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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단신/정지용시선 일어판 출간 외

    ***한국 현대시의 선구자인 정지용(사진) 시인의 일어판 시집 ‘鄭芝溶 詩選(정지용 시선)’이 최근 일본에서 출간됐다.그간 일부 작품이 소개된 일은 있으나,그의 시 세계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시선집이 일본에서 번역,출간된 것은 처음이다. 시 전문 출판사인 가신샤에서 나온 시선집은 오양호(인천대) 사노 마사토(대진대) 심원섭(경기대) 하야시 다카시(일본 교토대) 교수가 대산문화재단의 해외 한국문학 연구지원을 받아 3년만에 나온 작품이다. 시선집에는 1935년에 나온 ‘정지용 시집’에 실린 43편과 41년에 발간된 ‘백록담’수록시 14편 등 시 57편과 김용직 서울대 명예교수의 해설,연보 등을 수록했다. 심 교수는 “가장 문제가 된 점은 현재까지 그 의미가 분명하게 규명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정지용 특유의 신조어 및 방언과,그의 정교하고 창의적인 개성을 번역에 고려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심 교수를 비롯한 번역팀은 정 시인이 학창시절을 보낸 일본 교토(京都)에 시비도 세울 계획이다. ***계간문예지 ‘다층’을 발간하는 다층문학동인은 17∼18일 이틀동안 경남 진주에서 시낭송회 및 문예이론 세미나를 개최한다.전국에서 활동중인 다층문학동인 70여명과 진주지역 문인,독자들이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064)757-2265.
  • 세계가전업체 서울 격돌“한국시장 넘어야 세계시장 잡는다”

    ‘한국 시장을 잡아야 세계 시장을 잡는다.’우리나라가 세계 가전 및 전자시장의 최대 격전지중 한곳으로 떠올랐다. 특히 프리미엄급 가전시장의 급부상 등으로 한국시장이 세계시장의 ‘바로미터’로 인식되면서 일본과 유럽 업체들의 공략이 거세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기존에 진출한 외국업체들은 마케팅 ‘공격’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지금까지 국내 시장을 도외시하던 유럽,일본 등의 업체들도 속속 국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기존 위스키와 화장품 등의 고급신제품 테스트장에 이은 것이다. ●‘한국에서 겨루자.’ 세계적인 가전그룹인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는 이날 한국법인 출범식을 갖고 한국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공략을 선언했다.이 회사는 냉장고,청소기,드럼세탁기,공기청정기 등 가전제품의 세계적인 브랜드인 일렉트로룩스,AEG,자누시 등을 보유하고 있다.유럽시장에서는 점유율 1위,미주시장에서는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적 업체다.세계 150여개국에서 연간 140억달러(16조 8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3년내 국내에서 외국브랜드중 1위를 차지한다는 목표다. 소니,올림푸스,필립스,JVC 등 기존에 진출한 외국업체들은 시장선점 차원의 각종 마케팅으로 대응하고 있다.특히 애프터서비스 등 고객밀착형 마케팅이 눈길을 끈다. 소니코리아는 365일 AS체제를 구축했고,올림푸스한국은 고객 집을 직접 방문해 AS할 물건을 가져가 수리한 후 다시 고객에게 직접 전달해주는 ‘도어투도어’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한국 시장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사장부터 직원까지 한국인의 채용도 늘고 있다.소니코리아는 지난해 처음으로 공채를 실시,30여명의 신입사원을 선발했다. ●‘타임투 코리안마켓’ 외국업체들이 한국시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는 신조어도 등장했다.이른바 ‘타임투 코리안마켓(Time to Korean Market)’.한국시장에 적합한 제품을 제때에 공급한다는 뜻과 함께 최첨단 제품의 한국시장 우선 공급이라는 두가지 의미다. 실제로 일렉트로룩스코리아는 세계 최초의 로봇 진공청소기인 ‘트릴로바이트’를 국내에 선보였다.228만원이라는 부담스런 가격에도 불구하고 큰 호응을 받을 것으로 자신했다. 소니코리아도 일본 본사와 거의 같은 시기에 신제품을 출시하는 ‘타임투 코리안마켓’ 정책을 구사중이다.특히 PDP TV(벽걸이TV),프로젝션TV 등 프리미엄급 디스플레이 제품과 디지털캠코더,디지털카메라,바이오노트북,홈시어터 등은 일본에서 신제품이 개발되면 곧바로 한국내 매장에 진열된다.이명우 사장은 “본사에서 회의가 있을때마다 ‘타임투 코리안마켓’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특히 디지털카메라 등 디지털기기를 중심으로 한국의 앞선 IT 인프라를 염두에 둔 첨단제품의 우선 출시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처럼 대리점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외국업체들은 백화점,할인점,양판점 등을 중심으로 국내 시장을 서서히 잠식하고 있다.그러나 국내 업체들은 여전히 대리점 위주의 판매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해 발빠른 외국업체들의 행보와 대조적이다. 박홍환기자 stinger@
  • [세대를 넘어 지역을 넘어] ⑦ 온.오프라인 괴리현상

    1.'인터넷 정치' 르포 ‘넷맹’ 이윤수(62·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씨는 최근까지만 해도 ‘인터넷은 아이들 장난’이라고 치부했다.그러나 요즘 대학생 아들을 보면 부럽고 두렵다.사회문제에는 도통 관심이 없고,매일 골방에 처박혀 인터넷 게임에만 몰두하는 줄로 알았던 아들이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킨 1등 공신인 열혈 네티즌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아들은 선거 전날밤 ‘정몽준의 배신’이 발표되자 수십개의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노무현 지지를 호소했다.인터넷에서 들불처럼 번진 여중생 추모 열기에도 적극 동참해 주말이면 양초를 들고 광화문에 나간다. 연말 모임도 대부분 인터넷 동호회원들과 갖는다.송년회라야 고향 친구나 예전의 직장 동료들과 만나는 것이 전부인 이씨는 인터넷을 무기로 매일 다른 사람과 인연을 맺는 아들이 부럽다.‘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뒤늦게 인터넷을 배우느냐.’ 하던 고집도 ‘이러다가는 사회부적응자가 되는 것 아니냐.’ 라는 불안감으로 바뀌었다.‘신주류 탄생’,‘인터넷 민주주의’,‘네티즌이 이루어낸 정치혁명’ 등 온갖 신조어를 만들어낸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인터넷 바다’는 아직도 ‘정치 파도’로 출렁거리고있다. 26일 밤 10시 ‘혁명’이란 ID의 네티즌이 “정치철새,보수정치인과의 타협은 없다.정치판을 싹 쓸어버리자.”는 글을 올리자 동조 글이 쏟아졌다.“보수를 수구로 내몰지 말라.”는 글이 올라오자 곧바로 반격이 시작됐다.30분도 안 돼 이 글은 ‘개혁’을 외치는 네티즌들에게 묻혀버렸다.선거기간 중 문을 닫아야 했던 ‘노사모’ 사이트에도 네티즌의 발길은 새벽까지 이어졌다.게시판에 노사모의 진로에 대한 토론과 문의가 잇따르자 ‘노사모 진로토론방’도 따로 개설됐다. 27일 새벽 3시30분 한 네티즌이 ‘노후보는 과연 개혁적인가.’라는 글을 올리자 곧바로 난상토론이 시작됐다.글쓴이에 대한 감정적인 힐난과 논리적 답변,일방적인 비난에 대한 사과 등이 꼬리를 물었다.같은 날 오전 11시 ‘창사랑’ 사이트에는 ‘재검표’ 논란에 불이 붙었다.재검표와 수개표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측과 ‘명분도 실리도 없는 싸움’이라고 반발하는 측이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대형 포털사이트,언론사 홈페이지,인터넷 신문 등 대중적인 사이트에는 차기정권의 과제를 묻는 여론조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구름처럼 몰려드는 젊은 사이버 논객들은 저마다의 정치적 입장을 피력했다.그러나 사이버 민주주의가 한창인 인터넷에는 50대 아버지들이 저녁 밥상에서 들려주던 ‘고루한’ 정치적 견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2.기성세대의 푸념 경제지를 포함해 3개의 신문을 구독하는 김준규(66·서울 관악구 봉천동)씨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누구보다 많이 안다고 자부하고 살았지만 이번대선을 계기로 생각이 바뀌었다.신문들은 앞다투어 ‘네티즌의 힘이 세상을바꿨다.’고 외쳤지만 정작 자신은 그 힘을 느낄 수 없었다. 이전부터 막연하게나마 젊은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토론하고 연락한다고 알고 있었지만 이들이 어떻게 정치를 변화시킨 힘으로 등장했는지 전혀 알 수 없다.김씨는 “인터넷을 배워보려고 주위를 둘러봐도 마땅한 교육관을 찾을 수 없다.”며푸념했다.집에 있는 컴퓨터는 자식과 손자들의 전유물이다.김씨는 “배워 보자니 자신이 없고,아는 체하자니 손자들에게 무시당할 것 같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주부 박원자(58·경기 광명시)씨는 지난 6월부터 뒤늦게 컴퓨터에 입문했다.10살 난 외손녀가 뉴질랜드로 떠난 뒤 이메일로 연락하면 전화비가 들지 않는다는 주위의 권유로 인터넷 수업을 받은 박씨는 이메일 전송은 물론 웬만한 사이트도 스스로 검색할 수 있다. 그러나 박씨에게도 문제가 생겼다.10여개 커뮤니티 사이트에 가입했지만 젊은이들의 대화에 자신이 낄 틈이 없었다.우여곡절 끝에 연령대에 맞는 ‘실버 커뮤니티’를 찾았지만 게시판에는 성인광고와 건강보조식품을 파는 장사치들만 득실거렸다. 박씨는 요즘 외손녀에게 메일을 보낼 때 외에는 컴퓨터 앞에 앉지 않는다.박씨는 “어렵게 인터넷을 배웠지만 노인들에겐 장벽이 너무 높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3.통계로 본 격차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377만명으로 전체인구의 7.9%를 차지해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그러나이번 선거에서 20∼30대에게 ‘정치적 주류’의 자리를 내준 50대 이상 연령층 가운데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은 10명 가운데 1명도 안 된다. 지난 6월 정보통신부와 정보문화센터가 실시한 정보격차 실태 조사 결과 50대 이상의 인터넷 이용률은 9.1%였다.55세 이상은 5.6%,65세 이상은 2.9%로나이가 들수록 수치는 떨어졌다. 반면 20대의 인터넷 이용률은 86%였다.이들 가운데 58.8%는 주당 10시간 이상을 인터넷에 매달리고 있다. 비록 50대 이상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들에게 맞는 인터넷 콘텐츠는 전체의 1%도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그나마도 노인들의 쌈짓돈을 노리는 상업사이트가 대부분이다. 이에 반해 젊은이들이 이용하는 콘텐츠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인터넷 포털업체 ‘다음’에만도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수백만개의 동호회가 개설돼 있고,하루에 수백개씩 늘고 있다. 다음 관계자는 “월드컵 응원과 대선,광화문 촛불시위에서 나타난 것처럼네티즌들은 계기만 주어지면 언제든지 오프라인으로 뛰쳐나올 수 있다.”면서 “인터넷 지배계급인 20∼30대의 배려,기성세대의 적극적인 도전이 없다면 온라인 소외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구 유영규기자 window2@ ★전문가 의견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회원 김기철(48·강원도 인제군 한계리)씨의 집에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이 깔린 것은 신청한 지 일년만인 일주일 전이다. 김씨는 대선 기간 내내 전화선과 모뎀으로 노사모 활동을 하면서 분통이 터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속도가 느리고 인터넷 접속이 자주 끊겨 노사모 회원끼리의 채팅은 상상할수도 없었다.게시판에 글조차 제대로 쓸 수 없어 한두줄 답변을 다는 것이고작이라 답답했다.평소보다 접속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전화요금도 두배나많은 10만원 가까이 나와 아내의 눈치를 살펴야만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답답한 것은 300여명 가까운 동네 주민중 40대 이상의 인터넷 사용자는 김씨가 거의 유일하다는 점이었다.인터넷을 통해 정치적 의견을 마련한 김씨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딴세상 사람 취급당하기 일쑤였다. 김씨의 동네는 신문도 우편으로 이틀치씩 들쑥날쑥 배달되다 보니 신문(新聞)이 아니라 구문(舊聞)격이다.김씨는 “방송,신문이 벽돌찍듯 똑같은 뉴스만 내보내는 상황에 인터넷은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 속에서 주관을 찾을수 있는 유일한 매체였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서 인터넷을 이용하는 20,30대가 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사이버 문화에 소외된 이들에게는 괴리감을 안겨주고 있다.인터넷을 모르는 기성세대나 초고속 통신망 등 정보통신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지역주민들에게 노사모 등이 이끈 ‘온라인 대선문화’는 그들만의이야기일 뿐이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강원 지역 노사모 사무국장 김호식(35·원주시 단계동)씨는 “노사모가 인터넷을 하지 않으면 활동이 불가능하다 보니 1400여명의 강원지역 노사모 회원중에는 가입만 하고 활동을 못하는 회원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인터넷에 접근할 수 없는 40,50대 노사모 회원들을 위해서는 긴급 모임 공지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달할 수밖에없었다.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한명의 시민이라도 보다 편리하게 선거에 참여토록 하기 위해 인터넷상의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인 ‘메신저’로 선거운동을 벌였다.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사용자가 늘고있는 메신저는 다수간에실시간 채팅이 가능해 이메일,게시판에 비해 훨씬 친근감을 형성했다.이런장점으로 ‘메신저 액티비스트’의 가입자는 한달만에 4000여명에 이르렀다. ‘시민행동’의 최인욱(33)씨는 “온·오프라인 세대를 묶기 위해서는 전방향의 영향력을 가진 TV가 더욱 노력해야 한다.”면서 “오락 프로그램만 내보낼 것이 아니라 시사·토론 프로그램을 늘려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또 앞으로는 휴대전화,메신저 등 새로운 선거운동 수단을 다양하게 개발해 정보에 소외되는 이들의 이질감을 줄여야 할것이라고 덧붙였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상일(43) 박사는 “온·오프라인의 괴리를 없애려면서로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온라인 세대인 자식들을 이해하기 힘든 부모는 따라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기보다는 함께하는 시간을 자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이버문화연구소 민경배(36) 소장은 “보다 많은 오프라인세대가 온라인에 접속하게 되면 단절감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민 소장은 20대와 30대사이에도 엄연히 세대차이가 존재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온라인을 통한 소통으로 서로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선의 당락엔 TV토론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온라인세대는 일방적으로 TV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토론을 벌였다.”면서 “온라인에 접속하는 오프라인세대가 늘수록 인터넷 토론마당의 색깔도 다양해지고 참여가 증가하면 공유하는 부분도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창수 황장석기자 geo@
  • 책/어플루엔자/소비중독 전염병 치료백신 찾아라

