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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치미술가 전수천(이세기의 인물탐구:130)

    ◎자연을 캔버스로 상상을 형상화 한다/평면·입체·설치 등 장르파괴 끝없는 모색/시·공문 넘나들며 삶의 문제 근원적 접근 강물을 캔버스로 하여 그 위에 뗏목을 띄우고 흐르는 물줄기에 따라 뗏목이 교차되는 수상드로잉.88올림픽 1주년 기념으로 한강에서 펼쳐진 전수천의 행위미술은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한 강렬한 이벤트였다.잠실 메인올림픽 스타디움과 여의도 63빌딩에 이르는 12㎞구간에서 그는 자연과 인간대응의 장려한 퍼포먼스로 화단에 충격을 던졌다. 이에 앞서 지난 84년에는 뉴욕 103번가와 73번가 사이,배터리 파크에서도 신문잡지를 가루처럼 잘게 오려서 바람에 날려 뿌리는 「시간의 추적」을 시도하여 일상적인 것을 외면하는 뉴욕시민의 시선을 집중시켰다.1천여명의 관람객이 운집한 이 행사에서 「아트 인 아메리카」의 부편집인이자 미술평론가인 재닛 코플러스는 「그의 예술은 인간론적이고 철학적」임을 전제,『수많은 다른 아시아 예술가들이 그런 것처럼 하나의 포맷이나 양식에 안주하지 않고 전생애에 걸쳐 눈부신 변형으로 그는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설립하고 있다』고 논평한 바 있다. ○한강서 충격적 퍼포먼스 세계최고의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95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방황하는 혹성들속의 토우­그 한국인의 정신」 역시 현대의 무질서와 방약무인에 대한 섬뜩한 경고였다.이른바 흙으로 빚은 1천300여개의 토우들은 TV모니터와 네온 등 산업폐기물 위에 꼿꼿이 도열하여 옛한국인의 엄숙함과 도도한 기상을 유감없이 도출해내었다. 그해 봄 「올해의 작가­전수천전」을 주관했던 국립현대미술관장 임영방씨는 『전수천은 재료의 가소성·일회성을 대담하게 체험하여 신화와 역사,우주의 운행에 얽힌 질서(logos)와 혼돈(chaos)을 초월하는 장대한 스케일과 독창적 상상력을 형상화하고 있다』고 쓰고 있다.그는 왕성한 창작의지로 평면 입체 설치등의 장르를 붕괴하면서 인간의 역사와 삶의 문제에 근원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작가다. 호암갤러리의 김용대씨는 『전수천은 전수천이라는 화면의 대지위에서 태어나고 죽고 다시 태어난다』고 표현한다.따라서그의 회화와 회화에서 출발된 인스털레이션(설치)과 퍼포먼스는 자연이라는 공간에 격랑을 일으키기도 하고 혹은 분출하는 용암같은 위협적인 피안의 세계를 형성하기도 하면서 「정신적 무풍지대를 방황하고 있는 인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작은 체구에 비해 한번 작업에 들어가면 두들기고 달구고 칠하고 매달고 설치하는 모든 과정에서 그는 끈질긴 극기를 감내하고 있다.실제로 이 작가는 작은 혹성처럼 여러 나라를 떠돌아다녔고 행성주위를 방황하다 충돌로써 존재를 마감하는 수많은 별똥별(혹성)의 운행과 자신의 개인적 체험을 빗댄 동기를 작업에 부여해왔다.뉴욕의 평론가 루시 리파드가 「이세상을 변형시키기 위해 산책나온 신의 사절」이라는 말은 그를 두고 과장이 없어 보인다. 주로 일본과 뉴욕을 무대로 작품활동을 하면서 일본에서 가장 권위있는 도쿄·교토 국립근대미술관과 오사카 국립국제미술관이 동시에 기획한 「형상의 사이에서」초대전에서는 도쿄 국립근대미술관이 이례적으로 그의 대작 「대지의 저편에서」를 구입하여 미술관에설치하고 있다.이와 관련하여 한국 화가로서는 다루어지기 힘든 뉴욕타임스의 존 러셀,빌리지보이스의 킴 레빈 등 권위있는 평론가들로부터 「오리지널리티와 풍부하고 강렬한 상상력」에 대한 대대적인 찬사를 받았다.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 일본과 뉴욕에서 고학으로 그림을 공부한 그의 삶 자체가 치열한 인간승리의 드라마틱한 내력이 아닐수 없다. 전북 정읍에서 농사를 짓던 집안에 태어났으나 중학졸업으로 학업을 중단했고 학비를 벌기위해 베트남 백마사단의 통신병으로 근무하다가 서양미술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일본에 건너갔다.일본에서도 도로공사와 페인트공 등 허드렛일로 무사시노(무장야대)미대를 졸업,그림에 대한 야심찬 계획으로 일본활동 7년만인 83년 현대미술의 메카인 뉴욕에 정착했다.그의 작업장이 있는 맨해튼 하층부는 소호미술구역과 중국인촌,리틀 이탈리안이 밀집한 예술의 온상으로 그는 수시로 예술가들을 만나 정보를 교환하고 행위예술을 펼칠수 있었다. 당시 뉴욕을 중심으로 한 유행적 사조인 신표현주의 회화에영향을 받기도 했으나 결국 뉴욕이라는 독특한 사회적 상황은 그의 가슴속에 응어리졌던 시간과 공간을 해체하면서 의식의 심층을 온통 뒤흔들어 놨다고 할수 있다. 그의 작품은 때때로 시퍼렇게 노한 파도가 지구를 집어삼킬듯 공포적 장관을 연출하는가 하면 대지위에 부유하는 인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힘에 유도되는 신비한 기운을 내뿜기도 한다.과거와 현재,동서양을 넘나드는 역사적 상상력에 기초한 그의 작품은 자연에 대한 착취가 몰고올 자원고갈의 무질서와 엔트로피에 대한 경종이 되기도 한다.도쿄에 있을때는 베트남에서 제대날짜를 기다리던 군인들의 「기다림」에 지친 인간의 갈등이 작품에 반영되었고 뉴욕에서는 표현주의적인 색채와 매재로 현대인의 허망한 환상을 불식시키고 있다. 정체됨을 거부하는 그의 미술은 간혹 「지나치게 욕심을 부린다」는 비난을 듣기도 하지만 「미술과 일상,미술과 사회,미술과 문명」의 접점을 찾아 변신과 모색을 멈추지 않는 처절한 아픔이 배어나온다. ○일·뉴욕서 고학으로 우뚝 국내에서보다 일본과뉴욕에서 먼저 성공하고 역으로 국내에 들어온 그는 지금도 남들앞에 나서기를 꺼릴만큼 내성적이고 나약해 보이지만 아무리 중병에 걸려도 진통제 한알 먹은 적이 없는 강단이다.이상시대의 마지막 시인같은 인상이지만 그의 작업스케일은 남성적으로 광활하고 무변하다.결혼이나 가족은 일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독신주의.오로지 화가로만 살면서 요즘은 일산 구산동에 있는 작업실에서 오는 7월 노르웨이 콩스버그미술관 초대 신작전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뉴욕에서나 도쿄,서울에서나 빈에서 그는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종횡무진의 코스모폴리탄이다.가장 첨단적인 세계를 구축하지만 체삽이 없고 오히려 볼때마다 청렬한 경이로움을 발산한다. 이세상을 변모시키기 위해 산책나온 예술의 신사,불꽃같은 정열을 자연에 사르면서 그는 언제까지나 높고 넓게 그리고 자유자재롭게 우주를 넘나드는 광채일 것이다. □연보 ▲1947년 전북 정읍 출생 ▲74년 대입검정시험 합격 ▲76년 서울 개인전,도일 ▲76∼83년 일본 무사시노(무장야)미술대 및 와코(화광)대 졸업 ▲79∼81년 도쿄개인전 ▲83년 도쿄개인전(화이트아트갤러리·갤러리 큐·갤러리 제로 개인전),도미,뉴욕개인전 ▲84년 뉴욕 플랫인스티튜트석사과정 수료,뉴욕개인전 「시간의 추적전」(뉴욕 바테리파크 및 맨해튼문화센터) ▲85년 플랫인스티튜트초대 개인전,도쿄개인전(화이트아트갤러리·후쿠오카 애리아­듀화랑) ▲86년 뉴욕개인전(히긴스홀) ▲87∼88년 개인전(뉴욕 22우스터갤러 및 도쿄 화이트아트갤러리) ▲89년 88서울올림픽 1주년기념 한강수상드로잉전 및 개인전(과천국립현대미술관·가나화랑),도쿄개인전(화이트아트갤러리),뉴욕개인전(수연 이갤러리) ▲90년 도쿄개인전(화이트아트갤러리) ▲91년 LA개인전(앤드류사이어화랑),도쿄개인전(화이트아트갤러리),서울 「움직이는 문화열차」기획 ▲92년 서울개인전(가나화랑),도쿄개인전(무라마스화랑 및 화이트아트갤러리) ▲93년 대전 엑스포상징조형물「비상의 공간」제작,도쿄개인전 ▲94년 서울개인전(가나화랑) ▲9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대표,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선정,「방황하는 혹성들속의 토우­그 한국인의 정신전」 ▲96년 미국 힐우드미술관 초대전 〈현재〉국립예술종합학교 교수 〈수상〉국민문화훈장 은관·일신문화상(95년)
  • 최일남·이문구·김원우씨 신작 단편 모음집 내

