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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리 클리프마스’

    ‘메리 클리프마스.’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미국에서 유난히 많이 듣는 신조어다. 재정절벽(Fiscal Cliff) 위기를 풍자해 ‘크리스마스’ 대신 발음이 비슷한 ‘클리프’(Cliff)를 넣어서 ‘메리 클리프마스’라는 냉소적 성격의 표현이 나왔다. 재정절벽이란 올해 말까지 여야가 재정적자 감축 방안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내년 1월부터 연방정부 지출 삭감과 세금 인상이 자동적으로 시작되는 것으로,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에 더욱 심각한 불황을 몰고 올 것으로 우려된다. ‘메리 클리프마스’는 뉴스위크 칼럼니스트인 존 애블런이 지난 19일 칼럼에서 처음 쓴 이후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는 칼럼에서 “만약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재정절벽 문제를) 제대로 해결한다면, 우리는 의회에서 ‘메리 클리프마스’라는 노래를 듣지 않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결국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채 크리스마스를 맞게 됨에 따라 언론들은 앞다퉈 냉소적 의미로 ‘메리 클리프마스’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일부 언론에는 성탄절과 새해 인사를 겸하는 ‘메리 크리스마스 앤드 해피 뉴 이어(Year)’라는 전통적 인사말을 ‘메리 크리스마스 앤드 해피 뉴 하이(High)’라고 바꾼 제목까지 등장했다. 연말까지 재정절벽 협상을 타결짓지 못하면 새해부터 세금이 크게 올라간다는 의미에서 ‘하이’라는 말을 넣은 것이다. 23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나온 한 출연자는 “재정절벽 시한이 열흘도 안 남았는데 대통령과 의원들이 크리스마스를 보내려고 협상을 중단한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오바마, 클린턴에 한 수 배웠나

    ‘골프광’으로 유명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일요일인 2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의 앤드루스 공군기지 내 골프장에서 함께 골프를 쳤다. 오바마의 ‘골프 친구’인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클린턴과 가까운 테리 매컬리프 전 민주당 전국의장이 동반자로 참여했다. 오바마와 클린턴은 지난해 9월 함께 골프를 치면서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불편해졌던 관계를 해소한 바 있다. 이날 골프 회동은 클린턴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재선 고지에 오른 오바마 대통령이 보은(報恩) 차원에서 마련한 것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들이 골프장에서 ‘발등의 불’로 떨어진 재정절벽 해소 문제 등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들 두 전·현직 대통령은 지난달 ‘골프닷컴’이 역대 미국 대통령을 대상으로 선정한 ‘골프광’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5위에 오른 오바마는 4년의 임기 동안 100회 이상의 골프를 쳤고, 구설에 오른 적도 많다.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이 전개되던 와중에도, 태풍 피해가 심했던 지난여름에도 골프를 즐길 정도였다. ‘골프광 대통령’ 3위에 오른 클린턴은 재임 8년간 400여 차례나 필드에 나갔다. 특히 벌타 없이 다시 치는 ‘멀리건’을 유난히 좋아해 ‘빌리건’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씨줄날줄] 고령층 ‘금융학대’/육철수 논설위원

    일본 기업들이 많은 흑자를 기록하면서 경제가 잘나갈 때인 1980년대 중반. 일본 언론은 ‘재테크’란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이 말은 한국에서는 아직 명줄이 붙어 있지만 일본에서는 사어(死語)가 되다시피한 지 오래다. ‘잃어버린 20년’을 겪으면서 20~40대 연령층은 이 단어의 의미조차 모를 정도라고 한다. 워낙 큰 고통을 겪은 탓일까. 일본의 젊은 층은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는 쳐다보지도 않고 지극히 안전한 정기예금만 찾는다고 한다. 예금(3년 만기)의 이자래야 겨우 연 0.03~0.04%인데도 이를 고집한다. 지방은행에서 연 이자 0.5%짜리 금융상품을 내놓으니까 고객이 미어터질 만큼 인기였단다. 재테크는 이제 ‘자산운용’이나 ‘증식’이란 말로 바뀌어 여유자금이 좀 있는 은퇴 고령층에만 통용될 뿐이다. 장수사회를 맞아 예금 이자만으로는 살기 어려우니 다소 위험을 무릅쓴 자산운용은 그들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저출산·고령화의 인구 구조나 경제 측면에서 일본화(Japanization) 경향을 보이는 우리나라에도 바다 건너 나라의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다행히 우리는 예금 규모가 어느 정도 되면 아직은 은행 이자로도 노후를 버틸 만하다. 그러나 저금리 지속과 자산 비중이 높은 부동산의 거품이 꺼지면 일본의 고령층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노후가 불안한 게 현실이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노인부부 가구의 경우 월평균 187만원이 노후의 적정 월 생활비(2011년 기준)인데, 현재 준비해 둔 자금은 110만원 정도라고 한다. 자식 교육비에다 결혼비용 쓰고 노후자금까지 마련하려니 그 고달픔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집 한 채와 쥐꼬리만 한 연금, 사정이 좋으면 은행 현금을 굴려 ‘100세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그러자면 고령층에 맞는 금융상품을 골라야 하는데, 요즘 원금까지 날리는 피해가 적지 않다. 고령층이 상품의 성격을 모르고 투자해 손실을 입거나 사기를 당하는 ‘금융학대’가 미국·일본처럼 우리나라에도 발등의 불이다. 달리 소득이 없는 고령층의 금융투자는 한 번 실수하면 ‘회복 불가능’이다. 사회적으로도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당국은 고령층의 금융 피해를 막기 위해 투자 무경험자에 대한 상품 판매 절차를 까다롭게 했다. 하루 정도 ‘투자숙려기간’도 도입한다. 하지만 상품판매 금융사에 대한 책임엔 별 말이 없다. 2020년이면 은퇴금융시장이 1000조원에 이른다. ‘금융학대’의 싹을 자르려면 돈에만 눈이 먼 금융사부터 정신 차리게 하는 게 순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데스크 시각] 검찰의 다시 못올 기회/김태균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검찰의 다시 못올 기회/김태균 사회부 차장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고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화려한 어록 중 초기 대표작은 바로 이 말일 것이다. 취임하고 며칠 안 된 2003년 3월 9일, 검사들과의 대화 도중 한 검사가 듣기 거북한 질문을 하자 튀어나온 말이다. 당시 검사들의 공격적 태도는 “검사스럽다”라는 신조어가 돼 회자됐다. 대통령에게도 할 말은 하는 ‘당당함’의 개념도 있었지만, 검사들의 ‘위세’와 ‘자만심’ 등을 희화화하는 용도로 많이 쓰였다. 어쨌든 검찰 혁신을 공언했던 노 대통령은 그 목표에 거의 한 발짝도 다가서지 못한 채 임기를 마쳤다. 검찰 개혁은 민주화 이후 모든 정권에서 한결같이 공언한 시대적 요구였다. 대통령 후보들은 어김없이 검찰의 권한 축소를 다짐했다. 그러나 이런 말들이 선언적인 수준을 넘어 제대로 집행된 적은 없었다. 검찰의 위세가 강하기도 했지만 ‘정치검찰’이라고 비판했던 사람들조차 정권을 잡으면 스스로 비난했던 바로 그 용도로 검찰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현재와 같은 독점적 권력을 얻게 된 것은 역설적으로 민주화 때문이었다. 과거 ‘중정’(중앙정보부),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 ‘보안사’(국군보안사령부) 등 공포정치 하에서 폭력과 억압의 수단들을 쥐고 있었던 기관들이 약화되면서 그들 손에 쥐어져 있던 힘이 검찰 쪽으로 급격히 쏠리게 됐다. 검찰이 지금 숨을 죽이고 있다. 10억원 가까운 돈을 긁어모은 고참 검사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은 신참 검사의 엽기적인 추문이 터졌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과 사회단체 등에서 검찰 개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시점과 맞물려 검찰에 대한 비난과 변화의 요구는 한층 격하게 분출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돈검사’, ‘성검사’ 뉴스를 접하며 놀라워도 하지만 즐기고 있기도 하다. 잘난 척하고 힘센 학급반장의 추악한 뒷모습을 보는 후련함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여론이 악화되고 외부로부터의 혁신 압력의 조짐이 보이면서 검찰 수뇌부와 평검사들이 모임을 갖는 등 검찰 스스로 개혁 방향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기도 하다. 여기서 짚어볼 대목이 검찰 수뇌부의 거취다. 한상대 검찰총장에게 사퇴로써 지휘 책임, 도의적 책임을 지라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총장이 당장 물러나게 되면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단 한명의 검찰총장도 2년 임기를 못 채우는 꼴이 된다. 그가 스스로 물러날지, 다른 외부의 힘에 의해 물러나게 될지, 아니면 내년 8월까지인 임기를 채우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번 파문이 직접적인 계기가 돼 검찰 총수가 물러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총장 한 사람 물러나는 것은 검찰에 뿌리박힌 구조적 문제를 개인들의 부패와 일탈로 몰아 덮어 버리는 꼴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검사가 기업으로부터 태연히 돈을 받고 여성 피의자를 윽박질러 성관계를 갖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렇게 해도 된다는 생각이, 최소한 그럴 힘을 자기가 갖고 있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힘과 그런 집단의식이 범죄의 원천이 된 것이다. 결국 집중된 검찰의 힘을 합리적으로 분산시키는 것, 검찰의 막강한 사회 지배력의 시스템을 깨는 것이 문제 해결의 본질인 셈이다. 여론에 떠밀려 검찰 총수가 반성문 한 장 낭독하고 물러난다면검사들의 잇따른 범죄가 만들어 준 개혁의 기회는 다시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그보다는 당장 수뇌부를 중심으로 시늉이 아니라 진심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혁신을 논의해야 한다. 대검 중수부 폐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상설특검제 도입 등을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반대논리 개발을 위해 연구하지 말고 도입을 전제로 필요성을 검토해야 한다. 임용과 동시에 부이사관 대우를 받는 현재의 검사 직급 인플레이션까지 원점에서 뜯어보는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대선 후보들이 저마다 검찰 개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서 누가 검찰을 ‘검사스럽지 않게’ 변혁시킬 적임자인지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것도 괜찮겠다. windsea@seoul.co.kr
  • [커버스토리-日 전자산업의 몰락] ‘빛 잃은’ 세계최대 전자상가 日 아키하바라 직접 가보니…

