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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작시집 「눈사람」출간 최승호씨(인터뷰)

    ◎“자아의 결박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소망 노래” 「거대한 변기의 세계관」에서 「눈사람의 언어」로. 시인 최승호씨가 신작시집 「눈사람」(세계사)을 펴냈다.지난 시기 그의 시에 출몰하던 변기,오물 등 욕망의 찌꺼기 같은 언어 대신 눈사람으로 대표되는 물의 이미지가 새로 나타났다. 〈눈사람이 녹는다는 것은/눈사람이 불탄다는 것,/불탄다는 것은/눈사람이 재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시냇물/하얀 재 흐른다/눈사람들이 둥둥둥 물북을 치며/강으로 바다로 은하수로 흘러간다/흘러간다는 것은/돌아간다는 것,/돌아간다는 것은 그 어디에도//오래 머물 수 없다는 것>(「눈사람의 길」에서) 『이번 시집의 「얼음의 자서전」같은 시에도 썼지만 그간 내 속에 「얼음의 성」이 켜켜이 쌓여 나를 가둬왔어요.이같은 자아의 결박에서 풀려 자유로워지고 싶은 소망으로 견고하지만 녹아버릴 운명의 눈사람을 택했지요』 지은이는 어느 때 보다 불교적 색채가 강한 것으로 이번 시집을 자평한다.있으면서 곧 없어질 눈사람은 곧 색즉시공이 가리키는 허무와맞닿기 때문. 『맺힌 것이 풀리는 노래를 쓰면서 무엇보다 내 자신이 더없이 편안해졌다』는 그는 『허무와 풀림의 문제를 좀더 붙들고 늘어지기 위해 노자·장자를 다시 꺼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손정숙 기자〉
  • 안기부/서울대서 취업 설명회

    ◎우수자원 확보… 오늘 창설이후 처음/학생회측도 “의미있는 일… 거부 않겠다 국가안전기획부가 창설이래 처음으로 28일 서울대에서 취업설명회를 갖는다.서울대가 학생운동의 중심역할을 해온 현실에 비추어 이례적이다. 문화관 소극장에서 열리는 설명회는 「21세기 정보화시대의 주역을 찾습니다」라는 모토에서도 나타나듯 급증하는 해외정보인력의 수요를 감안,우수한 정보자원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대기업 엘리트사원 수준의 봉급과 해외근무·해외유학의 특전 등 매력적인 조건도 내걸었다. 안기부는 문민정부가 출범한 지난 93년이후 민주화추세에 맞춰 이미지쇄신작업을 펴왔다.상당수 대학에서 취업설명회를 갖고 소개책자도 돌렸다.일간지에 직원채용광고를 내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지원자가 꾸준히 늘어 지난해 경쟁률은 1백 대 1을 넘었다.「국민의 정보기관」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로 자리를 잡아가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안기부는 지난달 2일 부산대를 시작으로 다음달 13일까지 13개대에서 취업설명회를 잇달아 갖는다. 서울대 총학생회측은 『안기부가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서울대에서 취업설명회를 갖는 것 자체는 나름대로 의미있는 일로 평가하며 총학생회 차원에서 막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김환용 기자〉
  • 마음의 평정 추구한 2권의 에세이집

    ◎법정스님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한승원씨 「키작은 인간의 마을에서」/무속·인연의 소중함 등 불교적 지혜 가득 다투고 불화했던 주변의 사람들에게 한번쯤 너그러운 자비심을 품어볼법한 석가탄신일(24일)에 맞춰 욕심없는 조촐한 마음과 명상을 통해 불교적 지혜를 가다듬어 보여주는 두권의 수필집이 나왔다. 법정스님의 명상에세이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샘터)와 작가 한승원씨의 전작산문집 「키작은 인간의 마을에서」(고려원)가 그것.숨막히는 경쟁사회에서 강바람같은 청량제로 나란히 다가온다. 「새들이…」는 그간 「버리고 떠나기」「텅 빈 충만」「무소유」 등 여러 수필집에서 속세의 티끌이 묻지않은 청정한 말씀으로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던 법정스님의 신작.지난 92년 송광사 불일암을 떠나 강원도 산중의 오두막에 은거한 뒤의 기록들을 묶었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산중에서 스님의 시선은 대자연을 향해 활짝 열린다.출입을 못할만큼 쌓이는 눈이 있는가 하면 얼음장 밑으로 봄을 몰고오는 시냇물이 흐르고 돌배나무와 산자두가 눈뜨면 금새 태풍의 영향으로 개울물이 붇는 한여름이다.천태만상으로 변화하는 대자연속에 난과 차향기를 벗한채 스님은 아무의 방해도 없고 집착도 지닌것도 없는 행복을 말한다. 이에 견줘 「키작은…」은 「불의 딸」「아제아제 바라아제」 등 곰삭은 토속정서와 불교정신 사이를 오가는 작품을 써온 작가 한씨의 「삶의 고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 글속에 하나씩의 삽화로 등장하는 어머니,한씨의 스승인 동리선생,마을의 칠장이 등은 한결같이 작가에게 좋은 인연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해준다.작가가족을 이룬 딸 한강씨와 아들 한동림씨에겐 작가수업의 고단함을 「자기몸에 옹이박기」로 비유하며 등단에 다급한 젊은 마음을 다독인다. 책의 서문에서 작가는 「마음비우기.그것은 얽매임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고,텅 빔(공)과 없음(무)의 상태에 이르게 한다.…(그것은) 원형질의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이고,해탈이며 마음의 가난」이라면서 자신의 삶은 이를 지향해갈 것임을 밝히고 있다.〈손정숙 기자〉
  • “「독립영화」 진수 감상하세요”/내일부터 연대동문회관서 그룹전

    ◎다큐 등 5개 부문서 50편 선보여/「다우징」·「포토라인」 등 화제작 눈길 상업주의에 오염된 영화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독립영화 제작자들이 주최하는 독립영화 축제마당이 열릴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오는 21일부터 5일간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열리는 「독립영화작가 그룹전 인디포럼96」. 비경쟁 축제형식으로 진행될 이 행사는 극영화·다큐멘터리·실험영화·애니메이션 등 독립영화의 다양한 흐름을 소개하는 자리로 상업성에 물들지 않은 독립영화작가들의 순수한 창작정신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독립영화는 영화라는 장르가 갖는 권력지향성이나 자본으로부터의 압박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일련의 움직임을 담은 영화.일본자본 대신 순수 우리자본으로 만들어진 나운규 감독의 「아리랑」(26년)을 출발점으로 하고있는 국내 독립영화는 전국에서 3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장산곶매의 「파업전야」(89년)에 이르러 그 정점을 맞는다. 이번 행사에는 「독립영화작가전」「독립영화단체전」「인디펜던트 다큐멘터리」「독립영화 신작·신인전」「독립애니메이션」등 5개 부문에 걸쳐 23명의 작가와 9개 독립영화단체가 참여,모두 50여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할만한 작품은 「다우징」(감독 김윤태),「탈­순정시대」(감독 이지상),「새가 없는 도시」(감독 곽용수),「동상이몽」(감독 홍성훈),「포토라인」(감독 문광석)등 5편. 한편 이번 행사에서는 작품상영과 별개로 독립영화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 세미나도 열릴 예정이다.〈김종면 기자〉
  • 신부전증 박재삼씨 15번째 시집 「다시 그리움으로」