    ◎「오 아메리카」·「장이리 개암나무」·「샛길에서 나홀로」 3편/“조급하지 않고 선입관 없앤 성숙한 남성문학”평 오랫만에 최일남·이문구·김원우 등 중진·중견 소설가 3인의 신작을 담은 소설집 「샛길에서 나홀로」가 나와 이채를 띠고 있다. 「샛길…」에는 최일남의 「오 아메리카」,이문구의 「장이리 개암나무」,김원우의 「샛길에서 나 홀로·2­비내국인의 단상」 등 3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있다. 「오…」는 작가의 신문기자 경험을 토대로 60년대 연좌제의 공포와 한국문화에 대한 미국문화의 압도적 지배력을 한 시골노인의 허위제보 사건을 통해 엮고있다. 「장이리…」는 「산너머 남촌」 「장곡리 나무」등을 통해 지속되고있는 작가의 농민소설계통에 속해있다.기우제를 둘러싼 동네 사람들의 언쟁과 아내와의 대화,우리 까치란 대상을 통한 희망의 표현 등으로 농촌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민가에서 채취하거나 작가가 직접 창작해낸 많은 속담들이 소설의 투박한 훈훈함을 더해준다. 「샛길…」은 현실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못하고 자조와 허무에 빠져있는 주인공의 상황을 현재형 서술형식으로 그리는 연작 소설이다. 이번 중진들의 신작소설에 대해 평론가 정호웅씨는 『최근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대체로 가볍고 얕아 통찰력이 깊지 못하며 관계를 읽어내는 눈이 좁고 허술하다』면서 『조급하지 않고 선입관없이 자신의 신념과 사고틀의 진리성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정당성을 점검하는 태도를 지향하는 성숙한 남성 문학』이라고 평했다.
  • 「97 춤작가 12인전」 창작안무 직접발표

    ◎30∼40대 중견무용가들의 무대 30대와 40대 중견 무용가들이 치열한 창작정신을 한 무대에서 선보이는 「97 춤작가 12인전」이 오늘부터 9일까지 서울 동숭동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한국현대춤협회가 지난 87년부터 매년 개최,올해로 11회째에 이르는 이 공연은 명실상부 중견 무용가들을 위한 무대.나름대로 개성적인 춤의 세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들의 새로운 도약 가능성을 검증받는 자리이자 신작 발표무대로서의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더할수 없는 중요한 무대다. 전통무용,발레,한국무용 등 장르의 구분없이 주최측이 그동안의 실적과 기량을 기준으로 엄선한 12명의 무용가가 자신이 직접 창작한 안무작만을 선보인다. 공연일정은 다음과 같다. ▲7일=김선희 「흐르는 사랑­삐아쁘」,김기인 「마음의 빛」,원필여 「몸의 풍경」,전미숙 「나비·비」 ▲8일=윤미라 「목가」,정의숙 「햄릿의 연인」,백연옥 「비밀」,김영희 「여기에」 ▲9일=김인희 「숨겨진 사랑」,윤덕경 「달궁 달궁」,김해경 「위험한 이별」,김명회 「마흔셋­그해 겨울 Ⅱ」
  • 법원­검찰 공보관 “네탓” 공방

    ◎법원­“검찰서 일면만 부각 영장심사제 왜곡”/검찰­영장발부 기준 모호 등 통계 제시 반박 영장실질심사제를 둘러싼 법원과 검찰이 갈등이 대법원과 대검찰청사이에 서신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29일 하오 대법원 공보관 성낙송 판사가 사견임을 전제로 「To Dear Justice­Lover(정의를 사랑하는 분들께)」라는 제목의 서신을 통해 영장실질심사제와 관련한 검찰의 움직임을 비판한데서 비롯됐다. 이 서신은 검찰이 최근 구속영장이 기각된 교통사고사범 사례,변호사 선임에 따른 영장기각률 추이 등의 자료을 통해 영장실질심사제를 비판한데 대해 『사안의 일면만을 부각시킨 자료를 언론에 제공함으로써 정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을 흐리게 하는 행동』이라면서 『남북을 가로 막은 철조망도 서러운데 관계기간끼리 담을 쌓고 외면해야 하는가』고 대화를 촉구했다. 성판사는 서신작성 경위에 대해 『검찰이 영장실질심사제의 취지를 왜곡,무색케하는 통계자료들을 언론에 공개한데 대해 개인 차원에서 견해를 제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대검 공보관 박정규 검사는 30일 하오 총무과 소속의 한 연구관이 작성한 자료를 『보도는 하지 말아달라』는 주문과 함께 배포하면서 성판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 자료는 성판사가 『영장심사제 실시이후 과연 우리나라가 범죄인의 천국이 돼가고 있는가』라고 반문한데 대해 『우리나라는 실제 뺑소니사범의 천국이 되고 있다』면서 『전체 뺑소니 사범의 약 9.6% 만이 구속되고 92.8%가 불구속 처리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또 영장실질심사제 이후 ▲변호사 선임에 따른 영장기각률 추이(「유전불구속­무전구속」) ▲영장발부 기준의 모호성등을 통계를 통해 반박했다.
  • 문단의 「페미니즘 논쟁」 화해의 실마리

