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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로의 아침] 돌잔치 초대장/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돌잔치 초대장/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이상하다했다. 실수를 탓할 겨를도 없었다. 최근 스마트폰으로 ‘돌잔치 초대장’ 첨부 파일 메시지를 받았다. 발신자 번호는 출입처 홍보담당자였다.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가까워도 그렇지, 출입기자에게 아이 돌찬지 소식을 알리나 싶었다. 그런데 늦둥이를 낳았다는 소식도 없었고, 나이를 보아 돌잔치할 만한 어린아이가 있지 않았다. 이상했다. 낚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신자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아니나 다를까. 발신자 번호조작을 통한 ‘스미싱’이었다. 하마터면 휴대전화에 들어 있던 정보를 모두 털릴 뻔했다. 법원이나 검찰, 경찰을 사칭해 발신한 등기우편 확인 메시지도 들어왔다. 역시 스미싱이었다. 그런데 가까운 지인이 당했다. 그는 최근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가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태였다. 법원 등기우편을 확인하라는 메시지를 받고는 급한 마음에 그만 클릭하고 말았다. 순간 이건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걸려들었다고 한다. 실수를 탓할 겨를도 없었단다. 당하는 사람만 바보일까. 방법은 없을까. 휴대전화 음성 통화에 해외발신 번호표식이 뜨듯이 메시지에도 이를 적용하면 안 될까. 메시지를 컴퓨터에서 보내기 때문에 통제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는데, 기술적으로 정말 어려운 걸까. 그렇다면 아예 번호 변경 서비스(발신자 번호 조작)를 금지하면 안 될까. 그동안 발신자 번호 조작에 따른 폐해가 잇따르면서 이를 원천 금지하는 법률 개정안이 나왔었다. 번호를 조작해 보내는 통화나 문자 메시지를 통신 서비스 사업자가 사전에 차단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번번이 무산됐다. 영리목적으로 발신자를 조작하는 업자에게 과태료를 물린다는 대책이 나왔을 뿐이다. 기자는 지난해 말 휴대전화 번호를 바꿨다. 번호를 변경하더라도 대개는 자동 안내 서비스를 받는다. 하지만 자동 안내 서비스를 포기하고 주소록에 입력된 700여명에게만 일일이 변경된 번호를 문자로 알렸다. 보이스피싱이나 음란 통화 연결을 차단하기 위한 극약처방이었다. 주소록에 없던 지인들에게는 핀잔도 많이 들었다. 지금도 사무실로 기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묻는 전화가 심심찮게 걸려오고 있으니 내근자에게는 큰 민폐 아닌가. 060이나 발신자 조작 번호를 스팸으로 걸어놓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숫자를 한 자리만 바꾸거나 더하면 이도 소용없다. 발신자를 조작해 일반 휴대전화 번호나 지인의 번호로 걸려오면 어쩔 수 없이 당한다. 영리 목적의 발신자 번호 조작 금지는 발신자에게 스스로 조작을 금지하도록 하는 방식이라서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휴대전화가 정보 보따리로 진화하는 것과 함께 휴대전화를 이용한 사기도 다양해지고 지능화되고 있다. 빠르고 편리한 기술을 앞서 개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불편을 없애고 부작용을 막는 기술도 동시에 개발하고, 정책도 이를 따라갈 때 비로소 진정한 정보통신 강국이 된다. 경찰·검찰의 수사 목적이나 개인 평생전화번호 부가서비스 등을 빼고는 발신자 조작 번호 전송을 아예 통신사업자가 기술적으로 차단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을 심도 있게 따져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chani@seoul.co.kr
  • [데스크 시각] 언어습관과 사회갈등/이동구 사회2부장

    [데스크 시각] 언어습관과 사회갈등/이동구 사회2부장

    “오늘 자 신문 ○○ 몇면의 △△기사 다시 한번 봐주세요. ‘힐링’, ‘라이딩’이 무슨 뜻입니까. 신문에 이런 표현을 마구잡이로 사용해도 되는 건가요. 나도 배울 만큼 배운 사람인데 도대체 요즈음 신문, 방송 등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을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반성 좀 하세요.” 며칠 전 아침 회의를 준비하던 중 독자로부터 받은 전화 내용이다. 항의성 전화였지만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우리 신문을 정말 사랑하는 독자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는 국내 신문사나 방송사가 생각지 못하고 있는 나쁜 우리의 용어 선택 및 언어습관을 제대로 지적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뭐 이런 사소한 것을 문제 삼는가” 하는 심정이었다. 힐링이란 단어는 신문, 방송에 넘쳐나는 만큼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단어인데 싶었다. 마치 신문에 외래어를 마구 사용해도 되는 것처럼…. 서울신문을 비롯해 국내 대부분의 신문사들은 교열, 심의, 독자권익위원회(옴부즈맨) 등 겹겹의 내부 점검과정을 구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신문들은 언제부턴가 외래어를 거리낌없이 마구 사용하고 있다. 그야말로 범람 수준이다. 최근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외래어 가운데 하나가 그날 그 독자가 지적한 ‘힐링’일 것이다. 우리 신문기사와 제목에도 이런 연유로 사용됐다고 생각된다. 분명 ‘힐링’(치유)이라는 단어가 처음 사용됐을 땐 무슨 뜻인지 알아듣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어르신이나 어린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무슨 뜻인지 사전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우리도 모르게 마치 우리의 일상용어처럼 굳어져 있다. 언어는 반복되는 습관으로 익히게 된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미 우리 일상에 굳어져 버린 외래어는 부지기수다. 보이스피싱, 스미싱 등 범죄용어에서부터 실루엣, 빈티지, 소셜 커머스, 보톡스, 뉴라이트, 글로벌, 드림팀, 포스트시즌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외래어 사용이 남발되는 분야는 화장품 업계와 의류 관련 업계(패션업)라고 생각된다. 상표에 사용되는 외래어의 80~90%는 보통의 경우 뜻도 잘 모른다. 그럼에도 상품명과 내용물을 알리는 겉포장지 등은 온통 알 수 없는 외래어로 도배를 해놓았다. 한번은 국내 대중가요 순위표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분명 국내 대중가요 순위표인데 가수이름과 노래 제목은 90% 이상 외래(국)어로 돼 있는 듯하다. 미국이나 영국의 가요 순위표로 착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수십년 동안 추구해온 ‘세계화’의 산물로 넘길 수도 있다. 그런데 나의 좁은 생각으로는 세계화의 산물이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상업주의와 허영심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는 징후로 보인다. 외래어 남용은 문화적 사대주의가 바탕에 깔려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를 얄팍한 상술로 이용하던 것이 이제는 신문과 방송을 통해 일상화·보편화되고 있는 현실을 그날 아침의 그 독자가 꼬집어 줬다. 언어는 의사소통뿐 아니라 과거의 훌륭한 문화유산이나 정신자산을 이어 주고, 정보교환이나 상호협력 그리고 조정과 타협을 이끌어 내는 기능을 해야 한다. 언어가 갖는 사회성이다. 자꾸만 깊어져 가는 우리사회의 갈등이 올바른 언어를 사용하지 못해서는 아닌지 의구심을 가져본다. yidonggu@seoul.co.kr
  • [월드 톡톡] 베네수엘라 차베스 육성 논란

    지난 3월 암투병 끝에 사망한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살아 돌아왔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차베스 전 대통령의 목소리와 유사한 육성이 담긴 파일이 공개되면서 때아닌 진위 논란이 일고 있다. 차베스라고 주장하는 음성 파일 속 인물은 자신이 측근으로부터 배신을 당했으며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억류돼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인물은 “내부에 적이 있으리라고 누가 예상했겠나”라며 “9월 16일 현재 나는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하게) 살아있다. 국민에게 진실을 알려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차베스가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한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은 이 파일은 정권을 교란하려는 야권의 술수라고 일축했다. 특히 마두로 대통령은 제1야당인 ‘정의우선당’이 생전에 차베스가 친형인 아단 차베스 바리나스주 주지사와 통화한 내용을 조작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통화내용의 수신자로 지목된 아단 차베스 역시 이 음성파일은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역겨운 짜깁기 음성파일 때문에 일부는 (동생인) 차베스가 죽지 않고 어딘가에 숨어있다고 믿을 것이며 또 일부는 그가 죽기 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이는 모두 엄청난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이 음성 파일이 언제 어떻게 녹음된 것인지 누가 공개한 것인지를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 파일을 공개한 주체가 야권이 아니라 현 정부라는 주장도 나온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돈,돈,돈 하는 청춘들이여 더 가치 있는 걸 찾아보게

