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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증인도 신용회복 신청 가능

    주채무자의 도주 등으로 인해 채무를 갚게 된 보증인도 월급이나 부동산을 압류당하기에 앞서 신용회복 대상에 포함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금융감독원은 15일 개인의 연쇄 파산 등 연대보증제도의 폐단을 줄이기 위해 채무자가 도주 등으로 연락이 끊겼을 경우,채무자를 대신해 돈을 갚게 된 보증인도 신용회복위원회의 신용회복 지원을 신청하는 자격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주재 신용감독국장은 “신용회복위원회의 상담 결과,채무자의 도주 등으로 억울하게 돈을 갚게 된 보증인의 신용회복 신청이 많아 이들에게 제도적으로 기회를 주는 방안을 모색중”이라면서 “보증인의 상환 능력에 따라 채권금융기관과 협의,재산 가압류가 이뤄지기 전 분할상환 등 채무조정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국장은 그러나 “보증인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지원자격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지금은 보증인의 경우 채무를 갚지 못해도 신용불량자로 등록되지 않고 재산 가압류 등 법적인 조치를 받는 점을 감안,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구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금감원은 또 개인의 연쇄파산 등 연대보증제도의 폐단을 줄이기 위해 은행의 개인 신용평가시스템을 강화,불필요한 연대보증 규모를 줄일 방침이다. 정성순 은행감독국장은 “은행들이 고객 신용만큼 돈을 빌려주면서도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무리한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면서 “신용평가시스템 운용실태를 점검,시스템을 정교하게 만드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기고/ 청백리가 그리운 시대

    국민의 공복이라는 정치권 인사들의 계속된 비리에 넌더리가 날 지경이다.마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나 다름없으니,그들을 믿고 온갖 어려움을 참아내며 성실하게 일터를 지킨 서민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듯싶다.백성의 생활이야 어떻든 오로지 권력욕에만 사로잡힌 그들에게 무슨 기대가 남아있겠는가, 사상 최악의 경기는 IMF때보다 어렵고,교육은 더 이상 망가질 수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됐으며,기업은 각종 규제와 정치권 눈치를 보느라 투자를 망설이고,채산성 악화를 이유로 공장은 해외로 이전하기에 바쁘다.400만명에 이르는 신용불량자의 양산으로 사회 기초인 가정이 흔들리고,오륙도·사오정·삼팔선에 이어 이태백(이십대의 태반은 백수라는 뜻)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만큼 실업문제는 국민의 목을 조여온다.사정이 이런데도 비리와 부정은 계속되니 애꿎은 국민의 속만 숯검정처럼 까맣게 타들어갈 뿐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처럼 국가를 통치하는 사람들은 그 영향력을 고려해 언행에 각별히신중을 기해야 한다.위정자들이 먼저 나서서 부정을 저지른다면 국민은 국가 정책을 불신하고 그 결과 심각한 사회적 혼란이 유발되기 마련이다.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다 되도록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그들의 최대 장점이던 도덕성이 훼손된 데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성심을 다해 대통령을 보필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대통령 후광을 이용해 검은 돈을 수수한 죄로 줄줄이 쇠고랑 차는 모습을 보며 그들이 내세운 참신성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어디 그뿐인가? 변변한 자원도 없어 오직 수출만이 살 길인 나라에서 국민의 대표라는 사람들은 기업에 도움은 못줄망정 근로자들이 피땀흘려 벌어들인 돈을 차떼기로 받아내어 선거자금으로 썼다니 후안무치도 이럴 수는 없을 것이다. 세상이 혼탁할수록 백성들의 사표가 된 청백리가 더욱 그리워진다.우리 역사에서 세종대왕만큼 훌륭한 성군도 없을 것이다.세종대왕이 소신을 갖고 국정에 임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에 있는 많은 신하들 중 필요한 인재를 발탁하여 활용하는 남다른안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는 신숙주 정인지 권제 같은 학식 높은 신하들도 있었으나 황희나 맹사성 같은 청렴한 정승들이 있었기에 백성의 신뢰를 얻어낼 수 있었다. 또 조선 중종 때 판중추부사를 지낸 송흠을 비롯하여 조선왕조 500년 역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관직에 머물러 있었던 정원용도 대표적인 청백리로 꼽을 수 있다.특히 정원용은 72년 동안 관직에 머무르며 영의정까지 오른 인물로서 평생을 검소한 생활로 일관한 청백리 정승으로 알려져 있다.선조 당시,관직에서 물러난 후 누옥에 거처하는 충신을 걱정한 임금이 ‘그대가 보이는 모든 땅을 가지시오.’라고 말하자 ‘바늘 구멍으로만 보이는 곳을 갖겠다.’고 답한 정승 이원익의 일화는 지금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인사가 만사(萬事)’라고 했다.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사심을 버리고 국민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인물을 가려뽑아야 마땅할 것이다.단지 고락을 함께했다거나 선거 승리에 공이 있다고 자리를 챙겨주는 식의 인사 관행이 오히려 나랏일을 그르친 선례는 역대 정권을통하여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물론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겠지만 갑작스레 높은 자리에 오르면 공인으로서의 소명의식이 흐려질 수 있다.따라서 어떤 자리를 맡겨도 사심을 버리고 국리민복을 위해 성심을 다하는 인물을 발탁하는 것이 대통령이 할 일이다.예로부터 뛰어난 인물을 곁에 두는 것도 위정자의 능력으로 꼽았다. 지난해 말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 법전(法傳)스님이 해인사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 부부에게 선물한 ‘국정천심순 관청민자안(國正天心順 官淸民自安:나라가 바르면 천심이 순응하고 관청이 맑으면 백성은 저절로 편안하다.)’이라는 글귀가 자꾸만 떠오르는 시절이다. 최진규 충남 서산시 서령고 교사
  • [농촌경제 비상구가 없다](2)배보다 배꼽이 더 큰 농가부채

