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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문만 남긴채… 무죄로 끝난 ‘낙지 살인사건’

    의문만 남긴채… 무죄로 끝난 ‘낙지 살인사건’

    인천에서 발생한 이른바 ‘낙지 살인사건’의 피고인이 결국 살인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받았다. 세간의 많은 관심을 모았던 이 사건은 수많은 의문점만 남긴 채 일단락됐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12일 낙지를 먹다 질식사한 것처럼 가장해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보험금을 타낸 혐의(살인) 등으로 기소된 김모(32)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절도 등 김씨의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제출된 간접 증거만으로는 김씨가 여자 친구를 강제로 질식시켜 숨지게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면서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 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어 의심이 가더라도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판단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지려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력 있는 증거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번 사건은 간접 증거에 비춰보더라도 김씨의 살인 혐의는 명백히 입증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김씨는 2010년 4월 19일 새벽 인천의 한 모텔에서 여자 친구 A(당시 22세)씨를 질식시켜 숨지게 한 뒤 A씨가 낙지를 먹다 사망했다고 속여 보험금 2억원을 챙긴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당시 경찰은 단순 사고사로 처리했고 시신은 사망 이틀 뒤 화장됐다. 이 때문에 이후 재수사에서는 직접적인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간접증거를 토대로 사형을 구형했고,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질식사인데도 몸부림의 흔적이 없었던 점, 김씨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데다가 여자 친구가 고액의 생명보험에 가입할 이유가 없는 점 등을 토대로 유죄로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가 치아 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산 낙지를 통째로 먹었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재산적 탐욕으로 애정과 신뢰를 이용해 살해를 계획했다는 점에서 지극히 비인간적이고 잔혹하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4월 “코와 입을 막아 살해했다면 본능적인 저항으로 몸에 상처가 남게 된다”면서 “피고인 진술 외에는 사망 원인을 밝힐 증거가 없어 낙지로 인해 질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이 항소심 판단을 받아들여 무죄로 확정 판결했지만 이 사건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속 시원한 답이 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신용불량자인 김씨를 남자친구로 둔 A씨가 고액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이유, A씨가 사경을 헤매는 동안에도 다른 여자와 교제한 김씨의 행동 등 김씨에게 제기된 의혹들은 풀리지 않은 채 묻히게 됐다. 또 김씨가 사건 당일 모텔 종업원을 통해 신고한 점, A씨는 치아우식증으로 어금니가 좋지 않아 산 낙지를 먹기 어렵다는 점 등도 의문으로 남았다. 최근에는 김씨가 전 여자 친구에게 1억 6000만원의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조사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A씨의 아버지는 “이제 법을 못 믿겠다”며 “재판부가 직접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내렸는데 살인 장면을 비디오로 찍어 보여줘야 유죄가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낙지 살인사건’ 남자친구 무죄 이유는 바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이른바 ‘낙지 살인사건’의 피고인 김모씨가 12일 결국 무죄를 확정받았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씨는 2심에서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을 받았다.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간접 증거에 비춰볼 때 김씨의 혐의가 명백히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대법원에서 검사의 상고가 기각되면서 김씨의 여자친구 살해 의혹 사건은 수많은 의문점을 남긴 채 일단락됐다. 대법원 판결은 ‘김씨가 여자친구 윤모씨를 살해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지려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력 있는 증거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어 의심이 가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직접 증거없이 간접 증거로도 유죄를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김씨 혐의는 이같은 간접 증거에 비춰보더라도 명백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이번 사건은 유족이 단순 사고로 판단, 사망 직후 피해자를 화장하면서 신체 등 직접 증거가 없어 오로지 간접 증거로만 유무죄를 다퉈야 했다. 1심은 간접증거를 토대로 김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보고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윤씨는 호흡곤란과 질식으로 숨졌는데 이 경우 고통으로 인해 당연히 나타나야 할 몸부림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씨가 윤씨의 저항을 힘으로 제압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재판부는 코와 입을 막은 흔적이 없는 것은 현장에서 발견된 타월 등 부드러운 천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윤씨가 질식에 의해 사망했다는 점에서는 1심 재판부와 의견을 같이했지만 원인에 대해서는 판단을 달리했다. 김씨가 윤씨를 힘으로 제압해 질식시켰다면 얼굴 등에 상처 등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점이 제기됐다. 21살의 건강한 여성인 윤씨가 본능적인 저항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의식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뒤따랐다. 윤씨가 낙지를 먹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살해동기로 제시된 윤씨의 보험계약 내용이나 보험료 등에 관해 김씨가 자세히 알지 못한 점 등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대법원은 이러한 항소심 판단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강제로 숨이 막혀 질식 사망했다는 점에 관한 명백한 증명이 없고 피고인의 행위와 무관하게 낙지에 의해 질식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검사가 제시한 간접증거만으로 살인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은 이번 사건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에 대한 속시원한 답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신용불량자인 김씨를 남자친구로 둔 윤씨가 고액의 생명보험에 가입할 특별한 이유가 없었던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김씨가 사건 당일 모텔 종업원을 통해 신고를 한 점, 윤씨가 사경을 헤매는 동안에 김씨가 다른 여성과의 만남을 계속했던 점 등 김씨에게 제기된 의혹들은 풀리지 않은 채 영원히 묻히게 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청년 창업도전 정신 되살려야 미래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발표한 ‘2014 기술선도기업’ 36개 가운데 한국 기업은 하나도 끼지 못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 일본·홍콩·싱가포르·인도의 기업들은 하나라도 들어 있다. 기술선도기업은 혁신적인 기술로 인류의 발전에 기여도가 큰 벤처기업이 선정되는데, 구글이나 트위터도 뽑힌 적이 있다고 한다. 에너지·환경, 정보통신, 생명공학 등 3개 분야에 국한돼 한 나라의 기술력을 평가하는 전적인 척도는 아니지만 한국 기술의 현실을 드러낸 우울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기술의 혁신은 끊임없는 도전에서 탄생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청년들의 창업이 그 밑바탕이 됨은 물론이다. 우리의 벤처산업은 2000년대 초 절정기를 구가하다 거품론과 함께 순식간에 꺼져 버렸다. 당시의 벤처 붐은 부작용도 많았지만 적지 않은 혁신적 기술도 선보였다. 2001년 쓰리알소프트와 네띠앙이 기술선도기업에 선정된 게 우리로서는 마지막이었다. 쓰디쓴 실패를 맛본 경험 탓인지 창업도전 정신은 언제부턴가 사그라졌고 정부 정책도 소극적으로 변했다. 사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의 핵심은 기술의 혁신이다. 혁신을 하려면 모험(벤처)을 감수해야 한다. 이번에 미국 기업은 24개나 선정됐는데 자유로운 창업 환경 덕이라고 한다. 학교를 중퇴하고 창업하는 학생들도 많고 재직 중에 창업하는 교수도 있는 등 미국에서는 창업이 일상화돼 있다. 반면 각종 규제로 우리의 창업 여건은 크게 뒤떨어진다. 넘어야 할 난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각종 서류와 까다로운 창업 절차도 사회 경험이 없는 청년들에겐 힘든 과정이다. 국민총생산(GDP) 대비 벤처 캐피털 규모는 미국의 3분의1, 이스라엘의 6분의1에 불과하다. 게다가 창업 실패로 돌아오는 것은 ‘빚더미’나 ‘신용불량’뿐이니 누가 섣불리 창업에 나서겠는가. 우리의 미래는 새로운 기술 개발에 달려 있다. 미래의 성장동력을 발굴할 청년 창업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란다. 학교와 기업도 힘을 보태야 한다. 전국 대학의 창업동아리가 1800여개로 지난해보다 50% 정도 늘어난 것은 바람직스럽다. 대학생 때부터 열심히 연구하고 치밀하게 준비하면 실패의 확률도 낮출 수 있다. 성공적인 청년 창업은 취업난 해소의 좋은 대책도 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청년들의 도전정신은 한국의 미래를 밝힐 횃불과도 같다.
  • [사설] 고소득층 건강보험 장기체납 발본색원해야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고 버티는 등 일부 고액재산가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료 장기체납자 해외출입국 현황’에 따르면 올 7월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6개월 이상 장기체납한 지역가입자는 총 152만 5000가구에 달한다. 이 중 6만 2400가구는 올 들어 7월까지 한 차례 이상 해외를 다녀왔으며 이들이 체납한 건강보험료는 903억원에 달한다. 100회 이상 해외로 들락거린 이들도 있다고 한다. ‘봉봉세’(봉급쟁이를 봉으로 아는 세금)에다 꼬박꼬박 건보료까지 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속이 뒤집힐 일이다. 건강재정 악화에 부담을 주는 이들에 대해 사회 정의 차원에서 체납 건보료를 환수토록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공단 측은 해외 출입국자의 경우 생계를 위한 보따리상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납득할 수 없는 것은 해외 출입국자 중 일부는 수백억원의 재산을 보유하고도 건보료를 체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0년 4월부터 올 4월까지 32개월 동안 건보료 2000여만원을 내지 않은 권모씨나 2010년 6월부터 2013년 4월까지 2년간 건보료 5300여만원을 체납한 한모씨 모두 100억원대의 자산가로 해외여행을 수차례 다녔는데 이들을 생계형 체납자라 할 수 있겠는가. 공단 측이 이런 고의적 체납자에 대해 그동안 어떤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는지 묻고 싶다. 건보료를 수십개월 안 냈는데도 공단 측이 ‘특별관리대상자’ 명단에 넣지 않고 관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분명 책무 유기다. 공단 측은 국세청 및 출입국관리사무소 등과 자료 연계를 통해 체납자의 납부 능력을 정확히 파악해 고소득층 체납액에 대한 철저한 징수 조치를 해야 한다. 자진납부하라고 우편물로 독촉장만 날릴 것이 아니다. 부동산 압류 및 공매, 예금 압류, 신용카드 제한 등 실질적인 불이익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제재를 가해야 한다. 서울 강남구에서는 고액의 지방세 체납자뿐만 아니라 과태료 상습 체납자에 대해서도 신용불량자로 등록해 경제활동에 불이익을 주는 등 엄정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한다. 공단 측은 이처럼 강도 높은 체납 징수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한국에도 ‘실패 용인’ 문화 심으려면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한국에도 ‘실패 용인’ 문화 심으려면

