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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 농단’ 고발인 3번째 공개 소환… 대법원 압박 수위 높이는 檢

    양승태 사법부 시절의 ‘법관사찰·재판거래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가 조석제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장을 고발인 신분으로 25일 소환했다. 세 차례 고발인 소환이 이례적으로 모두 공개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검찰이 여론전을 펼치며 대법원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검찰은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조승현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도 불러 조사했다. 조 본부장은 이날 오전 10시 검찰에 출석하며 취재진에게 “대법원은 치외법권 지역이 아니다”라며 “대법원에서 PC 제공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관련자 PC 하드디스크 등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지만, 대법원은 일주일 가까이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 공무원노조 법원본부는 지난달 30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 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임 교수부터 조 본부장까지 고발인 소환을 연일 공개하고 있다. 고발인 조사는 통상적인 절차지만, 검찰이 직접 고발인 출석 시간까지 언론에 알리는 것은 무척 이례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고발인들이 검찰에 나오며 대법원을 강력하게 규탄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어 대법원이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재 검찰은 20개가 넘는 고발장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정부 “군함도 등서 강제 노역” 日은 이행경과 보고서 ‘꼼수’

    정부 “군함도 등서 강제 노역” 日은 이행경과 보고서 ‘꼼수’

    日, 2015년 세계유산 등재 후 정보센터 설치 등 약속하고도 “도쿄에 싱크탱크 형태로 설치” 경과보고서엔 ‘강제노역’ 빠져지난 2015년 7월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이 신청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 규슈-야마구치와 관련 지역’에 대한 심사 결과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지옥도라 불리던 군함도(하시마) 등 23개 시설이 ‘메이지 시대’ 일본 산업혁명 유산 시설로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시민단체들은 이 중 군함도 등 7곳에서 조선인 강제 노역이 있었다고 호소했다. 5만 7900명의 조선인이 강제 동원됐고 이 중 94명이 사망하고 5명이 행방불명됐다. 이에 일본은 1940년대 조선인을 포함해 강제 노동을 시켰다는 사실을 간접 인정했고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에 2017년 12월까지 강제 노역 사실 명시에 대한 ‘이행 경과보고서’를 제출토록 했다. 또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에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조치를 준비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일본은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정보센터 설치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일본은 지난해 11월 유네스코에 제출한 851쪽 분량의 ‘유산 관련 보전상황 보고서’에서 조선인 등이 강제 노역을 한 산업 유산 관련 종합정보센터를 현지로부터 1000㎞ 이상 떨어진 수도 도쿄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보고서에서 ‘강제’(forced)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2차 대전 때 국가총동원법에 따라 전쟁 전(前)과 전쟁 중, 전쟁 후에 일본의 산업을 지원(support)한 많은 수의 한반도 출신자가 있었다”는 표현을 쓰며 약속을 어겼다. 이후 정부는 세계유산위원회 소속 국가 등을 상대로 일본의 충실한 약속 이행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현 외교부 제2차관은 지난달 2일 일본에 ‘세계유산 등재 후속 조치’에 대한 약속을 조속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강제 동원 실상을 알리는 활동을 하는 일본 시민단체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는 한국의 민족문제연구소와 함께 지난 20일 “일본의 보고서는 세계유산위원회가 강제노동을 비롯한 ‘역사의 전모’를 밝히라고 권고한 데 대해 충실한 이행 계획을 담고 있지 않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회원국에 보냈다. 이들 단체는 “보고서는 강제 노역 피해자를 산업을 지원한 사람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며 “도쿄에 세계유산정보센터를 세우겠다는 계획은 도쿄가 세계유산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피해자를 기리기 위한 목적과 관련이 없어서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서울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검찰, 여론전으로 대법원 압박?

    검찰, 여론전으로 대법원 압박?

    사법농단 고발인 조사 이례적으로 잇따라 공개 소환 양승태 사법부 시절의 ‘법관사찰·재판거래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가 조석제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장을 고발인 신분으로 25일 소환했다. 세 차례 고발인 소환이 이례적으로 모두 공개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검찰이 여론전을 펼치며 대법원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검찰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장 조승현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도 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조 본부장은 이날 오전 10시 검찰에 출석하며 취재진에게 “대법원은 치외법권 지역이 아니다”라며 “대법원에서 PC 제공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관련자 PC 하드디스크 등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지만, 대법원은 일주일 가까이 이렇다할 반응이 없다. 조 본부장은 이날 지참한 추가 제출 서류에 대해선 “특별조사단 조사 보고서에는 실명으로 그동안 관여했던 행정처 관계자 명단이 적혀있는데, 그 당시 근무했던 직원들의 명단을 사무분담표를 통해 일일이 특정했다”고 설명했다. 공무원노조 법원본부는 지난달 30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 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양 전 대법원장 등에게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공동 학술대회에 개입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법관 동향을 파악하는 등 직권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임 교수부터 조 본부장까지 고발인 소환을 연일 공개하고 있다. 고발인 조사는 통상적인 절차지만, 검찰이 직접 고발인 출석 시간까지 언론에 알리는 것은 무척 이례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고발인들이 검찰에 나오며 대법원을 강력하게 규탄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어 대법원이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이라고 밝혔다. 현재 검찰은 20개가 넘는 고발장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장고 거듭하는 대법 “임의제출 법령 위배 검토”

    양승태 사법부 시절의 ‘법관사찰·재판거래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고발인 조사를 빠르게 이어 가는 가운데 대법원은 자료 제출을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대법원은 24일 “검찰이 요구한 임의제출 자료 범위에 개인정보보호법 등 법령 위배 사항이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설명하며 검찰의 광범위한 자료 요구에 불편한 기색을 노출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는 25일 오전 10시 조석제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장을 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사건을 특수부에 재배당한 뒤 세 번째로 진행하는 고발인 조사다. 앞서 고발인 자격으로 서울 서초 검찰청사에 출석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인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장인 조승현 방송통신대 교수는 취재진에게 “법원이 임의제출하지 않는다면 검찰이 영장을 발부받아서라도 재판 거래 의혹을 증명할 나머지 파일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9일 검찰로부터 자료 제출을 요구받았지만 숙고하던 대법원은 이날 “검찰 공문을 검토해 자료를 준비 중”이라면서 “수사기관으로부터 방대한 자료제출을 요구받은 입장에서 임의제출이 관련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는 등 여러모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점을 양해 바란다”고 밝혔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PC 하드디스크, 대법원 자체 조사 문건과 면담 기록, 법인카드 사용 내역과 차량운행 기록,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포함한 49명에 달하는 법원 관계자들이 대면·서면·방문청취 등 여러 방식으로 진술한 내용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대법원의 설명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우선 대법원이 제한적인 임의제출을 할 경우 압수수색 시도 등 검찰의 강제수사 명분이 쌓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이 임의제출 단계에서 검찰 수사 자료의 적법성을 미리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향후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가 현실화돼 일선 법원이 영장 발부 여부를 심리할 때 법리적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장고 거듭하는 대법원…검찰 ‘강제수사’ 나설 명분 얻을까