    돈,돈,돈 하는 청춘들이여 더 가치 있는 걸 찾아보게

    “지금 사회는 젊은이에게 시장에서 소비자가 되라는 것 이외에 어떤 가치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세계를 지배하는 돈의 가치, 사적인 이익에 대항해 다른 보편적인 가치를 찾아내야 합니다.” 현대 철학의 중요한 사상가 중 한명인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76)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진리와 주체의 철학자이자 세계적 명성의 좌파 지식인인 그는 경희대와 지제크-바디우 네트워크, 유령학파가 새달 2일까지 여는 철학 축제 ‘멈춰라, 생각하라’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5일 방한했다. 20대에 사르트르주의자였고 68혁명을 계기로 1970년대 내내 마오주의 운동에 투신했던 그는 현실사회주의 실패 이후 새로운 정치적, 철학적 대안을 모색해 왔다. 2000년대 들어 신자유주의 정치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슬로베니아 출신의 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와 함께 공산주의 이념을 설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바디우는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복합문화공간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교육이나 의료처럼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을 소수의 권력 집단이 결정하는 의회민주주의는 자본주의에 복무하는 가짜 민주주의”라면서 “모든 인민에게 권력이 주어지는 공산주의만이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주장했다. 분단 국가인 한국의 현실과 관련해선 “현재 북한 체제는 군국주의와 민족주의일 뿐 사적 소유와 금융의 지배로부터 벗어난, 완전히 다른 형태의 사회인 공산주의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은 뒤 “앞으로 건설될 한국은 남한이나 북한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한국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정한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은 가능한 것일까. 그는 “금융 독재가 이뤄지고 개인주의를 부추기는 자본주의는 확실히 절망적인 세계이며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정치를 찾으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렇지만 그는 “‘고도를 기다리며’의 사뮈엘 베케트처럼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끈질기게 희망을 갖고 있어야 하며 절망을 선전하는 프로파간다에 넘어가선 안 된다”면서 “새로운 생각 없이 새로운 세계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詩)적인 말하기’를 통한 시적 진리를 옹호해 온 바디우는 28일에는 심보선, 진은영 시인과 같은 장소에서 ‘시인과의 대화’를 가졌다. 불어로 번역된 진 시인의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을 바디우가 낭독하는 것으로 시작한 이날 행사에서는 시와 철학, 시와 현실의 관계에 대한 대화가 주를 이뤘다. 바디우는 “시와 철학은 두 가지 다른 양식이자 실천인데, 나의 작업은 둘 사이에 보편화된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라면서 “시야말로 인간성을 건축하고 구성할 수 있는 훌륭한 양식”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철학은 개념을 설명하거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언어를 사용하지만 시는 언어를 통한 창의적 실천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며 두 시인에게 시와 철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철학을 전공한 진 시인은 “시와 철학은 연인의 관계에 가깝다”면서 “시가 난관에 빠지면 철학적인 고민을 통해 어떻게 언어의 난국을 돌파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철학의 난관에 부딪히면 시로 도망가 바디우가 말했던 ‘사건적 사유’를 발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 문제에 대해 심 시인이 쓴 ‘스물세 번째 인간’을 두고는 시와 현실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다. 바디우는 “시는 현실을 새롭고 창의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면서 “(심 시인이 시를 통해 전하는) 위로가 어떻게 새로운 기능을 실천하는지에 시의 중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바디우는 30일 경기 마석 모란공원과 쌍용차 해고 노동자 단식농성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며 새달 1일 오후 7시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문화와 보편성’ 강연을 끝으로 첫 방한 일정을 마무리한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케이블 하이라이트]

    ■성범죄수사대:SVU14(OCN 밤 11시) 클럽에서 벌어진 집단 폭행 현장. 친구들과 함께 클럽에 놀러 갔다가 집단 성폭행을 당한 여학생이 있다. 목격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가운데 피해자는 현장에 있었던 클럽 경호원을 폭행 주동자로 지목한다. 하지만 전쟁 트라우마를 겪고 있던 경호원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초한지(내셔널지오그래픽 밤 10시) 기원전 224년. 진왕 영정은 6국 병합의 관건이 되는 전쟁을 시작해 초국의 수호신으로 불리던 항연을 물리치고, 기원전 221년 사분오열된 전국을 통일한다. 패현 풍향의 중양리 마을에 복면을 한 자객이 나타나자 온 마을은 아수라장이 되고, 도주하던 자객을 잡은 동네 건달 유방은 이 자객을 묶어놓고 고문하며 정체를 캐낸다. ■메멘토(THE MOVIE 밤 9시 30분) 전직이 보험 수사관이었던 레너드에게 기억이란 없다. 자신의 아내가 강간당하고 살해되던 날의 충격으로 기억을 10분 이상 지속시키지 못하는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가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이름이 레너드 셸비라는 것과 아내가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것, 범인은 존 G라는 것이 전부이다. ■수상한 쇼(SBS MTV 오후 5시) 잊으면 안 되지만 자꾸만 잊히고 있는 통일. 그래서 수상한 쇼가 준비했다. 과연 통일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은 무엇들이 있을까. 풋풋하고 순진한 여중생들이 뽑은 기상천외한 답변들을 가수 혜이니와 레게 뮤지션 쿤타, 래퍼 염따가 소개한다. 딱딱할 것만 같은 북한 문화, 통일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나게 담아본다. ■굿럭척(스크린 밤 12시) 찰리 로건은 어린 시절. 친구의 생일 파티에서 친구 아니샤와의 키스를 거부한 후, 소녀의 저주를 받게 된다. 그렇게 25년이 흐른 현재. 찰리는 성공한 치과의사가 되었지만,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한 채 공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전 여자친구의 결혼식장에서 펭귄 전문가인 캠을 만나 호감을 느끼게 되는데…. ■변신자동차 또봇(애니맥스 오전 9시) 떡볶이 가게인 어 김떡순은 날로 번창해 급기야 200호점 달성을 돌파한다. 200호점 돌파를 기념해 어 김떡순의 전속모델 훤빈의 팬 사인회가 열린다. 딩요는 훤빈에게 줄 예쁜 선물을 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사인회장을 찾는다. 그리고 거기서 딩요는 어 김떡순의 횡포로 사인회장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노마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고 의아해한다.
  • [靑, 채동욱 사표 수리] 조만간 총장후보추천위 구성… 연수원 14~16기 물망

    [靑, 채동욱 사표 수리] 조만간 총장후보추천위 구성… 연수원 14~16기 물망

    채동욱(54·사법연수원 14기) 검찰총장이 취임 180일 만에 사퇴하면서 차기 총장 인선 절차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대검찰청은 “30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 별관 4층 대강당에서 채 총장 퇴임식을 연다”고 29일 밝혔다. 법무부는 채 총장이 물러나게 됨에 따라 조만간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총장 인선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길태기(55·15기) 대검 차장검사가 후임 총장 임명 때까지 총장 직무대행을 맡는다. 차기 총장 임명 절차는 2011년 7월 개정된 검찰청법(34조)에 따라 후보추천위 심사를 거쳐야 한다. 후보추천위에는 법무부 검찰국장,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검사장급 이상 경력을 가진 검찰 출신자 등 당연직 위원 6명과 비당연직인 각계 전문가 3명 등 9명으로 구성된다. 후보추천위는 외부 추천 등을 통해 총장 후보 3명을 선정해 법무부 장관에게 건의하고 장관은 이 중 1명을 선택해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한다.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총장을 임명하게 된다. 이 과정은 통상 두 달가량 소요돼 12월쯤 후임 총장이 취임할 가능성이 높다. 차기 총장은 검찰 내부 관행 등을 감안할 때 채 총장과 같은 사법연수원 14기나 한 기수 아래인 15기 중에서 배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고검장급인 16기 중에서 발탁될 가능성도 있다. 14기는 채 총장 임명과 동시에 모두 물러난 상태라 현역은 없다. 재야에서는 지난 4월 퇴임한 김진태(61·경남) 전 대검 차장 등이 거론된다. 김 전 차장은 지난해에도 총장 후보 3명 중 1명으로 추천됐다. 15기는 길태기(55·서울) 대검 차장과 소병철(55·전남) 법무연수원장 등 2명이 남아 있다. 16기는 국민수(50·충남) 법무부 차관, 김수남(54·대구) 수원지검장 등 5명이 있다. 박근혜 정부가 차기 총장으로 대구·경북(TK)을 포함해 영남권 출신을 발탁할지, 비(非)영남권 출신을 선택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 음모 사건 등 공안사건과 관련해 공안 수사에 대한 감각이 있는 인물 중에서 고를 가능성도 있다. 복수의 검찰 간부는 “차기 총장은 ‘공안통’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면서 “14~16기가 거론되지만 기수는 전혀 상관없다. 청와대나 법무부가 공안통 중 야권이 반발하지 않을 인물을 내세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성당도 못가겠네!”4인조 강도 미사중 싹쓸이

