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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개의 구… 거미·먼지·저주파 선율… 우주서 이뤄진 인간·비인간의 교감

    9개의 구… 거미·먼지·저주파 선율… 우주서 이뤄진 인간·비인간의 교감

    검은 장막을 걷고 들어가는 순간 신세계가 펼쳐진다. 어두운 실내에 은은한 빛을 발하는 거대한 아홉 개의 구(球)가 부유하듯 전시장에 놓여 있다. 마치 우주의 행성들 같다. 맞은편 벽면 검정 스크린에는 시시각각 다르게 변하는 선들이 그려지고 이상한 소리도 들린다. 그 앞엔 의외의 오브제가 조명을 받고 있다. 거미줄에 매달려 집을 짓고 있는 거미다. 스피커에선 규칙적으로 터져 나오는 저주파의 음과 함께 미세한 먼지 입자들이 공중으로 튕겨 나간다.어두운 공간을 걷다 보면 마치 행성들 사이를 산책하는 착각에 빠진다. 2317㎡에 달하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복합 1관 공간을 우주의 일부분처럼 바꿔놓은 이 작품은 세계가 주목하는 현대미술가이자 건축가인 토마스 사라세노(44)의 신작 ‘행성 그 사이의 우리’다. 아르헨티나에서 건축을 공부한 사라세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슈테델슐레에서 현대예술을 수학한 후 예술, 건축, 자연과학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작업하고 있다. 환경과 기후문제에 대해 고민하며 우주항공엔지니어, 생물학자, 물리학자들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실현 가능한 유토피아’를 위한 예술적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그는 천체물리학, 대기 열역학, 그리고 거미집 구조를 연구하는 예술가로 유명하다.아홉 개의 구, 거미, 우주먼지, 저주파 음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인간과 비인간의 교감, 생물과 비생물의 소통이 전 우주에서 이뤄진다는 사유에서 출발한다. 거대한 스크린 앞에 설치된 카메라가 먼지입자의 속도와 크기를 포착해 특수 알고리즘을 통해 음파로 변환시키고, 그 음파가 거미에게 전달되면 거미는 그에 반응하며 거미줄을 만든다. 고감도의 마이크가 거미가 만들어내는 미세한 진동을 감지하고 공간에 있는 먼지입자를 진동시켜 공간에 흩어지게 한다. 작품 설치를 위해 광주를 찾은 사라세노는 “전시장에 들어가면 인간과 다른 종의 언어를 듣게 되고 평소 경험하지 못했던 배경과 풍경, 소리를 접하게 된다”면서 “거미와 먼지라는 일상적이고 사소한 존재를 각각의 행성 요소로 인식하게 하면서 얼마나 우리가 인간과 다른 종의 언어를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면서 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져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래의 우리 인류는 비인류와 함께 살아야 하며 그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며 “‘에어로센’ 프로젝트를 가시화한 이번 작품은 미래 세계에 대한 나름의 해답이며 비전”이라고 덧붙였다. ‘에어로센’은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고 태양광에 의해 가열된 구 내외부의 온도 차로 부력을 얻어 자유롭게 이동하는 미래의 주거방식이다. 10년째 거미를 연구하고 있다는 그는 “거미줄이 만들어진 아름다운 모습에 이끌렸고 점차 거미라는 종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게 됐다”면서 “거미줄이 생성되는 과정, 다양한 종의 거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발견해 나가면서 학제적 연구와 작품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 25일까지. 글 사진 광주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번화했던 조선의 중심길… 지금도 생활경제 중심축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번화했던 조선의 중심길… 지금도 생활경제 중심축

    서울신문이 서울시 및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7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의 8차 탐사가 지난 15일 서울 숭례문광장에서 보신각까지 ‘남대문로의 풍경’을 주제로 남대문로 일대에서 진행됐다. 밤새 장맛비가 내렸고, 중부지방엔 폭우가 예보됐지만 투어 예약자 중 단 한 명도 빠지지 않았다. 실제 투어 시작 이래 두 달간 진행된 행사에는 투어 신청자 전원이 참석했다. 해설을 맡은 한세화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구수한 어투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투어를 이끌었다.남대문로는 한양의 3대 대로 중 하나다. 오늘의 광화문광장인 육조대로가 동서축선(軸線)인 운종가(종로)를 만나 동대문 쪽으로 뻗었다가 종루(보신각)에서 꺾어져 숭례문까지 이르는 길이 바로 남대문로다. 이것이 조선의 남북축선이다. 일제강점기 지금의 세종대로(세종로+태평로+남대문로)가 만들어지기 전 광화문에서 숭례문에 이르는 신작로였다. ‘고무래 정’(丁)자 형태를 취했는데 ‘불산’ 관악산의 화기가 ‘나무산’인 목멱산(남산)을 불쏘시개 삼아 일직선으로 경복궁으로 향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 중 하나였다. 불길이 넘지 못하도록 남지(南池)라는 큰 연못을 남대문 앞에 팠으며, 불이 타오르는 형상의 ‘숭’(崇)자와 오행상 불에 해당하는 ‘예’(禮)자를 써서 숭례문(崇禮門)이라는 세로 3.5m짜리 편액을 내걸었다. 황토마루라는 언덕을 세종로 네거리에 쌓았고, 마지막으로 ‘불을 다스리는 물의 신’인 해치 한 쌍을 광화문 앞에 세웠다.숭례문인가, 남대문인가. 아직도 숭례문과 남대문 사이에서 헛갈려 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우리의 이름체계는 왜 이렇게 다양할까. 사람과 사물, 땅을 부르는 몇 개의 이름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하나로 특정 짓지 않고, 여러 개를 경쟁시켜 적자생존 하도록 한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면 이름(名)을 받고, 성년이 되면 자(字)를 가지며, 사람에 따라 살아서 호(號)와, 죽어서 시호(諡號)를 갖는 것과 같이 지명과 사물의 이름도 다분히 다중적이고 다의적이었다. 서울의 지명을 예로 들면 한성, 한성부, 한양, 경성, 황성, 수도, 경도, 한도, 왕도, 황도, 도성, 도읍, 경조, 경, 한경, 수선 등 20개에 가깝다. 한강의 이름도 경강, 용산강, 서강 등 3강이 보편적이지만 때론 5강, 8강, 12강까지 세분해 불렀다. 이 밖에 백악산과 북악산, 남산과 목멱산, 삼각산과 북한산 등등 수많은 지명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육조대로와 광화문광장의 경쟁에서는 광화문광장, 청계천과 개천 중 청계천, 종로와 운종가 중에서는 종로 쪽으로 무게가 기울었다.이와 달리 숭례문과 남대문은 애초부터 병존하는 이름이었다. 조선왕조실록 태조 5년(1396) 9월 24일에 “정남은 숭례문이니 속칭 남대문이라 하고, 동남은 광희문이니 속칭 수구문이라고 하였다…”라는 기록이 나온다. 4대문과 4소문의 경우 백성이 사용하기 쉽게 하려는 의도로 공식 명칭보다 부르기 쉬운 이름, 즉 ‘속칭’을 부여했음을 알 수 있다. 광화문이 경복궁의 정문이라면, 숭례문은 수도 한양의 관문이었다. 조선에서 가장 넓고 긴 다리 광통교를 청계천에 놓았고, 이 길을 따라 2000여칸의 시전행랑이 빽빽하게 들어선 최고의 번화가였다. 임금의 행차길이자 의전로였다. 오늘날 광화문과 숭례문을 직선으로 잇는 세종대로 변이 장대 같은 빌딩숲을 이루지만, 종로타워~롯데백화점~명동 입구~한국은행 앞~숭례문으로 이어지는 ‘오래된 조선 길’이 세월이 흘러도 서울의 생활경제 중심축이다.조선의 주작대로인 남대문로는 어쩌다 ‘경성의 길’이 되었나. 대한제국기 고종이 황궁을 경운궁(덕수궁)으로 옮긴 것이 임계점이었다. 청국과 일본의 간섭을 피해 외국공관 옆으로 가면서 청계천 이남 정동과 무교동, 소공동, 남대문로 지역이 부상한 것이다. 이는 서울의 중심이 청계천 이북 북촌과 서촌에서 청계천 이남 중촌과 남촌으로 공간이동한 것을 의미한다.이후 일제강점기 남산과 용산에 자리잡은 일제 지배기구와 거류민 주거지를 중심으로 서울의 도시구조가 재편됐다. 본정통(충무로)과 황금정(을지로)-장곡천정(소공로)-어성정(남대문로)-경성역(서울역)-원정(원효로)-영등포-인천으로 이어지는 조선 수탈경제 라인이 형성됐다. ‘경성’이 아니라 ‘게이조’였다. 경성땅의 70%가 일본인 소유였고, 상주인구 3분의1이 일본인이었다. 현재 서울의 중심구가 종로구가 아니라 중구가 된 것도 경성시대의 영향 때문이다. 종로구가 중구가 되고, 중구는 남대문구 정도의 지명을 갖는 것이 상식적이었다. 식민시기 경성은 일본식 자본주의의 산실이자 임상실험실이었다. 중세 성곽도시에서 1000만명이 사는 메트로폴리스로 팽창한 기원이기도 하다. 조선은행(한국은행)과 미쓰코시백화점(신세계백화점), 명치좌(명동예술극장), 2층 한옥상가 등 우리가 보고 있는 남대문로의 풍경은 일본을 경유한 서구 문물의 도입이라는 식민지 조선의 지층이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 슬기로운 감빵생활, 신원호 PD 신작 ‘베테랑 배우 라인업’ 누구?