    어플루엔자(affluenza)는 풍요를 뜻하는 어플루언스(affluence)와 유행성독감을 지칭하는 인플루엔자(influenza)가 합성된 일종의 신조어다.우리 말로 옮기면 ‘부자병’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즉, 막대한 재산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정신장애를 가리키는 말이다. 최근 출간된 ‘어플루엔자’(존 더 그라프 등 지음,박웅희 옮김,한숲 펴냄)는 우리에겐 좀 생소한 어플루엔자의 본질을 되새기고 지속가능한 삶의 대안을 제시한다.책에 따르면 어플루엔자는 “고통스럽고 전염성이 있으며 사회적으로 전파되는 병”이다.그 증상은 삶에 대한 무력감과 권태감,과도한 스트레스,많은 것을 소유했으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갈망,쇼핑중독,만성울혈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무엇이든 거머쥐려는 우리 사회의 강박적인 욕망이 초래한 우울한 단면들이다. 저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미국의 소비중독 사회다.미국 인구는 세계 인구의5%에 불과하지만 전세계 자원의 25%를 소비하고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의 25%를 배출한다.한 마디로 ‘어플루엔자’의 진원지다.명예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테레사 수녀는 미국사회를 가리켜 “지금까지내가 다녀본 나라 중 가장 가난한 나라”라고 했다.영혼의 가난,영적 굶주림을 지적한 것이다.미국의 소비지상주의 생활방식은 물질적 풍요만을 좇아 영혼을 잃어버리게 되는 파우스트식 거래로 점점 더 공허한 삶에 빠져들게 한다. 저자들은 먼저 광포한 소비병인 ‘어플루엔자’의 사례들을 제시한다.대표적인 것이 쇼핑광이다.2차대전 이후 지금까지 미국인들은 역사상 유례 없는소비잔치로 흥청대고 있다. 1986년만 해도 미국에는 고등학교가 쇼핑센터보다 많았다.그런데 불과 15년이 채 안돼 쇼핑센터가 고등학교의 두 배를 넘어섰다.어플루엔자 시대에 쇼핑센터들은 교회마저 밀어내고 문화적 가치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새로운메가몰(초대형 쇼핑센터)이 문을 열 때면,으레 중세 노트르담 성당이나 샤르트르 성당에서나 있었을 법한 화려한 의식이 거행된다.일부 항공사들은 포토맥 밀스와 같은 쇼핑 메카를 오가는 일괄 상품까지 내놓았다. 이 책은 이같은 소비중독 증상의 이면도 면밀히 살핀다.저자들에 따르면 ‘어플루엔자’는 전혀 새로운 질병이 아니다.인간에게 고대로부터 내재돼 있던 항바이러스가 “현대의 상업적 압력과 기술적 변화에 침식당함에 따라 전에 없이 빠른 속도로 전파됐다.”는 것이다.여기에 텔레비전의 보급과 PR산업의 발전은 ‘어플루엔자’의 확산을 부추겨왔으며 병의 심각성을 알아채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방해해왔다는 설명이다. ‘어플루엔자’는 지구생태계를 파괴하고 인간마저 소비하게 하는 죽음에이르는 병이다.그러나 이 지독한 바이러스는 치료할 수 있다.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나친 소유욕을 버리고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는 소모적인 경쟁을지양함으로써 풍요로운 삶을 일궈냈다. 이 책이 제시하는 치료법은 검약생활 프로그램,자연에 접하는 야생생활,친환경적 제품개발,공동마을,‘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캠페인 등이다.최근 ‘본질로의 회귀’ 혹은 ‘단순한 삶’이 새로운 반성윤리로 각광받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1만 6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촛불시위는 反美 아닌 等美”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두 여중생을 추모하고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의 개정을 요구하는 촛불이 서울 광화문에서 일주일째 타오르고 있다. 지난달 30일 시작된 촛불시위는 ‘광화문 민주주의’,‘광화문 시민’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20,30대 회사원과 주부,청소년층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종교·노동·여성·문화계도 항의 대열에 속속 결집하고 있어 지난 87년 6월항쟁 전야를 방불케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지난달 30일 이후 매일 저녁 6시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리고 있는 촛불시위에는 하루 평균 3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중·고생,퇴근길 회사원,대학생,어린 자녀를 동반한 주부,젊은 연인 등이 한데 모인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7일과 14일 등 주말 대규모 촛불시위 참가를 촉구하는글이 ‘릴레이’식으로 전파되고 있다.동문회와 친목모임 게시판에도 ‘촛불시위 함께 갈 사람을 찾는다.’는 글이 많이 올라 지난 6월 월드컵 당시 길거리 응원 때를 연상케 한다.7일 집회에는 서울에서만 3만명 이상이 참가할것으로 예상된다. ◆“우린 반미주의자가 아니다.” 참가자들은 ‘반미주의자’로 불리는 것을 거부한다.대학원생 김성수(29)씨는 “불합리한 한·미관계에 분노하고 힘없는 민족의 서러움을 절감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시민일 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대학시절 ‘반미’라는 구호에 거부감을 느꼈다는 회사원 이세훈(37)씨는 “우리가 외치는 것은반미가 아닌 등미(等美)”라고 못박았다.이들은 경찰이 막아도 몸싸움을 하지 않고,집회에 나타난 대통령 후보측에게는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야유를 보낸다. 적어도 이들에게 미국은 더 이상 ‘숭배와 복종의 대상’이 아니다.고교생김지선(16)양은 “미국은 약한 나라 금메달을 빼앗고 사람을 죽이고도 사과한마디 하지 않는 뻔뻔하고 오만한 나라”라고 거침없이 말했다. ◆‘햏자’들도 뛰어들다. 1일과 6일 각각 두차례씩 시도된 미 백악관 사이버 공격에는 네티즌 수만명이 동참했다.정치에 무관심했던 10대와 20대는 물론 ‘^^자들’로 불리는 ‘외계어 사용족’까지 적극 뛰어들고 있다.사이버 공간에서 한글을 이상한 형태로 풀어 쓰는 이른바 ‘외계어’가 처음 등장한 디시인사이드(dcinside.co.kr) 게시판에는 효과적인 공격방법과 기술을 제안하는 글이 하루 수십건씩올라온다. 다음주 정식 출범하는 ‘사이버범대위’ 사이트(bioviz.net)는 나흘만에 회원이 1만명을 넘어섰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촛불시위는 탈냉전 시대에 자라난 젊은세대가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평등한 한·미관계’에 대한 희망을 표출하는 것”이라면서 “기존의 권위에 부정적인 디지털 세대가 오프라인의 시위에 ‘길거리 응원하듯’ 참여할 경우 시위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세영기자 sylee@
  • 선택2002/민노당 신조어 ‘시선집중’

