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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에선 왕따, 마을에서는 신… ‘늑대인간’ 소년의 비애

    학교에선 왕따, 마을에서는 신… ‘늑대인간’ 소년의 비애

    일명 ‘늑대인간 증후군’으로 불리는 질환인 ‘범발성다모증’(汎發性多毛症) 때문에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하고 마을에서는 반대로 신으로 추앙받는 한 인도네시아 소년의 사연이 눈길을 끈다. 13세 소년 무하마드 라이한이 앓고 있는 범발성다모증은 신체 전반에 걸쳐 털이 자라나는 매우 드문 유전질환이다. 라이한의 경우 손, 다리, 배 등 신체 곳곳에 굵고 긴 털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다. 이러한 독특한 신체 특성 때문에 라이한은 마을에서 ‘신의 화신’으로 대우받는다. 그의 마을에 사는 힌두교 신자들은 라이한을 힌두교 원숭이 신 ‘하누만’의 현신으로 여기고 있다. 그의 모습을 잠시나마 보기 위해 먼 마을에서 그를 찾아오는 열성 신자도 있다. 하지만 라이만의 특이한 외모는 그가 학교에서 심한 놀림을 받는 원인이기도 하다. 라이한의 모습이 원숭이 신을 연상시킨다는 사실은 어린 친구들에게는 그저 놀림거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극과 극을 달리는 대우에 혼란과 우울함을 느낄 법도 하지만, 독실한 무슬림 신자 라이한은 사람들의 시선에 크게 개의치 않은 채 자신을 존중하며 살아 나가고 있다. 라이한은 “어떤 사람들은 나를 보며 비웃고 또 어떤 이들은 나에게 축복을 받으려 한다”고 말한다. 이어 “이런 사람들은 내게 특별한 힘이 있다거나 내가 신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관심은 괜찮다. 내가 다르게 생겼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어린 라이한이 이렇듯 의연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에는 홀어머니로서 다섯 아이를 키우고 있는 강인한 어머니 파르단의 도움이 컸다. 라이한의 어린시절, 아들의 신체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파르단은 당시에는 살아있던 남편과 함께 수많은 의사들을 방문하며 치료 방안을 찾아 헤맸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사는 치료 방법을 전혀 생각해내지 못했다. 그리고 일부 의사가 추천하는 레이저 제모 수술은 파르단의 가족이 감당하기엔 재정적으로 지나치게 버거웠다. 안타깝게도 결국 아들의 치료를 포기해야만 했던 파르단은 대신 라이한이 미래에 상처받지 않고 자랄 수 있도록 강한 자존감과 신앙심을 심어주었다.그는 “나는 라이단이 신의 선물이며, 그 외모 또한 신의 뜻에 의한 것이라고 믿는다”며 “아들에게도 절대로 자신의 외모에 대해 불만을 가지지 말고 대신 겸허하게 받아들이라고 가르쳤다”고 전했다. 이런 가르침을 잘 받아들인 라이한은 자기 외모가 신의 특별한 선물이라 여기며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나는 신의 축복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덕분에 만족스럽다”며 “나는 이대로도 행복하기에 치료는 바라지 않는다“고 전했다. 사진=ⓒ미러 웹사이트 캡처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학교에선 왕따, 집에서는 신… ‘늑대인간’ 소년의 비애

    학교에선 왕따, 집에서는 신… ‘늑대인간’ 소년의 비애

    일명 ‘늑대인간 증후군’으로 불리는 질환인 ‘범발성다모증’(汎發性多毛症) 때문에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하고 마을에서는 반대로 신으로 추앙받는 한 인도네시아 소년의 사연이 눈길을 끈다. 13세 소년 무하마드 라이한이 앓고 있는 범발성다모증은 신체 전반에 걸쳐 털이 자라나는 매우 드문 유전질환이다. 라이한의 경우 손, 다리, 배 등 신체 곳곳에 굵고 긴 털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다. 이러한 독특한 신체 특성 때문에 라이한은 마을에서 ‘신의 화신’으로 대우받는다. 그의 마을에 사는 힌두교 신자들은 라이한을 힌두교 원숭이 신 ‘하누만’의 현신으로 여기고 있다. 그의 모습을 잠시나마 보기 위해 먼 마을에서 그를 찾아오는 열성 신자도 있다. 하지만 라이만의 특이한 외모는 그가 학교에서 심한 놀림을 받는 원인이기도 하다. 라이한의 모습이 원숭이 신을 연상시킨다는 사실은 어린 친구들에게는 그저 놀림거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극과 극을 달리는 대우에 혼란과 우울함을 느낄 법도 하지만, 독실한 무슬림 신자 라이한은 사람들의 시선에 크게 개의치 않은 채 자신을 존중하며 살아 나가고 있다. 라이한은 “어떤 사람들은 나를 보며 비웃고 또 어떤 이들은 나에게 축복을 받으려 한다”고 말한다. 이어 “이런 사람들은 내게 특별한 힘이 있다거나 내가 신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관심은 괜찮다. 내가 다르게 생겼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어린 라이한이 이렇듯 의연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에는 홀어머니로서 다섯 아이를 키우고 있는 강인한 어머니 파르단의 도움이 컸다. 라이한의 어린시절, 아들의 신체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파르단은 당시에는 살아있던 남편과 함께 수많은 의사들을 방문하며 치료 방안을 찾아 헤맸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사는 치료 방법을 전혀 생각해내지 못했다. 그리고 일부 의사가 추천하는 레이저 제모 수술은 파르단의 가족이 감당하기엔 재정적으로 지나치게 버거웠다. 안타깝게도 결국 아들의 치료를 포기해야만 했던 파르단은 대신 라이한이 미래에 상처받지 않고 자랄 수 있도록 강한 자존감과 신앙심을 심어주었다.그는 “나는 라이단이 신의 선물이며, 그 외모 또한 신의 뜻에 의한 것이라고 믿는다”며 “아들에게도 절대로 자신의 외모에 대해 불만을 가지지 말고 대신 겸허하게 받아들이라고 가르쳤다”고 전했다. 이런 가르침을 잘 받아들인 라이한은 자기 외모가 신의 특별한 선물이라 여기며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나는 신의 축복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덕분에 만족스럽다”며 “나는 이대로도 행복하기에 치료는 바라지 않는다“고 전했다. 사진=ⓒ미러 웹사이트 캡처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서울 네 집 중 한 집은 나홀로 가구… 2035년엔 30%로

    서울시내 네 집 중에 한 집이 나 홀로 가구인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서울시가 발간한 ‘서울경제’ 3월호에 따르면 2010년 서울의 1인 가구 수는 전체 가구의 24.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35년에는 1인 가구 비율이 3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1인 가구 증가 원인은 여성 경제활동이 늘고 결혼관 변화에 따라 비혼·만혼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기러기 가족과 가족 해체로 인한 독신, 홀몸 노인 증가 등이 복합적 요인으로 지목됐다. 변미리 서울연구원 글로벌미래연구센터장은 “독신이 된 원인에 따라 1인 가구를 구분해야 한다”면서 “월소득 350만원이 넘는 골드족을 비롯해 산업예비군, 불안한 독신자, 실버세대 등 4가지 유형으로 구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골드족은 자발적 선택으로 ‘화려한 싱글 생활’을 즐기는 집단이다. 이들은 자신에게 아낌없이 투자하고 사회적 관계를 만드는 활동에 적극적이다. 골드족은 관리·전문직종에 종사하고 대졸 이상의 학력과 월평균 소득이 350만원을 넘는다. 산업예비군 1인 가구는 사회적 직업을 갖지 못한 젊은 20∼30대 취업 준비생 또는 비정규직 집단이다. 산업예비군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밥 먹는 문제’이며 현재 이들의 복지가 사회적 화두이기도 하다. 불안한 독신자는 중장년층 이혼율 증가, 기러기 가족 증가, 중장년 실업 문제 등으로 나타난 1인 가구다. 실버세대는 고령화와 남녀 평균수명의 차이에 따라 늘어나는 1인 가구다. 이들은 절대 빈곤 상태인 홀몸 노인과 경제력이 있는 홀몸 노인으로 구분된다. 변 센터장은 “골드족을 제외한 나머지 3종류 1인 가구의 문제점은 ‘빈곤’ 및 ‘사회적 고립’과 관련 있다”면서 “정부가 1인 가구를 위해 주거 안정성, ‘사회적 돌봄’ 서비스, 노인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北 핵심 간부 ‘숙청 피바람’ 부나… 외화벌이 위축 불가피

