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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누아르가 남긴 행복의 문장들[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르누아르가 남긴 행복의 문장들[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19세기말 사실주의·자연주의 유행당대 작가들은 어두운 이면 폭로 르누아르 “세상은 이미 골치 아파 예술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 소신붓을 든 ‘행복의 호르몬’ 역할 자처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 1841~1919)는 행복을 그린 화가로 불린다. 실제로 그의 그림 앞에 서면 마음이 즐겁고 편안해진다. 이런 감정은 기분 때문만은 아니다. 영국의 신경생물학자 세미르 제키는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우리 뇌의 특정 영역으로 흐르는 혈류량이 최대 10%까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랑하는 사람이나 맛있는 음식을 볼 때처럼 뇌의 보상 회로가 활성화되면서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도파민이 분비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르누아르는 어떻게 관람자의 뇌를 사랑에 빠뜨리는 그림을 평생 그릴 수 있었을까. 대답은 르누아르가 남긴 편지와 그의 아들 장 르누아르의 회고록, 그의 화상이자 전기 작가였던 앙브루아즈 볼라르의 저서 ‘르누아르’에서 찾을 수 있다. 첫 번째 명언 “나에게 그림은 소중하고 즐겁고 예쁜 것이어야 한다.” 이 문장은 르누아르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르누아르가 활동하던 19세기 말은 사실주의와 자연주의 예술사조가 유행하던 시대였다. 많은 예술가들이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폭로하는 것을 일종의 의무처럼 여겼다. 사회적 모순을 작품으로 고발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도 르누아르는 다른 길을 걸었다. 그에게 그림은 삶의 고단함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쉼터여야 했다.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이미 세상에는 골치 아픈 일이 충분히 많은데 굳이 예술가까지 나서서 불쾌한 일들을 더 많이 만들어 낼 필요는 없다. 회화는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그의 생각은 그림의 장식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 배경과도 연결된다. “나는 벽을 즐겁게 해주는 그림을 선호한다”는 그의 말처럼 벽에 걸린 그림을 보고 잠시라도 기분이 좋아진다면 그것이 곧 예술의 역할이라고 믿었다. 이런 르누아르의 예술관은 대표작은 ‘뱃놀이 일행의 점심’에서 완벽하게 구현된다. 당시 프랑스 사회는 빈부 격차로 인한 불안과 긴장이 커지고 있었지만 화면 어디에서도 현실의 어두운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다. 그림 속 장면은 파리 시민들의 인기 나들이 장소였던 파리 근교 샤투에 위치한 메종 푸르네즈 식당의 발코니다. 르누아르는 14명의 젊은 남녀가 한낮의 햇살 아래 모여 음식과 와인, 이야기와 웃음을 나누는 화기애애한 순간을 포착했다. 화면 왼쪽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강아지를 어르고 있는 여성은 훗날 르누아르의 아내가 되는 알린 샤리고다. 의자를 돌려 앉아 편안한 자세로 대화하는 남성은 인상주의 화가 귀스타브 카이유보트다. 그 밖에도 여배우, 언론인, 상인 등 다양한 사회 계층과 직업군을 대변하는 젊은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르누아르는 이들이 점심을 먹으며 허물없이 교류하는 모습을 통해 자신이 꿈꾸던 삶의 기쁨과 조화로운 공동체를 화폭에 담아냈다. 차양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한낮의 햇살, 식탁 위 술병과 유리잔에 반짝이는 투명한 빛, 와인과 대화로 달아오른 사람들의 발그레한 뺨까지 인상주의 특유의 밝은 색채와 자유로운 붓 터치를 사용해 화면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덕분에 관람자는 시원한 강바람이 부는 발코니에 함께 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듯한 기분 좋은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놀라운 점은 파리 시민들의 행복한 여가 생활을 담은 그림과는 달리 르누아르의 실제 삶은 오랫동안 가난으로 얼룩져 있었다는 사실이다. 르누아르는 가난한 재단사의 아들로 태어나 청년 시절에는 도자기에 그림을 그려 넣는 화공으로 일하며 지독한 궁핍을 견뎌야 했다. 그가 30대 중반이었을 때 인상주의 전시가 잇따라 실패하고 비평가들의 혹평이 쏟아지면서 경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는 너무 배고픈 나머지 목탄화를 지울 때 쓰던 빵 부스러기(당시에는 지우개 대신 빵을 사용)를 먹었다는 일화까지 전해진다. 훗날 르누아르는 춥고 배고팠던 시절을 떠올리며 “한 자루의 말린 콩이면 한 달을 버틸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시카고 미술관의 연구에 따르면 르누아르는 새 캔버스를 살 돈이 없어 이미 그려진 그림 위에 다시 덧칠해 재사용하는 경우가 흔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는 인상주의 화가 바지유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는 매일 먹지는 못하지만 나는 여전히 즐겁네.” 이때나 그 이후에도 그는 단 한 번도 피로나 걱정, 우울과 같은 어두운 감정을 화면에 옮기지 않았다. 두 번째 명언 “신이 여성의 가슴을 창조하지 않으셨다면 내가 화가가 되었을지 모르겠다.” 다소 파격적으로 들리는 이 말은 르누아르의 작품 세계에서 행복만큼이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 주제가 여성이었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그에게 여성은 아름다움과 창조의 근원이었다. 그는 여성의 몸이 지닌 부드러운 곡선과 빛을 머금거나 반사하는 투명한 피부에서 무한한 회화적 가능성을 발견했다. 특히 여체를 그릴 때 조각가가 점토를 빚듯 붓으로 살결을 어루만지는 듯한 촉각적 질감을 화면에 구현하고자 했다. 그는 화상 볼라르와의 대화에서 이렇게 말한다. “여성의 엉덩이를 그렸을 때 그것을 만지고 싶은 욕구가 생기면 비로소 완성된 것이다.” 더 나아가 “나는 내 붓으로 사랑을 나눈다”며 누드화 작업을 성적 행위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말은 육체적 쾌락보다는 생식과 풍요, 자연의 순환과 연결된 건강한 에너지를 의미한다. 그는 몽마르트르의 평범한 모델들을 신화 속 여신 비너스처럼 묘사했다. 일상의 누드 속에서 고전미의 원형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시대를 초월하는 아름다움을 구현하고자 했다. ‘금발의 목욕하는 여인’은 여성의 몸이 그의 창조적 에너지의 출발점이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앉아 있는 금발의 여인은 알린 샤리고다. 자연 속에 편안히 기대어 앉은 그녀의 풍만한 몸은 다산과 풍요, 영원한 여성성을 상징한다. 이 누드화의 두드러진 특징은 붓자국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매끄럽게 마감된 살결의 질감이다. 살이 눌리고, 접히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미묘한 굴곡과 빛을 머금은 듯 투명한 피부의 맑은 기운이 화면에서 생생하게 전해진다. 그림 속 여성 누드는 더이상 수치심이나 관음의 대상이 아니다. 르누아르는 이 작품을 통해 여성의 벗은 몸이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생명체라는 것을 보여 줬다. 세 번째 명언 “고통은 지나가도 아름다움은 남는다.” 이 말은 1917년 12월께 르누아르와 야수파의 거장 앙리 마티스의 대화에서 나왔다. 삶의 행복을 담은 르누아르의 그림들이 처절한 육체적 고통 끝에 얻어진 결실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는 매우 중요한 증언이다. 젊은 시절 마티스는 노년의 르누아르를 당대 최고의 화가로 우러르며 그의 집을 정기적으로 찾아가 자신의 근작을 보여 주며 조언을 구하곤 했다. 르누아르는 마티스의 파격적인 화풍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뛰어난 색채 감각만큼은 누구보다 높이 평가하며 진심으로 격려했다고 전해진다. 그 무렵 마티스가 목격한 르누아르의 일상은 육체와의 전쟁터였다. 1890년대부터 시작된 류머티즘 관절염은 그의 관절을 서서히 파괴해 갔다. 특히 화가에게 생명과도 같은 손은 엄지가 손바닥 안쪽으로, 다른 손가락들은 손목 쪽으로 굽어 들어가 새의 발톱처럼 변형되었다. 마침내 걷는 것조차 불가능해져 결국 휠체어에 의지해야 했다. 손과 팔의 강직은 화가에게 치명적 위협이었지만 르누아르는 그런 상태에서도 붓을 놓지 않았다. 굳어버린 손가락 사이로 붓을 억지로 끼워 묶고 붓질 한 번 할 때마다 신음이 새어 나오는 노화가의 모습을 마티스는 곁에서 지켜보았다. 결국 참다 못한 마티스가 이렇게 물었다. “왜 그렇게까지 고통을 겪으면서도 계속 그림을 그리십니까?” 그러자 르누아르는 붓질을 멈추지 않은 채 대답했다. “고통은 지나가지만, 아름다움은 남는다네.” 르누아르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매달렸던 유작 ‘음악회’는 고통을 이겨내고 인류에게 아름다움과 기쁨을 선물하고자 했던 그의 투쟁의 결과물이다. 이 작품에는 이국적인 의상을 입은 두 여인이 등장한다. 한 여인은 악기를 연주하고 다른 한 여인은 그녀에게 부드럽게 몸을 기대어 깊은 친밀감을 표시한다. 어릴 적 교회 성가대에서 활동했던 르누아르에게 음악은 조화와 평화를 의미한다. 그는 관절이 굳어가는 통증 속에서도 어릴 적 성가대에서 느꼈던 평온한 안식을 캔버스에 담았다. 그에게 그림은 고통을 잊게 해 주는 진통제이자 평생 갈망하던 조화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마지막 통로였다. 르누아르의 그림은 언뜻 보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그린 것 같은 가벼움과 자연스러움을 풍긴다. 그러나 작품 한 점을 완성하는 데 수십 년에 걸친 연습과 실패, 고통을 견뎌낸 인내가 농축되어 있다. 이를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그의 고백이 있다. “이 드로잉을 완성하는 데 5분이 걸렸지만 여기에 도달하는 데 60년이 걸렸다.” 그의 걸작 ‘조르주 샤르팡티에 부인과 자녀들’을 감상하면 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화목한 상류층 가족을 그린 초상화다. 검은 드레스를 입은 부인과 그 옆에 나란히 앉은 두 아이, 소파와 카펫, 개까지 한순간 포착된 장면을 스냅사진처럼 자연스럽게 캔버스에 옮겨 놓은 듯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물들의 시선과 자세가 만들어 내는 정교한 삼각 구도, 부인의 검은 드레스와 아이들의 흰 드레스가 이루는 선명한 색채 대비, 화면 전체에 흐르는 우아한 리듬까지 치밀하게 계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관람자가 느끼는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은 그가 창작에 바친 긴 세월과 치열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19년 12월 3일 행복과 아름다움에 평생을 바쳤던 르누아르가 숨을 거두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 중 하나는 이렇게 전해진다. “이제야 무언가를 좀 알 것 같다.” 그의 말은 이렇게도 들린다. “평생을 바쳐 행복과 아름다움을 그리기 위해 애써 왔지만 이제야 그림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
  • 김혜경 “남편 정치 여정 때문에 연주 기회 없어져”

