했다. 결국 29일 쿠웨이트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최종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에 넣긴 했지만 박주영은 여전히 쓰기도, 안 쓰기도 뭣한 카드다. 최 감독은 공격자원 운용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입을 열지 않았다. 이동국(전북) 원톱, 이동국-박주영 투톱 등 전망만 무성하다. 말 많던 주장 완장도 곽태휘(울산)에게 넘겼다. 그러던 찰나, 박주영이 존재감을 과시했다. 22일 영국 노리치의 캐로 로드에서 열린 노리치시티와의 EPL 리저브 리그 원정경기에서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2군으로 강등돼 자존심이 구겨진 박주영은 전반 6분 만에 결승골을 터뜨렸다. 지난해 10월 칼링컵에서 잉글랜드 데뷔골을 터뜨린 뒤 통산 두 번째 득점이다. 후반 13분에는 베닉 아포베의 추가골을 도왔다. 아스널은 아르샤빈의 연속골과 요시 베나윤의 득점을 보태 5-0 완승을 거뒀다. 박주영이 자신감을 가진 건 당연하고, 실전감각을 우려하던 태극호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전남 영암에서 훈련 중인 최 감독도 “2군 경기지만 활약했다니 고무적”이라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최 감독은 “쿠웨이트전 준비에는 변화가 없다. 여기대로 훈련해 최고의 조합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선을 그었다. 열흘 동안 손발을 맞추고 2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전주월드컵경기장)까지는 현 대표팀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가겠다는 구상에 변화가 없다는 말이다. 최 감독은 “박주영과 기성용(셀틱)은 27일 오후 입국한다. 입국 당일 몸을 풀 여유가 없고, 결국 쿠웨이트와의 결전 전날인 28일 한 차례 발을 맞춘 뒤 경기에 나서야 한다.”고 우려했다. “장거리 원정에 아무리 적응했다지만 신체적으로 무리가 올 수밖에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름값에 연연해 무리수를 두지 않겠다는 신중함이었다. 최 감독은 “25일 우즈베크전이 끝난 뒤 박주영과 기성용의 활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박주영은 아직도 딜레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윤곽 드러나는 한나라 비대위

    윤곽 드러나는 한나라 비대위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로 예정된 상임전국위원회를 앞두고 비상대책위원 인선에 막판까지 부심했다. 신중함을 견지하는 박 위원장의 인사 스타일의 전형을 보였다. 박 위원장이 끝까지 철통 보안을 유지하려고 하면서 26일 발표 여부를 놓고 당에서는 혼선을 빚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쯤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이상돈 중앙대 교수 등 비대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함께 일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인사는 박 위원장 취임 이후 초반부터 영입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인물들이다. ●金, 안철수와도 교분 두터워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경제사회개발 5개년 계획 입안에 실무위원으로 참여했던 김 전 수석은 ‘박근혜 정책’, 특히 박 위원장의 경제정책 기조와 복지정책의 방향을 가늠케 해 주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의료보험제도 도입을 주도한 인물이고, 독일 유학파(뮌스터대 경제학 박사)로서 유럽의 사회복지 분야에 조예가 깊다. 아울러 재벌 개혁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등 개혁 성향을 지니고 있어 여야나 정권, 당파에 관계없이 정치권 전반의 신뢰가 두텁다. 김 전 수석은 현재도 민주통합당 우윤근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고 전당대회 예비경선에 출마했던 우제창 의원의 멘토단장이기도 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도 교분이 두터워 지난 서울시장 선거 전에는 그와 출마 여부를 깊이 있게 논의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李, ‘사학법 반대’ 합리적 보수 이 교수는 박 위원장이 야당 대표이던 2004년 사학법 논란 당시 보수학자로서 앞장서서 폐지를 반대하는 논거를 펼치면서 박 위원장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4대강 사업 등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합리적 보수학자로 평가됐다. 