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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월드리그] 벼랑끝 한국 “유종의 미”

    한국 남자배구가 2013월드리그 국제대회에서 ‘강호’ 네덜란드를 상대로 연패 탈출에 나선다. 박기원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9~30일 충남 천안시 유관순체육관에서 네덜란드를 상대로 C조 조별리그 7, 8차전을 치른다. 일본에 2연승을 거둔 뒤 핀란드, 캐나다에 거푸 패한 한국은 5위(승점 7·2승4패)로 처져 있다. 네덜란드, 포르투갈과의 남은 네 경기에서 전승을 거두면 역전 1위도 바라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에이스 문성민(현대캐피탈)은 일본과의 1차전부터 무릎 십자인대 무상으로 빠졌고, 주전 센터 박상하(드림식스)도 기간 중 상무에 입대했다. ‘젊은 피’ 전광인(성균관대)이 홀로 분전하고 있지만, 라이트 박철우(삼성화재)의 부진이 뼈아프다. 캐나다 원정을 다녀온 뒤 지난주 휴식을 취한 대표팀은 한국에서 열리는 마지막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각오다. 네덜란드는 C조 1위에 올라 있다. 세계랭킹 36위로 한국(24위)보다 낮지만 신장과 파워를 앞세운 강호다. 역대 전적에서도 6승30패로 한국이 열세다. 우리가 내년에도 월드리그에 잔류하려면 C조 4위 이내에 들어야 하는 만큼 배수진을 친다는 각오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中서 관공서 피습사건 민간인 등 27명 사망

    중국 소수민족 문제의 화약고로 불리는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관공서 습격 사건이 발생해 27명이 사망했다. 26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투루판(吐魯番)지구 루커친(魯克沁)진의 정부 청사와 경찰서에 이날 오전 6시(현지시간)쯤 흉기를 든 사람들이 들이닥쳐 17명이 숨졌다. 반격에 나선 공안이 총으로 습격자 10명을 사살하고 3명을 생포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2009년 우루무치(烏魯木齊)에서 한족과 위구르족의 충돌로 197명이 숨지고 1700여명이 다친 유혈 사태 이후 최대 규모의 희생자를 낸 것이다. 신장자치구에서는 위구르족 독립운동 단체의 관공서 습격, 거리에서의 흉기 난동, 버스 폭발, 항공기 납치 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공안 당국이 바추(巴楚)현에서 독립운동 세력의 은신처를 급습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해 양측에서 20명이 숨졌다. 중국 정부는 이슬람교가 다수인 위구르인의 종교 자유를 억압하고 한족 동화 정책을 강요한다며 반발하는 신장 독립운동 세력에 대해 무장 병력을 배치시키며 철저한 강경책을 펼치고 있다. 신장자치구는 전통적으로 1000만명에 가까운 위구르인이 거주해 왔지만 한족 이주가 계속되면서 현재 총인구 2200만명 가운데 한족 비율이 40%를 넘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여성이 바뀌면 세상이 바뀔 것”

    “여성이 바뀌면 세상이 바뀔 것”

    “여성 관련 법과 제도가 바뀌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여성 입장에서 세상을 보는 눈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 자신부터 바꾸고 성찰하면 문화가 바뀌고 세상이 바뀔 겁니다. 이를 위해 여성문화예술운동을 꾸준히 할 생각입니다.” 제10회 서울시 여성상 대상을 차지한 이혜경(60)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이사장은 25일 이같이 수상 소감을 밝히며 양성평등 실현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이 이사장은 지난달 막을 내린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1997년 출범시켜 전 세계 여성을 위한 영화를 소개해 왔다. 아울러 한국 여성 감독의 발굴과 지원에도 힘써 왔다. 해마다 여성 주간(7월 1~7일)의 이슈를 선정해 포럼을 개최하는 등 여성 주간이 갖는 가치 확산과 양성평등 실현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여성계의 주요 이슈들을 문화 예술과 접목시켜 연극과 음악회, 마당극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부각시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여성영화제는 영화를 보고 감독과 토론하면서 자신을 발견하는 한편 상처받은 자신을 치유하고 새 힘을 얻는 힐링의 시간”이라며 “앞으로도 여성영화제가 많은 관객이 찾아와 보고 즐기고 누리면서 여성의 인권을 생각하는 시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대상을 받게 되면서 가장 기쁜 점으로 그동안 함께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영화제 스태프 및 관계자 등에게 조금이라도 보상을 해 줄 수 있는 계기가 된 점을 꼽았다. 그는 “지금껏 여성 문화 및 예술 발전을 위해 노력한 점을 조금이라도 보상받는 듯하다”면서 “이를 계기로 여성 문화 예술 등이 대중에게 활성화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 이사장은 아직도 우리 사회 저변에 깔린 남성우월주의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앞으로도 여성운동 및 여권 신장 활동에 매진할 계획이다. 그는 “재능 있는 여성이 사회적으로 늘어나고, 행정부에 여성가족부가 생기고, 관련 법과 제도 등이 정비됐지만 아직도 여성이 남성 중심적 시선을 갖고 그것에 익숙해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여성 스스로 자신의 시선으로 성찰할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앞으로도 많은 여성 후배들이 지속적으로 용기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도록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여성상은 해마다 여성 발전을 위해 헌신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을 벌여 온 시민과 단체, 기업을 대상으로 선정·발표된다. 최우수상에는 30년간 여성 폭력 없는 사회 만들기에 선도적 역할을 해 온 ‘한국여성의전화’와 윤후의 서울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과장이 이름을 올렸다. 우수상에는 천선아 드림미즈 대표와 홍수경 더원 노무법인 파트너 노무사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단체 수상자로는 전국여성법무사회와 롯데물산이 선정됐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위독한 만델라… 애타는 남아공

    위독한 만델라… 애타는 남아공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반(反)‘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영웅인 넬슨 만델라(95)가 위독하다고 남아공 대통령실이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제이컵 주마 대통령은 이날 시릴 라마포사 아프리카민족회의(ANC) 부총재와 함께 병원을 방문한 뒤 성명을 통해 “마디바(만델라의 애칭)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주마 대통령은 병원에서 그라사 마셸 여사를 만나 만델라의 상태에 대해 논의했으며, 의료진으로부터 “지난 24시간 사이 만델라의 병세가 위중해졌다”는 설명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마 대통령은 24일 오전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의료진이 만델라의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상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고령에다 27년간 수감생활 중 얻은 폐질환이 겹쳐 지난해 12월 이후 네 차례나 병원 신세를 졌던 만델라는 지난 8일에도 폐 감염이 재발해 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아 왔다. 특히 다음 달 18일 만델라의 95번째 생일을 앞두고 건강악화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앞서 CBS 등 일부 언론은 만델라가 눈을 뜨지 않고, 간과 신장도 50%만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남아공 정부는 공식 확인을 하지 않았다. 로이터 등 외신들은 남아공 국민들이 이미 이별 준비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만델라가 입원한 메디클리닉 병원 앞에는 시민들이 놓아둔 꽃과 카드, 풍선이 가득 쌓여 있었다고 BBC가 전했다. 만델라의 전 부인 위니 마디키젤라와 딸인 제나니 등도 귀국해 병원을 찾는 등 가족들이 모두 임종 준비에 들어갔다. 만델라의 첫째 딸 마카지웨는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직전 CNN과 가진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세상을 위해 많이 봉사했다”면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 백악관도 성명을 통해 쾌유를 기원했다. 케이틀린 헤이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우리의 마음과 기도가 그의 가족과 남아공 국민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6일부터 세네갈과 탄자니아, 남아공 등 아프리카 3개국 순방 일정을 앞두고 있어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과 흑백 차별 운동의 상징인 만델라의 만남에 관심이 고조됐으나 만델라의 건강악화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공기업 탐방-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장영철 사장을 만나다