    지난 3일 대선후보 TV 토론회가 있고 난 뒤,‘당다운 당’‘부패원조당’‘부패신장개업당’ 등의 신조어가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렸다.민주노동당권영길(權永吉) 후보가 토론회에서 논리개발팀이 만든 이 용어들을 적재적소에 언급했기 때문이다. 논리개발팀은 TV 토론이나 유세 때 권 후보가 사용할 문구나 용어를 만들거나 화법의 방향을 제시하는 팀이다.이 팀은 2주 전 민노당이 본격적인 선대위 체제를 마련하면서 생겼다.논리개발팀의 구성원은 모두 6명에 불과하다.하지만 모두 386세대로 구성돼 있는 터라 기존 정당의 낡은 정치 풍토를 비판하면서도 진보적이고 새로운 것을 추종하는 20·30대 젊은 유권자들과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날카로운 말’들을 만들어내고 있다.이상현(李尙炫)선대위 미디어대책위원장은 “투박한 80년대 선동 구호로는 더 이상 유권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며 “논리개발팀은 권후보가 토론에서 유권자들에게 감동과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문구와 용어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 위원장은 “두 차례남은 TV 토론에서도 시청자들의 뇌리에 박힐 수 있는 신조어들을 많이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이두걸기자 douzirl@
  • 경찰 승진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경사-경위 가는길 병목현상 ‘치안은 경사 이하 경찰관들이 담당한다.’는 말이 있다.전체 경찰관 9만1742명중 7만9066명이 경사 이하이기 때문이다.최근 들어 하위직 경찰관들의근무의욕이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간부 승진길이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이다.또 간부들중에는 ‘총포경’(총경을 포기한 경정)과 ‘조진조퇴(早進早退)경’들이 늘고 있어 조직 불균형이 우려되고 있다.이래저래 경찰의 입직(入職)구조에 대한 재조정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연말연시 일선 경찰관들은 시험 공부중 해마다 대학 수능시험이 끝나는 이맘때면 일부 경찰관들은 본업을 뒤로 한채 진급시험 공부에 여념이 없다. 서울 Y경찰서 방범과 이모(40)경사는 이달 초부터 오후 5시 퇴근과 동시에컵라면으로 저녁식사를 간단히 때운 뒤 인근 독서실로 달려간다.내년 1월로예정된 경위 진급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다.올해 경위시험 3수생인 그는 가족과 주위의 시선 때문에 이를 악물고 밤을 새워가며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아침 5시쯤 집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잠깐 새우잠을 잔 뒤경찰서에 출근한다.그는 순찰중일 때도 틈만 나면 주머니에서 메모를 꺼내 입속으로 중얼거리며 열심히 외운다. 서울 4년제 S대 법학과를 나와 1993년 경찰에 입직한 그는 “가족들에게도미안하고 또 근무중 시험공부에 매달리느라 시민들에게도 최선을 다하지 못해 솔직히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면서도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은 기동대 근무 경쟁자들을 생각할 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경위시험 4수째인 서울 K경찰서의 외근경찰 김모(41)경사는 오전에 ‘눈도장’만 찍고 오후부터 인근 고시원에서 책과 씨름한다.김씨는 “다행히 마음씨 좋은 상관을 만나 공부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서 “내년 1월까지 아예 집(경기 수원)에 가지 않고 고시원에서 지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북 S경찰서의 정원은 모두 500여명.이중 경사계급만 180여명이며 현재 독서실과 고시원 등에 파묻혀 진급시험에 열중하고 있는 경사만 30여명에 이른다.이들은 방범,수사,교통분야의 현장에서 일하는 최일선 경찰관들이다.관할구역의 한 파출소장 김모(36)경위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현상이지만시험준비를 하는 부하직원들에게 차마 많은 일을 시킬 수도 없는 처지”라면서 “갑자기 무슨 일이라도 터지면 어떡하나 하고 솔직히 걱정도 된다.”고털어놓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3년전 5000여명 안팎이던 경위,경감,경정 등의 진급시험 응시자가 지난해에는 7000여명으로 늘었으며,경위시험에 응시한 경사가 3년전 3559명에서 5000명 가까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나. 간단히 말하면 경사에서 경위로 진급하는 길목에 심한 병목현상이 생기고있기 때문이다. 매년 신규 경위 임용자는 400명 안팎이다.이 가운데 경찰대학 졸업생 120명과 간부후보 52명 등 170여명은 매년 고정적으로 경위에 임용된다.반면 오랜 인사적체와 또 IMF이후 명퇴자들이 급감하다보니 경사들에게는 상대적으로기회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지난해의 경우 경찰대와 간부후보 졸업생 임용을 제외한 경위시험(115명 모집)에 경사 4860명이 지원했을 정도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1980년대 후반부터 경찰대 출신과 간부후보 출신들이 우선적으로 임용됐고 또 IMF들어 퇴직자들이 현저히 줄다보니 진급구조에 전체적으로 병목현상이 생기고 있다.”면서 “앞으로 파생될 문제점 등을감안할 때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고 말했다. ●문제점과 대안은. 요즘 경찰내부에는 ‘총포경’과 ‘조진조퇴경’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총경을 포기한 경정은 일선 경찰서에서는 과장급,지방경찰청에서는 계장급이다.사실상 핵심 실무자다.그런데 진급을 포기해서인지 윗사람의 ‘영’이 잘 안 통한다는 얘기가 비일비재하다.‘조진조퇴경’은 고시나 경찰대 출신 등으로 일찍 진급했으나 총경이나 경무관 진급벽에 막혀 40대 중·후반에 그만두는 사람이다.그러다보니 경찰에 있을 때 제2의 진로를 모색하는 등 경찰직업을 징검다리로 여길 수밖에 없는 문제점이 생긴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전문가들을 통해 연구논의가 일부 됐던 것으로 안다.”면서 대안중의 하나로 “전국 52개에 이르는 경찰행정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턴십제도를 도입하거나 경찰대 졸업생을 경위가 아니라 경사로 1계급 내리는 것도 방안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문기자 km@ ★인사적체원인/경찰대 존폐논란 “경찰대가 양질의 인재를 경찰로 끌어 들이는 등 나름대로 역할을 했습니다.그러나 이제 경찰대 존폐 문제를 고려할 때가 됐습니다.” 간부 승진에 실패한 일선 경찰관의 얘기가 아니다.총망받는 경찰대 2기 출신 경정조차 “경찰대를 대체할 만한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당연히 경찰대를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대 출신들이 공개적으로 경찰대 존폐를 고민할 정도로 경찰대는 ‘경찰인사 동맥경화’의 핵으로 떠올랐다. 경찰대 출신 경위 이상 간부는 모두 1937명.경찰간부의 대다수를 차지했던간부후보생 출신 1342명을 이미 앞질렀다.아직 경무관 이상 고위직에 오른졸업생은 나오지 않았지만 총경 20명,경정 295명,경감 530명,경위 1092명을배출했다. 경찰대 출신들의 급격한 증가로 전체 경찰관 9만1742명의 87%를 차지하는순경∼경사 계급의 ‘승진 박탈감’은 위험 수위에 이르고 있다. 경찰대 출신들도 위기를 피부로 느낀다.‘경찰의 꽃’인 총경 자리는 한 해 50∼60개가 생기는 반면 경찰대 출신 경위는 120명씩 쏟아지고 있다.총경승진 절반을 경찰대 출신에게 배려해도 대부분의 졸업생은 경정에서 옷을 벗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경정을 단 이후 11년 동안 총경에 오르지 못하면 계급정년에 걸리기 때문에 많은 경찰대 출신들은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에 퇴직할 위기에 처해 있다.총경직을 꿰찬 1기 선두주자들조차 40대 초반이어서 비록 경무관 이상의 자리에 올라도 50대 초반에 퇴직할 가능성이 높다. 승진 메리트가 없어지고 조기퇴직 현상이 퍼지면 경찰대는 우수학생 유치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으며,폐지론은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다. 특히 경찰대 선배가 한 사무실에서 후배를 상사로 모시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으며,앞으로는 더욱 심해져 경찰 전체의 위계질서도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경찰대 출신들 사이에서는 “후배가 경찰청장이 되면 경무관 이상 선배 참모는 모두 옷을 벗자.”는 미래의 불문율이 회자된다.경찰대 위기 타개책으로 정원 축소,대학원 설립을 통한 새로운 입직구조 개발,계급정년 연장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뚜렷한 대안은 아직 없는 실정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 ★외국에선 경찰 입직제도는 전세계적으로 3가지로 나뉜다. 프랑스 일본 등은 한국처럼 순경시험,경찰대,간부후보생 등 특성에 맞게 다원 입직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반면 영국과 미국은 고졸자 이상을 대상으로하는 순경시험만으로 경찰관을 채용한다.독일과 홍콩은 고졸자를 상대로 비간부를 모집하고,대졸자를 상대로 간부를 모집하는 2원 입직제를 채택하고 있다. 경찰 인사시스템은 각국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선진국 경찰은 한국 경찰처럼 과도한 인사경쟁을 벌이지는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선진국 경찰관은 사회적인 위상이 높고 보수도 많아 굳이 승진할 필요성을느끼지 못한다.철저한 직업공무원제로 정년이 보장되며,전문화가 이루어져어느 분야에서 일하느냐가 승진보다 훨씬 큰 관심사다.반면 한국 경찰은 어떤 업무를 담당하든지 목표는 승진이다. ‘경찰의 천국’ 영국은 특별승진제를 운영하고 있다.순경 가운데 소수정예를 선발,특별교육을 실시해 초고속승진을 보장하고 기획업무를 맡긴다.그러나 고속승진 대상자나 경사로 퇴직하는 경찰관이나 모두 1인당 GNP의 2.7배의 수입을 보장받기 때문에 대다수 경찰관은 승진에 별 관심이 없다.일본도경찰의 업무를 일선 경찰관이 맡는 경험기능과 간부가 담당하는 기획기능으로 나누고 있으며,간부와 비간부의 차별은 거의 없다. 모든 경찰이 승진에 목을 매는 풍토를 개선하려면 인사시스템의 변화는 물론 경찰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각도 변해야 한다. 이창구기자 ★엘리트주의 집착말아야 우리나라 경찰조직은 전통적인 피라미드형이며 지극히 계층적이다.군대처럼 11개나 되는 계급이 있으며,경찰관들은 진급을 신분상승의 수단으로 생각해 간부·비간부를 막론하고 심각한 승진경쟁을 벌이고 있다.특히 비간부의 승진기회는 철저히 차단됐다. 특별채용도 극소수의 상위직을 전문성에 의거해 다른 부처로부터 채용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엘리트 확보정책으로 이루어졌다.고시합격자의 ‘경정 특채’도 전문성과는 관계가 없고,간부후보생들의 경우에도 전문성 때문에 ‘횡적유입’을 하는 것이 아니다. 매년 120명에 이르는 경찰대 졸업생들의 ‘경위 특채’는 전형적인 엘리트주의다.경찰수사권 독립을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국보위 시절에 급조한 비전없는 경찰간부 채용제도일 뿐이다. 경찰대학은 일부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한계에서 오는 폐해가 더 크다.간부·비간부 출신간의 위화감 조성,의사소통의 단절,과도한 특혜로 인한 특권의식,출신성분에 따른 집단파벌 조성 등의 문제점은 경찰 이미지 개선과 같은 추상적 긍정성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특히 상대적으로 배타성이 적었던 다른 간부집단에까지 파벌조성 분위기가파급된 점은 경찰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문제의 시발은 경찰간부후보생 제도로부터 시작된 엘리트주의적 인사관리로볼 수 있으며,경찰대학은 이를 결정적으로 구조화시켰다. 경사 이하 하위계층과의 뚜렷한 2원 계층화가 진행돼 하위층은 수단적지위로만 전락하고,경찰대 출신을 주축으로 한 엘리트 집단은 자기 목적적 집단으로 형성됐다.엘리트 집단과 비엘리트 집단간의 양극화가 극복되지 않으면조직의 효율성은 크게 떨어진다. 지휘체계의 이완으로 인한 조직관리의 난맥상도 자명하다.더욱 심각한 문제는 일선에서 직접 법을 집행하는 대다수 비간부 경찰공무원의 자질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어 경찰발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될 것이다. 따라서 간부직으로의 지나친 횡적유입을 막아 비간부의 승진기회를 확대해야 하며,계급의 수를 줄여 경찰조직을 보다 평면적으로 바꿔야 한다.경찰관들에게 직위보다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보환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日 특급호텔 1층 반찬가게 붐