    김혜경 “남편 정치 여정 때문에 연주 기회 없어져”

    “지금도 피아노 치나” 질문에 답변광장시장·민속박물관서 친교 행사 “지금도 피아노를 치세요?”(호잔젤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부인) “남편의 정치 여정을 함께하다 보니 연주 기회가 없어졌어요.”(김혜경 여사) 김 여사가 룰라 대통령의 국빈 방한을 앞두고 21일 하루 먼저 한국을 찾은 다시우바 여사와 광장시장과 국립민속박물관 등을 찾아 우의를 다졌다. 두 여사는 이 대통령과 룰라 대통령이 개인적 역경을 극복하고 대통령이 되는 등 비슷한 점을 많이 갖고 있다는 데 공감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룰라 대통령께서 힘드실 때 헌신적으로 뒷받침한 다시우바 여사를 존경한다”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브라질 국기를 상징하는 초록색 저고리와 치마에 노란색 옷고름을 맨 김 여사는 다시우바 여사와 광장시장 내 맞춤 한복 가게를 찾아 한복의 아름다움을 소개했다. 김 여사는 다시우바 여사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한복 인증샷을 게시한 것을 언급하며 “너무 잘 어울린다”고 칭찬했다. 그러자 다시우바 여사는 “한복이 너무 아름답다. 한복을 입고 한국의 손하트를 했었는데 브라질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의 인기가 엄청나다”고 화답했다. 이어 두 여사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브라질 리우 카니발 전시를 관람했다. “삼바 축제는 세계 최고의 축제이지만 과거 가난한 사람들의 축제였다”고 설명한 다시우바 여사는 김 여사에게 “삼바 축제에 방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 여사는 “(일정을) 맞춰보면 좋겠다”고 답했다. 다시우바 여사 일행이 한국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보이자 김 여사는 “K팝뿐만 아니라 K드라마도 세계를 정서적으로 묶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반가워했다.
  • “넌 이미 엄마의 금메달”… ‘최민정 전설’ 쓴 손편지의 힘

    “넌 이미 엄마의 금메달”… ‘최민정 전설’ 쓴 손편지의 힘

    “너는 이미 엄마 인생의 금메달이다.” 최민정(28)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위해 출국하기 전 어머니는 딸에게 읽어보라고 편지를 건넸다. 딸이 처음 스케이트화를 신을 때부터 세 번째 올림픽에 나설 때까지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보고 느낀 마음을 담아 써 내려간 편지였다. 최민정은 이탈리아행 비행기에서 편지를 읽고 펑펑 울었고 어머니의 편지로 힘든 나날들을 견딜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최민정이 지난 21일(한국시간) 쇼트트랙 여자 1500m 은메달을 목에 걸며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을 화려하게 마쳤다. 평창 대회에서 1500m와 계주 금메달, 베이징 대회에서 1500m 금메달과 1000m와 계주 은메달, 밀라노에서 계주 금메달과 1500m 은메달까지 총 7개의 메달이다. 이로써 최민정은 역대 가장 많은 올림픽 메달을 딴 한국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주 종목인 1500m에서 김길리(22)가 금메달을 따면서 올림픽 3연패에는 실패했지만 최민정은 여전히 세계 최정상급 선수임을 증명했다. 12년간 세계 각국의 경쟁자들이 최민정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지만 그걸 이겨내고 얻어낸 메달이기에 가치가 컸다. 최민정도 가장 기억에 남는 메달로 이번 1500m 은메달을 꼽았을 정도였다.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엄마는 자꾸 마음이 울컥해진다”는 어머니의 편지글대로 최민정은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올림픽 은퇴를 선언했다. 최민정은 “엄마도 밀라노에 오셨는데 엄마 앞에서 멋진 경기 보여줄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웃었다. 경기를 마치고 은퇴 소식과 함께 끝내 눈물을 보인 그는 “후련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은퇴를 결심한 계기를 묻자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게 됐다. 아픈 곳도 많았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여러 가지로 힘들었다”면서 “올림픽 무대에서 기록도 많이 세웠고 할 수 있는 건 다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장 선수 생활을 은퇴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향후 국가대표 및 선수 생활 은퇴 여부는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최민정의 올림픽 은퇴 소식을 접한 동료들도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소식을 듣고 눈물을 쏟았던 김길리는 “언니와 함께 큰 무대를 뛰어서 영광이었다. 잊지 못할 추억이 된 것 같다”면서 “언니처럼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맏언니 이소연(33)은 “옆에서 지켜본 민정이는 누구보다 성실한 선수였다”면서 “조금 더 (올림픽 도전을) 해도 될 것 같은데 선택을 응원한다”고 격려했다. 고의충돌 등으로 최민정과 갈등을 빚었다가 계주 금메달을 합작한 심석희(29)도 “개인전을 준비하느라 바빴을 텐데 단체전을 개인전보다 더 생각해줘서 고마웠다”며 “주장으로서 부담이 컸을 텐데 묵묵히 노력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 “500만 돌파 예상 못 해… 모두 관객 덕분이죠”

    “500만 돌파 예상 못 해… 모두 관객 덕분이죠”

    ‘왕의 남자’ 500만보다 빠른 기록‘범죄도시4’ 이후 천만 영화 기대“흥행 안 될 때 농담으로 관객 탓배우 감정에 공감·N차 관람 큰힘한국 영화계 반등에 일조했으면” “500만 돌파는 모두 관객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좋은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새해 극장가에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장항준 감독은 관객들에게 가장 먼저 공을 돌렸다. 장 감독은 2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설 연휴부터 무대 인사를 돌고 있는데 좋은 소식을 연거푸 듣게 돼 기쁘다”면서 “함께 고생한 배우와 스태프들은 물론 도와주신 분들께 좋은 기억을 남길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지난 16일 손익분기점인 26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개봉 18일 만인 지난 21일에는 누적 관객수 500만명도 넘겼다. 이는 사극 장르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왕의 남자’의 500만 돌파 시점보다 앞선 기록이다. 위기에 처한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으면서 ‘범죄도시 4’ 이후 2년 만에 천만 영화가 나올 것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장 감독이 각본과 연출까지 도맡은 이 작품은 조선 단종이 폐위된 뒤 유배지인 강원 영월에서 촌장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과 인생 마지막 시기를 보내는 이야기를 그렸다. 특히 처연하지만 강단있는 비운의 왕 단종(박지훈 분)과 그의 곁을 끝까지 지킨 엄흥도(유해진 분)의 우정과 의리가 짙은 여운을 남겼다. 장 감독은 단종의 죽음과 관련된 두 줄짜리 기록에서 시작해 영화적 상상력으로 역사의 간극을 메웠고 코미디 장르와 신파를 걷어낸 정극의 균형을 적절하게 맞추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세속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엄흥도가 단종을 만나서 용기를 가진 인물로 성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목숨을 걸고 친구의 시신을 건지는 흥도를 통해 역사와 희생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었습니다.” 장 감독은 작품의 흥행 비결에 대해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고 관객들의 반복적인 N차 관람도 큰 힘이 됐다”면서 “영화가 시대를 잘 담아냈고 배우들의 연기가 서사라는 평가가 가장 인상 깊었다”고 강조했다. “삶에 대한 의지를 완전히 잃었던 단종이 엄흥도와 광천골 사람들과 어울리며 다시금 새로운 의지를 다지게 되지만 결국 비극으로 가게 되는 과정에서 여운을 느끼신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관객들이 배우들 감정을 충실히 따라가며 공감해 주신 점이 흥행의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2002년 영화 ‘라이터를 켜라’로 감독으로 데뷔한 장 감독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였지만 흥행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왕과 사는 남자’로 처음 사극에 도전해 자신의 작품 중 최고 흥행 성적을 올렸다. 장 감독은 “전작들이 흥행이 안됐을 때 농담으로 관객 탓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 흥행은 진심으로 관객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전국을 돌며 무대 인사 중인데 관객들이 응원과 격려의 말씀을 많이 해 주셔서 힘이 난다”고 밝혔다. 장 감독의 아내이자 ‘장르물의 대가’인 김은희 작가는 누구보다 영화의 흥행을 반기고 있다. 그는 “아내가 처음에 영화를 보고 잘했다고 칭찬해줬는데 같이 관객 수를 확인하며 기뻐했다”면서 “처음에는 아내와 같이 창작을 했지만 서로 머릿속에 다른 것이 있다 보니 5~6년 전부터는 따로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처럼 관객이 꽉 들어찬 극장에서 같이 웃고 같이 울면서 영화를 본 보람이 있었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왕과 사는 남자’가 2026년 한국 영화계가 반등하고 다시 살아나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꼭 받고 싶습니다.”
  • 장동혁 사퇴론에도 강성파 엄호… 국힘, 지선 ‘각자도생’ 나서나

    장동혁 사퇴론에도 강성파 엄호… 국힘, 지선 ‘각자도생’ 나서나

    친장파 “정당한 당대표 흔들지 말라”홍준표 “내란정당 수렁 못 벗어나”오세훈 “23일 의총서 바로잡아야”이정현 공천관리委 김보람 위원이재명 대선 캠프에서 활동 논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절윤(윤석열과의 절연)’을 선언할 것이란 기대가 틀어지면서 당내 위기감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장 대표의 독단적 ‘민심 역행’에 사퇴 요구가 나오지만 지방선거 전 ‘장동혁 체제’를 붕괴시킬 정도로 힘이 모일지는 미지수다. 접전 지역 광역단체장들은 각자도생에 나선 모습이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은 ‘관망’, 원외에서는 대리전 성격의 연판장 대결이 계속되고 있다. 제명 상태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 등 친한(친한동훈)계 전·현직 당협위원장 25명 등은 지난 21일 “장 대표가 진정으로 지방선거의 승리를 바란다면, 지금 당장 자신의 모순을 직시해야 한다”며 “더 이상 당을 민심 이반의 늪으로 밀어 넣지 말고, 사퇴하라”라고 요구했다. 반면 ‘당권파’로 분류되는 홍형선 경기 화성갑, 이상규 서울 강북을 위원장 등 현직 당협위원장 71명은 22일 “장 대표의 정당성을 흔드는 모든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라며 “장 대표는 115만 당원의 지지와 신임을 받고 있는 합법적이고 정당한 지도자”라고 했다. 지난 20일 장 대표가 “절윤 요구와 절연할 것” 등의 입장을 낸 데 대해선 당내 지지 목소리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장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가 폭발적으로 확산하는 모습도 아니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이해가 안 가는 일이 벌어졌지만 사퇴 요구만이 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권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한동훈·배현진 징계처럼 소모적인 일에 사퇴와 재신임을 요구해온 게 문제”라고 말했다. 소장파 활동에 적극적인 한 초선 의원도 “더 바라는 것도 없는 자포자기 상태까지 왔다”며 “6월 선거 끝나고 보자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장 대표의 정적들을 비판하며 사실상 힘을 실어온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동의 하기 어렵다”며 “1심 판결이 난 이상 대국민 사과를 하고 당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데 계엄정당, 내란정당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그당은 미래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 “강성 지지 기반만을 의식해 대표 자리만 지키려는 옹색함으로 그 정당을 꾸려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장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 판단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의 의견이 많은 국민의 보편적 생각과 매우 괴리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원총회에서 (장 대표의 입장이) 추인되지 않는다면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말하기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판결 불복’과 ‘윤어게인’으로 해석된 장 대표의 입장이 지방선거를 치르는 국민의힘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하며 거리를 둔 것이다. 23일로 예정된 의원총회도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제’ 입법 강행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여 지도부에 대한 비토론이 얼마나 나올지는 미지수다. 한 다선 의원은 통화에서 “장동혁 입장문은 나도 동의할 수 없고, 부적절하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이재명 정부와 싸워야 하는 시간에 당대표와 싸우고 당대표를 끌어내릴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정현 공천관리위원회’의 김보람 위원이 이재명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공관위는 “진즉 탈당한 상태라는 점도 확인했었다”며 “우리 정치권에는 신념과 소신에 따라 당적을 옮겨 더 큰 역할을 해 온 사례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앞서 황수림 위원은 2019년 이재명 경기지사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재판 변호사로 참여했던 경력이 알려져 역시 논란이 됐다.
  • 한 달 사이 두 남자와 결혼한 ‘유부녀’…황당한 ‘3중 혼인’ 사건 [여기는 중국]