    [공기업 탐방-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장영철 사장을 만나다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신문사 본사 3층 회의실로 들어선 장영철(57)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의 표정은 밝았다. 인터뷰가 약속됐던 이날은 당초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기획재정부의 2012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가 발표된 다음 날이었다. 평가가 나쁘게 나왔더라면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가 다소 민망했을 터. 하지만 장 사장은 기관장 평가에서 다른 15명과 함께 A등급을 받았다. 최고인 S등급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 덕인지 오는 11월 임기를 마치는 장 사장은 마음의 짐을 한결 덜어낸 듯했다. “학창시절에는 A학점을 못 받았는데 말년에 A학점을 받았다”며 농담도 했다. 대담 김태균 경제부장 →캠코가 이번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캠코의 역할은 부실자산 정리와 국유재산 관리 등이다. 각 분야별로 실적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가 아닐까 한다. 예를 들어 사장으로 취임했는데 ‘바꿔드림론’이 출시한 지 5년이 지났는데도 실적이 별로 없었다. 이를 지방자치단체 네트워크를 통해 알리고 이용하도록 홍보를 했다. 그 결과 지난해 이용실적이 전년 대비 280% 늘어났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상황이 있을 때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캠코는 그런 면에서 시장이나 정책의 흐름을 잘 보고 준비한 덕에 성과가 좋게 나타났던 것 같다. →시장이나 정책의 흐름을 읽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리서치 업무과 관련된 미래전략단을 만들었다. 나중에 캠코 내에 연구소도 만들 생각이다. 판세를 읽어야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다. 캠코가 어떤 방향에서 어떤 정책을 펼 것인지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필요한 상황들을 분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미국의 ‘출구전략’(경기부양책을 거둬들이는 것)으로 국내외 경제가 뒤숭숭하다. 향후 부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거나 특별히 지켜보고 있는 부분이 있나. -최근 흐름을 볼 때는 기업부채보다 가계부채가 더 문제다. 캠코는 금융부실 정리기관이니까 부실 가능성이 있는 곳을 감시하는 것이 기본 속성이다. 특히 대형 금융 관련 문제가 터질 경우 캠코를 이용하게 되는 사람이 대규모로 들어오게 된다. 캠코의 특성상 우리의 ‘고객’이 되는 것이 별로 좋은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누적된 개인 채무 불이행자가 238만명이라는 통계는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경제활동 인구는 계속해서 줄어드는데 이 엄청난 인원이 사회에서 사장될 수 있으니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해다. 시중은행들은 (경영실적 등 부담 때문에)직접 나서기가 쉽지 않다. 캠코야 설립 목적 자체가 부실정리이니까 적극적으로 나서 채무 불이행자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채무 불이행자들의 채권을 매입해 이들 중 상당수가 회생이 되면 은행도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들의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노동력의 확보 등 국가경제 전체적으로도 좋은 일이라고 본다. →캠코가 가계부채 문제의 해결사로서 역할이 한층 중요해졌는데. -가계부채 해결은 ‘투 트랙’으로, 즉 두 개의 축으로 진행해야 한다. 첫 번째는 소득 증대다. 이는 거시적이면서도 장기적인 과제다. 창조경제와도 맞물려 있는데 소득 증대는 경제 성장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기술 개발을 통한 경제 성장으로 소득을 높이는 것이다. 소득이 늘어나야 빚을 갚을 수 있지 않겠나. 두 번째는 단기적인 과제인데, 아예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이다. 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면 기초생활수급 지원 등 정부 재정을 통해 복지의 영역에서 해결하게 된다. 그들에게도 불행이지만 재정에도 큰 부담이 된다. 그렇게 되기 전에 도움을 주려는 것이 국민행복기금이다. 채무의 구렁텅이에 빠진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다. 그들이 올라올 수 있는 구원의 사다리로서 등장한 게 바로 국민행복기금이다. →그 구원의 사다리가 내려왔는지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사실이다. 국민행복기금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지만 어려운 점이 있다.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 중 상당수가 저소득 등의 이유로 신문·방송을 잘 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문제는 지자체와 협약을 통해 해결책을 찾고 있다. 지역 내 사회복지사들이야말로 해당 지역에서 누가 어려운 상황에 있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경기도를 시작으로 다음달 서울시 협약까지 이뤄지면 전국 16개 시·도의 복지행정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국민행복기금 외에 바꿔드림론 등 지원의 사다리가 너무 많고 복잡한 것 아닌가. -국민행복기금이라는 큰 틀에서 서서히 정리될 것이라고 본다. 여태까지 나온 다양한 채무조정 지원책들은 다들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는 것들이다. 개천이 많지만 인위적으로 합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커다란 강줄기로 이어지듯이 다른 지원책들도 국민행복기금을 중심으로 체계화될 것이다. →부채 탕감에 따른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 우려는 여전하다. -국민행복기금을 신청하는 사람들의 평균 채무액이 1300만원 정도다. 이 정도 빚을 갖고 수년째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못 하고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다. 이들을 돕지 않으면 전부 정부의 복지 지원 대상자로 전락하게 된다. 이들의 채무를 전부 탕감해준다는 것이 아니라 일정부분 깎아줘서 재활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 재정을 어떤 식으로 투입하느냐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캠코의 부실자산 정리 노하우에 관심 갖는 나라가 많다고 들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만들어진 부실채권정리기금을 통해 39조 2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는데 지난달 말 기준으로 48조 1000억원(자산매각 차익 등 포함)을 회수했다. 회수율이 123%에 이른다. 평균 공적자금 회수율이 50~60%에 불과한 외국과는 비교도 안 되는 높은 운용 성과다. 해외 투자은행(IB) 업계에서 높이 평가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러한 노하우를 살려 국내 최초 공기업 주도로 아시아개발은행(ADB)과 함께 지난달 28일 국제공공자산관리포럼(IPAF)을 만들었다. →IPAF 창설을 캠코가 주도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우리만큼 노하우가 쌓인 곳이 없다. 우리는 외환위기 때부터 시작해 부실자산 정리 경험이 15년에 이른다. 다른 나라는 그러한 경험이 없다. 게다가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운용하면서 손해를 보기는커녕 원금을 훨씬 웃도는 수익을 내지 않았나. 중국, 몽골 같은 국가에서 캠코의 노하우를 배우려고 한다. 특히 베트남에서 부실자산 정리 관련 컨설팅을 해달라고 요청이 왔다. 조만간 우리가 가서 무상 컨설팅을 해주려고 한다. →경기상황이 나빠서 앞으로 캠코의 역할이 더 커지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경제순환 주기에 따라 불경기가 생긴다는 전제가 깨졌다.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인한 경기 불황과 재정위기 여파가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다. 유럽경제가 대표적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왔던 양적완화 대책으로 인한 후유증이 현재 증시 하락과 환율 폭등으로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위기에 대비하는 조직들이 잘 갖춰지지 않으면 언제 어떻게 피해를 볼 지 모른다. 그런 부분에 대해 나름대로 국가적인 방어막을 확보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캠코의 역할이 여기에 있다. →캠코를 사람으로 치면 신장(콩팥)에 비유한다고 들었다. 어떤 논리인가. -신장이 우리 인체의 순환 과정에서 노폐물을 걸러주는 일을 하고 있다. 신장처럼 캠코도 부실 자산을 넘겨 받아 정리하는 역할, 즉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다. 정리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장영철 사장은 ▲1956년 서울 출생 ▲대광고, 서울대 경영학과, 미 밴더빌트대 경제학 석사, 중앙대 경영학 박사 ▲행정고시 24회 ▲국방부 계획예산관, 기획예산처 대변인,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 미래기획위원회 미래기획단장 ▲한국을 빛낸 창조경영대상 미래경영 부문 수상(2011년)
  • [정전협정 60년] 60년 간극에…말도 몸도 달라진 남북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걸린 것 같은데요? 혹시 백업은 해 두셨나요?” “백업이 뭡니까?” “원본 자료를 따로 저장해 두셨냐고요.” “혹시 여벌(백업의 북한말)을 말하는 겁니까?” 미래 통일 한국, 고장 난 컴퓨터를 들고 서비스센터를 찾아온 이 북한 출신 주민은 무사히 컴퓨터를 고치고 돌아갈 수 있을까. 60년간 다른 체제에서 살아온 남북은 생소한 단어 때문에 의사소통에 불편을 겪을 정도로 ‘서먹한’ 민족이 됐다. 한국 사회에는 외래어가 많이 유입됐고, 북한은 ‘말 다듬기 운동’을 통해 인위적으로 말을 바꿔 서로 뜻을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가 생겨났다. 탈북자들이 언어적 측면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바로 외래어다. 외래어가 아니더라도 ‘싹싹하다’를 북한에서는 ‘연삽하다’로, ‘창피하다’는 ‘열스럽다’고 하는 등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립국어원이 탈북자 1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탈북자들이 우리 측 언어에 적응하는 데는 보통 3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영국 등 영어권 국가로 어학연수를 떠나 영어를 익히는 데 걸리는 시간과 별 차이가 없다. 이처럼 분단 60년은 남북한 사이에 심각한 사회·경제적 간극을 만들었다. 식량난이 계속되면서 북한 어린이들이 나이에 비해 키가 작은 발육부진 상황인 것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영양결핍이 길어지면 키와 체격 면에서 남북한 사람들이 전혀 다른 종족이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새누리당 심윤조 의원은 지난해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탈북 어린이 신체조사 자료를 인용해 “6~10세 탈북 남자 어린이의 평균 신장은 110.6㎝로 한국 어린이 평균신장 124.6㎝보다 14㎝ 더 작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이 지난해 12월 말 유엔에 보고한 영양조사 예비보고서에서도 5살 이하 북한 어린이의 28%가 발육장애를 겪고 있으며, 15%는 체중미달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격차 또한 상당하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84년 7월 발표한 ‘교육사업을 더욱 발전시킬 데 대하여’에 따라 북한 전역에 우수한 학생을 선발·교육하는 제1중학교를 세우고 영재교육을 하고 있다. 12년 무상의무교육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평양 등 도시 지역을 제외한 지방 교육은 황폐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육의 간극이 통일 이후 남북한 주민의 서열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념하는 명절도 다르다. 북한은 1970년대만 해도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어긋난다고 민속명절을 배격했다. 1972년 남북대화가 시작된 이후 북한은 ‘단일민족’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해 성묘를 허용하고 추석을 휴일로 지정하는 한편 음력설을 쇠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주의 명절’에 더 큰 비중을 둔다. 가장 큰 문제는 체제의 간극이다. 남북은 ‘뿌리’부터 이질적인 자본주의사회와 사회주의 체제로 각각 60년 넘게 지탱해 왔다. 한국에 정착했던 많은 탈북자들이 자본주의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제3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성범죄, 고소 없고 합의해도 처벌