    장고 거듭하는 대법원…검찰 ‘강제수사’ 나설 명분 얻을까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관사찰·재판거래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고발인 조사를 빠르게 이어가는 가운데 대법원은 자료 제출을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는 25일 오전 10시 조석제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장을 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사건을 특수부에 재배당한 뒤 세 번째로 진행하는 고발인 조사다. 앞서 고발인 자격으로 서울 서초 검찰청사에 출석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인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장인 조승현 방송통신대학교 교수는 취재진에게 “성역 없는 수사를 해야 한다”며 “법원이 임의제출하지 않는다면 검찰이 영장을 발부받아서라도 재판 거래 의혹을 증명할 나머지 파일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 19일 검찰로부터 자료 제출을 요구받았지만 아직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PC 하드디스크, 대법원 자체 조사 문건과 면담 기록, 법인카드 사용 내역과 차량운행 기록 등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검찰이 요구한 면담 기록에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포함한 49명에 달하는 법원 관계자들이 대면·서면·방문청취 등 여러 방식으로 진술한 내용이 담겨 있다. 다만 면담 기록에 양 전 원장은 포함돼 있지 않다. 법원행정처는 이른 시일 내로 제출하고자 자료 분류 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사법행정권 관련 민감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어 제출 범위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이 오래 침묵할수록 검찰의 강제수사에 명분만 더해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김명수 대법원장이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공식 발언한 점도 시간을 끌 수 없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나아가 검찰은 “특별조사단에서 작성한 보고서는 보지 않는다”고 밝힌 만큼 철저하게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을 원자료만으로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법원행정처가 제출한 자료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재차 임의제출을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우병우 겨눈 ‘사법농단’ 수사

    법원행정처·禹 연결 고리 드러날 수도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관련 고발인을 연일 소환 조사하며 수사 속도를 올리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번 수사가 ‘재판거래’와 ‘법관사찰’ 의혹을 받는 양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넘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향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2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는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대표인 조승현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를 불러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 등을 고발한 경위를 조사했다. 조사에 앞서 조 교수는 “사법부가 사안을 자체 조사했지만, 국민 의혹이 크기 때문에 검찰이 샅샅이 수사해서 진실을 밝혀 주기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전날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인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고발인 조사하기도 했다. 검찰은 앞서 양 전 대법원장, 임 전 차장, 행정처 주요 실장과 심의관 등이 사용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법원 내 이메일·메신저, 법인카드 사용 내역, 관용차 운행 일지 등을 임의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두고 검찰의 칼날이 우 전 수석을 겨누고 있다는 해석이 분분하다. 이번 수사는 ‘법관사찰’과 ‘재판거래’ 두 갈래로 진행되는데, 그중 재판거래의 한 축이 청와대고, 청와대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한 인물이 우 전 수석이다. 때문에 임 전 차장에 대한 수사는 결과에 따라 우 전 수석으로 향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요구한 자료는 임 전 차장을 비롯한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는 것들”이라면서 “이미 검찰이 확보한 우 전 수석의 동선과 통화 기록 등과 비교하면 진실 규명이 되는 것은 물론, 결과에 따라 우 전 수석에게 추가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양 전 대법원장을 접견하기에 앞서 우 전 수석과 임 전 차장이 만났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이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tea@seoul.co.kr
  • 檢, 재판거래 의혹 본격 수사…첫 고발인 임지봉 교수 조사

