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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승태 사건 재판장 “나 혼자 착각했나…당황”

    양승태 사건 재판장 “나 혼자 착각했나…당황”

    8월 10일까지 재판 안끝나면 양 전 대법원장 구속 풀려나재판부 증인 관련 의견서 요청에 변호인 측 두루뭉술 의견서검찰 “재판 지연 전략” 맹비난···변호인 “충분한 자료 못받아”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아직 재판 준비 절차에 머물고 있다. 검찰은 변호인단이 재판을 지연시킨다고 비판했고 변호인 측은 검찰이 수사자료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며 서로를 탓했다. 재판부는 “당황스럽다”며 난감함을 감추지 못했다. 1심 구속기간은 6개월로 오는 8월 10일까지 판결이 나지 않으면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 상태에서 풀려나 재판을 받는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 심리로 15일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장인 박남천 부장판사는 “지난번에 조속히 증거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해 달라고 촉구드렸고 이후 피고인 의견서가 제출됐다”면서 “그런데 지난번에 얘기한 것과 너무 다르게 돼 있어서 계획했던 대로 재판을 진행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밝혔다. 박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의견서를 받고 굉장히 당황했고 ‘그때 나 혼자 착각했나’ 생각할 정도로 재판부 예상과 너무 다른 의견서들이 나와 있었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25일 첫 준비기일을 가진 뒤 3주 만에 열린 이날 재판에서 검찰 수사기록 가운데 변호인이 어떤 증거에 동의할지, 부동의한다면 어떤 증인을 법정에 부를 것인지 계획을 밝혔어야 하는데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그러자 검찰은 “피고인들은 11일에야 쟁점 및 증거 동의 여부에 관한 의견서를 냈다”면서 “피고인들의 태도를 보면 신속한 심리에 협조할 의지가 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증거 동의를 결정할 만한 충분한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어떤 자료를 못 받았다는 거냐”(검찰), “최종 수사 목록을 달라”(변호인)며 또다시 공방이 펼쳐지자 박 부장판사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좀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며 오는 22일 3차 준비기일에서 일부 증인이라도 확정할 수 있게 서둘러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자사고 인기도, 폐지정책도 계속

    자사고 인기도, 폐지정책도 계속

    11일 헌법재판소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원자는 일반고에 동시 지원할 수 없도록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81조 5항’에 대해서만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자사고 입시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게 됐다. 교육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자사고 폐지 정책 기조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나온 헌재 결정은 지난해 자사고 측에서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과와 마찬가지였다. 자사고의 우선 선발권은 제한하되, 자사고에 지원하는 학생이 동시에 일반고에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사고와 외국어고가 12월에 ‘후기고’로 일반고와 함께 학생을 모집하고, 대신 자사고와 함께 일반고도 동시 지원해 자사고에서 떨어질 경우 2지망으로 지원한 일반고에 갈 수 있도록 한 현행 제도가 유지된다. ●“고입 재수 위험 사라져 선호도 유지될 것” 학생들의 자사고 선호도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22곳의 자사고가 있는 서울은 지난해 일반전형 평균 경쟁률이 1.30대1로 전년 1.29대1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초 교육부는 자사고 학생 선발 시기를 일반고와 같은 12월로 묶는 동시에 자사고 지원 학생은 일반고에 동시 지원을 못하도록 하려 했다. 그렇게 되면 자사고에서 떨어질 경우 통학거리가 1시간 가까이 되는 학교에 임의배정을 받거나 최악의 경우 디닐 학교가 없어 ‘고입 재수’를 해야 하는 시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헌재가 “동시 지원 금지에 대한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자사고 측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제동이 걸렸다. 일단 자사고 지원 학생이 일반고에도 ‘동시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자사고 경쟁률도 큰 변화가 없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헌재 결정이 현 제도에서 변화가 없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면서 대입 정시 확대 분위기와 함께 학생과 학부모들의 자사고 선호도는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조금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상산고와 민족사관고(민사고) 등 전국 단위 자사고의 강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7월 재지정 취소 땐 행정소송 대응 다만 교육당국의 운영성과 평가를 바탕으로 재지정 취소를 통해 자사고를 폐지하려는 정부 정책은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교육청은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자사고·외고·국제고 지원 학생이 일반고를 중복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둬 여전히 자사고 등이 학생 선점권을 갖게 한 것은 아쉽다”고 밝혔다. 서울 지역의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 자사고 13곳은 서울교육청의 평가 기준 상향이 부당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오는 7월 초로 예상되는 재지정 취소 여부 결과에 따라 행정 소송을 예고한 상태다. 교원단체 반응은 엇갈렸다. 자사고 폐지를 지지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헌재 결정 결과로 자사고 지원자들은 전기 과학고와 자사고 일반고 총 3번을 지원할 수 있게 돼 특혜를 입었다”고 비판했다. 반면 자사고 유지를 지지하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자사고의 설립 취지와 입지가 약화되고, 학생·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놨다. 한편 교육부는 “(자사고, 일반고 동시 지원을 금지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81조 5항에 대한 개정을 신속히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이미선 후보 남편 해명 “아내, 주식거래 방법도 모른다”

    이미선 후보 남편 해명 “아내, 주식거래 방법도 모른다”

    주식 보유와 미공개 정보 이용 투자 의혹 등의 논란에 휩싸인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남편이 “주식거래는 전적으로 내가 한 일로, 불법이나 위법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의 남편인 오충진 변호사는 11일 이런 취지의 입장문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오 변호사는 우선 “어제 아내가 (청문회에서) 답변하면서 명확하고 자세히 설명하지 못한 것은 사실을 숨기려는 것이 아니었다”며 “주식거래는 전적으로 제가 했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답변하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변호사인 제 연봉은 세전 5억 3000만원가량”이라며 “지난 15년간 소득의 대부분을 주식에 저축해 왔고, 부동산은 빌라 한 채와 소액의 임야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5년간 소득을 합하면 보유 주식 가치보다 많고, 불법적 방식의 재산 증식은 하지 않았다”며 “부동산 투자보다 주식거래가 건전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결과적으로 후보자에게 폐를 끼쳤다”고 설명했다. 오 변호사는 또 “후보자는 주식을 어떻게 거래하는지도 모르고,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며 “주식거래와 재산관리는 남편인 제게 전적으로 일임했다”고 적었다. 또 “주식 거래 과정에서 불법이나 위법은 결단코 없었다”며 “그러나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돼 마음이 무겁다”고도 해명했다. 오 변호사는 “평생 재판밖에 모르고 공직자로서 업무에 매진한 후보자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길 소망한다”며 “청문회에서 아내가 약속한 주식 매각은 임명 전이라도 최대한 신속히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야권은 전날 인사청문회를 끝낸 이 후보자의 부적격성을 강조하며 일제히 사퇴를 요구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식으로 재산을 35억원이나 만들고도 그것을 남편이 다했다고 주장하는 헌법재판관 후보는 정말 기본적인 자격이 없는 것 아닌가”라며 “즉각 사퇴하거나 지명을 철회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주식으로 얼룩진 청문회’를 보는 국민들은 하도 기가 막혀서 청와대가 검증을 과감하게 ‘생략’한 건지 의문을 제기한다”며 “조국 수석과 조현옥 수석 등 인사 검증 책임자들이 대통령에게 조금의 면구함이라도 있다면 스스로 물러남이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민주평화당은 이 후보자를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에 빗대 ‘미선 로저스’라고 명명하며 사퇴를 요구했고, 정의당은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 후보자를 이른바 정의당 ‘데스노트’에 올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식적인 판단을 유보했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해찬 대표가 국립현충원 참배 후 이동 중 이 후보자와 관련해 “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남편이 주식 거래를 전담했다고 해명했고, 다소 국민 눈높이에는 맞지 않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이어서 도의적으로 매우 지탄받는 행위라고는 보기 어려운 것 아닌가”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번에도 특별히 인사검증에 실패했다기보다는, 인사검증은 기준에 의해 정확히 한 것 같다”며 “그런데 주식 거래와 관련된 사항은 기준에 있는 것이 아니니 넘어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헌재 “자사고·일반고 ‘이중지원 금지’ 위헌”…고교입시 작년처럼

