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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셉 나주 대표작 2편‘손짓’

    연극,무용,마임의 경계를 허무는 독특한 작업으로 주목받아온 유고슬라비아 연출가 겸 무용가 조셉 나주(현 프랑스 오를레앙국립무용센터 예술감독)가 ‘보이체크’와 ‘소매속의 시간’ 등 대표작 2편을 잇따라 선보인다.장르 구별이 쉽지 않은 그의 작품세계를 반영하듯 ‘보이체크’는 서울연극제에,‘소매속의 시간’은 세계무용축제에 각각 초청됐다. ‘보이체크’는 19세기 낭만주의 작가 게오르그 뷔히너의 원작을 토대로 한 작품.조셉 나주는 “전쟁과 질투,경쟁,남녀대립구도 등 모순되는 어른들의 사회를 미치광이와 어린아이라는 두가지 시선으로 드러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93년 초연이후 너댓차례의 수정을 거쳐완성됐다. ‘소매속의 시간’은 지난 2월 파리 바스티유극장에서 공연돼 호평을 받은 최신작으로 조셉 나주와 세실 띠에블몽이 듀엣으로 출연한다. 남녀간의 사랑과 갈등을 묘사한 이 작품은 타악기연주자 블라디미르타라소프의 음악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더하는 무용극이다.‘보이체크’는 6·7일 오후7시30분 문예회관 소극장(02)745-5127,‘소매속의시간’은 9·10일 오후8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02)766-5210이순녀기자
  • 공기업도 경영혁신 착수

    정부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공기업 경영 혁신 지시에 따라 전체 공기업을 대상으로 경영 계획서를 받아 이를 토대로 경영 책임을 묻는 등 공기업 경영 혁신작업에 착수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5일“지난 5월부터 9월까지 감사원의 공기업 감사 결과를 토대로 모든공기업이 자체적인 경영 계획서를 제출토록 한 뒤 이를 정부혁신위원회는 물론 시민단체들도 참여한 가운데 평가작업을 벌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평가작업 결과에 따라 경영자들에 대한 책임 소재를묻고 인센티브 제공 여부 등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승현기자 yangbak@
  • 극단 목화 ‘잃어버린 강’

    극작가 겸 연출가 오태석과 극단 목화가 1년만에 신작을 내놨다. 서울연극제 초청작으로 5∼11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잃어버린 강’은 남북화합의 분위기에 때맞춰 일제치하 백두산을 배경으로 한민족의 정체성을 모색하는 작품.항일투쟁을 위해 토문강변 간도로 간 안중근이 한·청간의 국경문제로 설움을 받는 조선족을 보고,만주 북진을 위해 간도를 청국에 넘긴 이토 히로부미를 제거한 뒤살인범으로 처형당하기까지의 과정이 속도감있게 펼쳐진다.극중에는일본군이 백두산 정계비의 흔적을 지우려하자 대한제국과 청의 두 관리가 후세를 위해 정계비를 빼돌리려 애쓰는 모습도 그려진다. 오태석은 “식민지에서 벗어나자마자 국토가 반동강이 나는 등 지난50년간 참으로 많은 것을 잃었다”며 “우리가 잃은 것들중에 장차찾아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보는 자리로 무대를 꾸몄다”고 밝혔다.‘오태석 스타일’은 이 작품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우리말의 찰진 맛을 제대로 살린 독특한 어법,토속 내음 물씬한 몸짓과 소리,그리고 고무공처럼 튀는 비약과 생략 등 누가 보더라도 단박에 구별해낼 수 있는 그만의 연극작법이 이 작품에도 고스란히 살아있다. 조상건 김병옥 김세동 등 ‘천년의 수인’이후 근 2년만에 고향에 돌아온 ‘목화 고참’들과 박희순 황정민 등 ‘목화 386’들이 함께 호흡을 맞추는 무대라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02)745-3967이순녀기자
  • 케이블TV 가을맞이 새단장

    가을을 맞아 각 방송사가 프로그램 개편을 통해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이달말 일부 케이블 채널과 경인방송(iTV)이 개편을 실시하고 KBS,MBC,SBS,EBS 등 지상파 방송4사도 다음달중 일부 프로그램을개편할 예정이다. 오락전문 케이블채널 NTV(채널 19)는 25일부터 음악프로 강화와 인기프로의 다양화를 골자로 하는 프로그램 개편을 실시한다.신설되는프로그램은 음악전문 생방송 퀴즈프로그램 ‘생방송 음악천하’,가요순위 프로 ‘N-TOP 인기가요’,팝 음악에 대한 정보와 신작 뮤직비디오를 소개하는 ‘N-POP 20’등 3개의 음악프로,통계와 쇼를 결합시킨 ‘현장출동! 뭐든지 베스트’ 등 모두 9개다.간판 프로그램인 ‘김국진의 파워골프쇼’는 주1회에서 주5회로 확대 편성하고 ‘NTV스페셜’은 콘서트 전문 프로그램으로 육성할 예정이다. 음악전문 케이블채널 m·net(채널27)도 25일 프로그램 개편을 실시한다.젊은 시청자 취향에 맞는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새 얼굴들을 VJ로 대거 투입한다.길거리에서 10대 시청자들의 솔직한 얘기를 듣는‘틴틴I’,노래방 기능을 곁들인 뮤직비디오쇼 ‘씽씽가요’등 모두6개 프로그램이 신설되고 이달부터 선보인 ‘ShowKing m’은 방송시간을 60분에서 90분으로 확대한다.가수 겸 영화배우로 활약중인 고호경이 ‘댄스탐험대’의 진행을 맡고 윤덕현,김소정,신지영 등 새로운 얼굴들도 볼수 있게 된다. 여행·레저전문 케이블채널 리빙TV(채널28)도 25일부터 ‘월드컵 특선 일본을 간다’,‘여행정보 매거진’등 프로그램을 신설한다. 경인방송(iTV)은 25일 소폭의 가을개편을 실시한다.일일시트콤 ‘헬로우! 닥터’가 막을 내리고 인기를 얻고 있는 ‘댄스불패’는 방송시간을 화요일 밤 11시 55분에서 일요일 오전 10시로 옮긴다.또 월∼금 오전 9시 30분부터 30분동안 새로 증권프로를 방송하는 대신 ‘생방송 모닝데이트’는 140분에서 90분으로 축소한다. 한편 KBS는 다음달 초 ‘도올의 논어이야기’와 ‘북한땅 고향은 지금’,‘테마쇼 인체기행’을 신설하는 등 프로그램을 개편하며 EBS는 다음달 2일,MBC와 SBS는 다음달 중순 프로그램 개편을 실시할 예정이다. 장택동기자 taecks@
  • 26일부터 ‘이대원 2000’展

