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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 가지를 뺀 中역사 흥망성쇠

    너무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잘 알지 못하는 것. 또한 긍정과 부정의 양 극단을 오가면서도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것이 중국 역사에 대한 우리 앎의 현주소다. 학창 시절 세계사 시간에 줄줄 외워야 했던 ‘은-주-진-한-남북조’는 박제화한 중국 왕조사의 나열에 불과했고, 진시황의 분서갱유니, 안녹산의 난이니, 중국의 4대 발명품이니 하는 것은 단편적 지식의 축적일 뿐이었다. 굳이 중국의 역사를 배워야 할 만큼 지피지기(知彼知己)의 교훈도 없었고, 미래 한·중 관계의 새로운 전망도 갖기 어려웠다. 과거의 역사를 읽는 것도, 외국의 사례를 들여다보는 것도 결국 ‘지금, 이곳’에 대한 문제의식에서라면 아쉬움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천추흥망’(정근희 등 옮김, 따뜻한손 펴냄)은 중국의 5000년 역사를 한 줄기에 꿰어 재해석한 역사서다. 2년 남짓 산고를 거친 끝에 최근 8권으로 완간됐다. 중국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거젠슝(葛劍雄) 상하이 푸단대 교수가 총편집을 담당한 ‘천추흥망’은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인 진(秦)부터 시작해 신해혁명으로 인해 무너진 중국 최후의 봉건왕조 청(淸)에 이르기까지 중국 역사상 중요한 여덟 개 왕조별로 정치·경제·군사·문화·과학기술·법률·종교 등의 역사적 사건과 흥망 변천사를 들여다보고 있다. 중국 반만년 역사를 보는 도구로서 현미경과 망원경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단순히 역사학자들의 공동 저서가 아니라 철학·법학·문학·지리학을 전공한 학자들이 참가함으로써 역사 해석의 폭과 깊이를 더욱 풍성하게 한 책이다. 2000년 출간 이후 제12회 중국도서상을 받는 등 중화민국 수립 이후 중국 학계가 이룩한 최고의 연구 성과로 평가받는 ‘천추흥망’ 시리즈의 역사 기술에는 세 가지가 없다. 첫째, 각 권의 구성 체계는 통사(通史)의 형식을 취하지 않았다. 일종의 기전체 형식을 취하며 시기별로 의미 있는 사건과 주제를 선별해 집중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역사의 객관적 서술과 함께 필자의 분석과 해석이 곁들여져 오늘날의 시각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둘째, 한족(漢族) 중심의 역사관이 없다. 왕조별로 분석하는 틀을 취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실제 중국 역사에서 한족이 만든 통일왕조는 한(漢), 송(宋), 명(明) 정도뿐이다. 지금 개념으로 따지면 변방 소수민족이 중원으로 진출해 건설한 정권의 발전과 쇠퇴의 이야기를 품으며 폭넓은 시야로 중국사를 서술한다. 55개 소수민족까지 아우르는 넉넉한 시선, 조금 삐딱하게 본다면 하나의 중국 건설이 절실한 과제로 제기되는 현대 중국 정부의 절박함이 지면 너머로 슬며시 비쳐진다. 마지막으로 통치자의 행위와 사건을 중심으로 한 왕조사관이 없다. 당대 사회를 충실하게 재현하며 민중들의 생활상, 사회상을 꼼꼼히 기록했다. 왕조별로 분류된 민중사관에 가깝다. 김창영 따뜻한손 대표는 “중국 왕조의 흥망을 중심으로 중국을 바라보며 중국을 재발견하고 지피지기의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면서 “중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입체적 번역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중국이 만들어낸 중국 역사를 읽는다는 것은 부지불식간에 ‘21세기판 중화주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우려가 늘 도사리고 있다. 한·중 관계 속에 동북공정 등의 역사 해석의 갈등이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신영복 성공회대 명예교수가 쓴 제호는 편안하면서도 시원스럽다. 각 권 1만 98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제16회 서울광고대상] 올해의 광고인상 -임대기 삼성 부사장

    [제16회 서울광고대상] 올해의 광고인상 -임대기 삼성 부사장

    먼저 뜻깊은 상을 주신 서울신문 관계자분들과 광고를 사랑해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夏蟲不可以語於氷(하충불가이어어빙)’ ‘여름 벌레에게 겨울날의 얼음을 말해도 깨닫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여름만을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장자(莊子) 추수(秋水)편에 있는 글입니다. 광고대행사와 광고주에서 29년째 광고인의 길을 걸어온 제게 올해는 제 스스로도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던 한 해였습니다. 이제 광고(廣告)의 시대가 아니라 적고(適告)의 시대입니다. 이는 기업이 마케팅적 의도를 대중 미디어를 통해 그저 널리 알리면 되는 과거와는 달리 날로 세분화되는 미디어 환경과 각자 다른 생각과 취향으로 분중화되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내용이나 형식도 그만큼 섬세해지고 적확해져야 함을 뜻합니다. 지금이야말로 누가 광고를 보는지, 어떤 광고를 더 믿는지, 새로운 마케팅 수단과 광고의 효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측정할지에 대한 광고계 전반의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 주목했던 것은 점차 높아져 가는 광고의 사회 문화적인 영향력입니다. 마케팅과 광고의 다양한 수단과 메시지는, 실제로 집행되어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순간, 영화나 소설과 같이 대중 콘텐츠로서 사회 문화적 측면을 갖습니다. 그런데 감시나 검증 과정이 없이 쌍방향 미디어나 소셜 미디어에 노출되는 광고와, 어린이나 여성들이 활보하는 거리에 뿌려지는 전단 광고, 그 진실성이 의심되거나 기본적인 표현의 품격이 저급한 업의 프로모션 중 상당 부분이 소비자들의 지탄을 받고 있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신영복 선생은 ‘애초에 길은 길이 아니었다. 함께 가면 그것이 곧 길이 되었다.’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광고계의 모든 분이 지금 우리가 당면한 광고 산업 전반의 과학적 체질 개선과 광고 표현의 윤리적 문제를 시급히 해결되어야 함에 공감해 주실 것을 굳게 믿습니다. 이 문제는 광고 산업 당사자뿐만 아니라 언론 및 대중 문화계에까지 그 파급력을 미치는 것이므로 관련 당사자분들이나 국민 여러분 또한 이러한 논의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인정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버나드 쇼의 묘비명에는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라고 적혀 있다고 합니다. 급변하는 시장 질서와 고객의 욕구 속에서 이제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광고 산업의 주인은 국민과 소비자라는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광고주, 광고대행사, 매체사 이 삼자가 각자의 이익이나 전통적 관점에서 벗어나 ‘상생과 발전’이라는 새로운 각오로 머리를 맞댄다면 지금 이러한 논의는 오히려 발전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저 또한 앞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조그만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 ‘서울상대 1.7서예아카데미’ 회원 고희전