    한 달 사이 두 남자와 결혼한 ‘유부녀’…황당한 ‘3중 혼인’ 사건 [여기는 중국]

    중국 상하이에서 남편이 있는 여성이 한 달 사이 두 남성과 각각 결혼식을 올린 이른바 3중 혼인 사건이 알려졌다. 피해 남성들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달 초 중국 국영방송 CCTV12에서 소개된 이번 사건의 중심에는 상하이에 거주하는 여성 린환환이 있다. 2024년 말 산둥 출신 자오신과 저장성에 거주하는 사업가 리원룽이 각각 경찰에 신고를 접수했다. 두 사람 모두 아내를 혼인 사기로 고소한 것이다. 서로 아무런 접점이 없던 두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두 남성이 ‘아내’라고 부른 여성이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더 충격적인 사실도 드러났다. 두 남성이 자신의 아이로 알고 있던 자녀는 법적으로 배우자인 청웨이의 아이였다. 린환환은 이미 그와 혼인신고를 마친 상태였다. 2021년 10월 린환환은 온라인으로 만난 자오신과 그의 고향인 산둥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신부의 부모는 참석하지 않았고 친구 한 명만 동행했다. 한 달 뒤 그는 또 다른 남성 리원룽과 저장성에서 다시 결혼식을 치렀다. 자오신은 2021년 베이징에서 근무하던 중 온라인 채팅을 통해 린환환을 알게 됐다. 상하이에서 애견숍을 운영한다는 그녀와 빠르게 연인이 됐고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상하이로 이주했다. 그러나 린환환이 잦은 출장으로 집을 비우면서 두 사람은 사실상 주말부부처럼 지냈다. 그해 6월 린환환은 임신했다며 결혼을 재촉했다. 양가 부모가 만나 혼사를 논의했고 결혼식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혼인신고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자신이 신용불량자라 남편에게 불이익이 갈 수 있다며 차일피일 미뤘다. 양가 부모는 두 사람의 관계가 좋아 보인다는 이유로 이를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미혼모도 출생신고가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워 혼인신고 없이도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리원룽 역시 2021년 6월 린환환을 알게 됐다. 숙박업에 종사하던 그는 린환환보다 10살 이상 연상이었지만 두 사람은 빠르게 가까워졌고 결혼을 전제로 교제했다. 예비 시부모는 여성에게 8만 8000위안(약 1650만원)의 예단까지 건넸다. 그러나 이쪽에서도 혼인신고는 계속 미뤄졌다. 수사 결과 린환환은 두 남성 사이를 오가던 시점에 이미 2017년 제3의 남성 청웨이와 혼인신고를 한 상태였다. 친부모의 결혼 압박을 피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비슷한 처지의 남성을 찾아 형식적으로 혼인신고만 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의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기로 했지만 2023년 둘 사이에서 딸이 태어났다. 자유로운 결혼생활에 싫증이 난 린환환은 온라인을 통해 새로운 상대를 찾았다. 자오신과 동거하던 중 한 차례 유산을 겪었지만 이를 알리지 않고 다른 사람의 임신 진단서를 내려받아 임신한 것처럼 꾸몄다. 이후 경제력이 더 나은 리원룽에게 마음이 기울었고 자오신에게는 이별을 통보했다. 더 대담한 수법도 있었다. 그는 친부모 대신 배우를 고용해 양가 상견례 자리에 각각 다른 인물을 부모로 내세웠다. 결국 이 가짜 부모가 사건의 실마리가 됐다. 리원룽은 린환환이 보낸 아이 영상에서 들린 남성의 목소리가 자신이 만났던 장인의 목소리와 다르다는 점을 알아챘다. 자오신 역시 의심을 품었다. 린환환은 헤어진 뒤 아들을 낳았다고 했지만 실제로 데려온 아이는 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가 또래보다 작아 건강이 좋지 않은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검찰은 린환환이 임신을 조작하고 기존 혼인 사실을 숨긴 채 남성들로부터 금전을 받아냈다고 보고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린환환은 단순한 혼외 관계였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국인민공안대학 법학원 교수는 “중대한 사실을 은폐해 상대가 혼인을 전제로 재산을 건넸다면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짜 부모로 나선 배우들이 범행을 공모했는지 여부도 쟁점으로 남았다. 사건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드라마 작가도 이렇게는 못 쓴다”, “현실이 막장 드라마를 이겼다”, “연기대상감”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일부는 여성의 외모를 거론하며 “어떻게 세 남자를 동시에 만났느냐”고 조롱했다. 또 “이래서 결혼 전 신원 조회를 한다”, “이제는 장거리 연애가 무섭다”며 결혼 제도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 한국도 영향…대법원 막자 트럼프 관세 15% 강행 [핫이슈]

    한국도 영향…대법원 막자 트럼프 관세 15% 강행 [핫이슈]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관세 정책을 위법이라고 판단하자 그는 전 세계 수입품에 최대 15% 관세 부과를 선언하며 즉각 반격에 나섰다. 새 조치가 시행되면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의 대미 수출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22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오랫동안 미국을 이용해 온 나라들에 대해 전 세계 관세를 15%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기존 관세 정책에 제동을 걸자 대체 조치로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하루 만에 이를 15%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1974년 무역법 122조에 따른 조치로 대통령은 의회 승인 없이 최대 150일 동안 최대 1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특정 국가가 아닌 전 세계 수입품을 대상으로 한다. 일부 핵심 광물과 에너지 자원, 의약품 등 전략적으로 필요한 품목은 면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등 특정 품목에 부과된 별도의 관세는 이번 판결과 무관하게 그대로 유지된다. 이번 조치로 한국도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25%로 인상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어 글로벌 관세가 실제 시행될 경우 대미 수출 환경이 더욱 불확실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자동차와 반도체 장비, 철강 등 한국 주요 수출 품목의 최대 시장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일괄 관세가 시행될 경우 기업 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가격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이 미국 제조업을 살리고 무역적자를 줄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외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고 생산시설을 늘리도록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왔다. 현재 미국의 무역적자는 약 1조 2000억 달러(약 1738조 2000억 원) 수준으로 확대된 상태다. 그는 이를 “외국에 이용당한 결과”라고 주장해왔다. ◆ 대법원 위헌 판단에 즉각 반격 미국 연방대법원은 6대 3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전 세계에 관세를 부과한 것은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 조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관세 부과는 헌법상 의회 권한에 속한다며 대통령이 비상권한을 이용해 사실상 세금을 신설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일부 대법관들을 향해 “어리석은 결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핵심 정책이라고 주장하며 새로운 법적 근거를 활용해 관세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기존 관세를 통해 최소 1300억 달러(약 188조 3050억 원) 이상의 세수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 관세 환급 논란·글로벌 반발 확산 대법원판결로 기존 관세가 위법으로 판단되면서 기업과 수입업체들이 환급을 요구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 상공회의소와 소매업 단체들은 관세 환급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환급 문제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경우 해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환급 문제를 둘러싼 소송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유럽 국가들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공정한 무역은 일방적 조치가 아니라 상호주의에 기반해야 한다”고 밝혔고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관세 불확실성이 경제에 독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시행될 경우 미국 소비자와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고 글로벌 교역 환경의 불확실성도 한층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 “조기 성관계, 여성에게 좋다”…대통령 망언에 전 국민 발칵 [핫이슈]

    “조기 성관계, 여성에게 좋다”…대통령 망언에 전 국민 발칵 [핫이슈]

    지난 10년간 대통령 탄핵을 7차례나 겪은 페루에서 새 임시 대통령 자리에 오른 호세 마리아 발카사르가 과거 아동 성 착취를 정당화하는 취지의 발언을 반복해 논란이 일고 있다. RPP 등 현지 매체의 19일 보도에 따르면 발카사르 임시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과거 아동 결혼 및 조기 성관계를 옹호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나는 결코 신념을 바꾸지 않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그는 2023년 국회 회의에서 “조기 성관계는 여성의 심리적 미래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다”면서 “특히 14세 이상이라면 결혼에 제약이 없으며 교사와 제자 관계라 하더라도 합의가 있다면 (성관계가) 허용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해 비판받았다. 발카사르 임시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또다시 각계각층의 질타를 받았다. 페루 여성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그의 주장은 모든 과학적 증거에 반하며 아동 인권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규탄했다. 의료 전문가들도 “청소년기의 조기 성관계와 임신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위험 증가와 산모 건강 악화 등 심각한 사회·보건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발카사르 임시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법조인으로서 유효한 법적 근거에 따라 언급한 것”이라고 밝혀 향후 사회적 분란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10년 동안 대통령 7번 바뀐 페루의 불안한 정국발카사르 임시 대통령의 충격적인 가치관은 이미 오랜 시간 혼란에 빠져 있는 페루 정국을 더욱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다. 페루는 지난 10년 동안 대통령이 8번이나 교체되면서 극심한 혼란기를 이어왔다. 가장 최근에는 호세 헤리 전 대통령이 중국계 사업가와 비공식 만남이 확인된 뒤 취임 4개월 만에 탄핵당했다. 헤리 전 대통령의 전임인 디나 볼루아르테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취임 3년여 만에 탄핵당했다. 앞서 2022년에도 당시 대통령이 국가에 대한 반란 혐의로 1년여 만에 탄핵당한 바 있다. 마누엘 메리노 전 대통령은 2020년 11월 10일부터 15일까지 5일간 페루 대통령직을 임시로 수행했다 사임하기도 했다. 대통령직을 불과 5일간 수행한 그는 임기 중 폭력 시위로 인한 사망 사건과 여론 반발로 인해 사임을 선택했다. 대통령직과 탄핵을 둘러싼 페루 정치계 혼란은 페루 헌법이 ‘도덕적 무능’을 탄핵 사유로 보장하고, 의회가 사법 절차 없이 즉각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에 있다. 탄핵의 사유가 될 수 있는 ‘도덕적 무능’은 문구가 모호하고 해석의 폭도 넓어서 꾸준히 페루 정국을 불안에 빠뜨렸다. ‘즉각 탄핵’ 시스템은 부패나 권력 남용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어 책임성을 강화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정치적 안정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발카사르 임시 대통령이 이끄는 페루는 오는 4월 12일 대선과 총선을 함께 치르며 새 대통령은 7월이 되어서야 취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 빅토르 안 꿈꿨던 린샤오쥔… 결국 ‘노메달 엔딩’

