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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19세기에 한국·중국 역사서를 번역한 러시아/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열린세상] 19세기에 한국·중국 역사서를 번역한 러시아/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18세기 말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로 대표되는 조선의 연행사가 베이징을 오고 가던 때에 러시아도 정교회의 신부들을 베이징으로 파견해 본격적으로 동양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우리 사절단들이 새로운 문물을 접하는 데 정신이 없을 때 러시아 신부들은 한국과 중국의 역사에 대한 번역에 몰두했다. 대표적으로 얀키프 비추린(1777~1853)은 중국 정사 25사에 기록된 한국과 동아시아의 역사를 번역했으며, 한국 사신과 교유하며 한국어를 배우기까지 했다. 그의 번역은 1900년대 러시아에서 한국을 연구하는 기본 교재가 됐다. 비추린은 그 밖에도 당시의 공용어인 만주어를 비롯해 티베트어, 몽골어 자료도 번역해 러시아의 동방정책은 물론 러시아 동양사 연구의 기초를 확립했다. 비추린 이후 베이징사절단 신부들은 만주어로 쓰인 요나라의 역사인 ‘요사’와 금나라의 역사 ‘금사’를 러시아어로 번역했다. 만주어판 ‘요사’와 ‘금사’는 누르하치를 이어 청의 황제가 된 숭덕제가 이민족인 몽골족의 손으로 왜곡된 만주족들의 역사를 제대로 밝히고자 다시 쓴 것이다. 러시아 신부들이 한문으로도 있는 두 사서를 굳이 만주어에서 러시아어로 번역한 이유는 이 책들이 단순한 역사를 넘어 청나라의 자존심을 상징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동방에 진출한 배경에 총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소설가 한강과 함께 맨부커상을 공동 수상한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는 원래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는 문학도였다. 그는 한국의 소설에 대한 번역가가 없다는 점을 알고 지난 7년간 한국어 번역에 집중했다고 한다. 영국에 다양한 언어를 번역하고 소개하는 인프라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세계 언어에 대한 사이트 에트놀로그의 2016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어는 사용 인구로 볼 때 세계 12위에 해당한다. 자국의 번역 문화가 발달하기에 충분한 규모다. 게다가 날로 커지는 한국의 국제적인 수준을 고려하면 다양한 국가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접근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수준 높은 번역시장의 발달은 문화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필연적 과정이다. 20세기 중반까지 열강들이 총칼을 앞세운 제국주의로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이해했다면, 21세기에는 수준 높은 번역으로 다른 나라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번역은 바로 각국 문화의 역량을 보여 주는 바로미터인 셈이다. 하지만 한국의 번역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낮다. 영어로 귀결되는 한국의 단순한 국제화 인식에 원인이 있다. 영어는 나라 간의 소통을 위한 필수 요소이지만,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는 궁극적으로 해당 국가의 언어가 필요하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영어 몰입교육과 유학의 결과 영어만 알면 국제화가 된다는 착각에 빠지게 됐다. 예컨대 중앙아시아와 중국 신장 지역 등 실크로드 일대에 대한 연구는 지난 100여 년간 대부분 러시아어나 중국어로 쓰였다. 하지만 국내에서 출판된 수십 종의 실크로드에 책들은 현지의 사정과 차이가 있는 영어와 일본어를 번역한 것이다. 우리의 주 관심 지역도 이러한데 상대적으로 전문가가 없는 중동이나 아프리카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요즘이니 일상 대화를 번역하고 통역하는 번역기가 조만간 상용화될 것이다. 이제 나라의 국가적 역량은 일상 대화가 아니라 외국어보다도 타국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번역 인프라로 발현될 것이다. 수준 높은 번역은 궁극적으로 모국어 구사 능력과 타 문화에 대한 연구와 지원이 뒷받침되는 사회적 배경하에서 가능하다. 스미스가 모국어인 영어 실력이 뛰어나지 않았다면 소설가 한강의 수상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외국어 교육은 영어 회화 위주이고, 모국어인 한국어의 말하기와 쓰기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다. 게다가 인문학이 극도로 위축돼 다양한 언어를 번역할 수 있는 사람은 급감하고 국제화의 척도는 영어로만 획일화하면서 오히려 문화적 고립에 처할 우려마저 있다. 우리의 소설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기쁜 만큼이나 한국의 소설을 발굴, 번역할 수 있는 문화 강대국들의 번역 인프라가 부럽다. 번역의 수준이 바로 한 국가의 문화를 보여 주는 척도라면 한국은 여전히 나아갈 길이 멀다.
  • 격하게 살빼면 근육이 녹는다

    격하게 살빼면 근육이 녹는다

    “여름을 위해 짧고 효과 있는 다이어트를 하려면 스피닝(실내 자전거를 타며 상체로 격한 춤을 추는 운동)만 한 게 없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갑자기 무리를 했는지 병원에서 다리 근육의 일부가 녹았다고 하더라구요. 계속했다면 신장 투석까지 필요했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죠.” ●신장에 무리… 극심하면 사망 서울 구로구에 사는 직장인 차모(28·여)씨는 지난 3월 ‘횡문근융해증’에 걸려 10일간 병원에 입원했다. 횡문근융해증이란 과도한 운동을 갑작스럽게 강행할 때 충분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한 일부 근육이 녹아내리면서 근육 속의 독소가 온몸에 퍼지는 증상이다. 심하면 독소가 신장에 무리를 줘 급성신부전증을 일으키기도 하고 극심하면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통상 초기에는 근육통, 무기력함, 갈색 소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차씨는 “스피닝 등록 첫날 신나는 음악에 맞춰 운동을 1시간 하고 나니 통증이 심해졌고 나중에는 잠도 못 잘 지경이었다”며 “근육 파열인 줄 알고 정형외과에 갔다가 횡문근융해증을 의심한 의사가 내과로 보내 다행히 적절한 시점에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다이어트 효과를 위해 짧고 강한 운동을 선호하는 젊은 여성이 늘면서 횡문근융해증에 걸려 애를 먹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체중을 감량하겠다는 성급함도 문제지만 이런 심리를 부채질하는 트레이너가 더 문제라고 설명했다. 2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3년 1580명이었던 20, 30대 횡문근융해증 여성 환자 수는 지난해 1961명으로 24.1%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횡문근융해증 여성 환자 수는 8266명에서 7842명으로 5.1% 감소했다. 유독 젊은 여성의 증가율이 두드러지는 것은 급하게 다이어트 효과를 보려는 경우가 많아서다. 특히 여름을 앞둔 5~6월에 이런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황현석 가톨릭 대전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강하고 격한 운동 중에도 특히 스피닝이 횡문근융해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며 “다이어트를 목표로 무리하지 말고 몸이 적응할 수 있게 운동량을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물을 많이 마셔 탈수를 방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스피닝의 경우 사이클과 춤을 접목해 지루하지 않게 만든 운동이다 보니 정작 운동을 하는 사람은 몸에 과도한 부담이 오는 것을 모르고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헬스업계의 설명이다. 그만큼 강사의 안내가 중요한데 현재는 자격 미달의 강사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사 자격증보다 경력 따져 선택해야 16년 경력의 스피닝 강사 황진우(35)씨는 “현재는 5시간씩 이틀간 교육을 받으면 스피닝 강사 자격증을 주는 곳도 있다”며 “수준 미달의 강사들이 회원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동작을 1시간씩 따라하게 하니 몸이 망가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격증보다는 강사의 경력을 따져야 하고, 몸에 이상이 생기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오바마, 고엽제 입 닫고 ‘안보·경제 선물’