    北 선전 매체 “탈북자, 인간쓰레기” 북한 해외 식당에서 집단 탈출해 한국에 입국한 근로자들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 책임 선상에 있는 간부들이 줄줄이 문책, 좌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집권 이후 주민들의 탈북에 대해 ‘혁명의 배신자’라며 관용 없는 처벌을 공언했던 바 있어 책임 소재에 따라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숙청의 ‘피바람’이 몰아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2014년 11월부터 북한 보위부와 보안부는 김 제1위원장의 지시로 ‘98작전’이라는 이름의 내부 공동 작전에 돌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접경 지역 비법 월경·월남 도주 및 밀수 등을 뿌리째 뽑기 위해서 총소리가 울려 퍼지도록 할 것”이라는 김 제1위원장의 명령을 관철시키기 위한 작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경 지역도 아닌 해외 식당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들이 집단 탈북한 사건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간부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감사와 처벌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해외에서 외화벌이를 하고 있는 북한 내 모든 기관들에 대한 특별 감사와 조사, 소환 등 대규모 혼란이 일어날 여지가 크다. 이 때문에 외화벌이 사업 전반의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해외에 근무하는 간부들과 종사자들의 동요가 추가 탈북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10일 “대북 제재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외화 상납에 대한 강한 압박과 함께 비교적 자유롭게 외부 소식, 특히 우리 방송과 인터넷 등을 자유롭게 접하면서 한국 사회 모습을 동경하게 된 것이 이번 (13명의) 탈북 결정의 배경이 됐다”며 “이번 사례가 앞으로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에 집단 탈북한 여성들 중 일부는 조사 과정에서 “최근 대북 제재가 심화되면서 북한에 더이상 희망이 없다고 보고 희망이 있는 한국으로 탈출하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서 해외 식당을 운영하는 당·군·기관들은 당 경공업성, 보위부, 호위국, 무력부, 정찰총국 및 대성총국, 낙원총국, 금강총국, 청년동맹 등 북한 내 권력·경제 핵심 기관들이다. 이들 기관의 책임자들이 외화벌이라는 명분 아래 해외에서 돈을 벌어들이면서 자금 중 일부를 착복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집단 탈북에 따른 검열 외에 추가적으로 여죄를 추궁받을 여지가 큰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북한의 대남 선전용 매체인 우리민족끼리TV는 지난 9일 탈북자들에 대해 “조국을 배반하고 적대 세력들의 반공화국 인권 모략 소동에 적극 편승해 입에 피를 물고 날뛰는 21세기 유다들”이라며 “인간쓰레기”라고 비난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소문은 사실 여부와 무관한 인류의 가장 오래된 미디어

    소문은 사실 여부와 무관한 인류의 가장 오래된 미디어

    소문의 시대/마쓰다 미사 지음/이수형 옮김/추수밭/260쪽/1만 4000원 1973년 12월 일본 아이치현 도요카와 신용금고가 영문을 알 수 없는 대규모 뱅크런(예금 인출 사태) 현상에 빠졌다. 곧 문을 닫을 것이라는 소문부터 도산할 것이라는 소문이 순식간에 확산됐다. 이 소문의 진원지를 확인한 결과는 허탈했다. 같은 달 3명의 여고생이 전철 안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편의상 A, B, C로 표기된 세 여고생 중 B는 당시 한 신용금고에 취업할 예정이었다. A와 C가 “신용금고는 요새 위험하다던데…”라고 농담조로 말했다. B는 집에 돌아와 이를 숙모(D)에게 전했고 숙모는 도요카와 신용금고 본점 가까이에 사는 시누이(E)에게 사실 여부를 물었다. 이 과정에서 E는 단골 미용실에 도요카와 신용금고의 위기와 관련된 소문을 전했다. 그 이후 F, G, H 등 익명의 입소문을 거쳐 해당 신용금고의 전 지점이 대대적인 인출 소동에 휩싸이게 된다. 실제로 금고는 끝내 휴업까지 했다. 소문이 현실이 된 것이다.(제1장 3절 공포와 불안을 먹고 성장하는 소문) 사회가 흉흉해지고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지면 각종 소문과 괴담이 확산된다. 프랑스 사회학자 장 노엘 캐퍼러는 소문을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미디어’라고 불렀다. 일본 속담에 ‘소문은 길어야 75일’이라고 했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한 현시대에서 소문의 유통기한은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 수년 전에 무심코 쓴 블로그 내용이 재확산되는 등 SNS 시대의 소문은 생산-확산-잠복-재생산 과정을 무한 반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소문의 수학적 공식부터 밝히고 시작한다. 소문의 강도와 유포량 즉, 루머(Rumor)는 사안의 중요성(Importance)과 증거의 애매함(Ambiguity)의 합이 아니라 곱(R=IxA)이라는 점이다. 이 공식에 따르면 I와 A 중 어느 하나라도 ‘0’의 값이 되면 소문이 퍼지지 않지만 재해, 전쟁같이 중요하지만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는 소문이 광범위하게 확산된다는 설명이다. 물론 시대적으로 소문은 인간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소비돼 왔다. 다만 사회학자인 저자는 소문이 단순히 진실을 밝힌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는다. 소문과 진실 간의 상쇄 관계에 대한 기존 상식을 깨고 있는 셈이다. 예를 들면 2008년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민주당 후보가 무슬림이라는 소문을 담은 이메일이 광범위하게 돌았다. 오바마 후보는 기독교 신자였지만 어린 시절을 인도네시아에서 보낸 배경 등을 들어 거짓말은 확산됐고, 오바마 캠프는 진땀을 뺐다. 오바마 후보는 거짓 소문을 퍼트린 범인을 밝히는 대신 여러 방송과 연설에서 기독교 신자라는 점을 진실하게 설명하며 소문을 잠재웠다. 여기까지만 보면 소문은 그저 진실만 밝혀지면 사그라드는, 수명이 짧은 유언비어로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진실은 소문을 잠재우는 데 효율적인 수단이 아니라고 역설한다. 오바마 후보가 진실을 말해 소문이 잠재워진 게 아니라 오바마의 후광이 작용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왜냐하면 소문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어리석은 대중’이 아니며 충분히 합리적인 태도에서 소비하는 ‘당신과 나’, 우리라는 점에서다. 소문 자체를 애초에 진지하게 믿지 않기 때문에 진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으며 소문이란 사실 여부를 따지는 법의 영역이 아니라 사람 간의 관계, 즉 정치적 영역에 속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소문이 사실을 뛰어넘는 일종의 신화성이 있다고 설명하며 소문을 둘러싼 인간관계에 집중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조언한다. 결국 소문의 피해자가 될지 말지는 평소 닦은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과 인간관계에 달려 있다는 말인 셈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교황 동성결혼 인정 안 해…가톨릭 원칙 변화 없었다

    교황 동성결혼 인정 안 해…가톨릭 원칙 변화 없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8일(현지시간) 사랑과 성, 결혼에 대한 교황의 권고를 담은 ‘아모리스 래티티아’(사랑의 기쁨)를 발표했다. 하지만 동성애자들에게 교회의 문을 개방하자는 진보주의자들의 바람과 달리 가톨릭 교회의 원칙에는 변화를 주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발표한 260쪽 분량의 ‘사랑의 기쁨’이라는 교황의 권고에서 “동성애자의 결합을 일반 결혼과 마찬가지로 보자는 제안이 있었으나 가정과 결혼에 대한 신의 계획을 볼 때 일반 결혼과 어떤 유사점도 없어 이를 받아들일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고 AFP가 전했다. 교황의 권고는 2014년과 지난해 두 차례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에서 이혼과 재혼, 동성애 등 현대사회가 직면한 가족 문제에 대해 가톨릭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논의한 뒤 나온 것이다. 지난해 시노드에서는 사제의 판단에 따라 이혼이나 재혼을 한 신자들에게 영성체 허용을 판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뒀다. 하지만 동성 결혼에 대해서는 이성 결혼과 비교할 근거가 없다며 기존 원칙을 재확인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사랑의 기쁨’에서도 동성애자를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을 반대하는 교회의 입장을 분명하게 강조했다. 그는 “2014년과 2015년 시노드에서 논의할 때도 동성애자들의 결합이 결혼과 가정에 대한 신의 계획과 비슷하다는 어떤 근거도 없었다”면서 “그러나 성적 취향에 근거한 부당한 차별 등에는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견해는 “내가 어떻게 (동성애자를) 심판할 수 있느냐”고 언급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상당한 기대를 했던 가톨릭 교회 내 동성애자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권고에서 이혼한 사람이나 교회의 허가 없이 재혼한 사람들의 영성체 허용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과 사랑이 요구된다’고만 언급했다. 이는 일부에서 희망하듯 사제들이 이들에 대한 영성체 참여를 허용하도록 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아이들 미래 바꿀 음악 혁명, 학교는 그 시작이죠”

    “아이들 미래 바꿀 음악 혁명, 학교는 그 시작이죠”