    한국현대미술 1세대인 이대원 화백이 팔순을 기념해 5년만에 개인전을 연다.26일부터 10월 10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02-734-6111)에서 개최되는 ‘이대원 2000’이 화제의 전시다.출품작은‘인왕산’등 1,000호짜리 대작 3점을 포함해 50여점.모두 최근 5년 새그린 것이니,회고전이 아니라 신작발표 무대인 셈이다. 1921년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난 이 화백은 경성제대 법문학부를 나와 화가의 길로 들어 홍익대 초대 미대학장,총장,예술원 회장을 지낸 문화계 원로.화단에서는 이런 이력의 그를 ‘가장 행복한 화가’라부른다. 이 화백이 화필을 잡은 것은 올해로 70년에 이른다.서울 청운초등학교 5학년 때.‘백일홍’이란 유화를 그려 눈길을 모은 그는 제2고보(경복고 전신)에서 국내 첫 프랑스유학파 화가인 이종우에게 그림을배웠다.38,39년에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선전(鮮展,조선미술전람회)에 낸 ‘언덕위의 파밭’‘뜰’이란 작품이 잇따라 입선돼 재능을 인정받았다.심형구 유영국 장욱진 임완규 김창억 권옥연 이우경 화백 등은 제2고보 동문들.이화백은 당시 경신학교 미술교사이던 도상봉에게 데생지도까지 받으며 미술학교에 들어가려 했지만 집안의 반대로진학을 포기했다.그러나 그는 화가의 길을 스스로 개척,‘농원’등자연을 모티브로 한 독특한 작품세계를 일궜다. 이 화백은 이번 전시를 앞두고 자신의 예술관을 한 자락 밝혔다.“나무는 삶의 방향으로 가지를 뻗는다.다시 말해 나뭇가지는 생명의선이다” 그가 나무를 즐겨 그리는 데는 선친이 가꿔놓은 파주의 과수원에서 뛰놀던 유년의 기억이 큰 몫을 했다.물오른 나뭇가지,하얀배꽃,소담스런 열매와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의 오묘한 이치를 깨달았고 예술적 감성을 키웠다.색점과 색선으로 이뤄진 화사한 그의 그림은 이런 성장배경에서 탄생한 것이다. 그의 독특한 개성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시기는 50년대와 60년대. 동료들은 구상화를 버리고 모노크롬이나 미니멀리즘 경향의 추상회화로 전환했지만 그는 이런 시대 흐름에 아랑곳하지않고 산과 들,연못등 자연풍경만을 고집스레 그렸다.이에 대해 프랑스 미술평론가 피에르 레스타니는 이렇게 평가한다.“이대원은 동시대 한국화가 중 서양미술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이다.그러나 그의 나무 그림은 한국 수묵화 전통도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이 화백에게 또 하나의 색다른 경험은 1959년 국내 첫 상설화랑인반도화랑의 운영을 10여년동안 맡은 것.그림값이 터무니없이 비싸서는 안된다는 그의 ‘소신’은 그 때의 경험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당시 이 화백 밑에서 그림을 배우며 화상으로서의 기본을 익힌 갤러리현대 박명자 대표는 “이 화백의 그림은 값이 없다”고 말한다.호당가격제의 모순에서 벗어나 합리적으로 그림값을 정한다는 얘기다. 이 화백은 팔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하루 대여섯 시간씩 화폭과 씨름하는 영원한 ‘현역’이다.그 육체적·정신적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그것은 바로 엄격한 자기관리다.그는 지금도 매일 아침1시간씩 수영을 하고,영어·독어 등 이미 능통한 4개국어 외에 중국어를 새로 배우고 있다. 김종면기자 jmkim@
  • 서울 ‘세계무용축제2000’

    필립 드쿠플레DCA(프랑스)페드로 포웰스(벨기에)H아트 카오스(일본). 지난 2년간 세계무용축제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돼 폭발적인 인기를 끈 무용단들이다.이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인다.23일 사전특별공연을 시작으로 막올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무용페스티벌 ‘세계무용축제2000’(SIDance)’(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 주최)이 그 무대.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에는 이들을 포함한 해외 10개국 14개단체, 국내 16개 단체가 참가해 한달간 국립극장,세종문화회관,예술의전당 등 서울시내 7개 공연장에서 30여회 공연을 펼친다. 개막무대(10월2일)에 오르는 일본 여성무용단 H아트 카오스는 지난해재일동포 무용가 시라카와 나오코의 독무‘로미오와 줄리엣’으로 깜짝놀랄 화제를 모았던 팀.그때의 감동을 잊지 못하는 팬들의 요청으로 올해 다시 초청됐다.이번 서울공연에는 현대 사회의 성폭력을 빗댄 ‘봄의 제전’(97년)과 지난 9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초연된 복제양 이야기 ‘돌리’등 2편을 선보인다. 98년‘일식’으로 열광적인 박수를 받은 페드로 포웰스무용단은 신작 ‘빈사의 백조 8인연작’을 세계 초연한다.카롤린 칼송 등 세계유명 여성안무가 8명이 남성무용수 페드로 포웰스를 위해 각각 3분이내로 안무한 작품들을 모은 이색 공연.서커스와 무용을 결합한 실험적 작품들로 주목받은 필립 드쿠플레DCA무용단은 지난해 ‘샤잠’에이어 올해는 ‘트리통’으로 한국 관객을 찾는다. 춤 문외한들도 단박에 흥겨움을 느낄 만한 대중적인 공연도 빼놓을수 없다.발레를 탱고와 재즈,플랑멩코와 결합시킨 프랑스의 파리재즈발레단,테크노음악과 DJ,현란한 무대조명까지 갖춘 스위스 링가무용단이 관심을 모은다.국내작으로는 이달초 프랑스 리옹댄스비엔날레에참가해 엄청난 호평을 받은 무용가 홍승엽의 ‘데자뷔’와 창무회의 ‘하늘의 눈’,극무용 ‘세월이 좋다’가 선보이고,기획공연으로 젊은 무용가의 밤,중견안무가 신작무대,진주명무전 등이 마련된다. 한편 23·24일 오후6시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리는 사전특별공연‘하야치네 카쿠라’(일본 무형민속문화재 제1호)는 본격적인 한일문화교류를 앞두고 일본 민속예능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드문 자리로기대를 모은다.(02)766-5210이순녀기자 coral@
  • 화폭에 담은 ‘영혼의 바다’ 이상국 개인전

    서양화가 이상국(53)이 그리는 바다는 독특하다.그의 바다그림에는원근법이 없다.개념속의 바다풍경을 감성적인 기법으로 그려낸다.한점 섬도 없는 허허바다의 거친 물결과 수평선 그리고 파란 하늘이 작가만의 회화언어로 되살아난다.그것은 수평의 붓놀림과 고요한 움직임으로 압축되는 정중동의 세계다.지난 96년 미국으로 훌쩍 떠난 그가 바다를 가득 안고 돌아와 전시장에 풀어놓고 있다.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이상국 개인전(17일까지)에는캘리포니아 바다 등을 배경으로 한 신작 40여점이 나와 있다.바다는그가 미국생활에서 새롭게 인식한 창작의 신천지.언제부턴가 그는 바다의 어느 한 순간을 포착해 화폭에 담아 왔다.이씨와 20년 지기인시인 정호승은 “이상국은 바다를 하나의 풍경으로서 그리는 게 아니라 하나의 영혼으로서 그린다”고 말한다.‘순간과 영원의 미학’을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30년 가까운 작가의 예술세계가 점차 관조적인 데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70년대 중반 이후 그는 쓸쓸한 산동네 겨울풍경과공장지대 그림으로 민중의 눈물을 닦아줬다.‘민중적 서정성’의 시대라 이름지을 만하다.90년대 초반에는 영국에 머물면서 작품경향도 바뀌었다.사물을 바라보는 눈이 한층 추상화한 가운데 나무의모습을 통해 인간 본질에 다가가고자 한 것. 미국체류는 이같은 그의작품세계에 또 한번의 변화를 몰고 왔다.이제 그는 자연을 소재로 삶에 대한 빛과 어둠을 잔잔하게 전해주고 있다. 김종면기자
  • [대한광장] 푸른 하늘을 위하여