    오바마, 고엽제 입 닫고 ‘안보·경제 선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20세기 전쟁 역사 청산’을 위해 베트남과 일본 히로시마 방문에 나섰다. 71년 전 세계 첫 피폭지인 히로시마 방문 일정을 잡은 오바마 대통령이 41년 전에 전쟁이 끝난 베트남과 관련해 ‘고엽제 문제’에 대해 언급할지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미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출발, 23일부터 2박 3일간 베트남 하노이와 호찌민을 방문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쩐다이꽝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뒤 응우옌티낌응언 국회의장, 응우옌쑤언푹 총리, 응우옌푸쫑 공산당 서기장 등 지도자들과 만나 안보와 경제를 주제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연설도 한다. 미 대통령으로서 베트남 방문은 2000년 빌 클린턴, 2006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이번 방문은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 강화 흐름 속에서 한때 적국이던 베트남과의 관계 진전을 통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외교가는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중 처음 방문하는 베트남에 내놓을 선물로 1984년부터 적용해 온 대(對)베트남 무기 금수 조치를 전면 해제할지 관심을 쏟고 있다. 미국은 1995년 수교 이후 살상 능력이 없는 무기에 한해 수출 금지를 해제했고, 2014년 10월에는 P3C 초계기 등 해양 안보와 관련한 일부 살상 무기에 한해 금수 조치를 풀었다. 하지만 첨단 군사장비 판매는 여전히 금지하고 있다. 무기 금수 전면 해제는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패권 확장을 노리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지만 베트남의 인권 상황을 고려하면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협력과 관련, 베트남이 가입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문제도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TPP 최대 수혜국으로 꼽히는 베트남 정부는 TPP 회원국 가운데 처음으로 오는 7월 국회에 TPP 비준 동의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베트남의 TPP 비준 협조에 대해 사회기반시설 개발 지원과 투자 확대 등 ‘당근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이 베트남전쟁 때 미군이 살포한 고엽제 문제를 언급할지도 주요 관심사다. 미군은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61년부터 1971년까지 7200만ℓ의 고엽제를 살포했다. 베트남에서 고엽제 피해자는 300만~480만명으로 추정된다. 또 신장질환과 뇌수종, 지적장애 등의 선천성 장애아가 태어난 것으로 학계에 보고됐다. 그러나 미국은 고엽제와 베트남인의 건강 피해 간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고엽제 피해자와의 만남도 계획하고 있지 않아 이번에 고엽제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베트남 전역에 남아 있는 불발탄 80만t(추산)의 제거와 관련해 양측의 실질적 협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26일 일본 이세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27일 히로시마로 이동해 평화기념공원에서 연설하고 헌화한다. 히로시마 방문에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의 가혹한 포로 학대의 대표적 피해자 중 한 명인 재향군인 대니얼 크롤리(94)도 동행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공원 내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를 방문할지도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22일 방송된 NHK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방문에서 (원폭) 피해자에게 사과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금융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앱 없는 송금앱·빅데이터 대출…새 시장 만드는 ‘금융별종’

    [금융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앱 없는 송금앱·빅데이터 대출…새 시장 만드는 ‘금융별종’

    #1. 에스토니아에서 영국 런던으로 파견 와 일하게 된 타바트. 월급을 에스토니아에서 유로로 받기 때문에 매번 비싼 수수료를 물어가며 파운드로 환전해야 했다. 반면 런던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는 크리스토는 에스토니아에서 산 주택 할부금을 내기 위해 매달 파운드에서 유로로 환전을 해야 했다. 수수료가 아깝다고 생각한 그들은 둘이서 파운드와 유로를 주고받으면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예컨대 영국에 사는 A가 미국의 B에게 송금하고, 미국에 사는 C가 영국의 D에게 송금하려고 할 때 A와 D, B와 C를 각각 연결시켜 주는 것이다. 2011년 영국의 해외송금업체 ‘트랜스퍼와이즈’가 설립된 배경이다. #2. 점포 등 마땅한 담보가 없다는 이유로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A씨는 P2P(개인 대 개인) 업체인 ‘8퍼센트’를 통해 연 16% 이자로 1억원의 사업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 8퍼센트 심사팀은 A씨의 신용이 우수하고 A씨가 운영하는 온라인 해외구매대행 업체의 매출이 전년보다 100%가량 신장한 사실에 주목했다. 8퍼센트를 통해 A씨에게 돈을 빌려준 524명은 A씨가 이자를 지불하는 만큼 연 16%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새로운 금융산업에서 고객은 은행이 정한 업무 시간과 수수료에 맞춰 거래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직접 거래하고 협상할 수 있는 ‘능동적인 주체’가 되고 있다. 핀테크기업은 정보기술(IT)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개인과 개인 간의 거래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연결해 준다. 동시에 전통기관이 흡수하지 못했던 고객층을 개척해 대안금융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분석실장은 “기술 진보와 고객 트렌드 변화로 전통 금융이 충족시키지 못하던 고객 수요가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를 낳고 있다”면서 “이는 금융의 4차 산업혁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게 P2P 금융이다. P2P 금융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분석 시스템을 바탕으로 중금리 대출, 소상공인 대출 시장 등으로 영역을 빠르게 넓혀 나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P2P 금융에 대한 규제 법이 없어 대부업자로 등록해야만 영업이 가능하다. 새로운 플레이어들은 금융시장의 국경도 허물고 있다. 트랜스퍼와이즈는 전 세계 50개 나라의 통화를 취급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100만 달러의 송금액을 처리한다. 2014년까지 누적 거래량이 45억 달러(약 5조원)에 이른다. 지난 3월 우리나라에도 공식 진출하겠다고 밝혔으나 비금융기관의 해외송금 규제 때문에 서비스 시행을 미루고 있다. 중국의 핀테크 시장은 중국 최대의 인터넷쇼핑몰 ‘알리바바’를 중심으로 이미 2000년대 초반에 형성되기 시작했다. 2004년 전자상거래 결제시스템 ‘알리페이’를 출시한 알리바바는 10년 만에 240여개 나라에 5400만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알리바바는 인터넷쇼핑몰 회원을 기반으로 지급결제 시스템을 만들고, 남는 돈을 ‘위어바오’(MMF) 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구축함으로써 모바일 금융 생태계를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핀테크에 대한 관심이 우리보다 늦은 것처럼 보였던 일본도 최근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달 도쿄 비즈니스 중심지인 오테마치에 런던의 ‘레벨39’(유럽 최대의 핀테크 육성기관)를 벤치마킹한 ‘피노랩’을 열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핀테크기업 6곳도 진출했다. 우리나라도 핀테크지원센터와 은행의 자체적인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성과가 조금씩 나고 있다. 다음달에는 국내 핀테크업체로서는 처음으로 KTB솔루션이 레벨39에 입주한다. KTB솔루션은 모바일 결제를 할 때 서명만으로 본인 인증을 할 수 있는 ‘스마트사인’을 개발해 런던투자청의 매칭펀드를 유치했다. 여러 장의 신용카드를 하나로 모을 수 있도록 디지털 지갑을 고안한 엑스엔지니어링은 이달 중 미국에서 서비스를 먼저 선보인다. 우리나라는 보안성 규제가 아직 해소되지 않아 출시를 미뤘다. 엑스엔지니어링은 IBK 핀테크 드림랩에 입주해 투자 유치를 받았다. 그럼에도 국내 핀테크 기업가들은 여전히 갈증을 느끼고 있다. 김태봉 KTB솔루션 대표는 “한국 업체들이 기술력은 좋지만 해외 시장에 대한 이해나 정보, 제품을 소개하는 스토리텔링 능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게 사실”이라면서 “국내에서도 국제 경연대회도 열리고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육성 프로그램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이상 범죄 72%, 조현병이 원인… 치료 중단이 큰 영향