    시설 아동 합창단 4년 이끌며 장소 한계 추기경 설득해 2019년 개교 목표로 추진 중고생 60명 모아 연주 등 전문적 교육 “상처받은 이들의 치유와 자립은 동떨어진 게 아니라 동시에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척박한 환경과 삶에 내몰린 청소년들을 위해 소중한 마음을 모은다면 거룩한 구원의 잔치가 될 것입니다.” 2019년 개교 목표로 경기 가평군 설악면에 노비따스음악학교 건립을 추진 중인 천주교 서울대교구 송천오(56) 신부. 7일 서울 중구 중림동 가톨릭출판사 별관 사무실에서 기자를 만난 송 신부는 “신뢰의 결과는 사랑이며 사랑은 거꾸로 희망을 낳는다”며 “노비따스음악학교 건립이 지상에서의 마지막 소명이자 꿈”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송 신부는 가톨릭대 신학부를 졸업하고 사제 서품을 받아 서울 혜화동, 창동, 대치2동, 명동성당 보좌신부와 전농동 본당 주임을 지낸 사제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5년간 파견 사제로 살았던 신부는 귀국 후 우연히 지인 소개로 만난 고아원 수용 아이들의 처참한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가정의 울타리도 느끼지 못한 채 방기된 아이들이 어른들의 일방적인 규칙과 통제에 힘들어하는 모습이 또다시 희생되는 예수의 어린양을 꼭 닮았다는 느낌이었지요.” 수동적인 생활과 사회의 편견이 버겁기만 한 아이들이 내뱉는 “창살 없는 감옥”이라는 말에 시작한 게 노비따스 어린이 합창단이다. 4년간 시설 수용 아동들을 대상으로 어린이 합창단을 운영하면서 절실히 느낀 게 있었다고 한다. “그 아이들은 충분히 주체적으로 살 의욕이 있고 그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게 아버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찾아 주는 길을 ‘유쾌한 멍에’로 받아들이기로 했지요.” 4년간 어린이 합창단을 운영하면서 장소의 문제와 시설의 눈치를 봐야 하는 한계에 부닥쳐 고심 끝에 작정한 게 바로 노비따스음악학교. 자연 속에서 결손 가정 아이들을 치유하는 태국의 ‘무반덱’과 영국 ‘서머힐스쿨’에서 착안했고 빈민가 아이들에게 음악을 통해 미래에 대한 비전과 꿈을 제시했던 베네수엘라 ‘엘시스테마’의 음악혁명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한다. 염수정 추기경에게 대안 음악학교 설립을 제의했고 2014년 8월 음악학교 설립 전담 신부로 발령받아 분주하게 뛰는 중이다. 학교는 연건평 3000평에 모두 5개 동 규모로 세워질 예정이다. 우선 중고등학부 6년 과정에 60명을 수용 시설로부터 추천받아 성악·기악·작곡 등 음악전공과 일반 교과·언어 교육, 심리·진료상담, 오케스트라·어린이 합창단 등 연주 봉사활동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경기교육청, 가평군과 함께 대안학교 인가 행정 서류 제출을 위한 막바지 작업 중이다. “계획대로 차질 없이 절차가 마무리되면 오는 가을쯤 착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신부는 잔뜩 기대하고 있다. “예수님이 이 세상에서 베푸신 기적은 구원의 길을 우리에게 보여준 것”이라는 송 신부는 교구의 지원 없이 건축비를 마련하기 위해 각 본당을 찾아 모금 중이다. 부지 마련에 든 비용도 모두 신자와 독지가들의 십시일반 후원을 통해 충당했다고 한다. 그 후원에 보답하는 뜻을 담아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오후 2시 가톨릭출판사 마리아홀에서 감사 미사를 봉헌한다. “노비따스음악학교의 설립을 예수님께서 보여준 구원의 재현으로 본다”는 송 신부는 나날이 늘어 가는 후원자들을 만나면서 기적 같은 희망의 씨앗을 본다고 했다. 그리고 기자를 배웅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신앙이란 모든 이의 구원을 위해 깨달음을 선행으로 실천하며 사는 것이지요. 실천하지 않는 신앙은 죽은 신앙이 아닐까요.”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메신저 1위 ‘왓츠앱’ 모든 메시지 암호화

    세계 최대 메신저 서비스인 ‘왓츠앱’이 메시지의 완전한 암호화에 성공해 5일(현지시간)부터 서비스 시작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아이폰 잠금 해제를 둘러싸고 애플과 미 연방수사국(FBI)이 갈등을 빚은 가운데 나온 이번 조치는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 왓츠앱이 내놓은 암호화 서비스는 발신자와 수신자만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종단 간(end-to-end) 방식이다. 왓츠앱 직원들은 물론 FBI 등 수사기관도 관련 메시지를 확인할 수 없다고 왓츠앱은 블로그에서 밝혔다. 왓츠앱의 공동 설립자인 막시 마린스파이크는 “일대일 혹은 그룹 간 모든 대화와 메시지, 음성통화는 물론 사진, 영상까지 암호화가 적용된다”고 말했다. 과거 특정 스마트폰에서만 구동되던 암호화와 달리 아이폰, 안드로이드폰은 물론 노키아나 블랙베리 같은 구형 휴대전화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왓츠앱의 이 같은 암호화 서비스는 최근 미국 사회를 뒤흔든 사생활 및 국가안보 논란과 잇닿아 있다. 각국 정부와 법원이 왓츠앱의 암호화에 주목하는 이유다. 메시지 보호가 잘되는 러시아산 메신저 ‘텔레그램’이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무장단체에 악용돼 온 전례 탓이다. 영국 가디언은 미 공화당 소속의 상원 정보위원장인 리처드 버 의원이 암호화된 메시지를 규제하는 새로운 법안을 조만간 의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전세계 정상들 혈연도 부정하게 만든 ‘파나마 페이퍼스’

    전세계 정상들 혈연도 부정하게 만든 ‘파나마 페이퍼스’

    온세상을 뒤흔든 사건은 늘상 있어왔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과 IS의 지구촌 테러, 원전사고 등은 그 파장이 특정한 국가나 몇몇 지역에 머물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밖에 각종 크고 작은 사고들 또한 그 영향은 곳곳에 미쳤다. 자본을 중심으로 한 이해관계가 국가 단위를 벗어나 복잡다단하게 얽혀있는 신자유주의적 현상이며, 그 결과물이다. 조세 회피와 관련해 사상 최대 규모의 자료를 담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파나마 페이퍼스'가 던진 파장은 그야말로 '핵폭탄급'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씨 등 한국을 비롯해 중국, 영국, 아이슬란드, 칠레, 파키스탄,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 유럽,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빠짐없는 세계 여러 나라의 전 현직 지도자 또는 그들의 가족이 언급되면서 진땀을 쏟게 만들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특히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강력한 반부패정책을 펴며 전현직 고위 관료들을 벌벌 떨게 만들었던 시 주석으로서는 뜻하지 않은 외부의 강력한 장벽에 부닥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시 주석이 반부패 운동으로 공산당을 개혁하고 대중의 지지를 얻었지만, 자신을 포함한 당 고위 인사 친인척의 재산은닉이나 탈세 혐의가 폭로되면서 반부패 운동이 '이중 잣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중적 지지 확보 및 집권 기반 강화의 핵심정책이던 부패와의 전쟁이 부메랑이 돼 날아온 셈이다. 파나마 페이퍼스에 연루된 중국의 전·현직 고위 인사들은 매형이 연루된 시 주석을 비롯해 장가오리(張高麗) 상무위원,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 등 현직 상무위원 3명과 리펑(李鵬) 전 총리, 자칭린(賈慶林) 전 전국정협 주석 등 전직 상무위원 5명이다. 현직 지도자의 첫 사임 사태까지 촉발됐다. 5일 AP통신에 따르면 아이슬란드의 시그뮌 뒤르 다비드 귄로이그손 총리는 의회에서 불신임 투표 절차가 시작된 가운데 전격적으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 전날부터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의 의회 앞에서는 3만명 가까운 분노한 시민들이 모여 총리 사임을 요구했다. 귄뢰이그손 총리와 그의 부인은 파나마 최대 로펌 '모색 폰세카'의 도움을 받아 2007년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윈트리스'라는 회사를 공동 설립했다. 아버지, 혹은 아들에게 쏟아지는 연루 의혹에 대해 꼬리 자르기에 나서려는 노력도 역력하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자신의 아버지가 역외펀드를 설립한 것으로 밝혀지자 비판의 화살이 자신으로 겨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온힘을 쏟았다. 현지언론들은 이날 캐머런이 "역외펀드 주식이나 재산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적극 해명하면서도 부친에 의해 설립된 펀드로부터 혜택을 입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응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자신의 자녀들의 이름이 거명된 파키스탄의 나와즈 샤리프 총리는 의혹을 벗기 위해 대법원 판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아무런 의혹이 없고, 성인인 두 아들은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책임이 있으며 나는 그 문제에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 지도자도 범지구적자본이 광대하게 쳐놓은 이익의 그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제투명성기구(TI) 칠레 지부장은 5개 이상의 페이퍼컴퍼니에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투명성기구의 신뢰도에 손상을 끼쳤다면서 사임했다. 중남미 지역에서는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비롯해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인 재벌 후안 아르만도 이노호사 칸투, 페루 대선 지지율 1위인 게이코 후지모리 후보의 측근인 하비에르 요시야마 사사키와 실 요크 리데이 등이 파나마 페이퍼스에 거론됐다. 반면 파나마 페이퍼스의 폭로 자료에서 자유로운 지도자들은 적극적인 진상 조사에 나서고 있다. 캐나다 국세청은 5일 "우리는 파나마를 포함해 캐나다와 과세 조약을 맺고 있는 상대국, 그리고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협력해 폭로된 자료를 수집하는 것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에 따르면 파나마 페이퍼스에는 캐나다인이 350명 거명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국세청은 자료가 확보될 경우, 세무감사를 벌여 세금회피를 위해 자금을 해외로 도피시켰을 가능성이 있는 자국민이 누구인지를 찾아내겠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역시 "전 세계적으로 불법적인 자금의 흐름이 항상 있어 왔다"면서 "그런 행위가 쉽게 일어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세금을 회피할 목적의 그런 거래를 정당화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대학 나아갈 길 책 펴낸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