    성범죄, 고소 없고 합의해도 처벌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조항이 폐지되면서 19일부터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피해자와 합의를 해도 처벌받게 된다. 법무부와 여성가족부는 성범죄자 처벌 및 사후관리 강화, 피해자 보호 등을 담은 성범죄 관련 6개 법률의 150여개 신설·개정 조문이 19일부터 시행된다고 17일 밝혔다. 특히 1953년 9월 형법 제정 이래 60년 만에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조항이 폐지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강간, 강제추행 등 형법상 모든 성범죄와 공중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등 특별법의 모든 성범죄에서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 규정이 사라진다. 또 13세 미만 아동·청소년과 장애인 대상 성범죄는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으며, 음주·약물로 인한 심신장애로 형을 감경받는 것도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피해자 신원 노출 등 2차 피해에 대한 장치를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수사가 개시돼 개인 정보가 유출되면 피해자가 입는 정신적 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현재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의 경우 여전히 처벌 기준이 애매해 현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된 상태다. 여가부는 오는 21일 법률 개정 외에 추가 대책을 포함한 성폭력 방지 종합 대책을 발표한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성범죄자에 관용 없다” 처벌 대폭 강화

    “성범죄자에 관용 없다” 처벌 대폭 강화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성범죄자를 처벌할 수 있게 되면서 매년 끊이지 않는 반인륜적 성범죄에 대한 수사기관의 처벌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2005년 도가니 사건과 2008년 조두순 사건, 2012년 오원춘 사건 등 잔혹한 성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수사기관의 경쟁적 수사에 따른 마구잡이식 수사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 피해에 대한 우려와 함께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19일 시행되는 성범죄 관련 6개 법률 150여개 신설·개정 조문은 성범죄자 처벌 및 사후관리 강화, 피해자 보호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률은 형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전자발찌법, 성충동 약물치료법 등이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1953년 대한민국 형법이 제정된 이래 60년 만에 피해자가 직접 성범죄자를 고소해야 하는 친고죄가 폐지된 것이다. 그동안 친고죄 조항 탓에 성범죄 피해자들이 오히려 ‘꽃뱀’으로 몰리거나 합의를 종용당하는 등 2차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합의를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집으로 찾아오는 바람에 이웃들이 알게 되거나, 수사기관에서 ‘물증이 있는 것도 아닌데 고소를 계속하고 있냐’며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 법 개정으로 19일 이후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피해자의 나이와 성별, 고소, 합의 여부에 상관없이 수사 기관이 직접 수사해 처벌하는 등 무관용의 원칙이 적용된다. 고소를 꺼리게 되는 친족 간의 성범죄에 대해서는 수사 착수는 물론 처벌 대상도 확대됐다. 친족 간 성폭행의 경우 2008년 293건에서 지난해 469건으로 60% 이상 증가했다. 검찰 관계자는 “범인이 친인척일 경우 범죄를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번 법 개정으로 간단한 제보 등만으로도 가해자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의 범죄에서 친족의 범위에 ‘동거하는 친족’도 포함됐다. 피해자와 함께 사는 친·인척이 성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친족으로 규정된 ‘4촌 이내의 친·인척’이 아니라도 단순 강간이 아닌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으로 분류돼 가중처벌을 받게 된다. 일부 범죄의 경우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게 됐고, 형량 감경 규정 삭제와 양형 강화 등을 통해 성범죄의 수사에서 재판까지 처벌을 강화했다. 13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강제추행과 강간살인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게 되면서 수사기관은 관련 범죄를 저지렀을 경우 범행 시기와 관계없이 끝까지 추적해 처벌할 수 있다. 또 음주·약물로 인한 ‘심신장애’를 인정해 형량을 줄여 주는 규정도 대부분의 성폭력 범죄에서 배제했다. 구강, 항문에 손가락을 넣는 등 기존에 형법상 처벌 조항이 없어 강제추행으로 처벌하던 행위에 대해서는 유사강간죄 조항을 신설해 징역 2년 이상의 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강간은 기존 ‘징역 5년 이상’에서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으로 올렸고, 강제추행에 대한 처벌도 ‘징역 1년 이상’에서 ‘징역 2년 이상’으로 강화했다. 아울러 성범죄자 등록·관리 창구를 법무부로 일원화하고, 성범죄자의 주소를 고해상도로 찍은 사진과 함께 건물번호까지 상세하게 공개하도록 했다. 강간죄의 대상을 ‘부녀’에서 ‘사람’으로 개정해 성인 남성에 대한 강간죄도 처벌할 수 있게 됐으며, 성적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공중 화장실·목욕탕 등에 침입할 시 처벌하는 규정도 신설됐다. 하지만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수사가 개시돼 개인 정보가 유출되면 피해자가 입는 정신적 피해가 커지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또 13세 미만 아동이나 장애인의 진술을 돕는 진술조력인제, 법원에 출석하는 피해자와 신고자를 보호·지원하는 증인지원관제는 아직까지 양적·질적인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여성단체들은 “경찰 수사·검찰 기소·법원 재판 단계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주의점을 매뉴얼로 만들어 공유하고 교육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용어 클릭] ■친고죄·반의사불벌죄 범죄가 성립해도 기소 등 처벌하려면 조건이 필요한 범죄다. 친고죄는 범죄의 피해자나 법률이 정한 고소권자가 고소해야 기소할 수 있으며,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를 말한다.