    빅토르 안 꿈꿨던 린샤오쥔… 결국 ‘노메달 엔딩’

    평창올림픽 1500m 금메달리스트이번 대회 모두 준결선도 못 올라‘최다 입상’ 빅토르 안 상반된 행보 제2의 빅토르 안(41·러시아·한국명 안현수)을 꿈꿨던 중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린샤오쥔(30·한국명 임효준)이 개인전 세 종목 모두 조기 탈락하며 메달 없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마쳤다. 린샤오쥔은 1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남자 500m 준준결선 3조 경기에서 4위로 탈락했다. 2025~26 월드투어 종합 랭킹 1위 윌리엄 단지누(캐나다), 2위 피에트로 시겔(이탈리아)에게 밀렸고 막심 라운(캐나다)도 넘지 못했다. 이 종목 최종 우승자는 스티븐 뒤부아(캐나다)였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1500m 금메달리스트 린샤오쥔은 기대와 달리 이번 대회에선 개인전 남자 500m를 비롯해 1000m, 1500m 모두 준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남자 5000m 계주도 준결선에서 탈락했다. 그는 대회 첫 시합이었던 혼성 2000m 계주에선 결선 출전 명단에 들지 못했고 중국은 4위에 머물렀다. 빅토르 안과 상반된 행보다. 한국 대표로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에 올랐던 빅토르 안은 러시아로 귀화해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1000m, 1500m, 5000m 계주 등 금메달 3개를 휩쓸었다. 당시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그에게 막혀 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했다. 빅토르 안은 여전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부 역대 최다 입상자(금 6, 동 2)로 남아 있다. 린샤오쥔도 이번 올림픽 개막 전부터 한국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혔다. 그는 2019년 6월 국가대표 훈련 도중 황대헌(강원도청)과 불미스러운 추행 사건에 휘말렸고, 이후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자격 정지 1년 중징계를 받자 중국행을 선택했다. 한국 대표팀이 귀화 후 단거리에 집중한 린샤오쥔과 정면으로 붙은 건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이었다. 박지원(서울시청)과 장성우(화성시청)가 남자 500m에서 린샤오쥔에게 밀려 각각 2위, 3위에 그쳤고 박지원은 5000m 계주에서 그와 경합하다가 실격되기도 했다. 그러나 린샤오쥔은 대회 직후 어깨 수술을 받는 등 상승세가 꺾이면서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을 허무하게 마감했다.
  • [열린세상] 압축사회의 주름살을 펴야 할 때

    [열린세상] 압축사회의 주름살을 펴야 할 때

    대한민국의 2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참으로 극적인 현대사의 증인들이다. 1970년생인 필자는 유년 시절 호롱불 아래서 숙제하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마을 이장댁에서 출발한 전기라는 문명의 혜택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야 받게 되었다. 초가지붕은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뀌고 버스의 뒤꽁무니를 쫓아 다니게 됐다. 도구의 삶에서 기계를 이용해 농사를 짓는 문명의 전환이 시작되었다. 그 세대가 장년이 되어 손안의 스마트폰에 AI와 로봇이 공존하는 초고도 문명사회를 살고 있다. 불과 반세기 만에 서구 사회가 수백년간 겪은 변화를 압축적으로 통과한 것이다. 이들은 80년대 PC 보급, 90년대 인터넷 혁명, 2000년대 벤처 붐과 스마트폰 혁명을 모두 겪으며 정보기술(IT) 활용 능력을 체득한 ‘디지털 원주민’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시에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의 돌봄을 기대할 수 없는 첫 세대인 ‘마처 세대’로서, 서구 사회가 단기간에 겪은 변화를 단 50년 만에 통과한 ‘압축 사회’의 주역이자 고독한 관찰자로 서 있다. 한마디로 ‘압축 인간’인 것이다. 이 압축 성장의 속도는 눈부셨으나 그 가속도가 만들어 낸 원심력은 우리 사회 곳곳에 치명적인 독소를 비산시켰다. ‘더 빨리’ 가기 위해 선택한 효율성은 ‘승자 독식주의’를 시대의 정의로 둔갑시켰고, ‘함께’라는 가치는 ‘나만 잘살면 된다’는 개인주의와 ‘돈이 곧 인격’이라는 자본 만능주의에 자리를 내주었다. 이러한 의식 구조의 파괴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 지점은 바로 ‘주택’이다. 압축 사회를 살아온 70년대생은 초가집, 슬레이트 블록집, 다가구·다세대, 빌라를 전전하며 지하층, 옥탑방, 고시원을 체험하고 결혼 이후에는 아파트라는 목표를 향해 몸과 마음을 바쳤다. 그사이 인간이 몸을 뉘고 삶을 일궈야 할 아늑한 주거 공간을 손에 쥔 이들도 있고, 아직까지 무주택자로서 천정부지로 폭등한 집값을 견디며 세입자로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어느덧 투기와 재산 증식의 유일한 수단으로 전락한 주택 가격의 유례없는 앙등은 단순한 경제지표 상승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돌이키기 힘든 우리 사회 갈등의 원인이기도 하다. 기성 세대가 자산 증식의 축배를 들며 ‘부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동안 그 천문학적인 비용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의 부채로 전가되고 있다. 오늘날 주택은 계급을 나누는 잣대가 되었고 성실하게 일해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절벽’이 되었다. 높은 집값을 견디지 못한 젊은 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사치를 넘어 ‘공포’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삶의 터전 밖으로 계속해서 내몰리는 청년들의 좌절은 세대 간 불신과 갈등을 낳았고, 이는 공동체의 존립을 흔드는 근본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모두의 욕망이 된 아파트는 끊임없이 진화해 화려한 상품이 되었으나,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앞세운 담장 안 아파트는 유례없이 취약해진 ‘압축된 인간’들의 전시장이나 다름없다. 압축 사회는 우리에게 서늘한 질문을 던진다. 물질적 풍요와 성장을 위해 인간다움을 유보했던 우리가 이제는 ‘모두의 실패’라는 쇠퇴의 과정마저 압축하려 하는 것은 아닌가. 그동안 우리는 ‘돈’이라는 거대한 압력 아래 이러한 소중한 가치들을 구겨 넣고 압축된 채 살아왔다. 하지만 우리가 결코 압축해서도, 압축되어서도 안 되는 것들이 있다. 바로 공동체를 향한 사랑, 이웃을 향한 배려, 그리고 후손의 미래를 염려하는 정신의 고귀함이다. 이제 압축 성장의 그래프가 아닌, 삶의 질과 존엄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키를 틀어야 한다. 주택이 누군가의 배를 불리는 전유물이 아니라 모두의 안식처가 되는 사회, 미래 세대의 희망을 가불해 현재의 풍요를 연명하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는 그 압력 속에서 겹겹이 구겨진 인간의 마음과 정신의 주름을 활짝 펼 때이다. 유창수 전 서울시 부시장
  • [씨줄날줄] 韓 반도체 인력 쟁탈전

    [씨줄날줄] 韓 반도체 인력 쟁탈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종종 우리나라의 저출산을 언급한다. “장기적으로 인공지능(AI)보다 인구 붕괴가 심각한 위협”이라는 주장의 대표 사례로 한국을 꼽는다.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합계출산율)가 한국은 0.75명(2024년 기준)으로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대체출산율(2.1명)에 한참 못 미친다. 머스크는 지난달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북한이 침공할 필요도 없다”고 꼬집었다. 머스크는 한국 반도체에도 관심이 많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테슬라코리아의 ‘AI 칩 디자인 엔지니어’ 채용 공고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한국에서 반도체 설계·제조 또는 AI 소프트웨어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면 테슬라에 합류하라”고 적었다. 특정 국가 인재 언급은 이례적이다. 머스크는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 패키징까지 수직계열화한 ‘테라팹’ 건설을 언급해 왔다.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세계시장의 80%를 차지한다. TSMC와의 격차가 크지만 파운드리(위탁생산) 세계 2위는 삼성전자다. 전 세계가 한국인 엔지니어들을 고급 인력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박근용 싱가포르국립대 교수가 한국은행 조사팀과 공동 연구한 결과 국내 AI 인력은 5만 7000명(2024년 기준)이다. 미국(78만명), 영국(11만명) 등과는 차이가 크지만 최근 10년간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 반면 AI 기술 보유 근로자가 받는 임금 프리미엄은 6%로 미국(25%), 영국(15%) 등에 비해 낮다. 다른 분야보다 해외 이직률이 높다. 박 교수팀은 해외 근무 AI 인력을 1만 1000명으로 추산했다. 미국 근무가 절반을 넘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인공지능혁신대학원 신설 계획을 어제 발표했다. 올해 10개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22개 설립이 목표다. 보상 체계 개편, 산학 연계 등 경력 개발 경로 구축으로 국내에 머무를 유인 장치도 마련해야겠다. 전경하 논설위원
  • [서울광장] 국민의힘, ‘윤석열 블랙홀’ 벗어나려면