    양승태 사법부 시절 ‘재판거래’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는 21일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고발 경위를 들었다. 임 교수는 지난 1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한 참여연대의 사법감시센터 소장이다. 임 교수는 이날 검찰에 출석하며 취재진에게 “행정처는 행정 조직이기 때문에 사법권 독립을 이유로 검찰 수사를 거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미 김명수 대법원장이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법원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다. 행정처가 긴급삭제한 파일 2만여개도 복구해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임 전 처장을 출국금지 조치하는 한편, 법원 자체조사 보고서 등 이미 확보한 문건을 토대로 조사 대상을 선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19일 대법원에 요청한 양승태 사법부 시절 사용된 법원행정처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법인카드 사용 내용 등을 임의 제출받는 대로 본격 분석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편 검찰은 22일 조승현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를 고발인 자격으로 부를 예정이다. 조 교수가 회장으로 있는 민주주의법학연구회도 지난 2월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 등을 고발한 바 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조선 최대 풍류·행락지… ‘대중문화 1번지’로 꽃피다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조선 최대 풍류·행락지… ‘대중문화 1번지’로 꽃피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8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6회 홍대 편이 지난 16일 연남동~동교동~서교동~당인동~상수동 간을 포함하는 이른바 ‘홍대 앞’에서 진행됐다.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에서 따온 연남동 센트럴파크를 줄여서 ‘연트럴파크’라고도 부르는 경의선 숲길과 김대중도서관, 경의선 책거리, 서교 365, 당인리발전소와 상수동 카페거리를 누볐다. 홍대 앞의 확장을 가로막던 옛 경의선 철길이 숲길과 책길로 변하면서 숲과 책에서 번갈아 부는 바람이 초여름 답사의 피로를 잊게 했다.최서향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알찬 해설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답사를 이끌었다. “이어폰 가이드 시스템을 귀에 꽂고 들으니 해설이 쏙쏙 들어와서 좋았다”, “늘 다니던 홍대 주변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돼 유익했다”, “도시개발의 빛과 그림자를 이제야 알게 됐다” 등의 참가자 호평이 쏟아졌다.우리가 흔히 홍대 앞이라고 부르는 지역은 마포구 상수동 홍익대학교 앞이 아니다. 행정적으로 홍대 앞은 상수동, 서교동, 창전동, 동교동 지역에 폭넓게 걸쳐 있다. 실제 ‘문화제국’ 홍대 앞은 서강동, 합정동, 망원동, 당인동, 연남동, 신촌까지 아우르고 있다. 준주거지구와 상업지구의 구분이 불분명해진 2010년 이후 ‘협의의 홍대 앞’을 개척한 문화예술인들이 비싼 임대료를 피해 인근 지역으로 이동한 젠트리피케이션의 결과다. 경의선 숲길과 경의선 책거리는 홍대 앞의 무한 확장성을 예고한다. ‘광의의 홍대 앞’이 앞으로 어디까지 뻗어 나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홍대 앞의 유흥성과 확장성은 어디에서 왔을까. 한강의 나루 양화진(합정·망원)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조선시대 한양 사람들은 한강을 경강(京江)이라고 불렀다. 경강은 한강 800리 중 한양을 끼고 흐르는 물줄기를 다른 지역의 강줄기와 구분 짓는 이름이었다. 지금의 광진에서 양화진까지다. 경강은 구간에 따라 3강, 5강, 8강으로 이름을 달리했으며 12강까지 세분하기도 했다. 18세기 이전까지 한강, 용산강, 서강 3강 체제를 유지하다가 상공업이 발달한 18세기 중엽 들어 3강에 마포와 양화진을 가세시켜 5강이 형성됐다. 18세기 후반에는 여기에 두모포, 서빙고, 뚝섬이 합해져 8강이 됐으며 19세기 전반에 연서, 왕십리, 안암, 전농을 12강에 합류시켰다.경강을 나누는 구간의 중심은 나루였다. 광진~송파진~삼전도~뚝섬~두모포~한강진~서빙고~동작진~노량진~용산~마포~서강~양화진이 주요 거점이었다. 나루가 있던 곳에 한강다리가 들어섰다. 나루의 이름에 진(鎭), 진(津), 도(渡), 포(浦)가 붙은 것은 용도 및 기능에 따른 작명이다. 군사기지(광진, 한강진, 동작진, 양화진)와 나루(뚝섬, 서빙고, 용산), 항구(두모포, 마포)의 성격이 드러난다. 광나루와 삼전도가 북한강이나 남한강을 통해 전국으로 드나드는 동쪽 출입구에 해당한다면 양화진은 가장 서쪽에 위치한 나루로 강화도와 인천으로 나가거나 들어오는 도성의 관문 역할을 했다. 양화나루는 군사기지, 나루, 항구 등 세 가지 용도를 두루 갖춘 중요한 나루였다.버들꽃이 피면 장관을 이루는 양화나루를 조선 초기에는 공암나루라고 불렀다. 삼각산과 함께 서울을 수도로 정한 ‘천도 풍수’의 한 축을 이룬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공암나루는 양천 북쪽 10리 지점에 있는 나루로 북포(北浦)라고도 하는데 물속에 우뚝 선 바위에 구멍이 뚫려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대중문화 1번지 홍대 앞은 조선 최대의 풍류 및 행락지였다. 양화진과 서강 일대를 한양에서 경관이 가장 뛰어난 명소로 손꼽아 서호(西湖)라고 했는데, 중국 사신의 접대와 양반, 선비들의 단골 모임 장소였다. 양화진 주민들의 비즈니스 마인드도 남달랐다. 한겨울 한강에서 채빙한 얼음을 보관했다가 여름에 내다파는 장빙업(藏氷業)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 망원정(희우정)을 세운 성종의 형 월산대군이 시초였다. 얼음에 채운 생선을 한양으로 운송하는 빙어선(氷漁船) 영업을 독차지했다. 서빙고와 동빙고가 관영 얼음 창고였다면, 양화진은 사설 얼음 창고라고 할 수 있다. 1866년 병인양요를 전후로 쇄국책을 편 대원군은 양화나루에서 프랑스인 선교사와 천주교 신자 2000여명을 처형했다. 나루 앞 20m 높이의 잠두봉에 절두산(切頭山)이라는 비극적인 이름이 붙은 까닭이다. 양화진에 14개국 417명이 묻힌 외국인 묘지가 들어선 것도 배나 기차를 타고 인천에 내린 서양인이 가장 먼저 닿는 서울의 관문이었기 때문이다. 홍대 앞은 조선시대 한양의 유흥과 행락의 장소로 근대 상공업과 서세동점의 바람을 가장 먼저 맞은 땅이었다. 한강의 시대가 끝나고 철도와 도로의 시대를 맞았지만, 홍대 앞은 경의선의 경유지라는 이점을 살려 한때 서울 전체 전력 사용량의 75%를 생산한 우리나라 최초의 화력발전소인 당인리발전소를 등에 업고 살아남았다. 양화진 나루의 전설이 홍대 앞이라는 현대 문화나루의 관성으로 이어졌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문희일 연구위원 ● 다음 일정 : 태릉(경춘선 폐철도) ● 일시 : 6월 23일(토) 오전 10시~낮 12시 ● 집결 장소 : 공릉역 2번 출구 앞 ● 신청(무료) :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 “법원 PC 통째 달라” 압박 높이는 檢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관련 첫 고발인 조사를 시작하며 수사 속도를 올리고 있다. 20건의 고발건을 쌓아두고도 김명수 대법원장의 발표를 기다리며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던 검찰이 수사 개시와 함께 대법원 법원행정처 PC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은 21일 오전 10시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고발인인 참여연대의 대표 자격으로 불러 조사한다. 올 1월 참여연대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양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 19일 특별조사단이 확인한 410개의 행정처 문건뿐만 아니라, 이 문건이 발견된 PC의 하드디스크, 의혹을 받은 이들이 사용한 법인카드와 차량 운행 기록 등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를 받는 이들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한 증거를 검찰이 수집하기 시작한 것이다. 검찰이 예상 밖으로 수사 강도를 높이는 것은 ‘재판거래’ 의혹 등 사법농단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높은 상황에서 대법원에 대한 예우를 차리다가는 ‘가재는 게 편’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결과물을 내놓기가 쉽지 않은 수사인 만큼 향후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동원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안 그래도 (검찰이) 적폐와 개혁의 대상으로 찍혀있는 상황에서, 자칫 법원에 대한 불신이 검찰에게 올 수 있다”면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를 맡았던 특수부에 사건을 맡긴 것도 이런 판단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은 당황하는 분위기다. 김 대법원장이 수사 협조를 약속했기 때문에 검찰이 요청한 자료를 주지 않으면 비난의 화살이 사법부를 향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일선 법관들은 아직 혐의점이 없는데 어떤 정보가 담겼을지 모르는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넘겨주는 것은 불가하다는 분위기다. 이날 대법원은 재판 거래가 있었다고 의심받는 한국철도공사 KTX승무원 판결과 관련해 새로운 법리를 적용한 것일 뿐, 1·2심을 의도적으로 뒤집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는 내용의 설명자료를 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일종의 방어논리를 구축하는 것인데, 이런다고 깨진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해결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檢, 대법원에 하드디스크 요청…직권남용죄 등 적용 가능 판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관련 문건이 저장돼 있던 법원행정처 관계자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건네 달라고 대법원에 요청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조사 결과 사법행정권 남용이 있었다고 확인하면서도 범죄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공표한 만큼 검찰이 법리적으로 어떻게 사건을 풀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는 ‘재판거래’와 ‘법관사찰’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요청했다. 검찰이 요청한 자료는 특조단이 확인한 410개의 행정처 문건뿐만 아니라 이 문건들이 발견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행정처 관계자들이 사용한 PC의 하드디스크도 요청했다. 검찰은 대법원이 요청 자료를 건네는 대로 이를 분석한 뒤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검찰은 진실규명 과정에서 수사 방법에 제한을 두지 않을 방침이다. 앞서 특조단은 영장 발부 없이 PC 사용자의 동의를 얻어 의혹 관련 문건 410개를 추출해 조사한 뒤 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검찰은 일반 사건과 마찬가지로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받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협조받은 문건들이 수사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경우 압수수색을 강행하겠다는 의미다. 검찰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추가 인력 투입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검찰이 자료 확보에 집중하는 것은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검찰이 사법 농단 사건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한 특수부에 맡긴 것도 이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 특조단이 범죄 혐의 적용이 어렵다고 본 만큼 검찰의 준비도 더 철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드러난 의혹만으로도 검찰은 직권남용,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공용서류무효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임 전 차장의 부적절한 서류 작성 지시,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의 와해 시도 정황 등은 직권남용죄 적용이 가능하다. 또 차성안 판사를 비롯, 상고법원에 비판적 입장을 보인 판사들에 대한 사찰은 직권남용과 함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이 밖에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현직 법관들 모임인 ‘이판사판야단법석’(이사야) 카페 운영에 개입한 것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김모 심의관이 파일 2만여개를 삭제한 정황은 공용서류무효, 증거인멸 등의 의율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tea@seoul.co.kr
  • ‘법관 인사’ 압수수색 예고한 檢… 법원은 거센 반발

