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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맞수 기업·맞수 CEO] 제화업계

    업계에 영원한 챔피언은 없다.선두 주자라고 해서 한눈 팔다가 언제 도전자에게 당할지 모른다.그렇다고 특정 업체의 독주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라이벌이 없으면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이런 맥락에서 보면 라이벌은 시장을 함께 키워가는 파트너인 셈이다.2∼3년을 버티지 못하고 도산하는 기업들이 속출하는 현실에서 수십년씩 장수하며 업종을 대표하는 맞수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곳이 적지 않다.이 기업들의 사령탑을 찾아 기업관과 경영철학,미래전략을 알아본다. ■금강제화 정순엽 사장 금강제화의 이미지는 ‘중후한 멋’을 풍긴다.약간은 보수적이어서 젊은층 공략이 힘들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 많이 달리졌다.20,30대 패션리더를 겨냥한 독특하고 캐주얼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 “갑작스런 변화,새로운 브랜드의 남발은 고객에게 친근함보다 어색함을 줍니다.아주 천천히 변화하면서 고객의 니즈(욕구)에 다가가는 것,이것이 50년 금강제화가 걸어온 길입니다.” 정순엽(鄭淳曄·사진·55) 사장은 금강제화의 장수전략을 이렇게 설명한다.1954년 10월 고 김동신(金東信·97년 별세) 명예회장이 서울 서대문구 2층 건물에 세운 ‘금강제화산업사’가 국내 1위 제화업체 금강제화의 효시다.1층은 매장,2층은 구두를 만드는 공장이었다.한국전쟁 직후 대부분의 소비재 공급이 수요를 채우지 못하던 때에 과감히 수제(手製)를 탈피,기계화를 통해 대량생산에 나섰다. 60년대 초 서울 광화문·명동매장을 차례로 열고 66년 본사를 금호동으로 이전했다.69년에는 ㈜금강제화로 사명을 바꾸는 등 ‘공격경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70년대는 해외수출에 눈을 돌렸다.국가차원의 수출 장려책에 힘입어 제화업계가 전반적으로 성장했던 때이기도 하다.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하던 금강제화는 70년대 중반 무려 생산량의 70∼80%를 일본과 미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 사업규모는 나날이 커졌지만 경영이념인 ‘제일주의’와 ‘인본주의’는 변하지 않았다.제일주의의 기본은 한 우물만 공략할 것,그리고 여기에 조금씩 변화를 가미하는 것이다.기업 이미지나 컨셉트가 대체로 ‘보수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정 사장은 “20,30대 젊은이들이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했다고 해서 이들을 위한 브랜드 개발에만 힘을 쏟다보면 오랜 고객인 40∼50대로부터 외면받게 될 것”이라며 “고객 취향을 따라가기보다 고객의 마음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새 브랜드 출시보다 브랜드의 컨셉트를 조금씩 바꿔나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회사운영의 요체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본주의다.“회사는 직원에게 비전을 제시하고,상사는 부하직원에게 행동을 보여줘야 합니다.윗사람이 어떤 대접을 받느냐를 보면서 아랫사람들이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되는 것이죠.모든 것은 사람관계에서 이뤄지는 것이죠.” 탄탄한 기업이라고 어려움이 없었을까.90년대 후반들어 해외브랜드 유입과 내수급랭은 매출부진으로 이어졌다.매출이 지난 99년 405억 8000만원을 정점으로 2000년,2001년 각각 19%,18.42%의 감소세를 기록했다.그러자 고급화전략에서 돌파구를 찾기로 했다. 지난해 장수브랜드 ‘비제바노’를 수입화 못지않은 최고급 브랜드로 재출시했다.악어·뱀·도마뱀 등 비싼 원자재에 수작업 비율을 절반 수준으로 끌어올린 수십만원대의 고가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최여경기자 kid@kdaily.com ■에스콰이아 이범 회장 ㈜에스콰이아 이범(李范·사진·46) 회장은 유쾌한 최고경영자다.우선 “비즈니스는 즐겨야 오래간다.아니면 투자가 낫다.