    “성당도 못가겠네!”4인조 강도 미사중 싹쓸이

    한창 미사가 진행되고 있는 성당에 무장강도가 들었다. 강도들은 신자들의 귀중품을 싹쓸이해 도주했다. 사건은 베네수엘라 마라카이보에 있는 한 성당에서 발생했다.미사가 시작돼 엄숙하게 진행되고 있을 때 갑자가 권총을 든 강도 4명이 성당으로 뛰어들어갔다. 강도들은 신자들을 위협하면서 소지품을 모두 내놓으라고 했다.아이들이 성경공부를 하는 곳까지 들어간 강도들은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교사에게 총을 겨누며 지갑을 요구했다. 교사는 “강도가 소리를 치면서 들어와 갖고 있는 걸 모두 내놓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위협했다”고 말했다. 성당 주변 주민들이 성당으로 들어가는 강도들을 목격하고 사건을 신고, 현장엔 경찰이 출동했다. 사이렌이 울리자 강도들은 서둘러 성당에서 빠져나갔다. 그러나 다급한 상황에서도 범죄행각은 계속됐다. 성당 정문 앞에서 슈퍼에서 장을 보고 돌아가던 여자와 맞부닥친 강도들은 여자가 산 물건들까지 빼앗아 도주했다. 현지 언론은 “4명 중 1명은 경찰의 추격 끝에 검거됐지만 나머지는 행방이 묘연하다.”고 전했다. 사진=파노라마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길섶에서] 마리아관음/서동철 논설위원

    일본 나가사키의 니시자카 언덕은 1597년 가톨릭 선교사 6명과 신자 20명이 처형된 곳이다. 언덕 아래 ‘26인 순교 기념관’에서 가장 눈길을 붙잡는 유물은 마리아간논(觀音)이다. 불교의 관음보살과 많이 닮아 성모 마리아인지 알기 어렵다. 천주교 탄압에 따른 고심의 결과지만, 자비의 실천이라는 역할에서 성모와 관음이 결코 둘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 모셔진 관음보살은 성모 마리아를 닮았다. 불모(佛母)는 성모 마리아와 성모 이미지의 소녀상으로 명성을 날린 조각가 최종태다. 그는 “땅에는 나라도, 종교도 따로따로지만 하늘로 가면 경계가 없다”고 말한다. 법정 스님이 이 상징적 불사를 그에게 맡긴 이유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신을 믿지 않아도 자신의 양심을 따르면 신은 자비를 베풀 것”이라고 말해 뉴스의 초점이 됐다. 자신의 종교만이 구원으로 이끈다는 독선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길상사 관음보살의 정신이 바로 그렇다. 마리아간논의 의미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선두 아스날,’공짜’ 영입 플라미니 외질급 활약 반색

    선두 아스날,’공짜’ 영입 플라미니 외질급 활약 반색

    2013-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가 5라운드까지 진행된 가운데 ‘유럽 도움왕’ 메수트 외질과 ‘각성 모드’의 아론 램지의 맹활약 속에 아스날이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리그 2경기 출전만에 리그 도움왕(3도움)으로 뛰어오른 외질과 연속 골을 기록중인 램지의 일거수 일투족에 영국언론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아스날의 선두 질주에는 또 다른 숨은 공신이 있다. ‘공짜’로 영입된 마티유 플라미니(30)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22일 열린 아스날 – 스토크 시티의 5라운드 경기에서 아스날이 3-1 승리를 거둔 이후, “플라미니는 ‘4200만 파운드’의 사나이 외질만큼 중요하다”라는 기사를 통해 플라미니의 영향력을 극찬하고 나섰다. 스카이스포츠 해설자로 활동하고 있는 앨런 스미스는 해당매체를 통해 “마치 ‘경운기’를 보는 것 같다”라며 “절대로 달리는 것과 (동료들에게) 말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고 플라미니를 평가했다. 플라미니에 대해 찬사를 쏟아내고 있는 것은 텔레그래프 뿐이 아니다. 심지어 5경기만에 “플라미니, 이번 시즌 최고의 영입인가?”라며 다소 이른 전망을 내놓는 매체도 있다. 영국 런던 소재의 인터넷매체 ‘히얼이즈더시티(Here is the city)’는 “아스날이 플라미니를 영입했을 때 모든 이가 비웃었지만, 플라미니가 이번 시즌 최고의 영입이 안 될 것도 없다”는 평가를 내놓았으며 축구전문매체 ‘트라이얼풋볼(tribal football)은 “플라미니가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며 그의 부활을 내다봤다. 실제로 2012-13 시즌을 앞두고 알렉스 송이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이후 아스날은 늘 수비형 미드필더의 부재에 고생해왔으며, 이번 시즌에도 브라질 국가대표 수비형 미드필더 루이스 구스타보(볼프스부르크) 등의 영입을 노렸으나 실패하며 팬들의 공분을 샀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 끝에 영입한 선수가 플라미니였다. 아스날에서 최정상급 수비형 미드플더로 성장한 직후, 이적료 한 푼 남기지 않고 자유계약선수로 AC밀란으로 이적했던 플라미니는 사실 아스날 팬들에겐 그리 반가운 존재가 아니었다. AC밀란에서도 주전자리를 잃고 로테이션 선수로 출전하다 결국 자유계약 신분이 됐던 선수였기 때문에, 플라미니를 ‘퇴물’로 취급하는 팬이나 축구전문가도 많았다. 그런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출장과 동시에 플라미니는 아스날에 수비적인 안정을 더해주며 아스날의 연승가도에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 무리하게 공격진에 가담하기 보다는 후방에 남아 상대팀이 공격해올 때 항상 큰 소리로 동료들의 위치를 지정해주며 아스날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수비실수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토트넘과의 북런던더비에서 교체로 투입되자마자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수비진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스토크시티 전에서는 돋보이는 위치선정 능력과 활동량으로 적재적소에서 상대편의 패스를 차단했다. 그런 플라미니의 활약은 한 때 그를 ‘배신자’로 생각했던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많은 팬들이 SNS상에서 “‘공짜’ 플라미니가 ‘25m’ 펠라이니보다 낫다”라는 등의 칭찬을 연발하고 있으며 스토크시티 경기 후 스카이스포츠 등 다수매체에서 지정한 MOTM(맨오브더매치)에도 선발됐다. 이날 아스날이 기록한 3골이 모두 외질의 발에서 시작되었으며, 그의 홈경기 데뷔전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플라미니가 MOTM에 선정된 것은 그가 5경기 만에 벌써 팬들과 전문가들의 눈을 사로잡았다는 증거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앨런 스미스는 “부주장 아르테타가 부상에서 복귀하게 되면 플라미니가 계속 선발로 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하면서도, “그러나 플라미니를 영입한 것은 벵거 감독의 탁월한 선택이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스날은 전통적으로 선수부상에 가장 많이 시달리는 구단 중의 하나다. 플라미니가 현재의 경기력을 시즌 내내 유지할 수 있다면, 그가 복귀 후 첫 인터뷰에서 했던 “나는 아스날에서 못 다 이룬 일이 있다”라는 말처럼 아스날이 8년 무관의 한을 끊어내는 것도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성모 스포츠통신원 yo235@naver.com
  • [열린세상] 통상임금 논란과 삶의 질/강수돌 고려대 경영학 교수

