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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경제 할퀸 ‘저유가 전쟁’… 사우디, 러 보란 듯 새달 27% 증산

    세계경제 할퀸 ‘저유가 전쟁’… 사우디, 러 보란 듯 새달 27% 증산

    러시아 추가 감산 반대에 맞서 보복 증산 유가 30%이상 폭락… 30달러 선 무너져 러 “하루 50만 배럴 증산도 가능” 경고 국내외 정유업계도 감원 가능성 등 비상 저유가 지속 땐 美 셰일산업 타격 클 듯 “사우디, 최대 산유국 입지 다지기” 분석도 코로나19로 세계경제가 신음하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원유 증산 전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우디의 일방적 증산 발표로 유가가 1990년 걸프전 이후 최대폭인 30% 급락하며 배럴당 30달러 선까지 무너졌던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싸움이 길어질 경우 세계경제 피해는 막대할 수밖에 없다. 우선 베네수엘라, 이란 등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산유국의 경제에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된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원유 수요는 주는데 공급만 급증하면서 각국에서 에너지 회사들이 대규모 감원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9일(현지시간) 국제 유가의 폭락 장세에 대해 “코로나19의 충격파가 전 세계로 확산되며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데도 러시아가 추가 감산에 반대하면서 사우디가 보복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실제 사우디 국영석유사 아람코는 다음달부터 하루에 123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겠다고 10일 밝혔다. 2월 산유량(하루 970만 배럴)보다 26.8% 많은 양이다. 이에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러시아는 단기적으로 하루 20만~30만 배럴, 길게는 하루 50만 배럴 증산도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2016년 이후 각각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을 대표하며 감산 공조를 주도해 왔다. 사우디는 OPEC을 주도하며 쿼터보다 더 많은 감산을 이행해 왔지만 유가 회복에 따른 추가 보상은 하루 평균 1억 2500만 달러로 크지 않았다. 반면 러시아는 첫 감산 합의가 있었던 2016년 4분기 이후 원유 수출로 하루 평균 1억 7000만 달러(약 2030억원)를 더 벌었다. 결국 사우디는 러시아가 합의와 달리 그동안 속임수를 써 왔다고 판단, 보복 차원에서 증산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사우디가 최대 경쟁국인 미국의 셰일산업을 옥죄려 증산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을 뺀 산유국들의 감산이 셰일의 생산을 늘리는 데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OPEC의 증산 경쟁으로 유가가 크게 떨어지면 고비용인 미국 셰일의 증산을 막고 점유율도 지켜 낼 가능성이 커진다. 이번 기회에 세계 최대 산유국이라는 입지를 다시 다지려는 게 사우디의 속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사우디가 다시 감산 기조로 돌아가려면 상당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업계에도 정제 마진 악화로 어려운 상황에서 국제 유가마저 급락하면서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유가가 급락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전염병 사태까지 겹친 적은 없었다”면서 “가동률을 줄이는 등 최대한 손실을 줄이고 리스크를 회피하는 방법으로 버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도 “원유 도입 관세 인하 등 세금 감면이나 투자 인센티브와 같이 그동안 업계에서 정부에 요구했던 사안들이 도움은 될 수 있겠다”면서도 “그러나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석유 수요와 정제 마진이 올라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만큼 단기간에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양측이 극적으로 감산을 타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인 유라시아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사우디가 일단 뜨거운 맛을 보여 주는 정도의 ‘제한적인 가격전쟁’을 한 뒤 러시아와의 감산 합의에 나설 것이라며 양측의 합의 가능성을 60%로 내다봤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seoul.co.kr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무급휴가 강요받는 학원 강사?’···코로나19 갑질로 노동자들 신음한다

    ‘무급휴가 강요받는 학원 강사?’···코로나19 갑질로 노동자들 신음한다

    직장갑질119 , 코로나19 핑계로 ‘갑질’하는 회사 늘어학원강사·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자들 타격 심해“노조 밖 노동자들 생계 위기 대처 방안 필요해”코로나19 확산을 핑계로 직원들에게 무급휴가나 해고 등을 종용하는 이른바 ‘갑질’을 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학원강사나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의 타격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직장갑질 119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간 접수된 제보 773건 중 코로나19와 관련된 제보는 247(32%)건에 이르렀다. 이중 무급휴가 강요가 109건(44.1%)으로 가장 많았고, 기타 불이익(23.1%), 연차강요(14.2%), 임금삭감(10.1%) 순이었다. 직장갑질 119 관계자는 “2월 말부터 늘어난 ‘코로나 갑질’ 제보가 3월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중 특수고용노동자들의 피해가 심했다. 한 예로 학원 강사인 김민아(가명)씨는 교육부의 휴원 권고에 따른 학원의 휴원으로 월급을 받지 못한 채 쉬고 있다. 김씨는 “원장 선생님이 학원 강사들이 전부 다 무급휴가로 쉰다는 데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혹시 정부 지원금은 없느냐”고 토로했다. 이 경우 김씨가 원장과 근로계약서를 쓰고 고용보험료를 납입해왔다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다면 자영업자로 분류돼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이 어려울 수 있다. 지원금 신청은 현재 노동자가 아닌 사업주만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직장갑질119는 “그동안 고용보험 취득 신고도 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노동자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소기업중앙회, 고용노동부 등이 함께 긴급회의를 해 노조 밖 88% 노동자들의 코로나19 생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갑질119 측은 당분간 ‘코로나 갑질’ 제보에 한 해 48시간 내에 답변하는 등 적극적으로 노동자들을 도울 계획이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코로나19가 최전방”…당신이 영웅입니다 [밀리터리 인사이드]

    “코로나19가 최전방”…당신이 영웅입니다 [밀리터리 인사이드]

    혈액 보유량 35.4% 부족…‘혈액대란’ 위기일선 부대 헌혈 앞장서…해군참모총장 동참육군, 역대 최대·최단기간 7억 6천만원 모금국민들 ‘밴드 투혼’ ‘간호장교 대구行’ 감동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내수 부진 등으로 경제 위기에 신음하는 국민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더 큰 문제도 생겼습니다. 수술을 하려고 해도 혈액이 부족해 병원마다 응급환자 외에는 수술을 미루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과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적정 혈액보유량을 채우지 못해 ‘혈액 대란’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8일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1월 중순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1개월 동안 전국에서 헌혈을 취소한 단체가 270여곳에 이릅니다. 지난 7일 기준 혈액관리본부 혈액 보유량은 O형 2.6일분, A형 3.0일분, B형 3.9일분, AB형 3.6일분에 불과합니다. 평균 3.2일분으로 적정 보유량 5일치보다 훨씬 적은 양입니다. 현재 혈액 보유량은 1만 6803유닛으로, 적정 보유량(2만 6000유닛)과 비교해 35.4%나 부족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병원마다 혈액 확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메르스’에 팔 걷어붙인 그들…다시 일어섰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총괄조정관도 최근 코로나19 브리핑을 통해 “지난달 중순 이후 감소하던 혈액보유량이 범국민적인 협조로 전년 수준을 회복했지만 최근 다시 감소 추세에 있다”며 헌혈 동참을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습니다. 헌혈자 중 가장 많은 비중(2018년 통계청 자료)을 차지하는 직업군은 회사원(23.9%)과 대학생(23.9%), 고등학생(21.4%)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방학이 길어지고 단체헌혈이 급감하면서 이들에게 의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결국 헌혈자의 15.2%를 차지하는 군인이 나설 수 밖에 없게 됐습니다.군인 헌혈량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군인 헌혈 건수는 2009년 37만 5477건에서 2018년 43만 9343건으로 증가했습니다. 가장 많은 헌혈이 이뤄졌던 2017년에는 46만 973건으로, 2009년과 비교해 22.8%나 늘었습니다. 특히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헌혈 통계가 눈에 띕니다. 그 해 5월 첫 환자가 발생해 186명이 확진됐고 38명이 사망하면서 올해처럼 헌혈량이 급감했습니다. 그런데 군인 헌혈량은 44만 5129건으로, 2014년(42만 3815건)보다 크게 늘었습니다. 올해도 군이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국방부는 “계절적 요인과 코로나19 장기화 때문에 국가적으로 혈액 수급이 어려워졌다”며 “채혈 환경 안전 대책을 마련해 군 단체헌혈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군 장병이 안심하고 단체헌혈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협력해 적십자사 채혈직원의 감염 여부 전수조사, 혈액원 소속 전 직원 매일 건강 상태 점검, 채혈시 직원·헌혈자 마스크 착용 등의 대책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끝없는 ‘소독 업무’…장병들의 헌신 없었다면 일선 군부대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선 해군 1함대 장병은 혈액 수급 위기 경보가 주의단계로 떨어지며 비상이 걸렸던 지난달 6일 단체헌혈을 통해 혈액 11만㎖를 모았습니다. 해군 전체가 혈액 150만㎖ 이상을 확보했고, 심승섭 해군참모총장도 장병들과 함께 헌혈에 동참했습니다. 해병대 2사단 ‘헌혈 릴레이’를 통해 이달 3일까지 15회에 걸쳐 장병 1300여명이 참여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서도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장병 900여명이 자발적으로 헌혈에 참여했습니다. 공군 제8전투비행단은 같은 달 27~28일 이틀 동안 전 장병과 군무원을 대상으로 헌혈 버스를 운영해 눈길을 끌었습니다.군인들의 헌신은 헌혈에 그치지 않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방역인력이 크게 부족해지자 대구를 포함해 수많은 지역의 소독 업무를 장병들이 맡고 있습니다. 소독 업무가 끝없이 이어지다보니 피로도가 높아졌지만 그들은 묵묵히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대구 동산의료원 코로나19 격리병동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국군춘천병원 소속 간호장교 김혜주 대위는 최근 쓸린 콧등에 밴드를 붙이고 환자를 돌보는 모습이 국방부 유튜브 영상으로 공개돼 화제가 됐습니다. 마스크를 너무 오래 쓰다보니 콧등이 헐어 마스크를 교체할 때마다 새 밴드를 붙인다고 합니다. 여기엔 ‘밴드 투혼’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김 대위는 영상에서 “처음에는 몰랐는데 콧등이 쓸려 벗겨지면서 외상이 발생했다”며 “국군의무사령부 소속으로 힘을 보탤 수 있어서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해 네티즌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그의 헌신적인 근무 영상은 10시간 만에 조회수가 1만 5000회에 이르렀습니다. 김 대위 외에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군 의료진이 잠 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생명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목숨 바칠 각오로 임무 수행” 대구로 향하다 국군간호사관학교 60기 신임 간호장교 75명은 이달 3일 졸업 및 임관식을 마친 뒤 곧바로 대구국군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당초 9일로 예정됐던 임관식을 6일 당겼고, 졸업과 임관의 기쁨을 나눌 여유도 없이 곧바로 대구로 향했습니다. 특히 6·25 참전용사의 후손인 이혜민 소위는 “전쟁 중 다친 전우를 위해 목숨 걸고 임무를 수행한 할아버지를 본받아 군 의무 요원으로서 우리 국민과 군을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로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해 국민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국군간호사관학교를 찾아 신임 소위 교육을 참관하고 “임관하자마자 곧바로 (대구 방역 현장으로) 보내게 돼 안쓰럽고 미안하다”면서 “대구·경북 주민들을 위한 든든한 방패 역할을 잘해 주시길 바란다.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게 최선을 다해달라”고 격려했습니다.육군은 5일 대구·경북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대구에 5억 1000여 만원, 경북에 2억 5000여만원 등 7억 6000여만원의 성금을 기부했습니다. 육군이 기부한 재난모금액 중 최고액입니다. 불과 8일 만에 모은 금액이었는데, 휴일 이틀이 포함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참여 열기가 매우 뜨거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서동해 육군본부 인사근무과장도 “육군 전 부대에서 자발적인 참여로 모금을 시작했는데, 짧은 기간에도 예상보다 많은 장병이 동참해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국난(國難)에 군인이 앞장서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군복을 입었다고 용기가 저절로 나오는 건 아닙니다. 헌신을 깎아내리진 말아주세요. 작은 칭찬이 더 큰 용기를 내게 합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한국의 신속·대량검사, 코로나19 해법될 수도…미·중·일과 대조”

