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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블로그] ‘지균충’ ‘기균충’ 서울대 순혈주의 신분제를 만들다

    [현장 블로그] ‘지균충’ ‘기균충’ 서울대 순혈주의 신분제를 만들다

    지역균형·기회균등 선발 학생 일반 학생보다 평균 학점 높지만 “수업 못 따라간다” “가난해 왔다” ‘충’으로 불리며 비하 대상으로… 학교측 TF 꾸려 “정서적 지원” 서울대가 기회균등선발전형, 지역균형선발전형 등으로 선발된 학생들의 복지 및 정서적·학업적 지원 등을 총괄할 태스크포스(TF)를 만들기로 했다고 25일 밝혔습니다. 눈에 띄는 점이 ‘정서적 지원’입니다. 뭘까요. 이 학교엔 ‘지균충’과 ‘기균충’이 있습니다. 기회균등선발전형으로 뽑힌 저소득 학생들이 ‘기균충’, 지역균형선발전형으로 입학한 지방 고교장 추천 학생들이 ‘지균충’입니다.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일반전형 출신 학생들이 이들을 그렇게 부릅니다. ‘충’은 벌레입니다. 지역균형전형은 2005년, 기회균등전형은 2009년에 각각 도입됐지만 이렇듯 여러 해를 넘기고도 ‘교육의 기회균등’은 일반전형 중심의 어쭙잖은 순혈주의에 가로막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반전형 학생들은 “기회균등·지역균형선발 학생들은 입학 성적이 낮고 수업 진도를 따라오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능력도 안 되는 애들이 들어와서 피해를 주고 있다’, ‘집안 좀 가난하다고 대학을 잘 가게 됐다’는 겁니다. 정말 그럴까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이 학교 졸업생 성적을 보겠습니다. 지역균형전형 학생의 평균 학점은 3.62점입니다. 일반 학생의 평균 점수(3.37점)보다 0.25점이나 높았습니다. 기회균등전형이나 농어촌 특별전형도 각각 3.25점, 3.27점으로 일반전형 출신보다 0.1점 낮은 데 그쳤습니다. 사실이 이런데도 현실은 다릅니다. ‘출신성분’ 때문에 기회균등·지역균형선발 학생들은 모든 학교 일상에서 소외되기 일쑤입니다. 사회·경제적 환경 배려, 사회통합 등 제도의 본래 취지는 ‘6두품 출신을 최상층 궤도에 진입하도록 만든 불공평하고 불합리한 제도’ 정도로 격하되고 있습니다. 지균충, 기균충을 외치는 ‘엘리트’들이 졸업 뒤 어떤 사회생활을 해나갈지 아찔합니다. 대한민국 최고 명문대의 이런 비뚤어진 모습에 대해 내부에서도 자탄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 서울대 대학원생은 “학교까지 나설 정도로 ‘순혈주의’가 심각하다는 게 너무 씁쓸하다”며 “누구에겐 대학이 계층 상승의 통로일 수 있겠지만, 다양한 사람이 함께 참여하는 열린 학문을 통해 인재가 길러져야 하는 게 아니냐”고 했습니다. 대학생들의 생각을 나무라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부모가, 선배가, 사회가 은연 중에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기득권을 지켜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으니까요. 노진철 경북대 교수의 말입니다. “사회의 양극화로 자신이 특혜를 누린다는 사실을 대학생들이 인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들의 노력이 무시된다고 생각하면서 특별전형 학생들과 구별 짓기를 하죠. 먼 듯하지만 다른 해법이 없습니다. 학벌 위주의 사회가 바뀌어야 합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인도에선 성인 간디, 아프리카선 인종주의자로 동상 철거 위기

    인도에선 성인 간디, 아프리카선 인종주의자로 동상 철거 위기

     비폭력·무저항주의 운동으로 인도의 독립을 이끈 마하트마 간디의 동상이 아프리카 가나에서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논란 속에 철거될 위기에 처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아프리카 가나의 가나대학 교내에 세워진 간디 동상의 철거를 요구하는 청원에 1000여명이 서명, 대학평의원회에 전달됐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간디의 동상은 지난 6월 가나대학을 찾아 간디의 이상을 실현해야 한다는 연설을 했던 프라나브 무케르지 인도 대통령에 의해 제막됐다.  청원을 시작한 가나대학 교수들은 간디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체류했던 1893년∼1914년 흑인에게 인종차별적이었을 뿐 아니라 인도의 카스트 신분제도를 옹호했다는 점을 철거 이유로 들었다. 또 간디가 남아프리카 흑인을 ‘깜둥이’라고 모욕한 글들을 인용하며 그가 남아공 정부가 인도인을 ‘반(半)야만적인 원주민’과 같은 수준으로 폄하했다며 항의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인용한 글에 따르면 간디는 흑인을 ”나태하고 벌거벗은 채로 삶을 보내고 소를 모아 부인을 사는 것이 유일한 야망인 미개한 깜둥이“라고 쓰고 있다.  가디언은 동상 설립과 관련, 학교 당국이 학생들과 협의하지 않았다며 학생들도 동상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간디가 인종차별주의자였다는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간디의 손자이자 전기작가인 라즈모한 간디는 할아버지가 ‘의심의 여지 없이’ 흑인에 대해 무지했고 편견이 있었다고 진술했고,유명한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도 간디는 불평등한 카스트제도를 옹호했다며 간디를 성인으로 추앙하는 역사학자들의 인식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한국군처럼 간부-사병 식당 나눠 따로 먹는 나라 없다”

    “한국군처럼 간부-사병 식당 나눠 따로 먹는 나라 없다”

    중세의 신분제를 연상케 하는 한국군의 계급 문화를 꼬집은 김종대 정의당 의원의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김종대 의원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분제로 굳어진 한국군’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종대 의원은 “이등병은 계급이 이등병이지 인격이 이등병이 아닙니다. 그러나 한국군에서는 인간이 이등병이 됩니다”라며 계급 간 불필요한 차별 대우를 지적했다. 김종대 의원이 대표적으로 지적한 문제점은 간부와 병사 간의 철저한 분리다. 식당과 이발소, 목욕탕, 체력단련장, 숙소가 전부 분리돼 운영되는 한국군의 병영 문화를 꼬집으며 “징병제가 시행되는 대만, 스웨덴, 핀란드 등 어느 나라 군대에도 간부식당이라는 것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 군대에서 장교와 병사가 분리되는 공간은 술을 마시는 장교클럽 정도라는 것이다. 우리 국방부에서는 장군식당, 영관식당, 간부식당, 병사식당 등 4종류의 식당이 운영된다. 김종대 의원은 “이러니 윤 일병이 35일간 구타당해 다리를 절면서 다녀도 지휘관은 까맣게 모르는 일이 가능했던 것”이라면서 “심지어 북한군도 사단장이 병사들과 거의 모든 훈련부터 일과까지 동고동락한다. 스웨덴에서는 일과 종료 후 중장인 육군 총사령관에게 경례조차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잘 싸우는 프로 군인의 면모를 보여준다. 어떤 군대가 강한 군대인가”라고 반문했다. 다음은 김종대 의원의 해당 글 전문 신분제로 굳어진 한국군 이등병은 계급이 이등병이지 인격이 이등병이 아닙니다. 그러나 한국군에서는 인간이 이등병이 됩니다. 일과 이후 휴식 시간에도 선임이 부르면 “이병 홍길동”이라고 관등성명을 대야 합니다. 훈련이나 업무 수행 중이라면 몰라도 업무와 무관한 시간에도 꼬박꼬박 관등성명을 대야하는 이유가 뭘까요? 언젠가 한 지휘관이 이상한 지시를 했습니다. 회식 시간에 장교들에게 상급자로부터 술잔을 받으면 관등성명을 대라는 겁니다. 뭔 생각으로 그랬는지 몰라도 그 지휘관은 제왕적 권위에 중독된 독재자요 미친놈입니다.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됐습니다. 그런데 병사들 사이에서는 왜 공사를 불문하고 관등성명을 대야할까요? 그것은 계급이 곧 인격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 인격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다수의 하층민이 존재하는 봉건적 신분사회가 만들어 집니다. 우리 군 지휘관들은 이걸 강한 군대라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이 하층민들은 절대 평민과 어울릴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간부와 병사는 식당과 이발소, 목욕탕, 체력 단련장, 숙소가 전부 분리됩니다. 제가 징병제가 시행되는 대만, 스웨덴, 핀란드 등 세계 각지의 군대를 다니면서 공통점으로 느끼는 게 있습니다. 어느 나라 군대에도 간부식당이라는 걸 찾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단장부터 병사까지 같은 식당에서 같은 메뉴의 식사를 하지 밥 먹는 것 자체가 분리되는 군대가 도대체 어느 나라 군대에 있습니까? 장교와 병사들이 분리되는 공간은 술을 먹는 장교 클럽 정도입니다. 그 외에는 같은 전투복, 같은 식당, 같은 목욕탕을 씁니다. 그런데 우리 국방부를 보면 장군 식당, 영관식당, 간부 식당, 병사식당 4종류의 식당이 운영됩니다. 오직 한국군에서만 발견되는 특이한 문화입니다. 이게 정말 미스터리입니다. 왜 한국군만 그런 것일까? 이러니 윤승주 일병이 자대배치 받아 35일을 구타당해 다리를 절면서 다녀도 지휘관은 까맣게 모르는 일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심지어 북한군도 사단장이 병사들과 거의 모든 훈련부터 일과까지 동고동락을 합니다. 스웨덴에 갔더니 일과 종료 후에 병사들은 중장인 육군 총사령관에게 경례조차 하지 않더군요. 그런데도 잘 싸우는 프로군인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총사령관과 병사들이 격의 없이 토론도 하구요. 어떤 군대가 강한 군대입니까? 대통령이 국방장관을 부르면 “장관 ○○○”라고 관등성명을 댈 것이 아니라면, 인격의 뼈 속까지 통제하는 이 삐뚤어진 군대 예절을 이제는 바꿀 때가 되었습니다. 이런 징병제에 간신히 매달려 국방을 하는 이 군대는 모병제 이야기만 나오면 펄쩍 뜁니다. 그 본심은 무엇일까요? 신분제가 무너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데스크 시각] 규제 ‘장벽’… 지금 누군가 울고 있다/송한수 정책뉴스부 차장