    [커버스토리-日 전자산업의 몰락] ‘빛 잃은’ 세계최대 전자상가 日 아키하바라 직접 가보니…

    지난 22일 오후 일본 도쿄 지요다구 아키하바라 전자상가. 23일이 근로감사의 날인 휴일이어서 3일 연속 황금연휴를 앞두고 있었지만 세계 최대의 전자상가로 유명했던 아키하바라는 썰렁하기만 했다. 화려한 조명이 번쩍이는 겉모습과 달리 아키하바라 상가 안은 텅 비어 있었다. ‘금리 1% 12개월 할부’ ‘최저가 할인’ 등 소비자들을 잡아끌려는 광고문구가 여기저기 붙어 있지만 정작 물건을 구경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실제로 한 전자상가의 가전제품 계산대 부근에서 30여분간 서성였지만 제품을 살펴보기 위해 매장을 찾은 고객은 3명에 불과했다. 아키하바라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쏟아지는 중국인 관광객으로 근근이 버틸 수 있었다. 아키하바라 전자제품 거리에서 중국인 관광객은 관광버스를 점포 옆에 세워 두고 고가의 카메라 등을 한꺼번에 구입하는 ‘단골 손님’이었다. 그러나하루 몇 십대씩 중국인 관광객을 실어나르던 버스 행렬은 일본과 중국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을 본격화한 지난 9월 이후 거의 제로 상태로 끊겼다. 한때 아키하바라 구석구석에서 들려오던 톤 높은 중국어도 들리지 않았다. 20대 중국 여성 두 명이 대화하며 모습을 나타냈지만 이들의 행선지는 아키하바라 전자상가가 아니라 근처의 편의점이었다. 아르바이트생이었던 것이다. 상가 앞에서 호객행위를 하던 한 직원은 “이런 일은 개점 30년 만에 처음이다. 사흘간 계속되는 연휴 전날이어서 많은 고객들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평일과 다름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중국 단체관갱객들이 찾아오지 않는 이유는 외교문제라서 상인들인 우리로선 달리 대책을 세울 방법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가전제품 대형 할인매장에서도 중국인 고객은 30%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이 매장 책임자는 “일본산 전자제품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은 아키하바라를 지탱하는 소중한 고객인데….”라며 고개를 떨궜다. 아키하바라 여러 곳에는 폐점을 알리는 문구를 써붙은 가게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폐점 할인행사를 하고 있던 야마다 이치로(43)는 “20년 넘게 아키하바라에서 버텼지만 이젠 한계에 부딪힌 것 같다. 일본 전자산업이 적자에 허덕이고 중국인, 한국인 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리면서 아키하바라는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인도에는 젊은 여성들이 분홍 드레스에 파란 조끼와 흰 치마를 입은 메이드 복장을 하고는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전단지를 손에 쥐어주며 말을 건넨다. “‘메이드 카페’에서 차 한잔 하고 가세요.” ‘메이드 카페’는 영어로 ‘하녀’ 또는 ‘가정부’라는 뜻의 ‘메이드’(maid)에 찻집이라는 의미로 ‘카페’를 갖다 붙인 신조어다. 건널목을 건너자 ‘메이드 카페’로 꽉 찬 골목이 나타났다. 전자상가로 명성을 날리던 아키하바라가 ‘메이드’의 천국이 된 셈이다. 아키하바라의 왕복 8차로 메인도로인 ‘주오도리’를 지나 뒷골목에 들어가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전자제품 벼룩시장격인 곳이다. 10여 개의 노란색 상자에 담긴 중고 전자제품을 연신 주워 담고 있었다. 보이스 리코더, MP3플레이어 등 비닐에 싸인 전자제품이 가득 들어 있었다. 오랜 불황을 겪다 보니 새로운 제품보다는 값싼 중고제품을 선호하는 풍조가 이곳에도 역력했다. 일본철도(JR) 아키하바라 역사 건너편의 전자제품 할인점 ‘요도바시 카메라’로 발길을 옮겼다. 빅카메라(BIC CAMERA)와 전자 할인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요도바시 카메라에는 고객들이 제법 찾아들었다. 1층은 휴대전화 판매 코너. 몇년 전만해도 TV 코너가 1층에 자리 잡았지만, 스마트폰 열풍으로 ‘황금매장’인 1층은 휴대전화 차지가 됐다. 20여종의 스마트폰이 진열돼 있지만 고객들은 아이폰5와 갤럭시S3, 후지쯔폰을 주로 찾았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3는 지난 6월 출시된 뒤 월간 판매 순위 1위를 이어갔지만 이달 초 ‘아이폰4S’가 판매되면서 기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었다. 갤럭시S3를 독자적으로 취급하는 NTT도코모보다는 아이폰을 판매하는 소프트뱅크와 au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좀 더 많았다. 일본 제품은 후지쯔의 ‘애로우스’(ARROWS)와 소니 엑스페리아GX가 선전하고 있지만 갤럭시S3와 아이폰 기세에 맥을 못추는 양상이다. 일본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BCN과 일본 스마트폰 인기 순위 집계 사이트인 카카쿠닷컴(kakaku.com)에서도 아이폰과 갤럭시S3가 판매 순위 1,2를 차지하고 있다. 휴대전화 시장의 주류가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경영 판단을 늦게 해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일본 전자업체들의 ‘자화상’을 보는 듯했다. 영상·음향·가전 매장이 몰려있는 4층에 올라가니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에 LG전자 제품들이 죽 진열돼 있었다. “LG 3D 영상을 체감하세요.” “가장 인기가 높은 LG 스마트폰”이라는 문구가 선명히 새겨진 플래카드가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TV 매장은 LG전자 제품을 중심으로 소니, 파나소닉, 샤프 제품들이 나란히 전시돼 있었다. 자연스럽게 가격을 비교하며 구입할 수 있게 돼 있다. 일본 시장에 진출한 LG 제품의 판매가격이 일본 제품들에 비해 전혀 싸지 않았다. LG 55인치 TV는 최고 할인가로 살 수 있는 가격이 23만 9300엔(약 314만원)이었다. 파나소닉과 소니의 동일 인치 제품 가격 17만 9700엔, 13만 5500엔보다 무려 5만 9600~10만 3800엔 비쌌다. 샤프의 52인치는 12만 2200엔에 거래됐다. 판매 점원은 “LG의 3D TV는 일본 제품보다 화질이 뛰어나고, 충전하지 않는 안경 등으로 인해 인기를 끌고 있다.”며 “한국 제품은 싸구려라는 인식은 최소한 전자제품 매장에서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0년 일본 시장에 진출한 LG는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초반 크게 고전했지만 “세계에서 인정받는 제품”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끝에 콧대 높은 일본 고객들의 마음을 돌려놓기 시작했다. 민영방송인 후지TV는 23일 오후 ‘슈퍼뉴스’에서 일본시장에서도 뿌리 내리기 시작한 LG의 성공비결에 대해 ‘빠른 의사결정, 과감한 투자, 해외 사정에 맞는 마케팅”이라고 분석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커버스토리-日 전자산업의 몰락] TV·워크맨·캠코더·플레이스테이션 ‘세계적 히트’