  • [열린세상] 고용률 70% 로드맵- 장애인 일자리 창출도 포함돼야/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열린세상] 고용률 70% 로드맵- 장애인 일자리 창출도 포함돼야/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지난 4일 정부는 2017년까지 238만개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계획을 담은 ‘고용률 70% 로드맵’을 발표하였다. 고용률 70% 달성은 새 정부의 중산층 70% 달성을 위한 핵심과제로 주요 대선 공약 중 하나다. 이를 위해 여성의 경제 참여를 확대하고, 서비스업·중소기업 등 창조경제를 활성화하며,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한다는 정책을 3대 축으로 하여 연평균 48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 골자다. 남성·장시간 근로·제조업·대기업 위주의 기존 고용 창출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어 일자리 창출의 중심축을 여성과 창조경제로 옮겨 신규 일자리 목표인 238만개 중 163만개를 문화·과학기술·보건복지 등 창조 서비스업에서 창출하고 나머지 93만개를 시간제 일자리로 채울 계획이라고 한다. 최대 관심사는 ‘시간제 일자리’다. 야권과 노동계에서는 또 다른 비정규직 양산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메시지까지 보내면서 강력한 추진 의사를 보이고 있다. 지금과 같은 또 다른 비정규직 일자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자기 필요에 따라 풀타임이나 파트타임을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차별받지 않으며 고용 안정성이 보장된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또한 영국, 스웨덴 등 다른 나라들도 시간제 일자리를 어떻게 개발하느냐에 고용정책의 초점을 두고 있다며 확고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또 하나의 축은 창조경제다. 정부가 163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고 하는 부문으로 사립탐정, 타투이스트 등 새로운 직업 유형을 발굴하는 방안이 눈에 띈다. 정부는 규제 완화를 통해 사립탐정·척추교정의사 등, 전문화 및 자격 신설을 통해 수의테크니션·유전상담전문가·동물관리전문가 등, 시장 활성화를 통해 그린 마케터·지속가능전문가 등 2017년까지 500개의 신규 직업을 발굴하기로 했다. 이번 고용률 70% 로드맵은 남성·전일제 중심의 고용 구조를 여성·서비스·중소기업 고용구조로 바꿔보자는 것이 초점이다. 고용노동부의 입장 또한 기업 성장만으로 일자리를 늘리기 어렵기 때문에 노동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이번 로드맵의 기본 방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소수의 능력 있는 남성근로자가 노동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고용구조는 장애인의 노동시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여성장애인·중증장애인의 고용률은 남성장애인·경증장애인 고용률의 2분의1 혹은 3분의1 수준밖에 안 된다. 다른 나라의 여성·중증 장애인의 고용률과 비교하면 한국의 고용률은 더욱더 낮게 나타난다. 특히 중증장애인의 고용률은 매우 낮은 실정이다. 2012년 조사에 의하면 고용된 장애인 중 경증장애인의 비율은 80.7%인 반면 중증장애인의 비율은 19.3%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과 거의 유사한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만 해도 중증장애인의 고용 비율이 2009년 27.8%, 중증장애인 2배수 고용제를 적용하면 53.7%에 이른다. 이러한 장애인들을 위해서는 이들의 고용가능성(employability)을 최대한 확대시킬 수 있는 창의적인 직업영역개발 사업이 필요하다. 이전에 없었던 직업을 창출하거나 이전에 장애인이 취업하지 않은 직무를 발굴하고, 근로형태나 고용형태를 변화시킨다든지, 혹은 이전에 고용되어 보지 못한 새로운 장애유형의 고용을 시도해 보는 등 다양한 노력들을 포함할 수 있다. 청각장애인이 네일 아트 직종에 진출해 본다든지, 발달장애인이 호텔리어를 해본다든지, 정신장애인이 카페매니저를 해본다든지 혹은 다른 정신장애인의 회복을 돕는 동료상담가로 활동할 수도 있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이러한 직업영역개발사업을 20년 가까이 지속하고 있다. 산업과 산업, 산업과 문화를 융합해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 내는 창조경제 시대에 장애인의 일자리라고 예외는 없다. 산업과 문화, 복지가 어우러진 가장 창의적인 시장- 장애인 고용이 지금 이뤄져 가고 있다. 이를 위한 ‘정책’이라는 사회적 눈과 ‘예산’이라는 실천적 노력이 필요하다.
  • 이대우, 부산시민 목격담 “베이지색 모자 쓴 노숙인 행색”

    이대우, 부산시민 목격담 “베이지색 모자 쓴 노숙인 행색”

    부산 시민을 중심으로 14일 이대우 목격담이 잇따라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부산의 한 철거대상 폐가 안팎에서 탈주범 이대우(46)를 본 집주인과 상인, 철거업체 관계자 등의 목격담에 따르면 이대우는 노숙인을 연상시킬 정도로 남루한 옷차림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머리카락을 짧게 깎고 가발을 갖고 다니는 등 변장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눈에 띄면 곧바로 달아나는 ‘도주 본능’을 발휘했다. 부산에서 이대우를 처음 봤다는 사람은 폐가 근처에 있는 동네 슈퍼마켓 주인 이모(67)씨다. 이씨는 “지금 생각하면 이대우가 지난 12일 오후 9시 이후에 1000원짜리 지폐를 1장 가지고 와서 우유인가를 사갔다”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옷차림이 남루했고 늦겨울에나 입을 것 같은 긴 점퍼를 걸치고 있었다. 깊이 눌러 쓴 베이지색 모자도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당시에는 정신장애인이 아닌가 하고 한번 더 봤다는 이씨는 “그 사람이 이대우라니 섬뜩한 느낌이 든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대우를 두 번째로 만난 사람은 경찰에 신고한 철거업체 사장 김모(51)씨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13일 오전 8시 40분께 철거작업을 하려고 폐가에 들어갔다가 1층과 2층 사이 눈높이에 있는 다락방에 누워 있는 이대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대우에게 “여기서 뭐하느냐”고 했고, 이대우는 “잘 데가 없어서 여기서 지내고 있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그러나 이대우는 김씨가 철거작업을 준비하자 급하게 집을 빠져나갔다. 그는 머리카락을 짧게 깎았고 연보라색 반소매 티셔츠, 흰색 바지 차림이었다. 또 베이지색 모자와 붉은색을 띠는 운동화를 착용하고 가발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발은 이대우와 함께 사라졌고 현장에서는 과도와 촛불은 켠 흔적이 발견됐다. 폐가 주인 홍모(48)씨는 비슷한 시각에 작업현장을 둘러보려고 들렀다가 부엌에 딸린 문에서 나와 급히 달아나는 이대우를 다른 작업인부들과 함께 목격했다. 홍씨 등은 당시 이대우를 단순한 노숙인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해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시진핑 “댜오위다오는 中의 핵심 이익”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7~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일본 언론들이 12일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이날 미·중 관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시 주석은 센카쿠 열도를 중국 고유의 영토라고 주장한 후 중국의 양보할 수 없는 국익을 의미하는 ‘핵심적 이익’이란 인식을 밝혔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이어 “중·미 양국은 서로 상대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양국은 회담 후 설명에서 이 발언을 공표하지 않았지만 뒤늦게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말하는 ‘핵심 이익’은 티베트, 신장위구르자치구 등 주로 영토 문제와 관련해 사용됐다. 중국은 지난 4월 센카쿠 열도에 대해서도 같은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시 주석의 ‘핵심 이익’ 발언은 센카쿠 열도 문제에 관여하지 말 것을 미국에 요구하는 동시에 일본의 양보를 유도하는 의미가 있다고 산케이신문은 분석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센카쿠 열도를 핵심이익과 연결해 발언한 것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면서 “중국의 독자적인 주장에 근거한 언동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톰 도닐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센카쿠 열도 영유권에 관해 특정 국가의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표명해 대화를 통한 해결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의 ‘핵심 이익’ 발언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반응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이석채號 통합 4주년 성과