재미있지 않으면 안한다.”는 경영철학부터 다소 특이하다.그는 여성을 상대로 하고 제품 주기가 짧은 패션만큼 재미있는 사업이 없다고 단언한다. 이 회장은 42년 역사의 에스콰이아를 ‘젊은 상표’로 만들었다.지난해 중장년층을 위한 상표는 아예 없애 버렸다.나이들어 보이는 것을 원하는 여성은 없다는 생각에서 젊은층을 위한 디자인으로 싹 바꿨다. ‘존경하는 남성’이란 뜻의 에스콰이아는 미국의 유명한 남성잡지 이름을 본뜬 것이다.서구적인 냄새가 나면 무조건 인기를 끌던 60년대,에스콰이아 구두는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창업주 이인표(李寅杓) 명예회장은 하루에 기술자 1명이 구두 3켤레를 만들던 수제화에서 출발했다.차남 이범 회장은 지난해 30억원을 들여 구두 공장을 이탈리아 유명 브랜드처럼 카페 분위기로 바꿨다. 1년에 5∼6번은 이탈리아로 해외출장을 간다는 이 회장은 “이탈리아인들은 한국인과 기질이 똑 같다.”며 “이탈리아에서 패션과 연예오락 산업이 성공한 것처럼 한국의 패션과 연예오락 산업도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그는 해외출장을 가도 패션쇼장보다 직접 매장에 들러 사람들이 신고 다니는 신발을 살펴볼 정도로 철저히 ‘현장경영’을 중시한다. 에스콰이아의 40년 장수비결도 고객의 요구에 따라 변화하고,고객의 목소리를 가장 두려워한 덕분이라고 밝혔다.때문에 에스콰이아는 본사보다 매장 직원의 대우가 훨씬 좋다고 한다. 창업주는 1주 매출의 절반 이상을 올리는 주말 매장을 놔두고 골프장에 갈 수 없다며 임원들에게 골프를 치지못하게 했다.지난해 아버지가 노환으로 돌아가셨으니 올해는 골프를 배워볼까 생각중이라고 이 회장은 웃었다. 이 회장은 영화와 잡지를 제작하다 실패한 경험이 있는 아버지에 대해 “한국전쟁이 아니었으면 예술하셨을분”이라고 소개했다.창업주의 취향이 서로 달라 경쟁업체인 금강제화는 기능성과 남성화에,에스콰이아는 디자인과 여성화에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에스콰이아를 이탈리아의 구치나 프랑스의 샤넬과 같은 세계적인 패션회사로 키우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구두 매출은 줄이고 가방,의류,향수,시계 등의 매출을 늘릴 생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상품권 남발로 구두 매출액이 너무 많습니다.패션은 매출 1위를 자랑스러워 할 것이 아니라 재구매율과 상표 선호도에서 1위를 차지해야 합니다.”화장품 등 새로운 분야는 직원을 뽑아 연구 중이라며 2년쯤 뒤에 새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구두는 1년에 6번,의류는 8번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 패션산업에서 그의 번뜩이는 감각과 몰아붙이는 집중력이 에스콰이아를 세계적인 상표로 올려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윤창수기자 geo@
  • 대구지하철 참사/ 참사 다음날 물청소 ‘사라진 현장’

    ‘현장이 사라졌다.’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사고 수습 및 사후 대책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지만 정작 사고 현장이 제대로 보존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대구지하철 시민사회단체대책위는 21일 “현재 진행중인 중앙로역 복구작업은 시가 사고원인의 일부로 추정되는 역내 전기배선 문제,환풍기 및 발전시스템의 가동 상태 등을 무시하고 단순방화와 안전규칙의 문제로만 국한시키려는 의도”라며 복구작업을 중단하고 현장보존에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방재 전문가들도 “대구 지하철 화재는 100년에 한 번 날까말까한 대형 참사임과 동시에 소중한 지하철 사고 연구 사례지만 사고 조사가 종합사령실과 기관사의 업무상 과실에만 맞춰지는 등 제대로 된 현장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지하철공사 직원과 육군 50사단 장병 등 100여명이 사고 발생 다음날인 지난 19일 중앙로역 일대에서 물청소를 벌이는 바람에 사고 당일 승객들이 버리고 간 신발과 옷가지,휴대전화 등이 ‘말끔히’ 치워졌다.사고 전동차 2대도 같은날 월배차량기지로 옮겨져 현장에 남아 있지 않다. 21일에도 중앙로역의 건축 마감재를 철거하고 모터카로 사고역에서부터 안심 차량기지까지의 사고 잔재물을 모두 치우는 등 복구작업이 계속됐다. 