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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왕성, 위성이 무려 5개… 태양계 9행성 지위 되찾나

    명왕성, 위성이 무려 5개… 태양계 9행성 지위 되찾나

    태양계에는 몇 개의 행성이 있을까. 이 같은 질문을 받으면 누구나 저절로 머릿속에서 ‘수·금·지·화·목·토·천·해’라는 문구를 떠올리며 세어 보게 마련이다. 현재 태양계의 행성은 모두 8개. 하지만 상당수 사람들은 이 같은 사실이 아직은 어색할 수 있다. 입버릇처럼 ‘해’ 다음에 따라나오던 ‘명’, 곧 명왕성을 애써 지워야하기 때문이다. 태양계의 행성이 9개에서 8개로 줄어든 것은 2006년 8월이었다. 지구와 동등한 자격을 잃고 왜행성(왜소행성·dwarf planet)으로 격하된 명왕성의 현재 공식 명칭은 ‘소행성134340’이다. ●새롭게 조망받는 ‘쫓겨난 행성’ 명왕성이 다시 천문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이 지난 12일 “허블우주망원경이 명왕성 주위를 돌고 있는 또 하나의 위성을 발견했다.”고 밝히면서다. 달보다 작고, 행성 지위에서 쫓겨난 명왕성이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해도 무려 5개의 위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성·금성은 위성조차 없고, 지구는 하나, 화성은 두 개에 불과한데 말이다. 과학전문 뉴사이언티스트는 “명왕성의 다섯 번째 위성은 명왕성의 지위 격하를 둘러싼 논란에 신선한 소재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죽음의 신 ‘플루토’(Pluto)에서 따온 이름만큼이나 명왕성의 운명은 기구했다. 1930년 2월 18일, 23살의 천문대 조수 클라이드 톰보가 미국 애리조나주의 로웰천문대 망원경을 통해 처음으로 명왕성을 발견했다. 명왕성의 발견은 천문학계의 놀라움이자 기쁨이었다. 천문학자들은 명왕성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행성X’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프톨레마이오스가 태양계 별의 족보를 정리한 뒤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하기까지 150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태양계의 별은 태양을 포함해 7개뿐이었다. 천지개벽으로 여겨졌던 지동설조차도 별의 숫자가 아닌 중심축을 지구에서 태양으로 옮기는 데 머물렀다. 그러나 망원경의 발달로 1781년 3월 영국의 윌리엄 허셜이 천왕성을 발견하면서 이 같은 상식이 무참히 깨졌다. 허셜이 천왕성을 발견한 뒤 물리학자들은 뉴턴 물리학을 기반으로 천왕성의 궤도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망원경으로 관찰한 천왕성은 뉴턴의 공식을 완벽하게 따르지 않았다. 프랑스의 위르뱅 르베리에는 천왕성 외부에 또 다른 행성이 있어 천왕성의 궤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고 위치를 계산해 1846년 베를린 천문대의 요한 갈레에게 보냈다. 편지를 받은 그날 밤 갈레는 르베리에가 지목한 장소에서 정확히 새로운 행성, 해왕성을 찾아냈다. 명왕성의 발견 역시 해왕성의 궤도가 계산대로가 아니라는 사실에서 시작됐다. 1890년 퍼시벌 로웰은 애리조나주 플래그스태프에 천문대를 세우고 해왕성 이외에 천왕성의 궤도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행성 즉, ‘행성X’를 찾고자 했다. 논점을 이탈하는 얘기지만 천문학자이자 외교관, 실업가였던 로웰은 한국 역사에도 등장한다. 1876년 일본을 찾았다가 조선의 첫 미국 사절단의 통역을 맡았다. 오랫동안 한국을 뜻한 ‘조용한 아침의 나라’는 로웰이 조선을 다녀간 뒤 쓴 책의 제목이다. 로웰은 노월(越)이라는 한국 이름을 갖고 있었으며, 고종의 사진을 처음으로 찍어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로웰이 예언하고, 그토록 찾고자 했던 행성은 그가 사망한 지 15년 뒤에야 발견됐다. 톰보가 발견한 행성은 11세 소녀 베네티아 버니의 제안에 따라 미지의 영역인 태양계의 끝에 있다는 의미로 플루토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공교롭게도 첫 두 글자 P와 L는 퍼시벌 로웰의 이니셜이기도 하다. ●뉴호라이즌스호의 2015년이 기대되는 이유 명왕성 발견 당시 아마추어 천문학자에 불과했던 톰보는 일생 동안 혜성 하나와 초은하단 하나, 성단 6개, 소행성 750개를 발견했다. 1992년 NASA는 톰보에게 명왕성을 탐사하기 위한 위성 ‘뉴호라이즌스’호 탐사계획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1997년 세상을 떠난 톰보는 결말을 보지 못했다. 대신 2006년 1월 발사된 뉴호라이즌스호에는 톰보의 유골이 실렸다. 톰보는 2015년 7월 명왕성에 도착할 예정이다. 반세기 넘게 태양계의 막내로 인정받았던 명왕성의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이후 태양계에서 소행성을 비롯한 미확인 천체들이 잇따라 발견되면서부터다. 명왕성과 비슷한 크기의 소행성들이 여럿 등장하자 국제천문연맹(IAU)은 이들을 모두 행성으로 인정할 것인지(당시 발견된 것들을 모두 포함하면 태양계의 위성은 12개로 늘어날 예정이었다), 아니면 명왕성을 행성에서 제외할 것인지에 대한 의논을 시작했다. 논의 끝에 2006년 8월 24일 IAU 총회는 ‘태양 주위를 돌아야 한다.’ ‘충분히 큰 질량을 가져 자체 중력 때문에 둥글어야 한다.’ ‘자신의 공전궤도면에서 가장 지배적이고 강력한 존재여야 한다.’라는 행성의 세 가지 정의를 발표했다. 지름이 지구의 5분의1, 질량이 500분의1에 불과한 명왕성은 앞의 두 조건은 충족하지만 세 번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명왕성의 궤도는 찌그러져 있어 공전 중에 해왕성보다 더 태양에 가까워지기도 하고 자신의 위성인 카론의 영향을 심하게 받는다. 이 때문에 명왕성은 왜행성으로 격하되면서 행성으로서의 지위를 잃고 말았다. 그해 미국에서는 몰락을 뜻하는 신조어인 ‘그 친구 명왕성 됐어.’(He’s plutoed)라는 문장이 올해의 문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76년간의 믿음, 그것도 과학적 사실이 변하는 것은 그만큼 전 세계에 충격이었다. 명왕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꼬마 행성인 명왕성의 위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하나가 추가되면서 5개로 늘었고, 명왕성이 에리스와 쌍둥이별이라는 주장도 있다. 뉴사이언티스트는 “뉴호라이즌스호가 명왕성에 가까이 가면 얼마나 많은 위성이 새롭게 밝혀질지 모른다.”면서 “명왕성에 다시 행성이라는 이름을 붙여줄 새로운 근거가 마련되기를 많은 학자들이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명왕성은 행성일 당시 유일하게 미국에서 발견한 행성으로, 미국 천문학계의 자존심이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데스크 시각] 검찰의 굴욕/박홍환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검찰의 굴욕/박홍환 사회부 차장