이 교수는 “지금 집권여당은 와해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민주·법치·정부의 역할을 진정한 보수의 시각에서 다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쇄신파 김세연, 비대위원 유력 현역 의원 중에서 비대위원으로 유력하게 꼽히는 김세연 의원은 지역구인 부산 금정구에서 5선 국회의원을 지낸 고 김진재 의원의 아들이다. 차분한 성격이면서도 쇄신파로서 비교적 강한 목소리를 내며 소신을 보여온 점에서 당내에서도 신망이 두터웠다. 실제로 박 위원장에게 “김 의원 같은 인사들을 가까이 둬야 한다.”는 조언을 한 의원들도 있었다. ●비대위원 발표 싸고 혼란 한편 이 같은 내용의 인선안을 발표하는 문제로 당에서는 혼란을 겪었다. 당 대변인으로 내정된 황영철 의원은 이날 오후 2시 15분쯤 “박 위원장이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지금까지 준비된 부분을 이야기하겠다’고 했다.”면서 “황 원내대표가 인선내용을 받아서 어떤 방식이든 비대위원 명단이 오픈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오후 내내 박 위원장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고 황 원내대표는 오후 3시 30분쯤 “(황 의원이 전달한 게) 박 위원장의 뜻이 아닐 수도 있다.”면서 “내가 당무에 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기 때문에 나에게 연락이 와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비대위원 명단은 이날까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박 위원장은 오후 5시쯤 황 원내대표와 황 의원에게 “상임전국위는 전국에서 위원들이 다 올라오기 때문에 미리 알려진 인선안을 내놓는 것보다는 회의 석상에서 명단을 내놓는 것이 그 분들에 대한 예의”라면서 “비대위원들도 미리 언론에 알려지기보다는 임명절차를 완료한 뒤에 공개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34) 하얀 피부와 사후강직이 일러준 토막살인의 진실 전철역 화장실에 유기된 30대女의 시신 33) 억울한 10대 소녀의 죽음…두줄 상처의 비밀 추락에 의한 자살? 몸을 통해 타살 증언하다 32)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엽기 살인마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전체 시리즈 목차보기 (클릭)
  • [커버스토리-공직자와 SNS] 법관들 목소리 왜 높은가

    인천지법 최은배 부장판사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기습처리를 비판한 페이스북 글로 촉발된 판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 논란에서 시작된 문제는 정치적 중립, 표현의 자유를 거쳐 FTA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판사 개개인의 한마디가 사법부의 동요를 불러일으키고, 사회 문제에까지 다다랐다. 판사들의 목소리가 이처럼 파급력이 큰 이유는 일반 공무원과 구별되는 직무 특수성 때문이다. 관료제 중심의 행정부 공무원들은 조직 내에서 역할이 중요시되지만, 법관은 독립성이 보장된 헌법기관이다. 과거에 비해 법관이 관료화됐다는 내부 비판도 많지만 그래도 여전히 법관은 외부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존재라는 인식이 크다. 재경지법 한 부장판사는 “법관은 자신이 담당한 재판에 있어서만큼은 막강한 권한을 갖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판단한다는 특수성 때문에 발언에 영향력이 실리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업무 특수성도 발언에 힘을 더 실어 준다. 사법부는 우리 사회의 분쟁을 최후방에서 처리한다. 그만큼 각종 사회 이슈에 대해 말을 아끼려 하고, 사법부와 판사의 행동은 신중함이 요구된다. 윤리적, 도덕적이고 사회 문제에 대해 객관적 시각을 갖췄다는 인식도 널리 퍼졌다. 송기호 변호사는 “사법부는 우리 사회 최후의 보루로 인식되는 만큼 사법부와 판사들이 의견을 낸다면 이에 대해 국민들이 경청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면서 “사회 문제를 최종 판단하는 기관으로서 권위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권분립 상황에서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사안에 대해 발언을 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사법권 침해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다른 재경지법 판사는 “발언을 하는 것은 개인 자유이지만, 그로 인해 법관 개인의 공정성이 의심받는 일이 생길 수 있다.”면서 신중론을 펼쳤다. 법관의 신분을 법적으로 보장받는 것도 이들이 현안에 대해 거리낌없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최근 법원 내부게시판인 코트넷에 글을 올린 판사 대다수가 우리법연구회 소속인 만큼 일부 학회의 결집력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 판사는 “코트넷에 글을 올리는 판사가 한정돼 있다.”고 분위기를 밝혔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일본통신] 오릭스, 이대호 영입 신중모드 돌입 이유

