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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옆에서도 보세요”/‘지적 명상의 작가’ 이인현 작품전 ‘지적 명상의 작가’ 이인현 작품전

    이인현(한성대 교수)은 두꺼운 캔버스에 짙은 푸른색을 스며들게 한 작품을 10년 이상 발표해온 뚝심 있는 화가다.사각형의 틀에 캔버스를 씌우고 묽은 유채기법을 사용하는 그의 그림은 동양화의 발묵(潑墨)을 연상시키는 물감의 번짐이나 점의 형상들이 화폭을 지배한다.그러나 이인현을 특징짓는 것은 그가 ‘옆에서 보는 그림’을 강조하는 작가주의 계열의 화가란 점이다.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측면이 매우 두껍다.그는 ‘측면으로의 확장’은 물리적인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관람객은 가려진 부분을 보거나 상상하기 위해 다가가서 측면을 보아야하고 측면을 보게 되면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를 상상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1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열리는 ‘이인현-회화의 지층’전 역시 작가의 ‘측면철학’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이번에 발표되는 신작들은 캔버스 두께가 10㎝를 넘는다.정면뿐만 아니라 측면도 작품으로 연결된다.그런 만큼 그의 작품제작 과정은 퍽이나 특이하다.먼저 짙은 푸른색을 머금은 천으로 둘러싼 긴 막대를 펼쳐진 캔버스 위로 스쳐지나가도록 한다.막대는 밀착된 것도 아니고 완전히 떨어진 것도 아닌 상태에서 일정한 속도로 캔버스 위를 미끄러진다.이렇게 만들어진 화면은 어떠한 작가의 의도나 통제도 끼어들 틈이 없다.캔버스의 미묘한 요철과 손의 떨림만이 전달돼 캔버스에 남을 뿐.푸르스름한 화면위를 비치는 햇살,그림자,허공을 스치는 바람소리,느릿한 속도,미세한 흔들림….이런 것들이 바로 그의 그림이 주는 이미지다.그의 작품을 보면 그가 왜 ‘지적 명상의 작가’로 불리는지 어려풋이 짐작이 간다.(02)732-3558. 김종면기자
  • 책꽂이 / 리버 타운 外

    ●리버 타운(피터 헤슬러 지음,강수정 옮김,눌와 펴냄) 양쯔강 중류의 조그만 강변마을 푸링(部陵)에 평화봉사단으로 온 미국인 영어교사의 눈에 비친 중국의 초상.푸링을 둘러싼 우장강과 몇년 후면 싼샤 댐의 담수로 인해 영원히 사라질 양쯔강의 허리를 직접 찾아보고 쓴 여행기다.끊임없이 진화하는 듯한 이 거대한 나라의 소도시들이 다 그렇듯 푸링 또한 긴장과 개혁,혼란과 성장이라는 신작로 위에서 기어를 바꾸고 질주할 태세를 취하고 있다.1만 5000원. ●손바닥 안의 우주(마티유 리카르·트린 주안 투안 지음,이용철 옮김,샘터 펴냄) 눈에 보이는 것이 곧 실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부분만으로 전체를 알 수는 없다.마찬가지로 과학이 곧 진실을 뜻하지는 않는다.현대과학은 지금까지 우리가 믿어왔던 ‘확고부동한 실재’가 없음을 증명한다.이 시점에서 과학자들이 품을 수밖에 없는 의문들에 불교는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불교승려가 된 프랑스 과학자와,과학자가 된 베트남 불교신자와의 대담을 통해 인간의 삶과 우주의 본질에 관해 성찰한다.1만 8000원. ●일본 극장 아니메 50년사(송락현 지음,스튜디오 본프리 펴냄) 일본 애니메이션은 ‘아니메’라는 별도의 이름을 갖고 있을 정도로 이미 세계문화 속에 하나의 코드이자 트렌드로 자리잡았다.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공대’ 비디오는 미국 비디오 판매 전국순위 1위를 기록했으며 ‘포켓 몬스터’의 피카추는 타임지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또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베를린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았다.할리우드 애니메이션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일본 아니메 중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50년 역사를 정리했다.2만원.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혁명(앨 리버만 등 지음,조윤장 옮김,아침이슬 펴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6500만달러를 들여 만든 ‘쥐라기공원’은 1년만에 8억5000만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다.이는 자동차 150만대를 수출해서 얻은 수익과 같다.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이렇듯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다양한 마케팅 기법과 그 효과,유의점 등에 대해 설명한다.2만원. ●승부에 강해지는 게임의법칙(아이자와 아키라 지음,김지룡 옮김,이다미디어 펴냄) 게임이론은 경쟁적인 조건하에서 자기 자신에게 최대의 이익이 되도록 선택하고 행동하려는 최적전략을 이론화한 것이다.이 책에선 미니맥스전략,협조와 비협조,죄수의 딜레마,제로섬게임,동시진행게임과 교대행동게임,내시의 균형점 등 게임이론의 주요 주제들을 다룬다.1만 1000원.
  • 만삭의 몸으로 해골과 함께 파격의 춤인생/데뷔 30주년 공연 갖는 홍신자