    [열린세상] 통상임금 논란과 삶의 질/강수돌 고려대 경영학 교수

    대법원에서 통상임금 관련 심층 토론이 열렸다. 직접적으로는 갑을오토텍의 임금 및 퇴직금 관련 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판결하려는 시도다. 실은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때 대니얼 애커슨 GM 회장이 “한국GM의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요청함에 따라 핫이슈가 된 건이다. 현재 이 문제로 전국 130여 사업장이 소송 중이다. 기업 측은 이 소송이 총 38조원의 추가 부담(30만개 정도의 일자리 재원)을 지울 수 있다며 비용 부담론을 편다. 반면 노동계는 이미 대법원 판례가 있으며, 고질적인 장시간 노동 문제를 풀고 노동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판례대로 하자고 한다. 논란이 뜨겁다. 원래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무 수당 등을 계산하는 기준으로, 기본급에다 ‘정기적·일률적’ 성격의 수당을 합친 것이다. 현 논란의 핵심은 과연 정기 상여금(보너스)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가다. 연장근로나 야간근로가 많은 한국 현실에 비추어볼 때 이번 대법원 판결의 사회적 파장은 클 것이다. 사실 한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 검증받듯 미국을 방문하는 것도 자존심 상하지만, 그 기회를 틈타 초국적 기업 대표가 일국 대통령에게 ‘민원’을 제기한 것도 기분 나쁘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란 바로 이런 것이다. 이미 이 문제로 한국 사법부의 법리적 판단이 나왔는데도, 기업 이익 때문에 법마저 바꾸라는 주문 아닌가? 이건 통상적 내정간섭 이상이다. 자본이 국경을 넘어 민주주의나 노동법을 직접 건드리는 행위다. 그렇다면 실제로 한국GM(전 대우자동차)에서는 이것이 어떻게 흘러왔는가. 2002년에 한국GM은 연봉제를 시행하며 1년에 일곱 차례 지급하던 상여금을 인사평가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 ‘업적연봉’ 형태로 바꾸었다. 이로써 많은 수당들이 통상임금에서 제외됐다. 분노한 노동자 1025명은 2007년 3월 (임금채권 유효가 3년인 점을 감안) 2004년 3월부터 2007년 2월까지의 업적연봉 및 조사연구·조직관리수당, 가족수당 중 본인분, 귀성 휴가비, 개인연금보험료, 직장단체보험료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시간외 근로수당과 연월차수당을 다시 지급하라며 제소했다. 1심 재판부는 “업적연봉은 근로자의 근무성적에 따라 좌우돼 고정 임금이라 할 수 없어 통상임금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나머지 부분은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이에 노사 모두 항소한 상태에서 박 대통령의 방미와 GM 회장의 요구가 있었다. 그 뒤 7월 말 서울고등법원은 “업적연봉도 기본급과 마찬가지로 근무성적과 상관없이 결정되고, 최초 입사자에게도 지급되며, 연초에 정해진 업적연봉은 12개월로 나누어 지급될 뿐 고정돼 있으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갑을오토텍 사건 해결을 위한 대법원 토론도 사실상 이 한국GM 건의 연장선이다. 최종 결정엔 사법부의 법리적 판단이 중요하겠지만, 필자가 강조하고픈 것은 노사정 모두 ‘삶의 질’ 차원에서 새로운 사고를 하자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인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 걸맞지 않게 세계 최장의 노동을 한다. 여유롭게 식사할 시간이나 자녀들과 대화할 시간, 한 달에 한두 번이라도 연극이나 영화를 보거나 좋은 교양 도서 몇 권이라도 볼 시간이 없다. 옆 사람이나 다른 회사를 팔꿈치로 밀쳐야 자기 생존이 보장되는 치열한 경쟁 속에 심신이 지친다. 3년이 가고 5년이 가도 삶의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잘하면 잘할수록 “더 잘하라”는 말만 듣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창조’ 경제나 ‘품질’ 경영이 어렵다. “기술이 인문학과 결합해야 가슴 뛰게 하는 제품이 나온다”는 스티브 잡스의 말도 결국 인문학을 접할 삶의 여유 문제를 제기한다. 이제 발상을 전환하자. 하루 8시간 이하를 일하고도 생계 걱정 없는 세상, 늘어난 여가를 창의적으로 활용해 삶의 풍요를 느끼는 사회, 지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성숙한 사람들이 차별 없이 공동체에 참여하는 미래, 바로 이게 희망이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의 통상임금 논란도 단순한 월급봉투의 두께 문제가 아니라 온 사회가 삶의 질 차원에서 도약해야 할 시금석이 아닐까? 잡스 식으로 “나머지 인생을 장시간 노동으로 채우고 싶습니까? 아니면 세상을 바꿔 놓을 혁신을 하고 싶습니까?”
  • [17일(火) 케이블 하이라이트]

    ■20세기 미소년:핫젝갓알지(QTV 밤 11시) ‘핫젝갓알지’ 멤버인 문희준, 천명훈, 토니안, 은지원, 데니안이 패션 화보에 도전한다. 유명 패션 매거진 10월호의 표지 모델로 다섯 멤버가 발탁된 것이다. 멤버들은 과거 하이틴 잡지를 찍던 시절을 회상하며 패션 화보에 대한 욕심을 은근슬쩍 드러낸다. 이번 화보 촬영은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선보인다. ■어글리 트루스(스크린 밤 11시) 고품격 교양 방송을 지향하는 노처녀 아침 뉴스 PD 애비. 강아지보다 고양이를, 야한 농담보다는 레드와인과 클래식을 즐기는 남자를 기다리는 그녀 앞에 본능 충성지수 100%의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바로 심야 TV쇼의 섹스 카운셀러 마이크. 대담하고 노골적인 내용으로 방송계를 발칵 뒤집은 그가 애비의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것인데…. ■썬즈 오브 아나키 2(FX 밤 12시) 철두철미한 에단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 교도소에 수감된 샘크로 조직원들. 신변에 위협을 느낀 클레이는 교도소에 있는 흑인 리더의 도움을 받으려고 주스를 이용해 배신자를 유혹하라는 은밀한 거래를 진행한다. 한편 젬마는 조직원들의 보석금을 구하기 위해 동문서주하다가 엘리엇에게 찾아간다. ■맨 인 블랙 3(캐치온 밤 7시 5분) 알 수 없는 사건으로 현실이 뒤바뀌고 외계인의 공격으로 위험에 빠진 지구. 게다가 MIB 소속 베테랑 요원 케이는 하룻밤 사이에 감쪽같이 사라진다.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는 사건의 열쇠를 쥔 유일한 사람은 케이뿐이다. 우주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사라진 제이 요원을 찾아 과거로 위험한 시간여행을 떠난다. ■미친 사랑(tvN 오전 9시 45분) 미소는 경수에게 줄 이별선물을 준비한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미소는 여전히 경수를 그리워하지만, 죄책감에 쉽게 찾아가지 못한다. 그런 미소에게 재혁은 경수와 다시 시작하라 설득하고, 해령과 유정은 태산을 찾아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중 천사원을 찾은 미소는 그토록 그리던 사람과 마주한다. ■추석특집 깐깐한 쇼핑플래너, 팔로우 미 2(패션앤 밤 11시) 추석 연휴를 맞아 깐깐한 쇼핑플래너들을 위해 전편 연속 방송하는 시간을 갖는다. 쇼핑 잘하는 CEO 김준희와 톱모델 송경아, 패션모델 못지않은 포스의 ‘트렌디한’ 김나영, 그리고 뷰티마스터 도윤범이 트렌드 세터들의 아지트인 삼청동, 가로수길 등 패션 피플들의 핫 플레이스와 다양한 뷰티 처방전을 소개한다.
  • [씨줄날줄] 세금과 헌금/안미현 논설위원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고급빌라촌. 서울시 세금징수과 조사관 15명이 열쇠수리공들과 함께 철문 잠금장치를 뜯어내고 있었다.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의 빌라였다. 최 전 회장은 지방세 37억원을 13년 동안이나 안 내고 있었다. 비자금을 국외로 빼돌린 혐의로 국가가 물린 추징금 1962억원도 내지 않았다. 조사관들은 안방 문 경첩까지 뜯어낸 뒤에야 비로소 굳은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있는 최 전 회장 부부와 맞닥뜨릴 수 있었다. 최 전 회장은 “금 덩어리를 땅에 묻어놓고 세금을 안 내는 게 아니다”라며 신경질을 냈다. 같은 날 서울 강동구 명일동 명성교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의 제98회 총회가 열리고 있었다. 참석자 1033명 가운데 870명이 교회세습방지법안에 찬성했다. 반대는 81명. 압도적인 표차였다. 개신교의 맏형 격인 예장통합이 올해부터 교회 대물림을 공식 금지하기로 한 것이다. 아버지 목사가 아들이나 사위 목사에게 교회를 넘겨주는 풍토는 개신교의 고질적 병폐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기독교대한감리회가 맨 먼저 세습방지법안을 채택하면서 자정 노력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다시 최 전 회장의 집. 조사관들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최 전 회장의 부인 이형자 횃불재단 이사장 앞으로 된 1500만원대의 월급 명세서, 명품시계, 600억원에 육박하는 주식 배당금 내역서 등이 집안 곳곳에서 나왔다. 조사관의 시선이 핸드백에 꽂혔다. 이씨는 명품이 아니라며 애써 감췄지만 가방 안에는 1200만원의 현금다발이 들어 있었다. 당황한 이씨는 “하나님 헌금으로 낼 돈”이라면서 “가져가면 벌 받는다”고 소리질렀다. 조사관은 이렇게 받아쳤다. “세금 내면 하나님도 잘했다고 하실 겁니다.” 사흘 후인 15일 마포구 돼지갈비집. 일요예배를 보고 나온 듯한 일단의 무리가 “목사님들도 세금을 내고 교회 세습도 않겠다며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사람들 때문에 신자 수가 뚝뚝 떨어진다”며 푸념하고 있었다. 예장통합의 교인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년보다 4만여명 감소했다고 한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성직자들도 2015년부터 기타소득세 4%를 내게 된다. “그나저나 (서울시 조사관과 최 전 회장 부인의 입씨름을 지켜봤다면) 하나님은 어떤 걸 더 좋아할까.” 돌발질문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누군가의 대답에 이내 폭소가 쏟아졌다. “그야 세금 낸 뒤 헌금 많이 내는 거지.” 세상 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하나님 법을 지키겠다고 하면 하나님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연설명에 더는 웃을 수 없었다. 안미현 논설위원 hyun@seoul.co.kr
  • “수사기관 제공 통신자료 대선 앞두고 급증”