    슬기로운 감빵생활, 신원호 PD 신작 ‘베테랑 배우 라인업’ 누구?

    올 하반기 tvN에서 선보일 신원호 PD의 신작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초특급 베테랑 배우들이 출연을 확정했다. 17일 상암동 CJ E&M센터에서 진행된 ‘슬기로운 감빵생활’ 대본 리딩에는 앞서 캐스팅이 공개된 박해수, 정경호와 함께 20여 명의 배우들이 참석, 열연을 펼치며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특히, 성동일과 최무성, 정웅인, 유재명 등 연기 내공이 빛나는 베테랑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목을 사로잡았다. 푸근하고 정 많은 아버지를 대표하는 배우 성동일을 비롯 ‘응답하라 1988’에서 가슴 따뜻한 명품 연기를 선보인 배우 최무성, 카리스마 악역의 절대 강자로 손꼽히는 배우 정웅인은 감옥을 배경으로 한 이번 작품에서 재소자, 교도관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아 극의 중심을 단단하게 붙들어 줄 예정이다. ‘응답하라 1988’ 학생주임에 이어 ‘비밀의 숲’의 검사장으로 활약 중인 배우 유재명도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특별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반가움을 안길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남성 배우 비중이 높은 이번 작품에서 이야기의 핵심을 이끌어갈 여성 배우들의 활약도 기대되고 있다. 최근 ‘하백의 신부 2017’에서 절대미모 여신으로 이목을 사로잡고 있는 정수정은 이번 작품에서 겉으로는 발랄하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깊고 여린 마음을 가진 캐릭터로 변신, 한층 성숙된 연기를 보여줄 전망이다. tvN 드라마 ‘시그널’을 비롯해 TV와 스크린을 오가며 깊이 있는 역할을 소화하고 있는 임화영은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슬픔을 간직한 인물로 등장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이날 대본 리딩에 앞서 “너무나 낯선 감옥이라는 곳을 배경으로 작품을 구상하다 보니 작가도, 연출도 굉장히 힘든 순간이 많았다”고 밝힌 신원호 PD는 4시간에 걸친 리딩 끝에 “많은 배우들의 열연에 너무 재미 있었던 시간이었다.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해 기대감을 키웠다. 감옥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배경으로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낼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올 하반기 tvN에서 방송된다. 사진 = tvN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애들이 좋아해, 공연장 바캉스

    애들이 좋아해, 공연장 바캉스

    여름방학이 코앞이다. 불볕더위, 소나기, 열대야까지 ‘더위 3중주’의 습격이 만만치 않지만 집에만 있기에는 아까운 시간이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어른들만큼 바쁜 일상을 보낸 아이들에게 특별한 휴가를 선사하고 싶다면 공연장으로 발길을 돌려 보는 건 어떨까. 어린이와 청소년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은 물론 어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 풍성하다. 예술의전당 ‘어린이연극 시리즈’ 예술의전당은 국내 우수 어린이연극을 엄선한 ‘어린이연극 시리즈’를 선보인다. 첫 번째 작품은 어린이연극 전문 극단으로 명성을 쌓아 온 극단 사다리의 신작 ‘에스메의 여름’(27일~8월 13일)이다. 하늘로 떠난 할머니의 빈자리에 대해 설명하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손녀의 눈높이에서 그린다.예술무대 산은 인형극 ‘달래이야기’(8월 15~20일)로 관객들과 만난다. 2009년 스페인 티티리자이 세계인형극제 최고작품상을 받고 20개국 81개 도시에 초청받은 작품이다. 달래네 세 식구를 통해 가족과 함께하는 소박한 일상의 소중함을 전한다. 극단 북새통이 선보이는 음악극 ‘봉장취’(8월 22일~9월 3일)가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한다.봉장취는 조선 후기 봉황에 관한 재담과 함께 음악을 들려주던 전통가악극으로 현재는 음악만 전해진다. 4인의 배우가 가야금, 해금, 장구 등 전통악기를 라이브로 연주하면서 꿈을 이루려는 여러 가지 새들의 이야기를 표현한다. 가족 3인 또는 5인이 이번 시리즈를 함께 관람할 경우 각각 35%, 40% 할인된다. 특히 할아버지, 할머니와 어린이 관객이 함께 관람하면 30% 할인된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2만~3만원. (02)580-1300. 아시테지국제여름축제해외 극단의 아동청소년 공연이 궁금하다면 19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되는 ‘아시테지국제여름축제’가 제격이다. 멕시코, 미국, 뉴질랜드, 아이슬란드 등 11개국 창작진이 선보이는 체험극, 음악극, 오브제극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 14편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올해는 한국과 멕시코 수교 55주년을 맞아 멕시코 주간으로 진행된다. 스코틀랜드 극단 쇼나레페의 ‘조세핀을 찾아라’는 베이커 박사와 함께 스크랩북의 주인공을 찾는 추리극으로 호기심 많은 꼬마 탐정을 위한 작품이다.멕시코 극단 쿠에르다 플로하의 ‘죽음, 그 이후’는 사랑하는 사람의 사이를 가로막는 죽음에 대한 블랙 유머를 담은 인형극으로 청소년들과 성인이 함께 즐기기에 좋다.호주 극단 폴리글롯의 ‘꼬불꼬불 스티키 미로’는 실내 공연장 내부에 신문과 테이프를 이용한 거대한 미로를 만들어 1시간 동안 미션을 직접 수행하는 체험 연극이다. 미로 곳곳에 숨어 있는 배우들의 트릭이 곁들여져 게임처럼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소극장, 아이들극장, 이음센터 이음아트홀, 마로니에공원 다목적홀. 3만원. (02)745-5863. 학전 어린이 무대학전의 김민기 대표가 2004년부터 꾸준히 어린이들에게 좋은 연극과 뮤지컬 작품을 접할 기회를 주고자 마련한 ‘학전 어린이 무대’의 레퍼토리 뮤지컬 ‘슈퍼맨처럼-!’이 8월 27일까지 무대에 오른다. 독일 그립스 극단의 ‘스트롱거 댄 수퍼맨’을 한국 정서에 맞게 다듬어 2008년 처음 공연한 작품이다. 척수 장애를 가진 초등학교 5학년 정호와 동생 유나, 축구 소년 태민 세 사람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친구가 되는 과정을 통해 장애에 대한 편견, 장애인들과 더불어 사는 방식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다수의 영화에서 음악감독으로 활약한 정재일이 편곡한 음악을 통기타, 클라리넷, 알토 리코더 등 다양한 악기로 라이브 연주한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1만 5000원~2만원. (02)763-8233.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소설, 흑백 역사관·단편적 사고 맞서는 존재”