    “실험성을 추구하는 춤의 정신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앞으로도 물론 그럴 거고요.” 무대에서 통곡하고,만삭의 몸으로 춤을 추고,해골을 들고 우는 전위 무용가.목소리(보이스)를 무용의 일부로 승화시킨 실험 예술가.파격적인 춤과 함께 독특한 삶의 행보로 주목받아온 홍신자(63)가 올해로 데뷔 30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이달초 산문집 ‘나는 춤추듯 순간을 살았다’(열림원)를 펴낸 데 이어 27일부터 9월6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무용데뷔 30주년 기념 대공연’을 갖는다. 홍신자가 처음 무대에 선 것은 1973년.호텔경영학을 공부하러 떠난 뉴욕에서 운명처럼 춤의 매력에 끌려 27세의 늦깎이로 무용에 입문한 지 6년 만이었다.무대 중앙에 제사상을 놓은 데뷔작 ‘제례’는 뉴욕타임스 등 현지 언론과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그해 서울 명동 국립극장에서 가진 귀국 공연은 무용계뿐 아니라 한국 문화계 전체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제문을 태우고,의자를 들어올려 창밖으로 던지는 등의 도발적인 행위들로 가득한 그녀의 춤에 대해 ‘춤 공연의 새로운 가능성’이라는 극찬과 ‘춤에 대한 모독’이라는 날선 비판이 극명하게 엇갈렸다.국내에 전위무용,아방가르드 예술의 불씨를 지핀 인물로 ‘홍신자’란 이름 석자를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동양 춤과 서구 실험무용의 미학을 조화시킨 안무가’로 인정받으며 해외 무대에서 입지를 굳히던 그는 70년대말 돌연 인도로 명상수행을 떠났다.오쇼 라즈니시,달라이 라마,크리슈나무르티 같은 대가들을 만나고 3년만에 다시 뉴욕으로 돌아왔다.이때부터 그녀의 춤은 구도적이고,명상적인 색채가 짙어졌다.20년간 뉴욕과 한국을 오가며 실험적 무대를 선보이다가 영구 귀국한 것은 93년.그해 ‘웃는 돌 무용단’을 창단했으며 95년부터 경기도 안성 죽산에 터를 잡아 매년 국제 아방가르드 예술축제인 ‘죽산국제예술제’를 열고 있다. ‘30주년 기념 대공연’은 오랜 세월 호흡을 맞춰온 외국인 무용가들과 함께하는 ‘홍신자와 친구들(Hong&Friends)’,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88년작 ‘세라핌’,그리고 신작 ‘시간밖으로’등 세 작품이 날짜별로 2∼3일씩 무대에 오른다. ‘홍신자와 친구들’(27·28일)에는 중국의 중견 실험무용가 웬 후이,일본의 아리사카,벨기에의 아르코 렌즈,미국의 블론델 커밍스가 출연해 20분씩 솔로 무용을 선보인다.홍신자도 ‘웃는 여자’중 마지막 20분가량의 춤을 직접 춘다. 로봇의 동작 같은 부자연스럽고,불균형한 동작만으로 구성한 ‘세라핌’(30·31일)은 88년 뉴욕에서 초연한 작품.너무 파격적이어서 그간 국내 공연은 엄두를 못내다가 이번에 용기를 냈다.그는 “개인적으로 아주 아끼는 작품”이라고 했다. 신작 ‘시간밖으로’(4∼6일)는 99년 발표한 ‘시간속으로’의 연작이다.죽음 뒤 육체에서 분리된 영혼들의 감정과 의식상태를 표현했다.평소 공연예술에 관심이 많은 철학가 도올 김용옥이 특별출연해 깜짝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이밖에 홍신자를 ‘세계 무용사를 만든 18인’중 한명으로 꼽은 중국 무용평론가 우장핑의 초청 강연회와 주요 작품 비디오 상영,사진 전시회 등이 함께 열린다. “춤으로 세상에 선 지 30년이 됐지만 정작 춤에 대한 속시원한 얘기는 못했어요.사람들의 관심도 홍신자의 무용보다는 홍신자의 개인사에 더 쏠려있었던 게 사실이지요.그래서 책을 냈고,또 공연도 준비했습니다.이번 무대를 통해 관객들이 홍신자의 예술세계에 좀더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얼마 전 덴마크 국왕 초청으로 해외에 다녀온 그는 이번 공연이 끝나면 대표작 ‘순례’로 중남미 공연을 떠난다.9월말 열리는 전주소리축제에서는 신작 보이스(목소리)작품 ‘구운몽’을 선보인다.내년엔 전국 순회공연도 계획하고 있다.예순 셋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전성기가 따로 없어 보인다.(02)766-5210. 이순녀기자 coral@
  • ‘코드’다른 남남북녀 좌충우돌 코드맞추기/‘남남북녀’ 어떤영화

    “당근이지”“여기 어디 당근이 어디 있습네까?”/“뻐꾸기 날렸는데(‘유혹의 메시지를 보내다’는 뜻의 은어) 삽질이라니…”“언제 뻐꾸기를 날렸시요 삽질만 했지.” 의사소통이 힘든 신세대 남남북녀(南男北女)가 만나서 빚는 해프닝과 진솔한 사랑이야기.‘몽정기’로 인기를 모은 정초신 감독의 신작 ‘남남북녀’(제작 아시아라인·14일 개봉)는 이색적인 만남이 빚는 웃음이 가득하다. 도입부에서 영화는 남북한을 넘나들며 남남(南男) 김철수(조인성)와 북녀(北女) 오영희(김사랑)가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스케치한다.철수는 학점 대신 ‘걸 사냥 건수’만 채우다 졸업이 힘들어진 날라리 고고학과 학생.졸업을 위해 옌볜(延邊)에서 진행되는 남북 대학생 공동 고분발굴단의 일원으로 참가했다가 북한의 모범생 영희에게 첫눈에 반한다.대놓고 사랑을 고백하는 자유주의자 남남과 주체사상으로 무장된 딱딱한 북녀의 사랑이 쉬울 리 없다. 서로 다른 문화를 호흡해온 둘은 여러가지 소동 속에서 갈등을 겪은 뒤 마침내 ‘진정성의 다리’에서 만난다.철수는 일회성이 아닌 진솔한 사랑을,영희는 그의 순수함에 끌리는 마음을 확인한다.그러나 분단의 장벽은 너무 높아서 둘의 사랑만으로 넘기엔 벅차다.이후 영화는 사랑을 이루려는 철수의 순애보에 무게를 두면서 멜로로 치닫는다. 그러다 보니 코미디와 멜로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한 채 어중간한 상태에서 끝났다는 인상을 준다.마치 보따리만 펼쳐놓은 채 제대로 싸지 못한 느낌을 주면서 영화는 끝난다. 옌볜족 가이드 강일평으로 나온 공형진은 여전히 빛나는 조연이다.사투리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유유자적한 연기에다,특유의 입심으로 배꼽을 잡게 만들면서 주연 조인성과 김사랑이 보여준 연기의 틈새를 잘 메워준다. 이종수기자
  • 제3회 광주국제영화제 임재철 프로그래머

    ‘영화에 미친 사람들이 제대로 대접받는 잔치’. 제3회 광주국제영화제가 22일부터 열흘 동안 빛고을 광주를 달군다.그 모습은 도심에 자리잡은 무등산 같다.겉으론 무덤덤해 보이지만 그 속엔 열기가 가득하다. 광주영화제는 전국 시네필(영화 애호가)의 잔치다.1회부터 토대를 다져온 임재철(42) 프로그래머를 만나 ‘시네필 잔치’의 모든 것을 들어보았다. 영화제 특성이 애매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가시돋친 질문을 던져보았다.“특성이 없다고요? 잘 몰라서 하는 소리죠.영화 마니아까지는 아니더라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잔치죠.1년에 영화 한편도 보지 않는 사람들과 자기 돈으로 40∼50편 보는 그룹은 다릅니다.광주 영화제는 후자에 비중을 두는 거죠.” 이런 임씨의 철학은 2년 전 프로그래머 제의를 받은 이후 지금까지 해온 영화제에 그대로 녹아 있다.그는 “다른 도시처럼 재미있는 행사로 만들자는 소리도 있었지만,굳이 돈을 많이 들여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예향이면 예향답게 하자고 설득했다.”고 말한다. ‘영화다운 영화’에 대한 임씨의 애정은,이후 대중성에 비중을 두자는 소리가 높아지고 그런 요구가 그의 원칙과 접점이 없을 경우 “언제라도 그만둘 계획”이라고 말할 정도로 확고하다. 마니아 영화제를 고수하려는 이유는 또 있다.임씨가 진단컨대 부산영화제처럼 갈 경우 ‘황새 따라간 뱁새’가 되기 십상이라는 것. “부산영화제의 성공요인중 하나는 구미의 아시아영화에 대한 관심 고조와 맞물려 있습니다.그러나 한국 영화의 규모를 보면 이젠 그런 형태의 영화제로 가는 문은 닫혀있습니다.” 영화에 대한 보통 이상의 관심을 가진 사람을 타깃으로 한 컨셉트는 1,2회에 오롯이 반영됐다.‘될성 부른 나무’인 신예 감독들을 조명하는 ‘영 시네마’와 ‘월드 시네마 베스트’,거장들의 회고전에 무게가 실렸다.이에 대해 임씨는 “영화인의 교양을 넓히고 토대를 다지는 작업인데,결국 영화를 살찌게 하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두터운 마니아층’에 대한 임씨의 철학은 오래 전에 형성됐다.“영화를 보면 그저 편하다.”는 그는 94년 넘치는 애정을 주체하지 못해 6년 동안의 중앙 일간지 기자생활을 접고 미국 유학의 길에 올랐다.뉴욕시립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귀국한 뒤 마니아 잡지를 만들기도 했고 전국을 순회하는 시네마테크에서 거장들의 회고전을 기획했다.임씨의 영화 사랑은 끝없이 이어져 “영화제가 좋은 문화행사니까 지원한다는 인식은 예산 배정에만 신경쓰는 문제를 낳는다.”는 지적까지 잊지 않는다.그의 안내를 바탕으로 영화제 밑그림을 그려보았다. 이종수기자 vielee@ 사진 이언탁 기자 utl@ 주요작품 ●광주국제영화제 세번째 얼굴 ‘시네필,부활을 외쳐라’를 모토로,장편 100여편을 상영.개막작은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고 폐막작은 칠레 출신 라울 루이즈 감독의 ‘그날’이다. 1,2회에서 반응이 좋았던 ‘영 시네마 섹션’은 제3세계 감독들을 많이 소개하는 게 특징.또 근래 만들어진 작품중 걸작을 소개하는 ‘월드 시네마 베스트’에서는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신작 ‘팜므 파탈’,장 피에르 미로뱅의 ‘노보’ 등이 기다린다.거장 회고전 코너는 ‘서부영화의 역사’ 존 포드 감독에게 눈길을 돌렸다. 관심이 가는 섹션은 올 처음 기획한 ‘논픽션 시네마’.극영화가 아닌 실험영화나 다큐 등을 소개하는데,임 프로그래머는 실험영화의 대가 마이클 스노의 신작 ‘코퍼스 칼로섬’과 안드레 헬러의 ‘히틀러의 여비서’를 특별히 권한다.또 60∼70년대 일본 액션영화 대표작을 돌아보는 ‘일본 영화 걸작선’코너도 놓치기 아까워 보인다.자세한 작품과 일정은 홈페이지(www.giff.or.kr)참조.
  • 탈북자들의 험난한 ‘자유여정’/ 김정현 소설 ‘길 없는 사람들1·2’