    [서울광장] 국민의힘, ‘윤석열 블랙홀’ 벗어나려면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퇴임 후 ‘박연차 게이트’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 그는 2009년 5월 23일 이런 유서를 남기고 마을 뒷산 부엉이바위에서 몸을 던졌다. ‘특권과 반칙 없는 나라’라는 정치 목적에 도달하는 데 실패했다는 좌절감, 무력감에다 노무현이 정의·진보 같은 이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 돼 버렸다며 스스로를 가혹하게 처벌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도 국회 탓, 국무위원 탓, 사령관 탓으로 일관하며 12·3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어제 법원에서 1심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국민 앞에 반성과 사과는 없었다. 국민의힘은 그런 대통령을 배출한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건희 비리 의혹’과 그를 감쌌던 윤 전 대통령, 이를 지적하며 갈등했던 한동훈 전 당대표 사이에서 계엄폭탄이 터지는 비극을 막지 못한 ‘내란 방조 정당’이라는 여권의 프레임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한국의 보수정당은 정치의 주류에서 밀려난 지 10년이나 됐다. 2016년 총선 패배에 이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 참패,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 참패로 이어지는 보수의 겨울을 맞았다.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라는 ‘반짝 봄날’도 있었지만, 2024년 총선 참패와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탄핵파면으로 입법부, 행정부 권력을 상실한 데다 내란 우두머리 배출 정당이라는 낙인까지 찍힘으로써 건국과 산업화를 주도해 온 자유민주주의 헌법 수호세력이라는 자부심과 명분마저 흔들리는 처지가 됐다. 국민의힘과 보수가 ‘윤석열 블랙홀’에서 벗어나 다시 국민의 사랑과 선택을 받을 수 있기까지 얼마의 세월이 걸릴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비주류로 밀려난 10년 동안 이견을 배신으로 여기는 ‘배신자 색출병’이 체질화된 것도 당의 자생력과 복원력 발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유승민 원내대표의 다른 목소리에 대해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며 ‘진박’, ‘찐박’만 찾다가 총선 참패와 탄핵을 맞았다.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 외친 윤 전 대통령은 이준석 당대표를 ‘내부 총질’ 혐의로 사실상 내쫓았고, 한동훈 당대표를 ‘배신자’로 몰아붙였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당 게시판 사건의 책임을 물어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했던 한 전 대표를 제명했다. 윤 전 대통령을 대신해 한 전 대표를 응징한 셈이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해야 한다는 당 안팎의 요구에 “절연에 대한 입장은 우리 당에서 여러 차례 밝혔다”면서 “지금 절연보다 더 중요한 건 전환”이라고 했다. 장 대표의 ‘전환’이 다음달 1일부터 당명을 바꾸고 당을 지방선거 모드로 전환하는 식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이라면 국민에게 진정한 변화·혁신으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의 한 이유로 든 부정선거론에 사로잡혀 당을 고립으로 몰아넣고 있는 ‘윤 어게인’ 세력과의 단절 여부도 헌법·사실·상식을 중시하는 국가중심세력으로의 복귀 가능성을 가르는 하나의 기준선이 될 것이다. 국민의힘 계열의 한국 보수정당은 잘못된 과거를 스스로 청산하고 위기를 극복한 역사를 갖고 있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에는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특별법 제정으로 신군부 세력을 단죄했다. 2004년 박근혜 대표 시절에는 천막당사라는 기득권 포기 실천으로 ‘차떼기당’의 오명을 씻고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2020년 총선 참패 후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 5·18 민주묘지 앞 무릎사과로 호남의 문을 두드렸고, 30대 0선 당대표를 내세워 청년들에게 다가서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장동혁 지도부가 무늬만의 변화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쇄신할 결심을 했는지는 6·3 지방선거의 공천혁명 여부로 드러날 것이다. 한 전 대표도 ‘윤석열의 황태자’로 법무부 장관, 비상대책위원장, 당대표를 지내면서 계엄이라는 윤 정부의 자멸을 막지 못한 책임과, 탄핵·대선 국면에서 리더십·팔로어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당원들의 비판 앞에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박성원 논설위원
  •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그대 만나려 비워둔 내 ‘작은 여백’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그대 만나려 비워둔 내 ‘작은 여백’

    등산을 하건, 산책을 하건, 평안한 마음으로 길을 걷다 개를 만나면 자연스레 시선이 간다. 일단 시선이 가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 언제 짖을지, 언제 똥오줌을 눌지 예측이 불가능한 탓에 불편한 느낌은 더해 간다. 상대방이 기르는 개가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걸 모르지는 않는다. 다만 불편할 뿐이다. 그렇다고 개 주인 들으라고 날 선 반응을 보일 필요야 없다. 개 주인도 마찬가지다. 그저 서로가 조금씩 불편함을 참고 넘어가야 한다. 새 책 ‘최적의 거리’는 이처럼 적당한 거리를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단편소설집이다. 첫 편 ‘초읍의 시’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등산객들이 무리를 지어 내려오고 있다. 피하고 싶은 것은 꼭 만나게 된다.” 반려견 ‘터프’와 산책하던 주인공 ‘나’의 속엣말이다. 등산객은 그저 길을 걷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나’가 지레 갖는 이런 속마음은 부지불식간에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럼 등산객도 ‘나’도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표제작인 ‘최적의 거리’는 영화 ‘장미의 전쟁’(1990)을 보는 듯하다. 주인공 ‘수정’과 남편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를 두고 끝없이 싸우는 사람들 같다. ‘수정’은 이혼해 혼자 사는 친구 ‘선미’가 부럽다. “술과 담배와 음악, 그리고 자유….” 그렇게 자유를 만끽하던 ‘선미’가 어느 날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다. 이를 보는 ‘수정’은 안타깝다. 금방 커버린 아이가 품을 떠나고 나면, 다시 ‘선미’가 외로워질 것이 뻔해서다. 그런데 이 대화에서 두 친구가 놓치고 있는 건 없을까. 아이 자신의 삶 말이다. 사람들은 요즘 다소 느슨한 관계를 선호한다고 한다. 지나치게 가까운 것도, 먼 것도 불편하다는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대다수의 생각도 이와 일치하는 듯하다. 갈등의 발화점을 자신이 아닌 주변에서 먼저 찾는다는 것도 그렇다. 다른 이의 생각을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알고는 있어야 한다. 책이 갖는 미덕은 이 지점에 있지 싶다. 다른 이상을 가진 이들이 무얼 바라보고 있는지, 어떤 걸 불편해하는지 알게 해준다. 작가는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거리(距離)에 대한 이야기”라며 “내가 그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다가가기보다는 그 사람이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하는 건 아닐까 싶다”고 했다.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내가 만든 문장 쓰지 마세요(케빈 윌슨 지음, 박중서 옮김, 허블) “내 머릿속에는 작은 목소리가 있었고, 나더러 뭘 쓰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이 작은 목소리, 이 조그맣고 끈질긴 목소리가 하느님도 아니고, 어떤 뮤즈도 아니고, 이 세상에서 나를 제외한 다른 누구도 아니라는 것은 나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가장자리는 판자촌, 금 탐방꾼 우글거리고, 우리는 도망자, 법은 우리를 잡으려고 잔뜩 허기졌지.’”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지닌 두 청소년이 장난으로 만든 포스터가 거대한 소요 사태를 낳았다. 익명성 뒤에 숨어 소문과 미신이 퍼졌고, 공포와 선동이 동반됐다. 20년 후 우연한 계기로 사건을 떠올리면서 시작된 이야기는 내면의 상처와 화해하려는 시도와 치유의 과정으로 흘러간다. 청소년의 내면을 세밀하게 조명한 책은 2020년 출간 후에도 꾸준히 회자되며 케빈 윌슨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352쪽, 1만 7000원. 전설의 가래떡(한라경 지음, 민승지 그림, 보랏빛소어린이) “괜찮아, 이럴 때도 있는 거지. 조금만 더 가면 도착이야. 우리 다 같이 가자. 나도 너희들이랑 같이 꼭대기에 가 보고 싶어.” 떡국떡 모양 슉슉이와 힘 센 탄탄이, 유연한 말랑이, 기다란 길쭉이는 모두 가래떡 태생인데도 매일 자기가 최고라고 싸운다. 보다 못한 돌돌할매가 소란을 잠재우려 ‘가래떡 산에 가장 먼저 도착하면 신비한 조청을 주겠다’고 선언했다. 다들 조청을 얻겠다며 떡국 바다를 건너고 떡볶이 용암을 지나며 회전하는 소떡소떡 다리를 건넌다. 가래떡으로 만든 세계에서 각자의 장점을 살려 친구들을 돕는 이야기가 귀엽다. 56쪽, 1만 7000원. 얽힘의 사건(허희 지음, 작가) “하지만 김정환이 긍정한 “고도의 전문 기능을 요구하지는 않는” 시민판화정신은 애초에 정교한 예술적 완성도 추구와는 관련이 없었다. 요점은 엘리트 지식인이 민중 대신 발화하는 형태가 아니라, “민중들의 목소리”를 스스로 내게 한다는 데 있었다. …이후 김정환은 시민판화 작품과 자신의 시를 결속하여, “시와 일상 삶과의 거리를 없애자”는 ‘시와 경제’ 동인의 선언을 수행하였다. 그것은 충분히 고평할 만한 결단이다.” ‘시의 시대’라 불렸던 1980년대 한국 시를 신유물론으로 재해석한 평론집. 민중시, 여성시, 도시시 계열의 시인으로 김정환, 김혜순, 최승호를 호출해 시와 시집, 시인과 시단, 그를 둘러싼 시대와 사건을 추적했다. 시를 둘러싼 환경을 파헤치고 엮으면서 물질적 조건들이 어떻게 시적 의미를 달라지게 했는지 풀어내며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326쪽, 2만원.
  • ‘툭툭’ 남도의 굴 익는 소리… ‘영혼의 맛’ 보러 장흥 가세