    ◎노년의 허망함 아름다운 시로 노래/「노망」·「아득한 청산…」등 와병전 쓴 작품 모음/후배문인들 병원비 모금·시집 구매 줄이어 〈죽도록 부지런히 쓴다면/시를 쓰는 것은/돈과는 거리가 멀고/그러면서 그 짧은 행간에/짜릿한 공감을 심는 일은/늘 아득하기만 하네//그러나 청산은 아무 일도 안하고/늘 그 자리에 놓여 있건만/햇빛 하나는 잘 받아/그 이마가 빛나는/이 사실이 부럽네〉(「아득한 청산을 보며」전문) 신작시집 「다시 그리움으로」(실천문학사간)에 실린 이 시엔 박재삼시인(63)의 초상이 여러겹으로 어른거린다.커다란 설움의 못에서 올올이 아름다운 서정시를 길어낸 시인은 안정된 생활보다는 사람과 술을 더 좋아한 영락없는 나그네였다.시만 써서는 도저히 생활이 안되는 현실에서 그는 시를 평생의 주업으로 택했다.「현대문학」과 「대한일보」등을 떠돌며 잠깐씩 밥벌이도 했지만 돈과는 늘 거리가 먼 삶이었다.지난해 가을 신부전증이 덮쳤을때도 가난은 그를 꼼짝없이 쓰러뜨릴 판이었다. 박시인이 자리보전에 들어간지 어느덧 반년.몇차례의 위독한 혼수를 겪으며 금방이라도 훨훨 세상을 등질것 같았던 시인은 그러나 지금 빠른 회복세로 돌아서 있다.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정시인 한명을 잃을 수 없다는 동료·후배 문인들이 병원비 마련을 위한 모금운동에 발벗고 나선것.서벌·노향림시인이 주도,초반 아는 이들끼리의 성의표시로 시작한 모금은 뜻밖에 범문단차원으로 번졌다.두달여간 문인 3백여명이 참여,3천여만원이 모였다.주도한 측에서도 『박시인의 인덕이 이정도인줄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때맞춰 열다섯번째 시집이 되는 「다시 그리움으로」도 나왔다.박시인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고자 하는 문인들의 예약구매로 박시인이 쓰러지기 직전까지 썼던 시편들을 묶은 이 시집은 발간도 되기전 2천여권이 팔려나갔다. 이번 시집엔 늙어가고 잊혀지는 허망한 심사를 토로한 짧고 간결한 시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그러나 주제야 어찌 변했건 「서정주이래 가장 아름다운 토종 서정시인」의 정감어린 감성은 작품곳곳에 묻어난다. 〈가만 있거라 보자./자네가 누구시더라./말은 그렇게 해놓고도/한동네에 살면서 그 노인은/언뜻 떠오르지 않아서 답답하던/그때의 내 젊은 혈기였는데./이제는 그것이 어느새/세월이 흘러흘러/내게로 왔다네.//가령/방에서 마루로 나올 때는/무얼 하러 나왔건만/뜰에 환히 라일락꽃이 핀 것에/그만 정신이 팔려/잊고 마는 이 로망을 어쩌지.〉(「로망」전문) 지난 24일 박시인의 묵동집에선 3차 모금기금 전달식이 조촐히 열렸다.최근엔 하루에 한 차례씩 마당산보도 할 정도로 호전됐다는 박시인은 좀 기운없어 보이긴 했지만 오랜만에 맑은 눈빛으로 방문객들을 반갑게 맞았다.그들은 『별것아닌 일로 소란을 피워 미안하다』며 씩 웃는 박시인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손정숙 기자〉
  • 소설가 이청준(작가를 찾아:6)

    ◎“문학은 「불쟁의 멋」을 먹고 자라는 괴물”/70∼80년내 검열 피하려다 내 글도 복잡해져/현실이 험악할수록 문학이 꽃피는 덴 유리/신작 「축제」는 치매로 세상 떠난 팔순모모 초상치른 애기/창작의 고통은 천형 같아… 판소리 동화로 풀어쓰며 소일 그가 곁에 있다.그러나 어느 순간 저만큼 가 있다.분명히 함께 얘기하고 있었는 데….그러나 갑자기 야릇한 미소로 입꼬리를 치켜올리는 그.그와의 대화는 역광으로 거멓게 죽은 사진속 얼굴을 알아보는 일처럼 애를 닳게 만들었다.건너야 할 못이 왜그리 깊은지.「병신과 머저리」에서의 형,「이어도」의 천기자,「눈길」의 노인….자기 소설속의 주인공처럼 작가 이청준은 아무리 작은 일에도 허투루속을 내주지 않았다.그의 소설을 읽을 때처럼 그와의 대화도 꼬인 미로를 찾듯 양파껍질 벗기듯 진행됐다. 아파트1층에 자리잡은 이청준씨의 거실에선 베란다 창을 통해 만개한 4월의 백목련이 내다보였다.나른한 봄의 적막.이게 거추장스러운 듯 그는 슬며시 먼저 말을 꺼냈다.첫화제는 역시 신작 「축제」.소설을 쓰는동안 임권택감독이 영화화를 병행했다 해서 말그대로 화제가 됐던 작품.영화개봉일에 못미칠세라 그는 4월중순까지 꼼짝없이 원고에 매달렸었다. ○「서편제」멤버 재집결 『재작년 연말 우연히 임감독을 봤어요.인젠 유행을 좇아다니기보다 인생을 정리해보는 영화를 해야 겠다더군요.지나가는 말로 그해 11월 팔순노모 초상치른 얘기를 했는 데 이사람이 흥미를 보이더라구요.어머니를 두번 장사지내게 될 것 같아 껄끄러웠지요.한데 임감독이 「죄짓는 일 않겠다」해서…』 제법 알려진 얘기지만 작가의 노모는 말년에 치매를 앓았다.마침 임감독의 노모도 치매로 고생중이었다.작년 나온 작가의 「할미꽃은 봄을 세는 술래란다」는 치매노인의 죽음을 손녀딸의 눈으로 아름답게 그려본 동화.이를 테마로 육상효가 시나리오를 쓴 오정해 주연의 영화가 크랭크인했다.이래저래 「서편제」의 멤버들이 다시 모인 셈. 『영화와 조절을 해야 했기에 작품도 시간순으로 죽 써내려갈 수 없었지요.그래서 편지형식을 택했어요.임감독에게 매번 편지로 자료를주는 거지요.영화진도에 맞춰 보충도 할 수 있고 먼젓번 글에 해석도 달 수 있게끔 말이에요』 아버지를 일찍 여읜 작가에게 어머니는 곱건 밉건 유일한 근원이었다.지독한 가난의 부끄러움,게자루를 짊어진채 찾아든 친척집,젖은 속옷을 몰래 말리는 열적음….작품에 나타나는 이같은 사연들이 모두 어머니 체험의 변형이다.그는 늦게 어머니에게 빚이 많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축제」엔 노모의 중요한 패물로 비녀가 나와요.시집올 때부터 간수해온 이 비녀를 잃어버리곤 어머니는 걷잡을 수 없이 치매에 빠져들지요.한평생 부끄러움을 걸어잠근 이게 없어지면서 삶의 빗장이 풀려 그만 정신이 흩어져버리는 겁니다』 어머니의 물림인 부끄러움은 그에게서 섬세한 자의식으로 개발됐다.이 희귀한 자의식은 그 우울하던 70˘∼˘80년대 그를 당대의 대표작가로 만들었다.당시 그는 고도의 우회를 통해 시대를 꼬집은 지적인 작품들을 썼다.「소문의 벽」「비화밀교」「당신들의 천국」같은. ○실존과 사회 화해 모색 『억압이 심한 사회일수록 우화가 성하는법입니다.검열을 피하려니 내 소설들도 알게 모르게 복잡해졌어요.안된 말이지만 그런 점에서 현실이 험악할수록 문학이 꽃피는 데 유리하다는 말도 수긍이 갑니다.문학이란 불행의 멋을 먹고 자라는 괴물이지요』 의사소통의 기초인 말이 사람들사이에 혼선을 일으키는 현실을 비꼰 「언어사회학 서설」연작도 당시의 작품이다.그런가하면 이때 그는 응어리진 한을 소리를 통해 해원하려는 「남도사람」연작도 썼다.이청준의 가장 아름다운 단편에 속하는 「선학동 나그네」「서편제」가 여기 들어있다.두 연작은 마지막 단편에서 하나로 합쳐져 실존과 사회와의 화해를 꾀한다.그렇지만 이는 모두 지난 연대의 작품 아닌가. 인터뷰도중 초인종이 울리고 20대 여성 가스검침원이 찾아들었다.그는 작가집의 계량기를 체크하곤 집주인의 이름을 확인한다. 『이…창준이요? 그게 아니라 이청준이라구요』 영화 「서편제」쯤은 봤겠지만 그는 원작자인 작가를 알지 못하는 듯 했다. 작가 스스로 『이젠 많이 행복해진 것 아니냐』고 하는 시절,사람들이 점점 문학을읽지않는 요즘,작가는 아직도 화해를 모색하는 소설을 쓸까.그렇지 않으면 다른 관심사가 있는지.그는 넌지시 웃었다. 『20∼30대 때는 고전을 읽을 때「이것밖에 못했어? 난 이보다 나은 글 쓸 수 있을거야」했지요.그런데 나이들수록 소설쓰기가 고통스러워지더군요.창작에 따르는 노동이 어떨 때는 천형 같아요.그래서 긴 글을 탈고한 요즘은 한박자 쉴겸 아이들 글을 쓰고 있어요.수궁가·흥보가 같은 판소리 다섯마당을 동화로 풀어보는 거지요.판소리는 들을 수록 예술형태로 보태고 뺄 것이 없는 데 이를 모르는 이들이 너무 많아요.이 좋은 것을 누리게 하려면 어릴 때부터 접촉하도록 해줘야 합니다』 완벽주의자답게 성기지만 멈추지 않고 그는 작업계획을 세워간다.그런걸 보니 「고통」을 말하지만 이 대작가가 쉽게 붓을 놓을 성 십지는 않다. ○“판소리는 완벽한 예술” 작가의 집을 나서자 기우는 햇살이 따가웠다.어두운 실내에서 나온 탓인지 흐린 빛에도 금새 눈이 시렸다.이 시린 햇빛을 말한 작가의 작품 「눈길」이 있었다.집안이 망해 다섯칸집을 팔아야 했던 어머니.도시에 유학중이던 중학생 아들은 눈치를 채고 귀향한다.하지만 어머니는 아무일도 없는 듯 돌아온 아들을 그집에서 밥먹이고 재운다.새주인에게 사정해 하루 집을 빌린 것.이튿날 새벽 눈길을 걸어 아들을 차부에까지 바래다 주고 돌아오다 마을어귀에서 주춤하는 어머니.더이상 돌아갈 집이 없어서가 아니다.햇살이 너무 눈에 시려서,시린 눈에 맑간햇살이 너무 부끄러웠기 때문이라는 것.『이청준이 아니라 그의 고향과 어머니가 썼다』는 어떤 이의 이 작품에 대한 평가가 얼마나 적절한지 몰랐다.〈손정숙 기자〉 □연보 ▲1939년 전남 장흥군 대덕면 진목리에서 출생 ▲6세때(44년)막내동생과 맏형,8세때(46년)아버지 등 유년시절 잇단 가족의 죽음을 체험,심층정서에 큰 흔적이 남음 ▲광주서중(54년)광주일고(57년)졸업.서울대 독문과(60년)입학 ▲대학 1학년때 겪은 4·19는 그의 문학에 원형적 틀을 제공.평론가 김현과는 4·19세대의식으로 평생 긴밀한 문학적 연계. ▲4학년때 「사상계」신인문학상에 「퇴원」이 당선돼 등단(65년)졸업과 동시에 사상계 입사(66년)10여년간 근무 ▲대표작 「병신과 머저리」「별을 보여드립니다」「매잡이」「이어도」「당신들의 천국」「서편제」「눈길」「황홀한 실종」「잔인한 도시」「선학동 나그네」「새와 나무」「시간의 문」「비화밀교」「키작은 자유인」「인간인」 등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이산문학상 등 수상.
  • 뇌물에 약한 「경제검찰」/공정위 간부들 왜 이러나