    이동통신사 등이 수사기관에 제공한 통신자료 수가 대선이 있었던 지난해 하반기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창조과학부가 15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병주(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제공된 통신자료 요청 건수는 모두 42만 5739건이었다. 이는 2011년 상반기보다 31.2%나 늘어난 것이며 올해 상반기보다도 7.7% 많은 수준이다. 요청 기관별로는 경찰이 30만 9822건(전년 동기 대비 31.7% 증가)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검찰 8만 4600건(46.1% 증가), 군 수사기관 등 기타 2만 7768건(4.9% 증가), 국정원 3549건(24.4% 감소) 순이었다. 통신 자료에는 이용자 성명과 주민번호, 주소, 전화번호, 가입 및 해지일자 등의 개인 정보가 포함돼 있다. 민 의원은 “미래부가 통신사업자들의 개인정보 보호업무 관리 실태를 수시로 점검하고, 관계기관회의 등을 통해 범위를 벗어나 부당하게 자료가 제공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관련 법은 법원과 수사기관 등이 통신 자료를 요청하면 사업자가 해당 정보를 자유롭게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 수사기관의 통신 자료 요청이 증가하면서 포털 업체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법원의 영장이 없는 통신 자료 요청에는 불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인사]

    ■농림축산식품부 ◇서기관△농식품공무원교육원 운영지원과장 임채록△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파견 김형재 ■인천시 ◇부이사관 승진△문화관광체육국장 조현석◇서기관 승진△일자리정책과장 전무수△교통기획과장 조태현△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 박종식△다문화정책과장 김재익△도시철도건설본부 관리부장 고건배△노인정책과장 유지상△대중교통과장 신동국△수도권광역경제발전위원회 파견 박운준△의회사무처 기획행정전문위원 왕동항△생활경제과장 백현△항만공항정책과장 이건우△인천경제자유구역청 안인호△안전행정국 특별사법경찰과장 이능환△버스정책과장 기권일△산업통상자원부 파견 김태성△구월농축산물도매시장관리사무소장 김동면△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이종원 류진호 이승학△아동청소년과장 이연숙△교통관리과장 김동훈△인재양성과장 김석희△사회적경제과장 성용원△자원순화과장 심영배<상수도사업본부>△강화수도사업소장 김재경△남동부수도사업소장 김장회△서부수도사업소장 봉종선<아시아경기대회지원본부>△경기장건설과장 엄정대△시설계획과장 임경섭◇서기관 전보△인천경제자유구역청 송해수 최정규 김동호△문화예술과장 이형균△국제협력관 변주영△북부공원사업소장 임승문△사회복지봉사과장 배동환△의회사무처 총무담당관 김희식△인재개발원 교육지원과 장성욱△안전총괄과장 김순호△정보화담당관 추한석△항만공항시설과장 이경석△도시철도건설본부 공사시설1부장 한기용△개발계획과장 김일암△지역개발과장 이종호△부평구 안갑석△미추홀도서관장 김종권<상수도사업본부>△중부수도사업소장 유호민△남동정수사업소장 이주호△북부수도사업소장 김명구△급수부장 전인수 ■한국예탁결제원 ◇부장 <승진>△해외사업부장 최병길△권리관리부장 황창국<전보>△창조금융추진단장 최호근△증권등록부장 이상윤△장외청산업인가추진단장 최홍주△예탁결제연구센터장 허항진△IT보안전략부장(IT인프라운영부장 겸직) 박진석 ■인터넷한국일보 △대표이사 사장 조상현 ■대신자산운용 ◇신규 선임△마케팅그룹 전무 채무진 ■우리파이낸셜 ◇신규 선임△수석전무 최창영
  • “행복·불행 어느 하나에 집착하는 건 어리석어”

    “행복·불행 어느 하나에 집착하는 건 어리석어”

    지난 1998년 정년을 5년 남겨 두고 교수직을 조기 사퇴한 원로 천문학자 이시우(76) 서울대 명예교수.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가리켜 ‘독학 인생’이라 부르길 주저하지 않는다. 검정고시로 서울대에 입학해 교재며 강사진이 별로 없던 천문학과에서 학업에 고군분투했던 일들, 그리고 호주 유학시절 역시 같은 이유로 ‘나 홀로’ 공부에 매달렸던 시절을 떠올리며 하는 말이다. 천문학자로서는 드물게 불교신자인 이 교수는 불교계를 놀라게 할 만한 불교 서적을 잇따라 세상에 내놓았지만 그 또한 모두 독학의 결실이다. 그런 그가 이번엔 ‘직지’를 향해 소신을 불태웠다. ‘직지, 길을 가리키다’(민족사 펴냄) 출간에 맞춰 만난 이 교수는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흔히 선종(禪宗)의 조사·선사들이 남긴 언어는 신비적 경향을 띠어 논리적 해석을 금기로 여기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어떤 것이든 신비화, 초월화한다는 건 비논리적인 것을 절대 권위로 치장하는 것일 뿐이지요.” 다양한 측면에서 선문답의 의미를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마따나 이번 책 ‘직지, 길을 가리키다’는 ‘직지심경’으로 널리 알려진 ‘백운화상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을 일반인도 알기 쉽게 번역, 해석한 해설서이다. 부처님과 조사들이 마음의 본체를 바로 가리켜 보인 설법의 중요한 부분을 골라 기록한 책. 석가모니불 등 ‘일곱 부처(七佛)’로 시작해 달마(達磨) 대사 등 조사(祖師) 스님 28명, 중국 선사(禪師) 110명 등 145명의 핵심적인 가르침을 추려 설명했다. “교양과목인 ‘인간과 우주’를 가르치던 중 ‘금강경’을 읽고 불교에 심취하게 됐어요. 별들이 생성, 소멸하는 이치가 불교 연기법에 딱 들어맞더군요. 우주 법계를 다루는 천문학은 불법(佛法)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선불교는 마음의 종교도, 행복을 추구하는 종교도 아니라는 이 교수는 진정한 자유야말로 ‘연기적 구속’에서 찾을 수 있다고 일관되게 말한다. 우주 만유와 더불어 본연의 삶의 가치와 존재가치를 구현하는 게 선불교의 목적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면 이 교수가 그토록 강조하는 불교의 연기는 무엇일까. “연기는 간단히 말해 주고받음의 관계입니다. 가족 관계나 사회제도, 지구와 달, 태양계 모두가 서로 묶이고 얽혀 있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말해 ‘끈’으로 매인 구속 상태. 그래서 행복과 불행 역시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라고 한다. 행복이나 고통은 실체가 없기 때문에 그 집착 역시 부질없다는 설명이다. “행복 뒤에는 불행이 붙어 있듯이 고통 속에도 진리와 기쁨이 있어요. 어느 하나에 집착하는 건 어리석죠.” 그래서 이 교수는 많은 종교가 그렇듯이 행복만 추구하는 종교는 잘못된 생각을 심어주는 것뿐이고, 무엇보다 고통 속에도 진리가 숨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한때 출가를 결심해 선방에도 들었지만 권위와 억압적인 분위기에 크게 실망해 두 달 만에 선방을 박차고 나와 불교경전 독학을 해 왔던 그다. 이른바 ‘학문 수행’에 매진해 그동안 일궈낸 결실이 바로 ‘천문학자와 붓다의 대화’, ‘천문학자, 우주에서 붓다를 찾다’, ‘천문학자가 풀어낸 금강경의 비밀’같은 책들이다. “오늘날 불교는 집착심을 심어줬어요. 특히 선승들의 독선이나 아집·무례는 불교를 잘못 이해한 탓이 큽니다. 세상 모든 것은 주고받는 연기적 관계로 얽혔는데 이를 오해해 자기중심적인 절대적 주체를 찾고 있을 따름이지요.” 기독교는 하느님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 18세기에 천문대를 세웠는데 불교는 왜 아직도 옛날처럼 방편적인 얘기를 진리, 본체로 생각하고 있느냐고 묻는 이 교수. 그는 “연기법으로 표현되는 주고받음은 항시 안정적인 상태를 향해 진화하는 법인데 인간은 그렇지 않다”며 “이제 불교도 자연도태되지 않으려면 첨단 우주과학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글로벌 금융위기 5년 (하)] “고용 늘릴 창조경제 모델 만들고 성장 이끌 정부주도 정책 긴요”

