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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가 서울국제문학포럼 특수

    세계 문학거장 20여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24∼26일, 세종문화회관)의 개막에 맞춰 외국 초청 작가들의 작품이 국내 서점가에 속속 선보이고 있다.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 프랑스 소설가 르 클레지오, 미국 생태시인 개리 스나이더, 칠레 저항작가 루이스 세풀베다의 신작이 약속이나 한듯 이번주 나란히 출간된 데 이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 ‘인생의 친척’도 내주초 개정판이 나올 예정이다. 출판사마다 오래전부터 기획한 책들이기는 하나 작년 연말 초청 작가들의 명단이 확정된 이후 포럼 일정에 맞추기 위해 손길을 바삐 움직였다는 후문. 작가들이 서울에 머무르는 동안 자연스럽게 신작이 홍보되는 ‘포럼 특수’를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내 이름은 빨강’으로 국내에도 상당한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오르한 파묵의 신작 ‘눈’(이난아 옮김, 민음사 펴냄)은 전세계 21개국 19개 언어로 번역 출간된 베스트셀러. 지난해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책’에 뽑히기도 했다. 정치적인 이유로 독일로 망명했던 시인 카가 어머니의 부음을 듣고 12년만에 찾은 고향 터키의 작은 마을 카르스에서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는 격랑에 휩쓸리는 이야기다. ‘내 이름은 빨강’을 비롯한 그의 모든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다뤄지는 주제인 동서양의 갈등은 여기에서도 중요한 모티프가 된다. 이슬람문명과 기독교문명의 충돌속에서 현대화를 지향하는 케말주의자와 이슬람 근본주의자, 쿠데타 세력과 민중, 사랑에 빠진 남녀가 빚어내는 갈등과 반목이 폭설로 외부와 차단된 마을을 배경으로 속도감있게 펼쳐진다. 프랑스 문학의 살아있는 신화로 불리는 르 클레지오의 ‘아프리카인’(최애영 옮김, 문학동네 펴냄)은 지난해 프랑스에서 출간된 최신작으로, 작가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자전적 소설이다. 평생 두려움과 경외의 대상이었던 아버지의 삶을 기억속에서 복원시키는 내밀한 자기고백인 동시에 작가의 정신적 모태이기도 한 아프리카 대륙에게 바치는 찬미가다. 나이지리아에서 의사로 근무하던 영국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작가는 1920∼40년대 아버지가 손수 찍은 사진 15장을 책에 함께 실었다. ‘지구, 우주의 한마을’(이상화 옮김, 창비 펴냄)은 생태시인 개리 스나이더가 지난 40년간 자연과 생명의 회복을 주제로 펼친 각종 강연문과 기고문을 모은 산문집이다. 시인이자 자연속에서 평생을 보낸 구도자, 희귀생물종 보호와 소수민족문화보존운동에 헌신해온 활동가로서의 그가 품고 있는 인간, 자연, 우주에 대한 깊은 통찰이 투명하고 아름다운 문장에 담겨 있다. 칠레 출신의 저항작가 루이스 세풀베다의 소설 ‘소외’와 ‘핫라인’(권미선 옮김, 열린책들)도 동시에 출간됐다.‘소외’는 소시민의 일상, 유대인 수용소, 아마존의 환경파괴 등 사회불의에 맞선 인간의 삶과 존재의 존엄성을 다룬 35편의 이야기를 모은 단편집.‘핫라인’은 현대인의 비뚤어진 성문화를 통해 칠레의 사회문제를 파헤친 추리소설 형식의 작품이다. 포럼 참가자중 유일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오에 겐자부로는 신작 대신 절판됐던 책을 다시 선보인다.1993년 ‘20세기 일문학의 발견’시리즈의 하나로 ‘인생의 친척’(박유하 옮김)을 출판했던 웅진지식하우스가 12년만에 개정판을 낸다. 이 출판사 관계자는 “2002년부터 한 권씩 개정판을 내고 있는데 올해가 오에 겐자부로의 차례”라면서 “원래 6월쯤 예정했다가 포럼 기간에 맞춰 출판 일정을 앞당겼다.”고 말했다.1989년작인 ‘인생의 친척’은 슬픔의 질곡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하고자 애쓰는 한 여인의 고통스러운 여정을 다루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영화 만큼 볼만한 그녀들의 드레스

    |파리 함혜리특파원|프랑스 남부의 휴양도시 칸에서 매년 5월 열리는 칸 국제영화제는 세계적인 거장들이 자존심을 걸고 선보이는 신작 영화의 경연장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하지만 영화보다 더욱 시선을 모으는 것은 레드 카펫을 밟는 미녀 스타들의 눈부신 모습이다. 1분을 채 안 넘기는 순간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미녀 스타들이 입고 있는 드레스, 보석, 핸드백, 구두, 심지어 헤어 스타일까지 모두 전세계 언론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은 물론이다. 따라서 칸 영화제는 많은 돈을 쏟아 부어 만드는 광고물보다 몇 곱절의 매출 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찬스가 된다. 샤넬, 이브생로랑, 펜디, 프라다, 쇼메, 쇼파르 등 명품 브랜드들이 경쟁적으로 스타들에게 의상과 보석을 협찬하고, 막대한 돈을 들여 공식 후원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11일 개막된 제58회 칸 영화제에서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은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브랜드가 특별 제작한 드레스 차림으로 개막식과 시사회장, 각종 파티에 등장해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슈퍼모델 출신의 프랑스 여배우 라에티티아 카스타는 첫날 가장 눈길을 끈 스타. 알라이아가 디자인한 언밸런스 네크의 흰색 드레스에 다니엘 슈바로프스키의 수정이 박힌 작은 핸드백을 들었다. 개막식 사회를 맡은 세실 드 프랑스가 입었던 검은색 드레스는 샤넬 오트쿠튀르가 이번 행사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것. 회색빛이 도는 금 귀고리는 쇼메 제품이고 짧은 커트머리는 공식 헤어살롱 자크 데상주의 레일라 팀 작품이다. 프랑스의 대표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는 개막식에서 이브생로랑의 와인색 드레스에 펜디의 모피숄, 그리고 쇼파르의 장신구를 차고 등장했다. 개막작 ‘레밍’의 주인공 샤를로트 갠즈부르는 타조 깃털이 달린 발렌시아가의 미니 드레스를 입어 바지 차림으로 나타났던 예년과 달라진 모습을 선보였고 샤넬의 모델이기도 했던 캐롤 부케는 올해엔 프라다의 수놓은 실크 코트에 바지 스타일로 세련됨을 과시했다. 매년 샤넬의 드레스와 함께 우아한 자태를 과시했던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는 올해엔 이브생로랑의 스테파노 필라티가 디자인한 청회색 드레스를 입고 시사회장에 나타나 시선을 모았다. 어깨끈이 풀어지는 바람에 소피 마르소의 왼쪽 앞가슴을 드러내게 한 원피스는 프라다 제품. 칸 영화제를 통해 다음 시즌에 선보일 신제품의 반응을 테스트하기도 한다. 펜디는 ‘백 잇(Bag it)’이라는 제품명이 붙은 작은 손가방을 쇼룸에 디스플레이하는 동시에 우디 앨런이 감독한 영화 ‘매치 포인트’ 시사회장에 가는 이탈리아 여배우 안나 팔치의 손에 들려 선보였다. 눈밝은 패션 마니아들의 시선을 모은 이 핸드백은 6월부터 시판될 예정이다. 한편 발렌티노는 영화제 기간동안 칸에 있는 부티크에서 줄리아 로버츠, 밀라 요요비치, 모니카 벨루치 등 영화 속에서 발렌티노의 의상을 입은 여배우들의 사진을 전시하는 ‘셀레브리티’전을 열고 있다. lotus@seoul.co.kr
  • “中현대사 관통하는 삶을 소설로”