    ◎「어머니의 역할」은 결국 지고지순…/소설 「선택」의 이문열씨 변­잊혀져가는 현모양처의 되새김을 강조/신작 「착한여자」의 공지영씨­가족이기서 벗어난 공동체속 모습 그려 일부 여성작가들의 페미니즘운동을 비판,출간전부터 논란을 불러온 이문열의 소설 「선택」을 둘러싼 문단의 페미니즘 논쟁이 화해의 실마리를 보이고 있다. 비록 다른 길을 통하긴 했지만 페미니즘을 공격한 이씨나 비판대상이 된 여성작가가 지향하는 「어머니의 역할」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지고지순한 것이라는 공통분모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선택」은 자신의 재능을 포기하고 현모양처의 길을 선택한 조선조 한 정실부인의 삶을 그렸다.발간 3주만에 7만부를 돌파하며 베스트셀러 종합4위에 올라있는 인기작으로 30대 여성독자들이 많이 찾는 기현상으로 더욱 관심을 끌고있다. 이문열씨는 『결코 반페미니즘이 아니며 내가 비판하는 것은 천박하게 추구되는 페미니즘일뿐』이라고 밝히고 있다.자신은 우리 시대에 무의미한 것으로 망각돼가는 어머니와 가정의 역할을 조선조 현모양처의 삶을 통해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씨 작품에서 일탈된 페미니스트로 읽히고 있는 여류작가 공지영씨는 곧 내놓는 신작 「착한 여자」를 통해 「어머니」의 당위성에는 동의하고 있다. 공씨는 신문연재소설이던 작품을 보완,일부를 개작하면서 「어머니」로서의 여성상을 부각시키고 있다. 작품의 주인공 정인은 사랑에 실패한 뒤 낳은 사생아를 통해 모성애의 위대성을 깨닫고 「가족을 생각하는 모임」이라는 공동체를 세우고 「어머니」의 삶을 실천해간다. 공지영씨는 『피해자로서 여성의 모습이 아니라 여성성을 극대화한 어머니를 강조하기 위해 작품속에서 일종의 「대안가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초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에 비해 남성과 맞서는 여성적 전투성이 현저히 사라진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화해의 실마리에도 여전히 넘을수 없는 괴리는 있다. 공씨는 『여성이 가족이기주의 틀에 가둬져서는 안되며 기존의 가족제도는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것이지만 현실로서는 해체될 수 없기에 공동체에서 「어머니」상을 내세운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모양처의 되새김」을 강조하는 작품과 『현모양처 가운데 양처는 부인하지만 현모는 남길수 밖에 없다』는 작품사이는 「서툰 화해」라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논쟁과 관련해 문학평론가인 서울대 권영민 교수는 『이데올기적인 페미니즘 논쟁은 문학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제한다. 『페미니즘문학이 예술로 성취되기 위해서는 여성적 미학의 확보가 필수적이다.이는 여성의 주장으로 대항하는 투사적 주인공을 내세우는 소재주의도 아니고 여성적 정체성이 부족한 여성의 목소리를 빌리는 것도 아닐 것이다.대부분의 평범한 여성이 공감할 수 있는 이 시대의 전형적 여성상을 어떻게 그리는가에 달려있다.』 진정한 페미니즘문학은 작품속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여성의 정체성을 그릴수 있을때 성립된다는 것이다.권교수가 소모적인 페미니즘 논쟁을 지양하고 페미니즘문학의 발전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 과제이다.
  • 빌어먹는 공화국(외언내언)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 일이 있다.『만약에 북쪽에서 태어나(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누구나 그럴수 있는 일이다) 그쪽에서 글쓰는 직업을 갖게 되었더라면 어땠을까.기다란 수식어가 전치사처럼 붙어다니는 「영도자」를 들먹이며 전혀 이치에 닿지않는 글을 쓰도록 강요당하는 일이 주어졌다면 어땠을까』 「조국의 또 한쪽」을 선택하고 길고 긴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를 내려선 황장엽이 발표한 「인사말」은,옛날에 품어본 그런 의문에 해답같은 것을 주었다.이런 글을 쓸수 있는 사람이면 결국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글이다. 『사회주의 지상락원을 건설해 놓았다고 호언장담하던 나라가 빌어먹는 나라로 전락된』것을 보고 아무런 회의도 없이 글쓰기라는 정신작업을 지속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더구나 이른바 이념의 기반을 수립하고 국가철학을 운위하는 논리적 작업을 계속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올바른 생각을 가진 자는 그것을 표현할 길이 없으며 오히려 견제와 감시속에 제대로 숨조차 쉴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대목도 있다.그런줄 진작부터 우리는 알았었으므로 황장엽같은 지식인들은 그런 지경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궁굼했었다.그랬는데 그는 대답대신 서울공항으로 와서 스스로 쓴 「글」을 읽어주었다. 그의 말처럼 그가 「남행」을 모험한 결단이 『7천만 우리민족의 생사운명을 생각하며 평화적 통일을 하는데 기여하기 위한 것』이었음에 대해서는 좀 유보적인 생각이 든다. 다만 『수십년간 신임을 받아온 북조선 당국의 고위간부로서,내외에 많은 벗을 가진 학자로서,사랑하는 가족과 많은 친우를 가지고 있는 인간으로서』 숱하게 많은 고뇌를 하고 얻어낸 그의 「행동」은 분명 중요한 「해답」을 시사한다.이만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살수 없는 땅이라면,그런 「집단」이 지배하는 곳이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다.
  • 「97 우리시대의 춤」 9∼12일·16∼19일 공연