    9월의 문화인물로 정해진 시인 김수영의 작품 중에 ‘풍뎅이’란 시가 있다.비교적 초기에 씌어진 시인데 거기에는 소시민적 삶의 어려움과 막막함이 잘 표현되어 있다.시는 목이 비틀려진 풍뎅이가 뒤집어진 채 날지 못하고 ‘등판으로 땅을 쓸어가면서’ 우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시의 화자는 그 풍경을 보면서 ‘네가 부르는 노래가 어디서 오는 것을 너보다는 내가 더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또한 풍뎅이가 그렇게 울고 있어도 ‘소금같은 이 세상은 계속 존속할 것’이라는 절망의 말을 덧붙이고 있다. 누구라도 땅에 누워 통곡하며 울어본 사람은 김수영이 풍뎅이가 등으로 우는 모습에 공감하는 모습에 같이 등이 아프리라.손가락은 잘려 엎어지고 싶어도 엎어질 수도 없고 대신 등을 밀며 그 어딘가로끝까지 밀어붙여야 겨우 살 것 같은 절망감.사는 일이 그렇게 막막하다고 느껴본 일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 시가 주는 아득한 슬픔에 눈빛이 닿을 곳이 없는 때가 있다는 것을 실감케 하리라. 아침저녁으로 기온은 내려가지만 낮은 아직 덥다.그러나 오락가락하는 태풍 덕분에 여름으로부터 가을로 성큼 들어선 것처럼 느껴진다. 가지 끝에 매달린 열매들은 온몸으로 빛을 빨아들여 과육에 살을 더하리라.탐스러운 과일을 상에 차려놓고 조상의 음덕을 생각하는 추석도 며칠 남지 않았다.이제 우리는 자신의 고향으로 대이동을 할 것이다.어딘가 갈 데가 있다는 것은 마음에 정처가 있는 것이어서 우리를든든하게 한다. 그러기에 누군가는 명절때 갈 고향이 없는 사람은 구원이 없다고 했던 것이리라. 그러나 이번 추석은 왜 이렇게도 심란한지 모르겠다.분명 50여년간생사조차 몰랐던 혈육들을 만나고 서로의 얼굴을 만지며 오열을 터트렸건만,통일은 미래의 일이 아니라 오늘의 일이라고,이를 위해서 자기가 선 자리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그 길에 이르는 길인가를 숙고해야 한다고 다짐을 했건만 오늘 우리의 주변은 어수선하다. 남북정상의 공동선언 이후 사실 우리사회는 커다란 변혁기에 들어섰다.그 누구도 우회하여 살 수 없는 민족이라는 커다란 길 앞에서 실로 우리는 엄청난 변화를 체감하며 서있는 것이다.비전향 장기수들이북녘으로 가고 인민군으로 간 아들은 교수 박사가 되어 환생(?)하고끊어진 철도는 이어질 것이 확실하며,무조건적인 증오와 적대감으로서로를 보던 냉전시대의 유물들을 걷어내고 같이 살아가야 할 사람이라며 서로를 신뢰하지 않으면 안되는 통일시대의 초입에 우리는 문득와버린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실제적인 모습은 어떠한가.의사들은 생명을 담보로사보타주를 하고 국회의원들은 당리당략에서 한발자국도 못나가고 또어디선가는 은행의 대출비리가 불거지고 한 마디로 난장판같다. 모두들 제 잘난 맛에 아우성들이다.그 난장판 저 안쪽에는 서로의 이익을위한 끊임없는 진흙밭 개싸움이 벌어지고 있으니….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자면 대통령 혼자서 외롭게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그야말로 고군분투하는 것처럼 보인다.큰 매듭을 풀면 작은 매듭은 서로가 역할을 나누어서 풀어야 할텐데 푼 매듭을 일부러 헝클어 더 어지럽게 하고 있는 형국이 아닌가.너무도 안타깝고 답답하다. 드러누워 등으로 땅을 밀면서 우는 풍뎅이가 차라리 편하다는생각도든다. 김수영이 쓴 시 중에 ‘푸른 하늘을’이란 시가 있다.막연하게 푸른하늘을 찬미하는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고,‘푸른 하늘’(혁명)에는 피의 냄새가 머금어 있다고 씌어진 시이다. 그러고 보면 아직우리는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눈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 신작로 어느 한쪽에선 햇빛 앞에서 몸을 말리는 고추도 있고 그때 한가하게 떠가는,그야말로 짙푸른 푸른 하늘이 우리의 도처에 있건만아직 우리는 그 하늘을 만날수 없다는 것인가.조금 멀리 보고 오늘을참아가는,그래서 열릴 푸른 하늘을 진정 볼 수는 없단 말인가. △강형철 숭의여대 교수·시인
  • 대한매일을 읽고/ ‘교통위반 신고보상금제’ 기사에 기분 씁쓸

    신문(대한매일 8월25일자 32면)을 보니 기획예산처에서는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현장사진을 찍어 고발하는 시민에게 건당 3,000원씩 보상금을 지급하는 ‘신고보상금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한다.신고보상금제가 실시되면 어느정도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한편으론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나도 현직 교통경찰관이지만사람들이 얼마나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이런 제도까지 시행하게 되었는지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교통법규 위반자를 발견하고 스티커를 발부하면서 “제 잘못입니다”라고 순순히 인정하는 사람은 드물다.많은 경우 경찰간부나 동료 직원이름을 대면서 봐달라거나 다른차를 보며 ‘저차는 왜 단속안해요’라고 물귀신작전을 쓴다.또 ‘언제 내가위반했느냐’며 억지를 부리는 사람도 많다. 경찰은 현재 계도차원에서 단속을 하고 있는데,수많은 차 중에서 ‘왜 내 차만 단속의 대상이 됐을까’하고 한번쯤 돌이켜 생각해봤으면좋겠다. 김성기[서울 중랑경찰서 경비교통과 경사]
  • 책장 넘어가는 소리에 마음의 양식 차곡차곡