    헌재 “자사고·일반고 ‘이중지원 금지’ 위헌”…고교입시 작년처럼

    동시선발은 합헌…이중지원 금지 ‘위헌’에 정부의 자사고 ‘고사’ 정책 제동 불가피자사고·외고 등 일반고와 같은 시기 이중지원 가능자연계 최상위권 학생 총 4번 지원 기회중3 학부모 ‘입시 눈치작전’ 이어질듯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원자의 일반고 이중지원을 금지한 현재 신입생 선발제도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고교입시 전형이 지난해와 같은 틀을 유지하게 되면서 자사고 지망생과 학부모들이 우려했던 혼란은 일어나지 않게 됐다.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에는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는 11일 자사고의 학생선발 시기를 일반고와 같은 ‘후기’로 조정하고 자사고와 일반고 양쪽에 이중지원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1조 제5항을 위헌으로 결정했다. 헌재는 자사고와 일반고 학생을 동시에 선발하도록 한 같은 법 시행령 제80조 제1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자사고와 일반고가 학생선발은 같은 시기에 해야 하지만 양쪽에 이중지원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학생선발이 앞으로도 지난해처럼 일반고와 같은 시기에 치러지고, 양쪽에 이중지원도 할 수 있게 됐다. 헌재 결정에 따라 올해도 자사고·외고·국제고 전형은 12월쯤 일반고와 함께 치러진다. 고교 입학전형은 통상 8∼11월에 학생을 뽑는 전기고와 12월에 선발하는 후기고로 나뉜다.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등은 전기, 일반고는 후기에 입시를 치러왔다. 전기고 모집 때 과학고를 썼다가 떨어져도 후기고 모집 때 자사고·외고·국제고 중 한 곳을 쓸 수 있는 것도 다르지 않다. 자사고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앞으로도 지난해처럼 집에서 가까운 일반고에 함께 지원할 수 있다.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은 ‘영재학교→과학고(전기모집)→자사고·일반고(후기모집)’ 등 총 4번 지원 기회를 노려볼 수 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은 이에 따라 영재학교와 과고의 경쟁률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최상위권은 자사고를 지원하고 중상위권은 집에서 가까운 일반고를 지원하는 현상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지난해 6월 말부터 효력 정지 상태였던 자사고·일반고 이중지원 금지 관련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조항은 조만간 법령을 개정해 삭제할 예정이다. 교육당국의 ‘자사고 폐기’ 정책에 힘이 빠지면서 자사고 지원율을 보면서 추가모집 막판까지 중3 학생과 학부모들이 ‘눈치작전’을 펼치는 현상은 당분간 줄지 않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교육부는 자사고 등이 우수 학생을 선점해 고교서열화를 심화시킨다고 보고 2017년 12월 일반고와 동시에 학생을 선발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또 자사고 지원자는 일반고에 이중으로 지원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지난해 2월 상산고와 민족사관고 등 전국단위 자사고 이사장들과 자사고 지망생 등은 “동시선발·이중지원 금지 조항이 평등권과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0조에는 고교 유형별 학생선발 시기가 규정돼 있고 81조에는 고교 지원 시 지켜야 할 사항이 담겨있다. 자사고는 교육부가 시행령 개정을 강행하자 크게 반발하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효력정지 가처분도 신청해 이중지원 금지 규정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다만 동시선발 규정 효력정지는 얻어내지 못했다. 헌재가 동시선발과 이중지원 금지가 모두 합헌이라고 판단하면 자사고는 큰 타격을 입지만 이날 헌재가 동시선발은 합헌, 이중지원 금지는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현 상태를 유지되게 됐다. 헌재 결정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자사고 재지정 평가(운영성과평가) 결과가 중요해졌다. 자사고 불합격에 따른 ‘고입 재수위험’을 만들어 자사고 지원을 망설이게 함으로써 사실상 ‘고사’시키겠다는 교육당국 방침이 물거품되기 때문이다. 자사고는 수시 비중을 강화한 대학입시에서 내신성적 받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재수위험까지 생기면 지원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교육부는 판단했었다. 결국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라는 국정과제를 이룰 방법이 재지정 평가밖에 남지 않게 됐다. 교육부는 헌재 결정이 나온 직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시·도 교육청과 함께 자사고·일반고 고입 동시 실시가 현장에 안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예심제도’ 만들어 거짓 조서 용인… 판결은 통과의례 불과했다

    ‘예심제도’ 만들어 거짓 조서 용인… 판결은 통과의례 불과했다

    100년 전 봄, 빼앗긴 나라를 되찾자는 염원을 담아 태극기를 든 조선인들을 일제는 무참히 탄압했다. 일제의 헌병과 경찰은 만세를 외치는 조선인들을 향해 총검을 겨눴고, 생존자들은 체포한 뒤 수사를 빌미로 가혹하게 고문했다. 그러나 조선총독부 산하에 있던 사법부는 이들을 그저 치안을 어지럽히고 혼란을 일으킨 범죄자로 규정했다. 일제의 혹독한 핍박은 판결문에서 철저히 가려졌다. 10일 국사편찬위원회 3·1운동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1919년 3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일어난 만세운동은 전국 각지와 만주·연해주 등 해외 99건을 포함해 총 1692건, 참가자들은 103만 73명으로 추정된다. 기록에 드러난 것만 100만여명으로 실제 참가자는 훨씬 더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육군성이 발간한 ‘조선 소요사건 관계서류’에는 1919년 3월 1일부터 5월 10일까지 전국에서 3·1운동에 참여했다 체포된 조선인이 2만 6812명이라고 기록됐다. 이 가운데 1만 1846명이 검사에게 송치돼 3695명은 훈계방면 조치를 받았고 9436명은 태형(8697명)과 구류(511명), 과료(228명) 등으로 즉결 처분됐다.일제는 1912년 치안 유지를 명목으로 조선태형령을 제정해 즉결 심판 대상이 되는 행위를 한 조선인들에게 태형을 실시하도록 했다. 특히 3·1운동 참가자들이 너무 많아 일제는 이들을 신속하게 처벌하기 위해 1919년 4월 15일 ‘정치에 관한 범죄처벌의 건(제령7호)’도 제정했다. 이들을 수용할 공간과 비용이 턱없이 부족해지자 비교적 혐의가 가볍다고 판단된 독립운동 참가자들은 태형으로 처벌했다. 주로 동네 주민들에게 만세운동에 참가할 것을 독려(판결문엔 ‘협박·선동’으로 표기)한 경우 태형 90대의 처벌을 받았다. 일제 사법부는 법에 정해진대로 재판을 진행했다. 3·1운동을 주도하고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민족대표 33인은 1920년 8월 9일 경성지방법원에서 재판의 관할권 문제로 ‘공소불수리’ 결정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제는 조선인들에게만 적용한 여러 특례조항을 둬 독립운동가들을 옥죄었다. 대표적으로 예심제도가 꼽힌다. 1912년부터 조선에서 전면 실시된 예심제도는 검사의 신청으로 예심판사가 사건을 먼저 심리한 뒤 객관적으로 범죄 성립에 확신이 있을 때만 재판을 시작하도록 한 제도다. 혐의가 불분명한데도 검사가 함부로 기소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인권보호 차원의 제도였으나 일제는 이를 조선인들을 핍박하는 수단으로 변질시켰다. 예심 단계에서 검사나 사법경찰은 피의자를 무기한 붙잡아 둘 수 있었고, 이들이 작성한 조서가 재판에서 중요한 증거로 쓰였다. 인권을 보호하려고 만든 제도를 자백을 할 때까지 가둬놓고 갖은 고문을 가해 거짓조서를 만들어 낸 도구로 활용한 셈이다. 그러면서 사법경찰권은 강화시켰고 공판 절차를 간소화해 예심제도는 더욱더 독립운동가들의 숨통을 조였다. 도면회 대전대 교수는 ‘근대 사법제도와 일제강점기 형사재판’에서 “일본 형사소송법에서는 현행범만 제한적으로 검사가 범죄 현장에서 예심 판사에게 속하는 강제처분을 하도록 했으나 조선형사령에서는 현행범의 경우 검사뿐 아니라 사법경찰도 예심 판사에 속하는 처벌을 할 수 있었고, 비현행범도 검사나 사법경찰이 ‘수사의 결과 급속한 처분을 요하는 것으로 생각할 때’ 공소 제기 전에 영장을 발부해 각종 검증 및 수색, 신문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1919년 9월 남대문역 인근에서 새로운 총독으로 부임할 사이토 마코토의 마차를 향해 폭탄을 던진 강우규(60) 의사의 1920년 2월 25일 경성지방법원 판결문에서 강 의사의 공소사실을 인정한 근거는 대부분 예심 신문조서였다.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강 의사는 법정에서 폭탄을 갖게 된 경위 등을 자백한 것으로 판결문에 드러나 있을 뿐 그 외에는 강 의사의 폭탄을 옮겨주다가 공범으로 지목된 피고인 2명을 비롯해 거사 현장에 있던 증인 13명의 예심 신문조서로 유죄를 인정했다. 항소·상고 모두 기각돼 강 의사는 그해 11월 사형에 처해졌다. 청년외교단과 애국부인회 주도자들의 1920년 6월 29일 대구지방법원 판결문에는 당사자들의 법정 진술을 인용한 내용이 아예 없다. 2심인 그해 12월 27일 대구복심법원 판결문에서는 김마리아를 비롯한 피고인 3명의 공판정 진술만 인용됐을 뿐 여전히 1심과 같이 조서들이 핵심 근거로 쓰였다. 조서로만 판단하고 재판을 서둘러 끝낸 것으로 보인다. 수사와 예심 단계에서 작성되는 신문조서에 독립운동가들의 자백을 담기 위해 일제는 모진 고문과 가혹행위를 가했다. 김마리아 열사는 너무 심한 고문을 당해 1심 판결 선고 전인 1920년 5월 22일 병보석으로 석방되기까지 했다. 유관순 열사는 병원 치료조차 허용되지 않아 끝내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검찰 “임종헌 ‘KKSS’ 강조…까라면 까고 시키는 대로”