    “소설, 흑백 역사관·단편적 사고 맞서는 존재”

    “역사에서 ‘순수한 흑백’을 가리는 판단은 있을 수 없습니다. 소설은 그런 단편적인 사고에 대항하고자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최근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를 출간한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68)가 역사 문제를 바라보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출판사 문학동네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서다. 국내에서도 식지 않는 인기를 누리는 하루키는 한 번도 한국을 방문하거나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7년 만의 신작은 여름철 서점가를 강타, 이번에도 단숨에 베스트셀러 1위를 석권했다. 문학동네는 지금까지 4쇄, 40만부를 찍었다. 하루키는 이번 신작에서 난징대학살을 다뤄 일본 우익의 공격을 받았다. 한국은 최근 역사교과서를 둘러싸고 좌우 갈등을 겪었다. 양국에서 역사관의 대립은 늘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소설은 단편적인 사고에 대항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지금이야말로 소설이 일종의 (좋은 의미의) 전투력을 갖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현재의 인터넷 사회에서는 ‘순수한 흑이냐 백이냐’ 하는 원리로 판단이 이루어지기 일쑤입니다. 그렇게 되면 말이 딱딱하게 굳어 죽어버리죠. 사람들은 말을 마치 돌멩이처럼 다루며 상대에게 던져대고요. 이것은 매우 슬프기도 하거니와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다시 한번 말을 소생시켜야 합니다. 말을 따뜻한 것, 살아 있는 것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필연적으로 ‘양식’(decency)과 ‘상식’(common sense)이 요구됩니다.” 소설이 가진 이야기의 힘을 강조하면서도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념의 도구로 쓰이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신작에서 그가 동일본 대지진을 다룬 것처럼 한국에선 세월호 사태라는 재난 이후 문학의 역할론이 대두됐다. 그는 크고 깊은 집단적 마음의 상처를 유효하게 표현하고 치유하는 일이 문학의 역할이긴 하나 “‘어떤 명백한 목적을 지니고 쓰인 소설은 대부분 문학적으로 성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처 치유는) 작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맡겨진 중대한 과제다. 목적을 품되 목적을 능가하거나(혹은 지워버리는), 모든 이가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9세에 첫 소설을 쓴 그는 “그땐 ‘소설 같은 건 앞으로 얼마든지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예순여덟이 되고 보니 ‘남은 인생에서 소설을 몇 편이나 더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그만큼 소중하게 아끼는 마음으로 작품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40년 세월이 흘렀지만 글쓰기는 악기 연주처럼 예나 지금이나 즐겁다고 강조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유진모의 테마토크] ‘택시운전사’로 광주에 간 송강호

    [유진모의 테마토크] ‘택시운전사’로 광주에 간 송강호

    박근혜 정권 때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송강호는 다음달 2일 개봉되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소재 영화 ‘택시운전사’(장훈 감독, 쇼박스 배급)의 주인공 만섭 역을 맡았다. 독일 방송기자 피터를 태우고 광주로 가 보수의 눈으로 진보를 본 뒤 참이라 믿었던 거짓을 깨닫는 서울 개인택시 기사다. ‘변호인’에서 ‘젊은 노무현’ 송우석 변호사 역을 맡고, 세월호 참사 때 시국선언 연예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그가 광주행을 선택한 이유는 정치적 색깔일까, 우연의 일치일까.그는 편향된 정치적 발언을 한 적도, 확고한 이념적 방향을 주창한 적도 없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고사했다가 결국 출연을 결심한 배경은 감독의 열정과 신뢰도, 그리고 시나리오에 있지만 어쩌면 만섭에게서 자신의 그림자를 봤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건설 현장에서 벌어 온 돈으로 개인택시를 구입해 11살 외동딸을 키우며 사는 만섭은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꼰대’다. 연일 시내 곳곳에서 대학생들 시위가 펼쳐지는 등 시국이 뒤숭숭해지면서 수입이 줄자 “비싼 돈 들여 기껏 대학에 보냈더니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데모질이나 한다”며 혀를 끌끌 찬다. 학생들을 향해 “먼지가 펄펄 나는 사우디에 한 번 가봐야 우리나라가 좋은 나라라는 걸 알지”라고 핀잔을 던지던 그가 광주에서 벌어지는 군인들의 무자비한 시민 학살 현장을 목도하곤 그제야 이승만과 박정희를 잇는 전두환이 설계한 이념적 세뇌의 감옥을 박차고 뛰쳐나온다. 그건 고치를 뚫고 나오는 ‘절대적 자유에 의한 정립’.(셸링) 연기력은 절대평가는 가능하되 상대평가는 어렵다. 그럼에도 송강호는 연기력으로 선두에 놓이는 데 별 이견이 없는 몇 안 되는 남자 배우 중 한 명이다. 이번에도 그런 그의 마법은 보는 이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 정도로 눈부시다. 다시 한번 현대사의 아픔을 되새기게 만드는 재주. 과연 그는 ‘여우 같은 곰’일까, ‘곰 같은 여우’일까. 그가 시나리오를 보는 기준은 상업성보다 완성도, 예술성보다 철학, 재미보다는 소통이다. 영국의 정치학자 이사야 벌린은 톨스토이를 ‘자신을 고슴도치로 착각한 태생적 여우’라고 표현했다. 송강호는 그냥 고슴도치, 즉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배우다. 그가 ‘택시운전사’의 시나리오를 흔쾌히 읽게 된 이유는 ‘영화는 영화다’ ‘고지전’, 자신이 주연을 맡았던 ‘의형제’ 등을 연출한 장 감독에 대한 믿음에 있다. 그러나 고사한 이유는 ‘변호인’의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누가 봐도 노무현인 송우석을 ‘감히’ 잘 그려 낼 수 있을지 부담감이 컸기 때문인 상황과 비슷한 데 있다. 시나리오를 받은 지지난해 말~지난해 초 그는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알지 못했었다. ‘변호인’ 개봉 이후 눈에 띄게 작품 섭외가 준 데 대해 대충 눈치를 챘던 그이지만 그렇다고 정치적 의도를 띠거나 반발 심리에 출연을 결심한 것은 아니란 증거. 그가 ‘밀정’에 출연한 이유는 역사 의식보다 ‘조용한 가족’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인연을 맺은 김지운 감독에 대한 의리와 신뢰도가 더 컸기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은 아예 시나리오조차 보지 않고 ‘오케이’했다. 그가 집중하는 한 가지는 바로 ‘감독’이다. 다만 추측은 가능하다. 어쩌면 마음속으로 예술적 파토스의 신념으로 저항하고, 사회적 에토스의 기준으로 웅변하며, 인본주의적 로고스로 훈계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 “춤이 지겨우면 눈 감고 음악만 들어도 됩니다”