    “한국의 신속·대량검사, 코로나19 해법될 수도…미·중·일과 대조”

    블룸버그통신, ‘드라이브스루’ 등 한국 코로나19 대응 평가 한국이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까지 동원해 코로나19 의심환자에 대해 대대적인 진단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이 새로운 질병에 대한 해법을 찾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5일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의 높은 전염성에 세계가 신음하고 있지만, 유행 억제에 대해서라면 검사에 전념한 한 국가가 그 암호를 풀 수 있을 것을 보인다”면서 한국이 코로나19와 싸우기 위해 수십만명을 검사하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환자 초기 발견 치료…치사율 다른 나라보다 낮아” 블룸버그는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중국 외에 가장 많은 확진자가 한국에서 나왔지만 중국과 달리 한국은 국민들의 자국 내 이동을 제한하는 ‘봉쇄 방식’을 쓰는 대신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를 비롯해 전국 어디서든 진료소를 통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새로 출현한 질병과 싸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현재까지 13만명 이상이 정확도가 95% 이상인 검사를 받았고, 초기 발견에 따른 치료가 발 빠르게 이뤄지면서 코로나19 치사율이 다른 나라보다 낮은 1% 아래라고 평가했다. 또 광범위한 검사로 한국은 코로나19가 퍼져 나가는 온상이 어디인지 파악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지금까지는 확진자의 대다수가 발생한 대구 외 지역을 잘 통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메르스 사태 교훈삼아 진단키트 조기 개발‘ 블룸버그는 한국의 이 같은 동시다발적, 신속한 검진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진단 키트 부족으로 환자들이 검진을 받기 위해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다 메르스가 더욱 확산됐던 것을 반면교사로 삼은 덕이라고 분석했다.한국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하자 지난달 중순 중국으로부터 넘겨받은 이 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에 근거해 4곳의 생명공학기업들과 손잡고 진단 키트를 발 빠르게 만들었고 관련 행정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했다는 것이다. 보통 새로운 질병에 대한 진단 키트가 상용화되고 대량 생산되기까지는 대개 1년이 걸리는데 한국에서는 불과 몇 주 내에 모든 절차가 끝났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미국 확진자 수, 검사 충분히 안 해서 적을 가능성” 그러면서 “이는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 미국과도 극명하게 대조를 이룬다”며 “이들 나라에서는 신뢰할 수 없고 불충분한 검사로 인해 코로나19에 감염된 수천명의 환자가 너무 늦어질 때까지 격리되지 않는 사태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에서 지금까지 확진자가 129명, 사망자가 11명에 불과한 것은 미국이 충분한 검사를 진행하지 않은 탓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면서, 환자가 많이 나온 이란이나 이탈리아에도 비슷한 의혹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상황이 코로나19 사태의 종식을 막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국에 대한 국경 봉쇄를 단행하지 않은 점, 확진자 급증에 따른 병상 부족과 마스크 대란 등에 대한 비판 여론 역시 한국에서 크다고 전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운동하는 소리가 신음소리?...‘오늘도 운동뚱’ 성희롱 자막 논란

    운동하는 소리가 신음소리?...‘오늘도 운동뚱’ 성희롱 자막 논란

    코미디TV 웹예능‘ 오늘도 운동뚱’의 영상에 담긴 자막이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 1회에서는 양치승 트레이너가 김민경과 운동을 시작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김민경은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서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이에 편집자는 자막을 통해 “29금 사운드 주의. 공공장소이신 분들은 소리를 잠시 꺼달라”고 표현했다. 특히 편집자는 김민경이 운동을 하며 낸 소리를 편집해 이전보다 더욱 강조된 듯 들리게 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편집자는 민경누나한테 성희롱해서 죄송하다고 사과해야 할 수준”, “열심히 운동하는 영상에 자막 뭐냐고”, “편집을 누가 이렇게 하냐”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독감이 코로나19보다 무섭다?…‘5가지 오해’

    독감이 코로나19보다 무섭다?…‘5가지 오해’

    치사율 독감이 높다?: 독감 0.1% < 코로나 1%↑마스크 쓰면 무조건 안전?: 얼굴 자주 만지면 위험애완동물은 안 걸린다?: 사례 없지만 매개는 가능여름더위로 없어진다?: 더운 나라 확산, 장담 못해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소문이 늘고 있다. 잘못된 정보에 근거한 개인 방역은 외려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경우도 있다. 해외 언론들이 코로나19에 대해 제시한 대표적 오해들은 다음과 같다. ●코로나19는 계절성 독감보다 심각하지 않다 2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뉴스는 “매년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독감으로 죽는다”는 식의 전문가 발언을 우려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해 2019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계절성 독감 4500만건이 발생했고 사망자는 1만 8000명에서 4만 6000명 사이인 것으로 추정했다. 코로나19의 사망자는 전세계를 합쳐도 3000명대이니 계절성 독감이 훨씬 위험한 것 같다. 하지만 독감의 치사율은 불과 0.1%에 불과하고 코로나19의 치사율은 적어도 1%를 웃도는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말 기자회견에서 에볼라가 코로나19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라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다만 팩트체크센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에볼라에 대해 체액을 통해서만 전염된다는 점을 생략해 공기전파 등이 가능한 코로나19의 확산 위험성을 낮췄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과도하게 낮춰 봐서는 안된다는 의미다.●마스크를 착용하면 나를 보호할 수 있다 마스크 부족사태로 전세계가 신음 중이다. 미국의 경우 마스크를 쓴 사람들을 코로나19 감염자로 보고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사망자가 발생하고 본격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마스크 가격은 온라인 상점에서 20배 이상으로 뛰기도 했다. 의료인용 마스크가 부족해지면서 마스크 사재기를 삼가달라는 전문가들의 요청도 나왔다. 제롬 애덤스 미 공중보건국장은 “마스크를 사지 말라”며 “마스크는 대중들이 코로나19를 피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 환자를 돌보는 의료계 종사자들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면 이들과 우리 사회가 위험해진다”고 주장했다. 마스크를 쓰면 얼굴을 자주 만지게 되고 오히려 바이러스에 전염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특히 습기가 차면 마스크 필터는 제 기능을 못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전자렌지로 소독을 하면 된다는 잘못된 정보가 돌기도 한다. 스카이 뉴스는 UCL 병원의 전염병 전문의 벤 킬링리 박사의 말을 빌려 마스크를 착용하면 외려 다른 방역은 무시하는 “허위 안심감”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사람들을 피하면 안걸리겠지 이런 태도는 아예 바이러스 유입 경로를 차단하면 괜찮을 거라는 생각을 담고 있다. 실제 많은 직장이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고, 운동 경기를 시작할 때 악수를 금지하는 국가들도 있다. 집회를 금지하고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 뿐 아니라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도 문을 닫았다. 하지만 최근 나온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는 3~4일간 유리, 스테인리스, 도자기 등의 표면에서 살 수 있다. 즉 문 손잡이, 작업대, 계단 난간 등에서 옮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청소를 자주하는 것 밖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애완동물이 감염되면 어쩌지 지난달 27일 홍콩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개가 나왔다는 기사들로 촉발된 문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애완동물이 감염된 사례는 없다. 이 개는 코로나19의 증상이 없었고 입과 코에서 낮은 수준의 바이러스가 나왔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사람과 개가 코를 비비곤 한다”며 해당 개가 확진자의 것이기 때문에 접촉에 의해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애완동물이 바이러스를 털이나 피부 등에 묻히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애완동물을 만졌다면 손을 씻는 것이 좋다. ●여름 더위가 바이러스를 죽일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가) 더위와 함께 4월에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 그런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연중 더운 싱가포르 등에서도 확산됐다.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이집트, 알제리, 나이지리아, 튀니지, 모로코, 세네갈 등 6개국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지역의 확산세에 따라 코로나19가 더위에 얼마나 취약한지 여부를 측정해 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특히 의학계에서는 2003년 사스도 7월까지 지속되는 등 2000년대 들어 바이러스가 계절성을 별로 나타내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도 더운 날씨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확인됐다. 코로나19가 계절성을 갖을 거라고 예측하기는 아직 이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홍상수 ‘도망친 여자’로 베를린영화제 감독상, 네 번째 도전 만에