    (도쿄 황성기특파원) 호텔에 반찬가게.고급,청결이란 이미지의 호텔과 언뜻 어울리지 않지만 요즘 일본에 1층에 반찬가게를 설치하는 호텔이 늘어나고 있다.호텔 1층에 있는 반찬가게란 뜻의 일본식 조어인 ‘호테이치’ 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대표적 호텔 ‘호텔 오쿠라’(도쿄)는 ‘쉐이프 가든’이란 반찬가게로 대성황이다.점심 때면 주부들은 물론 주변의 직장여성들로 붐빈다.지난 5월에 신장개업한 이 곳은 지난 해보다 매상이 두 배로 껑충 올랐다. 인기 비결은 “초일류 호텔의 맛을 싼 값에 즐길 수 있다.”는 데 있다.호텔 레스토랑에서 서비스료를 포함해 1760엔에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점심메뉴를 1100엔에 제공하고 있어 주변 직장여성들의 점심 대용으로도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끼니 때마다 “뭘 만들까.”로 고민하는 주부들도 고급호텔의 반찬을 사서 식탁에 올릴 수 있다.이 곳에서는 반찬 뿐 아니라 볶음밥 같은 호텔 레스토랑의 일부 메뉴도 판다.빵을 제외하면 60여종의 반찬,식사를 제공한다.조리광경을 손님들이 볼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보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처음에는 “명성의 호텔 오쿠라의 맛을 싸게 팔아서 되느냐.”는 호텔 내부의 반대가 있었으나 이윤보다는 호텔 손님을 유치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 반찬가게는 시작됐다. 간단명료한 조어를 좋아하는 일본인의 구미에 맞게 이 호텔은 백화점 지하식품부를 뜻하는 ‘데파지카’에 대항하는 이미지의 ‘호테이치’라는 신조어를 만들면서 인기를 확산시켰다. 아카사카 프린스호텔도 주변 빌딩가의 직장여성들을 주고객으로 점심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소량으로 먹을 수 있게끔 1개 품목에 200∼300엔으로 가격을 설정하고 있다. 오사카(大阪)의 ‘리갈 로얄호텔’은 지하에 있던 지하식품부를 1층으로 이전해 매상을 2∼3배 올리는 데 성공했다.그러나 ‘호테이치’가 인기급상승 중인 것은 시인하면서도 “위생면이나 판매장소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도입을 꺼리는 호텔도 아직은 적지 않다. marry01@
  • “대중문화 이제 소비자가 만든다”

    “우리는 더 이상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다.” 이제 대중문화 소비자들은 스스로가 원하는 콘텐츠를 창조하고 있다. ◆팬이 만든 뮤직비디오 모던록 밴드 체리필터는 지난달 말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았다.체리필터 팬을 자처하는 노모씨가 ‘낭만고양이’를 플래시 애니메이션 형태의 뮤직비디오로 만든 것.이 뮤직비디오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체리필터 소속사는 즉시 TV방송과 케이블·인터넷을 통해 이 뮤직비디오를 내보내고 있다. 노씨는 2000년 서태지의 ‘인터넷 전쟁’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바 있다.노씨는 “팬으로서 장난삼아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아)나도 놀랐다.”고 밝혔다. ◆‘폐인’이 그린 ‘폐인만화’ 김풍닷컴(www.kimpoong.net)에서 운영자인 ID 김풍이 지난 8월 말 연재하기 시작한 폐인만화 ‘아햏햏’시리즈는 편당 조회수가 2만을 넘기는 등 네티즌들의 열렬한 호응을 사고 있다. ‘폐인’‘아햏햏’은 디지털카메라 사이트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에 올 초 등장한네티즌들 사이의 신조어. ‘폐인’은 보통 ‘세상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는 백수’정도의 의미로 통하고,‘아햏햏’은 ‘기쁨’‘황당’‘무덤덤’등 수많은 뜻으로 해석되는 의미불명의 단어다. ‘아햏햏’시리즈는 디시인사이드의 폐인인 ‘디시폐인’,수험을 앞둔 ‘입시폐인’,영화 ‘취화선’의 장승업에서 모티프를 빌려온 ‘승업햏자’등 다양한 폐인들이 등장하는 만화다. ◆장르문학,팬들이 직접 쓰고 번역한다 출판계도 예외는 아니다.SF 동호회 ‘Junk SF’는 지난 8월 말 자신들의 힘만으로 유전공학 단편집 ‘지노메트리’를 번역,출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또 자음과 모음,시공사 등 판타지·무협 등 장르문학 출판사들은 이미 하이텔·나우누리 등 통신망의 창작연재란이나 무림동 등에서 일반인들을 신인작가로 발굴하고 있다.한 출판사 관계자는 “조회수로 상품성을 검증받은 신인과 계약을 맺으면 일정한 판매량이 보장된다.”면서 “홍보비가 적게 들고 인세도 기성작가에 비해 싸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인터넷에선 나도 가수 인터넷에서 가수의 꿈을 키우는 아마추어들도 있다.유명가수 조PD(본명 조중훈)는 제 노래를 MP3로 만들어 나우누리 등 통신망에 올린 뒤 유명해져 가수로 데뷔한 사례.‘음치가수’이재수도 마찬가지다.지난 8월 말에는 KBS라디오가 노래를 인터넷에 올리면 심사를 통해 음반을 출시해 주는 공개오디션 ‘드림 오디션 2002’를 개최할 정도로 인터넷 가수 열풍도 한창이다. ◆어떻게 볼 것인가 김서중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평가했다.김 교수는 “대중문화는 매스미디어 의존성,전문성,생산속도 등 때문에 전문가들이 생산을 담당하는 경향이 있다.그러나 인터넷 등 쌍방향매체,사진·비디오·자가출판 등 ‘작은 매체’가 등장함에 따라 대중문화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그는 “이러한 움직임은 적극적인 자기표현,참여의 생활화로 이어져 한국 민주주의가 성숙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채수범기자 lokavid@
  • [씨줄날줄] 카파라치 학원

    자칭 월수입 1000만원을 올린다는 카파라치 업계의 ‘지존’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카파라치 학원’을 개설해 화제다.‘창피한 것을 감수할 수 있는 자신감’으로 무장하고 3∼5일간 집중적으로 교육을 받으면 ‘고수’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단다.필름 한 통을 찍어 두 장만 건져도 손해가 아니라니 괜찮은 장사라고 하겠다. 교육비 10만원만 투자하면 재벌기업의 임원급에 해당하는 월 1000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된 탓인지 학원 개설 보름만에 가입 회원수가 150명을 넘어섰다.직업 군인 출신에서 예비 실업자,전직 희망자 등 회원들의 신분도 각양각색이다. 지난해 3월 ‘교통신고보상금’ 제도가 도입된 후 올 7월말까지 신고 132만 9267건에 건당 2000원(추석 이전에는 건당 3000원)인 보상금이 39억 8780억원이나 지급됐다니 카파라치업도 나름의 시장을 형성할 만하다.월수입 1000만원 이상인 ‘지존’도 벌써 여럿 탄생했다고 한다.지방을 무대로 뛰는 ‘달인’급은 월 500만원대의 수입을 올린다. 카파라치는 교통위반 차량을 몰래 촬영해 보상금을 타내는 전문 신고자를 지칭하는 신조어로 자동차(car)와 파파라치(paparazzi)의 합성어다.지난해 3월부터 올 7월까지 이들의 신고에 걸려 운전자들에게 부과된 범칙금은 무려 543억 9978만원에 달했다.그러다 보니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안티카파라치’ 카페까지 생겨났다.이 카페에는 카파라치의 횡포와 폐해를 꾸짖는 글들이 주류를 이룬다.어떤 이는 카파라치들이 들끓는 곳에 차량 번호판을 청색테이프로 가려 신호 위반과 차선 위반을 일삼자며 골탕먹이기 요령을 알리기도 한다. 카파라치들이라고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이들도 역시 동호인 카페를 개설해 기술과 장비,황금어장 등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는다.이따금 안티카파라치 카페에 침투해 카파라치 옹호론으로 맞서기도 한다.‘우리 한번 뭉쳐서 돈 벌어보세’가 이들이 내세우는 구호다.쓰레기 무단 투기꾼들을 신고해 보상금을 챙기는 ‘쓰파라치’보다는 고급 직종임을 자부한다. 중앙선 침범,신호등 위반,갓길 및 버스 전용차선 위반 등 교통법규 위반사범이 급격히 줄어들지 않는 한 카파라치도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
  • 386세대가 본 W세대/ 외국브랜드 친숙한 ‘어용학생’

    ‘386세대’가 낡은 세대가 되었다.업그레이드된 거리의 젊은이들을 보면서 그래도 아직은 그들과 함께할 수 있겠지 생각도 해보지만 이미 몸은 중년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386세대라는 신조어가 나온 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고,아직 꿈이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2002년 6월 거리로 쏟아져 나온 월드컵 세대의 붉은 물결에,386세대들은 그저 당황하며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을 새삼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와서 80년대를 돌이켜 보면 386세대는 어쩔 수 없는 커다란 역사의 굴레에 휩싸여 살았던 것 같다.그도 그럴 것이 20세기 말을 살아가면서 19세기형 교육을 받았고,대학을 졸업한 후엔 인터넷이 범람하는 21세기형 삶을 살아야했기에,당연히 시대착오와 자가당착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그 중에 떠오르는 우스꽝스러운 도상이 하나.월드컵 세대들에게는 설명하기 어려운 ‘어용 학생’의 모습이다.‘좌익용공 학생’은 그래도 21세기에도 매스컴에서 간혹 들먹거린 적도 있고,TV 모 코미디 프로에서 ‘애국청년’으로 둔갑해 등장하였기에 그리낯설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어용 학생? 쉽게 납득이 가지 않을 것이다. 서라운드로 돌입하기 이전인 80년대 한국사회는 그나마 스테레오 타입을 꿈꾸었다.그 스테레오 타입이 지나치게 부풀려지면서 흑백 논리가 만들어졌다.그 흑백 논리에 의하면 빨간 머리띠를 묶고 화염병을 든 좌익용공 학생의 반대편에 어용학생이 서있다.어용학생의 모습은 우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두 외국산 브랜드 제품으로 치장한다.허리에는 워크맨을 차고 한 손에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지를 들고 다른 손에는 양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반미감정 및 계급감정이 심했던 당시로서는 그럭저럭 이해가 가는 도상이다. 하지만 돌아보면 지금 대부분의 월드컵 세대들이 어용학생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워크맨 대신에 MP3와 핸드폰으로 대체되었을 뿐이다.그리고 당시 비난의 대상이던 외국산 브랜드는 너무 흔한 것이 되었다.그 자리를 ‘명품’들이 차지하고 있다.80년대 비아냥의 대상이었던 어용학생의 모습은 전 지구적 자본주의 하에서 너무나 평범한 스타일로 변해버린 것이다.80년대 타임지는 특별한 것이었다.접할 수 있는 외국의 정보가 그리많지 않았기 때문이다.또 그냥 보여줘도 크게 문제가 될만하지 않은 내용들을,어디선가 검열을 했는지,북한 관련기사나 특정 정치사안 관련 국내기사들은 시퍼런 도장이 찍혀 있어서 쉽게 읽을 수가 없었던 까닭이다. 이런 시대라서 아마도 월드컵 세대들이 386세대들 보다 휠씬 외국어를 잘 습득하고 있나 보다. ▶ 최금수 neolook.com 이미지올로기연구소장
  • 분쟁당사자 출연 방송서 모의재판