    ‘서울상대 1.7서예아카데미’ 회원 고희전

    서울대 상대 17회 동기들의 서예 모임인 ‘서울 상대 1.7서예아카데미’(회장 박근준)가 25~31일 서울 양재동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3층에서 회원 합동 고희(古稀 ) 기념 서예전을 연다. 서예전에는 독창적 서체로 서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등 서예아카데미 회원 20명 중 17명의 작품이 전시된다. 회원들을 지도해 온 시헌 남두기 선생의 축하 작품도 전시된다. 1.7서예아카데미 측은 “60대 중반 무렵 서예 공부를 시작한 동기들이 고희를 맞아 서예전을 갖게 됐다.”면서 “시헌 선생의 지도로 단시간에 전·예·행·초서 등 한문의 모든 서체를 섭렵했다.”고 밝혔다. 시헌 선생은 “회원들이 전문 서예가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면서 쓰는 데 목적이 있다.”면서 “이렇게 한 학교 동기생들이 함께 모여 즐기며 나눌 수 있는 전시회는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故정형우 작가 회고전… 오로지 연극만을 사랑했던

    故정형우 작가 회고전… 오로지 연극만을 사랑했던

    지병으로 서른아홉의 젊은 나이에 숨진 무대공연 전문 사진작가 고(故) 정형우(1971~2009)를 추억하기 위한 ‘NA-飛, 지금 날다’가 다음달 두 곳에서 나란히 열린다. 경기 양평의 사진전문갤러리 ‘와’에서 열리는 ‘한국의 연극배우’(8~22일) 전과 서울 인사동 갤러리 ‘물파’에서 열리는 ‘바람의 묵시록’(16~23일) 전이다. 정 작가를 추억하는 전시가 두 곳에서 열리는 이유는 공연, 특히 연극에 집중해온 그의 작품 이력 때문이다. 연극은 규모도 작고 무대가 빈약한 데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전문작가가 거의 없다. 공연사진 전문가들이 처음엔 연극을 다루다가 나중에는 무용에만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 작가는 끝까지 연극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작품 의뢰를 받으면 약속 시간에 맞춰 들러 단시간 내에 사진만 찍고 가는 게 아니라 대본을 구해서 읽고 연습과정도 지켜보면서 어떻게 사진으로 담아낼까 고민하는 자세로도 유명했다. “대본을 철저히 읽고 공연을 되풀이해 지켜보면서 작품과 그 속의 사람들을 찾아내고 표현해냈다.”(연극평론가 구히서)거나 “최종 리허설 때 무대와 앙상블을 이뤄가며 셔터를 눌렀다.”(연출가 양정웅)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의 연극배우 전은 백성희, 강부자, 예수정, 정경순, 윤소정 등 여배우 10명과 장민호, 윤주상, 장두이, 정동환, 김갑수 등 남배우 10명을 찍은 사진물을 선보인다. 공연 사진으로 엮은 영상물도 함께 전시된다. 바람의 묵시록 전에는 건축가(곽재환), 작가(김훈, 박남준, 이외수, 이생진, 신영복, 조병준), 미술가(강요배, 양종세, 정미조, 최병수), 뮤지션(김두수, 임의진, 장사익, 전제덕, 이상은), 춤꾼(이매방, 하용부, 조갑녀), 사진가(김홍희) 등 각 분야에서 야생마적 기질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찍은 사진이 전시된다. 와 (031)771-5454, 물파 (02)739-1997.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발칙한 상상, 그것이 힘이다”

    2PM의 재범이 수년 전 미니홈피에 남긴 한 줄의 글로 인해 퇴출되었다. 우리 사회를 감싸고 있는 ‘허위의 공인 의식’의 결과물이다. 방송인 김제동은 반 강제적으로 TV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를 몰아낸 이를 비난하는 것만큼이나 우리의 반성이 필요하다. 장자연의 자살, 동방신기의 노예계약 파문 등은 화려한 대중문화 이면에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준 빙산의 일각이다. 한양대 겸임교수 탁현민이 쓴 ‘상상력에 권력을’(더난출판 펴냄)은 거침이 없다. 애써 외면해 온 폐부를 쿡쿡 찔러대는가하면, 편안하게 다수의 틈에 묻혀 비판하는 안전한 길을 내버리고 분연히 소수자의, 그러나 진실에 가까운 길을 선택하는 것이 탁현민에게 주어진 몫이다. 그는 미디어를 통해서만 생산되고, 소비되는 체제 순응적인 문화 콘텐츠가 결국 예술적 상상력의 소멸로 드러날 것이라는 묵시록적 예언을, 대단히 재기발랄한 언어와 문장으로 풀어낸다. 또한 대중문화를 둘러싼, 진보진영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허위의식을 적나라하게 짚어낸다. 탁현민은 대중문화평론가다. 현란한 이론을 앞세운 현학적인 책상물림 평론가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탄탄한 철학적 기반을 갖춘 대중문화에 대한 비평과 분석은 정확히 대중의 눈높이에 맞닿아 있다. 비록 그의 탁견이 대중이 놓치기 일쑤인 것이라 뒤늦게 무릎을 칠 수밖에 없긴 하지만 말이다. 게다가 그는 입으로만 종알거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공연 ‘다시 바람이 분다’, 정태춘·박은옥 30주년 기념공연 ‘첫차를 기다리며’, YB(윤도현밴드), ‘김제동-신영복의 토크콘서트’ 등 지난 10년 동안 여러 굵직한 무대를 연출하고 만들어온 공연기획자이기도 하다. 대중문화평론가이자 실력있는 연출가가 툭툭 내뱉는 글은 철저히 현실에 기반하면서도 담론의 마당을 잊지 않는다. 읽다 보면 깔깔대며 웃기 바쁘겠지만, 이 책 한 권만으로도 세대와 세대를 잇는 다리 역할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갖게 한다. 1만 2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친북·반국가 행위자 100명 발표