    인사 불이익 여부 자료 확인 필수 “압수수색,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영장 청구해도 기각될 가능성 커 검찰이 양승태 사법부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맡기면서, ‘재판거래’와 ‘법관사찰’ 관련 수사에 시동을 걸었다. 서울중앙지검은 18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사건 수사를 3차장 산하 특수1부(부장 신자용)로 넘겼다. 이번 사건 수사는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진실규명과 함께 상고법원 설립에 반대한 법관 사찰 의혹 규명 등 두 갈래로 진행된다. 검찰은 기존 자료 분석을 진행하는 한편 재판거래와 법관사찰 관련 의혹을 받는 이들의 PC 제출도 요청할 계획이다. 법조계에선 법관 사찰 의혹 수사와 관련해 법관 인사자료 분석을 필수로 본다. 사찰 행위를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연결하려면 사찰 대상 법관들이 실제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는지 확인해야 해서다. 결국 법관 인사자료를 검찰이 봐야 한다는 뜻이다. 서지현 검사가 폭로한 성추행 사건 수사 당시 검찰은 인사 불이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법무부 검찰국을 압수수색해 인사자료 일부를 확인했다. 검찰 입장에선 삭제 파일 복구 등을 고려할 때 인사 자료가 저장된 하드디스크 전체를 압수수색하는 것이 가장 좋다. 검찰 관계자도 “중요한 사건인 만큼 오히려 통상의 절차를 지켜갈 것”이라고 말해 필요시 압수수색을 진행할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법관들의 인사자료를 검찰이 들여다보는 것에 대한 법원의 반발이 적지 않다. 사법행정권 남용 특별조사단 조사 당시에도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은 특조단의 요청을 받고도 ▲(동향 파악) 문건에 언급된 판사들 중 선발성 인사에 지원해 선발되거나 선발되지 않은 판사의 수 ▲선발되지 않은 이유를 포함한 선발성 인사의 구체적 기준 등의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특조단은 한계라고 표현했지만, 인사파일 보안에 대해선 모두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검찰이 법관 인사자료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도 발부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법원행정처가 자료를 임의제출하겠다고 하면 압수수색의 필요성이 낮아진다. 한 재경지검 검사는 “법관 인사파일 압수수색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고 표현했다. 이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사법농단 사태 주요 이슈 심층 분석 기자 좌담회’를 열고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최용근 변호사는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사건 1심 선고일이던 2014년 9월 11일 오전 작성한 업무일지에 ‘元-2.6y, 4유, 停3(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이라 적혀 있던 사실을 근거로 “판결은 오후에 내려졌는데, 청와대에 누설되지 않았다면 미리 알 수 없을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사법농단 피해단체 “대법원장은 사과 없고, 대법관은 오만함만”