    서거석(62) 전 전북대 총장이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대학이 살아남을 고언을 담은 책을 펴냈다. 2014년 전북대총장을 퇴임한 서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최근 ‘위기의 대학, 길을 묻다’를 발간했다. 이 책은 대학개혁의 성과와 그 과정, 대학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법, ‘소통해야 하는’ 리더 총장의 역할을 담았다. 또 학생들의 기초교육과 전공교육을 혁신하고 취업교육을 강화하면서 ‘잘 가르치는’ 대학의 면모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인생의 책으로 삼았다며 “대학 개혁과 발전을 위해서는 구성원의 자발적인 개혁 의지와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총장은 낮은 자세로 구성원의 의견을 듣고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2006년부터 2014년까지 8년간 전북대 총장을 역임하며 임기 동안 추진했던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가장 보람된 일로 꼽았다. 실제로 서 교수는 총장 취임 직후 연구하지 않는 교수들의 ‘철밥통’을 깨는 개혁을 단행했다. 제대로 된 연구실적이 없어도 무사안일하게 임기를 마치게 해줬던 교수 재임용 제도를 뜯어고쳤다. 연구실적 등이 없으면 과감히 퇴출시키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었다. 교수 퇴출제는 서 교수의 주된 업적인 동시에 학기마다 1∼2명의 동료 교수가 잘려나가는 모습을 봐야 했기에 가장 가슴 아픈 일이기도 했다. 물론 내부 반발도 컸다. 그는 “자신의 개혁 사례를 전북대가 오래 기억하고 타 대학이 교훈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펜을 들었다” 말했다. 서 교수는 “위기일수록 대학 구성원 모두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교수는 질 높은 강의로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직원은 행정 서비스를 높이고 학생은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부고]

    ●권오태(전 동립통상 대표)씨 부인상 혁창(연합뉴스 전국부 부장대우)혁준(에코테라 대표)씨 모친상 김수정(비즈니스포스트 부장)고혜영(성악가)씨 시모상 3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6일 오전 8시 30분 (02)3010-2000 ●권용범(대신자산운용 경영지원그룹장)용덕(삼성SDS 수석보)씨 부친상 이상호(광덕신약 회장)박민혁(전 씨앤엠 부사장)유진평(매일경제신문 벤처지원부장)씨 장인상 4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6일 오전 (02)3410-3151 ●장익렬(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초대 병원장)씨 별세 호근(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정형외과 교수)씨 부친상 4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6일 오전 10시 30분 (02)2258-5940
  • [월요 정책마당] 정부3.0 빅데이터 활용한 즐거운 변화/전성태 행정자치부 창조정부조직실장

    [월요 정책마당] 정부3.0 빅데이터 활용한 즐거운 변화/전성태 행정자치부 창조정부조직실장

    백화제방(百花齊放)의 계절이다. 개나리꽃, 유채꽃 등 봄꽃들이 만개하여 산과 들판을 알록달록 물들이고 있다. 꽃 하나하나는 작지만 함께 모여 있으니 큰 물결처럼 무늬를 띤다. 작은 것이 모이니 새로운 아름다움이 생겨난다.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정보 시스템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관심도 끌지 못한 채 쌓여 있던 데이터를 한데 모아 분석하면 독특한 패턴이 발견된다. 이로써 이전엔 파악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이른바 빅데이터 분석이다. 산업혁명기 철과 석탄에 비유되면서 ‘21세기의 원유’로 뜨거운 관심을 받는 게 빅데이터다. 물적 자원 없이도 창의성과 아이디어로 고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창조경제와 행정한류의 신자본으로 인식된다. 정부3.0이 용어부터 어렵고 애매해 낯설게 여겨지지만 쉽게 말하자면 ‘유능한 정부’를 통한 ‘국민 맞춤형 서비스’ 실현을 핵심으로 한다. 이것도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효과적이다. 정부는 정부3.0 중점 과제 중의 하나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미래지향적 행정 구현’을 선정했다. 공공부문과 민간이 보유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특정 지역의 문제점이나 국민의 요구사항을 빠르게 파악하고 더 효과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행정을 실현해 적은 인력과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내는 정책을 펼칠 수 있어 행정 효율성 향상에도 기여한다. 공공영역 전반에 걸쳐 정부3.0을 본격 추진하면서 최근 3년간 70개 기관에서 167개의 공공 빅데이터 분석을 시행했다. 이와 함께 행정자치부는 2013년부터 해마다 국민 생활에 파급효과가 큰 과제를 중심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추진해 왔다. 대표적으로 2014년에는 교통, 폐쇄회로(CC)TV, 민원 등 국민 생활에 밀착된 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지난해엔 공동주택 관리비, 근로환경 개선,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과 민원 등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는 분야에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적용했다. 국민 생활과 직결된 사례로는 공동주택 관리비의 투명성 제고를 들 수 있다. 행자부는 국토교통부, 경기도와 함께 안양 지역 160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관리비 및 입찰 자료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관리비 부당 징수 및 공사입찰 부조리 등을 예방하기 위한 지수를 도출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부조리 가능성이 높은 아파트 5개 단지를 현장 실사한 결과 평균 22.8% 정도에서 공사비가 과다 책정된 사실을 확인했다. 나아가 공동주택 관리비 부정 사용 및 입찰비리를 근절하고 관리비를 10% 절감할 경우 연간 1조 1000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행정업무의 효율화를 통해 국민 일자리를 직간접적으로 개선한 사례로는 고용노동부와 함께 진행한 ‘근로감독 사업장 선정 과학화’를 들 수 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임금체불, 부당 근로 행위 등 기초고용질서를 위반하는 불량 사업장의 패턴을 분석한 뒤 근로감독 및 사업장 안전에 취약한 근로감독 대상 사업장을 선정한 사례이다. 이를 활용하면 향후 근로사업장의 노동환경을 개선해 3년간 1461억원의 임금 체불 감소 효과를 거둘 뿐만 아니라 노사 분쟁 비용을 감소시키는 데도 큰 효과를 발휘할 듯하다. 최근에는 사회적 핫이슈로 떠오른 아동학대 문제에 빅데이터 분석을 적용해 그 해결을 꾀하고 있다. 학대 고위험 예측 모형을 개발하고 ‘복지사각지대 발굴관리 시스템’, ‘국가 아동학대정보 시스템’ 등과 연계한 상시발굴 시스템 구축으로 위기가정에 필요한 서비스를 적기에 제공할 것이다. 정부3.0이 아직 국민 체감엔 모자란다는 비판도 높은 기대치 탓이라고 본다. 예컨대 출생신고 때 관련 행정 서비스를 주민센터에서 원스톱으로 신청받도록 해 자칫 놓칠 수 있는 정보를 선제적으로 제공하는 ‘행복출산’ 정책을 꼽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아예 출생신고 자체를 병원에서 마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보건, 의료, 치안 등의 분야에 우선적으로 빅데이터 분석기법을 적용함으로써 생활안전과 경제 활성화 같이 정부3.0 취지에 한층 걸맞은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 무엇보다 복잡한 여건 안에서 어떻게 국민행복을 늘릴까에 정부3.0의 초점을 맞출 것이다.
  • 거제 사는데 왜 성남 선거 문자 오나?… 유권자 불만