    보수 계열 민간단체인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위원장 고영주)는 12일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같은 당의 권영길 의원, 민주당 최규식 의원 등 현역의원 3명을 포함한 친북·반국가 행위자 100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명단에는 각계의 진보 성향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어 사회적 논란과 함께 ‘보·혁’ 대립구도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추진위는 이날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현재 활동 중이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사를 대상으로 친북·반국가 행위 대상자 1차 수록 예정자 100명을 공개했다. 추진위는 북한 당국의 노선인 ‘주체사상’ ‘선군노선’ ‘연방제 통일’ 등을 지지·선전한 행위(친북행위)와 헌법질서를 부정하고 국가변란을 선동한 경우(반국가행위)를 선정기준이라고 설명했다. 명단에는 김근태·노회찬 전 의원, 이재정·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등 정·관계 인사 14명이 포함됐다. 또 박원순 변호사 등 법조계 인사 3명, 백낙청 평론가 겸 서울대 명예교수, 소설가 조정래·황석영 등 문화예술·언론계 13명 등도 명단에 등재됐다. 학계에서는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 조국 서울대 교수, 강정구 동국대 교수 등 17명이, 종교계에서는 문규현·문정현·함세웅 신부, 진관·수경 스님 등 10명이 이름을 올렸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과 최열 환경재단 대표, 한상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 등 노동계·재야운동권 인사도 36명이고, 송두율 독일 뮌스터대 교수 등 해외활동 인사 5명도 들어갔다. 1차 명단 등재를 놓고 보수진영 내에서 논쟁이 벌어졌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빠졌다. 추진위는 당사자의 이의 신청을 받아 올해 8월15일 친북반국가행위 인명사전 1권을 발간키로 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지방선거 D-100] 교육감후보 누가 거론되나

    전국 단위의 교육감 주민직선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역·기초 단체장 등 정당 성향의 선거가 함께 진행되는 만큼 유권자의 선호 정당에 따라 교육감 투표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보수·진보 진영을 막론하고 후보 물색에 주력하고 있다. ●인천 나근형·경남 고영진 출사표 여권에서는 서울 교육감 후보로 ‘보수 브레인’으로 꼽히는 박세일 한반도 선진화재단 이사장이 거론된다. 이원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김호성 전 서울교대 총장, 이상진 반(反)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대표 등도 물망에 오르지만, 박 이사장이 가장 중량급 인사라는 평이다. 경기 교육감 후보로는 문용린 전 교육부장관을 비롯해 김진춘 전 교육감, 구충회 전 경기도 외국어연수원장 등이 꼽힌다. 인천에서는 나근형 교육감이 3선에 도전했고, 경남에서는 권정호 현 교육감에 맞서 고영진 한국국제대 총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야권에서는 더욱 활발하게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 ‘제2의 김상곤’만 찾아도 지방선거에서 일단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재선 도전이 유력시되는 김상곤 경기 교육감은 ‘교육대통령’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지방교육자치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당 김진표 최고위원, 이종걸 의원을 비롯해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등 경기지사 출마 선언자들도 ‘김상곤 효과’를 노리고 무상급식 등 김 교육감과 정책 코드가 맞는 공약을 내세우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21일 “경기지사뿐 아니라 김 교육감과 보조를 맞출만한 인물이 서울 교육감 후보로 나오고, 또 러닝메이트 개념으로 서울시장 선거까지 치르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고 전했다. ●신영복·조국교수 난색… 민주 고심 문제는 2008년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공정택 전 교육감과 박빙의 승부를 벌였던 주경복 교수가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사실상 낙마, 최대 승부처인 서울교육감 후보로 적당한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진영의 후보라면 결국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출신으로 좁혀지는 등 인재 풀이 적다는 것도 문제다. 보수진영에서 누구를 내세우든 경쟁력 있는 서울교육감 후보로는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 교수, 조국 서울대 교수,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낸 안경환 서울대 교수 등이 꼽히지만 정작 본인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 밖에 전교조 위원장 출신의 이부영 서울시 교육위원, 최갑수 서울대 교수,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 이종오 명지대 교수가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교육위원 출신의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가 이미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선거운동에 나섰다. 광주에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을 지낸 황지우 시인, 충북에서는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의 도종환 시인이 교육감 후보로 거명되고 있지만, 출마할 지는 불투명하다. 유지혜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정윤수의 종횡무진] ‘관중석 지휘’와 감독의 지도력

    성공회대 신영복 석좌교수는 20여년의 감옥 생활을 동양 고전을 새로 익히고 또 그것을 한자로 쓰면서 견뎌냈다. 이제는 현대의 고전이 되고 있는 그의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보면 이런 얘기가 나온다. 강건하면서도 유려한 그의 서예 글씨가 감옥 안에서도 요긴하게 쓰였는데, 이를테면 ‘개과천선’이나 ‘정숙’, ‘정리정돈’ 같은 글씨를 써서 감옥 안의 벽에 붙이는 일도 더러 있었다. 그런 일을 할 때 꼭 다른 이를 시켜서 멀리 떨어져서 지켜보도록 당부했다. 의자에 올라가 벽에 바짝 붙어서 글씨를 걸다 보면 좌우 균형이 제대로 맞는지 알기 어렵고 그래서 다른 이가 멀찌감치 떨어져서 높이는 적당한지,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나 않는지 조언을 하는 것이다. 신 교수는 이처럼 시대적 상황이나 역사적 사건을 판단할 때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통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썼다. 축구 역시 그러하다. 농구나 배구 감독은 한눈에 모든 동작을 파악할 수 있는 비좁은 코트에 바짝 붙어서 선수들과 호흡을 함께 하며 거의 초 단위로 작전 지시를 한다. 하지만 축구장은 터치라인 위치에서는 한눈에 전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도심 개발이나 항공모함 크기를 얘기할 때 흔히 축구장 면적의 2배니, 3배니 하듯이 축구장은 아스라이 펼쳐져 있는 대평원이다. 국제축구연맹은 국제경기의 최소 요건으로 길이 105m, 폭 68m를 제시하고 있다. 22명의 선수들이 지정된 포지션에 가만히 서 있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인다. 이렇다 보니 때로 축구 감독은 터치라인에 붙어 있는 벤치보다 ‘객관적 통찰’을 할 수 있는 위치를 찾는다. 경남FC의 조광래 감독은 지난 8월, 인천과의 경기에서 스스로 관중석으로 올라가 지휘했다. 그는 관중석에서 전체를 조망하면서 지시를 내렸고 이를 윤덕여 코치가 터치라인에 바짝 붙어서서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이날 경남은 2-1로 이겼다. 심판이 퇴장 명령을 내리면 감독은 벤치를 떠나야 한다. 하지만 원격 지휘는 가능하다. 무전기나 헤드셋이 등장하는 것이다. 국제축구연맹은 영상 장치를 제외한 이 같은 의사소통을 용인하고 있다. 감독 경험이 전무했던 k-리그 현역 최연소 신태용 감독이 성남을 챔피언 결정전까지 이끌어냈다. 그는 인천과의 6강 플레이오프 때 퇴장 당했지만 이후 관중석에서 무전기로 지휘하면서 전남과 포항을 차례로 꺾었다. 그는 “관중석에 올라가니 입체적 시각으로 선수들의 위치와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챔피언 결정전 때도 관중석에서 지휘하는 진풍경이 연출될 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그가 감독 부임 첫 해에 우승컵을 노리는 지도력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노쇠한 팀을 과감히 물갈이하면서 팀 체질을 활기차게 변모시킨 ‘형님 리더십’이 있었기에 성남은 챔피언결정전까지 오른 것이다. ‘관중석 원격 지휘’는 이 과정의 흥미로운 열매이다. 신영복 교수의 글씨가 우선이고 그것을 벽에 거는 것은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무전기 원격 지시’ 역시 하나의 방법일 뿐, 중요한 것은 39살 신태용 감독의 지도력과 야심만만한 포부다. 이 점이 올해 k-리그를 결산하는 챔피언결정전을 관전하는 또 하나의 포인트다. 스포츠 평론가 prague@naver.com
  • [어린이 책꽂이]