    사법농단 피해단체 “대법원장은 사과 없고, 대법관은 오만함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지난 15일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밝힌 입장을 둘러싸고 ‘재판거래 의혹’ 관련 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김 대법원장의 사과 및 원상회복 방안 제시 등을 요구했다.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에서 금속노조, 철도노조, 전교조,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등과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 스스로 국민 앞에 속죄하고 책임자 처벌을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김호철 민변 회장은 김 대법원장이 ‘수사 협조에 마다하지 않겠다’라고 밝힌 점은 “진일보한 측면”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소수와 약자로 희생양이 됐던 피해자들의 억울한 심정을 감싸고 해결하기엔, 그리고 사법권 독립이 내부에서부터 철저하게 무너졌다는 것을 대한 참담함과 분노를 잠재우기엔 거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승열 금속노조 부위원장는 이날 마이크를 잡고 “제대로 된 조사와 원상회복이 이뤄지기 위해선 문건을 공개하고 고소·고발을 통해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면서 “지난 시절 있어왔던 농단 피해자들에 대한 원상회복이 안 되면 제대로 된 사법개혁이라 볼 수 없다는 게 노동자들의 심정”이라고 외쳤다. 대법관들이 낸 별도의 입장문을 놓고도 이들은 “오만함을 보여줬다”며 강력하게 규탄했다. 대법관들은 앞서 ‘재판의 독립에 관하여 어떠한 의혹도 있을 수 없다는 데 견해가 일치했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냈다. 조석제 공무원노조 법원본부장은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진상이 규명되면 대법관들에 대한 형사처벌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을 향해선 “즉각 사법농단이라는 헌법파괴 범죄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면서 “대법원 고발조치와 수사의뢰가 없다는 이유로 수사를 지체할 이유가 없다”고 촉구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담당 부서를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에서 특수1부(부장 신자용)로 재배당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안의 중요성과 부서 간 업무부담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알쏭달쏭+] 사람들에게 “신은 어떻게 생겼을까?” 물었다…결과는?

    [알쏭달쏭+] 사람들에게 “신은 어떻게 생겼을까?” 물었다…결과는?

    만약 신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어떤 외모를 가졌을까? 해외 연구진이 호기심을 해결해 줄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심리학 연구진은 미국의 기독교신자 511명을 대상으로 신의 외모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이들에게 무작위로 조합한 몇 백 장의 얼굴 사진 중 2장을 뽑아 어떤 쪽이 ‘신의 얼굴’에 더 가까운 것처럼 느껴지냐고 물었다. 각각의 실험참가자에게 모두 같은 과정을 수행하게 한 뒤 그 결과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합성했다. 그 결과 미켈란젤로부터 영국의 코미디 영화 ‘몬티 파이튼의 성배’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신의 모습이 늙고, 흰 수염으로 가득한 얼굴의 백인 남성으로 그려졌던 것과 달리, 실제 사람들의 상상 속 신의 얼굴은 비교적 젊고, 여성처럼 고운 얼굴선을 가지고 있으며, 일반적인 백인에 비해 다양한 인종이 섞인 듯한 느낌이 훨씬 강했다. 연구에 참여한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조슈아 콘래드 잭슨 박사는 “사람들이 신의 얼굴을 상상할 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치적 성향(배경)이다. 예컨대 진보적인 사람일수록 더욱 여성적이고 젊으며 애정이 넘치는 느낌의 신을 상상한다면, 보수적인 사람은 신을 백인으로, 또 더욱 권위적으로 상상하는 경향이 짙다”고 설명했다. 사람마다 상상 속 신의 모습은 개인적 특성에 따라서도 달라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잭슨 박사는 “예컨대 젊은 사람은 신도 젊은 모습일 거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육체적인 매력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신 역시 육체적인 매력이 높은 모습으로 상상할 가능성이 높다. 또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경우 신이 백인보다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모습에 더 가깝게 상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사람들의 상상 속 신은 자기중심적인 성향에 따라 달라지며, 이번 연구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신의 생각과 신의 외모가 자신과 매우 닮았을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을 알게 해준 것”이라고 전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제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팍스콘 또 노동착취

    팍스콘 또 노동착취

    2010년 애플사의 아이폰을 생산하던 14명의 노동자가 투신자살했던 대만 기업 팍스콘에서 이번에는 아마존 제품을 생산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 미국에 기반을 둔 인권단체 ‘차이나 레이버 워치’는 10일 홈페이지를 통해 아마존의 불법 노동 실태를 담은 97쪽에 이르는 보고서를 공개했다.후난성 헝양(衡陽)에 있는 팍스콘 공장에서는 주 60~80시간의 노동이 파견근로자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매일 2시간의 잔업과 토요일에도 10시간의 초과 근무가 일상이다. 화장실을 이용할 때도 허락을 받아야만 하는 팍스콘 근로자들이 만드는 것은 아마존의 인공지능 스피커 알렉사, 전자책 리더기 킨들 등이다. 차이나 레이버 워치는 지난해 8월부터 올 4월까지 여러 번 조사관을 보내 이 보고서를 완성했다.특히 1만 5000여명의 근로자 가운데 40%가 병가나 휴가를 쓸 수 없고 언제든 해고 가능한 파견직이다. 중국 국내법은 2014년부터 파견직을 전체 근로자의 10%만 둘 수 있다고 제한했다. 정규 근로자는 5일간의 교육을 받지만 파견직은 하루 8시간 교육 만에 현장에 투입되며 이 또한 중국 실정법 위반이다. 팍스콘 근로자들은 시간당 14.5위안(약 2435원)을 받는데 이는 정규 근로의 1.5배를 받아야 하는 초과 근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바쁠 때는 주당 100시간씩 14일간 무휴일 근로도 예사지만 평균 월급은 초과 근무가 없으면 2000~3000위안으로 헝양 지역 평균 월급 4647위안에도 못 미친다. 저임금 구조 때문에 팍스콘 파견직들은 초과 근로 임금에 목맬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에도 팍스콘은 휴가를 쓰거나 결근을 하면 파견직들을 해고한다. 근로자들의 기숙사는 방화 설비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며 샤워 시설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아마존 측은 지난 3월부터 팍스콘의 과다 근로와 저임금에 대해 감사를 하고 있다며 곧 문제를 수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주간지 옵서버는 아마존이 생산하는 제품처럼 어느 날 필요했다가 다음날 버려지는 존재인 파견직들이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를 세계 최고의 부호로 만들었다고 비꼬았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지방선거 앞두고 수시로 울리는 홍보 문자에 고통 호소