    최근 국내 출간된 장편소설 ‘굶주린 여자’와 ‘영국 연인’(한길사)의 저자 훙잉(43)은 현재 중국에서 가장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작가중 한명이다. 지난해 중국 베이징만보가 선정한 10대 인기작가에 뽑힐 만큼 대중적인 명성을 누리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선 신작을 내놓을 때마다 각종 소송이 끊이지 않는 ‘문제작가’이다. 런던대 교수인 남편과 함께 영국에 거주하면서 창작활동중인 그녀가 홍보차 한국을 방문했다.17일 만난 그는 “나는 소설속에서 사는 사람”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대표작 ‘굶주린 여자’는 100% 자전소설이다. 가난한 집 사생아로 태어나 길거리에서 잠을 자야 했던 힘겨운 유년시절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소설은 문화대혁명과 기아의 시대, 톈안먼사태라는 중국의 첨예한 현대사를 정면으로 관통하고 있다. 그는 “내 또래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인생 역경과 그런 삶을 살게 했던 왜곡된 시대를 있는 그대로 기록한 소설”이라면서 “아무리 어려워도 개인의 운명과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1996년 타이완에서 출판된 ‘굶주린 여자’는 25개국 언어로 번역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정작 중국 본토에서는 3만자가 삭제된 채로 출판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영국 연인’은 촉망받는 영국 청년시인과 중국 여인의 비극적인 사랑을 진한 에로티시즘으로 묘사해 화제를 모은 책. 여주인공을 실존인물에 빗대 음란하게 묘사했다는 죄목(음란죄)으로 4년간의 지루한 법적공방 끝에 향후 100년간 중국내 출판 금지와 공개사과라는 패소 판결을 받았다. 그는 “동서양 문화의 차이를 연구하는 과정의 중간 결산같은 작품”이라며 “성애의 갈망, 즐거움, 사랑하고 사랑받는 권리를 다룬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스스로를 “글쓰는 사람보다는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사투리를 섞어가며 맛깔나게 이야기하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던 그녀는 유럽 독자들이 자신의 소설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루쉰 문학원과 상하이 푸단대학에서 문학수업을 받은 그는 1980년부터 창작을 시작해 ‘굶주린 여자’‘영국연인’‘아난’ 등의 베스트셀러를 잇달아 발표했다. 현재 ‘상하이왕’ 3부작을 집필중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우리당 무기력’ 내부보고서 파장

    ‘우리당 무기력’ 내부보고서 파장

    “한나라당의 지지율 상승은 정부 여당의 잘못으로 인한 반사적 이익도 있으나, 차기 정권교체를 위한 당 혁신 작업, 이미지 쇄신작업에 기인한다.” 열린우리당의 무기력증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한나라당의 변화를 칭찬한 열린우리당 내부 보고서가 17일 작성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보고서는 ‘대중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한나라당’이라는 주제로 4쪽분량이며 변화하는 한나라당과 정체한 열린우리당을 사례별로 비교해 놓았다. 열린우리당이 이날 광주에서 10월 재보선과 내년 5·30 지방선거를 앞두고 혁신위 2차 토론회가 개최되는 상황에서 나와 당 안팎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국적법 개정·北비료지원 허용… 한나라 변신중 이 보고서는 한나라당의 변화로 지난 4일 홍준표 의원이 발의한 국적법 통과 및 국적포기자 외국인특별전형 대입불허를 내용으로 한 고등교육법 개정 추진, 지난 12일 공안 검사출신인 정형근 의원의 ‘인도적 차원에서 대북 비료지원’ 촉구 등을 나열했다. 박근혜 대표의 전남 신안 방문,5·18묘역 집단참배, 중부권 신당 및 민주당과의 합당론 제기 등 지속적인 ‘서진정책’에 대해서도 평가했다. 시민단체, 뉴라이트 진영, 명망 있는 전문가 집단을 향한 본격적인 ‘헤드헌팅’에 주력한 결과에도 주목했다. 인터넷에서 열린우리당의 우위가 깨진 이유에 대한 분석도 포함돼 있다. 양당에서 가장 방문자 수가 많은 미니홈피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열린우리당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것이지만, 방문자 수에서는 각각 4000명과 400명으로 10분의 1 수준으로 뒤지는 형편이다. 보고서는 대중을 끌어들일 콘텐츠 부재를 원인으로 손꼽았다. 특히 한나라당은 가정의 달인 5월의 컨셉트에 맞춰 홈페이지에 권철현 의원의 몸짱 사진, 강재섭 원내대표의 선글라스 낀 결혼 사진, 박진 의원의 월미도 데이트 사진 등을 올려 국민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평가했다. ●교육비·집값·노후대책에 집중을 반면 열린우리당의 홈페이지는 ‘개혁과 민생이 동반 성공’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선언하고 있고, 당 게시판에도 ‘난닝구(실용파)’대 ‘빽바지(개혁파)’들간의 소모적인 논쟁으로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았다고 분석했다. 정부 여당으로 정책과 노선상의 자기 색깔찾기에 실패했다는 자성도 곁들였다. 당 관계자는 “30∼45세 중산층과 서민에게 접근할 수 있는 교육비, 교육문제, 보육, 집값, 고용불안, 노후대책 등에 대한 정책적 집중이 필요하다.”면서 “재벌 규제완화 등 기득권의 환심을 사는 정책으로는 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코엘료 신작 ‘오 자히르’ 이란서 판금 조치

    국내에도 ‘연금술사’ ‘11분’ 등이 번역 소개돼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새 작품 ‘오 자히르(O Jahir)’가 이란 당국에 의해 판매금지 및 압수 조치를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BBC 인터넷판은 지난주 테헤란에서 열린 책 박람회 행사에 비밀요원들이 들이닥쳐 이 책 1000권을 압수했으며,“앞으로 이란에서 코엘료의 작품은 모두 판매금지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의 이란측 대변인인 캐러밴 출판사의 마라시 헤자지는 “요원들이 판금 배경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며 다만 이란 문화부가 그 전부터 코엘료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 대해 극히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고 전했다. 이 소설은 종군기자 아내를 둔 유명작가의 환상적 모험을 다룬 소설로, 어느날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아내를 좇아 세계를떠돌던 작가가 결국 사랑의 본질과 운명의 힘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 자히르는 아랍어로 ‘한번 맞닥뜨리면 사고를 점령해 어떤 것에도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란 의미로 우리말로는 집착으로 번역될 만하다. 코엘료는 프랑스 출판사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갑작스러운 압수 조치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책꽂이]

    ●내가 살아온 20세기 문학과 지성(김윤식 지음, 문학사상 펴냄) 평생 문학비평에 매진해온 저자가 자신의 인생을 제자 혹은 후배에게 들려주는 수필 형식에 해방 전후부터 20세기말까지 한국 근대문학사를 촘촘히 담아낸 비평 에세이.2년7개월간 ‘문학사상’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 고희 기념 문집으로 출간했다.2만 5000원.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정호승 지음, 박항률 그림, 랜덤하우스 펴냄) 아름다운 시와 사랑스러운 그림이 만났다. 시인은 30년간 세상에 내놓은 작품중에서 70편을 가려뽑았고, 화백은 여기에 31점의 그림을 보탰다.10년을 한결같이 시와 그림으로 우정을 나눠 온 동갑내기 두 작가의 따뜻한 사랑이 책 갈피마다 배어난다.8500원. ●소외(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권미선 옮김, 열린책들 펴냄) 유럽에서 활동하는 라틴아메리카 작가중 가르시아 마르케스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저자의 단편집. 소시민의 일상, 유대인 수용소, 아마존의 환경파괴 등을 다룬 35편의 이야기를 묶었다. 현대인의 비뚤어진 성문화를 파헤친 2002년작 ‘핫라인’도 함께 출간됐다. 작가는 24일 개막하는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가한다.8500원. ●너무 많은 입(천양희 지음, 창비 펴냄) 삶의 고통을 시로 승화시키는 작가 천양희가 7년 만에 신작 시집을 냈다. 이전 시집들에서 보여줬던 생의 상처에 맞서는 강렬한 힘은, 일상의 사소한 것들에서 얻는 깨달음에 녹아들어 한층 유연하고 폭넓은 세계를 획득했다. 광속의 시대, 세상의 속도를 거슬러 시인으로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파고드는 작가정신이 매섭다.6000원. ●몽당연필 모으는 남자(앙리 퀴에코 지음, 남수인 옮김, 샘터 펴냄) 프랑스의 유명한 화가이자 예술이론가, 에세이스트로 활동하는 저자의 수필집. 몽당연필, 체리꼭지, 초콜릿 껍질, 복숭아씨, 스펀지 등 주변의 사소한 물건들을 모으는 취미를 가진 저자가 그것들을 통해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8500원.
  • 동화 마니아는 즐거워