    예고없이 터지는 자연재해,해마다 늘어나는 영농비용,수입산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폭락 등으로 농가마다 빚더미에 쌓여 아우성이다.신용불량자가 속출하고 막다른 길로 몰리면서 삶을 포기하는 농민들도 수두룩하다.아무리 노력해도 늘어만 가는 부채는 이제 농민에게 ‘시시포스’와 같은 ‘천형’(天刑)이 됐다. ●눈덩이처럼 커지는 부채 밭 1800평에서 멜론을 재배하는 충남 청양군 비봉면 신월리 이병익(52)씨는 빚이 1억원이 넘는다.5년 전부터 벼농사를 지었는데,자녀 교육비 등을 도저히 댈 수 없어 멜론 재배에 손을 댔다.그러나 태풍과 폭설 피해를 네번이나 겪어 하우스시설을 재설치하면서 몇 백만원이던 빚이 이렇게 늘었다. 이씨는 “멜론을 재배해도 원금과 이자는 물론 어머니 병원비 등을 대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라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빚을 얻어 수명이 6∼7년인 이앙기·트랙터·콤바인을 대당 2000만∼5000만원 들여 산 뒤,허덕이면서 갚다보면 농기계가 낡아 다시 거금을 들여 구입해야 해 농민들은 ‘빚의 악순환’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우스 1200평에서 토마토를 재배하는 충북 옥천군 안남면 연주리 유원균(43)씨도 빚이 8000만원에 이른다.1996년 처음 오이를 재배하기 시작할 때만 해도 1000만원이던 빚이 이렇게 불어났다. 전남 강진군 칠량면 당월리 김변중(39)씨는 빚이 1억원이다.지난해 1800평 시설하우스에서 1억 2000여만원 매출을 올렸으나 기름값 4000여만원 등 인건비와 농약대 등을 빼면 이자갚기도 빠듯하다. 벼농사만 짓는 농촌의 사정도 마찬가지다.지난 12일 찾은 옥천군 안내면 인포리는 전체 40가구 가운데 폐가가 10가구를 넘었다 농가주택 사이사이로 주인이 떠나 문짝이 떨어지고 지붕이 내려앉은 폐가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마을회관에는 환갑이 넘은 노인 6∼7명이 모여앉아 얘기하고 있었다.주민 홍모(68·여)씨는 “빚을 진 이웃이 하나둘 떠나면서 이제는 초등학생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2년 기준 농가의 가구당 부채는 1989만원으로 이 가운데 농기계 구입 등 농사를 지으면서 발생한 생산성 부채는 1500만원선에 이른다.하지만 시설하우스를 하는 농민과 미래의 농촌을 짊어질 대부분의 청장년은 가구당 보통 5000만원,많게는 1억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다. ●신용불량자와 자살 속출 2000평의 시설하우스에서 방울토마토를 재배 중인 전남 장흥군 관산읍 옥당1리 위성춘(43)씨는 자신을 포함해 부인과 아버지·어머니 등 가족 모두가 빚쟁이로 내몰렸다.자신이 진 것과 보증으로 떠안은 것 등 빚이 2억원이었으나 연체이자에다 외환위기 때 ‘살인금리’가 붙으면서 5억원대로 증가했다.위씨는 이미 신용불량자가 됐다.연말이면 연체이자를 갚느라 아내와 부모 명의로 추가 대출을 받다 헤어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경북 군위군 H농협의 경우 지난해 말 1400여명의 조합원 중 30%인 420여명이 신용불량자다.한해 농사를 지어도 이자 등을 갚지 못하면서 전년보다 100여명 증가했다.이들 농가의 부채 규모는 가구당 5000만원에서 1억원 수준이다.군내 다른 농협의 농민 신용불량자도 100∼300여명에 이른다.막다른 길에 몰린 농민들은 자살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청양군비봉면에 사는 조모(52)씨는 지난해 여름 제초제를 마시고 자살했다. 쌀과 담배농사를 짓다가 빚이 해마다 늘어 1억원이 넘으면서 감당할 수 없게 되자 결국 이 길을 택했다. 이모(55·옥천군 안남면)씨도 쌀·담배농사를 짓다가 빚이 1억원을 넘어 갚을 수 없게 되자 한달 전 농약을 마시고 목숨을 끊었다.면사무소 관계자는 “700여 농가가 있는 안남면에서 IMF사태 이후 빚 때문에 자살한 농민이 10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비상구가 없다 옥천군 유원균씨는 “농사를 지어도 생산비조차 안 나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농산물 가격은 변동이 심해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토마토의 경우 10㎏에 2만∼3만원을 호가하다 어떤 때는 2000∼3000원으로 떨어지는 등 10배 가까이 차이날 정도로 변동폭이 심하다. 청양군 이병익씨는 “배운 게 농사밖에 없고 이 나이에 뭘 하겠느냐.당장 농사를 그만두면 앉아 굶어죽는 수밖에 없어 빚이 늘어도 농사를 포기하지 못한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특별취재팀 대구 김상화 대전 이천열 광주 남기창기자 ■장흥군 위원환씨의 대차대조표 지난 97년 고향에 정착해 1600평의 시설하우스에서 7년째 방울토마토 농사를 짓는 위원환(42·전남 장흥군 관산읍)씨는 벌기는커녕 되레 2억 2400만원의 빚이 있다. 그 해 여름,정부 보조·융자 각 40%,자부담 20%로 1억 4000만원을 들여 하우스 등 시설을 갖췄다.연리 6%에 3년 거치 7년 상환으로 융자금 5600만원이 그대로 빚이 됐다. ●기름값 인건비 상승… 방울토마토값 폭락 출발은 토마토 값이 좋아 산뜻했다.그 해 겨울 첫 수확에서 제반 비용을 떨고도 3000만원이 손에 들어왔다.5㎏짜리 7000상자(상자당 1만원)를 팔아 매출 7000만원에 난방비 1500만원,인건비 1000만원,포장상자 425만원,비료와 농약 600만원 등 4000만원이 들어갔다. 하지만 98년은 최악의 해였다.경유값이 드럼(200ℓ)당 12만원으로 치솟은 반면 토마토는 상자당 5000원 이하로 곤두박질했다.여름 수확(매출 2000만원)을 빼고 11월부터 나오는 겨울 토마토는 이듬해 5월까지 나온다.매출액이 3000만원에 그쳤다.기름값(2300만원)을 주고 나니 사실상 빈 손이었다.인건비와 종자대,농약값,경영비 등 3000만원이 고스란히 빚으로 돌아왔다. 99년 흙이 아닌 물 속에서 토마토를 기르는 수경재배로 돌아섰다.8000만원을 더 들여 양액 자동화 설비를 갖췄다.보조(40%)를 빼고 융자·자부담 등 다시 4800여만원의 빚을 졌다.값마저 낮아져 매출이 3000만원으로 떨어졌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체이자(18%)를 막기 위해 추가로 1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이후 비교적 순조롭게 2000년 3000만원,2001년 2300만원,2002년 3000만원의 순익을 냈다. ●최저가격 보상제 실시 농민불안 없애야 다행히 올해 ‘토마토가 인체에 좋다.’는 언론홍보 덕에 토마토가 상자당 1만 5000∼2만원으로 높아져 위안이 되고 있다.올해 순익 5000만원을 내다본다.1년이면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만 해도 4000만원이다.쌀 농사도 없고 다른 사업을 한다거나 도박을 하는 것도 아니다.오로지 토마토에 매달린다.위씨는 “특용작물은 생산과잉이나 소비감소 등으로 폭락하기 일쑤다.돈이 된다면 우르르 심는 농민들의 태도도 문제지만 정부에서 최저가격 보장제를 제도화해 농민들의 불안을 없애는 일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농경지 경매 작년 의성서만 664건 농민들에게 잇단 ‘사형선고’가 내려지고 있다.돈가뭄으로 금융기관에서 논·밭을 담보로 얻어 쓴 빚을 갚지 못해 농경지가 경매처분돼 파산농이 속출하고 있어서다.담보로 집까지 날리게 될 농민은 가족과 함께 딱히 살 곳이 없어 한겨울에 거리로 나앉을 판이다.해마다 ‘뼈빠지게’ 농사를 지었지만 돌아오는 건 회한과 눈물 뿐이라며 허탈감에 빠져 있다. ●대출금 연체 논·밭·집까지 경매 5000여평의 농사를 짓는 이모(55·경북 군위군 효령면)씨는 5∼6년 전만 해도 부자는 아니었지만,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다.그러나 해마다 농산물 값은 하락한 반면 농자재·인건비 상승이 보태져 빚은 갈수록 쌓여만 갔다.결국 지난 연말 전 재산 2억원 정도를 법원경매에 넘기고 말았다. 의성군 단촌면 박모(43)씨는 IMF사태때 회사의 부도로 농촌에 돌아와 4년째 특용작물을 재배하고 있다.그러나 2년 연이은 자연재해로 은행빚만 5000만원으로 늘어났다.대구지법 의성지원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의성·군위·청송지역에서 나온 전체 경매건수는 664건(농경지가 90% 이상)이나 됐다.2001년 438건,2002년 558건에 비해 해마다 큰 폭의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특히 지난해는 IMF사태로 부동산 경매가 절정을 이뤘던 1999년(752건) 수준에 육박했다. 충남 논산시와 부여군을 관할하는 대전지법 논산지원에도 연간 100여건의 경매물건이 접수되고 있다.이중 절반 정도가 농가 주택과 농경지라는 게 논산지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영농자금 상환기간 되는 1분기 더 심각 군위 H농협의 경우,올 들어서만도 30여건이 부채상환이 안 돼 경매처분됐다.의성군 D농협도 최근 농경지 등 20여건을 경매에 부쳤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올 1·4분기다.각종 영농자금 상환기한을 앞두고 있기 때문.농협 군위군지부 4개 농협은 3월말까지 38억 4000만원을 농가로부터 상환받을 계획이다. 특별취재팀
  • 하루 40여회 신용회복의 길 안내/신용회복委 상담원 前경남은행 지점장 김철씨

    “빚이 3000만원인데 소득은 있으시다고요.충분히 신용회복이 가능합니다.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하러 오세요.” 서울 영등포동 신용회복위원회 별관.이 곳에서 자원봉사로 전화상담을 하는 김철(金哲·사진)씨의 목소리는 예순 나이에도 불구하고 활기가 넘쳐난다. 그의 공식 직함은 상담전문위원.하지만 직원들은 허물없이 ‘선배님’으로 부른다.지난 2000년 경남은행에서 지점장으로 퇴직한 은행원 출신이기 때문이다.김씨는 은행 퇴직 후 작은 회사에서 월급쟁이 사장도 해 봤지만 영 적성에 맞지 않았다.결국 일을 그만두고 꼬박 ‘백수’로 지낸 지 2년.“산에 가는 것도 하루 이틀이죠.집에만 있으려니까 너무 답답했어요.그러다가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신청을 했습니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위원회에는 2002년 12월 이후 6만여명의 신용불량자가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했다.김씨가 받는 전화는 하루 40여통.지난해 10월부터 일을 했으니 지금까지 어림잡아 3600명의 고민을 상담해 준 셈이다. “제가 상담한 신용불량자들이 개인워크아웃을 받으면서 차근차근 빚을 갚아 나가는 것을 볼 때의 보람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지요.” 정식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위원회에서 받는 것은 식비와 교통비 정도다.하지만 그는 여기서 그 이상의 것을 거둬가는 느낌이다. “안타까운 일들도 많습니다.본인은 상환의지가 있어도 소득이 없어서 개인워크아웃을 적용 받지 못하는 경우죠.새해에는 많은 신용불량자들이 신용을 회복할 수 있도록 일자리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김유영기자 carilips@
  • [열린세상] 나라를 망치는 ‘4가지 病’