    “우리는 지금 컨버전스라는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 거기선 우리도 예상하지 못한 수많은 주체들이 활약하고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부활시킬 것이다. 그 속에서 KT도 성장할 것이다.” 2009년 1월 이석채 회장의 KT호가 출항하던 날 이 회장은 한국의 ICT 산업과 KT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갈파했다. 그 후 4년, KT는 유선통신업체에서 유·무선을 아우르는 통신기업으로, 지금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기업으로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T와 KTF의 합병은 KT의 체질 개선을 요구했던 이 회장이 KT에서 맺은 첫 성과였다. 과거 공기업 분위기에 젖어 유선통신에 안주하고 있다가는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그는 취임 직후부터 이를 추진했다. 5개월 뒤인 6월 1일 합병을 이끌어 냈다. 11일 열린 ‘통합KT’ 출범 4주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 회장은 “다양한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그런 것들이 우리 네트워크에서 거래·소비되도록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전통적 통신에 머물렀다면 KT는 1조원 적자 기업으로 전락해 지금쯤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을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KT는 유·무선 융합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체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영역 간 상승 효과를 이끌어 냈다. 2010년 4월에는 금호렌터카(KT렌탈), 2011년 1월에는 위성방송업체인 스카이라이프, 그해 11월에는 BC카드를 차례로 인수했다. 이미 스카이라이프는 KT가 인터넷TV(IPTV)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에 오르는 데 기여했다. BC카드와 KT렌탈은 KT가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고민하는 ‘빅데이터’ 관련 사업의 원재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KT의 과감한 인수 합병은 이 회장이 강조하는 ‘탈(脫)통신’ 기조에도 부합한다. 현재 KT 계열사 35곳 중 비(非)통신 분야 업체는 29곳으로 통신 분야를 추월한 지 오래다. 이런 변화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2008년 총 20조 7000억원이던 KT의 총매출은 지난해 28조 3000억원으로 1.4배 커졌다. 내역별로 보면 비통신 그룹사 매출이 1조 1000억원에서 6조 8000억원으로 6.2배 성장해 그룹 전체 매출 신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회장이 강조해 온 ‘가상 재화’와 관련된 미디어·콘텐츠 매출 역시 2600억원에서 1조 2500억원으로 4.8배 성장했다. 통합KT의 출범은 한국 ICT 산업의 혁신을 가져왔다는 의미도 있다. 통합 KT는 지난 4년간 각종 혁신을 통해 국내 ICT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2009년에는 국내에 아이폰을 처음 도입해 스마트폰 혁명을 선도했으며 무선데이터 요금을 88%까지 인하하는 결단을 통해 무선데이터 기술과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또 최근에는 아프리카, 중남미 등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며 국내 통신사업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올 상반기 유통업계 키워드는 ‘CHANGE’

    롯데마트는 10일 올해 상반기 유통업계 키워드로 ‘체인지’(CHANGE)를 꼽았다고 밝혔다. 이는 ‘상생’(Co-work), ‘가치소비 증가’(Heal-being), ‘이상기후’(Abnormal Climate), ‘새정부 출범’(New Government), ‘해외 수입 상품’(Global), ‘에너지 절감’(Energy) 등의 영문 앞글자를 조합한 것이다. 상반기 남양유업 파문 등으로 ‘갑을 관계’가 이슈로 떠오르자 상당수 업체들이 계약서에 갑을 표시를 없앴다. 경기 불황 속에서 건강을 생각하는 웰빙과 심신을 치유하려는 힐링을 강조한 소비가 두드러졌다. 지난달까지 일반 간장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줄어든 반면 ‘저염간장’ 판매는 150% 늘었고 천연조미료도 5배 넘는 신장세를 보인 게 대표적이다. 이상기후로 인한 소비변화도 지속됐다. 4월까지 추위가 이어지다 갑자기 더위가 찾아오며 봄철 의류 매출은 꺾이고 여름 상품은 때이른 호조를 보였다. 새 정부 출범으로 물가안정이 과제로 떠오르면서 유통구조 혁신이 화두로 부상했으며, 유통업체들은 물가를 잡기 위한 방편으로 해외 직소싱과 병행수입 강화에 주력했다. 또한 최악의 전력난이 예상되면서 유통업계 전반에서 에너지 절감 노력이 펼쳐지고 있으며 가정용 절전 상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성년후견제 제대로 후견하자” 시의회, 12일 장애인정책 토론회

    다음 달부터 성년후견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가운데 12일 오후 2시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와 사회복지법인 ‘성민’이 공동으로 관련 장애인 정책 토론회를 개최한다. ‘성년후견제’란 발달장애, 지적장애, 정신장애, 노인성 치매 등으로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 재산과 관련한 계약행위 등 법적 행위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제도다.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되도록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며 성년후견인 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시의회는 전국 최초로 성년후견지원센터를 개소한 성민과 함께 토론회를 열어 성년후견제 시행이 갖는 의미와 제도적 미비점을 짚어 본다는 입장이다. 토론회에서는 조흥식 서울대 교수를 좌장으로 최윤영 백석대 교수가 주제 발표를 하며 시의회 고만규 의원, 박동명 입법조사관, 김소영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장 등이 주제별 토론을 벌인다.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김기옥 위원장은 10일 “이번 토론회를 통해 성년후견제 시행에 따른 사회 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대한 접근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성년후견제가 장애인의 권리와 자립 지원을 위해 보다 실효성 있는 제도로 정착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재필 성민 이사장도 “성년후견제가 실효성을 지닌 제도로 정착하려면 지원센터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한다”며 “사회안전망으로서 장애 당사자 중심의 전달체계 마련은 물론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역할 규정과 적극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父子 교수,세계적 과학저널 표지 함께 썼다