    ◎30대 무용가들이 선뵐 춤의 진수/이원국·박호빈·이미영 등 8명의 특별무대/현란한 무대장치 등 배제 「춤」 그 자체에 혼신 「춤의 본질을 보여주자」는 취지로 예술의 전당이 지난 94년부터 시작한 「우리 시대의 춤」. 현란한 무대장치 의상 연출 등의 부수적인 것을 떨어낸 「춤」,그 자체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으며 무용계에 온전히 자리잡은 공연이다. 「춤으로 돌아가자」는 부제를 내걸고 올해로 4회째를 맞은 「’97 우리 시대의 춤」이 9∼12일,16∼19일 두차례에 걸쳐 서울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올해 초청 무용가는 중진무용가로의 진입을 앞두고 자기 정체성을 확립해나가는 왕성한 활동기의 30대 무용가 8명. 발레의 이원국·한금련·연은경, 현대무용의 남영호·박호빈, 한국무용의 김수현 이경옥·이미영 등으로 지난 2년간 개인작품 발표를 하지 않은채 꾸준히 기량을 닦아온 이들이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국내 남성무용계 대들보인 이원국과 박호빈의 무대. 유니버설발레단 주역무용수로 활동하다 프리랜서를 선언한 이원국으로서는 이번이 솔로 데뷔무대이다. 또 94년 신세대 가을 신작무대에서 대상을 차지,2년간 프랑스에서 연수를 받고 돌아온 박호빈 역시 귀국후 처음으로 자신의 춤을 선보인다. 홍승엽이 이끄는 「댄스 시어터 온」에서 수석무용수로 활동중인 그는 프랑스의 르 마리에타 스크레무용단에서 연수를 받고 지난해 귀국했다. 이밖에 프랑스 자키 타파넬무용단에서 활동중인 남영호를 비롯, 87년 동아무용콩쿠르에서 금상을 수상하고 95년 홍승엽안무의 「아다지에토」에 출연해 섬세한 감수성과 개성적인 동작으로 호평받은 한금련,우리나라 발레의 양대 산맥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을 모두 거치고 서울발레시어터에서 활동하는 연은경씨 등의 무대가 주목된다. 공연일정은 ▲9∼12일 김수현의 「길위에서 길을 찾으며…」,박호빈의 「생각하는 새」,이미영의 「하늘에 뿌리는 노래」,한금련의 「기우뚱한 균형」 ▲16∼19일 남영호의 「파사쥬」,연은경의 「카프리치오 브릴란테」,이경옥의 「명혼」, 이원국의 「파우스트」중 일부 등이다. 580­1234.
  • 황동규씨 신작시집 「외계인」 내주 출간

    ◎라인강∼이 미켈란젤로공원 「발품 흔적」/꽉막힌 일상서 「개안의 순간」을 짚는 순발력/언뜻 비치는 꿈에 본 지난날… 늙음의 영상… 시인 황동규씨(58)의 신작시집 「외계인」이 내주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된다. 지난 93년의 「미시령 큰바람」,95년 연작시집 「풍장」에 이어지는 이번 시집엔 한 대가가 부지런히 팔았던 발품의 흔적이 찍혀있다. 「발품팔아 쓴 시」란 여행길에 건져올린 작품들이란 뜻.유달리 길떠나 떠돌길 좋아하는 시인은 앞선 시집들에도 자기 유랑의 자취를 드문드문 뿌려놓길 즐겼지만 이번엔 죽도에서 몸섞는 남도의 금강줄기부터 라면봉지,소주병 하나 널리지 않은 라인강변을 따라 도시의 내장이 훤히 내려다뵈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미켈란젤로공원에 까지 이른다. 〈…장마 때면 떠내려가는 나무다리 몇 채/건너는 사람없어 하릴없이 건들거리고 있는 곳/그 마지막 건들거림 끝나면 강물이 사행하며/마음속에 질탕한 곡선 하나를 그어주는 곳./마음이 몸 빠져나와 두어 길 높이로 떠서/걸어오는 나를 보는 곳.//마음 빼앗기고/일회용으로 건들거리며 걸어오는…〉(「걷다가 사라지고 싶은 곳­3.정선군 가수리길」에서) 〈고트프리트 벤이 진치고 살았다는 쿠담에 들려/체코출신 다다이스트 시인 리하 교수와/…/다다이즘과 관계없는 날씨와/날씨에 관계없는 커피맛에 대해 얘기할때//…/히치코크 「새」의 주인공들보다 더 생생한 까마귀 떼가/겹겹이 접근하고 물러선다./반 고흐의 밀밭 까마귀들이 그림마다 사라져/… 열배 백배로 늘어 공중에서 휘돌며/…/다다 저 다다다,/…저 놈봐!/뒤쳐지는 놈 하나,/한 날개 절듯 나는 맵시 어색하고/(나도 한때 무리에서 처져 날아다녔다.)…/까마귀떼 풀린 저 대리석 하늘/내려와 내 시간이 된다./커피 한 잔 더./어이 못산당?〉(「독일 시편­5.쿠담의 까마귀떼」) 부대끼고 상처입히는 거추장스런 일상에서 앞이 확 트이는 개안의 순간을 꼭 집어내는 시인의 순발력은 여행길에선 혼의 무게마저 벗어부친 채 까마귀떼에게서도 그로테스크한 삶의 탄력을 읽어낸다. 얼마전 가벼운 풍으로 수술받은 체험탓인지 시집은 꿈에 본 지난 날들,희미한 내세나 늙음의 영상을 어느 때보다 자주 내비친다.하지만 시인에겐 죽음이 사로잡힌 종말이 아니다.삶의 축제에서 새롭게 날아오르기 위한 하나의 벼랑이라며 시인은 장난치는 제사장처럼 미소를 던지고 있다. 〈복사꽃 조팝꽃 산벚꽃 싸리꽃/꽃 물결 때문에/길들이 온통 뒤영켰구나./그 길에 엉켜 앞뒤 못보고/아파트 거실의 찌든 살 한 덩이/떠돌지 않고 돌아왔다면/그대를 어찌?//가슴에 주렁주렁 꽃채 매단 큰 재 하나 넘으면/작은 재들 머리에 꽃 동이 이고 떠돈다./처음 보는 재도 낯익은 재 같이/벼랑 가까이 끌려가다 아슬아슬 놓여난다./발 바로 앞에서 산까치 한마리 현란히 난다./벼랑이란 바로 날기 시작하는 곳.그 날음에 눈 퍼뜩 떠져/벼랑 반보앞/살 떨림 한번 격하게 격하게 그대 몸 훑지 않았다면/그대를 어찌?〉(「그대를 어찌?」전문)
  • 국내 최대 단행본 출판사… 2천여종 발행/고려원 어떤 회사인가