    [글로벌 금융위기 5년 (하)] “고용 늘릴 창조경제 모델 만들고 성장 이끌 정부주도 정책 긴요”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됐던 글로벌 금융 위기. 유례가 없을 만큼 무겁고 광범위한 공포의 장막을 전 세계에 드리웠던 5년 전의 위기는 사회주의가 사라지고 자본주의로 합일화된 21세기 지구촌에 엄중한 질문을 던졌다. 과연 자본주의는 이 상태로 지속 가능할 것인가, 자본주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인가 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여기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과 정승일 복지소사이어티 연구위원이 만났다. 대담은 지난 6일 오전 9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의 강 의원 방에서 진행됐다. [위기의 원인] 강석훈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 위기가 시작됐을 때, 1930년대 대공황의 충격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죠. 결과적으로 그런 충격은 없었습니다. 밖에서 보기에는 비교적 빠르게 안정을 찾은 것이지요. 그러나 내재된 문제들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리먼 사태 이전부터 자본주의 경제의 두 개 축인 ‘성장’과 ‘분배’는 모두 도전을 받고 있었습니다. 금융 중심의 성장 구도는 금융 버블(거품)을 만들었고, 거품이 꺼지면서 어떻게 성장을 모색해야 하나 방황하는 중이었죠. 미국의 일부 소득지표는 1920년대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현재 세계경제는 새로운 성장의 해법도, 악화되는 소득분배를 완화할 방법도 찾지 못한 상황입니다. 정승일 현재 세계경제는 말 그대로 어정쩡한 상태입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성장에 큰 문제가 없었는데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성장이 정체됐습니다. 누구도 미래에 대한 명확한 답을 못 찾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인간의 얼굴을 한 따뜻한 자본주의를 만들자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이른바 ‘자본주의 4.0’을 만들자는 건데 시장 만능주의가 중시되던 신자유주의(자본주의 3.0)를 벗어나 과거 케인스주의(자본주의 2.0)의 장점을 덧붙이자는 겁니다. 결국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리자는 것이 핵심 내용입니다. 강 저는 자본주의 4.0을 시장과 정부가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합니다. 현재 전 세계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룰을 찾아 헤매는 과정에 있습니다. 다만 글로벌 금융 위기를 통해 우리가 배운 것은 정부의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없으며 경제 거품을 만들게 된다는 겁니다. 정부가 아무리 지출을 늘려도 시장의 뒷받침 없이는 성장의 한계를 만나게 됩니다. 정 지금 세계는 신자유주의가 보여 주었던 시장 만능주의의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금융 부문은 규제를 늘리고 보완하자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과 분배 모두가 안 되는 불안한 상황이고 경제는 활력을 잃었습니다. 성장의 축은 기업 투자입니다. 케인스주의가 탄생한 1930년대에도 기업은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안 했습니다. 그래서 기업 투자를 잡는 불확실성을 정부가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 케인스의 주장입니다. 또 저성장 국면에서는 소비가 줄기 때문에 정부의 지출이 늘어야 합니다. [자본주의와 분배정의] 강 글로벌 금융 위기는 사실 따지고 보면 정부의 재정적자와 저금리 기조에서 촉발됐습니다. 새로운 자본주의 패러다임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출 증대보다는 민간의 투자가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있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등장해 과잉 생산에 나서면서 선진국 기업들의 투자 분야가 줄고 있습니다. 또 세계화의 진행으로 임금을 주고 물건을 생산하는 제조업보다는 자본을 투입하는 게 상대적으로 비용이 더 적어졌습니다. 그렇다 보니 기업들의 투자와 일반 국민경제의 관련이 크게 낮아졌습니다. 투자 프레임보다는 창조경제와 같이 무형자산 투자나 혁신 프레임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정 글로벌 금융 위기의 영향은 복지에서도 크게 나타났습니다. 선별적 복지보다는 보편적 복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훨씬 힘을 받게 된 거죠. 강 소득분배의 악화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에 커다란 이슈가 됐습니다. 소득분배 구조가 열악해진 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우선 인구구조의 고령화입니다. 기술의 진보로 고학력·고숙련자의 필요성은 높아지고 저학력·저숙련자의 필요성은 낮아졌습니다. 세계화에 대한 적응 정도에 따라 계층이 나뉘었고 금융이나 의료 등 서비스업이 발전하면서 임금 격차가 더욱 커졌습니다. 한마디로 고용을 통해 경제 성장의 혜택이 모두에게 전달돼야 하는데 이 효과가 약해진 겁니다. 정 리먼 사태 때 저는 국제통화기금(IMF) 신탁통치로 이어졌던 1997년 외환위기가 떠올랐습니다. 5년 전 미국을 보면서 “너희도 터지는구나” 하는 쾌감도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외환위기 때 IMF나 미국은 정경유착, 국가주도 경제 등 우리나라의 내재된 문제들을 원인으로 지적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한국이라는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와 금융시장이 가진 문제도 컸던 셈입니다. 외환위기 당시 IMF는 우리나라 정부가 개입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시장에 자율회복 기능이 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은 5년 전 위기가 터지자 곧바로 개입을 했습니다. 골드만삭스, 씨티그룹까지 파산할 위기였으니까요. 이제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고 금융시장을 규제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게 됐습니다. 강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미국은 저금리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는 방식으로는 경제 성장이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알려 주었습니다. 또 2010년 유럽발 금융 위기는 재정이 약한 나라부터 위기가 현실화된다는 것을 알려 주었죠. 재정이 튼튼해야 하며, 저금리 성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학습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세계가 움츠릴 때 밖으로 도약하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또 경제와 사회가 떨어질 수 없다는 것도 배웠죠. 대기업들도 사회와 공존하지 않고 기업의 이익만 챙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더욱 명심했으면 합니다. 정 저금리 정책이 금융 버블을 만들었지만 저금리 정책의 이유도 잘 따져 봐야 합니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2000년대 초반부터 저금리 정책을 편 것은 연준의 임무가 물가 상승 방지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정보기술(IT) 버블이 꺼지자 ‘고용 없는 성장’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금리를 올리면 기업 투자가 줄고 고용도 감소합니다. 당시 미국 기업들은 종업원을 줄이는 구조조정으로 주주들의 환심을 사 주가를 높였습니다. 물건 값은 싸지만 직원들은 최저임금을 받는 이른바 ‘월마트 자본주의’도 등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업의 장기 투자가 사라졌습니다. ‘정부의 손’이 필요해진 겁니다. [고용없는 성장의 해법] 강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문제는 구조조정이나 가격조정 등 고통을 감내하는 방식이 아니라 돈을 푸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그 돈을 언제 거두느냐가 문제가 됐습니다. ‘고용 없는 성장’의 핵심 이슈는 고용이 성장과 분배의 고리로서 역할을 해 주느냐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성장이 곧 고용 증가였습니다. 이제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를 가져다 주는 투자를 합니다. 투자 지표는 올라가는데 고용은 늘지 않습니다. 단순 투자가 아니라 고용을 유발하는 투자를 장려해야 합니다. 정 고용 없는 성장으로 성장의 열매를 모두가 나누지 못하는 상황은 상당히 심각한 것입니다. 자본주의가 지난 200년간 유지된 것은 부자의 탐욕이 투자로 연결되고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가질 수 있어서였죠. 사람들이 ‘고용 창출’ 때문에 자본주의를 용인했는데 이제는 그럴 만한 이유가 사라진 겁니다. 고용 없는 성장의 이유 중 하나는 ‘주주자본주의’입니다. 제조업을 경시하고 서비스업을 중시하면 고소득 서비스업이 조성될 것 같았지만 경제 버블만 일어나고 질 좋은 일자리는 늘지 않았습니다. 경제가 주저앉은 아일랜드나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가 대표적입니다. 결국 글로벌 금융 위기는 금융을 중심으로 성장을 하자는 환상을 버리게 했습니다. 금융은 중개 기능만 하면 된다는 거죠. 강 고용 없는 성장은 사실 주로 선진국의 고민입니다. 베트남만 가도 아직 봉제공장투성이니까 말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경제 상황은 신흥국에 가까운데 고용 없는 성장은 선진국과 같다는 점입니다. 정 가장 좋은 창조경제는 제조업이라고 봅니다. 제조업은 연구개발(R&D) 집약형 사업입니다. 제조업에서 10조원을 투자하면 통상 5조원은 설비투자고, 5조원은 R&D 투자입니다. R&D 인력이 늘어나니 ‘고용 있는 성장’입니다. 창조경제를 얘기할 때 우리나라가 선진국을 추격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주항공, 제약산업, 생명공학 등 선진국의 기술 수준을 따라잡는 포스트 캐치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도 정부의 도움을 받아 R&D 인력을 늘렸고, 우주항공과 제약 산업을 키웠습니다. 이런 사업은 투자 10년 후에야 이익을 얻을 수 있어 기업 스스로 하기는 힘듭니다. 강 하지만 우주항공 등의 분야는 선진국의 자국 산업 보호주의가 강하고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도 생길 수 있습니다. 시도는 해야 하지만 고민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박정희 시대 ‘한강의 기적’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영·미식 경제구조를 실험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유럽식 복지 제도를 실험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방식에 가까울 겁니다. 반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선진국의 시스템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구나’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미 많이 따라했습니다. 한국형 자본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선별적 복지도, 보편적 복지도 한쪽만 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어떻게 조정해 한국형으로 만드느냐가 중요합니다. 정 글로벌 금융 위기로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말이 사라졌죠. 선진국이 전부라는 생각이 사라진 겁니다. 이 글로벌 금융 위기는 2011년 금융기업의 탐욕을 꾸짖는 반월가 시위로 이어졌습니다. 세계적으로 경제에 공정한 룰을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경제민주화] 강 반월가 시위가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이 아주 크지는 않았죠. 하지만 경제민주화 논의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는 다리 역할을 했습니다. 그간 재벌들은 새 시장을 개척하고 고용 창출을 많이 했습니다. 반면 2000년대 후반부터 안전한 투자에 집중해 왔습니다. 결국 동네 상권까지 진출하니까 경제민주화 얘기가 나온 겁니다. 대기업은 자본뿐 아니라 인재도 집중됩니다. 해마다 유능한 인재들이 대기업으로 몰려갑니다. 돈과 사람이 있으니 그 힘은 막강합니다. 문제는 어떻게 사회와 어우러지는 대기업을 만드느냐는 것입니다. 정 재벌 가족과 재벌 기업은 따로 떼어서 생각해야 합니다. 대기업들이 이익을 내서 신규 사업에 진출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내부거래 규제를 다소 풀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기업들이 우주항공 등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사업에 진출할 상황을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1년 내에 이익이 안 나는 부서는 바로 정리합니다. 강 경제민주화 원칙은 대기업의 투자는 보장하되 대기업 사주의 사익편취 행위는 막겠다는 겁니다. 향후 몇 년간은 고령화, 중국경제 대응, 남북 통일 등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감안한 새로운 자본주의를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인구구조는 고령화되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이 한국을 앞서 나갈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계속 떨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겁니다. [성장동력의 해법] 정 저는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같은 새로운 플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박근혜 정부는 시장 위주의 철학을 과감히 되돌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시장 얘기를 많이 하죠. 현재 많은 사회적 논쟁은 향후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일정표가 없어서 생기는 것들입니다. 복지 논쟁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세수가 부족해 못 한다면 언제 복지정책을 어떻게 진행할지 알려 주면 됩니다. 기업들도 투자 리스크가 상당히 줄어듭니다. 강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가 정말 시장에 의존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정부가 개입했던 부분도 많았습니다. 또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정부 역할의 강화가 있었지만 모든 분야에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금융 분야는 분명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졌지만 정부가 산업계획까지 이끌 능력과 정책 수단이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1년 단위의 계획도 경제의 변화로 잘 맞지 않습니다. 또 5년 이후의 장기 플랜은 다음 정권이 할 일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사람들을 설득하기 힘듭니다. 정 분명히 성장을 다시 살려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은 2만 달러 정도이고, 미국은 4만 달러입니다. 산술적으로 미국을 따라잡으려면 6~7% 성장을 해도 30년이 걸립니다. 더 노력해야 합니다. 우선 정부의 지출을 늘려야 합니다. 둘째, 분배 위주의 복지국가로 가야 합니다. 셋째, 투자 주도의 성장을 해야 합니다. 기업이 사내에 잔뜩 쌓아 놓고 있는 유보금을 쓰도록 하는 방향의 규제가 필요합니다. 규제를 완화하느냐, 강화하느냐가 아니라 규제의 방향이 중요한 것이죠. 수출 쪽은 기업 규제를 풀고 내부 서비스 진출은 규제를 강화해야 합니다. 진행 김태균 경제부장 정리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강석훈 의원은 ▲1964년 경북 봉화군 출생 ▲서라벌고-서울대 경제학과-미 위스콘신매디슨대 경제학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금융·패널팀장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1997년~) ▲한국재정학회 이사(2003~2006년)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2009년) ▲제19대 국회의원(서울 서초구을)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 ■정승일 연구위원은 ▲1961년 서울 출생 ▲장충고-서울대 물리학과(중퇴)-베를린 자유대학 정치경제학 박사 ▲국민대학교 경제학부 겸임교수(2004년 9월~2006년 8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2004년 9월~2011년 1월)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위원, 사회민주주의센터 공동대표(2011년 2월~) ▲‘쾌도난마 한국경제’ 공저(2005년)
  • 서울대 ‘교회 전도사 퇴치 카드’ 무슨 일?