    ‘아버지’로 수백만 독자의 심금을 울린 작가 김정현(46)이 이번엔 탈북자들의 한과 역사적 의미에 눈을 돌렸다.신작 장편 ‘길 없는 사람들 1,2’(문이당 펴냄)는 지난 99년 발표한 ‘전야’에서 제기한 문제의식을 3부로 마무리 짓는 작품이다. 26년째 비전향 장기수로 수감중인 김영식의 여동생 영애가 오빠를 특별 면회한 뒤 그의 비인간적 대우를 목도하고 국제사면위원회를 통해 구명 운동을 벌인다.그러나 오히려 북한은 이것이 간첩남파 문제로 비화될 것을 우려하여 중국에 있던 김영식의 딸 지숙을 송환하고,그 과정에 지숙이 중국 식당에서 만난 권장혁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이후 중국,홍콩,미얀마,남북한 등지를 떠돌며 자유를 찾아가는 두 사람의 험난한 여정을 그리는데,전직 경찰관 경력의 작가가 이 과정을 긴박감있게 묘사해 소설은 한층 더 흡입력을 갖는다.탈북자들의 탈출과 도망,추격 장면 등이 작가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문체에 실려 생생하게 다가온다. 작가는 탈북자들의 사연을 취재하느라 2만5000㎞를 누볐고 지난해부터는 아예 중국에 눌러 앉아 작품을 완성했다.그는 “취재도중 만난 탈북자는 눈앞조차 내다보지 못하는 청맹과니나 다름 없었다.”면서 “작품의 제목은 생각마저 단절당한 그들의 심정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작가는 이어 “그들에게 생각의 길을 이어준다면 역사는 스스로 물줄기를 바꾸리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종수기자
  • 아! 낙원에 살 천사가 없는지 천사가 살 낙원이 없는지/ 16년만에 중단편집 낙원?천사? 낸 윤흥길

    “지금까지는 과거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제부터는 요즘의 현상이 과거의 어떤 일에 연원을 두고 있으며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를 아우를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분단과 민족’이란 두 화두를 업고 30여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해온 중견작가 윤흥길(61)이 작품집 ‘낙원?천사?’(민음사 펴냄)를 냈다.창작집 출간으로는 ‘꿈꾸는 자의 나성’이후 16년 만이고 신작으로는 장편 ‘꿈꾸는 자의 나성’이후 6년만이다. 작가는 예의 겸손함이 밴 느릿한 어조로 “사실 공백은 별로 없었다.”며 “80년대부터 장편을 주로 쓰느라(그의 대표 장편 ‘에미’‘완장’등은 이 시기 씌어졌다.)중·단편집을 오랜만에 내서 그렇게 보이는가 보다.”고 설명했다.독자를 위해 작품 세계를 좀 풀어달라고 부탁하자 “표제작 ‘낙원?천사?’는 사랑이 없는 비정한 세계를 살펴본 것이고 ‘산불’은 희생양을 필요로 하는 사회 속에서 인간의 문제를 찾아본 것”이라고 말한다.“나머지 중편 ‘쌀’은 주식인 쌀이 알게 모르게 민족 정체성에 미쳐온 영향을 더듬어본 작품”이라고 덧붙인다. ‘낙원…’과 ‘산불’엔 대학교가 공간적 배경이다.95년부터 한서대교수로 재직한 그는 “학생과 접촉이 늘다 보니 캠퍼스 풍경이 관심사로 자리잡았다.‘낙원…’는 어느 지방대 단신뉴스가 모티프였는데 동료교수의 비슷한 경험도 살려 보편적 이야기로 만들었다.대학 안에서 기숙하다가 얼어죽은 ‘천사’라는 별명의 부랑 청소년 오군을 소재로 한 작품.오군의 죽음을 추적하는 학보사 기자가 담은 다양한 인물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으로서 그의 죽음을 방치했을지 모를 야박한 세태를 상징한다. ‘산불’은 한서대에 있었던 실화에 소설이라는 무늬를 씌운 작품 이라고 설명한다.고아 출신의 주인공이 학생운동을 하던 중 고문에 못이겨 친구들 이름을 자백한 죄의식에 시달리다 시골의 신흥 대학촌에서 숨어들어가 살면서 겪는 방화 누명 등을 다룬 것이다.‘쌀’은 월남한 장인·장모가 북한 쌀로 장모의 병을 치료하는 해프닝을 통해 분단의 아픔을 환기시킨다. 이번 작품집엔 작가가 30년전 ‘장마’에서 탁월하게 조화시킨 분단과 민족의 정체성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배어있으면서도 문학적 절차탁마가 더해졌다.작가는 “조상의 해학미와 민족의 특성에 쏠리는 관심은 어쩔 수 없다.”라며 “젊은이들이 구질구질한 어려운 시절 이야기를 안좋아 한다고 소설로 쓰지 않을 수는 없잖아요.”라고 단호하게 말한다.그는 “반세기 동안 숱한 정책을 적용했지만 통일은 여전히 요원한 현실에서 문학을 매개로 민족 동질성을 회복할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10월경 창작과비평사에서 연작소설집 ‘때와 곳’(가제)도 펴낼 계획이다.초등학교 졸업후 40년만에 모인 동창생들이 회고하는 6·25전후의 이야기로 9편의 연작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보탠 11편의 소설집이다. 이종수기자 vielee@
  • 문학 단신