    ‘묻지마 범죄’ 같은 이상 범죄 상당수가 조현병 환자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중단이 중요한 원인으로 꼽혔다. 22일 경찰청의 ‘한국의 이상 범죄 유형 및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2006~2015년 발생한 이상 범죄 46건 가운데 망상이나 환청 등 정신질환에 따른 범죄는 18건(39.1%)이었다. 18건 중 조현병 진단을 받은 이가 저지른 범죄가 13건(72.2%)으로 가장 많았다. 조현병의 주된 증상은 사실이 아닌 것을 확신을 가지고 믿는 ‘망상’, 다른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감각을 경험하는 ‘환각’ 등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진료비 지급자료에 따르면 조현병 진료 인원은 2010년 9만 4000명에서 지난해 10만 4000명으로 10.6% 증가했다. 그러나 전체 환자 수는 50만명에 이르며 실제로 치료받는 환자는 5명 중 1명꼴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치료 중단이 범죄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전과가 전혀 없는 사람이 장기간 약물치료 중 스스로 약물 복용을 중단했을 때 범죄가 많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현병 환자에 대해 과도한 공포나 선입관을 갖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검찰청의 2011년 범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은 정상인 범죄율의 10분의1도 되지 않는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트럼프, 중국서 의외로 인기있는 이유는?

    트럼프, 중국서 의외로 인기있는 이유는?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사진)는 이달 초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이득을 보고 있다’면서 ”우리는 중국이 미국을 계속 ‘성폭행’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국을 향해 이런 극단적인 표현을 쓴 인물에 대한 지지자가 과연 중국에 존재할까 싶지만 많지는 않더라도 실제로 존재하며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이 최근 보도했다.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는 ‘도널드 J 트럼프 슈퍼팬 국가’ 같은 제목을 단 소규모 온라인 단체가 형성돼 있다.  이곳에는 ”(민주당 대선 주자) 힐러리 클린턴은 공허한 약속만 늘어놓지만 트럼프는 자신이 하는 말을 실행하는 왕“이라거나 ”솔직하고 실용적이며 스타일이 있다“고 칭송하는 글도 있다.  이런 ‘팬들’은 사회적 관용과 점잖은 태도를 집어 던진 듯한 트럼프의 거침없는 언행에 환호한다.  젊은 정보기술(IT) 사업가인 구유 씨는 투표권은 없지만 트럼프를 100% 지지한다며 ”보통 사람들이 감히 말하지 못하는 것을 말하는 배짱이 있다“며 ”정치적 올바름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덮어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 역시 트럼프가 자주 공격 대상으로 삼는 중국에서 그는 널리 ‘실용주의자’로 여겨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산 상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자는 제안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성폭행’ 발언 역시 그다지 새롭지 않고 어깨 한번 으쓱하고 지나갈 일 정도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오히려 성공한 기업인이라는 점에 관심이 쏠리면서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 힐러리 클린턴만큼 중국의 인권문제를 조명하지 않고 ‘덜 매파적’이라는 시각이 있다.  또한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은 최근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무슬림에 대한 일부 중국인들과 반감과 맞물리는 부분이 있다.  왕둥 베이징대 국제학 교수는 ”많은 중국인이 친기업적인 공화당 대통령이 친(親)중국이 아니더라도 더 실용적이고 중국에 우호적인 경향을 보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중국에 30% 넘는 관세 부과 같은 발언은 선거용 구호라고 보는 중국인이 많다“고 설명했다.  CNN이 인터뷰한 트럼프 지지자 역시 트럼프의 중국 비판을 ‘선거판에서의 레토릭’ 정도로 치부하면서 대통령이 되면 발언 수위를 낮출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트럼프가 했던 주한·주일 미군 철수를 시사하는 발언에 대해서는 중국의 목표와 일치하지만 한국과 일본에 핵무기를 용인하는 듯한 발언은 중국 정부를 놀라게 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중국에서 트럼프는 과거 출연했던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로 친숙하며 자서전도 중국어로 번역 출간됐다.  그의 이름을 딴 업체들도 있다.  그중 하나인 부동산 업체 ‘트럼프 컨설팅’의 소유주인 딩쉬는 CNN에 ”트럼프는 정치적 광대“라고 깎아내리면서도 ”회사 이름을 바꾸지는 않겠다. 그는 어쨌거나 부동산 거물이기는 하니까“라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TV보며 스마트폰 만지작거리는 아이, 성적 더 낮다