    “춤이 지겨우면 눈 감고 음악만 들어도 됩니다”

    “춤을 보다가 지겨우면 눈 감고 음악만 들어도 됩니다.” 안성수(55)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이 자신의 신작 공연의 음악을 맡은 신예 작곡가 라예송(32)을 극찬하며 뱉은 말이다. 예술감독 부임 후 첫 작품으로 안 감독은 ‘제전악-장미의 잔상’을 오는 28~3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 올린다. 2009년 ‘장미’, 2014년 ‘단’, 2016년 ‘혼합’ 등 그간 굿을 모티브로 선보여 온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이다. 여러모로 뜻깊은 공연의 음악을 위해 과감하게 ‘젊은피’를 수혈했다. 라 작곡가가 안 감독의 귀를 사로잡은 건 지난해. 안 감독은 한 무용 공연에서 접한 그의 음악에 반해 바로 러브콜을 보냈다고 한다.●“새로 작곡하죠”… 무용계 대가에게 역제안 대중에게 낯선 라 작곡가는 2012년 데뷔, 겨우 다섯 작품을 했을 뿐이다. 1시간에 달하는 장막 무용 작품에, 그것도 무용계 대가와 협업하는 것은 도전이자 성장이다. “지난해 9월, 12분짜리 독무 공연인 ‘生;판’이라는 작품에서 연주를 했는데 3개월 후에 감독님의 전화를 받았어요. 평소 무용을 좋아해서 감독님의 열혈팬인데 함께 작업을 하게 되니 기쁘기도 한데 부담도 큽니다. 감독님 작품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알고 있어서 더 그렇습니다.” ●실뜨기 하듯 작업… “전적으로 신뢰해주셨죠” 작업 초기 안 감독은 그에게 이고리 스트라빈스키의 발레곡 ‘봄의 제전’을 국악기로 편곡해 연주할 것을 제안했다. 전통 악기로만 연주해 온 그는 서양곡을 국악기로 옮기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에 아예 새로운 음악을 만들겠다고 역제안했다. 23살의 나이 차이에도 소통에 전혀 부담이 없었다는 두 사람은 마치 실뜨기를 하듯 라 작곡가가 음악을 만들면 안 감독이 그에 맞춰 동작과 장면을 구성해 나갔다. “감독님 작품을 보면서 까다로우실 줄 알았는데 전적으로 저를 신뢰해 주셨죠. 음악 샘플을 만들어 보내면 수정이나 보완을 요구한 적이 없었어요. 그저 ‘이 부분을 더 늘려 주세요’ 하는 정도가 다였죠.” 안 감독은 전통 악기에 대한 그의 고집도 이해해 줬다. “제가 가야금 전공이고, 대학원에서 작곡을 배우면서 다양한 국악기 연주법을 터득했어요. 개량 악기는 남의 말을 잘하기 위한 악기라고 생각해요. 내 이야기를 하려면 내가 가장 편안한 악기로 해야 한다는 생각에 전통 악기만 고집했는데 이에 대한 이견이 없었어요.” 이번 공연에선 다양한 장르의 춤을 해체하고 조립하는 안 감독의 독창적인 안무뿐 아니라 15개가 넘는 전통 악기로만 연주되는 창작곡들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할 것으로 보인다. 연주자들은 무용수들의 춤사위를 따라 무대 한쪽에서 가야금, 대금, 해금, 피리 등의 전통 악기를 1인당 3~4개씩 맡아 라이브로 연주한다. 담백하면서도 작품의 주제를 그대로 농축한 음악은 초 단위로 촘촘하게 짜인 안 감독의 안무에 힘을 싣는다. 라 작곡가는 거의 매일 안 감독의 전작들을 보며 어울리는 음악을 만들어 내고자 꼼꼼하게 분석했다고 한다. ●“전체가 여운… 풍경 보듯 감상해 주세요” “이번 작품에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이는 클라이맥스 부분을 따로 만들지 않았어요. 작품을 다 보고 나면 클라이맥스가 기억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장면이 여운처럼 기억에 남는 게 감독님 안무 스타일이거든요. 음악 역시 진폭이 크지 않게 계속 흘러가면서 무용수들의 몸짓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만들었죠. 관객들도 ‘이 장단은 중모리인가 자진모리인가’ 이런 생각을 하기보다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듯 감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야 중요한 걸 놓치지 않으실 겁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이주의 신작 볼까? 말까?]
  • ‘신세계’ 박훈정 감독 신작 ‘브이아이피’ 1차 예고편

    ‘신세계’ 박훈정 감독 신작 ‘브이아이피’ 1차 예고편

    배우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 출연으로 주목받는 영화 ‘브이아이피’(V.I.P.) 1차 예고편이 공개됐다. ‘브이아이피’는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이를 은폐하려는 자와 반드시 잡으려는 자, 복수하려는 자로 나뉜 네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드라마다. 공개된 1차 예고편에서는 대한민국 국정원 요원 박재혁(장동건), 경찰청 형사 채이도(김명민), 북한의 보안성 공작원(박희순), 미국의 CIA 관계자 폴(피터 스토메어)까지 국가 조직을 대표하는 인물들의 박진감 넘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예고편 후반 뒷덜미가 잡힌 상황에서 미묘한 웃음을 짓는 VIP 김광일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등 충무로 베테랑 배우들과 함께 생애 첫 악역 변신에 나선 20대 대표 배우 이종석까지, 또 한 번 새로운 스타일을 기대케 하는 박훈정 감독의 영화 ‘브이아이피’는 오는 8월 개봉 예정이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리뷰>전쟁이 지나간 뒤 찾아온 거짓말과 죄책감···영화 ‘프란츠’