    ◎금품·향응에 「직업윤리」 외면/기업과 접촉 잦아 유혹 많아 「경제검찰」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잇따른 뇌물수수사건으로 꼴이 말이 아니다.정재호 정책국장의 뇌물수수사건은 이종화 전 독점국장이 같은 혐의로 구속된 지 한달만의 일로,장관급기관으로의 격상을 계기로 심기일전해보려는 터에 재발해 충격이 더욱 크다. 공정위는 기업체와 접촉할 기회가 많아 부정의 소지는 항상 있다.경쟁시대를 맞아 기업이 가장 신경쓰는 곳이 공정위라는 말이 나올 정도여서 기업의 로비가 상대적으로 더 치열하다.직접 업무와 연관짓거나 최소한 보험드는 기분으로 뇌물을 주려는 유혹이 많을 수밖에 없다. 정국장의 경우 경쟁업체와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조선맥주 등 2∼3개 업체로부터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검찰을 보고 있다.지난 94년 경쟁국장으로 재직할 당시 조선맥주(하이트)의 「지하 1백50m의 1백% 암반천연수」란 광고와 관련,부당광고여부 조사위원장으로서 뇌물을 받고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검찰은 혐의를 두고 있다.공정위는당시 1백% 암반천연수는 인정하되 지하 1백50m에서 1백% 솟아나오는 것처럼 오인될 우려가 있다며 법 위반사실 신문공표와 2천만원의 과징금을 물리는 등 부분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이국장 구속사건 이후 당초 담당부서가 맡은 재신청사건업무를 다른 부서가 맡도록 하고 민원인으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일체 제공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직원윤리규정을 제정하며 고객만족행정개념을 도입키로 하는 등 제도개선 및 이미지쇄신작업을 펴왔다.그러나 결국은 제도로서 부정을 원천봉쇄할 수 없다는 점만 재확인한 셈이다.개개인이 청렴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나갈 수밖에 없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부끄럽기도 하고 앞으로 일하기도 어렵게 됐고 일할 맛도 안난다』면서 『깨끗한 전통을 확립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정위에 대해 검찰이 갖고 있는 곱지 않은 감정이 잇따른 고위직 구속의 한 배경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현행 공정거래법은 공정거래사범에 대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인정하고 있으나 검찰은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더라도 수사할 수 있도록 법개정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중진작가 김원일씨 체험 깔린 장편소설 1,2권 펴내

