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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회가 달라진다, 정말?

    교회가 달라진다, 정말?

    ‘한국 교회 지각변동 시작됐나.’ 최근 개신교 대형 교회와 주요 교단들이 잇따라 교회 개혁을 향한 파격적인 선언을 하거나 제도적 장치 마련을 추진하고 나서 주목된다. 경기 성남시 분당우리교회 담임 이찬수 목사가 지난달 1일 교회재산 사회환원을 전격 선언한 데 이어 지난 27일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교)가 개신교 교단 중 처음으로 교회세습 금지를 명문화한 교회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그런가 하면 같은 날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은 이례적으로 불법선거운동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선거조례 개정안을 확정했다. 이 같은 선언과 조치들은 성장주의에 치우친 개신교 교회와 목회자들의 비리·부정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거나 해결하려는 것들인 만큼 개신교계 안팎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가운데 감리교의 교회세습 금지와 예장통합의 선거부정 처벌 강화는 그 행보만으로도 파격으로 받아들여지는 조치들이다. 무엇보다 당사자들이 세습과 선거부정 측면에서 적지 않은 눈총과 비난을 받아 온 교단들이라는 점에서다. 감리교가 교회법인 장정(章程) 개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확정한 개정안의 골자는 부모나 자녀, 또는 자녀의 배우자가 연속해서 같은 교회에서 목회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는 부모가 장로로 있는 교회를 자녀와 자녀의 배우자가 담임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2000년 광림교회, 2006년 금란교회 등 소속 교회의 세습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교단의 상황을 볼 때 획기적인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예장통합 총회가 총회 규칙부 전체회의에서 확정한 임원선거조례 및 시행세칙 개정안도 교단 선거법치곤 불법선거에 대한 처벌 강도가 전례 없이 센 것이다. 개정안은 선거 입후보자의 선거법 위반에 대한 고발이 있고, 사실 확인이 될 경우 재적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과반수의 의결로 입후보자의 등록을 취소토록 했다. 여기에 금품 제공자에게는 50배의 범칙금이 부과되는 한편 향후 5년간 총대 자격이 정지된다. 지금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 교회의 파행 중 큰 부분이 각종 금품·부정선거에서 비롯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나 교단총회공동대책위원회 등 개신교 시민사회단체들이 한결같이 교단 선거에 우선 주목하고 있는 만큼 예장통합 측의 개정안이 큰 반향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지난달 있었던 분당우리교회 이 목사의 선언도 큰 파장을 불렀다. ‘650억원을 주고 매입한 교육관을 10년 후 되팔아 한국교회와 한국사회를 위해 쓰겠으며 지금부터 10년 동안 성도들을 잘 훈련시켜 교인의 절반이나 4분의3 정도가 교회를 떠나 연약한 교회로 파송되도록 하겠다.’ 이 목사가 교회 해체의 뜻을 신도들 앞에서 밝힌 이후 교계는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개신교 안팎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선언과 조치들이 실천으로 이어지거나 제도적 장치로 자리잡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감리교의 교회세습 금지 개정안만 하더라도 30일 감독회의를 거쳐 다음 달 중순 예정된 입법의회에서 통과돼야 시행이 가능하다. 지금 감독회장 선거를 둘러싼 갈등이 적지 않은 데다 입법의회에서 개혁적 법안이 통과된 예가 드물다는 점을 볼 때 첩첩산중인 셈이다. 분당우리교회의 교회재산 사회환원 선언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 목사의 선언이 교회 지도자와 신자들의 총의를 거치지 않은 만큼 시행 단계에서 적지 않은 마찰이 예상된다. 예장통합의 부정선거 처벌 강화도 결국 소속된 지교회 신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한 정관 개정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공허한 선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인 방인성 목사는 “한국 교회가 신앙적으로 더 이상 추락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교회와 목회자들이 당연히 보여 줘야 할 개혁의 몸짓”이라면서 “현실적으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실천에 옮겨 지역사회와 신자들을 위한 섬김의 자세를 다져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천주교, 올바른 신앙찾기 나섰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선포한 ‘신앙의 해’(10월 11일∼2013년 11월 24일)를 앞두고 한국 천주교가 올바른 신앙 찾기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21일 천주교계에 따르면 서울대교구와 춘천교구를 비롯한 각 교구와 본당, 단체가 ‘신앙의 해’와 관련한 각종 교육, 연수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며 평신도들도 심포지엄과 평신도대회 등 다채로운 ‘신앙 쇄신’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 되살리기 의미 ‘신앙의 해’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과 가톨릭교회교리서 반포 20주년을 맞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새로운 복음화’를 모토로 제정한 시기. 갈수록 삶과 신앙의 괴리 현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가톨릭 전례와 의식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던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을 되살려보자는 취지에서 정한 일종의 캠페인 행사랄 수 있다. 한국 천주교는 신앙의 정체성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초점을 맞춰 ‘신앙의 해’ 기간중 신앙 쇄신 운동을 중점적으로 벌여 나갈 방침이다. 청소년 세대의 급속한 감소와 노인세대의 폭발적 증가, 성사 생활과 신앙교육 참여 감소가 대세인 만큼 위기 극복을 위한 사목활동과 신행의 대대적인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교구, 새달 본당 회장단 연수 서울대교구는 9월 12일 본당 회장단 연수를 통해 최일선에서 사목하고 있는 지역 본당 회장단에 ‘신앙의 해’와 관련한 안내와 특강을 실시한다. 이와 관련해 사목국을 중심으로 교구·본당별 프로그램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춘천교구는 10월 9∼12일 사제연수회를 열어 바른 신앙 찾기와 관련한 사제단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며 대구대교구도 현재 진행 중인 교구 시노와 연계해 새 시대에 맞는 새 복음화 전략을 집중적으로 도출할 예정이다. 교구가 사제연수나 특강에 치중한다면 각 본당은 좀 더 구체적인 교리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게 특징이다. 서울 성북동본당은 9월 5일부터 본당 신자들이 ‘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함께 읽는 ‘가톨릭 교회 교리서 읽기반’을 운영하며 서울 연희동본당은 9월 중 교리서에 대한 강좌를 실시한 뒤 10월 14일 ‘가톨릭 교회교리서’를 내용으로 한 교리경시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한국평협·회장 최홍준)는 ‘신앙의 해’ 개막일에 맞춰 10월 11일 ‘평신도사도직과 공의회’란 주제의 심포지엄을 개최하며 11월 9∼10일 대구에서 ‘신앙의 해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주제로 평신도회의도 연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심청가엔 유·불·선 아우르는 종교와 철학이”

    “심청가엔 유·불·선 아우르는 종교와 철학이”

    “심청가에는 유교와 불교, 선교를 아우르는 종교와 철학이 숨어 있습니다. ‘효’사상이 상실된 현대사회에서 가정의 근간을 되살리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현대사회 가정 되살리는 데 기여” 영화 ‘서편제’로 유명한 배우 겸 국악인 오정해(41)씨가 지난 20일 열린 원광대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앙대 국악예술학 석사과정을 마친 오씨는 2004년 원광대 대학원 불교학과에 진학, 본격적으로 동양예술학을 공부해 왔다. 처음부터 철학 박사 학위를 염두에 두었다기보다는 동양예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구하고자 시작한 공부였다. 향학열을 불태웠는데도 학위 취득에는 8년이 걸렸다. 마당극 ‘학생부군신위’와 영화 ‘천년학’ 등에 출연하며 연기와 판소리 등을 병행했기 때문이다. 1997년 결혼해 아들 하나를 둔 오씨에게는 가정생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오씨는 “박사 학위 논문 주제를 정하고 수년간 자료를 모았는데 중도에 포기하고 싶을 만큼 정말 힘들었다.”며 일인다역이 쉽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학위 취득에 8년 걸려 ‘판소리 심청가의 예술성 연구’란 주제로 쓴 박사 학위 논문에선 판소리와 종교, 철학을 짝짓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오씨가 보는 심청가는 소리와 사상, 예술성 등 3박자를 갖추고 있다. 오씨는 “판소리가 우리 민족의 한과 흥 등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심청가는 종교적, 철학적 깊이가 있다.”면서 “심청가에 들어 있는 효와 삶의 도리 등을 철학적 관점에서 살펴봤다.”고 말했다. 심청가의 ‘인당수’(물)는 어머니를 뜻하는데, 이를 우리 구전 설화를 통해 증명하는 식이다. 인당수는 당시 한반도에 폭넓게 퍼져있던 모태신앙을 대변하기도 한다. 한편 오씨는 1999년 전주 우석대 국악예술과 겸임교수로 후학 양성에 뛰어든 뒤 현재 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연극을 통해 관객을 만날 계획을 갖고 있는 오씨는 “모든 면에서 모범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글로벌 시대] 라마단과 이슬람문화/이혜주 현대건설 아부다비 지사장