    카센터에 차 수리를 맡겼는데 카스테레오가 없어졌다. 차주인과 카센터 둘 중 누구 책임일까? 친구가 무료로 잘라준 머리가 보기 흉해서 다음날 선을 망쳤다. 누구에게 보상받을까? 지난 7일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영된 KBS2의 '리얼케이스-황산성의 생활법정'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맞닥뜨릴 수 있는 분쟁들을 재미있게 풀어보였다. '리얼…'은 SBS의 '솔로몬의 선택'처럼 교양과 오락을 접목한 '엔포테인먼트' 프로그램으로 오락 위주의 방송현실을 감안하면 과감한 시도로 보인다. KBS 편성정책부 관계자는 “”시청자 반응이 좋아 빠르면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몇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점들이 있다. '솔로몬…'이 사건을 드라마로 재연하는 방식인 것과 달리, '리얼…'은 당사자들이 직접 스튜디오 법정에 출연하는 '모의재판' 형식을 취한다. 바로 이 차별화 전략에서 '리얼…'의 장단점이 생겨난다. 현실적인 사법분쟁 사례를 텔레비전에서 다루는 리얼리티 법정 프로그램은 크게 두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솔로몬…'처럼 실제 사건을 드라마화해 보여주는데 비중을 두는 패턴과, 미국의 '저지 주디'처럼 실제 같은 모의판결 과정을 생중계해 당사자들간의 싸움을 직접 보여주는 방식이 그것인데, '리얼…'의 진행 방식은 후자에 가깝다. 따라서 '리얼…'은 현란한 말다툼 위주의 선정성만 피해간다면, 단순한 재연드라마인 '솔로몬…'보다 현실적인 법문제에 보다 진지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관계자는 “”프로그램 상에서 실제판결을 내림으로써 양측에 합의가능한 양보안을 제시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리얼…'은 바로 그 현실적이고 성실한 접근태도 때문에 단점도 갖는다. '리얼…'상의 '예비판결'은 사건 당사자들에게는 실제 못지 않은 영향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방송의 파급효과와 영향력을 고려하면 '리얼…'에서의 판결은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렇다면 그러한 판결의 영향력에 걸맞은 검증된 판결깊이와 증명절차, 공정한 심리과정 등에 대한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 첫째, 몇 명의 법률전문가가 실제 재판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시간과 수사력, 인원으로 '가판결'을 내리는 것이 과연 정당할까하는 점이다. 둘째, 한 건당 10여분씩 보여주는 방송내용이 얼마나 충분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현실적인 방안은 최종판결을 내리지 않고 당사자들과 시청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최대한 자료제공을 하는 수준에서 만족하는 것이다. 즉 법조항과 관련 판례 등을 충분히 제공해 최종판결은 당사자들과 시청자들 몫으로 남기는 것이다. 물론 특정 판정을 암시하거나 유도하고 싶다면 그 또한 제작진의 역량일 것이다. 서구에서 리걸 엔터테인먼트(legal entertainment)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카운트룸 쇼'처럼 '리얼…'이 한국적 리얼리티 법정 프로그램 붐을 이끌어내는 기폭제가 되기를 바란다. 채수범 기자 lokavid@
  • ‘회색파워’ 새 소비계층 뜬다

    ‘회색 파워(gray power)’ 또는 ‘회색 산업’이라고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나 50대에 접어든 베이비붐 세대들을 일컫는 신조어이다.미국과 유럽에서는 막강한 경제력을 갖고 여전히 사회 중추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회색 산업’이 유망 산업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그동안 50대 하면 은퇴를 눈앞에 둔 보수적이고 변화를 싫어하는 계층으로 치부돼왔다.기업들에게 구매력이 떨어지는 50대는 관심 밖의 대상이었다.하지만 이같은 50대에 대한 시각이 서서히 변하고 있다.사회가 노령화되면서 이들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고 이들의 경제력을 무시할 수없기 때문이다.개성과 모험심이 강하고 끊임없이 주목받고 싶어하는 이 세대의 특성도 무시할 수 없다. ●‘회색 파워’란=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50대에 들어선 베이비붐 세대를 ‘회색 파워’라고 정의했다. 선진국에서 베이비붐 세대는 10대 때인 1960년대부터 유행을 선도하는 가장 중요한 소비계층으로 주목받아왔다.이들이 50대에 접어들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왕성한 소비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특히 이들은 자녀 교육과 주택구입할부금 납부라는 무거운 짐을 덜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부모로부터 유산을 물려받았거나 주식투자로 짭짤한 수익도 올렸다.여기에다 의학의 발달로 평균수명도 길어지고 건강도 뒷받침돼 50대를 노인 취급하는 시대는 지났다.시간과 돈을 갖춘 이들은 이제 인생을 즐길 태세라는 것이다. ‘청춘’의 사전적 의미는 흔히 10대를 일컫지만 문화·경제적 의미는 30대 중반까지 올라간 지 오래이고 이제는 50대까지 확대되는 추세이다.미국의 마케팅 컨설팅회사인 얀켈로비치의 J 워커 스미스 사장은 “베이비붐 세대는 성숙 또는 책임감이 중시되던 이들의 부모 세대와는 달리 자신들을 젊음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이들은 젊을 때의 취향과 관심사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런던 소재 광고대행사인 J 월터 톰슨의 기획담당 자일스 헤저는 “요즘의 50대는 서슴없이 고급 승용차 아우디를 사고 모험 가득한 휴가를 즐기고 신상품을 사들인다.”고 말했다. ●회색산업,유망산업으로 부상중= 20∼30대보다 가용자산이 많고 새로운 브랜드와 상품, 모험과 자신들을 동일시함으로써 ‘젊음’을 만끽하고 싶어하는 50대는 분명 기업들의 관심 대상으로 떠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유럽 기업들이 50대를 상대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펴는데 주저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를 타깃으로 영업을 특화한 파리 소재 시니어에이전시 인터내셔널의 장 폴 트레게 사장은 그 이유로 “마케팅과 광고·미디어 종사자들이 젊은 층이고,스스로 자기 세대가 가장 중요한 계층이라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이들은 50대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소비와 유행을 주도하는 20대와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 트레게 사장은 미국 시장만 예외라고 말했다.미국 기업들은 마케팅 이론보다 철저히 돈을 쫓고있다는 것이다. 더 많은 베이비붐 세대들이 50대에 접어든다면 주저하던 기업들의 마케팅전략이 바뀔까? 얀켈로비치의 스미스 사장은 “마케팅 담당자들이 50대의 위력을 인정하게 되겠지만 그렇다고 주 타깃을 젊은 층에서 이들로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유행과 대중문화에 대한 영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당장 회색 파워를 겨냥해 마케팅 전략을 바꾸진 않겠지만 이들의 두툼한 지갑은 분명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전문가들은 그래서 회색산업의 부상은 시간문제라고 전망한다. 김균미기자 kmkim@
  • [씨줄날줄] ★★족

    세상이 풍요로워진 탓일까.별난 족속들이 참 많이도 나온다.최근 서울 강남에 출현했다는 황금족만 해도 그렇다.부동산 졸부의 아들인 한 청년이 부모로부터 받은 많은 돈을 주체하지 못하고 마구 뿌려댄 얘기를 인터넷에 올린 것이다.처음 보는 여성에게 명함 대신 다이아반지를 건네줘 주변에서 황금족이라고 부른다나.방탕한 젊은이의 자화상에 그저 혀를 차게 된다. 그러나 이런 이상한 젊은이는 우리에게만 고유한 것은 아니다.돌연변이한 젊은이들의 모습은 1940년대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가수 프랭크 시내트라의 공연에 시쳇말로 ‘난리블루스’를 친 미 10대 소녀들이 원조 격이다.이들은 양말을 발목까지 내려오게 신어 ‘바비삭스’라는 신조어로 불렸다고 한다. 2차대전 이후 이런 젊은이들은 세계 곳곳에서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미국의비트제너레이션과 영국의 앵그리영맨이 그들이다.모두 기성의 질서·권위에 도전하거나 반항하는 코드였다.비트제너레이션은 곧 히피에 자리를 내줬다.반항도 시들해졌는지 미국 젊은이들은자신들에 몰두하기 시작했다.여피족에서 얼마전 보보스족으로 이동한 것이다. 일본도 비슷한 양태를 보이고 있다.전쟁에서 진 일본은 1955년 ‘태양의 계절’이라는 소설에 큰 충격을 받았다.여기서 태어난 태양족은 기성권위와 가치라면 모조리 반항했다.이들은 1960년대 쓸데없이 빈둥대는 롯폰기족에 바통을 넘겨주었다.이어 다케노코족,오타쿠족,폭주족 등이 명멸했다.몇년 전부터는 인기작가 무라카미 류가 소설‘러브 앤드 탑’에서 그렸듯이 원조교제족이 성행 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별종’이 나온 건 사실 1980년대부터라고 할 수 있다.1960∼70년대 통기타와 청바지족이 있었지만 이들은 얌전한 편이었다.새롭지만,종래의 시각에서는 매우 비뚤어진 젊은이의 대표주자는 서울 강남 압구정동의 오렌지족이었다.오렌지족이 황금만능의 황금족으로 진화한 것일까. 이들 ‘★★족’은 모두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의 권태 때문인지 ‘방황’과 ‘몰입’이라는 특성이 뚜렷하다. 짧게는 몇달,길게는 몇년밖에 생명을 잇지 못하는 ★★족이지만,자본주의의 병리를엿보게 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에 관심을 갖게 된다. 박재범 논설위원 jaebum@
  • 더블딥 美경기 이중바닥 우려 확산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경기가 다시 하강하는 이른바 ‘더블 딥’ 논란이 재연되면서 미 증시가 5일 곤두박질쳤다.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3.2% 하락,8043.63으로 마감했다.나스닥종합지수는 3.4% 빠진 1206.01로 1200선에 턱걸이,5년만의 최저치로 주저앉았다.8월들어 3일 연속 내리막길을 달려 7월24일 이후 반등을 시도하던 월가에 찬물을 끼얹었다.부정적인 경기지표에다 기업실적에 대한 불투명성,회계 스캔들의 여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부정적인 경기지표- 미 공급관리협회(ISM)는 이날 7월 중 비제조업 지수가 6월 57.2에서 53.1로 떨어져 서비스 부문의 성장세가 둔화됐다고 발표했다.지수가 50을 넘으면 서비스 부문의 활동이 나아지고 있음을 뜻하지만 전문가들이 당초 예상한 55에 미치지 못했으며 2개월 연속 하락했다.서비스 부문은 미 경제규모 10조 4000억달러 가운데 4조 3000억달러를 차지하며 전체 일자리 중 82%를 제공한다.ISM은 지난주 제조업활동지수가 6월 56.2에서 7월 50.5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앞서 상무부는 지난달31일 2·4분기 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당초 예상된 2.3%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1%라고 발표,1일증시폭락의 빌미를 제공했다.2일에는 노동부가 7월 중 실업률이 5.9%로 변화가 없으나 신규 채용된 근로자 수가 6000명에 그쳤다고 밝혀,‘더블 딥’ 논란을 가중시켰다.전문가들은 새로 채용될 근로자 수를 6만명 정도로 예측했다. ◇회계 스캔들 여파- 파산보호를 신청한 통신회사 월드컴과 글로벌 크로싱 등에 연루된 금융기관들의 투자등급이 떨어지면서 주가폭락을 부채질했다.리만 브러더스는 시티그룹과 JP모건 체이스의 주식등급을 ‘강한 매수’에서 ‘보합’으로 한 단계 낮췄다.두 은행은 엔론의 회계조작과 관련,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월가의 텔레콤 분석가인 수전 칼라는 “사람들이 ‘더블 딥’을 걱정하기 시작하면서 회계 스캔들에 노출된 텔레콤 주식들을 많이 팔고있다.”고 지적했다. 회계개혁 차원에서 기업의 최고경영진들이 14일까지 재무상태를 보증토록 명령한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지시는 투자심리를 불안케 하고 있다.기업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지만 지난 2일까지 최고경영자(CEO)와 재무담당대표(CFO)가 재무보고서에 서명한 경우는 900여 대상기업 가운데 제너럴 일렉트릭(GE),펩시,페더럴 익스프레스(페덱스) 등 25개사에 불과하다.CEO들이 형사처벌을 우려해 재무제표를 꼼꼼히 따지는 탓도 있지만 일부 기업들의 경우 드러나지 않은 회계부정이 14일을 전후해 노출될 수도 있다.때문에 월가는 14일을 하반기 증시의 갈림길로 본다. ◇더블 딥의 가능성- 캔자스의 투자운용회사 ‘와델 앤드 리드’의 헨리 헤르만 수석 투자가는 “통계수치로만 볼 때 미 경기는 침체에 근접했다.”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기 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금은 더블 딥을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메릴린치의 수석 경제학자인 브루스 스타인버그는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떨어지겠지만 침체로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다른 경제학자들도 하반기 미 경제성장률을 0.5% 포인트 낮춘 2.5% 안팎으로 예상하지만 경기는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믿는다.반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 경제가 2.5%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최근 발표된 경기지표와 주식가치의 하락은 개인소비와 기업투자를 위축시킬위험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더블 딥의 가능성을 경고했다.IMF는 소비자와기업의 신뢰도가 흔들리거나 금융시장의 유동성 문제가 생기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다시 인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FRB는 “경기회복이 위협받는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13일 예정된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금리의 가능성을 일축했다.다만 인플레이션보다 경기약화쪽으로 미 경제가 움직이고 있음을 시사해 추가 금리인하의 가능성은 열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mip@ ◇더블딥(double dip)이란: 경기가 일시 회복했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 경기하강을 일컫는 신조어.최근 미국 경제는 침체에서 벗어나 플러스로 반전한 이후 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즉 경기침체의 골을 두번 지나야 비로소 완연한 회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W자 모양의 더블딥으로 불린다.
  • [인터넷 스코프] 정보 생산자 없는 한국의 정보사회