    검찰 “임종헌 ‘KKSS’ 강조…까라면 까고 시키는 대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후배 판사를 시켜 헌법재판소장을 비판하는 기사를 대필해 특정 언론사에 제공한 데 대해 “기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임 전 차장은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속행 공판에서 기사대필 혐의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이렇게 밝혔다. 임 전 차장 등 양승태 사법부의 수뇌부는 2016년 3월 헌재의 위상을 깎아내리기 위해 문모 심의관에게 박한철 당시 헌재소장을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를 대필하게 한 뒤 특정 언론사에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문 심의관이 기사 초안 작성 지시를 한 차례 거부하자 임 전 차장이 큰 소리로 화를 내며 “일단 써보세요!”라고 재차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문 심의관은 검찰 조사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보고서가 내부적으로만 보고되는 내용이면 상관없지만, 대필 초안 작성은 심한 것 아니냐는 취지에서 못 쓰겠다고 얘기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심의관은 한 차례 거부에도 어쩔 수 없이 기사 초안을 작성하게 된 배경으로 임 전 차장이 만들었다는 용어 ‘KKSS’를 예로 들었다. 검찰은 이 용어가 “까라면 까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결과적으로 임 전 차장이 직권을 남용해 문 심의관으로 하여금 양심에 반해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봤다. 임 전 차장은 그러나 이날 “헌재의 위상을 깎아내리고 도덕성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며 “대법원과 대법원장의 위상을 지나치게 폄하하는 박한철 소장의 발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통상적으로 기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형태의 보도자료는 기사 형태로 작성하는 것”이라며 ‘기사 초안’ 형식을 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촌각을 다투는 기자들에게 단순히 설명자료를 주면 다시 이해하고 기사 초안을 잡아야 한다. 기자들은 기사 초안 형태의 보도자료에 호응도가 가장 높다”는 말도 덧붙였다. 임 전 차장은 자신이 기사 초안 작성을 지시하며 구체적인 방법까지 지침을 내리지는 않은 만큼 문 심의관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특정 언론사에 제공한 것도 단순히 ‘참고자료’로 전달한 것에 불과하며, 이를 기사화할지는 해당 언론사의 고유 편집 권한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검찰이 ‘KKSS’를 언급한 데 대해선 “사건과 관계없는 얘기”라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재판부는 이날 시진국 전 법원행정처 심의관(현 통영지원 부장판사)을 증인으로 신문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 부장판사가 자신의 재판 일정과 겹쳐 출석이 어렵다는 사유서를 제출해 신문이 무산됐다. 검찰은 “불출석 사유로 재판 일정을 들고 있는데, 재판부가 엄정하게 불출석 사유를 판단해 신속히 출석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임 전 차장 측은 이에 “재판 일정이 없는 날로 소환해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지, 이 재판 때문에 본인 재판을 하지 말라는 건 안 된다”고 맞받았다. 재판부는 양측 의견을 고려해 시 부장판사를 다음 달 17일 다시 소환하기로 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황제경영으로 평판·실적 추락”… 고성·삿대질 속 주총장 혼란

    “황제경영으로 평판·실적 추락”… 고성·삿대질 속 주총장 혼란

    안건 논의 시간에도 조 회장·이사회 비난 “총수 비방 안건 아니다… 의안부터 처리” 사측에 불리한 이야기 나오면 고성 질러 외국인·기관·소액주주 조 회장 연임 막아 일부는 “현장서 표 제대로 안 모아” 반발 趙회장 퇴직금 600억~800억 추산 논란“땅콩회항부터 오너갑질까지 조양호 회장 일가의 황제경영으로 회사 평판은 추락하고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일감 몰아주기, 횡령·배임 등으로도 문제를 일으켰는데 이사회는 지금까지 어떤 관리를 하고 감사를 했는가.”(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지금 재판 중인데 그건 사법부가 추후 판단할 일이다. 총수 비방은 주주총회 안건이 아니다.”(주주 A씨) 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5층 강당.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대표이사 박탈’을 세 번째 안건으로 올린 57기 정기 주주총회 현장은 1시간여 동안 말싸움과 고성이 내내 오갔다. 정문 앞에선 ‘범죄자 범법자 조양호를 구속하라’ 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 시위가 이어졌고, 오전 7시 30분엔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주주권행사 시민행동’ 등 시민단체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반대 의결권 행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주총장 안은 더 혼란했다. 재무제표 관련, 정관 변경 안건을 논의하는 시간에도 조 회장을 비롯한 대한항공 이사회의 경영·감독을 비판하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자 한쪽에선 “논의 중인 의안부터 신속히 처리하라”며 반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오전 9시 50분 우기홍(의장) 대한항공 대표이사가 “총 참석주주 중 찬성 64.1%로 정관상 의결 정족수 3분의2(66.6%)에 미치지 못해 연임이 부결됐다”고 선언했다. 조 회장이 단 2.6% 포인트의 표 차이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다는 의미였다. 장내는 더 시끄러워졌다. “현장에 모인 주주들의 표를 제대로 모으지 않았다”며 삿대질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시민단체 임원은 “주주들의 승리이며 앞으로도 소액주주의 권리를 지켜나가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로써 조 회장은 ‘주주 손에 물러나는 첫 그룹 총수’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외국인·기관·소액주주들의 민심이 돌아선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00주 이상을 보유 중이라는 한 주주는 “말쑥한 정장의 대한항공 임직원이 두 번이나 찾아왔다”면서 “연임에 힘을 실어 달라고 솔직히 말하지 않고 원활한 회의진행을 위해 필요하니 위임장을 달라는 모습을 보고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액주주는 “사측에 불리한 얘기가 나오면 고성을 지르고 사측 편에서만 말하는 이들이 좁은 강당을 미리 차지해 ‘그들만의 주총장’을 만들려고 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든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인 권영준 한국뉴욕주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문사들이 동일한 의견을 낸 만큼 이번 결정이 재벌 개혁의 신호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란 재계의 우려에 대해서는 “비정상적인 경영 행태가 없어져 더욱 건전한 수익기반이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의 긍정적인 면을 잘 보여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20년 전 ‘IMF 외환위기’ 당시 해외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늘자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2 이상’ 동의해야 한다는 룰을 만든 것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도 있다. SK의 경우 50%만 넘기면 되기 때문이다. 대표이사직만 뗄 뿐 회장직을 그대로 수행하는 것이라 경영권 ‘박탈’이 아닌 경영권에 ‘제한’을 받는 것이 한계란 지적도 나온다. 조 회장이 1980년부터 임원으로 39년 재직하고 1999년부터 회장이 된 것을 고려하면 퇴직금 규모가 600억∼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논란도 예상된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번 결과는 일탈을 일삼은 재벌 총수에게 경영에서 손을 떼라는 주주들의 준엄한 명령이라는 의미가 있다”면서 “대표직만 내려놓고 밀실경영을 통해 꼼수 황제경영을 하지 않도록 사회와 주주, 국민들이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판사들 재판 핑계로 증인출석 연기 요구”…임종헌 재판 지연 불가피