    열 권이 넘는 문학잡지 가을호들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알찬 내용의 기획특집물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먼저 ‘문예중앙’(편집위원 김정란 한기 박상우 하응백)의 ‘통일문학’ 특집이 눈길을 끈다.김윤식의 서설 ‘문학사 흐름에서 본 통일시대의 민족문학’에 이어 90년대의 북한문학(신형기)과 통일후 독일문학(김용민)이 실려 있다.‘21세기문학’(편집인 김준성 편집위원 김윤식 이청준 김성곤)도 기획특집 ‘북한 문학의 실상’을 실었다. 상당기간 북한에 체류했던 소설가 황석영의 북한문학의 어제와 오늘에 관한 대담 인터뷰와 함께 북한문학 연구에 대한 제언(서경석) 최근의 북한소설(김재용) 최근의 북한시(홍용희) 월북작가들의 작품세계(조남현) 등을 모았다. 편집위원(이재우 방현석 김인숙 권성우 유성호 박형준)의 젊음이 돋보이는 ‘작가’는 최근 우리 문학이 급격한 세대교체의 흐름 속에해석학적인 대응만이 빈번해 원로 및 중견들이 던지는 중후한 제언의 목소리를 듣고자 한다면서 ‘이 시대 문학에 던지는 목소리’를 특집으로 마련하고있다.이선영(리얼리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넘어서기) 구중서(오늘 문예비평은 무엇인가) 현기영(인간긍정의 문학) 강은교(이 시대의 문학,무엇이 문제인가) 등이 생각을 풀어놨다.특히 이계간지는 다른 문학지에서 보기 어려운 ‘이 작품을 비판한다’ 난을 개설해 놓고 있다. 민음사가 발행하는 ‘세계의 문학’(편집주간 박상순 편집위원 박성창 조형준 김미현)은 ‘문명의 히스테리와 공격성’을 기획테마로 잡았다.젊은 필진들이 멋진 신세계의 즐거운 악몽(김성기) 영화에 나타난 공격성과 히스테리 양상(심영섭) 병리학의 소설사(손정수) 무의식과 문명의 억압(최애영) 등을 썼다.자크 데리다의 ‘문학의 수난과열정’ 및 게리 스나이더의 글을 번역 소개하고 있다.‘실천문학’(주간 김남일 편집위원 김재용 서강목 양진오 이선옥)은 특집 ‘박완서 문학과 여성주의’와 함께 영어 공용화와 관련한 기획 ‘지구촌의 언어전쟁’을 실었다. ‘작가세계’(편집위원 장경렬 박철화 권명아)는 소설가 구효서를집중 조명하고 있으며 테마기획으로 중·고등학교의문학교육과 대학의 문학및 창작교육을 짚어보는 ‘제도로서의 문학교육’을 마련했다.‘동서문학’(편집인 전숙희 주간 김원일)은 중앙대 김근식 교수의러시아 새 문학 소개를 40여 쪽에 걸쳐 실었다. ‘창작과 비평’(편집인 백낙청 주간 최원식)은 ‘분단시대에서 통일시대로’ 특집이 돋보인다.100여 쪽에 걸쳐 강만길 김경원 홍윤기백낙청의 발제·좌담과 함께 교류·협력시대에 되돌아본 남북한 도시화(장세훈) 통일운동과 여성주의(정현백)의 글을 실었다.‘문학동네’(편집위원 남진우 류보선 서영채 신수정 황종연 주간 이문재)는 신작발간을 계기로 중견작가 황석영 이문구 김주영의 문학세계를 폭넓게 조명하고 있다.이어 ‘비판적 지성의 한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문학및 시사비평가인 도정일 인터뷰를 크게 실었다. ‘문학과 사회’는 젊은 비평가들로 편집 동인(김동식 김태환 박혜경 우찬제 이광호 최성실)이 바뀌면서 혁신호란 이름으로 가을호를냈다.특집 ‘21세기 문학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준비했는데 문학은 무엇이 될 수 있는가 등 4건의 글들을 모두 편집동인들이 쓰고 있다. 한편 이번 가을호에서 대부분의 문학지들이 황석영의 신작 ‘오래된 정원’을 심도있게 분석·평가해 눈길을 모은다. 김재영기자 kjykjy@
  • 제57회 베니스영화제 오늘 伊 리도섬서 개막

    제57회 베니스국제영화제가 오늘부터 다음달 9일까지 11일간의 일정으로 베니스 리도 섬에서 열린다. 이번 영화제에는 김기덕 감독의 장편 ‘섬’과 이상열 감독의 ‘자화상 2000’,하기호 감독의 ‘내사랑 십자드라이버’ 등 단편 2편이 각각 장·단편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올해 영화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지난 봄 칸영화제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영화가 크게 줄어들고 그 여백을 아시아와 유럽영화가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장편 경쟁부문에 나온 총 19편 가운데 미국산은 로버트 알트먼 감독의 ‘닥터T와 여자들’과 줄리앙 슈나벨의 ‘어둠이 내리기 전에’ 등 2편뿐.이들도 거대자본을 등에 업은 할리우드산이 아니라 인디산이다. 대신 ‘섬’을 비롯한 아시아영화가 몇년새 뚜렷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추이다.지난해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을 모두 장이모(張藝謨)·장유엔(張元) 등 중국출신 감독들에게 돌렸던 영화제는 올해에도 4편의 아시아산을 공식경쟁작 목록에 올려놓았다. ‘섬’은 청각장애를 앓는 여자의 광적인 사랑을 통해 인간의 외로움이낳는 병적인 집착과 애욕을 그린 작품.홍콩 프루트 챈 감독의 ‘두리안,두리안’은 중국 창녀를 이야기의 중심부에 세운 멜로드라마이며,이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서클’은 이란의 여성들과 아이들의 거친 삶을 담았다.이밖에 인도 붇하뎁 다스굽타 감독의 ‘레슬러들’도 아시아 대표작으로 꼽힌다. 역량있는 유럽감독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일람할 수 있는 것은 이영화제의 변함없는 미덕.포르투갈의 거장 마뇰 드 올리베이라의 신작 ‘팔라브라 에 유토피아’,영국 스티븐 프리어스의 ‘리암’,프랑스 사비에 보부아의 ‘셀롱 마티유’ 등이 상영된다. 흥미와 완성도를 겸비한 이탈리아 영화들도 4편이나 나와 주목된다. 가브리엘 살바토레의 초현실적 블랙코미디 ‘이빨들’을 위시해 시실리아 마피아를 다룬 ‘백발자국’,2차대전 말엽 레지스탕스 투쟁을그린 ‘빨치산 자니’,‘성자의 혀’ 등이다. 개막작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스페이스 카우보이’,폐막작은 토니 갓리프의 뮤지컬 ‘방고’. 지난해 ‘거짓말’(장선우 감독)에 연이은 본선경쟁부문 진출로 올베니스영화제에는 한국영화 홍보도 어느때보다 활발하게 전개될 전망이다.영화진흥위원회가 파견한 대표단이 베니스 현지에서 우리 영화의 현주소를 알리는 ‘한국영화의 밤’을 여는가 하면,스크린쿼터문화연대는 ‘문화의 종다양성을 위한 국제연대기구’ 출범을 제안하는 공식기자회견을 개막일 오후 공식행사장내에서 개최한다. 황수정기자 sjh@
  • 주목받는 평론집 2권