    ◎어학교재 판매부진 심각한 자금난 빠져 지난 78년 설립된 고려원은 총 발행종수가 2천여종이 넘는 국내 최대의 단행본 출판사다. 「단행본문화의 산실」로 군림해온 고려원은 그동안 「중국학총서」「고려원 대학총서」「고려원 세계문학총서」「고려원 현대시인선」 등 굵직한 기획시리즈를 펴냈으며,「소설과 사상」「현대시사상」 등 문학계간지도 발간해 종합출판사로서의 구실을 다해왔다. 고려원은 또 1920년대부터 미국·일본 등지에서 시작된 「페이퍼백」 출판문화를 도입,싼 값의 「고려원 페이퍼백」을 통해 국내 독서인구의 저변을 넓히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뒤늦게 문제가 된 김현철씨의 저서 「하고 싶은 이야기 듣고 싶은 이야기」를 내 입에 오르기도 한 고려원은 최근까지도 재일동포 작가 유미리의 신작소설 「풀 하우스」를 베스트셀러 상위순위에 올려놓는 등 저력을 보였다. 고려원은 85년에는 (주)고려원미디어를 설립,어학분야 출판에까지 영역을 넓혔다.그러나 이것은 고려원이 스스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게 한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고려원은 「오성식 생활영어」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지난해 펴낸 일본어교재 「코츠코츠 일본어」 등 일련의 어학교재 판매가 부진,심각한 자금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 작가 한승원씨 신작 「연꽃바다」 펴내

    ◎아버지 임종앞둔 「패륜의 집안사」/“모든 탐욕·번뇌는 지나친 인간중심의 폐해” 중진작가 한승원씨(58)가 원고지 600매쯤 되는 신작장편 「연꽃바다」를 세계사에서 펴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매실농장은 땅끝 남쪽바다를 향해 툭 트여 열려있으면서도 인간들의 극한 탐욕이 들끓는 닫힌 공간이기도 하다.이같은 설정에다 등장인물의 대사가 지니는 상징성때문에 소설이라기보다 한편의 신화적 비극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청정해역 선포와 함께 번창일로를 달리게 된 포구지역에 위치해 금싸라기 땅이 된 농장을 남기고 아버지 박주철이 혼수상태에 빠지자 고명딸인 윤혜는 이복동생 윤석이 농장을 혼자 먹지 못하게끔 또다른 이복형제 윤호를 불러내린다.이들이 농장을 서로 차지하려 다투는 과정에서 맏형 윤길의 죽음에 관련된 비밀,맏형수와의 근친상간 등 입에 담지못할 패륜의 집안사가 마구 터져나온다. 지난해 9월부터 소설속의 매실농장처럼 바다에 면한 고향 장흥의 집필실에 틀어박혀 원고를 썼다는 한씨는 『모든 탐욕과 번뇌가 결국 지나친인간중심주의의 폐해이며 「연꽃바다」는 우주가 인간을 넘어 자연의 미물 모두에게 열려있음을 상징하는 제목』이라고 설명했다.
  • 불 여성작가 화제의 소설 시리즈로 나온다

    ◎도서출판 열림원,월말 3권 첫 출간 □뒤라스 ·「연인」으로 유명 ·작품 「고통」통해 애증갈등 표현 □유르스나르 ·「알렉스」·「세사람」 화제 소설 두편 ·성,인간성 탐구 □사로트 ·누보로망 기수 ·소설 「황금열매」 진수 선보일듯 프랑스 현대 여성작가들의 화제작만을 골라 맛보여주는 시리즈물이 나온다.도서출판 열림원에서 출간될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선」이 그것.이달말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의 「알렉시」「세 사람」(이상 남수인 옮김),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고통」(유효숙 옮김) 세권으로 테이프를 끊은 뒤 연말까지 일차분 열세권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모두 프랑스 현대문단의 성감대를 민감하게 건드리고 있고 문학성도 갖춘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프랑스에서도 각종 문학상에서 여성작가 수상이 날로 늘어나고 있으며 요즘 우리나라같은 「여성작가 붐」도 일었다.프랑스가 유럽문학의 수원인 점은 누가 뭐래도 부인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필력 섬세하기로 소문난 여성작가들의 소설을 찾아 읽는 즐거움은 더욱 클 듯하다. 먼저 나오는 세권은 「…소설선」중에서도 구세대로 어느 정도 문학적 평가가 이뤄진 작가들의 작품.발표시기도 거의 50년 이전이다.지난해 죽은 뒤라스는 자전소설 「연인」이 영화화된 뒤 우리나라에서도 설명이 필요없을만큼 유명해졌다.「고통」은 2차대전때 포로로 뼛가죽만 남게 된 레지스탕스 남편에게서 동지이지만 연인을 느낄수 없었던 솔직한 심경을 그린 소설이다.사회참여와 연애 다방면에 불꽃을 피웠던 뒤라스의 기질을 엿보게 한다. 유르스나르 역시 「어둠속의 작업」「하드리아누스황제의 회상록」 등이 국내 번역돼 풍요로운 인문학적 품격과 여성을 느낄수 없는 선굵은 문체로 적잖은 독자를 모았던 작가.아내에게 자신의 솔직한 「성애론」을 고백하는 편지형식의 「알렉시」는 레즈비언이었다고 알려진 작가의 성취향을 보여주며 「세 사람」은 1차대전 와중에 애인을 쏘아죽이기에 이른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토대로 인간성과 사회에 대한 특유의 묵직한 고찰이 펼쳐진다. 93년 내한한 아니 에르노의 최신작 「부끄러움」(이하 원제)「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거식증 소녀를 그린 「난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로 국내 소개된 주느비에브 브리작의 페미나상 수상작 「엄마를 찾아서」 등도 화제가 될 만하다.이밖에 누보로망의 기수인 나탈리 사로트의 「황금열매」를 비롯,앙드레 쉐디드,카롤린 라마르슈,클레르 갈루와,다니엘 살르나브,마리 르도네,마리 카르디날 등 최신 작가들이 대거 소개된다.
  • 고 총리에 첫 주례보고 받아/김 대통령

    김영삼 대통령은 11일 고건 국무총리로 부터 총리 취임 이후 첫번째 주례보고를 받았다. 고총리는 이 자리에서 앞으로 행정규제완화를 국정의 제1과제로 추진하는 등 새내각 출범에 따른 분위기 쇄신작업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정책 방향(새 경제팀의 과제:중)