    조정래 대하소설 양장본 나와 조정래의 3부작 대하소설 ‘태백산맥’(10권),‘아리랑’(12권),‘한강’(10권)이 1권 300쇄,총 32권 2000쇄 돌파를 기념해 양장본으로 나왔다. 해냄 출판사에 따르면 7월 말까지 ▲‘태백산맥’ 580만부 ▲‘아리랑’ 370만부 ▲‘한강’ 200만부가 판매됐다. ‘현대문학’(1983년 9월호)에 연재됐던 ‘태백산맥’은 1948년 여순사건부터 1953년 정전협정까지 기층민중을 주인공으로 해방공간의 이념대립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으로 주목받았다.‘아리랑’은 그 전사(前史)인 1904년부터 해방까지 외세에 눌린 민족의 생명력과 투쟁·이민사를,마무리인 ‘한강’은 1959년 이후 격동의 현대사 30년을 그렸다. ‘비평가가 뽑은 좋은시’ 출간 ‘2003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시’(현대문학 펴냄)가 나왔다.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발표된 신작시 가운데 69편을 수록했다. 각 편마다 심사위원인 남진우(문학평론가·시인),이광호(서울예대교수·평론가),정끝별(열린사이버대교수·평론가)등의 촌철살인의 평도 시 못지않은 향기를 뿜어낸다. ‘김환태 평론상’ 우찬제 교수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김환태평론문학상 제14회 수상자로 우찬제 서강대 교수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평론집 ‘고독한 공생-밀레니엄 시기 소설 담론’.시상식은 오는 11월13일 오후 6시30분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 휴가철 볼만한 비디오 / 오싹… 까르르… ‘방콕’ 준비 끝

    산으로 바다로 모두들 자석에 이끌리듯 떠나는 휴가철이다.왁자한 행락행렬에 끼이지 않고서도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손쉬운 아이템이 비디오다.여름휴가·방학을 맞아 동네 비디오 가게에 나온 신작들 가운데 온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볼 만한 것들을 추렸다. #엠퍼러스 클럽 ‘죽은 시인의 사회’류의 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후회하지 않을 작품.인간의 품성과 예의에 관해 담담한 어조로 성찰했다.케빈 클라인이 말썽많은 제자들을 다독여 인간의 도리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덕망높은 철학교수로 나온다.마이클 호프먼 감독. #파 프롬 헤븐 평소 외국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주부들에게도 추천할 만하다.가정에 헌신적인 중년의 여자가,남편이 동성애자란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 뒤 우연히 빠져든 사랑에 갈등하고 방황하는 드라마.불륜,인종문제 등 1950년대 미국 중산층 사회의 취약성을 꼬집었다.연기파 배우 줄리안 무어가 열연했다.토드 헤인즈 감독. #시몬 알 파치노가 ‘원맨쇼’를 하다시피한 코믹드라마.캐스팅에 골머리를 앓던 영화감독이 가상의 사이버 여배우를 내세워 세상을 속이고 ‘농락’하다 그 이미지의 허상에 제 스스로 발목을 잡히는 줄거리.비록 개봉관에선 큰 재미를 못 봤지만 상상력과 메시지는 충분히 유쾌하고 진중하다.‘트루먼 쇼’의 앤드루 니콜 감독. #투게더 ‘패왕별희’의 첸 카이거 감독의 남다른 감수성이 철철 넘치는 최근작이다.아들의 출세에 모든 걸 바치는 가난한 아버지와,바이올린에 인생을 거는 13세 소년이 엮는 감동드라마.중국 5세대 감독의 작품답게 자본주의에 멍든 중국사회를 은근슬쩍 꼬집기도 한다. “아이들이 보고싶대요” 어린 자녀들에게 괜찮은 비디오를 골라주는 건 생각보다 까다롭다.오래 전 TV에서 방영된 뒤 시리즈로 나온 낡은 비디오 말고 ‘따끈따끈한’ 신작을 골라 아이들 손에 쥐어주는 것도 알뜰피서의 한 방법. 최근 출시된 별나라 요정 코미(3탄)는 초등학교 입학 전후의 어린이에겐 ‘안성맞춤’이다.TV에서 인기를 검증받은 일본 애니메이션.주인공 요정 코미의 마법여행길을 아이들이 넋을 쏙 빼고 따라다닐 듯하다. 영웅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좋아한다면,엑스맨 울버린과 사이보그로 변신한 연인 유리코의 맞대결을 그린 엑스맨-울버린의 전설과 스파이더맨이 제격.‘스파이더맨’에서는 밤이면 영웅 데어데블로 변하는 변호사 머독과 스파이더맨의 대결상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다. 이들 모두를 앞지르는,된장냄새 폴폴 풍기는 국산 애니메이션 2편.민들레꽃을 피워내는 강아지똥을 통해 희생정신과 숭고한 자연의 질서를 일깨우는 점토애니메이션 강아지똥과,고아가 된 오누이의 눈물겨운 정을 그린 오세암은 이번 방학기간 중 꼭 보여줄 만한 것들이다. 황수정기자
  • 임권택감독 2년만에 메가폰 들어

    ‘취화선’으로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 거장으로 떠오른 임권택 감독이 2년여만에 신작 제작에 나선다.제목은 ‘하류인생’.작품은 60년대를 배경으로 한 건달의 부침을 통해서 현대사의 굴곡을 다룬다.남녀 주인공으로는 조승우와 김민선이 캐스팅됐다.태흥영화사에 따르면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시나리오는 임 감독이 직접 쓰고 있으며 8월말께 크랭크인할 예정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장편소설 해변의 카프카 / 내면적 자아의 미스터리 추적

    ‘상실의 시대’로 우뚝 솟아 세계적 작가로 입지를 굳힌 무라카미 하루키가 신작 장편 ‘해변의 카프카’(문학사상사)로 한국 독자를 찾아왔다. ‘태엽 감는 새’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이 소설은 지난해 일본에서 출판돼 100만부가 팔리며 그의 인기를 다시 입증했다.“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염두에 두고 집필했다.”고 의욕을 밝힌 것도 두고두고 화제가 되고있다. 소설은 15세 소년 나(다무라 카프카)와 지능 장애인이지만 고양이와 대화가 가능한 특이한 능력의 노인 나카타를 중심으로 펼쳐진다.작가는 두 사람의 과거와 현재의 사연을 촘촘하게 겯는다.그 과정에 다무라를 도와주는 오시마,다무라가 사랑하는 사에키 등의 인물이 등장한다. 하루키는 이 등장인물들을 그리스 신화와 일본 고전 등의 얼개에 실어 현실인 듯 비현실인 듯 이야기를 이어간다.특유의 빠른 진행과 감각적 문체에 미스터리와 스릴러,팬터지 등의 내용을 적절하게 버무리면서 읽는 이의 눈길을 빨아들인다. 소설의 색깔은 두 가지다.다무라를 따라가면 오이디푸스 신화를 연상케 하는 성장소설로,나카타를 좇아가면 폭력에 대한 경고로 읽을 수 있다.당연히 두 사람이 떠도는 이유가 중요하다.다무라는 “너는 언젠가 그 손으로 아버지를 죽이고,언젠가 어머니와 관계를 맺게 될 것이다.”(389쪽)라는 아버지의 저주에 가까운 예언과 싸우고자 집을 나왔다.하지만 비록 초현실적으로 다루었지만 아버지는 살해되고 그 피는 다무라의 옷에 묻음으로써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시사한다. 또 어머니 같은 사에키의 과거 모습을 한 여자와 사랑에 빠져 나머지 반의 ‘불길한 예언’도 실현된다. 나에키 노인의 삶은 폭력에 대한 비판을 은연중 보여준다.그의 기억을 잃게 하고 지적 능력을 멈추게 한 어릴적 사고가 폭력에 의한 것을 암시하거나,고양이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조각가 조니 워커(다무라의 아버지)의 부탁대로 조니 워커를 살인하는 장면 등은 폭력이 몸에 스며든 인간의 비극과 그에 대한 저항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해변의 카프카’는 이렇듯 다양한 문제 의식을 품고 있다.하루키는 자기 작품이 어느 한 방향으로 읽히지 않도록 하려는 듯이 다양한 장치를 숨겨놓았다. 주인공 다무라의 나이가 15세인 것은 소년과 어른의 경계를 나타낸다.‘해변’이 육지와 바다의 접점이고 ‘카프카’의 일본음이 ‘가(可)후카(不可)’로서 두 가지 뜻을 담고 있음도 의미심장하다.뿐만 아니라 작품내용도 꿈과 현실을 넘나들면서 생사,선악,어른과 아이,남자와 여자,의식과 무의식 등의 경계를 다루고 있다. 문학평론가 권택영 경희대교수는 “삶의 이해할 수 없는 신비함을 존중하고 타인을 아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소설가 장석주는 “내면적 자아의 미스터리를 추적한 작품”이라고 말한다. 이종수기자 vielee@
  • 창간99주년 특집1-건강 100세 / 담배, 어떻게 중독되나