    [일본통신] 오릭스, 이대호 영입 신중모드 돌입 이유

    올 시즌을 끝으로 FA(자유계약선수)가 된 이대호는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로의 이적이 거의 확정된 상황이다. 2년간 73억원 수준의 몸값이 예상됐던 이대호는 2년간 7억엔(한화 105억원)의 계약을 오릭스로부터 전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균의 전례(3년간 90억원)와 비춰보면 파격적인 제안이다. 하지만 오릭스는 이대호 영입에 있어서 상당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본 데일리스포츠는 “이대호 영입에 있어 신중함을 유지, 하지만 계약을 진행 하는데에는 변함이 없다.”고 보도했다. 이것은 오릭스 구단 본부장인 무라야마의 입을 통해서 나온 말이다. 오릭스는 이대호가 롯데와의 협상이 결렬 될 때가지만 해도 당장이라도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현재는 신중모드로 돌입하고 있다. 왜 그럴까? 여기에는 크게 두가지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첫째는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오릭스가 이대호의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그가 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오릭스 타선은 좌타자 일색으로 한점차 승부가 많았던 올 시즌 찬스에서 상대팀의 좌완 투수에게 번번히 고전했다. 주장인 고토 미츠타카를 위시해 4번타자 T-오카다 등 중심타선에 좌타선이 즐비하다. 올 시즌 전력 보강의 첫번째 과제로 우타자 영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는 오카다 아키노부(59) 감독의 의중은 확고하다. 하지만 이대호나 구단 입장에선 이대호와의 몸값 협상 과정 중 만약 영입이 무산된다면 돌이킬수 없는 상황이 된다. 국내 언론에서는 이대호의 오릭스 입단이 확정된 것처럼 보도를 하지만 오릭스 입장에선 만약의 사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오릭스, 특히 일본야구는 선수를 영입하는데 있어 세부사항은 비밀로 하는 경우가 많아 특히 더 신중할수 밖에 없다. 두번째는 국내에서 일본프로야구를 중계하는 텔레비젼 시청률과 방송사와의 계약 문제 때문이다. 올해 이승엽과 박찬호의 중계를 맡았던 SBSCNBC는 이 두선수의 부진으로 인해 당초 기대했던 시청률에 미치지 못했다. 케이블 TV의 국내프로야구 시청률이 최고 3%를 넘는 경기가 많았던 올해 한국프로야구에 비해 1%대에도 미치지 못했던 일본프로야구 중계를 맡았던 SBSCNBC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고민이 될수 밖에 없다. 실질적으로 지난해 이승엽과 박찬호의 중계는 국내팬들에게 외면을 받았던게 사실이다. 이대호의 몸값은 오릭스 구단에서 모두 지불하지 않는다는 건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아직 국내에서 발송될 중계 채널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오릭스 역시 중계를 할 채널이 있어야 이대호와의 협상이 좀 더 수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대호는 이승엽과 박찬호와는 경우가 달라 중계권 협상에 있어선 별다른 문제가 없을거란 전망도 있다. 이승엽은 요미우리 시절 마지막 3년동안 매우 부진했다. 요미우리와의 계약이 끝난 후 오갈데가 없어진 이승엽을 선택한 건 오릭스였고, 부활을 기대했던 팬들에겐 시즌 초반부터 부진했던 것이 이후 시청률 확보가 어려웠던 가장 큰 이유다. 박찬호 역시 5월말 부진으로 2군으로 강등됐었고 이후 1군 진입을 노렸지만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 끝까지 얼굴을 볼수 없었던 것도 시청률 부진에 있어 한몫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대호는 경우가 다르다. 김태균이 실패하고 돌아온 시점에서 이제 이대호마저 실패를 하게 된다면 앞으로 일본에서 한국타자들을 선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렇기에 팬들은 이대호라면 과연 일본에서 어느정도 통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수 밖에 없어 올해 보다는 시청률은 더 확보될것이란 예상은 충분하다. 이대호가 오릭스와의 계약이 확정된다면 그것은 곧 국내 케이블 TV와의 협상도 무난히 타결됐다는 방증이기에 오릭스 입장에선 좀 더 신중을 기할수 밖에 없다는 뜻으로도 풀이할수 있다. 오릭스가 제시한 이대호의 몸값을 계산하면, 이대호는 연간 최대 3억 5천만엔(52억 4000만원)을 받는다. 오릭스로부터 2년간 7억엔(105억원)을 제시 받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순수연봉은 2억엔이다. 