    ◎아우라지로 가는 길/자폐아 통해 본 세상/짧고 어눌한 문체로 IQ70의 인생유전 묘사/조직폭력배·에이즈·환경문제 등 두루 제기 중진작가 김원일씨(54)가 자폐아를 화자로 내세운 신작장편 「아우라지로 가는 길」1,2(문학과 지성사)를 펴냈다.우리 소설사에 자폐아를 다룬 작품자체가 많지 않은터에 의사표현도 제대로 없으리라고 막연히 알려진 자폐아 내면의 소리로 원고지 2천장분량을 끌어간 점이 단순히 소재의 이채로움을 뛰어넘는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 소설에는 실제로 자폐아 아들을 둔 지은이의 체험이 깔려있다.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가 장애인 장남을 둔 절망을 삭여 인류애와 인간구원에 대한 승화된 소설세계를 열었듯이 이 작품에서도 개인사를 순결한 문명비판으로 끌어올리는 작가의 힘이 빛난다. 『사실 제 신변사가 알려지는 것을 꺼렸습니다.세상 모든 이들이 다 나름의 상처를 안고 사는데 혼자만 큰 짐을 진듯 소란을 떠는것 같아서요』 자폐아의 의식을 통해 세상을 비춰보기 때문에 이 작품의 문체는 극히 짧고 어눌하다.비현실적,환상적인 색채마저 풍기는 극단문으로 그려내는 「의식의 흐름」은 고집스레 사실주의를 붙들어온 그간의 작품에 비기면 단연 파격이다. 주인공 시우는 IQ 70에 지나지 않지만 강원도 정선 아우라지 골짜기서 풍요로운 자연에 파묻혔던 청년.그러나 할리우드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과 정반대로 그에게는 우연이 거듭된 불행이 닥쳐온다.도회에서 온 한 고물장수의 꾐으로 지하공장에 팔려간뒤 온갖 비인간적 노동의 현장을 떠돌다 경기도 구리를 근거로 활동하는 조직폭력배 최상무파 일당에 포섭돼 패싸움끝에 죽을 고비까지 넘기는 것. 『시우는 비록 말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밑바닥을 흘러다니는 어리배기지만 누구보다 맑은 성정을 지녔어요.만약 농경시대에 태어났다면 자연을 닮은 순박한 그가 농사짓고 사는덴 아무 지장 없었을 겁니다.이 순수한 영혼을 자본주의의 가장 검은 찌꺼기인 깡패조직 한복판에 놓아 뚜렷이 대비시켜보고 싶었지요』 소설속엔 이 시우에게 자연의 뭇 생명가진 것들의 이름과 이치를 가르치는 아버지가 등장한다.전교조 해직교사인 그는 풍부한 인문적 교양과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으로 장애아에 대한 편견과 맞서는 이상주의자.이 인물에게서 독자는 지은이의 그림자를 읽어볼법도 하다. 『정도차는 있겠으나 소설의 일차적 소재는 어느 경우에도 작가의 체험이겠지요.책속에서 시우가 운동화끈 매는 장면,달걀껍질 까는 것 등이 사실적이라면 이 역시 체험에서 나온 산물이기 때문일 겁니다』 이 책은 또다른 이유로 독자를 놀라게 한다. 「노을」「불의 제전」「마당깊은 집」 등을 통해 분단과 이데올로기대립의 상처를 하염없이 물고 늘어졌던 김씨가 반세기를 뛰어넘어 95년의 사회에 돋보기를 갖다댄 것이다.모래시계,조직폭력배,삼풍백화점,지자제선거,에이즈,연변조선족 등이 신문기사처럼 오르내리고 장애인문제,노인문제,물질만능주의 세태,전교조문제,환경문제 등이 두루 제기된다. 또 평생 선굵은 「사나이」들의 세계만을 그려온 지은이가 모처럼 아기자기한 사랑얘기를 꾸리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미욱하지만지순한 시우는 인희엄마,미미,예리,경주 등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들의 공통적 애정의 대상이다. 지은이는 계간 「문학과 사회」에 연재됐던 「불의 제전」 전6권을 연말 펴낸뒤 『치매환자의 의식의 흐름을 통해 일제부터 현재까지의 민족사를 되짚는 소설을 써보고 싶다』고 계획을 밝혔다.〈손정숙 기자〉
  • 신한국 “개혁 뒷받침” 내부결속 강화/총선이후 당화합 어떻게

    ◎대권후보 논의는 내년으로 미뤄/중진들 내세워 지역별 위무작업/야와 대화 채비… 개원앞두고 선거앙금 해소 15대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신한국당이 당 안팎을 추스리는 작업을 구체화하고 있다.당내는 물론 여야간 화합과 골메우기를 위한 밑그림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총선기간 대결국면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개혁과 민생안정을 추진하려는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다.15대 국회구성을 앞둔 당 쇄신작업과도 무관치 않다. 이회창 전 총리는 13일 여의도 당사에서 중앙선대위의장 자격으로 가진 고별 인사말을 통해 국·실장들에게 『그동안 최선을 다한데 대해 보답해준 유권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면서 『단합된 모습으로 안정속의 개혁이라는 과제를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계속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강삼재 사무총장도 『고위당직자회의가 열리는 15일부터 당이 총선 비상체제에서 대표를 중심으로 한 정상적인 활동으로 들어갈 것』이라면서 『선거로 인한 깊은 골을 빨리 복원시키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총선을전후해 일부에서 제기된 계파간 갈등이나 알력의 가능성을 불식시키고 내부 결속과 단합을 강조한 대목이다. 구체적인 조치는 국회구성을 앞두고 단행될 당직개편에서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특히 공과를 둘러싼 잡음의 소지를 없애고 당력을 집중시키는데 지도체제 개편의 주안점을 둘 전망이다.같은 맥락에서 계파 색채가 뚜렷하지 않고 당내 여러갈래의 목소리를 통합 조정할 수 있는 원로급 인사가 당대표로 기용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차기대권에 관한 논의도 최대한 늦춘다는 복안이다.여권의 한 관계자는 『대권 후보에 대한 논의를 내년 상반기까지 유보하고 우선 문민 2기의 개혁작업을 뒷받침하는데 당력을 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총선결과에 따른 불협화음이 예상되는 곳을 중심으로 지역별 중진을 내세워 위무작업도 벌여나간다.당내 화합과 함께 여야간 대화를 위한 채비도 갖춰나갈 예정이다.오는 6월5일 소집될 개원국회를 앞두고 상호비방이나 흑색선전 등 총선 후유증을 조기에 추스리고 민생정치를 복원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한다는 것이다.협상창구를 원활하게 가동하기 위한 고위 당직자들의 경질도 포함된다. 강총장은 『총선용 총장으로서의 역할은 끝났다』고 스스로 사퇴의사를 밝히고 『식상한 인물대신 새 총장과 새 총무 등 변화된 지도부를 중심으로 선거의 앙금을 씻고 여야간 대화와 타협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국회가 개원하고 국회의장이나 부의장·상임위원장들이 내정될 때 『인물교체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박찬구 기자〉
  • 야권 체제정비 착수/국민회의­DJ,내일 당 쇄신방향 밝혀

    ◎자민련­17일 대대적 당직 개편 예정 여야는 이번주초 선거체제를 정상체제로 환원시켜 총선 결과를 평가하는 한편 앞으로의 정국운영 방안에 대한 의견수렴과 체제정비작업에 일제히 들어간다. 신한국당은 15일 김윤환 대표 주재로 고위당직자회의를 열어 총선 결과를 분석하고 5월 원 구성에 앞서 당 정비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여야의 상호 고소·고발사태 등 후유증과 지역주의 심화 등 부정적 측면에 대한 당 차원의 대처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회의는 오는 16일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당선자대회에서 김대중총재가 나서 이번 총선 결과를 평가하고 당 지도체제 정비 등 당 쇄신작업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김총재는 14일에도 일산자택에 머무르며 당3역 등 지도부 개편 및 앞으로의 정국운영방향 등에 대한 구상을 계속했다. 자민련은 오는 17일쯤 대대적인 당직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자민련은 50석을 확보한 제3당의 위상에 걸맞게 당 3역을 3·4선급 중진으로 실세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은 15일 김원기·장을병 공동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선거대책위를 열어 원내교섭단체 구성 실패에 따른 당의 활로를 논의하는 등 당체제 정비에 착수한다. 민주당은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판단,무소속 당선자의 영입을 추진하는 한편 실패할 경우 「무소속 연합」 형태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량승현·구본영 기자〉
  • 긴박의 DMZ­북 군사력과 한·미 대응