    1979년 7월 1일 소니는 거실에 놓여있던 무거운 오디오 세트를 손바닥 크기로 만들어 세상에 내놓았다. ‘걸어 다니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뜻으로 ‘워크맨’(Walkman)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소니의 휴대용 카세트 재생기는 문법상 엉터리 영어였지만 출시 5년 만에 1000만대 판매를 달성, 당당히 영국의 옥스퍼드 사전에 올랐다. 워크맨은 2010년 단종될 때까지 전세계적으로 2억 2000여만대나 팔려 나갔을 뿐더러 출시 초기에는 당대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군중 속을 활보하는 젊은이를 일컬어 ‘헤드폰 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는가 하면, 개인주의를 뜻하는 ‘미이즘’(me-ism)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기도 했다. 소니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든 것은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 텔레비전이다. 브라운관 TV가 대중화되던 1970년대 소니는 전자총 3개를 도입한 ‘트리니트론’을 출시, 30년간 세계 TV시장을 석권했다. 뛰어난 화면 선명도와 최대 36인치에 이르는 대형TV까지 내놓으면서 1968년 출시 이후 2억 8000만대를 팔아 ‘캐시카우’(cash cow) 노릇을 톡톡히 했다. 2000년대 대중화된 디지털카메라와 가정용 캠코더도 소니의 작품이다. 소니는 1981년 빛을 디지털 신호로 압축해 저장장치에 기록하는 ‘마비카 시리즈’를 출시, 세계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를 탄생시켰다. 상업화에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휴대용 전자기기의 전원장치인 리튬 충전지도 이때 함께 발명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USA투데이는 ‘미국인의 삶을 바꾼 제품’으로 휴대전화와 함께 리튬 충전지를 꼽기도 했다. 90년대 소니를 대표하는 상품은 플레이스테이션(PS)이다. 당시 닌텐도가 주름잡고 있던 콘솔게임 업계에서 소니는 고품질의 영상과 음향이 탑재 가능한 시디롬 타입의 신형 게임기를 선보여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았다. 2000년 이후에는 DVD를 탑재한 PS2와 휴대용 게임기인 PSP까지 출시, 전 세계적으로 3억 5000만대를 팔아치웠다. 60년대 TV, 70년대 워크맨, 80년대 캠코더, 90년대 플레이스테이션까지 소니는 전자업계의 ‘전설’을 써내려갔다. 파나소닉도 소니와 함께 일본 전자산업을 대표하는 양대 산맥이었다. 60년대 고도성장기 전세계를 무대로 전자산업의 부흥을 일으키면서 일본 경제를 세계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주역을 맡았다. ‘메이드 인 재팬=고급’ 인식을 심어준 주인공이기도 했다. 특히 일본 패망 후 시작한 2평짜리 소켓 가게를 한 때 37개국 45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세계적인 전자그룹으로 변모시킨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경영의 신’으로 칭송받기도 했다. 50년대 TV를 세상에 내놓았고, 당시에는 혁명에 가까운 전자레인지, 냉장고, 전기밥솥, 진공청소기, 전기담요 등을 잇달아 출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소니, 파나소닉과 함께 세계 3대 TV 회사로 불렸던 샤프는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전문 제조업체로, 2000년 이후 LCD TV 판매 호조와 함께 최고 전성기를 구가했다. 2004년 가메야마 공장에서 생산된 LCD 패널은 초박형 TV를 만들어내는 최첨단 기술의 상징이었고, 만들어내는 즉시 전세계로 팔려 나갔다. 2007년 사카이 공장에서 생산한 LCD 패널은 그 해 세계시장에서 팔린 LCD TV 규모와 맞먹었다. 사실상 거의 독점했다는 얘기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전화 한통하면 아이들이 달라져요… 우리가 뽀느님”

    “전화 한통하면 아이들이 달라져요… 우리가 뽀느님”

    “이른 아침, 에디와 친구들이 뽀로로와 크롱을 찾아 도시를 헤매고 있어요.”(구자형·내레이션) “대체 어디 있는 거야.”(함수정·에디) “저기 과일이 잔뜩 있어!”(김환진·포비) 지난 14일 서울 논현동의 한 녹음실. 30~60대 중년 남녀가 한데 어울려 부르르 떠는 시늉까지 해보이며 쉼 없이 목청을 돋웠다. 때론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때론 진짜로 뛰어다니며 소리를 덧입히는 작업에 열중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녹음실에서 웃음이 터져 나았다. “나미 엄마 어디 있어요?” 잠시 뒤편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던 여성 성우가 ‘치고 나갈’ 시기를 놓친 채 겸연쩍게 웃어 보였다. 김래경 EBS 프로듀서(PD)가 눈길을 잠시 왼쪽 모니터로 돌리더니 이내 “선배님들, 호흡 끊기는 데부터 다시 갈게요.”라고 외쳤다. 다시 잠잠해진 녹음실 분위기…. ●브랜드가치 4000억원… ‘시즌4’도 인기 성우들은 5분짜리 단편 하나를 녹음하는 데 1시간 넘는 시간을 할애했다. 초겨울 날씨를 무색케할 정도로 녹음실 안은 푹푹 쪘고 성우들은 연거푸 물을 들이켰다. ‘뽀로로’의 제작사인 ㈜아이코닉스 관계자는 “오늘 녹음은 해외에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한 번외편 제작”이라며 “뽀로로는 이미 세계 110여 개국에 수출됐다.”고 설명했다. 2003년 11월 처음 방영한 풀 3D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가 내년 데뷔 10주년을 맞는다. ‘뽀통령’ ‘뽀느님’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이 프로그램은 올 2월, ‘시즌 4’로 옷을 갈아입고 변함없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브랜드 가치만 4000억원, 서너 살 이상 아이를 둔 부모에겐 이미 대통령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뽀로로, 크롱, 에디, 루피, 패티, 포비, 해리…. 온통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사람이란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작은 숲 속 마을을 배경으로 아이들을 사로잡은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KBS와 EBS 등 지상파 방송의 공채 성우 출신인 이들은, 경력 20년 안팎으로 대한민국 대표 목소리를 품고 산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하이디, 아기공룡 둘리의 ‘둘리’ 등 ‘아! 이 목소리’ 하면 딱 알게 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뽀로로’ 속 캐릭터처럼 ‘꽃중년’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 올해 환갑을 맞은 백곰 포비 역의 김환진(60)은 36년차인 극 중 최고참 성우이다. 굵직한 목소리가 돋보여 외화에선 조지 클루니나 짐 캐리의 목소리 단골 대역이다. 그런 그도 포비 목소리가 잘 안 나올 때면, 녹음실을 나와 담배 한 대 맛나게 피우고 돌아오곤 한다. 김환진은 “2003년 EBS에서 수개월간 비밀리에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첫 방영을 앞두고 파일럿 프로그램 녹음까지 마친 ‘뽀로로’ 출연 성우들이 모두 바뀌었다. 앞서 교체된 성우들과의 의리 때문에 출연을 망설이다 수락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우연하게’ 이곳에서 만난 베테랑 성우들은 9년째 한 식구처럼 살갑게 지내고 있다. 그는 “30대 중반의 두 아들이 어서 장가들어 손자 앞에서 포비 목소리로 연기해 보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뽀로로 역의 이선(40)은 스스로 ‘성우테이너’라 부를 만큼 화제의 주인공. 지난해 KBS ‘탑밴드’에서 성우밴드의 보컬로 얼굴을 내밀었고, 연극무대를 오가며 배우로도 활약 중이다. 외화에선 앤절리나 졸리나 캐머런 디아즈의 목소리를 도맡는다. 그는 ‘유기농’ 성우로도 알려져 있다. 1992년 스무 살 나이에 KBS 성우로 출발해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성대 결절을 겪은 뒤 그때부터 아침저녁 소금 가글에 술·담배 안 하고 맵고 짠 음식 안 먹고 탄산음료 안 마시고 한여름에도 미지근한 물만 먹기 때문이란다. 그는 “뽀로로 목소리를 내려면 성대를 최대한 좁혀서 소리가 삐져나오도록 쥐어짜야 한다.”면서 “실제로 뒤뚱뒤뚱 펭귄 발걸음을 옮기며 목소리를 연구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결혼 5년차를 맞은 이선의 집과 차에는 단 한 개의 뽀로로 인형이나 스티커도 없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인형 같은 걸 두고 보는 성격이 아니거든요. 그렇다고 유아 팬들이 선물로 인형을 주는 것도 아니잖아요!”(웃음) 녹음실 안에선 뽀로로로 완벽하게 ‘빙의’되지만 현실에선 펭귄처럼 살 수 없다고도 했다. 반면 여우 에디 역의 함수정(50)은 아예 ‘뽀로로’로 외아들을 키웠다.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이 지난 9년간 엄마가 출연한 ‘뽀로로’를 일일이 모니터링해 주며 컸다.”면서 “밥 잘 안 먹는 친구 아이들이 전화로 제 에디 목소리를 들으면 밥 먹는 속도부터 달라진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그의 음색은 ‘아기공룡 둘리’의 둘리, ‘구름빵’의 엄마 목소리로도 귀에 익숙하다. 비버 루피 역의 홍소영(41)은 녹음실 안팎의 모습이 그대로다. 루피 얼굴을 보는 순간 너무 행복하고, 대본만 봐도 벌써 손가락을 세 개로 오므려 완벽하게 변신한다는 것이다. 그는 “놀이동산에 가서 루피가 새겨진 큰 풍선 뒤에 숨어 ‘이모가 루피야.’하면 아이들이 자지러진다.”면서 “뽀로로 첫 방영 뒤 6~7개월이 지나 유모차와 놀이공원에 내걸린 뽀로로 인형을 보면서 ‘빵 터졌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벌새인 해리 역의 김서영(35)도 “발성할 때 입모양까지 해리에 맞춰 ‘개굴개굴개구리~’ 노래를 부른다.”면서 “조카들이 자랑스러워할 때 가장 즐겁다.”고 말했다. ●“밥 안먹는 아이, 목소리 듣고 달라져 보람” 니콜 키드먼과 샌드라 블럭의 목소리로 알려진 정미숙(50)은 털털한 성격의 펭귄 소녀 패티 역. “5분짜리 한편 녹음하는 데 4시간이 넘게 걸리는 등 초창기에는 반쯤 정신 나간 상태로 살았다.”면서 “주변 아이들이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사건·사고 등으로 동질감에 호소하는 게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맏딸인 이선영(24)도 영화 해리포터의 헤르미온느 목소리 연기로 알려졌다. 아기공룡 크롱과 로봇인 로디의 목소리를 동시에 내는 이미자(54)는 “다른 애니메이션은 보는 사람만 보지만 ‘뽀로로’는 아이부터 부모, 할아버지·할머니까지 가리지 않고 보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내레이션을 맡은 구자형(47)은 “이제 그만~”으로 유명한 텔레토비의 내레이션부터 다양한 다큐멘터리 해설까지 도맡아 온 전문가다. 그는 “군더더기 없이 에피소드에 집중하게 만드는 게 뽀로로의 힘”이라면서도 “뽀로로의 성공신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 애니메이션 관련 산업의 고용창출과 근무여건 등이 그리 좋아진 것 같지 않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가장 큰 보람은 무엇일까. “수년 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한 여배우의 다섯 살배기 딸과 한 달간 하루 20분씩 친구가 돼 통화한 적이 있어요. 너무 큰 슬픔에 빠진 아이에게 마치 제가 뽀로로인 양 얘기해 줬는데, 20일쯤 지나자 아이가 물었어요. ‘뽀로로야, 그런데 넌 엄마가 있어?’라고…. 울컥했지만, 마음을 터준 아이에게 너무 고마웠어요.”(이선)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출생·결혼·죽음 다뤄… 신화·판타지 혼재