    동화 마니아는 즐거워

    “애니메이션 마니아 모여라.” 서울산업통상진흥원의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오는 13일부터 22일까지 여는 ‘최강애니전’이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 안시·캐나다 오타와·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일본 히로시마 등 세계 4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의 지난해 수상작 등 국내외 58편의 작품들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4대 페스티벌’ 수상작 등 58편 상영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안시 단편부문 그랑프리를 차지한 디즈니사의 ‘로렌조(Lorenzo)’. 국내에서 처음 상영되는 작품이다. 자신의 꼬리와 실랑이를 벌이는 괴팍한 고양이의 유희적인 움직임을 고전적인 필체와 3D로 함께 담아냈으며, 작품 전반을 흐르는 탱고음악이 극의 흐름과 훌륭한 조화를 보여준다. ‘월레스와 그로밋’,‘치킨런’ 등 클레이(점토) 애니메이션으로 잘 알려진 영국 아드먼 스튜디오의 신작도 만나볼 수 있다. 안시TV시리즈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한 ‘동물원인터뷰2-고양이 혹은 개(Creature comforts,Cats or dogs?)’는 고양이와 개의 신경전을 아드먼 특유의 재치와 유머로 재구성했다. 견원지간인 캐릭터들의 섬세한 표정 연출이 압권이다. ●사회문제 풍자한 작품도 다수 안시 인터넷 단편부문을 수상한 ‘미트릭스(Meatrix)’는 동물들이 영화 매트릭스(Matrix)의 캐릭터를 패러디하며 웃음을 안겨준다. 이번 영화제에는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한 애니메이션들도 많아 눈길을 끈다. 아버지가 친딸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내용을 담은 ‘그녀만의 이야기(Daughter,A story of incest)’는 안시 페스티벌에서 최고교육영화상과 유니세프상을 휩쓸며 아동 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성인 전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한 영국의 필 멀로이 감독의 ‘파이널 솔루션(The Final Solution)’ 은 자그레브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얼굴이 성기인 외계인 조그를 통해 지구인이 지켜온 윤리와 관습이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준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캐리 후보가 등장하는 ‘나의 조국(This land)’은 대선 정치를 풍자한다. 지난해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조롱하는 풍자 동영상을 만든 온라인 애니메이션 회사인 집잽 미디어(JibJab Media)가 만들었다. ●국내 유망 작품도 소개 국내 애니메이션은 올해 아카데미 수상 여부로 화제를 모았던 ‘축 생일 (Birthday Boy)’을 비롯해 ‘마리이야기’의 이성강 감독이 2004년 자그레브 페스티벌에서 어린이 심사위원 우수상을 수상했던 ‘오늘이(O-Nu-Ri)’, 김준기 감독의 ‘인생(The Life)’, 올해 안시 페스티벌 경쟁부문에 출품되는 ‘인 더 포레스트’ 등 8편이 소개된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애니메이션센터의 홈페이지(www.ani.seoul.kr)를 참조하면 된다. 인터넷예매는 맥스무비(www.maxmovie.com) 에서 가능하며 요금은 성인 4000원, 학생 3000원이다. 문의 (02)3455-8373.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사설] 지역연대, 합당 다 무슨 소린가

    4·30 재·보선으로 정국구도가 여소야대로 바뀌었다. 여야가 모두 선거결과를 바탕으로 혁신작업에 나서고 있다. 민심을 살피고 당의 발전을 위해 혁신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정개개편이니, 합당이니, 지역연대니 하는 얘기들은 정당들이 아직도 민심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있거나,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당의 정체성을 정비하고 큰 정치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기껏해야 수적·지역적 이해에 급급해하는 듯한 인상만 짙게 풍긴다. 열린우리당의 문희상 의장은 민주당과의 합당설을 내비쳤다. 열린우리당이 민주당과 합당해야 하는 명분이 도대체 뭔가. 원내과반을 넘기거나 호남지역의 지지를 흡수하겠다는 의도외에는 눈을 씻고 봐도 당의 정체성이나 비전을 찾아볼 수 없다. 대선 이후 민주당을 버리고, 대선빚까지 떠넘기고 창당한 열린우리당이 민주당과의 통합을 거론한다는 것은 기회주의일 뿐이다. 민주당을 버릴 때와 지금의 목표나 이념이 뭐가 달라졌는지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다. 최소한 집권정당이라면 정체성은 물론 정치행위에 있어서도 대의와 명분이 있어야 한다. 중부권 신당이니 민주당과 자민련의 한나라당과의 연대설도 후진적인 발상이기는 마찬가지다. 세불리기에만 연연해 지역연합을 시도하는 것은 정치를 다시 지역대결 구도로 되돌리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겨우 지역주의가 퇴색하고 있고,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 등으로 정책정당의 가능성을 보여준 시점에서 이런 정당들의 발상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한나라당과 자민련 등 기존의 정당들이 각자의 색깔을 내면서 지지를 넓혀가는 것이 선진정치로 가는 길이다. 부나비처럼 이합집산하는 정당의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 실용·개혁파 ‘기간당원제 끝장 토론’

    실용·개혁파 ‘기간당원제 끝장 토론’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과 정세균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6일 경주 교육문화회관에서 심야 워크숍을 열어 4·30 재보선의 ‘23대0’ 참패 ‘뒷수습’에 들어갔다. 지도부는 저녁 8시쯤 회의를 시작해 다음날 새벽 2시를 훌쩍 넘길 때까지 격론을 벌여가며 당 쇄신작업에 나섰다. 현장으로 내려간 기자들을 ‘따돌리며’ 6시간 동안 릴레이 토론을 벌인 이들은 기간당원제 재정비 방향과 시·도당 위상 강화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 6시간 릴레이 토론 참패 ‘위기감’을 반영하듯 이날 심야 토론에는 염동연·장영달·한명숙 의원 등 상중위원은 물론 김부겸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모두 참석했다. 토론은 저녁 8시쯤 시작됐지만, 중간에 단 한번도 ‘정회’하지 않고,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까지 계속됐다. 참석자들은 잠깐씩 화장실에만 다녀올 뿐,“아무것도 얘기할 수 없다.”며 ‘보안’에도 신경쓰는 눈치였다. 이들은 특히 ‘개혁’과 ‘실용’의 노선갈등이 심해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굳은 표정으로 “화기애애하다.”며 손사래쳤다. 의제는 따로 정하지 않았지만 기간당원에 의한 공직 후보자 선출 방식이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밤 10시30분쯤 회의장을 빠져나온 뒤 기자와 만나 “기간당원제 재정비와 시·도당의 조직·역량강화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도당 조직·역량 강화 논의 ‘기간당원제’가 소신인 유시민 상중위원은 “어려울수록 원칙을 굳건히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재보선으로 일부 취약점이 나타나긴 했지만, 기간당원을 기반으로 한 현재의 당헌·당규를 수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또 ‘실용파’로 분리되는 염동연 상중위원은 ‘386의원’ 오영식 원내부대표와 회의장 밖에서 만나 “정치는 현실이며, 정당은 선거 승리를 위한 조직”이라면서 “우리가 무슨 발목을 잡았다고 그러냐.”며 목소리를 높여 실용파와 개혁파 사이의 날카로운 신경전을 부분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지도부 전국 순회 낙선 사죄 이날 회의에 앞서 지도부는 3개 팀으로 나뉘어 전국을 ‘순회’하며,‘낙선’을 ‘사죄’했다. 문 의장은 특히 한나라당과 피말리는 접전을 펼쳤던 경북 영천을 찾아 “‘동토(凍土)의 땅’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비록 졌지만 영천에서 가능성을 봤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영남 전체에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공약을 지켜 내년 지자체 선거와 2007년 대선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경주 문소영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씨줄날줄] 상임위 비율/김경홍 논설위원