    [글로벌 시대] 라마단과 이슬람문화/이혜주 현대건설 아부다비 지사장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무슬림들은 7월 20일부터 8월 18일까지 해가 떠 있는 동안 물과 음식을 먹지 않고, 흡연이나 부부생활도 금하는 ‘라마단’을 지킨다. UAE는 이슬람 국가 중 다종교·다문화를 포용하는 나라이지만 라마단 기간만은 외국인도 음식을 먹거나 흡연을 해서는 안 된다. 라마단은 이슬람 신앙의 근간을 이루는 5대 의무 중 하나로 노약자·임산부·여행자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계율이다. 부득이한 사유로 금식을 하지 못하면 다음 라마단을 맞이하기 전에 반드시 보충하거나 금식을 못한 날만큼 가난한 사람을 찾아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 무슬림들은 라마단 기간에는 금식에 방해되는 일정을 잡지 않는다. UAE 정부는 라마단을 앞두고 지난 6월 초부터 기초 생필품에 대한 물가 단속에 들어갔다.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라마단 기간에 생필품, 특히 식품과 과일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라마단 기간에는 식품 소비가 줄어들 것 같으나 그렇지 않다. 무슬림들은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을 하기 위해 저녁 시간에는 별식을 포함, 풍성한 식탁을 차린다. 그러다 보니 금식월에 오히려 식품 가격이 오르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현지인 무슬림 친구가 금식을 마치고 처음 하는 식사인 이프타르(Iftar)에 필자를 초대했다. 일몰 후 첫 기도 시간을 알리는 무슬림 성직자의 코란 낭독이 시작되면 무슬림들은 함께 모여 메카를 향해 기도한다. 이프타르는 통상 응접실과 식당으로 구성된 별채에서 이루어진다. 낮 시간 내내 굶은 친구가 허겁지겁 식사를 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친구는 물 한 잔과 시장기를 달랠 정도의 소량으로 식사를 마무리했다. 라마단 기간 중 무슬림들은 동트기 전까지 한두 차례 식사를 더 하는데, 아마 본격적인 식사는 그때 하는 것 같다. 호텔이나 일반 식당에서 이프타르를 갖는 사람도 많다. 금식을 해제하는 코란 낭송이 들리면 곧바로 식사할 수 있도록 통상 뷔페식을 즐긴다. 라마단 기간에 식당에서 목격하는 이프타르 풍경은 매우 인상적이다. 큰 접시에 갖가지 음식을 수북이 담아 놓고 마치 신년이 되기를 기다리며 카운트다운 하듯 금식 해제 시간을 기다린다. 필자의 눈에 그들은 마치 고문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오늘날 이프타르는 비즈니스 네트워킹과 친분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주요 비즈니스 파트너 등을 초청하여 이프타르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프타르에 초대를 받으면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참석하는 게 이슬람의 풍습이다. 현지인 친구는 라마단의 취지가 요즘에 와서 많이 훼손되었다고 아쉬워했다. 라마단의 취지는 코란을 읽고 묵상하면서 신앙을 회복하고 금식과 금욕을 통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의 아픔을 체험하며 자비를 베푸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현대인들은 라마단의 취지는 잊고 형태만 유지하면서 오히려 먹고 즐기는 축제 형태로 라마단을 변질시켰다고 걱정했다. UAE에서 석유가 생산되기 이전, 오아시스 야자수 밑이나 사막에서 달과 별의 소리를 들으며 겸허히 알라 신의 은총을 기렸을 그때의 라마단을 상상해 보라. 에어컨 아래서 일하며 쉬다, 때론 새벽까지 시끌벅적 시장터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현대의 라마단과는 판이하게 달랐을 것이다. 일주일 후에는 이슬람 국가의 명절 중 하나인 이드(Eid) 휴일이 시작된다. 한 달간의 라마단을 마치고 알라신에게 감사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돌아보고, 친지를 찾아가 축복하며 즐기는 3일간의 축제가 펼쳐진다. 무슬림들은 이슬람 역사가 서양사관으로 기술되면서 ‘한 손에 코란, 다른 손에는 칼’이라는 극단주의가 보편적 이슬람인 것처럼 알려진 것에 대해 억울해한다. 그러나 세계 도처에 과격한 이슬람이 존재하고 있고, 여성에 대한 인권이 무시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전 세계 무슬림들이 라마단의 취지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기를 기대한다.
  • “교회개혁, 교단 총회부터 물꼬 터야… 권력에 자유로운 가난한 영성 회복”

    “교회개혁, 교단 총회부터 물꼬 터야… 권력에 자유로운 가난한 영성 회복”

    “교단 총회는 돈과 사업 중심의 문제를 해결하는 모임이 아니라 어떻게 신앙을 고백할 것인지, 그리고 교회가 어떤 위치에 서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자리여야 합니다.” 오는 9월 중순쯤으로 예정된 개신교 각 교단 총회를 앞두고 총회 감시를 통한 교회 개혁 운동에 나선 교단총회공동대책위원회(교단총회공대위) 공동대표 방인성(58·함께여는교회 담임) 목사. 방 목사는 7일 오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교단들이 가난의 영성을 회복해 하나님 앞에서의 바른 신앙 고백과 사회를 향한 회개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요즘 개신교계엔 ‘교회 개혁은 하나님도 못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통해요. 초기 교회의 이웃 사랑은 실종된 채 돈과 권력의 힘에 매몰된 교회 물량주의의 극한점에 와 있다고 봐야지요.” 그래서 올해 교단총회공대위는 그 엄청난 세속의 비난을 떨치고 거듭나기 위해 ▲목회자 소득세 신고와 ▲여성 목사 안수 ▲민주적 회의 운영을 활동 목표로 세웠다. 물론 원칙과 기준은 ‘하나님 앞에 동등한 백성’이며 ‘돈과 하나님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는 평등과 가난한 영성의 새김이다. “해마다 교단 총회를 지켜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신본주의를 배격하는 목회자의 전횡은 바로 독재를 낳지요. 교회 안에서 하나님과 성경의 뜻을 잘 표현하는 민주주의의 운영은 사실상 찾아볼 수 없는 실정입니다.” 오래 신앙 생활을 한 정치 지도자일수록 오히려 독선에 휘둘리고 소통에 서툴다는 방 목사. 그것은 바로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교회와 그로 인해 그늘진 모순이 만연한 탓이란다. “실제로 목회자 일색의 모임인 노회나 총회에서 일반 신자들이 아픔과 어려움을 호소해 해결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일반 신자들이 주도적으로 회의와 운영에 참여하는 길을 더 늦기 전에 터야 한다는 것이지요.” 여성 목사 안수도 그 평등의 원칙에서 고민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란다. “여성들은 교회 안에서 일반 사회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남성 중심으로 운영되는 탓에 지도자의 위치에 서지 못하고 있지요. 어찌 보면 여성 목사 안수는 인권과 평등의 시발점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방 목사는 영국 런던대학 신학부와 옥스퍼드대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영국국제장로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해외파 목회자다. 1996년 서울 성터교회 담임 목사를 맡았지만 교회의 투명한 운영과 교회 내 계급 타파를 외치다 반대에 부닥쳐 2007년에 사임한 뒤 지금은 ‘건물 없는 교회’로 유명한 함께여는교회의 담임 목사로 있다. 투명한 재정 운영, 평등한 신앙에 바탕한 작은 교회와 대안 교회를 줄곧 외쳐 온 그의 목회 철학은 역시 돈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가난한 영성’의 회복이다. 그래서인지 개신교계에서 그는 교회 개혁의 중심 인물로 쉽게 자리매김되곤 한다. 진보적 개신교 매체인 뉴스앤조이 이사장이며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 희년함께 공동대표 등 그에게 따라붙는 타이틀이 괜한 게 아니다. “개신교 사회단체는 호소와 기도, 그리고 몸짓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역할의 한계가 있지요. 그럼에도 개신교계의 젊은 목회자들이나 신자들 사이에서 ‘건강한 교회’를 향한 개혁의 의지와 노력이 번지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봅니다.” 많은 사회학자들은 종교를 사회 속 도덕과 윤리의 마지막 보루로 여긴다. 정치와 사회의 타락에 이어 마지막으로 종교가 타락하면 국가가 무너진다고 한다. 초기 교회와 성경에서 말하는 자발적인 이웃 사랑과 희생의 덕목을 되찾자는 교회 개혁은 그래서 우선 목회자를 향한다. “겸손하게 꾸준히 호소하고 기도하다 보면 하나님이 들어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종교플러스]

    비로선원 ‘유식학’ 특별강좌 비로선원(서울 양천구 목동)은 중관과 함께 대승불교의 대표적 사상으로 꼽히는 유식학 강좌를 오는 28일부터 12월 18일까지 매주 화요일 주간(오후 2∼4시), 야간(오후 7∼9시)반으로 나눠 진행한다. 이번 강좌는 불교 신자들이 유식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으로 주지 광명 스님이 직접 지도한다. 한편 비로선원은 지난해부터 법화경 28품 완독을 목표로 매월 2회 독경기도를 진행해 오고 있다. (02)2646-9441. 기독교대안학교 박람회 개최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와 기독교대안학교연맹은 ‘2012 기독교 대안학교 박람회’를 오는 17∼18일 장로회신학대에서 연다. 올해로 2회째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교육 방향-인격교육’을 주제로 사랑방공동체학교와 두레학교를 비롯한 40여개의 학교가 참여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참가 대상은 기독교 대안학교에 관심 있는 교회, 부모, 학생이나 기독교 대안학교 교사, 학부모, 학생이다. 사전 등록 마감은 15일까지이며 현장 등록도 가능하다. (02)6458-3456. ‘교회사연구’ 제38집 발간 한국교회사연구소가 펴내는 학술지 ‘교회사연구’ 제38집이 발간됐다. ‘교회사연구 38’은 ▲조선 후기 천주교의 확산과 가부장 사회의 분열(최선혜 박사) ▲특별 권한 연구: 브뤼기에르 주교의 경우를 중심으로(조현범 박사) ▲비잔티움의 ‘아나스타시스’ 도상연구-카파도키아 지역 교회를 중심으로(조수정 박사) ▲붓을 통한 신앙 전파: 앙드레 부통 신부의 예술 선교 활동 연구(정수경 박사) 등 연구 논문 4편을 실었다. 샤를 달레의 조선 지도와 한국의 천주교 해제 자료도 소개했다.
  • 과학이란? A부터 Z까지 인터넷이 답하다