    TV보며 스마트폰 만지작거리는 아이, 성적 더 낮다

    두 가지의 미디어를 동시에 사용하는 행위, 즉 ‘미디어 멀티태스킹’을 자주 수행하는 아동들은 인지력과 학교 성적이 보통 아이들에 비해 낮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토론토 대학교, 미 육군 NSRDEC 연구소 등이 공동 참여한 연구팀은 특히 10대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행동양상인 미디어 멀티태스킹이 아동들의 학업 및 기타 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8학년(13세) 학생 73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설문조사를 통해 학생들이 일주일 동안 TV시청, 영상보기, 음악듣기, 비디오 게임 하기, 활자 혹은 전자 미디어 읽기, 통화하기, 메시지 보내기, 글쓰기 등의 활동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 그리고 그 중 두 개 이상의 활동을 동시에 수행하는 경우는 얼마나 잦은지 물어봤다. 이후 연구팀은 아동들의 인지능력(작업기억, 손재주, 어휘력 등)과 성격특성(의지력, 성실성, 충동성 등)을 테스트했다. 또한 학생들이 치른 전국단위 수학 및 영어 시험 성적을 수집해 학업 성취도를 알아보았다. 마지막으로 아동들이 향후 본인의 성적을 신장시킬 수 있으리라 스스로 믿는지 여부를 설문을 통해 알아봤다. 연구팀은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결과 미디어 멀티태스킹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 학생일수록 학업성적이 더 낮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 아동은 작업기억에 관련된 인지력도 낮았고, 더욱 충동적이었으며 자신의 지적능력을 발달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강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원인에 대해 “실행기능(executive functions)이 약화되는 반면 충동성(impulsiveness)은 강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다.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이들 두 가지 특성은 미디어 멀티태스킹 및 학업성적과 각각 관련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그러나 인과관계를 명확히 정립하기에는 아직까지 어려움이 따른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멀티태스킹 시간과 인지능력 약화 둘 중 어느 쪽이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인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며 “이를테면 잦은 멀티태스킹으로 인해 인지력 하락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과거 연구에서 미디어 멀티태스킹이 뇌의 구조 자체를 변경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2014년 영국 서식스 대학 연구팀은 미디어 멀티태스킹이 두뇌 회백질 밀도 하락과 강하게 연관돼 있다는 주장을 펼쳤던 바 있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렛츠! 당사자 연구(베델 행복연구소 지음, 이진의 옮김, 커뮤니티 펴냄) 일본 홋카이도에 있는 정신장애인 공동체 ‘베델의 집’이 실천하고 있는 당사자 연구를 알기 쉽게 풀어썼다. 189쪽. 1만 2000원. 다정다감, 남도를 위하여(이명종 지음, 페이퍼앤북 펴냄) 남도와 남도 사람, 남도 경제에 대한 이명종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장의 애정 어린 시선이 담긴 남도백서. 245쪽. 1만 3000원.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2(아베 쓰카사 지음, 정만철 옮김, 국일미디어 펴냄) 2005년 출간돼 큰 반향을 일으킨 책의 후속편으로 기업이 감추고 있는 식품첨가제의 실태를 낱낱이 파헤쳤다. 248쪽. 1만 3000원. 진중권이 사랑한 호모무지쿠스(진중권 지음, 창비 펴냄) 신해철, 윤종신, 신대철, 이자람, 손열음, 장일범, 고건혁 등 음악계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7인과의 인터뷰를 담았다. 356쪽. 1만 6500원.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문선희 지음, 난다 펴냄) 1980년 5월의 광주를 기록한 새로운 오감도. 당시 맑은 눈의 초등학생으로 그 참혹한 현장을 목도하고 앓아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채집했다. 80명의 말과 30컷의 벽 사진이 그날을 증언한다. 175쪽. 1만 8800원.
  • [19대 국회 마지막 통과 법안들] 정신병원 강제입원 요건 까다로워진다

    경단녀도 국민연금 납부땐 ‘자격’ 국민연금 가입 실직자 75% 지원 정신질환이 없는 사람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는 데 악용되기도 했던 정신보건법이 전면 개정됐다. 입원 절차가 까다로워졌고 입원하더라도 3개월째 되는 날 심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으면 퇴원할 수 있게 했다. 보건복지부는 정신병원 입원요건과 절차를 강화하고 입원적합성을 따질 외부 심사체계를 도입한 ‘정신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이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6월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기존의 정신병원 강제입원 제도는 매우 허술해 보호의무자 2명의 동의와 의사 1명의 진단만 있으면 누군가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었다. 2013년 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정신질환 입원자 8만 462명 가운데 73.1%가 강제입원자이며, 이 중에는 가족 간 불화, 재산 문제 등으로 강제 입원한 피해자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건당국은 추정한다. 개정된 정신보건법은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 소속 전문의 2명 이상의 일치된 진단이 있어야 강제입원시킬 수 있도록 했다. 이 중 1명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한 정신의료기관 의사여야 한다. 의사 진단을 받아 강제 입원해도 입원자는 강제 입원의 적합성을 따질 기회를 한 번 더 얻게 된다. 최초 입원 후 한 달 내에 국립병원 등에 설치된 입원 적합성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받도록 하는 조항이 이번에 추가됐다. 정신보건법이 정의한 ‘정신질환자’의 범위도 축소된다. 기존 법은 정신질환자에 ‘정신병·인격장애·알코올 및 약물중독 기타 비정신병적정신장애’를 모두 포함했으나 개정된 법은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좁게 정의해 우울증 등 경증 질환자를 제외했다. 직장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된 이른바 경력단절여성도 보험료를 ‘추후납부’하면 국민연금 수급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복지부는 전업주부 446만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군 복부기간 중 연금보험료를 납부한 사람도 가입기간을 6개월 추가하는 군복무 크레디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재무·회계기준을 마련해 장기요양기관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종사자 인건비를 현실화하는 내용의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도 통과됐다. 또 실직자가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국가가 보험료의 75%를 지원하는 ‘실업크레디트’ 제도를 담은 고용보험법 개정안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금까지 실업 기간은 연금 보험료를 내지 않는 대신 연금 가입 기간으로도 인정받지 못했다. 최소 가입기간은 10년 이상이다. 앞으로는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구직급여 수급자가 국민연금 보험료의 25%만 내면 최대 1년간 정부에서 나머지 75%(월 최대 5만원)를 지원해준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서울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검찰, 하남도시공사 사장 사전영장 청구

     수원지검 특수부(부장 송경호)는 19일 경기 하남지역현안사업부지 2지구 개발사업 과정에서 공사 발주 정보 등을 브로커에게 미리 알려준 혐의 등(배임수재·부패방지법 위반 등)으로 박덕진 하남도시공사 사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사장은 지난 해 하남도시공사가 발주한 현안2지구 개발사업 공사 발주 정보를 평소 알고 지내던 브로커 A(여)씨에게 미리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박 사장으로부터 받은 정보를 건설 관련 업체에 넘겨주는 대가로 1억 5000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최근 검찰에 구속됐다.  하남도시공사는 하남시 신장동 228번지 일대 57만㎡에 5600억원을 들여 지역 경제활성화를 목표로 물류유통 및 주택지를 조성하는 현안2지구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박 사장은 또 문중의 종친회장을 맡고 있던 지난해 3월 미사지구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하면서 하남시 풍산동 일대 종중 묘를 빨리 이전해주는 대가로 S건설로 부터 2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박 사장은 전날까지 이어진 두 차례 소환조사에서 혐의를 일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24일 오후 2시 30분에 열린다.  한편 박 사장은 개발제한구역에 특정인이 가스충전소를 세울 수 있게 도와 주고 해당 업체 브로커에게서 자신의 변호사 선임 비용 2000여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 3월 구속기소된 이교범 시장의 최측근중 한 명으로 분류되고 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구본영 칼럼] 북한 주민 인권과 바깥세상 볼 권리