    ”캠퍼스를 거닐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종교를 믿으라고 강요하는 정체불명의 사람들에 많은 학생이 불편해합니다.” 대학가에서 기독교 등 일부 종교 신자들의 전도 활동이 지나치다고 생각한 대학생들이 ‘무신론 동아리’를 결성하고 전도 거부에 나섰다. 서울대 무신론 동아리 프리싱커스(Free Thinkers)는 ‘길거리 전도사’에게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있는 ‘전도 퇴치 카드’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지난해 카이스트에서 처음 시작한 프리싱커스는 서울대에 이어 고려대, 성균관대, 포스텍 등에서도 결성이 추진되고 있다. 서울대 프리싱커스 회장 양호민(23·원자핵공학과)씨는 8일 “학내에 기독교 동아리만 20여개에 달하지만 종교가 없는 사람에게 막무가내식으로 전도하는 이들에게 평소 반감이 상당히 컸다”고 모임 결성 취지를 설명했다. 전도 퇴치 카드는 캠퍼스에서 전도를 목적으로 다가오는 사람에게 내밀어 보일 수 있도록 A4용지와 명함 크기의 두 종류로 만들어졌다. 카드에는 종교와 생각의 자유를 존중해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카드는 평소 캠퍼스 전도에 불쾌함을 느꼈다는 많은 학생의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학내에 붙인 홍보 대자보가 훼손되고, ‘악마의 조종을 받지 말라’며 항의하는 종교인의 전화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양씨는 전했다. 프리싱커스는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불쾌하게 하는 전도 활동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학내에서 ‘비종교인 권리장전’ 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프리싱커스는 이밖에 무신론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학술행사 등 다양한 활동도 벌이고 있다. 양씨는 “무신론을 반(反)종교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무신론은 종교를 반대하지 않고 다양한 생각을 존중할 뿐”이라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개인의 종교와 믿음은 문제삼지 않는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조광수·김승환, 국내 첫 동성 결혼식…신접살림은 어디서?

    김조광수·김승환, 국내 첫 동성 결혼식…신접살림은 어디서?