    지방선거 앞두고 수시로 울리는 홍보 문자에 고통 호소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시로 오는 ‘선거 홍보’ 문자에 피해를 호소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최근 선거를 홍보하는 문자와 관련한 개인정보 침해 상담 건수는 총 1만1천626건이었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8일까지 118 사이버 민원센터(국번 없이 ☎118)에 접수된 건수를 합한 것이다. 특히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달 31일부터 9일 동안 이루어진 상담 건수는 7천932건에 이르렀다. 사전투표 전날과 당일(7~8일)에는 무려 시간당 350콜 이상이 접수되기도 했다. 발신자가 입수한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의 출처가 불분명한 사례가 32.9%(3천820건)로 가장 많았고, 수신 거부를 해도 지속적으로 문자를 보내는 경우(3천155건, 27.1%)도 상당했다. 황성원 118사이버민원센터장은 “개인정보가 유출돼 ‘선거 홍보’ 문자가 발송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에는 ‘선거 홍보’ 문자 발송 주체에게 개인정보 수집 출처를 우선 요구하고, 잘 모른다거나 모호하게 답을 하는 경우 인터넷진흥원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죽을 권리 보장 vs 생명 가치 훼손… ‘능동적 죽음’ 안락사

    [글로벌 인사이트] 죽을 권리 보장 vs 생명 가치 훼손… ‘능동적 죽음’ 안락사

    최후의 존엄을 지키고자 자신의 목숨마저 포기할 권리가 있다는 목소리와, 인간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는 스스로에게도 없다는 목소리 사이에서 안락사 합법화가 표류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포르투갈 의회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안락사 합법화 법안을 부결했다. 말기암 등 중증의 불치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죽을 권리’를 보장하자는 이 법안은 총 230석의 의석 중 찬성 110표, 반대 115표, 기권 4표를 받았다. 그럼에도 법안 발의에 참여한 의회 좌파연합 대표 카트리나 마틴스는 “정치적인 결정이 내려진 것”이라며 “사회에서 심도 있는 논쟁이 진행될 것”이라고 훗날을 기약했다. 가톨릭 신자 등 안락사에 반대하는 시민 수백명은 이날 의회 앞에서 “안락사는 안 된다”, “완화 치료(중증 환자에게 모르핀 등 마취제를 투여해 고통을 줄이는 치료법)가 대안이다”, “안락사는 노인 학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지난달 9일에는 104세의 호주 생물학자 데이비드 구달 박사가 삶의 의미가 없어졌다는 이유로 안락사를 통해 생을 마감했다. 그는 고향을 떠나 안락사를 허용하는 스위스 바젤에서 눈을 감았다. 구달 박사는 사망 직전 기자회견에서 “노인이 삶을 지속해야 한다는 통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게 하는 도구로 기억되기 바란다”고 말했다.지난해 4월 20일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실시한 안락사 역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66년을 함께한 부부 찰리 애머릭(87)과 프랜시(88)가 이날 안락사를 통해 함께 영면에 들었다. 남편 찰리가 심장병과 전립선암으로 시한부를 선고받자 프랜시도 남편과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딸 시어는 “부모님께는 후회도, 끝내지 못한 일도 없었다”면서 “두 분이 함께 마지막을 맞는다는 사실을 아셨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프랜시의 이웃 캐럴 놀스(70)는 부부의 결정에 대해 “용감하고 아름다웠다”고 평가했다. 현재 논란이 되는 안락사의 개념은 ‘존엄사’와는 다르다. 존엄사는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 등이 연명 치료를 중단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수동적인 행위다. 반면 안락사는 불치병 등의 이유로 죽음을 원하는 사람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약물 등으로 목숨을 끊는 능동적인 행위다. ‘조력 자살’(Assisted Suicide)이라고도 한다.●스위스, 1942년부터 시행… ‘자살 여행’ 비판도 존엄사는 한국을 비롯해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암묵적으로 허용한다. 반면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는 드물다. 스위스에서는 1942년부터 안락사를 시행해 왔다. 다만 스위스는 의료진이 약물을 투여하는 것을 금지한다. 따라서 안락사를 희망하는 환자가 직접 약물을 섭취하거나 투약한다. 스위스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외국인의 안락사를 허용한다. 앞서 구달 박사가 스위스로 향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스위스가 ‘자살여행’을 상품화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스위스의 안락사 단체 ‘디그니타스’에 따르면 2008년 시행한 안락사의 60%는 독일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2002년 안락사를 합법화했다. 네덜란드에서 안락사를 하려면 환자는 불치병으로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으면서 이성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의사에게 확인받아야 한다. 이후 의사의 입회 아래 의학적으로 적절한 방식으로 안락사를 한다. 12세 미만의 미성년자의 안락사는 금지하며 12~16세의 안락사는 보호자 동의가 있을 때에만 시행한다. 2016년 네덜란드인 6091명이 안락사를 선택했다. 안락사는 스위스, 네덜란드를 포함해 콜롬비아, 벨기에, 룩셈부르크, 캐나다 등 6개국에서만 합법이다.미국에서는 오리건,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버몬트, 워싱턴, 하와이 등 6개 주에서 안락사가 제한적으로 시행된다. 1997년 오리건주가 미국 최초로 약물 투여에 의한 안락사를 조건부 승인했다. 이들 6개 주 가운데 가장 최근인 지난 3월 안락사를 합법화한 하와이에서는 다음과 같은 절차에 따라 안락사를 진행한다. 먼저 의료진 2명이 환자의 증상과 이들이 자발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요청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상담사가 환자가 치료 부족이나 우울증에 시달리지 않는지 묻는다. 환자는 20일 간격으로 안락사 약물을 처방해 달라고 두 차례 요청하고, 가족이 아닌 사람 1명을 포함한 2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면 요청에 서명해야 한다. 안락사 요청에 간섭하거나 안락사 약물 처방을 강요하는 사람은 형사 처벌을 받는다. 의학전문지 메디컬뉴스투데이는 안락사를 둘러싼 쟁점이 다양하다고 전했다. 안락사 지지자들은 개인의 ‘선택의 자유’에 무게를 싣는다. 불치병 또는 고령으로 고통당하는 한 개인이 자신의 생사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락사 지지자들은 또 환자의 삶의 질에 주목한다. 병이 장기간에 걸쳐 한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이에 따라 개인의 삶이 얼마나 피폐해지는지는 본인이 아니면 알 수 없다고 주장한다. ●안락사 허용땐 쉽게 목숨 포기하는 풍조 우려도 안락사 지지자들은 또 한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끝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오히려 더 ‘인간적’이라고 주장한다. 안락사가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환자의 가족과 친지의 고통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고도로 숙련된 직원과 첨단 장비 등 제한된 자원을 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보다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경제학적 시각도 존재한다. 반면 안락사 반대론자들은 안락사가 생명의 신성함에 대한 가치를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자살을 금하는 일부 종교에서는 안락사가 본질적으로 “자살과 같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안락사 반대론자들이 윤리 또는 종교 등 형이상학적 가치에만 근거를 두는 것은 아니다. 환자가 불안, 공포 또는 죄책감에 휩싸여 이성적 판단을 내릴 수 없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신적 질환을 가진 환자 또는 치매 환자가 안락사를 하겠다고 할 때 이를 어떻게 결정하겠냐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환자가 자신의 가족이 겪는 재정적, 감정적, 정신적 부담 때문에 자의 또는 타의로 떠밀리듯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우울증을 동반한 불치병 환자의 감정적 결정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의료진의 오진 가능성이나 기적적 회복 가능성 또한 안락사 반대론자들의 근거다. 안락사를 선택하면 혹시 모를 완치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외에도 일단 안락사를 허용하면 쉽게 목숨을 포기하는 풍조가 번질 것이라는 지적과, 완화 치료가 충분히 안락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의견, 안락사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포함해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사 윤리를 송두리째 흔들 것이라는 의견 등이 있다. 영국의 진화론자이자 무신론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역설적으로 안락사가 인생을 연장시킬 것”이라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원할 때 죽을 수 없다는 공포 때문에 자살을 선택한다. 죽고 싶을 때 전문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죽을 수 있다는 확신은, 지금 당장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게 할 것”이라며 안락사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세계적인 신학자 한스 큉은 자신의 저서 ‘안락사 논쟁의 새 지평’에서 “신에 의해 생명의 시작이 인간에게 맡겨진 것처럼, 생명의 끝도 인간에게 맡겨진 책임”이라면서 “신은 죽어가는 인간에게 죽음의 방식과 시점에 대한 책임과 양심의 결정을 위임했다”고 주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러나 “안락사는 창조주 앞에 죄를 짓는 것이며 창조주에 대항하는 것”이라면서 “조력 자살은 ‘버리는 문화’를 확산시키고 병든 이들과 노인들을 사회의 짐처럼 여기도록 만들 것이다. 이는 마치 삶의 끝자락에서 내가 원하는 식으로 끝내겠다고 하나님께 말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좌우시대 30년 종언…한국정치를 지배할 3대 프레임