    정당한 경로로 연락처 수집 가능 출처 확인 땐 입수 경위 밝혀야 경남 거제에 사는 직장인 김모(27·여)씨는 7차례에 걸쳐 경기 성남의 국회의원 후보로부터 선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자신과 상관없는 내용에 짜증이 난 그는 이 번호를 스마트폰에서 ‘스팸’으로 등록했다. 김씨는 3일 “가 본 적도 없는 곳에서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알고 문자를 보냈는지, 개인정보가 유출된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4·13총선 후보자들이 휴대전화 단문 문자메시지(SMS)를 중요한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유권자들이 지역구가 잘못되거나 지나치게 잦은 수신 등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유모(40)씨는 “반복되는 문자가 와 해당 후보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내 휴대전화 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더니 ‘지인에게 추천을 받았다’고 했다”며 “선거 사무실에 본인의 동의도 없이 연락처를 알려주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후보자들은 후보의 지인이나 동창회 등을 통해 합법적으로 휴대전화 번호를 입수한다는 입장이다. 해킹 등으로 유출된 개인정보를 돈 주고 사는 일은 없다고들 말한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상 타인의 휴대전화 번호를 선거 사무실에 알려주는 것은 법 위반이 아니다. 하지만 유씨와 같이 SMS를 받은 사람이 후보 사무실에 휴대전화 번호의 입수 경위를 물으면 구체적인 답변은 해야 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출처가 된 사람의 이름이나 단체명을 정확히 밝히지 않고 ‘지인으로부터 받았다’는 등의 추상적인 답변만 하면 개인정보보호법 제20조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후보 사무실에서 밝힌 출처가 지인이나 아는 단체가 아니라면 ‘118’로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등으로 받는 선거 메시지에 대한 불평도 많다. SMS와 달리 사진이나 동영상이 첨부되는 경우가 많고 횟수도 SMS보다 많다. 카카오톡은 SMS가 아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신저로 분류돼 선거 문자의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문자처럼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송하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성향이 강해 전자우편(이메일)이나 SNS와 더 유사하기 때문이다. SMS의 경우 한번에 20명 이상에게 동시에 보내면 불법이지만 SNS 메신저는 허위 사실이나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만 아니면 자유롭게 발신이 가능하다. 전송 횟수나 한번에 발신 가능한 수신자 수의 제한이 없다는 의미다. 또 SMS는 음성, 동영상, 화상 파일 등을 첨부할 수 없지만 SNS 메신저는 가능하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최모(65)씨는 “잘 알지도 못하는 동호회 회원들이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다’며 지지 문자를 보내는 게 너무 귀찮다”고 전했다. 이런 경우는 개인적으로 발신 금지를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 선거운동 기간에는 후보 이외의 사람도 개인적으로 문자를 보내 지지 운동을 할 수 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교황 효과’ 꺾였나… 작년 천주교 영세자 감소

    한국 천주교 신자 수는 565만 5504명으로 총인구(5267만 2425명)의 10.7%를 차지했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가 31일 발표한 한국 천주교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신자는 전년보다 1.7%(9만 4500명) 늘어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한 2014년 신자 증가율이 2.2%로 급증한 이후 1년 만에 증가율이 줄었다. 지난 한 해 세례를 받은 영세자는 11만 6143명으로 전년 대비 6.9%(8605명) 감소했다. 영세자는 2010~2013년 감소세를 보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한 2014년 반등해 5.0%의 증가율을 보였지만 지난해 다시 감소세로 바뀌었다. 전체 신자 가운데 여성이 57.9%를 차지해 남성(42.1%)보다 많았다. 연령별로는 50대가 19.1%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17.1%로 뒤를 이었으며 65세 이상 신자도 96만 1000여 명으로 전체의 17%를 차지했다. 반면 19세 이하 청소년 신자 수는 1년 전보다 약 2만 3000명 감소한 60만 3000여명으로 10.7%에 불과해 고령화 현상이 심화됐다. 성직자는 추기경 2명을 포함해 주교 38명, 한국인 신부 4909명, 외국인 신부 182명 등 총 5129명으로, 전년보다 145명 늘었다. 주일미사 참여율은 20.7%로 집계됐다. 한편 교황청이 발표한 2014년 교회 통계연감에 따르면 2014년 말 현재 전 세계 가톨릭 신자는 12억 7228만 1000명으로 세계 총인구의 17.8%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보다 1835만 5000명이 늘어난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천주교 신자는 전 세계의 0.43%를 차지해 세계에서 44번째, 아시아에서는 필리핀과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산을 닮아 있었다… 세계 최초 ‘히말라야 8000m급 16좌 완등’ 엄홍길 대장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산을 닮아 있었다… 세계 최초 ‘히말라야 8000m급 16좌 완등’ 엄홍길 대장