    후한(後漢) 말의 석학 순열(荀悅)은 그의 저서 신감(申鑑)에서 당시 자기 나라에는 4가지의 병이 깊어졌다고 개탄했다.그 4가지의 병이란 僞·私·放·奢라는 사환(四患)이다.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병이 현재 우리나라의 온 천지에 창궐하고 있다는 것이다.지금의 우리가 걸려있는 사환의 증상을 살펴보자. 첫째,우리의 정치는 거짓이 가득한 위(僞)라는 중병을 앓고 있다.선거를 보면 그것은 거짓의 결정체로 응어리진 종기 자국과도 같다.정치가는 어제 한 발표를 하루사이에 번복하면서도 이제는 거짓으로라도 그 이유조차 말하지 않는다.함부로 내건 공약 때문에 엄청난 국력을 낭비하게 해놓고는 ‘뭐 그런 거지’하면서 오히려 국민을 힐난하고 있다. 둘째,국가와 사회라는 공동체는 잊어버리고 내 몫만 챙기려는 사(私)라는 병도 골이 깊다.도자기를 구우려면 가마를 구워야 하는데,가마는 깨면서 내 도자기만 챙기려 하고 있다.조직의 존폐를 염두에 두지 않는 노동운동,자기 주머니만 챙기는 경영자,기관의 안일만 고집하는 공무원이 늘어나고 있다.주민의협동심과 연대감으로 아름다운 경관을 빚어내고 있는 도시도 하나 없다. 셋째,방(放)이라는 병균도 이미 깊게 퍼져있다.민주주의라는 이름에 편승하여 법제도와 원칙을 무시하고 ‘떼법’을 앞세우는 무법방종이 난무하고 있다.무례한 행동을 용기로 착각하고,정직을 가장하여 남의 아픈 곳만 들추어내는 사람도 늘고 있다.의무는 외면하고 권리만 주장하는 조직구성원,극한 대립을 앞세우는 시민단체가 늘어나고 있다. 넷째,사(奢)병 또한 온 나라를 삼킬 것만 같다.분수에 넘치는 소비로 400만이 넘는 국민이 신용불량자가 되었다.외상값 때문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인구가 이처럼 많기는 처음이다.그러나 더욱 문제는 상실된 자신의 정체성을 패션이나 상품의 소비로 표현하려고 하는 삶의 모습이다.이처럼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위기의 근원은 정신적 빈곤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정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 나라를 둘러싼 세계 정세는 급격히 변하고 있다.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디에서 그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가.공자는 자신에게 나라(衛)를 맡겨 다스리게 한다면 우선 먼저 “이름부터 바로잡겠다.”고 했다.당시 아버지는 아버지답지 못하고 자식은 자식답지 못하여 서로가 남 탓만 하고 있는 위나라를 구제하는 길이 왜 이름부터 바로잡는 것이었을까.이름을 바로잡겠다는 말은 개념과 역할을 분명히 하여 각자의 근본 소임을 다하도록 하겠다는 말이었다. 공자는 문제의 근원은 ‘잘못된 개념’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했다.말과 실제가 서로 맞지 않으면 하려는 일을 이룰 수가 없다는 것이다.공자의 시대만이 아니라 오늘날 인간사회나 정치의 세계가 점점 더 험악해지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 모두가 ‘잘 산다’는 개념과 역할의 혼동에서 비롯하는 것이 아닐까. 근본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좋은 정치와 국민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정치를 구경거리로만 보고 있다가 남의 일처럼 비난만 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아야 한다.내 간판만 잘 보이면 된다며 살고 있는 ‘나뿐인 사람’의 도시에서 ‘나쁜 사람’이 되어 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아야 한다.도리(理)는 접어두고 권리(利)의 발톱만 세운 결과 붕괴하는 경제의 실상도 보아야 한다.방종은 오히려 여유 속에서 자행된다는 점에서 작은 여유도 감당하지 못하는 자신의 작음을 보아야 한다.자신의 문화가 없는 사람일수록 돈으로 물질을 사서 허전함을 메우려는 행동이 사치라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의 원인을 아는 한 더 이상 비탄에 빠질 필요는 없다.새로운 시대의 탄생에는 아픔이 따른다.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역사의 고개를 넘는 길을 잘못 선택한다면 우리가 아무리 아픔을 감내한다고 해도 절망의 계곡으로 빠진다.본체가 넘어져 있는데 그 부속품만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따라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문제의 근본을 다스려야 한다. 강형기 충북대 교수 한국지방자치학 회장
  • LG카드 오너책임 어디까지/“국민정서 고려를” “시장논리 맡겨야”