    정신분석학의 아버지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하루에 시가를 20개비씩 피워대는 골초였다.흡연 때문에 구강암에 걸려 30차례 이상 수술을 했지만 담배를 끊지 못했다.수술로 구강이 망가지자 나중에는 집게로 입을 벌리고 그 사이에 시가를 끼워서 피워댔다.그는 병들기 전부터 흡연을 ‘아주 나쁜 습관’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지만 결국 죽는 순간까지 담배를 끊지 못했다.무엇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을까?바로 담배의 중독성이다. 담배나 금연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 중독성이다.흡연자들은 담배의 해악을 알면서도 이 중독성의 덫에서 쉽게 발을 빼지 못한다.그러면 도대체 중독은 어떤 현상을 말하며 어떤 경로로 발현하는가. 의학에서는 ‘강박적이고 과도한 약물 사용을 특징으로 하는 생활양식’을 중독이라고 규정한다.물론 이런 규정에는 ‘해로움’과 ‘중단의 필요성’이 전제돼 있다. 알코올이나 헤로인처럼 매우 강력한 의존성을 유발하는 담배의 중독성은 니코틴에서 비롯된다.니코틴의 특성은 우리 인체에 쉽게 흡수되고 그 효과가 금방나타난다는 것이다.금연보조제로 쓰이는 패치를 보자.심지어는 발바닥의 두꺼운 각질부에 붙여도 니코틴 성분이 신속하게 체내로 흡수된다. 이런 니코틴은 흡연 때 구강 점막에서부터 흡수되기 시작하며,특히 무서운 것이 심리적 효과이다.일단 담배맛을 알면 흡연은 정신적 안정감과 긴장감 및 스트레스 해소라는 유혹을 선물한다.그러나 여기에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 약리작용은 니코틴이 중추신경을 자극해서 얻어지는 것이 대부분.잠자리에 들기 전에 담배를 피우면 수면에 방해를 받는 것도 니코틴이 중추신경을 쉽게 자극한다는 증거다. 담배를 처음 피우거나 너무 많이 피웠을 때 현기증과 함께 구토,두통 등이 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그런가 하면 모세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올리고 심장 운동도 촉진한다. 문제는 중독성을 초래하는 의존성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인간의 심신은 선천적으로 편한 것,기쁜 것 등 만족 편향적인 성질을 갖는데,담배가 이런 기호에 매우 적절하게 부응해 중독성을 심화시키기 때문이다.흡연 경력이 오랠수록 금연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는 “금연이 어려운 것은 흡연자의 몸과 마음이 니코틴의 작용에 의지하는 담배 의존형으로 바뀌고 길들여진 탓”이라며 “니코틴의 향정신작용에 의한 금단증상은 견디기가 힘들지만 반드시 이겨내야 하고 그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재억기자
  • 인간속에 도사린 폭력성의 한계는…/라스 폰 트리에의 새로운 실험 ‘도그빌’

    “역시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다.” 새달 1일 개봉하는 ‘도그빌(Dogville)’을 보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초현실주의적 스릴러 ‘유로파’(1991)와 ‘브레이킹 더 웨이브’(1996) 등 잇단 문제작을 터뜨리다가 ‘어둠 속의 댄서’로 2000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며 정점에 올랐던 라스 폰 트리에 감독.그의 신작 ‘도그빌’은 그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영상언어를 실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내용과 형식 면에서 쉼없는,새로운 도전 의식을 보여준다.‘어둠 속의 댄서’‘브레이킹 더 웨이브’에서 억압받는 여성상을 통해 순교적 이미지를 보여준 감독은 ‘도그빌’에서 인간을 차고 냉정한 대상으로 해부한다.상황에 따라 얼마나 인간이 광기에 사로잡히고 야만적이 될 수 있는가를 미세하게 포착한다.그는 이런 관점을 끝까지 밀어붙이려고 3부작을 구상하고 있는데 ‘도그빌’은 1부작으로 그 신호탄이다. 무대 형식도 파격적이다.마치 독일 연출가 브레히트의 연극 무대를 보는 듯,영화의 세트를 극도로 단순하게 처리했다.무대에 소꿉장난 하듯 듬성듬성 만든 집,분필로 선을 그어 나눈 8가구,대문도 없이 관객에 노출시킨 방,몇가지 가구와 벤치 등 최소한의 세트만 설치했다.상대적으로 인물들의 움직임에 집중하게 만들고 상황에 대한 다양한 상상력을 키워준다.또 꽃씨가 흩날리는 광경,그레이스가 사과트럭 뒤에 숨어 탈출을 시도하는 몽환적 장면 등에서 다양한 기법을 동원하여 환상적 분위기를 한껏 높여준다. 작품 배경은 미국 로키산맥 기슭에 자리한 마을 ‘도그빌’.‘개들의 마을’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 자체가 주민들의 야수성을 암시하는 복선이다.공동체처럼 지내는 단촐한 산골마을에 갱단에 쫓기던 미모의 여자 그레이스(니콜 키드먼)가 흘러 들어오면서 복잡다단한 상황이 펼쳐진다. 주민들의 즉각적인 반응은 당연히 경계심.하지만 그레이스의 신비한 분위기에 반한 작가 지망생 톰(폴 베타니)의 제의로 2주의 통과의례 기간을 거치는 동안 그레이스는 헌신적 노력으로 주민들의 마음의 문을 열고 ‘도그빌리언’이 된다.그러나 경찰이 그레이스를 찾는 전단을 붙이고현상수배 사진이 붙으면서 쫓기는 사연을 알게 된 주민들은 그에게 더 많은 노동과 몸을 요구하는 등 노골적인 ‘구별짓기’가 시작된다. 감독은 그레이스가 몸과 마음을 착취당하는 과정을 점증법으로 묘사하면서 인간에 숨어있는 야만성을 하나하나 까발린다.정체를 모를 때는 공동체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동등하게 대했으나 쫓긴다는 신분을 알고는 차츰차츰 억압자로 돌변하는 인간 집단의 심리를 정교하게 그려가고 있다.2시간45분을 지루하지 않게 끌어가는 힘은 꿈꾸는 듯한 표정,인간의 광기에 지친 얼굴,복수의 화신 등으로 다양하게 변신하는 니콜 키드먼의 열연이다.할리우드의 전설적 여배우 로렌 바콜을 비롯, 제임스 칸,필립 베이커 홀 등의 노련한 연기도 작품을 빛내는데 한 몫한다. 이종수기자 vielee@
  • 책꽂이