    ‘툭툭’ 남도의 굴 익는 소리… ‘영혼의 맛’ 보러 장흥 가세

    아차 싶었다. 찬바람 끝에서 벌써 매서운 기운이 사라져 가는데, 여태 굴구이를 입에도 못 댔다니. 그러고 보니 꼬막, 낙지 역시 마수걸이도 못했다. 겨울 식도락의 정수, 영혼의 맛, 굴을 찾아 부랴부랴 남도 끝자락 전남 장흥군으로 간다. 보통은 맛집 순례부터 나서지만 이번 장흥 여정은 예외다. 장동면의 안중근의사추모역사관부터 찾는다. 두 해 전에 새로 조성됐다. 관련 소식은 듣고 있었지만 이제야 찾는 게 송구해 먼저 안 의사께 인사부터 올리기로 했다. 안중근(1879~1910) 의사는 황해도 해주 사람이다. 장흥과는 전혀 연고가 없다. 그런데도 장동면 해동사(海東祠)에선 전국에서 유일하게 안 의사를 배향하고 기일에 맞춰 제사도 지낸다. 사당에서 지역 연고가 없는 인물을 배향하는 게 처음 보는 일은 아니지만, 다른 성씨의 문중에서 직계 조상을 모시듯 예를 다하는 건 드문 경우다. 서울신문은 이에 얽힌 사연을 앞서 여러 차례 전했다. 관련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안 의사의 위패를 모신 해동사는 1955년에 안홍천이란 지역 유지가 세웠다. 안 의사는 순흥 안씨, 안홍천은 죽산 안씨다. 죽산 안씨가 순흥 안씨 가계에서 갈라져 나왔다고는 하나, 사실 ‘이웃사촌’보다 먼, 남이나 다를 바 없는 사이다. 한데 안홍천은 안 의사의 후손이 국내에 없어 제사조차 지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사재를 털어 죽산 안씨 사당인 만수사(萬壽祠) 바로 위에 안 의사 사당을 조성했다. 해동사가 문을 열던 날, 해외에 거주하는 안 의사의 후손들이 영정과 위패를 봉안하면서 명실상부한 안 의사 사당이 됐다. 지금도 죽산 안씨 문중에서 매년 음력 3월에 시제를 올린다. 겨울철 알도 맛도 배가 되는 석화… 용산 vs 관산 ‘양대 산맥’ 조정래 ‘태백산맥’에 나온 참꼬막… 수라상에 오를 만큼 진미 바닷물·민물 섞인 기수역서 자란 매생이… 내저마을 최고봉추모역사관은 해동사 아래 별도 부지에 조성됐다. 추모관, 조형물, 애국 탐방로, 추모공원 등으로 구성됐다. 추모관 내부는 ‘빛의 울림’, ‘꺼지지 않은 불꽃’ 등 6개의 전시실로 이뤄졌다. 장흥군은 앞으로도 이 일대에 안 의사 추모 공간을 꾸준히 늘려갈 계획이다. 이제 남도 ‘맛의 방주’ 장흥 갯가로 나간다. 굴구이를 찾아서다. 자신의 생각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머리를 조종하는 기생충에 감염된 ‘좀비 개미’처럼 용산면 남포마을로 향한다. 뇌세포는 온통 굴구이 뿐이다. 오로지 굴구이 맛만으로도 뇌의 용량은 버겁다. 꽤 오래전, 장흥 출장 때도 그랬다. 다른 업무로 출발이 늦어졌고, 장흥에 이른 건 ‘현지 시간’으로 모두 잠들 무렵인 밤 9시 언저리였다. 도시에선 이제 겨우 2차를 가네 마네 하는 시간이었지만 갯마을에선 진작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지금도 당시 모습이 어제처럼 선연하다. 사방이 괴괴한 가운데 가게 문을 열고 나온 한 아주머니가 ‘좀비 개미’ 레이더에 포착됐다. 불문곡직 다가가 굴구이를 내달라 청했다. 아주머니는 ‘대략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선선히 가게 문을 열었다. 쫄쫄 굶은 기색이 역력한 이방인을 몰아낼 순 없었던 거다. 석화(石花)라고 했다. 돌에 붙은 꽃. 바닷가 펄 속 돌멩이에 붙어 있던 굴 종자가 겨울이 깊어져 갈수록 몸피를 확 키우는데 그게 꽃을 닮았다고 해서 이토록 낭만적인 이름이 붙었다. 한데 생김새가 불퉁스럽다. 꽃에 견주자니 도무지 언감생심이다. 반어법인가. 껍질 크기가 건장한 사내 주먹 가웃이나 되는 녀석도 있다. 허균의 1611년 작 ‘도문대작’에도 등장하는 걸 보면, ‘석화’란 어쩌면 우리 선조들이 굴의 맛에 얹은 상찬의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장흥의 맛은 대체로 직선적이다. 에두르는 법이 없다. 조미의 힘보다, 재료 본연의 맛을 더 높게 치는 듯하다. 장흥에서 굴구이로 이름난 곳은 용산면 남포마을과 관산읍 죽청마을 두 곳이다. 장흥 토박이 안병진(62)씨는 용산에서 먼저 시작했다고 전했다. 두 지역 간 거리는 멀지 않지만 먹는 방식은 다소 다르다. 현지인조차 두 지역에 대한 호불호가 갈린다. 용산 쪽은 직화에 굽는 방식을 선호하는 편이다. 쫀쫀하게 익은 굴을 소주와 함께 목으로 털어 넣는다. 박력 넘치는 맛이다. 하지만 자연산 굴이라 알도 잔 편이고, 짠맛도 강하다. 다소 쓴맛도 감돈다. 굴 껍데기에는 펄이 묻어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도 용산 쪽을 선호하는 이들의 생각은 확고하다. 맛도 좋거니와 펄을 조금 먹는 것 정도는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석화가 자라는 곳은 남포마을 앞 기수역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몸을 섞는 곳. 남포마을 어촌계원들만 들어갈 수 있는 비밀 장소다. 석화를 채취할 수 있는 기간은 짧다. 굴 식용이 가능한 11월 말쯤에 문을 열고 3월쯤 닫는다. ‘사리’ 때처럼, 현지 표현으로 ‘물이 아주 많이 써는(썰물)’ 기간에만 작업할 수 있다. 썰물 전에 배를 가져가 대 놓고 캐낸 석화를 배에 옮긴 뒤, 밀물 때 다시 배를 가져 나오는 식이다. 관산 쪽은 주로 종패를 넣어 키운 양식 굴을 쓴다. 펄에서 채취한 굴에 비해 알도 크고 모양도 예쁘다. 당연히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게 이 일대 주민들의 생각이다. 직화보다는 커다란 무쇠 불판에 올려 굽는 게 보편적이다. 맛은 한결 정돈된 편이다. 투박하지 않고 정갈하다. 장흥 읍내 몇몇 가게에서 내는 굴찜과 비슷하다. 요즘 용산 쪽에서도 무쇠 불판에 굽는 집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아무래도 도시인의 입맛에 맞춘 변화가 아닐까 싶다. 사실 굴구이는 추억의 맛이 절반이다. 드럼통에 군고구마 식으로 구워 먹던 굴구이는 이제 기억 너머로 사라지는 모양새다. 남도 사람들은 맛에 관한 한 완벽을 추구하는 듯하다. 오래전 득량만의 한 여성 어민에게 들은 꼬막 이야기가 지금도 선연하다. 요즘은 듣기조차 힘든 ‘시집살이’가 흔하던 시절, 애써 삶은 꼬막이 입맛에 맞지 않으면 시어머니는 곧바로 마당에 내팽개쳤다고 한다. 그만큼 꼬막 삶기가 갯마을에서 중시되던 일상의 요리였다고 볼 여지도 조금은 있겠다. 사실 꼬막 삶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현지에서처럼 꽉 찬 맛을 실현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초콜릿 빛깔 영롱한 속살이 부드럽게 톡 터질 때의 그 자연의 맛은 무엇과도 비교 불가다. 이 맛을 기대하던 이에게 싱겁고 무미건조한 꼬막의 살이 전해졌을 때 엄습하는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꼬막은 참꼬막, 새꼬막, 피꼬막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임금님 수라상에 오를 만큼 귀한 대접을 받은 건 물론 참꼬막이다. 그만큼 값도 비싸다. 장흥 읍내 토요시장에서조차 1㎏에 3만 5000원을 웃돈다. 어민이 뻘배에 싣고 온 참꼬막을 현장에서 그물망째 싸게 사는 건 이제 옛일이 됐다. 요즘은 대도시의 거상들이 갯벌을 통째 입도선매해서 참꼬막을 유통한다. 누운 소도 벌떡 세우는 낙지… 어판장에서 싱싱한 맛 그대로 건강 앞세운 ‘참살이’ 관광상품… 마음건강치유센터 가 볼 만안중근 의사 위패 모신 해동사·동학혁명기념관도 필수 코스참꼬막과 새꼬막은 같은 돌조갯과이지만 맛도 모양도 퍽 다르다. 보통 껍질의 주름(방사륵)으로 구분한다. 참꼬막은 17~18개, 새꼬막은 두 배 가까운 30~34개의 주름살이 있다. 무엇보다 맛의 차이가 크다. 새꼬막이 고소하고 정갈한 맛을 가졌다고는 하나, 소설가 조정래가 대하소설 ‘태백산맥’에서 “간간하면서 쫄깃쫄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다고 표현한 참꼬막의 맛과는 비교하기 어렵다. 매생잇국 이야기도 애잔하다. 며느리가 들여온 시어머니의 아침상. 매생잇국이 놓여 있다. 매생이는 팔팔 끓여도 김이 나지 않는다. 며느리가 시침 뚝 떼고 있는 사이, 시어머니가 한술 떠 입에 넣자마자 입천장을 확 데고 만다. 이처럼 며느리는 한 풀고, 술꾼들은 꼬인 아침 속을 푸는 게 매생이다. 매생이는 12~2월 아주 추운 겨울에 잠깐 나타나 담백한 제 몸맛을 알려 주고는 금세 사라진다. 그러니까 지금은 매생이가 거의 끝물이다. 장흥 매생이는 대덕읍 내저마을에서 난 것을 으뜸으로 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매생이 양식이 시작됐다는 곳이다. 매생이는 파도가 잦아지는 굽은 곳, 바닷물과 민물이 몸을 섞는 기수역에서 잘 자란다. 항아리 형태의 내저마을 앞바다는 이 같은 조건의 최적지로 꼽힌다. 내저마을 앞의 둥근 만 전체가 매생이 양식발로 가득하다. 비슷해 보여도 진자리와 마른자리의 구분이 엄연하다. 좋은 자리는 만의 가운데다. 해서 마을 주민들은 해마다 양식발 놓는 자리를 번갈아 옮긴다. 이웃한 지방자치단체들에도 물론 매생이 양식장은 있다. 하지만 “바닷물에 잠겼다 빠지기를 반복하며 익어가는 곳은 장흥 내저마을뿐”이라는 게 이 지역 사람들의 주장이다. 맛도 장흥산이 독보적이라는데, 글쎄 이는 여행자들이 판단할 몫이겠다. 내저마을 인근 대덕시장에 매생이죽, 떡국 등을 내는 집들이 많다. 드러누운 소도 벌떡 일으켜 세운다는 낙지도 제철이다. 장흥은 우리나라 낙지 생산 1번지다. 회진면 대리의 수산물어판장에서 매일 아침 8시쯤 경매가 이뤄진다. 초고추장만 사 가면 그 자리에서 싱싱한 낙지를 맛볼 수 있다. 토요시장에서도 싱싱한 놈으로 살 수 있다. 해마다 설, 한가위 등 명절 전에는 구매 가격이 일정 액수를 넘을 경우 지역상품권으로 돌려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혜택이 꽤 쏠쏠하다. 요즘 장흥군이 부쩍 공을 들이는 관광 분야가 ‘참살이’, 이른바 웰니스다. 장흥의 랜드마크인 편백숲 우드랜드 말고도 건강 콘텐츠를 지향하는 공간이 꽤 늘었다. 안양면 마음건강치유센터는 지난해 전남도 우수웰니스관광지로 선정된 곳이다. 원광대 장흥통합의료병원 2층에 조성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울, 불안, 스트레스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설립됐다. 한의학 기반의 체험형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읍내엔 장흥힐링테라피센터가 있다. 자연, 약초, 전통을 기반으로 한 치유 체험 공간이다. 주민뿐 아니라 관광객도 이용할 수 있다. 장흥 끝자락인 삼산리 정남진 전망대(126타워) 인근엔 대중스타조각공원이 조성됐다. 전망대에서 맞는 해돋이 풍경도 장관이다. 읍내 외곽의 동학농민혁명기념관도 필수 방문 코스다. 동학혁명 4대 전적지 중 하나이자 최대·최후 격전지였던 석대들 일대에 조성됐다. 팬데믹 시기에 문을 열어 아직 입소문이 덜 났을 뿐, 볼거리가 꽤 있다.
  • 정상인, 환자 둔갑시키고 청소시켜…中 정신병원 ‘조작 사기’ 터졌다 [여기는 중국]

    정상인, 환자 둔갑시키고 청소시켜…中 정신병원 ‘조작 사기’ 터졌다 [여기는 중국]