    ‘법이냐,정서냐.’LG카드 사태를 계기로 대주주(오너)의 경영책임 문제가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정부와 채권단이 ‘국민정서’를 내세워 LG그룹에 부실책임을 더 지라고 촉구하고 나선 데 대해 LG그룹은 “더 내놓을 것도 없으며,유한책임의 주식회사 체제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발하고 있다.특히 이번 LG카드 부실책임 문제는 선단식 경영의 재벌들의 경우와 달리 지배구조가 단순화돼 있는 지주회사 오너의 경영책임범위를 놓고 논란이 제기되는 것이어서 향후 유사사태의 처리방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오너는 무한책임(?) 지금까지 대그룹 오너들은 계열사의 부실문제가 생길 때마다 사재출연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피해왔다.1999년 7월 삼성자동차 부도 때는 이건희 삼성회장이 사회적 책임을 지고 비상장인 삼성생명주식 400만주를 사재출연했으며,2000년 현대건설 처리 때도 같은 이유로 고 정주영 명예회장,정몽헌 회장이 수천억원의 사재를 내놓거나,계열사 주식 등을 구입해 유동성 지원을 도왔다.지난해 SK글로벌 사태 역시 최태원회장이 연대보증으로 책임을 졌다. 그러나 이번 LG카드 사태는 대주주들이 제조업체를 살리기 위해 금융회사를 끌어들였다가 금융회사가 쓰러지면서 책임을 진 것과 다르다.금융회사 자체의 부실에 대해 대주주의 책임을 요구하는 이례적인 일이다.특히 LG그룹은 지주회사로 전환돼 공정거래법상 부당내부거래 금지 등의 조항에 묶여 다른 계열사로부터 자금지원 등을 받을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 채권단 등 일각에서는 다른 그룹 오너들의 전례에 비춰 강도높은 도덕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으나,상법상 유한책임을 지도록 돼 있는 주식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물론 삼성 이회장의 사재출연처럼 그룹의 브랜드 이미지 등을 고려하면 법적 책임 이상을 스스로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를 둘러싼 이해당사자들의 논리도 제각각이다.재계 관계자는 “이미 LG카드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LG그룹과 대주주들로부터 최대한의 담보(1조 1500억원가량)를 확보하지 않았느냐.”면서 “그렇다고 대주주가금융회사를 이용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법적 책임외에 도덕적 책임을 무한대로 지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정부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융회사가 쓰러질 경우 대주주를 비롯한 계열사가 이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으나,이는 시장경제 논리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채권단이 무턱대고 LG에 무한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자신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채권단은 금융시장에서 지급결제기능의 역할을 하고 있고,특정 금융사에 신용공여를 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채권단은 “대주주가 응분의 책임을 지지 않는 상태에서 채권단에 모든 부담을 지우는 것은 대주주의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를 부추기는 꼴”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지주회사,독인가 약인가 지주회사는 자회사의 주식 전부 또는 일부를 소유해 자회사 경영권을 지배하는 회사로,우리나라는 경영권만 확보하는 순수지주회사 대신 독자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는 사업지주회사를 허용하고 있다.LG그룹이 2002년 지주회사 체제로 본격 출범했고,SK그룹은 99년부터 사업지주회사 설립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LG그룹이 기업지배구조의 모범사례로 도입했던 지주회사제도가 이번 LG카드 사태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공정거래위원회는 LG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한 덕분에 다른 계열사로의 부실 확산을 막았다고 주장한다.LG그룹의 한 임원도 “재벌개혁 차원에서 지주회사 구조로 개편하라고 강요할 때는 언제고 지금 와서 계열사들에 돈을 내놓으라고 하느냐.”면서 “앞으로 LG카드 경영에 관여를 못할 텐데 경영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추가 유동성의 75%를 책임지라는 것은 ‘조폭적 행태’”라고 강한 불만을 토해냈다.이 임원은 또 “부실경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지만 따지고 보면 ‘부실한’ LG카드에 돈을 빌려준 금융권에도 경영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측의 시각은 좀 다르다.한 관계자는 “지주회사 설립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대주주를 비롯한 다른 계열사가 지원해 주지 않을 경우 모든부담은 결국 채권단과 소액주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결국 ‘누군가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정부도 책임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의 성급한 정책적 판단이 LG카드 사태를 더 키웠다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LG카드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자 정부는 1조원 이상의 유동성 지원과 LG증권 매각을 조건으로 LG의 대주주와 계열사에 너무 쉽게 면죄부를 줬다는 것이다.경영이 정상궤도로 진입하면 담보로 잡아놓았던 ㈜LG지분을 돌려주고,당초 요구했던 구본무 회장의 연대보증도 받지 않기로 해 이후 협상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이 때문에 LG카드 협상은 당사자가 빠진 채 돈을 빌려준 사람(채권단)과 감독관(정부)이 앉아서 담판하는 형국이 됐다는 것이다.물론 LG카드사태가 대주주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금융회사 자체의 부실이 요인이었던 만큼 대주주를 압박하는 데 한계가 있긴 했으나,정부가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봤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아무리 대주주라도 상법상의 주식회사인데 유한책임을 물어야지 무한책임을 묻기는 어려웠다.”고 털어놓고 “사실 구본무 회장의 연대보증은 상징적 효과는 있을지언정,실질적 효과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주병철 안미현기자 bcjoo@ ■법인격 부인론 적용 부실경영 책임 무한 권영준 경희대 교수 국내 최대 카드사인 LG카드가 부도처리냐,채권단 공동관리냐,준(準) 공적자금 투입(산업은행의 인수)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시장에서 발동된 경고음을 무시하면서 정부와 카드사가 마구잡이로 달려온 끝에 자초한 당연한 결과다.카드산업의 위기와 관련된 재정경제부의 정책실패와 양치기 소년식 말 바꾸기,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의 감독실패,재벌기업들의 무모한 경영행태는 아무리 비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앞으로 또 다른 위기상황을 맞지 않기 위해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을 이참에 반드시 뿌리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로 재벌기업들의 황제식 경영에 의한 실패가 결코 다른 부문에 전가되거나 국민 부담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LG그룹 총수는 카드업에서만큼은 외형으로 삼성을 눌렀다고 호언했다고 한다.이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치러져야 한다.특히 총수 일가는 경영부실에 대해 가장 먼저 보고를 받은 뒤 회사를 정상화시키는 노력을 보이기는커녕 주식을 팔아 차익을 남기고 빠져 나갔다고 한다.이런 측면에서도 이번 사태는 유한책임 대상이 아니고 무한책임의 대상이다.이는 선진국에서도 엄격히 적용하는 ‘법인격 부인이론’(piercing the corporate veil)의 원리다. 둘째,온 나라가 카드채와 신용불량자로 인해 불안해하고 이로 인해 소비가 발목 잡혀 경제적 고통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어느 관료 한 사람 책임지지 않는 망국적 풍토는 하루빨리 바로잡혀야 한다.백보를 양보해서 회사채 시장의 붕괴와 금융대란을 막기 위해 공적자금 성격이 강한 산업은행 자금의 투입이 불가피하더라도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책임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정부와 LG그룹,채권단은 서로 발을 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결론이 어떻게 나든 국민들은 금융시장에서 정부와 재벌의 유착으로 인한 비슷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그 길은 오직 철저한 책임 규명과 시장규율의 정상화로 관치금융 및 재벌금융의 폐해를 막는 것뿐이다. ■상법상 유한책임 도덕적 책임 무리 나성린 한양대 교수 이번 LG카드 사태는 한마디로 정부정책과 LG그룹의 경영 실패가 가져온 합작품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2차례에 걸쳐 채권단에 압력을 넣어 LG카드가 시장논리에 의해 처리되는 것을 막았다.지난해 3월부터 불거진 LG카드 사태를 정부가 끌어온 것은 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일 경우 생존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지만,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정부가 금융시장의 단기적인 충격을 우려해 퇴출이 불가피한 금융사의 생명을 더 이상 연장시켜 주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임시 미봉책에 불과한 이런 조치들이 지속되는 한 금융시장의 혼란만 초래될 뿐이다. 특히 이번 사태에서 간과해서 안 되는 대목은 LG그룹과 대주주들의 책임 문제다.LG그룹과 대주주들은 이번 카드사태로 1조 1500억원의 유동성 확보를 약속하는 등 책임을 지는 모습을보여주기는 했지만,시장경제 논리상 맞지 않는다.주식회사는 상법상 유한책임을 지도록 돼 있기 때문에 무한책임을 져야 할 근거가 미약하다. 시장경제에서 부실에 대한 책임을 법적인 차원이 아닌 도덕적인 차원으로 이해하려 해서는 안 된다.문제가 생기면 시장논리에 따라 청산이나 출자전환 등의 절차를 밟으면 되는 것이지,이런저런 이유로 연명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가 LG카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채권단을 압박하는 행태도 이번이 마지막이 돼야 한다. 정부가 채권단을 동원해 LG카드 사태를 지연시키는 바람에 채권단의 부담만 늘어났고,채권단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쌓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주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대주주든,채권단이든,소액투자자든 자기 책임하에서 투자하고,부실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법적·경제적 책임을 지면 그만이다. 정부는 그런 풍토가 시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정부가 더 이상 단기적인 충격을 우려해서 시장을 왜곡시켜 금융시장을 혼란시키는 주범으로 인식되어서는 곤란하다.
  • 고용없는 성장·경기 양극화/삼성경제硏 ‘올 10대트렌드’

    올해 우리나라는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화되고 수출과 내수간의 경기 양극화가 깊어질 전망이다.삼성경제연구소는 7일 내놓은 ‘2004년 국내 10대 트렌드’ 보고서에서 올해 국내 경제는 4%대의 성장이 전망되나 두자릿수의 증가율이 예상되는 수출과 달리 소비와 설비투자는 가계 버블(거품)과 투자 심리 위축 여파로 증가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보기술(IT)산업은 12% 성장하는 반면 비(非)IT 산업은 3% 성장하는데 그쳐 격차가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또 경기 양극화와 구조적 요인들로 인해 당분간 제조업을 중심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고용 없는 성장’이 향후 안정적인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금융기관의 가계 대출 억제로 신용불량자 증가와 중소기업 자금 사정 악화,금융기관 영업 부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디지털방송과 DMB(디지털미디어방송),3세대 이동통신,휴대 인터넷 등 디지털 영상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삶의 질을 중시하는‘웰빙’ 소비가 확산되는 흐름이 뚜렷해질 것으로 관측했다. 박건승기자 ksp@
  • [사설] 빈곤층 복지 대책 보완해야

    빈곤층에 대한 복지 정책이 성장정책에 우선하느냐 뒤지느냐는 논란은 이제 부질없어 보인다.국내 5가구중 1가구는 돈버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 ‘백수가정’이며 가장이 실직한 가구중 3분의1은 소득이 최저 생계비(4인 가족 92만원선)에 못 미치는 절대 빈곤층이란 한국개발연구원(KDI)보고서를 볼 때 복지 정책은 이제 한국 사회의 ‘필수과제’로 삼아 추진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KDI보고서는 2000년과 이전 상황을 비교 분석한 것으로 그후 경기침체와 신용불량자 양산으로 빈곤 문제가 한층 심화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복지 정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실 아직도 가난의 책임을 개인에게 물어야 한다는 논지를 펴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국가가 이들을 ‘나 몰라라’할 수는 없다.늘어나는 빈곤층은 사회 불안 요소가 되며 결국 사회의 부담이 되는 점에서 미리 손쓰는 ‘예방적인’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 지난해처럼 올해에도 경제는 성장하나 일자리가 늘지 않는 ‘고용없는 성장’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복지 정책은 성장정책과 별도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다만 현재의 한정된 재원을 고려할 때 무작정 복지 예산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다.무엇보다 실업자로 전락하면서 빈곤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는 정책이 요구된다.정부는 실업수당을 늘리는 것과 함께 빈곤층이 일자리를 통해 가난을 극복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과 교대 근무제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추진해 봄직하다. 복지 정책의 사각지대를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무허가 시설에 거주해 주민등록이 불가능한 주민 또는 장성한 자녀가 주민등록에 올라있는 부모 등이 복지혜택에서 제외되는 문제점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복지 예산이 과연 제대로 집행되고 있으며 새는 부분은 없는지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 연초 체감경기 여전히 ‘꽁꽁’