    父子 교수,세계적 과학저널 표지 함께 썼다

    “아버지가 이 분야에서 쌓은 20년의 명성을 이제 제가 이어나가겠습니다.” 한국인 부자(父子) 교수가 함께 연구한 결과물이 세계적 과학저널의 표지논문이 됐다. 실험의 모든 과정을 나눠 공동 ‘교신저자’(연구 책임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강춘(왼쪽·66) 성균관대 약학부 교수와 이슬기(오른쪽·36) 미 존스홉킨스대 의대 교수 공동 연구팀은 체내에서 의약품의 약효를 오랫동안 지속시켜 줄 수 있는 ‘바이오베터’ 물질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화학분야 권위지인 ‘앙케반테 케미’ 최신호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아버지와 아들의 공동작업은 서로의 전문분야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버지 이 교수는 약물 개발의 전문가, 아들 이 교수는 임상 실험 분야의 전문가다. 아버지가 개발한 약물을 아들이 실제 실험을 통해 효능을 입증하는 방식이다. 두 사람은 ‘이중니켈 PEG’라는 물질을 개발, 신약 개발 후보 물질에 걸리는 시간을 크게 줄였다. 이강춘 교수는 “암에 효과가 있는 물질을 찾더라도, 후보 물질이 체내에 들어가면 금방 분해되거나 신장에 걸러져 몸 밖으로 배출되기 마련”이라며 “몸 속에서 후보 물질이 머무르는 시간을 얼마나 길게 할 수 있느냐가 신약개발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중니켈 PEG는 배출시간이 1~2분에 불과한 물질도 5~10시간 약효가 유지되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부자 교수는 평소 서로가 살가운 사이는 아니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실험을 위해서 일주일에 3~4번씩 전화통화를 하며 연구성과를 내기 위해 힘을 모았다. 이슬기 교수는 “아버지가 이쪽 분야에서 뛰어난 학자지만, 내 의견을 경청하며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슬기 교수가 ‘생체고분자’ 분야로 진로를 결정한 것 역시 아버지의 영향이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연구를 하는 아버지를 보고 자란 덕에 당연히 과학자가 갈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버지 이 교수도 아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강춘 교수는 “존스홉킨스대에 있는 뛰어난 학자들과 훌륭한 실험 환경을 연구에 활용하는데 아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순천 여대생 납치 용의자 자살 이유는…

    순천 여대생 납치 용의자 자살 이유는…

    도주 중 스스로 목을 맨 순천 여대생 납치 사건 용의자 정모(24)씨의 자살이유는 자신의 ‘전과’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씨는 지난 5일 발생한 여대생 윤모(23)씨를 납치한 혐의로 경찰의 추적을 받던 중 10일 오후 2시 30분쯤 순천시 석현동 모 문중 제각 주변 소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윤씨의 손목에는 흉기 등으로 자해한 흔적이 있었다. 경찰은 시신의 부패 상태 등으로 미뤄 3~4일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있다. 현장에는 “자수를 하고 싶지만 전과 때문에 할 수 없다. 죽음으로 죄 값을 받겠다”는 자필 유서가 발견됐다. 이 종이 쇼핑백에 쓴 이 유서에는 “○○아(윤씨) 미안하다. A(윤씨의 남자친구이자 자신의 고등학교 동창)야 친구를 잘못 만나서…. 누나, 부모님 미안해요”라는 등 피해자와 친구, 가족들에게 사죄하는 내용도 있었다. 또 “윤씨를 납치하고 감금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금을 훔치지는 않았다. 억울하다”는 주장도 담겨있었다. 경찰도 윤씨의 집에서 현금 2000여만원을 훔친 것은 붙잡힌 공범 정모(23)씨가 벌인 단독범행으로 확인했다. 경찰 조사 결과 정씨 일당은 납치됐던 윤씨가 화장실로 도망간 뒤 돌아오지 않자 현금을 훔치기 위해 6일 오후 5시 30분쯤 윤씨의 원룸으로 갔다. 하지만 자살한 정씨는 겁을 먹고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고 붙잡힌 정씨 혼자 원룸에 침입해 현금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자살한 정씨는 혼자 현장에서 달아난 것으로 밝혀졌다. 돈을 훔친 정씨는 광주로 이동, 백화점에서 5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과 시계를 구입한 뒤 전주로 도피해 전주 버스터미널 물품보관함에 남은 돈과 구입 물품 등을 숨겨뒀다. 경찰은 검거된 정씨의 진술에 따라 이 현금과 구입 물품을 모두 회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범행은 자살한 정씨가 장난삼아 인터넷 사이트에 “장기(신장)를 사겠다”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검거된 정씨는 이 글을 보고 “내 장기를 팔겠다”면서 순천으로 와 자살한 정씨를 만나면서 납치극이 벌어졌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 매매를 이유로 만난 두 사람이 왜 납치를 저질렀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검거된 정씨가 장기를 팔 정도로 돈이 급했던 것으로 볼때 자살한 정씨가 납치나 절도 등 범행을 공모했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장난글이 실제 범죄로 이어진 것에 대해 비약이라는 지적도 있다. 자살한 정씨가 검거된 정씨에게 약점을 잡혔거나 다른 배경이 있을 수 있다는 추측도 있다. 하지만 정씨의 자살로 이 부분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또 붙잡힌 정씨가 범행 이유나 배경 등의 책임을 자살한 정씨에게 떠넘길 가능성도 있어 명백한 진실이 밝혀질 지는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 대부분의 관측이다. 맹수열 기자 guns@seoul.co.kr
  • 세계적 과학저널 표지 함께 쓴 父子 교수

    세계적 과학저널 표지 함께 쓴 父子 교수

    “아버지가 이 분야에서 쌓은 20년의 명성을 이제 제가 이어나가겠습니다.” 한국인 부자(父子) 교수가 함께 연구한 결과물이 세계적 과학저널의 표지논문이 됐다. 실험의 모든 과정을 나눠 공동 ‘교신저자’(연구 책임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강춘(왼쪽·66) 성균관대 약학부 교수와 이슬기(오른쪽·36) 미 존스홉킨스대 의대 교수 공동 연구팀은 체내에서 의약품의 약효를 오랫동안 지속시켜 줄 수 있는 ‘바이오베터’ 물질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화학분야 권위지인 ‘앙케반테 케미’ 최신호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아버지와 아들의 공동작업은 서로의 전문분야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버지 이 교수는 약물 개발의 전문가, 아들 이 교수는 임상 실험 분야의 전문가다. 아버지가 개발한 약물을 아들이 실제 실험을 통해 효능을 입증하는 방식이다. 두 사람은 ‘이중니켈 PEG’라는 물질을 개발, 신약 개발 후보 물질에 걸리는 시간을 크게 줄였다. 이강춘 교수는 “암에 효과가 있는 물질을 찾더라도, 후보 물질이 체내에 들어가면 금방 분해되거나 신장에 걸러져 몸 밖으로 배출되기 마련”이라며 “몸 속에서 후보 물질이 머무르는 시간을 얼마나 길게 할 수 있느냐가 신약개발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중니켈 PEG는 배출시간이 1~2분에 불과한 물질도 5~10시간 약효가 유지되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부자 교수는 평소 서로가 살가운 사이는 아니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실험을 위해서 일주일에 3~4번씩 전화통화를 하며 연구성과를 내기 위해 힘을 모았다. 이슬기 교수는 “아버지가 이쪽 분야에서 뛰어난 학자지만, 내 의견을 경청하며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슬기 교수가 ‘생체고분자’ 분야로 진로를 결정한 것 역시 아버지의 영향이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연구를 하는 아버지를 보고 자란 덕에 당연히 과학자가 갈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버지 이 교수도 아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강춘 교수는 “존스홉킨스대에 있는 뛰어난 학자들과 훌륭한 실험 환경을 연구에 활용하는데 아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명사가 걸어온 길] (12·끝) 자수성가 정열과 집념의 여성 CEO 이길여(하)