계약금이 1억 5천만엔이기에 최소 2년간 일본에서 5억 5천만엔을 벌수 있다. 나머지 옵션은 이대호의 성적 여하에 따라 금액이 결정되기에 이대호 입장에서도 최선을 다할 이유가 분명해졌다. 이대호의 3억 5천만엔은 일본선수들의 몸값과 비교해 봐도 높은 금액이다. 시즌이 끝나 유동적이긴 하지만 올 시즌을 기준으로 하면 일본내 11위에 해당된다. 또한 이 금액을 일본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와 비교하면 이대호 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는 알렉스 라미레즈(전 요미우리)와 임창용(야쿠르트) 단 두명 뿐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곽 “교육감직 수행”… 檢, 주말쯤 소환

    서울시교육감 후보 단일화에 대한 돈거래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진한)는 1일 지난해 선거 당시 진보진영 단일후보의 상임 선대본부장이었던 최모 서울대 교수와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중재역할을 했던 이모 목사 등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곽 교육감은 오전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월례조회에 참석, “이미 총체적 진실을 이야기했다. 더욱 막중한 책임감과 신중함으로 교육감직 수행에 임하겠다.”며 사퇴거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검찰은 최 교수 등을 상대로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곽 교육감 측이 박명기(53·구속) 서울교대 교수에게 돈을 건네기로 약속했는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곽 교육감 측에서 박 교수에게 자금이 전달된 정황을 포함해 처음 단일화 논의 시작부터 협상과 타결 과정까지 전반적으로 조사해 2억원의 자금 출처와 대가성 여부 등을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곽 교육감을 단일화 과정의 주변인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르면 주말에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번 사안의 민감성과 수사의 지속성을 고려해 오는 5일 자 인사에도 불구, 수사팀을 잔류시키기로 했다. 수사팀은 서울중앙지검 7층에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한다. 한편 후보단일화에 참여한 인사들은 이날 종로구 동숭동 흥사단 3층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 교수가 지난해 5월 18일 사당동 회동에서 10억원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또 “박 교수의 요구를 우리가 거절하고 퇴장하자 밖으로 쫓아 나오며 손가락으로 7개를 그리며 ‘7억원이라도 보전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에게 돈을 건네는 역할을 했다가 검찰에 긴급 체포됐다 풀려난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2억원은 처음부터 대가성이 없었고 후보 단일화와 별도로 그 이후 선거에서 기본적으로 치러진 비용을 감안해서 준 것이다.”라면서 “선의가 아니었으면 내가 돈을 전달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재헌·이영준기자 goseoul@seoul.co.kr
  • [기고] 선(善)의 침묵./지상욱 자유선진당 전 대변인

    [기고] 선(善)의 침묵./지상욱 자유선진당 전 대변인

    서민과 중산층의 생활고가 무겁다. 불어나는 가계 빚더미 앞에 과거는 죽어가고 미래는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고 있다. 중산층이 점점 더 무너져 가고 사회계층이 양극단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가난’ ‘빈곤’ ‘소외’ ‘포기’ ‘자살’이라는 말들이 일상적 사회용어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런 양극화 해결이야말로 무엇과도 비교되지 않는 이 시대의 정신이고 화두다. 심각한 것은 이 상황이 개선될 기미도 없고, 개선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탐욕에 눈이 먼 기득권층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게 된 지 오래다. 이기주의와 자기 보신에 사로잡힌 거대자본과 지식인, 그리고 고위공직자는 ‘내려놓음’과 ‘나눔’, ‘긍휼’의 정신을 상실했다. 있다 해도 면피용 생색내기요, 이름 알리기요, 전시적이어서 사랑과 감동이 없다. 올바른 문제해결과 상생의 방안을 제시해야 할 정치인은 자기 성찰의 노력이 없다. 공천과 대권, 지역구의 이익에만 매달려 있다. 정론을 이끌어야 할 언론도 자신의 성향과 구미에 맞는 것에 보도와 편집이 편향돼 보인다. 