    1968년 미국 3M의 스펜서 실버 연구원은 강력 접착제를 개발하려다 너무도 약한 접착력을 가진 물질을 만들어 내고는 좌절했다. 실버는 부끄러웠지만 이 결과를 회사에 알렸고, 동료들은 되레 실버를 격려했다. 몇 년 뒤 같은 회사의 아트 프라이 연구원은 교회 성가집에 붙은 메모 테이프의 접착력이 너무 강해 가죽 표지를 상하게 한 것을 보며 ‘쉽게 붙였다 뗄 수 있는 메모지’를 구상했다. 그는 과거 실버에게 들었던 얘기를 떠올리고 해당 물질을 활용한 제품 연구에 나섰다. 이렇게 개발된 것이 지금 전 세계가 쓰고 있는 ‘포스트잇’이다. 실패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이를 통해 얻은 노하우로 다른 아이디어를 살찌우는 자양분이 된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실패는 불가피한 것인 만큼 용인할 필요가 있다. 기자가 찾아갔던 창업 국가들에서는 하나같이 도덕적 해이에는 엄격하지만 정상적인 경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실패에는 책임을 묻지 않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투자자가 창업 성공의 성과만 얻으려 하지 말고 실패에 대한 리스크도 같이 짊어져야 한다는 취지다. 우리 사회에도 오래전부터 ‘실패를 격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여전히 수많은 제도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벤처 캐피털이 대주주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관행이다. 우리나라 벤처 캐피털은 아직도 투자계약서에 투자하려는 업체의 대표이사가 모든 채무에 대한 원금과 이자, 손해금, 기타 부대채무 등에 대한 변제 책임을 명시한다. 벤처 창업자인 대표이사의 성실 경영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어떤 경우에도 손해는 보지 않겠다’는 투자자들의 속내가 자리 잡고 있다. 사업이 실패하면 대표이사 본인과 가족이 파산해 사회적 생명을 끊어 버리는 독소 조항으로 비판받고 있다. 지적재산권 전문 김태진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사업에 실패한 창업자는 신용불량자·조세체납자로 전락하는 구조”라면서 “이제부터라도 배임이나 횡령 등이 아닌 이상 대표 개인에게 경영 과정에서의 손실 책임을 묻지 않는 쪽으로 제도를 고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창조 관련 연구개발(R&D) 분야에 대한 정부의 감사가 유연해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참여정부 시절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김우식 창의공학연구원 이사장은 “정부의 지원을 받는 연구기관들이 감사를 두려워하다 보니 한 세대를 먹여 살릴 혁신·창의 기술보다 감사에서 지적받지 않을 수준의 연구만 하게 되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막말·밀어내기’ 남양유업 과징금 123억 철퇴

    ‘막말·밀어내기’ 남양유업 과징금 123억 철퇴

    대리점주에 대한 막말과 물량 밀어내기(구입 강제)로 물의를 빚은 남양유업에 공정거래위원회가 1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통상적인 불공정 거래 신고 사건에 비해 이례적으로 높은 제재 수위다. 공정위는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제품 구매를 강제하고 대형마트 판촉사원의 임금까지 전가한 사실을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23억원을 부과키로 했다고 8일 밝혔다. 공정위는 또 남양유업 법인을 검찰에 고발 조치하는 한편 위법행위에 관여한 임직원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결과 및 고발 요청 사실을 검토해 추가로 고발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남양유업 본사의 물량 밀어내기가 전체 회사 차원에서 상시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피해 범위를 사건을 신고한 대리점으로 한정하지 않고 직권으로 전체 대리점으로 확대 적용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2007년부터 올 5월까지 전국 1849개 대리점에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이나 대리점이 주문하지 않은 제품, 심지어 대리점 취급대상이 아닌 제품까지 강제할당해 공급했다. 대리점의 전산 주문을 마치면 이후 본사 영업사원이 판매목표에 맞춰 대리점 주문량을 멋대로 수정해 물량을 할당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대리점이 최종 주문량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최초 주문량은 검색할 수 없도록 전산시스템을 변경, 본사 측의 주문량 수정이 더욱 노골적으로 이뤄졌다. 제품대금 결제도 신용카드로 하도록 해 대금 납부를 연체하면 본사는 손해 보지 않고 대리점주만 신용불량자가 되는 구조가 됐다. 반면 반품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밀어내기 물량을 떠안은 대리점들이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이렇게 물량 밀어내기가 이뤄진 제품은 비인기 품목,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 신제품 등 26개 품목에 달했다. 공정위는 남양유업이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 파견한 판촉사원 397명에 대한 인건비 중 59∼67%를 대리점에 부담시킨 사실도 밝혀냈다. 대리점은 본사의 위탁을 받아 대형마트 등에 유제품을 공급하고 매출의 8.5%를 위탁수수료로 받지만 사실상 판촉사원의 파견 여부나 급여 분담 등을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인건비를 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신용불량 15년, 악몽 그 자체 아내·형까지 빚더미…이렇게라도 마음의 짐 덜어”