    1월 기업 체감경기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매출액 순위 600대 기업의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99.8로 지난해 12월의 98.7에 이어 두달 연속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부문별로는 수출(105.9),자금사정(102.5),고용(104.0)은 호조를 보이겠지만 내수(97.7),투자(99.1) 등은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BSI가 100을 웃돌면 이달 경기를 호전될 것으로 보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많다는 것이다.100을 밑돌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전경련은 1월 BSI가 100을 밑돈 것은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내수 및 투자부진,신용불량자 증가 등의 부정적 요인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전반적으로 지난해 12월과 유사한 경기상황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경련은 경기불안 요인인 노사갈등,가계부실,정책혼선 문제를 정부가 적극 나서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또 수출호조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환율관리 대책과 업종별 수출지원 제도를 마련하고 성장위주정책을 통해 수출호조가 내수 및 투자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건승기자 ksp@
  • 기업 광고로 본 신년 메시지/올 CF 테마는 ‘행복·희망·나눔’

    ‘기업들의 신년 CF 덕담은 행복’. 지난해 경기 불황과 불법 정치자금 파문에 휩싸였던 기업들이 새해를 맞아 ‘묵은 떼’를 벗고 희망과 행복,나눔의 테마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선두주자는 BC카드.올해는 ‘부자’ 대신 ‘행복’을 들고 나왔다.지난해 신용불량자 속출과 명예퇴직,취업난 등으로 고생한 소시민들을 위해 모두가 소망하는 행복을 이미지 테마로 잡았다.‘행복하세요,부탁이에요.’라는 간절하면서도 절실한 카피는 탤런트 김정은씨의 눈 뭉치 던지기에서 잘 드러난다.그녀가 던진 눈은 지나가던 젊은 여학생을 맞히고,중년의 아저씨를 맞히고,아이의 손에 놓여진다.진실한 소망과 행복을 담은 김정은씨의 행복 던지기는 눈이 멎어도 멈출 줄을 모른다. KTF의 ‘KTF적인 생각’은 모두를 위한 배려다.새해를 여는 CF ‘백화점 문’편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어지는 작은 배려가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뜻을 담고 있다.KTF 문재선 팀장은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결코 돈을 들이거나 힘든 일이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있는 것”이라며 “고객이 행복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작은 부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KTF의 ‘굿타임 경영’의 실천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소외된 계층을 향한 ‘나눔’을 광고 컨셉트로 내놓았다.‘나눔으로 커지는 2004년,나누는 마음이 희망입니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지난해의 ‘함께가요,희망으로’ 메시지를 올해에도 이어갔다. 신세계는 국민타자 이승엽의 56호 홈런이 상징하는 희망을 담았다.새해를 맞아 새로운 희망으로 상징되는 ‘해’를 이승엽 부부가 낚아채는 모습을 통해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보이고 있다. 이밖에 굿모닝 신한증권은 주가 상승을 뜻하는 ‘빨간불’을 이용,‘새해엔 당신의 주식에 365일 빨간불만 켜졌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덕담을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현대그룹도 눈덮인 산을 증기기관차가 달리며 ‘대한민국은 계속되어야 한다.' 라는 밝은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김경두기자 golders@
  • [사설] 청년실업 해소에 정부가 앞장서라

    올해 경제 운용계획의 방향이 일자리 창출에 모아지고 있다.경기 회복세가 고용과 내수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게 재정이 선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지난해 경기 침체와 함께 일자리가 4만개나 줄어드는 등 전반적으로 고용의 질이 크게 악화된 점을 감안하면 갈수록 확대되는 빈부격차와 신용불량자 문제,내수 부진 등을 종합적으로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은 일자리 창출밖에 없다.그 중에서도 미래의 우리 사회를 이끌고 갈 청년층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은 시급한 과제라고 본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노령화가 진전되면서 지금은 청년 9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지만 15년 후에는 청년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그럼에도 지난해 11월 말 현재 청년 실업자는 39만 4000명으로 전체 실업자의 절반에 육박한다.게다가 취업 자체를 포기한 실망실업자 등 잠재실업자까지 합치면 청년 실업자는 1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경기 침체도 문제지만 고용시장을 압박하는 인구 구조,산업인력 수요를 크게 웃도는 고학력자 양산,경력자 위주의채용 관행 등 구조적인 덫에 빠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이런 이유로 올해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청년 실업자에게는 온기가 미치지 않으리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우리는 정부가 재정 확대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조적으로 얽힌 타래를 푸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다.최근 민간 주도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뉴 패러다임’ 운동이 확산될 수 있도록 신규 채용 확대에 따른 기업의 초기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실업관련 기금과 예산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또 고등 실업자만 양산하는 현행 교육시스템도 산업 수요와 연계해 전면 개편해야 한다.성장 유망산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돼야 한다. 청년은 미래의 동력이다.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다.정부가 앞장서서 물꼬를 트고,노사가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 [CEO 칼럼] 한국경제의 뉴 패러다임

    지난 천년 이상,한편으로는 일의대수(一衣帶水)의 이웃 나라요,한편으로는 늘 경쟁관계에 있던 중국의 지난 10여년간의 경제적 급성장이 눈부시고 부럽기 한이 없다.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3%에도 못 미쳤는데,중국은 사스 파동 등에도 불구하고,또다시 8.5%를 넘어 경이적인 발전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 제품의 수출시장 점유율은 미국 시장에서 이미 한국의 3배,일본시장에서는 4배를 훨씬 넘어섰다.중국의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외국인 직접 투자는 지난해 800억달러를 넘어 한국의 10배를 크게 초과했다.인구로 한국의 27배가 넘고,국토가 95배를 넘는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을 끝내고,상하이엑스포를 끝내는 2010년 얼마나 더 큰 나라가 될까.우리나라와는 지난 15년여간처럼 상생관계 내지 동반성장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아니면 150년 전의 불편한 관계로 급격히 재편되고 말 운명인가. 우리나라 제조업의 공동화는 이미 심각한 상태다.지난 10여년 사이 제조업 종사자수가 100만명 이상 감소했다.산업자원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체의 42%가 5년내에 국내 공장을 추가로 축소하거나 폐쇄시키고 해외로 이전해갈 계획이다. 이로 인한 우리나라의 일자리 부족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사오정’,‘오륙도’라며 중년의 실업을 자괴적으로 한탄하던 것도 이미 사치가 되어가고 있다.이제는 ‘삼팔선’,‘이태백’이라는 신조어가 사회를 풍미하며,암담한 내수시장의 침체와 이에 따른 대량실업을 경고하고 있다.청년 실업은 특히 심해서 실질 실업률은 20%선을 넘어,100만명이 넘는 경제활동 가능인구가 최신 지식과 기술을 사장시키며 경제 활동에서 소외돼 떠돌고 있다. 더구나 다음 10년간,25세 이상 취업희망 인구는 추가로 300만명 이상 증가될 전망인데,우리나라의 일자리는 현재 방식대로라면 100만개 이상 줄어들 것이다.이 엄청난 수급 불균형은 이미 심각한 상태에 와 있는 빈익빈의 문제,신용불량자 400만명의 문제,자살률 세계 4위 등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확대·재생산시켜가며 우리사회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으로까지 몰고갈 추세이다. 우리나라와 우리 경제가 살려면 재래식 패러다임을 버려야만 한다. 재래식 방식으로 수출만 진흥시키면 따라올 줄 알았던 일자리 창출은 결코 일어나지 않고 있다.제3국 외국인 근로자를 불러다 저임금을 주면 견뎌낼 줄 알았던 중소기업들도 상당수 한계상황에 몰려 있다.유로화와 엔화에 대비해 과도하게 저평가되고 있는 현재의 원화 환율이 일부 산업의 수출경쟁력을 역사상 최고의 위치에까지 끌어올려 놓았지만,비정상적인 환율에 의존하는 우리 수출과 경제의 장래는 오히려 기형적이고 위태롭기까지 하다. 제는 정말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할 때이다.수출 시장이건 내수 시장이건 저가격 제품은 대부분 더 이상 한국의 몫이 아니다.우리나라 제품이 20년전 저가격으로 유럽과 미국,일본 시장을 잠식할 수 있었듯이,이제 중국제품으로 대표되는 저임금 국가들의 제품이 우리의 수출시장과 우리의 안마당인 내수시장까지 급속히 뺏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략 경영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는 대안으로,차별화 전략과 고급화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평생 학습에 의한 평생혁신체제가 국가와 사회와 산업 전반에 내부화되어 있어야 한다.이제 우리나라의 각계 지도층이 모두 한마음이 되어,우리사회를 과거보다 한 단계 높은 지식기반,고기술 사회,고신뢰 사회로 하루빨리 이행시켜야 한다.특히 모든 영역의 최고경영자(CEO)는 기업이든,정부든 제3섹터이든 최고 교육책임자(Chief Education Officer)로서의 책임을 맡아 직장을 단순한 생산기관으로서만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평생학습과 평생혁신을 실천하는 평생교육기관으로 재창조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 [시론] 좌절은 가고,희망은 오고