    출생·결혼·죽음 다뤄… 신화·판타지 혼재

    소설가 이인화는 최근 소설가에는 두 가지 타입이 있다고 규정했다. 하나는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쓴 제임스 조이스(1882~1941)와 같이 의식의 흐름을 핍진하게 따라가는 작가다. 다른 하나는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쓴 DH 로렌스(1885~1930)처럼 외부의 풍부한 세상을 향해 뻗어가는 이야기꾼 스타일의 작가다. 이인화는 소설이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매체가 전환되는 상황에서 스토리텔링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유명한 작가 조이스의 책은 일단 집어들 수는 있지만 끝까지 읽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김종건 고려대 명예교수가 조이스의 말년 작품인 ‘피네간의 경야’(Finnegans Wake·고려대출판부)를 2002년 세계 네 번째로 번역해 내놓은 지 10년 만에 개역작(550쪽)과 이 작품에 주석을 단 1100쪽짜리 ‘제임스 조이스의 피네간의 경야 주해집’(왼쪽)을 내놨다. 주해집은 작품의 두배 분량으로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피네간의 경야’를 탐색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이드북이다. 조이스는 ‘피네간의 경야’를 17년간 집필했고 1939년에 출간했다. 영어를 비롯해 65개 국어의 어휘 6만 4000개로 구성한 난해한 작품이다. 조이스가 만든 신조어와 혼성어가 난무하고 신화와 판타지가 뒤섞여 있다. 이론 물리학자인 머리 겔만은 자신이 발견한 우주의 기본 미립자를 ‘쿼크’(quark)로 명명했는데 이것은 피네간의 경야 12장 ‘신부선(新婦船)과 갈매기’에서 갈매기가 외치는 무의미한 조롱의 울음소리에서 따온 것이다. 경야(wake)는 죽은 사람을 조문하는 기간과 기상, 부활의 순간을 동시에 의미한다. 책 내용은 아일랜드 민요인 ‘피네간의 경야’에서 따왔다. 술을 사랑하는 벽돌 운반공 피네간은 사다리에서 추락해 죽는다. 경야를 하러 온 조문객들이 그의 얼굴에 위스키를 엎지르자 피네간이 자리에서 일어나 조문객들과 향락을 즐긴다는 것이다. 고려대출판부는 “‘율리시스’가 깨어 있는 시간을 서술한 ‘낮의 책’이라면 ‘피네간의 경야’는 잠자는 한 사람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상상을 다룬 ‘밤의 책’”이라고 설명했다. 1938년 3월 21일 월요일 저녁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위커라는 한 인간의 의식 속으로 들어가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인간의 출생, 결혼, 죽음, 부활을 다룬다. 이어위커는 더블린 피닉스공원에서 두 소녀가 옷을 벗는 모습을 훔쳐보다가 나신이 된 것이 현장에서 발각된 일로 늘 괴로워했다. 셰익스피어의 문장을 패러디한 문구가 불쑥불쑥 나오고 정신분석학 이론이 녹아든 글이 들어 있다. 불교, 유교, 이슬람교의 어휘도 있다. 이러다 보니 주해집이 두꺼워질 수밖에 없게 됐다. 원고 한쪽당 많게는 40개의 주석을 달았다. 553쪽부터 626쪽까지 해설을 먼저 읽고 마음의 각오를 다진 뒤 난해한 원문을 읽는 것도 권할 만하다. 김 교수는 “우리는 왜 거의 희망이 없는 듯한 난해한 작품을 읽고 타인에게 읽도록 권고하느냐?”고 반문한 뒤 “탐색 자체가 흥분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민요에서 인간의 죽음과 부활을 따온 만큼 ‘보통 사람’들도 읽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씨줄날줄] 취업 빙하기/육철수 논설위원

    일본의 젊은 층 사이에는 ‘하시모토 신드롬’의 위력이 대단하다고 한다. 이 현상의 주인공은 40대 초반 정치인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 지난 8월 일본군 위안부 망언으로 우리 국민의 분노를 샀던 바로 그 인물이다. 그가 20~30대 청년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이유는 이들을 대변하며 기존 정치권의 구태 타파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잘 알려진 대로 ‘노인의 나라’다. 취업과 복지정책 등이 노년층에 집중되고 젊은 세대에 대한 배려는 거의 없다. 그래서 변변한 일자리를 얻지 못해 삶이 귀찮고 울분에 찬 청년세대가 정치적으로 급속히 뭉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1990년대 초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됐다. 혹독한 취업 한파도 불어닥쳤다. 1992년 어느 취업잡지는 이런 분위기를 ‘취업 빙하기’라는 신조어로 표현했는데 크게 공감을 샀다. 채용시장의 어려움이 길어지면서 일본사회는 생활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1990년대 말에는 ‘히키코모리’(집에만 있는 외톨이), 2004년에는 ‘니트족’(공부도 취업도 하지 않는 청년)이라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였다. 이듬해에는 ‘하류사회’라는 말이 나돌 만큼 미래의 꿈을 접은 청년 사회계층이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최근에는 정치세력화하면서 하시모토에 올라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사회의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우리도 한가하게 이웃나라 얘기를 할 처지가 못 된다. 일자리 부족으로 벌써 몇년째 ‘취업 빙하기’가 이어지면서 젊은 층은 ‘대학 5학년’ ‘잉여인간’ ‘NG(No Graduation·졸업유예)족’이라는 말에 익숙하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졸업을 늦춘 대학생이 1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이 대학에 남음으로써 발생하는 ‘포기 소득’ 등을 합친 간접 교육비만 5조 5000억원에 이른다니 고급인력의 이만저만한 낭비가 아닌 셈이다. LG·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에 취업자 수가 28만~30만명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불황으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늘고, 기업의 구조조정도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고용은 2010년 32만명, 2011년 42만명이 증가했고 올해엔 43만명 증가가 예상된다. 하지만 내년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 후반~3% 초반으로 예상되고 기업의 투자·고용 위축으로 취업 사정은 더 나빠질 것 같다. 미국에서는 실업률이 대통령 선거의 주요 변수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의 표심이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하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역대 최고의 포토밤?…세 여성 덥친 가오리 ‘깜짝’