    [구본영 칼럼] 북한 주민 인권과 바깥세상 볼 권리

    지난주 북한 노동당 대회는 ‘김씨 조선’ 3대 후계자의 대관식이었다. 김정은이 조부 김일성의 후광을 업고 ‘노동당 위원장’에 등극했다. 북측은 대회장의 소품 구실만 기대하면서 130명의 외국 기자들을 불렀던 모양이다. 하지만 철저한 보도 통제 속에서 외신들이 집단 최면에 빠진 듯한 북한 주민들의 억압된 일상을 전하면서 계산은 빗나갔다. LA타임스는 “‘트루먼 쇼’의 완결판”이라고 비꼬았다. 며칠 전 미국 하원 주최 간담회에서 북한에 2년 동안 억류됐다가 풀려난 케네스 배는 증언했다. “북한은 거대한 감옥”이라고. 그러나 정작 북한의 보통 사람들은 이런 현실을 알 리가 없다. 30년간 혼자 외부 정보와 단절됐던 영화 ‘트루먼 쇼’의 주인공처럼. 문제는 북한판 리얼리티쇼의 끝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미 CNN 방송은 평양발로 “북한 정권이 조만간 무너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전했다. 해방 이후 71년 동안 한반도 북반부는 인권의 사각지대였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게다. 이번 7차 당대회 이후에도 그런 인권 암흑기가 기약 없이 이어진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 맥락에서 북한인권법의 표결 처리는 역대 최악이라는 19대 국회가 한 일 중 가장 잘한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김문수 전 의원이 2005년 발의한 이 법은 지난 3월 무려 11년 만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북한인권재단과 북한인권기록센터가 설립된다. 그러나 이는 북한 인권을 지킬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공개 처형이나 강제수용소 감금 등 북의 인권유린 실태를 낱낱이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경종 효과’는 있을 게다. 서독 잘츠기터의 동독 인권 기록보존소가 그랬듯이. 다만 인권재단이 아무리 열심히 남북 인권 대화나 인도적 지원 정책을 개발한들 과연 북한 주민들의 자유권과 생존권이 보장될 것인가. 핵 개발을 위해 수백만 주민의 아사조차 아랑곳하지 않는 게 세습체제의 속성이라면…. 북한 당국이 지난번 당대회 중 영국 BBC방송 기자를 추방했다. 주민을 억압하는 정권의 실상이 세계에 알려지는 게 두려웠던 까닭이다. 이는 역으로 바깥세상에 비친 세습체제의 민낯을 북한 주민들이 제대로 알게 될 때만이 김정은 정권이 폭정을 멈추고 주민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임을 말해 준다. 북한 주민들의 알권리를 확대하는 것이야말로 북한 인권을 실효성 있게 보호하는 첩경이란 얘기다. 동독 주민들이 경제력뿐만 아니라 자유·인권 등 삶의 질도 높았던 서독과의 통합을 선택하는 데 ‘헬싱키 협정’이 큰 구실을 했다. 냉전기인 1975년 체결된 이 협정에 동서 분할이라는 현상 유지를 위해 구소련도 동의했다. 그러나 사상의 자유와 인권 존중을 담은 협정 제7항이 동구 정권들이 언론에 물린 재갈을 늦추는, 예기치 않은 결과를 낳았다. 동독인들이 서독 TV 시청으로 외부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면서 통독의 실마리는 풀렸다. 우리도 북한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차원에서 북한 주민을 ‘정보화’시키는 다양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대북 전단이나 확성기 방송 같은 원시적(?) 방법 말고도 찾아보면 왜 방안이 없겠나.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무선통신망을 가동하는 등 앞선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할 필요도 있다. 다만 현재 북한에서 소수 특권층만 외부 세계와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게 한계다. 그렇다면 주파수와 송신소를 확충, 민간 대북 방송을 활성화하는 것도 대안이다. 북한 주민들의 알권리를 신장하는 일이야말로 박근혜 정부의 통일 정책상 결과적으로 가장 큰 업적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란 대북 정책도 수사로선 여전히 필요할지 모르나 ‘통일 대박’을 외치기엔 남은 임기가 너무 짧지 않나. 햇볕정책이니 평화번영정책이니 하는 역대 정부의 구호들이 어디 북한의 호전성을 완화하거나 평화통일에 실효성 있는 기여를 했던가. 북한 주민들이 우물 밖의 세상, 특히 남녘의 자유로운 시민의 존재를 알게 될 때 김정은 체제의 인권 탄압을 막는 백신은 형성될 게다. 그래야만 ‘북한판 트루먼 쇼’는 종영되고 통일의 길도 보일 듯싶다. kby7@seoul.co.kr
  • [공무원이 들려주는 공직이야기] 국가인권위원회

    [공무원이 들려주는 공직이야기] 국가인권위원회

    ‘공무원이 들려주는 공직 이야기’ 26회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을 소개한다.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규정된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보호하고 향상시키는 업무를 수행하는 인권전담 독립 국가기관인 인권위에 대해 살펴보고, 인권위 조사국 조사총괄과에서 근무하는 권보은(32) 조사관의 업무와 채용 과정, 공직 입문 소회 등을 들어봤다. 2년 전 세월호 참사가 났을 때 경찰은 잇따른 청와대 인근 집회 신고에 대해 일괄적으로 금지통고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당시 경찰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판단을 내놨다. 인권위는 “경찰이 집회를 불허하면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질서유지 조건을 제시하는 등 완화된 방법을 먼저 적용했어야 한다”며 서울 종로경찰서장에게 재발 방지 대책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이처럼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침해 행위를 조사하고 정책 권고 등을 통해 권리를 구제하는 역할을 한다. 1998년 정부는 국정과제로 인권기구 설립을 내걸었다. 2001년 5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정과 함께 인권기구 설립이 현실화됐다. 당시 인권기구설립운동을 활발히 하던 인권시민단체 관계자, 공무원 등 다양한 구성원이 모여 인권침해와 차별행위 조사·구제, 인권 관련 정책연구, 교육·홍보, 국내외 협력 등 업무를 담당하는 현재의 인권위가 출범했다. 인권위 전체 구성원 190명 가운데 변호사 자격증을 지닌 공무원은 10명을 밑돈다. 그중 한 명인 권보은 조사관은 2013년 10월 6급 경력경쟁채용으로 입직 후 조사국 조사총괄과에서 4년째 근무하고 있다. 서류·면접 심사를 거쳐 선발하는 경력경쟁채용직은 3년간 전보제한이 따른다. 권 조사관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수호하는 일을 현장에서 직접 할 수 있다는 점이 와 닿아 인권위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했다”며 “다른 공무원 조직에 비해 업무적인 특수성 때문인지 분위기가 훨씬 자유롭고, 인권에 대해 끊임없이 배우며 독립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권 조사관이 현재 근무 중인 조사국 조사총괄과는 진정이 제기된 인권침해·차별행위 사건을 직접 조사하고 구제하는 일을 한다. 권 조사관은 “검찰, 경찰, 법원, 군대 등 4개 국가기관으로부터 인권침해를 당했을 때 제기되는 진정사건이 조사총괄과로 배당되면 일차적으로 서면으로 진정의 요지를 파악하고 쟁점을 잡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래도 현행범 체포, 압수수색, 피의자 조사 등 가장 현장에서 활동하는 경찰을 상대로 제기되는 진정사건이 가장 많다”고 덧붙였다. 사건 자체를 서면만 가지고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국으로 출장을 가는 일이 잦다. 진정인, 피진정인을 만나거나 사건 발생 현장에 직접 가기도 한다. 부산과 광주, 대구, 대전에 인권위 지역사무소가 있지만 경찰 관련 사건은 지역사무소에서 다루지 않는다. 권 조사관은 “사건 관련 증거 수집을 위해 해당 기관에 폐쇄회로(CC)TV 영상 등 자료 제출 요구를 하는데 개인 변호사가 아닌 기관차원의 요구이다 보니 상대 기관들이 협조적인 편”이라며 “단, 경찰 입장에서는 인권침해가 제기된 사건에 대해 관점이 전혀 다를 때도 있다. 조사관으로서 피진정인이 납득할 만한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인식을 바꾸는 데 초점을 둔다”고 말했다. 권 조사관의 일과는 날마다 다르다. 어떤 날엔 조사를 위해 출장을 가지만, 인권 관련 교육을 하거나 하루 종일 조사된 내용을 바탕으로 보고서나 결정문 초안을 작성할 때도 있다. 조사관 1명에게 배당되는 사건은 한 달에 20건 정도다. 사건을 충분히 조사한 후에는 보고서를 작성한다. 권 조사관은 조사를 일차적으로 수행한 담당자로서의 관점을 넣는 게 가장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진정 사건의 최종 판단은 소위원회 위원 3명이 하지만 조사를 담당한 담당자의 관점이 자연스럽게 보고서에 담기기 때문에 늘 어렵다”며 “법 위반은 아니지만 얼마든지 인권침해 요소가 있는 사건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을 하면서 느끼는 갈증은 추가적인 자료조사로 이어진다. 권 조사관은 “사건들이 늘 새롭기 때문에 판례도 찾아보고 관련 논문도 본다”며 “보고서를 쓰면서 ‘이게 맞는 걸까’라는 의심이 들면 자연스럽게 고민하고 공부하게 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업무를 통해 얻는 보람도 크다. 권 조사관은 “사건 해결 여부와 관계없이 본인 얘기만 들어줘도 애써줘서 고맙다고 하는 진정인들이 많다”며 “개인 변호사로 일한다면 자기 윤리와 충돌하는 일을 하게 될 때도 있지만 인권위에서 현재 맡고 있는 업무는 ‘왜 이 일을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일련의 과정들이 우리 사회의 인권 신장에 보탬이 되고 있다고 생각할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도 넘은 감염자 신상 털기… ‘이웃 불신증후군’으로