    “판사들 재판 핑계로 증인출석 연기 요구”…임종헌 재판 지연 불가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된 현직 법관들이 자신들의 재판을 이유로 증인신문 일정을 미뤄줄 것을 요청했다고 검찰이 밝혔다. 검찰은 “재판이 한없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며 재판부의 판단을 촉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 윤종섭) 심리로 26일 열린 임 전 차장의 재판에서 검찰은 “재판장께서 지정한 기일에 3명의 증인들을 출석시키고자 전화연락을 통해 기일을 통지했는데 한 명만 출석이 가능한 걸로 확인된다”면서 현직 법관들에 대한 증인소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오는 28일 시진국 창원지법 통영지원 부장판사를 시작으로 다음달 2일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 4일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를 소환해 증인신문을 갖고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등에 대한 경위를 확인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검찰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세 사람 중 정 부장판사만 정해진 일정에 출석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검찰은 “시 부장판사의 경우 본인 재판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지정돼 있고 서울에서 거리가 먼 통영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재판기일 정리 등을 위해 5월 2일에 출석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불가피하다면 4월 중순쯤 금요일에 출석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또 “박 부장판사도 예정된 증인신문 기일 다음날에 재판이 잡혀있어 재판 준비 때문에 출석이 어렵다면서 4월 중순쯤 가능하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100명 이상의 현직 법관이 증인으로 출석해야 하는 사건에서 시진국·박상언처럼 재판 일정을 이유로 최소 3주에서 한 달 이상 증인신문을 연기해달라는 요청이 계속될 것으로 염려된다”면서 “검찰이 공판준비절차에서 현직 법관들에 대한 출석일정 조율이 매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렸는데 결국 그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임 전 차장의 다른 혐의에 대해서도 증인신문 일정을 미리 정해 법관들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어 검찰은 “현직 법관이라 하더라도 증인으로 채택된 이상 출석의무를 부담하므로 일반인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 재판부가 출석을 독려해달라”고 강조했다. 일반 사건에서 소환요구를 받은 증인들이 생업 종사나 자녀 양육 등을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밝히면 재판부는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하는데, 사법농단 사건에 관련된 법관들 역시 타당하지 않은 이유로 불출석할 경우 제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검찰 조사를 거쳐 법정 증인으로 채택될 예정인 현직 법관들은 사건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 2회 재판 및 재판준비 일정을 이유로 출석일을 한 달 가까이 늦춰달라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요청에 대해 추후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김백준, MB 항소심 결국 불출석…‘김윤옥·이상주 증인신청’ 공방

    김백준, MB 항소심 결국 불출석…‘김윤옥·이상주 증인신청’ 공방

    다스 비자금 횡령 및 삼성 뇌물 수수 등의 혐의를 받는 이명박(78)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던 김백준(79)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결국 불출석했다. 김 전 기획관은 22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14차 공판에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었으나 출석하지 않았다. 김 전 기획관의 불출석은 어느 정도 예견된 사안이었던 만큼 법원이 구인장을 발부할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출석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인에 나서진 않았다. 김 전 기획관은 지난 1월 23일과 지난달 18일에도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었으나, 증인 소환장 송달이 이루어지지 않아 신문이 불발됐다. 김 전 기획관이 이날도 불출석하자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이 본인의 재판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아 구인장 발부는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의 다음 증인 신문 기일을 다음달 10일로 지정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은 부인인 김윤옥 여사와 사위인 이상주 변호사의 증인신문 필요성을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변호인은 이 전 대통령이 김윤옥 여사를 통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5천만원을 수수했다는 사실 자체를 다투고, 이 전 회장의 진술 신빙성을 다툰다”며 “이는 이팔성에 대한 증인신문으로 충분하다는 기본 입장과 모순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상주 변호사에 대해서도 검찰은 “피고인의 대통령 당선 전후로 이상득 전 의원의 역할 변화 등을 목격하고 경험한 장본인”이라며 “증인으로 불러 확인하는 것은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관점에서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특히 이들에 대한 증인신청이 ‘망신주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준비기일부터 두 사람에 대한 증인신문 필요성을 이야기했고, 소위 ‘망신주기’를 위한 증인 신청이 아니다”라며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증인신문을 최대한 신속히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에 변호인 측은 “검찰이 가족을 증언대에 앉혀 놓고 언론을 통해 망신주기를 하려거나 부정적 여론을 불러일으키려 하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막상 검찰은 삼성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공여자인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진술 외에 (브로커 역할을 한) 김석한 변호사는 전혀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김 여사를 법정에 불러야 한다면 김 변호사에 대한 증인 소환 역시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일단 공여자인 이팔성에 대한 1차 신문을 통해 검찰이 밝히고자 하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며 “만약 재판부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그때 증인신문 필요성을 검토해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일단 이팔성에 대한 증인신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다시 한번 재판부에서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소녀상 말뚝테러’ 일본인 6년째 재판 불출석…법원 “인간성 말살 범죄행위 처벌에 국경 없어”

    ‘소녀상 말뚝테러’ 일본인 6년째 재판 불출석…법원 “인간성 말살 범죄행위 처벌에 국경 없어”

    2012년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에 ‘말뚝 테러’를 한 극우 성향 일본인 스즈키 노부유키(54)씨가 사건 접수 6년이 지나도록 우리나라 법원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일본 정부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지만 아직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는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스즈키씨에 대한 올해 첫 공판을 열었다. 스즈키씨는 2012년 6월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건너편 위안부 소녀상에 ‘다케시마는 일본 영토’라고 적은 말뚝을 묶어놔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윤봉길 의사 순국비에도 비슷하게 ‘말뚝 테러’를 한 혐의로 2013년 2월 기소됐다. 2015년 5월에는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나눔의 집’에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는 소녀상 모형을 국제우편으로 보내 추가 기소됐다. 이날까지 총 16회의 공판기일이 잡혔지만 스즈키씨는 소환장을 송달받고도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법원이 2016년부터는 강제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까지 수차례 발부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결국 지난해 4월 이 부장판사는 법무부 장관이 일본 정부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할 것을 검토하라고 검찰에 명령했고, 법무부는 지난해 9월 스즈키씨에 대한 인도 청구를 했다. 2002년 서명·발효된 한일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르면 인도 청구를 받은 나라는 인도 청구에 대한 결정을 청구국에 신속히 통보해야 한다. 이날 이 부장판사는 “종군위안부 사건과 같이 인간의 존엄성을 부정하고 인간성을 말살하는 범죄 행위나 이를 사실상 옹호해 참혹한 비극의 재발을 초래할 수 있는 범죄행위를 처벌하는 데 있어선 국경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인도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간 진행 경과를 묻는 이 부장판사의 질문에 검찰은 “(지난해 9월) 인도 청구와 별도로 지난 1월에도 이 사건 인도를 적극 검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일본에서의 인도 절차 진행을 기다려봐야 하는 상황이다”면서 “피의 자발적 출석을 기다리기 위해 다음 공판기일을 4월 3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명성교회 세습, 논란의 쳇바퀴