지금 시민들은 꿈틀거리는 그 무언가를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 정체가 뭔지 아직은 잘 모를 수 있다. 거대자본과 권력에 줄을 서서 아부하는 지식인들은 우리 사회를 짓누르며 다가오는 그 무엇의 실체와 파괴력을 안다. 그 누구도 해결을 위해 선뜻 나서지 않는다. 하지만, 기득권층의 무능과 탐욕, 인내의 한계를 넘는 시민들의 불만, 그리고 용기 있는 선비들의 등장과 호소가 일치하는 순간 임계점을 넘어 그 무엇은 빅뱅을 일으키고 말 것이다. 이와 함께 시민들은 이 사회와 역사의 진정한 주인으로 소용돌이를 이끌어 갈 것이다. 과연 보수는 다가올 변혁의 시대를 맞아 눈부신 성공만을 추구하는 세력으로 생존할 수 있을까? 보수는 진보와 정면으로 싸우기에는 비겁하고 도망치기에는 너무 뚱뚱하지 않은가? 서민과 중산층에게 포식자(eater)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통합하고 나누는 온전한 미래의 창조자(maker)로 거듭날지를 결단해야 한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실종된 정의, 감금된 자유, 그리고 껍데기 평화가 우리 사회에 나뒹굴도록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때를 아끼며 온전한 미래를 위해 맞설 용기를 가져야 한다. 말만 앞세우기보다는 자기부정과 무욕의 결단을 내리는 도덕적 엘리트가 공론과 실천의 최전선으로 나와야 한다. 감세정책으로 회사 청소부들의 과세율이 자신보다 높아짐을 수치스러워한 워런 버핏과 같은 기업가가 감동을 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무엇보다도 가족, 공동체, 종교와 같은 전통적 지혜에 의존하여 정의와 자유를 고취시킨 에드먼드 버크와 같은 지혜와 덕의 신중함이 새롭게 싹터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들에 대한 갈망을 우리는 직시하고 역사를 밀고 갈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것을 게을리한다면 역사는 오늘을 이렇게 기록할 것이다. “이 사회적 전환기의 최대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거친 아우성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끼치는 침묵이었다.”라고. 마틴 루서 킹의 이 말이 오싹하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 “갑옷에 싸인 뜨거운 가슴…절제·신중함이 브람스 매력”

    “갑옷에 싸인 뜨거운 가슴…절제·신중함이 브람스 매력”

    “브람스란 사람 자체가 표현을 막 폭발적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한다. 뜨거운 가슴은 있지만 많은 갑옷을 껴입은 것처럼 절제하고 은근하면서 신중하게 표현하는 게 그의 매력인 것 같다.”(임헌정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10일 예술의전당서 첫 막 예술의전당이 지난해 시작한 ‘위대한 작곡가 시리즈’(The Great 3B Series)의 두 번째 주인공은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다. 19세기 후반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동시에 독일음악의 전통을 계승한 브람스야말로 지난해 베토벤(1770~1827)에 이어 또 한명의 ‘위대한 B’(Great B)로 손색 없을 터. 내년에 펼쳐질 ‘3B 시리즈’의 마지막 주자는 바흐다. 브람스의 교향곡과 협주곡 등 전곡 대장정을 이끌 지휘자는 1999년부터 5년간 말러교향곡 전곡을 연주해 ‘말러 신드롬’에 불을 지폈던 지휘자 임헌정(58·서울대 교수)이다. 그와 22년 동안 호흡을 맞춘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함께한다. 임 교수는 “단원들에게는 항상 영혼을 담아 살아 있는 음악을 연주하자고 강조한다.”면서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도 음표가 아닌 브람스의 마음을 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임 교수와 부천 필하모닉은 그동안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1991)과 말러 교향곡(1999~2003), 베토벤 교향곡(2003), 슈만과 브람스 교향곡(2010) 등 끊임없이 전곡 연주에 도전했다. 음악단체로는 처음으로 ‘호암상’을 수상하며 국내 정상의 교향악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경선·송영훈… 화려한 협연 총 4회(3·5·9·11월)로 이뤄진 ‘위대한 작곡가 시리즈:브람스’의 첫 막은 1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오른다. 프로그램은 ‘교향곡 제1번 C단조’와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 협주곡’. 브람스가 22세부터 초고를 쓰기 시작해 완성까지 무려 21년이 걸린 ‘교향곡 제1번’은 ‘베토벤의 열 번째 교향곡’으로 불릴 만큼 뛰어난 작품이다. ‘운명 교향곡’을 모범으로 삼았기 때문인지 베토벤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진다. 