    4·30 재보선 이후 여당 인사들은 죽을 맛일 거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고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지만 불과 1년만에 여대야소가 뒤집혀 답답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재·보선 참패후 사람과 조직을 몽땅 개혁하겠다는 혁신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잘못을 알았다면 바꿔야 한다. 모두 내 탓이다. 열린우리당이 겸손을 배웠다면 이미 혁신의 절반은 성공이다. 한나라당은 ‘독배를 마신 꼴’이기 십상이다. 겸손하겠다고 말하지만 저절로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기 어려울 것이다. 벌써 그런 징후가 보인다. 박근혜 대표가 “반드시 정권을 재창출하겠다.”고 큰소리친 데 이어 개헌론까지 들고 나왔다. 당 중진들은 ‘호남민심 껴안기’니 해가면서 종횡무진할 태세다. 기쁨을 주체하기 어렵다는 표정들이다. 민심은 아파하는 쪽도, 즐거워하는 쪽도 지켜보고 있다. 또 선거가 있으니까. 그래서 민주주의에서 선거를 꽃이라고 하는가 보다. 어쨌든 불과 1년만에 여대야소가 여소야대로 뒤집혔다. 무엇이 바뀔까. 그동안 큰 쪽은 아량없는 오만함을 드러냈고, 작은 쪽은 발목잡기가 마치 정치의 전부인 양 해왔다. 오만한 자에게는 겸손을, 트집잡는 자에게는 책임을 요구한 것이 민심이다. 여소야대의 폐해는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는 점이다. 반대로 밀어붙이기가 아니라 대화와 타협의 장치가 보장된다는 장점도 있다. 후자가 좋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야당인 한나라당에서 여대야소 때 정해진 국회 상임위의 위원 배분비율을 조정하자고 요구했다. 열린우리당은 국회법에 상임위원들의 임기가 2년이므로 조정할 필요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지금까지 국회의 19개 상임·특별위원회 가운데 여당이 8곳에서 과반을 유지하고 있었다. 지난 6곳의 재보선 결과 여당은 5석을 잃고, 한나라당은 4석을 보탠 셈이 됐다. 상임위 비율을 조정한다면 여당이 절대우위를 차지할 상임위가 없어진다. 여당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6곳의 국회의원 선거는 지난해 총선 당선자가 당선무효 판결을 받아 재선거가 치러진 곳이다. 애초에 여대야소가 아니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한나라당의 요구가 야박할지도 모르지만 변화는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 선거로 뽑은 상임위원장의 비율은 유지하더라도 상임위원의 비율은 조정해야 할 것이다. 수의 정치가 아니라 질의 정치가 선진정치다. 김경홍 논설위원 honk@seoul.co.kr
  • 세번째 소설집 ‘꽃게무덤’ 펴낸 권지예

    세번째 소설집 ‘꽃게무덤’ 펴낸 권지예

    “대학 강의를 그만둔 뒤 직장다니듯 글을 쓴다.”는 소설가 권지예(45)가 ‘폭소’이후 2년 만에 세번째 소설집 ‘꽃게 무덤’(문학동네 펴냄)을 냈다. ●신작 8편과 ‘뱀장어스튜’ 묶어 2002년 ‘뱀장어 스튜’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는 그해 문예창작론을 강의하던 동해대 교수직을 작파하고 창작에만 오롯이 매달렸다. 그사이 소설집 ‘꿈꾸는 마리오네트’와 ‘폭소’, 장편소설 ‘아름다운 지옥’(전 2권), 산문집 ‘권지예의 빠리, 빠리, 빠리’등 숨돌릴 틈 없이 작품을 쏟아낸 걸 보면 어지간히 창작에 배가 고팠나 싶다.‘꽃게 무덤’은 2003년 봄부터 올 봄까지 계절의 순환에 호응하듯 주기적으로 발표한 신작 8편과 ‘뱀장어 스튜’를 묶었다. “첫 소설집은 프랑스에 체류하는 30대 이방인 여성의 정체성에 주력했고,‘폭소’부터는 인간과 세계의 근원적인 갈등을 다뤄보자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소설집을)묶어놓고 보니 아줌마의 삶, 음식의 상징, 죽음에 대한 응시 등 참 다양하더군요.” 표제작 ‘꽃게 무덤’은 간장게장을 탐식하는 여자와 그녀를 추억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석모도 해변에서 홀연히 남자 앞에 나타났던 여자는 살을 발라먹고 남은 꽃게 무덤처럼 텅 빈 자리만 남기고 사라진다. 남자는 여자의 자취를 따라 석모도 갯벌을 다시 찾지만 그녀에게 중독된 자신의 모습만을 발견한다. “간장게장은 참 지독한 음식이에요. 살아 있는 꽃게의 발톱을 잘라 간장에 삭힌 음식이니 얼마나 지독해요. 살을 탐하고 텅빈 속내로 남는 꽃게를 통해 삶과 사랑의 비극성을 상징하는 동시에 그 지독한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보고 싶었어요.” ●간장게장 탐식하는 女·그리고 男 ‘뱀장어 스튜’도 그렇고,‘꽃게 무덤’도 그렇고, 유난히 음식을 소재로 한 이야기에 끌리는 이유가 있는 걸까. 짐작했던 대로 프랑스에서 8년간 유학한 경험을 들려준다. 학생 신분이라 돈이 궁했던 부부는 외식은 꿈도 못 꾸고 늘 값싼 재료를 사다 요리를 해먹었다. 한국에서 요리를 거의 안해본 그녀도 날마다 요리책과 씨름하다보니 나중엔 도가 트일 정도가 됐다.“먹고 살기 위해 요리하는 과정이 삶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통찰도 생기더라.”며 웃었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물의 연인’은 지난해 여름 미국 아이오와대 국제창작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 숙소 앞에 펼쳐진 강(江)에서 영감을 얻어 쓴 글이다. 오랫동안 서로 사랑하면서도 평생 단 며칠밖에 함께 지내지 못한 두 노년의 사랑이 물의 이미지를 통해 잔잔하게 그려진다. ●“당분간 단편 접고 장편에 매진” 남편에게 구타당하면서도 우렁각시처럼 집에 숨어들어 집안일을 하는 여자의 이야기인 ‘우렁각시는 어디로 갔나’, 뚱뚱한 몸을 활용해 모델일을 하는 여자가 주인공인 ‘여자의 몸-Before&After’등은 속도감있게 읽히는 재미와 함께 단번에 세태의 핵심을 찌르는 촌철살인의 쾌감을 맛보게 한다. 그는 “서사 위주의 글은 입담을 풀어놓듯 편하게 쓸 수 있지만 만족감은 덜한 편이다. 이미지가 강하고, 은유가 많은 글에서 만족감을 느끼는데 그런 건 아무때나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꽃게 무덤’이나 ‘뱀장어 스튜’같은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야행성이라 일주일에 두번씩 작업실에서 1박2일 코스로 글을 쓴다는 작가는 당분간 단편을 접고, 장편에 매진할 계획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역사물 스크린 점령할까