    “신용불량 15년, 악몽 그 자체 아내·형까지 빚더미…이렇게라도 마음의 짐 덜어”

    “환갑을 넘긴 나이에 10년을 갚아 나간다고 해도 일흔 살을 넘기겠지만 이렇게라도 오래 묵은 마음의 짐을 덜 수 있게 됐으니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드네요.” 외환위기 당시 도산한 중소기업의 연대보증을 섰다가 신용불량자가 된 11만명에 대한 채무조정 접수가 시작된 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3층 접수처에서 만난 김명수(62·가명)씨. 그는 오전 9시 접수가 시작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아내의 손을 잡고 왔다. 그에게 지난 15년은 악몽 그 자체였다. 외환위기 당시 운영하던 소규모 기업체가 자금난으로 도산하면서 대표였던 자신은 물론 아내와 형까지 연대보증의 늪에 빠져버렸다. 돈을 벌어 빚을 갚고 싶어도 부부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금융 거래는 물론 가족의 생계를 꾸려 나가는 것조차 버거웠다. 이날 시작된 외환위기 연대보증 피해자 채무조정 접수는 그에게 남은 마지막 기회였다. 채무조정안에 따르면 남은 보증채무액 약 3억원을 보증인 3명으로 나눠 최대 70% 감면을 적용해 10년간 상환할 경우 한 달에 약 25만원씩 갚아 나가면 된다. 캠코 관계자는 “외환위기 연대보증 피해자들에게 이날 채무조정 접수 개시는 절망의 구덩이 속에 내려진 구조의 사다리가 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접수 첫날인 만큼 오전에는 신청자들이 눈에 띄게 많지 않았지만 오후 들어 점점 늘어났다. 이날 오후 6시 마감된 상담 건수는 전국적으로 방문 상담 64건, 콜센터 상담 171건을 더해 모두 235건으로 집계됐다. 상기된 표정으로 접수 대기표를 들고 기다리던 이도진(59·가명)씨에게도 이날은 15년간 기다려온 날이었다. 이씨는 외환위기 때 다른 사람과 운영하던 중소기업이 도산하면서 수억원의 빚을 지게 됐다. 현재 남은 빚은 1억 6000만원이다. 동업자가 연락을 끊고 잠적, 그 빚은 모조리 이씨에게 넘겨졌다. 졸지에 신용불량자가 된 이씨는 빚도 빚이지만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워 일용직으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았다. 그는 “어떻게든 빚을 갚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외환위기 연대보증 피해자 채무조정 접수는 캠코 본사 외에도 지점 23곳과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 16곳에서 가능하다. 신청 때 신분증과 주민등록등본, 외환위기 당시 도산기업임을 증빙하는 서류를 가져오면 된다. 문의전화 1588-3570.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외환위기 연대보증 1일부터 채무조정

    외환위기 당시 도산한 중소기업의 연대보증을 섰다가 신용불량자가 된 11만명에 대한 채무조정이 1일 시작된다. 금융위원회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외환위기 연대보증 채무자 지원에 들어간다고 지난 30일 밝혔다. 1997~2001년 도산한 중소기업에 대한 연대보증 채무가 현재까지 남아 있는 이들이 지원 대상이다. 총 연대보증 채무금액이 10억원 이하인 연대보증 채무자는 지원 가능하다. 지원 대상이 되면 소득과 연체기간, 연령 등을 고려해 채무를 주채무자와 연대보증인 수로 나눈 후 나눈 원금의 40~70%를 감면받을 수 있다. 이렇게 해도 상환이 불가능할 정도로 채무가 많으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채무조정심의위원회가 판단해 감면율을 높일 수 있다. 남은 빚은 최장 10년 동안 나눠 갚을 수 있고 질병이나 사고로 상환이 곤란해지면 최장 2년까지 상환을 유예할 수 있다. 또 채무 조정자는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취업성공 패키지 사업, 중소기업청의 소상공인창업학교 등에서 취업과 창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접수는 캠코 본점·지점 24곳과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 16곳에서 한다. 이번 채무조정 지원 예상자는 11만 3830명으로 이들의 채무는 13조 2420억원이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70% 탕감책… 전액면제 파산이 낫다

    70% 탕감책… 전액면제 파산이 낫다

    정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외환위기(IMF사태) 신용불량자’ 구제책을 놓고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다른 채무자들과의 상대적 형평성은 물론 실제 구제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추가적인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는지 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크게 4개로 나눠 쟁점을 짚어 본다. ① 파산·회생이 더 낫지 않은가? 국민행복기금 때 제기됐던 것처럼 법원의 파산이나 회생절차가 부채 탕감보다 낫다는 주장이 만만찮다. 파산의 경우 개인 사정에 따라 빚을 전액 면제받을 수 있지만 이번 구제안은 최고 70% 탕감책이라 어떻게든 빚은 남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채무상환 능력이나 의지가 있는지를 가려내는 것 또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 채무 재조정 방식인 파산, 개인회생제도 등을 통해 빚을 탕감하고 채무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도 굳이 행복기금에 이어 임시방편식 구제방안을 내놓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② 추가 부실대출 가능성은 없는가? 이번 구제책에 따라 신용불량자 1104명의 은행연합회 연체 정보가 삭제되면 ‘신분 회복’을 한 사람들이 다른 금융기관에서 무리한 대출을 받더라도 이를 걸러내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된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대상자들에 대한 연체기록이 없어지면 신용정보 부족으로 다른 은행들이 대출을 잘못 해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들에 대한 대출심사를 강화해 금융기관 부실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③ 15년 묵은 빚 갚을 수 있나? 국가적 재난 탓에 오랜 기간 고통받은 사람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준다고는 하지만 이미 다른 채무조정 시스템이 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를 볼지 의문이라는 주장도 많다. 특히 15년 가까이 갚지 못하던 빚을 어느 정도 깎아준다 해도 갚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상빈 교수는 “그렇게 사정이 어려웠던 사람들인데 기록을 삭제하고 채무를 줄인다고 해도 갚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고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④ 부실채권 처리 혼란 없을까?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실채권 매입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캠코는 13조 3000억여원인 탕감대상 채무 중 이미 보유한 6조 3000억원을 제외한 6조 9000억원을 약 0.25%(173억원) 수준에 사들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사마다 이해관계에 따라, 부실채권의 성격에 따라 매입가 협상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런 지적들에 대해 “파산은 금융거래 제한 등 경제적 불이익이 남기 때문에 구제라는 취지에 맞지 않고, 추가 부실대출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연체정보를 대출심사에 활용하는 것은 원래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캠코의 채권 매입도 금융사가 오래전에 포기한 것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협조가 잘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외환위기 신용불량자 11만명 빚 최대 70% 탕감