    안나푸르나에서 겸허함 배웠고 히말라야 휴먼 원정대 영화로 남아 2006년 여름에 만난 엄홍길은 전사(戰士) 같았다. 허벅지 인대가 땅긴다며 잠시도 앉아 있지를 못하고 거실을 어정거렸다. 뜨거운 심장과 혈액을 히말라야 고봉 능선의 어디쯤에 두고 온 듯했다. 그때는 로체샤르(8400m) 3차 도전에 실패한 직후였다. 머리에서 산이 떠나지 않는다고 했다. 편안한 표정은 아니었다. 그 만남이 있고 9개월 후 엄홍길은 4차 도전을 했고, 성공했다. 동시에 세계 최초의 ‘히말라야 16좌 완등’ 주인공이 됐다. 10년이 흘러 다시 만난 쉰여섯 살의 엄홍길은 산을 닮아 있었다. 허예진 머리카락에 여유를 담은 미소. “돌아보니 산이 품을 내주어 내가 그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작은 거인의 깨달음은 ‘겸허함’이었다. -1977년 9월 15일. 네팔 현지시간 낮 12시 50분에 고상돈(1948~1979) 선배가 에베레스트(8850m) 정상에 올랐다. 신문을 보는데 가슴이 터지는 것 같았다. ‘고상돈’이라는 이름 석자는 나에게는 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고상돈 선배의 세계 최고봉 정복은 고1 우리 반 교실에서도 화제가 됐다. 대부분 친구들은 “뭐하러 그 추운 데까지 날아가서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나는 달랐다. 이미 나는 산을 잘 타는 학생으로 약간 이름을 알리고 있던 터였다. 그걸 아는 한 친구가 말했다. “홍길아, 너도 나중에 한 번 해 봐.” -그로부터 일주일 정도가 지나 산소마스크를 쓰고 오른손에 태극기를 든 영웅의 모습이 신문 1면에 일제히 실렸다. 정성껏 사진을 오려 내 방 벽에 붙였다. 사진을 보고 또 보았다. 머릿속에는 온통 히말라야 빙벽을 올라가는 내 모습뿐이었다. 당시 나의 산악 등반 능력은 이미 수준급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앞에서 깔아 준 줄을 잡고 암벽을 오르는 게 아니라 내가 선봉에 서서 루트를 개척하는 경지에 올라 있었다. -경남 고성에서 농사꾼으로 살던 아버지는 시골살이를 답답해하셨다. 1960년 첫째인 나를 낳고 3년 후 과거에 군 복무를 해서 익숙했던 경기 의정부로 이사를 오셨다. 그런데 하필 터를 잡은 게 등산로였다. 도봉산을 찾는 등산객들을 상대로 작은 매점을 차렸다.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부모님과 도봉산 망월사와의 인연이 계기가 됐다. -산은 집이기도 했고 놀이터이기도 했다. 호암초등학교를 다녔는데, 아침에 학교에 갈 때는 1시간을 뛰어서 내려갔고, 오후에는 1시간 30분 동안 산길을 올라왔다. 그 어릴 적부터 하루에 2시간 30분씩 산을 탔던 셈인데, 처음부터 힘들다는 불평도 없이 잘 다녔던 것으로 기억한다. -반에서 나는 ‘산에 사는 아이’로 통했다. 지금처럼 컴퓨터나 스마트폰 같은 게 없던 시절, 친구들에게 우리 집은 인기가 아주 많았다. 봄에는 버찌를 따려 벛꽃나무에 오르고, 진달래를 따 먹었다. 여름에는 계곡물을 막아 물장구를 치며 고기나 가재를 잡았고, 가을이면 다래·밤·잣 등을 찾아다녔다. 겨울에는 눈길을 헤치며 토끼를 잡으러 다녔다.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클라이밍(암벽 등반)에 관심이 생겼다. 주말이면 산악회 사람들이 많이 왔는데 도봉산 두꺼비바위에서 등반하던 산악인들에게 클라이밍의 기초부터 배웠다. 그러나 내가 그들보다 더 산을 잘 타는 ‘날다람쥐’로 성장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세상에, 어쩜 그렇게 산을 빨리 올라가니.” 어른들은 일주일이 무섭게 늘어가는 나의 빠른 실력 향상에 혀를 내두르곤 했다. -1980년 2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설악산으로 들어갔다. 전문 산악인이 되기로 한 이상 대학에 대한 미련은 없었다. 한 선배가 대청봉 밑에서 ‘희운각’ 산장을 운영했는데 그 일을 도우며 산을 탔다. 그때 만난 사람이 정양근 형이었다. 그가 1983년 스물일곱 나이에 안나푸르나에서 눈사태를 만나 세상을 뜰 때까지 그는 나에게 정신적 지주였다. 하도 설악산을 헤집고 돌아다니다 보니 나중에는 능선들이 손금 보듯 훤했다. 일반 등산객들은 대청봉까지 2, 3시간이 걸렸지만 나는 1시간이면 올랐다. 5시간이 걸리는 설악동까지의 코스도 2시간 30분이면 충분했다. 사람들은 나를 ‘축지법 청년’이라고 불렀다. 체력이 절정에 달해 어떻게든 발산을 해야만 했는데, 그것이 아무리 험준한 산도 한달음에 내달릴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집에 있는 부모님은 한숨이 늘어갔다. “그렇게 대학도 안 가고 등산만 하면 도대체 나중에 뭘 해 먹고 살려는 거냐.” -그런 걱정과 반대에도 당시 벌이는 꽤 쏠쏠했다. 설악산 등반객들 때문에 산장 운영은 꽤 벌이가 되는 장사였다. 명절이나 휴가철이면 ‘돈을 라면박스에 쓸어 담는다’며 즐거워했다. 군대 가기 전 1년 반 정도의 설악산 산장 생활은 전국 산악인들과의 인연을 맺는 귀한 시간이기도 했다. 일반인 등반객들이 뜸한 비수기가 되면 보름 정도씩 지리산, 오대산, 소백산 등 다른 산을 찾아가 그곳에서 활동하는 산악인들과 만나 등반도 하고 식사도 했다. 얼마 후 전국적인 인맥이 형성됐다. -내가 도달하지 못한 산 정상이 하나씩 둘씩 줄어갈수록 가슴속에 있던 히말라야에 대한 꿈은 점점 더 커져갔다. 그러기 위해서 꼭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었다. 군대였다. 십수년을 산에서 보내서였을까. 몸으로 하는 거라면 뭐든지 자신이 있었던 시절. 육군은 재미가 덜할 것 같았다. 해군에 입대했다. 인천에서 작은 군함을 탔는데 3개월 만에 배의 엔진에 불이 나서 대기발령을 받게 됐다. 그때 지체 없이 해군특수전단(UDT)에 지원했다. 석 달간의 수병 생활도 지루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UDT 훈련은 산악인으로서 나의 능력을 몇 단계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엄청난 양의 수영은 폐활량과 근력을 키워 주었다. 경주 감포에서 독도까지 5박 6일 동안 헤엄쳐 가 본 적도 있었다. 6개월 동안 다이빙, 수중 폭파, 수중 침투, 육상 침투, 낙하산 공중침투 등 훈련을 다 견뎌내야 했는데, 1주일간 단 한숨도 잠을 안 잔 적도 있었다. -1984년 9월 제대를 하고 나서 그해 연말부터 에베레스트 원정을 준비했다. 박영배 대장이 나를 원정대원으로 뽑아 주었다. 대원을 선발할 때에는 등반 기술, 체력도 중요하지만 정신력과 인간성도 중요한 심사 요소로 본다. 1년가량 혹독한 훈련이 이어졌다. 무거운 배낭을 지고 속보 산행을 하며 지구력 훈련을 하면서 암벽과 빙벽에 붙어살았다. -히말라야 도전은 집에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1985년 겨울 D데이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저 얼마 있으면 네팔에 갑니다.” 아버지는 펄쩍 뛰셨다. 죽을지도 모른다며 절대로 안 된다고 하셨다. “저는 정상까지는 안 가요. 꼭대기는 선배들이 오르고 저는 그냥 심부름 정도만 하는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차마 사실대로 말할 수가 없었다.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지금처럼 원정대 스폰서가 흔치 않아서 그동안 모아둔 돈 500만원을 고스란히 털어 넣었다. 그렇게 떠난 첫 도전에서 에베레스트는 나를 품어 주지 않았다. 1993년 초오유(8201m)와 시샤팡마(8201m) 등정 성공을 시작으로 1998년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았다. 히말라야 16좌 중 10번째 등정이었는데, 고1 때의 다짐으로부터 20여년 만이었다. -많은 사람이 히말라야 16좌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봉우리가 무엇인지 묻는다. 안나푸르나(8091m)다. 네 번을 실패했다. 1998년 네 번째 도전에서는 동료를 3명이나 잃었고 나 자신도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왔다. 7600m 지점 급경사에서 미끄러지는 셰르파를 구하려다 함께 굴러떨어졌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발목이 완전히 꺾여 돌아가 있었다. 사고 지점에서 4600m의 베이스캠프까지 그 다리를 하고 2박 3일 동안 내려왔다. 유독 그 봉우리만 실패를 거듭한 이유를 떠올려 보면 젊은 날 그 산에서 떠나간 정양근 선배가 떠오른다. 언제나처럼 자만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주고 싶었을 것은 아닐까. -어쨌든 안나푸르나 4차 등정 실패 후 병원에서 “다시는 산에 오를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11번째 봉우리를 앞에 두고 평생의 여정이 끝나는가 싶었다. 어둠 속의 고통을 말해 무엇하겠나. 10개월간 고통 속에서 도봉산을 오르내리며 재활했고 다시 몸을 만들 수 있었다. 이듬해 5번째 안나푸르나로 향했고 결국 정상에 섰다. 그곳에서 배운 겸허함은 16좌 완등을 무사히 마치게 해 준 힘이었다. -2007년 16좌 등반을 완료하자 기쁨과 함께 허탈함이 밀려왔다. 주변에서 “이젠 편하게 살라”고 했다. 목숨을 건 사투가 그들에게 꽤나 힘겨워 보였는가 보다. 엄홍길휴먼재단을 만들기로 했다. 네팔의 산골 오지 학생들에게 학교를 지어 주는 프로젝트인데 16개를 건립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13개가 착공돼 있다. -2013년 말 영화 ‘해운대’, ‘국제시장’을 만든 윤제균 감독이 연락을 해 왔다. 감독이 아닌 영화 제작자로서였다. 에베레스트 8750m 지점에서 조난당한 후배들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2005년 휴먼원정대를 꾸린 것을 영화로 만들자는 거였다.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고 자문을 해 달라고 했다. “절대로 안 됩니다. 가까스로 치유한 유족의 상처를 다시 건드리게 됩니다.” 완강히 거절을 했다. 사실 앞서 2005년에도 여러 영화 제작자가 연락을 해 왔다. 그때도 같은 이유로 모두 거절을 했다. 그러나 윤 감독의 집요함은 이전 제작자들과 달랐다. “산과 사람의 역사를 함께 조명하자”고 했다. 고민을 거듭했다. 결국 마음을 바꿨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메시지를 영화를 통해 전하기로 했다. 초고속 성장을 하면서 추락한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휴먼원정대를 통해 일깨우고 싶었다. ‘배려와 양보가 사라진 이기적인 사회에서 우리가 지키고자 했던 동료애와 희생정신은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가. 정신이 황폐화된 채 맞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는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렇게 해서 영화 ‘히말라야’(2015년·황정민 주연)가 탄생했다. -나는 지금도 히말라야에 오르고 싶다. 도시는 너무 답답하다. 야생마처럼 멋대로 천지를 달리다가 갇힌 기분이다. 열정을 불태우던 시절이 그립다. 체력적으로 아직 8000m 산에 오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시간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매월 많게는 10번 정도 강의를 한다. 말하는 것을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 군부대, 경찰, 관공서, 기업체, 학교 등 다양한 곳에서 강연 의뢰를 받는다. -지금도 웬만하면 오전 스케줄은 비우고 북한산을 오른다. 내 산책 코스는 북한산 백련사 입구에서 진달래 능선을 지나 대동문까지 오른 후 아카데미 하우스로 내려오는 길(10㎞)이다. 1시간 30분 정도면 완주하는데 요즘은 나를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서 이렇게 저렇게 인사를 하다 보면 2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산에 오르는 길은 ‘이러다 죽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상황의 연속이다. 산은 사람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곳곳에 크레바스가 도사리고 있다. 눈사태도 감수해야 한다. 8000m 고봉에서는 산소가 해수면의 3분의1밖에 안된다. 두세 발짝 움직이고 나서 3~5분간 숨을 거칠게 쉬어야 다음 한 발을 내디딜 수 있다. 유일한 동반자는 시련을 참아내는 내 안의 용기와 인내뿐이다. 정상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내고 완전히 탈진이 된 후 하산을 한다. 오를 때는 정상이라는 결과에 몰입해 두려움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내려올 때는 정신이 돌아오면서 겁이 나기 시작한다. 사고도 내려올 때 더 많이 일어난다. 우리들 인생과 비슷하다고나 할까.김태균 사회부장 windsea@seoul.co.kr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사진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엄홍길 대장은 1993년 초오유(8201m)를 시작으로 2007년 로체샤르(8400m) 등정까지 세계 최초로 8000m 이상 히말라야 고봉 16좌를 완등했다. 2005년에는 에베레스트 등반 도중 숨진 고 박무택, 백준호, 장민 대원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휴먼원정대’를 조직했다. 세계 산악계 최초로 동료를 구하러 목숨을 건 등반을 감행해 ‘휴머니스트’라는 별명을 얻었다. 현재는 엄홍길휴먼재단을 운영하며 네팔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 건립에 분주하다. ▲1960년 경남 고성 출생 ▲양주고, 한국외국어대 중문학 학사·체육교육학 석사 ▲밀레 홍보팀 기술 고문, 상명대 자유전공학부 석좌교수, 대한산악연맹 대회협력위원장 ▲체육훈장 거상장·맹호장·청룡장, 대한민국 산악대상, 대한민국 창조경영인상 수상 히말라야 16좌 등정 일지 초오유→시샤팡마(1993년·8027m)→마칼루(1995년·8463m)→브로드피크(1995년·8047m)→로체(1995년·8516m)→다울라기리(1996년·8167m)→마나슬루(1996년·8163m)→가셔브룸1(1997년·8068m)→가셔브룸2(1997년·8035m)→에베레스트(1998년·8850m)→안나푸르나(1999년·8091m)→낭가파르바트(1999년·8125m)→칸첸중가(2000년·8586m)→K2(2000년·8611m)→얄룽캉(2004년·8505m)→로체샤르
  • 이메일 무역사기, 보안메일 솔루션이 척척 걸러준다