    새달 4일 동서양 역사물이 나란히 간판을 건다.100여년 전 조선시대가 배경인 국산 액션사극 ‘혈의 누’와,12세기 십자군 원정길로 카메라를 옮긴 리들리 스콧 감독의 서사액션 ‘킹덤 오브 헤븐’(Kingdom of Heaven). 미스터리 스릴러의 현대적 감각을 버무린 국산 퓨전사극, 장중한 사실액션이 화면을 압도하는 스콧 감독의 신작 사이에서 관객은 어느 쪽 손을 들어줄까. ●혈의 누 사극과 스릴러.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어감의 조합이다. 영화 ‘혈의 누’(감독 김대승, 제작 좋은영화)의 파격은 이뿐만이 아니다. 근대와 현대, 이성과 광기, 과학과 무속, 양반과 상민 등 격변의 시대를 배경삼아 다층적인 충돌구조가 일으키는 스파크가 기존 어느 영화보다 강렬하다. 여기에 작정하고 덤벼든 잔혹한 연쇄 살인장면 묘사는 고개를 돌리고 싶을 정도다. 조선 후기인 1808년, 제지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외딴 섬 동화도. 조정에 바칠 제지를 실은 수송선이 원인 모를 화재로 불에 타는 사건이 발생하자 뭍에서 수사관 원규(차승원) 일행이 파견된다. 그런데 이들이 섬에 도착한 첫 날부터 참혹한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범상치 않은 살인 행각을 목도한 마을 주민들은 7년 전 ‘천주쟁이’로 몰려 온가족이 참형을 당한 강객주(천호진)의 원혼이 저주를 내린 것이라며 술렁거린다. 냉철한 이성과 과학수사를 표방하는 원규와 사사건건 대립하며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인물은 제지소 주인의 아들 인권(박용우).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대립구도일뿐 극이 진행되면서 섬에 얽힌 비밀이 하나씩 베일을 벗을수록 원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적을 직감하고, 무력감에 시달린다. 그건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하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남의 목숨까지 거침없이 해하는 인간의 탐욕에 대한 처절한 확인이다. 영화가 내포하는 상징이나 감독이 의도한 다층적인 의미구조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 좀더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에게 ‘혈의 누’는 논리적으로 쉽게 이해되거나 감성적으로 충분히 설득당할 만한 작품은 아니다. 중반 이후 극적 긴장감이 급격히 떨어지는 건 스릴러 장르로서의 이 영화가 지닌 치명적인 결함. 촘촘하게 덫을 놓아 관객의 두뇌게임을 부추기던 영화는 갑자기 클라이맥스에서 원규의 입을 빌려 범인을 드러내는 게으른 방법을 택했다. 중요한 건 누가 범인이냐가 아니라 스스로 지옥을 만들어낸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라는 감독의 설명은 이 지점에서 구차한 변명처럼 들린다. 비주얼한 화면과 끊임없이 뇌를 자극하는 청각적인 효과는 기존에 보아온 여느 사극과 비교해 월등히 낫다. 흥행 코미디배우로 각인된 차승원은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기대 이상의 밀도있는 연기를 펼쳤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햄릿형 인간’ 원규를 100% 표현하기에는 아직 힘이 달려 보인다. 캐릭터를 충분히 체현하지 못하기는 두호역의 지성도 마찬가지. 다만 인권역의 박용우는 모처럼 제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18세 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킹덤 오브 헤븐 ‘글래디에이터’로 아카데미 5개 부문상을 휩쓸었던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역사에 스케일의 외피를 입히는 주특기를 또 한번 화면에 구현했다. ‘킹덤 오브 헤븐’의 시간적 배경은 십자군 원정대가 활약했던 12세기 초. 스펙터클 서사액션을 다시 보여주고 싶었던 감독은 성지 예루살렘을 놓고 기독교와 이슬람이 세력다툼하는 중세전쟁의 소용돌이 깊숙한 곳으로 앵글을 돌렸다. 결론부터 귀띔하자면,‘글래디에이터’‘트로이’류의 장중한 서사액션을 챙겨보는 관객에겐 기본적 흥미요건을 무리없이 갖춘 영화로 다가갈 듯하다. 예루살렘을 차지한 기독교도들이 급속히 세력을 키운 이슬람 군대에 압박당하자 영주 출신의 십자군 노장 기사 고프리(리암 니슨)가 젊은 대장장이 발리안(올랜도 블룸)을 찾아온다.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진 발리안 앞에 갑자기 나타난 고프리는 자신이 친아버지라는 사실을 밝히고, 함께 성지를 수호하러 떠나자고 제안한다. 이야기 아귀를 맞추려 느닷없이 돌출된 가족사의 비밀에 실소가 터진다. 하지만 이후 착실히 서사액션의 강도를 높여가는 영화의 공력에 그쯤은 눈감아 줄만하다. 고프리 영주에게서 기사 작위를 받은 발리안이 예루살렘 사수에 나서고, 일관되게 그 영웅담을 쫓아가는 것이 줄거리 얼개. 서사액션물에서 빠질 수 없는 멜로 요소도 물론 끼어있다. 예루살렘의 국왕 볼드윈 4세에게 충성을 맹세한 발리안은, 교회 기사단의 우두머리 루지앵과 정략결혼한 국왕의 여동생 시빌라(에바 그린) 공주와 금지된 사랑에 빠진다. 이 영화의 특기는 속도감이다. 시대물(상영시간 2시간17분)은 장황한 서사 때문에 빠른 진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통념을 깨부순다. 사실적인 대규모 전투를 잇달아 펼쳐 놓으면서도 영화의 몸놀림은 대단히 재빠르다.‘글래디에이터’‘반지의 제왕’‘트로이’ 등 서사액션 블록버스터들의 스펙터클을 압축해 놓은 듯한 전투장면들은 그 자체가 톡톡한 감상포인트다. 할리우드의 많은 감독들이 엄두를 못 내고 밀쳐온 시나리오를 선뜻 스크린에 옮긴 감독의 용기는 높이 살 만하다. 그러나 전투의 엄청난 규모 말고 ‘리들리 스콧의 것’을 보여주는 데는 실패했다. 서구 기독교적 세계관을 벗어나지 못한 편향된 시각으로 십자군 전쟁을 묘사한 것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 예컨대 당시 이슬람의 대영웅이었던 살라딘(살라흐 앗딘)의 존재는, 주인공 발리안을 영웅으로 띄워올리는 부속장치로 볼품없이 주저앉아 있다. ‘반지의 제왕’에서 요정 레골라스로 나와 여성팬들을 사로잡은 빅스타 올랜도 블룸의 또 다른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은 영화의 소득이다. 강인함과 비애를 함께 지닌 그의 캐릭터는 ‘트로이’의 브래드 피트와 견줄 만하다. 나병으로 죽어가는 가면 속의 볼드윈 국왕은 에드워드 노턴이 연기했다.15세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책꽂이]

    ●느릅나무에게(김규동 지음, 창비 펴냄)올해 팔순을 맞은 노시인이 14년 만에 내놓은 신작 시집.300편 가운데 83편을 엄선해 실었다. 생전에 가볼 수 있을지 기약못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 헤어진 가족과 젊은 시절을 함께 한 문우들에 대한 추억, 통일을 향한 꿈 등이 담백한 시어에 실려 깊은 울림을 전한다.8,500원. ●다니(김용규·김성규 지음, 지안 펴냄)독일과 프랑스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형제 작가가 ‘알도와 떠도는 사원’이후 4년 만에 공동집필한 장편소설. 이른바 ‘지식소설’로 이름붙여진 작품으로 인간의 폭력성이 어디서 기원하고, 어떤 상황에서 나타나는지를 침팬지 집단간의 동종학살(제노사이드)을 통해 살펴본다. 인간과 동물의 폭력성에 관한 철학적, 사회생물학적, 인류학적 지식의 깊이가 놀랍다.1만 1000원. ●비도 눈도 내리지 않는 시나가와역(김윤식 지음, 솔 펴냄)지난해 일본 도쿄를 방문한 저자가 시나가와역, 간다 서점가, 국립서양미술관, 고바야시 히데오의 무덤 등지에서 임화와 나카노 시게하루를 연상하고, 야나기 무네요시와 대화를 나누며 한국문화와 일본 문화 사이의 숙명적 관계를 탁월한 안목으로 분석한 책. 한국문학의 대표 논객이 쓴 첫번째 본격 회고담이다.1만원. ●날개(이상 지음, 문학과 지성사 펴냄)우리 현대문학 100년의 역사를 새롭게 정리하고자 문학과지성사가 발간하는 한국문학전집의 3차분 3권 가운데 하나로 발간됐다. 김유정의 ‘동백꽃’,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 함께 나왔다. 각 9,500원. ●번역과 번역가들(쓰지 유미 지음, 송태욱 옮김, 열린책들 펴냄)일본의 중견 번역가이자 문필가인 저자가 유럽에서 활동 중인 저명한 번역가들을 인터뷰한 육성을 실었다. 번역가의 생활상, 의역·직역 논란, 공동 번역의 장단점 등 번역가 지망생들이 궁금해할 다양한 정보들이 기록돼 있다. 일본 에세이스트 클럽상 수상작.1만 2000원.
  • 90세노인이 14세 소녀를 사랑할때

    이번주 신간 대열에는 작가의 이름자만으로도 선뜻 손길이 가는 외국소설이 한 권 있다.‘백년의 고독’으로 198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내 슬픈 창녀의 추억’(송병선 옮김, 민음사 펴냄)이다. 이 작품에 유난히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명백하다. 마르케스가 지난해 출간한 최신작인데다 작가의 삶의 형질이 고스란히 녹아든, 반쯤은 자전소설이라는 점에서다. 마르케스의 나이 올해 77세. 지난해 10월 출간 직전에 교정본의 해적판이 나돌았을 만큼(이 때문에 저자는 정식 출판본의 마지막 단어를 급히 고치기도 했음) 화제였다는 외신은 책의 줄거리만으로도 수긍할 만하다.90세 노인이 14세 소녀와 사랑을 나눈다는 다분히 충격적인 소재가 우선 그렇다. ‘사랑과 다른 악마들’(1994년) 이후 10년만에 낸 소설은 사랑과 고독, 늙음과 섹스에 관한 이야기다. 죽음을 앞둔 늙은이를 통한 성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까 궁금할 것이다. 하지만 마르케스 자신의 체험에서 발아한 소설은 음습한 성애담과는 거리가 먼, 늙음과 생명에 관한 문학적 고찰 그것이다. 90세의 노인은 사창가 최고의 포주에게서 14세 가난한 소녀가장을 소개받는다. 난생 처음 남자를 맞을 준비를 끝내고 잠든 소녀를 그러나 노인은 깨우지 않는다. 이후로도 밤마다 만나게 되지만 노인은 소녀에게 노래를 불러주거나 땀을 닦아주며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그러면서 예전과 달리 늙음과 소멸이라는 생의 원리에 조금씩 순응해간다. 평생 결혼하지 않고 난봉꾼처럼 살아온 주인공은 죽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늙고 외로운 나 자신이 사랑때문에 죽어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와 정반대의 것도 사실임을 깨달았다. 내 고통의 달콤함을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으리라는 것이다.”(112∼113쪽) 소녀를 사랑하며 변해가는 자신을 발견한 노인의 깨달음은 절규에 가깝다. 마술적 리얼리즘의 창시자답게 독창적인 서사기법은 이번에도 재현됐다. 노인은, 현실적 사랑이 이뤄지지 않은 소녀의 잠든 모습을 바라만 보고도 둘의 사랑을 환상을 통해 현실보다 더 현실적으로 구체화시켜 나간다. 쉰살이 될 때까지 514명의 여자와 돈을 주고 잠을 잤다고 고백하는 노인. 허망한 세월을 지나와 죽음 앞에서 사랑의 의미를 알아차리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차라리 처연한 로맨스이다. 작품 출간 당시의 작가 나이가 76세였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그는 1950년대 콜롬비아 바랑키야에서의 기억을 글로 옮겼다고 한다. 이 작품이 ‘소설’과 ‘르포’의 경계 그 어디쯤에 있는지 가늠하는 건 독자의 몫이다.9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칸 영화제 새달11일 개막 ‘달콤한 인생’등 5편 비경쟁 초청