    한때 ‘검새스럽다’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2003년 3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마련한 ‘검사와의 대화’에서 젊은 평검사들이 따지듯 목소리를 높이자 네티즌들은 ‘검새스럽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퍼뜨렸다. ‘권력의 시녀’ 역할이나 하던 검사들이 어떻게 이토록 뻔뻔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주변으로부터 수재 소리를 들으며 죽도록 공부해 나름의 국가관을 갖추고 평생의 업으로 검찰을 선택한 검사들로서는 ‘×새’라는 비속어가 들어 있는 ‘검새’가 얼마나 치욕적인 호칭이었을까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후 얼마 지나지 않아 송광수 검찰총장과 안대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지휘하에 검찰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시작했고, 좌고우면하지 않으면서 정황과 단서가 나오는 대로 처리했다. 야당의 ‘차떼기’ 수법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이제 갓 출범해 위세가 하늘을 찔렀던 새 정권의 참신한 개국공신들까지 줄줄이 검찰청에 불려 나와 쇠고랑을 찼다. 네티즌들은 송 총장과 안 부장 팬클럽을 만들어 열광했고, 수사팀 검사들에게는 격려의 의미로 시민들이 보낸 떡과 보약이 쇄도했다. 누구도 검사들을 더 이상 ‘검새’로 부르지 않았고, 오히려 안 부장에게는 ‘국민검사’라는 애칭까지 붙여줬다. 검찰이 이명박 대통령 및 권부와 관련된 3대 의혹사건 처리를 모두 끝냈다. 이 대통령 내외와 아들 시형씨 등이 고발된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사건과 관련, 검찰은 이 대통령과 시형씨를 포함한 피고발인 모두를 무혐의 처리했다. 특히 시형씨에 대해선 단 한 차례 서면조사로 면죄부를 줬다.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 재수사에서는 청와대 측의 조직적인 개입 의혹이 밝혀지길 기대했지만, 검찰은 2010년 1차 수사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의 개입이 의심되는 숱한 폭로가 이어졌지만, 검찰은 민정수석실 관련자들을 비공개로 불러 형식적으로 조사한 뒤 ‘관련없음’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 BBK 가짜편지 의혹 사건도 마찬가지다. 2007년 대선 직전 ‘김경준 기획입국설’의 근거로 제시되면서 세상을 뒤흔들었던 편지가 가짜로 판명되고, 그 편지를 흔들며 기획입국설을 주장했던 여당 대표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됐지만 검찰은 그 누구도 처벌하지 않았다. ‘출세욕이 지나쳤던 대학 교직원의 대국민 사기극’이었다는 검찰 설명을 납득할 국민이 도대체 몇 명이나 될까. 검찰 고위관계자와 최근 만났다. 그는 3대 의혹사건 처리 등과 관련, ‘봐주기 수사’ ‘면피성 수사’ ‘졸속 수사’ 등의 비난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검찰 역시 고충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살아 있는 권력’과 관련된 수사는 쉽지 않다.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않는다.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니 국민들 입장에서 그런 비난도 나올 법하다. 이것은 검찰의 숙명이다.” 그러나 이런 하소연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의지만 있다면 못할 수사가 없다는 건 이미 지난번 대선자금 수사 때 입증된 바 있다. 국민들은 그때 수사팀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냈다. 3대 의혹사건은 이제 국회로 공이 넘어갔다. 여당인 새누리당조차도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며 국정조사 등을 통해 밝히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는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사건은 특별검사제를 도입해 처리하고,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은 국정조사로 규명하자고 합의한 상태이다. 수사 결과가 불신당하는 현실이 매우 치욕적일 듯하지만 검찰은 그다지 굴욕적으로 느끼는 것 같지도 않다. 이러다간 ‘검새스럽다’라는 말이 또 유행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검찰에서 사법부로 옮겨 6년간 최고판사 역할을 맡았던 안대희 전 대법관은 “검찰은 한없이 높은 도덕성을 유지해야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도덕성은 단순히 물질적 차원만은 아닌 듯하다. 권력자든 누구든 어느 누구에게도 떳떳하고 올바른 자세, 그게 굴욕 대신 찬사를 얻는 검찰의 길이다. stinger@seoul.co.kr
  • 광진, 스마트폰 활용법 교육

    스마트폰 가입자가 2000만명을 넘어서면서 문맹·컴맹에 이어 스마트폰맹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스마트폰 활용법을 몰라 애를 먹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광진구에선 구민 정보화 능력을 제고하고자 ‘찾아가는 스마트기기 활용 무료교육’을 실시한다고 17일 밝혔다. 구는 18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구의3동 주민센터 강당에서 직능단체 회원 및 주민 30여명을 대상으로 무료 스마트폰 활용 교육을 실시한다. 이어 다음 달부터 11월까지 15개 동별 직능단체 회원 및 주민 30여명씩 모두 450여명을 대상으로 동별 순회교육을 실시한다. 교육내용은 ▲스마트폰의 특징과 종류 소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사용하기 ▲날씨, 버스 정보 등 유용한 앱 설치 및 활용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하기 등이다. 이와 별도로 매월 첫째주 월·수·금요일에는 오전 10시부터 2시간씩 주민 20명을 대상으로 구청 전산교육실에서 스마트폰 및 SNS 활용교육을 실시한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이상득 前의원 소환] 6인회 멤버…정권 최고실세 ‘영일대군’

    [이상득 前의원 소환] 6인회 멤버…정권 최고실세 ‘영일대군’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은 현 정권의 최고 실세였다. 정권 창업공신 그룹인 ‘6인회’의 주요 멤버이자 대통령의 친형, 국회부의장을 지낸 6선 의원이다. 집권 초부터 ‘영일대군’, ‘상왕’으로 불렸다. 지난 2008년 2월 국회에서 열린 한 공청회에 참석, 기자들에게 “내가 ‘이명박’이 시키는 대로 하는 똘마니냐.”고 말하는 등 대통령의 이름을 스스럼없이 입에 올렸다. 그만큼 위세가 대단했다. 2008년 18대 총선에 앞서 불출마를 요구하는 ‘55인 파동’이라는 곡절을 거쳐 6선 고지에 오른 이 전 의원에게는 ‘만사형통’(萬事兄通·모든 일은 형님을 통한다)이라는 수식어도 뒤따랐다. 개각 때마다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와 청와대, 여당, 공공기관 등 권력의 핵심 곳곳에는 이른바 ‘이상득 사람들’이 포진했었다. 2009년 6월 정두언·정태근 새누리당 의원 등으로부터 ‘권력 사유화’의 배후 인물로 지목되면서 ‘정치 2선 후퇴’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정치 현안에서 물러나 경제·자원 외교에 전력을 다하겠다.”며 볼리비아·페루·리비아 등 남미와 중동, 아프리카 등지를 다니며 외교 일선에 나섰다. 그러나 ‘만사형통’ 시비는 끊이질 않았다. 국회 내에서는 이 전 의원의 고향인 경북 포항지역에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집중 배정되면서 ‘형님예산’이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해마다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따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측근인 박배수 보좌관이 SLS그룹 구명로비 명목으로 수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수감되면서 이 전 의원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4·11 총선 불출마 카드를 내놓았다. SLS그룹과 프라임저축은행 연루 의혹 등이 터질 때마다 “제발 검찰에서 수사를 해서 진실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검찰의 저축은행 로비 사건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이 전 의원 자신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검찰의 칼끝이 최고 실세를 겨눈 것이다. 이 전 의원은 3일 검찰에 출석하면서 “성실히 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의 검찰 출석과 맞물려 ‘6인회’도 사실상 쇠락의 정점을 찍었다. ‘방통대군’으로 일컬어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양재동 복합물류단지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사건으로 구속기소, 18대 국회에서 집권당 대표와 국회의장을 지낸 박희태 전 의장은 2008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지난달 25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왕의 남자’로 불려온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대권 도전을 선언했지만 대선 후보 경선 룰 논란에 직면, 고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18대 국회 당시 집권 여당 최다선·최고령 의원이면서도 대통령의 형이라는 이유로 국회의장에 오르지도 못한 데다 끊임없이 견제를 받아왔던 탓에 이 전 의원이 최대 피해자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씨줄날줄] 신(新)프레너미/주병철 논설위원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괜한 오해로 서먹해지고, 하찮은 일로 서운해할 때가 있다. 이런 일을 계기로 더 친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애증(愛憎)을 갖고 있다고 한다. 오스트리아의 H 그로스는 자신이 펴낸 범죄심리학에서 애증을 이렇게 설명했다. “사랑과 미움은 꼭 같은 것이다. 다만 전자는 적극적이며, 후자는 소극적인 데 불과하다.” 애증에 대해 재미있게 표현한 신조어가 있다. ‘프레너미’(frenemy)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심리학 교수 테리 앱터의 저서 ‘베스트 프렌즈’에 나오는 단어로, 친구(friend)와 적(enemy)을 합친 것이다. 앱터는 여성들이 문화적인 환경 때문에 남성들에 비해 경쟁의식이 높다고 설명했다. 앱터는 저서에서 여성은 친구를 성원하고 잘되기를 바라지만 내심 자신이 뒤처지거나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프레너미가 가장 활발한 곳은 아무래도 상거래(돈)가 많은 기업이다. 이곳 용어로는 ‘적과의 동침’이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와 IBM, 삼성과 LG, 삼성과 소니, 삼성과 애플, 소니와 파나소닉, 구글과 애플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협력한다고 해서 ‘친구’이고, 경쟁한다고 해서 ‘적’이라 할 수 있을까. 보디랭귀지 분석 전문가들은 구글의 에릭 슈밋과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대화를 나눌 때 다리와 팔 모양 등을 근거로 신뢰도를 분석한 적이 있었는데, 서로의 신뢰 수준은 33%였다고 한다. 겉으로는 부둥켜안지만 속으로는 발길질을 해댄다는 얘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법안(오바마케어) 합헌 결정의 캐스팅 보트를 행사한 존 로버츠 미국 대법원장의 정치적 판단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찬반이 4대4로 팽팽한 상황에서 로버츠 대법원장은 합헌 의견을 내 오바마에 승리를 안겨줬다. 그러나 결론 부분에서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는 대목에 대해 세금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증세 논란의 빌미를 줘 공화당 대선 후보인 롬니에게 유리하게 했다고 볼 수 있다. 오바마와 로버츠는 하버드 로스쿨 선후배 사이지만 큰 사안마다 각을 세우는 애증 관계였다. ABC 방송은 “로버츠는 오바마의 프레너미”라고 명명했다. 지구촌 시대에 프레너미는 개인이든 국가든 거부할 수 없는 새로운 관계 형성의 키워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긍정의 힘으로 ‘프레너미’를 진화시키는 수밖에 없다. 이런 질문이 남는다. 우리의 프레너미는 누구인가.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걔들이 가수? 응, 개가수!

    걔들이 가수? 응, 개가수!