    홍상수 ‘도망친 여자’로 베를린영화제 감독상, 네 번째 도전 만에

    홍상수 감독이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코로나19에 신음하는 한국영화계에 낭보를 전했다. 홍 감독은 24번째 장편 ‘도망친 여자’로 29일(현지시간) 폐막한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뒤 “모든 사람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나를 위해 일해준 사람들, 영화제 관계자들, 심사위원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여배우들이 일어나서 박수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언급하자 배우 김민희, 서영화가 일어나 함께 박수를 받았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주요 부문 4관왕을 휩쓴 데 이은 쾌거다. 홍 감독은 ‘밤과 낮’(2008), ‘누구의딸도아닌해원’(2013),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에 이어 네 번째로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주연 김민희에게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도망친 여자’는 결혼 후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던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두 번의 약속된 만남과 한 번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과거 세 명의 친구를 만나게 되는 ‘감희’를 따라가는 영화다. 홍 감독과 김민희가 일곱 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서영화와 송선미, 김새벽, 권해효 등이 출연했다. 이 영화는 베를린영화제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뒤 호평받았다. 영화제 소식지 ‘스크린데일리’가 집계한 평점도 2.7로 18편 가운데 비교적 상위권 점수를 받았다. 해외 매체들의 평가로 점수를 반영하는 로튼 토마토 사이트에서는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 중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매력적이다”, “관계 역학이나 성 역할과 같은 주제들을 보람있게 다뤘다” 등의 반응을 얻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문화마당] 이 시간을 건너는 법/송정림 드라마작가

    [문화마당] 이 시간을 건너는 법/송정림 드라마작가

    친구들이 하나둘 칩거에 들어갔다. 재택근무에 들어가게 돼서, 가게 문을 닫아야 해서, 아이 입학식이 연기돼서, 모임이 취소돼서…. 어쩔 수 없는 이유들로 ‘집콕’하게 된 친구들은 온라인상에서 위로와 정보를 나눴다. 그러다 어느 친구가 물어왔다. “연애소설이나 실컷 읽게 몇 권 추천해 줄래?” 루이스 세풀베다의 장편소설 ‘연애소설 읽는 노인’에는 연애소설만 찾아 읽는 노인이 나온다. 발전만을 좇는 인간행위에 환멸을 느낄수록 그는 연애소설을 읽고 싶어 한다. 그에게 연애소설은, 무거운 현실을 견디는 처방약이었다. 친구가 원하는 연애소설 조건도 그 노인과 같았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랑 때문에 가슴이 찢어지게 아파했으면 좋겠어.” 고전 중에서 몇 권 골랐다. 시간의 세례를 받아도 사랑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고전을 읽지 않으면 인생에 고전하게 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우선 레마르크의 ‘개선문’을 강력 추천했다. 차갑게 얼어붙은 심장으로 냉소 지으며 칼바도스를 즐겨 마시는 남자, 라비크. 사랑만 알고 그 밖의 것은 하나도 모르는 여자, 조앙 마두. 그들의 사랑이 어두운 시대 캄캄한 거리에 안개처럼 피어나는 소설이다. 언제든 체포돼 추방될 위험에 놓인 남자에게 사랑은 사치였다. 불행 말고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여자에게 사랑은 꿈이었다. 여자는 죽음의 마지막 순간에 고백한다. 당신을 만날 수 있었던 그 시간은 선물받은 시간이었다고. 남자도 얼음 같은 심장을 열어 고백한다. 당신은 내게 빛이었다고. 당신이 나를 살아가게 한 거라고. 절절한 연애소설의 끝판왕인 ‘폭풍의 언덕’도 다시 한 번 책꽂이에서 꺼내 먼지를 떨어볼 만하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상처 입고 떠난 히스클리프는 거부가 돼 돌아와 복수를 시작한다. 그리움의 힘으로 살아가던 캐서린은 쇠약해져 죽음에 이르고 만다. 증오와 환멸밖에 사랑의 방법이 없었던 히스클리프는, 그녀의 무덤 앞에 무너져내리며 신음하듯 절규한다. 귀신이 돼서라도 날 찾아와달라고. 어떤 형체로든지 내 곁에 있어만 달라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제인 에어’, ‘안나 카레니나’의 연인들 역시 사랑 때문에 가슴을 쥐어뜯는다. 그러나 사랑에 폭파당한 심장을 부여잡으면서도 후회하지 않는다.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는 또 어떤가. 사랑에 농락당해 목숨을 잃으면서도 끝까지 그 사랑을 놓지 않는다. 그들은 하나같이 소설 속에서 걸어 나와 말해 준다. 아무리 아팠어도 사랑은 위기의 삶에 던져지는 구명대였다고. 사랑하는 사람은 위태로운 삶의 구조대원이라고. 재난은 소리 없이 닥쳤고 우리 모두 힘든 시기를 맞았다. 그러나 한탄만 하며 불안과 두려움이 영혼을 잠식하게 둘 수는 없다. 반강제적으로 주어진 칩거 기간 동안 연애소설을 몰아 읽겠다는 친구의 계획에 박수를 보내 주었다. 고전을 몰아서 읽어 보겠다, 음악을 원없이 들어 보겠다, 몇 가지 요리법을 익혀 보겠다, 홈트레이닝으로 체력단련을 하겠다, 보고 싶었던 영화를 몰아 보겠다…. 사소한 계획들로 불안한 시간의 동행을 삼는 건 어떨까. 내 급한 발걸음에 치여 어디선가 방치돼 버렸던 인생의 계획들은 없었을지. 아주 사소해서 밀어 두었던 게 어쩌면 더 중요한 건 아니었을지. 다른 사람에게 집중하느라 돌보지 못한 나에게 시선을 돌려 보는 것도 좋다. 밖으로 향한 문이 닫힐 때 내면의 창을 열어 나에게 시선을 두는 거다. 인생의 속도 계기판도 조절하고 방향 나침반도 점검하면서, 황망히 재난 속에 갇힌 우리 모두를 위한 기원도 간절히 하면서 그렇게 이 시간을 건너가 보는 거다.
  • 2·8독립선언서 국내 반입, 3·1만세 시위… 평생 독립 위해 싸운 ‘열사’

    2·8독립선언서 국내 반입, 3·1만세 시위… 평생 독립 위해 싸운 ‘열사’