    ◎시장원리 강조… 규제 철페에 초점/노동시장에 탄력성… 경기부양책 배제/「제2 한보」 안나오게 금융개혁 가속화 강경식 부총리를 수장으로 하는 경제팀의 정책방향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새 경제팀은 노동법 개정 관련 파업 및 한보부도사태,수출감소,경기위축 등 난마처럼 얽혀있는 경제난국의 원인이 우리경제 각 부문에서 시장경제기능이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돼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 한다.강 부총리는 6일 취임석상에서 『최근 한국을 닮아서는 안된다는 말이 나돌아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고 피력하고 『근본원인은 세계가 급속하게 변하는 것에 맞춰 구조조정이 미흡한데 있다』고 지적했다.정치·사회부문에서는 잘 된 반면 경제부문에서는 변화와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목청을 높였다. 냉전체제의 붕괴 및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타결 이후 전세계가 완전한 시장경제체제로 전환됐음에도 우리는 이에 걸맞는 기능을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한 점이 오늘의 경제난국을 유발했다는 처방이다.따라서 향후 경제난국을 풀기 위한 새 경제팀의정책수단에 큰 변화가 올 것은 분명해 보인다.그것은 결국 시장경제 원리를 존중하는 것이고 규제와 정부개입을 축소하는 것이 된다. 강 부총리는 경기부양책과 관련,『개방체제 이전에는 유효한 수단이었으나 개방 이후에는 정책수단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산업정책·인력수급정책 등도 쓸모없는 정책이 돼버렸기 때문에 정책담당자의 발상의 전환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이다.과거처럼 정부가 쓸 툴(수단)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모든 부문을 수요공급원칙에 의한 시장경제기능으로 풀어야 한다는 정책기조가 확고한 분위기다. 재경원 관계자는 시장경제기능을 강조하지 않은 부총리가 있었느냐는 물음에 『구체적인 정책을 입안하는 강도에 큰 차이가 난다』며 『거시정책 운영의 틀을 새로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부총리는 『사람을 시장에서 자유롭게 구할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이는 노동관계법 개정과 관련해 노동시장의 개방성과 탄력성을 강조한 대목으로 국회의 노동관계법 개정작업에 이런 기조를 전달할 것으로 예견된다. 금융개혁작업도 가속화될 것이라는 것이 재경원 관계자들의 진단이다.강 부총리가 『한보사태는 정치와 금융산업이 낙후된 합작품이며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했기 때문이다.이와 관련,재경원의 다른 관계자는 『금융산업 업무영역 조정,금융기관의 관리감독체계 등 금융산업개편 작업에 무게중심이 쏠릴 것』이라며 『통화 및 물가는 한국은행이,금융감독은 정부가 각각 맡도록 하는 등의 방식으로 강 부총리가 주무를지 모른다』고 예측했다.강 부총리도 기자간담회에서 『82년 재무장관 시절 한은총재를 만나 통화관리기능은 한은에 완전히 맡길테니 감독은 국가에서 관장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나 한은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상기했다. 한보사태 처리방향 등의 현안에 대한 정부의 대응책은 자유로운 시장경제기능 및 공정경쟁 촉진이라는 새 경제팀의 뚜렷한 팀 컬러가 현실화되는 첫 시험대로 작용하게 됐다.금융실명제 보완작업도 같은 맥락이다.경제효율 및 공정경쟁 제고 차원에서 중소기업 육성책이나 정부부문의 혁신작업도강도높게 추진될 것 같다.
  • 최인호씨 10년만에 선보인 장편 「사랑의 기쁨」

    ◎「삼각관계」속 탁트인 모성애의 한축/연인향한 맹목적 연정보다 더 큰 자식사랑 예민한 감수성의 문체로 사랑받아온 작가 최인호씨가 모처럼만의 신작장편 「사랑의 기쁨」상·하를 도서출판 여백에서 선보였다.80년대의 가장 대중적 러브스토리의 하나인 「겨울나그네」를 쓴 작가가 10여년 더 익힌 붓끝으로 보다 난숙한 사랑을 탐색해본 작품이다. 연애소설에 양념과도 같은 삼각관계가 여기에도 등장하지만 이 작품의 삼각형은 성질이 좀 다르다.프랑스 현대문학자 지라르가 말한 숨막히는 욕망과 치정의 삼각형이 아니라 한 축이 모성애로 툭 트여 열린 형태다. 장유진과 그의 딸 김채희,유진의 연인 최현민이 삼각형의 각 꼭지점을 차지한다.아빠와 이혼하고 30여년을 혼자 살아온 엄마가 유방암으로 죽은 뒤 유품을 정리하다 우연히 채희는 엄마가 애인에게 남긴 편지 한장을 발견한다.추적끝에 밝혀진 애인의 정체는 한때 국내 명문대의 영문과 교수였던 현민.그가 이름없는 대역에 생계를 의지하던 유진에게 떳떳이 자기이름으로 번역소설을 출간하게끔도와주면서 존경과 감사로 시작된 두사람의 만남은 사랑의 불꽃으로 번진다.하지만 사랑의 결실을 코앞에 두고 아빠의 죽음에 충격받은 채희가 파괴적 거식증에 걸리자 유진은 딸을 위해 연인을 포기한다.연인을 향한 맹목적 연정보다 자식에 대한 애증이 엄마에겐 더 큰 사랑이었던 것이다. 영문학 전공자들끼리의 사랑이야기답게 책은 많은 영문학작품들을 덤으로 맛보여 준다.타고르의 「기탄잘리」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등 영시,포크너 소설 「에밀리에게 장미를」 등이 곳곳에 스며 자칫 청승맞은 중년의 정염으로 떨어지기 쉬운 이야기에 향기를 보태고 있다.
  • 고부 갈등 그린 「두여자」 펴낸 작가 김지연씨

    ◎“서로 이해하는 또다른 신세대 고부상 구상” 『자의식이 분명해진 요즘 고학력 시어머니와 신세대 며느리가 한지붕 아래 살게 됐을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상상해봤습니다』 올해초 월탄문학상(31회)을 수상한 작가 김지연씨(55)가 현대판 고부갈등을 그린 신작장편 「두여자」(신원문화사)를 최근 펴냈다. 대학 학장인 남편과 외아들을 둔 남부러울것 없이 다복했던 소설의 중심인물 강여사는 며느리 승혜를 들이고부터 오랜 정성으로 세워온 자기만의 성이 무너져내리는 허탈감을 느낀다.시어머니말에 복종은 커녕 가정개혁을 외치던 당돌한 며느리는 대학원 진학을 핑계로 첫 아기를 지우고 분가한 집에 친정식구들을 끌어들이는가 하면 옛 남자와 바람피우기도 서슴지 않는 「인격파탄자」자 였던 것이다. 『사실 저는 청상의 시어머니를 20여년간 모시면서 누구보다 자기주장 강한 며느리였지요.하지만 아들 둘이 장성해서 며느리 볼 나이가 되니 슬슬 시어머니 입장이 이해 되더군요』 국군에 배포되는 「국방신문」에 연재되면서 소설은 젊은 장병들사이에서 뜻밖의 인기를 누렸단다.김씨는 『실전경험이 적은 청년들에게 신세대 여성을 간접체험하는 재미를 안겨준 때문 아니겠느냐』고 자평한다. 『이번엔 너무 극단적인 케이스를 다룬것 같아 서로를 이해해가는 또다른 신세대 고부상도 그려보고 싶다』는 김씨는 이와함께 『젊은 시절 「의료신문」 재직때의 취재를 바탕으로 본격의료소설 몇권을 구상중이다』고 앞으로의 집필계획을 말했다.
  • 재미 의사 마종기씨 새시집 「이슬의 눈」

