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우량고객 잡기 경쟁
1년째 국민은행에 급여이체를 하고 있는 직장인 김모씨(30)는 최근 무보증으로 500만원을 대출받았다.급여이체 3개월 이상이면 받을 수 있는 무보증대출 혜택을 받은 것이다.자영업자 이모씨(38)도 최근 기업은행에서 신용대출 3,000만원을 받았다.기업은행과 첫 거래였지만 신용평가시스템을 통해 신용상태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돼 대출이 쉽게 이뤄졌다.
최근 신용불량자가 급증하는 추세여서 개인신용이 좋은우량고객을 붙잡기 위한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해졌다.개인고객에 대한 신용평가시스템(CSS)이 강화되면서 신용만 검증되면 거래가 없어도 대출이 가능해졌다.거래실적이 좋다면 금리·수수료 감면 등 각종 혜택도 따라붙는다.신용이곧 돈인 ‘신용사회’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신용고객을 잡아라= 국민·기업·서울·하나·한빛은행등 대다수 은행들이 채택하고 있는 CSS는 개인신상·거래정보 등을 담아 등급화한 신용평가시스템이다.은행들은 CSS를 1∼10등급으로 세분화,거래가 없는 고객이라도 등급에따라 최고 5,000만원까지 신용대출을해준다.
기업은행은 지난해말 새로운 ‘개인신용평점시스템’을개발,신규 고객이라도 1,000점 만점에 일정 점수가 넘으면신용대출을 해주기로 했다.은행측은 카드·백화점 등과의거래정보를 추가하는 등 평가기준을 세분화해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추가대출 등의 혜택을 준다.국민은행은 CSS를통한 개인 신상정보가 뒤떨어져도 1년간 대출연체가 없는경우 등 거래행태가 건전하면 신용등급을 높여 금리혜택을 준다.
●단골고객이 ‘왕’=조흥은행은 지난해말 ‘CHB단골고객제도’를 새로 도입,꾸준히 거래하는 우량고객에게 수수료면제와 대출금리 우대,전문 상담직원 전담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하나은행은 최근 거래실적에 따라 VIP고객을선정,CSS 등급에 상관없이 최고 1,000만원까지 대출해 주는 ‘하나종합통장대출’을 시작했다.서울은행은 거래실적에 따라 평점 100점 이상인 고객을 대상으로 2,000만원까지 신용대출을 해주며 수수료 면제나 감면,대여금고 사용등 각종 혜택을 준다.한빛은행은 거래실적에 따른 우수고객 100만명을 선정,신분증만으로 최고 1,0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한빛 베스트론’을 판매 중이다.
국민은행은 이달말부터 연 19%로 고정됐던 연체대출금리를 신용에 따른 ‘차등 대출금리+8%포인트’로 바꿔 시행한다.신용등급에 따라 최저 6%의 대출금리를 적용받아 최고 5%까지 금리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신용사회 앞당겨야= 은행연합회는 오는 3월부터 신용불량자로 등록되기 전에 일부 연체대금을 갚으면 금액에 해당되는 기간만큼 등록일이 늦춰지도록 신용정보관리규약을개정했다.신용을 조금이라도 쌓으면 신용불량자로 쉽게 낙인찍히지 않도록 하는 대비책이다.기업은행 심사부 이규옥(李揆玉)팀장은 “고객들이 신용을 개인자산으로 생각하고잘 관리한다면 금융서비스를 보다 쉽고 편리하게 받을 수있다”며 “신용사회 정착을 위해 금융권과 고객이 함께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