    “너희들은 왜 죄 없는 사람을 핍박하느냐.” 취조관의 질문에 김마리아는 되받아쳤다. 왜경은 가죽 채찍과 대나무봉을 휘두르고, 양팔을 엇갈리게 결박해 천장에 매달아 놓고 팽이처럼 돌리며 때렸다. 옷을 벗기고 쇠갈퀴로 가슴을 찌르고 불로 지졌다. 살이 터지고 온몸이 피로 물들었다. 일본에 유학 중이던 마리아는 2·8독립선언서를 허리띠에 숨기고 국내로 들어와 고향 황해도로 자금을 모으러 갔다가 3·1운동 소식을 들었다. “여학생들도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마리아는 황에스터, 나혜석 등 11명이 모인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3월 5일 서울역광장 등에서 대규모 만세 시위가 벌어졌고 마리아와 모교인 정신여학교 학생들도 목청껏 만세를 불렀다. 다음날 학교에 왜경이 들이닥쳐 마리아를 포승줄로 묶어 끌고 갔다. “선생님!” 학생들은 울부짖었다. 마리아는 고문으로 코와 귀에 고름이 고이는 등 만신창이가 됐다. 지옥 같은 서대문형무소로 옮겨졌다가 그해 7월 24일 증거 부족으로 석방됐다.김마리아는 1892년 7월 11일 황해도 장연군 대구면 송천리에서 태어났다. 13살 때 어머니마저 여읜 마리아는 1906년 6월 서울로 가 서울 연동여학교(정신여학교로 개명)에 입학했다. 마리아의 작은언니 미렴과 오현관·오현주 자매 등은 누룽지를 함께 먹으며 공부했다고 해서 ‘누룽지방 형제’라고 불렸다. 1910년 6월 졸업한 마리아는 모교 교단에 섰다. 정신적 지주였던 교장 루이스는 마리아에게 유학을 권했다. 1915년 5월 마리아는 일본 도쿄여자학원에 입학했다. 졸업이 다가올 즈음 민족자결론이 무르익었다. 1919년 1월 모임에서 황에스터는 “국가의 대사를 남자들만이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열변을 토했다. 2·8독립선언서에 서명한 사람은 남학생 11명이었지만 도쿄 조선기독교청년회관에는 마리아와 황에스터 등 여학생들도 참석했다. “최후의 일인까지 자유를 위하는 열혈을 유(流)할지니….” 독립선언서를 낭독하자 일본 경찰이 습격해 회관은 아수라장이 됐다. 마리아도 끌려갔다가 풀려났다. ●애국부인회 결사부 만들어 직접 독립운동 3·1만세 시위 주도로 악랄한 고문을 받은 몸에서는 고름이 흘렀다. 그사이 숙부 필순이 이역만리에서 일본인 의사가 준 우유를 마시고 숨졌다. 틀림없는 독살이었다. 마리아는 분루를 삼키며 또 다른 길을 모색했다. 몸도 성치 않은 마리아의 의지는 놀라웠다. 석방된 지 석 달도 안 된 1919년 10월 19일 뜻을 같이하는 여성 16명이 모여 대한애국부인회를 결성했다. “부녀들도 남자들처럼 혁혁한 독립운동을 해야 한다”고 마리아는 말했다. 마리아는 회장이 되고 시도 지부장을 뽑는 한편 결사부를 만들어 직접 독립전쟁에 참여하고자 했다. 한 달 만에 회원이 2000여명으로 늘어나고 현재 가치로 수억원인 6000원을 상하이 임시정부에 보냈다. 그러던 11월 어느 날 ‘누룽지방 형제’ 오현주가 불쑥 찾아왔다. 오의 안내로 임정 밀사를 자칭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부인회의 활동을 캐묻는 것이었다. 10여일 후 마리아가 수업을 하고 있을 때 종로경찰서 왜경들이 들이닥쳤다. 마리아는 수갑이 채워져 연행됐다. 오현주의 배신이었다. 마리아는 붙잡힌 동지들에게 “어떤 고통을 당해도 비밀을 알려 주지 말자”고 당부했다. 간부들은 포승줄에 묶여 서울역으로 끌려갔다. 그 밀사는 대구경찰서 소속 경찰이었다. 군중은 “여성독립단이여, 용기를 내시오. 대한독립 만세!”라고 외쳤다. 대구로 붙잡혀 간 간부는 52명이었다. 끔찍한 고문이 자행됐고 회장인 마리아에게 더 혹독한 고문이 가해졌다. 장작개비를 두 무릎 사이에, 쪼개진 대나무를 두 팔 사이에 끼우고 몸을 빨래 짜듯이 비틀어 댔다. 마리아는 신음도 내지 않고 고통을 견뎌 냈다. 그러자 고무 호수를 코에 끼우고 물을 넣었다. 마리아의 얼굴과 입에서 핏물이 흘러내렸다. 대구 검사국에 송치된 마리아는 깜짝 놀랐다. 만세 시위 때 심문한 가와무라 검사가 자진 전근을 해온 것이었다. 가와무라가 생년월일을 묻자 마리아는 “서력 1892년…”이라고 했다. “어째서 대일본제국의 연호를 쓰지 않는가”라고 하자 마리아는 “일본 연호를 배운 적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고문에 고문이 더해져 마리아는 몸이 퉁퉁 부었고 정신 이상 증세도 보였다. 일제는 마지못해 병보석을 허가했다. 가와무라는 ‘일본의 국적(國賊)’이라며 징역 5년을 구형했고 1심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됐다.●임시의정원 의원 임명… 中서도 항일운동 마리아는 중국 망명을 결심했다. 몰래 병원에서 빠져나와 배를 타고 서해를 건너 1921년 7월 21일 중국 땅을 밟았다. 고문 후유증은 여전해 몇 달 동안 치료를 받아야 했다. 마리아는 1922년 임시의정원 황해도 의원에 임명됐고 대한여자청년회를 조직하는 등 항일 의지를 버리지 않았다. 상하이 임시정부는 창조·개조·옹호파로 분열돼 있었다. 1년에 가까운 통합 노력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실망스러운 상황에서 마리아는 미국 유학을 선택했다. 1923년 7월 12일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지만 건강은 계속 나빠 병석에 눕는 날이 많았다. 힘들게 미주리주 파크대학을 졸업하고 시카고대학 연구학생을 거쳐 뉴욕 컬럼비아대 사범대학원에 진학, 1929년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마리아는 뉴욕에서 황에스터 등 옛 동지를 만나 근화회를 조직했다. 혈혈단신 마리아의 유학 생활은 몹시 고달펐다. 점원, 행상, 보모 등을 전전하며 학비를 벌었다. 연민과 애정을 느끼고 혼인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마리아는 “이미 대한의 독립과 결혼했다”며 거절했다.1932년 7월 마리아는 11년의 외국 생활을 정리하고 고국 땅을 밟았다. 일제는 감시와 협박을 계속하면서 거주지와 직업을 제한했다. 마리아는 다음해 함남 원산 마르타윌슨 여자신학원 교수로 부임했다. 신사참배를 거부해 탄압을 받았고 신학원도 폐교당했다. 악독한 고문의 후유증은 전신을 짓눌렀다. 마리아는 쓰러졌고 1944년 3월 13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일제와 맞섰던 52년 인생을 마감했다. 언니 미렴은 유골을 대동강에 뿌렸다. 정부는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열사의 모교 정신여학교는 정신여중고로 바뀌어 1978년 서울 송파구 잠실동으로 이전했다. 종로구 연지동에는 옛 교사(校舍)와 수령 550여년의 교목(校木) 회화나무가 그대로 남아 있다. 교정 한쪽에는 서울보증보험 건물이 들어서 있다. 서울보증보험과 종로구청의 노력으로 지난해 회화나무 옆에 열사의 흉상을 건립하고 탐방로를 조성했다.●유품은 치마저고리·수저 한 벌이 전부 잠실종합운동장 옆 정신여중고 교정에 들어서면 또 다른 흉상과 ‘김마리아관’(대강당)이 눈에 들어온다. 교장실에서 만난 최성이 정신여고 교장은 “열사는 평생 독립운동을 했고 사실상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의원”이라면서 “사단법인 김마리아기념사업회 주도로 추모 사업을 펴고 있는데 업적에 비해 낮은 훈격을 높이려는 노력이 무산돼 아쉽다”고 말했다. 한평생 외롭게 살다 간 열사의 유품은 치마저고리와 수저 한 벌이 전부다. 그런데 치마저고리를 자세히 보면 오른쪽 섶 길이가 짧다고 한다. 최 교장은 “고문으로 열사의 한쪽 가슴이 없어져 양녀 배학복이 한쪽 섶을 짧게 해서 손수 만들어 드린 한복”이라고 설명했다. 몇 안 되는 유품은 강당 1층의 작은 공간과 동창회 사무실에 전시돼 있다. 숙원 사업인 기념관 건립은 진척이 없다. 그래도 올해 두세 교과서에 열사의 이야기가 실린 것은 성과라면 성과다. 글 사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김주대의 방방곡곡 삶] 어떤 아름다운 욕설

    [김주대의 방방곡곡 삶] 어떤 아름다운 욕설

    정신과 몸이 어떤 것을 향해 한없이 기울어질 때 식은땀이 흐르며 가끔 몸이 떨릴 때가 있다. 그러면 고름처럼 신음처럼 목구멍에서 말이 흘러나온다. 목구멍으로 말을 밀어낸 힘, 발음기관들의 미세한 근육을 움직였을 그 힘, 아니 어쩌면 스스로 목구멍 밖으로 기어나왔을 말의 자력, 그것이 주술적 힘이 아닐까. 실은 발음기관들의 미세한 근육이 움직이기 이전에도 이미 말은 있었을 것인데, 다만 발음기관을 빌려 목구멍 밖으로 출현했을 뿐이겠다. 욕설도 그런 말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아들의 친구 중에 아람이라는 녀석이 있다. 강 건너 홍익대를 다니는데 자전거를 타고 강서구에서 등하교를 한다. 녀석은 친구인 아들에게 한번도 대학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들이 왜 대학 이야기를 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구야, 네가 대학 안 다니는데 내가 어찌 대학 이야기를 하냐”라고 하더란다. 녀석은 행동이 몹시 느리고 성격은 양, 아니 순한 곰 같다. 얼굴은 인자하게 길고 키가 훌쩍하니 크다. 무엇보다 느린 행동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자주 놀림을 받는다. 욕설은 한마디도 할 줄 모르는 미련하게 착한 요즘 보기 드문 녀석이다. 녀석이 여느 때처럼 하굣길에 자전거를 타고 느릿느릿 성산대교를 넘어오는데 갑자기 머리끝이 쭈뼛 서며 심장이 막 뛰더라는 거였다. 웬 여자가 대교 난간에 다리를 올리고 뛰어내리려고 하는 것을 보았다. 평소 행동이 그렇게도 느렸던 녀석이 그때만은 뿔에 불붙은 짐승처럼 펄떡 뛰어오르며 자신도 모르게 자전거를 팽개치고 “으으으으, 아 씨바, 아 씨바, 아 씨바… 저기요~ 저어~ 으으으으, 아 씨바, 아 씨바…” 하면서 있는 힘을 다해 뛰어가 여자를 붙들고 무사히 난간 안쪽으로 나뒹굴었다. 여자를 꼭 안은 채 누워서 전화기를 겨우 꺼내 신고를 했다. 119가 올 때까지, 덜덜 떨며 흐느끼는 여자를 안고 있었다고 한다. 여자를 119에 무사히 인계하고 성산대교를 넘어 화곡동에서 기다리는 아들에게 올 때까지 계속 심장이 뛰더라는 거였다. 그 여자를 붙들지 않으면 평생 눈앞에 귀신이 어른거릴 것 같아 자기도 모르게 달려갔던 것 같다고 했다. 아들녀석이 “여자 이뿌더나” 하고 물었더니 “그게 아, 나도 솔직히 안고 있는 동안 잠깐 여자를 봤는데 완전 엄마 또래 아주머니야”라고 말하며 씨익씨익 웃었다고 한다. 여전히 심장이 뛴다며 떨고 있는 녀석과 아들은 술을 만취하도록 마시고 내게 찾아와서 또 술을 내놓으라고 큰소리를 쳤다. 평소에 욕 한마디도 못 하던 녀석이 타인이 다급할 때 ‘씨바~씨바~’ 하며 달려갔을 모습을 상상하니 아름다운 한 사람의 뜨거운 피와 심장을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선물받은 술 중 최고급 술을 내놓고 여전히 심장이 뛴다는 녀석과 아들과 우리 셋은 지화자 얼씨구 건배를 했다. 수렁에 빠진 사람, 다급하게 구조를 요청하는 사람, 무엇보다 상처 입고 쓰러져 누운 사람을 보면 “으으으으, 아 씨바, 아 씨바…” 하며 최선을 다해 달려가는 인간이 되자며 새벽까지 술을 마시는 내내 우리는 사뭇 진지했다. 욕설은 구체적 사물이 아니라 상황과 사태에 대한 총체적 반응을 고도로 추상화한 개념어다. 꽃도 달도 할 수 없는 욕설을 인간만이 할 수 있다. 자신도 모르게 심장에서 튀어나오는 욕설은 때로 몸의 힘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에너지로 작용한다. 욕설 중 어떤 것은 이성적 판단 이전, 혹은 존재의 근원에서 발생하는 초자연적인 힘과 함께한다. 언어의 주술성, 언어의 생물성이 그런 게 아닐까. 주술성은 초자연적인 힘으로 재앙을 물리치거나 앞으로 다가올 일을 점치는 성향을 말하는 것인데, 사실 설명할 수 없이 간절할 때, 말할 수 없이 다급할 때 몸에서 그런 주술의 말이 곧잘 터져나오기도 한다. 저속하지 않은 어떤 욕설은 욕설이 아니라 목숨의 연대, 목숨의 힘이기도 하겠다.
  • [사설] 혁신성장하려면 규제 개혁부터 고민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경제부처 업무보고에서 “올해 민생과 경제에서 확실한 변화를 보여 줄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면서 경제 정책 기조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업무보고를 “혁신성장, 산업강국, 디지털경제, 혁신금융을 위한 정책을 보고하는 자리”라고 언급한 것을 보면 경제 위기를 타개할 수단으로 혁신성장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앞서 현 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소득주도성장을 최우선 정책으로 상정했으며,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됐던 지난해 업무보고에서도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라는 이른바 ‘3축 경제’ 기조 유지에 무게중심이 실렸던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변화로 평가된다. 경제 상황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인식도 180도 바뀌었다. 지난해 9월만 해도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지만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비상하고 엄중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업무보고를 이례적으로 TV를 통해 생중계한 것도 이러한 인식 변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대통령의 공개적인 목소리는 환영할 일이다. 한국 경제가 마주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그제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9%로 0.2%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정부의 올해 성장률 목표치(2.4%)와는 더 멀어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업무보고에서 “일정 부분 실물경제로의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거론했다. 가까스로 되살아난 경제 회복의 불씨가 사그라들지 모른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기존 2.7%였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5%로 낮춰 잡았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마저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현시점에서 정부의 역할은 자명하다. 스스로의 다짐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경제가 회복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외부 요인에 의해 다시 발목이 잡혔다는 식으로 여겨서는 한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가 코로나19에 타격을 입은 업종과 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이들이 바라는 것은 일시적 지원이 아니다. 혁신성장을 주도할 신산업 분야가 각종 규제와 기득권에 막혀 신음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투자를 강요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경제 주체들에게 주는 정책적 부담을 덜어 주거나 없애야 한다. 혁신의 본질은 규제 개혁에 있으며, 이를 통해서만 신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근로계약서 쓰는 기생충 스태프들… 우리도 그들처럼 일하고 싶습니다