    당국에서 의료보험 타내기 위해 환자 재입원 시키고 서류 조작 일부는 ‘무료 입원’으로 환자 유치 환자 폭행까지…14명 사기로 구속 이달 초 중국 일부 정신병원이 정상인을 환자로 둔갑시켜 장기 입원시키고 의료보험금을 빼돌렸다는 잠복 취재 보도가 파장을 일으킨 뒤, 당국이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19일 중국 매체 163닷컴에 따르면 이 매체는 후베이성 샹양과 이창 일대 일부 병원이 정신질환이 없는 사람들을 조직적으로 입원시켰다고 보도했다. 입원비 무료와 숙식 제공을 내세워 유인한 뒤 병명을 붙이고 진단서를 작성해 의료보험을 청구하는 방식이었다. 이 같은 행태는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구조화된 보험 사기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료진이 병력을 조작하고 시스템상으로는 심리치료와 행동교정, 1급 간호 등의 항목을 올렸다. 실제로는 기본 약물만 지급하면서 고액 진료비를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독을 피하기 위해 서류상 퇴원 처리 후 환자를 그대로 병원에 남겨둔 채 다시 입원시키는 가짜 퇴원 수법도 동원됐다. 한 환자는 서류상 여섯 차례 퇴원했지만 실제로는 5~9년 동안 병원을 떠나지 못했다는 사례도 보도됐다. 문제는 금전적인 부분에만 그치지 않았다. 일부 병원에서는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외부 연락을 제한했으며, 퇴원을 위해 별도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사실상 구금에 가까운 조치가 이뤄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반항할 경우 결박이나 폭행이 뒤따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증 환자에게 청소와 간병, 잡무를 맡기면서도 의료보험에는 1급 간호비를 청구했다는 점에서 병원이 아닌 통제 공간에 가까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해당 보도는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서 6600만회 넘게 조회되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후베이성 당국은 합동조사단을 꾸려 샹양과 이창 지역 정신의료기관 51곳을 전수 조사했고, 지난 13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다음날 중국 매체 지광신문 보도에 따르면 당국 조사 결과 병원 운영 과정에서의 문제가 다수 드러났다. 샹양과 이창의 정신의료기관 10곳에서 허위 진료와 허위 의료 문서 작성, 가짜 서비스 항목 청구 등을 통해 총 348만 5900위안(약 7억 3300만 원)의 의료보험 기금을 부정 수령한 정황이 확인됐다. 일부 병원은 입원 횟수를 늘리기 위해 형식상 퇴원 처리한 뒤 곧바로 재입원시키는 방식까지 동원했다. 한 환자가 15차례 입퇴원을 반복한 사례도 있었다. ‘입원비 감면’이나 심지어 ‘무료 입원’을 내세워 환자를 모집한 병원도 실제로 존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기관은 입원 환자 수를 직원의 월별 평가에 반영해 사실상 환자 유치 경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 침해 정황도 확인됐다. 간병인과 간호사가 환자를 폭행한 사실이 드러났고, 관련자 4명은 행정 처분을 받았다. 병원 관계자 14명은 사기 혐의로 구속됐으며, 의료보험 정산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하고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들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다만 정신질환이 없는 사람을 강제로 입원시켰다는 의혹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제질병분류(ICD) 기준에 따라 입원 환자 8620명과 최근 퇴원 환자 559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비정신질환자의 부당 입원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정신병동의 폐쇄적 구조 자체가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외부의 상시 감시가 어렵고, 환자가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점에서다. 치료라는 이름 아래 운영 실태가 가려질 경우 제도적 허점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후베이성 당국은 성 전체 정신의료기관과 의료보험 기금 관리 전반에 대한 특별 정비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 시선에 응답하다…마네의 ‘올랭피아’

    시선에 응답하다…마네의 ‘올랭피아’

    ●스캔들의 탄생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는 1865년 파리 살롱에 출품되었다. ‘올랭피아’가 살롱 벽에 걸리자 거센 비난과 조롱을 불러일으켰다. 관람객들은 이상화되지 않은 육체의 모습과 모델의 도발적인 시선에 충격을 받았고, 작품 앞에서 야유를 퍼부었다. 결국 경비가 배치될 정도로 논란이 확산되었다. 이렇게 논란을 일으킨 누드는 없었다. ‘올랭피아’가 거센 비난을 받은 이유는 전통적인 비너스 도상을 훼손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전통적인 누드화를 기대했다. 그러나 살롱 벽에는 관객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이상화되지 않은 몸으로 뻔뻔하게 바라보는 여성이 있다. 더욱이 창백하고 평면적인 피부는 붓질의 흔적을 드러내 더욱 천박해 보였다. 사실 마네는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 구도를 그대로 차용했다. 다만 그 무대와 모델을 동시대 파리의 현실로 변형한 것 뿐이었다. 화면 속 여성의 이름은 올랭피아이며 무대는 파리 중심부의 아파트다. 당시 올랭피아는 나나와 함께 프랑스에서 고급 매춘부가 흔히 사용하던 이름이다. 마네는 전통적인 누드를 그렸지만 비너스의 신화적 가면을 제거함으로써 관객의 기대를 정면으로 흔들었다. ●시선과 권력 ‘올랭피아’는 19세기 중반 파리의 부르주아 남성의 성 문화를 정면으로 드러냈다. 당시 중산층 남성들 사이에서는 결혼과 별개로 고급 매춘부를 정부로 두는 관행이 널리 퍼져 있었다. 이들의 후원을 노리는 여성들은 오페라, 살롱, 경마장 등 사교 공간에서 후원자를 물색했다. 후원자들은 이 여성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이를 부의 과시로 여겼다. 올랭피아도 그 중 하나였다. 그녀도 남성으로부터 아파트와 하녀를 지원받아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 흑인 하녀가 꽃다발을 들고 서 있는데 이 꽃다발은 고객이 준 선물이다. 이러한 구성은 19세기 파리의 성 산업, 계급 구조, 인종적 위계를 암묵적으로 드러낸다. ‘올랭피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올랭피아의 시선이다. 그녀는 수동적으로 누워있는 존재가 아니라, 화면을 지배하고 있는 인물이다. 몸은 벌거벗고 있지만 태도는 단호하다. 올랭피아의 노골적 시선과 냉정한 태도는 부르주아들의 위선적 성 도덕과 소비적 관계를 폭로하며 당대 관객에게 충격을 주었다. ●검은 고양이 ‘올랭피아’의 발치에 자리한 검은 고양이는 티치아노 ‘우르비노의 비너스’ 속 작은 강아지와 비교된다. 전통적으로 개는 부부 간 믿음과 안정된 결혼을 상징했지만, 마네는 그 자리에 등을 세운 검은 고양이를 배치했다. 19세기 프랑스 문화에서 고양이는 관능, 독립성, 성적 자유를 암시하는 동물로 인식되었다. 특히 꼬리를 치켜든 고양이의 긴장된 자세는 화면의 에로틱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고양이는 화면 속 여성의 태도와 마찬가지로 길들여지지 않은 존재로 읽힌다. 이 고양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작품의 의미를 신화적 상징에서 현실로 이동시키는 장치다. ●괘씸한 누드 마네는 티치아노의 비너스 구도를 차용했지만, 그 의미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티치아노의 비너스가 결혼과 이상적 사랑의 상징이라면, ‘올랭피아’는 19세기 파리의 타락한 결혼의 의미와 성 산업의 호황을 노출한다. 모델 빅토린 뫼랑은 신화적 여신이 아니라 현실 속 매춘부로 등장한다. 이 작품은 당시 관객에게 충격을 주었으나, 이후 인상주의와 근대 회화의 전개에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올랭피아’는 누드를 그린 것이 아니라, 누드를 바라보는 방식을 그렸다. 19세기 부르주아 관객들은 옷 벗은 누드를 보러 왔다가, 오히려 자신의 도덕 관념을 평가받는 입장이 되었다. 화를 참지 못한 부르주아들은 자신이 어제 한 일을 대놓고 비난하는 마네가, 올랭피아가 괘씸했다. 부르주아들은 이 작품에 지팡이를 휘둘러 분노를 표했다. 부르주아들은 이 그림 앞에서는 여전히 화가 나고 불편하다. 그 불편함이야말로, 마네가 의도한 가장 솔직한 응답이다.
  • 시선에 응답하다…마네의 ‘올랭피아’ [으른들의 미술사]

    시선에 응답하다…마네의 ‘올랭피아’ [으른들의 미술사]

    ●스캔들의 탄생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는 1865년 파리 살롱에 출품되었다. ‘올랭피아’가 살롱 벽에 걸리자 거센 비난과 조롱을 불러일으켰다. 관람객들은 이상화되지 않은 육체의 모습과 모델의 도발적인 시선에 충격을 받았고, 작품 앞에서 야유를 퍼부었다. 결국 경비가 배치될 정도로 논란이 확산되었다. 이렇게 논란을 일으킨 누드는 없었다. ‘올랭피아’가 거센 비난을 받은 이유는 전통적인 비너스 도상을 훼손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전통적인 누드화를 기대했다. 그러나 살롱 벽에는 관객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이상화되지 않은 몸으로 뻔뻔하게 바라보는 여성이 있다. 더욱이 창백하고 평면적인 피부는 붓질의 흔적을 드러내 더욱 천박해 보였다. 사실 마네는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 구도를 그대로 차용했다. 다만 그 무대와 모델을 동시대 파리의 현실로 변형한 것 뿐이었다. 화면 속 여성의 이름은 올랭피아이며 무대는 파리 중심부의 아파트다. 당시 올랭피아는 나나와 함께 프랑스에서 고급 매춘부가 흔히 사용하던 이름이다. 마네는 전통적인 누드를 그렸지만 비너스의 신화적 가면을 제거함으로써 관객의 기대를 정면으로 흔들었다. ●시선과 권력 ‘올랭피아’는 19세기 중반 파리의 부르주아 남성의 성 문화를 정면으로 드러냈다. 당시 중산층 남성들 사이에서는 결혼과 별개로 고급 매춘부를 정부로 두는 관행이 널리 퍼져 있었다. 이들의 후원을 노리는 여성들은 오페라, 살롱, 경마장 등 사교 공간에서 후원자를 물색했다. 후원자들은 이 여성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이를 부의 과시로 여겼다. 올랭피아도 그 중 하나였다. 그녀도 남성으로부터 아파트와 하녀를 지원받아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 흑인 하녀가 꽃다발을 들고 서 있는데 이 꽃다발은 고객이 준 선물이다. 이러한 구성은 19세기 파리의 성 산업, 계급 구조, 인종적 위계를 암묵적으로 드러낸다. ‘올랭피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올랭피아의 시선이다. 그녀는 수동적으로 누워있는 존재가 아니라, 화면을 지배하고 있는 인물이다. 몸은 벌거벗고 있지만 태도는 단호하다. 올랭피아의 노골적 시선과 냉정한 태도는 부르주아들의 위선적 성 도덕과 소비적 관계를 폭로하며 당대 관객에게 충격을 주었다. ●검은 고양이 ‘올랭피아’의 발치에 자리한 검은 고양이는 티치아노 ‘우르비노의 비너스’ 속 작은 강아지와 비교된다. 전통적으로 개는 부부 간 믿음과 안정된 결혼을 상징했지만, 마네는 그 자리에 등을 세운 검은 고양이를 배치했다. 19세기 프랑스 문화에서 고양이는 관능, 독립성, 성적 자유를 암시하는 동물로 인식되었다. 특히 꼬리를 치켜든 고양이의 긴장된 자세는 화면의 에로틱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고양이는 화면 속 여성의 태도와 마찬가지로 길들여지지 않은 존재로 읽힌다. 이 고양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작품의 의미를 신화적 상징에서 현실로 이동시키는 장치다. ●괘씸한 누드 마네는 티치아노의 비너스 구도를 차용했지만, 그 의미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티치아노의 비너스가 결혼과 이상적 사랑의 상징이라면, ‘올랭피아’는 19세기 파리의 타락한 결혼의 의미와 성 산업의 호황을 노출한다. 모델 빅토린 뫼랑은 신화적 여신이 아니라 현실 속 매춘부로 등장한다. 이 작품은 당시 관객에게 충격을 주었으나, 이후 인상주의와 근대 회화의 전개에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올랭피아’는 누드를 그린 것이 아니라, 누드를 바라보는 방식을 그렸다. 19세기 부르주아 관객들은 옷 벗은 누드를 보러 왔다가, 오히려 자신의 도덕 관념을 평가받는 입장이 되었다. 화를 참지 못한 부르주아들은 자신이 어제 한 일을 대놓고 비난하는 마네가, 올랭피아가 괘씸했다. 부르주아들은 이 작품에 지팡이를 휘둘러 분노를 표했다. 부르주아들은 이 그림 앞에서는 여전히 화가 나고 불편하다. 그 불편함이야말로, 마네가 의도한 가장 솔직한 응답이다.
  • 천 년의 미로에서 길을 잃다…모로코 페스가 간직한 시간의 풍경