    정부가 외환 위기 당시 중소기업 연대보증으로 채무를 진 신용불량자(금융채무 불이행자) 11만여명을 대상으로 원금을 최대 70% 탕감해 주는 등 구제하기로 했다. 11만여명 중 금융회사에 연체 정보가 남아 있는 1104명의 기록도 삭제된다. 정부가 외환 위기 여파로 빚더미에 오른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인들을 위해 빚을 면제해 주고 연체 등 불이익 정보를 없애 주는 맞춤형 구제책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시점에 일시적으로 신용불량자를 회생시킨다는 점이나 국민행복기금의 통상 채무 감면율이 30~5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형평성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외환 위기 당시 연대보증 채무자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오는 7월부터 연말까지 세번에 걸쳐 채무 조정 신청을 받는다고 21일 밝혔다. 부도율이 급등했던 1997년부터 2001년에 도산한 중소기업에 대해 연대보증을 한 채무자가 구제 대상이다. 연체 정보 등의 불이익 정보 등록자는 1104명이고 같은 기간 밀린 보증 채무를 갚지 못한 사람은 11만 3830명이다. 이들의 채무 금액은 13조 2000억원에 달한다. 총연대보증 채무 금액이 10억원 이하인 경우에 해당하며 채무 금액을 연대보증인 수로 나눈 뒤 원금의 40~70%를 감면해 준다. 원금은 최장 10년까지 분할 납부하면 된다. 불이익 정보 등록자의 경우 은행연합회를 통해 남아 있는 어음 부도 기업 관련인 정보가 일괄 삭제된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기업대출 보증 고통 신불자에 재기 기회

    기업대출 보증 고통 신불자에 재기 기회

    정부가 21일 내놓은 신용불량자 구제책은 과거 외환 위기 당시 빚의 늪에 빠진 236만명 중 연대보증으로 채무를 지게 된 기업인과 자영업자 등 11만명에게 회생의 기회를 준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국가적 재난 상태에서 ‘기업대출 연대보증’이라는 제도적 한계로 오랜 기간 신용불량자로 고통받은 만큼 패자부활의 계기로 삼게 한다는 의미다. 금융위원회는 “기존에 발표했던 국민행복기금의 연장선상 지원책이지 사면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채무자들의 남은 빚을 탕감하고 연체 기록도 삭제하는 만큼 사실상 신용 사면에 가깝다. 이 때문에 “버티면 된다”는 식의 도덕적 해이는 물론이고 ‘빚 권하는 사회’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성실 납세자와의 형평성 논란도 예상된다. 은행연합회 전산망에서는 7년이 지나면 연체 기록이 폐기되지만 1997~2001년 기업대출 연대보증 채무자 중 빚을 갚지 못한 11만 3830명은 개별 금융기관의 추심 대상이 되고 이 중 1104명은 불이익 정보가 등록돼 금융 거래 때 제약을 받는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 3월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외환 위기 때 사업 실패 등으로 금융 거래 자체가 막혀서 새로운 경제활동을 못하는 국민이 많다”고 지적한 것이 발단이 됐다. 그러나 이렇게 대증(對症)적 차원에서 접근할 게 아니라 시스템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용정보법에 따라 신용불량 사유가 해소된 날로부터 5년 이내에 관련 정보를 삭제하게 돼 있는데 연체 중이라 정보가 남게 된 것”이라면서 “15년이나 지났다는 것은 은행에서도 포기한 채권인 만큼 현실적으로 법을 개정해 연체 정보를 없애주고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복기금 외에 제2의 구제책은 없다”던 정부의 말 바꾸기로 정책 신뢰성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원의 형평성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2003년 카드 사태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연대보증 채무를 지게 된 이들이 있는데 지원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채무감면율도 마찬가지다. 행복기금은 기초수급자 등을 제외(70%)하면 통상 원금의 최대 50%까지 탕감해 주지만 이번 연대보증 채무 조정은 70%까지 가능하다. 캠코 내 채무조정심의위원회에서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70% 이상도 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이해선 금융위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은 “외환 위기 때 어음부도율(1998년 0.52%)이 카드 대란 때의 부도율(2003년 0.27%)보다 훨씬 높다”면서 “행복기금이나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다른 채무자도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긍정적 해석도 나온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외국에서는 주기적으로 기록을 삭제하는 데 비해 우리는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방향은 맞다”면서 “무작정 감면해 줄 것이 아니라 남은 빚을 어떻게 상환하겠다는 조건 등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사설] ‘신용 사면’이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려면

    정부가 채무불이행자들 가운데 11만여명을 대상으로 ‘신용 대사면’을 단행하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외환위기 때 사업 실패 등으로 인해 금융거래가 막히고 다시 사업을 못할 상황에 놓인 국민들이 많은데, 이들에 대한 구제는 새로운 경제를 창출할 재원이란 차원에서 접근해 달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이에 따른 특단의 대책인 셈이다. 이들이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취업이나 창업 지원 등 지속적인 관심이 뒷받침돼야 한다. 신용 사면을 받게 될 사람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각이 없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칫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나 성실히 빚을 갚는 이들과의 형평성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연대보증을 섰다가 신용불량자가 된 중소기업인 등을 중심으로 사면 대상을 엄격히 선별했다고 밝히고 있다. 행복기금과 같이 채무 탕감에 따른 모럴 해저드 문제가 제기됐던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나 연대보증제 등 국가 정책의 실패나 사회 제도의 미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방치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범죄 등으로 인한 사회 불안이나 근로의욕 저하 등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면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관건은 이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이들의 자활 의지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재기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캠코가 맡게 될 채무조정 프로그램도 중도에 포기하는 이들이 나오지 않도록 정교하게 설계돼야 한다. 외환위기로 신용불량자가 된 이들 가운데 엄선해 사면해주는 만큼, 신용불량자 구제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각종 신용회복 시스템을 강화하기 바란다. 이번 사면을 계기로 금융소외 계층이 양산되지 않게 해야 한다. 서민금융기관인 농협, 새마을금고, 신협, 수협 등이 담보 대출 위주의 영업을 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해 협동조합 모델이 대안금융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그래야 서민들이 고리의 불법 대부업체로 내몰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명품 전당포’ 연예인·재벌2세 등이 찾는다

    ‘명품 전당포’ 연예인·재벌2세 등이 찾는다

    영화 ‘아저씨’의 배경으로 나오는 음습한 전당포의 시대는 가고 전문직 종사자나 재벌가 자녀를 위한 명품 전당포가 뜨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과 저축은행중앙회 등에 따르면 10만원 이하 급전을 빌리는 저신용자용 전당포는 전국에 1000여개로 10년 전에 비해 80%가량 줄었다. 반면 고가 명품을 취급하는 명품 전당포는 서울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400여개에 달했다. 특히 서울 강남이나 여의도 일대에는 명품 가방, 시계, 다이아몬드, 골프채, 구스다운 패딩, 외제차 등을 취급하는 명품 전당포가 밀집해 있다. 주 고객층은 20~30대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교수,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나 연예인, 재벌가 자녀, 사업가 등이 주로 찾는다. 연예인의 경우 직업 특성상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민망하거나 수입이 없어 곤란할 때 명품 전당포를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 아이돌 출신의 한 연예인은 그룹 해체 후 수입원이 끊기자 수시로 외제차를 맡겼고 한 남자 스타급 배우는 빈티지 오디오를 가져오기도 했다. 또 전당포가 부유층의 현금 융통처로 활용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한 사업가가 중고 시세만 1억 2000만원에 이르는 스위스 명품 시계를 가져와 7000만원을 빌린 적도 있었다. 명품 전당포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의 물건을 보여주면 간단한 감정을 거친 후 중고가의 60~80% 정도를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 나중에 원금과 이자를 갚은 뒤 물건을 되돌려받으면 된다. 전당포는 보통 5분 안에 입금해 주고 월 이자 3%, 연이자 36~39% 정도를 받는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물건을 감정받을 수도 있고 출장 방문도 가능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들어 전당포가 신용불량자보다는 중산층이나 부유층의 급전을 융통해 주는 제3금융권 역할을 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전당포 실태를 파악해 양지로 끌어낼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국민행복기금 시행 1개월… 빛과 그늘