    근로계약서 쓰는 기생충 스태프들… 우리도 그들처럼 일하고 싶습니다

    #1. 2018년 여름 기록적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한 영화 촬영장. 제작진은 아역배우가 마당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찍는 대신 배경만 촬영했다. 아역배우 모습은 따로 찍고 나서 컴퓨터그래픽(CG)으로 합치기로 한 것이다. 서울의 한낮 온도가 39.6도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아역배우의 건강이 상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이를 위해 늘어나는 제작비는 감수하기로 했다. 해당 촬영장에선 말단 스태프까지 전부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했고, 계약서대로 주 52시간을 준수했다. 영화 ‘기생충’ 얘기다. #2. 지난 4일 청주방송에서 14년간 몸담았던 이재학(38) PD가 목숨을 끊었다. 자신과 동료들의 인건비 인상을 요구했다가 2018년 4월 해고당한 뒤 복직을 요구하는 1심 소송에서 패한 2주째 되는 날이었다. 프리랜서 PD였던 그는 정규직 직원보다 더 정규직처럼 일했다. 과도한 업무량 때문에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못했다. 2017~2018년 매주 목요일 1시간 방영되는 ‘아름다운 충북’의 책임 PD였던 그의 월급은 160만원이었다.●영화계 노동환경 개선… 방송계 제자리걸음 영화계의 노동 환경은 상대적으로 나아지고 있지만, 방송계 노동 조건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영상’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지만, 노동 환경의 차이는 극명하다는 신음이 나온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4관왕을 차지한 이틀 후인 12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국회 정론관에서 이 PD의 억울한 사연을 알리며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는 방송 노동 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호소했다. 방송 스태프들의 노동 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특히 노동 조건을 명시하는 표준계약서조차 작성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계약서가 없다는 건 노동자로 보호받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계약기간과 근로시간, 임금(추가 수당 포함), 휴가, 4대 보험 가입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9년 방송제작 노동 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표준계약서를 작성한 방송 노동자 비율은 10명 중 4명(38.6%)이 채 못 된다. 평균 노동시간은 주 58.5시간에 달했지만, 세후 월평균 소득은 267만원이었다. 또 10명 중 1명 이상(12.4%)이 제작·계약기간 중 해고됐다. ‘2018년 영화 스태프 근로 실태조사’를 보면 표준계약서를 작성한 경험이 있는 스태프 비율은 74.8%였다.●방송 노동자 표준 계약서 작성 39% 그쳐 김두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장은 “영화계의 경우 영화진흥위원회 주도로 제작 환경을 점차 개선해 나갔지만, 방송계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부처별로 권한이 분산돼 있어 어느 방송사도 정부 지침을 따르지 않고 있다”면서 “방송사들이 스태프도 노동자라는 점을 인정해야 하지만 누구도 기존 관행에서 오는 이득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우리도 기생충 스태프처럼 표준근로계약서 쓰고 싶다”

    “우리도 기생충 스태프처럼 표준근로계약서 쓰고 싶다”

    #1. 2018년 여름 기록적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한 영화 촬영장. 제작진은 아역배우가 마당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찍는 대신 배경만 촬영했다. 아역배우 모습은 따로 찍고 나서 컴퓨터그래픽(CG)으로 합치기로 한 것이다. 서울의 한낮 온도가 39.6도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아역배우의 건강이 상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이를 위해 늘어나는 제작비는 감수하기로 했다. 해당 촬영장에선 말단 스태프까지 전부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했고, 계약서대로 주 52시간을 준수했다. 미국 아카데미 4관왕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얘기다. #2. 지난 4일 청주방송에서 14년간 몸담았던 이재학(38) PD가 목숨을 끊었다. 자신과 동료들의 인건비 인상을 요구했다가 2018년 4월 해고당한 뒤 복직을 요구하는 1심 소송에서 패한 2주째 되는 날이었다. 프리랜서 PD였던 그는 정규직 직원보다 더 정규직처럼 일했다. 과도한 업무량 때문에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못했다. 2017~2018년 매주 목요일 1시간 방영되는 ‘아름다운 충북’의 책임 PD였던 그의 월급은 160만원, 작가는 120만원이었다. 회사에 월급을 올려 달라고 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해고에 해당하는 ‘프로그램 하차’였다. 영화계의 노동 환경은 상대적으로 나아지고 있지만, 방송계 노동 조건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영상’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지만, 노동 환경의 차이는 극명하다는 신음이 나온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4관왕을 차지한 이틀 후인 12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국회 정론관에서 이 PD의 억울한 사연을 알리며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는 방송 노동 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호소했다. 방송 스태프들의 노동 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특히 노동 조건을 명시하는 표준계약서조차 작성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계약서가 없다는 건 노동자로 보호받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계약기간과 근로시간, 임금(추가 수당 포함), 휴가, 4대 보험 가입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9년 방송제작 노동 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표준계약서를 작성한 방송 노동자 비율은 10명 중 4명(38.6%)이 채 못 된다. 평균 노동시간은 주 58.5시간에 달했지만, 세후 월평균 소득은 267만원이었다. 또 10명 중 1명 이상(12.4%)이 제작·계약기간 중 해고됐다. ‘2018년 영화 스태프 근로 실태조사’를 보면 표준계약서를 작성한 경험이 있는 스태프 비율은 74.8%였다. 김두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장은 “영화계의 경우 영화진흥위원회 주도로 제작 환경을 점차 개선해 나갔지만, 방송계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부처별로 권한이 분산돼 있어 어느 방송사도 정부 지침을 따르지 않고 있다”면서 “방송사들이 스태프도 노동자라는 점을 인정해야 하지만 누구도 기존 관행에서 오는 이득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속보] 호주 산불 진화에 투입된 항공기 추락해 미국인 셋 희생