    신조어 ‘개가수’. 개그맨과 가수를 겸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런 신조어가 나온 데에는 최근 들어 인기 개그맨들이 가수 못지않은 실력으로 음원을 발매, 대중의 인기를 크게 얻게 된 데 있다. 개그맨 유세윤과 뮤지로 구성된 그룹 ‘UV’(위), MBC 무한도전(이하 무도)의 대세남 정형돈과 가수 데프콘이 만든 ‘형돈이와 대준이’(가운데), KBS 2TV 개그 콘서트(이하 개콘)의 신보라, 박성광, 정태호로 구성된 ‘용감한 녀석들’(아래) 등이 대표적인 개가수. UV의 경우 2010년부터 꾸준히 10장의 싱글 앨범 등을 냈고, 특히 ‘쿨하지 못해 미안해’, ‘이태원 프리덤’ 등은 프로 가수들 못지않은 완성도 높은 곡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태원 프리덤’의 인기로 UV는 2011년 서울 용산구 홍보대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MBC 파업사태로 ‘무도’가 결방되면서 ‘무도’의 대세남 정형돈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 팬들에게 ‘형돈이와 대준이’는 가뭄 속 단비 같은 존재였다. ‘형돈이와 대준이’는 싱글앨범 ‘껭스타랩 볼륨1’과 ‘올림픽대로’를 내자마자 핫이슈로 떠올랐다. 1980년대 복고풍의 의상과 다소 껄렁껄렁한 행동거지를 특색으로 내세운 ‘형돈이와 대준이’의 앨범에는 특히 ‘MC 날유’ 유재석이 피처링 작업에 참여해 더욱 화제가 됐다. 개콘에서 노래하는 용감한 래퍼로 콩트를 이어간 ‘용감한 녀석들’도 실제로 음원을 발매하며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용감한 녀석들’은 이미 두 개의 싱글앨범을 낸 상태이며 특히 ‘I 돈 Care’의 경우 개콘의 수장, 서수민 PD가 피처링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개가수’의 출현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 개그맨 겸 가수의 계보를 정리해 보자면 1960년대에 ‘시골 영감 처음 타는 기차놀이로’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서울구경’을 통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코미디언 서영춘, 넓게는 1980년대 장두석과 이봉원 콤비의 ‘시커먼스’의 패러디 음악은 물론,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발매된 심형래의 영구 캐럴, 최양락의 네로 크리스마스, 김미화 김한국의 쓰리랑 부부 캐럴 등이 인기를 끈 바 있다. 개그 소재의 가사말과 개그맨의 이미지를 활용해 가수 활동을 한 개그맨들과 달리 1990년대 박명수와 이휘재는 프로 가수들의 음반을 표방한 정규 앨범을 수차례 냈다. ‘개가수’들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에 발매된 개그맨들의 음반 수준은 거의 프로 가수들의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음악의 퀄리티가 높다.”면서 “게다가 개그맨들의 가수 활동에는 그들의 캐릭터가 살아 있어서 캐릭터가 전하는 스토리가 음악 안에 녹아 있어 대중에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대중들 시선이 다양해지고 달라졌다는 것도 큰 역할을 했다. 과거처럼 음악에 엄밀한 잣대를 적용해 가수의 전유물로만 보는 게 아니라 누구나 음악을 할 수 있다고 대중이 인식하게 됐다. 가창력과 음반의 작품성만 보는 게 아니라 아티스트들의 퍼포먼스 측면도 중요하게 여기게 되면서 ‘개가수’들이 더욱 주목받게 됐다.”면서 “현재 가요시장의 소비속도가 굉장히 빨라진 데다 무한도전이나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음원이 발매되면 음원차트를 거의 휩쓸면서 ‘개가수’들의 노래가 이미 대중들에게 검증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개가수’들의 활동이 가요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도 있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개가수’들의 노래는 현실적이고 일상성을 지닌 가사들이 대중에 어필하며 인기를 끈다. 음악의 다양성은 인정돼야 하지만 이들의 음악에는 프로 가수들보다 음악적 진정성이 결여된 부분도 있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의 가수 활동으로 프로 가수가 되려고 수년간 준비해온 인지도 없는 신인가수들의 진입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음원 사이트들도 개그맨 가수들의 음원이 상업적으로 돈이 되다 보니 그들의 음원 위주로 내거는 경향이 있다.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열린세상] 밥맛과 된장녀/김다은 소설가·추계예술대 교수

    [열린세상] 밥맛과 된장녀/김다은 소설가·추계예술대 교수

    우리 주변에 신조어 ‘녀’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개똥녀, 폭행녀, 막말녀, 겨털녀, 성형녀, 어장관리녀, 국물녀 등. 이들은 일류 여배우보다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다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데, 2006년 이후 야후 코리아가 조사한 인터넷 신조어와 유행어 1위에 올라 현재까지 건재한 신조어가 있으니 바로 ‘된장녀’이다. 된장녀는 2005년 주간지 ‘뉴스 메이커’가 스타벅스 커피를 즐겨 마시는 젊은 여성들에 대한 특집기사를 내보내고 나서 만들어진 표현으로, 경제적인 능력이 없어 가족에게 의존하면서도 비싼 커피를 즐겨 마시며 해외 명품을 선호하는 여성을 일컫는다. 된장녀의 어원은 ‘젠장’이 ‘된장’이 되었다거나 똥과 된장을 못 가린다는 뜻이라는 설이 있지만, 아무리 해외명품으로 치장해도 된장 냄새나는 한국여성이라는 뜻에 가까운 듯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된장녀는 그 의미가 확대 변질되어 최근에는 남성들이 생각하는 부정적인 여성상을 통틀어 지칭하고 있다. 가령, 지하철에서 노인에게 자리 양보를 하지 않은 여성이나 선본 자리에서 더치페이를 거부한 여성도 된장녀라 한다. 가방을 들고 두 발로 서 있는 개에게도 ‘강아지 된장녀’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머리끄덩이녀처럼, 대부분의 신조어들은 한 개인이 특정 사건에 연루되었을 때 만들어진 표현이어서 사건이 잠잠하면 잊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된장녀는 여성들의 소비 패턴과 맞물린 집단 현상에서 여성의 부정적인 이미지로 이어지면서 앞으로도 전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이 신조어가 여성 비하의 수준을 넘어 우리나라의 문화와 맛도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타벅스나 외국명품을 좋아하는 한국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을 (굳이 해야 한다면) ‘스타박스녀’ ‘루이똥녀’, ‘베르시체녀’ ‘페가망신녀’로 표현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우리의 문화와 맛을 상징하는 ‘된장’을 선택했던 것이다. 사실 건어물녀(연애세포가 말라 건어물처럼 된 여성)나 베이글녀(아이 같은 몸매와 글래머 몸매를 가진 여성)처럼 음식이름으로 집단적인 현상을 지칭하는 다른 신조어들도 있다. 한데 된장녀가 특히 거북하고 비문화적인 이유는 한국 여성과 우리의 맛을 동시에 비하하는 자폭 수준의 신조어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우리 고유의 음식을 부정적인 이미지로 강조하는 것은 사실 된장녀만은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의 말이나 태도를 비난할 때, 우리는 무심코 ‘밥맛!’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밥은 우리의 생명과 삶의 근원이자 문화의 기본 요소이다. 밥맛은 천지인(天地人)이 결합된 산물이다. 하늘의 태양과 비와 바람이 녹아 들어간, 땅의 영양분과 농부의 땀이 스며들어간, 밥을 구하기 위한 우리의 노고가 겹겹이 배어 들어간 귀하디귀한 맛이다. 평생을 먹어도 질리지 않고, 한 끼만 걸러도 간절한 밥! ‘밥맛’은 평생을 함께 살아도, 곁에 있어도 늘 그리운 사람에게 붙여주어야 더 합당한 이름이 아닐까. 된장은 또 어떤가? 두부를 넣으면 두부 된장국, 시래기면 시래기 된장국, 각종 된장무침, 각종 된장조림 등 그 어떤 재료나 조리법도 잘 아우르면서 자신의 풍미를 잃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된장은 다른 재료의 비린내를 제거하거나 부패를 막기도 한다. 이는 어떤 어려운 상황이건 숙명처럼 받아들이면서도 본질을 잃지 않는 한국인의 기질과 일맥상통한다. 더구나 최근 항암 효능이 있다 하여 다른 나라들이 엿보기 시작한 한국 고유의 맛이 아닌가. 우리는 2000년대 들어 신조어 양산에 열을 올려 왔다. 신조어는 새로운 사상과 테크놀로지를 지칭하기 위한 문명의 산물로서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단어들이 더 바람직하다. 이제는 좋은 신조어와 나쁜 신조어 정도는 구분할 능력이 생길 때도 되었다. 더 이상 누워서 침 뱉지 말자. 특히 밥과 된장 속에는 한국인의 자화상이 들어 있다. 우리가 신조어를 만들어 가는 동안 신조어도 우리를 만들어 가고 있음을 잊지 말자.
  • [김문이 만난사람] 559년전 터키를 캐는 이 남자 김형오