    [명사가 걸어온 길] (12·끝) 자수성가 정열과 집념의 여성 CEO 이길여(하)

    길병원의 모태가 된 자성의원(慈聖醫院)은 ‘세상 모든 어머니의 자애로움’과 ‘태어날 생명들의 성스러움’을 떠올리면서 지은 이름이다. 이길여 회장의 집무실에는 ‘가회합례 수세인천’(嘉會合禮 壽世仁泉)이라는 글귀가 내걸려 있다. ‘참 아름다운 마음으로 바른 삶 이루게 하고 마르지 않는 생명으로 온누리 건강하게 하리로다’는 뜻이다. 55년 전 출발 당시나 지금이나 의사로서 걷는 걸음걸음에 이러한 생명존중과 박애봉사의 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가 의과대학에 들어간 뒤 산부인과를 택한 것은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의식해서였다. 당시 임신부의 경우 의사가 남자라는 이유로 진찰을 거부하거나 아예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아이를 낳다가 산모가 죽는 일이 적지 않았으며 산후조리를 소홀히 해서 평생 후유증에 시달리는 여자들도 많았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이 회장은 여성들에게 건강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그들을 돌봐주는 일을 하겠다는 생각에 산부인과를 선택했다. “요즘에야 병원을 개원하면 한동안 적자를 감수해야 하고 홍보에도 각별히 신경써야 하지만 그 시절 우리 병원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개원을 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환자들이 물밀듯 찾아오는 바람에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봄 여름 가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정신없이 바빴습니다. 특히 함께 개업했던 친구가 결혼을 하면서 대구로 내려가는 바람에 혼자서 진료를 하느라 끼니조차 거르는 날이 많았지요.” 이 무렵 시골에 있던 어머니가 인천으로 와 함께 살았다. 어머니는 틈만 나면 결혼 적령기를 넘어선 딸에게 맞선을 보라고 채근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한번도 맞선을 보지 않았다. 눈만 뜨면 환자들이 찾았고 미국 유학도 가야 하는 등 목표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나는 환자와 결혼했다’라고 굳게 다짐했다. 1964년 미국 유학시험에 합격하고 미국 병원 10여곳으로부터 수련의 제의를 받았다. 그중에 뉴욕에 있는 메리 이머큘리트병원을 선택했다. 어느 정도 체계가 잡힌 병원 일은 후배한테 부탁하고 그해 가을 미국 유학길에 올라 많은 경험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당시만 하더라도 병에 걸린 사람들이 고통을 견디다 못해 찾는 곳이 병원이었지만 미국은 이미 예방의학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았다. 암검사, 대사 이상검사 등 병이 생기기 전에 진료를 받는 행태가 보편화돼 있었다. 아울러 체계적인 의료시스템과 환자에 대한 의료진의 친절과 열정 등이 그랬다. 이런 분위기에서 오전 5시부터 한밤중까지 인턴과정을 겪었다. 환자에 대한 정보와 체크리스트를 달달 외우느라 밤잠을 못 이룬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잠을 자는 사람은 꿈을 꾸지만 잠을 이기는 사람은 꿈을 이룬다’는 각오로 잠과 싸우며 공부를 했다. 이듬해 인근의 퀸즈종합병원으로 옮겨 레지던트 과정을 밟았다. 5년에 걸친 미국 생활은 고달픔도 많았지만 세상을 크고 넓게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이 큰 소득이었다. 무슨 일이든 거침없이 실행하는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한 것도 이때였다. 소아과 인턴 시절에는 ‘주사 잘 놓는 의사’로 통했다. 정교한 손놀림으로 단번에 혈관을 찾아내 주사를 놓았기 때문이다. 또한 남자 아이들에게 의무적으로 해주는 포경수술을 5분(다른 의사들은 20분 정도)만에 끝내 놀라게 했다. 그는 미국 유학 때 직접 환자가 돼 선진 의료시스템을 경험한 적도 있다. 어느날 난소에 혹이 생긴 걸 발견하고 그것을 제거하기 위해 수술대에 올랐던 것. 이때 의사의 친절한 말 한마디가 환자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체험하게 된다. 이후 수술을 앞두고 불안해 하는 임신부의 엉덩이를 다독이며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도와줄 테니까”라는 말로 환자를 위로하는 습관이 생겼다. 5년 동안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조국에서 나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있는데 기필코 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1968년 10월 케네디공항을 출발해 한국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귀국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병원 신축이었다. 자성의원 자리에 지상 9층 규모로 36개 병상을 갖춘 병원을 새로 짓고 ‘이길여 산부인과’를 개원했다. 미국에서 배운 선진 의료기술을 당당하게 펼쳐 보고 싶은 생각에 자신의 이름을 내걸었던 것이다. 병원이 다시 문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이 환자들이 줄을 지어 찾아 왔다. 미국 유학을 갔다 온 여자 의사가 새로 병원을 지어 진료를 시작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구경 삼아 오는 손님들도 꽤 많았다. 개인 병원으로 인천에서 가장 컸던 이길여 산부인과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어 더욱 그랬다. 당시 엘리베이터는 서울 시내 일류 호텔이 아니면 보기 힘들었다. 그가 병원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것은 계단을 오르내리가 힘든 임신부들을 위해서였다. 그다음에는 유학시절에 접한 초음파 의료기기를 도입해 태아의 건강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임신부에게 태아의 심장 박동소리를 들려주자 남편이나 시어머니까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병원을 다시 개원하면서 ‘자궁암 무료 조기검진’을 실시했다. 환자는 더욱 늘어났다. 그는 환자들을 대할 때마다 ‘첫째도 봉사, 둘째도 봉사, 셋째도 봉사’라는 원칙을 정했다. 병원은 항상 환자가 중심이 돼야 했기 때문이다. “환자를 불편하게 하는 병원이 있다면 그것은 근본을 망각한 것이지요. 가장 좋은 위치에 병실이 있어야 하고 환자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이 가장 넓고 깨끗해야 하고 모든 시설과 장비와 서류들은 환자들이 쉽게 알아보고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돼야 한다는 것은 지난 55년 동안 지켜온 원칙이며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겁니다.” ‘이길여 산부인과’가 인기를 끈 데는 여러가지 까닭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흥미롭게도 ‘미역국’이었다. 병원 식당에서는 언제나 한 솥 가득 미역국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36개 병상에서 매일 산모들이 먹어 대는 미역국의 양은 엄청났다. 밤참까지 하루 네 끼씩 미역국을 대느라 식당은 쉴 새 없이 바빴다. 겨울철에는 굴을 넣기도 하고 때로는 소고기를 섞었다. 퇴원한 산모의 남편들까지 찾아와 미역국을 얻어갈 정도로 인천에서 ‘이길여 산부인과 미역국’의 유명세는 자자했다. 이래저래 병원은 더욱 북적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 회장의 일정은 하루 한 끼만 먹고 온종일 진료에만 매달리는 바쁜 시간의 연속이었다. 의사 가운을 입은 채 진료실 구석에 자는 날이 허다했다. “의사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은 환자들을 진료할 때입니다. 의사에게는 세상 그 어느 것도 환자의 병을 고치는 일보다 중요한 일이란 없지요.” 바쁜 와중에도 인천 앞바다의 섬들을 정기적으로 돌며 무료 진료를 시작했다. 진료를 떠나기 전 섬 주민들에게 미리 날짜를 알려 영흥도나 이작도 등 큰 섬으로 모이도록 해 짧은 일정에도 되도록 많은 사람들을 진료했다. 아울러 섬 아주머니들에게 여성의 몸은 어떻게 생겼으며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임신과 출산에 대비하는 요령, 여성에게 생기는 질병이나 예방법 등을 가르쳤다. 그는 진료를 할 때마다 청진기를 자신의 품속에 넣어 두었다가 꺼내 사용했다. 차가운 청진기는 가뜩이나 긴장된 환자들을 더 움츠러들게 한다는 생각에서 체온으로 청진기를 데웠던 것이다. ‘가슴에 품은 청진기’는 이후 해마다 가천의대 졸업생들에게도 직접 걸어주고 있다. 그는 미국 유학을 다녀온 뒤 1975년 다시 일본 유학길에 올라 2년간 공부했다. ‘독성에 대한 토끼의 신장반응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일본대학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러면서 귀국 후 종합병원을 세울 생각을 하게 된다. 산부인과뿐만 아니라 더 많은 환자들을 진료해주면서 인생의 목적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던 것. 또한 자신과 같은 의사를 많이 길러내기 위한 교육에 힘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의과대학을 설립하고, 종합대학을 인수한 뒤 첨단 시설을 갖춘 여러 기초학 연구소를 만드는 것이었다. 계획은 착착 진행됐다. 1978년 전 재산을 출연해 인천 중구 인현동에서 150개 병상 규모의 새 건물을 지어 ‘의료법인 인천길병원’을 개원했다. 당시 개원식에 참석한 박승함 보건사회부 차관은 “인천길병원은 여의사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의료법인화를 시도한 선도적인 병원”이라고 할 만큼 의료계에서는 큰 관심을 보였다. 아울러 개원 이후 인턴과 레지던트 교육기관으로, 또 조산 수습생 교육기관으로 잇따라 지정됐다. 의료법인 설립과 이를 통한 의료교육으로 결실을 맺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후 양평길병원, 철원길병원이 생기면서 환자를 위한 의료시설을 더욱 확장해 나갔다. 2002년부터는 외국인 노동자 무료 진료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등 길병원의 원훈인 ‘박애, 봉사, 애국’의 정신을 꾸준히 펼쳐 나가고 있다. 여성전문센터, 심장센터, 치과센터, 암센터, 척추센터, 장기이식센터, 건강증진센터, 진료협력센터의 설립도 이 같은 취지에서 출발했다. 이후 가천의대를 세우고 경원대와 경원전문대 등을 인수하면서 가천길병원과 함께 오늘날 가천길재단의 면모를 갖추고 21세기 글로벌시대를 향한 새로운 도약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 이 회장은 평소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박애, 봉사, 애국’이란 말에 손사래를 치며 촌스럽다고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가천길재단의 정신은 바로 여기에서 나왔습니다. 이것은 제 인생의 목표이며, 현재진행형인 꿈입니다. 아직 마침표를 찍을 때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이 회장 자신의 손으로 직접 받은 아이만 수십만명, 그의 병원에서 새 삶을 찾은 사람이 100만명은 족히 넘는다. 그러는 동안 박애와 봉사, 애국의 깃발을 촌스럽게 내걸고도 한 치의 실패도 없이 성공했다. 세상 사람들에게서 경영의 성공과 사회 봉사라는 큰 보람의 탑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애창곡은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이다. 메아리 소리가 들려오는 계곡 속 흐르는 물 찾아 그곳으로 오늘도 떠나지 않을까 싶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스마트폰으로 혈압·혈당·운동량 등 의료정보 제공 받아”