때문에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지하철 참사 현장’이 단 나흘 만에 깨끗이 치워져 버렸다. 사실상 유일한 현장 조사권한을 갖고 있는 경찰은 용의자와 사고 전동차 기관사 등에 대한 수사에 몰두,나름대로 성과를 거뒀지만 이는 사고 예방과는 거리가 멀다.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실시한 현장 감식으로도 지하철 운영 시스템상 문제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왕종배 안전시스템연구팀장은 “지하철 운영 시스템상의 구조적 문제점을 파고들어야 하는데 전문 지식이 없는 경찰이 현장 조사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면서 “사령실과 기관사의 과실 외에도 운행 시스템 및 역사 안전관리,전동차의 제원,직원 안전교육 등 다양한 문제점이 숨어 있는데 이에 대한 조사가 얼마나 이뤄졌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현장이 급속도로 훼손된 데다 사고 차량의 제원·사양,역사의 구조,전기·기계 계통도 등이 전혀 공개되지 않아 전문적인 현장조사는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미국의 경우 철도,항공,해양,도로 등 각종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현장을 철저히 통제,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사고 조사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주고 있다.소방관을 제외하고는 경찰 등 관계기관도 책임조사관(IIC)의 승인을 받아야 출입이 가능하다.경찰,소방관,공무원,직원,취재진 등이 뒤엉켜 ‘난장판’과 같은 국내 현장과는 완전히 다르다. 건설교통부 항공사고조사위원회 관계자는 “NTSB의 조사범위는 사고 차량의 역사,승무원의 의무,철도의 전기·설비·신호 등 운영 시스템,승무원의 피로도·근무강도,약물·알코올 섭취여부,생존자 분석,부근지역의 비상 대비 시스템 등으로 광범위하다.”면서 “관련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이들에게 사고 조사 권한도 없는 국내 상황에서는 담당자 몇 명 구속하는 선에서 사고조사가 마무리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게다가 전체 운행 시스템에 대한 총점검이 필요한 대구지하철은 시민불편을 이유로 사고 다음날인 19일 오전부터 중앙로역 주변 6개역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 운행을 시작했다.대구 지하철의 하루 이용 승객은 15만여명으로 전체 수송분담률의 5%에 불과하다. 서울시립대 도시방재안전연구소 윤명오 소장은 “전문가들이 사건 발생 초기부터 합동조사단에 합류해 사고 원인 조사는 물론 종합적인 개선책을 도출해야 하는데 현실은 취재진의 ‘힘’을 빌려 현장에 겨우 접근하는 수준”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대구 김상화 류길상기자 shkim@
  • 대구지하철 참사/긴박했던 당시 상황

    비극의 서막은 한 50대 남자의 방화에서 시작됐다. 지하철은 순식간에 암흑천지가 됐고,화염과 유독성 가스에 승객들은 하나둘 쓰러져 갔다.칠흑 같은 어둠에서 탈출구를 찾던 승객들의 고함과 울음소리도 점차 잦아들었다. 뒤늦게 현장에 투입된 구조대원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시신들의 모습에서 95년 상인동 지하철 가스폭발 사고를 떠올렸다. 18일 오전 9시50분쯤 대구지하철 1호선 1079호 6량짜리 전동차(기관차 최정환)가 반월당역을 출발,도심인 중앙로역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오전 9시29분쯤 대곡역을 떠난 전동차는 9시52분을 조금 지나 중앙로역 플랫폼으로 들어섰다. 순간 매캐한 냄새와 함께 5호차에서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범인 김대한(56)이 검은 가방에서 꺼낸 플라스틱 통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자 불길은 순식간에 5호차 천장으로 번졌다.불은 유독가스를 일으키며 객차 6량 전체로 삽시간에 옮겨 붙었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승객 석모(35·여)씨는 “전동차가 멈춰 문이 열린 상태에서 김씨가 불을 붙이려 해 승객들이말렸으나 듣지 않았다.”