    [김문이 만난사람] 559년전 터키를 캐는 이 남자 김형오

    역사를 알면 인생의 재미가 열 배는 더 있다. 교훈이 있고 아픔이 있고 느낌이 있다. 산다는 것은 과거가 있고 현재가 있고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어우러져야 한 인생의 스토리를 얘기할 수 있다. 여기에서 문제 하나. 콘스탄티노플을 아는가. 대다수는 얼추 알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왜? 그속에 진정 무엇인가가 담겨져 있을까. 역사책에는 비잔틴의 최후 도시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비잔틴은 동서양의 역사가 오롯이 담겨져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이 중요한 역사를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 스티븐 런치먼이 지은 ‘콘스탄티노플 최후의 날’의 서문을 잠깐 들여다본다. ‘역사가들이 좀 더 단순했던 시절, 그들은 1453년의 콘스탄티노플 함락을 중세가 끝나는 특징적인 사건으로 여겼다. 하지만 오늘날 끝없이 흘러가는 역사의 흐름을 가로막을 장벽은 없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중세가 근세로 바뀌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탐험가들이 해상로를 개척하여 세계 경제를 바꾸어 놓게 한 것은 비잔티움의 쇠망과 오스만튀르크족의 승리였다. 비잔티움 학문이 르네상스에서 그 나름대로의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에궁, 뭐든지 설명이 길면 감동이 없는 법이다. 이쯤에서 감칠맛을 그만두자. 김형오 전 국회의장. 그가 쓴 ‘길 위에서 쓴 희망편지’의 첫 페이지를 열면 이런 대목이 눈길을 끈다. ‘1947년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 대학원 졸업 후 첫 사회생활을 기자로 시작했다. 국무총리실, 대통령 정무비서관으로 공직을 수행했다. 1992년 14대 국회부터 국회의원 직분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2009년 3월에 발간된 책이니 과거형이다. 이젠 국회의원이 아니다. 기자 출신이고 수필문학가로 등단한 문인이라는 게 오히려 낫겠다. 국회의장과 국회의원이란 옷을 벗어던지고 나서 어떤 생활을 할까 궁금하다. 알고 봤더니 역사를 캐고 있다. 그것도 동서양을 아우르는 콘스탄티노플의 정복사에 대해 열심히 삽질하고 있다. 김 전 국회의장을 지난 4일 오후 서울신문 인터뷰룸에서 만났다. 늘 넥타이를 맨, 꽉 낀 정장 차림의 모습만 보다가 가벼운 옷차림의 그를 보니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정치인이라는 냄새를 빡빡 씻었다고나 할까. 악수를 하면서 그는 “국회의원을 그만두니까 넥타이를 안 매게 됩디다. 아주 편해요.”라고 한다. 또 이어진다. “요새는 신문도 잘 안 보게 되고 정치 뉴스도 안 보고 참 좋다.”며 웃는다. 그를 만난 이유는 19대 국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홀연히 터키로 출국한 것 때문이다. 왜 불출마 선언을 했으며 터키는 또 왜 갔는지 등이다. 요즘 터키에 흠뻑 빠져 있다. 그것도 이스탄불, 다시 말해 콘스탄티노플의 역사다. 2009년 1월 국회의장 신분으로 터키를 방문했다. 우연히 군사 박물관에 잠시 들렀을 때 놀라운 충격을 받은 뒤 콘스탄티노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저를 전율시킨 것은 오스만튀르크의 술탄 메흐메트 2세가 함대를 이끌고 갈라타 언덕을 넘어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우리 속담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술탄 메흐메트 2세는 해상으로 (콘스탄티노플이 쳐 놓은)쇠사슬을 돌파하지 못하자 배들을 산으로 끌고 천혜의 요새인 성곽으로 진입합니다. 이런 사실을 접하면서 저는 비잔틴의 몰락과 오스만튀르크의 부상 등에 대해 역사적 지식이 부족했던 점을 부끄러워하게 됐고 이후 터키를 다섯 차례 다녀오면서 그 깊이에 매료됐습니다.” 지난 4월 16일 출국했다. 2일 귀국하기까지 47일간 터키에 머물렀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터키 최고의 명문 국립대학 보아지치대학교 방문교수로 초빙돼 이 대학 도서관과 연구실에서 지냈다. 오래전부터 구상해 온 과제를 매듭짓기 위해서였다. 무슨 과제? 그것은 콘스탄티노플의 역사를 캐는 작업이다. 그는 여기에서 화해와 공존을 상징하는 의미로 ‘이스탄불’과 ‘콘스탄티노플’을 합성해 ‘이스탄티노플’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터키에서 머무는 동안 대외 활동, 그러니까 강연이라고 해두지요. 그 대학에서 한국정치의 60년 역사를 강의했습니다. 아주 재미있어하더군요. 처음에는 30분을 약속했지만 나중에 질의응답까지 포함해 1시간 40분가량 됐습니다. 북한 갔던 일, 미국 스탠퍼드에서 강의했던 일 등 동아시아를 비롯한 한국의 정치역사를 얘기했습니다. 반응이 그렇게 좋을 줄 몰랐어요.” 그가 열심히 캐는 콘스탄티노플의 역사는 어느정도일까. 현장 방문 수차례, 자료수집 완료, 초고 정리 끝이란다. 올 가을쯤에는 반드시 팩트 위주의 두꺼운 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말 그대로 개봉박두. 현재 이와 관련된 책은 스티븐 런치먼의 ‘1453 콘스탄티노플 최후의 날’과 시오노 나나미의 ‘콘스탄티노플 함락’ 등이 있다. 전자가 팩트에 비중을 둔 책이라면 후자는 소설 형식을 빌렸다. “1453년 비잔틴 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 그 정복전쟁은 지상전, 지하전, 해전, 공중전, 심리전, 첩보전, 외교전 등 모든 전략과 전술이 총동원된 전쟁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세계사의 물결이 확 바뀌었지요. 오스만튀르크가 그쪽을 장악하자 유럽에서는 대항해 시대를 열어야만 했고 콜럼버스의 항로, 아프리카 희망봉의 항로를 개척하게 됩니다. 그동안 세계 각국에서 출간된 저작물에 한 권을 보태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오스만의 술탄 메흐메트 2세, 비잔틴 제국의 콘스탄티누스 11세의 인간성과 리더십에 초점을 두려 합니다.” 특히 그는 오스만튀르크가 고구려와 흉노, 그리고 우랄 알타이어 계통이라는 뿌리를 함께 깔면서 세계사에 큰 획을 그은 업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동서양 역사에서 관심을 덜 받고 있는지도 밝힐 예정이다. 그에게 술탄 메흐메트 2세가 터키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물었더니 “우리의 세종대왕과 이순신을 합친 인물로 추앙받는다.”고 했다. 아울러 “14살에 왕이 됐다가 왕좌에서 내려와 19살에 다시 왕이 돼 21살에 철옹성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한 사실이 매우 흥미진진하지 않으냐.”고 반문한다. 그 젊은 왕이 아버지의 아버지도 못 이룬 업적을 해냈다는 점은 참으로 역사적인 것이라고 역설한다. “오스만튀르크로 인해 유럽은 200여년 동안 길을 잃어 전전긍긍하게 됩니다. 콘스탄티노플은 실크로드의 지점이자 종점이었지요. 그래서 유럽이 항해시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역설적으로 오스만튀르크는 그걸 모르고 있다가 다시 서양한테 당하게 됩니다. 이를 거울 삼아 우리는 글로벌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남북한이 대치하고 또 눈앞의 이익을 위해 아등바등 싸우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책을 쓰게 된 동기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면서 질문하고 싶었던 ‘불출마 선언’의 이유를 말한다. “내 나이 65살입니다. 60살이 지나면서 한 달이 다릅니다. 100페이지 되는 책을 읽고 돌아서면 금방 50페이지밖에 생각이 안 나고, 일주일이 지나면 10페이지로 줄어듭니다. 지난해 8월쯤인가 그래요. 국회의장까지 한 제가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하면 제 이력에 무슨 보탬이 될 것인가를 생각했지요. 그러면서 제가 쓰고 싶은 글, 국회의원을 더 하면 영원히 못 쓸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국회의원은 안 하겠다고 다짐했지요. 또한 4월 6일부터 5월 29일까지, 술탄 메흐메트 2세하고 콘스탄티누스 11세가 대치하는 기간이었습니다. 5월 29일이 비잔틴 최후의 날이지요. 하여 모든 생각을 접고 터키로 갔던 것입니다.” 다시 비잔틴 최후를 얘기한다. 당시 60여일 동안 벌였던 전투에는 세계 전투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첨단 무기들이 총동원됐다는 것이다. 배를 끌고 언덕을 넘은 것도 그렇지만 헝가리인이 구상한 최대의 대포 등 흥미롭게 들여다볼 대목이 아주 많다는 것이다. 그는 “술탄 메흐메트 2세와 콘스탄티누스 11세의 인간적 캐릭터에 대한 연구는 별로 없다.”면서 이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집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흥망성쇠의 역사를 보면서 우리가 교훈으로 삼을 것은 어떤 것인지도 담을 것이란다. “저는 다시 종군기자가 된 셈입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559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가는 기분입니다. 콘스탄티노플의 마지막 날을 온몸으로 느낀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절로 뜁니다.” 인터뷰를 끝내면서 대선을 어떻게 전망하느냐고 물었더니 “제가 새누리당 당원이니까 새누리당에서 되겠지요.”라고 답했다. 대선 주자들에 대한 약평을 부탁했더니 “생각 안 해 봤다. 지도자는 뭐든지 겸손하고 당당함의 덕목과 타이밍이 있어야 국민들이 따르지 않겠느냐.”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아울러 19대 국회에 대한 바람을 물었더니 “폭력이 없어야 한다. 막말도 폭력의 빌미가 된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he is… 1947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부산 영도에서 자랐다. 1966년 경남고를 졸업하고 1971년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왔다. 1976년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75년 동아일보 기자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고 1982년 대통령 비서실을 거쳐 1992년 14대 국회의원 당선되면서 이후 15, 16, 17,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999년 수필가로 등단했으며 한나라당 부산시지부위원장(2000), 한나라당 17대 총선 선거대책본부장(2004), 한나라당 사무총장(2004), 한나라당 원내대표(2006), 대한민국 국회의장(2008)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돌담집 파도소리’, ‘길 위에서 띄운 희망편지’ 등 다수가 있다.
  • [미주통신] 하늘 나는 ‘죽은 고양이 헬리콥터’ 논란