    ●못다 그린 그림 하나(박충훈 지음,이소북 펴냄) 90년 ‘월간문학’을 통해 등단한 작가의 소설집.운동권학생의 반평생을 보여주면서 참된 사회운동의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를 지적하는 표제작 등 8편의 중단편을 실었다.8500원. ●반인간(김태연 지음,책세상 펴냄) 87년 등단한 작가의 네번째 장편.공학과 문학을 함께 전공한 이력을 살려 다이어트 산업에 눈이 먼 동양의학의 문제점을 비판.9000원. ●바람편지(유안진 지음,중앙M&B 펴냄) 시와 수필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지은이의 신작 에세이.성장기,시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시에 대한 개인적 생각 등을 담았다.잊혀져가는 옛 풍속을 들려주고 한국 여성에 대한 새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8500원. ●그래서 너를 안는다(김인숙 지음,청년사 펴냄)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작가가 10년 전 쓴 작품을 개작.순수했던 소년이 전과 3범의 백수로 타락해 가는 과정을 통해 남성의 억압된 성 인식이 스스로를 어떻게 타락시키는가를 조명.8500원. ●너없는 세상에서 1,2(이은 지음,제이북 펴냄) 99년 신춘문예 당선자의 첫장편.20대의 꿈과 사랑을 신세대 시각으로 조명.가볍지만은 않은 진실함도 담겨 있다.각권 7500원. ●영천동 7번지(조명인 지음,풀잎문학 펴냄) 단편을 주로 써온 작가의 첫 장편.유부남을 사랑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주인공이 겪는 기구한 운명과 지고지순한 사랑을 소재로 한 소설.7500원. ●마우스(김호경 지음,민음사 펴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가의 장편.현실과 사이버 세계를 오가며 일어나는 현실파괴 음모와 사랑의 이야기.영화적 상상력과 기법을 빌린 전개가 독특하다.8500원. ●로빙화(魯花)(중자오정 지음,김은신 옮김,양철북 펴냄) 타이완 1세대 작가의 대표 장편.초여름에 잠깐 피었다 지는 로빙화의 생장과 멸종에 빗대,주인공인 미술천재 소년의 짧은 삶을 이야기.7500원.
  • 춤으로 푼 사도세자의 슬픈사랑/‘조남규 송정은 무용단’ 공연

    부부 한국무용가 조남규 송정은이 이끄는 ‘조남규 송정은 무용단’이 신작 ‘사랑의 슬픔으로’를 15일 오후 7시30분 의정부 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사랑의 슬픔으로’는 조선시대 비운의 왕자 사도사제와 아내 혜경궁 홍씨의 비극적 사랑을 춤으로 형상화한 작품.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썼지만,정작 무대는 역사적 사실을 넘어 자유로운 상상의 이미지들로 채워진다. 전통 춤사위의 바탕위에 현대적 감각을 살린 몸짓을 더하고,국악과 양악을 접목하는 등 한국 창작무용의 지평을 넓히는 데 신경을 썼다. 조씨는 “독무 2인무 군무 등 다양한 춤에 현대무용의 요소를 녹였지만,씻김굿 등 전통춤은 오히려 기본에 충실하도록 안무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공연에서는 지난해 초연된 ‘길위에 길’을 다시 선보인다.두 사람이 서로 만나 연을 맺고,무용 인생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부부의 삶 가운데 주요 장면을 골라 무대에 올린다.(02)549-4511. 이순녀기자 coral@
  • “나환자는 유령같은 존재”/ 신작 ‘유령의 자서전’ 펴낸 늦깎이 작가 유영국

    “75년 소록도 하늘과 바다의 쪽빛이 준 시린 기억을 잊을 수 없었죠.그곳에 배어있는 한센병환자(나환자)의 눈물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고 삼종형이 나환자인 사연도 맞물려 91년부터 쓰기 시작했습니다.” ‘늦깎이 소설가’란 말이 자신을 위한 것인냥 59세가 된 지난 2000년,국제신문사 제정 1억원 고료 제1회 국제문학상을 거머쥐면서 화려하게 등단한 유영국.그가 새로 낸 장편 ‘유령의 자서전’(실천문학사)은 3권짜리 첫 장편 ‘만월까지’와는 성격이 사뭇 다르다.갑오경장에서 6·25전쟁 직후까지 다양한 민중들의 한 많은 삶을 판소리의 사설가락으로 걸죽하게 그렸던 그가,이번엔 한센병환자를 소재로 인간의 원초적 비극성에 눈을 돌렸다. “제목속에 하고 싶은 말이 다 들었다.”는 그는 “한센병환자는 호적에 사망·행방불명자로 처리된 채 현실에 살고 있는 잊혀진 존재 즉 ‘유령’이며,주인공 김노인의 삶이나 정치가로 출세하기 위해 아버지 존재를 부인하는 아들 정산도 모두 유령이고,나아가 겉치레만 신경쓰는 현대인 모두가 유령일수도 있다.”고 말한다. 작품은 김노인이 회고하는 일대기를 중심으로 한 액자소설(소설 속의 소설)과,작가인 ‘나’가 그의 자서전을 쓰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엇갈리게 배치해 속도감있게 읽힌다.자신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싶은 심정과,아들 등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그대로 묻어두고 싶은 상반된 심정에 시달리는 김노인의 자화상은 작가가 취재 도중 건진 실화에 바탕한 것이다.“95년 초고를 탈고했는데 자료가 빈약하고 감상적 유희에 머문 것 같아 4번이나 개작했다.”며 창작에 쏟은 애정을 들려준다. 소록도를 발이 닳도록 드나들며 발로 뛰어 쓴 작품이어서일까.한센병을 다룬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과 비교해달라고 하자 “주제가 다르다.”면서 “나환자들의 내면세계에 대한 밀도에서는 추종을 불허한다.”고 당당하게 말했다.그 이면엔 등단은 늦었지만 30년의 교직생활에 라디오드라마 작가,비교문학연구 등의 왕성한 지적 호기심에서 우려낸 글솜씨에 대한 자부심도 어려 있다. “내세울 만한 학연·지연이 없어 문단과 담쌓고 지낸다.”는 그는 자신의 오랜(?) 습작기를 도연명의 ‘無弦琴’,즉 현이 없이,즐기듯 비파를 타는 것에 비유했다.주위에서 ‘문단의 들개’라고 불리는 그답게,젊은 작가들의 작품경향에 막힘없는 직언을 쏟아냈다.“언어를 너무 무시합니다.또 자아도취의 흔적인 독백투나 격한 표현을 위한 도치법을 남발해 관념이 앞서 안타깝습니다.” 글 이종수기자 사진 안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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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밖으로 뻗은 나뭇가지(김경수 지음,민음사 펴냄) 지난해 7월15일 타계한 고 김경수 시인의 1주기를 기리는 유고 시집.병상에서 죽음을 예상하고 쓴 작품들이라 허무를 노래하는 시편이 많지만,역설적으로 주된 정조는 삶을 긍정한다.9000원. ●밥벌이의 지겨움(김훈 지음,생각의나무 펴냄) 저널리스트·소설가 등으로 활동하는 저자가 여러 매체에 발표한 칼럼모음집.특유의 섬세한 묘사와 화려한 수사로 세상을 들여다보고 있다.8500원. ●대해 속의 고깔모자(이향지 지음,고요아침 펴냄) 제4회 현대시 작품상 수상시집.수상작인 이향지의 표제시를 비롯,추천 후보작 등을 실었다.김영승,함성호등 역대 수상 시인의 신작시도 함께 묶었다.7500원. ●폼페이 최후의 날(에드워드 불워 리턴 지음,이나경 옮김,황금가지 펴냄) 서기 79년 화산폭발로 몰락한 비운의 도시를 소재로 한 역사소설.상세한 고증을 바탕으로 당시 건축양식·풍속 등을 담았고,다양한 인물과 사상을 다루고 있다.1만 2000원. ●사랑은 스위트 피 향기를 타고(소피 달 지음,황정민 옮김,황금부엉이 펴냄) 사랑의 해피 엔딩을 꿈꾸는 이들에게 전해주는 여성작가의 낭만적이고 발랄한 감성소설.저자는 영미권 대부분의 교과서에 작품이 실려 있는 전설적인 동화작가인 로알드 달의 손녀.7000원.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이외수 지음,해냄 펴냄) 춘천에 사는 작가가 작품활동과 일상에서 느낀 글을 담은 에세이.바쁜 일상에 매몰돼 사는 현대인에게 여유의 중요함을 들려준다.9000원. ●설레는 인생을 품다.(윤영준 지음,등불 펴냄) 평론을 주로 해온 작가의 첫 장편.기혼·이혼·독신 등 결혼에 대해 각기 다른 이력을 지닌 세 명의 남자를 주인공으로 인생의 단면을 묘사.8000원.
  • 책꽂이