    # 여든 넘은 노모와 함께 살며 집 수리일을 하던 A(62)씨. 노모가 뇌출혈로 쓰러져 장애 판정을 받은 그날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은행에서 큰돈을 빌려 병원비를 댔지만 턱없이 모자랐다. 사무실 보증금까지 빼서 병원비를 막아야 했다. 일용직을 하며 근근이 버텼지만 병 간호와 고령 탓에 일하는 날이 적어 수입이 급격히 줄었다. 얹혀 살던 동생네마저 보증을 잘못 서 집이 넘어갔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된 A씨는 여관 등을 전전했다. 그러다 국민행복기금을 알게 돼 찾아갔다. 은행 빚 870만원 중 70%가량이 면제됐고 나머지 260여만원의 채무는 10년에 걸쳐 갚는 것으로 조정됐다. 자포자기했던 A씨에게 삶의 희망이 생겼다. # 신용불량자인 B씨는 지난달 국민행복기금에 채무조정 신청을 하러 갔다가 “대상이 아니다”란 말에 허탈하게 발길을 돌렸다.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영세 대부업체에 빚을 지고 있었던 탓이다. 은행과 사채업자 등의 빚을 두루 지고 있는 C씨는 최근 은행 채무에 대해서만 국민행복기금 지원을 받았다. 그는 “은행 빚을 해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채업자들의 빚 독촉이 요즘 한층 심해졌다”며 울상을 지었다. 빚더미에 허덕이는 서민층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된 국민행복기금이 지난달 22일 접수를 시작한 지 1개월가량 지났다. 이달 15일까지 기금을 신청한 사람은 약 11만명에 이른다.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새 출발을 하게 된 사람들도 있지만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채무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오히려 더 커졌다. 채무 조정에 참여하지 않는 금융회사의 채무는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게 대표적이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사채 등으로 고통받는 경우 법원의 개인파산·개인회생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더 낫다는 대안도 제시된다. 금융위 측은 “모든 금융기관을 다 가입시키기 힘들지만 점차 기금 대상자와 협약 금융기관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창조경제 소통의 창 SEC] (1) 중소기업 정책

    [창조경제 소통의 창 SEC] (1) 중소기업 정책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 기조는 창조경제다. 창조경제란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 기존 기술과 새로운 기술의 융·복합을 통해 창업이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창출되는, 성장이 선순환되는 경제다. 서울신문은 창조경제의 주역인 중소기업의 손톱 밑 가시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제거하면서 중소기업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소통의 창’(SEC·Seoul-shinmun Economy Conference)을 마련했다. SEC에서는 새 정부가 제시한 경제민주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구조 전환, 3불(不) 해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등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과 해결 방안 등을 총 4회에 걸쳐 다룬다. 제1차 콘퍼런스는 15일 오전 10시 서울신문사 대회의실에서 ‘창조경제시대 중소기업정책’을 주제로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의 사회로 김순철 중소기업청 차장,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성명기 이노비즈협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김기찬 교수(이하 사회자) 중소기업을 살리는 데 무엇이 필요할까? 너무 많은 대책은 기획만 하다 끝나 버릴 수 있다. 핵심 대책에 대한 집중 논의가 필요하다. 창업 생태계 조성과 글로벌 전문기업을 이어줄 수 있는 성장사다리의 역할이 중요하다. 불공정, 불합리, 불균형 등 ‘3불(不)’은 최근 대두된 갑을 문제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3행(行)’의 핵심은 글로벌화다. 지난 10년간의 중소기업정책 중 가장 아쉬운 분야다. 글로벌화에 모든 게 담겨 있다고 본다. 일본에서 국내 시장에 매몰된 기업은 망했다. 자기 제품이 없으면 해외에 나갈 수 없다. -김순철 중기청 차장(이하 김 차장) 공감한다. 중기정책은 맞춤형 지원으로 가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진다. 글로벌화가 중요하다. 300만개 중소기업 중 수출기업은 8만 6000여개에 불과하다. 내수뿐 아니라 세계 시장도 국경 없는 무한 경쟁 상황이 됐기 때문에 창업 단계에서부터 글로벌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이하 이 교수) 중소기업의 스펙트럼이 넓다. 중소기업을 살리자는 논의도 지금보다 지평을 넓혀야 한다. 혁신 기업들이 잘되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한 이슈다. 소상공인 문제와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접근 방식과 대책도 달라야 한다. -성명기 이노비즈협회장(이하 성 회장) 창업 후 5~10년간 흥망을 거듭한 뒤 안정기에 들어선 기업들의 성장 동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중견기업이 되면 성장 속도가 다시 빨라진다. 성장동력이 떨어진다면 창업 초기 벤처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150억~300억원 매출의 중견기업들을 키울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사회자 논의를 정리하자면 ▲3불 문제 해결 없이 중소기업 문제는 해결 난망 ▲창조경제와 시장 메커니즘의 화합 ▲벤처기업과 장수기업 양대 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성장사다리를 통한 글로벌기업 육성이다. -이 교수 이제 대기업 중심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경제는 한계에 부딪혔다. 대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이 중요하다. 중소기업에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3불 문제 해소가 관건이다. 성장과 고용 두 축을 달성하는 데는 창업 활성화가 우선이다. 신용 불량이 걸림돌이다. 창업 활성화 정책의 핵심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려는 성실한 사업가가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성 회장 2000년 벤처 붐이 일면서 사라졌던 도전정신이 되살아났다. 창업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현장에서의 3불, 갑을 관계도 심각하다. 대기업들은 중소기업 제품 가격 깎기뿐 아니라 하청 기업에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을 자신들의 업체에 해줄 것을 강요하더라. 도덕적인 문제다. 하청 기업이 오히려 드러나지 않게 해 달라고 호소한다. →사회자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해 벤처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벤처 버블, 모럴 해저드, 무늬만 벤처 등의 거부 반응이라고 할까? -이 교수 창조경제를 이끌어 갈 중소기업 활성화 논의가 자칫 과거 벤처기업 거품 붕괴처럼 될 수도 있다. 김대중 정부 때의 벤처 붐 붕괴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벤처에 투자된 정부 지원금이 2조 2000억원인데 6000억원이 회수되지 못했다. 구조조정 지원금 165조원 중 미회수금이 65조원에 달한다. 벤처기업 매출액이 이스라엘 국내총생산(GDP)을 넘고 매년 평균 20% 성장하며 140만명의 고용을 창출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벤처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정부가 (벤처의 개념을) 정의하려는 순간 벤처는 무너졌다. 2001년 발생한 벤처 버블은 국내 문제가 아닌 글로벌 현상이다. 정부의 4대 벤처 건전화 대책은 정책 실패의 대표 사례다. 창업을 위축시켰고 묻지 마 투자를 없앤다고 엔젤투자를 축소했으며 코스닥을 통합했다. 초일류 벤처기업에 SKY 출신이 가지 않는다. 벤처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김 차장 오늘(15일) 발표된 ‘벤처·창업 자금 생태계 선순환 방안’은 융자에서 투자 중심으로 개선하고 엔젤을 중간에서 회수할 수 있는 인수·합병(M&A), 코스닥 시장의 독립성 강화, 재기할 수 있는 여건 조성 등을 담고 있다. 지금 벤처는 벤처 1세대가 대부분으로 이들이 재투자하고 후배 기업에 멘토링할 수 있도록 하겠다. 피인수 기업에 스톡옵션을 주고 행사 후 세금을 분할 납부하는 문제 등 포괄적인 내용도 담았다. 엔젤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액공제 한도 예외를 인정하는 방안이 마련됐지만 창업자 연대보증은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 -성 회장 벤처정책은 성공한 정책이다. 벤처를 통해 한국이 세계적 정보기술(IT) 경쟁력 확보의 근간이 됐다. 코스닥시장 조작, 분식회계 등 스타 기업의 비도덕적 행위로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 줬다. 반성을 통한 새로운 시도가 이뤄져야 한다. 불합리, 불균형 문제에서 “중소기업 제품의 가격을 깎지 말자”고 얘기하는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돼 가격 경쟁력 높은 기업들이 들어왔을 때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보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력 불균형 등에 대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꿈꾸는 기업가들도 M&A를 부담스러워한다. →사회자 벤처 기업 엔진 가동에 이어 성장사다리도 문제다. 지금까지 사다리 문제를 조세의 걸림돌로만 봤는데 기술 기업이 도약하려면 연구 개발 인재가 요구된다. 시급한 성장사다리는. -성 회장 중소기업에는 기술 인재 공급이 시급하다. 제도는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기업 입장에서 도움이 안 된다. 현실적으로 국책연구기관 같은 좋은 자리의 연구원이 되려면 의무적으로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파견 기업에서 평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 교수 성장사다리의 핵심은 인력과 자금, 시장이다. 이 중 시장과 인력 조달 문제가 우선한다. 중소·벤처기업 인력 조달은 주식옵션제도가 가장 효율적이다. 연구·개발(R&D) 기관을 통한 인력 지원은 궁여지책이다. 그렇게 온 사람들은 목숨 걸고 일하지 않는다. 주식옵션제도를 현실에 맞춰 강화해야 한다. 기술과 기업이 거래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 시장과 기술이 연계되는 선순환 구조다. 기술로 시장을 확보하고 이후 필요한 기술은 M&A를 통해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 지원이 ‘제로섬게임’이 돼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중견기업에 나눠 줘서는 안 된다. 중견기업에는 세액을 점진적으로 낮춰 주는 방향이 필요하다. -김 차장 인력 문제는 근본적으로 인력이 올 수 있는 스톡옵션제가 최선이다. 전문연구기관 및 출연연구소의 인력 파견도 좋은 대책이다. 현장감이나 기술 발전을 체험할 수 있다. 중소기업은 부족한 기술력을 보완할 수 있는 ‘윈윈책’이다. 출연연에 ‘테뉴어 제도’를 도입해서 중소기업 근무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대두된다. 성과 평가에 창업이나 중소기업 기술 지원을 반영하고도 있다. 중견기업의 성장사다리는 금융·세제 지원을 점진적으로 줄여 안착할 수 있도록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역량을 강화하는 투 트랙으로 접근하고 있다. →사회자 글로벌 전문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한 대책은. -성 회장 글로벌화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50년간 이뤄진 일본의 방식을 눈여겨볼 만하다. 현재도 핵심 부품은 일본에 매달려 있는 실정이다. 기술력에서 우리 기업들이 동남아 국가에 지원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계속 투자하고 성장한 기업의 해외 진출에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이 ‘마중물’ 역할을 해 주면 어떨까 한다. -사회자 열린 국제화정책이 필요하다. 우리의 글로벌 정책은 기관정책이지만 이스라엘은 1000만명의 디아스포라(유대인)가 세일즈맨으로 활약하고 있다. 마케팅도 결국 사람이 하는데 동포들이 나서 주면 더욱 효과적이다. 한류 열풍을 활용해야 한다. 경제는 결국 ‘기브 앤드 테이크’다. -김 차장 과거 수출 지원은 기업 간 거래(B2B), 오프라인이었지만 현재는 기업과 소비자(B2C), 홈쇼핑을 포함한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전문기업 육성과 관련해 기업의 수출 역량과 방식 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해외 진출 로드맵을 수립하겠다. 정리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10년 노숙생활 그만… 호텔일 하며 재기 꿈꿉니다”