    이것은 2003년의 마지막 날 독자들을 찾아가는 시론이다.끝없는 세월에 인간이 그어놓은 눈금 하나가 지나가고 있다.2003년이라는 세월의 눈금을 뒤로하면서 지난 해의 다사다난함은 무엇이었으며 새해의 희망은 무엇이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한 해를 회고하면서 다사다난했음을 이야기해 왔다.다사다난했다는 것은 힘들었다는 뜻이다.사람 사는 데 좋은 일이 왜 없었겠는가마는 다사다난했음을 우선 들추어내는 까닭은 새해에는 궂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고 액운이 물러가기를 바라서이다. 지난 해에는 자연도 결코 순후하지 않았다.자연재난은 컸다.사람,동물을 가리지 않은 역질들은 공포였다. 사람들이 엮어낸 격랑과 뒤틀림은 유별나고 소란스럽고 고통스러운 것이었다.세상살기 어렵다는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기성질서의 방법으로는 해결할 길이 없는 악성 문제들이 더 악화되거나 사람들의 의식을 더 아프게 헤집고 들었다.정치의 일탈,실업악화,직업적 안정성의 붕괴,신용불량자 양산,소비위축과 경기침체,노사갈등 악화,지역갈등 계층갈등 이념갈등의 악화와 폭력화된 시위,극성스러웠던 부동산투기,교육제도 파행의 심화,컴퓨터 범죄와 반인륜적 범죄의 증가,천정부지의 정치부패 등등 헤아릴 수 없는 고질병들은 기성질서가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특히 꼴 사나운 정치적 쟁투는 국민의 마음을 산란하게 하였다.억지의 궤변은 아침 저녁으로 대중매체를 어지럽혔다.사용하는 언어들은 최대로 극한적이었으며 말하는 사람의 표정은 비분강개한 것이었다.이런 일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심사에는 아랑곳없어 보였다. 기성질서의 문제해결능력은 고갈되어 가고 문제들을 오히려 악화시키기도 했지만 자기이익 챙기기에는 극렬하였다.기성질서에 안주하여 혜택을 누리려는 사람들의 반(反)발전적 작태는 위험수위를 오르내렸다. 기성질서는 무능해지고 신질서는 확립되지 않은 간극 속에서 사람들은 정신적 공황을 경험했다. 폭증된 사회적 갈등은 건설적 탈출구를 찾지 못했다.국민총화밖에 배운 것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갈등해야 하는가의 범절을 모르고 날뛰었다.갈등을 악한 것으로만 규정하려는 무식함이나 갈등은 파괴적 수단을 통해야만 된다는 무지막지함은 모두 우리를 힘들게 하였다. 개혁은 기성질서를 해체하는 해빙기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도처에 해빙의 혼돈이 있었고 그 안의 예정된 질서를 이해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무질서를 과장하며 국민을 불안하게 하였다. 새해에는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고 좋은 일만 생길 거라 말하는 것은 우리가 좋아하는 덕담이지 과학적 예측일 수는 없다.그러나 개선의 희망은 분명히 보인다. 최소한 국민의 문제인지도가 높아질 것이다.올해의 괴로움은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가 있음을 깨우쳐 줄 것이다.이것이 새해에 거는 희망의 기초이다.재창조적 변화의 필요성 인식이 확산되는 것은 개혁을 향한 절반의 성공이 될 것이다. 발전을 가로막는 구질서의 힘은 현저히 약화될 것이다.해빙의 혼돈은 개혁추진자들의 족쇄를 풀어 줄 것이다.개혁실책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변혁의 과정에서 갈등문화의 수준은 크게 향상될 것이다. 우리는지금 오랜만에 보는 대변혁 드라마의 한 가운데 있다.새해에 전개될 이 신기한 드라마에 거는 기대가 크다.우리는 이 보기 드문 드라마의 행동자이면서 관람자로서 후세에 해 줄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오 석 홍 서울대명예교수 행정학
  • 창업 실패하지 않는 법 “핵심기술 빼고 아웃소싱하라”/김영문 계명대 교수

    올해 창업시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보다 절망감을 안겨 주었다.그 결과 평생 신용불량자의 멍에를 안고 살아야 하는 창업 실패자들이 쏟아졌다. 또 청년실업이 8%를 웃돌면서 창업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정작 청년창업에 대한 사회적 인프라는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시행 착오를 겪기도 했다.대기업의 구조조정도 창업에 대한 관심을 더욱 고조시켰다.‘사오정’과 ‘오륙도,삼팔선,이태백’과 같은 단어들은 직장인들에게 탈출구로서 창업을 한번쯤 떠올리게 했다. 이런 추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특히 고부가가치 기술이 요구되는 벤처창업보다 상대적으로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외식과 소자본 점포,인터넷창업에 대한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여기에 직장인들의 ‘투잡스’에 대한 관심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유망업종을 구체적으로 보면 외식업과 교육,인터넷,건강,레저·스포츠,마니아층을 대상으로 한 창업을 꼽을 수 있다.외식업에서는 한정식 배달전문점과 최근 TV드라마 ‘대장금’에서 소개된 한방음식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교육사업도 경기와 상관없이 예비 창업자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인터넷창업도 무점포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장점 덕분에 초보자들이 도전하기에 적당하다.건강과 레저·스포츠 분야는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DVD와 애견사업 등 특정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한 창업도 틈새창업으로 각광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예비창업자들이 꼭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이들 대부분은 유망 창업아이템과 어느 정도의 자금만 있으면 ‘대박’을 터트릴 수 있다고 자신한다.본인 스스로가 준비된 창업자라고 착각하는 것이다.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창업 실패를 경험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경영자로서 자신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또 창업과 관련된 휴먼 네트워크도 무시할 수 없다.판로개척은 결국 인간관계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모든 것을 갖추고 창업하겠다는 생각보다 핵심기술 외에 다른 부문은 아웃소싱으로 해결하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성공의 길은 멀고도 험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짧은 순간의 ‘얕은 수’로 많은 대가를 바라는 것은 오히려 낭패를 초래할 수 있다.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자신과의 긴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 새해 경제운용계획 전망/서비스업 활성화로 고용 창출 주력