    [데스크 시각] 규제 ‘장벽’… 지금 누군가 울고 있다/송한수 정책뉴스부 차장

    ‘해와 하늘 빛이/문둥이는 서러워/보리밭에 달 뜨면/애기 하나 먹고/꽃처럼 붉은 울음을/밤새 울었다’ 서정주(1915~2000)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친일 행적이 생전 그를 옥죄었다. 작품 ‘문둥이’는 그렇지 않다. 새파랗게 젊은 20대 일제강점기 전에 탄생했다. 풀이가 여러 갈래다. 누군가는 “같잖은 속설처럼 아이 간을 빼먹은 뒤 서럽게 울었다는 표현”이라고 썼다. 어떤 이는 “처지를 한탄하며 자신을 뜯어 먹었다는 얘기로 들린다”고 한다. 그토록 큰 절망에 휩싸였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애기’에 머물렀다. 그래서 “희망(달)도 떴다가 금세 사그라졌다”고 덧붙인다. 살고자 하는 바람은 누구나 같다. 자살하려다 구조된 사람이 “살려줘 고맙다”고 고개를 숙였다지 않은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격언은 틀림없다. ‘자살’이 다시 화두다. 기업체를 꾸리다 장애물에 부딪혀 자살하는 숫자도 적잖다. 재도전 여지가 있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태도다. 되물을 수도 있다. 그런 용기로 세상을 살아가지 왜 그랬을까. 그러나 이런 의문은 성립하지 않는다. 절망의 크기가 솟구쳐 오르는 희망을 짓누른 게다. 보통 용기론 제 풀에 목숨을 버리지 못한다. 쉽게 놓치는 게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길목에서 느끼는 절망이 크다는 점이다. 예컨대 평소 믿었던 주변 지인의 말에서, 마지막 동아줄로 여겼던 국가 기관에서 만나는 절망은 영 다르다. 그런 장애물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규제다. 오죽하면 ‘손톱 밑 가시’로 불릴까. 손톱을 해코지당하면 글자 그대로 단말마(斷末魔)라고 부를 만하다. 필자는 대학 때 겪어서 안다. 이제 ‘갈라파고스 규제’라는 말이 그만 들렸으면 좋겠다. 따지고 보면 정책도 ‘규제하느냐, 풀어 놓느냐’ 하는 문제로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남들을 앞질러 규제를 철폐한 역사를 지녔다. 백성의 아픔을 헤아린 ‘위민 정신’ 덕택이다. 이미 590년 전인 1426년 남성 공노비에게 출산휴가를 한 달이나 줬다. 숨막힐 듯 견고한 신분제에도 숨통은 터졌다는 반증으로 여겨도 괜찮다. 뒷간에 가서나 달을 올려다보며 목놓아 울었을 법한 노비들이다. 1756년엔 나무를 엮어 무겁게 얹는 ‘큰머리’를 금지했다. ‘금수저’로 태어난 덕분에 권세를 한껏 누리던 양반 계층들에겐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요즈음 용어를 빌리자면 적극행정의 결실이다. 130년 전인 1886년엔 노비 세습제를 아예 폐지했다. 규제란 게 없애고 나면 “여태껏 왜 그랬나”라고 의문을 품을 만큼 도드라지게 효과를 낳는 분야다. 지난해 강원 동해안에 철갑처럼 둘러쳐졌던 군 경계철책을 걷어낸 게 대표적이다. 행정자치부와 국방부 등 부처들의 협업에 힘입었다. 안보 걱정은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우리 정보통신 기술로 메우고도 남았다. ‘시작이 반’이란 격언 역시 들어맞는다. 60여년에 걸친 주민들의 숙원이 거짓말처럼 시원하게 풀렸다. 규제 개혁에 100% 완성이란 없다. 따라서 시한도 없다. 규제의 그늘에 가려 억울하거나 불편한 국민은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국민들의 생채기를 보듬어 평안을 안기는 일은 국가에 주어진 책무다. 단, 개혁은 빠를수록 좋다. 누렇게 곪아 손톱이 빠지기 전에 단행하는 게 최선이다. 손톱 밑 가시를 뽑은 뒤 얼마나 후련할 것인가. onekor@seoul.co.kr
  •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이준기-강하늘, 아이유 바라보는 ‘불꽃 눈빛’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이준기-강하늘, 아이유 바라보는 ‘불꽃 눈빛’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이지은(아이유)이 이준기-강하늘에게 각각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된 ‘이색 삼각 인연’이 공개됐다. 로맨스가 예고된 세 사람이 어떤 스펙터클한 사건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서로에게 각인될지 궁금증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지은을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강하늘과 손을 꽉 잡아챈 이준기의 모습이 시선을 강탈하고 있다. 오는 29일 첫 방송되는 SBS 새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조윤영 극본/ 김규태 연출/ 이하 달의 연인) 측은 방송을 앞두고 4황자 왕소(이준기 분)-해수(이지은 분)-8황자 왕욱(강하늘 분)의 이색 인연을 담은 스틸을 공개했다. ‘달의 연인’은 고려소녀로 빙의된 21세기女와 차가운 가면 속 뜨거운 심장을 감춘 황자의 운명적 로맨스를 그리는 드라마로, 한류스타 이준기-이지은의 출연과 빼어난 영상미를 자랑하는 김규태 감독이 연출을 맡아 올 하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우선 왕소-해수-왕욱 세 사람의 만남은 항상 평범하지 않다. 공개된 스틸처럼 왕소는 해수를 만날 때마다 이글거리는 눈빛을 내보내지만, 왕욱은 갑자기 바뀐 해수의 행동에 실소를 터트린다. 특히 왕소와 해수의 만남에는 공개된 스틸처럼 항상 불꽃이 튄다는 설명. 왕소는 해수에게 살의를 띈 눈빛을 보내는가 하면, 황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당당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해수를 저지하면서 또 한 번 불꽃 튀는 눈빛을 보낸다. 마치 앙숙 같은 둘의 모습에 스틸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해진다. 반면에 왕욱은 사고 후 완전히 다른 아이가 된 듯한 해수에 이상함을 느끼면서도 해수의 거듭되는 엉뚱 행동에 자동으로 웃음을 터트리고 만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 해수는 엉뚱 행동과 실수가 들켜 민망해하고 그런 해수를 보는 왕욱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눈길을 끈다. 제작진에 따르면 21세기의 평범한 사고방식을 가진 해수는 신분제도만 빼고 지금의 대한민국과 거의 유사한 고려에서 조금은 특별한 아이로 통하게 된다. 고려 여인들은 당시 남자들과 집안 내에서 거의 동등한 위상을 가지고 있었고, 이혼이나 재혼 등이 허가될 정도였다는 것. 그런 고려 여인 중에서도 해수는 특별한 행동들과 언사로 눈길을 끌게 되고 많은 황자들 중에서도 왕소, 왕욱과 이색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측은 “해수는 강한 고려 여인들 사이에서 조금은 특별한 아이로 여겨지며 왕소, 왕욱과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면서 “왕소와 왕욱은 황자인 자신들에게 할 말 다 하면서도 자신들의 상처를 감싸주는 해수의 독특한 행동에 점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앞으로 이어질 세 사람의 예측 불허 궁중 로맨스에 기대 부탁드린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한편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은 고려 태조 이후 황권 경쟁 한복판에 서게 되는 황자들과 개기일식 날 고려 소녀 해수로 들어간 현대 여인 고하진이 써내려가는 사랑과 우정, 신의의 궁중 트렌디 로맨스다. 2016년 SBS가 제시하는 야심작으로 고려라는 거대한 역사적 무대에서 현대적 감성의 멜로 스토리가 펼쳐진다. 유쾌함과 암투, 사랑, 슬픔이 모두 어우러졌다. ‘닥터스’ 후속으로 오는 29일 밤 10시 1-2회가 연속 방송 된다. 사진=‘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제공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여성이 北김정은 싫어하는 5가지 이유…기쁨조·성폭력 등