고 몸서리를 쳤다. 설상가상으로 불길은 오전 9시55분쯤 대구역을 떠나 9시56분45초쯤 화재 차량의 반대편에서 중앙로역으로 진입하던 6량짜리 1080호 전동차로 번졌다.지하철 케이블에 불이 붙고 전기가 끊기는 바람에 1080호 전동차는 중앙로역을 통과하지 못한 채 대형 인명 참사를 냈다. 1080호 전동차가 화재 사실을 미리 통보받았다면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던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1080호 전동차가 중앙로역에 진입하는 순간 열기를 느낀 승객들은 일제히 술렁거렸다.전동차가 멈추고 출입문이 열렸으나 연기가 몰려 들어가자 기관사는 곧 문을 닫았다.승객들은 “10분 정도가 지난 뒤 ‘대피하라.’며 다급한 안내방송이 들려 왔고 문이 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지하철역에는 유독가스가 서서히 번지고 있었고,그나마 일부 출입문은 열리지 않았다.1080호 승객 김운경(20·여)씨는 “반대쪽 전동차에 불이 붙은 것을 보고 아연실색했지만,내가 탄 차량에 옮겨 붙을 줄은 몰랐다.”고 돌아봤다. 두 전동차 객차 12량이 불길에 휩싸이고 전기까지 끊기면서 지하철역 구내는 한순간에 지옥으로 변했다.밀폐된 전동차에 갇힌 승객들은 손톱이 부러질 정도로 전동차 문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전동차내 좌석 시트와 천장이 타면서 시커먼 연기와 유독가스가 뿜어져 나왔고,불길한 최후를 감지한 승객들의 울부짖는 소리로 전동차는 아비규환에 빠졌다.출근길 날벼락을 맞은 한 승객은 “아우슈비츠의 가스실에 갇힌 유태인을 떠올렸다.”고 부들부들 떨었다. 특별취재반 ◆화재현장 르포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18일 오후 5시30분쯤 화재로 수백여명의 사상자를 낸 대구 중앙역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쾨쾨한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아직도 조금씩 피어오르는 누런 연기 속을 지나 지하 1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가자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암흑세상이 펼쳐졌다.구조대원들이 들고 있는 손전등 불빛에 의지해 간신히 지하 2층 역사쪽으로 들어섰다. 바닥엔 긴박했던 당시의 순간을 증명하듯 승객들이 버리고 간 벗겨진 신발과 옷가지,가방 등이 널부러져 있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천장에는 녹아내린 철근이 눈높이까지 삐져나와 있었고 바닥은 콘크리트 돌덩이들과 소방차가 뿜어낸 물이 발목까지 차올라 걷기조차 힘들었다.역사내 벽은 불길로 인한 검은 그을음으로 온통 도배돼 처참한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 승강장에 들어서자 화재 당시의 엄청난 열기로 인해 유리창이 모두 깨지고 차체도 군데군데 녹아내려 앙상한 철골만 남은 6량짜리 상·하행선 전동차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전동차에 전기를 공급하는 천장 부근 전선은 엿가락처럼 늘어져 있었다.구조대원들은 마스크를 썼음에도 연신 기침을 해대며 힘겹게 사고 수숩을 하고 있었다. 전동차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최초 발화가 시작된 하행선 전동차 다섯번째 칸을 빼고는 모두 문이 닫힌 상태였다.깨진 창문 너머로 전동차 안을 들여다보니 불에 타 숯덩이로 변한 시신 수십여구가 눈에 들어왔다.최초로 발화가 시작된 하행선 열차 쪽보다는 옆의 상행선 열차 안에 시신이 몰려 있어 피해가 심한 듯했다.시신들은 형체를 분간할 수 없도록 훼손되거나 온전한 형태를 갖추지 않은 참혹한 모습들이었다. 엄청난 공포를 이겨내려고 서로 부둥켜 안은 채 굳어버린 모습도 많이 눈에 띄었다.시신들은 대부분 전동차 출입문 쪽에 몰려 있었다.한 시신은 손가락이 닫혀 있는 문틈에 끼인 채 굳어 있어 당시 몰려드는 불길과 유독가스를 피해 필사적으로 문을 열고 탈출하려 했음을 짐작케 했다. 참혹한 현장을 뒤로 하고 역을 빠져나오자 입구 앞은 어느새 이날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해 몰려든 수백명 유족들의 오열로 울음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딸 민심은(26)씨를 찾는다는 정숙자(54·여·대구시 수성동)씨는 “미용자격증을 따기 위해 사고 전동차를 타고 학원으로 가던 딸이 울먹이며 ‘엄마 지하철 안에 연기가 가득해 숨막혀 죽겠다.”는 전화를 해왔다.”면서 “이 말을 한 뒤 몇초 뒤 전화가 끊겼다.”며 땅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윤순택(47)씨는 연신 아내 이경숙(44)씨의 휴대전화에 전화를 하며 오열하고 있었다.윤씨는 “지하에 묻혀 있는 아내의 휴대전화에 전화가 걸린다.”면서 “혹시 전화벨소리를 듣고 구조대원들이 아내 시신을 찾을 수 있지 않겠냐.”며 울먹였다. 대구 이영표기자 tomcat@