    “대기업에서 노숙인들에게 신경을 써 주니 고맙기도 하고 기대가 많이 됩니다. 열심히 해야죠. 앞으로 일이 잘 풀려 가족과도 다시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10여년 전까지 식당을 꾸리며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던 김철민(52·가명)씨. 위기는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갑자기 형편이 어려워지며 월급이 밀리자 종업원들은 식당 집기를 들고 나가 버렸다. 결국 김씨는 식당 문을 닫게 됐고, 가족마저 뿔뿔이 흩어졌다. 곧이어 금융위기가 찾아와 재기도 쉽지 않았다. 지금은 24시간 게스트하우스에 신세를 지고 있는 김씨. 그가 호텔리어 교육을 통해 사회 복귀를 꿈꾼다. 서울시는 노숙인과 저소득 계층 20명이 오는 20일부터 열흘 동안 조선호텔에서 호텔리어 교육을 받은 뒤 특급 호텔 환경·미화 협력업체에서 일하게 된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교육과 일자리 제공은 지난해 10월 서울시와 조선호텔이 체결한 ‘노숙인 복지 지원 협약’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성동구에 있는 노숙인 자활·보호시설인 24시간 게스트하우스에서 남녀 노숙인 각 10명을 선발하고 있다. 남성 10명은 게스트하우스 이용자 가운데 확정됐다. 신원이 분명하고 신용불량자가 아니며 몸이 건강한 게 기본 조건. 꾸준히 저축 관리를 하고 공공근로에 참여하며 취직 활동을 하는 등 자활 의지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됐다. 여성 10명은 다른 시설에서 추천받은 노숙인과 성동구 내 저소득층 가운데 이번 주 면담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 남성의 경우 20여명이 신청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는 후문이다. 게스트하우스 관계자는 “처음에는 호텔 일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가 있었고 낯가림도 심했다”며 “조선호텔 직원들이 직접 찾아와 함께 운동을 하고 예절 교육을 하는 등 스킨십을 늘리며 벽을 허물자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최종 선발된 20명은 조선호텔에서 담당 과장·팀장·전문 강사로부터 이론 및 현장교육을 받는다. 31일 수료식 뒤 일부는 조선호텔 협력업체에서, 나머지는 서울 시내 최상위권 호텔 협력업체에서 근무한다. 노숙인 자활을 위한 일자리 제공은 이번 한 차례에 그치지 않는다. 내년 개관 100주년을 맞는 조선호텔은 오는 9∼10월에도 제2기 교육을 여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앞장설 예정이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가접수 하루만에 1만 2367건… 캠코 창구 ‘북적’ “가게 빚·카드 빚 털고 새출발” 기대