    좌우시대 30년 종언…한국정치를 지배할 3대 프레임

    1987년 12월 대통령 선거. 국민 대부분은 민주화 세력을 대표하는 김영삼과 김대중 가운데 한 명이 후보로 출마하면 확실하게 이기는 싸움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양 김씨가 모두 출마하면서 노태우가 어부지리로 당선됐다. 다음해 4월 벌어진 총선. 평화민주당, 통일민주당, 민주정의당, 신민주공화당의 ‘4당 체제’가 형성됐다. 대선도, 총선도 맘대로 되지 않자 김영삼은 다급해졌다. 4당 체제에서 대통령이 되는 일은 불가능했다. 그는 결국 1990년 김대중의 평화민주당을 제외한 ‘3당 합당’을 성사시킨다. 박정희가 썼던 ‘반(反)호남 지역연합’을 내걸었다. 3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김영삼 대세론’을 펼쳤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재산 공개와 군부 내 사조직인 하나회 축출을 통해 자신의 행보를 정당화했다. 3당 합당과 군사독재 잔재를 털어내는 정치적 세탁 과정에 이르기까지 김영삼이 만든 프레임은 큰 힘을 발휘했다. 이 과정을 거쳐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한다.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고, 산업화를 주도하며, 민주화의 성과를 적극 흡수한다’는 기치를 내건 정치세력, 한국의 ‘보수’는 이렇게 탄생했다.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에 따르면, 프레임은 사람들이 어떤 입장을 갖게끔 여러 명제를 연동시키는 내용의 구조물이다. 크기와 모양이 없는 고도로 신축적인 개념이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여론 지형에 정착하면 사람들 무의식에 깊숙이 자리한다. 정치는 프레임 전쟁이다. 누가 더 많이 사람의 뇌 속에 자신의 프레임을 심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용어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 한국정치는 프레임 전쟁 과정이었다. 김영삼이나 김대중은 가히 프레임 전쟁의 대가였다. 이명박은 앞서 김대중, 노무현 진보세력 10년에 맞서 박정희 시대 ‘산업화 신화’ 프레임을 내걸어 대통령이 됐다. 박근혜는 집권 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롯해 김기춘의 블랙리스트 등 ‘좌우’ 프레임으로 몰락을 자초했다. ‘두 번째 프레임 전쟁이 온다’의 저자 박세길은 바로 지금이 ‘새로운 프레임 전쟁이 시작되는 시점’이라 주장한다. 민주화 운동세력의 필독서로 불린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돌베개)를 냈던 그는 앞선 30년을 ‘진보 대 보수’, ‘노동 대 자본’, ‘북한 대 남한’ 등 적대적인 양자 프레임 구도로 해석했다. 그는 이 ‘첫 번째 프레임’이 2017년 촛불 시민혁명으로 종식됐다고 봤다. 그러면서 앞으로 30년 동안 새로운 시대를 이끌 ‘두 번째 프레임’ 전쟁도 예고했다. 두 번째 프레임의 핵심은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체제 구축’, ‘개인의 창조적 역량에 기초한 상생의 경제 생태계 형성’이다. 저자의 말대로 첫 번째 프레임의 붕괴 조짐은 곳곳에서 보인다. 지금까지 한반도 냉전 핵심축은 미국과 북한 간 적대관계로 형성됐다. 북한의 핵개발은 이러한 적대관계의 지속이 빚어낸 부산물이었다. 그렇다면 북·미관계 변화를 중심으로 한 적대관계 청산은 북핵 문제의 근원적 해결책일 수 있다. 바꿔 말해 북한이 더는 핵무장에 집착할 필요가 없게 하는 것이야말로 북핵 문제 해결의 가장 확실한 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북핵 문제는 위기인 동시에 한반도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절호의 기회가 된다. 저자는 다만 경제 문제에서 진보 세력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에 진보세력 다수가 신자유주의를 추종하면서 정권을 뺏긴 점에 주목했다. 문재인 정부가 다시 정권을 잡았지만, 제대로 된 경제 정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이와 관련, 향후 30년 동안 벌어질 프레임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세 가지 필승 프레임도 제시했다. ‘사람 중심 대 자본 중심’, ‘수평 대 수직’, ‘생태계 대 포식자’ 프레임이다. 이를 재빨리 파악하고, 어떤 전략을 짜느냐에 따라 진보와 보수의 운명도 크게 달라질 것이란 이야기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길섶에서] 사리와 법력/이종락 논설위원