  • [씨줄날줄] 복권 교육

    그러니까 10년 전,미국에서 일이다.미주리주 세인트 루이스라는 도시에서 신발 가게로 그럭저럭 살아가던 당시 50세의 한 교포가 하루아침에 말 그대로 백만장자가 됐다.복권의 마술이었다.234억원짜리 1등에 당첨됐던 것이다.1973년 미국으로 이민 간 지 실로 20년 만에 아메리칸 드림이 이뤄졌다.저택도 사고,고급 승용차도 구입했다.그리고 도박에 빠져들었다.8년이란 세월이 흐른 2001년 9월 그는 파산했다.친구에게 국수를 얻어 먹으며 겨우 목숨을 부지하게 되었다. 복권 당첨이 재앙의 불씨가 됐다는 소문은 주위에서도 종종 들린다.횡재에 절제력을 잃고 흥청망청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전락한 얘기들이다.요즘 전국이 복권 광풍에 휘청거리고 있다.이번에 추첨하는 복권의 1등 당첨금은 무려 1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난리다.웬만한 33평 아파트 500채가 모여 있는 단지를 살 수 있는 돈이니 오죽하겠는가.그러자 문제의 복권을 발매하는 국민은행이 ‘복권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산더미 같은 돈다발을 맨 정신으로 관리하는 비법을 가르쳐 준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윤리 강령’을 두고 있다.기본 정신에서 두번째를 보면 “우리는 올바른 윤리적 가치관을 확립하고….”라고 선언하고 있다.정상적인 사람을 패가망신하게 하는 산더미 같은 돈을 안기는 것이 올바른 윤리적 가치관인지 묻고 싶다.정부도 그렇다.돌반지 모아 간신히 외환 위기를 넘기고 이제 겨우 허리 좀 펴려는 판에 웬 복권 놀이란 말인가.그러잖아도 경마와 경륜,카지노에 복권 천지라서 복권 공화국이라고 원성이 높던 터였다. 복권을 경계하는 것은 요행의 요술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요행은 절제력을 잃게 한다.경험칙이다.요행을 잡아 부(富)를 일궜다는 예는 없다.인류 역사에서 부강했던 사회가 무너질 때에는 예외없이 요행이 판을 쳤다.오죽했으면 복권 장수가 ‘비법’을 교육한다고 나섰겠는가.그러나 비법이 있을 리 없다.논리칙이다.행운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심성이라면 아예 요행수에 눈을 돌리지 않을 것이다.814만분의1의 확률에 기대를 걸지 않는다는 것이다.세상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요행이 판치는 세상은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이제라도 깨달았으면 좋겠다. 정인학 chung@
  • 겨울철 임신부가 꼭 알아야할 건강수칙

    춥고 건조한 겨울엔 평소 건강한 사람도 몸관리에 소홀하면 자칫 건강을 해치기 쉽다.하물며 홀몸이 아니고 면역력도 약한 임신부는 기나긴 겨울 보내기가 여간 조심스러운게 아니다.임신부들은 감기나 독감은 물론,낙상,가려움증 등에 매우 취약하다.또 임신시 잘 나타나는 고혈압은 일반인에 비해 훨씬 더 무섭다.겨울철 임부들이 주의해야 할 건강관리 요령을 알아본다. ●고혈압과 임신중독증 임신에 의해 어떻게 고혈압이 유발되는지는 아직 잘 밝혀져 있지 않다.그러나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초산부,십대 임신,쌍태아를 임신한 35세 이상의 임부,영양상태가 불량하거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임부 등에게서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문제는 고혈압이 있는 임부는 혈압이 정상인 임부에 비해 유병률과 사망률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또 임신하면 혈압이 자주 높아지고,겨울엔 혈압 상승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임신중 혈압이 140/90㎜Hg 이상으로 2회 이상 측정되거나,임신 3개월 이전의 혈압보다 수축기 혈압이 지속적으로 30㎜Hg 이상 증가할 때,또는 이완기 혈압이 15㎜Hg 이상 증가해 있다면 고혈압으로 진단된다.