    ●神을 죽인 자의 행로는 쓸쓸했도다(박상륭 지음,문학동네 펴냄) 동서고금의 종교·신화·철학을 아우르는 사유체계와 우주적 상상력으로 독보적 문학세계를 구축해온 작가의 신작 장편.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매개로 해석한 신의 문제를 작가의 관점으로 뒤집었다.9800원. ●골렘(구스타프 마이링크 지음,김재혁 옮김) 독일 신비주의 작가의 대표작.환상에 시달리는 주인공이 성스러움과 악마 기운이 섞인 집단심리를 상징하는 골렘과 대면하면서 현실적 제약에서 벗어난다는 내용.6900원. ●자장면과 바나나(강병호 글·그림,화남 펴냄) 시사만화가인 저자가 어린시절 추억을 바탕으로 쓴 훈훈한 이야기.자장면과 바나나를 처음 먹던 신기함을 비롯,썰매와 얼음지치기,만원버스 속 삽화 등을 담았다.9000원. ●사랑(산도르 마라이 지음,임왕준 옮김,솔 펴냄)헝가리 대표작가가 난봉꾼 카사노바의 일생에서 영감을 얻어 쓴 소설.발단·전개·반전·결말 등 극적 구성에 따라 진행하면서 사랑의 의미를 생각케 한다.8500원. ●뜨거운 눈밭(이해당지음,경남 펴냄)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수용된 한 인민군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전쟁의 비참함을 그린 장편.픽션과 논픽션기법을 혼용하여 수용소 풍경 등을 그렸다.9500원. ●문자들의 다비식은 따듯하다(주용일 지음,문학과경계사 펴냄) 등단 9년만의 첫 시집.과작에 어울리는 정제된 작품이 차곡차곡 쌓여있다.세상을 노래하되 직접적이지 않고 비유로써 에둘러 비판한다.6000원. ●인적 드문 숲길은 시작되었네(함진원 지음,문학과경계사 펴냄) 95년 등단한 시인의 첫 작품집.“무엇을 위해 바삐 살고 있는지/알 수 없었다.”고 느낀 시인이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지난날의 삶을 되돌아본다.6000원. ●내 꿈의 방향을 묻는다(정지원 지음,문학동네 펴냄) “흙의 평등/바람의 자유/물의 평화”를 꿈꾼다는 시인의 첫 시집.비록 고통스럽더라도 비겁과 거짓이 판치는 세상을 헤치고 중심을 찾겠다는 결의를 노래.5000원 ●그녀가 내 멍을 핥을 때(김충규 지음,문학동네 펴냄) 합리성보다는 비합리성이 앞선 세상에 대한 신랄한 비판.그러나 그 속엔 시인의 사랑이느껴진다.“저주와 사랑은 뿌리가 하나”라고 노래.5000원.
  • ‘반지의 제왕’식 모험극 집필중/ 신작 나무 발간 베르베르 이메일 전화 인터뷰