    ●사랑이 꽃피는 나무(임나라 지음, 소래 펴냄) 서울신문 신춘문예와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서 당선된 뒤 아동문학 분야에서 활동을 하는 저자의 동화 집.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얹혀살던 집에서도 쫓겨날 처지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아이 단이(‘별’), 따돌림당하는 아이를 보듬어 주는 친구들의 뭉클한 우정(‘생일선물’) 등 소소한 이웃의 이야기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1만원. ●청소년을 위한 한국고전문학사(김은정·류대곤 지음, 두리미디어 펴냄) 청소년이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 높이 가지를 뻗는 느티나무처럼 자라려면 먼저 역사를 읽어야 한다고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말한다. 역사를 읽는 것은 과거를 읽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화보가 궁금증을 덜어준다. 1만 5000원. ●속상해(오드레이 푸시에 글·그림, 최윤정 옮김, 바람의 아이들 펴냄) 빨간 아기 토끼는 담요를 뒤집어쓰고 소리 죽여서 운다. 생쥐 친구, 양 친구, 닭 친구, 늑대, 말, 곰 등이 하나 둘 모여들어 왜 우는지 궁금해하지만, 토끼는 계속 ‘속상해.’를 외치며 울고 있다. 이유없이 속상하고 서러워서 우는 아이들의 심정이 이해될 듯 말듯. 9000원. ●호두까기 인형(수자 햄메를레 지음, 페터 프리들 그림, 김서정 옮김, 우리교육 펴냄)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차이코프스키의 발레를 동화로 옮겨놓았다. 마음이 아름다운 클라라를 통해 현실과 환상, 죽음과 부활, 희생과 구원, 굳건한 믿음 등을 지켜볼 수 있다. CD가 첨부돼 주요 장면에 해당하는 음악도 들을 수 있다. 1만 1000원. ●너무 아깝지 않아?(라주 지음, 스가와라 케이코 그림, 예림당 펴냄) 물질이 풍요로운 시대에 ‘아깝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결핍이 일상화된 30~40년 전 사회에서는 물건을 아껴 쓰지 않으면 벌 받는다고 늘 경고를 받아왔었는데 말이다. 절약을 가르치고, 지구를 살리는 공감 어린 글과 그림이 가득하다. 1만원.
  • “신·구세대 함께 미래 얘기하고 싶어”

    40~50대 교수 3명이 뭉쳐 만든 노래패가 음악활동을 벌여 눈길을 끌고 있다.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박경태·김진업 교수, 신문방송학과 김창남 교수는 2004년 ‘더 숲 트리오’라는 이름의 노래패를 결성했다. 그들이 음악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공회대 교수 수련회에서 밤늦게까지 남아 함께 노래하며 서로의 음악적 소질과 노래에 대한 열정을 발견한 것. 특히 국내 민중가요 노래패의 대명사격인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창단 멤버로 활동한 김창남 교수가 ‘교수 노래패’ 결성의 중추적 역할을 했다. 이름 없이 활동하던 그들이 ‘더 숲 트리오’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은 같은 대학 신영복 교수의 저서 ‘더불어 숲’ 덕분이었다. 트리오는 ‘자본의 논리에 맞서 공존과 평화, 인간의 논리를 지키자’는 메시지를 전한 신 교수의 책에 영감을 받아 노래패 이름을 지었다. 이들은 한 학기 강의가 끝나는 날 함께 모여 학생들을 위해 ‘종강 콘서트’를 열었다. 성공회대 입학식과 졸업식에도 어김없이 초청됐다. 박경태 교수는 “노래패를 만들 때나 ‘더 숲 트리오’라는 이름을 붙일 때만 해도 전문적으로 공연을 해보자는 의도보다는 뜨거웠던 70~80년대를 회상하며 ‘그때 그 노래’를 함께 불러 보고 싶다는 열의가 더 컸다.”고 돌아봤다. ‘더 숲 트리오’는 현재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민참여와 연대를 촉구하기 위해 전국 순회강연을 하는 신영복 교수과 함께 지방 곳곳을 돌며 공연을 하고 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문화마당] 개성있는 호(號)를 지어보자/양세욱 한양대 중문과 교수