    인터넷을 서핑하다 보면 국내 홈페이지들이 유난히 화려하게 장식돼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초기화면이 열리는 순간부터 큼직한 이미지와 번쩍거리는 배너광고가 방문자의 눈길을 어지럽히는 것은 상업적인 사이트는 물론이요 개인 홈페이지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일이다.요즘은 현란한 플래시 애니메이션과 다양한 동영상까지 심심찮게 동원되면서 홈페이지의 눈요깃감은 날로 다채로워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는 빽빽하게 들어찬 텍스트 중심으로 꾸며져 있고,그조차도 스크롤바를 계속 내리면서 읽어나가야 하는 서구의 홈페이지들과는 확실히 구별되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아직 ADSL이 널리 보급되지 않아 여전히 전화선을 이용한 모뎀 접속을 하는 외국에 나가서 한국의 홈페이지를 접속하려면 너무 느려서 답답하다는 이야기도 들려 온다.격식과 외양을 중시하는 한국의 전통적 사고방식과 서구의 실용주의적 사고방식이 인터넷 공간에도 그대로 대비돼 나타나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옛말처럼 미려하게 가꾸어진 홈페이지를 굳이 탓할 일은 아니다.그런데 문제는 막상 ‘보기 좋은 떡에 먹을 건 별로 없다.’는 것이다. 화려한 외양과는 달리 정작 내실있는 정보가 담긴 홈페이지를 만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자극적이고 감각적인 콘텐츠는 넘쳐 나지만 막상 꼭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는 것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인터넷을 두고 ‘음란의 바다요,쓰레기의 바다.’라는 식으로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목소리에는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인터넷상의 정보가 애초의 기대만큼 충실하지 못하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신문이나 방송처럼 정보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엄격하게 나뉘어져 있는 일방향 미디어와 달리 인터넷은 누구나 정보의 생산자가 될 수 있는 쌍방향 미디어라고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생산소비자,즉 프로슈머(Producer + Consumer)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의 네티즌들은 여전히 정보의 소비자로서만 머물도록 길들여지고 있다. 연일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인터넷 관련 기사들은 한결같이 독자들에게 현명한 인터넷 소비자가 되기 위한 필요한 노하우만을 다룰 뿐 생산자로서 갖추어야 할 정보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인터넷 관련 교육 역시 소프트웨어를 잘 다루고 정보 검색을 잘하는 유능한 정보 소비자의 양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뿐 유용한 정보 생산자의 양성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여기에 더해 상업화로 급격히 치달아버린 인터넷 공간의 냉혹한 시장 논리는 공유 정신에 입각한 풀뿌리 정보 생산자들이 설 땅마저 빼앗아 버렸다. 이렇듯 지금 우리의 인터넷 공간에는 생산자와 소비자들에 의해 공유되는 정보가 아닌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기 위한 정보만이 흘러 넘친다.그리고 소비 자본주의 시대의 상품들이 품질보다는 디자인과 포장으로 승부에 주력하고 있듯이,인터넷 공간의 정보 상품들 역시 정보의 내용이나 질보다는 홈페이지의 화려한 외양과 장식으로 끊임없이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정보격차에 관한 논의는 주로 정보 접근이나 정보활용 과정에서의 불평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하지만 이제는 정보 생산 과정에서의불평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인터넷의 미덕이라 할 수 있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과 정보의 공유는 프로슈머들의 왕성한 정보 생산이 뒷받침돼야만 제대로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경배 사이버문화연구소 소장
  • 브리티시오픈/ 우즈 1언더 “긴장했나”

    ‘황제’타이거 우즈가 세계 골프 역사상 첫 그랜드슬램을 향해 순조롭게 출발했다. 사상 처음으로 한해 동안 4개 메이저대회 우승을 노리는 우즈는 18일 밤 스코틀랜드 뮤어필드 골프링크스(파71·7034야드)에서 시작된 브리티시오픈골프(총상금 580만달러) 1라운드에서 1언더파 70타로 경기를 마쳤다.우즈는 일부 선수들이 경기를 끝내지 않은 19일 0시 30분 현재 공동 13위를 달렸다.같은 시간 선두는 4언더파 67타로 18홀을 마감한 더피 왈도프.결국 우즈는 선두와 3타차로 1라운드를 마쳐 남은 경기에서의 역전 우승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98·99년에 이어 3번째로 브리티시오픈 무대를 밟은 한국의 최경주도 0시 30분 현재 이븐파 71타로 7번홀을 마쳐 선전을 예고했다. 우즈는 이날 갤러리들의 과열 응원과 퍼팅 부진으로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1번홀에서 갤러리들의 플래시 세례에 시달린 끝에 티샷을 오른쪽 러프에 빠뜨렸다.그러나 세번째 샷을 핀에 붙이는 등 황제다운 면모를 서서히 회복하며 막판 선전을 펼쳤다. 마루야마 시게키,저스틴 로즈와 같은 조를 이뤄 경기에 나선 우즈가 이번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다면 그랜드슬램에 바짝 다가서게 된다.우즈는 2년전 24세의 나이로 US오픈을 제패,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기간에 관계 없이 4개 메이저대회 제패)을 이뤘고,지난해 마스터스 정상에 오르며 4개 메이저대회를 연속 우승해 ‘타이거 슬램'이란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따라서 남은 목표는 전인미답의 명실상부한 그랜드슬램 뿐. 이 때문에 우즈는 30년 전 잭 니클로스와 비견된다.니클로스는 그해 3연속메이저 우승에 성공한 뒤 사상 첫 그랜드슬램의 대망을 안고 뮤어필드에 발을 내디뎠지만 1타 차로 우승을 뺏겼고 이후엔 더 이상 그랜드슬램에 도전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같은 장소에서 우즈는 한해 3번째 메이저 우승에 도전하지만 벌써부터 팬들의 시선은 그의 그랜드슬램 달성 여부에 쏠려 있다. 올시즌 마스터스와 US오픈 주최측에서 우즈를 견제하기 위해 코스를 전면 개조하고도 결국 우승컵을 내준 것을 보면 누구도 우즈를 말리기 힘든 게 사실이다. 우즈는 이번 대회 우승에 이어다음달 열리는 PGA챔피언십마저 제패한다면 세계 골프 역사상 첫 그랜드슬램의 주인공으로 탄생하게 된다. 곽영완기자 kwyoung@
  • [월드컵 다시보기] (4)2002년 6월 한국