    “지지를 아끼지 않는 한국 독자들에게 인사드립니다.한국에 몇 차례 가본 적이 있어 관심이 많은 편인데 한국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고 봅니다.왜냐하면 젊은이들이 책을 많이 읽고 신기술에 관심이 많기 때문입니다.”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벨로캉’(소설 ‘개미’의 도시 이름)에 고정독자 1700여명을 확보할 정도로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개미’의 작가 베르베르 베르나르가 이번엔 소설집 ‘나무’(열린책들)를 들고 왔다. 이 소설집은 지난해 10월 프랑스에서 출간되자마자 비슷한 시기에 나온 공쿠르 수상작 ‘방황하는 그림자들’을 누르고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화제가 됐다.2001년 10월 일으킨 ‘뇌’의 선풍을 이은 것이다. ‘나무’는 이미 국내에서도 사전예약 주문판매만으로 인터넷 서점 종합 베스트 1위에 올라 베르베르의 인기를 입증했다. 표제작 등 18편의 단편으로 이뤄진 이 작품은 외계인의 시각 등을 빌려 인간의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담은 작품이다.‘개미’ 등에서처럼 작가는 ‘외부의 시선’으로 현실 혹은 인간 세상을 살핀다.여기에 한국판을 낸 ‘열린책들’의 요청으로 베르베르의 문학세계를 잘 아는 만화가 뫼비우스가 한국판에만 원전에는 없는 삽화 28점을 보태 환상적 분위기를 더해준다.파리에 유학 중인 번역가 이세욱씨는 “베르베르 특유의 기발함으로 일상에서 겪는 일의 다른 면을 고찰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베르베르는 1일 새벽(한국시간) 기자와 나눈 전화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에 얽힌 이런저런 이야기와 앞으로의 작품 계획 등을 들려줬다(그는 자기의 글이 어떻게 전달되는지 신경이 쓰이는듯 처음엔 이메일보다는 전화 인터뷰를 원했다).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작품집에는 콩트와 단편의 성격이 혼재하는데? -프랑스에서는 ‘가능한 나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과학적·환상적·시적인 작은 텍스트들로 이뤄진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이런 형식을 사용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내 작품들이 최대로 즐겁고 빨리 읽히도록 하기 위해서다.독자들이 마치 뷔페에서 제공되는 조그만 음식을 대하듯 이 작품들을 먹기를 바란다.또 작품집의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고 되는 대로 읽어도 무방하다.구체적으로 이런 형식을 사용한 것은 이야기의 새로운 양식을 시험해 보고 문학적 경험을 쌓기 위해서다. 18편의 단편 사이에 흐르는 공통의 주제가 있는가? -개개의 이야기는 자유롭다.다른 이야기와 직접적 연관이 없다. 전체 작품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달라. -각각의 작품은 ‘그리고 만약’이라는 가정 아래서 진행된다.예를 들어 운석(隕石)이 어느 도시에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사람이 신이 되어서 다른 인간들을 도우려 애쓴다면 어떻게 될까? 등의 가정을 전제로 한다.이런 모든 가정에 대해서 내 영혼이 산책을 하게 만들고 사상을 발견하도록 노력했다. 지금 집필 중이거나 구상중인 작품이 있는가? -잠정적으로 ‘인간은 우리의 친구’라는 제목을 단 2인극 대본을 이달 중 프랑스에서 출간한다.외계인에 의해 납치된 뒤 동물 우리에 갇힌 남녀의 이야기이다.그들은 그들에게 닥친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서로 사랑하기 위해 애쓴다.아주 간단하고 재미있는 작품인데 곧 프랑스 무대에오르기를 바란다.물론 한국 공연도 가능할 것이다(그는 시나리오 작업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또 빅뱅 이후 인간의 모든 역사를 신의 관점에서 다룬 소설을 쓸 큰 계획을 갖고 있다.2500쪽쯤 될 이 작품에서 ‘반지의 제왕’처럼 숱한 모험을 다룰 예정이다.5년 전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2년 후엔 나올 것으로 본다.제목은 일단 ‘신의 왕국’으로 정했다. 이번 작품과 ‘개미’ 사이에 관점의 차이가 있는가? -10여년 전 ‘개미’를 쓸 때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많은 것들을 시도했는데 그때보다 더 평온하고 침착해졌다.지금 쓰는 책들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내 작품을 발전시키는 데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사실도 안다.앞으로는 내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의 심리를 심도있게 묘사하고 경이로운 공간 배경을 창출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영상의 시대에 소설 혹은 문학의 미래에 대해 전망한다면? -문학과 영화는 연결됐다고 생각한다.개인적으로 머릿 속에서 이미지와 함께 쓴다.작품을 쓸 때 어떤 상황이나 디테일한부분을 상상한다.책과 연극,영화는 어떤 경우에도 연결되어 있다.모든 것은 이야기에 의존한다. 이종수기자 vielee@
  • 특별한 CAR ‘스페셜 에디션’/ 고상함 싣고 ‘붕

    최근 톡톡튀는 이른바 ‘스페셜 에디션’ 차량이 잇따라 출시돼 관심을 끌고 있다.자동차 업계는 기존 모델과 달리 별도로 제작된 제품을 통해 차 브랜드의 이미지와 호감도를 높일 수 있어 스페셜 에디션에 중점을 두고 있다.스페셜 에디션은 몇 대 밖에 없는 소량 모델을 뜻한다.기념일과 행사를 위해 소량 한정 판매가 이뤄지는 기념모델과 유명 디자인업체나 자동차 기술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고급 장치들을 장착,일반 모델보다 비싼 특별 모델도 있다.그밖에 영화촬영 등 특수한 목적을 위해 비판매용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기념 모델 지난 2001년 12월부터 다음해 5월 월드컵 때까지 현대차가 ‘아반떼XD’,‘뉴EF쏘나타’ 등 차량에 월드컵 엠블럼을 새기고 사양을 고급화해 한정 판매했던 월드컵 모델 시리즈들이 좋은 예다.현대차는 2002년 한·일 월드컵 공식 후원사로서의 기업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월드컵 열기를 판매에 연결시키기 위해 기념 모델을 출시했다. 최근에는 포드자동차가 창립 100주년을 맞아 ‘포드 토러스’,‘포드 머스탱’,‘포드 익스플로러’,‘포드 포커스’ 등 5개 차의 특별 모델을 출시했다.전 세계 4000대 한정 판매되는 ‘포드 토러스’ 100주년 모델은 국내에서도 판매중이다. 폴크스바겐의 ‘골프 GTI’는 1976년 독일에서 출시된 ‘골프’의 고성능 모델이다.올해 미국 진출 20주년을 맞아 ‘골프 GTI 애니버서리 에디션’을 내놓았다.또 골프가 처음 미국에 상륙했을 때 ‘래빗’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된 점을 기념해 트렁크 중앙의 GTI 앰블럼 옆에 토끼 모양을 함께 달았다. 랜드로버는 자사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처음 개최했던 험로 이벤트인 ‘G4챌린지’를 위해 ‘프리랜더 2.5 V6’,‘디펜더 110 TD5’,‘레인지로버 4.4 V8’,‘디스커버리 4.6 V8’ 등 4종의 스페셜 에디션을 내놓고 있다. 탐험이라는 행사 성격에 맞게 차 지붕 위에 물건을 실을 수 있는 루프레일은 물론 차량이 험로에 빠졌을 때 인양할 수 있는 장비들을 탑재했다. ●원판 보다 개선된 모델들 국내에서는 1997년 현대차가 스포츠카 ‘티뷰론’의 동력 성능을 향상시킨 초경량 알루미늄 스포츠카 ‘티뷰론 스페셜 모델’ 500대를 한정 판매했다. 또 지난 3월부터는 여성 마케팅 강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뉴EF쏘나타 2.0 골드 모델을 기본으로 여성 겨냥 모델 ‘뉴EF쏘나타 엘레강스 스페셜’을 출시했다.여성이 좋아하는 베이지색을 토대로,조명적용 화장 거울,핸드백 걸이,자외선 차단 유리 등 사양을 추가했다. 링컨차가 1976년 디자이너 카르티에와 함께 만든 ‘링컨 카르티에 에디션’은 링컨 모델 중 최고의 럭셔리 사양을 갖춘 모델로 통한다.또 오는 10월 국내에 선보이는 GM의 최고급 레저용차인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에는 고가 명품 브랜드로 잘 알려진 불가리의 시계가 달려 있다. ●‘영화속 주인공으로 태어나다’ 007 최신작 ‘다이 어나더 데이’ 영화에는 특수 제작된 재규어의 ‘XKR’가 나온다.뒷 좌석에 기관총이 삽입됐고,자동차 옆 문에는 소형 미사일이 장착돼 있다.트렁크에는 박격포 선반이 놓여 있고,타이어에는 강철 체인을 장착했다.영화 속에서 ‘평양 49-348’이라는 한글 번호판을 달고 등장한다. 오는 8월 국내 개봉을 앞둔 영화 ‘툼레이더2-판도라의 상자’를 위해 지프의 ‘랭글러 루비콘 툼레이더 모델’이 제작됐다. 한편 ‘BMW 아트카 콜렉션’은 기술과 예술을 접목시키는 방식으로 차를 통해 전세계 예술가들의 창조성을 표현하고 있다.1975년 BMW 레이싱 차량에서 시작됐으며,아직까지 총 12명의 예술가가 15개 차종을 상대로 아트 카를 제작했다.파리 루브르 박물관 등 전시관에서 대중에게 소개되기도 했다.미국의 유명 팝아트 예술가 앤디 워홀은 1979년 BMW M1을 아트카로 제작 한 뒤 ‘차가 예술 작품보다 낫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주현진기자 j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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