    이기혁(70)씨는 30년째 당뇨와 고혈압·고지혈증을 앓고 있으며, 당뇨 합병증인 만성 신부전으로 4년 전부터는 혈액투석까지 받아야 했다. 이런 탓에 건강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어 진료때마다 혈당 및 콜레스테롤·신장기능수치 등을 물어 자신의 노트에 기록했다. 매일 집에서 혈압·혈당을 측정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던 이씨는 최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콩팥 이식수술을 받았다.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HIS)도입 후에 수술한 이씨는 달라진 병원 서비스에 놀랐다.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건강기록이 모두 제공돼 예전처럼 기록을 메모할 필요가 없는 것은 물론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모든 의료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었다. 혈압·혈당·운동량 등 실시간 정보를 활용하니 건강관리도 이전보다 훨씬 쉽고 효과적이었다. 전용 터치모니터를 통해 침대에서 자신의 치료 정보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이씨는 “병원에 입원하면 치료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환자들이 힘들어 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면서 “내가 병원과 의료진에 의해 24시간 관리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료진은 퇴근 후에도 스마트폰에 설치된 모바일 전자의무기록(EMR)을 통해 수시로 환자에 대한 각종 검사정보를 조회하고, 상태를 모니터링한다. 이씨는 수술 직후 한때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에서 2일간 집중치료를 받았다. 당시 담당 외과 교수는 새벽에 이씨의 상태가 나빠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병원으로 이동하면서 지체 없이 스마트폰을 통해 환자의 혈압과 호흡, 응급검사 결과 및 CT영상까지 확인하며 치료계획을 세웠다. 이어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즉시 필요한 조치를 취해 환자 상태를 안정시켰다. 이씨는 “혈액투석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도 컸지만 첨단시스템을 통해 제공되는 의료서비스가 놀라웠다”면서 “이런 변화가 다른 병원으로 빨리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사설] 40년 엔고 버텨낸 일본 기업서 배울 때

    코트라가 어제 ‘일본 엔고 극복사례가 주는 엔저원고 시대의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결론부터 요약하자면 40년 엔고(엔화가치 강세)를 버텨낸 일본 기업의 생존 비결을 연구해 지금의 원고(원화가치 강세) 시대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원화환율이 조금만 떨어져도 수출 채산성 악화 공식을 들이밀며 외환당국의 환율 방어부터 요구하는 주장에 익숙해 온 터라 코트라의 보고서는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코트라는 공사(公社)이기는 하지만 무역투자진흥이라는 사명에서 보듯 기업 친화적인 조직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코트라의 충고를 원론적인 얘기로 흘려들을 게 아니라 반면교사의 쓴소리로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집권하면서 엔화가치는 달러당 100엔선을 돌파하며 급격한 약세로 돌아섰지만, 그 전에는 1973년부터 40년 동안 무려 400%나 절상됐다. 불과 2년 전인 2011년 10월 31일에는 달러당 75.32엔으로 전후(戰後) 최저치를 찍기도 했다. 이 기간 동안 마쓰다자동차는 소형차와 대형차에 동일한 설계 배치를 적용해 단가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부터는 주요 차종의 미국 생산을 중단하고 국내 공장에서 생산·수출하는 체제로 바꿨다. 그럼에도 올 1분기 미국 고객의 자동차 재구매율 조사에서 포르쉐, 캐딜락에 이어 세 번째로 가장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토요타자동차는 JIT(Just In Time), 칸반(적시에 상품을 출시하는 스케줄링 시스템) 등 생산시스템 개혁으로 맞섰다. 아사히는 ‘맛있는 맥주’에 집중해 1987년 ‘슈퍼 드라이’라는 히트상품을 만들어 냈다. 맥주에 문외한인 은행원 출신의 최고경영자(히구치 히로타로)가 업계 화두이던 용기 경쟁에서 탈피해 핵심인 ‘맛’에 승부를 건 성공스토리는 지금도 회자되는 유명한 얘기다. 특별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일본 기업들은 단순한 원가 절감에만 주력했지만 그 이후부터는 차별화된 제품과 기술력 강화 등으로 엔고 시대를 이겨냈다는 사실이다. 결국 원고를 극복할 근본적 해법도 신기술, 신상품, 신서비스 개척 등 체질 개선에 있다는 점을 국내 기업들은 다시 한 번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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