    역대 최고의 포토밤?…세 여성 덥친 가오리 ‘깜짝’

    해안에서 기념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던 세 여성이 갑자기 자신들의 등 뒤를 덮친 가오리 한 마리에 깜짝 놀라는 모습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각종 사진 공유 사이트는 물론 트위터 등을 통해 확산된 이 사진은 역대 최고의 포토밤(photobomb)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여기서 포토밤은 사진 촬영 중 의도하지 않은 장면이 포착되거나 일부러 사진에 찍히려고 뛰어든 모습을 뜻하는 신조어다. 사진을 보면 욕실 카펫 크기만 한 이 가오리는 마치 세 여성을 품에 안는 듯한 모습으로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지만 그 앞에 모인 세 여성의 얼굴은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에 매우 놀란 듯 보인다. 하지만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 가오리는 누군가의 장난으로 보인다. 이는 가오리 뒤편으로 사람의 정수리 부분이 살짝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진 속 장소는 대서양 카리브 해에 있는 영국령 그랜드케이맨 섬 북쪽 끝에 있는 해안가로 알려졌다. 이곳은 수많은 가오리가 찾고 있어 스팅레이시티(가오리 도시)로 불린다. 이는 오래전부터 많은 관광객이 몰리면서 이들이 준 오징어 등 먹이를 먹기 위해서라고. 따라서 이곳의 가오리들은 꼬리 끝에 독침이 있지만 먼저 해를 가하지 않는다면 쏘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길섶에서] 라운지/노주석 논설위원

    일상에 지쳤을 때 위안을 주는 장소가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회색 빌딩이 머리에 쥐가 나게 할 때 나를 피신시켜 주는 곳이다. 가까운 곳이어야 한다. 가볍게 걸어서 도착하고 또 ‘십분간 휴식’을 만끽할 수 있는 그런 곳이면 좋다. 서울 소공동에 있는 환구단을 종종 찾는다. 호텔의 일부처럼 보이지만 엄연히 공원이다. 1897년 조선의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바꾸고 황제에 등극한 고종이 천하에 이를 알린 뜻깊은 제단이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3층짜리 팔각정자 황궁우의 위엄을 일견하는 것만으로도 눈의 피로가 풀린다. 새로운 휴식처를 찾았다. 무교동에 있는 한 대기업이 앞뜰을 휴식공간으로 꾸며 시민에게 제공한 곳이다. 이름하여 ‘羅雲地’. 휴식공간을 뜻하는 영어 ‘라운지’(Lounge)를 한자로 재구성해 만든 신조어이다. 펼칠 라(羅), 구름 운(雲), 땅 지(地)자를 써서 ‘구름이 펼쳐지는 땅’을 조성한 것이다. 구름 위에서의 십분이 주는 꿀맛이란!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굿모닝 닥터] ‘프티성형’ 하려면

    최근 동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베이비 페이스’와 ‘글래머’를 합성한 ‘베이글녀’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다. 나이보다 어려 보이려면 의상과 헤어스타일도 중요하지만 역시 생생한 피부가 우선이다. 물리적인 나이가 40대에 접어들면 진피조직이 얇아지고 피부의 결합도가 크게 떨어지면서 피부 탄력을 지켜주는 콜라겐과 엘라스틴의 양도 덩달아 줄기 시작한다. 이런 조건을 극복하고 주름 없는 피부를 만들려면 자외선의 피해를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계절이나 날씨, 시간에 관계없이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바르는 것은 기본이고 평소 비타민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도 좋다. 비타민A·C와 ‘토코페롤’(비타민E)은 주름을 예방하는 중요 성분이다. 이 밖에 충분한 휴식과 수면으로 스트레스를 줄이고 수분팩을 규칙적으로 해주는 것은 탱탱한 피부를 위한 기본 조건이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 주름을 치료하기 위해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프티성형’은 보톡스나 필러 등의 주사를 이용해 간편하고 빠르게 효과를 보게 하는 시술이다. 이 중 보톡스는 이마, 미간, 눈가, 콧등, 입술, 목 등의 주름은 물론 종아리 알통과 사각턱까지로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런 프티성형은 시술 시간이 10분에 불과하고 흔적이 남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부작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물론 주사 때문에 치명적인 부작용이 생기는 일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간혹 안전성을 검증받지 않은 약품을 사용하거나 전문의가 아닌 사람이 시술할 경우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누구나 늙지만 모든 사람이 똑같이 늙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꾸준한 자기 관리는 물론 전문의와 충분히 의견을 나눠 적절한 의학적 치료를 병행한다면 보다 격조 있고 아름답게 나이를 먹을 수 있다. 이상준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원장
  • 할리우드 스타군단 카메오 출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열리고 있는 민주당 전당대회에 할리우드 스타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들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데다 2008년 대선에서 이른바 ‘오바마 문화현상’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편에 선 바 있다. 올해는 4년 전 열기만큼은 아니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스타들이 대회장을 찾아 변함없는 지지를 표했다. 영화 ‘크레이지 하트’에서의 열연으로 2010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제프 브리지스는 지난 3일(현지시간) 일찌감치 자신의 밴드를 이끌고 샬럿을 방문했다. 폭스TV의 인기 드라마 ‘글리’의 앰버 라일리는 전당대회장에서 미국 국가를 불렀다. 배우 애슐리 주드는 테네시 대표단 일원으로 현장에 왔고, 배우 칼 펜의 모습도 보였다. TV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의 섹시 스타로 오바마 재선 캠프의 공동의장이기도 한 에바 롱고리아는 오바마 대통령의 후보 수락 연설이 예정된 6일 전대 무대에 설 예정이다. 또 스칼릿 조핸슨, 내털리 포트먼, 케리 워싱턴 등 톱스타 여배우 3명도 행사 때 연단에 함께 올라 연설하는 ‘깜짝 이벤트’를 선보일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예상보다 많은 스타군단이 민주당 전대 현장을 찾는 것은 지난주 공화당 전대에 ‘깜짝 등장’한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82)가 오바마에 대해 지나치게 모욕적인 연설을 한 데 대한 ‘반격’의 성격으로 해석된다. 원로 시트콤 여배우 베티 화이트(90)가 이스트우드의 ‘대적자’로 민주당 전대에 참석해야 한다는 청원 운동이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벌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할리우드 스타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는 공화당은 지난주 전대에 이스트우드 외에 ‘미션 임파서블’에 출연한 배우 존 보이트가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다. 보이트는 배우 앤절리나 졸리의 아버지다. 록그룹 ‘레너드 스키너드’와 남성 4인조 보컬그룹인 ‘오크 리지 보이스’ 등도 공화당 전대에 참여해 행사장에서 음악을 연주하며 흥을 돋웠다. 샬럿(노스캐롤라이나주)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사설] 지자체 ‘무늬만 국제교류’는 그만두라

    이른바 ‘세방화’(世方化) 시대라고 한다. 세계화와 지방화를 합친 신조어로, 지역중심 시대를 맞아 지방과 세계가 직접 교류함으로써 지역사회를 국제환경에 적응시키고, 다양한 영역에서 상호 발전을 도모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 지방자치가 제5기에 들어섰고, 그동안 지자체들은 국제교류를 통한 지역발전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펴낸 ‘지방자치단체 국제교류현황 자료집’을 보면 놀라울 정도다. 전국 225개 광역·기초단체가 무려 65개국 946개 도시와 1183건의 교류협약을 맺고 있다고 한다. 지자체별로 평균 4.87곳의 외국 도시와 교류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겉모습일 뿐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려스러운 대목이 부지기수다. 우선 교류 결연 국가가 중국(475건), 일본(172건), 미국(130건)에 집중(777건, 66%)돼 있다. 심지어 대구·광주·대전 등 10개 지자체는 중국 선양시와 동시에 교류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지자체가 중복교류 중인 외국 도시만도 120개에 이르는 실정이다. 지자체별로 사정이야 있겠지만 주먹구구식 중복교류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특정 외국 도시에서 배울 게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으나, 생각도 없이 남이 하니까 줄줄이 따라가는 행태는 고질적인 문제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교류를 구실로 공무원과 지방의원들이 해외 나들이를 한다는 비난을 받은 적도 많다. 단체장이 실적용으로 추진했다가 단발성으로 끝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래서는 행정력을 낭비하고 혈세만 갖다 버리고 말 것이다. 시대 조류에 맞춰 지자체들은 특성에 따라 문화·관광, 경제, 행정,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교류협력을 펼쳐야 한다. 전문가를 영입·육성하고 특정 분야에서 모범적인 외국 도시를 고르는 것은 기본이다. 특히 교류에 앞서 지역발전과 주민에게 어떤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인지를 세심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런데 교류 도시가 1000곳에 육박하는 지금, 지역은 얼마나 발전했는가. 투자나 관광객 유치는 제대로 이루어졌는가. 두 도시의 관계자들이 지역행사 등에 축하사절로 그저 왔다 갔다 하는 ‘무늬만 교류’라면 일찌감치 그만두는 게 나을 것이다.
  • [커버스토리-소유의 종말] 새 아파트 찾는 ‘렌트 노마드’… 데이터 관리도 맡기는 기업