    여성이 北김정은 싫어하는 5가지 이유…기쁨조·성폭력 등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여성들이 싫어하는 다섯 가지 이유를 분석한 기사가 나왔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7일 아시아 전문 인터넷 매체 보더리스(Borderless)가 보도한 ‘여성들이 김정은을 싫어하는 5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분석기사를 소개했다. 이 매체는 북한의 여성들이 겪는 비인간적인 대우는 전 세계 여성들의 공분을 살만큼 끔찍하다며 성폭력, 기쁨조, 혼혈아 살해,신분제, 여성차별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매체는 “북한 사회에 자본주의식 시장경제가 널리 퍼지는 가운데 먹고살기 위해 장사하는 여성들이 늘면서 불법 사실을 눈감아주는 조건으로 공공장소에서까지 성폭력이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 당국은 어린 소녀들을 골라 간부들의 유희를 위한 ‘기쁨조’를 만든다”면서 “14살 정도 된 어린 소녀들을 뽑아 2년 정도 교육을 한 다음 고위 간부들을 상대로 공공연히 성 접대를 시킨다”고 보도했다. 또 매체는 “혼혈아를 엄마 앞에서 죽이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며 “먹을 것을 찾아 중국으로 건너갔다고 현지인 사이에서 임신을 한 채 돌아온 여성의 경우 배를 걷어차서 유산을 시키거나 아이를 낳더라도 순수혈통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무자비하게 살해한다”고 전했다. 북한에는 ‘성분’이라는 신분제도가 존재해 하위 계층의 여성들은 성매매를 통해 먹을 것을 구해야 하며,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여성들은 차별을 당해야만 하는 처지라고 매체는 설명했다. 매체는 “북한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모든 인권유린은 김정은의 잘못된 정치로 빚어진 일”이라며 “북한에서 고통받는 여성들이 행복해지기 위한 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고 RFA는 덧붙였다. 앞서 미국 비정부기구 북한인권위원회(HRNK)는 지난 15일 보고서를 통해 김정은 집권 이후 여성에 대한 탄압이 강화됐다고 발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관광산업 발전 위한 릴레이 제언] 스토리텔링과 낯선 것 드러내기/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관광산업 발전 위한 릴레이 제언] 스토리텔링과 낯선 것 드러내기/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1320만명. 이들은 왜 한국을 방문한 것일까. 관광객이 어떤 나라를 방문할 때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나라의 독특한 문화와 풍물을 즐기기 위한 여행과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즐기기 위한 여행이다. 주말에 서울의 북촌은 수많은 인파로 북적거린다. 한옥이 주는 이국적인 멋에 끌린 외국인들에게 북촌은 서울 관광의 필수 코스다. 이처럼 서울은 발전된 문화 인프라가 갖춰진 좋은 관광지이지만, 자연 경관을 즐기기 위한 콘텐츠는 부족하다.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는 관광지는 제주도다. 그렇다면 서울과 제주도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관광 자원은 어떨까. 서울, 제주도와는 차별화된 가장 한국적이면서 해외 관광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전통문화 관광 상품이 최우선적으로 개발돼야 한다. 첫째, ‘스토리텔링’이다. 전국에 산재돼 있는 가장 한국적이고 전통적인 관광상품을 발굴해 상품화해야 한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는 종교를 떠나 그 자체 스토리만으로 전 세계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끌어들인다. 영주 부석사, 합천 해인사 등 천 년 넘게 자리해 온 우리 고찰도 수많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둘째, ‘낯선 것 드러내기’다. 다양한 지방 관광지를 발굴해 외국인에게 적극적으로 알려 사람들이 찾게 만들어 보자. 서울의 북촌, 인사동과 같은 곳이 지방에도 있다. 안동 하회마을처럼 우리의 눈에는 익숙하지만 외국인 눈에는 신비롭게 보일 만한 명소들이 있다. 이런 낯선 모습을 그대로 두지 말고 적극 드러내야 한다. ‘스토리텔링’과 ‘낯선 것 드러내기’를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곳으로 경주 양동마을을 들 수 있겠다. 500여년의 전통을 가진 역사 마을로 씨족마을의 대표적 구성 요소인 종택, 살림집, 서원과 서당 등이 거의 완전하게 남아 있고 의례, 놀이, 예술품 등 수많은 문화 유산도 보유하고 있다. 양동마을을 찾은 사람들은 마치 조선시대의 어느 마을에 온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시공을 뛰어넘어 조선시대의 ‘낯선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다. 마을 입구에 세워져 있는 ‘정충비각’은 양동마을이 긴 시간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 알려 주는 유물이다. 신분제가 엄격한 조선조 사회에서 양반과 노비를 함께 추모하는 기념물을 세운 것은 양동마을이 신분을 넘어선 공동체 정신을 가지고 있음을 말해 준다. 중국 속담에 ‘유연천리래상회’(有緣千里來相會)라는 말이 있다. 인연이 있으면 천 리가 떨어져 있어도 만난다는 말이다. 관광상품을 정비하고 인프라를 구축해 방문할 수 있도록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 [데스크 시각] 증강현실, 가상현실, 리얼리티/이순녀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증강현실, 가상현실, 리얼리티/이순녀 문화부장