    ◎남침땐 역공… 북진 5단계 전략/북 정규군 340억 우세… 9개군단 전진 배치 대남 적화통일을 제1의 목표로 삼고 있는 북한은 한국전쟁 직후 꾸준한 군비증강을 통해 세계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군사력을 키워왔다.정규병력만 따져도 우리의 65만5천명보다 40만이 많은 1백4만명을 유지하고 있고 전차나 전투기·잠수함 등 각종 장비나 무기도 숫적으로 우리보다 절대적 우세에 있다.그러나 첨단장비보유 등 질적으로 한수 위인 한·미연합군은 북한의 남침에 대비한 작전계획에 따라 미국에서 증원되는 병력과 함께 북한의 도발을 조기에 격멸한다는 것으로 돼 있다. ▷군사력◁ ▲지상군은 인민무력부 예하에 4개의 기계화군단과 2개의 포병군단을 포함,19개 군단사령부 등을 거느리고 있다.평양과 원산을 잇는 평원선 이남 전방지역에 9개 군단 60여개 정규사단을 전진배치하고 있다.북한지상군은 T―54 등 3천8백여대의 전차,M1973형 등 2천6백여대의 장갑차,수도권을 사정권으로 2백40㎜ 장거리방사포 등 1만8백50여문의 포를 보유하고 있다. ▲해군은 서해함대사령부에 6개 전대 3백25척,동해함대사령부에 10개 전대 4백65척이 편성돼 있다.북한 해군은 어뢰정·유도탄정 등 소형고속정의 전진배치로 전방접적해역에서의 기습공격능력을 보유하고 있다.46척의 잠수함은 남한 전해역에서 해상교통로 교란,기뢰부설,특수부대요원의 침투목적을 띠고 있다. ▲공군은 미그 29등 최신예 전술기를 비롯,총 1천6백40여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북한은 전투기의 40%를 전방지역에 전진배치하고 있어 6분이면 기지에서 이륙,남한공습이 가능하다.이밖에 북한의 「전인민의 무장화」로 6백50만명에 이르는 예비전력도 보유,유사시 큰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군사전문가들은 군사력면에서 북한이 숫적으로 절대적 우세에 있는 것은 사실이나 한·미연합 전력을 통틀어 따지면 장비·무기의 첨단성,군사력 운용면에서 우리측이 질적 우세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미연합군 대응◁ 현재 한·미연합군이 보유하고 있는 북한의 남침에 대비한 「신작전계획 5027」은 소극적인 방어개념에서 탈피,공세개념을 강화한5단계의 단계적인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있다. ▲1단계로 미 신속전개 억제전력(FDO)을 한반도에 배치시켜 전쟁을 예방하고 일단 전쟁이 일어나면 ▲2단계로 서울 이북지역에서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고 북한 후방전략시설을 파괴하며 ▲3단계로 북한의 주요전투력을 격멸하고 전선을 돌파,북진하면서 대규모상륙작전을 벌인다.▲4단계로 평양을 고립시키고 북한내 점령지역에 대한 군사통치를 실시하며 ▲5단계에는 한국 주도하의 한반도통일을 이루는 것으로 짜여져 있다. 미국정부 산하의 랜드연구소 백 스테드 교수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개전 5일 안에 20㎞쯤 남진할 것으로 예상된다.이 기간에 한·미연합군은 항공전력으로 북한군 4개 군단과 3개 기갑군단을 궤멸시킨다.한국군은 수주 안에 한반도에 투입되는 미국의 신속전개억제전력과 함께 남진한 북한군을 격퇴하고 반격에 나서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북한이 개전초기 국제적인 비난여론을 무릅쓰고 5천t에 이르는 화학무기를 방사포에 장착,전방의 아군에 집중포격할 경우 뾰족한 대책 없이 우리 전력에 치명타를 입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황성기 기자〉 ◎군수뇌부 청와대 회의/「최악의 상황」 대비책까지 도상점검/「선」넘는 행동엔 단호응징 대북 경고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8일 아침 김영삼 대통령이 군수뇌부와 조찬회의를 가진 것에 대해 『천려일실의 우도 범할 수 없다는 의지를 다지는 모임』이라고 설명했다.북한과의 전면전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은 아니지만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까지 모두 짚어보자는 취지로 이해된다. 이날 조찬모임에는 이양호 국방장관,김동진 합참의장과 윤용남 육군·안병태 해군·이광학 공군참모총장이 참석했다.청와대에서는 김광일비서실장·유종하 외교안보수석이 배석했다. 조찬은 1시간35분이 걸렸다.한 참석자는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북한의 예상되는 도발행태와 우리의 대응책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군수뇌부는 이날 군별로 판문점일대 비상상황 및 휴전선 경계태세,서해5도 근접 북한해군 동태,북한공군의 초계활동 등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북한의 도발행위가 의도적·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데 참석자들은 의견을 같이 했다. 우리가 군사적 대응을 하는 수준을 「북한이 우리 땅을 한치라도 침범하거나,우리 국민의 생명에 위해를 가할 경우」로 못박은 것도 의미가 있다.북한이 「심리전」차원을 넘어선 행동을 할 때 단호한 응징이 있으리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이목희 기자〉 ◎AWACS란/470㎞내 600개 목표 동시 추적 가능/최첨단 E3C기 조기경보·지휘기능 겸비 한반도의 긴장상황과 관련,대북 정보감시태세를 워치콘 2로 격상한 한·미연합사가 투입을 검토하고 있는 공중조기경보관제기(AWACS)는 현재 일본 오키나와기지에 있는 E­3C.조기경보 및 공중지휘의 기능을 겸하고 있는 E­3C는 77년 실전배치됐다.한반도에 투입될 E­3C는 E­3A를 개량한 것으로 SDC와 UHF 통신기를 각각 5개씩 늘리고 통신방해대응장비를 추가시킨 최첨단조기경보기다.저고도로 비행하는 항공기는 3백70㎞,고고도항공기는 4백70㎞까지 탐색할 수 있으며 6백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10㎞의 고도에서 마하 0·5∼0·6의 속도로 비행하면서 레이더 탐색범위내의 항공작전을 통합지휘할 수 있다.최대속도는 마하 0·8,작전행동반경 1만2천35㎞에 체공시간은 11시간30분이다.오키나와기지에는 3∼4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황성기 기자〉
  • 총선 막바지 맞고소·고발 사태

    ◎“털어 먼지 안나랴” 상대방 약점찾기 혈안/“고발부터 해놓고 보자” 물귀신작전 방불 총선 선거전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맞고소·고발이 잇따르고 있다.「이에는 이,눈에는 눈」 식이다.「발목 잡기에는 물귀신 작전」이라고도 한다. 고소·고발부터 해 놓고 보자는 심리가 도화선이다.상대로서는 반격의 시간이 충분치 않다 보니 자칫 속수무책으로 당할 판이다.준비해 둔 「비장의 카드」를 내보일 수밖에 없다.선거캠프마다 상대의 약점을 찾아내려고 비상이 걸린 상태이다. 불법 선거운동이 늘어난 반증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감정싸움까지 뒤엉켜 갈수록 이전투구 양상이다. 최근 서울 지역에 출마한 K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은 L후보의 운동원들이 배포하던 당보 2백30여부를 강제로 빼앗았다.L후보는 선거운동 방해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K후보측도 그 자리에서 L후보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문제의 당보 1면에 L후보의 사진과 경력사항 등을 게재했고 4면에 K후보를 비방하는 만화 등을 실었다는 것이다. 서울의 또 다른 K후보는 S후보를경력사항 허위기재 혐의로 서울 지검에 고발했다.S후보는 이에 맞서 K후보가 홍보물에 「의정활동 1위」라는 거짓 사실을 게재했다고 고발했다. 서울의 A후보는 얼마전 B후보가 지역주민 50여명에게 향응을 베풀었다고 선관위에 고발했다.B후보는 자신이 선거공보지에 가짜 통계를 인용했다는 흑색선전을 A후보가 흘리고 있다며 맞고소했다. 서울의 C후보는 D후보가 합동연설회에서 자신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받았다고 비방한 혐의로 서울 지검에 고발했다.D후보는 즉각 C후보가 지난 해 10월 유권자에게 향응을 제공했다고 고발했다. 한 후보의 운동원은 『먼지 털어 안 걸릴 후보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상대가 먼저 도발했으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3일까지 4백56명의 선거사범을 입건,이 가운데 59명을 구속했다.48.6%는 선거감시단체와 후보자 상호간의 고소·고발로 법망에 걸려들었다. 공명선거실천시민협의회 김태수 간사(33)는 『우선 고발하고 보자는 심리와 너는 별거냐는 심리가 뒤섞인 추태』라고 지적했다.〈김경운기자〉
  • 단편보다 더 짧은 이야기/국내외 엽편소설 출간 붐