    죽은 고양이가 하늘을 나는 헬리콥터로 변신해 화제가 되고 있다고 4일(현지시각)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예술축제에서 선보인 이 고양이 헬리콥터는 최초 비행에 성공한 오빌 라이트 형제의 이름을 따 ‘오벌콥터’(Orvillecopter)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지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 고양이 헬리콥터는 네덜란드 예술가 바트 얀센이 자기가 기르던 고양이가 차에 치여 죽자 영원히 추모하기 위해 박제를 한 다음 프로펠러와 무선 장치 등을 달아 만들었다. 얀센은 “고양이는 사후에 다시 날개를 달았다.” 며 “이제 새처럼 영원히 날 수 있게 됐다.” 고 밝혔다. 수차례에 걸친 시험비행과 날개와 프로펠러를 다시 만드는 등 무선 조종으로 제대로 작동되는 이 고양이 헬리콥터를 만드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얀센은 말했다. 하지만 반은 고양이이고 반은 기계 장치인 이 무선 조종 헬리콥터에 대해 얀센은 비판을 우려하여 애도 기간을 거친 후에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물 보호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가 다시 제기되는 등 너무 소름 끼치는 행위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다니엘 김 미국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생각나눔 NEWS] 각 부처 신조어·외래어 남발 ‘정책 作名’ 봇물

    [생각나눔 NEWS] 각 부처 신조어·외래어 남발 ‘정책 作名’ 봇물

    부처마다 이상야릇한 이름을 붙인 정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현장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정책 네이밍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억지로 만든 신조어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따른다. 필통톡(必通 talk)은 교육과학기술부가 학생들이 고민하는 현장을 찾아가 대화로써 고민을 해결해 보자고 만든 정책의 이름이다. 얼마 전 시골의 한 여고생이 수업도 빠지고 와 울면서 가족의 고민을 얘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교과부는 성공적인 정책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사자성어 ‘일취월장’을 내세웠다. 고용부는 “일자리와 취업의 장벽을 국민과 함께 넘겠다는 고용부의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편지 봉투를 개봉하는 칼에 일취월장을 새겨 직원들에게 나눠 줬다. 부정에 대한 유혹은 칼처럼 도려내고 청렴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열린 행정을 실천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현안 정책 실천 의지 재해석, 전파력 강해” ‘우문현답’도 등장했다. 고용부와 농림수산식품부가 즐겨 사용한다. ‘어리석은 질문에도 현명한 대답을 한다’는 뜻을 가졌지만 ‘우리의 잘못된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의미로 재해석했다. 고용부는 이 문구 역시 볼펜에 새겨 직원들에게 나눠 줬다. 탁상공론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들려 오는 볼멘소리를 충실히 받아 적어 정책에 반영하자는 깊은 뜻이 내포된 것이라고 자랑한다. 환경부는 ‘환장대담’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환경부 간부들이 이슈가 있는 현장에 나가 대화로 문제를 풀어 보자는 의미라고 한다. 국토부는 ‘강강수월래’에 한자를 붙여 4대강 물 관리 정책을 부각시키기고 있다. 이 밖에도 부처마다 작의적인 의미를 담은 정책 이름이나 구호가 많다. 신조어가 많이 만들어진 것은 현 정부 들어 ‘정책 네이밍으로 승부하라’는 지침서까지 내려왔기 때문이다. ●“어원 불분명, 우리말 질서 무너뜨려” 하지만 신조어들은 의미 전달이 안 될뿐더러 우리말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립국어원과 한글학회 등의 조사에 따르면 신조어나 외래어로 된 정책 이름은 환경부가 가장 많다. 환장대담도 억지로 붙인 정책 작명이라는 것이다. 한글학회 김한빛나리 연구원(총무부장)은 “튀어보자는 경쟁 의식에서 국적 불명의 신조어가 쏟아져 우리말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모범을 보여야 할 교육부가 ‘필통톡’처럼 억지 말을 만들어내 국어 교육을 혼란스럽게 하는 데 앞장서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달 24~25일 각 부처와 지자체에 임명된 383명의 ‘국어책임관’을 소집해 부처마다 헷갈리는 정책 용어 사용 실태 등을 지적했다. 김형배 문화부 국어정책과 연구사는 “잘못된 정책 이름이나 구호 등을 따져 부처를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항목을 올해 추가하고 국어책임관들이 전문성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유럽재정위기가 낳은 우울한 신조어

    유럽의 재정 위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와 관련한 ‘잿빛’ 신조어가 쏟아지고 있다. ●그렉시트:그리스 유로존 이탈 가장 대표적인 신조어로는 ‘그렉시트’(Grexit)를 들 수 있다. 이는 ‘그리스’(Greece)와 ‘퇴장’(exit)의 합성어로, 지난 2월 씨티그룹이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이탈 문제를 설명하면서 처음 사용했다.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이 커진 요즘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 신조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은행 도이체방크는 전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G유로’(Geuro)라는 신조어를 사용했다. 그리스를 의미하는 ‘G’와 ‘유로’(euro)를 합친 말이다. 그리스 위기 해결 방법의 하나로 그리스가 유로존에 잔류하되 유로존과는 다른 통화를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이때 그리스가 사용할 통화를 일컬어 G유로라고 부른 것이다. ●드라크…:그리스의 위협적 협상과정 ‘드라크메일’(Drachmail)이라는 신조어도 있다. 그리스의 옛 통화인 ‘드라크마’(Drachma)와 협박을 뜻하는 ‘블랙메일’(blackmail)을 합친 것이다. 영국의 채널4뉴스의 파이잘 이슬람 경제 에디터가 처음 사용한 이 말은 그리스가 유로존 탈퇴를 무기 삼아 다른 유럽 국가와 협상하는 과정을 묘사한 것이다. ●유로겟돈:유로존의 종말 이 밖에도 유로와 세계 종말의 마지막 전쟁 장소인 ‘아마겟돈’(Armageddon)을 합친 ‘유로겟돈’(Eurogeddon) 이라는 용어도 있다. 그리스 국민이 반(反) 구제금융 세력을 대거 의회에 입성시킨 지난 총선과 연정구성 실패에 따라 실시될 2차총선을 빗대, 네덜란드의 라보뱅크가 그리스와 선거(election)를 합성시켜 만든 ‘그렐렉션’(grelection)이라는 말도 쓰이고 있다. 조희선기자 hsncho@seoul.co.kr
  • [커버스토리-스마트폰의 노예들] 스마트폰 중독 남녀노소 없다