    다작의 비평가 김윤식의 ‘초록빛 거짓말,우리 소설의 정체’(문학사상사)가 주목을 끌고 있다.저자의 100번째 저서이기도 한 이 평론서는 지난 98년,99년 월간 ‘문학사상’에 실린 소설 현장비평 모음집.95명의 소설 149편을 다루고 있다.최신작을 즉시 평가하는 현장성이 길지 않은 길이,소설가의 다양함과 어울려 재미있는 읽기를 선사한다. 한편 앞서 출간된 김명인의 평론집 ‘불을 찾아서’(소명출판)도 주목받아야 할 책이다.첫 평론집을 90년에 냈던 이 경향적 시선의 비평가는 92년부터 8년간 침묵한 뒤 이 두번째 책과 함께 평단에 복귀했다.저자는 13편을 묶어낸 책 서문에서 “세상을 향해 다시 걸어나가면서,타자들을 향해 말문을 열면서 나는 이 기록들을 다시 묶어 들고 나간다”라고 쓰고 있다.96년 미발표 원고인 ‘80년대 민중·민족문학론이 걸어온 길’과 98년작 ‘위기의식의 복원과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성’ 등이 주목된다. 김재영기자
  • [네티즌 칼럼] 한국의 스필버그를 기다리며

    보통사람과 마니아를 구분짓는 요소는 ‘수집’,‘애정’ 그리고 ‘시간’이다.매니아는 작품자체(비디오나 LD,DVD 등)는 물론 책자,캐릭터상품 등 그 작품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수집을 하고 연구해 지식과 경험을 쌓아가고 그리고 이러한 행위를 지속하는 사람들이다. 현재 한국에는 자칭 타칭으로 애니메이션 마니아라 불리는 인구가수십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10∼20대 젊은 층이 좋아하는 ‘만화’,‘게임’,‘캐릭터’등과 같은 연관성이 큰 분야까지 포함시킨 유사마니아층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는 수백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국내 애니메이션 마니아의 뿌리는 안타깝게도 한국 것이 아니다. 애니메이션 마니아의 최저변에 깔려있는 기층문화는 ‘황금박쥐’,‘마린보이’,‘마징거Z’,‘짱가’ 등 60년대 말에서 70년대에 수입된 TV애니메이션문화이며 그 당시 방영작들은 100% 외국작품이었다. 그 중에서 일본애니메이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와 크게 다르지않다.공중파 방송기준으로 TV방영애니메이션 중 일본작품은 50% 정도이다.그 당시 수입,방영됐던 작품들은 일본측 입장에서 보자면 실험적 도입기를 지나 일정하게 상업성이 개입된 작품들이었기 때문에 훨씬 자극적인 영상을 제공했다. 또 우리 사회에서는 마니아들을 둘러싼 그릇된 편견이 여전하다. 국내에서는 한동안 문화로 조차 제대로 인식 받지 못하는 사회현실때문에 대외적인 매니아 활동은 90년대 초에 와서야 점진적인 활동을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다 90년대에 들어오면서 마니아붐이 일어났다.그렇게 된 데에는PC 보급이 크다. 애니메이션 관련동호회의 거대화 및 확산,PC를 통해손쉽게 볼 수 있는 영상미디어인 VCD를 통한 불법 일본자막 애니메이션의 개별적 시청기회 증가 그리고 최근에 급속적으로 확산 중인고속전용선을 통하여 각종 동영상의 다운로드를 통한 정보공유와 확산력의 강화 등과 같은 변화는 모두 PC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런 온라인을 통한 마니아문화는 앞서 말했던 기존 매니아인맥의 단절과 문화적 기반의 부족,그리고 기반을 이루어야 될 자료들에 대한 정식적인 수집루트가 희소한 이전의 조건들 때문에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커지는 다소 기형적인 형태로 커나가게 됐다.즉 마니아가 향유하는 폭은 넓어졌지만 그 질에선 저급하게 흐르게 됐다. 인터넷상에 애니메이션 마니아 자료실에 올려져 있는 애니메이션의동영상의 90%이상이 일본 것들이다.그들 중 오래된 축에 속하는 것은80년대 후반에서 초반에 만들어진 OAV들이고 접속수가 많은 것들은주로 일본 최신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정보의 양과 속도가 늘어감에 따라 과거와 같이 심도 깊은 연구자들이 줄어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마니아문화의 최대의 장점이랄 수 있는 해당 콘텐츠의 내실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대표적인 사례로 일본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시리즈인 ‘건담’의 경우 20여년 전 첫 시리즈를 보고자란 세대들이 최근작품들의 제작에 뛰어들어 활약하고 있는 실정이다.온라인을 통해 확장된 마니아문화를 보다 발전적으로 이끌어나가지 않는다면 단지 유행처럼 지나가 버리는 건 시간문제이다. 세계 어느 마니아집단보다 개방적 색채가 강한 우리만의 이점을 발휘해낼 수 있다면,오늘 온라인망에 올라와 있는 이들 중 한국의 스필버그나 오시 마모루가 나올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김세준 서울산업진흥재단 애니메이션센타]joon@ani.seoul.kr
  • [문화도시 문화거리](6)연극·미술의 고장 밀양