    정부가 30일 발표한 내년도 경제운용 계획의 화두는 ‘투자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로 요약된다.투자활성화는 서비스산업의 육성과 외국인투자 유치를 통해 이루겠다는 것이다.그만큼 내수위축에 따른 실업난이 심각할 것이란 점을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일자리 창출’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토지규제 개혁,서비스산업 규제 등 관련 법 개정이 전제돼야 한다.이 과정에서 부처간의 이견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합의도출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경제회복=고용창출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5%대로 잡고 있다.이럴 경우 통상적으로는 30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그러나 올해 경제성장률이 3%대로 예상되지만,실제 일자리는 4만개가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이른바 ‘고용없는 성장’이 고착되는 것이 아닌가 당국은 긴장한다. 특히 4·4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경기가 소비·설비투자의 위축으로 침체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수출 덕분에 버텨내고 있지만,내년에 신용불량자·청년실업·분배구조 등의 난제들이 풀리지 않을 경우 국내 경기 회복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고부가치산업 육성 정부의 일자리 창출은 제조업 대신 관광 유통 등 서비스산업의 집중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1992년 이후 제조업부문에서 일자리가 78만개 없어졌지만,서비스업은 오히려 448만개 늘어난 데서 보듯 서비스업 육성은 실업문제의 돌파구이다. 서비스분야별 대책을 보면 관광호텔과 중저가 숙박시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골프장에 대한 지방세 중과를 완화하고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이 가능하도록 자연보전권역의 입지규제를 개선하겠다는 것 등이 같은 맥락이다.유망 서비스업에 대해서는 다른 업종에 비해 유리한 조건으로 신용보증을 지원하는 대책도 세웠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 중 노·사·정의 ‘일자리 대타협’을 추진하고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해고 제도의 경직성을 줄이기로 했다. ●외국인유치가 또다른 축 정부는 외국계 연구·개발기업이 이공계 졸업생을 인턴으로 채용할 경우 임금을 일정기간 정부예산으로 지원키로 했다.외국인 투자가의 영주권 취득자격 완화,외국인 임직원 등에 대한 과세체계 단순화,(총급여액에 단일세율 17%적용),외국인투자지역 감면대상 확대 등은 외국인 유치를 위한 자구책이다.외국인 교육재단에 대한 기부금에 대해 사립학교와 마찬가지로 조세특례법상 특례기부금으로 인정해 외국인 학부모들의 학비부담을 경감시켜 주기로 했다.또한 외국인학교를 외국인투자환경 개선시설에 포함시켜 임대료 감면 등의 입지혜택도 주기로 했다. ●효과는 미지수 정부는 고용창출을 위한 제반 여건을 최대한 빨리 개선하기로 했지만,고용창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고용유발효과가 큰 건설투자는 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예산이 올해보다 6.1%나 감소되고,부동산 대책 등의 영향으로 민간투자도 둔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여기다 외국인학교 설립,토지규제개혁,서비스산업 관련 제도 정비 등을 놓고 부처간 힘겨루기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용을 늘리는 것은 좋지만 외국인 기업에까지 예산을 지원해 가며 인턴을 장려하는 것은 문제이다.그렇지 않아도 현재 고용구조가임시직 비중이 외국보다 과중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주병철기자 bcjoo@
  • [CEO 칼럼] ‘나눔의 美學’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TV 모니터 한 쪽에는 불우이웃돕기 모금을 알리는 자막이 흐른다.특히 올해는 대구지하철 참사와 태풍 매미 등 각종 재난으로 모금행사가 유난히 자주 열렸던 것 같다. 최근 들어 모금방식이 전화 ARS로 바뀌어 번거로움이 많이 줄긴 했지만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는 경우가 많아 적잖은 아쉬움이 남는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때보다 더 얼어붙은 경기 탓에 올해 불우이웃은 더 늘어난 반면 베풀고 나누는 자선의 손길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400만명에 가까운 신용불량자와 체임근로자,실직가장과 그 가족,급증하는 청년 실업자들은 우리 모두가 보듬어야 할 이웃들이다.특히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소득에 생계를 의존하는 절대빈곤층이 도시 가구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그나마 세밑 자선 시즌이 지나면 소년소녀가장과 무의탁노인 등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게 남겨질 쓸쓸함이 더욱 필자의 가슴을 무겁게 한다.우리는 지금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한 여러 묘안을 짜내고 있지만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나눔은 너무나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그래서인지 며칠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묵묵히 나눔을 실천해 온 한 여성의 미담이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왔다.지난 12년 동안 서울 난곡동 철거지역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며 60여명의 결식 아동들에게 내 아이라는 생각으로 공부방과 따뜻한 식사를 제공했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그렇다.나눔의 미학이란 거창한 기부가 아니라 자신이 가진 능력을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베푸는 작은 배려에서 비롯된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말씀처럼 나눔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자랑할 만한 일도 아니다.나눔은 우리를 낳아 준 사회에 대한 신성한 의무를 다하는 것일 뿐이다. 매년 연말연시가 다가오면 기업들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고 국민들도 형편껏 성금을 낸다.사회단체 역시 성금을 모으고 자선활동을 주도하지만,어려운 이웃들을 챙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더욱이 기부문화가 정착된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시민의기부 참여율이 90%인 데 반해 우리는 10%를 채 넘지 못한다고 하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처럼 무슨 재난이나 사건이 있을 때만 반짝 모금운동을 펼칠 것이 아니라 민·관이 힘을 합쳐 상시적인 ‘도네이션’ 제도를 지속적으로 운영한다면 뜻있는 많은 이들의 자발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아름다운 재단’이나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비롯해 각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자원봉사 프로그램들은 기부자와 자원봉사자들의 참여와 보람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는 점에서 뜻깊다. 어려울 때일수록 다함께 힘을 합쳐 국난을 슬기롭게 헤쳐왔던 우리 조상들의 상부상조의 아름다운 전통을 되살려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대가를 바라지 않는 참여와 아낌없이 나누어 줄 수 있는 진정한 봉사로 추운 올겨울에 모든 이들의 가슴에 훈훈한 ‘화롯불’이 지펴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 이 태 용 대우인터내셔널 대표이사 사장
  • 대한매일 선정 2003 10대뉴스-국내

    盧대통령 취임… ‘코드인사' 논란 ‘젊은’ 노무현 대통령이 2월25일 제16대 대통령에 취임했다.정부와 청와대의 핵심 포스트에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인사들이 전면 포진해 ‘코드인사’ 논란이 불거졌다.노 대통령은 권위주의를 없애려고 했지만,대통령 권위까지 깎아내린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대통령직 못해먹겠다.”거나,“재신임을 묻겠다.”라는 말은 적절치 않았다는 게 국민들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대구지하철 참사 192명 사망 2월18일 오전 9시35분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 192명이 사망하고 148명이 부상을 당했다.전동차 불량 내장재와 지하철공사 직원들의 직무 태만과 교육·훈련 부족 등 안전불감증 결여가 결국 대참사로 이어졌다.참사 후 정부는 2005년까지 전국 도시철도 차량 4208량의 내장재를 불연성으로 교체키로 하는 등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격의 지하철 안전대책을 내놓았다. 부안사태 6개월 원점 재검토 원전수거물관리시설 유치를 놓고 빚어진 부안사태는 반핵시위가 6개월째 계속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빚었다.정부는 김종규 군수폭행,고속도로점거,방화,촛불집회 등 격렬한 시위가 이어지자 지난 10일 부안 원전센터사업을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키로 해 정책의 신뢰도를 스스로 떨어뜨렸다.최근에도 찬·반 양측이 세몰이 양상을 보여 새해에도 부안사태는 계속될 전망이다. ‘대북송금' 특검… 정몽헌회장 자살 현대가(現代家)의 후계자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의 자살은 재계를 충격 속에 몰아넣었다.정 회장의 죽음의 이면에는 ‘대북송금’이 있었다.송두환 특검팀은 남북정상회담 직전 정부와 현대가 북한에 현금만 4억 5000만달러를 줬다고 발표했다.정 회장은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150억원을 준 사실도 드러났다.그의 자살은 이런 사실을 검찰에 털어놓은 부담감 때문으로 추정된다. 대선자금 수사 정치권 ‘빅뱅' 서민들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거액의 불법자금이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재벌기업에서 여야에 전달된 것으로 밝혀져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한나라당에만 500억원대,민주당에는 수십억원이 건네진 것으로 드러났고 아직 수사가 진행중이다.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을 정치개혁의 계기로 삼겠다고 했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형평성 시비를 제기하며 내년에 특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강남 아파트값 폭등 극약 처방 서울 강남 아파트에서 시작한 집값 폭등으로 서민들의 내집마련 꿈이 더욱 멀어진 한해였다.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무려 30∼40% 폭등하기도 했다.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연초부터 강도 높은 투기억제정책을 발표했으나 땜질식으로 끝나 집값을 잡는데 실패했다.마침내 주택거래 규제와 세금중과 조치 등이 포함된 ‘10·29대책’이라는 극약처방을 동원,투기 심리를 누그러뜨렸다. 태풍 ‘매미' 강타 131명 숨져 지난 9월12일 오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매미’는 사망·실종 131명,4조 2000여억원의 재산피해와 6만여명의 이재민을 냈다.순간 최대풍속 60m의 강풍과 해일을 동반한 매미는 우리나라 기상관측사상 최대의 위력을 지닌 태풍으로 제주도 통과 후 12시간여 만에 전 국토를 유린했다.정부는 전국 156개 시·군·구를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복구에 나섰지만 수재민들의 시름은 가시지 않았다. 뜨거운 공방끝 이라크 파병 결정 미국이 올해 두차례 이라크 파병을 요청했고,이 과정에서 보수와 진보세력이 충돌하는 ‘아픔’을 겪었다.노무현 대통령은 한·미동맹관계와 북핵문제 해결 등 국익의 관점에서 파병하기로 어렵게 결정했으나,특히 노사모를 비롯한 노 대통령 지지층들의 반대는 만만치 않았다.건설공병과 의무부대 파병을 수용한 1차때보다는 전투병도 포함된 3000명의 추가파병을 결정하는 게 더 쉽지 않았다. 청년실업 급증… 신용불량자 양산 올 들어 신용불량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청년실업률이 급등했다.‘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란 신조어가 나왔을 정도다.지난해 말 263만여명이었던 신용불량자는 올 11월말 364만여명으로 11개월새 101만여명이나 늘었다.다섯명중 한 명은 10대나 20대였다.경기침체까지 겹쳐 15∼29세의 청년실업률은 11월 기준 8.0%(39만 4000명)로 치솟았다.전체 실업률(3.1%)의 두 배가 넘는다. 조류독감 확산… 육류 소비 ‘뚝' 연말연시 육류 특수를 앞두고 닭과 오리 등에 주로 감염되는 고(高)병원성 가금(家禽)인플루엔자(일명 조류독감)가 12월에 발생,때아닌 ‘먹을거리 공포’가 확산됐다.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홍콩에선 8명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26일까지 120만마리의 닭과 오리가 매몰처분됐다.닭고기 등을 불에 조리하면 사람에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육류 소비는 뚝 떨어졌다.
  • 세금체납자 ‘신용불량’ 딱지 뗀다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세금이나 법원 판결액 등을 못냈다고 해서 신용불량자가 되는 일은 없어진다.지금은 500만원 이상의 세금을 1년간 체납하면 신용불량자로 등록된다.이에따라 세급체납 등이 사유가 된 15만명 정도가 신용불량의 멍에에서 벗어난다. 또 내년 중반부터 ‘신용불량자’라는 명칭이 ‘1개월 연체자’ ‘2개월 연체자’ 등으로 바뀐다. 전국은행연합회는 내년 1월 신용정보 관리규약을 개정,국세·지방세·관세 체납자나 법원 채무 불이행자를 신용불량 등록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라고 26일 밝혔다.개정된 관리규약은 내년 1월이나 2월 발효된다. 지난달 말 현재 세금체납이나 법원 채무 불이행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은 35만 7087명으로 전체 신용불량자의 10%에 이른다. 이들 중 일반 금융기관에 중복해서 등록되지 않은 14만 6238만명은 관리규약 발효 즉시 신용불량 상태에서 벗어나게 된다. 연합회 고위 관계자는 “세금 등을 못내는 것은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이들을 신용불량자로 등록하지않고,다만 금융회사가 여신심사 때 참고자료로만 활용하게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세청·관체성·지방자치단체 등은 500만원 이상의 세금을 1년 이상,또는 1년에 3차례 이상 체납할 경우 연합회에 신용불량 등록을 요청하고 있다.법원도 채무 불이행자에 대한 판결문을 연합회에 통보하고 있다. 이와함께 연합회는 내년 중반쯤 신용정보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신용불량자’라는 용어 대신 ‘1개월 연체자’나 ‘2개월 연체자’ 등의 용어를 사용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현행 신용불량자 등록제는 신용평가를 위한 기초정보가 아니라 금융거래를 제한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면서 “이를 고쳐 연체의 성격에 따라 차별적인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자료로만 활용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현행 신용불량 등록기준은 ‘30만원 이상 3개월 이상 연체’다. 한편 연합회는 지난달 말 개인 신용불량자가 364만 7649명으로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전월에 비해 5만 1481명 늘어난 것이지만 월 증가율은 지난해 6월 이후 17개월 만에 최저였다.지난해 말에 비해서는 101만 1900여명이 증가한 것이다. 김유영기자 carilips@
  • [대한포럼] 무너지는 황금률