    천 년의 미로에서 길을 잃다…모로코 페스가 간직한 시간의 풍경

    낯선 도시를 여행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효율성이다. 한정된 시간 안에서 가장 많은 장면을 기억 속에 담기 위해서는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구성해야 한다. 그러한 여행자에게 가장 좋은 도시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면서 인상적인 공간이 많은 도시이다. 그리고 모로코의 페스(Fes)가 바로 그런 도시이다. 이 곳은 9천 개가 넘는 골목이 얽히고설켜 천 년이 넘는 시간을 박제한 채 숨쉬고 있는 기묘한 도시이다. ●인류 최초의 대학이 세워진 곳 9세기 초 오늘날 튀니지에서 ‘파티마 알 피흐리’(Fatima al-Fihri)라는 이름의 여인이 태어났다. 상인이었던 그녀의 부모는 더 많은 기회를 위해 페스(Fes)로 넘어왔다. 시간이 흘러 아버지와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파티마는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게 되었다. 그녀는 이 돈을 공동체를 위해 쓰기로 결심했다. 당시 페스에 이주민들이 늘어나자 그녀는 ‘알 카라위인’(Al-Qarawiyyin) 사원과 대학을 세웠다. 그녀는 대학 건물의 기초를 세우는 날부터 859년 완공되는 날까지 약 18년 동안 매일 기도를 올렸고, 공사현장을 직접 감독하며 모든 정성을 쏟았다. 1981년, 알 카라위인 대학이 위치한 ‘페스 메디나(Fes Medina)’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유네스코는 이 대학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교육 기관’으로 인정했으며 기네북에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 지정되어 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며, 최초로 ‘유니버시티’(University)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1088년 설립) 보다 약 200년이나 앞선 기록이다. 한 여인의 신념은 페스를 인류 문명의 지적 토양을 닦았던 자부심의 공간으로 만들었고, 중세에는 유럽의 학자들까지 이 곳으로 넘어와 지식을 구해갔다고 전해진다. 페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은 ‘슈아라 가죽 염색 공장’(Chouara Tannery)이다. 11세기 방식 그대로 가죽을 무두질하고 염색하는 이곳은 거대한 팔레트를 연상시킨다. ●미로 속의 오감 : 페스의 특징과 관광지 페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은 구시가지 ‘메디나’에 모여 있다. 이 곳의 입구인 ‘블루게이트’는 마법의 문처럼 들어갈 때는 화려한 푸른 타일이 이방인을 반긴다. 그런데 문으로 들어가 뒤를 돌아보면 푸른색은 어느덧 페스를 상징하는 초록색으로 변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시에 자동차 소음이 사라지고 나귀의 울음소리와 상인들의 외침소리가 대신한다. 마치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이다. 메디나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곳은 ‘슈아라 가죽 염색 공장’(Chouara Tannery)이다. 11세기 방식 그대로 가죽을 무두질하고 염색하는 이곳은 거대한 팔레트처럼 생겼다. 천연 염료가 섞인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르기는 하지만, 염료 통 안에서 남자들이 가죽을 밟는 모습은 중세의 현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처럼 보인다. 참고로 메디나는 여행에 익숙한 사람조차 극악의 난이도로 기록된 곳이다. 약 9천개의 골목은 여행객의 필수 동반자인 ‘구글 맵’ 조차도 안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곳에서는 길을 잃는 것이 필수이다. 오히려 기꺼이 길을 잃고 길의 흐름에 몸을 맡긴다면 메디나가 주는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안쪽에는 창문 하나 없는 삭막한 골목뿐이지만 그 뒤에는 분수가 흐르고 화려한 모자이크가 수놓아진 정원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마치 삭막한 공간 안에 숨겨진 아름다운 생명력처럼 느껴진다. ●페스 여행객들의 이야기 페스를 다녀온 사람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어떤 이는 “지독한 냄새와 호객행위 때문에 다시 가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또 어떤 이는 “내 인생의 진정한 여행지이며 이 곳에서 인생을 배웠다”고 말한다. 페스는 불편한 곳이다. 시끄럽고, 악취도 있으며, 길을 잃기 쉽기 때문에 절대 효율적인 공간은 아니다. 도시처럼 예측 가능하고 정형화된 여행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첨단기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삶이 너무 지루하고 복잡하고 혹은 목적지를 잃고 방황하고 있다면 페스는 가장 인상적인 공간이 될 수 있다. 그곳의 미로 속에서 기꺼이 길을 잃다 보면, 어쩌면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 천 년의 미로에서 길을 잃다…모로코 페스가 간직한 시간의 풍경 [한ZOOM]

    천 년의 미로에서 길을 잃다…모로코 페스가 간직한 시간의 풍경 [한ZOOM]

    낯선 도시를 여행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효율성이다. 한정된 시간 안에서 가장 많은 장면을 기억 속에 담기 위해서는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구성해야 한다. 그러한 여행자에게 가장 좋은 도시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면서 인상적인 공간이 많은 도시이다. 그리고 모로코의 페스(Fes)가 바로 그런 도시이다. 이 곳은 9천 개가 넘는 골목이 얽히고설켜 천 년이 넘는 시간을 박제한 채 숨쉬고 있는 기묘한 도시이다. ●인류 최초의 대학이 세워진 곳 9세기 초 오늘날 튀니지에서 ‘파티마 알 피흐리’(Fatima al-Fihri)라는 이름의 여인이 태어났다. 상인이었던 그녀의 부모는 더 많은 기회를 위해 페스(Fes)로 넘어왔다. 시간이 흘러 아버지와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파티마는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게 되었다. 그녀는 이 돈을 공동체를 위해 쓰기로 결심했다. 당시 페스에 이주민들이 늘어나자 그녀는 ‘알 카라위인’(Al-Qarawiyyin) 사원과 대학을 세웠다. 그녀는 대학 건물의 기초를 세우는 날부터 859년 완공되는 날까지 약 18년 동안 매일 기도를 올렸고, 공사현장을 직접 감독하며 모든 정성을 쏟았다. 1981년, 알 카라위인 대학이 위치한 ‘페스 메디나(Fes Medina)’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유네스코는 이 대학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교육 기관’으로 인정했으며 기네북에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 지정되어 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며, 최초로 ‘유니버시티’(University)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1088년 설립) 보다 약 200년이나 앞선 기록이다. 한 여인의 신념은 페스를 인류 문명의 지적 토양을 닦았던 자부심의 공간으로 만들었고, 중세에는 유럽의 학자들까지 이 곳으로 넘어와 지식을 구해갔다고 전해진다. 페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은 ‘슈아라 가죽 염색 공장’(Chouara Tannery)이다. 11세기 방식 그대로 가죽을 무두질하고 염색하는 이곳은 거대한 팔레트를 연상시킨다. ●미로 속의 오감 : 페스의 특징과 관광지 페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은 구시가지 ‘메디나’에 모여 있다. 이 곳의 입구인 ‘블루게이트’는 마법의 문처럼 들어갈 때는 화려한 푸른 타일이 이방인을 반긴다. 그런데 문으로 들어가 뒤를 돌아보면 푸른색은 어느덧 페스를 상징하는 초록색으로 변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시에 자동차 소음이 사라지고 나귀의 울음소리와 상인들의 외침소리가 대신한다. 마치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이다. 메디나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곳은 ‘슈아라 가죽 염색 공장’(Chouara Tannery)이다. 11세기 방식 그대로 가죽을 무두질하고 염색하는 이곳은 거대한 팔레트처럼 생겼다. 천연 염료가 섞인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르기는 하지만, 염료 통 안에서 남자들이 가죽을 밟는 모습은 중세의 현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처럼 보인다. 참고로 메디나는 여행에 익숙한 사람조차 극악의 난이도로 기록된 곳이다. 약 9천개의 골목은 여행객의 필수 동반자인 ‘구글 맵’ 조차도 안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곳에서는 길을 잃는 것이 필수이다. 오히려 기꺼이 길을 잃고 길의 흐름에 몸을 맡긴다면 메디나가 주는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안쪽에는 창문 하나 없는 삭막한 골목뿐이지만 그 뒤에는 분수가 흐르고 화려한 모자이크가 수놓아진 정원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마치 삭막한 공간 안에 숨겨진 아름다운 생명력처럼 느껴진다. ●페스 여행객들의 이야기 페스를 다녀온 사람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어떤 이는 “지독한 냄새와 호객행위 때문에 다시 가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또 어떤 이는 “내 인생의 진정한 여행지이며 이 곳에서 인생을 배웠다”고 말한다. 페스는 불편한 곳이다. 시끄럽고, 악취도 있으며, 길을 잃기 쉽기 때문에 절대 효율적인 공간은 아니다. 도시처럼 예측 가능하고 정형화된 여행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첨단기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삶이 너무 지루하고 복잡하고 혹은 목적지를 잃고 방황하고 있다면 페스는 가장 인상적인 공간이 될 수 있다. 그곳의 미로 속에서 기꺼이 길을 잃다 보면, 어쩌면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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