    과학이란? A부터 Z까지 인터넷이 답하다

    “과학은 여성의 것이다.”(Science: it’s a girl thing) 유럽위원회(EC)의 캠페인이 전 세계적인 논란을 낳고 있다. 과학에 대한 여학생들의 관심을 높여 여성 과학자의 숫자를 늘리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이 캠페인은 화제가 되긴 했지만 과학에 대한 오해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동시에 받고 있다. 시리즈로 구성된 동영상에서 여성 과학자들은 미니스커트와 하이힐을 신고 춤을 추며, 하얀 가운 일색인 남성 과학자들 사이에서 미모를 뽐낸다. 과학계는 불편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여성성’ 자체가 부각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에 대해 진정한 과학이란 무엇인가, 과학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 등을 놓고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유명 신경과학자이자 저술가, 코미디언인 딘 버넷은 최근 일간 가디언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이 캠페인은 진정한 과학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버넷은 “과학은 무엇인가?”(What is science?)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일반인’의 시각을 빌리기로 하고, ‘구글 인스턴스’(Google Instance)로 불리는 자동완성 기능을 이용했다. ‘과학이란’(Science is…)이라는 단어를 입력한 뒤 수많은 사람들의 검색을 토대로 예측되는 뒷문장들 중에서 A부터 Z까지 각 알파벳 음절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를 살펴보는 식이었다. 버넷의 시도는 마치 1970년대 스테파노 카잘리가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연재한 1컷 만화 ‘사랑이란’(Love is…)과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인터넷은 과학에 대한 일반인들의 평범한 인식뿐 아니라 완전히 잘못된 생각조차 여실히 보여 준다. 전혀 뜻밖의 결과도 있다. 다만 구글 인스턴스는 사용자의 위치를 알고리즘 안에 포함하고 있는 만큼 한국에서의 검색은 다를 수 있다. 버넷은 영국 카디프에 산다. A verb now(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 ‘과학은 빠르게 움직인다’는 로켓통을 메고 날아가는 고양이의 모습이 그려진 유명한 티셔츠다. 티셔츠는 주류가 된 과학이 변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찾아 도전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B oring(지루하다) 지루하다는 것은 극히 주관적이다. 어떤 사람에게 지루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아주 재미있을 수 있다. 지루함으로 가장 먼저 검색되는 글은 7년 전 BBC방송이 학생들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다. C ool(좋다, 멋있다) 바로 위의 이미지와 정반대되는 얘기다. 버넷은 이에 대해 “과학을 대하는 사람들의 자세의 차이”라고 분석했다. 과학을 위해서는 ‘쿨’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검색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Cool’은 2010년 가디언에 실린 유명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쿨한 과학’에 대한 릴레이 기고였다. D angerous(위험하다) 과학은 당연히 위험하다. 하지만 전기톱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누가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 과학이 위험한 것은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하는 과학자라는 사람의 도덕적 개념과 연관된 문제다. E vil(부도덕하다, 악하다) 과학은 그 자체로 도덕적이거나 악의적이지 않다. 과학이 악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그것을 이용한 범죄가 늘어나고, 보다 더 정교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evil’과 연관된 검색 결과들은 종교적인 내용이 많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악한 것은 이미 지나간 과거를 보여 주기 때문(우리가 우주에서 보이는 별빛은 과거의 빛이다)이라는 주장도 있다. F un(즐겁다) ‘Fun’이 검색어 맨 앞에 위치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수많은 과학교육 캠페인 때문이다. 방법에 따라 학생들의 체감은 다를 수 있겠지만, 과학을 배우는 것은 결코 소설 ‘해리 포터’의 호그와트 학교에서 마법을 배우는 것과 같은 즐거움을 주기 힘들다. G olden(금으로 만든) 과학과 금이라는 연관성을 찾기 힘든 단어가 등장한 것은, ‘더 그레이츠’라는 그룹의 노래 ‘과학은 금으로 만든 것’(Science is Golden) 때문이다. 노래 가사가 과학을 칭송하는 것은 아니다. H ard(어렵다) 과학에 대한 대표적인 고정관념이다.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사람의 두뇌는 복잡하고 여러 분야에 걸친 내용을 한꺼번에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학은 수많은 분야가 얽혀 있는 대표적인 학문이다. I nteresting(재밌다) 동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사실 ‘과학은 재밌다’라는 문장이 가장 먼저 검색되는 것은 진화학자인 리처드 도킨스 옥스퍼드대 교수가 출연한 비디오 클립 때문이다. 버넷을 비롯한 수많은 과학계 인사들은 ‘유머’ 같은 방식으로 과학적 흥미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도킨스는 “과학은 그 자체로 재밌다.”라고 주장한다. J ust a theory(단순한 가설) 이 같은 접근은 거대강입자가속기(LHC)가 그냥 거대한 튜브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과학을 가설이나 이론으로 치부하는 시각은 과학에 가장 큰 위협이다. 예를 들면 창조론자들이 진화학을 ‘증명되지 않은 주장’이라고 폄하하면 더 이상 대화가 불가능해진다. K nowledge(지식)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자,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기 힘든 정의다. 어렵거나 쉽거나, 재밌거나 지루하거나 과학은 모두 지식으로 이뤄졌다. L ike a blabbermouth(수다쟁이 같은 것) 인기 만화시리즈 심슨 가족의 이웃인 기독교 신자 네드 플랜더스의 말에서 비롯된 정의다. 그는 “과학은 마치 영화의 끝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떠들어 망쳐 버리는 수다쟁이와 같은 것이다. 우리가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M agic(마법) 완벽하게 틀린 말이다. 마법과 과학은 분명히 다르다. 어린아이의 눈에나 과학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놀라움으로 가득찬 마법 같은 일일 뿐이다. 이유를 모르고 신기한 것은 과학이 아니다. N ot a belief system(신념·신앙이 아닌 것) 과학과 신앙은 양립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과학의 메시아는 누굴까. 과학을 절대적 가치로 여기는 무신론자들은 아마 리처드 도킨스를 첫 번째로 꼽을 것이다. O bjective(객관적인 것) 객관성은 과학이 유지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힘이다. 과학적 사실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실험과 타당한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 반면 단순한 주장이 과학이 될 수 없는 것은 객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P hilosophy(철학) 과학과 철학은 뿌리가 같다. 과학을 전공하고 받는 박사학위의 명칭 ‘PhD’는 철학 박사(Doctor of Philosophy)에서 비롯됐다. Q uotes(인용·전달하는 것) 또 다른 잘못된 인식이다. 과학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 과학적 결과물이나 인식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물론 과학적 사실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이를 읽는 것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R eal(실존하는 것)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는 결론이다. ‘Science is Real’은 미국의 얼터너티브 밴드 ‘데이 마이트 비 자이언츠’의 히트곡 이름이기도 하다. S port(스포츠)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교묘하게 연결되는 배경에는 광고가 있다. 스포츠 마니아들을 겨냥한 수많은 에너지 드링크 회사들이 자신들이 얼마나 우수한 과학적 기술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떠든다. 만약 한국에서 검색할 경우 ‘과학=침대’라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현대 스포츠가 기록경신과 경기력 향상을 위해 과학의 힘을 빌리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T he poetry of reality(진실의 시) 미국 PBS의 고전 시리즈 ‘코스모스’에서 모티브를 얻어 시작된 프로젝트 심포니 오브 사이언스(Symphony of Science)의 대표 동영상 클립이다. 과학을 음악적인 방법으로 대중화하려는 취지를 갖고 있으며 동영상마다 세계 최고의 석학들이 등장한다. U nreliable(신뢰할 수 없는 것) 과학에 대한 비정상적인 증오와 혐오감을 나타내는 종교 관련 웹사이트들이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문구다. 베스트셀러 ‘배드 사이언스’의 저자인 벤 골드에이커처럼 과학의 탈을 쓴 과장 광고나 마케팅을 공격하는 과학의 투사들도 이 정의를 사용한다. V ital(생명에 꼭 필요한) 과학은 많은 돈이 든다. 결과가 쉽사리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것이 과학이고, 실패 가능성도 높다. 농촌의 농부들을 돕는 대신 과학에 돈을 투자하기 위한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이 표현이 널리 쓰인다. W rong(틀린 것) 완벽히 옳은 표현이다. 틀리는 것은 과학이 갖고 있는 고유한 성질이다. 어떤 이론이나 기술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일단 틀리다는 가정 아래에서 시작해야 한다. 또 그것이 틀리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것은 다른 이론이나 기술이 옳다는 것을 밝혔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과학에서 ‘틀린 것’은 곧 ‘새로운 것’ 또는 ‘옳은 것’과 같은 의미다. X KCD(별 뜻 없음) 과학과 수학에 대한 어떤 개인의 블로그다. 26개 알파벳 중 X만이 유일하게 과학의 정의에 근접하지 못했다. 과학과 수학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알파벳이 미지의 수 ‘X’인데도 말이다. Y ear 8(8년) 서구권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과학을 배우는 햇수다. Z oology(동물학) 동물학은 생물학, 아니 과학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관심이 높은 학문 분야다. 인간 자체가 동물 중 하나이고,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과학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美 “中인권 침묵할 수 없다” vs 中 “계산된 ‘굴기 견제’ 전략”