    [커버스토리-소유의 종말] 새 아파트 찾는 ‘렌트 노마드’… 데이터 관리도 맡기는 기업

    우리 시대의 젊은 세대는 더 많은 재화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기꺼이 소유를 포기하고 있다. 남의집살이 설움에 내집 마련을 위해 안 먹고 안 쓰던 아버지 세대와 달리 그들은 ‘새 아파트를 찾아 이사 다니며 쓸 것은 과감하게 쓰고 살겠다.’고 생각한다. 발빠른 기업들도 빌려주는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몸집을 가볍게 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최모(31)씨는 경기 안산의 1억 5000만원짜리 전셋집(102㎡)에서 살고 있다. 그는 내년에 새로 분양하는 인근 아파트로 이사를 가려고 한다. 물론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다. 최씨는 “전셋값이 자꾸 오르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갓 분양된 새 아파트의 좋은 시설을 누리면서 전세살이를 계속할 생각”이라면서 “살림도 일부러 단출하게 꾸려서 이사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격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 왜 굳이 남의 집살이를 하느냐는 질문에 최씨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사려면 2억 7000만원이 든다.”면서 “어차피 똑같은 집에 사는데 굳이 사서 갚기도 벅찬 빚을 질 필요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주택산업, 매매 아닌 임대 중심으로 재편될 것”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계속되면서 집을 사는 대신 빌려서 생활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지역의 아파트 거래량은 1620건으로,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8월(8330건)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분양을 받는 데 적극적이던 30대 후반~40대 초반의 실수요자들이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월세 거래량은 10만 2400건으로 전년보다 10.3% 늘었다. 서울과 수도권은 6만 8900건으로 10.7% 늘었다. 특히 젊은층의 주택수요가 줄면서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 초 부동산114와 한국갤럽이 1524명을 대상으로 부동산 인식조사를 한 결과 앞으로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을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30대는 21.8%에 불과했다. 또 1년 이내에 분양받을 계획이라고 응답한 30대 역시 2.6%에 지나지 않았다. 김은진 부동산114 과장은 “주택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주택이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잃은 것이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20년 거주가 가능한 장기전세아파트(시프트)를 2007년부터 공급하고 있는 서울시는 당시 많은 문제를 낳던 부동산 거품을 줄이기 위해 ‘사는(buying) 집이 아니라 사는(living) 집’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해 주목받았다. 지규현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침체가 20~30대의 주택에 대한 태도 변화를 이끌어 냈지만 현재는 이런 트렌드의 변화가 주택시장에 다시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앞으로 집값이 오른다는 확실한 신호가 보이지 않는 이상 집을 빌려서 사는 트렌드가 상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유의 종말’은 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고정자산보다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번듯한 건물로 폼을 잡기보다 임대를 통해 실속을 차리고, 대신 곳간을 든든하게 채워 위기가 닥쳤을 때 살아남을 무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남익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벼운 기업이 위기에 강하고 또 경제상황의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면서 “제품은 물론 소비경향이 빠르게 바뀌는 시기에 기업이 소유를 포기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일종의 진화”라고 설명했다. ●‘스마트워킹센터’ 회원사 등록해 첨단 사무실 이용 KT는 기업들의 사무실 공간 임대 수요가 많아지면서 ‘올레 스마트워킹센터’를 확대하고 있다. KT는 경기 고양시 일산센터를 비롯해 평촌, 부천, 목동, 분당, 부산 등 전국 16개에 센터를 운영 중이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7개 센터에 불과했지만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올레 스마트워킹센터를 이용하는 기업은 20곳 정도이다. 스마트워킹센터는 콘도 회원이 되면 전국의 체인을 이용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예를 들어 강남에 본사를 둔 기업이 스마트워킹 센터 회원사로 등록하면 경기 부천에 사는 직원은 굳이 강남 사무실까지 출근할 필요가 없다. 부천에 있는 스마트워킹센터에서 업무를 처리함으로써 출퇴근에 소요되는 3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능률적이다. 사무실 공간뿐만 아니라 데이터 관리도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통해 해결한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기업이 보유한 대량의 데이터를 회사가 보유한 서버가 아닌 가상공간에 저장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이 서버, 대용량 저장장치, 전원 및 네트워크 설비 등을 갖추지 않고도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으로부터 임대해서 운영하면 인프라를 따로 구비할 필요가 없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1851년부터 1980년까지의 1500만건에 달하는 신문 내용을 이미지로 저장하는 작업을 클라우드를 통해 하루 만에 끝냈다. 비용도 240달러밖에 들지 않았다. 자체 서버를 이용했다면 14년 동안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야만 가능했을 것으로 추산되는 대규모 작업이었다. 올해 우리나라의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은 2009년 대비 221% 성장한 4조 2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관련 기업들 사이에서는 ‘파는 것에만 안주하면 망한다’는 위기의식이 퍼지고 있다. 이런 렌털 바람에는 온·오프라인이 없다. 이마트의 1~7월 렌털 건수는 1만 1000여건. 이마트 관계자는 “가전 렌털의 비중은 전체 가전 매출의 10% 남짓이지만 신혼부부, 연금을 받는 고령층의 경우 초기비용 부담이 적고 선택권이 넓은 렌털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가전제품 렌털, 전체 매출의 10% 넘어 GS홈쇼핑이 지난 5월 온라인 쇼핑몰 가운데 처음 렌털 전문숍을 열었고, 오픈마켓(개인과 소규모 판매업체 간 자유롭게 거래하는 온라인몰) 11번가도 BS렌털 등 두세 군데 렌털전문업체와 함께 렌털 사업에 진출했다. 독일산 유명 전기렌지도 렌털 시장에 등장했다. 한국렌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렌털 시장 규모는 2006년보다 3배 이상 늘어난 10조원으로 추산되고 업체 수만 2만 5000여개에 이른다. 김재문 LG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물질이 풍요로워지면서 물건에 대한 애착은 줄고 ‘소유’에서 얻는 만족보다 ‘사용’에서 얻는 만족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저성장 시대에 기업은 고객를 찾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약정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신제품을 통해 고객을 꾸준히 끌어갈 수 있는 렌털 사업은 성장성이 높고 기업에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홍혜정·김동현·강주리기자 moses@seoul.co.kr [용어 클릭] ●렌트 노마드(Rent Nomad) 새 아파트를 찾아 이사를 다니는 ‘2030세대’를 지칭하는 신조어. 주택 가격이 계속해서 떨어지면서 집에 거액을 투자하기보다 새로 지은 아파트에 전세를 살면서 높은 생활수준을 누리려고 한다. 이들은 앞으로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현재 굳이 집을 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 [생명의 窓] 반전의 미학, 강남스타일/구미정 숭실대 기독교학과 강사