    ■‘대~한민국' 환희의 ‘붉은 축제' 활짝 2002년 6월 한국 사회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나.월드컵으로 인해 분출된 역동성과 새로운 사회현상들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자리매김될 것인가.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와 길거리응원의 중심에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과 여성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다. ‘대∼한민국’의 마력 앞에 해외동포들은 가슴 찡한 감동의 눈물을 흘렸고,전 세계는 부러움과 놀라움의 감탄사를 연발했다.특히 길거리 응원은 21세기 초 우리 사회에 새로운 문화코드를 이끌어 냈으며,기성세대의 고정관념까지 보기좋게 허물었다.지난 한달 동안 4700만 국민 모두가 공유한 흥분과 감격,환희와 눈물의 체험을 되짚어 본다. ◇208세대의 힘= 온 몸을 태극기로 휘감고 ‘대∼한민국’을 목터져라 외친 20대 초반의 여성들,‘386세대’들이 비장하게 부른 ‘아리랑’,‘애국가’를 테크노 리듬에 맞춰 머리 흔들며 부른 젊은이들,승리의 환호 속에서도 쓰레기를 줍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준 앳된 학생들…. 세계를 놀라게 한 길거리 응원의 배경에는 그동안 늘 ‘말썽꾸러기’로 어른들의‘꾸중’을 듣던 ‘208세대’가 있었다.20대,2000년대 학번,80년대 출생자들이다. 젊음을 원동력 삼아 자발적으로 모인 ‘208세대’는 딱딱하고 비장하게만 느껴졌던 ‘태극기’와 레드 콤플렉스 탓에 금기시했던 ‘붉은색’을 아무거리낌없이 길거리에 내놓았다.이들은 ‘태극기 패션’,‘페이스페인팅’등 파격과 일탈의 문화코드를 유행시켰다.국가가 개입하지 않은 21세기형 ‘잔치 문화’의 흥겨움도 선사했다. 이들이 서울 광화문에서 물꼬를 튼 ‘축구 해방구’는 가정화목과 세대화합,이웃사랑의 한마당을 통한 국가 통합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이다. 한림대 사회학과 한준 교수는 “‘208세대’가 보여준 건강하고 당당한 모습이야말로 우리나라를 세계의 중심 국가로 우뚝 서게 할 원동력”이라면서“외국인들도 이 엄청난 열정의 분출 광경을 경이의 눈으로 주시했다.”고평가했다. ‘우리의 세계’를 열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208세대’는 앞으로 문화변동을 주도하는 세력으로 등장할 전망이다.원하는 문화현상을 만들고 스스로 창출한 문화를 즐길 줄 아는 문화창조자와 문화수요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자신감’으로 충만돼 있기 때문이다. ◇거리로 나선 여성·아줌마 부대= 여성들이 보여준 뜨거운 응원열기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바꿔 놓기에 충분했다. “여성과 아줌마 부대를 뺀 길거리 응원은 생각할 수도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길거리 응원에 나선 인파의 절반 이상은 여성들이었다. 동덕여대 사회학과 정준영 교수는 “스포츠,특히 축구라면 남편이나 남의 일로만 치부해 왔던 아줌마부대가 아이들의 손을 이끌고 거리로 나오면서 ‘월드컵 문화’의 당당한 주인공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월드컵 이전만 해도 여성들에게 축구경기는 군대 얘기와 함께 ‘선수와 공이 힘차게 부딪치는,남성들의 운동’에 불과했다.그러나 월드컵과 길거리응원의 열풍은 마침내 여성을 집 밖으로 끌어내 축구잔치의 황홀한 체험을 공유하게 만들었다. 길거리 응원에 세 차례나 나왔던 주부 양미경(37·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씨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이름은 물론 포지션과 장·단점까지 훤히 꿰뚫고 있다.”고 자랑했다. 젊은 여성들은 외국의 꽃미남 스타들을 보며 가슴 설레는 환성을 내지르기도 했다.일부는 ‘보는’ 축구가 아닌 직접 ‘하는’축구를 찾아 나서기도한다.전문가들은 가부장제의 남성우월주의로 인해 욕구를 분출할 기회를 갖지 못했던 여성들이 길거리응원을 통해 집단행동의 카타르시스를 체험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일부 여성들은 “한반도 전체가 경련하듯 비명을 지른 잔치에 우리도 거리낌 없이 참여한 것일 뿐”이라며 “여성의 관심을 특별히 바라보는것 자체가 성차별적인 인식”이라고 반박한다. ◇잔치 한마당,뒤풀이= 폴란드와의 경기 때만 해도 전국적으로 50만여명에 불과했던 길거리 응원단은 경기가 거듭되면서 400만여명까지 늘어났고 급기야 지난달 25일 독일전에서는 전 국민의 20%에 해당하는 700만여명으로 불어났다.놀이터,학교 운동장,술집,식당 등에 모인 소규모 응원단의 숫자까지 합치면 온 국민의 절반 이상이 ‘집 밖 응원전’에 동참한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팀의 경기가 열린 날 도심 거리는 잔치 마당으로 변했고,아파트단지 베란다에서도 ‘오 필승 코리아’가 메아리쳤다.흥에 겨운 젊은이들이 차량위에 올라가 태극기를 흔들기도 했고,처음 만난 사람들과 어깨를 걸고 ‘기차놀이’를 벌이기도 했다. ‘열린 가슴’이 빚어낸 ‘난장’은 일상으로까지 이어졌다.‘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는 자연스러운 인사말이 됐고,오가는 차량들도 ‘빵빵 빵빵빵’을 울려 대며 ‘우리’라는 동질감을 만끽했다. 잔치에는 승패가 중요하지 않았다.한국팀이 패배한 날에도 뒤풀이 응원의 모습과 열기에는 변함이 없었다. ‘광장’의 개념도 이념의 탈을 벗었다.‘4·19’,‘5·16’등 질곡의 현대사에서 ‘광장’은 언제나 ‘싸움터’였다.당시 ‘광장’으로 나온 사람들은 억압의 대상에 저항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월드컵 기간 국민들은 신명을 내고 잔치를 즐기기 위해 ‘광장’으로 나왔다. 중앙대 사회체육학과 안민석 교수는 “수백만명이 광장에 모여 일희일비했는데도 기성세대들이 우려했던 과격행동이나 폭력사태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우리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입증하는 것”이라면서 “외국의 언론들이 한국의 응원문화를 전하면서 ‘훌리건’대신 ‘콜리건’이란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자랑스러운 한국인= 이번 월드컵은 이역만리 해외동포들에게도 ‘조국애’의 진수를 체험케 했다.동포들은 “태극전사의 승전보를 접할 때마다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해외동포의 현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라는 내용의 글이 속속 올랐다.영국 유학생협회 게시판에서 ‘박종성’이란 ID의 네티즌은 “외로운 유학생활 4년 동안 이번처럼 한국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운 적은 없었다.”고 감격해했다. 300여명의 일본인들과 함께 ‘코리아-재팬(Korea-Japan)응원단’을 만들어 열띤 응원을 펼친 700여명의 재일동포들의 감동은 각별했다.대한해협을 넘어온 이들은 한국팀이 경기할 때마다 ‘화해와 감동’의 응원전을 펼쳤다.오사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권동품(52)씨는 “이번 월드컵이 두 나라의 아픈 역사를 치유하는 데 좋은 약이 됐다.”고 털어놨다. 한국의 ‘도움’으로 16강에 진출한 미국은 연일 신문 머리기사 1면과 상보를 통해 ‘한국의 기적’,‘현대축구의 신데렐라’라며 한국팀의 신화를 빠뜨리지 않고 전했다.미국 현지동포들은 월드컵을 계기로 전 교민이 한마음이 돼 내년 ‘미주이민 100주년’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며 들떠 있다.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5년째 살고 있는 김수경(33·여·회사원)씨는 “대통령 아들의 비리사건 등 우울한 소식이 많아 교민 모임도 뜸했는데 이제는 하루가 멀다하고 만나 축하인사를 나눈다.”고 좋아했다. ◇월드컵의 환호에 가린 그늘= 월드컵의 열기에 숨겨진 우리 사회의 아픈 모습 또한 모두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지난 5월 시작된 노동계의 임·단협 총파업은 월드컵이 시작되면서 ‘나홀로 투쟁’의 양상을 띠게 됐다.미군캠프기지의 고압선에 감전돼 두 다리와 팔을 잃은 전동록씨가 세상을 등졌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월드컵에 묻혀 있었다.수많은노점상과 철거민들은 ‘국제적 행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속과 철거를 당하며 힘겨운 생존권 투쟁을 벌였다.지난달 13일에는 미군 장갑차에 깔려 꽃다운 소녀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 월드컵의 뒤안길에 묻혀 있는 소외계층의 아픔을 우리 국민 모두가 보듬어야 한다는 지적이다.상지대 교양학부 정대화(43) 교수는 “월드컵은 변화의 구심점이 없는 우리사회에 커다란 기둥으로 작용했다.”면서 “국민 개개인의 자발적 참여가 모여 이뤄진 ‘연대’의 기운을 소외된 이웃에게도 나눠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구혜영 이영표기자 koohy@ ■쏟아진 월드컵 유머·유행어 월드컵 기간에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만큼이나 각종 유행어와 유머도 많이 쏟아졌다. PC통신의 축구동호회에서 붉은악마가 탄생했듯 네티즌들은 히딩크 감독과 대표팀,축구를 주제로 많은 화젯거리를 만들어냈다.스타 선수와 각종 사건·사고,극적 반전이 만발했던 월드컵은 항상 ‘재미’를 추구하는 네티즌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주제였다. ◇히딩크=희동구(?)/ 네티즌은 히딩크 감독의 귀화를 위해 상암 희씨의 시조로 희동구(喜東丘)란 한국 이름을 붙인 모의 주민등록증을 만들었다.한국팀이 승승장구하자 히딩크의 얼굴 사진을 확대 복사한 대형 주민등록증이 응원단의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히딩크 감독 귀화운동’과 ‘이적반대 서명운동’까지 벌인 네티즌들은 히딩크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담은 갖가지 이야기를 퍼뜨렸다.‘전능하사 세계를 하나되게 하신 축구신과 그 외아들 거스 히딩크 감독님을 내가 믿사오니…킥 오프’라는 ‘히딩크 주기도문’이 등장했다.‘송종국(國) 설기현(縣)에 살며 김남일을 한다….’로 시작되는 ‘히딩크 설화’까지 나왔다. 히딩크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남긴 명언을 묶은 ‘히딩크 어록’을 응용한 ‘히딩크식 수능대처법’도 등장했다.길거리 응원만 열심히 다닌 수험생이 “모의고사 성적이 이게 뭐냐?”고 닦달하는 부모님께 “모든 것은 11월에 맞춰져 있습니다.그때까지는 과정일 뿐입니다.11월이 되면 전국을 깜짝 놀라게 하겠습니다.”라고 대꾸한다는 것이다. 축구 열기 때문에 ‘월드컵 세대’로 불리는 현재 고교생들이 ‘단군이래 최저학력’을 기록하리라는 우려에는 “현재 200점,하루에 1점씩 올린다면 130일 후에는 330점이 될 것입니다.”라고 답한다는 유머도 나왔다.“골드컵을 원한다면 골드컵에 맞춰주고,월드컵을 원한다면 월드컵에 맞춰주겠다.”란 히딩크의 말을 응용해 “모의고사를 원한다면 모의고사에 맞춰주고,수능을 원한다면 수능에 맞춰주겠다.”라는 우스갯소리도 나돌았다. ◇꽃미남 열풍/ 잉글랜드의 베컴,한국의 안정환 등 축구실력뿐 아니라 외모까지 뛰어난 선수들은 ‘꽃미남’으로 불리며 여성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두 선수가 각각 ‘인디언 머리’,‘아줌마 파마’라는 독특한 머리 모양을 선보이자 젊은이들 사이에 새로운 유행으로 퍼지기도 했다. 네티즌에게 가장 인기높은 국가대표 선수는 기죽지 않는 거친 수비로 히딩크 감독의 ‘총애’를 받은 김남일 선수.일부 네티즌들은 나이트클럽 종업원으로 일했던 김 선수의 이력과 외국 선수들에게 ‘욕설’도 서슴지 않는 일화를 엮은 ‘김남일 어록’을 만들어 그의 인기를 확대 재생산했다. 김남일의 팬들은 월드컵 주제가 ‘발로 차’를 개사(改詞)한 ‘걷어 차’를 김 선수의 주제가로 선사했다. ‘압박축구’가 한국 축구의 새로운 스타일로 부각되면서 한국 영화 ‘해적,디스코왕 되다’의 제목과 포스터를 패러디한 ‘한국,압박왕되다’라는 합성사진도 단연 인기를 끌었다. 각국 선수 이름이나 팀의 별명을 이용한 말장난도 많았다. 네티즌들은 팔꿈치를 이용한 교묘한 반칙으로 ‘아주리 군단’이 아닌 ‘아주 까리 군단’으로 불린 이탈리아가 한국에 패한 뒤 ‘(집으로)아주 가 버리게’ 됐다고 비꼬았다. 윤창수기자 geo@
  • [월드컵을 넘어서] (2)이제는 경제다