    <리뷰>전쟁이 지나간 뒤 찾아온 거짓말과 죄책감···영화 ‘프란츠’

    프랑소아 오종의 신작 영화 ‘프란츠’는 전쟁이 끝난 뒤 남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감독인 오종이 독일 출신 에른스트 루비치의 고전 ‘내가 죽인 남자’(1932)를 리메이크 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제1차 세계대전 후, 독일의 작은 마을. 안나는 전쟁터에서 숨진 약혼자 프란츠를 잊지 못한다. 마을의 아버지들은 술집에 모여 “프랑스인이 내 아들을 죽였다”며 분노를 토로한다. 이곳에 한 프랑스 남자가 찾아온다. 바로 아드리앵이다. 안나는 프란츠의 묘지에서 눈물을 흘리는 프랑스 남자를 궁금해한다. 그는 왜 독일의 후미진 마을까지 왔을까. 프란츠를 닮은 아드리앵을 보며, 안나와 프란츠의 가족들은 상처를 치유한다. 또 프란츠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총을 쥐어준 우리의 잘못도 있다”며 “프랑스의 아들들도 죽었다”고 말한다. 딱 여기까지 오종은 원작의 줄거리를 따라간다. 그러나 ‘프란츠’ 속 아드리앵은 돌연 프랑스로 떠나고, 안나는 그를 쫓아 프랑스로 향한다. 오종은 “‘내가 죽인 남자’가 비밀을 간직한 프랑스 남자가 느끼는 죄책감에 중점을 뒀다면 나는 반대로 상실감을 가진 독일 여자와 그녀에게 찾아온 거짓말, 그리고 그녀의 흔들리는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파격적인 소재를 고급스럽게 연출해 온 오종은 이 작품을 통해 클래식 멜로 드라마에 처음 도전했다. 영화는 흑백과 파스텔톤 컬러로 100여년 전을 되살린다. 오종은 “플래쉬백 기법을 사용할 때나, 거짓말을 하는 순간 또는 행복한 순간의 장면에 색감을 입혔다. 흑백 장면으로 역사적 아픔을 애도했다”고 밝혔다. 독일의 신예 배우 폴라 비어는 섬세한 표정으로 흔들리는 안나를 보여준다. 비어는 이 영화로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아드리앵은 ‘이브 생 로랑’(2014)의 타이틀롤로 얼굴을 알린 프랑스 배우 피에르 니네이가 맡았다. 니네이는 “이 영화는 내게 모험이자 도전이었다. 아드리앵이 되기 위해 바이올린과 왈츠, 독일어까지 배웠다”고 말했다. 20일 개봉. 12세 관람가.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유발 하라리 “AI로 인류는 역사상 가장 불평등한 사회를 맞이할 것”

    유발 하라리 “AI로 인류는 역사상 가장 불평등한 사회를 맞이할 것”

    “인공지능(AI)으로 수십억 명이 실직으로 내몰릴 겁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불평등한 사회가 될 수도 있어요.”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41)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위험성을 경고했다. 하라리 교수는 13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AI의 발달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의 신작 ‘호모 데우스’는 인류가 생명공학과 AI를 통해 스스로 신이 되려고 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로 인해 세상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될 것인지를 보여준다. 전작 ‘사피엔스’가 지나간 인류의 역사를 다뤘다면 ‘호모 데우스’는 다가올 인류의 미래를 보여주는 셈이다. 하라리 교수는 “여기서 말하는 신은 은유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신’(God)이 된다는 것”이라며 “생명을 창조하고 파괴하는 능력을 갖춘 신처럼 인간도 AI와 생명공학의 힘을 빌려 생명체를 만들고 변화시키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 가진 힘은 예측할 수 없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하라리 교수는 경고했다.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고 소수 엘리트가 권력을 독점하는 사회가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간은 엄청난 힘을 얻고 있지만 세계가 얼마나 복잡한지, 우리의 행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이해는 제한적이죠. 조심하지 않으면 인간이 창조한 사회 중 가장 불평등한 사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게 제가 책에서 하고 싶은 말입니다.” 다만 4차 산업혁명으로 인류가 공멸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나친 우려라며 선을 그었다. “포유류는 문제를 해결할 때 지능과 의식을 함께 사용하지만 컴퓨터는 지능만 쓰지요. 로봇에게 감정이 생겨서 인간과 전쟁을 벌이는 일은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요.” 진짜 무서운 건 로봇 그 자체가 아니라 로봇의 발달이 소수의 인간에게는 엄청난 힘을 주고 나머지 사람들의 힘을 빼앗게 될 거란 설명이다.하라리 교수는 “인류는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많이 알고 있지만 미래에 대한 예측은 더 어려워졌다”면서 “혼돈과 무지, 변화의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구체적 지식보다 정신적 균형과 유연성을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서 ‘VR 체험관’ 첫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서 ‘VR 체험관’ 첫선

    13일부터 시작되는 제21회 경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뉴미디어 ‘VR 체험관이 처음 선보인다. 12일 BIFAN에 따르면 VR 체험관은 체험기기와 콘텐츠에 따라 4개 부스로 나뉘어 운영된다. 시뮬레이터에 탑승하는 3개 종과 아이트래킹 기술로 무장한 첨단 머리착용디스플레이(HMD) 콘텐츠가 관객들을 기다린다. VR 체험관은 전통적인 영화와 떠오르는 뉴미디어 VR이 결합해 새로운 스토리텔링 가능성을 보여줄 예정이다. 오는 14일부터 열흘 동안 부천시의회 갤러리에 설치돼 개방된다. 시뮬레이터에 탑승해 체험하는 한국 비브스튜디오스의 ‘볼트: 체인 시티’는 2017년 선댄스영화제 VR 섹션에 공식 초청된 SF 작품이다. 불안전한 인류 미래를 담은 웹툰 원작 ‘볼트’를 각색했다. 지난해 BIFAN에서 특수 휠체어 체험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공포물 셸머딘 감독의 신작 ‘뮬’도 찾아온다. 14일부터 닷새동안 BIFAN에서만 공개된다. 이외에도 시뮬레이터 체험 콘텐츠인 ‘화이트 래빗’이 마련된다. 루이스 캐럴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만든 VR 시네마 어드벤처물이다. 아이트래킹 기술이 구현된 포브사의 HMD 작품들도 흥미롭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발랄하고도 묵직한 유화 다시 ‘완판’ 신화 잇는다