    명성교회 세습, 논란의 쳇바퀴

    창립자 아들 김하나 목사 승계 시도 작년 예장통합서 ‘불가’ 결정 후 표류 명정위·세교모 연대 “세습 철회 촉구” 일부 신도, 교회 상대 세습 무효 소송 사랑의교회 담임목사 재위임도 논란그동안 잠잠하던 명성교회 담임목사 세습 논란이 재현됐다.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명정위)와 명성교회 세습 철회와 교회개혁을 위한 장신대 교수모임(세교모) 등 세습 반대 측이 연대해 세습 철회와 총회 결의 이행을 강력히 요구한 데 이어 명성교회 교인들도 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나서 점입가경이다.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위한 예장연대는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서울동남노회에 대한 사고노회 규정’을 거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명정위, 세교모가 함께 참여한 회견을 통해 이들은 “2018년 9월 예장통합 총회에서 모인 총의는 ‘명성교회 세습 불가’였다”며 “총회 재판국이 하루빨리 교단 헌법에 따라 신속하고 정의롭게 판결하라”고 촉구했다. 여기에 명성교회 교인 7명도 김하나 목사 청빙 무효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은 같은 날 예장통합 사무국에 김하나 목사 청빙청원 건을 통과시킨 2017년 3월의 공동의회 결의 무효 소장을 접수시켰다. 이 소송은 명성교회 세습 사태를 사회법에 맡길 단초로 비쳐져 눈길을 끈다. 명성교회 사태는 창립자인 김삼환 목사가 아들 김하나(왼쪽) 목사에게 담임목사를 승계하려는 시도에서 시작됐다. 세습 반대 측은 “교회 세습을 인정하지 않는 교단 법을 위반한 부당 행위”라며 철회할 것을 요구해 왔으나 교회 측은 “세습이 아닌 청빙의 형태이고 대다수 교인들이 찬성하는 만큼 법적 하자가 없다”고 맞서 왔다. 지난 2018년 9월 명성교회가 소속된 예장통합은 가을 총회에서 명성교회의 세습 불가 결정을 내려 총회 재판국 구성원을 새로 임명해 재판을 다시 하도록 해 놓았지만 지금까지 별 진전 없이 표류 상태이다. 최근 세습 반대 목소리가 급격히 터져 나오게 된 건 총회 임원회의 결정 때문이다. 총회 임원회는 최근 명성교회 세습에 반대해 온 서울동남노회를 ‘노회 선거에 위법성이 발견됐다’며 사고노회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노회의 직무와 기능이 정지되고 노회의 전권은 수습전권위원회에 넘어갔다. 비대위의 김수원 목사는 “총회 임원회의 사고노회 규정 사태로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비대위 측의 한 목사는 “그동안 준법정신을 가지고 어떻게든 법적 테두리 안에서 불법 세습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더이상 길이 없다”며 “우리들 자신을 십자가에 내어놓는 마음으로 겸손하게 금식에 돌입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현재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단식기도회를 진행 중이다. 한편 오정현(오른쪽) 담임목사의 자격 논란에 휩싸였던 사랑의교회 사태는 오 목사의 재위임으로 일단락된 상황이다. 사랑의교회는 지난 10일 공동의회를 연 뒤 “2003년 오 목사 위임의 교회법상 적법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교회 측은 “참석 성도 96.42%가 오 목사에 대한 위임결의 청원 관련의 건에 찬성했다”며 특히 “2004년 이후 오 목사가 사랑의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한 이후 행한 사역에 대해서도 합법성을 견지하며 여전히 유효함을 확인한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교회 측의 이 같은 일방적인 선언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 오 목사의 학력 논란을 계속 제기해 사태의 종결을 예단하기 어렵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상고법원에 그 난리 치른 김명수 대법원, 상고법원도 검토

    상고법원에 그 난리 치른 김명수 대법원, 상고법원도 검토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18일 “상고사건의 급격한 증가로 현재 대법원은 법령해석의 통일 기능은 물론 신속·적정한 권리구제 기능도 제대로 못 하는 실정”이라며 상고법원과 대법관 증원 등을 개선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처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한 업무현황 보고에서 “어떤 형태로든 상고제도 개선은 필수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2017년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법원이 연간 4만건이 넘는 상고심 사건을 처리한다”며 상고제도 개선을 강조했다. 조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구체적인 상고제도 개선 방안으로 전면적 상고허가제, 고등법원 상고심사부 설치, 상고법원안, 대법관 증원안 등을 제시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사법부가 사상 유례없이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받았던 상고법원안이 검토 대상에 포함돼 눈길을 끈다. 또 고등법원의 상고심사부와 관련해 국민이 대법원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고등법원이 걸러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상고허가제는 국민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1990년 페지된 제도다.김 대법원장은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상고심 제도 개선 방안으로 상고허가제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꺼내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조 처장은 “검찰에서 송부한 비위 통보 내용과 징계시효 도과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추가징계 청구범위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5일 현직 법관 66명이 무더기로 비위가 있다고 대법원에 통보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당선자 중 86명 무더기 ‘위법’… 돈 냄새 더 짙어진 조합장 선거

    당선자 중 86명 무더기 ‘위법’… 돈 냄새 더 짙어진 조합장 선거

    4년 전보다 8.9% 증가… 21명 재판 넘겨금품 사범 61%… 연고 중시 지역 특성 탓 “5곳 이상 단위조합 통폐합 등 개선 필요”지난 13일 전국에서 일제히 치러진 농협·수협·산림조합장 선거에서 당선자 86명이 선거법 위반으로 적발됐다. 불법적인 금품 제공 등 구태가 여전히 기승을 부린 것으로 파악됐다. 대검찰청은 ‘제2회 3·13 전국동시조합장선거’와 관련해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402명을 입건하고 이 중 21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14일 밝혔다. 2015년 제1회 조합장선거 당시 적발된 369명보다 8.9% 늘었다. 입건된 명단 중에는 당선자 86명도 포함돼 있다. 수사 경과에 따라 기소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금품 선거 사범은 247명으로 전체 입건자의 61.4%를 차지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구속된 6명 모두 금품 제공 혐의를 받는다. 금품 제공이 당락을 좌우할 것이란 후보자의 잘못된 판단, 연고 관계가 중시되는 지역사회의 특성 등이 맞물리면서 ‘돈 잔치’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경북 한 축산농협 조합장 후보자 A(60)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수행원을 시켜 조합원 100명에게 1인당 20만∼100만원씩 모두 5000여만원을 살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조합원 1700여명의 친분 및 성향을 분석해 돈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의 한 축협 조합장 후보자는 지난 1월 조합원과 그 가족 등 12명에게 5만원권 지폐를 돌돌 말아 악수하는 척하며 건네는 등 모두 650만원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부인 및 핵심 측근을 동원해 돈을 살포하는 경우도 많았다. 광주의 한 농협 조합장은 부인과 함께 지난 1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조합원 11명에게 635만원 상당의 현금과 음식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B(59)씨는 지난 4일 경남 창녕의 한 농장에서 모 조합장 선거 후보자인 지인으로부터 조합원 명부와 현금 630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현직 조합장이 기부했다가 수사받는 경우도 있다. 경기 파주의 한 현직 조합장은 지난 1월 지인 집을 방문해 13만원 상당의 양주를 건넨 혐의로 고발당했다. 충북 증평 모 조합 당선자는 조합장 때인 2017년 1월 조합원 15명에게 10만원 상당의 한우 선물 세트를 보낸 혐의로 고발됐다. 전북 전주에서도 한 조합장이 선거를 앞두고 조합원에게 3만~6만원짜리 선물세트 200개를 돌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상대 후보자 비방, 가짜뉴스 살포 등 거짓말 사범은 77명(19.2%)으로 1회 선거 당시 48명(13.0%)보다 크게 늘었다. 검찰 관계자는 “금품 사범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 벌금형 등 당선무효형을 구형하고 증거 인멸 등을 시도하면 구속 수사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 사범 공소시효는 오는 9월 13일 만료된다. 검찰은 ‘선거범죄 전담수사반’을 가동해 신속한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김기형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탈·불법이 많은 것은 선거가 현직 조합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선거운동 방법에 제약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파주에서 낙선한 한 전직 농협 임원은 “단위농협의 경우 지방으로 갈수록 조합원수가 적어 금품 등으로 환심을 사기 쉽다”면서 “시군별로 5곳 이상 되는 단위조합은 통폐합하고 축산인구 감소로 조합원수가 급감한 축협은 인접 시군과 합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말레이 ‘김정남 살해’ 베트남女 석방 불허…인니女는 이미 석방