    [생명의 窓] 반전의 미학, 강남스타일/구미정 숭실대 기독교학과 강사

    반전 없는 드라마는 얼마나 진부한가. ‘반전 뒤태’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배경도 그러하리라. 대중은 ‘깨는’ 상황에 열광한다. 갑각류 껍데기처럼 단단한 고정관념이 깨질 때의 카타르시스에는 쾌감 이상의 뭔가가 있다. 인생의 본질도 드라마인지라 반전 없는 삶이 지루하기는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다 생겼을까. 사람들은 개천에서 용이 나기를 ‘희망’한다. 부질없는 줄 빤히 알면서도 그 희망마저 없다면 무슨 낙으로 산단 말인가. 그러고 보니 요즘 ‘용감한 녀석들’이 대세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예언자의 입에 재갈이 물리고, 종교가 예언의 기능을 탈각한 시대에는 ‘용감한 녀석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메시지가 오라클(神託)이 되는 모양이다. 그들이 설파하는 메시지의 핵심도 반전 코드다. “세상은 말하지, 안 될 놈은 안 돼. (그러나) 우리는 말하지, 안 될 것도 없어.” 험난한 세류에 휘말려 ‘한숨’만 쉬는 대신에 ‘함성’을 지르고, ‘걱정’할 여유가 있으면 ‘열정’을 키우면서 ‘포기’하지 말고 ‘죽기 살기’로 견뎌 보라는 그들의 격려가 대중에게는 어떤 설교보다도 훨씬 낫다. 반전은 단순히 막판 뒤집기가 아니다. 이지러지고 어긋난 현실을 제자리로 되돌려 온전하게 만드는 것이다. 드라마나 동화 또는 전설이나 민담이 인과응보·사필귀정의 원칙에 충실한 것도 그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악행을 일삼는 자가 승승장구한다. 그로 인해 멘털이 붕괴되고 삶이 온통 풍비박산 난 사람은 끝내 억울해하다가 눈도 감지 못한 채 이승을 떠나기 일쑤다. 몰상식하고 배반적인 현실 앞에서 반전의 희망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마저 뛰어넘는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연일 화제인 것도 반전 코드 때문이 아닐까. 이 땅에서 ‘강남’은 단순한 지리적 명칭이 아니다. 일찍이 시인 유하가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는 제목의 연작시에서 관찰한 대로, 말죽이나 쑤던 곳이라는 뜻의 말죽거리가 어엿한 양재동으로 거듭나고, 뽕나무밭과 배나무밭 천지였던 공간이 압구정동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에서 공교하게 다듬어진 ‘강남’은 우리 안에 내재된 욕망의 기호다. 한편 ‘스타일’이란 속생각이나 지향이 겉으로 드러난 표현일 테다. 20세기 최고의 종교학자 폴 틸리히는 “종교는 문화의 실체이며 문화는 종교의 표현”이라는 명제를 남겼다. 문화의 속내를 잘 살피면 그 밑바탕에는 ‘궁극적 관심’으로서의 종교가 깔렸다는 뜻이다. 거칠게 말해 우리 시대의 강남은 하나의 종교로 자리 잡았다. 모두의 궁극적 관심이 강남스타일에 집중된다. 강남스러운 얼굴과 몸매 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는 자존심이란! 사실은 그런 얼굴과 몸매를 ‘관리’ 내지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자본권력이 부러워 죽겠다는 거다. 그걸 인정하기 어려우니까 괜스레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고 너스레를 떤다. 바로 이때 부끄러운 우리의 욕망을 속속들이 파헤치면서 예언자 싸이가 나타난 것이다. 미안하지만 전혀 강남스럽게 생기지 않은 그가 헛된 욕망으로 도배질된 강남스타일에 도전장을 내민 것부터가 반전의 혁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나는 특히 “근육보다 사상이 울퉁불퉁한 사나이”라는 가사가 복음으로 들린다. 각자 고유한 스타일을 존중하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우다 보면, 그야말로 다양성의 문화가 꽃피지 않을까 소망한다. 가난한 목수 출신의 청년 예수는 존재 자체가 반전이었다. “갈릴리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나오겠냐.”는 당대의 통념을 예수는 보란 듯이 뒤집어엎었다. 그가 비유로 가르친 하나님 나라 이야기는 기막힌 반전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이 반전의 밑절미가 로마 제국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간과한다. 그렇다면 ‘강남스타일’에 대한 지구적 반응은 그만큼 신자유주의 지구화 시대의 불온함을 고발하는 것이 아닐는지. 그건 그렇고, 구질구질한 내 삶에는 언제 ‘쨍하고 볕 들 날’이 찾아올까. 반전이 그리운 걸 보니, 살기가 되게 고단하구나.
  • [대륙을 질주하는 한국기업] 현대차

    [대륙을 질주하는 한국기업] 현대차

    중국 진출 10주년을 맞는 현대자동차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현대속도’라는 신조어가 현지에서 등장했을 정도다. 현대차는 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보다 늦은 2002년에서야 중국 진출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그동안 현대차가 그려 온 성장의 궤적을 본다면 현대속도라는 신조어가 생긴 이유를 알 수 있다. 1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중국 진출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뚝심에서 출발했다. 당시 현대차의 중국 진출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분명히 기술만 뺏기고 판매에는 실패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현대차 내부에서조차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경영진도 반대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끝까지 현지 공장 건설을 밀어붙였다. 그는 쇠뿔도 단김에 빼야 한다는 결단으로 2002년 연산 10만대 규모의 베이징 제1공장을 세운 뒤 곧바로 생산능력을 30만대로 늘렸다. 이후 2008년 30만대 규모의 제2공장을 세웠고 이달 연산 40만대 규모의 제3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다. 제3공장 준공 이후 ‘베이징현대’는 기존 제1공장 30만대, 제2공장 30만대 생산 규모에 더해 중국에서 연간 100만대의 완성차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10년 만에 ‘100만대 생산’이란 현대차의 성장에 폭스바겐과 토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놀라고 있다. 현대속도는 베이징현대의 실적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베이징현대는 2004년 5월 중국 자동차업계 사상 최단 시간인 1년 5개월 만에 10만대 생산을 돌파했고 40개월 만인 2006년 4월에는 누적 판매대수 50만대를 돌파하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베이징현대는 2003년 5만 2128대, 2004년 14만 4088대, 2005년 23만 3668대, 2006년 29만 29대를 판매했으며 2008년 제2공장 건설 이후 2009년에 57만 309대, 2010년 70만 3008대, 2011년 73만 9800대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2002년 중국 진출 이후 누적판매 300만대를 돌파했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서도 지난 6월까지 37만 2800대를 판매하며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현대차의 눈부신 성장은 높은 품질력을 바탕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성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중국형 차량 개발 덕분이다. 대표적인 현지 전략 차종은 2008년 선보인 위에둥(아반떼 중국 현지형 모델)이다. 현대차는 2006년 베이징 모터쇼 후 중국형 모델 개발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본사의 중국 전문가, 중국 법인 주재원, 현지 컨설팅 업체 등이 참여해 소비자 의식조사, 성능 조사, 현지인의 디자인 품평 등을 했다. 그런 후 본격 디자인과 차체, 성능 개선 등 연구개발에 돌입했다. 위에둥에는 기존 아반떼 HD에 13개월의 연구 기간과 650억원(약 5억 위안)의 개발비가 추가 투입됐다. 또 현대차는 중국 진출 초기부터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해 왔으며 2008년에는 고객만족경영 원년을 선포, 철저한 현지화 사후서비스(AS) 전략을 추진하는 등 서비스 강화에 노력했다. 이런 결과로 2009년 4월 현대차는 중국 소비자 보호기관인 ‘중국질량만리행촉진회’의 2009년 AS 품질만족도 조사에서 자동차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 중국 제3공장이 곧 생산라인을 가동하면 연산 100만대 시대가 열릴 것”이라면서 “현지형 전략 차종 개발과 철저한 사후서비스로 중국 최고의 자동차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Weekend inside-지구촌 식량위기] 이상기후만 탓할 수 없다… 인간의 탐욕이 ‘곡물파동’ 불렀다