    도 넘은 감염자 신상 털기… ‘이웃 불신증후군’으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L(43)씨는 이 일로 온 가족이 크게 곤욕을 치렀다. 단지 운이 나빠 브라질 출장 중 모기에 물렸을 뿐인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무분별한 신상 털기가 이뤄졌고, 급기야 자녀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있었던 ‘신상 털기, 낙인찍기, 따돌리기’가 어김없이 재현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18일 “첫 번째 환자는 물론 그 부인까지 역학조사와 바이러스 검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줬고, 전파 가능성이 낮은데도 정부의 요청에 전남대병원 1인실에 입원까지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환자의 입원 소식이 전해진 날 전남 지역의 각종 ‘맘(mom) 카페’에는 지카바이러스 환자가 전남에서 발생했으니 모두 조심하라는 내용의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지카바이러스는 사람 간에 전파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믿을 수 없다’, ‘전남대병원에 진료 예약을 했는데 취소해야 하는 거냐’는 문의글도 수십건 눈에 띄었다. 피해자인 환자에게 감염병 낙인을 찍는 도 넘은 이기주의는 지카바이러스라고 다르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의 다른 관계자는 “지카바이러스는 모기 매개 감염병인데도 사람 간 감염될 수 있다며 환자를 죄인 취급하니 환자의 협조를 얻어 방역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메르스 사태 이후 지카바이러스 환자가 거쳐간 1차 의료기관 명단까지 모두 공개하고 있지만 손해를 본 의원과 왕따를 당한 환자를 지켜 주지 못해 국민의 알권리와 개인의 보호받을 권리 사이에서 어떤 판단을 해야 할지 고민될 때가 많다”고 밝혔다. 첫 번째 환자가 다녀간 동네 의원은 의심환자 신고를 사흘간 지연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카바이러스 환자가 오면 병원명이 공개되고 이 의원 사례처럼 자칫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는 데다 병원이 마치 ‘오염 지역’인 것처럼 인식되다 보니 동네 의원들은 점점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만약 동네 의원들이 발열·발진 환자를 보지 않고 돌려보내면 신종감염병 대응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메르스 사태 당시 낙인찍기에 시달렸던 의료진도 저마다 마음의 상처를 얻었다. 송주영 강동경희대병원 인공신장실 간호사는 “메르스 당시 교대 근무를 마치고 새벽에 퇴근할 때는 방역 문제 때문에 다른 간호사들과 함께 구급차를 이용했는데 혹시 이웃이 우리 가족을 따돌리거나 이상하게 보진 않을까 걱정돼 집에서 좀 떨어진 한적하고 어두운 곳에 내려 집까지 걸어가곤 했다”고 말했다. 조영중 국립중앙의료원 당뇨내분비센터장은 메르스 대응 백서에서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어린 자녀를 둔 의료진은 유치원, 학교, 거주지, 주변 사람들이 감염원처럼 취급하는 시선에 힘들어했고, 심지어는 신원이 노출된다며 언론과의 인터뷰조차 사양했다. 참 참담한 현실이었다”면서 “나중을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가 한번쯤 고민해 봐야 할 일”이라고 적었다. 메르스 낙인찍기는 이웃사촌 간에 ‘불신증후군’을 퍼뜨리며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반대로 환자를 감싸고 의료진을 격려하는 따뜻한 이웃도 적지 않았다. 강동구 주민들은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을 위해 강동경희대병원에 응원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창문이 막힌 구급차로 병원과 집을 오가다 보니 바깥소식을 전혀 알 수 없었어요. 어느 날 현수막이 붙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고 내다봤죠.” 송 간호사는 그때가 가장 뭉클한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엄마 목소리는 아이 두뇌 발달 영양제

    최근 스마트폰 중독 증상을 보이는 아동 연령이 3~4세까지 낮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줬다. 실제로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을 빼앗고 엄마와 대화 시간을 더 많이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행동과학 및 정신과 대니얼 에이브럼스 교수와 신경과학과 비노드 메논 교수는 엄마 목소리가 아이들 뇌의 다양한 부위를 자극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미 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기초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16일자에 발표했다. ●타인 소리보다 다양한 뇌 부위 자극 엄마 목소리가 영유아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는 많았지만 신경을 자극해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직접 측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지능지수(IQ) 80 이상의 정신장애가 없는 건강한 7~12세 어린이 24명을 대상으로 엄마 목소리와 다른 사람 목소리를 들려주면서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를 촬영했다. 일반적으로 같은 또래의 지능지수 분포와 비교했을 때 IQ 80~120 범위에 들면 ‘보통’으로 본다. 연구팀은 어린이에게 3가지 단어 조합을 녹음해 1분 동안 들려준 결과 97% 이상의 아이들이 엄마 목소리와 타인 목소리를 구분했으며 뇌 활성화 부위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타인 목소리를 들으면 뇌의 청각 영역만 자극받는 데 반해 엄마 목소리를 들으면 청각 영역뿐만 아니라 사고 영역, 정서 영역 등 다양한 부위의 뇌 영역이 자극된다는 것을 연구팀은 발견했다. ●성적·사회적 관계에도 긍정적 연구팀은 아이들이 엄마와 대화하는 시간과 학교 성적, 사회적 관계 등도 조사했는데 엄마와 대화 시간이 긴 아이일수록 학교 성적이 좋고 다른 사람과 사회적 관계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브럼스 교수는 18일 “목소리는 대인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최근 스마트폰 등 스마트기기 사용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대화가 줄었다”며 “특히 엄마와 상호작용이 중요한 영유아의 경우 대화가 줄면 아이들 두뇌 발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리우행 자신감