    [속보] 호주 산불 진화에 투입된 항공기 추락해 미국인 셋 희생

     호주 산불 진화에 투입된 미국인 3명이 항공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희생됐다.  뉴사우스웨일즈(NSW)주 의용소방대 소속 C130 허큘리스 수송기가 23일 오후 1시 30분(한국시간 오전 11시 30분) 스노위 모나로 상공에서 교신이 두절됐는데 추락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추락 원인과 희생자 신원은 곧바로 알려지지 않았다. 추락 지점은 수도 캔버라에서 남쪽으로 2시간 떨어진 곳이었다.  캔버라 공항은 갑자기 번진 산불 위협 때문에 폐쇄됐다. 도심에서 자동차로 20분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공항 근처까지 불길이 번진 데다 섭씨 40도 안팎의 무더위가 겹쳐서다.  NSW 주에서만 80건 이상의 산불이 발화했다. 캔버라 시 관리들은 비상경계령을 발령해 두 건의 산불이 근처를 위협하는 공항 근처에 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전날부터 시작한 산불이 이날 걷잡을 수 없어졌다. 시드니와 멜버른 사이에 자리한 캔버라는 지난 몇 주 내내 산불에 시달려왔다.  호주 동남부를 휩쓴 산불 때문에 적어도 33명이 목숨을 잃었고, 잉글랜드 만한 1100만 ㏊가 산불에 그을렸다. 며칠 전까지 간헐적으로 이어진 비와 폭풍우 덕에 산불이 소강 상태를 보였지만 그 뒤 다시 폭염이 덮쳐 산불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날 시드니 기온은 40도까지 치솟았다. 이날 정오 무렵만 해도 6건의 산불이 호주 남해안에 비상령을 발동케 했다고 BBC는 전했다.  한편 산불로 신음하는 호주 동부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맹독성 대형 거미 ‘주의보’까지 내려졌다고 미국 CNN 방송이 보도했다. NSW주 소재 ‘호주 파충류 공원’은 최근 며칠 새 대형 독거미류의 활동성이 증가했다고 22일 밝혔다. 호주 파충류 공원 대변인 대니얼 럼지는 “최근 내린 비와 고온으로 인해 ‘깔때기거미가 활동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깔때기거미는 사람을 물었을 때 가장 치명적인 거미류에 속한다”고 경고했다.  호주 공영 ABC 방송에 따르면, 전날 밤 빅토리아주 북부에서 발생한 먼지 폭풍의 먼지들이 강풍을 타고 남하하는 바람에 멜버른 각지에 흙이 섞인 비가 내렸다. 리처드 칼런 호주 기상청 (BOM) 선임 예보관은 “멜버른 시내 여기저기서 ‘갈색 비’가 내린다는 제보를 많이 받았다”면서 “처음에는 우량이 적어 흙비가 내렸지만, 곧 많이 오면서 흙이 씻겨 내려갔다”고 말했다.  멜버른 남쪽 브라이턴에 사는 쇼나 맥알파인은 “집 수영장이 연못이나 진흙 스파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비에 섞여 내린 흙으로 혼탁해진 야외 수영장들은 23일 하루 아예 폐장했다. 멜버른 동부에 위치한 보룽다라 시는 “시청이 관리하는 수영장의 물을 정화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면서 “정확한 재개장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땅콩회항’ 박창진, 국회의원 도전 “노동자 신분은 한계”

    ‘땅콩회항’ 박창진, 국회의원 도전 “노동자 신분은 한계”

    “정치로 싸움터 옮기기로 결심”‘땅콩 회항’ 사건 피해자인 박창진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 지부장이 국회의원에 도전한다. 박 지부장은 17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직장 갑질을 반복·생산하는 구조를 개혁하고 직장 내 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해 국회의원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이르면 오는 21일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 출마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박 지부장은 “‘땅콩 회항’ 사건은 특정 인물의 일탈이나 기행,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견제받지 않는 직장 내 권력이 노동자의 존엄성을 훼손한 구조의 문제”라며 “회사에 소속된 노동자의 신분으로는 한계가 존재해 정치의 영역으로 싸움터를 옮기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2017년 정의당에 입당한 박 지부장은 지난해 9월 정의당 국민의노동조합특별위원장에 임명돼 활동해왔다. 그는 갑질에 대한 책임을 기업에 묻고 피해 노동자를 보호하는 ‘갑질 119법’과 ‘노동자감정보호법’을 공약으로 준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 지침)의 확대와 강화, 노동자도 경영에 참여하는 노동이사제 등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박 지부장은 “고통을 겪으면서도 해고의 위협에 신음소리도 내지 못한 노동자에게 내일을 꿈꿀 수 있는 희망을 드리는 의정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최근 비례대표 후보 선출에 시민 뜻을 반영하는 ‘개방형 경선제도’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비례대표 후보군이 정해지면 당원 투표수와 시민선거인단의 투표수를 합쳐 최종 명부의 순번을 정하게 된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테슬라, 중국 전기자동차의 학살자”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테슬라, 중국 전기자동차의 학살자”

    “테슬라가 ‘중국 전기자동차 학살’을 시작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중국산 모델3의 가격을 전격 인하한 것은 미중 무역전쟁 등에 따른 중국경제 급속한 둔화와 보조금 삭감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중국 전기차에 시합을 끝내는 ‘피니시 블로’를 날린 것과 같다고 중국 유력 경제지가 뽑은 자극적인 제목이다. 중국 3대 경제지인 ‘21세기경제보도’(21世紀經濟報道) 등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3일 상하이 기가팩토리(테슬라의 전기차·부품공장)에서 생산된 중국산 모델3 가격을 33만 100 위안(약 5560만원)에서 9% 가량 낮춘 29만 9050 위안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가격 인하를 통해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에서 승부수를 던진 테슬라가 비용 관리와 시장 점유율 확대에 자신감을 과시했다는 분석이다. 테슬라는 앞서 지난해 말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한 모델3를 자사 직원 15명에게 인도하며 본격 판매를 널리 알렸다. 상하이 공장 착공식 후 357일 만에 생산 차량을 인도함으로써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자동차업체 가운데 최단 기록을 경신했다. 중국산 모델3는 오는 17일부터 일반에 인도된다. 중국 시장이 예상치 못했던 테슬라의 가격 인하로 중국산 모델3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1세기경제보도는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할인 조치가 다른 신에너지 차량 제조사는 물론 전통적인 화석연료 차량 제조사에도 충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태슬라는 중국산 모델3에 중국 부품을 사용해 비용을 낮추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에서 부품을 조달하면 20% 혹은 그 이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망했다. 안신(安信)증권도 보고서를 통해 중국산 모델3의 중국산 부품 비중이 현재 30%에서 연내 100%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테슬라가 모델3의 가격을 인하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테슬라는 상하이 공장의 제작비가 미국 공장의 65% 수준이라고 공개한 바 있다. 중국산 제품을 구입하면 소비세 10%를 감면받는 까닭에 테슬라는 비야디(比亞迪·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엔 커다란 위협으로 등장했다. 중국의 자동차 시장은 미중 무역전쟁과 급속한 경기둔화의 여파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는 바람에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더군다나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중국 정부의 신에너지 차량 보조금이 급감하면서 화석 연료 자동차에 비해 그나마 판매가 양호했던 전기차 등 신에너지 차량 판매 역시 뒷걸음질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보조금이 거의 사라져 중국 업체들에게 유리했던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로잡히고 본격적인 적자생존의 시대가 열리면서 테슬라에는 큰 기회의 창이 열렸다. 본격적으로 중국산 전기차 차량이 시장에 투입되기도 전인 지난해 1∼9월 테슬라의 중국 시장 자동차 판매액은 23억 1800만 달러(약 2조 7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0.4% 증가했다. 이 덕분에 고율 관세와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정치적 리스크를 피해 미국을 포함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동남아 등 제3국으로 생산 시설을 옮기는 일이 잇따랐지만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테슬라는 이와는 거꾸로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 올인을 했다.테슬라는 지난해 1월부터 상하이 린강(臨港) 산업구에서 기가팩토리 건설 공사를 착수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신음하던 중국 정부는 테슬라의 대규모 투자를 크게 환영했고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준공에서부터 양산 허가 획득까지 전 과정을 초고속으로 마무리했다. 테슬라 상하이공장에서는 우선 연간 15만대 가량을 생산하며 장기적으로는 모델Y를 포함해 50만대까지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다. 이 공장에는 500억 위안이 투자될 예정이다. 테슬라는 상하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인 기업 투자로 기록됐다. 테슬라는 이와 함께 중국 현지 제조 부품을 최대한 활용해 생산원가를 대폭 낮춰 차량 가격을 끌어내릴 방침이다. 테슬라가 차량 가격을 낮추면 독일 BMW나 다임러, 아우디 등과 중국 전기차 시장 경쟁에서 한 발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친환경기술 정보업체 클린 테크니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 판매된 전기차 중에서 테슬라의 제품이 16%를 차지했다. 이 중 12.5%가 모델3이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22만 1274대가 판매됐다. 테슬라는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50% 증가한 36만 7500여대의 차량을 인도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에 10만 5000대의 전기차를 인도하기도 했다. 모델별로 모델S와 모델X를 합해 1만 7933대, 모델3는 8만 6958대가 생산됐다. 모델3는 모델S와 모델X보다 저렴한 차종으로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까지 북미 시장에서 판매된 모델3는 12만대에 이른다. 전기차로는 이례적인 성공이다. 테슬라의 폭풍 질주와는 반대로 중국 전기차 업체는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중국판 테슬라’의 탄생을 꿈꾸며 중국 정부가 10년간 전기차 업계에 수십억 달러를 퍼부었지만 지원금이 유용된 데다 보조금이 폐지되는 시점에 경기 둔화까지 겹치는 바람에 중국 전기차 업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7.7% 줄었다. 유형별로는 순수전기차(BEV)는 5개월 연속,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는 7개월 내리 감소했다. 중국 정부가 신에너지 차량 개발이라는 야심찬 포부를 갖게 된 것은 10여년 전 독일의 아우디 엔지니어 출신인 완강(萬鋼)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이 돌아와 2007년 과학기술부장을 맡게 된 이후부터다. 그는 중국 정부가 새로운 에너지 차량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는 국가전략을 펼치도록 중국 지도부를 끈질게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벤처 사업가들은 수 년간에 걸쳐 전기차 산업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전기차 업체가 500개나 설립되고 중국은 배터리 기술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경기가 급속히 하강하면서 판매가 부진해 일부 전기차 기업들은 잇따라 파산했다. 신에너지차에 대한 보조금까지 올해 단계적으로 축소될 예정이어서 판매량 감소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국판 테슬라’라며 2018년 뉴욕 증시에 상장한 웨이라이(蔚來·NIO)의 주가는 지난 한해 50% 곤두박질치는 쓴맛을 봤다. 지난해 11월에는 알리바바그룹의 지원받는 샤오펑(小鵬·XPeng)자동차가 4억 달러 유치에 나섰고, 비야디는 지난해 3분기 순이익이 전년보다 130%나 감소했다. 전기차 선두그룹의 기업들이 부실한 성적표를 내자 전기차 분야의 열기가 급속히 가라앉았다. 여기에다 일부 기업들이 지원금을 대규모로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는 악재까지 겹쳐 소비자들의 반감을 사면서 신차 판매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됐다. 중국 재정부에 따르면 2009~2015년 중앙 정부는 적어도 334억 위안의 지원금을 지출했다. 이에 전기차 붐이 일면서 2014년 신에너지차는 전년보다 4배 이상 판매됐고 2015년에도 4배 이상 늘어난 33만대 팔렸다. 하지만 2016년 들어 재정부가 5개 기업이 10억 위안 이상의 지원금을 부당하게 받은 것을 적발하면서 그해 신에너지차 판매는 53% 증가에 그쳐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1위는 중국의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다. 중국 내에 판매되는 전기차의 경우 자국의 배터리 업체가 아닌 경우 보조금 지급을 제한한 정책 덕분이다. 이 위세 역시 보조금이 축소되면 수년 내에 한 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자국산 전기차 부품이 아닐 경우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았던 중국 정부의 지원정책은 오는 2021년 종료될 예정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나이 들고 신음소리가 잘된다”고 말한 여배우