    중국의 인권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 신경전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미국이 최근 중국과의 공식 대화 자리와 보고서 등을 통해 인권과 종교 문제를 거론한 데 이어 시각장애인 인권운동가 천광청(陳光誠)을 내세워 중국을 압박하자 중국은 ‘의도적인 견제용 전략’이라고 맹비난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이 같은 양국의 충돌은 미국이 중국을 둘러싼 아시아 국가들과 외교관계를 강화하며 중국에 대한 포위전략을 구사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지난 5월 미국으로 건너간 천광청은 1일(현지시간) 미 국회의사당을 찾아 중국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천광청은 존 베이너 하원의장 등 여야 의원 6명과 회담한 자리에서 “중국 정부는 나와 내 가족이 당한 학대와 탄압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중국 관원이 조사를 위해) 나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고 있다.”면서 “나의 사례는 중국 정부가 인권과 법치를 존중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당국이 하루빨리 약속을 실천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고 AP 등 외신이 전했다. 그는 특히 “미국 등 민주와 법치 정신을 수호하는 국가들이 중국이 (민주화로 가는) 과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며 중국의 인권 개선을 위한 미국의 역할을 당부했다. 그러자 베이너 의장도 “(중국에서) 근본적인 인권이 침해당하고 신앙의 자유가 공격받는데 우리가 침묵하고 있을 수는 없다. 미국은 중국을 추궁할 책임이 있다.”고 호응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23~24일 워싱턴에서 열린 중·미 인권 대화에서 중국의 인권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주요 사례로 천광청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미국은 이어 지난달 30일 ‘2011년 국제 종교 자유 보고서’를 내고 중국의 종교 자유 문제가 연일 악화되고 있다며 중국을 ‘종교 자유 특별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의 공격이 모두 ‘계산된 전략’이라며 날을 세웠다. 인민일보는 전날 해외판 1면 사설에서 “미국은 ‘중국 굴기’를 차단하기 위해 향후 3~5년간 비군사적 간섭으로 중국을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내적으로는 인권운동가, 지하종교, 인터넷 오피니언 리더, 사회적 약자 등 기층을 공략해 중국의 ‘변화’(민주화)를 위한 조건을 만들려 하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미국이 중국 주변국과의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중국이 친한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멀어지게 만들어 국제 사회에서 운신할 수 있는 공간을 위축시키는 데 총력을 쏟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근거 없이 중국의 인권 상황을 비난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미국은 종교 문제를 빌미로 한 내정 간섭을 중단하라.”고 맞받았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아시아 가톨릭 중고생들이 인권·환경을 말한다

    아시아의 가톨릭 중·고교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인권과 환경 문제를 고민하는 뜻깊은 행사가 서울에서 열린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관으로 오는 6∼15일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교정에서 열리는 ‘2012 국제가톨릭학생회 아시아회의’. 한국을 비롯해 타이완,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 아시아 13개국 가톨릭학생회 중·고등학생 대표와 인솔자 등 130여명이 참가한다. 국제가톨릭학생회는 중·고등학생들이 자기반성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교황청 산하 학생자치 운동단체. 전 세계 85개국에 400만 회원을 두고 있으며, 한국이 속한 국제가톨릭학생회 아시아본부는 국제회의와는 별도로 3년마다 모임을 열어오고 있다. 올해 12번째인 서울 아시아회의는 ‘아시아의 빛으로 부름 받은 학생들이여, 신앙 안에서 새로워진 아시아를 향해 나아가자’라는 주제 아래 소주제로 택한 아시아 공동의 인권과 환경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 학생들은 미리 준비한 국가별 보고서를 발표하는가 하면 논란이 있는 국내 기관과 단체를 방문해 사회조사 활동을 펼친다. 여기에는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와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을 비롯해 경기도 여주 이포보와 팔당 유기농지 등이 포함돼 있다. 학생들은 이 같은 현장 관찰·조사와 전문가 강의를 통한 교회적 시각을 토대로 아시아 가톨릭 학생들이 지켜나갈 생활 속 실천계획과 결의문을 작성할 예정. 아시아회의에서 확정된 학생들의 결의문은 국제가톨릭학생회 국제사무국을 통해 전 세계 가톨릭학생회로 전달된다. 한편 이번 아시아회의는 대륙별 순환 개최 원칙에 따라 차례가 돌아온 동아시아 가톨릭학생회원국 가운데 가장 활동이 활발한 한국이 적합하다는 판단 아래 아시아본부 측이 한국을 개최지로 최종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회의의 총 책임을 맡은 한국가톨릭학생회(KYCS) 담당 김인권 신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아시아지역 가톨릭 학생들이 여러 나라의 회원들과 만나면서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다양한 문화체험을 통해 성숙한 세계시민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나에게 천 개의 생명이 있다면 그 모두를 한국에 바치겠습니다”

    “나에게 천 개의 생명이 있다면 그 모두를 한국에 바치겠습니다”

    이 땅에 기독교를 처음 전파한 선교사들은 무슨 생각을 했고 어떻게 살았을까. 초기 선교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독특한 전시회가 열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8일 개막해 9월 2일까지의 일정으로 서울 합정동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100주년기념교회·담임 이재철 목사) 양화진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양화진 선교사 탁본 및 사진전시회’가 그것. 이 전시회에는 150여점의 양화진 선교사 묘비 탁본과 60여점의 한국 기독교 초창기 모습이 담긴 사진이 들어 있어 흥미롭다.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은 구한말 복음의 씨앗을 한국에 뿌린 벽안의 선교사들이 안장된 개신교 성지. 1890년 7월 28일 묻힌 최초의 의료 선교사 존 헤론을 비롯해 호레이스 언더우드와 헨리 아펜젤러 등 145명이 안장돼 있다. 이번 전시는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조성 122주년과 100주년기념교회 설립 7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전시 개막일도 처음 묻힌 존 헤론 선교사의 안장일(7월 28일)을 택했다. 전시회의 주제는 ‘한국 땅에 묻히기를 원하노라’이다. 고종의 밀사로 활약한 호머 헐버트 선교사의 묘비명 ‘나는 웨스트민스터 성당보다 한국 땅에 묻히기를 원하노라’에서 딴 것이다. 전시에는 헐버트 선교사 말고도 가슴 뭉클한 사연과 묘비명 탁본이 수두룩하다. ‘만일 나에게 줄 수 있는 천 개의 생명이 있다면 그 모두를 한국에 바치겠습니다’(한국에 온 지 8개월 만에 26세의 나이로 숨진 의료 선교사 루비 켄드릭), ‘하나님의 아들이 나를 사랑하시고 나를 위해 자신을 주셨습니다’(제중원에서 일했던 헤론 선교사)…. 서울신문 전신인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한 어니스트 베델과 대한제국 애국가를 작곡한 프란츠 폰 에케르트 등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일반인 안장자의 탁본도 눈에 띈다. 여기에 1880년대 후반∼1930년대 말에 걸친 선교사들의 각종 행사·모임과 가족 사진, 1900년대 초반 서울 모습을 담은 사진도 선교사들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들이다. 전시회를 기획한 박종호 목사는 “초기에 이 땅에 들어와 복음의 씨앗을 뿌린 선교사들은 대부분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희생하다 목숨을 잃었다.”며 “도심의 살찐 닭둘기처럼 편하고 안이하게 살고 있는 기독교인들이 신앙인의 모범을 다시 생각하고 세우기 위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시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미술관에서 벌이는 춤판