    네덜란드 3-0 완파 1승1패 김연경 24점·박정아 활약 “공수 완벽”… 오늘 일본전 11번째 올림픽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리우행 막차 경쟁에서 귀중한 첫 승을 올렸다. 이정철(IBK기업은행)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5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세계 예선 2차전에서 네덜란드를 3-0(29-27 25-23 25-21)으로 완파했다. 전날 이탈리아에 패한 뒤 1승1패가 된 대표팀은 17일 오후 7시 5분 홈팀 일본을 상대로 승수쌓기에 나선다. 세계 랭킹 9위인 한국은 이탈리아(8위), 네덜란드(14위), 일본(5위), 카자흐스탄(26위), 페루(21위), 태국(13위), 도미니카공화국(7위) 등 8개국이 출전한 이번 세계예선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선 최소 4승을 거둬야 한다. 대표팀은 14일 1차전에서 해 볼 만한 상대로 여겼던 이탈리아에 1-3으로 져 부담감이 컸지만 이날 더 버거운 상대인 네덜란드를 꺾으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대표팀은 1차전 패배 탓인지 1세트 초반에는 경직된 모습을 보이며 2-5로 끌려갔다. 분위기를 살린 것은 역시 ‘에이스’ 김연경(28)이었다. 김연경은 서브 에이스를 연달아 꽂아넣어 순식간에 8-5로 전세를 뒤집은 데 이어 1점 뒤진 23-24 상황에서도 네덜란드를 듀스로 끌고 들어갔다. 듀스 접전 끝에 한국은 1세트를 따낸 뒤 2세트 줄곧 2~3점 리드로 승기를 예감할 수 있었다. 자신감이 붙은 대표팀은 김연경의 시간차 공격 등 다양한 공격을 이어가며 20-16까지 점수를 벌렸다. 이 감독은 네덜란드가 연속 득점하거나 한국이 실책을 할 때마다 작전타임을 불러 상대에게 흐름이 넘어가는 것을 막았다. 24-23으로 추격을 허용하고도 2세트마저 가져온 한국은 3세트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 갔다. 3세트 18-18 동점 상황에서 원포인트 서버로 투입된 대표팀 막내 강소휘(18·GS칼텍스)는 깔끔하게 서브에이스를 꽂아넣어 사실상 승부처에서 주연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감독은 “첫 경기를 원활하게 풀지 못해서 상당히 어려웠는데 공수 모든 면에서 완벽한 경기를 했다”면서 “김연경이 주장 역할을 해줬고 신장이 높은 네덜란드팀에 대비해 박정아(23·기업은행)를 투입한 카드가 주효했다”고 말했다. 두 팀 통틀어 가장 많은 24득점을 올린 김연경은 “이탈리아에는 졌지만 경기 내용면에서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네덜란드와 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포토 다큐] 태양의 후보생

    [포토 다큐] 태양의 후보생

    ‘군인=남성’의 공식이 깨진 지 오래다. 매년 250명을 뽑는 여대 학군단(ROTC:Reserve Officers’ Training Corps)의 경쟁률은 6대1에 육박한다. 11월엔 숙명여대와 성신여대에 이어 이화여대에 세 번째 여대 학군단이 창설된다. ‘여군 1만명 시대’를 앞두고 대한민국 최초의 여대 학군단인 숙명여대 217학군단을 찾았다. “충성! 교육 집합 인원 보고!” 오전 8시 20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는 학군단의 군사학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 교실에서는 전투복을 입은 55기(4학년)가, 다른 교실에서는 단복을 입은 56기(3학년)가 형광색 펜으로 밑줄을 그어 가며 진지한 표정으로 수업에 임했다. 일주일에 주말을 제외한 사흘은 조조체력단련으로 하루를 열고 나머지 이틀은 이날처럼 단복을 입고 군사학 수업을 듣는다. 각 잡힌 제복과 베레모, 한 손에는 007가방. 캠퍼스를 걸으면 많은 학생 속에서도 단연 눈에 띈다. 최도윤(55기·사회심리학과) 후보생은 “단복을 입으면 더 조심스럽긴 하지만 일반 여대생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며 ‘화장품’을 예시로 들었다. “다만 후보생들은 위장크림은 A사보다 B사가 발림이 더 좋고 빨리 안 굳는다는 등의 이야기를 더하죠.” 안보 관련 뉴스를 접하면 ‘선배들은 이번 외박도 통제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훈련 들어간 친구들을 걱정하는 자신을 볼 때 일반 여대생과 조금 다르다고 느낀단다. 딱딱해 보이는 007가방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한 후보생의 가방을 열자 여느 여대생처럼 핑크빛 물품들과 화장품이 있다. 그 사이로 보이는 생소한 물건 하나. 근력에 도움이 된다는 닭가슴살 도시락 통이다. 많은 후보생의 관심사는 단연 체력이다.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더욱 독하게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지원(55기·체육교육과) 후보생은 ‘20㎏ 완전군장을 한 채 마친 행군’을 잊지 못한다. “탈진하는 남후보생들도 있었는데 여후보생들은 낙오자 없이 행군을 마쳤어요. 일부 남후보생이 ‘여후보생들도 정말 똑같은 군장을 멘 게 맞느냐’며 ‘선두였던 여후보생들이 잘 이끌어 줘 행군을 마칠 수 있었다’고 했을 때 뿌듯했죠.” 여후보생 개개인의 의지는 군사종합훈련에서 빛을 발했다. 2012년 군사종합훈련부터 여대 학군단은 화생방과 통신장비, 개인화기 등의 과목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하는 등 계속 상위권을 지켰다. 학군단에 있는 족구동아리도 여대 학군단만의 색다른 노력이다. 군대 필수 운동종목인 족구를 통해 부대 생활을 예습한다. 이들의 지원 동기가 궁금하다. 장기복무를 희망하는 김진희(56기·체육교육과) 후보생은 “현재 중사로 복무 중인 오빠와 함께 6·25참전용사인 할아버지의 뒤를 잇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예은(56기·정치외교학과) 후보생은 여성 군사안보 전문가를 꿈꾼다. “정치외교학과에 재학하면서 국방·안보 분야에 관심이 생겼는데 국내에는 실무를 바탕으로 한 여성 군사안보 전문가가 거의 없더라고요. 정훈장교 복무 후 대학원을 이수해 군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기관에서 연구원이나 실무자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여대 학군단을 바라보는 안 좋은 시선과 편견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 임솔이(55기·아동복지학부) 후보생은 “싫어하는 마음을 막을 수는 없다”며 자신의 역할에 대해 “그들이 우리를 더 싫어하지 않도록 본분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창 자신을 화려하게 꾸밀 나이에 스스로 전투복과 단복을 입은 여대생들. 취재 중 들리는 ‘까르르’ 웃음은 영락없는 20대 여대생이었지만, 그녀들의 의지와 목표는 누구보다도 견고했다. 조금 특별한 꿈을 꾸게 된 이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글 사진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단독] 정운호 브로커, 전북 조폭 도움받고 도피 의혹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정 대표의 항소심 변호를 맡았던 최유정(46·여) 변호사를 구속한 데 이어 이번 주 중 검찰 쪽 ‘로비 통로’로 지목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57) 변호사를 불러 조사한다. 그러나 정 대표 측 브로커로 사건의 전모를 밝힐 핵심인물로 꼽히는 이모(56)씨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검찰은 이씨가 전북 전주지역 폭력조직의 비호를 받고 있는 정황을 잡고 이쪽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15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12월 29일 정 대표의 항소심 재판을 맡았던 임모 부장판사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법조계 로비 의혹의 중심에 섰다. 홍 변호사를 정 대표에게 소개시켜 준 것도 이씨로 알려져 있다. 이씨는 홍 변호사의 고등학교 1년 후배다. 검찰은 브로커 이씨가 주변 인물들의 비호를 받으며 전주 인근에 은닉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한 유명 가수의 동생이 자신을 서울 수서경찰서에 사기 혐의로 고소하자 주소지를 서울 강남에서 아무 연고도 없던 전주로 급히 옮겼다. 주소지는 8년여 전부터 알고 지내던 A씨 집으로, A씨는 폭력조직 범서방파와 연루된 인물로 알려져 있다. A씨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이씨가 ‘편의를 봐달라’기에 주소지를 옮겨준 것은 맞다”면서도 “(이씨가) 시간을 벌어서 고소인과 합의를 하려고 한 것이지 (내 도움을 받는 등) 다른 뜻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이씨는 잠시 우리 집 2층에서 지내다 정 대표 사건이 불거진 지난 3월 이후 자취를 감췄다”면서 “이후엔 2주에 한 번꼴로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어 자수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이번 달 들어 끊긴 상태”라고 말했다. 검찰도 A씨에게 이씨의 소재지를 추궁했지만 뚜렷한 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 이씨가 갖고 있던 통신장비 제조업체 P사에서 본부장을 지낸 B씨가 도피를 돕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B씨는 20여년 넘게 이씨의 개인 비서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와 경찰 사이의 연루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씨는 전주로 주소지를 옮긴 직후 전북지방경찰청을 방문해 청장과 기념촬영을 했다. 검찰이 이씨의 소재 파악을 위해 경찰 측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건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최 변호사가 9일 전주의 한 병원에서 체포되면서 검찰 수사 전 두 사람이 입을 맞추려 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 변호사는 전주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법원 근무도 했지만 급박한 순간에 전주를 찾은 것은 ‘지역 연고’ 외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최 변호사와 브로커 이씨 사이에 최 변호사의 측근인 또 다른 브로커 이모(44)씨가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면서 “혼자서 도피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이씨의 비호 세력에 대한 수사도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부모님 살린 경찰들