    새달 11∼22일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제58회 칸 영화제는 거장들의 신작 경합으로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지난 20일(한국 시각)발표된 공식 경쟁부문 리스트에는 구스 반 산트(마지막 날들), 라스 폰 트리에(폭력의 역사), 빔 벤더스(두드리지 마), 데이비드 크로넨버그(폭력의 역사), 로버트 로드리게즈(신 시티), 짐 자무시(망가진 꽃들)등 내로라하는 거장 감독들의 이름이 올라있다. 한국 영화는 경쟁부문에 한편도 초청받지 못한 가운데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미드나잇 스크리닝), 김기덕 감독의 ‘활’(주목할 만한 시선),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감독주간),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감독주간), 심민영 감독의 ‘조금만 더’(심민영, 시네파운데이션)등 다섯편이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지난해 ‘올드보이’(박찬욱)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홍상수)가 경쟁부문에 초청돼 ‘올드보이’가 그랑프리를 차지한 것에 비하면 다소 맥빠지는 결과. 김기덕 감독은 이번 칸영화제 진출로 베를린영화제, 베니스영화제에 이어 3대 영화제를 섭렵하게 됐다. 개막작은 프랑스 영화 ‘레밍’(도미니크 몰), 폐막작은 영국 영화 ‘크로모포비아’(마르타 핀네스)가 선정됐다. 공식 경쟁부문은 ‘레밍’을 비롯해 13개국 20편. 아시아에서는 일본, 중국, 홍콩, 타이완, 이라크 영화가 1편씩 진출했다. 공식 섹션 비경쟁부문에는 ‘달콤한 인생’과 함께 우디 앨런의 ‘매치 포인트’와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에피소드3-시스의 복수’ 등이 초청됐다. 일본 스즈키 세이준 감독과 중국 장쯔이 주연의 ‘오페레타 너구리궁전’과 지난해 ‘미치고 싶을 때’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독일 파티 아킨 감독의 ‘크로싱 더 브리지’도 이름을 올렸다. 한편 이번 칸영화제에서는 칸 클래식을 통해 멕시코 영화 회고전과 함께 ‘영원한 반항아’의 상징, 제임스 딘의 회고전이 열릴 예정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새영화] ‘스팽글리쉬’ 22일 개봉

    다인종, 다문화 국가인 미국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화적 갈등은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소재다. 스페인어(Spanish)와 영어(English)의 합성어를 뜻하는 제목의 영화 ‘스팽글리쉬’(Spanglish·22일 개봉)도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멕시칸 모녀가 미국에 정착하면서 겪는 문화 충돌을 그린 코미디 드라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제임스 브룩스 감독이 7년 만에 내놓은 신작답게 중산층 가정의 허상, 성공과 부를 바라보는 양면적 가치, 가족의 소중함 등 어디나 다를 바 없는 인간사가 섬세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묘사된다. 남편을 잃은 플로르(파즈 베가)는 딸 크리스티나를 위해 고향을 떠나 미국으로 불법 입국한다. 영어 한마디 못하면서도 늘 당당하고 활달한 플로르는 LA의 중산층 가정인 클래스키 부부의 집에 가정부로 고용된다. 플로르 일행이 면접을 보기 위해 클래스키 부부의 집을 처음 방문하던 날, 거실과 정원 사이에 가로놓인 투명한 유리창에 코를 부딪히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다. 중산층 백인 가정과 멕시칸 모녀가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적 차이로 인해 향후 겪게 될 갈등을 암시하는 듯한 대목이다. 일류 요리사인 존 클래스키(애덤 샌들러)와 그의 아내인 아름답고 지적인 데보라(테아 레오니)는 겉보기엔 완벽한 부부.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속 빈 강정처럼 허약하다. 자신의 레스토랑을 아늑한 공간으로 남겨두고 싶어 요리비평가의 별 네개를 반가워하지 않는 따뜻한 감성의 존과 뚱뚱한 딸의 다이어트 욕구를 자극하고자 한치수 작은 옷을 사다주는 데보라가 사사건건 마찰을 일으키는 건 불보듯 뻔한 일. 이 모든 상황이 플로르에겐 영어만큼이나 이해못할 노릇이다. 특히 고향에서 가부장적인 남자들만 보던 플로르에게 존의 눈물은 연민과 애틋함을 불러일으킨다. 반면 크리스티나를 자기 딸처럼 맘대로 하려는 데보라의 행동에는 부아가 치민다. 서로 이질적인 문화 충돌에 관한 이야기이자 보편적인 엄마와 딸의 이야기이기도 한 영화는 주연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한층 흡인력을 발휘한다. 페넬로페 크루즈와 함께 스페인에서 쌍벽을 이루는 여배우인 파즈 베가는 매혹적인 외모와 강단있는 연기로 플로르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코미디 배우로 널리 알려진 애덤 샌들러의 편안한 연기도 인상적이다.12세 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주말엔 뭘 보러갈까]