    미술관에서 벌이는 춤판

    미술관에서 춤판이 벌어진다. 융·복합의 대세를 타고 무용가들이 미술관으로 진입한 것. 9월 16일까지 서울 관악로 서울대미술관에서 열리는 ‘나우 댄스’(Now Dance)전이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는 관객을 맞이하는 작품은 김봉태 작가의 ‘댄싱 박스’(Dancing Box) 연작들이다. 종이박스를 무용 동작처럼 펼친 뒤 알록달록 색깔을 입혀 놓은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도 한층 가벼워진다. 그다음에 눈길을 끄는 작품은 현대무용가 안은미의 ‘백남준 광시곡’. 백남준은 기괴한 퍼포먼스로도 유명했는데 그걸 안은미가 현대적으로 다시 재현해 낸 것이다. 베토벤 광시곡 연주에 맞춰 흰 넥타이를 잘라서 나눠주고 관객의 머리카락을 자르는가 하면 피아노를 공중에서 박살내는 모습을 보여 준다. 슬슬 체온이 달아올랐다면 이제 본격 감상의 시간이 왔다. 모두 6개의 영상 작품이 걸려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독일 최고의 현대무용수로 평가받는 자샤 발츠의 ‘다이얼로그 09’(Dialogue 09)다. 독일 베를린에 들어선 노이에뮤지엄에서 무용수 70여명을 동원해 거대한 퍼포먼스를 수행했는데 박물관 곳곳의 공간을 이용해 갖가지 공연 모습을 선보였다. 전쟁의 상흔이 느껴지는 곳에서는 엄숙한 몸동작이, 과거의 화려함을 모아둔 곳에서는 격정적인 춤이 공간을 휩쓸고 다닌다. 지난해 말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칸디다 회퍼의 사진전을 봤던 관람객들이라면 더 크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역사적 건물의 복원인 만큼 극도로 절제하는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복원을 맡았고 회퍼가 사진 찍은 그곳에서, 발츠는 춤을 춘 것이다. 회퍼가 텅 빈 박물관을 찍어서 역사의 발걸음 소리가 울리게 했다면, 발츠의 무용은 박물관을 휘감고 지나가는 역사의 거친 숨결처럼 느껴진다. 다른 하나는 스페인 무용가 나초 두아토의 ‘다중성, 침묵과 공간의 형식들’(Multiplicity, Forms of Silence and Emptiness)이다. 작품 앞에 섰을 때 은은하게 깔리는 음악들은 모두 바흐의 곡이다. 무용수들은 바흐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이런저런 곡의 특성에 맞춰 춤도 바뀌는데 그 가운데 무반주 첼로 조곡을 배경으로 한 춤이 눈길을 끈다. 남자 무용수가 연주자가 되고 여자 무용수가 첼로 역을 맡는데 환상적인 동작과 절묘한 호흡으로 인간의 몸 그 자체가 하나의 음표로 떠오르는 수준에까지 이른다. 바흐는 기독교 신앙에 충실한 음악가로 알려졌다. 그래서 엄숙하고 경건했을 것만 같은데, 두아토의 작품을 보고 나면 왠지 배 터지게 소시지 먹고 맥주 거품 입에 잔뜩 묻힌 채 자기 흥에 취해서 적당히 주접도 떨어가며 즐겁게 작곡을 했을 것만 같다. 김행지 선임학예연구사는 “백남준이 첼리스트 샬롯 무어만과 함께 인간의 몸으로 첼로를 연주하는 퍼포먼스를 한 적이 있는데 두아토의 작품은 그것을 연상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현대 무용의 흐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독일의 피나 바우슈, 가장 격렬하고 극적이면서도 관능적 안무를 선보인다는 벨기에의 빔 반데케이버스 작품 등도 만날 수 있다. 거명된 이름에서도 이미 짐작할 수 있듯, 이번 전시는 무용이되 연극적인 요소가 굉장히 강렬하고 영상 연출도 눈여겨볼 만하다. 미술관이지만 연극과 무용 같은 무대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도 챙겨볼 만한 전시다. 3000원. (02)880-9509.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선택! 역사를 갈랐다] (21)조선 천주교 개척 이벽&황사영

    [선택! 역사를 갈랐다] (21)조선 천주교 개척 이벽&황사영

    1779년(정조 3) 겨울. 남인의 젊은 학자들이 천진암에서 강학한다는 소식을 들은 이벽(李蘗)은 눈발이 날리고 호랑이가 출몰하는 100여리의 밤길을 내달려 강학회에 참여했다. 이벽의 등장으로 유학을 강마하던 모임은 대번에 서학과 천주교에 대한 토론장이 되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1784년. 이벽의 권유를 받은 이승훈이 북경에서 세례를 받고 귀국하자 조선에서 본격적으로 천주교(가톨릭)가 싹텄다. 천주교는 지식인을 비롯한 중인, 평민과 천민, 여성 등 각양각색 인물들에게 퍼져갔다. 정조가 승하하고 반 년 정도가 지난 1801년 1월. 대대적인 박해가 시작되었다. 정약용의 조카사위 황사영(黃嗣永)은 서울을 빠져나와 충청도 제천의 산골짜기 배론(舟論)에 숨어들었다. 배론의 토굴에 숨어지내며 그는 장문의 편지를 썼다. 편지는 북경 교구장 구베아(Gouvea) 주교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편지 말미에서 황사영은 조선 교회의 재건을 위해 전대미문의 요청을 했다. 편지는 그가 잡히면서 공개되었고 조선 조정은 뒤집어졌다. 이른바 ‘황사영 백서(帛書) 사건’이었다. 한국 천주교는 진리를 찾던 이들이 자발적으로 택했지만 그 선택은 박해가 예고된 고난의 여정이었다. 가시밭길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들은 진정 하늘에 오르는 사다리를 발견했던 것일까. ●18세기 중국 통해 서학·천주교 유입 17세기 초 조선 사람들은 ‘유럽’이란 또 하나의 세계를 알게 되었다. 18세기에 접어들자 서양의 천문, 역법, 수리, 의학에 관한 서적과 기물에 더욱 익숙해졌고, 북경에 간 사신들은 으레 선교사가 거주하는 천주당을 방문하였다. 그 결과 저들도 나름의 진리가 있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당시 서양과 그들의 학문에 대해 가장 해박했던 인물은 이익(李瀷)이었다. 그로 인해 서학(西學)이 일세에 풍미하게 되었고, 그의 문하에서 이른바 ‘친서파’(親西派)로 일컬어지는 이가환, 권철신, 정약전·정약용 형제, 이승훈 등이 배출되었다. 이익 문하의 학자들은 여전히 ‘서학 수용’에 머물러 있었다. 서학은 새로운 지식일 따름이지, 유교의 가르침에 상응하는 새 가르침이 아니었다. 그런데 홀연 학문에서 신앙, 신념으로 건너뛴 인물이 나왔다. 이벽이었다. 이벽은 어려서부터 ‘하늘의 도리’에 뜻을 두었다. 20세쯤 서학서에 충격받았고, 25세 전후에 서학 서적을 망라해 읽고는 드디어 마음을 바꾸고 천주교를 신봉하였다. 이 시기 전후에 그는 조선 최초의 호교서로 평가받는 ‘성교요지’(聖敎要旨)를 집필한다. 그것은 천지를 주관하는 천주(天主)에 대한 선언이었다. 그의 선언은 성리학의 근본 원리인 천리(天理)에 대한 도전이었다. 성리학에서 하늘은 천리이다. 천리는 우주 질서의 원리, 사물의 물리, 사회의 윤리이다. 천리는, 우리가 ‘하늘’을 들을 때 떠올리는 ‘하느님’, ‘푸른 하늘’ 같은 인격성과 자연성이 약하고, ‘질서·조화·바름’과 같은 추상성과 윤리성이 강한 개념이다. 천리는 유교 왕국 조선에서는 모든 질서의 원천이자 가치의 근원이었다. 이벽은 ‘천리는 현실에서 공허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천리에 비해 천주는 인격적 존재로 현실감이 있고 내세관마저 채워주는 존재였다. 그는 양 개념이 대립적이라고 여기지 않고 서로 보완되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대다수 조선인들은 천주 선언을 유교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으로 보았다. ●관대하던 정조 사후, 1801년 대대적 박해 시작 천주교를 찬성하건 반대하건, 지식인들은 ‘천리’와 ‘천주’의 대결이 가져올 파장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서로 대결한다면 그것은 문명 사이의 가치관 전쟁이자, 그에 동반한 사유와 많은 개념들을 재조정하는 일이 될 터였다. 16세기 천주교를 동양에 전파했던 예수회 선교사들은 이 점을 알고 있었고, 두 문명 사이의 대화와 상호 이해를 도모하였다. 선교사들은 ‘Deus’(God의 라틴어)를 유교 경전에 등장한 상제(上帝)와 유사한 천주로 번역했고, 또 천주를 천지의 대부(大父)·대군(大君)이라고 소개하였다. 천주교 설명에 유교의 텍스트와 개념을 빌린 것이다. 이 같은 설명 방식은 중국에서보다 조선에서 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유교적 이상 사회를 가장 진지하게 고민했던 조선의 지식인들은 천주교에서 유학과 일치하거나 때론 유학을 뛰어넘는 가능성을 보았다. 예컨대 한때 천주교 신자였던 정약용은 인격적 상제관에 기초한 새로운 유학 틀을 구상하였다. 정약용에게 영향을 미쳤던 이벽 또한 천주교를 축으로 유학의 미비점을 보완하려 하였다. 그러나 사회, 윤리 측면에서 문제는 매우 복잡하였다. 천주교인들은 천주 공경이 대효(大孝), 대충(大忠)이므로 유교 윤리는 천주교에서 완성되고, 유학자들이 오히려 천지의 군주와 부모를 모른 체한다고 역공했다. 물론 그 논리는 유교 윤리의 소멸로도 해석될 수 있었다. 더 위험한 것은 천주 앞에서 군(君)·신(臣), 부(父)·자(子)의 수직적 위계가 사라지는 일이었다. 천주교인들이 자신들은 충성과 효도를 어긴 적 없다고 아무리 강변해도, 대다수 지배층은 ‘천주 앞에서 만인이 평등하다.’는 논리 속에 잠재한 현실적 파괴력을 알고 있었다. 백성 하나하나가 박해를 감내하면서 자신이 신앙을 결단했다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유교적 명분 질서가 사라진 무부, 무군의 미래였다. ●“서양군 통해 유교 압박”… 황사영 백서 큰 파장 1785년(정조 9) 형조의 적발로 최초의 천주교 모임이 발각되었다. 신부도 없이, 지식인들이 서로 성직을 맡아 진행한 모임이었는데, 정조의 관대한 처분으로 그럭저럭 무마되었다. 모임의 주동자였던 이벽은 사건 이후 얼마 안 되어 30대 초반의 나이로 요절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도 전해진다. 본격적 박해를 경험하지 않은 이벽은 차라리 행복했다. 1801년에 터진 대대적 박해는 일부 신자들을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있었다. 그 와중에 황사영의 백서 사건이 터졌다. 백서의 내용 대부분은 순교자들의 전기이다. 당대는 물론 지금까지 논란을 부르는 부분은 후반부이다. 황사영은 교회 재건을 위해 몇 가지 방책을 제시했는데, 그중 ‘조선을 청에 내복(內服)시킴, 서양 군함과 병사를 통해 압박함’이 들어 있었다. 그 방책은 반국가, 반민족적 구상이라고 줄곧 비판받았다. 교회 재건이라는 동기와 박해라는 정황을 인정하더라도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 비판의 골자였다. 백서의 청원은 너무나 대담하고 몽상적이어서 교인들 사이에도 논란이 있었고, 당시 북경 교회가 그대로 감행하기도 어려웠다. 황사영 역시 실제 그렇게 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정부를 압박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그 방책들을 제시하였다. 그가 반정부, 반국가 의지가 강했다면 가장 쉬운 길은 교인들의 무력 봉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반란에는 분명히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해 보자. 황사영은 왜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종교의 보편 진리를 꿈꾼 그는 서양의 도리를 신뢰했던 듯하다. 예수회가 전한 서양은 안정된 생활, 인정이 넘치는 풍속, 약한 자에 대한 배려와 형제애가 실현된 ‘이상적 사회’였다. 현실의 고통이 강할수록 이상적인 바깥 세계에 대한 동경과 기대는 증폭되기 마련이다. 기독교적 형제애에 대한 갈망이 커질수록 전통적인 유교 윤리, 혈통 의식, 국제 관계 등은 무력하거나 부정적으로 보였을 법하다. 선교사가 청 황제, 기독교 국가의 군대를 움직일 수 있다고 믿고 싶었던 지나친 기대감은 그의 판단력을 가려버렸다. ●지금도 유교문화 속 기독교 신자 수 동아시아 1위 천주교와 유교의 보완을 꿈꾸었던 이벽의 노력은 정약종, 정하상 등으로 맥을 이어갔다. 일부 교인들은 동서양의 이상적 인간상을 투영하여 그를 되살렸다. 19세기 후반 천주교 공동체의 염원이 담긴 예언서 ‘니벽전’에서 그는 학문에 능통한 선비, 득도한 신선, 승천하는 예언자로 그려졌다. 황사영은 대역부도죄로 체포되어 능지처사되었다. 비극은 그의 개인과 가족, 당대 교인들에게만 끝나지 않았다. 지배층과 일반 백성은 백서 사건을 계기로 천주교인들을 정말로 무부무군의 무리, 나라를 팔아먹는 무리로 여기게 되었다. 두 사람의 선택은 현재의 우리에겐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한국은 유교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으면서도 기독교(가톨릭과 개신교) 신자 수가 1위인 동아시아의 특이한 국가이다. 전근대의 보편 가치와 근대의 보편 가치를 상징하는 두 종교 사이에 현재의 우리가 놓여 있다. 예수회 이벽의 선택은 ‘내 안의 가치’와 ‘타인 안의 가치’를 동등하게 존중하고 서로 대화하는 자세와 통한다. 그리고 종교, 문명,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 사이의 조화에 힘쓰는 이들을 통해 계승되고 있다. 그러나 인정과 대화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이다. 서로의 부족함을 고백하는 겸손에서 대화는 출발하지만, 나·우리 혹은 타자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고정해 버리면 성찰과 다양한 해석이 설 자리는 사라져 버린다. 그 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황사영은, 박해라는 정황을 감안하더라도, 외재(外在)하는 기준을 절대화해 버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원을 긍정하고 독선에 빠지지 않는 자세야말로 언제나 곰곰이 생각해 볼 덕목이었다. 세계화, 다문화, 정보화가 가속하는 지금에서는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이경구 (한림대 한림과학원 HK교수)
  • “부처의 나눔 정신으로 다가오는 100년 공동체 삶 고민할 것”