    “나이 들고 신음소리가 잘된다”고 말한 여배우

    배우 김하영이 성우가 되지 못한 사연을 밝혔다. 7일 오후 방송된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이하 ‘컬투쇼’)에 김하영이 출연해 화려한 입담을 선보였다. 김하영은 MBC 예능프로그램 ‘서프라이즈’에 재연배우로 얼굴을 알렸다. 김하영은 “2004년부터 ‘서프라이즈’에 출연해 여러분들의 일요일 아침을 깨웠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데뷔는 잡지모델을 하다 성우공부를 했다. 공부를 하고 2차 시험을 보다 떨어졌다”고 고백했다. 그는 “더빙에서 섹시한 연기가 힘들어서 떨어졌다. 안젤리나 졸리 그 신음소리를 내야 하는데 힘들어서 똑 떨어졌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김하영은 “그런데 지금은 나이가 드니 된다”며 더빙을 선보였다. 아울러 “그때는 어려서 힘들었다. 아기 목소리는 그때 잘 됐는데 지금은 잘 안된다”고 했다. 이에 DJ 김태균이 애기목소리를 부탁했고, 김하영은 연기를 했지만 이를 들은 유민상은 “섹시한 애기목소리 같다. 그때랑 지금이랑 아예 바뀌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김하영은 2004년부터 MBC ‘서프라이즈’에서 재연 배우로 활동하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근에는 ‘개그콘서트’의 ‘노래 따라 삼천리’에 출연한 바 있다.사진 = 서울신문DB 연예부 seoulen@seoul.co.kr
  • 호주, 뒤늦은 산불 대책에… 꺼지지 않는 주민 분노

    호주, 뒤늦은 산불 대책에… 꺼지지 않는 주민 분노

    사망자 23명·동물 5억 마리 이상 희생 주 전역서 150건 진행… 64건 통제불능 총리는 신년 불꽃축제 후 비상조치 시행“이건 산불이 아닙니다. 원자폭탄입니다.” 호주 산불의 가장 큰 피해 지역인 뉴사우스웨일스주(NSW) 교통장관 앤드루 콘스턴스는 지난 4일 공영 ABC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호주 연방정부는 새해 축포를 쏘아 올린 뒤에야 예비군 3000명을 강제 소집하는 등 국가적 산불 비상조치를 시행했다. 가족과 살 곳을 잃은 주민들은 국가 재난에 안일하게 대처한 스콧 모리슨 총리를 향해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2일 NSW의 한 지역인 코바고를 방문한 모리슨 총리는 분노한 마을 사람들의 욕설과 조롱에 쫓기듯 자리를 떴다. 그의 차량에 대고 한 남성은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며 “널 환영하지 않아, 얼간이 자식아”라며 “불꽃놀이를 하고도 키리빌리(총리 관저 소재지)는 불타지 않더라”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사상 유례없는 산불로 민초들은 신음하는데 행정부는 나 몰라라 행보를 보여 비난을 초래했다. 모리슨 총리는 연말 하와이에서 유유자적 휴가를 즐겼으며, 산불 확산 우려에도 새해 맞이 불꽃축제를 강행했다. 린다 레이놀즈 국방장관도 크리스마스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보낸 사실이 알려졌다. 5일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이날 호주 정부는 NSW, 빅토리아,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태즈메이니아 등 4개주 예비군 중 3000명을 강제 소집했다. 전날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됐으며 연방정부의 직접 개입이 시작됐다. 왕립 호주 해군(HMAS) 최대 수륙양용함 애들레이드호도 시드니에서 출항해 소방 함대에 합류했다. 승무원 400명, 의료용품 300t, 헬리콥터 등을 싣고 NSW와 빅토리아주 경계에 배치돼 구조 임무에 투입된다. 정부는 쏟아지는 비판을 의식한 듯 이번 조치가 유례없는 수준이라고 홍보했다. 레이놀즈 장관은 “예비군이 재난구제에 동원된 것은 호주 역사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앵거스 캠벨 국방군 총사령관은 “당신들의 국방군이 당신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불은 이미 두 달여간 호주를 완전히 복구할 수 없는 수준으로 불태웠다. 불에 탄 지역은 5만㎢인데 이는 2018년 8월부터 지난해 7월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면적(9762㎢)의 5배가 넘는다. 사망자는 23명이고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NSW 산불방재청은 현재 주 전역에서만 산불 150건이 진행 중이며, 이 중 64건은 통제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동물은 5억 마리 이상 죽었고, 일부는 멸종위기에 몰렸다. 농부들은 죽어가는 가축의 고통을 덜어 줄 총알마저 떨어졌다고 호소했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인 말라쿠다도 잿더미가 됐다. 크리스 필드 스탠퍼드대 환경연구실장은 이번 산불에 맞설 방법을 묻는 AP통신의 질문에 “그냥 피해야 한다. 캠프파이어에 침을 뱉는 격”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교육이 계층이동 사다리 돼야 양극화 해소”