    ●뮤지컬 ■ 틱틱붐 22일부터 5월29일까지 신시뮤지컬극장(구 폴리미디어씨어터)(02)741-9120.조나단 라스 작·심재찬 연출,이석준 배혜선 문혜영 성기윤 출연.신시뮤지컬컴퍼니가 기획한 ‘뮤지컬 즐겨찾기’의 첫 주자.뉴욕에 사는 젊은 예술가의 사랑과 희망을 그린 작품으로 작곡가 조나단 라슨의 자전적 이야기다.3명의 배우가 10가지 배역을 맡아 보여주는 능청스러운 연기도 감상 포인트.(02)577-1987. ■ 달고나 22일부터 5월31일까지.PMC자유극장(02)739-8288.오은희 작·이현규 연출,정의욱 임진아 이장훈 출연.추억의 가요로 엮은 엣이야기,그러나 낡지 않았다.(02)739-8288. ■ 더플레이 엑스 6월26일까지 발렌타인극장2관(02)741-9120.박재민 작·연출,김영민 이동수 조은별 출연.세상을 향한 개들의 유쾌한 풍자. ■ 아이 러브 유 6월19일까지 연강홀(02)501-7888.한진섭 연출,남경주 이정화 정성화 오나라 출연.이 땅의 모든 커플들에게 바치는 뮤지컬. ■ 넌센스 아멘 5월22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02)556-8556.고선웅 연출,김성기 서영주 김수용 출연.여장 남자 수녀들의 신나는 버라이어티쇼. ■ 빨래 5월1일까지 국립극장 별오름극장(02)762-9190.추민주 작·연출,김영옥 김현정 오미영 민준호 출연.고달픈 서울살이 빨래처럼 깨끗이 털어버리자. ●연극 ■ 농업소녀/5월8일까지 대학로 게릴라극장 노다 히데키 작·이병훈 번역·연출, 조영진 정동숙 김경익 박유밀 출연. 표면적 내용은 농촌소녀 백미의 도시 가출기. 그러나 이 것이 다가 아니다. 백미의 주변인을 통해 교양인이라고 자처하는 도시인들의 천박함이 낱낱이 드러난다. 일본 작가의 고국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지만 현재 한국 사회도 칼날을 피할 수 없다.(02)763-1268. ■ 안녕, 모스크바5월 8일까지 아롱구지극장.(02)762-0810. 김태훈 번역·연출, 이원희 신서진 백향수 김선영 신지훈 출연. 모스크바 올림픽이 열린 1980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암울한 인권 상황을 그린 작품. ■ 사랑에 관한 다섯개의 소묘 5월22일까지 소극장 축제(02)741-3934. 위성신 작·연출, 오주석 김재환 민충석 전형숙 출연. 은밀한 공간인 여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섯 가지 사랑 이야기. ■ 관객모독 6월19일까지 창조콘서트홀(02)764-3076. 페터 한트케 작·기국서 연출, 전수환 윤상화 서은경 양동근 출연. 힙합과 욕, 환상의 결합. 양동근도 관객도 그래서 더 신난다. ■ 부부 쿨하게 살기 5월22일까지 대학로 세우아트센터(02)762-9190. 손기호 작·연출, 임학순 우미화 출연. 행복한 부부로 살기 위한 지침서. ●미술 ■ 세계 거장 판화대전/5월7일까지 서울갤러리 1,2전시실. 호안 미로·파블로 피카소·마르크 샤갈·안토니 타피에스 등 31명의 대표작 60여점. (02)2000-9752 호안 미로 ‘고추를 든 광녀’. 석판화. 232x122cm. 1975. ■ 김점선 개인전 5월31일까지 갤러리 Lee&Park(031)957-7521. 선명한 색상과 간결한 선, 동화적인 이미지가 돋보이는 작가의 대표적 판화작품. ■ ’2005 아트 서울’ 전28일까지 한가람 미술관(02)514-9292. 강영길, 공선아, 문미란 둥 신진·중진작가들의 군집개인전. ■ 루이즈 부르주아 작품전 5월13일까지 국제갤러리(02)735-8449. 프랑스 출신 페미니스트 여성작가의 드로잉과 조각 작품등. ■ 바이런 킴 작품전 5월8일까지 로댕갤러리 (02)2259-7781, ‘피부그림’, ‘고려청자유약’ 시리즈, 풍경화 ‘일요일 그림’ 연작 등 모더니즘 계열의 추상회화. ●클래식 ■ 국립오페라단 카르멘 대전 공연/28∼29일 오후 7시30분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정은숙(예술감독),김덕기(지휘),유희문(연출) 등 내로라는 제작스탭과 추희명(카르멘),박현재,하석배(돈호세) 등의 출연진에서 보듯 연륜과 전통이 배어나는 무대가 될 듯.(042)610-2222.1544-1555. ■ 김금희 챔발로 독주회 24일 오후 7시 30분 금호아트홀 (02)545-2078. ■ 가족오페라 헨젤과 그레텔 성주공연 23일 오후 7시 30분 성주문화예술회관 (054)933-6912. ■ 남수지 바이올린독주회 24일 오후 7시30분 영산아트홀 (02)780-5054. ■ 니르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제7회 정기연주회 26일 오후 8시 호암아트홀 (02)415-2599. ■ 도니젯티오페라 루치아 22∼23일 오후 7시30분 부산 문화회관 대강당(051)809-8445. ■ 독일 프랑크푸르트 실내 오케스트라 연주회 29일 오후 7시30분 덕양 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 1544-1559. ■ 부암아트홀의 두번째 유아음악회 25∼27일 오후 3시 부암아트홀 1544-1555. ●어린이 ■ 우당탕탕,할머니의 방 15일부터 5월15일까지 정동극장(02)751-1500.박정자 주연의 첫 아동극. ■ 넌 특별하단다 5월8일까지 인켈아트홀2관(02)745-0308.맥스 루카도의 세계적인 그림동화가 뮤지컬로. ■ 헤라클래스 24일부터 5월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02)368-1515.제우스신을 구하기 위해 생명수를 찾아 떠나는 영웅 헤라클래스의 모험을 그린 뮤지컬. ■ 개구리 왕자 5월1일까지 하늘땅 소극장(02)3672-8276.그림형제의 동화 ‘개구리 왕자’를 아이들 상상력에 맞게 풀어낸 뮤지컬. ■ 노노 이야기 6월19일까지 상상나눔 씨어터(02)741-2323.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 뮤지컬. ■ 하륵이야기 26일부터 5월8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02)525-6929.폐품을 재활용해 만든 소품,악기가 상상력을 자극한다. ●콘서트 ■ 엠씨 더 맥스 콘서트 23일 오후 4·7시30분 세종대학교 대양홀(02)702-0810. ■ 풍경 콘서트 24일 오후 7시30분,24일 오후 3·6시30분.롤링홀(02)325-6071. ■ 박화요비·바이브·KCM 대구 콘서트 24일 오후 4·7시30분 대구시민회관 대강당(053)628-5007. ●국악/무용 ■ 등불패와 함께하는 빅3국악콘서트-대구 29일 오후 7시30분 대구시민회관 대강당 (053)256-2228. ■ 명가 강선영 불멸의 춤 22일 오후4시·7시30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02)2263-4680.춤 인생 70년을 기리는 제자들의 헌정무대. ■ 춤을 추며 산을 오르다 21·22일 오후8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02)2263-4680.안무가 김효진의 신작.
  • ‘젊은 극단’과 함께 새봄을

    ‘젊은 극단’과 함께 새봄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들로 구성돼 요즘 대학로에서 주목을 끌고 있는 ‘젊은 극단’ 명랑씨어터 수박과 뛰다가 새봄 참신한 작품으로 관객을 유혹하고 있다. ●고달픈 일상의 삶 ‘빨래’로 훌훌 명랑씨어터 수박은 14일부터 5월1일까지 국립극장 별오름 극장에서 뮤지컬 ‘빨래’를 공연한다. 국립극장 ‘이성공감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빨래’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일상의 삶을 노래한 창작 뮤지컬. 서울살이 5년째인 주인공 서나영을 중심으로 도시 생활에 찌든 등장 인물들이 빨래를 하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힘을 북돋는다는 희망적인 내용이다. 순정뮤지컬 ‘쑥부쟁이’, 이동마당극 ‘열혈녀자 빙허각’에 이은 명랑씨어터 수박의 세 번째 신작이다. 추민주 작ㆍ연출로 신경미, 김영옥 김현정 오미영 등이 출연한다.(02)762-9190. ●어린이 상상력 가득한 ‘하륵이야기’ 기발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듬뿍 담긴 어린이극을 선보여온 공연창작집단 뛰다는 26일∼5월8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가족연극 ‘하륵이야기’를 또 한번 풀어 놓는다.‘하륵 이야기’는 2002년 서울어린이연극제 최우수작품상, 연기상, 극본상, 미술상을 수상하며 어린이 연극계에 새바람을 몰고 온 작품. 나무에서 태어나 산골 노부부에 의해 키워지던 ‘하륵’이 쌀밥을 입에 댄 뒤 몸집이 너무 커져 버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먹어치워도 부족할 배고픔과 외로움을 느끼게 되고 노부부는 하륵의 고통을 달래주기 위해 하륵의 뱃속으로 들어간다는 내용이다. 한지로 만든 인형, 하회탈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가면들과 더불어 생수통, 음료수캔, 신문지 등 폐품을 재활용해 만든 갖가지 소품들과 악기는 어린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02)525-6929.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지구촌 영화’ 입맛따라 골라볼까