    밀양백중놀이,밀양아리랑 등의 전통놀이문화와 얼음골,표충사,영남루,사명대사 유적지 등의 손꼽히는 문화유산을 간직한 밀양.부산 마산창원 울산 등 인근 대도시를 잇는 삼각지대에 위치한 인구 13만의 중소도시 밀양은 오랜 세월 화려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속이 알찬 문화도시로 성장해왔다. 드러내놓고 자랑하는 대신 보이지않는 곳에서 꾸준히 문화의 향기를가꾸는 전통은 요즘에도 그대로 이어져온다.그중에서도 문닫은 초등학교를 문화공간으로 활용한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창의적 노력은 단연 눈길을 끈다.전시성 문화행정이 아니라 생활에 밀착한 일상의 문화를 추구하는 밀양의 남다른 문화예술관을 엿볼수 있는 상징적인 대목이기 때문이다. 연극연출가 이윤택이 지난해 9월 연희단거리패 단원 60여명과 함께부북면 가산리 월산초등학교에 터를 잡은 ‘밀양연극촌’은 1년새 이 지역의 새로운 ‘문화명소’로 자리잡았다.밀양시와 밀양시교육위원회의 배려로 5년간 무상임대한 500평 규모의 폐교에는 연습실과 무대제작실,의상제작실,조명기자재실,숙소 등이빼곡이 들어차있다.운동장 한귀퉁이에는 400명이 한꺼번에 앉을 수 있는 통나무 의자를 들여 ‘숲의 극장’을 꾸몄다. 이곳에서는 주말 저녁마다 연희단거리패 고정레퍼터리와 신작들을 공연하는 ‘주말극장’이 열리는데 인근 주민들을 위한 ‘동네극장’인데도 부산 마산 대구 울산은 물론 서울에서도 차를 몰고 내려와 주말마다 운동장이 주차장이 될 정도로 인기라고 한다.네살먹은 어린애부터 팔순 할머니, 때론 술취해 주정하는 관객들까지 ‘숲의 극장’은모두 포용한다.“연극의 문턱을 낮추면 관객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밀양에서 깨닫게 됐다”고 이윤택은 털어놓는다. 내후년쯤엔 이곳서 아시아공연예술축제가 열릴 전망이다.‘아시아의전통과 동시대적 창조’란 주제아래 한국과 일본,중국을 중심으로 인도 몽고 등 남방문화를 아우르는 대규모 공연축제를 개최함으로써 밀양을 동시대 문화예술의 메카로 부상시킬 야심에 부풀어있다.지금까지 밀양연극촌이 해낸 문화적 성과를 감안하면 헛된 욕심으로 끝날것같진 않다. 산내면 가인리에 자리한 가인예술촌도 독특한 지역문화공간의 모범으로 꼽을 만하다.96년 10월 가인초등학교에 문을 연 가인예술촌은뜻맞는 밀양 미술인들의 공동작업실 겸 지역주민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톡톡히 한몫을 해내고 있다.현재 이곳에는 박장길(서양화)심점환(서양화)이정형(조각)등 8명의 작가들이 한솥밥을 먹으며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입촌을 원하는 작가는 기존 작가들의 심사를 거쳐야 하고 1년에 개인전 1회이상,그룹전 3회이상에 참여해야 하는 등 규칙이 엄격한 만큼이곳 작가들은 누구보다 왕성한 창작활동을 자랑한다.교사 한켠에 전시실을 마련해 번갈아가며 상설전시회를 여는 한편 부산,마산 등 인근 대도시에서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지난해에는 이곳에서‘한국 미디어아트 현황과 과제’(2월)‘한국 현대미술의 쟁점’(6월)을 주제로 두차례 학술심포지엄이 열리기도 했다.당시 이곳을 방문한 도쿄대와 고베대 교수들은 “저력을 엿볼 수 있는 곳”이라며 감탄해 마지않았다고 한다. 가인예술촌은 또 매년 여름 ‘가족캠프’를 열어 운동장에 텐트를 치고 도자기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등 일반인을 위한 문화공간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박장길씨는 “언젠가는 이곳에서 밀양비엔날레같은국제미술행사가 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극촌이나 예술촌과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초동면 범평리 범평초등학교의 ‘미리벌민속박물관’도 밀양의 개성있는 지역문화공간이다.98년7월 개관한 이곳은 성재정 관장이 30년간 일일이 모은 손때묻은민속유물 2,400여점이 전시돼있어 학생들의 시청각교육장으로 그만이다.밀양지역은 물론이고 부산,창원 등에서 단체로 관람오는 일이 잦고,알음알음 소문을 듣고 주말에 오는 외지 관람객도 300∼400명을헤아린다.성관장은 “폐교를 선뜻 개인에게 내준 밀양시의 문화정책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문화도시는 번듯한 문화예술회관이나 야외공원을 짓는 것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지역주민들이 좀더 가깝게 문화를 접하고,향유하는 문화네트워크의 구축이야말로 진정한 문화도시의 필요조건이라 볼때 밀양은 한발짝 앞서가는 도시임에 틀림없다. 밀양 이순녀기자 coral@.*이렇게 가꿉시다- “아시아 전통 숨쉬는 문화예술의 도시로” 밀양(密陽)을 나는 ‘비밀스런 양지’라 부른다.그만큼 밀양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소도시다.인구 13만의 밀양시는 몇십년이 지나도 인구가 늘지 않고 공장도 큰 호텔도 들어서지 않는다.우리극연구소가 밀양에 연극촌을 세울 수 있게 된 것도 이런 밀양의 한적함때문이다. 한때 1,000여명에 이르렀던 한 초등학교의 학생 수가 40여명으로 줄고,급기야 폐교의 운명을 맞으면서 우리는 꽤나 크고 시설이 좋은 학교를 연극촌으로 접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밀양은 이런 식으로 폐교된 초등학교가 가인예술인촌,민속박물관 등으로 탈바꿈하고 있다.폐교된 학교를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창작의 산실로 활용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밀양시장 이상조씨의 발상이다. 21세기 디지털 시대로 변화하는 지금 고도 정보통신사회의 뒤켠으로밀려나고 있는 밀양을 자연과 문화의 도시 이미지로 탈바꿈시키려는시장의 발상과 열정을 시민들 또한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밀양의 문화는 뭐니뭐니 해도 맑은 물과 부드러운 황토 흙,그리고 녹색 환경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이 수려한 자연 경관을 배경으로 서슬퍼런 전통이 버티고 서있다.표충사,안동 손씨 집성촌,여주 이씨 집성촌 고택 등은 우리에게 민족의 본래적 심성과 생활양식을 일깨우는귀중한 교육장이 될 수 있다.이 자연과 전통을 문화적 기반으로 하여 이제 동시대의 예술이 하나 둘 들어서고 있다.가인 예술인촌은 화가들의 창작 산실이고,밀양연극촌은 지금 한강 이남 최대 규모의 종합연극제작소로 조성되고 있다.밀양시내 실내체육관을 800석 규모의 무대 공연장 겸용으로 전환하는 작업 또한 진행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적극적인 동시대 문화 수용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면,자연과 전통의 도시 밀양은 동시대 문화 예술의 메카로 부상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나는 밀양을 프랑스의 아비뇽이나 영국의 에딘버러처럼 세계적인 페스티벌을 열어 도시의 이미지를 제고시켜야 한다는식의 현시적인 발상을 경계한다.세계적인 문화도시라는 환상을 따라가다가는 특색도 없는 백화점 나열식의 문화 전시장이 되기 십상이다.나는 차라리 비밀스런 양지 밀양이 생명 생태 환경친화의 도시문화,혹은 아시아의 전통이 살아 숨쉬는 전통과 창조의 예술이 생산되는도시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밀양에 가면 맑은 바람과 공기와 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란 캐치프레이즈는 공장이 들어서지 않는 도시란 오명을 자부심으로 바꿔 놓을 수 있다.아니면,‘밀양에 가면 아시아의 아름다운 전통이 동시대의 예술로 창조되고 있습니다’란 문화적 발상이 세계적이란 환상 보다 훨씬 알차고 독자성이 있을 것이다.나는 밀양이 이런 환경도시,아시아의 전통이 살아 숨쉬는 문화도시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윤택 연극연출가 밀양연극촌 예술감독
  • ‘올해의 좋은 단편소설’ 나왔다