    “교육이 계층이동 사다리 돼야 양극화 해소”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살려야 합니다. 결국 밑에서부터 세워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무엇보다 ‘계층이동의 사다리’ 구실을 하는 교육에 투자해야 합니다.” 사회적 불평등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로버트 라이시(73) 미국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난 3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극심한 양극화의 해법으로 ‘공정한 교육’을 꼽았다. 상위 1%가 ‘부’를 독점하고 정치·경제 구조마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든 상황에서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의 기회를 열어 두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현 미국 사회에 대한 라이시 교수의 비판은 그간 극심한 양극화로 신음하는 지구촌 곳곳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서울신문이 2020년 첫 인터뷰를 그와 진행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래는 일문일답.-세계적으로 경제 양극화가 극심하다. “경제 양극화는 사회의 최상위 계층이 ‘부’를 독점하면서 심화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상위 10%가 정치·경제 정책마저 자신들에 유리하게 바꾸면서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졌다. 소외된 90%는 좌절했고, 정치권의 부패가 심각하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90%의 분노를 소수자, 이민자, 이슬람교도들에게 분출하도록 했다.” -미국의 사회분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그간 소득 증가분을 상위 10%와 하위 90%가 얼마씩 가져갔는지 따져 보면 1940년부터 1980년 초반까지는 하위 90% 가구가 상위 10%보다 훨씬 많이 가져갔다. 즉 기업 이윤의 대부분이 근로자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1980년 중반부터 상위 10%가 훨씬 더 많이 가져가게 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자 소득 증가분의 거의 전부를 상위 10%가 독차지했다. 기업의 이윤이 근로자에게 거의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업의 이윤이 커져야 근로자 임금도 오르는 측면이 있을 텐데. “1972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12년까지 미국 기업의 순수생산성은 140%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근로자의 실질 시급은 단 17% 올랐다. 노동조합은 와해됐고, 정부는 부자 감세나 기업 감세를 추진했다. 최고경영자(CEO)들은 임금 외에 엄청난 규모의 인센티브를 받게 됐다. 정리하자면 근로자의 힘은 약화했고, 상위 1%의 정치·경제적 힘은 막강해졌다. 이런 구도는 지금도 ‘부의 편중’을 부채질하고 있다.” -소위 귀족노조, 떼법 등 노동조합의 역효과도 있다. “일부 노조의 잘못된 행동이 지적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노조가 없다면 부의 집중을 견제할 장치가 없어진다.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미국 기업 10곳 중 3곳에 노조가 결성됐었다. 이때 근로자에게 더 많은 이윤이 돌아갔다. 이런 분위기는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에도 비슷한 효과를 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부터 노조가 약화하자 기업의 이윤은 근로자가 아닌 경영진과 주주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최저임금을 너무 큰 폭으로 올리면서 사회적 논란을 겪었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매년 5~8%의 단계적 임금 인상이 국가 경제의 발전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점이 이미 증명됐다. 많은 돈을 받는 노동자가 소비를 늘리면 일자리도 더 창출되고 전반적인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 물론 반대로 한꺼번에 임금을 너무 많이 올리면 고용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점진적인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도 부자 감세를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 “맞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부자 감세와 법인세 인하가 실제 기업의 설비 투자나 고용 증가로 이어졌다는 증거는 없다. 1500만 달러(약 174억원)의 감세 혜택을 본 제너럴모터스(GM)는 오히려 미시간·오하이오 공장의 노동자를 감원했다. GM뿐 아니라 아마존과 스타벅스 등 91개 미국 기업이 2018년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는지는 미지수다.”-그간 부자 증세라는 다소 공격적 방법을 제시해 이목을 끌었다. “부자 증세의 효과는 미국 역사와 2차 세계대전 이후 상황이 증명한다. 1950년부터 30년간 최상위 소득 계층은 고율의 세금을 냈다. 당시 미국의 중산층은 두터워졌고, 그 시기가 현재의 강한 미국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부자 감세가 시작된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부터 내실 있는 경제성장은 요원해졌고 경제 양극화가 시작됐다. 1990년대 중반 빌 클린턴 행정부가 부자 증세를 시행했을 때도 경제 상황이 좋아졌다.” -사실 한국에서는 대기업이 경제성장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지 않느냐는 주장도 꽤 있다. “일반적으로 소수 대기업에 모든 경제가 집중되는 현상은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뒤처지게 하고 정치적으로도 위험하다. 미국의 경험에 비춰 본다면 기업이 너무 커지거나 독점적 지위를 갖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혁신이 느려지고, 중소기업의 성장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대기업이 정치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민주화도 퇴행한다.” -결국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이 화두인 듯한데 어떤 정책 수단이 있겠나. “어떤 정책도 단기간에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는 없다. 부자 감세가 아니라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감세, 그리고 이들의 건강과 직업교육 등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가져온다. 특히 가장 중요한 투자가 ‘교육’ 부문이다. 유아기 및 청소년기 공교육을 강화해야 무너진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복원할 수 있다. 물론 교육 분야에서 성과를 보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저소득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장기적인 시각에서 정책적 연구와 지원을 해야 한다. ‘낙수효과’보다 경제를 밑에서부터 세우는 ‘분수효과’가 훨씬 효과적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나 자국우선주의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도 국가 간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경제에 대해 한편이 이기면 다른 편이 지는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망가지면 미국이 잘될 것’이라는 그의 생각은 잘못됐다. 세계경제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서로 통합된 시스템으로 제품을 교환하고 직접 투자를 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이나 미국 우선주의 등은 다른 나라의 번영과 복지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결국 미국 자신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관세폭탄 같은 수단이 특히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무역전쟁의 결과로 중국의 경제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관세폭탄은 무역고립주의를 가져오게 된다. 이미 미국은 1930년대 스무트·홀리 의원이 주도한 관세전쟁으로 심각한 불황을 맛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또한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이미 역사가 알려 주고 있다.” -한국에서는 어른들이 새해 덕담을 한다. 한마디 해 달라. “한국은 매우 아름답고 축복받은 나라다. 2020년에는 더 나은 경제적 번영과 정치적 민주화로 전 세계에 모범이 되길 바란다. 특히 북한과 좋은 관계를 이어 갔으면 한다. 원래 남북은 하나였으니까.”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로버트 라이시 미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사회적 불평등’을 연구하는 세계적인 진보 정치·경제학자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당시 타임지는 그를 20세기 최고 각료 1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저서로 ‘미국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자본주의를 구하라’, ‘1대99를 넘어’,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등이 있다.
  • “교육이 계층이동 사다리 돼야 양극화 해소”

    “교육이 계층이동 사다리 돼야 양극화 해소”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살려야 합니다. 결국 밑에서부터 세워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무엇보다 ‘계층이동의 사다리’ 구실을 하는 교육에 투자해야 합니다.” 사회적 불평등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로버트 라이시(73) 미국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난 3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극심한 양극화의 해법으로 ‘공정한 교육’을 꼽았다. 상위 1%가 ‘부’를 독점하고 정치·경제 구조마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든 상황에서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의 기회를 열어 두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현 미국 사회에 대한 라이시 교수의 비판은 그간 극심한 양극화로 신음하는 지구촌 곳곳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서울신문이 2020년 첫 인터뷰를 그와 진행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래는 일문일답.-세계적으로 경제 양극화가 극심하다. “경제 양극화는 사회의 최상위 계층이 ‘부’를 독점하면서 심화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상위 10%가 정치·경제 정책마저 자신들에 유리하게 바꾸면서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졌다. 소외된 90%는 좌절했고, 정치권의 부패가 심각하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90%의 분노를 소수자, 이민자, 이슬람교도들에게 분출하도록 했다.” -미국의 사회분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그간 소득 증가분을 상위 10%와 하위 90%가 얼마씩 가져갔는지 따져 보면 1940년부터 1980년 초반까지는 하위 90% 가구가 상위 10%보다 훨씬 많이 가져갔다. 즉 기업 이윤의 대부분이 근로자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1980년 중반부터 상위 10%가 훨씬 더 많이 가져가게 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자 소득 증가분의 거의 전부를 상위 10%가 독차지했다. 기업의 이윤이 근로자에게 거의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업의 이윤이 커져야 근로자 임금도 오르는 측면이 있을 텐데. “1972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12년까지 미국 기업의 순수생산성은 140%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근로자의 실질 시급은 단 17% 올랐다. 노동조합은 와해됐고, 정부는 부자 감세나 기업 감세를 추진했다. 최고경영자(CEO)들은 임금 외에 엄청난 규모의 인센티브를 받게 됐다. 정리하자면 근로자의 힘은 약화했고, 상위 1%의 정치·경제적 힘은 막강해졌다. 이런 구도는 지금도 ‘부의 편중’을 부채질하고 있다.” -소위 귀족노조, 떼법 등 노동조합의 역효과도 있다. “일부 노조의 잘못된 행동이 지적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노조가 없다면 부의 집중을 견제할 장치가 없어진다.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미국 기업 10곳 중 3곳에 노조가 결성됐었다. 이때 근로자에게 더 많은 이윤이 돌아갔다. 이런 분위기는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에도 비슷한 효과를 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부터 노조가 약화하자 기업의 이윤은 근로자가 아닌 경영진과 주주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최저임금을 너무 큰 폭으로 올리면서 사회적 논란을 겪었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매년 5~8%의 단계적 임금 인상이 국가 경제의 발전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점이 이미 증명됐다. 많은 돈을 받는 노동자가 소비를 늘리면 일자리도 더 창출되고 전반적인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 물론 반대로 한꺼번에 임금을 너무 많이 올리면 고용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점진적인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도 부자 감세를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 “맞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부자 감세와 법인세 인하가 실제 기업의 설비 투자나 고용 증가로 이어졌다는 증거는 없다. 1500만 달러(약 174억원)의 감세 혜택을 본 제너럴모터스(GM)는 오히려 미시간·오하이오 공장의 노동자를 감원했다. GM뿐 아니라 아마존과 스타벅스 등 91개 미국 기업이 2018년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는지는 미지수다.”-그간 부자 증세라는 다소 공격적 방법을 제시해 이목을 끌었다. “부자 증세의 효과는 미국 역사와 2차 세계대전 이후 상황이 증명한다. 1950년부터 30년간 최상위 소득 계층은 고율의 세금을 냈다. 당시 미국의 중산층은 두터워졌고, 그 시기가 현재의 강한 미국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부자 감세가 시작된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부터 내실 있는 경제성장은 요원해졌고 경제 양극화가 시작됐다. 1990년대 중반 빌 클린턴 행정부가 부자 증세를 시행했을 때도 경제 상황이 좋아졌다.” -사실 한국에서는 대기업이 경제성장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지 않느냐는 주장도 꽤 있다. “일반적으로 소수 대기업에 모든 경제가 집중되는 현상은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뒤처지게 하고 정치적으로도 위험하다. 미국의 경험에 비춰 본다면 기업이 너무 커지거나 독점적 지위를 갖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혁신이 느려지고, 중소기업의 성장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대기업이 정치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민주화도 퇴행한다.” -결국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이 화두인 듯한데 어떤 정책 수단이 있겠나. “어떤 정책도 단기간에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는 없다. 부자 감세가 아니라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감세, 그리고 이들의 건강과 직업교육 등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가져온다. 특히 가장 중요한 투자가 ‘교육’ 부문이다. 유아기 및 청소년기 공교육을 강화해야 무너진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복원할 수 있다. 물론 교육 분야에서 성과를 보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저소득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장기적인 시각에서 정책적 연구와 지원을 해야 한다. ‘낙수효과’보다 경제를 밑에서부터 세우는 ‘분수효과’가 훨씬 효과적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나 자국우선주의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도 국가 간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경제에 대해 한편이 이기면 다른 편이 지는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망가지면 미국이 잘될 것’이라는 그의 생각은 잘못됐다. 세계경제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서로 통합된 시스템으로 제품을 교환하고 직접 투자를 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이나 미국 우선주의 등은 다른 나라의 번영과 복지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결국 미국 자신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관세폭탄 같은 수단이 특히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무역전쟁의 결과로 중국의 경제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관세폭탄은 무역고립주의를 가져오게 된다. 이미 미국은 1930년대 스무트·홀리 의원이 주도한 관세전쟁으로 심각한 불황을 맛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또한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이미 역사가 알려 주고 있다.” -한국에서는 어른들이 새해 덕담을 한다. 한마디 해 달라. “한국은 매우 아름답고 축복받은 나라다. 2020년에는 더 나은 경제적 번영과 정치적 민주화로 전 세계에 모범이 되길 바란다. 특히 북한과 좋은 관계를 이어 갔으면 한다. 원래 남북은 하나였으니까.”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로버트 라이시 미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사회적 불평등’을 연구하는 세계적인 진보 정치·경제학자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당시 타임지는 그를 20세기 최고 각료 1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저서로 ‘미국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자본주의를 구하라’, ‘1대99를 넘어’,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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