    “부처의 나눔 정신으로 다가오는 100년 공동체 삶 고민할 것”

    “자체적으로 생겨나 자체적으로 운영해 온 대표적 불교단체인 만큼 이제 시대에 걸맞은 역할을 찾아 목소리를 제대로 내야 할 것입니다.” 내년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지난 14일 기념사업회 발기인대회를 마친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대불련)의 최경환(25) 회장. ‘50주년 기념사업회’ 공동추진위원장에 선출된 최 회장은 1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불련이야말로 한국 현대사와 한국불교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체”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불련은 1963년 각 대학 불교학생회가 모여 창립한 불교 학생단체. 창립 이후 줄곧 ‘진리의 빛’ ‘진리의 얼’ ‘진리의 벗’ 등 3대 강령에 맞는 어젠다를 설정해 활동하면서, 불교계에선 드물게 일찍부터 사회참여의 목소리를 내온 단체로 평가받는다. “대불련은 무엇보다 부처님의 정신을 바탕으로 스스로가 구도자의 마음가짐으로 생명 가치 구현에 앞장서 복지사회를 건설하자는 실천의 정신을 중시합니다.” 그의 말마따나 대불련은 1960년대 만연해 있던 기복신앙을 떠나 부처님 말씀을 시대에 맞게 전하려는 운동에 앞장섰고 1970∼1980년대엔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 1990년∼2000년대엔 비교적 사회적 차원의 문제점에 착안해 대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자아찾기’에 치중한 흐름을 보여준다. “대불련이 반세기를 맞는 내년은 지난 50년을 겸허하게 평가하고 다가오는 100년을 어떻게 맞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중요한 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21세기에 붓다가 있었다면 무슨 말씀을 하실 것인지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지요. 아마 가장 중요한 어젠다는 역시 ‘같이 살아간다.’는 공동체의 삶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내년 기념사업의 테마는 일단 ‘감사와 사은’으로 정했단다. “대불련이 50년간 활동할 수 있었던 데는 밖에서의 지원이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그분들에 대한 감사와 사은을 토대로 새 역할을 찾아보자는 것입니다.” 그 감사와 사은의 마음은 ‘대불련 50년사’ 발간을 비롯해 역사자료 전시회와 대불련에 힘이 되어준 사람들에 대한 조사와 정리작업, 후원금 모집 행사로 결집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도단체에 조계종 명칭을 써야 하고 포교원장이 단체장의 임명권을 갖도록 한 조계종 포교원의 ‘신도단체 재등록 사업’은 대불련 입장에서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 16일 조계종 화쟁위원회에 그와 관련한 조정 신청을 내기도 했다. “모든 불교 종파가 함께 참여해 온 대불련은 늘상 나눔의 공동체를 지향해 왔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같이 살아야 할 공동체라면 분란과 갈등의 요인을 먼저 경계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종교플러스]

    경봉 스님 열반 30주기 특별전 통도사 성보박물관은 경봉 스님 열반 30주기를 맞아 13일부터 9월 23일까지 ‘삼소굴’(三笑窟) 특별전을 개최한다. 전시는 ▲삶과 흔적 ▲일상 ▲교유(交遊) ▲법향(法香)과 사자후 ▲망중한 속 묵향(墨香)으로 구성돼 경봉 스님의 친필 유묵과 달마도를 비롯해 스님의 삶을 살필 수 있는 유품들을 보여 준다. 50년간 남긴 일기며 선지식과의 문답을 담은 편지와 게송 등 미공개 친필원고와 유품 350여점이 나온다. 경봉 스님 열반 30주기 추모다례는 16일 오전 10시 통도사 설법전에서 봉행된다. 신약성경신학·신학방법 발간 가톨릭출판사는 ‘가톨릭문화총서’ 제31권(신약성경신학)·32권(신학방법)을 발간했다. ‘신약성경신학’은 신약성경 연구자 칼 헤르만 쉘클레가 오랜 기간 정성을 기울여 낸 신약성경신학 시리즈 두 번째. ‘하느님은 그리스도 안에 계셨다’라는 제목 아래 ‘계시’, ‘해방과 구원’, ‘하느님의 거룩하신 영’, ‘하느님 신앙과 신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학방법’은 20세기 가장 뛰어난 신학자 중 한 사람인 버나드 로너간 신부의 저서. 신학뿐 아니라 현대 과학과 철학, 종교학을 총체적으로 아울러 가톨릭교회 신학 발전사에 혁신적 전기를 마련한 책으로 평가받는다. 목회자 멘토링 후속행사 개최 지난 6월 4∼7일 있었던 개신교계의 ‘제1회 목회자 멘토링 콘퍼런스’ 후속 행사가 마련된다. 이 프로그램 멘토인 이찬수(분당우리교회)·박은조(은혜샘물교회)·이재철(100주년기념교회) 목사의 사역 현장을 방문, 교제하고 대화하는 자리. 분당우리교회는 19일, 은혜샘물교회는 23일, 100주년기념교회는 24일 각각 행사를 진행한다.
  • “교회 이젠 성장 포기하고 공동체 회복 실천 신앙을”

    “교회 이젠 성장 포기하고 공동체 회복 실천 신앙을”