    부모님 살린 경찰들

    “지난달 순찰 중에 상습 주취자를 발견해 병원에 입원시켰는데 알고 보니 최근에 간 이식수술을 받았던 환자더군요. 제가 어머니께 간 이식을 해 드렸던 이야기도 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소중한 생명을 술로 포기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설득했어요.” 충남 논산경찰서 연무지구대 소속 곽성민(왼쪽·33) 순경은 경찰관이 되기 전인 2006년 간암으로 투병하던 어머니께 간을 공여했다. 2014년 첫 근무지로 충남 논산에 배치됐지만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전북 전주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곽 순경은 “가족 중 큰누나와 나만 어머니와 조직이 일치했다”면서 “아직 결혼을 안 한 누나의 몸에 흉터가 남는 것보다 남자인 내가 나서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며 멋쩍은 듯 웃었다. 경찰청은 ‘가정의 달’을 맞아 15일 “효를 실천해 동료 경찰관에게 본보기가 됐다”며 곽 순경을 비롯한 22명의 경찰관을 ‘효행 경찰’로 선정, 경찰청장 장려장을 수여했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전국의 효자, 효녀 경찰을 추천받아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경찰청은 설명했다. 이날 장려장을 받은 전북청 소속 김도언(오른쪽·23) 수경도 지난 2월 만성신부전증으로 고생하던 아버지를 위해 휴가를 내고 자신의 신장 하나를 제공했다. 전북 임실경찰서 정승현(46) 경사 역시 6남 2녀 중 일곱째임에도 혈관이 막혀 손발이 괴사하는 ‘버거씨병’으로 하지를 절단한 아버지와 중풍으로 쓰러진 어머니를 묵묵히 수발하고 있다. 한편 강신명 경찰청장은 최근 85세 이상 노부모를 모시는 경찰청 직원 17명과 오찬을 하며 격려한 바 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단독] 정운호 브로커 이씨, 전북 조폭 도움 받고 도피 정황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정 대표의 항소심 변호를 맡았던 최유정(46·여) 변호사를 구속한 데 이어 이번 주 중 검찰 쪽 ‘로비 통로’로 지목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57) 변호사를 불러 조사한다. 그러나 정 대표 측 브로커로 사건의 전모를 밝힐 핵심인물로 꼽히는 이모(56)씨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검찰은 이씨가 전북 전주지역 폭력조직의 비호를 받고 있는 정황을 잡고 이쪽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15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12월 29일 정 대표의 항소심 재판을 맡았던 임모 부장판사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법조계 로비 의혹의 중심에 섰다. 홍 변호사를 정 대표에게 소개시켜 준 것도 이씨로 알려져 있다. 이씨는 홍 변호사의 고등학교 1년 후배다.  검찰은 브로커 이씨가 주변 인물들의 비호를 받으며 전주 인근에 은닉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한 유명 가수의 동생이 자신을 서울 수서경찰서에 사기 혐의로 고소하자 주소지를 서울 강남에서 아무 연고도 없던 전주로 급히 옮겼다. 주소지는 8년여 전부터 알고 지내던 A씨 집으로, A씨는 폭력조직 범서방파와 연루된 인물로 알려져 있다.  A씨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이씨가 ‘편의를 봐달라’기에 주소지를 옮겨준 것은 맞다”면서도 “(이씨가) 시간을 벌어서 고소인과 합의를 하려고 한 것이지 (내 도움을 받는 등) 다른 뜻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이씨는 잠시 우리 집 2층에서 지내다 정 대표 사건이 불거진 지난 3월 이후 자취를 감췄다”면서 “이후엔 2주에 한 번꼴로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어 자수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이번 달 들어 끊긴 상태”라고 말했다.  검찰도 A씨에게 이씨의 소재지를 추궁했지만 뚜렷한 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 이씨가 갖고 있던 통신장비 제조업체 P사에서 본부장을 지낸 B씨가 도피를 돕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B씨는 20여년 넘게 이씨의 개인 비서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와 경찰 사이의 연루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씨는 전주로 주소지를 옮긴 직후 전북지방경찰청을 방문해 청장과 기념촬영을 했다. 검찰이 이씨의 소재 파악을 위해 경찰 측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건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최 변호사가 9일 전주의 한 병원에서 체포되면서 검찰 수사 전 두 사람이 입을 맞추려 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 변호사는 전주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법원 근무도 했지만 급박한 순간에 전주를 찾은 것은 ‘지역 연고’ 외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최 변호사와 브로커 이씨 사이에 최 변호사의 측근인 또 다른 브로커 이모(44)씨가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면서 “혼자서 도피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이씨의 비호 세력에 대한 수사도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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