    발랄하고도 묵직한 유화 다시 ‘완판’ 신화 잇는다

    소소한 일상을 따뜻하게 그려 전시 때마다 ‘완판’을 기록하는 화가 문형태의 35번째 개인전이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유니콘’이라는 제목의 전시에서 작가는 회화, 드로잉, 오브제 작품 75점을 선보였다. 모두 이번 전시를 위해 그린 최신작이다.‘유니콘’에 대해 문 작가는 “반짝거리면서 날카롭고 온순함과 포악함, 즉 선과 악의 공존을 동시에 상징하며 그것은 결국 나 자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로부터 파생된 기억은 좋은 기억으로 남기도 하지만 복잡한 기억과 아픔으로 인해 마음에 가시로 남기도 한다”면서 “이중적인 유니콘의 뿔은 나 자신을 극복하고 강인하게 성장시켜 주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작가 자신, 혹은 현대인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심오하지만, 그의 그림은 동화적 감수성이 넘치며 발랄하고 사랑스럽다. 귀여운 남녀가 유니콘에 올라타 손을 꼭 잡고 있거나 독서를 하고, 앙증맞은 고양이들이 교태를 부린다. 작가는 자신의 회화에 대해 “결국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평범한 말이 뿔 하나 달고 비범한 유니콘이 되는 것처럼 평범한 일상이 새롭고 특별하게 보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년 만에 선화랑에서 갖는 개인전에 출품된 유화는 모두 10호 정도의 작은 그림들이다. 문 작가는 “하루 종일 그림에 매달려 살다 보니 허리가 너무 아파서 앉아서 그릴 수 있는 크기로 작업한 것이지만 오히려 대중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완판 신화는 이번에도 역시 예외가 아닐 듯싶다. 지난 1일부터 전시를 시작하자마자 판매와 예약판매를 의미하는 빨갛고 파란 동그라미 스티커들이 많은 그림들 옆에 붙어 있다. 22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하루키 ‘게임’ 시작됐다… 국내도 신드롬 상륙할까

    하루키 ‘게임’ 시작됐다… 국내도 신드롬 상륙할까

    하루키의 게임이 시작됐다. 작품 곳곳에 수수께끼를 숨겨놓는 무라카미 하루키(68). 12일 그의 새 장편 ‘기사단장 죽이기’(문학동네·전 2권)가 깔린 서점가는 그가 던진 수수께끼를 풀려는 독자들의 발길로 분주했다.하루키 신작이 나올 때마다 사본다는 회사원 이슬기(29)씨는 “하루키는 호불호를 떠나 그 자체로 현상인 느낌이어서 읽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다”며 “여성을 대상화하는 시선이 거슬릴 때도 있지만 칠순의 나이에도 트렌드에 기민해 그의 소설에 나오는 공간, 음악, 맛에 대한 묘사를 읽다 보면 직접 경험하고 싶은 충동이 든다”고 했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하루키의 다른 작품들보다 독자들의 반응이 빨랐다. 지난달 30일부터 진행한 예약 판매에서 온라인 서점 베스트셀러 1, 2위에 오르자 출판사 문학동네는 정식 출간되기도 전에 3쇄, 30만부를 찍었다. 일본에서는 지난 2월 말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130만부가 팔려나갔다. 때문에 이번 작품은 선인세가 30억원에 이른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신작은 그가 전작에서 쌓아올렸던 ‘하루키 세계’의 압축판으로 평가된다. 소설은 여성과의 이별, 초월적인 존재와의 교류, 불가사의한 사건, 반복되는 성애 묘사 등 하루키 소설의 특징들을 어김없이 변주하며 상실과 회복이라는 원형의 주제를 구현한다. 조주희 한양여대 교수는 “아내와의 이별, 우물에 들어가서 기이한 체험을 한다는 점에서는 ‘태엽 감는 새 연대기’, 아버지 세대와 결별해 정체성을 찾는 과정은 ‘해변의 카프카’, 남의 자식에 대한 보호의식과 책임감은 ‘벌꿀파이’, ‘1Q84’에서 봐왔던 정경들”이라며 “이번 소설은 지금까지 하루키가 써온 작품들을 총망라한 종합 소설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야기는 서른여섯의 초상화가 ‘내’가 아내에게 이별 통보를 받고 집을 나오면서 시작되는 여정이다. 친구의 제안으로 그의 아버지인 유명 일본화가 야마다 도모히코의 산속 아틀리에에서 지내게 된 ‘나’는 집 안에 숨겨져 있던 미발표작 ‘기사단장 죽이기’를 보고 마음을 사로잡힌다.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의 인물들을 일본화로 옮겨놓은 그림은 청년이 노인의 가슴 한복판에 검을 깊이 찔러넣는 순간을 포착한 것. 이 역작과 마주한 이후 ‘나’에겐 기이한 일들이 연쇄적으로 다가온다. 집 뒤편 사당 돌무덤에서는 밤마다 정체 모를 방울소리가 울린다. 소리의 정체를 찾아 돌무덤을 파헤치자 그림 속 기사단장이 60㎝ 크기의 형체로 나타나 말을 건다. 그에게 그림을 배우던 이웃의 소녀는 자취를 감춘다. 상실에 잠겨 있던 ‘나’는 ‘세계의 이음매에 미세한 어긋남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출구를 찾아 나선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솜씨 좋게 기우는 하루키는 일본 괴이담(怪異談)을 연상시키는 사건, 기사단장이라는 초현실적 존재 등을 내세워 궁금증을 점점 증폭시킨다. 이전보다 선명하게 드러난 것은 부조리한 역사에 대한 비판 의식이다. 작가는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연인, 동생 등 소중한 이들을 잃은 아마다 도모히코를 통해 나치의 만행, 난징대학살 등 과거 군국주의의 광기와 폭력을 건드리고 지나간다. 아내의 이혼 요구로 집에서 나온 ‘내’가 떠도는 곳은 동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도호쿠 지역으로, 작가는 당시의 상흔도 상기시킨다. 최재철 한국외대 교수는 “집단의 기억으로서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하루키의 행보에 대해 일각에선 노벨문학상을 의식한 것이라고 하는데, 원숙한 작가로서 사회적 책무를 전보다 더 의식하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초기작에 사회와의 연결이 단절된 주인공들이 많이 등장했다면 이번 작품은 가족의 구성, 유사 부자 관계 등 열린 쪽으로 가고 있다”고 짚었다. ‘나’의 이웃 멘시키는 난징대학살을 이렇게 언급한다. “일본군이 격렬한 전투 끝에 난징 시내를 점령하고 대량 살인을 자행했습니다. 포로를 관리할 여유가 없었던 일본군이 항복한 군인과 시민 대부분을 살해해버린 겁니다. 중국인 사망자 수가 사십만명이라는 설도 있고, 십만명이라는 설도 있지요. 하지만 사십만명과 십만명의 차이는 과연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2권 88쪽) 이 때문에 소설 출간 직후 하루키는 일본 우익으로부터 ‘매국노’라는 비난에 휩싸였다. 지난 4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역사라는 것은 국가에 있어서 집합적인 기억이므로 이를 과거의 일로 치부해 잊으려 하거나 바꿔치기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소설가에게 가능한 일은 한정돼 있지만 이야기라는 형태로 싸워 나가는 것은 가능하다”고 일침을 놨다. 이번 소설에서도 작가는 이야기를 고조시키거나 사건의 뉘앙스를 감지하게 하는 연결고리로 특유의 감각적인 선곡을 펼쳐보인다. 멘델스존의 8중주곡,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텔로니어스 멍크의 재즈 등 클래식, 팝을 넘나드는 소설 속 선곡, 그림이나 음식에 대한 묘사는 독서의 흥취를 끌어올리는 요소다. 하지만 “초기작에 선보였던 참신한 비유는 사라지고 비슷한 내용의 문장이 거듭되는 부분들이 있어 읽는 속도가 다소 늘어진다”(최재철 교수)는 평도 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혼자는 최고의 사치” 이혜린 신작 ‘혼자가 좋은데 혼자라서 싫다’