    [문화마당] 개성있는 호(號)를 지어보자/양세욱 한양대 중문과 교수

    우리는 일생 동안 여러 이름을 가질 수 있었다. 태어나서는 아명(兒名)을, 성인식(남자의 경우 관을 쓰는 관례, 여자의 경우 비녀를 꽂는 계례)을 치르고 나서는 자(字)를 지어 불렀다. 나라에 큰 공을 세운 이라면 사후에 생전의 행적을 참작하여 나라에서 시호(諡號)를 내려주었다. 물론 이런 이름들은 더 이상 쓰이지 않는다. 출생 전 태아를 부르는 이름인 태명(胎名)처럼 예전에는 좀처럼 쓰이지 않던 이름이 유행하는 일도 있다. 이런 이름들 외에 누구나 허물없이 부를 수 있는 이름이 호(號)다. 한호, 이황, 이이 등은 석봉(石峯), 퇴계(退溪), 율곡(栗谷)이라는 호가 더 널리 알려져 있다. 다산(茶山) 정약용, 연암(燕巖) 박지원, 춘원(春園) 이광수처럼 호와 성명이 병칭되는 일도 흔하다. 금호(錦湖) 박인천, 아산(峨山) 정주영, 호암(湖巖) 이병철, 연강(蓮崗) 박두병, 성곡(省谷) 김성곤처럼 창업주의 호가 그룹명이나 그룹 산하 재단의 이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넓게 보면 수계식이나 세례식 때 받는 법명이나 세례명, 연예인이나 문예계 인사들이 즐겨 쓰는 예명이나 필명도 호의 한 갈래다. 인터넷 문화의 산물인 ID까지 호의 변화된 형태라 할 수 있다. 호를 짓고 부르는 문화는 이만큼이나 보편적이다. 지난주에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은 전남 신안군 하의면 후광(後廣)리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이 고향마을 이름은 그대로 김 전 대통령의 호가 되었다. 사실 출생하였거나 인연이 있는 곳의 지명을 호로 삼는 것은 호를 짓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전북 고창군 부안면 인촌(仁村)이 고향인 김성수의 호는 인촌, 서울 도동 우수현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이승만의 호는 ‘우수현 남쪽’이라는 뜻의 우남(雩南)이다. 퇴계 이황, 율곡 이이, 연암 박지원, 다산 정약용 등도 인연이 있는 곳의 지명을 호로 삼았다. 호는 때로 지어 부르는 이의 인생관과 지향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노자’의 한 대목을 딴 여유당(與猶堂)이라는 호에는 숱한 고초를 겪고 난 뒤 인생을 경계하며 살겠다는 정약용의 결심이 엿보이고, 백정의 백(白)과 범인의 범(凡)을 딴 백범은 김구 자신의 말처럼 “가장 미천한 사람까지 모두 나와 함께 애국심을 가져야겠다는 것이 나의 소원임을 표시한 것”이다.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공약 이행의 차원에서 부동산 등 재산 330여억원을 출연해 장학과 복지사업을 위한 ‘청계재단’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계(淸溪)는 바로 이 대통령의 호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일송(一松)이던 호를 청계로 바꾸었다. 1970년대 현대건설 사장의 신분으로 세워 올렸던 청계고가를 한 세대가 지난 뒤 서울시장의 신분으로 걷어낸 인연이 각별한 때문이다. ‘한 그루 소나무’라는 뜻의 일송이 지조와 소신을 상징하기는 하나 너무 외롭다는 주변의 권고가 주효했다는 후문이다. 호는 스스로 지을 수도 있고 은사나 벗이 지어줄 수도 있다. 한 가지 호를 쓰기보다는 처소에 따라 처지에 따라 다양한 호를 바꾸어 쓰는 일이 흔하다. 완당(阮堂), 추사(秋史), 예당(禮堂), 시암(詩庵) 등 200여개의 호를 사용했던 김정희가 대표적일 것이다. 한자만 사용해야 되는 것도 아니다. 한힌샘 주시경, 가람 이병기, 외솔 최현배, 늘봄 전영택, 한뫼 안호상, 쇠귀 신영복처럼 멋진 한글 호를 가진 이들도 적지 않다. 생각해 보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주어지는 다른 이름들과 달리 호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자신의 개성과 지향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호칭이다. 직업 작명가들이 사주·음양·오행·원리에 따라 지어준 이름을 평생 써야 하는 일이 드물지 않은 사정임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호를 복고 취향을 가진 인사들의 한가한 취미나 정재계나 문예계 등 특수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의 전유물로 여겨둘 수 없는 까닭이다. 양세욱 한양대 중문과 교수
  • “민주주의 대변하는 대안학교 역할해야”

    “성직자와 학자, 정치인으로 살아온 삶의 궤적에서 성공회대는 내 반쪽과 같다.” 오는 13일 정년퇴임식을 앞두고 21년간 몸담았던 성공회대 교단을 떠나는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은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 전 장관은 1988년 이 학교 전신인 성공회신학교 교장을 시작으로 성공회대 학장과 총장을 역임하며 이 대학을 진보학파의 산실로 키워냈다. 그는 2000년 정계에 진출하며 학교를 떠났다가 지난해 교수직에 복귀했다. 신영복, 조희연, 한홍구, 김동춘 등 우리나라의 굵직한 진보학자들은 모두 그가 총장 재임 시절 성공회대에 둥지를 틀었다. 이 대학 관계자는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대안을 찾는 창의적 학문공동체를 만들려는 이 전 장관의 실험 정신이 진보학자들을 모일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전 장관이 1994년 성공회대가 종합대학으로 승격된 뒤 강의동, 연구시설 신축 때 자금 부족에 시달리자 장인에게 물려받은 3억여원의 서울 강남 아파트를 팔아 건축비를 마련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성공회대가 ‘좌파대학’이라는 곱지 않은 눈초리를 받아도 진보 가치, 정신을 구현하고 민주주의를 대변하는 대안학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6월에 참여정부 인사들이 주도해 설립한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이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앞으로 참여정부 재평가 작업 및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화두로 삼았던 진보주의 연구에 몰두할 계획이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노 前대통령 ‘작은 비석’ 자연석으로

    노 前대통령 ‘작은 비석’ 자연석으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지에 세워질 ‘아주 작은 비석’은 높이 40㎝, 가로·세로 각 2m 크기의 평평한 너럭바위 모양의 자연석으로 건립된다. 노 전 대통령의 아주 작은 비석 건립위원회(위원장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는 29일 화장한 노 전 대통령의 유골을 지하에 석곽을 만들어 안장한 뒤 그 위에 강판으로 된 받침대를 설치하고 받침대 위에 널따랗고 평평한 자연석을 얹어 봉분 겸 비석으로 삼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녹슨 것처럼 보이는 옅은 붉은색 강판으로 된 받침대는 가로 2.5m, 세로 4m, 두께 9㎜ 크기다. 받침대 중앙에 가로 1.5m, 세로 1.2m 크기의 사각 구멍을 뚫어 비석 아래 지하에 석곽을 설치하고 유골을 안장할 수 있도록 한다. 비석 건립위 측은 노 전 대통령의 유골이 안장되는 석곽은 권양숙 여사 사후에 합장도 감안해 설치된다고 덧붙였다. 비석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글씨를 쓴 ‘대통령 노무현’ 6자를 새긴다. 또 비석 받침대 앞쪽에는 노 전 대통령의 어록 가운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는 문장을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글씨를 써 새기기로 했다. 비석 건립위는 비문으로 새기는 문장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직전까지 포기하지 않은 믿음 가운데 하나이며 민주주의를 언급할 때 자주 강조한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비석 주변 사방에는 박석(얇은 돌)을 깔아 관광객 등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한다. 건립위는 비석으로 알맞은 자연석을 구하기 위해 전국 20여곳 채석장에 주문을 해 놓았다고 밝혔다. 김해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사무기능직 5000명 일반직 된다 10·11월 상장 ‘알짜’ 공기업 3곳은? 내년 공무원 임금격차 더 커진다 한국은행 속여 85억 챙긴 간 큰 조폐공사 1초에 17음절 ‘아웃사이더’ 미 주지사와 불륜 아르헨 여인 “누군가 이메일 해킹” 입 연 미네르바 “올 하반기도 불황 지속”
  • YB, 2년 7개월만에 새 앨범