    [커버스토리-스마트폰의 노예들] 스마트폰 중독 남녀노소 없다

    현대인의 삶 속에 스마트폰은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남녀노소 예외가 없다.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모습은 흔한 일상이 됐다. 이른바 ‘스마트폰 홀릭 신드롬’이다. 스마트폰은 필요한 기능이 집적으로 이뤄져 있다. 통화 기능을 제외하고도 채팅, 검색, 음악감상, 게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이 갖춰져 있다. 이런 기능들을 놓고 세대별로 전혀 다른 이용 행태를 보이는 것도 스마트폰의 특징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들은 단순한 게임을 즐긴다.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즐길 수 있어 유아들이 홀릴 만하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사는 황모(48)씨는 최근 다섯살배기 조카 때문에 진땀을 뺐다. 스마트폰을 한 시간 넘게 갖고 놀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린 것이다. ‘타요타요 차고지’라는 게임이 뜻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간단한 화살표 조작으로 모양을 맞춰 자동차를 수리하는 게임이다. 10대들은 주로 게임과 채팅을 즐기고, 음악감상을 하는 데 사용한다. 특히 소셜네트워크게임(SNG)이 인기다. 가상의 공간에서 건물을 짓고, 작물을 키우면서 공간을 가꾸어 나가는 게임이다. 사용자끼리 의견도 주고받고, 꾸민 공간을 자랑하기도 한다. 그러나 역시 중독이 무섭다. ‘룰 더 스카이’라는 게임에 중독된 수험생 정모(18)양은 앱을 과감하게 지워버렸다. 3시간 넘도록 게임에 빠져있는 자신의 모습이 어느 순간 한심하게 느껴져서다. 정양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을 것 같았다.”면서 “쉬는 시간마다 모여 게임을 하는 친구들의 모습에 눈길이 가지만 다시는 깔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20~30대들은 스마트폰을 가장 다양하게 활용한다. 채팅, 뉴스보기, 인터넷 검색, 게임, 음악감상, 버스·지하철 노선찾기 등은 물론 금융거래, 공연예매, DMB보기, 스포츠정보 확인 등에도 스마트폰을 활용한다. 특히 카카오톡으로 대변되는 스마트폰 메신저는 그야말로 ‘필수앱’. 이미 스마트폰의 통화 기능을 넘어섰다. 직장인 김모(25·여)씨는 출퇴근길 내내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노래를 들으며, 게임을 하고 수시로 채팅도 한다. 김씨는 “채팅창에 새 메시지가 뜨지 않으면 서운하고 외로운 느낌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배터리가 금방 바닥나 보조 배터리를 2개나 구입했다. 40~50대 마니아도 적지 않다. 문자메시지를 무료로 보낼 수 있는 카카오톡이 중심에 있다. 특히 중년층이 인터넷 신조어에 눈을 뜨게 하는 데도 일조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이모(58·여)씨는 “우리 아들 밥 먹었쪄ㅋㅋㅋ”, “아들이 선물 보내 깜놀했삼ㅎㅎ” 등 인터넷 은어를 제법 구사한다. ‘ㅇㅇ’은 ‘응’, ‘ㅊㅋ’는 ‘축하’, ‘깜놀’은 ‘깜짝 놀라다’, ‘레알’은 ‘정말’, ‘ㄴㄴ’는 ‘NO, 아니다’라는 의미라는 건 벌써 섭렵했다. 스마트폰이 다양한 계층 간에 소통의 통로가 되고 있는 것. 문제점도 있다. 문자로 대화하다 보니 목소리를 주고받는 빈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회사원 박모(54)씨는 “카카오톡으로 평소 대화를 자주 못했던 아들과 자주 연락하는 건 좋지만 그래도 전화를 걸어 목소리를 듣는 것이 더 정감 있고 좋다.”고 말했다. 명희진·이영준기자 mhj46@seoul.co.kr
  • [커버스토리] 사용자 3000만명… 당신도 노모포비아?

    [커버스토리] 사용자 3000만명… 당신도 노모포비아?

    스마트폰은 세상을 변화시켰다. 그리고 사람도 바꿨다.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세상 같다.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나 항상 옆에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대화보다 채팅이 더 편하다는 경향마저 나타나고 있다. 그야말로 스마트폰에 푹 빠진 중독시대다. 출시 2년여 만에 스마트폰 사용자는 곧 30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민 절반 이상의 필수품이 된 것이다. 취업준비생 유모(25·여)씨는 한순간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식사를 하면서도 카카오톡 그룹채팅에 여념이 없다. 그룹 멤버수가 20명이 넘는 방만 5개다. 잠시 스마트폰을 끄면 1분 안에 오는 메시지가 무려 1000개나 된다. 친구들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지켜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유씨는 “취업 스트레스를 유일하게 스마트폰이 달래준다.”고 말했다. M운송회사에 근무하는 김모(35)씨는 스스로 ‘스마트폰의 노예’라고 평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맡에 둔 스마트폰부터 찾는다. 수면 상태를 체크해 주는 ‘슬리핑 사이클’(Sleeping Cycle)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일을 하면서도 스마트폰 채팅을 할 정도다. 지하철이나 길거리, 심지어 자동차 안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채팅, 음악 듣기, 길 안내 등을 즐기는 것은 현대인의 일상이다. 마주치기 싫은 사람과 대면하거나 머쓱한 상황일 때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척하는 이들도 적잖다. 카페나 식당에서 휴대전화를 탁상 위에 올려 놓은 뒤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식사하다 스마트폰 창에 메시지가 왔다는 신호가 뜨면 황급히 확인하고 답문자를 하는 모습도 흔하다. 노모포비아(No-Mobile Phobia)라는 용어는 신조어에서 제외될 만큼 일반화됐다.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기가 없을 때 초조·불안해하거나 강제로 사용을 제지당했을 때 폭력적인 반응을 보이는 증상을 일컫는다. 스마트폰을 수시로 만지작거리거나 손에 떨어진 상태로 5분도 채 못 버틴다면 노모포비아 수준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엄나래 한국정보화진흥원 책임연구원은 “노모포비아는 전형적인 스마트폰 금단현상으로 PC 인터넷 중독자들이 보이는 증세와 유사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자칫 공동체 약화라는 악영향을 낳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 중독률은 8.4%로, 인터넷 중독률 7.7%를 넘어섰다. 스마트폰의 대중화 탓이다. 연령대별 스마트폰 중독률을 보면 10대 11.4%, 20대 10.4%로 평균 중독률 8.4%보다 높았다. 스마트폰 중독자의 1일 평균 이용시간은 8.2시간이다. 하루 3시간씩 이용하는 일반 사용자보다 2배 이상 길다. 사용 목적(복수응답)은 채팅 77.7%, 음악감상 41.3%, 게임 36.3% 순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시간은 평균 59.7분으로 집계됐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측의 SNS 이용시간은 6.3분에 불과했다. 스마트폰은 SNS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얘기다. 이영준·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유로존 위기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심각 깊고 긴 불황 올 것”

    “유로존 위기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심각 깊고 긴 불황 올 것”

    “이르면 올 연말에 깊고 긴 불황이 올 것이다.” ‘유가 반 토막 족집게 전망’으로 유명한 김경원(53·CJ그룹 경영고문) 전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최근 낸 ‘대한민국 경제 2013 그 이후’(리더스북 펴냄)에서 ‘심장 불황’을 경고했다. 심장 불황이란 깊고(深) 길어(長) 우리 경제의 심장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뜻으로 그가 만든 신조어다. 그 시기는 연말이나 내년 초를 예상했다.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 등이 최근 잇따라 ‘퍼펙트 스톰’(세계경제 대재앙) 경고를 내놓고 있는 것과 맞물려 주목된다. 김 전 전무는 16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와 한국은행의 상저하고(上低下高) 경기 전망을 “희망 섞인 낙관론”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가 심장 불황을 확신하는 근거는 세 가지다. 첫째, 물가 부담 때문에 돈을 풀 수 없다는 것. 둘째, 공기업 부채 등을 합하면 국가 부채비율(71.5%)이 높아 재정 정책도 쓸 수 없다는 것. 셋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 등으로 포퓰리즘 확산을 꺾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유로존 위기, 중국 성장 둔화 등 위협 요인이 도처에 널려 있는데 대처할 정책 수단은 없어 외환위기보다 더한 심장 불황이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에서 그 ‘원죄’를 찾았다. “1990년대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면서 값싼 ‘메이드 인 차이나’를 엄청나게 뿌려댔다. 그러다 보니 세계 각국이 돈을 풀어도 인플레로 연결되지 않았다. 풀린 돈을 적당히 걷어 들이며 위기 이후에 대비했어야 했는데 오히려 물가가 떨어지다 보니 정책 당국자들이 안이하게 대처했다. 그게 오늘날의 버블을 만들어 냈다.” 그랬던 중국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치르면서 곡물과 자원을 엄청나게 소진, 오히려 인플레 주범으로 돌변하면서 위기를 키웠다는 게 김 전 전무의 주장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은 2008년, 당시 삼성연 글로벌연구실장이었던 그는 올림픽이 끝나면 유가가 반 토막 날 것이라며 골드만 삭스의 200달러 상승 전망을 뒤집었다. 저 유명한 ‘골드만 삭스 대 삼성 유가 논쟁’이다. 결과는 삼성의 승리.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70%가 주택담보대출 등 집과 연결돼 있다는 그는 “(시한폭탄이 터지는 것을 막으려면) 집값을 더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은 그대로 놔두되 ‘5·10 부동산 대책’에서 빠진 취득·등록세를 완화시켜 거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조언이다. 인구가 많은 ‘친디아’(중국+인도)의 내수시장 공략도 위기 극복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CEO 칼럼] 송해맹세와 오팔(OPAL)족/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