임신에 의해 유발된 고혈압은 임신성 고혈압과 자간전증,자간증으로 나눌 수 있는데,임신성 고혈압은 분만 6주 이내에 저절로 없어진다. 문제는 흔히 임신중독증으로 불리는 자간전증,그리고 자간전증이 더 심해져 나타나는 자간증이다.자간전증은 임신 20주 이후에 혈압이 오르면서 심한 부종이 나타나는 증상.급격히 체중이 증가하고 단백뇨가 나타난다.자간전증이 심해져 자간증으로 악화하면 간질 때 볼 수 있는 경련과 혼수상태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응급조치를 하지 않으면 산모나 태아가 사망할 수도 있다. 현재로선 정기검진을 통해 자간증을 조기진단하고,적극 관리에 나서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예방을 위해서는 8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이와 함께 음식 칼로리를 줄이고 단백질,식물성 지방,칼슘 등을 많이 섭취하고 염분 섭취는 줄이는 식사를 해야 한다.또 피로하지 않을 정도의 운동을 규칙적으로 실시해뚱뚱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감기나 독감은 예방이 최선 보통때는 감기나 독감에 걸려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되나,임신중엔 약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치료가 쉽지 않다.심하지 않을 때는 휴식과 충분한 수분섭취,레몬차 등 민간요법으로 증상을 완화시키거나,아스피린,기침약 등을 경우에 따라 사용하면 된다. 심할 때는 폐렴과 같은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임신초기를 피해 의사의 지도를 받아 적절한 약제를 복용해야 한다.임신 3개월 이후엔 독감 예방접종을 해도 태아에게 무해하다.따라서 약에 대한 거부감으로 혼자 끙끙 앓기보다는 의사 지시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올바른 자세로 낙상 방지 임신이 진행될수록 균형잡기가 어려워져 낙상을 당하기 쉽다.특히 겨울엔 추위 때문에 온몸의 근육이 수축돼 균형잡기가 더 어려워지고 길바닥도 얼어붙어 미끄러져 넘어지기 십상이다. 따라서 가능한 한 똑바로 서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균형을 잡는 데 중요하다.즉 머리를 들고,턱은 수평을 유지하도록 하며,가슴을 활짝 펴서 어깨의 방향이 뒤쪽으로 향하게 하면서 팔을 편안하게 늘어뜨린다. 복부 근육은 척추 근육을 똑바로 펼 수 있도록 단단하게 유지하고 허리를 과도하게 젖히지 말아야 한다.신발은 굽이 낮고 사이즈가 넉넉한 것을,옷은 얇은 것을 여러겹 입어 체온조절을 쉽게 하도록 한다. ●긁어도 해결되지 않는 가려움증 임신중 가려움증으로 고통을 겪는 임부가 의외로 많다.임신에 의해 담즙 배출이 줄어들면서 간에 담즙이 남아있게 돼 가려움증이 생긴다.임신 초기부터 전신이 가렵기 시작하다가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진다. 가려움증을 예방하려면 몸을 청결하게 유지하고 옷을 얇게 입고 기름진 음식을 피해야 한다.목욕은 미지근한 물과 중성비누로 가볍게 샤워하는 것으로 충분하며,샤워후 보습제나 오일을 발라주면 증세 호전에 도움이 된다.임신 초기 고온 사우나는 태아의 세포분열을 방해해 기형이나 사망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도움말 이인식 장스여성병원 원장,정승용 종로S&U피부과 원장) 임창용기자 sdragon@
  • 경남 함양 개평마을 고택 찾은 아이들“사랑채가 저렇게 생겼구나” 마냥 신기

    한달에 100명씩 인구가 줄고있다는 경남 함양의 작은 마을이 오랜만에 부산해졌다.“아이들 소리가 들리니 사람사는 동네 같다.”며 ‘어르신’들도 들뜬 목소리다.온동네가 잔치마당이었다. 서울의 초등·중학생 50여명은 지난 19일 함양으로 내려와 2박3일 동안 한옥문화원(원장 申榮勳)이 경남 함양군(군수 千士寧)에서 개최한 ‘한옥으로의 초대’ 행사에 참가했다. 학생들은 아름다운 한옥 100여채가 있는 함양군 지곡면 개평마을에서 한옥의 멋과 장점을 체험했다. 예로부터 ‘좌 안동 우 함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리산과 덕유산 사이에 자리잡은 함양은 영남 유림의 맥을 이었던 유서깊은 곳이다. 