    ◎일곱번째 길어올린 「모국어 사랑」/6년만에 선보인 고국에 대한 그리움 기록/이국적 소재 곳곳에 묻어나는 삶의 희망 30년을 넘게 미국에서 의사로 일하면서 변함없이 모국어로 시를 써온 시인 마종기씨(57)가 또 한권의 신작시집을 내놓는다.내주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올 「이슬의 눈」은 지난 91년 「그 나라 하늘빛」에 이어 6년만에 선보이는 마씨의 일곱번째 개인시집이다.하지만 단순한 작품연대기를 넘어 끊어질듯 가느다란 모국어와의 직통라인을 「악착같이」 틀어쥐어온 시인의 그리움의 기록으로 읽힌다. 시인이 모국어에 핫라인을 대고 있다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 아니다. 국내 문학잡지에 작품을 발표해대는 그의 열성은 나라안에 사는 문인들의 게으른 얼굴을 붉어지게 한다.이국에서 국어로 시를 쓰는 시인들이 더러 있지만 모국어의 깊이와 울림을 자연스레 길어올리는 바래지 않는 마씨의 친화력은 특별하다.미국 거주자답게 그의 시들은 패터슨시,동생이 묻힌 외국 공원묘지 등을 떠돌고 소아시아와 이오니아해까지 원정 나가기도 하지만 이국적 소재도,이방의 격절감도 국어의 원천에서 솟는 시의 풍요로움을 덮지 못한다. 〈…국적이 불분명한 강가에 자리 마련하고/자주 길을 잃는 내 최근을 불러모아/뒤척이는 물소리 들으며 밤을 지새면/국적이 불분명한 너와 나의 몸도/깊이 모를 이 강의 모든 물에 젖고/아,사람들이 이렇게 물로 통해 있는 한/우리가 모두 고향 사람인 것을 알겠구나.//마침내 무거운 밤 헤치고 새벽이 스며든다./수만 개로 반짝이는 눈부신 물의 눈,/강물들 서로 섞여서 몸과 몸을 비벼댄다./아,그 물빛,어디선가 내 젊었을 때 보았던 빛,/그렇게 하나같이 비슷한 방향으로 가는 우리./길 잃고도 쓰러지지 않는 동행을 알겠구나.〉(「이 세상의 긴 강」중) 시인특유의 예리한 관찰력은 다음처럼 척박한 삶에 희망을 전하는 작품들을 낳기도 한다. 〈아침 면도를 하며 고개 돌리는 남자를 본다/…/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부끄러운 날들 지나고/(그렇게 쌓인 산들은 소리내며 무너져내리지.)/가위눌린 얇고 불안한 풋잠의 한기 속에서도/내 주름살의 피부에서는 검게 일어나고 있었구나./…/그 하루의 성긴 틈에서 생기고 있었구나.//…/눈 덮여 얼어버린 겨울 벌판에서도/함께 떠들어대며 까실까실 고개 드는 보리싹./내 나머지의 혼이 무성하게 부르고 있었구나.…〉(「아침 면도를 하며」 중) 외국거주 시인으로는 드물게 지난 76년 한국문학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한 마씨는 올해엔 편운문학상 수상자로 내정돼 4월쯤 고국에 들른다.
  • 엘림네트 전병엽 이사(빌 게이츠 꿈꾸는 한국의 도전자)

    ◎차별화된 정보 제공 인터넷서비스 앞서간다/독학으로 컴퓨터 배워 95년 자바연구팀 구성/극장티켓 예약·비디오 판매/실시간 노래방·증권정보 개발 『중소 인터넷전문서비스업체(ISP)의 살 길은 서비스 다각화에 있습니다.엘림네트는 이 점에서 다른 업체보다 한 발 앞서 있다고 자부합니다』 (주)제이씨현 엘림네트 사업본부장 전병엽 이사(39)는 대규모 설비투자가 불가피한데다 온라인 광고시장이 자리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인터넷 접속 서비스만으로 대기업형 ISP와 경쟁하는 것이 무모한 일이라고 판단한다.그래서 일찌감치 생각해 낸 「다윗의 지혜」가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다. 실시간 비디오 서비스가 그중 하나.신작영화,교육용 비디오 등 각종 동화상 정보 서비스를 홈페이지(http://www.elim.net)를 통해 실시간 제공하고 있다.특히 새 영화는 3분짜리 하이라이트 장면을 제작해 서비스하고 사이트에 광고를 유치한다는 전략이다.인터넷을 통한 극장티켓 예약 및 비디오 판매도 겸하고 있다. 인터넷 노래방 소프트웨어 「리얼오케」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지난해 수출까지 한 이 회사의 역작이다.국내에선 공개소프트웨어로 보급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노래방 기능외에 회사가 디지털 파일로 제작한 새 가요도 실어,신곡발표창구로서의 인기를 노리고 있다.현재는 다운로드 방식이지만 새달부터 고난도 압축기술을 채용,실시간 전송방식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전이사는 『모기업인 제이씨현이 지난 90년부터 CD롬 타이틀을 제작,멀티미디어 컨텐트 개발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밝히고 『그간 축적된 기술이 엘림네트가 추진하는 멀티미디어 서비스에 응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바 프로그램에 대한 발빠른 투자는 엘림네트의 기술적 안목과 순발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최근 인터넷용 프로그래밍 언어로 각광받고 있는 자바 응용프로그램은 운영체계(OS)에 관계없이 실행되고 네트워크에서 파일을 실시간 전송해주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엘림네트 추진 초기인 지난 95년부터 이미 자바 연구팀을 구성했다.이곳에서는 실시간 증권정보 서비스를 개발중이다.인터넷을 통해 증권객장에 나가지 않고도 시세의 변화를 바로 알 수 있고 주식매매도 할 수 있게 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1년여동안 투자 덕택에 자바 프로그램 개발에선 국내 어느 업체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하는 전이사는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 거는 기대가 더욱 크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엘림네트의 도전정신의 밑바닥 한켠에는 전이사의 개인역정이 자리하고 있다. 대학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제조업체 회사원으로 일하던 그가 컴퓨터업계에 뛰어든 것은 그의 지칠줄 모르는 실험정신에서 비롯된 것.자재담당을 맡아 업무편의를 위해 컴퓨터를 혼자 공부했고 이것이 계기가 돼 한때 중소기업형 생산관리 시스템을 개발하는 소프트웨어업체를 차리기도 했다. 컴퓨터업에 종사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인터넷은 그에게 정보화시대의 미래상을 가늠케했다.엘림네트의 산파역과 운영 총책임을 맡은 것은 정보통신에 대한 그의 관심이 커 있을 무렵 평소 알고 지내던 제이씨현 거현배사장의 제의를 수락해 이뤄졌다. 새로운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개발에 게으르지 않은엘림네트의 가능성에 건 전이사의 인생 승부수가 어떤 열매를 맺을지 주목된다.
  • 율전/한국화의 현대화의 추구