    이메일 무역사기, 보안메일 솔루션이 척척 걸러준다

    최근 이메일 해킹을 이용한 무역사기가 기승이다. 지난 3월 초에 미국회사 CEO를 사칭하며 발신자명만 바꿔 무역대금 사기를 벌인 외국인 3명이 검거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미국의료업체 대표이름으로 무역거래 대금 송금하라는 내용과 함께 계좌를 이메일로 회사 재무담당자에게 보내 국내 은행 계좌로 15만 달러를 가로채려다 붙잡힌 사건. 이런 유형의 사기는 이메일을 이용한 무역사기 중 가장 일반적인 수법이며, 이메일 서비스에서 발신자 이름을 임의로 바꿀 수 있는 기능을 악용한 것이다. 위 사건이 발생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3월 중순에 국내 K기업에게도 같은 수법으로 무역사기를 시도한 사례가 있어 무역업계에 이메일 해킹 비상이 걸렸다. 다행히도 K기업은 ㈜기원테크의 ‘시큐메일 클라우드(SCM CLOUD)’ 보안메일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어 사기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었다. 수법은 위의 사건과 같았다. 해커가 K기업 바이어의 이메일을 해킹하여 K기업 직원과 주고받는 메일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 평소 업무메일에 답변메일(RE:표시)이 많은 점을 이용, 업무 메일 중간에 바이어의 이름을 사칭하여 메일을 가로챘던 것이다. 해커가 보낸 메일에는 무역대금을 계좌로 송금하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하지만 보안메일 솔루션을 사용하는 K기업의 직원은 이 사기메일을 전달받지 않았다. 위변조된 메일계정에서 발송한 메일이 보안메일 솔루션에 의해 자동으로 차단되었기 때문. K기업 직원은 “우리가 사용하는 보안메일 솔루션은 위변조 된 메일계정에서 메일이 발송 될 경우 메일이 사전에 차단되어 사기메일에 위험에 노출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평소 거래처와 업무 메일을 주고받을 때 메일에 표시된 이름과 내용만 확인하는 경우가 많고 메일주소까지 확인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만약 메일이 전달되었다면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며, “기원테크의 보안메일 솔루션 덕에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기원테크 관계자는 “거래처를 사칭한 해킹 메일들이 대량 유포되고 있는 만큼 해킹방법에 알맞은 대응책이 요구되고 있다”면서 “이번 경우는 시큐메일 클라우드의 위변조 메일 차단 기능을 통해 차단되었으며, 실제발송지까지 추적하여 위변조 메일을 여부를 확인하는 기술이다. 앞으로 더욱 지능화 될 해킹방법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인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시큐메일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다수의 기업들이 해킹메일을 탐지하고 대응을 하고 있어 피해를 입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정의화 의장의 대권도전, 신(神)이 허락할까

    정의화 의장의 대권도전, 신(神)이 허락할까

      정의화 국회의장이 29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정치결사체´를 만들고 싶다는 뜻을 재차 피력했다. 최근 언론 보도보다는 톤이 약해졌지만 새누리당 복당 역시 고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의장의 이런 언행이 내년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되면서 그 스스로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는 인상을 준다.  정 의장은 그동안 공사석에서 몇차례 ´대권´을 겨냥한 의중을 밝힌 적이 있다. 지난해 10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상당히 구체적인 언급이 있었다.  관훈토론회에서 정 의장의 관련 발언은 다음과 같다. “제가 국회의원 출마할 때 종합병원 원장이었고, 우리나라에서는 그런대로 인정받는 뇌혈관 수술 전문가였습니다. 제가 그것을 다 마다하고 정치로 나설때는 나름 꿈이 있었습니다. 우리 국가와 사회를 제대로 바꾸려면 정치가 중요한 툴이고,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자리는 대통령입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인생의 목표는 될 수 없지만 제가 꿈꾸는 그러한 사회를 만드는데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이 배지 한두번 달 것 같으면 병원 원장하고, 의사하는게 낫지 뭐 그거 하느냐고 그랬을 때 제가 분명히 얘기했습니다. ”대통령 하는게 내 꿈이다. 그래서 하려고 한다.“ 아무튼 그래서 제가 부산시장 경선에도 출마했는데 똑 떨어지고요, 최고위원도 나가봤는데 똑 떨어졌어요. 제가 대통령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되는 데에 출마하면 다 떨어졌어요. 그런데 국회 재경위원장, 국회부의장, 국회의장은 제가 바란 길이 아니었는데 됐어요. 하늘의 뜻이 자네는 국회의장으로서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것에 만족하라는 것으로 일단 이해하고 있습니다.”  정 의장이 몇몇 현안을 두고 청와대와 각을 세운 일, 이번에 신당 창당을 시사한 것을 ´대선 출마´ 의지와 연결시켜보면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정 의장은 ´“대통령이 되려면 권력의지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에 대한 사랑”이라고 강조한 적이 있다. 얼마나 대중과 정치권의 공감을 얻을 지는 미지수지만, 정 의장 스스로 ´대권 도전´의 가이드라인을 정해 놓고 행동하는 것은 아닐까  정 의장은 독실한 개신교 신자다. 1974년 전주예수병원에서 전공의로 근무한 것을 계기로 세례도 받고, 충실한 신앙생활을 해오고 있다. 그는 사석에서 “아직도 하나님의 뜻을 정확히 모르겠다. 내가 대권을 염두에 두고 도전하면 왜 번번이 좌절시키는지. 대신 다른 복은 분에 넘치게 주신다. 너무 일이 잘 돼 뭔가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총선 후 정치지형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그 와중에 정 의장이 일정부분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번에는 신(神)이 정 의장에게 ´대권 도전´이라는 궁극적 희망의 실천을 허락할 지 지켜볼 일이다. 온라인뉴스부 총선취재반 iseoul@seoul.co.kr
  • 파키스탄 공원 자폭테러 72명 숨져… “부활절 기독교인 노렸다”

    파키스탄 공원 자폭테러 72명 숨져… “부활절 기독교인 노렸다”