    [CEO 칼럼] 송해맹세와 오팔(OPAL)족/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

    요즘 부부 동반 모임에서 유행하는 게임 벌칙이 있다고 한다. 바로 ‘송해맹세’라는 것이다. 부인 앞에서 ‘송해처럼 살겠습니다’라고 외치는 것인데, 85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KBS의 전국노래자랑 사회자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송해씨처럼 나이가 들어도 가정경제를 책임지겠다는 뜻이라 한다. 송해씨는 늙어서도 활발하게 활동을 펼치는 노인들을 일컫는 신조어 ‘오팔족’(OPAL·Old People with Active Life)의 대표 주자라 할 만하다. 1955년생부터 63년생까지 700만명 정도의 베이비부머가 은퇴를 시작했다. 오팔족이 될 것인가 아니면 죽지 못해 살 것인가? 베이비부머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 우리 사회 대부분 구성원에게 떨어진 고민이다. 최근 유럽에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연금 없이 맞이하는 노후에 대한 두려움’이 2배 이상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오래 사는 것이 모든 인류의 희망이지만, 대책 없이 오래 사는 것은 오히려 ‘장수 리스크’(Longevity Risk)가 된다.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가 지난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후 월평균 생활비로 211만원 정도가 필요하지만, 노후 대비를 위한 월평균 저축액은 고작 17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60세 이상 노인 중 60% 이상이 빈곤층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한다. 중국 송나라의 학자 주신중(朱新仲)은 먹고살 계획(생계·生計), 건강하게 살 계획(신계·身計), 가문을 빛낼 계획(가계·家計), 노년에 흐트러짐 없이 살 계획(노계·計), 품위 있게 죽을 계획(사계·死計), 즉 오계(五計)를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중에서도 100세 인생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노계와 사계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100세 시대는 이미 도래했는데 우리 사회의 고용·복지 등 관련 법규와 시스템은 모두 80세를 기준으로 맞춰져 있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게 목표가 아닌, 활기찬 노후를 보내는 오팔족을 길러내기 위해 이는 시정돼야 한다. 전문 기술과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은퇴한 시니어들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손실이다. 이들의 노하우와 경험을 산업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다면 저비용 고효율을 꾀할 수도 있다. 은퇴자들을 위한 맞춤형 창업 교육, 취업박람회 등을 확대 시행해야 하는 이유다. 은퇴자들 또한 적극적인 자세로 오팔족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자신이 종사했던 업종과 관심 분야를 토대로 은퇴 후에도 부단히 노력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가령,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그동안 한 분야에서 쌓아온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등 사회공헌에 나서 보면 어떨까.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세계 각국의 커피를 모아서 직접 볶고 섞어 전 세계에 하나뿐인 커피 전문점을 내고, 요리를 좋아한다면 특화된 채식 전문점을 내보면 좋겠다. 또 전직 국어 선생님들은 세계 각국의 K팝 팬들을 위해 인터넷 국어 강좌를 개설하고, 여행을 즐겼다면 해설이 있는 여행 동아리를 만들어 세계 여행 가이드에 나서는 것도 멋진 일일 터다. 주택업계도 부동산 유동화를 통한 노후 설계,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을 위한 수익형 부동산 상품개발, 이들이 직접 주거할 수 있는 소형 주택 개발 및 공급 등을 해야 할 것이다. 베이비부머인 필자도 주택건설 경험을 바탕으로 한옥·너와집·귀틀집 등 한국의 전통 가옥을 현대화해서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세계 여행객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한국 전통 게스트룸을 만들어 볼 요량이다. 베이비부머의 은퇴, 100세 인생 시대는 이제 우리 모두의 일이다. 은퇴자들을 오팔족으로 만들기 위해 베이비부머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 [프로축구] 철퇴 vs 닥공

    [프로축구] 철퇴 vs 닥공

    지난해 12월 K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났던 전북과 울산이 11일 12라운드에서 시즌 첫 대결을 펼친다. 5개월 전 승자는 전북이었다.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닥공’(닥치고 공격) 신드롬을 완성했다. 6강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프전까지 오른 울산도 히트를 쳤다. 재미없는 수비축구란 비난에서 벗어나 ‘철퇴축구’란 신조어를 만들었다. ●챔프전 뒤 5개월만에 오늘 리턴매치 이번엔 전북이 도전하게 됐다. 울산은 K리그 선두(승점 24·7승3무1패)인 반면 전북은 6위(승점 18·5승3무3패)로 처져 있다. 분위기는 괜찮다. 최강희 감독이 국가대표팀으로 떠난 뒤 시즌 초반 고생했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16강에 근접했고, 리그에서도 지난해의 짜임새가 되살아나고 있다. 11경기에서 19골을 터뜨렸고(리그 2위), 이동국-에닝요-루이스의 막강 삼각편대에 김정우와 드로겟이 합류하며 화끈해졌다. 이승현, 김동찬, 서상민의 뒷받침도 좋다. 실점(14골)이 많은 게 흠이라면 흠. 울산은 순위표가 증명하듯 한층 탄탄해졌다. 득점은 6위(15골)지만, 최소 실점(6골)을 바탕으로 야무지게 승점을 쌓고 있다. 공수 밸런스가 가장 안정적이란 평가다. 지난해 팀에서 가장 많이 득점한 선수가 수비수 곽태휘였던 것과 달리 올해는 이근호, 고슬기, 김승용, 마라냥, 김신욱 등으로 다양해졌다. 곽태휘-이재성-강민수-최재수의 수비진도 빈틈이 없다. 이야기도 풍성하다. 특별귀화 문제로 축구판을 흔들어 놓은 에닝요가 스스로 능력을 보일 무대다. 우리말 실력이야 그렇다 치고 경기력에서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많은 게 사실이다. 에닝요가 선두 울산을 상대로 맹공을 퍼붓는다면 플러스 요인이 될 건 분명하다. 지난 인천전에서 2골1도움으로 날아 최근 두 경기 연속 공격포인트(3골1도움)의 활약을 이어가야 한다. ●‘특별귀화 논란’ 에닝요 실력 체크 에닝요가 귀화한다면 얄궂게도 대표팀에서 치열한 주전경쟁을 벌이게 될 이근호가 울산 공격진의 선봉. A매치 41경기 11골의 베테랑 이근호는 ‘최강희호 1기’에서 오른쪽 날개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근호는 쿠웨이트전에서 함께 골을 터뜨린 ‘1박2일 콤비’ 이동국과도 적으로 만난다. 이동국은 11라운드 인천전에서 1-3으로 패색이 짙던 종료 직전 1골1도움을 올리는 등 발끝이 살아있다. 울산은 4경기 연속 공격포인트(2골3도움)를 기록하고 있는 고슬기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만렙’ 물고기 기습에 고양이 ‘화들짝’

    ‘만렙’ 물고기 기습에 고양이 ‘화들짝’