    믿기 힘든 현실과 마주할 때 쓰는 ‘영화 같다’거나 ‘드라마 같다’는 표현은 이제 용도 폐기돼야 할 듯싶다. 최근 잇따라 터져 나온 뉴스들은 영화나 드라마의 상상력을 훌쩍 뛰어넘는, 비현실적인 현실들이 사회 곳곳에서 은밀히 벌어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 줬다. “설마 저렇기야 하겠어?”, “재미를 위해서 실제보다 부풀렸겠지” 같은 보통 사람들의 생각은 순진무구하기 짝이 없다는 게 드러났다. 가령 온 국민을 분노케 한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돼지’ 발언과 다음의 대화를 비교해 보자. “나는 최고 스펙을 지향한다. 너희도 그러길 바라고, 그래야만 하고. 왜냐? 우매한 대중은 거기서 이미 마음이 약해진다. 간단해요. 어느 대학을 나온 의사에게 내 건강을 맡길 것이냐, 어떤 변호사한테 내 재산과 권리를 맡길 것이냐.” “우매한 대중이란 거 자체가 틀린 전제 아니에요? 그건 대중을 무시하거나 대중에 대해서 무지하거나 둘 중 하나예요.” “니들 아침 안 먹었지? 뇌가 허해서 헛소리들을 하는구나.” 지난해 방영됐던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 나오는 장면이다. 굴지의 대형 로펌 대표인 한정호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아들과 며느리에게 가르치며 나누는 대화다. 대대로 누려온 최상위 1%의 삶을 자식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주고 싶어 하는 그에게 대중은 ‘힘과 전략으로 조종할 수 있는’ 대상일 뿐이다. 다만, 그는 이런 말이 ‘돌 맞을 만한 말’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아들과 며느리에게 ‘입 밖에 내지 말고 조용히 실천하라’고 당부한다. 이 장면을 볼 때만도 해도 그저 웃어넘겼다. 세태 풍자 드라마의 성격상 과장됐겠거니 했다. 그러다 올 초 영화 ‘내부자들’에서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 뭐 하러 개, 돼지들한테 신경을 쓰고 계십니까? 적당히 짖어 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란 그 유명한 대사를 듣고는 해도 너무하다 싶었다. ‘아무리 영화라지만 이렇게 막가도 되나’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현실은 더 큰 반전이었다. 나라의 교육 정책을 좌우하는 고위 관료가 아무리 사석이라지만 기자들 앞에서 ‘신분제 공고화’ 같은 말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는 사실에 말문이 콱 막혔다. 이어진 일련의 사건들, 즉 진경준 검사장과 김정주 넥슨 회장 간 석연치 않은 거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 등 기시감 충만한 사건들을 하루가 멀다 하고 접하면서는 아예 체념했다. 검사와 스폰서 기업 간 유착 관계, 정치인과 기업인이 연루된 성 스캔들, 1%끼리 서로 챙겨 주는 그들만의 리그. 그래, 영화나 드라마에서 숱하게 보아 온 신물나는 장면들은 허구의 스토리가 아니라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었구나. 스크린과 TV를 통해 ‘풍문으로 들’었던 ‘내부자들’의 ‘부당거래’는 그렇게 눈앞의 현실로 쓱 다가왔다. 소위 사회지도층, 엘리트를 자임하는 이들의 비뚤어진 인식과 탐욕을 적나라하게 목도하는 와중에 또 다른 한편에선 증강현실(AR) 게임인 ‘포켓몬고’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실세계에 펼쳐 놓은 가상의 캐릭터를 잡으러 수많은 사람들이 속초로, 울산으로, 부산으로 뛰어갔다. 덩달아 가상현실(VR)에 대한 관심도 수직 상승했다. 현실이 더 영화 같은 세상에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쯤이야 무슨 대수일까. 누구 말마따나 세상은 정말 요지경이다. coral@seoul.co.kr
  • [김욱동 창문을 열며] 민중의 소리는 신의 소리

    [김욱동 창문을 열며] 민중의 소리는 신의 소리

    예로부터 서양에서는 ‘민중의 목소리는 곧 신의 목소리’(vox populi vox dei)라는 격언이 유행했다. 이 격언은 12세기 영국의 역사가 맘스베리의 윌리엄이 처음으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8세기 영국의 수도승이요 학자인 앨퀸이 샤를마뉴 왕에게 보낸 편지에서 처음 엿볼 수 있다. 앨퀸은 라틴어로 쓴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민중의 목소리가 곧 신의 목소리라고 계속 말하는 사람들의 말에 절대로 귀를 기울여서는 아니 됩니다. 군중의 무질서한 행동은 언제나 광기에 아주 가깝기 때문입니다.” 앨퀸이 이렇게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민중의 목소리가 신의 목소리로 자리잡고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렇게 앨퀸과 윌리엄이 사용한 뒤 이 격언은 서양에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가령 14세기 초엽 영국의 민중이 에드워드 2세를 권좌에서 몰아내고 그의 아들 에드워드 3세를 왕으로 옹립했을 때 캔터베리 주교인 사이먼 메펌은 ‘민중의 목소리는 곧 신의 목소리’라고 말했다. 또 19세기 초엽 프랑스 귀족원 회의에서는 신문과 잡지 같은 출판물을 검열하는 제도를 제정했고, 이 제도를 계속 연장하려고 했다. 그러자 이 무렵 유명한 외교관이요 정치가였던 샤를모리스 드 탈레랑페리고르가 이 검열 제도의 연장에 반대하고 나섰다. 그는 프랑스 대혁명 이후 출판의 자유가 시대적 요청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 뒤 정치가들이 그런 시대적 요청에 불응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볼테르보다도, 보나파르트보다도, 집정관인 누구보다도 재기 있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격언이 서양에서만 유행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좁은 생각이다. 동양에서도 널리 사용돼 왔기 때문이다. 선거철만 되면 귀가 따갑도록 듣게 되는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서양 격언의 ‘목소리’라는 말을 ‘마음’이라는 말로 살짝 바꿔 놓은 것이 다를 뿐 내용에서도 조금도 다르지 않다. 아전인수 격으로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이 격언을 끌어다 사용하기 일쑤다. 맹자는 일찍이 “순천자존 역천자망(順天者存 逆天者亡)”, 즉 하늘에 순종하는 사람은 살고 거역하는 사람은 망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최근 교육과학기술부 정책기획관이 “민중은 개·돼지와 같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신분제를 정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해 큰 파문이 일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나서 국회에서 사과하고 본인은 파면됐지만 ‘민중’의 분노는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막말을 한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공무원 정책실명제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신분제 얘기를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들은 발언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여러 차례 해명할 기회를 줬지만 기획관은 처음의 발언을 거두지 않았다고 한다. 고위 공무원단 2~3급에 해당하는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누리과정, 대학 구조개혁 같은 교육부의 굵직한 정책을 기획하고 다른 부처와 정책을 조율하는 아주 중요한 보직이다. 그런 보직에 있는 고위 공무원의 입에서 민중이 개·돼지와 같다는 말이 나왔다는 것이 여간 놀랍지 않다. 비록 술에 취해서 한 말이라고 해도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취중진담이라고 평소에 이런 소신을 갖고 있지 않고서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이런 말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영화에 나오는 대사에서 인용한 것이라는 변명도 여간 궁색하게 들리지 않는다. 국민을 개나 돼지로 생각하는 공무원에게 국가의 교육 정책을 맡긴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지금 우리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다. 국경이 허물어진 치열한 글로벌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인 교육 정책이 절실하다. 그런데 그 교육정책관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민중의 목소리는 곧 신의 목소리’라는 격언을 다시 한 번 곰곰이 되씹어 볼 때다.
  • [서울광장] 출발선이 다른데 어떻게 같아지냐고?/임창용 논설위원