    가접수 하루만에 1만 2367건… 캠코 창구 ‘북적’ “가게 빚·카드 빚 털고 새출발” 기대

    “사지가 이렇게 멀쩡한데 신용불량자라는 이유로 일하는 데 제약이 너무 많았어요. 조금이라도 채무가 탕감되면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민행복기금 채무조정신청 가접수 첫날인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본사 3층 접수창구에서 만난 김모(72)씨는 벌겋게 충혈된 눈에 기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있는 김씨는 1년여 전 생활이 어려워져 신용카드사와 캐피털에서 몇백 만원을 대출받았다. 불행의 시작이었다. 한 푼 두 푼 쌓인 빚은 1000만원 가까이 불어났고 김씨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자녀들에게 기대고 싶어도 각자 먹고 사는 것이 바빠 김씨 부부에게 신경 쓸 여력조차 없었다. 신용불량자라 금융거래가 어려워 직장 구하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김씨는 “일단 신청은 했지만 접수될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했다. 이날 캠코 본사에는 김씨처럼 희망을 꿈꾸는 사람으로 오전부터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신청 시간인 오전 9시가 되기도 전에 수십명의 신청자가 미리 도착해 번호표를 뽑고 기다렸다. 캠코에 따르면 이날 전국 모든 접수창구에서 받은 가신청은 1만 2367건이나 됐다. 이 가운데 현장 방문이 아닌 인터넷 신청이 7293건(59.0%)이었다. 접수창구에서 만난 신청자의 연령대는 앳된 얼굴의 20대 초반 젊은이부터 70대 백발의 노인까지 다양했다. 접수창구에서 “100만원이라도 좋으니 꼭 탕감받고 싶다”고 몇 번이나 읍소하는 신청자들도 눈에 띄었다. 접수창구 앞 대기 의자에 초조하게 앉아 있던 주부 윤모(42)씨는 “몇 년 전 조그마한 가게를 하다 망해 몇백 만원의 빚이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남들에게는 얼마 안 되는 돈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너무 힘든 액수”라면서 “신문에서 행복기금을 통해 빚을 탕감해 준다고 해서 너무 반가웠다”고 말했다. 아직 가신청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모습도 눈에 띄었다. 캠코 본사 외에도 국민은행과 농협은행 등에서도 신청을 받지만 대기표를 뽑는 캠코 본사와 달리 은행 신청자는 상대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웠다. 캠코에서 만난 한 60대 여성 신청자는 “여기서 내는 신청서랑 은행에 내는 신청서가 다른 줄 알고 경기 파주에서 왔다”고 말했다. 국민행복기금은 30일까지 가접수를 받고, 본접수는 다음 달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진행된다. 캠코 본사만이 아니라 전국 주요 도시에 설치된 캠코 지점, 전국 도청·광역시의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 국민은행과 농협은행, 신용회복위원회 각 지점에서 신청하면 된다. 현장 신청 외에 국민행복기금 홈페이지(www.happyfund.or.kr)를 통해 온라인 접수도 가능하다. 가접수 기간에 필요 서류(신분증, 주민등록등본 1부, 국세청에서 발급한 소득증빙 서류 등)를 모두 챙겨 신청하면 본접수 기간에 창구를 다시 방문할 필요가 없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실패한 기업인들이 찾는다는 그 섬… 4주간 무슨 일이

    [주말 인사이드] 실패한 기업인들이 찾는다는 그 섬… 4주간 무슨 일이

    해마다 100만여명이 창업을 하지만 80여만명이 폐업을 한다. 금융위원회와 중소기업청 자료에 따르면 창업 기업의 생존율은 3년 후 55%, 5년 후 39%, 10년 후 24%에 불과하다. 창업자 10명 중 5명이 3년 내 문을 닫는 셈이다. 창업 기업의 폐업 횟수는 1.3회, 재창업 횟수는 0.8회로 폐업 후 50%는 재기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번 쓰러지면 재기하기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실패한 기업인은 죄인이 아니지만 일순간 ‘인생의 낙오자’로 전락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의 재기를 ‘힐링’으로 접근한 색다른 시도가 남해의 외딴섬, 경남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 죽도에서 진행되고 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조차 없이 벼랑 끝에 몰린 19명이 지난 2월 24일 무거운 마음으로 섬을 찾았다. 4주간의 시간,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지난달 21일 통영에서 배를 타고 1시간 만에 도착한 죽도는 인적이 드문 조용한 섬이다.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이 폐교를 리모델링한 죽도연수원에서는 ‘실패 중소기업인 힐링캠프’가 진행되고 있었다. 2011년 11월 첫 캠프를 연 뒤 5회째다. 캠프는 3월과 6월, 11월 등 매년 3차례 진행된다. 연수원으로 가는 길은 시작부터 험난했다. 가파른 오르막길에 세워진 표지판이 눈에 띈다. “묵은 마음 비워서 맑고 둥근 마음만 가득 채워 가는 곳…허밀청원.” 섬에 내리기 전까지 ‘외인구단’이나 ‘실미도’를 연상했기에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글귀다. 가쁜 숨을 돌리려 들어간 연수원 식당에서 형광색 점퍼를 입은 이들이 반갑게 인사한다. 캠프 참가자들이다. 퇴소를 앞두고 그동안 생활했던 텐트와 침낭 등을 정리해 햇볕에 말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표정이 밝은 그들의 모습에서는 얼마 전까지 ‘인생 실패자’로 자책하며 방황했다는 사실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상하(43) 원장은 “이곳에서 ‘재기’는 재창업이 아니라 잃었던 용기를 되찾고 깨진 가족이 만날 수 있도록 마음을 정화하는 것”이라며 “실패한 사람에게는 실패 마인드가 숨어 있는데 치유 없이 정상적인 패자 부활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4주간 무료로 진행되는 힐링캠프는 방목 형태로 진행된다. 주입식 강의나 창업 스킬 등 성공 기법을 전수하는 과정은 없다. 100명이 넘는 재능 기부자 중 컨설턴트는 배제하고 종교인과 심리치료사 등이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철저하게 ‘의도된 불편함’을 극복하며 스스로 마음을 관리하는 시간의 반복이다. 사업 실패로 같은 아픔을 경험했던 설립자와 한 원장의 신념, 그리고 재기 과정에서 간절히 필요했던 것을 녹여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캠프는 술과 담배, 휴대전화, 지갑을 수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4주간을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라는 취지다. 오전 5시 50분 기상과 함께 편치 않은 산길을 헤치고 명상 바위에 오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취침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식사는 하루 2끼만 제공하고 입소 다음 날부터 퇴소 전날까지 26일간 텐트에서 야영한다. 초기 2주간은 강의장을 제외하고는 대화도 차단된다. 캠프에서는 자급자족을 하기에 농촌 활동도 필수 일과다. 한 원장은 “실패한 기업인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환경을 탓하고 남을 원망한다”면서 “신세 한탄이 아니라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모든 게 내 탓’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강당에는 “나는 지금 여기에 왜 와 있는가”, “고난과 좌절은 성공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다”, “나는 모든 면에서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자기 암시 글들이 곳곳에 걸려 있다. 캠프 참가자는 3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하다. 처음에는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고 쉽게 말문도 열지 않는다. 실패의 기간이 길수록 이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얼굴은 죽을상이고 의욕은 찾아볼 수 없다. 참가자들은 구구절절한 사연을 토로하지만 캠프에서는 철저히 무시한다. “나는 잘했는데…”라고 할 때마다 “너로 인해 다른 사람이 행복했는가”라는 질문이 되돌아간다. 휴먼 영화를 시청하고 100배 절을 올리고 사이코드라마에 직접 출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마음의 변화를 겪는다. 야영은 캠프의 ‘백미’다. 산속에 설치된 텐트 간 거리는 30m가 넘는다. 아무런 간섭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던 회한, 후회의 뜨거운 눈물을 수없이 흘린다고 한다. 18년간 전자계통사업을 하다 2008년 폐업한 김경곤(59)씨는 “여기 온다고 뭐가 해결될까 하는 고민과 창업자금을 받는 데 유리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반신반의했다”면서 “마음의 어두운 그림자를 털어내면서 몸과 마음이 맑아졌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식품제조유통업을 했던 정영준(51)씨는 위기 탈출을 위해 입소했다. 정씨는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 왔지 스스로를 되돌아볼 기회가 없었는데, 매우 유용한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실패한 기업인들의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김경곤씨는 “아침이 밝아 오는 것이 싫었고 내 이름이 적힌 우편물을 받는 게 두려웠다”면서 “특히 나 때문에 가족까지 피해를 당하는 것이 가장 괴로웠다”고 회고했다. 김씨는 “당시 자살하는 사람에게 공감이 갔다”면서 “남을 원망하는 마음만 들고, 내가 왜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되면서 술로 시간을 허비했다”고 회고했다. 사업이 망한 이들은 대부분 신용불량자로 전락한다. 작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한 신용을 회복해야 하는데 상당수는 빚의 늪에서 헤어날 방법을 찾지 못한다. 익명을 요구한 40대 후반 남성은 “신용 회복을 하더라도 카드 발급이나 대출이 안 되는 등 재기를 위해 기댈 언덕이 없다”면서 “사업이 잘되면 금융권이 제일 먼저 고개를 숙이며 찾아오지만 반대 상황에서 가장 먼저 발목을 잡는 것도 금융권”이라고 성토했다. 캠프를 거쳐 간 68명 중 50%가 재창업(12명)을 하거나 취업에 성공했다. 5년간의 아픔을 딛고 대구에서 재기한 향천의 김영만(47) 대표. 그는 2차례 누룽지 제조 업체를 운영하다 무일푼으로 쫓겨났다. 2008년 이후 신용불량자로 4년간 ‘바닥 인생’을 경험했다. 지난해 3월 2회 캠프에 참가한 후 중소기업청의 재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재기했다. 김 대표는 “항상 자만하지 말고 겸손하라고 스스로에게 경종을 울린다”고 전했다. 지난달 22일 4주간의 일정을 마친 5회 캠프 참가자들이 1명의 낙오자도 없이 섬을 나섰다. 그토록 힘겨워했던 현실 속으로 다시 들어선 것이다. 오늘의 실패를 자산이자 축복으로 되돌리는 항해가 시작됐다. 글 사진 죽도(통영)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그래픽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 ‘5000억 불법 스포츠토토’ 사상 최대 1865명 적발