    “혼자는 최고의 사치” 이혜린 신작 ‘혼자가 좋은데 혼자라서 싫다’

    혼자라는 것은 치명적이며 멋있고 낭만적으로 아름답지 않다. 모든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실행에 옮겨야 하지만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성격이 별로 좋지 못하거나 게으르다면 사회로부터 멀어져 진짜 혼자로 남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혼자는 내 사람을 만드는 것과 내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은 그 존재 자체로 스트레스이다. 그보다 더 큰 스트레스는 그들 없이 혼자 잘 먹고 잘 살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완연한 혼자의 시간이 불안하지 않고, 혼자서도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사람들 사이에서도 완벽하게 혼자를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하기 위해 작가의 경험과 생각을 낱낱이 보여준다. 어차피 고독한 인생. 우정, 사랑, 회사, 독립, 고독속에서 이 외로움을 껴안고 얼마나 즐겁게 살 수 있느냐, 이 외로움이 주는 이득을 취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성장을 위한 가장 완벽한 순간이자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인 혼자의 순간이 보다 밝게 빛나길 응원하는 책이다. 늘 사람들한테 부대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세상 그 누구보다 외롭다고 자부하는 연예매체 대표의 혼자의 경험, 생각, 몸부림을 낱낱이 보여준다. 성격이 별로 좋지 못해 걸핏하면 친구들과 싸우고 태생이 게을러 툭하면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 했지만 그러다 이 사회에 혼자 남을지도 몰라 무서워했던, 그래서 내 사람을 만드는 것과 내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하지만 그를 통해 완벽한 혼자가 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혜린 작가는 2005년 스포츠신문 연예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낼모레 서른, 드라마는 없다’, ‘로맨스 푸어’ 등의 책을 냈다. 최근에는 모바일 연예매체 뉴스에이드의 대표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서울포토]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

    [서울포토]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

    12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시민들이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를 펼쳐든 채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비전·이미지 시대, 서사 떨쳐야 소설 발전”

    “비전·이미지 시대, 서사 떨쳐야 소설 발전”

    “소설이 안 읽히는 건 소설가 탓입니다.”작가 윤후명(71)이 최근 12권으로 나온 자신의 소설 전집에 대한 소회를 밝히다 뱉은 쓴소리다. 윤후명 소설전집(은행나무)은 지난해 1∼6권에 이어 최근 나머지 7∼12권이 나왔다. 등단 이후 50년 동안 발표한 중·단편, 장편소설들을 한데 모았다. 작가는 한국 문학의 침체에 대해 소설로 독자들을 끌어들이려면 소설의 고정된 형태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의 소설로는 안 된다. 지금은 이야기의 세계가 아니라 비전과 이미지의 세계”라고도 했다. 1967년 시로 등단한 작가는 197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산역’이 당선되며 소설가로 ‘전향’했다. 소설과 시의 경계, 시공간의 한계를 끊임없이 무너뜨리며 한국문학의 ‘독보적 스타일리스트’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그는 소설은 기승전결의 서사를 갖춘 이야기라는 관념을 떨치고자 했다. “어떤 분들은 ‘그게 소설이냐’ 이렇게까지 말했어요. 하지만 소설에 이야기가 있기는 하되, 소설이 이야기는 아니라는 게 제 생각이었어요. 서사를 벗어나지 않으면 소설의 발전은 없겠다, 그래서 제가 쓰는 소설은 어떤 이미지입니다.” 소설전집의 첫 권은 지난해 엮은 신작 단편 10편을 엮은 ‘강릉’이다. 이번에 낸 7권은 ‘바다의 귤’ 등 단편 6편을 ‘강릉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묶었다. 오랫동안 등져 온 고향 강릉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다. 기존 작품들을 발표 순서대로 정리하는 대신 원고를 교정·보완하고 대폭 개작과 통합도 마다하지 않았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독립영화 맏형 홍기선 그의 마지막을 만난다

    독립영화 맏형 홍기선 그의 마지막을 만난다

    호러, 스릴러, 코미디 등 장르 영화 마니아들이 해마다 손꼽아 기다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올해 가장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고 홍기선 감독의 특별전이다. ‘현실을 넘어선 영화: 홍기선’전(展)에선 영화계 동료들이 완성한 그의 유작 ‘일급기밀’이 첫선을 보인다.●‘오! 꿈의 나라’ 제작 ‘이태원 살인사건’ 등 연출 홍 감독은 한국 독립영화의 출발을 알린 맏형 격으로, 상업 영화계로 들어선 뒤에도 사회의 낮은 곳에서 발견한 삶들을 장르적 문법으로 풀어낸 감독이다. 서울대 영화 제작 동아리 얄라셩 출신인 그는 1980년대 중반 서울영화집단, 장산곶매에서 활동하며 영화 운동을 벌였다.1986년 농촌의 비참한 현실을 다룬 ‘파랑새’를 공동 연출했고, 1989년 광주민주화 운동을 조명한 ‘오! 꿈의 나라’의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을 맡았다. 두 작품 모두 사전 심의를 받지 않고 상영을 강행, 이슈가 됐었다. 첫 상업 영화 입봉작은 노예선이나 다름없는 새우잡이 배 선원들을 통해 한국 사회를 조명한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1992)였다. 이후 비전향 최장기수 김선명의 실화를 다룬 ‘선택’(2003)과 이태원 햄버거 가게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극화한 ‘이태원 살인사건’(2009) 등을 연출했다. 홍 감독은 지난해 12월 방위산업 비리 의혹을 모티브로 한 신작 ‘일급기밀’의 촬영을 끝냈으나 크랭크업 사흘 만에 돌연 세상을 떠나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김상경, 김옥빈 등이 출연한 영화는 ‘내부자들’, ‘아가씨’, ‘베테랑’ 등을 매만진 김상범 편집감독 등이 후반 작업을 마무리해 완성했다. 장편 네 편을 비롯해 전남 구례 농민들의 수세 현물 납부 투쟁에 대한 다큐멘터리 ‘수리세’(1984)와 ‘파랑새’,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옴니버스 영화 ‘세 번째 시선’ 중 홍 감독이 연출한 ‘나 어떡해’까지 모두 7편이 상영된다. ‘수리세’와 ‘파랑새’는 8㎜ 독립영화를 국내 최초로 디지털 리마스터링한 버전을 상영한다. ●내일 개막 부천영화제 58개국 289편 상영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는 13일부터 11일간 경기 부천 일대에서 열린다. 58개국 289편(장편 180편·단편 109편)이 상영된다. 지난해 상영 규모(302편)와 엇비슷한데 한국 작품은 지난해 65편에서 올해 109편으로 크게 늘었다. 개막식 사회는 드라마 ‘한 번 더 해피엔딩’(2016)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 장나라와 정경호가 맡았다. 개막작은 이용승 연출, 신하균·도경수 주연의 블랙 코미디 ‘7호실’, 폐막작은 일본의 인기 만화를 영화로 만든 후쿠다 유이치 감독의 코믹 시대극 ‘은혼’이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칸의 여왕’ 전도연이 주연한 17개 작품을 망라한 ‘전도연에 접속하다’도 눈길을 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내 아버지는 누구죠?”…‘빌 마리’ 메인 예고편