    월간 ‘현대문학’의 기획물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이 나왔다. 지난해 6월부터 올 5월까지 각종 문예지에 발표된 신작 단편소설을대상으로 김윤식 김화영 성민엽 황종연 황도경 등의 비평가가 선정한12편을 수록했다. 그간 발표된 것들 가운데 꼭 이 작품들만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선정된 작품들은 분명 여러 면에서 모범적이다. 수록작가들은 김인숙 배수아 백민석 서하진 윤성희 윤후명 이윤기전경린 정찬 천운영 하성란 한창훈 등.각 작품 말미에 선정 비평가들의 짧은 작품해설이 덧붙어져 있다.단편이라 어떻든 문제가 짧은 길이에서 결말을 보는데 비평가들의 날카롭고 높은 안목이 일반 독자들에게 또다른 재미를 준다. 장편소설이 급증하면서 우리의 단편소설은 한층 단편다워진 감이 있다.그래서 읽는 재미가 더해지는 한편으로 다소 객관적이지 못한 채일면만을 강조하곤 하며 문제 제기에 비해 결말 부분이 억지스럽고공허해 보기기도 하는 단편의 취약점이 더 잘 드러난다.선정된 대표작가들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커버하고 있을까. 이 대표작품들의 주제는 무료한 삶의 질곡,현실과 비현실의 진정한차이,정상에서 벗어난 미니멀한 삶,존재의 자각으로서의 불륜,죽음-재생의 체험,가장 가까운 사람의 위선과 범죄,상당히 충만한 삶의 농촌생활 등등 다양하다.이 외면적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우리작가들의 ‘좁은’ 시야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김재영기자
  • 옛 詩心과 새로운 詩心을 만난다

    시집을 열 권이상씩 낸 중견시인들의 새 시집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도서출판 세계사는 정진규,이승훈,최승호 시인의 신작시집을 각각발간했다. 중견시인들의 이삼년 간 시작들을 한데 묶은 시집은 눈에 띄지 않는옹달샘 가에서 때때로 피어나는 단순한 야생화들을 차곡차곡 채집한것과 같다. 시의 은근한 수원이 괄괄한 목소리의 계곡으로 변전하는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언제까지 마르지 않고 혼탁해지지 않는 시심과 만날 수 있다.첫눈에는 신기하달 것이 없는 자연의 풀꽃들이 오래 눈에 남듯 이들 중견시인들의 새 시집들은 예전과 같은 듯 하면서도 다른 향기와 달라졌는가 싶으면 여일한 뿌리를 떠올리게한다. 정진규의 11번째 시집 ‘도둑이 다녀가셨다’는 연작시 형태로 작품을 써나가는 방법을 거두어버렸기 때문에 시적 대상을 선택하고 내용을 표현하는 손길이 보다 유연해진 느낌을 받게 된다.그만큼 시세계의 질감도 다양하고 풍요로워 보인다.정진규 시인은 ‘몸 시’ 이래로 생명현상의 경이로움을 육체와 정신의 충만한 교감으로 표현하여왔다.그러한 교감의 자세는 이번시집에서도 중요한 삶의 원동력으로,또한 시적 상상력의 촉매제로 원숙하게 발휘되고 있다.몸짓의 교감을통해 대상과 더불어 생명현상의 자연스러운 리듬을 절실하게 만끽하는 일,이러한 일의 가치를 시인은 이번 시집 속에서 밝혀낸다. 잘되어 있는 이별 하나를 보았다 이별은 이별이 아니었다 멀리 몸을 마주대고 있었다(…)벌판이 한도 끝도 없기에,산들이 저 멀리 밀려나 있기에,아무래도 궁금해서 먼저 산들이 있는 그곳까지 가보았다들판이 산들을 그렇게 멀리 밀어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산들이 거기서 기다리고 있었다 들판의 끝자락을 맞이하고 있었다 거기강물 하나 놓아 흐르게 하면서 들판의 흙 묻은 맨발들을 씻어주고 있었다(‘영산포 가는 길’) 이승훈의 11번째 시집 ‘너라는 햇빛’은 몇 가지 두드러진 변화된특징을 노출한다.무엇보다 ‘너’로 지칭되는 시적 대상들이 이전의시집에 비해 보다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현실의 모습을 갖춤으로써 시의 내용에 사실적인 질감이 강화되고 있다.또 패러디와 인용과같은표현기법을 고의로 자주 활용하고 있는데 시인의 주체적 입장과 경계를 지워버리려는 방법론적 시도로 평가받을 수 있다. 나는 네 속에 사라지고 싶었다 바람부는 세상 너라는 꽃잎 속에 활활 불타고 싶었다 비 오는 세상 너라는 햇빛 속에 너라는 제비 속에너라는 물결 속에 파묻히고 싶었다(…)너라는 감옥에 갇히고 싶었다네가 피안이었으므로(…)(‘너라는 햇빛’) 최승호의 10번째 시집 ‘모래인간’은 드물게 주제와 표현 형식을먼저 결정한 뒤 집중적으로 쓴 미발표 시들을 묶었다.주어진 형상과기능을 잃어버리고 소멸의 과정을 겪어내는 사물들의 자취를 탐색하고 있다.모래와 재의 흔적으로 남은 사물들의 존재 의의를 탐색함으로써 인간의 근원적인 삶이 무엇인지를 직시하고 성찰한다. 어느 백제왕의 혁대는 비단벌레 껍질로 장식되어 있다고 한다(…) (…)방황하는 모래들, 표류하는 모래들,폭풍에 들려 빈 하늘에서 빈하늘로 떼지어 날아가는 모래들, 누구의 것도 아닌,그 누구의 뼈도,그 누구의 살도 아닌, 남은 것은 혁대와 비단벌레 껍질에 흐르는 은하수, 4월의 황사는 고비사막에서 날라와 비단벌레 껍질과 속삭인다.(‘모래인간’)김재영기자 kjykjy@
  • 베른하임 ‘잭나이프’등 주목 받는 신간 3권

    거의 비슷하게 출간된 프랑스 소설·산문집이 관심을 끈다. ‘새롭고 독특한 문체’의 작품에 수여한다는 프랑스 메디치상을 수상했던여성작가 엠마누엘 베른하임의 ‘잭나이프’와 ‘커플’(작가정신)은 그의무명시절 초기 작품.국내에 소개된 메디치상 수상작 ‘그의 여자’와 최신작 ‘금요일 저녁’과 마찬가지로 짧은 길이이며 현대 여성의 심리를 독특한소재로 그리고 있다.소재와 풍경이 우리와 다르고 군말없는 문체가 인상적이나 궁극적인 초점인 인물은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다. 십여년 전 공쿠르상을 수상한 모로코 출신 작가 벤 젤룬의 99년작 ‘감각의 미로’(프레스21)는 나폴리를 배경으로 남녀간의 독특한 관계를 그린 짧은소설.작가는 자신의 어느 작품과 달리 시정에 넘치는 아름다운 문체를 과시하고 있는데 옛 사랑을 잊지 못하는 한 남자가 인신매매단에 걸린 여인을 만나 새로운 사랑을 꿈꾼다.실존주의 여성 작가이자 철학자인 시몬 드 보부아르의 기행문 ‘미국 여행기’(열림원)는 비록 1947년 저작이지만 많은 것을느끼게 하는 책이다.단4개월 머물면서 이 정도의 분량과 깊이로 미국을,인간의 삶을 문장화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압도된다. 김재영기자
  • 제24회 서울연극제 27일 팡파르