    말레이 ‘김정남 살해’ 베트남女 석방 불허…인니女는 이미 석방

    베트남측 “불공정” 비판 비등…양국 ‘외교 갈등’ 불가피 전망밀레이시아 당국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베트남 여성을 석방하지 않기로 했다. 반면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던 인도네시아 여성은 지난 11일 석방되면서 피고인들에 대한 엇갈린 판단의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14일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31)의 살인 혐의에 대한 공소를 취소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밝혔다고 현지 언론이 이날 보도했다. 이 사건 담당 검사인 무하맛 이스칸다르 아흐맛은 “3월 11일 검찰총장에게 제출된 진정과 관련해 우리는 사건을 계속 진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흐엉은 구속 상태로 계속 재판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검찰은 공소를 취소해 달라는 피고 측의 요구를 거부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흐엉을 변호해 온 히샴 테 포 테 변호사는 말레이 검찰이 “심술궂은”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던 인도네시아인 피고인 시티 아이샤(27·여)가 지난 11일 검찰의 공소 취소로 석방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공정한 조처라는 지적이다.테 변호사는 “검찰의 결정에 실망했다. 이는 우리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해 좋게 말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신뢰를 주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흐엉은 이날 오전 재판이 끝난 뒤 현지 베트남 대사관 당국자들을 만나 눈물을 터뜨렸다. 베트남 온라인 신문 징(Zing)은 재판을 취재 중인 자사 기자가 석방 불허에 대한 심경을 묻자 흐엉이 “하느님은 제가 아무것도 안 한 것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베트남 대사관 관계자들에게 함께 체포됐던 시티가 석방돼 행복하지만 자신 역시 무고하긴 마찬가지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 꾸이 꾸인 주말레이 베트남대사는 말레이 검찰총장의 결정에 “매우 실망했다”면서 “말레이시아가 공정한 판결을 내려 그녀를 가능한 한 빨리 석방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베트남 현지에선 인터넷을 중심으로 말레이시아를 성토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VN익스프레스 등 온라인 매체들은 흐엉의 석방이 거부됐다는 소식을 신속하게 전했다.네티즌들은 해당 기사에 곧바로 “왜왜왜?”, “흐엉에게 정말 불공평하다”며 분개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인도네시아 사람은 석방했는데 흐엉의 석방을 불허한 이유가 뭐냐”고 몰아붙였고 “같은 행위로 같이 구속돼서 같이 기소됐으면 흐엉도 당연히 석방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베트남 정부는 공식 반응을 내지 않았지만, 현지 외교가에선 양국의 외교적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흐엉은 시티와 함께 2017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아왔다. 말레이시아 사법 당국은 지난 11일 갑자기 시티에 대한 공소를 취소했다. 재판부는 별도의 무죄 선고 없이 시티를 즉각 석방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장기간의 외교적 로비”를 통해 석방을 성사시켰다고 설명했다. 한편 말레이시아 검찰은 외교적 이익 때문에 법치 원칙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상황을 의식해 흐엉의 석방을 불허한 것이 아니냐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사설] 박근혜 탄핵 2년, 국회가 구태 벗어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파면 선고를 받은 지 어제로 꼭 2년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국민이 보냈던 메시지는 선명했다. 민주주의의 헌법적 가치를 회복하고 한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개혁함으로써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단 하나의 뜻이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모습은 어떤가. 달력의 숫자만 바뀌었을 뿐 달라진 것 없는 퇴행적 풍경들이 다시 일상이 되려 한다. 지난 주말 서울 시내 곳곳에서는 박근혜 석방을 외치는 극우 보수 단체들의 집회가 이어졌다. 광화문광장에서도 태극기 집회가 요란했다. 민주사회에서 집회결사의 자유는 백번 접어 양보할 수 있는 문제라 하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퇴행이야말로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지난달 전당대회 과정에서 박근혜 탄핵의 정당성을 의심하는 발언을 공공연하게 내놓더니 이제는 대놓고 “박근혜 석방”을 운운한다. 친박 세력의 결정적 지지로 입당 43일 만에 당권을 거머쥔 황교안 대표가 앞장서 그런 발언을 하고 있으니 암담할 뿐이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돼서 재판이 계속되는 문제에 국민의 여러 의견들을 감안한 조치가 있으면 좋겠다”는 황 대표의 발언은 극우보수 세력을 선동하는 위험천만한 행태라고밖에 볼 수 없다. 한국당의 심기일전에 일말의 기대를 품었던 중도보수 지지층마저 숨이 막힌다. 반성과 성찰의 부재로 국민을 실망시키는 점에서는 집권당의 책임도 마찬가지다. 침체일로의 경제상황과 지지부진한 제도개혁을 여당은 번번이 과거 정부 탓으로만 돌리며 자성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오만하고 경직된 그런 ‘불통’의 자세는 단순히 국민 실망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누가 정치를 해도 똑같다”는 국민 무력감을 자양분 삼아 한국당의 정치 퇴행이 가속을 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게 나라냐”라고 걱정했던 민심이 “이것은 나라냐”로 바뀌고 있다. 이 섬뜩한 현실을 뼈아프게 먼저 직시하는 쪽이 민심을 얻을 수 있다. 당리당략에 눈멀어 민생 발목을 잡는 국회의 구태가 바뀌어야 한다. 국회는 여야의 극한 대치로 지난 7일 올 들어 66일 만에 개원해 ‘15년 만의 늑장 국회’를 기록한 것도 모자라 아직도 드잡이 중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속도를 내야 할 선거제 개혁 법안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절차) 처리를 두고 옥신각신이다. 국가적 재난인 미세먼지를 비롯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최저임금제도 개편 등을 위한 노동 법안, 유치원 3법 등 분초를 다투는 민생·경제 법안부터 처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박근혜 탄핵 2년…윤창중 “댓글 공작으로 권력 찬탈”

    박근혜 탄핵 2년…윤창중 “댓글 공작으로 권력 찬탈”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 선고를 받은 지 2년이 되는 날인 10일 서울 도심에서는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태극기 집회’가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 무죄 석방 1000만 국민운동본부’(석방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집회 측 추산 2만여명의 참가자는 ‘탄핵 무효’라고 적힌 근조 리본을 가슴에 달고 “탄핵 무효”, “즉각 석방”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며 유튜브 생중계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집회에 참석한 대한애국당 조원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은 거짓탄핵, 불법탄핵, 사기탄핵”이라며 “거짓과 선동, 음모로 날조된 사기탄핵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은 “어제 감옥에 계신 박 대통령으로부터 ‘조원진 대표와 애국시민들에게 감사하다’는 전언이 있었다”며 “여러분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회복을 위해 전진하겠다”고 말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헌법재판소는 문재인에게 권력을 물어 갖다 바친 사냥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댓글 공작으로 박 대통령의 권력을 찬탈한 가짜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서울역 앞 광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맡았던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얼굴을 띄어놓고, 재판관을 한 명씩 호명하며 ‘탄핵 8적’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이들은 오후 3시부터 헌법재판소가 있는 안국역으로 행진했다. 여당은 이런 주장에 강력 반발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적 가치를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그러나 박 전 대통령과 함께한 한국당은 탄핵을 부정하더니 급기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운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 파면 2년, 국정농단의 어두운 역사를 국민과 함께 딛고 일어서 국정농단 사태가 남긴 화제를 해결해 나가는 국회의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개혁과제 완수를 다짐했다. 같은 당 권미혁 원내대변인도 “촛불이 던진 물음에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으로 대답할 책임은 국회에 있다”며 “특히 제1야당에서 나오는 탄핵부정과 사면 등의 발언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할 시점에 많은 충격과 우려를 낳고 있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대통령 박근혜를 탄핵한다’는 선고를 들으면서 눈시울을 붉혔던 때가 생각난다”며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는 선거제도 개혁과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는 개헌은 우리가 꼭 이뤄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탄핵 2년간 정치권과 정부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탄핵 주역 세력은 여전히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고, 정부는 개혁과 민생문제 해결에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여야 4당은 선거제개혁과 민생입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절차)에 올려야 하고, 한국당은 비정상적 언행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입에서 거론된 박근혜 사면은 촛불혁명에 대한 불복이자 거부이자 ‘도로 친박당 선언’”이라며 “국민을 두려워한다면 한국당 지도부는 국정농단 부역과 방조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야지 친박 세력 모으기에 ‘올인’할 때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한국당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국당은 이날의 아픔과 상처, 그리고 교훈을 잊지 않겠다”며 “대통령과 민주당도 이제 그만 ‘탄핵 열차’라는 과거에서 벗어나 국민과 함께 미래로 걸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김명수 대법원장 “8월까지 사법농단 판사 재판 배제”