    가족 나들이객 붐빈 일요일 오후 어린이 등 노린 소프트 타깃 테러 300명 다쳐 중상 많아 피해 늘 듯 파키스탄 기독교 신자 1.6% 불과 27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북동부 펀자브주 주도 라호르 도심의 굴샨에이크발 공원. 6700㎡(약 2030평) 규모의 대형 공원은 여느 일요일과 다름없이 크리켓을 하거나 놀이기구를 타려는 어린이들로 가득했다. 특히 이날은 기독교 최대 축제인 부활절이어서 종교 행사에 참석하려는 이들로 평소보다 더욱 붐볐다. 이날 오후 6시 40분쯤 아이들이 놀고 있던 그네 바로 옆에 서 있던 한 남성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자신이 입고 있던 20㎏ 정도의 폭탄 조끼를 터뜨려 자폭을 감행했다.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고 불길이 치솟으면서 인근에 있던 사람들이 공중에 붕 떠올랐고 평화롭던 이곳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로이터도 “죽거나 크게 다쳐 피를 흘리는 어린이들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찢어진 (아이들의) 사지들 위로 놀이기구가 (아무렇지 않은 듯) 돌아가고 있었다”며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묘사했다. 파키스탄 일간 익스프레스트리뷴은 이번 자살 폭탄 테러로 최소 72명이 사망했고 300여명이 다쳤다고 공개했다. 부상자 대부분이 중상자여서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지 경찰은 “공원에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이 많아 사망자 대부분이 어린이와 여성이었다”고 발표했다. 지난 22일 벨기에 브뤼셀 테러 때와 마찬가지로 테러 조직과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소프트 타깃 테러’가 또다시 자행된 것이다. 특히 죄 없는 어린이들까지 무차별 테러 대상으로 삼는 등 도를 넘어선 행태에 전 세계가 공분하고 있다. 이슬람 수니파 무장조직 파키스탄탈레반(TTP)의 강경 분파 ‘자마툴아흐랄’은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임을 자처하며 “부활절 행사를 하던 기독교인들을 노렸다”고 말했다. TTP는 2012년 10월 여성 교육권을 주장하던 10대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2014년 노벨평화상 수상)의 머리에 총격을 가하고, 2014년 12월 북서부 페샤와르의 학교를 공격해 학생 등 150여명을 살해하는 등 어린이·청소년을 상대로 한 테러를 이어가고 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인구 약 1억 9700만명 가운데 97%가 이슬람교도이며 기독교 신자는 가톨릭과 개신교를 합쳐도 1.6%에 불과하다. 당연히 테러 현장에도 무슬림이 훨씬 많았다. 자마툴아흐랄은 ‘공격 대상’으로 규정한 소수 기독교 신자를 제거하기 위해 자신들이 지키고 보호해야 할 더 많은 수의 이슬람교도를 함께 희생시키는 모순적이고도 극악한 만행을 저질렀다. 이 때문에 이번 테러가 ‘기독교인 제거’라는 명분과 달리 실제로는 이슬람 테러집단 내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냐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이런 속내를 반영하듯 자마툴아흐랄은 테러 직후 “우리가 라호르에 입성했다는 사실을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파키스탄 북동부 공원서 폭탄테러…참혹했던 현장

    파키스탄 북동부 공원서 폭탄테러…참혹했던 현장

    파키스탄의 소수 기독교 신자를 겨냥한 자살폭탄 테러 희생자가 70명을 넘어섰다. 자폭 테러가 놀이터에서 일어났고 희생자 대부분이 어린 아이들이어서 전세계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무고한 시민의 목숨을 노린 이슬람 무장단체의 범죄행위가 극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폭 테러로 추정되는 이번 사건은 일요일인 지난 27일(현지시간) 저녁 파키스탄 북동부 라호르의 공원에서 일어났다. 그네가 있던 자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한 구조대원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사망자 대다수가 여성과 아이들이었으며, 부상자도 크게 다쳐 목숨이 위태로운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이 무장조직 파키스탄텔레반(TTP)의 강경분파 자마툴 아흐랄은 이번 테러의 주범임을 자처하면서 부활절 기독교도를 노린 행위였다고 밝혔다. 실제 폭발 당시 공원은 부활절을 축하하는 기독교 신자들로 붐볐으며 가족 단위 시민들이 집으로 향하던 중이었다고 경찰 고위간부인 하이더 아시라프는 전했다. 이들 대부분은 중하위 계층 시민들로 전해졌다. 현지 TV 방송국의 생중계에 따르면 사고 장소는 곳곳이 피로 물들고 들것에 실려나가는 사신과 부상자들로 아수라장이었다. 구조대원들은 줄지어 대기한 구급차에 부상자를 옮겨싣고 라호르 시내 7개의 병원으로 수송했다. 병원들은 수백명의 부상자 수술과 치료에 필요한 헌혈을 요청하고 있다고 파키스타 언론인 더 네이션은 전했다. 안타까운 사연도 이어졌다. 8명의 일가가 모두 숨지고 3달 전 결혼한 신혼부부도 함께 목숨을 기도 했다. 경찰관인 무하마드 이크발은 더 네이션에 “두 다리를 잃은 9살짜리 남자아이도 목격했다”며 참혹했던 테러 현장을 증언했다. 목격자들은 끔찍했던 폭발 순간을 떠올렸다. 지샨(17)은 “폭탄이 터진 그네 바로 옆에 서 있었다. 아주 큰 폭발과 함께 정신을 잃었고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다”고 말했다. 파티마 비비(60)는 “내 평생 그렇게 큰 굉음은 처음 들었다. 정말 끔찍했다”고 돌아봤다. 이 지역 주민인 하산 임란(30)은 로이터통신에 “폭탄이 터졌을 때 화염이 높은 나무 위까지 치솟았다”면서 “공중에 날아오른 시신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실종된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부상병동과 각 병원 영안실에 모여들었다. 무하마드 아시라프(50)와 아내는 라호르 시내 한 병원에서 12살 짜리 아들을 찾고 있었다. 아시라프는 그의 아들이 친척들과 폭탄이 터진 공원에 놀러나갔었다며 “오 알라신이시여 하나뿐인 제 아들은 어디있습니까. 저희를 구하소서. 저희를 보호하소서”라고 울부짖었다. 시신들은 마요 병원에 속속 안치됐다. 시신을 안치할 관과 묘소는 무료로 제공될 방침이라고 더 네이션은 전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씨줄날줄] 독불장군/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독불장군/최광숙 논설위원

    2차 대전의 ‘영웅’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고집이 세고 자기주장이 강한 ‘독불장군’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신념과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자신의 스타일만 고집하지 않고 유연한 방식으로 접근해 자신의 뜻을 이루는 ‘소통의 대가’이기도 했다. 나치의 침공으로 위기에 처한 영국을 구하고자 참전을 주저하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과 2000여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결국 미국을 참전케 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방문 당시 백악관 침실에서 벌거벗은 채로 루스벨트와 마주쳤을 때 “미 합중국 대통령 각하, 영국 총리 처칠은 각하에게 숨길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자, 보십시오”라고 말해 루스벨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비타협적인 성격 때문에 정치적으로 실패한 아버지를 반면교사로 삼아 그는 정적들에게 타협과 유머와 기지를 발휘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우리 정치권에서는 처칠의 유머는 눈 씻고 찾으려야 찾을 수 없는 ‘진독’(진짜 독불장군) 2명이 화제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바로 그들이다. ‘오만’과 ‘독선’으로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더욱 부채질한다는 평이다. 그들은 “니들이 뭘 알아”라는 식의 무소불위의 언행 등 여러 면에서 닮았다. 우선 그들은 가는 곳이면 어디나 ‘갈등의 진원지’, ‘트러블 메이커’가 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한솥밥을 먹던 지난 대선 때 정책 방향을 놓고 이 두 고집불통끼리 여러 차례 갈등을 빚었다고 한다. 대선 당시 김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 후보에게 “나와 이한구 중 선택하라”고 압박해 그를 선대위에서 배제하는 것으로 봉합이 됐단다. 얼마 전 당을 바꿔 야당 대표가 되고서도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친노·운동권 세력과 크게 충돌해 당내 분란이 일어났다. 이한구 위원장 역시 공천 과정에서 ‘배신자 찍어 내기’를 금과옥조로 무리한 공천 작업을 벌여 욕을 먹었다. 심지어 김무성 대표를 향해서도 “바보 같은 소리”라며 인신모욕성 발언을 서슴지 않아 친박·비박 간의 갈등을 더욱 증폭시켰다. 친박 내에서조차 그는 ‘비호감’ 소릴 듣는다.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공천 칼춤’을 추다 지금은 청와대에서 ‘책임론’까지 제기되는 부메랑을 맞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유승민 의원 고사작전을 벌이다 결국 김 대표의 ‘옥새투쟁’을 야기해 일을 크게 그르치게 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앞뒤 재지 않고 맡은 직책의 ‘전권’을 행사하겠다며 과욕을 부리는 성향이라는 평을 듣는다. 정적에게는 무자비하게, 하지만 자신은 과신하는 것도 비슷하다. 그들이 앞으로 어떤 자리를 염두에 두고 있을지는 모른다. “독불장군에겐 미래가 없다”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말이 새삼 생각난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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