    [서울광장] 출발선이 다른데 어떻게 같아지냐고?/임창용 논설위원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개·돼지’ 발언으로 온 나라가 들썩거린다. 그는 99%의 민중을 먹고살게만 해 주면 되는 개·돼지라고 했다.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파문이 커지자 ‘본심이 아니다’, ‘취중이라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납작 엎드렸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지속적, 논리적이었다. 본심이 아니면 그럴 수 없다. 그는 1%가 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가식적이다. 그의 지위는 이미 공직사회에서 1%에 속한다. 그가 그걸 모를 리 없다. 오히려 ‘개·돼지’인 99%는 1%가 되려고 하지 말라고 경고까지 했다. 미국에서 흑인이나 히스패닉은 높은 데 올라가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말이다. ‘고시열전’이란 기획 기사를 연재한 적이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행정안전부(현 행정자치부)에서 취재할 때다. 각 부처의 인사가 마무리될 시점이었다. 새 정부를 이끌 고위 공무원들의 면면을 살펴보고 싶었다. 그때까지 새로 임명된 장·차관급 고위공직자 83명 중 52명이 행정·외무·기술고시 또는 사법시험 출신이었고, 그중 36명이 행정고시(현 5급 공무원 공채시험) 출신이었다. 비고시 출신은 37%에 불과했다. 출신만 놓고 보면 고시 출신 엘리트들의 정부였다. 그런 현상은 정부에만 국한돼 있지 않았다. 행시 기수별로 합격자들의 인생 궤적을 더듬어 봤다. 그들은 공직을 떠나서도 대부분 각 분야의 꼭대기 자리에 있었다.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 수장과 임원 자리 대부분이 그들의 차지였다. 금융업계와 대기업에서도 그들은 꼭대기에 진출해 있었다. 산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각종 협회의 상임 부회장은 사실상 관련 부처 퇴직자들의 독무대였다. 고시 출신들은 대부분 공직사회에서 상위 1%까지 올라갔고, 중도 탈락자들은 민간 부문으로 둥지를 옮겨 1%에 속해 있었다. 나 전 기획관은 출발선이 다른데 어떻게 같아지냐고 했다. 흙수저는 영원히 흙수저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공직사회로 국한하면 7·9급은 1%에 속해선 안 된다는 의미로 읽힌다. 신분제의 공고화 현상은 실상 우리 사회의 아픈 자화상이다. 계층 상승 사다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미 끊어졌다는 비관적 목소리까지 들린다. 언론에선 나 전 기획관 파문 이후 연일 땅에 떨어진 공직윤리를 질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단순히 윤리 차원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수뢰나 성범죄, 직무유기 같은 범법행위와는 다르다. 이런 범법행위들은 느슨한 감시 시스템이 빚은 개인적 일탈의 성격이 짙다. 반면 나 전 기획관의 발언에선 깊은 뿌리가 감지된다. 상위 1% 신분을 부여해 온 행정고시가 그것이다. 행시 합격자는 5급 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한다. 행시 초기엔 지방 군수로 발령나기도 했다. 지금도 시군구 기초지자체에선 바로 과장급이다. 반면 경찰만 해도 가장 높은 출발선이 행정직 7급에 해당하는 경위다. 직업 장교도 소위로 출발한다. 그래도 최고위직인 경찰청장도 되고 참모총장에도 오른다. 한데 유독 행정 공무원만 행시를 통해 5급에서 출발한다. 말단인 9급이 20년 넘게 근무해도 오르기 어려운 지위다. 이들은 처음부터 부하들을 거느린다. 9급부터 시작한 수하들을 자기와 같은 반열에 놓을 수 있을까. 자신과는 다른, 뒤떨어지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생기지는 않을까. 나 전 기획관의 개·돼지 발언은 이런 인식의 극단적인 표출에 불과하다. 그의 머릿속에 똬리를 튼 신분 의식이 공직사회를 넘어 전체 사회로 확산된 것이다. 결코 술취한 관료의 일회성 발언이 아니라는 의미다. 대부분의 9급 공무원 시험 응시자들이 대학 졸업자인 현실에서 행시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선발 시스템이다. 선민의식으로 똘똘 뭉친 1%를 양산할 뿐이다. 1%에 속하는 사람이 99%를 동등하게 생각하려면 출발선이 같거나 비슷해야 한다. 그런 점에선 나 전 기획관의 출발선 논리를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얼마 전 한 변호사가 지방직 9급 공무원시험에 응시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7급 시험에선 낙방했다고 한다. 7·9급 공무원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의미다. 출발선이 다른데 어떻게 같아지느냐고? 그럼 출발선을 같게 해 주는 처방을 내리면 되지 않나? 행시 폐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온 것 같다. sdragon@seoul.co.kr
  • ‘썰전’ 유시민 작가 “사석에서 개돼지 망언하는 사람 많다”

    ‘썰전’ 유시민 작가 “사석에서 개돼지 망언하는 사람 많다”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가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국장)의 “민중은 개돼지” 망언을 놓고 한목소리로 성토했다. 지난 14일 밤 방송된 JTBC 프로그램 ‘썰전’에서 유 작가는 “평소 세상과 사람, 인관관계를 보는 그 사람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고 본다”면서 나 전 국장의 망언에 놀라워했다. 유 작가는 구의역 사고로 숨진 김모(19)군 사건에 대해 ‘내 자식 일처럼 느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위선’이라는 나 국장의 망언을 놓고 “공감의 시대라고 하지 않나.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도 불행이나 고통을 겪으면 연민이 생기고 아픔에 같이 젖어드는 게 인간의 본성이라던데”라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 전 국장은 지난 7일 <경향신문> 기자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99%의 민중은 개돼지로 보고 먹게 살게만 해주면 된다“,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결국 그는 직위해체됐고,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징계 대상에 오를 예정이다. 전 변호사도 나 전 국장의 망언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전 변호사는 ”개돼지가 99%라는 사고를 가진 사람이 어떻게 우리나라 고급 관료 자리에 앉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그러자 유 작가는 ”난 이런 사람 많이 봤다“고 말했다. ”왜 그냥 놔뒀나”라고 전 변호사가 되묻자 유 작가는 “사석에서 그런 이야기 하는데 들이받으면 성격 나쁘다는 소리 들을까 봐 못 들은 척했다”고 답했다. 전 변호사는 “내가 그래서 성격 나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이런 이야기 하는 사람이 개돼지 취급을 받아야 한다”면서 “앞으로 고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인성교육이나 인문학 강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개·돼지 자조 사회’ 만든 일그러진 1% 엘리트주의

    ‘개·돼지 자조 사회’ 만든 일그러진 1% 엘리트주의

    ‘민중은 개·돼지’라는 망언을 한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에 대한 징계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그의 발언을 조롱하는 패러디와 논란이 현재진행형으로 확산되고 있다. 직장인 사이에선 “오늘 사료(점심)는 뭘 먹었느냐”는 인사가 유행하고, 인터넷상에선 부정적인 사건에 대해 ‘우리는 개·돼지’라는 자조 섞인 댓글도 늘고 있다. 페이스북에는 한 대학생이 만든 ‘개·돼지 유니온’이라는 모임도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나 기획관의 발언을 엇나간 엘리트주의로 해석했고, 이번 담론이 공고화돼 가는 계급사회를 개선하는 쪽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3일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과거 지배계급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망이라도 심어줬으나 나 기획관을 비롯한 요즘의 ‘지배계급’은 민중의 눈치도 보지 않고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하는 식으로 말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1980년대만 해도 교육이 신분적 간극을 극복할 사다리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교육이 계급을 단절시키는 매커니즘의 일부가 됐다”며 “실질적으로 신분제가 돼 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화 시대의 경쟁 위주 교육이 만든 폐해라는 지적도 있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인성 교육을 소홀히 하는 사회적 흐름이 결국 고위 공직자의 이런 망언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인성 교육을 간과하면 같은 문제가 꾸준히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2014년 정몽준 전 의원의 아들이 SNS에 ‘국민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하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또 2013년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세금 징수를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게 살짝 깃털을 뽑는 것’에 비유해 국민이 거위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나 전 기획관의 발언을 두고 일그러진 엘리트주의가 발현됐다는 시각도 많았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직자가 우월의식을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인 셈인데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라며 “엘리트주의는 지배·피지배의 개념을 깔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개·돼지라고 여기며 자조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회적 분위기는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노 교수는 “스스로 개·돼지라고 낙인을 찍는 담론이 사회를 지배할 때 자살률 증가 등 사회해체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나 전 기획관의 ‘소신’은 공직자 한 사람의 생각이기보다 지배계층의 생각일 수 있다”며 “교육부 상당수가 교육의 평등을 지향하기보다 교육의 수월성이나 국제 경쟁력을 주로 강조하는 만큼, 한국 교육을 좌지우지하는 권력자들의 사고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견제받지 않은 권력이 부패했고, 그 단면의 일부가 드러났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대학 총장들도 교육부 고위 공무원들에게 함부로 반발하지 못하는 것을 감안하면 교육부 고위 공무원들이 과도한 권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적절한 통제가 없으면 잘못된 생각이나 정신병력이 강화될 수 있으며, 나 전 기획관도 그런 경우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학생 죽음으로 내모는 교육 외면할 수 없어”