    YB, 2년 7개월만에 새 앨범

    관객이 별로 없는 공연장이나 클럽이 떠오른다. 윤도현이 외친다. 아 유 레디? 건성으로 마지못해 나오는 호응들. 윤도현이 목이 갈라지듯 더 악을 쓴다. 돌아오는 것은 약간 어이없다는 웃음들. 이어 인트로인 ‘밀리마이크론 밤’이 강렬하게 울려퍼진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글귀가 떠오른다. 무엇에도 연연하지 않겠다는 느낌이다. YB가 2년 7개월 만에 새 앨범을 냈다. 8집이다. 7집에 이어 모든 곡을 자체 생산했다. 소속사 다음기획의 김영준 대표는 “솔직히 YB는 대중적인 감각이 부족하다.”면서도 “던지고 싶은 메시지를, 하고 싶은 스타일에 담아낸 가장 솔직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50여 곡을 놓고 8개월이 넘도록 ‘지지고 볶은’ 끝에 나온 앨범의 화두는 ‘공존’. 표지 글씨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지은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직접 써줬다. YB는 친절하게도 앨범에 두 가지 이상의 사물이나 현상이 함께 존재함, 서로 도와서 존재함이라는 공존의 사전적인 의미를 설명한다. 그 의미가 희미해져 가는 요즘, 재차 강조하고 싶어하는 마음으로 여겨진다. 이 땅에서 함께 산다는 게 무엇인지 노래한다. 1집부터 늘 사회적인 메시지가 빠지지 않았고, 나날이 강도를 더해가는 이유에 대해 윤도현은 우리가 사는 시대를 음악에 담고자 하는 책임감 때문이라고 했다. 용산 철거민 문제를 다룬 ‘깃발’의 첫 머리에 등장하는 내레이션은 민중가요의 비장한 구호와 흡사하다. ‘88만원 세대’를 읽은 뒤 청년 실업문제를 다룬 곡인 ‘88만원의 루징게임’에선 88을 되뇐다. 이 곡은 벌써 한 방송사에서 금지곡이 됐다. ‘후회 없어’는 촛불집회가 소재다. ‘물고기와 자전거’는 학업부담으로 자살한 초등학생의 유서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토크 투 미’는 일부 악플러들의 행태를 꼬집는다. 음악 빛깔은 복고풍이다. 록 사운드에 사물놀이와 흥겨운 브라스, 클래시컬한 스트링을 섞기도 했다. 산울림에 대한 헌사가 담긴 ‘편지’나 ‘꿈꾸는 소녀 투’는 포크적 감수성이 드러난다. 타이틀곡 ‘아직도 널’은 마지막 트랙 ‘엄마의 노래’와 이란성 쌍둥이다. 같은 곡을 다른 노랫말과 다른 편곡으로 변주한다. 먼저 만들어진 것은 ‘엄마의 노래’이며 도입부에 윤도현 딸의 목소리가 들어가 있다. YB는 새달 14일부터 5월3일까지 홍대 브이홀에서 18차례에 걸쳐 소극장 콘서트를 연다. YB가 소극장에서 장기 콘서트를 여는 것은 약 10년 만이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내 책을 말한다] 프로메테우스의 경제학/류동민 충남대 경제학 교수

    경제학자라는 이름으로 내가 써 온 글은 정확히 두 가지 종류의 것들이었다. 하나는 아마도 전 세계(한국이 아니다!)에서 꼼꼼하게 읽을 사람은 채 수십 명도 되지 않을 것이 틀림없는 암호 같은 수식과 개념으로 들어찬 학술논문이다. 다른 하나는 흔히 잡문이라는 이름으로 비하되는 1500자 안팎의 칼럼이다. 어떤 매체에 쓰는가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잡문의 경우 운이 좋으면 수만 명쯤 되는 독자를 가질지도 모르겠다. 먼저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이 두 가지 극단, 즉 학술논문과 신문칼럼의 중간적인 그 무엇을 쓰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수십 명과 수만 명의 중간, 예컨대 수천 명(물론 수십만 명이 읽는 베스트셀러가 될 가능성을 미리 배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되, 학술논문보다는 덜 딱딱하면서 칼럼보다는 더 엄밀한 논리를 갖는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내게 떠오른 그 다음 질문은 과연 무엇을 쓸 것인가라는 것이었다. 우선 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자이므로 그에 관한 그 무엇일 수밖에 없었다. 전형적인 정치경제학(마르크스 경제학) 교과서들은 ‘자본론’의 순서에 따라, 즉 상품, 화폐, 자본 하는 식으로 기본개념을 설명하는 서술방식을 취한다. 그러나 내가 바라는 것은 좀 더 입체적인 서술방식이었다. ‘프로메테우스의 경제학’(창비 펴냄)은 결국 학술논문과 칼럼의 중간적인 그 무엇이라는 취지에 맞추어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들을 마르크스 경제학의 입장에서 해석하는 것”으로 낙착되었다. 이를테면 비정규직 노동, 고교평준화, 부동산버블 등이 그것이다. 내가 이 많은 주제들에 대해 누구나 설득시킬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논리나 실전적 지식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고백한다. 그러나 나는 이미 완성되어 있는 어떤 이론을 ABC부터 출발해서 줄쳐 가며 습득하도록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한 명의 마르크스 경제학자가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을 들려주고 독자와 함께 고민하며 생각해 보는 책을 쓰고 싶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전통적인 마르크스경제학적 개념들이 사용되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를테면 에필로그에서는 책 전체에서 설명된 개념들을 적절하게 배치함으로써 현재의 경제위기를 해석하기 위한 기본적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에게 불을 훔쳐다 준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는 칼 마르크스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즐겨 사용되어 왔다. ‘프로메테우스의 경제학’이라는 제목은 그 때문이다. 사족1. 최영미나 김훈, 신영복, 정운영 등 함께 묶일 수 있을 듯 말 듯도 한 이름들은 내가 즐겨 읽고 감동받은 글의 지은이들에 대한 경의(오마주)를 표시하기 위함이다. 사족2. 내 진짜 전공은 행렬과 벡터, 그리고 약간의 미적분학을 이용한 마르크스이론의 수리적 해석이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집어넣었던 약간의 산수는 원래 책의 중간쯤에 나오는 것이었으나, 최소한 독자들을 끝까지 읽게는 만들어야 한다는 편집자의 강력한 권유로 뒷부분으로 밀려났다. 1만5000원 류동민 충남대 경제학 교수
  • “석과불식 자세로 희망의 새싹 키워내자”