    “은퇴하거나 별세한 1세대 목회자들을 이어 2세대 목회자들이 한국 교회를 이끌고 있지만 카리스마의 공백현상이 심합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그로 인해 엄청난 위기에 직면해 있지요.” 오는 16일부터 3일간 경기 가평군 필그림하우스에서 ‘오늘의 교회가 직면한 도전’이란 주제로 국제실천신학심포지엄을 개최하는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은준관 총장. 은 총장은 1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교회와 목회자들이 문화사역에 치중하고 대형 건축물을 짓는 등 몸부림치지만 다가오는 시대를 제대로 맞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많은 교회, 목회자들이 프로그램 개발과 조직관리에만 혈안이 돼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한국 교회는 그보다는 초기교회의 공동체를 되찾기 위한 신학적 고민을 치열하게 해야 합니다.” 이번 심포지엄은 바로 그 실천신학의 측면에서 한국교회를 진단하고 미래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 은 총장과 하워드 스나이더(캐나다 틴데일신학교) 교수, 이동원(지구촌교회 원로) 목사가 강연에 나선다. “지금 교회는 역사 속 교회의 존재 이유와 함께 교회 공동체가 어떤 모습으로 현존하는지, 그리고 역사의 아픔을 치유하는 하나님의 매개로 제대로 작용하는지 따져 봐야 합니다.” 은 총장은 특히 교회가 어떻게 다시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목회자가 교인들을 하나님 앞에 서게 만들 것인지를 가장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대인들은 그리스도와 관계없이 스스로 영적인 삶을 사는 세속적 영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지금 한국의 대형 교회들이 추구하는 프로그램과 조직관리로는 다가오는 탈세속 이후의 시대에 제대로 대비할 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교회는 결코 과시하고 정복하기 위한 종교성의 상징이 될 수 없다는 은 총장은 그래서 대형 교회든 작은 교회든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이제 교회는 성장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게 가장 먼저 할 일입니다. 작은 교회도 더 이상 큰 교회를 모방하는 서바이벌 게임에 매여선 안 됩니다. 교회와 교단의 확장 대신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서 일구는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예배와 선교 등 모든 형태의 실천적 신앙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초기교회처럼 함께 나누는 공동체를 위한 신학적 고민과 그를 통한 치유의 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은 총장은 공동체 회복의 차원에서 심포지엄 첫날 저녁, 떼제 공동체예배와 성만찬을 겸한 독특한 예배 워크숍을 시도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베네딕도 벗들 캠프’ 새달 10일 개최

    ‘베네딕도 벗들 캠프’ 새달 10일 개최

    천주교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원장 이형우 아빠스)이 ‘수도생활 체험학교’ 운영 10주년을 맞아 특별 행사를 마련한다. 오는 26∼29일 만 32세 미만 미혼 남녀 대상의 ‘제34차 수도생활 체험학교’를 여는 데 이어 8월 10∼12일 역대 참가자 및 가족을 초청해 ‘베네딕도의 벗들 캠프’ 행사를 갖는다. 왜관수도원 ‘수도생활 체험학교’는 국내 가톨릭교회 수도회 중 처음으로 2002년 마련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수도원 체험행사. 침묵과 기도, 엄격한 규율과 봉쇄쯤으로 인식됐던 수도자의 삶을 일반인이 직접 경험하는 색다른 기회를 처음 제공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의 기본적인 생활과 왜관수도원 소개를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게 특징. 학교에 참가하는 이들은 수도자들과 함께 매일 다섯 번씩 성당에서 기도와 미사를 봉헌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아침·저녁 명상 시간 말고도 오전·저녁에 수도생활과 관련된 특별 강의도 듣는다.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는 베네딕도 성인의 가르침 그대로 작업장에서 노동체험을 하고, 조별 공동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거룩한 독서)에도 참여한다. 매년 여름과 겨울 한 차례씩 열린 이 체험학교는 천주교에서 특히 젊은 신앙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행사로 평가받는다. 지난 10년간 체험학교를 다녀간 참가자만도 2600여명에 달한다고 왜관수도회 측은 집계했다. 수도생활 체험학교는 고등학생 이상 만 32세 이하의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하며 매회 선착순 50명에 한해 신청받는다. 체험학교에 참가했던 일반인을 중심으로 매월 한 차례 1박 2일간 열어온 ‘베네딕도의 벗들 기도모임’은 영적 체험을 일상에서 이어가는 연결행사. 다음 달 ‘베네딕도의 벗들 캠프’는 지난 10년간의 학교와 기도모임을 돌아보고 기념하는 자리. 왜관수도원 박진형(비오) 수사 신부는 “젊은 신앙인들의 성소 회복과 영적 체험 차원에서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다.”며 “이번 행사는 종전과 조금 다르게 화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캠프 형식의 기념행사로 진행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바다의 모든 것’ 부산에 떴다

    ‘바다의 모든 것’ 부산에 떴다

    국립해양박물관이 9일 개관식을 갖고 운영에 들어갔다. 해양박물관은 부산 영도구 동삼동 혁신도시 내 4만 5000㎡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건립됐다. 2009년 12월 착공, 지난 5월 준공됐으며 총 1142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해양박물관은 ‘나의 바다, 우리의 미래’라는 콘셉트로 해양문화, 해양역사·인물, 항해선박, 해양생물, 해양체험 등 해양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세계 최초의 종합해양박물관을 표방한다. 전시관은 상설전시관 8개, 기획전시관 1개, 어린이 박물관, 해양도서관, 수족관, 대강당, 4D영상관으로 구성됐다. 전시용 유물은 1만여점에 달한다. 상설전시관에는 해양 역사와 과학·산업 등 다양한 유물 등이, 해양역사인물관과 해양문화관에는 조상들의 바다에 대한 인식과 삶, 신앙과 관련된 유물과 자료 등이 전시됐다. 상설전시관에서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함경도해안실경지도첩’, ‘죽도제찰’과 아시아 최초로 공개되는 ‘세계 최초의 해도첩’ 등의 희귀 유물도 만나볼 수 있다. 항해선박 영역에서는 우리나라 한선(韓船)의 변천 과정과 국내 최대 크기로 복원(실물 2분의1)한 ‘조선통신사선’이 전시된다. 조선통신사선은 조선시대에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보낸 외교사절단이 타고 갔던 선박으로, 국산 소나무를 사용해 전통 기법으로 복원됐다. 해양생물관에는 해양생물의 배양 및 성장과정을 보여 주는 미니 수조와 해양생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터치풀, 직경 11m, 수심 4.8m 총 377t 규모의 수족관에서는 국내 연근해 상어·가오리 등의 해양생물을 선보인다. 특히 해양체험관에서는 원격조종 보트, 요트레이서 체험을 통한 해양스포츠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해양과학관은 심해 잠수정을 활용한 심해저 광구개발, 양광 시스템 및 심해 탐사와 남극 생태계 연구, 얼음바다 속 생물자원 연구 등을 소개한다. 극지 코너에서는 격주 토요일마다 남극 세종기지와의 화상 통화를 제공한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이며, 토·일요일은 각각 3시간, 1시간 연장한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입장료는 모두 무료이며 4D영상관만 유료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외교론 부족… 韓·中 민간소통 필요”

    “정부 간 외교는 자국의 외교정책을 알리는 데 주력합니다. 하지만 이런 전통적인 전달 방식으로는 그 나라의 사회·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죠. 이때 국가 간 사회·문화적인 간극을 좁혀 상호 간 이해의 폭을 넓혀 주는 게 바로 ‘공공외교’의 역할입니다.” ‘중국 공공외교의 대부’ 자오치정(趙啓正·72)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상무위원 겸 외사위원회 주임(장관급)은 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KF) 주최 포럼에서 “인터넷 등으로 세계 뉴스가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글로벌 시대에는 정부 간 외교 못지않게 다른 나라와의 소통을 도와주는 공공외교가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국과학기술대에서 핵물리학을 전공한 자오 주임은 1990년대 푸둥(浦東)관리위원회 주임으로 상하이(上海)시 개발을 지휘했고 상하이시 부시장, 국무원 신문판공실 주임(공보장관) 등을 지냈다. 특히 국가의 대내외 언론 및 홍보를 관장하는 국무원 신문판공실 주임을 맡은 이후 중국 공공외교 발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인들은 문화적 차이에 따라 가치관·신앙·사유방식·생활방식이 다른 만큼 서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죠. 그렇다 보니 어떤 사안을 놓고 자국의 사정과 입장에 따라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고, 심지어는 충돌까지 빚게 됩니다.” 자오 주임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외교와는 다른 채널인 경제·사회·문화·과학·언론·체육·예술·종교 등 다양한 분야 민간단체들 간의 교류를 통해 서로 친밀감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두 나라 외교관계는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언어·문화적 차이로 인해 양국 국민들 사이에 종종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등 소통이 충분하지 못하다.”면서 “한·중 양국은 우선적으로 자국의 실정에 맞는 공공외교 방안을 개발해 추진함으로써 상호 간 신뢰감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열린세상] 종교 없는 사회가 가장 도덕적이라니/박상익 우석대 역사교육학과 교수