    “학생 죽음으로 내모는 교육 외면할 수 없어”

    “장미만 꽃이냐. 풀꽃도 꽃이죠. 단 한 명의 학생도 버려선 안 됩니다. 모두를 감싸안는 게 교육의 기본이고 최종 목표죠. 그런데 우리 현실은 학교마다 350명을 떠안아 100명은 뽑고 250명은 버립니다. 행복하기 위해, 사람답게 살기 위해 받는 교육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청소년들의 자살을 낳는 모순 앞에서 국가도 사회도 부모도 아무 대책이 없어요. 그게 이 소설을 쓴 이유입니다.” ‘국민 작가’ 조정래(73)가 우리 사회에 죽비를 내리치는 신작으로 돌아왔다. 20세기 한국 현대사 3부작으로 불리는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으로 1550만부, 2013년 펴낸 ‘정글만리’로 150만부를 팔아치운 밀리언셀러 작가의 이번 선택은 ‘교육’이다. 수많은 낙오자를 양산하는 공교육과 몸집을 불리는 사교육을 고발하는 새 장편 ‘풀꽃도 꽃이다’(전 2권·해냄) 얘기다. 노작가는 백내장 수술에 오른팔 마비, 아내의 투병 등의 지난한 시간을 딛고 작품을 위해 지난 3년간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그리고 사교육 현장까지 직접 발품을 팔며 취재했다. 일찌감치 “내가 처한 사회와 상황, 그 속의 삶의 아픔을 결코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라 다짐한 그인 만큼 멍들 대로 멍든 교육 현장에 고개를 돌린 건 새삼스러운 선택은 아니다. 동시에 개인적인 의미도 있다. 올해 고1, 중1이 된 손자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제가 손자가 둘이에요. 내 손자들이 사교육 시장의 거센 파도에 대책 없이 휩쓸리는 걸 보면서 소설을 쓰는 심정은 27년 전 외아들을 논산훈련소에 데려다주고 돌아올 때의 심정과 그 비감함이 어찌 그리 같던지요. 그간 수많은 작품을 내면서 이번처럼 통렬한 심정으로 쓰고 미래를 걱정한 적이 없었습니다. 선진국들은 모두 토론식 창의 교육, 논술을 생활화한 교육으로 발전된 인간상, 행복한 나라를 만들고 있는데 우리는 암기식, 찍기식 교육으로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어요. 아이들이 성적 때문에 하루 평균 1.5명, 연간 550여명이 자살하는 나라가 됐죠. 제 소설이 교육계에 받아들여져 논의의 장이 마련되면 행복하겠어요.” 작가는 작품에서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일제고사의 폐해, 수많은 낙오자를 양산하는 자율형 사립고의 확대, 40조원 규모로 팽창한 사교육 시장 등 우리 교육의 병폐를 낱낱이 벗겨내며 교육을 바로 세울 해법도 제시한다. 그는 창의식 교육, 대안학교, 혁신학교 지원 등 교육 현장에서의 변화뿐 아니라 임금 격차 줄이기, 대학 서열 없애기, 채용 방식의 변화 등 사회 전체의 개혁을 강조했다. “대안학교와 혁신학교는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교육자들과 학부형들이 모색한 길이에요. 300여개로 늘어난 대안학교들은 공교육에서 버려지다시피 한 아이들을 구해주고 있는데 국가에서는 지원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죠. 사회 지도를 완전히 바꾸는 것도 교육을 바꿀 길입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돈의 차별은 인간에 대한 차별이잖아요. 노동자와 대졸자들의 월급을 50만원만 차이 나게 하자는 거죠. 대학 안 나온 사람도 생활인으로, 사회인으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하는 독일처럼 사회의 인식과 구조를 고쳐 재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와 관련, 작가는 “국민 99%는 개·돼지”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에 대해서도 작심하고 비판했다. “(나 전 정책기획관은) 굉장히 충격적인 탁월함을 발휘해서 국민들로 하여금 ‘내가 무엇일까’ 하고 회의하게 하는 위대한 업적을 세웠습니다. 국민의 99%가 개·돼지라면 그들이 내는 세금 받아먹고 살아온 그는 어떤 존재일까요. 개·돼지에 기생하는 기생충이거나 진딧물 같은 존재죠.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겠다는 사람이 대한민국 교육을 세우고 추진해 나가는 핵심 부서의 장으로 있으니 교육이 이렇게 되었겠죠. 그런 자를 국장으로 임명해 일을 추진해 온 장관도 물러나야 합니다.” 내는 대표작마다 ‘밀리언셀러’를 만드는 작가는 요즘도 메모해 놓은 소재가 40가지는 될 정도로 아이디어가 넘친다. 이미 차기작도 결정해 놨다. “3년 후에 나올 소설의 주제는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입니다. 국민에게 ‘개·돼지 같다’고 하는 국가가 무엇인지 국민이 확실히 알아야 우리의 미래가 있기 때문이죠.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이 과거를 바탕으로 오늘을 밝히고 전망한 것이라면 ‘정글만리’와 이번 작품은 현실을 토대로 우리의 미래를 밝히는 작품입니다. 이런 기획으로 등단 55주년을 맞는 10년 뒤까지 서너 개의 작품을 더 낼 계획이에요. 늙을 시간도 없는데 세월이 가니 늙네요.”(웃음)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개천서 용은커녕…개천 자체가 말랐다”

    “개천서 용은커녕…개천 자체가 말랐다”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신분제 공고화’ 발언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한국 사회가 이제 단순한 빈부 격차의 심화가 아니라 주거·교육·문화·건강 등 전 부문에서 격차가 벌어지는 ‘다중격차’ 시대로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제 개천에서 더이상 용은 나오지 않으며, 우리 사회의 계층 이동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개천 자체가 말라버렸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한국 사회의 새로운 불평등 양상으로 청년층이 ‘구조적으로’ 하위 계층화되는 세대 간 격차 문제가 커지고 있으며, 정치권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세대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이 같은 분석은 2011년부터 한국의 불평등 현상을 연구해 온 한신대 공공정책연구소 다중격차연구단이 12일 펴낸 ‘다중격차, 한국사회 불평등구조’와 ‘한국의 불평등 2016’(페이퍼로드)을 통해 제기됐다. ‘한국의 불평등 2016’이 국내 불평등 현상을 통계와 지표 중심으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다중격차, 한국사회 불평등구조’는 소득뿐 아니라 임금, 자산, 주거, 세대, 경제체제, 조세, 정치, 복지 등에서의 불평등 구조를 심층적으로 진단했다. ●소득 너머 교육·주거 등 불평등 중첩 1997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한국의 노동시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졌다. 빈곤층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초고소득층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부동산 투기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면서 자산 가격 상승에 성공한 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뉘었고, 교육도 불평등을 완화하기보다는 불평등 구조를 세대 간 이전하는 불평등의 재생산 도구가 됐다. ‘다중격차’ 사회는 이 같은 다차원적인 불평등 구조가 중첩되면서 구조화되고 있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 책에서 다중 격차는 배제의 성격을 드러낸다. 흡사 보이지 않는 카스트제도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한국식 발전주의는 성장 결실을 공유하는 낙수 효과를 통해 다수의 생활수준이 동반 상승하는 ‘엘리베이터 효과’가 있었지만 개발 모델의 시효가 끝나면서 일부 계층의 지위가 상승하는 동안 다른 계층은 하강하는 ‘버킷 엘리베이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은 1990년대 이후 임금 불평등의 증가율이 다른 국가들보다 월등히 높아지면서 초고소득층으로서의 소득 집중보다 빠른 상대적 빈곤층의 확산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자산소득 불평등도 심화돼 이른바 ‘피케티 비율’이라고 부르는 소득 대비 순자산 비중이 급상승해 세습 자본주의의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경향은 특히 2000년대 들어 불평등은 커지고,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심화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은 ‘악순환’되는 경향도 뚜렷하다. 소득 격차의 괴리는 자산 불평등으로, 이는 다시 수도권과 비수도권, 서울의 강남과 강북으로 주거 공간의 분리와 주거 형태의 불평등 심화를 야기했다. 소득, 자산, 주거의 격차는 교육 불평등을 낳고, 출신대학은 또다시 소득 격차로 이어지는 악순환 사슬의 완성체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증세안 실시 복지 확대 나서야” 전병유 다중격차연구단장(한신대 교수)은 “한국은 귀속지위보다 성취지위가 우세한 사회였지만 이제는 귀속지위가 더 우세한 ‘닫힌 세상’으로 달려가고 있다”면서 “법인세와 소득세의 상위 계층 부담을 늘리고, 부동산 보유세와 자본소득세를 강화하는 방식의 증세안을 실시해 복지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한 아이도 낙오자로 만들어선 안 된다” 교육계 죽비 내리치는 신작 낸 조정래 작가