    [Weekend inside-지구촌 식량위기] 이상기후만 탓할 수 없다… 인간의 탐욕이 ‘곡물파동’ 불렀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기 때문에 결국 전쟁이나 기아가 일어날 것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1766~1834)가 1798년 저서 ‘인구론’에서 예언한 전망은 다행히 맞지 않았다. 개발도상국이 2차 세계대전 후 폭발적인 인구 증가로 식량문제를 겪었지만, 농업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킨 ‘녹색혁명’을 통해 위기를 해결했다. 맬서스는 배고픔을 이기려는 인간의 노력을 간과했던 것이다. 1960년대 중반까지 국제 곡물가격은 완만하게 하락했고, 생산력을 높이려는 각국의 노력은 계속됐다. ‘풍요의 시대’는 그러나 오래가지 않았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공급 감소, 곡물을 이용한 대체연료 활성화, 식량의 자원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결합하며 곡물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식량을 투기 대상으로 보는 거대 자본의 ‘탐욕’은 세계 인구의 7분의1을 기아의 고통에 빠뜨리는 주범으로 작용했다. ●생산이 수요 못 따라가… 곡물값 2년 주기 요동 2006년부터 국제 곡물가격은 2년 주기로 요동치고 있다. 1972년이나 1996년 이상기후에 따른 흉작으로 발생했던 곡물파동과는 여러 측면에서 다르다. 2004~05년 세계 곡물 생산량은 20억 4447만t으로 전년보다 9.79%나 증가했으며, 해마다 20억t 이상 꾸준히 생산되고 있다. 생산의 문제가 아닌 수요 급증으로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곡물(애그리컬처) 가격 급등이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 것도 이전과 다른 점이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것도 이때다.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은 심각하다. 세계 곡물 생산량은 1990~91년 18억 1009만t에서 2010~11년 22억 4746만t으로 2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비는 27.1%(17억 5502만t→22억 8746만t) 늘었다. 1990년대 이후 곡물 생산량이 전년보다 줄어든 해는 10차례 있었지만, 소비가 감소한 경우는 4차례뿐이었다. 곡물 생산 차질의 주된 원인은 이상기후이지만 수요 증가는 인간이 야기했다. 우선 석유 파동에 대비해 각국이 바이오연료 생산에 열을 올리면서 곡물 소비가 크게 늘었다. 미국은 2005년부터 ‘에너지정책법’을 통해 에탄올 생산에 필요한 재원을 보조하고, 세금 우대정책으로 바이오 에너지 생산을 장려했다. 미국에서 수확된 옥수수가 에탄올 생산에 쓰인 비율은 1997~98년 5.5%에서 2007~08년 26.8%로 뛰었다. ●밀·옥수수값 최대 50% 치솟아… 일부 사재기 인간의 ‘돈 욕심’도 곡물가격 상승에 불을 지폈다. 미국과 유럽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풀면서 헤지펀드(단기차익을 좇아 이동하는 돈) 등 투기자본이 대거 곡물시장에 몰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곡물 관련 선물 거래에서 실제 농산물 거래는 2%에 불과하고, 나머지 98%가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적 금융자본”이라고 성토했다. 투기자본을 막으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요 20개국(G20)은 지난해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의 원자재 파생상품시장 규제·감독 일반 원칙을 승인하고, 시장 왜곡에 대한 우려가 있을 경우 매매 한도를 두는 등 적극적인 시장 개입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은 원유와 옥수수 등 28개 상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다 업계의 반발로 연기했고, 영국은 규제 자체를 지금까지 반대하고 있다. 주요 곡물 수출국이 식량을 무기화하며 이용하는 것도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2008년 식량 수급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자 아르헨티나와 우크라이나,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은 수출제한 조치를 단행했고, 이는 국제 곡물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러시아는 2010년에도 밀 생산량이 급감하자 수출 중단을 선언했다. 2012년 세계 곳곳에 이상기후가 나타나면서 인류는 다시 한번 애그플레이션 공포에 떨고 있다. 밀과 콩, 옥수수 가격이 최근 두 달 사이 30~50% 치솟았다. 애그플레이션으로 가는 마지막 단계인 ‘패닉 바잉’(panic buying), 즉 사재기 현상이 일어날 조짐도 있다. 멕시코에서는 옥수수로 만든 주식인 토르티야 가격이 급등하면서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고, 중국은 역대 최대 규모인 콩 6100만t을 2013년까지 수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7~2008년 식량 파동 당시 방글라데시 등 12개국에서 폭동이 발생한 것처럼 지구촌 전체가 다시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바이오연료 수요 감소… 희망적 전망도 그러나 과거의 파동과 지금은 여러 측면에서 달라 식량 위기로까진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도 있다. 일단 핵심 곡물인 쌀의 공급이 원활하다는 점을 든다. 미 농무부가 최근 발표한 ‘8월 세계 곡물 수급 동향과 전망’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4억 6322만t으로 전년 대비 0.4%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밀과 옥수수가 각각 4.7%, 3.2% 줄어드는 것에 비하면 작황이 양호하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쌀은 t당 338달러에 거래됐다. 400달러를 훌쩍 넘겼던 2008년과 비교하면 안정적이다. 바이오연료 수요가 감소한 점도 애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2008년 국제유가(서부텍사스중질유)가 배럴당 14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세계 주요국은 앞다퉈 석유를 바이오연료로 대체했다. 그러나 지금은 국제유가가 95달러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어서 바이오연료가 절실하지 않다. 중국 등 거대 곡물 소비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것도 곡물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생산 부진은 이미 시장에 반영된 만큼 조만간 파종에 들어가는 남미의 수확량이 중요하다.”면서 “남미마저 생산이 저조할 경우 투기자본이 활개를 치며 곡물 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G20은 곡물 파동에 대비하기 위해 오는 27일(현지시간) 긴급 화상회의를 갖는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美 SNS업계 신조어 “저커버그 꼴 됐다”

    ‘저커버그 꼴 됐다’(Zucked).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업체인 페이스북의 주가가 3개월 만에 반 토막 나면서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의 이름을 딴 신조어가 나왔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 인터넷판은 SNS 업계의 주가 거품이 빠지면서 잠깐 ‘서류상 억만장자’가 됐다가 자산의 절반 가까이를 날린 사람들을 가리키는 이 같은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0여년 전 투자 붐을 일으켰던 닷컴기업의 주가가 몇 년 만에 급락했던 것처럼 최근에는 급부상했던 소셜미디어의 주가가 몇 달 새 큰 폭으로 떨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29살 청년이었던 저커버그는 이제 소셜미디어 버블 붕괴로 보유 자산이 반 토막 난 사람들의 ‘상징’이 됐다. 페이스북이 처음 상장됐을 때 저커버그가 보유한 주식 가치는 200억 달러(23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두 달 만에 저커버그의 자산 가치는 108억 달러로 약 절반으로 급락했다. 포브스는 그가 세계 부호 순위에서 기업공개 전인 지난 3월 35위였던 데 반해 최근 72위로 미끄러졌다고 밝혔다. 또 블룸버그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40인’에서도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의 공동창업자인 더스틴 모스코비츠도 같은 기간 20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 최대 온라인 쿠폰업체 그루폰의 공동창업자 에릭 레프코프스키와 앤드루 메이슨의 지분 가치는 최고가의 4분의1까지 뚝 떨어졌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신규 순환출자 금지·가공의결권 제한”

    “신규 순환출자 금지·가공의결권 제한”

    새누리당이 재벌 개혁의 일환으로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가공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가공의결권은 대주주가 직접 주식을 갖고 있지 않지만 자회사 등을 통해 지분을 소유하면서 생긴 의결권을 뜻한다. 대주주는 순환출자 등을 통해 적은 자본으로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소유구조를 만들 수 있다. 그동안 과도한 순환출자가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켜 중소기업 성장, 신규기업 창업을 구조적으로 제한하는 장벽이라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31일 재벌의 순환출자 구조와 관련해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한편 가공의결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8월 초 관련 법안을 발의키로 했다. 당의 총선 공약이자 올해 대선의 핵심 화두인 경제민주화 ‘3호 법안’이 될 전망이다. 모임 소속 의원들은 오전 여의도연구소에서 모임을 갖고 “순환출자를 강제 해소하거나 매각을 명령하는 것보다 가공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안이 더 합리적·효과적 방향”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모임 대표인 남경필 의원이 전했다. 남 의원은 “가공의결권 제한 수준, 방식에 대해 추가 검토를 거쳐 8월 초 관련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현재 총수의 지분이 없는 계열회사는 1349개로 전체의 86.2%에 해당한다. 당내에선 순환출자 전면금지에 대한 방안도 논의됐지만 실효성이 미미하다는 지적에 따라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하되 기존 출자분에 대해서만 부풀려진 의결권을 제한하는 쪽으로 주력하기로 했다. 참석 의원들은 “야권이 주장하는 순환출자 전면 금지는 위헌 가능성이 있고 주식시장 붕괴로 일반 투자자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임은 후속 법안으로 집단소송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현재 공정거래법 및 하도급법에만 관련 규정이 있지만 이를 전 분야로 확대하자는 취지다. 출자총액제한제 재도입, 금산분리 강화에 대해서는 의견을 더 수렴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정책들은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경선 후보 캠프의 재벌개혁 공약과도 궤를 같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혁안의 실효성을 놓고선 이견이 감지되면서 경제민주화 정책의 강도가 어느 정도까지 높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새누리당은 횡령·배임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에게 집행유예를 금지하는 경제민주화 1호 법안, 재벌 일감 몰아주기를 금지하는 2호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당 관계자는 “일단 재벌개혁에 손을 댄 이후 순차적으로 세제, 노동의 순으로 개혁 법안들이 옮겨 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재계는 이날 새누리당의 법안 추진에 대해 ‘난센스’라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나라 대규모 기업집단 운영 체제나 주식회사 제도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데다 가공의결권이라는 신조어를 앞세워 오히려 시장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소수 지분만으로 경영권을 갖는 것은 주식회사 체제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 “가공의결권을 인정하지 않으면 지분을 100% 확보하지 않는 이상 지분 투자만 가능해 결국 외국인 투자자의 외면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재연·이두걸기자 osc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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