    “석과불식 자세로 희망의 새싹 키워내자”

    그가 던진 2009년의 화두는 ‘석과불식(碩果不食)’이었다.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9일 희망제작소에서 ‘성찰과 희망’을 주제로 신년특별강연을 했다. 참가예정인원인 100명을 훌쩍 넘는 사람들이 신 교수의 강연을 들으러 왔다. ●금융위기 근본원인은 ‘인간적 가치의 부재´ 가지 끝에 마지막 남은 과실을 석과, 씨과실이라고 한다. 석과는 먹지 않고 땅에 묻어 이듬해 봄의 새싹이 된다. 이렇게 씨과실을 먹지 않고 새싹으로 키워내는 ‘석과불식’이란 단어가 신 교수가 전파하는 희망의 언어다. “삭풍 속에 남아 있는 가지 끝의 마지막 과실은 고난의 상징입니다. 우리의 몫은 이러한 고난의 상황에서 희망을 일구어 내는 것입니다.” 신 교수가 말하는 ‘석과’는 바로 인간이다. 그가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는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위기가 어디서부터 왔는지 생각해봅시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는 신용담보를 확인해 빌려준 채권으로 파생상품을 만들어 모르는 사람들에게 판매한 데서 비롯됐습니다. 인간적 거래라고는 하나도 없었지요. 정반대 사례가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의 그라민 은행입니다. 담보나 신용평가점수는 필요없는 곳이지요. 인간적인 교감만으로 거래를 했는데도 파산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결국 신 교수가 지적하는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은 ‘인간적 가치의 부재’다. 사람 사이의 만남과 관계가 황폐화되다 보니 사회성이 붕괴된다. 사회성이 붕괴되면 올바른 사회적 목표를 공유하기 어렵다. “자본주의 사회가 도시를 만들어 효율성을 따졌고, 도시 속에서 사람들은 얼굴 없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되어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모든 상품이 화폐가치로 환원되면서 인간 본연의 가치가 없어졌습니다. 인간 정체성마저도 희미해져버린 상황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서로 연대해야 이를 타개하기 위해 신 교수가 내놓은 대안은 ‘하방연대(下方連帶)’.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사람도 낮은 곳으로 찾아들어 서로 연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항상 낮은 곳에 자신을 둡니다. 다투지 않기 때문에 허물도 없습니다. 우리 사회도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정규직은 비정규직과, 남성은 여성과 연대해야 합니다.” 이번 강연을 시작으로 희망제작소는 2009년 한국사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특별 강연을 매주 주최한다. 16일에는 도법 스님이 전하는 ‘길에서 만난 생명과 평화’, 22일은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장의 ‘한국 경제 전망과 희망의 조건들’, 29일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한국 정치, 소통과 통합의 길’에 대한 강연이 예정돼 있다. 글 사진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서울광장] 내 아픔 내 상처가 더 깊다고?/황진선 논설위원

    [서울광장] 내 아픔 내 상처가 더 깊다고?/황진선 논설위원

    중학교 1학년 때 수학 선생이 그랬다.수업 태도가 나쁜 학생들을 불러내 따귀 때리기 대결을 시켰다.처음엔 서로 살살 때리지만 어느 순간 한편이 더 세게 맞았다고 생각한다.그러면 서로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했다.보수 우파의 논리를 대변해온 소설가 이문열씨가 지난 연말 공무원을 상대로 한 특강 내용이 한동안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우리 사회가) 아무런 감정이 없는 두 아이를 불러다 마주 보고 따귀를 때리게 하던 옛날 체벌 방식처럼 지식인에게 따뀌 때리기를 시킨 것은 아닌가 싶다.장난처럼 주고받던 따귀 때리기가 나중에는 전력을 다해 하게 되는 것처럼 10년간 내 논리가 이런 식으로 과장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이문열씨 기사를 읽고 소설가 박범신씨가 절필 선언 후 다시 문학으로 돌아온 과정을 담은 2003년의 산문집 ‘사람으로서 아름답게 사는 일’을 펼쳤다.그는 그 시절 몇차례 히말라야를 다녀왔다.“나는 번번이 눈시울을 붉혔다.너무나 하찮은 일들로 받았던 너무나 큰 상처들,너무 사소한 박탈감에 너무 악쓰면서 소리쳤던 분노들,너무도 작은 이들 때문에 너무도 소중한 사랑을 저버렸던 나의 ‘죄’를 나는 그곳을 걸으며 보고 확인했다.히말라야는 내게 본성으로 가는 길을 보여주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두 편으로 갈려 따귀 때리기를 하면서 제 아픔,제 상처만 크다고 분노하고 악을 쓰고 있다.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극한대결을 계속하고 있는 정치권도 그 한 예다.정치권 탓만 할 게 아니다.여야 모두 여기서 밀리면 지지층이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한다.언론도 그렇다.같은 사안을 두고 정반대로 보도하는 것을 거의 매일 목격한다.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가 종부세 위헌 결정을 내린 데 대한 보도를 보자.한 보수신문은 1면에 ‘노무현 정부 종부세 대못 뽑혔다’라고 제목을 뽑았다.진보성향의 한 신문은 ‘헌재는 결국 강부자 편이었다’고 했다. 도법 스님이 최근에 낸 생명평화 이야기 ‘그물코 인생 그물코 사랑’은 자아·가족·국가·종교·이념의 관점에서 편을 나누어 자유·정의·평화의 이름으로 상대를 죽이고 평화를 파괴하며 질주하고 있는 것이 현대문명이라고 진단한다.그리하여 존재의 실상은 너와 나,개인과 전체,집단과 집단,인간과 자연 등 모두가 그물의 그물코처럼 따로이면서 함께이고,함께이면서 따로이므로 생명그물의 정신대로 내 생명을 존재하게 해주는 상대 생명을 존중해야 삶이 평화롭고 자유롭고 행복하다고 얘기한다.스님은 이기적 욕망과 이분법적·대립적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해온, 우리 문명사의 실체론적 세계관을 버리고 생명의 그물,즉 관계론적 세계관을 터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문명과 사회구성원리를 화두 삼아 신영복씨가 2004년에 낸 ‘나의 동양고전 독법 강의’의 처방도 다르지 않다.그는 유럽근대사의 구성원리가 존재론인 데 비해,공자 맹자 노자 등이 주창한 사회구성원리는 관계론이라고 얘기한다.존재론은 개인이든 집단이든 국가든 개별적 실체성이 있으며 부단히 자기를 강화해가는 운동원리를 갖는다고 한다.반면에 관계론은 모든 존재는 배타적 독립성이나 정체성이 아니라,최대한의 관계성이 본질이라고 말한다.관계론은 나만의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은 찾을 수 없다고 얘기한다.새해를 맞아 우리 사회가 관계론의 메시지만 이해해도 조금은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두책의 일독을 권한다. 황진선 논설위원 jshwang@seoul.co.kr
  • [씨줄날줄] 옥중서신/노주석 논설위원