    김명수 대법원장 “8월까지 사법농단 판사 재판 배제”

    사법행정권 남용에 가담한 혐의로 최근 재판에 넘겨진 현직 판사들이 재판 업무에서 배제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5일 기소된 현직 법관 8명 가운데 정직 상태인 2명을 제외한 6명에 대해 오는 15일부터 8월 31일까지 ‘사법연구’를 명했다고 8일 대법원이 밝혔다. 서울고법 소속 법관들의 사법연구 장소는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감안해 경기 고양의 사법연수원으로 정해졌다. 나머지 법관들은 원소속법원에서 사법연구를 진행한다. 대법원은 “이번 조치는 유례없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과 관련해 형사재판을 받게 될 법관이 계속해 재판업무를 맡는다는 사실만으로 사법부·재판에 대한 국민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각계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사법연구 대상은 임성근·신광렬·이태종 서울고법 부장판사,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조의연 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 심상철 수원지법 성남지원 원로법관 등이다.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각각 서울고법과 대전지법에 소속돼 있지만 지난해 말 징계를 받고 정직 6개월, 정직 3개월을 확정받은 상태다. 대법원은 해당 조치와 별도로 기소되거나 비위 사실이 통보된 법관들에 대해 징계 청구, 재판업무 배제 여부 등을 신속히 검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여야, MB 석방에 엇갈린 반응…“실망”, “기만”, “다행”

    여야, MB 석방에 엇갈린 반응…“실망”, “기만”, “다행”

    여야 5당은 오늘(6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보석 허가에 당마다 다른 반응을 내놓았다. 우선 자유한국당은 법원의 보석 결정을 반겼다. 이 전 대통령의 나이와 건강 상태를 고려한 결정으로 받아들인다며 “다행”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국민에게 실망을 안기는 결정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공통으로 보였다. 정의당은 “MB 석방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더욱 강경한 논조로 비판했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과 횡령 등 혐의로 지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오늘 오전 이 전 대통령이 청구한 보석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22일 구속된 지 349일 만에 자유를 되찾았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주거지를 자택으로 제한했다. 또 배우자나 직계 혈족과 그 배우자, 변호인 외에 누구도 자택에서 접견하거나 통신할 수 없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논평에서 “법원 결정을 존중하나 국민적 실망이 큰 것 또한 사실”이라며 “(법원은 앞으로)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더욱 엄정하고 단호하게 재판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서 “이 전 대통령 측이 1심 당시부터 무더기 증인 신청 등으로 재판을 고의 지연시킨 바 있는데도 법원이 신속하게 항소심 재판을 진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선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논평에서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구치소에서 석방됐다고 기뻐하지 마라. 국민 눈에는 보석 제도가 불공정하게 운영된다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또 “이 전 대통령은 다스(DAS) 자금을 횡령하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은 당사자로, 미적대며 재판에 불성실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 문정선 대변인은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이 전 대통령의 돌연사 위험은 제거되는 대신 국민들의 울화병 지수는 더 높아졌다”며 “유전무죄를 넘어 유권 석방의 결과에 국민들의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고 논평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구금에 준하는 조건부 보석이라고 하지만, 말장난에 불과한 국민 기만”이라며 “신속한 재판을 진행해야 했지만 ‘봉숭아 학당’급의 재판부로 인해 중범죄인의 석방이라는 기만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반면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국회에서 “이 전 대통령이 몸이 많이 편찮았다는 말을 전해 듣고 정말 마음이 아팠다”면서 “지금이라도 (보석 결정이 내려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전 대통령께서 노령이고 지병을 호소해온 만큼 이를 고려한 법원의 결정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이명박 보석 허가’ 정준영 부장판사 이례적 당부 “과거 찬찬히 회고해달라”

    ‘이명박 보석 허가’ 정준영 부장판사 이례적 당부 “과거 찬찬히 회고해달라”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통령의 조건부 보석을 허가하면서 별도의 당부사항을 남겼다. 재판부가 보석에 앞서 피고인은 물론 검찰에까지 추가 당부사항을 전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구속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첫 보석 결정을 놓고 형평성 논란이 나올 것을 의식한 법원의 고심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1부 정준영 부장판사는 6일 이 전 대통령의 보석 허가를 결정하고 보석 조건을 설명한 뒤 “전직 대통령을 재판한다는 역사적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지 않고 공정하고 엄정하게 재판을 진행하고자 한다”면서 이 전 대통령에게 몇 가지 당부의 말을 했다. 정준영 부장판사는 “보석은 무죄 석방이 아니라 엄격한 보석 조건을 지킬 것을 조건으로 구치소에서 석방하는 것”이라고 그 의미를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속영장의 효력은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추후 보석 조건 위반을 이유로 보석이 취소돼 재구금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해달라”고 말했다. 정준영 부장판사는 “건강 문제를 이유로 하는 보석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도 “자택에서 매일 1시간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 건강을 유지하고 성실하게 재판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석방을 해서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위급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판단했지만, 이 전 대통령 측이 건강 악화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스스로 건강을 잘 챙겨 재판 진행에 문제가 없도록 해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어 “재판 과정에서 느꼈겠지만 형사재판은 현재의 피고인(이 전 대통령)이 과거의 피고인과 대화를 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면서 “자택에 가서 기소된 범죄 사실 하나하나를 읽어보고 과거 피고인이 한 일을 찬찬히 회고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건의 실체 규명을 위해 적극적으로 기억을 되살려달라는 뜻일 수도 있고, 무조건 혐의를 부인할 것이 아니라 반성할 부분이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보는 기회로 삼으라는 조언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재판부는 검찰을 ‘공익의 대변자’로 칭하면서 당부의 말도 함께 남겼다. 정준영 부장판사는 “법원이 부과한 보석 조건을 피고인이 잘 준수하고 있는지 검찰에서도 잘 감시하고, 피고인이 보석 조건을 위반할 경우 보석 허가 취소 청구를 하는 등 적절하게 대응해서 보석 제도가 엄격하고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또 “검사는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을 기소한 반대 당사자이지만, 동시에 공익의 대표자이기도 하다”면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핵심 증인의 소재를 파악해 증인신문에 출석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1심에서 결정적 증언을 했던 증인들이 항소심에서는 이 전 대통령 측의 증언 요구에도 줄줄이 불출석한 것을 두고, 공정한 재판을 위해 검찰도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2심 재판부가 채택한 15명의 증인 가운데 지금까지 법정에 나와 증언한 이는 3명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의 주요 혐의를 입증하는 ‘열쇠’라 할 수 있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김성우 전 다스 사장,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의 증언 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핵심 증인으로 불리는 이들은 그간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소환장조차 전달하지 못한 상태였다. 일단 재판부는 주요 증인들을 소환하기 위해 영장 발부 등 가능한 방안을 동원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재판부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으로 중요성과 인지도를 고려할 때 소환장이 송달되지 않은 증인들에 대해서는 서울고법 홈페이지에 이름과 증인 신문 기일을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출석하지 않는 증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재판부 직권으로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을 발부할 예정”이라고 공언했다. 재판부는 검찰을 향해서도 “핵심 증인으로 볼 수 있는 몇몇 사람은 자신들이 증인으로 소환된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회피하는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있다”며 “검찰도 소재 파악을 통해 제때 신문이 이뤄지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전 대통령 항소심을 맡은 정준영 부장판사는 법원 내에서 손꼽히는 ‘파산·회생’ 전문가로 통한다. 사법연수원 20기인 그는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를 시작으로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부장판사, 특허법원 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역임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1996년 국내 첫 개인 파산 사건의 주심을 맡았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한보·삼미 등의 법정관리 절차를 맡았다. 2017년에는 한때 국내 1위,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에 최종 파산 선고를 내리기도 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중소기업에 신속히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패스트 트랙’의 도입 과정에서도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미일 안보논리의 희생양 오키나와… 주민투표까지 묵살당해