    ■‘경제4강' 民·官 함께 나서자 월드컵 4강 진입을 ‘경제 월드컵’으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이 붉은악마의 응원 열기 못지않다.정부와 기업들은 한달 전만 해도 예상치 못했던 성과로 부랴부랴 포스트 월드컵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전문가들은 그러나 정부 주도가 아닌 민·관 합동 또는 민간주도-정부지원 형태로 포스트 월드컵이 짜임새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코리아 브랜드를 높이고 동북아 중심국가로 발돋움하려는 국가적 전략을 짚어본다. ◇자만할 때 아니다= 프랑스가 1998년 월드컵을 치르기 전,290억달러였던 외국인 투자가 월드컵 이후 390억달러로 늘어났듯 외국인 투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현재 150억달러인 외국인 투자자금은 월드컵이 끝나면 두 배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들도 월드컵 4강 덕을 톡톡히 봤다.한 예로,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대회 개최전에 32%에 불과하던 현대자동차의 인지도는 67%로 껑충 뛰었다.붉은악마의 열광적이면서도 평화로운 응원문화는 어느새 우리나라를 상징하는대표브랜드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런저런 숫자에 만족하면 월드컵 대회는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현대경제연구원 박동철(朴東哲) 거시경제실장은 “월드컵 열기는 대회가 끝나는 대로 금방 식게 마련”이라며 “기회를 놓치지 말고 경제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들은 월드컵대회 개최 또는 대회마다 좋은 성적을 거둬 국가의 인지도가 높아졌다.그러나 이를 경제도약의 발판으로 연결시키지 못해 세계 금융불안의 진앙이 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丁文建) 전무는 “88서울올림픽도 스포츠 이벤트로는 성공했지만 코리아 브랜드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는 실패했다.”고 상기시키면서 이번 기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코리아 브랜드는 제품과 경쟁력 업그레이드= 코리아 브랜드의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제품의 질과 경쟁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상승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주훈(金周勳) 연구위원은 “일본제품은 1964년 도쿄올림픽을 개최하기전에 ‘싸구려’라는 인식을 받았으나 고부가가치화에 힘을 쏟아 세계적 고급제품으로 성장시켰다.”면서 제품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박 실장은 “정부 주도의 포스트 월드컵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붉은악마 응원단을 젊은층이 이끌었던 것처럼 W(월드컵)세대,시민단체 등이 폭넓게 참여하는 민·관 합동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북아 허브전략 발판으로= 월드컵 개최는 우리나라가 ‘동북아 허브(중심축)’로 우뚝 설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다.남덕우(南悳祐) 전 총리(산학재단이사장)는 “월드컵 때 결집된 거대한 국민적 에너지를 승화시켜 나가면 ‘동북아 허브’ 건설은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가능하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역설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국제적인 인천국제공항과 부산·광양항 개발로 동북아 교역과 물류의 허브가 될 수 있는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다.세계적 수준의 통신인프라와 정보기술(IT) 산업기반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동북아 허브의 실현은 넘어야 할 산이 한 둘이 아니다.단순한 국제적인 물류기지가 아니라,21세기의 새로운 경제질서 창출을 주도하는 것으로,정치·경제등 모든 분야의 기존 질서를 무너뜨려야 한다. 교육제도 개선,각종 무역규제 철폐,외국기업 세제혜택 등 각 분야의 문호개방이 전제되고 내·외국인의 차별 폐지도 고려해야 한다.무역협회 양수길(楊秀吉) 박사(전 OECD대표부 대사)는 “‘투자천국’‘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를 외치는 구호는 난무하지만,이를 위한 내부적인 인프라는 걸음마 단계”라며 “히딩크 축구에서 보듯 선진화된 기법과 문화를 체득해 우리 것으로 만드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개방적 경제체제 전환에 따른 의식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한 예로 월드컵기간 동안 물류수송,관광객 유치 등에 큰 관심을 갖지 않은 탓에 성과가 기대치를 밑돈 것도 관광·서비스 인프라 구축에 대한 기본인식이 덜 돼 있음을 말해준다는 것이다. 주한 미상공회의소 제프리 존스 회장은 “싱가포르·홍콩 등과 같은 국제적 허브항을 만들려면 자본주의 개념에 대한 철저한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정리해고 등을 포함한 노동시장의 유연성,외환관리규제 철폐,소득세 부담 경감 등의 법·제도 개선을 통해 외국인이 매력을 느낄 때 동북아 허브는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정현 주병철기자 jhpark@ ■현오석 무협 무역연구소장 “홍보·마케팅 전담기구 마련해야” 한국축구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월드컵 4강까지 오르자 세계인의 시선이 ‘대∼한민국’으로 집중되고 있다.대사관 등 외국에 나가 있는 정부기관이나 기업의 해외지점을 통해 ‘메이드 인 코리아’의 인지도가 급상승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온다. 현오석(玄旿錫·사진)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은 27일 “월드컵대회를 통해 국가의 이미지 개선은 물론,무역·수출·투자 등 경제 전반에 걸쳐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면서 “지금이야말로 ‘포스트 월드컵’에 온 국민적 역량을 모아야 할 절호의 기회”라고 거듭 강조했다. ◇4강 진출로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무협 해외사무소나 KOTRA해외무역관 등에서 한국과 국산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좋아지고 있다는 희소식이 연일 들어오고 있습니다. 당장 수출 주문이 늘거나 계약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동안 ‘코리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던 우리 제품의 우수한 품질이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그동안 한국은 ‘6·25전쟁’‘노조파업’‘정권부패’‘외환위기’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습니다.그러나 월드컵을 통해 우리는 질서정연한 역동성과 넘치는 에너지를 전 세계에 보여줬습니다.특히 대회를 진행하면서 나타난 우리의 정보기술(IT)에 대해 외국인들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4강 신화 못지않게 ‘치안과 질서가 완벽한 나라’‘IT코리아’‘비즈니스 코리아’의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준 계기가 된 것이지요. ◇88올림픽과 비교한다면. 올림픽은 서울이라는 도시 중심의 아마추어 행사였기 때문에 경제적 효과는 별로 거두지 못했습니다.월드컵은 스포츠산업과 통신·방송 등에 있어 전 세계 기업들이 모여 이윤을추구하는 ‘경제 이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특히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습니다.올림픽 이후에는 소비가 급증하고 해외여행이 증가하는 등 흑자관리 소홀로 내실화된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올림픽의 교훈을 바탕으로 월드컵 이후에는 일시적인 효과에 머물지 않도록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합니다.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조 4000억원을 투자해서 17조원에 이르는 경제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했습니다.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서울시의 경제효과로 6조원,고용창출도 9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국가 홍보효과와 경기부양효과 등은 월드컵의 큰 수확입니다.월드컵 개최도시 지역경제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포스트월드컵 대책은. 9월 부산아시안게임과 연계해 월드컵 효과를 지속시키고,해외 바이어를 초청해 월드컵 개최도시에서 수출상담회를 갖는 등 정부와 민간차원에서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특히 월드컵 때 방한한 바이어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어 ‘코리아붐’을 이어가는 발판으로 삼아야 합니다.외국인의 직접투자도 적극 유치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홍보·마케팅 공식기구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합니다.축구에 열광적인 남미 등을 대상으로 수출마케팅을 강화하고,한국의 스포츠·문화상품을 무역과 연결시켜 실질적인 수출로 이어지도록 계획을 추진해야 합니다.삼성·LG·SK 등 대기업을 포함한 주요 수출기업도 월드컵 이미지를 십분활용,해외시장 공략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월드컵 성공을 카타르시스에만 머물게 하면 안 됩니다. ◇코리아브랜드 육성방안은. 브랜드는 물건 그 자체보다 문화·디자인 등이 집약된 복합 무역상품입니다.기본 브랜드는 바로 ‘국가’입니다.기업과 제품이 국가브랜드보다 많이 알려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월드컵을 계기로 ‘코리아’라는 국가브랜드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월드컵 이후 한국을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국가 이미지는 개선됐지만 외국기업들이 실제로 활동하기 더 어렵다면 효과가 있겠습니까? 외국인들이일하기 좋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어 무역·수출·투자확대로 이어지게 해야 합니다. 김미경기자 chaplin7@ ■히딩크식 경영 ‘훌륭한 리더가 조직을 바꾼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창조한 거스 히딩크 국가대표팀 감독의 독특한 용병술 때문에 유행하고 있는 말이다.히딩크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 사람의 훌륭한 리더가 조직과 사회를 얼마나 탈바꿈시킬 수 있는가를 입증했다는 점에서 귀감이 되고 있다. ‘히딩크 신드롬’‘히딩크 경영학’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낸 그의 리더십은 의외로 간단하다.철저하게 경쟁원칙을 지킨 게 승리의 출발점이었다. 대표팀 23명을 마지막 순간까지 확정짓지 않으면서 경쟁을 유도했다.자발적 훈련으로 이어지게 한 것이다. 공정경쟁원칙은 대표선발 때마다 훼손됐다는 잡음이 일었으나 이번에 그가 ‘한 수’가르쳐준 것이다. 김광림(金光琳) 특허청장은 “우리 사회는 경쟁 외적 요소로 좌우되는 예가 허다하다.”며 “모든 분야에서 경쟁원리로 구성원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히딩크의 리더십을 본받을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평가했다. 그의 탁월한 ‘집중과 선택’ 능력도 본받아야 할 교훈으로 여겨지고 있다. 철저하게 준비한 자신만의 독특한 훈련프로그램으로 선수들에게 때론 가혹하게,때론 인간적으로 다가갔다. 지난 25일 준결승전(독일전)을 앞두고 그는 “우리 선수들은 개처럼 싸웠다.”고 말했을 정도다. 다만 중요한 결심을 할 때는 반드시 코칭스태프들과 토론을 거쳐 정확한 분석정보를 골랐다.하루하루 선수들의 개인적인 기량과 컨디션,문제점 등을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상대 팀의 경기를 비디오로 분석해 장·단점을 족집게처럼 끄집어내는 치밀함을 보였다. 대신 선수들에게는 스스로 깨닫게 했고,나이와 엄격한 선후배 관계 때문에 비효율적으로 이뤄지던 경기운영 행태를 깼다.예전 같으면 후배가 골문 앞에서 슈팅을 날릴 때 선배의 눈치를 봐야 했지만,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설기현이 미국·포르투갈전에서 수차례 결정적인 슛을 실수했을 때 관중석에서 ‘설기현 퇴장’소리가 들렸지만,히딩크는 꿈쩍도 안 했다.선수에 대한 신뢰감이 컸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탈리아전에서 동점골을 뽑아내 히딩크의 믿음에 화답했다. 현대모비스 박정인(朴正仁) 회장은 “감독(CEO)과 선수(직원)의 신뢰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의 당당한 소신도 두고두고 회자된다.2001년 5월31일 컨페드컵에서 프랑스에 0대 5로 패했을 때 ‘오대영’이란 오명을 얻었지만 “축구는 감독이 하는 것이 아니라,선수가 하는 것”이라고 되받으며 자신의 훈련방법에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독일과의 경기가 끝났을 때는 “패자의 변명을 좋아하지 않는다.반성할 것이다.”라고 패배를 인정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강한수(姜翰秀) 박사는 “히딩크 리더십을 기업경영에 접목한다면 글로벌 리더십 확보,구조조정을 통한 활로개척,목표치 상향조정을 위한 역량극대화,신뢰를 기반으로 한 자율적 리더십 확립 등으로 요약된다.”며 “히딩크 리더십이 특히 CEO(최고경영자)들의 가슴에 와닿는 것은 냉철한 판단으로 생각하는 바를 소신있게 실천으로 옮겨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이끌어낸힘겨운 과정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병철기자 bcjoo@
  • [씨줄날줄] 한국형 보보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신 엘리트 소비계층이 등장하고 있다.이른바 ‘한국형 보보스(Bobos)’. 이들은 단순히 ‘돈많은 부자’가 아니다.날씬한 스포츠카를 몰고 시끌벅적한 대도시를 휘젓고 다니는 ‘자기과시형 소비자’들을 오히려 경멸한다.이보다는 4륜구동 자동차에 몸을 싣고 지리산의 험로를 찾아 오프로드 드라이빙을 즐긴다.남과 차별화된 자기만의 취향을 중시하며,맞춤형 서비스를 고집하는 ‘까다로운 고품격의 소비자’들이다. 보보스는 정신적 풍요를 추구하는 보헤미안(bohemian)의 ‘bo’와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부르주아(bourgeois)의 ‘bo’가 합쳐진 말.미국의 저널리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가 자신의 저서 ‘보보스 인 패러다이스’에서 처음 제시한 신조어다.1960년대 반항의 히피(Hippies)와 80년대 세속적 부르주아가 만나 태어난 21세기형 신인류를 말한다.기성세대의 제도나 관습을 거부하는 방랑자의 자유분방함은 히피를 닮았지만,고등교육을 받고 도시 근교에 살며 연 10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을 누리는 점은 여피를 닮았다.브룩스는 이들을 디지털 시대의 미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상류계층으로 규정했다.그는 보보스의 특성으로 9가지를 들었다.①정보에 강하고 ②자신만의 독특한 소비감각이 있으며 ③자유롭게 사고하고 ④유행에 개의치 않으며 ⑤엉뚱하고 기발하며 ⑥일을 즐기고 ⑦여유가 있으며 ⑧적극적이고 ⑨돈이 많더라도 낭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겉모습은 부르주아지만 몸속에는 보헤미안의 피가 흐르는 일군(一群)의 젊은이들.우리나라에도 과연 보보스가 있는가.제일기획은 최근 ‘한국형 보보스’에 대한 보고서를 냈다.설문조사 대상인 3500명의 소비자 중 월소득 400만원 이상인 20대 계층으로 비교적 ‘보보스’에 가까운 29명을 심층분석한 자료다.이에 따르면 한국형 보보스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남들보다 빠르게 돈을 벌어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있다.그러나 가끔은 여유로운 삶을 위해 소득기회를 과감히 포기하기도 한다.고품격,실용성,소탈함이 어우러진 자기만의 멋을 추구한다.그러나 히피의 저항정신을 찾아볼 수없다는 점이 토박이 보보스와 다르다.이들이 10년 안에 기존의 소비계층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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