    ‘지구촌 영화’ 입맛따라 골라볼까

    대안·디지털 영화의 창구 역할을 해온 전주영화제가 관객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내실을 다졌다.28일부터 9일간 열릴 2005전주국제영화제는 지난해보다 100편 이상이 줄어든 30개국 170편의 영화를 상영할 예정. 적은 영화라도 꼼꼼히 챙겨볼 수 있도록 어려운 실험영화의 수를 대폭 줄였고, 가족단위의 관람객을 포용하는 영화는 늘렸다. ●영화 마니아들을 만족시켜라 메인 프로그램이자 경쟁부문인 ‘인디비전’에는 여성 감독의 작품 5편을 포함, 전세계 신인 감독의 작품 10편이 상영된다. 역시 경쟁부문인 ‘디지털 스펙트럼’에서는 정치경제적 변화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그린 미국 존 조스트의 ‘홈커밍’, 현대 중국의 혼돈을 날카롭게 잡아낸 지아 장커의 ‘세계’ 등 12편의 장·단편이 소개된다. 영화 팬들이 가장 주목할 만한 ‘시네마스케이프’에는 거장들의 작품 24편이 마련됐다.‘12몽키스’의 원작인 ‘방파제’의 프랑스 감독 크리스 마르케는 신작 다큐멘터리 ‘앉아있는 고양이’를 선보인다. 미국 독립영화의 거장 할 하틀리의 ‘걸 프롬 먼데이’는 소비사회의 뒤틀린 풍경을 담아냈고, 장뤼크 고다르는 ‘영화의 역사-이야기들’을 80분 분량으로 재배열한 ‘영화사-선택된 순간들’을 선사한다. 스웨덴의 거장 잉마르 베르히만의 ‘결혼풍경’(1973)의 속편격인 2003년작 ‘사라방드’도 상영된다. 특정지역의 문제를 담은 영화들도 만날 수 있다.‘시네마스케이프’에는 ‘플래툰’‘JFK’의 올리버 스톤 감독의 ‘피델 카스트로를 찾아서’, 칠레 감독 파트리시오 구즈만의 ‘살바도르 아옌데’등 남미를 소재로 했거나 남미 출신의 감독이 만든 영화가 다수 포함됐다. 북아프리카 지역을 뜻하는 ‘마그렙 특별전’에서는 모로코와 튀니지의 영화 8편이 소개된다. 올해 나온 디지털 ‘한국영화의 흐름’도 짚어볼 수 있다. 이성강, 류승완, 장진 감독 등이 연출한 인권영화·애니메이션 프로젝트가 첫선을 보이고,‘서프라이즈’의 김진성 감독이 추가촬영을 거친 ‘거칠마루’ 등이 상영된다. 특별전으로는 일본의 80년대 청소년 영화 장르를 확립한 ‘소마이 신지 회고전’이 열린다. 실험영화를 모은 ‘영화보다 낯선’은 규모를 축소하는 대신 아방가르드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오스트리아의 피터 쿠벨카 감독이 직접 영화를 강연하는 시간을 준비했다. ●일반 관객 즐길만한 영화도 풍성 영화제의 꽃인 개·폐막작에는 각각 디지털 삼인삼색과 임필성 감독, 송강호·유지태 주연의 ‘남극일기’가 선정됐다. 디지털 단편을 모은 디지털 삼인삼색은 영화제가 매년 선보이는 특별섹션이지만, 올해는 개막작으로 상영키로 했다. 일본 쓰카모토 신야의 ‘혼몽’, 한국 송일곤 감독의 ‘마법사들’, 태국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세계의 욕망’이 모여 현실과 환상의 관계를 탐색한다. 일반 관객들을 위한 섹션인 ‘영화궁전’에서는 꿈·사랑·추억으로 나눠 가족·연인·중장년층이 즐길 만한 대중적인 영화 15편을 상영한다.‘가족’‘시실리 2㎞’‘잠복근무’ 등 상업 한국영화 7편을 묶어 야외에서 상영하는 ‘야외상영’과 밤새도록 영화를 보는 ‘전주-불면의 밤’도 마련했다. ●부대행사·예매방법·상영장소? ‘약속’‘꽃피는 봄이오면’의 조성우 음악감독과 ‘아바론’‘이노센스’의 가와이 겐지를 초청해 작품 상영, 제작 실습, 강연회 등을 여는 ‘마스터클래스’ 행사를 개최한다. 참가 희망자는 25일까지 영화제 홈페이지(www.jiff.or.kr)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전북대 문화관에서 상영하는 개·폐막작과 심야상영은 1만원, 일반 상영작은 5000원이며, 시청 앞 노송광장에서 상영될 야외상영은 무료다. 예매는 홈페이지를 통해 개·폐막작은 11일, 일반 상영작은 12일∼5월6일 실시한다. 전화예매도 가능하며 현장에도 임시 매표소가 설치된다. 개·폐막식을 제외하고는 모두 고사동 영화의 거리 내 극장에서 상영돼, 예전보다 편리한 환경을 마련한 것도 올해 영화제만의 특징.(063)288-5433.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生生인터뷰]소설 ‘유랑가족’·산문집 ‘사는게’ 펴낸 소설가 공선옥씨

    [生生인터뷰]소설 ‘유랑가족’·산문집 ‘사는게’ 펴낸 소설가 공선옥씨

    ●가난속 힘겹게 사는 가족들 그려 그의 소설은 늘 조금은 가난하고, 더러는 배가 고프다. 하지만 그를 아는 독자라면 이때의 ‘가난’이 땟국에 절은 남루함이 아니란 사실쯤은 눈치챌 것이다. 핍진한 현실을 흥분 없이 꼿꼿이 대면하고 보듬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 어느 작가보다 가난한 사람들의 편이 돼 준 공선옥(42)이 새 소설을 냈다. 신작 ‘유랑가족’(실천문학사 펴냄)은 희망없이 부유하는 부초 같은 인간군상을 불러낸 연작소설이다. “산문집 ‘마흔에 길을 나서다’(2003년)를 쓰느라 돌아다닐 때 많은 사람들을 만났더랬어요. 그때 마주친 사연들이 상당부분 녹아들어 있습니다. 어찌 보면 결국 그 모든 것들이 작가인 나, 공선옥의 삶이겠지요만.” 7일 인사동에서 만난 그는 “작가에게 글을 쓴다는 행위는 그 자체가 삶”“쓴 건 나였지만, 글들이 나에게로 와주었다.”는 등 선문답 같은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5편이 연작소설 얼개인 이번 책의 주인공은 어쩌면 현실을 힘겹게 부비며 사는 ‘가족’들이다. 글을 끌어가는 동력은 그 가족군상을 헤집고 실핏줄처럼 흐르는 ‘가난’일 것이다. ●‘가난 심술만큼 희망 힘도 세다’ 메시지 연작소설을 이어주는 거멀못 같은 인물은 프리랜서 사진작가 ‘한’. 그 역시 어렵사리 한 가정을 꾸려가는 힘없는 가장이다. 그의 눈을 빌려 시골에서 도시로 또는 도시에서 시골로 정처없이 떠도는 가족들이 지면으로 불려나온다. 지긋지긋한 가난을 피해 서울로 달아난 여자 용자, 시골에 초라하게 남겨진 아이들, 그리고 그녀를 찾아나선 남편 달곤은 반쪽짜리 가족(‘겨울의 정취’)의 자화상 바로 그것이다. 그렇게 출발한 이야기는 이리저리 흩어진 ‘가족의 파편’들이 궁핍을 매달고 떠도는 형상들을 줄곧 쫓아다닌다. 작가에게 맨먼저 확인하고 싶었던 게 있었다.“왜 이렇게 가난에 집착하느냐?”는 물음에 돌아온 답은 간명했다.“내 눈에는 모든 인간들이 다 가난해 보여요. 우리 속에 마치 가난의 싹이 내장돼 있는 것처럼….” 도망쳐온 서울에서 노래방 도우미로 전전하는 여자 용자, 그를 찾겠다며 서울바닥을 떠도는 남자 달곤, 돈을 좇아 한국 농촌으로 시집왔으나 결국 서울로 ‘탈출’한 조선족 여자 명화, 명화를 찾아 서울 공사판을 전전하는 남편 기석, 역시 명화를 찾아 입국한 조선족 전 남편 용철…. 만화경 같은 이들의 이야기는 메마른 무채색 풍경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작가가 보내는 애정의 눈길은 예사롭지 않다. “거덜난 인간들을 앞세운 이번 글들을 쓰면서 의외로 무척 경쾌했다.”는 그는 “뭔가 물질이 치덕치덕 발라진 인생을 쓰는 게 내겐 오히려 더 답답한 일”이라고 했다. 그에게 있어 가난이란,‘없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작가의 말마따나 “가족을 잃은 외로움으로 또 다른 가족을 일구고 사는 가족들”이 소설에 등장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자의 아이를 거두는 또 다른 여자(‘그들의 웃음소리’), 고아가 된 조카딸이 유일한 혈육인 고모네에서 가족으로 엮이는 이야기(‘남쪽 바다, 푸른 나라’)가 그들이다. 검질긴 가난의 심술만큼이나 희망의 힘도 세다는 메시지를 작가는 잊지 않은 셈이다. ●산문집엔 어린시절·독서일기 등 담아 그 자신 “가난한 유랑작가”라고 잘라 말했다. 초등학생 딸을 거두며 춘천에서 산 지 3년.“전주에 살고 있는 딸이 대학엘 들어갔으니 다시 그곳으로 이사한다.”는 그 삶도 꼭 ‘유랑’을 닮았다. 전남 곡성에서 태어나 열여섯살 이후 광주, 여수, 서울, 춘천으로 어지간히도 자주 거처를 바꾸고 살았다. 새 소설이 베스트셀러로 뜨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손사래 치는 품이 영락없이 푼푼한 시골아줌마다.“내 책이 거그(베스트셀러 목록) 올라가믄 부끄러워 살간디요? 없는 데 워낙 익숙해놔서….” “출판사에서 계약금을 받아 썼으니 머지않아 동화책도 낼 것”이라며 또 한바탕 웃어제꼈다. 그는 이번에 어린시절, 독서일기 등 생활이야기를 묶은 산문집 ‘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당대 펴냄)도 함께 냈다. 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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