    ◎밀도 높은 시적문장·독특한 상상력 요구/최성각 「택시드라이버」·보르헤스 「알렙」 등 선봬 「짧은 길이에 긴 여운을 담는다」빠른 호흡으로 단숨에 읽어내릴 수 있는,단편보다 더 짧은 이야기를 모은 소설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분량은 비록 얄팍하지만 밀도높은 시적 문장으로 문학성의 농축된 정수를 보여준다는 책들이다. 보르헤스 전집 3권째로 최근 나온 「알렙」(민음사),보르헤르트의 「5월에,5월에 뻐꾸기가 울었다」(강),이번 주말 출간예정인 최성각씨의 「택시드라이버」(세계사),내달 나올 하루키의 신작 「밤의 거미원숭이」(열림원) 등이 이같은 짧은 소설들을 모은 작품집이다.장편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짤막한 연애담 40편으로 이뤄진 윤후명씨의 신작 「오늘은 내일의 젊은날」(작가정신)역시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독립적으로도 읽힌다. 이미 나와있는 것으로 성석제씨의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보르헤스 전집 첫 두권인 「불한당들의 세계사」와 「픽션들」,체코작가 카렐 차페크의 「단지 조금은 이상한 사람들」,보르헤르트의 「이별없는 세대」 등도 있다. 「택시 드라이버」에는 원고지 10장에서부터 40여장까지의 작품 38편이 실려있다.이런 길이로 작가는 품성높은 인물을 통해 인간정신의 지순함을 보여주는가 하면 콩트와 해프닝속에서 삶의 작은 진실을 들춰내는 등 뜻밖에 다채로운 내용을 펼쳐보이고 있다.평단에서는 이 작품들을 손바닥이나 나뭇잎 한장에 다 적을 수 있다는 뜻의 장편소설 또는 엽편소설이라 부르고 있다. 남미의 문제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대표작 「알렙」에 수록된 17편 역시 원고지 60매를 넘기지 않을 만큼 짧다.「왜 한 문장으로 줄여 쓸 수 있는 것을 쓸데없이 무작정 늘려 책한권을 만드느냐」고 했다는 보르헤스답게 20세기 창작에 새로운 전범이 된 그의 세계관을 압축된 형식으로 표출하고 있다.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작품집은 삶의 단면들을 투명하고 울림 깊게 그려낸 글들로 서사보다 분위기의 아름다움에 중점을 두고 있고 고대 김춘미 교수의 번역으로 선뵐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은 반짝이는 감각과 발상이 줄거리를 압도한다.특히 하루키의 작품들은 양복과 만년필 광고에 광고문안 대신 실렸던 글들로 첨단시대 소설의 또다른 생존양식을 보여줘 관심을 끈다. 짧은 단편이 쏟아지는 것은 소설의 길이가 줄어드는 세계문학의 조류와 무관치 않다.비단 단편뿐 아니라 장편도 꼬리를 과감히 잘라버리고 탄탄히 응축된 긴장감을 택하는게 최근의 추세다. 민음사의 이영준 주간은 『여러가지 첨단 문화들이 폭증하는 가운데 짧은 단편은 문학의 고유한 정제미를 맛볼 수 있게 해준다』면서 『짧은 시간에 독특한 상상력,집중된 독서를 요구하는 깊이를 보여주는게 짧은 장편 본연의 미덕』이라고 말했다.〈손정숙 기자〉
  • 김소진씨 「자전거 도둑」·한창훈씨 「바다가 아름다운 이유」 출간

    ◎30대가 본 밑바닥 인생의 소외된 삶/「자건거 도둑」­무너진 아버지상 통해 없는자 아픔 노래/「바다가 아름다운 이유」­무지렁이들의 심사 반고백체로 드러내 밑바닥 소외된 삶을 끈질기게 다뤄온 63년생 젊은 작가 둘이 나란히 신작 소설집을 펴냈다. 김소진씨의 「자전거 도둑」(강)과 한창훈씨의 「바다가 아름다운 이유」(솔)가 그것. 이 작가들은 가난하고 추레한 삶의 겉과 속을 뾰족한 희망이 없으면 없는 그대로 탄력있게 형상화한다.이 점은 소외된 민중을 대변해온 많은 다른 또래 작가들이 90년대 사회변화속에서 꺾이거나 길을 잃은것과 대조적이다.앙상한 민중의 이념이 아니라 그 삶의 무궁한 구체성에서 자양분을 얻는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이들은 지니고 있는것 같다. 지난 91년 등단해 이미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을 비롯,세권의 소설집을 낸 김씨와 92년 등단해 첫 소설집을 묶는 한씨의 작품세계는 공통점이 많다.소재면에서의 기층민중에 대한 일관된 애착은 말할것도 없거니와 문체에시도 이들은 젊은 작가로서는 드물게 토속어며비어 구사에 자유자재롭다.이들의 감칠맛나고 넉살맞은 우리말 어휘들은 첨단추종과 감각적 문체의 홍수속에서 특히 값져보인다. 9편의 단편을 싣고 있는 김씨의 작품집에 뚜렷이 드러나는 것은 아버지 콤플렉스다.주인공의 회상속 아버지거나 화자 스스로 아버지로 되어 나타나거나간에 소설속의 아버지들은 하나같이 나약한 심사에다 허세로 어처구니없는 짓들을 저지르곤 한다. 「자전거 도둑」에서 구멍가게 한칸에 목을 매고 살아가는 아버지는 도매상에서 훔친 소주 두병이 발각나자 죄를 아들에게 뒤집어씌워 흠씬 두들겨팬다.「원색생물학습도감」에서의 아버지는 정상적 육식을 못하게 되자 벌레를 잡아먹으며 연명한다.「아버지의 자리」「첫눈」 등에서도 이처럼 제 구실을 못하는 무능력자 아버지가 등장한다. 표제작에 소개된 바에 따르면 동명영화 「자전거 도둑」은 포스터붙이는 직업에 꼭 필요한 자전거를 도둑맞은뒤 남의 것을 훔치려다 아들앞에서 실컷 망신만 당하는 가난한 아버지의 이야기.작가는 인간을 인간답지 못하게 하는 환경의 비인간성을 무너진 아버지상을 통해 거듭 문제제기하고 있다. 이에 견줘 한씨의 책엔 밑바닥 무지렁이들의 심사가 반고백체로 드러나는 작품이 많다.중편 「바다가 아름다운 이유」에서의 늙은 부랑아 황씨는 대표적인 주인공.그는 임신한 아내를 난산끝에 잃고 술집 하녀에게 사기당한 낯세울것 하나없는 「왕년」이나마 주섬주섬 털어놓는다.이밖에 트럭 한대로 떠돌며 계란행상을 하는 용표(「오늘의 운세」)며 잡역부 남편의 쥐꼬리 수입으로 도시변두리에서 네남매 살림을 꾸리는 또순이 소라댁(「증인」)등 별볼일없는 주인공들의 사연이 그 무엇보다 절박하게 부각된다. 작가는 마치 이들의 입이라도 된듯 소외되어 찍소리없이 가슴에 묻혀있던 억울하거나 안타까운 사연들을 끄집어낸다.지향점이나 인물의 층위는 좀 다르지만 걸쭉한 진품 토속어로 민중의 심사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한씨에게선 작가 이문구의 영향이 적잖이 엿보인다.〈손정숙 기자〉
  • 국민회의의 공천헌금 파동(사설)