    해외에 서버를 두고 불법 스포츠토토를 운영한 5개 조직과 상습 도박 혐의자 1865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불법 스포츠토토 적발 사상 최대 규모다. 도박자 4명은 수천만원을 잃고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광역수사대는 9일 인터넷 불법 스포츠토토 등을 운영해 200억원 가까이 부당이득을 챙긴 사이트 운영자 이모(52·여)씨 등 3명을 도박장 개장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사이트 관리자 유모(29)씨 등 1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10명은 여권을 취소하고 국제공조수사를 통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은 또 회원으로 가입해 1000만원 이상 도박한 김모(35·여)씨 등 1839명을 상습도박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 등은 2011년 1월부터 필리핀 등 해외에 서버를 두고 200여개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총 199억원의 부당 이득금을 챙겨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필리핀, 중국 등에 거주하며 인터넷 스포츠 중계방송에 배너광고 등을 내 5만여명의 회원을 모집했다. 이들은 도박자금 거래에 ‘대포통장’ 954개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운영자들은 부부나 자매로 국내에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들이 도박에 사용한 자금만 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도박자 가운데 학원강사인 서모(33)씨는 2119회에 걸쳐 7억 8000만원 상당을 도박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 프로축구 선수 2명과 전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 1명 등도 상습 도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모(41·무직)씨 등 4명은 수천만원을 잃고 신용불량자가 돼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2011년 대포통장 관련 수사 도중 일부가 도박 관련 통장으로 사용된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에 착수한 지 2년 만에 계좌 내용을 분석해 지난해 10월부터 운영자와 도박 혐의자 등을 검거해 왔다. 심재훈 광역수사대장은 “도박자들은 대학생, 군인, 회사원, 가정주부 등 사실상 거의 전 직업, 계층을 망라했다”며 “스마트폰 보급으로 인터넷 접속이 쉬워 도박에 쉽게 중독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해외 체류 중인 운영자 이모(52)씨를 검거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불안한 출발 국민행복기금] (중) 일자리 연계시켜라

    [불안한 출발 국민행복기금] (중) 일자리 연계시켜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후보자 때이던 지난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민행복기금은 (가계부채 문제의) 근본 대책이 아니다”라면서 “일자리를 통한 소득, 복지 등과 연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임 이후에도 자활 지원 등 ‘물고기 잡는 법’을 누누이 강조했다. 금융위는 고용주가 국민행복기금 수혜자(채무 재조정을 받아 신용 회복 절차에 들어간 사람)를 채용하면 고용주에게 기금에서 연간 최대 920만원의 고용 보조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행복잡(Job)이 프로그램’을 그대로 원용했다. 행복잡이 프로그램은 만약의 가능성에 대비해 ‘신원보증보험’도 패키지로 도입했다. 횡령 등 직원의 불법행위로 인해 사업주가 손해를 입게 되면 보증보험회사가 이를 보상해주는 보험이다. 하지만 도입 2년이 넘도록 행복잡이 프로그램은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신원보증보험 신청자도 전무한 상태다. 31일 캠코에 따르면 2010년 7월부터 올 2월까지 행복잡이 프로그램의 지원 혜택을 받은 사람은 63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2011년에는 35명이 신청해 지원을 받았지만 2012년에는 24명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올 들어서도 1~2월 통틀어 신청자가 2명뿐이다. 고용 보조금 지급액 누계도 1억 2740만원 남짓이다. 1인당 202만원에 그친 셈이다. 지난해 말 시행된 신원보증보험은 4개월이 다 되도록 신청자가 단 한 명도 없다. 캠코 측은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라는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채무자가 신청을 꺼리는 탓”이라고 설명했다. 민간기업이 캠코 취업지원센터를 통해 금융채무불이행자를 소개받아 채용하더라도 당사자가 채무불이행자라는 사실에 대해 공개하기를 거부하면 고용보조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채무자가 동의하는 경우에 한해 정부의 고용보조금 지급 대상이라는 사실을 기업에 알릴 수 있게 돼 있다. 캠코 측은 “고용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기업들이 채용에 훨씬 적극적일 텐데 의외로 공개를 꺼리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캠코의 행복잡이 프로그램은 정규직만을 대상으로 한다. 금융위는 국민행복기금의 경우 비정규직에게도 고용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기존 취업 지원 프로그램조차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지원 대상 확대는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을 야기할 소지가 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국가적인 프로젝트인 만큼 기업이 개인정보를 유출하지 못하도록 먼저 방어막을 만든 뒤 채용과 동시에 고용보조금 지원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릴 수 있도록 수혜자와 협약을 맺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수혜자 역시 빚을 연체한 책임이 있고 혜택을 본 만큼 취업에 적극성을 띠어야 하고 어느 정도의 불이익을 감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행복기금 수혜자들이 찾을 수 있는 정규직 자리가 많지 않다는 현실을 감안해 비정규직도 고용보조금 지원 대상에 당연히 넣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민금융 담당 관계자는 “이런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면서 “안내문 발송 등 홍보를 강화하고 전담 상담인력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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