이 마을의 역사 한 가운데에는 조선 성종 때의 성리학자이자 조선시대 5현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정여창(鄭汝昌·1450∼1504) 선생이 있다.개평마을 입구에서 ‘일두 정여창 고택’이라고 쓰인 표지판을 따라 들어서면 박석(薄石)을 깐 고샅과 담장이 보인다.안동 하회마을보다는 덜 알려졌으나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단박에 호감을 불러일으킨다.부녀회에서 마련한 점심식사는 잊혀졌던 ‘시골인심’ 그대로였다.이른 아침에 집을 떠나온 아이들은 점심을 먹는 동안 내내 소란스러웠지만 고택에 들어서자 자못 엄숙해졌다.3000평의 대지에 솟을대문을 거쳐 사랑채,안사랑채,안채,아래채,사당까지 14채의 건물로 이뤄진 고택은 1570년대 건축물로 조선시대의 전형적인 양반집으로 잘 보존된 중요민속자료 186호다. 신영훈(67)원장은 “우리가 서 있는 곳이 사랑채 앞마당이에요.층층다리를 올라가 댓돌을 거쳐 마루로 올라갑니다.”마당에서 마루로 올라가며 한옥의 명칭을 하나하나 가르치면서 홍수와 폭설에 대비해 집채를 조금 높게 지은 조상의 슬기를 설명해주었다. 남녘이라해도 눈이 올듯 흐리고 쌀쌀한 날씨인데 신 원장은 아이들에게 대청마루에 앉기를 권했다.한옥의 이론과 실기,양면에서 최고의 장인으로 꼽히는 그는 아이들에게 한옥에서는 예의범절을 지켜야한다고 일러주고 싶은 듯했다. 신 원장은 한옥이야기를 술술 풀어가기 시작했다.“마루와 온돌이 한 구조물에 함께 있는 것은 우리 한옥밖에 없습니다.세계 어떤 건축물에도 없는 자랑이지요.온돌은 고구려의 구들에서 유래한 것으로 우리가 원조인데 최근에는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도 우리 것을 차용해 방바닥에 난방을 하는 예가 늘고 있어요.서양사람들이 우리처럼 신발을 벗고 방에 들어가기 시작했어요.”“또 움직이는 벽,즉 문을 활용해 때로는 열고 때로는 닫는 이런 형식도 우리 한옥에밖에 없는 것입니다.”아이들도 추위를 잊고 눈을 반짝이며 신 원장의 설명을 메모지에 받아적었다. “흔히 한옥은 설계도면이 없는 집이라고들 말하지요.잘못 알려진 말입니다.조선 정조 때 축조된 수원성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데 설계도면은 정확하고,당시 수원성 부근의 지도를 반도체보다 더 가는 선을 이용해 목판으로 새긴 것을 여러분은 세계의 친구들에게 알려야합니다.”서양의 것은 과학적,한국적인 것은 비과학적이라는 것은 잘못이라고 알려주었다. 부모님의 권유로 참석했다는 우연수(경기 고양시 화중초등 5학년)양은 “한옥이란 그냥 옛날 집인줄로만 알았는데 조상의 지혜와 슬기가 듬뿍 담겨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2시간 남짓 고택을 둘러본 신 원장은 “집과 문화에 대한 오늘의 체험은 아이들이 자란 후 자연스럽게 되살아나게 된다.”면서 “서구화된 환경에서 자라지만 언젠가는 우리 것이 그리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들은 마을회관에서 엿을 만드는 과정도 살펴봤고,옛날 책을 묶는 방법도 실습했다.문화재 전문 사진작가 김대벽선생의 한옥 실내를 담은 슬라이드도 감상하며 옛 생활도 익혔다.밤9시,부녀회에서 내온 식혜를 밤참으로 먹은 아이들은 간간이 내리는 눈발 속에 칠흑같이 어두운 길을 걸어가 한옥에서 잠을 잤다.다음날 아침 아이들을 깨운 건 알람시계가 아닌 장닭의 홰치는 소리였다.그리고 아이들은 고택의 주인,정여창 선생이 걸었던 길을 산책했다. 함양 허남주기자 yukyung@kdaily.com ◆신영훈 한옥문화원장의 '한옥예찬' 한옥문화원 신영훈 원장은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한옥 연구의 최고 ‘장인’이다. 신원장이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옥 강좌를 여는 것은한옥에 담긴 민족의 지혜와 자부심을 파묻어둬서는 안되겠다는 생각 때문이다.한옥 체험은 버르장머리없고 생각짧은 요즘 아이의 교육에도 좋다고 믿고 있다.나무,흙,돌로 만들어진 한옥은 환경친화적이고 전자파 공해를 막아주는 21세기 최적의 주거공간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신원장의 한옥 자랑을 들어본다. ●왜 한옥인가 70년대까지만 해도 한옥촌 동네의 한 골목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은 다 친구였다.골목에서는 나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위계질서가 생겼고 특출한 녀석은 골목대장이 되는 작은 사회가 만들어졌다.그러나 요즘은 이웃을 잃어버렸다.