    [열린세상] 종교 없는 사회가 가장 도덕적이라니/박상익 우석대 역사교육학과 교수

    미국의 대통령 선거전이 종교 문제로 달아오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동성 결혼’ 지지 선언을 하자,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며 오바마와 각을 세웠다. 보수 기독교계와 보수 성향 시민·사회단체들도 ‘오바마 규탄’을 외치며 행동에 나섰다. 그동안 모르몬교도라는 이유로 롬니에 거부감을 보이던 보수 기독교계는 ‘동성 결혼’을 계기로 롬니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수 기독교계에서는 진작부터 오바마의 종교를 의심하고 검증하려 했다. 얼마 전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전 교회 담임이자 멘토로 유명한 라이트 목사가 “오바마 부부는 교회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밝힌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증폭되었다. 최근 갤럽이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미국 성인남녀 1004명 중 44%는 오바마의 종교가 무엇인지 몰랐고, 대통령을 이슬람교도로 알고 있는 사람도 11%나 됐다고 한다. 오바마가 언론 인터뷰 등에서 자신을 독실한 기독교인이라고 적극적으로 소개한 것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오바마의 타종교에 대한 개방적 태도가 빌미를 준 셈이다. 종교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는 미국 사회를 보노라면, 같은 서양 문명권이면서도 종교성이 지극히 약한 덴마크와 스웨덴을 떠올리게 된다. 미국의 사회학자 필 주커먼은 2005년 5월부터 14개월 동안 덴마크에서 살았다. 아내와 두 딸이 함께했고, 그곳에서 아이가 하나 더 태어났다. 아이들은 덴마크 학교에 보내 교육시켰다. 그는 수백명의 덴마크인·스웨덴인과 인터뷰를 진행해 두 나라의 종교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물이 ‘신 없는 사회’(마음산책)다. 주커먼에 의하면, 정치인과 공무원의 청렴도에서 덴마크는 세계 4위, 스웨덴은 6위며, 상위 20개국 중 대다수가 비교적 종교성이 약한 나라다. 지니계수를 바탕으로 한 경제적 평등 면에서 덴마크는 세계 2위, 스웨덴은 4위다. 소득 평등이 가장 잘 이루어진 상위 20개국 중 대다수는 종교의 영향력이 약한 곳이다. 세계 경제포럼에 따르면 스웨덴의 국가경쟁력은 세계 3위, 덴마크는 4위다. 20위권 국가 중 종교의 세력이 강한 곳은 미국(6위)뿐, 다른 나라들은 모두 종교성이 약한 곳이다. 가난한 나라를 위한 자선 행위를 살펴보면 덴마크는 2위, 스웨덴은 3위고, 세계 최빈국들에 가장 많은 원조를 하는 20개국 중 많은 나라가 확연히 비종교적이다. 독일의 싱크탱크인 한스-뵈클러 재단은 사회적 정의의 확립에 얼마나 성공했는지를 기준으로 각국의 순위를 매겼는데, 세계에서 가장 비종교적인 나라인 덴마크·스웨덴이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주커먼은, 만약 이 세상에 가장 ‘안전하고 견실한’ 사회가 있다면 덴마크가 바로 그런 곳이라고 단언한다. 흔히 기독교는 ‘빛과 소금’으로 자처한다. 그런데 종교성이 가장 약한 덴마크·스웨덴이 공무원의 청렴도, 경제적 평등, 사회적 정의, 최빈국 원조 등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대단한 역설이 아닐 수 없다. 그뿐인가? 2011년 1인당 국민소득 순위를 보면 덴마크와 스웨덴은 각각 7위와 8위였고, 미국은 15위였다(한국은 31위). 두 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부자 나라이기도 한 것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후기산업사회 중에서도 가장 불평등한 나라에 속하며, 부자 나라임에도 경제적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예수는 “나무는 그 열매를 보고 안다.”고 했다. “말로만 주여, 주여 하는 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천국에 들어간다.”고도 했다. ‘열매’와 ‘실천’을 놓고 보면 미국보다 덴마크·스웨덴이 예수의 기준에 훨씬 더 부합하는 모범국가인 셈이다. 기독교의 굴욕이다. 매사에 미국을 준거로 삼는 우리에겐 충격이다. 미국 기독교는 동성 결혼이나 오바마 신앙 검증 같은 지엽적 문제로 바람몰이를 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정의와 경제적 평등 같은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목표에 매진해야 하는 것 아닐까? 미국 기독교를 빼닮은 한국 기독교 또한 빈약한 ‘도덕적 열매’에 대한 책임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 학자들의 신앙이 된 숫자 ‘임팩트 팩터(IF)’ 논란

    학자들의 신앙이 된 숫자 ‘임팩트 팩터(IF)’ 논란

    언제부턴가 학자들이 신앙처럼 떠받들게 된 숫자가 있다. 미국에서 만들어졌지만 유독 한국에서 더 그렇다. 조금이라도 오르면 환호하고, 혹여 떨어지면 자신이 갖고 있는 주식이 떨어진 것보다 더 슬퍼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느새 ‘절대적인 신앙’이 돼 버린 숫자. 학자들의 연구에 대한 가치를 매기는 점수. 인용지수 또는 임팩트 팩터(IF)로 불리는 지표다. ●의학저널 대거 상위권 포진 톰슨 로이터는 전 세계에서 발행되는 SCI 저널의 인용 통계 보고서(Journal Citation Reports 2011)를 최근 발표했다. 톰슨 로이터는 세계 규모의 출판사이자 사설 평가기관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저널의 가치 평가는 SCI 등재 여부와 인용지수로 평가된다. 특히 한국의 경우 교수 임용이나 석박사 학위, 연구실적 평가 등에 ‘SCI급 논문’을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삼고 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연구자와 연구 결과의 수준을 따지는데 현재까지 SCI만큼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잣대가 없기 때문이다. 톰슨 로이터의 보고서에 이름을 올린 SCI저널은 8200여개가 넘는다. 이 때문에 이 안에서도 어느 저널이 더 유력 저널인지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바로 임팩트 팩터(IF)다. IF는 해당 저널에 실린 논문이 지난 한해 동안 다른 연구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중요한 연구 결과일수록 후속 연구를 하려는 사람들이 몰리게 마련이고, 그들의 논문에는 참조한 논문이 인용된다. 이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 IF인 셈이다. 학문 영역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IF가 높은 저널은 곧 영향력 있고 뛰어난 저널로 봐도 무방하다. 일반적으로 생물학의 경우 IF가 10 이상이면 유력저널로 평가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IF가 가장 높은 저널은 ‘임상의학의를 위한 암 저널’(A Cancer Journal for Clinicians)로 IF가 101.78에 이른다. 2위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의 53.298과 비교해도 두배에 이른다. 의학저널의 IF가 유독 높은 것은 논문을 접한 의사들이 임상실험 등을 통해 검증하거나 적용하기 위해 애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의학은 가장 많은 연구비가 투입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랜싯(Lancet) 등 IF 상위권에 의학저널들이 대거 자리잡은 가운데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네이처는 36.28, 셀은 32.403, 사이언스는 31.201을 기록했다. 최근 강수경 서울대 교수의 논문조작 의혹으로 주목받은 ‘산화환원신호전달’(ARS)은 8.456이었다. 반면 한국에서 발행되는 SCI급 저널들은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SCI에 등재된 75편 중 IF가 가장 높은 저널은 대한생화학분자생물학회지로 2.481에 불과하다. 세계적 저널을 만들겠다고 정부가 지난 수년간 쏟아부은 지원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수치다. 특히 40여개 저널은 0점대에 머무르고 있다. 저널에 실린 논문이 1년간 한번도 채 인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IF의 부작용 목소리도 높아 IF가 학문간 우월성을 좌우하는 잣대는 아니다. 금종해 고등과학원 부원장은 “수학자가 1편의 논문을 쓰면 물리학자는 3~4편, 화학자는 5~6편, 생물학이나 의학자는 8~10편을 쓴다.”면서 “실험을 통해 논문이 많이 나올 수 있는 학문이 있고, 그렇지 않은 학문이 있는 만큼 IF를 비교하더라도 학문간 구분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IF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특히 수학의 경우에는 최상위 저널이라고 해도 IF가 1을 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학문 특성상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없기 때문이다. 물리학 역시 거대장비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 후속연구가 쉽지 않아 IF가 낮은 경우가 많다. IF로 학문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현재 국내에서는 연구자의 논문편수와 논문이 게재된 저널의 IF를 이용해 연구를 평가한다. 그러나 이로 인한 부작용이 만만찮다. IF를 높이기 위해 조직적으로 같은 학술지의 논문을 재인용하는 경우가 적발돼 2005년 국제적인 망신살이 뻗치기도 했다. 당시 톰슨 로이터 측은 급작스럽게 한국 학회지들의 IF가 높아지자 조사에 착수, 자기인용을 수치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대부분 학회의 대표학술지 IF가 다음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2009년에는 김동욱 연세대 의대교수, 정형민 차바이오앤디오스텍 사장 등이 편집이사를 맡는 등 의학·줄기세포 학계의 유력자들이 대거 참여한 조직공학·재생의학회에서 발행한 저널 ‘조직공학과 재생의학’에서 무더기 논문표절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이 학회지는 SCI등재후보지였으며 논문수와 IF를 높이기 위해 이 같은 일을 조직적으로 벌였지만, 사건이 불거지자 폐간 절차를 밟았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SCI와 IF가 처음 도입됐을 때는 객관적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많았지만, 이제는 정량화된 방식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면서 “연구자 개개인의 역량을 믿는 방향으로 평가기준 등이 바뀌어야 할 시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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