    새정치국민회의의 공천헌금파동은 김대중 총재와 제1야당의 도덕성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다.또한 우리 정치가 안고있는 부패와 흑색선전의 후진적 풍토의 개선을 위해서도 철저한 진상규명과 필요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사태의 초점은 국민회의 김총재측근이 유준상의원에게 공천을 대가로 20억원의 헌금을 요구하고 또 유의원이 김총재의 생일에 1억원을 주었다는 주장이 사실인가 하는 것이다.사실이라면 법에도 금지된 이른바 공천장사로서 엄정한 법적처리가 있어야 하며 아니라면 용납될 수 없는 흑색선전이 된다.국민회의측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공천탈락의원들이 낸 특별당비와 후원회비등의 반환검토를 시사하더니 느닷없이 타당들의 정치자금 의혹설을 제기하고 나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민회의측이 신한국당의 대선자금 3천억원 수수설과 민주당 인사의 공천헌금 착복설 등을 주장하는 것은 물귀신작전인지는 모르나 진상을 밝히려는 진지한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결백은 그것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사실과 자료를 제시하면저절로 입증이 된다.다른 사람의 죄가 더 크다고 주장해 보아야 자신의 무죄가 입증되지는 않는다.마치 자신을 유죄라고 시인하는 듯한 그같은 논리는 오히려 불신만 키운다.김총재와 국민회의측은 국민앞에 보다 성실한 해명을 해야 한다. 김총재는 스스로 밝혔듯이 5·18 가해측인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도 20억원을 받았다.작년 지방선거 때도 공천과 관련,아태재단에 대한 헌금시비가 있었다.왜 유독 김총재만 잦은 의혹을 받는지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이쯤되면 모든 자료를 사직당국에 내놓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흑백을 가리도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천헌금설은 지역맹주가 공천권을 비롯,「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전횡할 수 있는 종신집권의 후진적 야당풍토와 무관하지 않다.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한다.전직대통령들이 재판을 받는 이때 국고보조금까지 받는 야당의 공천부패 악순환은 용납될 수 없다.체질개혁과 자정노력에 나서야 한다.
  • 8번째 시집 「남자를 위하여」 펴낸 문정희씨(인터뷰)

    ◎“사마천·지귀·고흐 등 역사적 인물 노래” 『각박한 세상,숨가쁜 일상통에 「아름다운」 남자들이 사라져가고 있어요.진짜배기 남성을 만나고 싶은 분은 한번쯤 펼쳐보세요』 신작시집 「남자를 위하여」를 민음사에서 펴낸 문정희씨. 시인의 말이 아니라도 특정남성을 소재로 삼은 이 책의 시들은 눈길을 끈다.이 여성시인에게 「간택」되는 남성은 궁형으로도 꺾지 못한 「사기」의 저자 사마천,낭만적 술꾼 백수광부,선덕여왕을 사랑한 지귀,대동여지도의 김정호등 토종남성에서 고흐·생텍쥐페리·릴케 등 이방인까지. 「세상의 사나이들은 기둥 하나를/세우기 위해 산다./좀더 튼튼하고/좀더 당당하게/시대와 밤을 찌를 수 있는 기둥/…/그런데 꼿꼿한 기둥을 자르고/천년을 얻은 사내가 있다./…/기둥으로 끌 수 없는/제 눈속의 불/천년의 역사에다 당겨놓은 방화범이 있다」(「사랑하는 사마천 당신에게」중) 『이 남성들은 모두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지요.아무리 하찮아 뵈는 남성이라도 속 깊은 데는 이들 같은 요소가 조금씩 있다고 믿어요.남성만이 아니라 위축되기만 하는 현대인은 누구나 이들에게 귀를 귀울여볼 만합니다』 이밖에도 시작생활 26년째인 문씨의 이번 여덟번째 시집엔 무르녹을대로 녹은 중년여인의 감성이 당당하게 빛을 발한다. 「요즘 점점 건방져진 언어들을 모아/음탕한 시를 조금 쓴다」(「나의 시인을 위한 계획표」중) 「이런 말 하면 어떨까 몰라.//이제 뭐가 보이기 시작하네.//아무것도 없다는 게/보이기 시작하네./서늘하게/…/도통했나 봐」(「미안한 시」중) 문씨는 『이젠 아련하고 예쁜 표현보다 소신과 정확한 언어가 좋다는 걸 알아가는 연륜』이라면서 『이쯤 되면 좀 당당해져도 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 새 시집 「사이」 출간 이시영씨(인터뷰)

    ◎“풍요 담긴 커다란 시 쓰고 싶어요” 『나는 주로 모든 것이 잠들고 난 한밤중에 시를 씁니다.시상을 차곡차곡 오랫동안 재워뒀다가 원고지에 옮길땐 단숨에 풀어씁니다』 이시영 시인이 신작시집 「사이」를 창작과 비평사에서 냈다. 요란한 수식이며 군더더길랑 죄다 떨어버린 시인은 곧바로 핵심을 파고든다.그래서인지 유달리 짧은 그의 시들은 말끔히 닦인 유리창을 통해 내다뵈는 풍경이나 한폭의 담백한 수묵화를 떠올리게 한다. (「순간들」) 언어로 하나의 화폭을 짜서 말로 다할 수 없는 알싸한 진리를 드러내려는 시인은 어찌보면 선승을 닮은 것도 같다.하지만 시인이 지향하는 것이 탈속은 아니어보인다.그렇기는 커녕 어머니의 죽음앞에 절절하고 죽음과 인사동에 가 함께 한잔 걸치기도 하는 그는 생사의 「사이」에 걸린 인간존재의 숙명을 예리하게 느끼고 있다. (「산천아파트」) 정지된 풍경에서도 사람의 흔적을 읽어내는 그의 눈은 굴뚝에 오르는 연기를 보고 인간을 감지한 브레히트의 인문적 시세계를 빼어 닮아있다. 이씨는 『아름답고 뚜렷하긴 해도 쉴곳이 없는 쨍쨍한 햇볕같은 시들을 많이 본다』면서 『풍요로운 의미가 새록새록 피어오르는 큰 그늘을 거느린 시를 쓰고싶다』고 말했다.
  • 한국 독립영화 미래 가늠한다

    ◎상업영화 대안 모색… 7부문 40여편 소개/동숭씨네마텍서 새달 16일부터 7일간 지금까지 대학이나 시네마테크에서만 주로 볼 수 있었던 한국독립영화들이 일반극장에서 상영된다. 독립영화 제작·배급단체인 「인디라인」(대표 김대현)은 오는 3월16일부터 22일까지 서울 동숭씨네마텍에서 한국독립영화제를 연다. 우리나라의 독립영화는 지난 84년 국립극장 실험무대에서 「제1회 작은영화제」란 이름으로 「강의 남쪽」「아리랑 판놀이」「문」등의 작품을 상영한 것이 그 출발점.상업영화와 일정한 선을 긋고 있는 독립영화는 그동안 제도권영화가 왜곡하고 있는 현실의 감춰진 부분을 주로 들춰왔다.「오,꿈의 나라」「공장의 불빛」「작은 풀에도 이름은 있으니」「파업전야」등이 독립영화의 가치를 확인시켜준 대표적 작품들로 꼽힌다. 이번 한국독립영화제는 주류를 이루는 상업오락영화에 대한 대안세력으로서 독립영화를 알리는데 중점을 뒀다.「1965년생 작가전」「분단과 독립영화전」「실험영화전」「재미있는 독립영화전」「단편애니메이션 걸작선」「해외우수단편선」「신작품전」등 7개 부문으로 나뉘어 모두 40여편이 소개될 예정이다.「안개」(감독 김대현),「지하생활자」(감독 이상인),「샐리의 애교점」(감독 헬렌 리),「다우징」(김윤태)등이 관심을 끌만한 작품.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인디라인」의 대표 김대현씨(32)는 『독립영화의 경우 재정이 취약하고 개인적인 작업을 해야하는 등 어려움이 많아 지속적으로 작품을 만들기 힘든 상황』이라며 『앞으로 1년에 한 두차례씩 정기적으로 독립영화제를 개최,영상문화의 폭을 넓혀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 30대 작가 두 개의 신작장편 눈길