    “내 아버지는 누구죠?”…‘빌 마리’ 메인 예고편

    모니카 벨루치 주연의 영화 ‘빌 마리’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극중 ‘소피 베르나르’는 20년 동안 최정상의 자리를 지킨 여배우이자 한 아들의 엄마다. 남편에 대해 말 못할 비밀을 간직한 그녀에게 어느 날, 아들 토미가 자신의 출생에 대해 캐묻는다. 기어이 말다툼으로까지 번진 두 사람은 끝내 예기치 못한 사건과 맞닥뜨린다. 영화 ‘빌 마리’는 몬트리올 ‘빌 마리’ 병원에서 세계적인 여배우 ‘소피 베르나르’의 충격적 진실이 밝혀지는 시크릿 드라마다. 1990년 데뷔 이후 ‘돌이킬 수 없는’, ‘매트릭스’ 시리즈, ‘007 스펙터’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금세기 최고 여배우 자리에 오른 모니카 벨루치의 신작 ‘빌 마리’는 제40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일찌감치 인정받은 웰메이드 작품이다. 공개된 예고편에는 세계적인 여배우 ‘소피’로 돌아온 모니카 벨루치의 아름다운 모습과 그녀를 둘러싼 의미심장한 사건들이 하나씩 펼쳐진다. 자신의 출생에 대해 궁금해하는 소피의 아들 ‘토마’와 달리 끝까지 비밀을 지키려는 모니카 벨루치의 간절한 모습이 결말을 궁금케 한다. 또, 전 세계 영화인들이 극찬한 모니카 벨루치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연기는 짧은 예고편임에도 짙은 여운을 남긴다. 모니카 벨루치아의 신작 ‘빌 마리’는 7월 13일 디지털 최초 개봉 예정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99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빨강 매퀸과 노랑 미니언이 맞붙고, 짱구와 코난과 도라에몽이 왕좌를 겨루는… 여름, 애니 대전

    빨강 매퀸과 노랑 미니언이 맞붙고, 짱구와 코난과 도라에몽이 왕좌를 겨루는… 여름, 애니 대전

    올해 여름방학 애니메이션 극장 대전은 가족 관객을 대상으로 한 미국 할리우드와 마니아층을 겨냥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결로 압축된 모양새다. 토종 작품 소식은 아쉽게 들려오지 않고 있다.●폭풍의 레이싱 기다렸다면 ‘카3’ 할리우드 작품 중에서는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자존심 대결이 흥미롭다. 디즈니·픽사의 ‘카3: 새로운 도전’①이 오는 13일 관객과 가장 먼저 만난다. 자동차를 의인화한 ‘카’는 픽사의 창업 삼총사 중 한 명인 존 레스터 감독이 ‘토이 스토리’에 이어 빚어낸 시리즈로, 2편까지 직접 연출했던 작품이다. 2편 이후 6년 만에 돌아온 3편에서는 최정상 인기를 누리다 최대 위기에 직면한 빨간색 경주용차 매퀸이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신예 스톰과 펼치는 대결을 그렸다. 한국의 김재형 애니메이터가 스톰의 캐릭터 개발을 맡았다. 매퀸의 복귀를 돕는 여성 트레이너 크루즈와 전편에 등장했던 샐리, 메이터, 루이지 등 매퀸의 든든한 조력자들을 만날 수 있다. 실사 영화 못지않게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 장면이 짜릿한데, 이야기는 ‘폭풍의 질주’ 등 기존 레이싱 영화에서 익히 접했던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지난달 중순 북미 개봉 첫 주에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하와이언룩 미니언 어때? ‘슈퍼배드3’ 애니메이션계의 신흥 강자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는 오는 26일 ‘슈퍼배드 3’②를 선보인다. 북미에서는 지난달 말 개봉해 ‘스파이더맨: 홈커밍’이 개봉하기 전까지 일주일간 박스오피스를 지배했던 작품이다. ‘슈퍼배드 3’는 주인공보다 더 인기 있는 조연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스핀오프(외전)가 만들어질 정도로 뜨거운 할리우드 애니 시리즈다. 국내에선 1편(2010)과 2편(2013)을 합쳐 관객 200만명을 기록했는데, 2015년 외전 ‘미니언즈’가 262만명의 대박을 터뜨렸다. 3편에서는 세계 최고 악당 자리를 다투다가 가족을 위해 정의의 사도로 변신한 그루에게 실망해 최고 악당을 섬기겠다는 꿈을 버리고 스스로 최고의 악당이 되기를 결심한 미니언들과 그루의 쌍둥이 동생 드루 등이 좌충우돌하는 모험담이 그려진다. 죄수복, 하와이언룩, 멜빵바지 등을 입은 각양각색 미니언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이 밖에 소니픽처스의 작품으로, 스마트폰 속 이모티콘들의 모험을 그린 ‘이모티 더 무비’가 8월 3일 개봉한다.●지난 봄 日평정한 ‘코난:진흥의 연가’ 일본의 장수 캐릭터 짱구, 코난, 도라에몽은 올해도 어김없이 국내 극장 나들이를 한다.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습격!! 외계인 덩덩이’③가 오는 20일 먼저 출격한다. 인기 만화 ‘크레용 신짱’을 원작으로 한 25번째 극장판 애니다. 지난 4월 일본 개봉 때 역대 극장판 시리즈 최고 성적을 거뒀던 ‘명탐정 코난: 진홍의 연가’④는 다음달 2일 스크린에 걸린다. 추리 만화 명탐정 코난의 21번째 극장판이다.●36번째 극장판 ‘도라에몽:남극 꽁꽁’ 다음은 ‘극장판 도라에몽:진구의 남극 꽁꽁 대모험’⑤의 순서다. 8월 10일 개봉한다. 1980년 첫 극장판이 나온 뒤 무려 36번째로 만들어진 극장판이다. 이 밖에 ‘공각기동대 S.A.C’, ‘동쪽의 에덴’으로 유명한 가미야마 겐지 감독의 최신작 ‘낮잠공주:모르는 나의 이야기’도 8월 개봉 예정이다. 애니도 틈새시장이 있다. 연기파 배우 고 빌 팩스턴의 마지막 목소리 연기를 담은 캐나다 애니 ‘픽시:꼬마요정의 대소동’(7월 중), 러시아의 ‘오즈:신기한 마법가루’(7월 20일), 프랑스의 ‘빅풋 주니어’(8월 9일), 우크라이나의 ‘드래곤 스펠:마법꽃의 비밀’(8월 15일) 등 판타지물들이 관객의 선택을 기다릴 예정이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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