    요즘 경제학자들은 우리 경제의 황금률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고 개탄한다.이해집단의 자기몫 챙기기 등으로 성장과 투자,저축의 균형이 깨졌다는 것이다.현 세대는 차세대로,노사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정치권은 내년 총선에 영향이 미칠까봐 뻔히 알면서도 결정을 마냥 미룬다.남는 것이라곤 ‘남의 탓’뿐이다. 그 결과 우리 경제는 수출 호조가 투자 증가,고용환경 개선,소득 증가,소비 활성화,내수 회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가 끊어졌다.경제를 지탱하는 두 수레바퀴가 수출과 내수라면 수출이라는 한 바퀴로만 굴러가는 꼴이다.360만명에 이르는 신용불량자,한계에 이른 기술력,투자 기피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면에는 미래의 소득을 앞당겨 쓴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실력 이상으로 실적치를 부풀리려고 했던 정부의 양심 불량,기업의 윤리 실종 등 경제 각 주체의 황금률 위반이 도사리고 있다. ‘남으로부터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은 종교에서만 통용되는 교리가 아니다.유대인들이 5000년동안 가꾸어온 탈무드 황금률처럼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규율이자 이정표인 것이다. 황금률 붕괴의 대표적인 사례는 정치권의 처리 지연으로 무산 위기에 처한 국민연금 개혁과 6개월만에 겨우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우리 세대는 청년 9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다.하지만 세계 최저인 출산율과 세계 최고인 노령화 진전 속도 탓에 15년 후에는 청년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30년 후에는 노인층 부양을 위해 소득의 30% 이상을 내놓아야 한다.그럼에도 정치권은 연금사각지대 해소대책이 없다는 이유로 국민연금법 개정안 심의조차 기피했다.‘폭탄 돌리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침몰할 줄 알면서도 갈 데까지 가보자는 배짱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한·칠레 FTA도 사정은 마찬가지다.올 상반기 15.7%의 증가율을 나타냈던 상품 수출은 하반기에도 호조를 보여 연간 16% 이상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극심한 내수 부진과 투자 위축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 구실을 해왔다.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70%에 가깝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우리가 수출로 먹고 살려면 우리의 시장도 개방하는 것이 도리다.하지만 FTA 비준으로 농업 부문이 피해를 보게 된다며 우리는 울타리를 치고 남에게는 울타리를 걷으라고 한다.국가간 교역의 황금률이라고 할 수 있는 FTA 비준을 거부하고서 어떻게 수출시장을 지키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칠레 수출시장에서 2위였던 자동차가 4위로 추락하고 유망 수출품목으로 꼽히던 휴대전화도 FTA 비준 지연의 역풍을 맞고 있다지 않는가. 이밖에 올해 우리 경제를 멍들게 했던 노사관계도 비슷한 사례가 될 것 같다.지난해 말 현재 노조조직률은 11.6%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임금 노동자 100명 가운데 노조원은 12명이 채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그럼에도 우리에게는 ‘세계에서 가장 전투적인 노조’라는 반갑지 않은 꼬리표가 붙었다.노사간에 지켜야 할 룰이 무너진 탓이다.룰이 지켜지지 않다 보니 물리적인 충돌만 있을 뿐이다. IMF위기 이후 국내외 소유구조가 20대 80으로 급격히개편되면서 더불어 사는 미덕도 점차 빛을 바래고 있다.하지만 누군가 손해볼 수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이 되지 않으려면 모두가 한 걸음 더 움직여야 한다.청년층은 생산성을 더 높여 ‘파이’를 키우고 노인층은 좀 더 오래 일터에 머물러야 한다.그래야만 앞으로 닥칠 노령사회,초고령사회에서 세대간 공존이 가능한 것이다. 우 득 정 논설위원 djwootk@
  • 올해만 27명 어린목숨이…자식을 죽이는 사회

    어린 생명들이 다른 사람도 아닌 부모의 손에 목숨을 뺏기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주로 빚에 찌들린 부모들이 ‘아이의 불행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일을 저지르고 있다.전문가들은 자녀를 소유물이나 분신으로 생각하는 부모의 왜곡된 가족관,예방·보호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이같은 현상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상담창구조차 없는 사회 자녀 살해 사건의 이면에는 사회에서 버림받거나 신용불량자로 몰린 ‘신빈곤’의 문제가 있다.카드 빚과 사채가 계속 불어나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면 최후의 극단적 선택을 한다.일을 저지르기까지 개인과 가족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고민을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는 상담 창구조차 없다는 데 심각성이 크다.개인파산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빚에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 지난 19일 발생한 ‘남매 한강투기’ 사건에 앞서 7월에는 인천에서 30대 주부가 카드빚에 시달리다 세 자녀와 함께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했고,9월에는 전주에서 생활고를 비관한 가장이 아내,세 자녀와 함께 차에 불을 질러 5명 모두 숨졌다.지난 3일에는 70대 할머니가 아들의 생활고를 덜어주겠다며 손녀를 살해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올해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거나 동반 자살한 사건은 모두 20건으로 27명의 어린이가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귀한 생명을 잃었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49) 교수는 “제대로 돼있지 않은 정부의 복지체계가 생계비와 양육비 부담을 부르고,자녀 살해라는 극단의 결과까지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올해 27명 어린 목숨 부모 손에 사라져 부모의 자녀 살해는 미래에 대한 극단적인 비관이 부르는 일종의 ‘정신파괴’다.서울대 사회학과 서이종(42) 교수는 “미래가 없고 원칙이 뒤집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로 합의된 룰을 가지고 정진하기보다는 심리적으로 좌절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부모’라는 역할을 성숙하게 해낼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중앙대 의대 필동병원 정신과 기백석(51) 교수는 “남매를한강에 투기한 사건에서 보듯 정신지체가 100% 사고의 원인이 될 수는 없다.”면서 “자녀를 양육할 준비가 되지 않은 미성숙한 가치관이 화를 불렀다.”고 말했다. ●비정한 아버지 구속 서울 용산경찰서는 21일 카드빚에 쪼들려 두 자녀를 한강에 던져 숨지게 한 이모(24)씨를 살인혐의로 구속했다.이씨는 이날 오전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에서 받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동작대교 위에서 계획적으로 벌인 짓을 모두 인정한다.”면서 “순간적인 판단 잘못으로 아이들을 숨지게 한 것을 무척 후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 20일 오전부터 동작대교 일대 물밑을 수색해 이씨가 두 자녀를 던진 지점에서 하류 쪽으로 20여m 떨어진 물속에서 시신을 모두 찾아냈다.모두 티셔츠 차림으로 두 팔을 조금 굽혀 앞으로 내민 채 몸이 얼어 있었다. 이영표 이유종기자 tom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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