    “한 아이도 낙오자로 만들어선 안 된다” 교육계 죽비 내리치는 신작 낸 조정래 작가

     “장미만 꽃이냐. 풀꽃도 꽃이죠. 단 한 명의 학생도 버려선 안 됩니다. 모두를 감싸안는 게 교육의 기본이고 최종 목표죠. 그런데 우리 현실은 학교마다 350명을 떠안아 100명은 뽑고 250명은 버립니다. 행복하기 위해, 사람답게 살기 위해 받는 교육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청소년들의 자살을 낳는 모순 앞에서 국가도 사회도 부모도 아무 대책이 없어요. 그게 이 소설을 쓴 이유입니다.”  ‘국민 작가’ 조정래(73)가 우리 사회에 죽비를 내리치는 신작으로 돌아왔다. 20세기 한국 현대사 3부작으로 불리는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으로 1550만부, 2013년 펴낸 ‘정글만리’로 150만부를 팔아치운 밀리언셀러 작가의 이번 선택은 ‘교육’이다. 수많은 낙오자를 양산하는 공교육과 몸집을 불리는 사교육을 고발하는 새 장편 ‘풀꽃도 꽃이다’(해냄) 얘기다.  노작가는 백내장 수술에 오른팔 마비, 아내의 투병 등의 지난한 시간을 딛고 작품을 위해 지난 3년간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그리고 사교육 현장까지 직접 발품을 팔며 취재했다. 일찌감치 “내가 처한 사회와 상황, 그 속의 삶의 아픔을 결코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라 다짐한 그인 만큼 멍들 대로 멍든 교육 현장에 고개를 돌린 건 새삼스런 선택은 아니다. 동시에 개인적인 의미도 있다. 올해 고1, 중1이 된 손자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제가 손자가 둘이에요. 내 손자들이 사교육 시장의 거센 파도에 대책 없이 휩쓸리는 걸 보면서 소설을 쓰는 심정은 27년 전 외아들을 논산훈련소에 데려다주고 돌아올 때의 심정과 그 비감함이 어찌 그리 같던지요. 그간 수많은 작품을 내면서 이번처럼 통렬한 심정으로 쓰고 미래를 걱정한 적이 없었습니다. 선진국들은 모두 토론식 창의 교육, 논술을 생활화한 교육으로 발전된 인간상, 행복한 나라를 만들고 있는데 우리는 암기식, 찍기식 교육으로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어요. 아이들이 성적 때문에 하루 평균 1.5명, 연간 550여명이 자살하는 나라가 됐죠. 제 소설이 교육계에 받아들여져 논의의 장이 마련되면 행복하겠어요.”  작가는 작품에서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줄세우는 일제고사의 폐해, 수많은 낙오자를 양산하는 자율형 사립고의 확대, 40조원 규모로 팽창한 사교육 시장 등 우리 교육의 병폐를 낱낱이 벗겨내며 교육을 바로세울 해법도 제시한다. 그는 창의식 교육, 대안학교, 혁신학교 지원 등 교육 현장에서의 변화뿐 아니라 임금의 문제, 대학 서열 없애기, 채용 방식의 변화 등 사회 전체의 개혁을 강조했다.  “대안학교와 혁신학교는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교육자들과 학부형들이 모색한 길이에요. 300여개로 늘어난 대안학교들은 공교육에서 버려지다시피 한 아이들을 구해주고 있는데 국가에서는 지원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죠. 사회 지도를 완전히 바꾸는 것도 교육을 바꿀 길입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돈의 차별은 인간에 대한 차별이잖아요. 노동자와 대졸자들의 월급을 50만원만 차이나게 하자는 거죠. 대학 안 나온 사람도 생활인으로, 사회인으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하는 독일처럼 사회의 인식과 구조를 고쳐 재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와 관련, 작가는 “국민 99%는 개돼지”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에 대해서도 작심하고 비판했다.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은) 굉장히 충격적인 탁월함을 발휘해서 국민들로 하여금 ‘내가 무엇일까’ 회의하게 하는 위대한 업적을 세웠습니다. 국민의 99%가 개돼지라면 그들이 내는 세금 받아먹고 살아온 그는 어떤 존재일까요. 개돼지에 기생하는 기생충이거나 진딧물 같은 존재죠.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겠다는 사람이 대한민국 교육을 세우고 추진해 나가는 핵심 부서의 장으로 있으니 교육이 이렇게 되었겠죠. 그런 자를 국장으로 임명해 일을 추진해온 장관도 물러나야 합니다.”  내는 대표작마다 ‘밀리언셀러’를 만드는 작가는 요즘도 메모해놓은 소재가 40가지는 될 정도로 아이디어가 넘친다. 이미 차기작도 결정해놨다.  “3년 후에 나올 소설의 주제는 ‘국민에게 국가가 무엇인가’”입니다. 국민에게 ‘개돼지 같다’고 하는 국가가 무엇인지 국민이 확실히 알아야 우리의 미래가 있기 때문이죠.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이 과거를 바탕으로 오늘을 밝히고 전망한 것이라면 ‘정글만리’와 이번 작품은 현실을 토대로 우리의 미래를 밝히는 작품입니다. 이런 기획으로 등단 55주년을 맞는 10년 뒤까지 서너개의 작품을 더 낼 계획이에요. 늙을 시간도 없는데 세월이 가니 늙네요.”(웃음)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한국 사회 다중격차 시대 진입했다