엄숙한 분위기나 깊이 있는 선율, 목가적인 분위기는 물론 4악장에서 모든 갈등이 해결돼 강물처럼 흐르는 느낌은 브람스의 감수성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브람스의 마지막 관현악 작품인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 협주곡’은 중후한 악상 속에 차분하고 독특한 로맨티시즘이 스며든 명곡으로 평가받는다. 협연자의 면면도 화려하다.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은 1993년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와 1994년 러시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등에서 연속 입상하면서 ‘제2의 정경화’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국내 최고의 첼리스트로 꼽히는 송영훈은 피아졸라의 곡을 모은 솔로 앨범 ‘탱고’를 발매하는 등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올해 예정된 네 차례 공연을 동일한 좌석의 등급으로 한번에 예매하면 20% 할인해 준다. 매회 2만~4만원. (02)580-1300.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윤증현 장관 3·1절 맞아 전직원에 편지

    윤증현 장관 3·1절 맞아 전직원에 편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휴일인 1일 전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지난달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출장 당시에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낸 지 2주 만이다. 그는 지난 편지에서 복지 논쟁에 대한 언급을 했지만 이번에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세계 경제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웠고 우리 대내외 환경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어 정부의 정책 공간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며 “역풍에 돛을 펴야 하기 때문에 불과 2주 만에 또 편지를 띄워 ‘긴장의 끈을 놓지 말자’고 주문하는 이유”라고 운을 뗐다. 이어 기본에 충실한 자세와 위험(리스크)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업무 태도를 강하게 주문했다. 윤 장관은 “최근 작은 실수를 방치해 큰 문제가 되는 사례를 보면서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이 많고 업무가 과중한 우리 부처 성격상 혹여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사소한 실수를 눈감고 넘어가는 분위기가 없는지 반성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고서 한장을 만들어도 신중함과 꼼꼼함을 발휘해야 잘 여물고 반듯한 골격을 갖춘 보고서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한글본 협정문 오류, 윤 장관의 ‘글로벌 코리아 2011’ 오찬사에 명기된 ‘유입자본에 대해 조건부 금융거래세 부과’를 둘러싼 해프닝 등을 언급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금융거래세는 대외경제국이 참고용으로 배포한 자료에 있던 내용으로, 투기자본에 대한 토빈세가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켰다. 내용을 모르고 있던 국제금융국이 뒤늦게 사실을 알고 급거 진화에 나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윤 장관은 또 “중동의 정정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서 보듯 우리에게 ‘강 건너 불’은 이제 없으며 지구촌의 모든 변화가 실시간으로 ‘발등의 불이 되고 글로벌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씨줄날줄] 말의 허물/김성호 논설위원

    인간 뇌 세포의 98%는 말의 지배를 받는다고 한다. 말을 하면 뇌에 입력되고 뇌는 척수를 지배해 행동을 좌우한다는 과학적 논리다. ‘말은 행동을 지배한다.’는 사회학적 주장이나 ‘말이 씨가 된다.’는 격언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말의 중요함에 대한 강조다. 중국 당대 인재 등용 기준인 신언서판(身言書判)의 둘째 항목도 말 씀씀이의 정교한 관찰이다. 말을 가려 쓰자는 신중함의 당부는 양의 동서와 시대의 고금을 가리지 않는다. ‘말로써 말 많으니 말을 말까 하노라.’의 시조며, 귀는 두개인데 입은 하나인 까닭도 잘못된 말이 부를 화를 경계해서다. 불교도 인간이 살면서 몸·말·뜻으로 짓게 되는 세 가지 죄업(三業) 가운데 하나로 세치 혀의 잘못된 놀림인 구업을 놓고 있다. 말은 이렇게 끊임없이 경계의 대상으로 신중함이 강조되지만 보통 사람들의 입은 여전히 오염과 허물의 씨앗이다. 