    옥중서신의 원조로 이탈리아 공산당의 창시자인 안토니오 그람시(1891∼1937년)를 꼽을 수 있다.그는 20년 4개월 5일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11년 남짓 옥살이 중 숨졌지만 저작물로 더 유명해졌다.‘옥중수고(獄中手稿)’가 레닌이후 마르크스주의를 창조적으로 현실에 적용시킨 위대한 사상서라면 ‘감옥에서 보낸 편지’는 고뇌하고 저항하는 한 인간의 영혼을 숨김없이 드러낸 최고의 서한집이다. 국내에서는 영어의 몸으로 겪은 20년 20일의 삶을 여과없이 풀어헤친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대표적이다.‘여름징역은 자기의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합니다.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도의 열 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이것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인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란 대목은 현재의 삶을 돌아보는 자기성찰의 거울이자,돌이키고 싶지 않은 시절의 초상이다. 옥중서신은 ‘갇혀 있는’ 인간이 성찰한 산물이라는 점에서 울림을 준다.김대중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시인 김지하의 ‘고행-1974’,재독학자 송두율의 ‘미완의 귀향과 그 이후’도 읽을 만하다.특이한 케이스도 있다.1조 8000억원대의 다단계 사기극을 벌이다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은 전 제이유그룹 회장 주수도씨는 감옥안에서 ‘옥중메시지경영’을 하고 있다고 한다.면회 온 대리인과 변호사를 통해 경영지침을 전달,매일 아침 감옥밖 화상회의에서 낭독하게 하는 식이다.구속된 어느 자치단체장은 감옥에서 결재를 하는 ‘옥중행정’으로 비난받았다. 법무부는 어제 교정시설 수용자의 서신을 함부로 검열하지 못하고,수용자의 집필 등 창작활동을 보장토록 형집행법령을 개정해 시행한다고 밝혔다.허가사항이던 서신,집필,접견이 수용자의 기본적 권리로 전환된다.시인 김용택은 “아름다운 역사의 죄를 지은 이들이 내어놓은 감옥에서의 사색은 사람들을 해방시킨다.”고 했다.아름답지 못한 옥중서신의 남발이 밖에 있는 사람들을 거꾸로 속박할 수도 있다.의미 있는 사색은 감춰지지 않으며 언젠가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씨줄날줄] 처음처럼/임태순 논설위원

    몇년 전 중앙부처에서 식목일을 맞아 청사에 있는 벚나무를 잘라 내려 했다. 벚꽃이 일본의 국화인 만큼 일제의 잔재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었다. 담당 공무원에게 아무 영문도 모르는 나무에게 과거의 역사를 투영시켜 베어내려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이 덕분인지 벚나무는 당시에는 화를 면했지만 오래 살 운명이 아니었던지 그후 청사 재배치 계획에 의해 사라지고 말았다. 스테디셀러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펴내 지식인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가 자신의 서예작품 ‘처음처럼’으로 비슷한 수난을 겪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엊그제 신 교수의 ‘처음처럼’을 나무에 새겨 관내지구대와 역전파출소 등에 걸려다 취소한 것. 신 교수는 알려진 대로 통일혁명당사건에 연루돼 20년 20일을 복역하다 1988년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했고,10년 뒤인 98년에는 사면복권됐다. 불씨가 된 ‘처음처럼’은 감옥에서 익힌 서체를 바탕으로 95년 출품한 것으로 귀족적인 한글궁체에 서민적 체취를 담았다고 해서 주목을 받았다.‘처음처럼’은 모 소주회사의 제품명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출발 당시의 마음에서 흐트러지지 말자는 다짐의 말로 더욱 울림이 크다. 그러나 ‘처음처럼’은 끝내 보안법의 사슬을 넘지 못했다. 경찰관서에 국가보안법 위반자의 작품을 부착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반론이 제기돼 초심을 잃지 말자는 다짐을 새기려던 경찰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얼마전 국방부는 ‘나쁜 사마리아인’ 등 베스트셀러 23권을 불온도서로 선정, 군내 반입을 불허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시정권고를 받는 등 망신을 샀다. 그러나 ‘금서’들은 이 사건 이후 오히려 판매부수가 최고 20배 늘었다고 한다. 국가안전과 국민의 안위를 책임진 경찰과 군이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해도 국민들의 일반적인 인식과 거리가 멀어 안타깝고 아쉽다. 감옥은 폐쇄적이고 고립된 공간이지만 신 교수는 이곳에서 폭넓고 열린 사고를 통해 우리들이 보지 못했던 것을 일깨워 줬다. 경찰과 군도 보이지 않는 감옥에서 벗어나 유연한 사고를 가졌으면 한다.‘처음처럼’은 처음처럼 됐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임태순 논설위원
  • 경찰, 신영복 작품 게시 돌연 취소

    경찰, 신영복 작품 게시 돌연 취소

    경찰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20여년을 감옥에서 보냈던 신영복(67)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서예작품 ‘처음처럼’을 서각(書刻·글씨를 써서 나무에 새기는 것)으로 만들어 일부 경찰 지구대에 내걸기로 했다가 돌연 취소해 그 배경에 궁금증이 쏠리고 있다. 16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신 교수가 1995년 개인 서예전에 출품했던 ‘처음처럼’을 서각으로 제작해 올해 말까지 관할 지구대 7곳과 역전 파출소 1곳에 걸 계획이었으나 내부 검토과정에서 취소했다. 이철성 영등포서장은 “신 교수의 허락을 받아 ‘경찰관으로서 초심을 잃지 말자.’고 다짐하는 뜻으로 이 작품을 일선 지구대에 걸기로 했으나 내부검토 과정에서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취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신 교수의 작품을 건다는 얘기가 나오자 경찰 안팎에서 무기징역까지 받은 사람의 글씨를 경찰이 활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가 88년 8·15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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