    미일 안보논리의 희생양 오키나와… 주민투표까지 묵살당해

    日 0.6% 땅 미군기지 74% 몰려 있는 곳 70년된 후텐마, 위험한 비행장으로 악명 이전 추진·취소 번복… 24년째 지지부진 주민 72% 대체지 헤노코 매립 반대 투표‘이것이 민주주의 국가인가.’ 지난달 26일 아침 일본 아사히신문에는 다소 격한 제목으로 사설이 실렸다. 다음날 도쿄신문도 사설을 통해 ‘민주주의를 업신여기지 말라’고 일갈했다. 두 신문이 공통적으로 가리킨 곳은 일본 정부였다. 아베 정권이 지난달 24일 실시된 오키나와현 주민투표 결과를 짓뭉개고 미군 해병대 비행장 건설 공사를 강행키로 한 데 대한 비판이었다. 연간 1000만명이 찾는 짙푸른 쪽빛바다 상하(常夏)의 땅. 사계절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 아래 피로 물든 역사를 간직한 땅. 전투기들이 뜨고 내릴 활주로 건설을 둘러싼 오키나와의 갈등이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일본 전체의 0.6%밖에 안 되는 땅에 주일미군기지의 74%가 집중돼 있는 오키나와. 투명한 바다에 잿빛 토사를 들이부어 군사기지를 만들고 있는 정부에 맞서 주민들은 필사의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것은 긴 세월 본토로부터 받아 온 차별과 핍박에 대한 분노의 외침이기도 하다.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 갈등의 과거와 현재를 문답으로 알아본다. -사안의 핵심은 무엇인가. “기노완시의 ‘후텐마’라는 지역에 있는 70년 이상 된 미군기지를 없애고 이를 북서쪽 해안지대 ‘헤노코’(나고시)로 이전하는 것을 둘러싼 문제다. 일본 정부가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기지 이전을 위한 해안 매립공사를 시작하면서 대립이 한층 격화됐다.” -오키나와에 대해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다. “오키나와는 원래 ‘류큐’라는 이름의 독립된 왕국이었다. 그러나 일본이 1609년 이곳을 정복했고, 메이지유신 이후인 1879년에는 ‘오키나와’라는 이름으로 자국 영토에 정식 편입시켰다. 태평양전쟁 때 일본에서 유일하게 지상전이 벌어졌던 곳이다. 1945년 4월 미군이 상륙한 이후 단 3개월간의 지상전투에서 주민 9만 4000명을 포함, 총 2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일본군은 오키나와 주민들이 미군에 협력할 것을 우려해 집단자결을 강요하기도 했다. 종전 후 27년간 미군의 군정통치를 받은 뒤 1972년 5월 일본에 반환됐다.” -후텐마 기지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비행장’으로 통한다는데, 왜 그런가. “미군은 1945년 오키나와를 점령하자마자 일본 본토 공습을 위해 대형 폭격기 등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를 건설했다. 전쟁 중에 급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민간인 거주지와의 거리 등 주변여건 고려는 생략됐다. 종전 이후 오키나와를 북태평양의 군사 요충지로 삼은 미군은 면적 4.8㎢의 후텐마 기지를 그대로 유지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이곳이 오키나와현에서 인구밀도가 특히 높은 기노완시 주택가에 인접해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소음은 물론이고 때때로 일어나는 군용기 사고 등에 불안을 호소해 왔다. 그러나 대체부지와 비용 등 문제로 진전은 없었다.” -1995년에 큰 사건이 일어나면서 기지 이전 논의가 활발해졌다던데. “그해 9월 주일미군의 12세 소녀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하지만 당시 미군은 범인 3명의 일본 측 신병 인도를 거부했고, 주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이는 후텐마 기지 폐쇄 운동으로 이어졌다. 결국 1996년 4월 당시 하시모토 정권은 기지를 5~7년 내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로 미국 정부와 합의했다.”-그래서 결정된 곳이 헤노코인가. “1996년 12월 미일 정부는 오키나와섬 동쪽 앞바다 헤노코 지역을 대체부지로 선정했다. 하지만 오키나와 주민들은 헤노코로 옮기더라도 안전이 위협받기는 마찬가지이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안 산호초 지역을 파괴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반대했다. 미군기지를 오키나와 바깥으로 옮겨 달라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미일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1999년 12월 ‘헤노코 이전’을 최종 확정했다. 이후 지난한 과정을 거쳐 2014년까지 ‘헤노코 연안지역 매립→V자형 활주로 건설’을 완료하기로 2006년 확정했다.” -지난해 말에야 매립이 시작된 것은 왜인가. “2009년 9월 민주당 정부가 출범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당시 민주당의 선거공약은 ‘후텐마 기지의 오키나와 바깥 이전’이었다. 하지만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미국의 반대와 본토의 우려가 커지자 결국 8개월 만에 공약을 번복했다. 환호했던 오키나와 주민들은 실망과 분노로 바뀌었다.” -2012년 12월 아베 내각이 다시 들어서면서 기지 이전에 속도가 붙은 건가. “그렇다. 5년 만에 다시 집권한 아베 신조 총리는 ‘미국 올인’이라는 일본 보수 외교의 기조를 한층 강화했다. 지지부진했던 헤노코 이전을 2022년까지 완료하기로 미국 정부와 합의했다. 오키나와에는 낙후된 경제의 지원이라는 당근을 제시했다.”-오키나와현도 초기에는 찬성을 했다던데. “2013년 말 당시의 오키나와현 지사는 경제발전을 조건으로 내건 정부 방침을 수용, 헤노코 앞바다에 대한 토사 매립을 승인했다. 그러나 1년 만인 2014년 12월 ‘헤노코 이전 강력 저지’를 내건 오나가 다케시가 지사에 당선되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오나가 지사는 2015년 10월 전임자가 했던 연안부 매립 승인을 전격 취소했다. 정부는 ‘승인 취소는 위법’이라며 법원에 제소했다. 이듬해 최고재판소는 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지난해 오키나와현 지사의 사망이라는 급변 요인이 있었다. “췌장암 수술을 받았던 오나가 지사가 지난해 8월 세상을 떴다. 생전에 “헌법이 국민에게 약속하는 자유, 평등, 인권, 그리고 민주주의가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똑같이 보장되고 있는가”라고 외쳤던 그의 죽음이 주민들에게 안겨 준 상실감은 매우 컸다. 반면 아베 정부는 이를 기지 이전 실현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보고 여당 측 인사를 후임 지사에 당선시키려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9월 치러진 선거에서 전임 오나가 지사의 유지를 계승한 다마키 데니가 당선됐다. 아베 정권은 충격을 받았지만, 오히려 이를 계기로 공격적 행보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지난해 12월 시작된 헤노코 연안 매립 강행이다.”-그러면 지난달 24일 치러진 오키나와 주민투표는 무엇인가. “정부의 전방위 강공 드라이브에 다마키 지사는 ‘주민투표 실시’로 맞섰다. 오키나와현 조례를 만들어 헤노코 연안 매립공사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었다. 결과는 ‘매립 반대’(43만 4273표)가 72% 이상으로 나타났다. 다마키 지사는 지난 1일 아베 총리에게 투표 결과를 전달하고 공사 중지를 재차 요청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아베 정부는 투표 이전부터 단순한 현의 조례로 이뤄지는 투표결과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혀 왔다. 아베 총리 본인이 투표 다음날 “결과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만, 기지 이전을 더 늦출 수는 없다”고 거부의사를 명확히 했다. 맨 앞에서 인용한 아사히신문 등의 사설은 이렇게 민의를 무시하는 데 대한 비판이었다.”-아베 정부에 새로운 난관이 나타났는데. “이른바 ‘마요네즈 지반’의 문제다. 활주로가 놓여질 매립 예정지의 40%가 연약지반인 것으로 드러났다. 방위성은 해저에 7만 7000개의 모래말뚝을 박는 공사를 추가로 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를 위한 설계변경에는 오키나와 지사의 승인이 필요하다. 다마키 지사가 받아들일 리가 없다. 새로운 법정 공방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공사의 파행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사히신문 사설은 이렇게 적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현재 계획의 파탄은 분명하다. 공사의 장기화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헤노코에 대한 집착은 오히려 후텐마 기지의 고착화를 가져올 것이다. 아베 정권은 신속히 공사를 멈추고, 오키나와현 및 미국 정부와 협의에 들어가야 한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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