우리 사회 속 잘못된 말의 폐해는 심각하다. 지식인은 물론 정치인, 학생 할 것 없이 폭언을 쏟아낸다. 안방극장에 저질 말이 넘치고 공식석상에서 정치인의 시정잡배식 막말도 예사다. ‘헛소리하는 이명박 정권을 확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나.’라는 막말에 이어 성형 안 한 여성을 ‘자연산’이라 빗댄 비하의 후유증이 심하다. ‘두번 감옥간 사람이 세번은 못가겠냐.’며 ‘착각하는 현 정부 한번 붙어보자.’고 했다는 한국노총 위원장의 폭언은 또 어떤가. 그런데 종교계의 막말도 험악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사찰 주지 스님이 법회에서 ‘총무원을 찾아가 내 승적을 불태우겠다.’고 하더니 사찰 대웅전을 점령한 개신교 신자들은 ‘이 절이 무너지게 해주십사.’고 소리 높여 기도를 했단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사제들의 극언은 또 어떤가. 기자간담회에서 추기경이 한 발언을 놓고 ‘골수 반공주의자’로 몰아세워 사퇴까지 요구했다니 한국 천주교 초유의 반란이란 비아냥이 무색하지 않다. 세속과 구별되는 사랑·배려의 가치를 외면한 독선의 일탈이 심상치 않다. 엊그제 조계종 총무원장, 한기총 대표회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의 회동이 화제다. 모임에서 한기총 회장은 “가장 큰 허물은 언어의 허물”이라고 했다. 심해져 가는 이웃종교 간 갈등을 의식한 발언일 터. 종교 간 충돌을 저어하는 말의 자제와 신중함에 대한 당부. 그런데 지금 우리 종교의 허물을 인정하는 언사로 비쳐짐은 왜일까. 인류가 가진 최고의 도덕률이라는 종교인데, 말 그대로 말의 허물만이라도 벗겨낼 수 있다면….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한반도·타이완 등 현안 싸고 신경전

    한반도·타이완 등 현안 싸고 신경전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며 양국 관계를 협력 모드로 재조정하려던 중국의 의도를 읽은 미국이 ‘인권 카드’로 강력 대응하면서 미·중 정상회담은 첨예한 대립 속에 진행됐다. 19일(현지시간)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이번 회담에서 인권으로 포문을 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핵심 이익과 직결된 환율 문제를 놓고 중국을 강하게 압박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민주당과 국제 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인권 문제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피했던 지난 2009년 정상회담과는 분위기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 회담을 앞두고 다각도로 위안화 절상 압력을 했지만 중국이 단칼에 거절, 일절 여지를 남기지 않자 “차이점은 인정하지만 공통 이익을 찾아 상생한다.”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전략을 포기한 것이다. 비핵화보다는 북한 붕괴 방지 등 한반도 안정을 최우선하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비핵화를 우선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사이에 이견이 노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반도 안정 및 비핵화라는 공통 목표에 바탕을 둔 협력 기조는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대화와 긴장 완화를 위해 양국은 각각 한반도 두 동맹국(남북한)의 직접 대화를 적극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핵 개발, 미얀마 군사 독재, 수단의 인권 유린 등 소위 ‘불량 국가’들에 대한 처리 등 국제 지역 현안에 있어서 두 나라는 기본적인 간극을 메울 수 없었지만 중국은 미국에 좀 더 협력적인 자세를 보이며 워싱턴 측에 유화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전반적인 유화 자세에도 불구, 오바마 행정부의 타이완에 대한 무기 수출 계획 중지 요구 등에 대해 후진타오는 강경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는 중국에 있어 타이완 문제가 주권과 사활적 이익이 걸린 최우선 현안인 데다 후진타오가 2012년 퇴임을 앞두고 군부 압박을 받고 있는 탓으로 분석된다. 달라이 라마의 미국 초청, 신장 자치구 등의 소수 민족 문제, 인권 문제 등에 대해서도 주권 사항임을 강조, 미국 측의 신중함과 성의를 촉구하며 반격했다. 오바마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지도국으로서의 ‘글로벌 스탠더드’ 수용을 주문한 데 대해 후진타오는 “핵심 이익에 대한 상호 존중이 건전한 양국관계의 기반”이라며 맞받았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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