    한국 사회 다중격차 시대 진입했다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신분제 공고화’ 발언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한국 사회가 이제 단순한 빈부 격차의 심화가 아니라 소득·자산·주거·교육·문화·건강 등 전 부문에서 격차가 벌어지는 ‘다중격차’ 시대로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제 개천에서 더이상 용은 나오지 않으며, 우리 사회의 계층 이동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개천 자체가 말라버렸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한국 사회의 새로운 불평등 양상으로 청년층이 ‘구조적으로’ 하위 계층화되는 세대 간 격차 문제가 커지고 있으며, 정치권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세대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이 같은 분석은 2011년부터 한국의 불평등 현상을 연구해 온 한신대 공공정책연구소 다중격차연구단이 12일 펴낸 ‘다중격차, 한국사회 불평등구조’와 ‘한국의 불평등 2016’(페이퍼로드)을 통해 제기됐다. ‘한국의 불평등 2016’이 국내 불평등 현상을 통계와 지표 중심으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다중격차, 한국사회 불평등구조’는 소득 뿐 아니라 임금, 자산, 주거, 세대, 경제체제, 조세, 정치, 복지 등에서의 불평등 구조를 심층적으로 진단했다.   1997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한국의 노동시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졌다. 빈곤층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초고소득층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부동산 투기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면서 자산 가격 상승에 성공한 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뉘었고, 교육도 불평등을 완화하기보다는 불평등 구조를 세대 간 이전하는 불평등의 재생산 도구가 됐다.  ‘다중격차’ 사회는 이 같은 다차원적인 불평등 구조가 중첩되면서 구조화되고 있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 책에서 다중 격차는 배제의 성격을 드러낸다. 흡사 보이지 않는 카스트제도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한국식 발전주의는 성장 결실을 공유하는 낙수 효과를 통해 다수의 생활수준이 동반 상승하는 ‘엘리베이터 효과’가 있었지만 개발 모델의 시효가 끝나면서 일부 계층의 지위가 상승하는 동안 다른 계층은 하강하는 ‘버킷 엘리베이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은 1990년대 이후 임금 불평등의 증가율이 다른 국가들보다 월등히 높아지면서 초고소득층으로서의 소득 집중보다 빠른 상대적 빈곤층의 확산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자산소득 불평등도 심화돼 이른바 ‘피케티 비율’이라고 부르는 소득 대비 순자산 비중이 급상승해 세습 자본주의의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경향은 특히 2000년대 들어 불평등은 커지고,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심화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은 ‘악순환’되는 경향도 뚜렷하다. 소득격차의 괴리는 자산 불평등으로, 이는 다시 수도권과 비수도권, 서울의 강남과 강북으로 주거 공간의 분리와 주거 형태의 불평등 심화를 야기했다. 소득, 자산, 주거의 격차는 교육 불평등을 낳고, 출신대학은 또다시 소득격차로 이어지는 악순환 사슬의 완성체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병유 다중격차연구단장(한신대 교수)은 “한국은 귀속지위보다 성취지위가 우세한 사회였지만 이제는 귀속지위가 더 우세한 ‘닫힌 세상’으로 달려가고 있다”면서 “법인세와 소득세의 상위 계층 부담을 늘리고, 부동산 보유세와 자본소득세를 강화하는 방식의 증세안을 실시해 복지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오후에야 얼굴 내민 나향욱 “죽을죄 지었다” 읍소 작전

    오후에야 얼굴 내민 나향욱 “죽을죄 지었다” 읍소 작전

    “민중은 개·돼지”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은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나 기획관은 이날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신의 발언에 대해 “그 말은 제 본심이 아니었다”면서 “제가 그렇게 생각을 해서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라 영화에서 나온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나 기획관은 또 “그날 과음하고 과로한 상태였다”면서 ‘우리나라에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했던 발언과 관련해서도 “우리나라 사회가 미국처럼 신분사회로 고착화되어 가는 것 아닌가라고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 기획관은 새누리당 이은재 의원의 해명 요구 발언에 “죽을죄를 지었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고향인 경남 마산에서 요양 중이던 나 기획관은 이날 오전 국회 교문위 회의에 불출석했다가 교문위가 자신의 문제로 파행되자 오후에 뒤늦게 참석했다. 교문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2015년 결산 등을 처리하면서 나 기획관의 발언에 대한 경위를 확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나 기획관을 비롯한 이승복 대변인 등 문제의 중심에 선 당사자들이 회의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여야 의원들은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나 기획관의 출석을 요구하다가 회의가 파행되기도 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지난 금요일에 사실을 접하고 주말에 수차례 간부회의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며 “나 기획관에게 최고 수위의 징계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공무원법상 중징계는 파면, 해임, 강등, 정직이다. 이 가운데 파면과 해임이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는 최고 수위의 징계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나향욱 국회 출석…여야 “즉각 사퇴하라”, 장관 “중징계 요청”

    나향욱 국회 출석…여야 “즉각 사퇴하라”, 장관 “중징계 요청”

    “민중은 개·돼지” 등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여야 의원들은 나 정책기획관에게 “당장 사퇴하라”고 질타했다. 이날 회의는 결산 심사를 위한 자리였지만 야당 의원들이 나 기획관이 출석하기 전에는 회의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면서 오전 한때 파행을 빚었으며, 나 기획관이 오후 출석한 후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졌다. 이준식 교육부 장관은 나 기획관 출석에 앞서 “어떤 상황과 이유에서든 부적절했고 어떤 변명도 있을 수 없다”며 90도로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이 장관은 그러면서 “나 기획관에 대해선 중징계를 포함해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 국가 교육을 담당하는 수장으로서 직원의 불미스런 일로 국민 마음에 큰 상처를 드리게 돼 참담하다”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우여곡절끝에 나 기획관이 이날 오후 회의장에 출석하자 의원들은 본격적으로 비판을 퍼부었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돼지 국민을 대표하는 신동근 의원”이라고 운을 뗀 뒤 “정말 해괴망측한 발언이다. 쿠데타를 일으켰던 권위주의 정권조차도 국민을 위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런 말을 공연히 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유은혜 의원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여론조사 추이를 얘기해다가 ‘개·돼지’ 발언이 나왔다고 나 기획관이 해명을 했는데, 그 답변이 오히려 국민 공분을 산다”며 “과음으로 인한 실수였다고 해명하는 것도 분노스럽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나 기획관이 국민 세금으로 국외훈련을 가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사실도 지적, 교육부가 선발 과정을 재조사해 부적합하게 선발됐다면 학비를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엔 친서민 교육정책을 홍보했던 사람이 어떻게 그런 발언을 했느냐”며 “헌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말이다. 당장 사퇴하세요”라고 소리쳤다.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도 “약주로 말실수를 했다고 하지만 파면을 요청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며 “본인이 직을 사퇴하겠다는 생각은 안하느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다그쳤다. 같은 당 이종배 의원도 “고위공무원이 기자들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에서 어떻게 그런 얘길 하느냐. 어떻게 이런 자세를 갖고 그동안 공직생활을 했느냐. 국민을 섬기는 대다수 공무원을 깎아내렸다”고 지적했다. 질타 속에 나 기획관은 고개를 숙인 모습으로 울먹이며 연거푸 사과했다. 나 기획관은 “국민께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고 정말 죄송하다”며 “제가 한 말이 본뜻은 아니고 취중 실수였다. ‘개·돼지’ 발언은 영화 대사를 인용한 것이고 신분제 공고화 등 내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조사를 성실히 받고 어떤 처분이 내려지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과거 나 기획관을 발탁한 것과 관련해 “유능하고 능력있는 공무원이라고 해서 정책기획국장으로 임용을 했다”고 답하면서도 의원들이 질타가 이어지자 나 기회관에 대한 징계 요청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사안의 엄정함을 고려해 최고 수위 징계 요구까지 고려하고 있다. 파면까지 포함되는 중징계를 요청하겠다”며 “인사혁신처장의 협조를 구해 빨리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장관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원들의 말에는 “모든 책임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포토] “민중은 개·돼지” 막말 파문 나향욱…뒤늦은 사과

    [서울포토] “민중은 개·돼지” 막말 파문 나향욱…뒤늦은 사과

    최근 한 언론사 기자들과 저녁 식사를 하다가 “민중은 개·돼지다”,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은 나향욱(오른쪽)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해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교육부는 나 기획관이 ‘과음한 상태에서 기자와 논쟁을 벌이다 실언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부적절한 언행이라고 판단해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우상호 “‘민중은 개·돼지’ 발언 공직자 퇴출해야”

    우상호 “‘민중은 개·돼지’ 발언 공직자 퇴출해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11일 “민중은 개·돼지”, “신분제를 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논란을 빚은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에 대해 “공직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국민을 개·돼지라고 했던 분을 공직자로 볼 수 있는가”라며 “(이에 대해) 길게 말하기도 민망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생활하는 사람이 자신의 주인을 개·돼지라고 말하는 공직자”라며 “박근혜 정부는 이 분에 대한 조치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 원내대표는 한·미 양국 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공식화에 대해서 “배치 결정 과정에서 국민적 동의를 받지 않고 졸속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박근혜 정부가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을 어떻게 설득하는지, 사드 배치 지역 주민들을 어떻게 설득하는지 야당으로서 심각하게 우려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홍보 동영상을 무료로 제공받은 혐의로 새누리당 조동원 전 홍보기획본부장을 검찰에 고발한 것과 관련, “왜 선관위는 (국민의당과) 다른 잣대로 접근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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