    국내 첫 동성커플의 결혼식이 7일 열렸다. 이날 오후 서울 청계천 광통교 앞에서 영화감독 김조광수(48) 감독과 김승환(29) 레인보우팩토리 대표의 결혼식이 열렸다. ’김조광수·김승환의 당연한 결혼식’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결혼식에는 사회를 맡은 변영주, 김태용, 이해영 감독을 비롯해 진선미 민주당 의원,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신동호 시인 등 사회 유력인사들도 참석했다. 두 사람은 이번 결혼식 축의금으로 ‘신나는 센터’를 건립해 한국 성소주자 인권운동 전환점을 마련할 방침이다. 김조광수 감독은 지난 2006년 영화 ‘후회하지 않아(이송희일 감독)’의 언론시사회에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이후 지난 10월 동성 애인 김승환 대표와 함께 영화사 레인보우 팩토리를 설립해 퀴어 영화를 전문적으로 제작, 수입하고 있다. 두 사람은 서울 서대문구에 신접살림을 차릴 계획이다. 한편 이날 결혼식을 앞두고 일부 기독교 신자들이 동성 결혼에 반대해 무대 설치를 방해하는 등 행사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빛나는 졸업장 받았지만 돌아와선 백수 기러기

    [주말 인사이드] 빛나는 졸업장 받았지만 돌아와선 백수 기러기

    미국의 한 대학에서 학사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김모(27·여)씨는 최근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10년 간 유학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6월 귀국했지만 앞날이 막막하다. 김씨는 “미국 경제가 침체되면서 유학생들이 현지 기업에 취업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한국 기업들이 미국 대학들을 돌며 채용 설명회를 하지만 불경기 여파로 채용 인원이 대폭 줄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대학원에 갈지 공기업 취직을 준비할지 정하지 못해 여전히 백수”라며 “유학을 했는데도 앞날이 불투명하다”고 털어놨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 유학생들 가운데 70% 이상이 부모의 권유로 목적 없이 유학을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현지에서 취업이 안 돼 우왕좌왕하다가 백수 신세로 전락하거나, 진로를 결정하지 못해 탈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귀국하지만 취업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최근 중국에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부모들이 수억원을 들여 1990년대생인 어린 자녀들을 유학 보냈지만 일부 유학생들이 마약, 도박, 범죄 등에 빠지는 결과를 일컫는 ‘유학 쓰레기’(留學?)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전 세계 유학생 수 4위인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불경기 여파와 중화권 유학생 증가 등으로 7~8년 새 1위에서 4위로 내려갔지만 유학생 규모는 18만 2300여명으로 여전히 많다. 미 이민세관단속국 산하 학생교환방문정보시스템의 유학생 현황에 따르면 한국 유학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국가인 미국 내 어학연수 및 직업교육을 포함한 한국 유학생 수는 9만 1677명으로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 번째를 기록했다. 그러나 졸업 후 현지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다.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없어 체류 신분이 불안정하고 영어 구사능력이 떨어지는 아시아계 유학생들은 바늘구멍이 된 미국 채용시장에서 인기를 잃고 있다. 미 매사추세츠대학 경제학과 마를렌 김 교수는 “고용주들은 영주권만이 아닌 시민권자를 원하고 구직시장이 어려울 때는 인종이 불리한 요소”라고 전했다. 전 세계적으로 유학생을 유치해 해마다 210억 달러(약 23조 450억원)를 벌어들이는 미국은 최근 경제 위기로 교육 예산을 감축했다. 경영난에 직면한 미 대학들은 더 많은 등록금을 내고도 입학하려는 유학생들을 선호하게 됐다. 그 결과 캘리포니아주 명문 주립대학인 UC버클리대학교 내 아시아계 학생의 비율은 40%에 육박한다. 미국 내 대학 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지난달 미국 내 가장 비싼 대학 학비가 처음으로 6만 달러를 넘어섰으며, 한국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것으로 알려진 뉴욕대학교는 5만 9337달러를 부과하고 있다. 미 대학들은 재정 보조와 장학금 혜택도 상당히 있지만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학금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인 유학생들의 63% 정도가 가족의 지원을 받거나 스스로 벌어서 학비를 대는 실정이다. 그러나 졸업할 때까지 학비에 생활비까지 3억원 이상이 들어가지만 졸업장은 투자 비용 이상의 좋은 일자리를 가져다주지 않은 지 오래됐다. 현지 취업이 어려워지자 유학생들이 한국으로 귀국하는 ‘리턴’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경기도 이들을 수용하기에는 녹록지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이 8.3%에 이른다.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해외 대학 출신 구직자들이 넘쳐나는데다, 국내 대학 출신자들도 이제는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 등으로 상당한 영어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유학생들이 전공 분야 등에서 실력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면 굳이 그들을 뽑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국내 문화를 잘 아는 한국 대학 졸업생들을 선호하는 회사들도 많다. 이러다 보니 한국에서 연봉 3000만~4000만원대 일자리 찾기 경쟁에서 국내 대학 졸업자에게 밀리는 유학생들이 수두룩하다. 미 취업 전문 사이트 ‘워킹유에스닷컴’에 따르면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마쳐도 구직에 성공하는 유학생은 손에 꼽는다. 유학 후 현실이 이렇게 암울하지만 한국에서 수억원을 들여 대학 졸업장을 따기 위해 자녀를 유학 보낸 가족이 115만 가구가 넘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유학 간 자녀와 부인과 떨어져 사는 ‘기러기 아빠’들이 50만명에 육박한다. 이들 가운데 77%는 영양 불균형, 30%는 우울 증세에 시달린다. 지난 7월 5일에는 대구에 사는 한 기러기 아빠가 딸의 유학 문제를 고민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기러기 아빠의 힘든 삶이 가족 해체의 위기를 불러온 것이다. 지난 5월에는 정치권에서 ‘가정의 달’을 맞아 기러기 가족 문제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는 기러기 아빠들의 장기간 독거생활이 야기하는 건강 문제 등이 심각하게 논의됐다. 특히 가족들에게 한 달 봉급의 70% 이상을 송금하면서도 기러기 아빠들이 오랜만에 만나는 자녀와 아내로부터 환대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들의 외로움을 심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중학교 시절 남동생과 함께 캐나다로 유학을 떠난 이모(26·여)씨는 기러기 가족 생활 2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영어 실력도 어느 정도 갖춘 상태에서 유학길에 올랐지만 어린 나이에 외지 생활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씨가 현지에서 만난 다른 유학생들 상당수도 현지 생활을 힘들어하며 “하루빨리 좋은 대학 졸업장을 갖고 한국 부모님 곁으로 돌아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여기서 평생 살 것도 아닌데 이 고생을 왜 하나 하는 회의감에 빠졌었다”며 “결정적으로 몇 개월만에 한 번씩 보는 아버지가 우리를 너무 많이 걱정하고 본인도 힘드시니 잔소리를 많이 하셨고, 결국 크게 다퉜다”고 말했다. 유학 전에는 화목한 가정으로 손꼽혔던 이씨 가족은 오랜 회의 끝에 다시 온 가족이 한국에 모여살기로 결정했다. 이씨의 아버지는 가족을 캐나다로 보낸 후 45평짜리 아파트를 27평으로 옮겨 혼자 살았으며, 그리운 가족 생각에 당시 자신이 운영하던 건설업체 경영에도 소홀해졌다고 했다. 평소 싸워본 적이 없었던 아내와 화를 내며 다투기도 일쑤였다. 다시 한국행을 결정하며 이씨의 기러기 가족 생활은 종지부를 찍었다. 그는 “부모님들이 자식에게 더 좋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주고 싶어하는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유학을 보내기 전부터 가족들 간에 이것이 최선인가를 정말 많이 고심하고 의논해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학의 필요성에 대해 자녀와 충분히 상의하고 목표를 분명히 하는 것은 물론, 가족들 간에도 더 많은 배려와 이해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왼손은 강속구, 오른손은 이웃돕기

    미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특급 선발’ 클레이턴 커쇼(25)가 최고 인성으로도 인정받았다. 커쇼는 미국 로터리클럽이 제정, 시상하는 ‘브랜치 리키상’의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AP통신 등 미국 언론이 6일 보도했다. 브랜치 리키상은 선행을 베풀어 젊은이들의 귀감이 되는 야구 선수에게 주어진다. 올해로 22년째를 맞는 이 상의 주인공 커쇼는 최연소 수상의 영예까지 안았다. 커쇼는 “경기장 밖에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다. 하지만 나와 내 아내가 이 상을 받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커쇼는 류현진의 호쾌한 투구가 나올 때면 더그아웃에서 밝은 미소로 박수를 보낸 다저스의 에이스다. 독실한 기독신자인 그는 아내 엘런과 함께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보육원을 운영하면서 해마다 봉사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삼진을 잡을 때마다 500달러(약 55만원)를 고향 댈러스의 유소년 스포츠에 기부하고 있다. 브랜치 리키는 메이저리그가 백인들의 전유물이던 1947년 흑인선수 재키 로빈슨을 최초로 입단시킨 브루클린 다저스(현 LA 다저스)의 단장이다. 피츠버그 단장이던 1950년에는 라틴계 최초로 로베르토 클레멘테를 메이저리거로 영입했다. 이 상은 각 팀에 한 명씩 후보를 받아 미디어, 야구행정가, 지난 수상자, 팬 등의 투표를 통해 선정한다. 커쇼는 특히 팬 투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시상식은 11월 16일 덴버에서 열린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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