    조계종 원로의원인 속초 신흥사 조실 무산 스님이 어제 우리 곁을 떠났다. 속명이 ‘조오현 시인’으로 유명한 스님은 시조시인으로도 늘 우리 곁에 있었다. 신흥사에서 영결식을 마친 뒤 금강산 건봉사에서 다비식이 이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 같이 있던 지인이 툭 묻는다. “스님의 사리는 몇 개나 나왔을까.” 사리는 다비한 후에 나온 영롱한 색깔의 작은 구슬 형태의 물질이다. 석가모니의 사리는 8만 4000부분으로 나눠져 여러 나라의 사리탑에 안치됐다. 사리는 불자들의 숭배 대상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리 신앙이 유별나다. 지인의 그 질문은 이런 우리 불교 문화에 익숙한 탓이리라. 사리 숫자와 법력이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의학적으로도 증명된 게 없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불교신자들은 스님이 열반한 후 사리를 얼마나 남겼나에 유달리 관심이 많다. 마치 법력의 크기를 재는 듯하다. 더 중요한 것은 스님들이 남긴 가르침일 텐데. 무산 스님은 중생의 이런 아둔함을 경계해서인지 “화장해서 흩뿌려라”고 했다. 무산 스님은 중생의 사리 집착을 두고 “억!” 하고 또 꾸짖었을 것이다. jrlee@seoul.co.kr
  • 한국어로 바로 옮긴 ‘그리스인 조르바’ 나왔다

    한국어로 바로 옮긴 ‘그리스인 조르바’ 나왔다

    ‘나’의 말 충실히 옮기는데도 중점 어려운 어휘는 원어민 도움받아많은 이들이 애독서로 꼽는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그리스어 원전 번역본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국내 대표적인 그리스학 연구자인 유재원 한국외대 그리스학과 명예교수가 번역한 ‘그리스인 조르바’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됐다. 그간 국내에 출간된 ‘그리스인 조르바’의 한국어 번역서는 영어 번역서를 바탕으로 중역하거나 그리스어, 프랑스어, 영어, 한국어를 거친 삼중 번역본이었다. 유 교수가 번역한 이 책은 1975년 국내에 소개된 지 40여년 만에 그리스어 원전을 바로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유 교수는 1970~80년대 그리스 아테네 대학에서 유학하면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국내에 돌아와서도 ‘한국·그리스협회’ 회장, 카잔자키스를 기리는 모임인 ‘한국 카잔자키스의 친구들’ 명예회장을 맡는 등 그리스와의 인연을 이어 왔다. 작가 이름부터 그간 널리 알려진 ‘카잔차키스’가 아닌 그리스어에 가까운 ‘카잔자키스’로 표기했다. 유 교수는 “그리스 언어학과 그리스 문화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사람으로서 중역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새롭게 번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리스에서도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작가로 알려진 카잔자키스의 풍부한 어휘력 때문에 번역 작업이 쉽지는 않았다. 유 교수는 “그리스 크레타 방언은 물론 터키 동북부 흑해 지방의 폰토스 방언까지 작가의 어휘력은 놀라울 정도”라면서 “사전에서도 찾기 힘든 단어는 카잔자키스의 어휘를 연구한 후배와 그리스 원어민들의 도움을 받아 해결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 등장하는 그리스 정교회 성당과 정교회 예식, 성화에 대한 묘사는 신자가 아니라면 정확하게 표현하기 힘든 부분이다. 유 교수는 본인이 오랜 그리스 정교회 신자인 데다, 그리스 현지에서 받았던 비잔티움 성화에 대한 개인 교육의 덕도 톡톡히 봤다고 설명했다. 이전 번역본과는 달리 작품의 주인공인 ‘조르바’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된 ‘나’의 말을 충실히 옮기는 데도 중점을 뒀다. 유 교수는 “평소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 사상의 영향을 많이 받은 카잔자키스의 철학은 이 작품의 화자인 ‘나’의 독백 등에 잘 드러나 있다”면서 “학술적이고 추상적인 언어가 많이 쓰인 탓에 그리스 사람들도 어려워하는 부분인데 이 책에서는 최대한 두 인물을 대등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자세히 풀었다”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이철성 “드루킹 수사, 첫 단추 잘못 끼워진 부분 인정”

    이철성 “드루킹 수사, 첫 단추 잘못 끼워진 부분 인정”

    이철성 경찰청장은 25일 드루킹 사건에 대한 부실 수사 논란과 관련해 “시작 단계에서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부분은 인정하고, 질책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이 청장은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같이 말한 뒤 “(수사가 시작된 지) 100여 일이 됐다고 하는데 지난 50일 동안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또 드루킹과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의 접촉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송 비서관 건은 좀 더 확인해야 할 것이 있어서 보고가 늦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 청장은 이어 “(송 비서관에 대해) 조사를 하겠지만 아직 조사가 안 된 것 뿐”이라며 “어떻게 조사를 하지 않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에 대한 통신 관련 영장과 금융계좌 추적용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것과 관련, “영장을 발부할 만큼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영장 청구에 약간의 미스가 있었던 것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장 기각 이후) 한 번 더 영장을 신청했다. 일부 영장을 받은 게 있지만, 수사상 구체적인 말을 하기는 어렵다”며 “(김경수 후보의 통신자료) 일부는 확보됐다”고 답했다. 이 청장은 또 특검 실시와 관련해 “여러 가지 의혹들과 관련해 의구심을 가진 부분이 있다 보니 특검 논의가 됐고, 경찰 책임자로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지금까지 해왔듯이 특검 개시 전까지 수사를 잘 마무리해서 특검에 넘기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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