    ◎이순원 「수색,그 물빛 무늬」/성석제 「왕을 찾아서」/수색…­모성에의 끝없는 그리움 토로/왕을…/시골깡패의 권력구조 작품화 30대 남성작가 둘이 나란히 신작장편을 내놓았다.이순원씨(39)의 「수색,그 물빛 무늬」(민음사)와 성석제씨(36)의 「왕을 찾아서」(웅진출판)가 그것. 독특한 이야기꾼으로 꼽히는 두사람은 여성작가들이 휩쓸다시피 하는 최근 소설문단에서 어느새 소수가 돼버린 남성의 목소리를 모처럼 시원스레 털어놓고 있다.또한 신세대 작가들의 감수성 경쟁에 대들기라도 하듯 잘 풀린 이야기며 감칠맛 나는 문장으로 흔치않은 독서의 재미를 안겨준다. 90년대 초반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압구정동엔 무지개가 뜨지 않는다」등 세태를 풍자한 잇단 압구정동 시리즈로 관심을 모았던 이씨는 새 작품에선 「가족사」를 파고들고 있다.이 소설은 지난 93년 「현대문학」6월호를 필두로 2년여간 여러 문예지에 분재됐던 여섯편을 묶은 연작소설. 소설은 작가인 남성주인공이 현재 겪고 있는 부부간 불화를 어릴적 친엄마로 알고 따랐던 「수호엄마」에 대한 추억과 엮어짜는 형식으로 진행된다.수호는 소설 주인공인 작가의 이름.하지만 알고보면 수호엄마는 수호의 친어머니가 아니다.아버지의 첩을 거둬들인 어머니가 슬하의 5남매중 나이로 봐 가장 맞춤한 세째아들을 정붙이로 그녀에게 짝지어준것.그녀는 2년여를 같이 살다 주인공에게 애매한 서자의식만을 남긴채 떠나버린다.수호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주인공에게 원래 그녀가 살던 곳,수색을 향한 아련한 갈망으로 바뀌어 나타난다. 이같은 작품을 통해 지은이는 모든것을 품어안는,자궁속같이 따뜻한 여성성을 그리워하고 잃어버린 모성을 안타까워 하는것 같다. 이에 견줘 「권력」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 성씨의 작품「왕을 찾아서」는 훨씬 아버지의 세계에 가깝다.지난 86년 「문학사상」으로 등단,91년 시집까지 상재한 시인의 이력이 이 작품 곳곳의 치밀하면서도 선연한 세부묘사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지난 94년 이미 성씨는 첫 작품집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민음사)를 통해 콩트와 잠언 어느쪽에도 속하지 않는 함축성있는 짧은 소설들을 선보였다. 시골깡패들의 잡다한 패권다툼을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을 영웅담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이를 바라보는 화자의 눈이다.「지역」이라 불리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자라나 도시에서 터를 닦은 나 장원두는 한때 지역의 지배자였던 마사오가 죽었다는 소식에 급거 귀향한다.나의 회상속 마사오는 실제 대단한 싸움꾼이긴 했지만 그를 지배자로 만드는데는 실증되지 않거나 미화된 입소문들이 더 크게 작용했다.소설은 이 권력자를 둘러싼 군웅들의 도전과 권력찬탈을 기본축으로 깡패들의 다양한 세력과시방법,영웅에게 따르기 마련인 여성편력 등을 패기차면서도 아기자기하게 엮어낸다. 이처럼 파고드는 바는 서로 다르면서도 이 두 작품은 남성들 속에 공존하는 두가지 욕망을 동전의 양면처럼 보여주고 있다.어머니의 푸근함을 그리워하면서도 아버지의 힘을 갈망하는 장년남성들은 두권의 책을 통해 평소 자신의 심리가 그대로 드러나있는 것을 읽고 무릎을 칠지도 모른다.하지만 모든것을 껴안는 포용력 있는 품엔 인고가,군림하고픈 권력욕을 채우는데는 복종이 뒤따라야 한다.그리고 그 인고와 복종의 주체는 여성이기 쉽다.그런점에서 이 책들은 누구의 욕망이든 다른 이의 희생으로 채워져서는 안되는것 아닌가 하는 점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 창간 30돌 「창작과 비평」/비판적 지성의 구심점으로

    ◎민족문학론 텃밭… 「객지」 등 문제작 양산/특집호 마련… 국제학술대회·축연 준비 민족문학진영의 구심점 계간 「창작과 비평」(이하 「창비」)이 96년 봄호로 창간 30돌을 맞는다. 지난 66년 1월 1백32쪽짜리 겨울호로 출범한 「창비」는 현대사의 거센 외풍속에서 문학을 포함,문화사회적 논의에 젖줄을 대며 한국 비판적 지성의 대부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창비」의 역사는 백낙청 서울대교수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그는 사람과 자금을 끌어모아 「창비」창간을 주도했다.이후 「창비」를 이끌어온 그의 「민족문학론」은 찬반논쟁을 통과하며 한국의 진보지식인사회 전체를 단련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현대문학의 많은 문제작이 「창비」를 통해 나왔다.소설쪽에 방영웅의 「분례기」,이문구의 「장한몽」「우리동네」연작,황석영의 「객지」「한씨연대기」,윤흥길의 「아홉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조세희의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현기영의 「순이삼촌」 등 70년대의 화제작이 소개됐고,80년대 후반부터는 홍희담·공지영·방현석·김하기·공선옥 등 굵직한 신인이 잇따라 발굴됐다.신동엽·김수영·고은·김지하를 비롯,신경림의 「농무」「새재」등 문제시에 지면을 제공한 것이 「창비」였고,시인 김남주·김정환·최영미가 「창비」로 등단했다. 그런가 하면 분단체제론의 강만길씨,민족경제론의 박현채씨,「전환시대의 논리」의 이영희씨 등이 70년대 「창비」의 필자로 활약했다.80년대 후반 사상의 르네상스기엔 「창비」의 민족문학론은 민중민주주의문학론·노동해방문학론 등 오히려 더욱 급진적인 후배들의 문학론과 맞서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창비」 96년 봄호는 창간 30주년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내용으로 꾸며진다.작가 이호철·박완서·신경숙씨,베이커 하버드대 옌칭연구소부소장,정개련 상임대표 박형규목사,박석무·이해찬의원 등이 「창비」에 얽힌 사연과 축하인사를 들려주는 「창비와 나와 우리시대」,일반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 「독자가 바라본 창작과 비평」 등이 「창비」 30년을 되돌아보게 한다.이밖에 중진시인 36인 신작시선을 싣고,작가 16인의 신작단편집 「작은 이야기,큰 세상」도 발간한다. 이와 함께 4월24일부터 3일간 브루스 커밍스·와다 하루키·노마 필드 등 세계적 석학을 초청하는 국제학술대회와 2월27일 각계인사를 초청한 자축연도 계획하고 있다. 80년 국보위에 의해 폐간당하는 등 군사정치시대 탄압의 대상이던 「창비」는 지난해 10월 출판문화진흥 공로로 문화체육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창비」 편집인 백낙청씨는 『과학기술·환경·여성문제등 현대사회의 쟁점을 끊임없이 끌어들여 「창비」의 시각으로 해석해내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창비」의 장래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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