    자신을 노린 고양이를 일격에 쫓아낸 ‘만렙’ 물고기가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11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등 각종 해외 온라인 게시판에는 호기심 많은 고양이가 물고기의 공격을 받는다는 내용의 동영상이 올라와 전 세계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해외 애완동물 사이트 ‘팻사미닷컴’(Petsami.com)이 공개한 이 영상에는 촬영자가 자신의 집 수조 위에 올라간 고양이를 촬영한 것이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커다란 수조 안에는 종을 알 수 없는 대형 어류 두 마리가 한가로이 노닐고 있으며 하얀 집 고양이 한 마리는 배가 고픈지 수조 위에 올라가 물고기를 낚으려(?) 기회를 엿보고 있다. 잠시 뒤 이 고양이가 앞발로 물고기를 물 밖으로 건져낼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갑자기 물고기 한 마리가 고양이에 기습 공격을 감행했다. 그러자 그 고양이는 깜짝 놀라 괴성을 지르며 펄쩍 뛰었고 촬영하던 주인은 이를 보고 박장대소한다. 한편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깜짝 놀랐다” “고양이가 굴욕을 당했다” “만렙 물고기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여기서 만렙은 한자 만(滿)과 영어 레벨(Level)의 합성어로 게임에서 지원하는 최대 레벨이라는 뜻의 인터넷 신조어다. 사진=유튜브 캡처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개그콘서트에서 배울 점/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옴부즈맨 칼럼] 개그콘서트에서 배울 점/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KBS 2TV 개그콘서트가 시청률 20% 내외를 마크하며 일요일 예능부문에서 굳건한 1위를 지키고 있다. ‘입맛 까다로운’ 시청자들의 구미를 맞추는 개그콘서트의 장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서수민 PD의 밥상론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서 PD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그 콘서트는 일주일에 받는 밥상이라 생각한다. 매주 기대가 되는 밥상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4인 가족을 기준으로 그 밥상을 받았을 때 기쁘게 먹고, 먹고 나서 탈이 나지 않는 그런 것이다.”라고 말했다. 모두가 좋아하는 평균적 구성이 아니라 각 세대가 좋아할 만한 메뉴를 고루 포진시켜 세대별로 각개격파한 것이 인기비결이란 이야기다. 4인용 가족을 위한 식단을 짤 때 장년의 아버지와 청소년기 자녀가 한 번에 좋아하는 반찬은 드물다. 이들이 한상에 모여 오순도순 정담을 나누며 맛있게 식사하려면 각 세대의 입맛에 맞는 반찬을 각각 올리는 게 비결이다. 아버지의 손이 가는 반찬, 자녀가 선호하는 반찬을 각각 올릴 때 ‘식단’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다. 개그콘서트의 ‘4인 가족 기준 식단 짜기’는 서울신문의 지면 짜기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총 지면의 차림표를 살펴보자. 1면부터 32면까지 두루 아버지, 즉 30, 40대의 중산층 지식인에 맞춘 평균적 면이지, 4인 식구를 기준으로 각 계층의 기호를 반영한 특화된 눈높이 지면은 찾기 어렵다. 그저 신문기사의 성격에 따른 종합, 사회, 국제면 등 주제에 따른 구성만 존재할 뿐이다. 신세대를 타깃으로 한 지면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연예, 스포츠면이 고작이다. 필자에겐 중학생 딸이 있다. ‘신문이 유용한 실용독서의 첫 발걸음’임을 알기에 필자는 식탁에서 신문읽기와 토론을 시도하곤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걸림돌이 너무 많다. 알 듯하지만 정확히 설명은 하기 어려운 시사 신조어는 풀이가 안 돼 있기에 매번 검색하기 일쑤다. 토론거리를 발굴하는 것도 일이다. 배경지식을 함께 찾아 찬반의 근거를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서울신문에서도 NIE(Newspaper In Education) 지면, 청소년 또는 신세대 면을 구성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 일반적 사실 보도뿐 아니라 배경지식, 사건의 발자취 등 개요, 그리고 찬성과 반대의 시각을 아울러 실어주는 등 ‘가족밥상’을 위한 배려를 해주면 좋을 것이다. 청소년, 젊은 층이 신문으로부터 멀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세대의 신문구독률이 떨어지는 것은 그들만의 책임은 아니다. 그들의 입맛에 맞게 가공해 제공하는 독자 서비스가 부족했던 ‘생산자’ 쪽에도 이유가 있다. 이외에 수준 높은 에세이의 지면 구성 비율을 높이는 것도 당부하고 싶다. ‘사건 뉴스’의 범람 속에서 필자에게 한 줄기 오아시스의 역할을 하는 것은 격조 높은 에세이들이다. 논설위원들의 주옥 같은 에세이 ‘길섶에서’는 짧은 내용 속에 깊은 울림과 농축된 지혜가 들어 있어 늘 신문을 펼치면 가장 먼저 찾게 된다. 잔잔한 일상의 의미를 반추하고 소중하게 되돌아보게끔 해주기 때문이다. 4월 9일 자 노약자석 신구세대 간 시각차 문제는 아이와 함께 자연스럽게 밥상머리 토론으로 이어졌고, 4월 6일 자 ‘숨어 있는 봄’을 읽고는 새롭게 봄(see)의 의미를 깨우치며, 문득 지인들에게 “봄에 보자”라고 안부 메일을 날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요컨대 개그콘서트의 ‘4인 가족 밥상론’ 벤치마킹을 제안하면서 부탁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가족용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지면 구성, 그리고 에세이 비중을 확대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세상 사는 데 어디 필요한 것이 화려한 특종과 속보뿐이겠는가. 품격 있는 에세이들은 ‘(정상에) 올라가느라 보지 못한 꽃’을 독자들로 하여금 보게 해준다. 쉬엄쉬엄 길섶에 핀 들꽃을 다시금 돌아보게 해주는 여유와, 4인 가족이 모여 맛있게 밥상머리 토론할 수 있는 ‘지면’ 제공이 아쉽다.
  • [씨줄날줄] 금녀(禁女)구역/최용규 논설위원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 지방에 있는 그리스 정교회 성지인 아토스산은 ‘금녀(禁女) 구역’이다. 지금도 여성은 물론 가축이나 동물의 암컷조차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1045년 비잔틴 제국의 콘스탄틴 황제가 순결을 철칙으로 삼고 있는 수도사에게 여성은 수도에 방해가 된다며 이 반도를 금녀의 땅으로 선포했기 때문이다. 100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반성(半性)의 원칙이 이토록 잘 유지되는 것을 보면 신비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금녀의 벽을 깨기 위한 여성들의 도전이 멈추지 않는 한 짙푸른 에게해를 끼고 깎아지른 벼랑 위에 위태위태하게 서 있는 저 수도원도 영원히 빗장을 걸어 둘 수만은 없을 것이다. 1세기 이상 금녀의 공간이었던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클럽하우스도 한 ‘독한’ 여기자의 소송으로 철옹성이 깨졌다. 1977년 월드시리즈 취재차 뉴욕 양키스타디움에 갔던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지의 여기자 멜리사 러트케는 경기 후 클럽하우스 출입을 거부당하자 성차별이라며 소송을 냈다. 클럽하우스에서 인터뷰가 안 되면 남성 기자들과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논리였다. 메이저리그 측은 경기 후 옷을 벗고 입어야 하는 선수들의 프라이버시 보호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듬해 뉴욕 법원은 러트케의 손을 들어줬다. 사회의 변화에 순응하기 위해서건 여성의 도전에 의해서건 금녀의 벽은 허물어지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공군사관학교가 1997년 창군 이래 첫 여성 생도를 모집하자 1998년에는 육사가, 1999년엔 해사가 불문율을 폐지했다. 공사가 여생도를 받자 ‘여자가 하늘’이란 신조어가 나오기도 했다. 남자만 뽑았던 국립 한국해양대학도 개교 45년 만인 1980학년도에 금녀의 벽을 허물었다. 당시 19세인 부산사대부고 출신 김정리(해사법학과)양 등 여학생 3명이 합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세계 최고 권위의 메이저골프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열리고 있다. 대회 장소인 오거스타 내셔널 GC는 1932년 개장 이래 여성을 회원으로 받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마스터스 후원사인 IBM의 최고경영자에 여성인 버지니아 로메티가 임명되면서 그녀의 회원 허용 여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골프담당 여기자 캐런 크루즈가 빌리 페인 오거스타 회장에게 “버지니아 로메티를 회원으로 받아들일 것인가?”라고 물었지만 페인은 “개인적인 사안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자 백악관까지 나섰다. 오거스타의 금녀의 벽은 과연 허물어질까. 최용규 논설위원 ykchoi@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제목의 정보성과 주목성/성민정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옴부즈맨 칼럼] 제목의 정보성과 주목성/성민정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최근 인터넷상에서 선정적 제목을 단 기사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인터넷 뉴스 서비스 사업자들은 기사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높이고자 소위 ‘낚시성’ 기사를 제한한다는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치열한 조회 수 경쟁 속에서 독자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일부 매체의 자구책이려니 해도, 막상 그런 기사를 읽고 난 후 느끼는 배신감은 언론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재미있는 제목이 눈길을 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반 신문에서도 기사 제목 또는 헤드라인은 해당 기사뿐만 아니라 신문 전체의 구성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신문 기사의 제목은 독자들에게 기사의 내용을 요약해 제시하기도 하고 해당 기사를 읽어 보도록 유인하는 등 여러 기능을 한다. 바쁜 현대인들의 신문 읽기에서 기사 제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꽤 높다. 일반적으로 독자들은 특별히 관심 있는 기사를 제외하곤 제목을 먼저 읽고 그 다음 제목에 따라 기사를 골라 읽는 형태로 신문을 읽는데, 학자들은 이들을 ‘신문 제목 소비자’(headline shopper)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제목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신문 기사가 제목만으로도 여론을 형성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독자들의 하루 평균 신문 열독 시간이 20분이 채 되지 않는다는 한 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독자마다 신문을 읽는 방법에 차이가 일부 존재하겠지만 많은 독자가 신문 지면 전체를 다 읽기보다는 선택적으로 읽거나 기사 제목만 훑어 본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서울신문의 기사 제목은 어떨까? 은행 업무 시간 변경에 대한 3월 31일자 1면 기사 제목 “4시30분→4시→또 4시30분?”이나 “野性의 중년男 ‘SNS총선’ 이끈다” (3월 29일자 1면)와 같이 독자의 처지에서 시선을 끄는 동시에 굳이 읽어보지 않아도 기사 내용을 짐작할 수 있도록 잘 요약한 정보성 제목도 있지만, 최근 눈에 띄는 특징은 줄임말과 유행어 그리고 인터넷 신조어의 빈번한 사용이다. 물론 이는 독자의 시선을 유도하고 흥미를 불러일으키려고 구사하는 다양한 표현의 일부이며, 시대적 특성이나 문화적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본적인 의미가 전달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기능적 특성을 고려할 때, 쉽게 인지할 수 있는 표현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페’ 강북구에 장학금 1억”(3월 21일자 14면), “레알 신한은 강했다”(3월 29일자 28면) 등은 조금은 과도한 축약어나 신조어의 사용이 아니었나 싶다. 또한 “여가부 ‘슈퍼바이저’ 14명 위촉”(3월 28일자 12면)이나 “적전서 엄살펴라”(3월 30일자 4면)와 같은 제목은 제목 소비를 하기엔 조금은 불친절한 표현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공공기관 구내식당 ‘대기업 안돼~’”(3월 22일자 1면)나 “여수, 어디까지 가봤니?”(3월 22일자 20면) 등의 제목은 최근 유행어나 광고 카피를 연상시키는 재치 있는 제목이었지만, 특정 개그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않거나 광고에 별 관심이 없다면 편집자의 의도를 읽어내지 못하는 독자도 일부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물론 문자 그대로도 의미를 전달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지만, 그 의도가 전달되지 않는다면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이루어졌다고 보기엔 어려움이 있다. 편집자로서도 모든 기사에 대해 쉽게 그 내용을 이해하게 하면서 눈길을 끌고 재미를 유발하는 ‘작명’은 분명히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러나 오늘날 신문 독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제목 소비자를 위한 정보성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기사 제목에서 최첨단 언어유희의 사용이 흥미와 주목성 측면에서 나름의 장점도 있겠으나 그것이 유행의 첨단을 걷지 못하는 일부 독자에 대한 차별은 아닐지 돌아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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