    ◎오늘∼18일/추상성 강조한 7명작품 선봬 한국화의 현대화를 지속적으로 탐구하는 그룹전인 「율전」이 12일부터 18일까지 서울 구로구 구로동 애경갤러리(818­0202)에서 열린다. 지난 95년 이화여대 동양화과 동문전으로 시작한 이 그룹전은 한국화의 기본적인 특성을 유지하면서 파격적인 형태와 색채의 선택 등 한국화의 현대적 계승에 천착하고 있는 자리.작가들은 첫해 인사갤러리 전시부터 지난해 공평아트홀전을 거쳐 올해 애경갤러리로 이어지면서 한국화단의 호평을 받고있는 신선한 작품세계를 보이는 유망주들.특히 현대적인 화풍의 한국화 그룹중에서도 추상성을 강조하는 그룹으로 주목받으면서 전통의 맥잇기와 변형을 강조하는 인기있는 볼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전시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번 전시는 손영씨를 비롯해 구미경 김인자 김지연 배석미나 우승현 유소영씨 등 이 그룹의 색채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7명이 그동안 작업한 신작을 보이는 전시.장지와 화선지 등 한지에 대부분 혼합재료를 사용,한국화의 분위기를 살리면서 종전보다더 추상성을 띤 화면들이 눈길을 끈다.
  • 한보 수사­“소환 임박” 초조한 정치권

    ◎검찰칼날 주시… 의원들 속탄다/여­20여명 관련 풍문… 당사자들 펄쩍/야­5∼6명 소환설… DJ·JP방어 총력 신한국당 홍인길·국민회의 권노갑 의원의 검찰소환이 확정되면서 정치권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벌써부터 대대적인 정치권 사정설이 꼬리를 문다.여야의 관심은 검찰의 소환조사가 과연 어느 선까지 이어지느냐이다.연루설이 나도는 여야의원들은 숨죽이며 「검찰의 칼날」을 예의주시 하고있다. ○…신한국당의 초미의 관심사는 당내 대선 예비주자군에 인사가 포함되느냐의 여부다.지도부는 반신반의하면서도 『현재로는 알 수 없으나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말한다. 관련설이 나도는 중진의원들도 여전히 『정치적 음해』라고 펄쩍 뛰고있다.야권이 배후인물로 지목하고 있는 K의원은 이날 외부와 접촉을 피한채 비서진과 함께 근교 등산을 했고,C의원도 생가에서 가족들과 모처럼 휴식을 취했다.반면 이날 하오 검찰소환을 통보받은 홍인길의원은 『내일 검찰에 출두해 조사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은 마치 태풍 전야처럼 크게 술렁이고 있다.특히 당내 의원 20여명 관련설이 꾸준히 나돌아 난감해 하고 있다.관측대로 대권예비주자군 중진이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은 그러나 검찰수사가 끝나면 결국 사태수습의 한 축을 담담해야 할 것으로 보고 이번 주부터 고위당정회의 등을 갖고 한보사태 후유증 최소화 대책을 마련하고 임시국회 소집 방안 강구 등에도 당력을 모을 방침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은 5∼6명 야당의원 소환설이 나돌면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한보로부터의 자금수수를 시인한 권노갑 의원은 이날 하오 9시30분 검찰 소환통보를 받았다.그러나 권의원은 전화통화에서 『검찰은 내일 오라고 했지만 공인인 만큼 당과 상의해 모레(11일) 하오 2시 출두해 금품수수 경위 등을 자세히 설명하겠다』며 『11일 상오 11시 국민회의·자민련 합동의총에 참석,당과 나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괴문서에 이름이 오른 김총재의 측근들인 K·C 및 P전의원 등도 한결같이 『한보로부터 돈을 받은 일이 없다』며『괴문서를 통해 야권의 야권 흠집내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야권은 그러나 검찰 칼날이 결국 김대중·김종필 총재의 흠집내기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차단에 고심하는 눈치다.역공 수위를 높이면서 「정면대응」으로 가닥을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야권은 오는 11일 양당 합동의총과 한보합동조사위의 금융권 조사를 시점으로 「청와대·민주계 핵심인사 개입의혹」을 집중 부각시킬 방침이다.필요하다면 TV청문회 주장을 거둬들이고 임시국회 소집에 응하는 문제까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국민회의 한관계자는 『청와대­금융권­한보로 이어지는 「삼각커넥션」 의혹을 파헤쳐 여권의 물귀신작전,끼워넣기 음모를 분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소극적인 대응의 자민련도 K·H 실세의원들의 자금수수설에 이어 김종필 총재의 의혹설마저 겹치자 공격적인 대응으로 방향선회를 모색하고 있다.
  • 임영조씨 신작시집 「귀로 웃는 집」

    ◎한편 한편 넉넉한 「익살과 여유」/잡티없는 자연속 담백한 수묵화 한폭 시인 임영조씨(52)의 신작시집 「귀로 웃는 집」(창작과비평사)은 삶과 문학이 어우러져 한폭의 담백한 수묵화처럼 상쾌하다. 지난 70년 등단한 뒤 27년만에 이번 네번째 시집을 묶을 정도로 임씨는 붓을 아껴왔다.그토록 오래 걸러낸 덕에 어떤 작품을 펼쳐도 시인 평생의 조심스럽고도 소박한 기품이 말갛게 들여다보인다. 철철이 되풀이하는 산행,갖가지 곤충과 화초,평해의 달과 가을숲 등 잡티없는 자연에서 노랫감을 구하면서도 시인은 늘 이를 통해 삶과 문학의 이치로 되돌아온다. 〈늦가을 탱자나무 가지에/해탈하듯 허물을 벗어 걸고/어디론가 잠적한 은자/그가 남긴 구각을 들여다보면/비로소 햇빛 본 유고집 같다/…/한평생 집 한칸 없이/세속을 멀리하고 숲속에 숨어/…/온 몸을 쥐어짜며 시를 읊었다/…/그리하여 이 가을 홀연/장정이 투명하고 광나는/시집 한 권 남기고 갔다/아무도 모르게 열반에 들 듯.〉(「매미 껍질」중) 〈사람이 그리운 날/사람을 멀리하고 산에 오른다/…/그러고 보니 어느새 나도/사람 벗은 한 마리 나비였구나/어느 경전 위에 앉아도 두렵지 않은…/뻐꾹새가 불현듯/내 마음 빈터로 날아들어/뻐꾹뻐꾹 뻑뻐꾹 방점을 찍는다/이제 그만 환속하라고?〉(「봄 산행」중) 사람과 자연,성과 속이 혼연히 삼투하는 그윽한 경지를 보여주는 그의 시집은 느긋한 익살과 여유로운 관조로 페이지마다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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