    제24회 서울연극제가 오는 27일 세계적 연출가 로버트 윌슨의 ‘바다의 여인’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50일간의 긴 여정에 들어간다. ‘연극-무엇인가,어디로 가는가’를 화두로 삼은 이번 연극제에는 손진책 예술감독이 1년여 다리품팔며 세계 각국 공연장을 돌아다닌 끝에 선택한 해외초청작 5편을 포함해 총 35작품(공식초청 18편,자유참가 17편)이 무대에 오른다.국내 작품은 지난 3월 한달간 희곡과 연출의도를 제출한 후보작 가운데가려뽑았다. 연극제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아무래도 저 멀리 바다 건너오는 해외초청작들.그중에서도 현대연극계의 거장이라 불리는 로버트 윌슨의 작품이단연 화제의 중심에 있다.지난해 4월 한국에 와서 오디션까지 마쳤다가 사정상 한 해 연기됐던 터라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윤석화 김철리 장두이 예수정 등 기존 오디션 합격자외에 권성덕 김호정이 새로 합류했다. 대사중심의 서양심리극과 달리 로버트 윌슨은 무대와 조명,음악,배우의 움직임과 소리가 만들어내는 이미지극에 치중하는 연출가로 유명한데,‘바다의여인’역시 말은 극도로 절제하는 대신 동선과 독특한 몸짓으로 시각적 이미지를 강조해 새로운 관극체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일본 현대연극의 리더인 연출가 오타 쇼고가 한국배우 남명렬,김수기를 캐스팅해 공연하는 ‘사라치’도 눈여겨볼 만한 작품.오타 쇼고는 88년 침묵극‘물의 정거장’을 서울연극제에서 공연하고,한중일 공동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한국과 인연이 깊다. 1970년 뉴욕에서 설립된 뒤 실험적인 퓨전극으로 확고한 위치를 점령한 마부마인 극단의 ‘하지’,댄스와 마임,연극의 경계를 뛰어넘는 프랑스 국립오를레앙 무용센터의 ‘보이체크’,유럽 연극제에서 각종 상을 휩쓴 리투아니아극단 메노포르타스의 ‘햄릿’도 범상치 않다. 국내작 가운데는 극작가 겸 연출가 오태석의 신작 ‘잃어버린 강’,극단 청우의 ‘오이디푸스’,극단 쎄실의 ‘오,맙소사’ 등이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행사기간중에는 시실리 베리(영국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 수석 보이스디렉터)조셉 나쥬(국립오를레앙무용센터 상임연출) 니크로시우스(메노포르타스 극단연출가) 등의 워크숍이 마련되고,남북연극교류위원회 주최로 북한연극자료전시회가 열린다.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stfest.org)나 축제사무국(02-3673-2561)으로 문의하면 된다. 이순녀기자 coral@
  • 현대 ‘고민만 쌓이네’

    조만간 극적인 해법이 나올 것으로 기대됐던 현대사태가 정몽헌(鄭夢憲·MH) 현대아산 이사회회장의 귀국이 늦어지면서 또 다시 안개속에 빠졌다. 정부 압박의 강도는 갈수록 더해가고 있지만 현대는 속수무책(束手無策)이다.정 회장이 귀국한다고 당장 사태가 해결될 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그러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해법’을 찾기 위해계열분리와 관련된 외국사례를 연구하는 등 묘안을 짜내느라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정부 요구에 시큰둥=현대는 현대차 지분매각,사채출연 등 정부측의 강도높은 요구는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는 안으로 보고 있다.정주영(鄭周永) 전 명예회장의 지분을 자동차쪽으로 포함시키면 계열분리에 문제가 없는데,정부가 굳이 ‘정주영=정몽헌’이라는 등식을 주장하는데 대한 불만은 여전하다. 현대차 지분을 아산재단에 넘기거나 채권단에 담보로 위탁하는 문제 역시,겉으로는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상의 문제점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내심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MH가 현대건설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 올 경우를 대비해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을 자동차에 넘겨 자동차를 실질적인 그룹의 지주회사로 만든 뒤 정 전 명예회장의 지분 9.1%를 앞세워 그룹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묵은 풍문’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다시 불거진 ‘3부자퇴진론’=MH의 가장 큰 불만은 MK(鄭夢九)의 ‘퇴진불가’에 대해서는 왜 문제삼지 않느냐는 것이다.실제로 MH는 기회있을 때마다 이같은 얘기를 해왔다고 한다.따라서 현대사태와 함께 불거져 나온 ‘3부자퇴진론’은 현대에 가해오는 압박에 MK쪽도 같이 물고 늘어지는 MH측의 ‘물귀신작전’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있다.그러나 MH측은 ‘3부자퇴진론’은정부측과 채권단의 전방위 압박으로 봐야지,MH측과 연계시키지 말라고 잘라말한다. ◆대북사업 우려=현대는 사태가 제대로 수습되지 않을 경우,대북사업이 엄청난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의 최근 행보에도 촉각을 바짝 곧두세우고 있다. 가뜩이나 현대사태에 우려감을 보이고 있는 북한을 안심시키는 일도 급한실정이다.자칫 사태가 꼬이면 MH의 소떼방북도 차질을 빚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다. 주병철기자 bcjoo@
  • 日 현대미술과 만난다

    우리나라에서 일본 현대미술은 민족감정에 따른 거부감에 지나친 문화적 우월감까지 겹쳐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86년 프랑스 퐁피두센터가,또 94년미국 구겐하임미술관이 일본 현대미술을 조명하는 전시를 대대적으로 마련한것과 대조적이다. 서구 미니멀리즘을 전통정서와 접목시킨 60∼70년대 모노파(物派)작가들을 비롯,일본은 두터운 작가군으로 세계 미술계에서 나름의영역을 차지하고 있다.그런 점을 감안할 때 최근 일본 현대미술의 흐름을 소개하는 전시들이 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지난해 아트선재센터가아시아 네트워킹 작업의 하나로 마련한 ‘팬시댄스-1990년 이후의 현대미술전’이나 지난 6월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에서 열린 ‘한일현대미술전-우리와타자 사이’ 등은 상당한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에 또 하나의 일본 미술전이 힘을 보탰다.8월1일부터 13일까지서울 태평로 서울갤러리와 안국동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 2층 실크갤러리에서 나란히 열리는 ‘동서양의 눈’전이 그것이다.‘동서양의 눈’전은 지난89년 일본의 유명한 미술평론가 가와키타 미치아키를 중심으로 발족한 ‘동서양의 눈’ 위원회가 주최하는 연례 기획전.일본화(동양화)와 서양화의 경계를 넘어 활동하는 작가들의 신작을 주로 소개해왔다.이번 한국전은 지난 4월 일본 오하라미술관(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 소재)에서 열렸던 전시를 옮겨온 것이다. 대한매일신보사가 후원하는 이번 전시의 참여작가는 센주 히로시,오츠 에이빈,다카야마 타츠오,고스기 코지로,기누타니 코우지,히라마츠 레이지,마키스스무 등 76명.‘동서양의 눈’ 위원회 오구라 타다오 위원장은 “‘동서양의 눈’전은 중국을 아버지로 한국을 어머니로 하는 일본화와 근대이후 유럽에서 들어온 유채화라고 하는 두 가지 미술양식을 한 데 아우르는 전시”라며 “동양이 서양을 감싸안는 새로운 차원의 미술문화를 지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02)765-3011. 김종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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