우리는 인간의 속성인 유대감이나 소속감이 없는 비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 한옥은 이런 현대인의 정신적인 빈곤감을 충족시켜줄 공간이다.한옥을 막연히 옛 건축물만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시대에 관계없이 구들과 마루를 깐 대청이 있는 집은 다 한옥이다.구들은 추운 북방에서 시작된 난방시설이다.반대로 마루는 무덥고 습기 많은 남쪽 지방에서 발전했다.난방은 폐쇄적이라야 효과가 있는데 구들이그렇다.반면 마루는 지면보다 높은 공간으로 사방이 열려있다.폐쇄적인 구들방과 개방적인 대청이 조화를 잘 이룬 것이 한옥이다.한옥의 개념은 넓다.우리나라 아파트는 온돌식이므로 한옥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한옥에 숨어있는 지혜를 읽어라 겨울을 따뜻하게 여름을 시원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이 한옥의 첫번째 장점인데 매우 과학적이다. 여름에는 해가 중천에 높이 떠서 하짓날 낮 12시 태양의 남중고도는 70도이다.마당이 수평이고 집의 기둥이 수직이라고 기준선을 정했을 때 한옥의 처마는 직사광선을 막아주며 처마 밑의 공간은 공기의 대류 현상으로 추위와 더위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겨울철에는 햇볕이 방안 깊숙이 비쳐 집안이 따뜻해진다.따뜻한 공기는 위로 올라가 처마에 걸리면서 머문다.또 경사진 서까래가 앞을 가로막아 더운 공기는 오래 남아있게 된다. ●집이 사람을 만든다 천장이 낮으면 기(氣)가 쇠하고 너무 높으면 기가 승(昇)한다.기가 승하면 사람이 오만해지고,기가 쇠하면 건강이 나빠진다.넘쳐도 부족해도 좋지않다는것을 알았던 조상들은 방과 마루의 천장높이를 달리했다.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천장 높이가 일정해서 기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의자와 침대를 사용하면 천장이 더 낮아져 기는 쇠해진다. 구들장을 놓은 온돌방에는 아랫목과 윗목이 있고 그에 따라 장유유서의 예의와 질서가 있었다.또 더운 기운과 찬 기운을 골고루 느껴야 혈액순환에 이롭다는 점을 한옥의 구들은 고려했다.지금도 온돌방은 있지만 아랫목이 없어졌다.파이프를 아랫목엔 촘촘히,윗목엔 드물게 깔아 온도의 차이를 만들어 아랫목과 윗목을 만들 수 있다. 허남주기자
  • 헬기 波조종사 시체 인양

    합천호에 추락한 헬기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는 대구·경남소방본부와 군·경은 20일 실종된 폴란드인 조종사 루진스키(50)의 시체를 인양했다. 합동구조본부는 이날 오후 1시50분쯤 헬기 동체를 확인하기 위해 호수 속에 들어간 해난특수구조대원이 동체에서 남쪽으로 30m쯤 떨어진 수심 30m 지점에서 루진스키의 시체를 발견,인양해 대구의료원에 안치했다. 루진스키의 시체를 검안한 경찰은 “큰 상처는 없지만 오른쪽 무릎과 오른쪽 가슴,턱 등에 가벼운 상처가 있었다.”면서 “신발을 신고 있었던 점으로 미뤄 추락 직후 그대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구조본부는 이날 오전 9시30분쯤 합천호에 가라앉은 추락 헬기의 동체를 확인했다.수중음파탐지기(사이트 스캔 소냐)에 의해 포착된 동체는 생존자들이 발견된 지점에서 300m쯤 떨어진 호수내 수심 30m 지점에 가라앉아 있었다. 이에 따라 해난특수구조대(SSU)와 119구조대를 투입,동체 상태를 점검하고 주변을 중심으로 실종자 수색을 벌였다. 구조본부는 이날 동체를 인양키로 했던 계획을 변경,21일로 연기했다. 합천 이정규기자 jeong@
  • 불어라 금연 女風/남성보다 체력 약해 폐암발병률 두배등 흡연피해 더욱 커

    담배를 끊는 남성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여성 흡연자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이젠 ‘올해는 담배를 끊어야 하는데.’라고 스스럼 없이 말하는 여성이 있을 정도로 여성 흡연은 보편화됐다. 지난해 남성들 사이에서 금연열풍이 불기도 했지만,금연은 오히려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의사들은 “여성은 체력이나 신체기능 등 모든 조건이 남자보다 약하기 때문에 담배로 인한 폐해도 훨씬 크다.”고 말한다. 여성은 남성과 같은 양의 담배를 피울 경우 폐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폐암 발생 확률이 무려 2.3배나 높다.또 비흡연 여성들에 비해 유방암,심장병,자궁경부암,골다공증,생식능력 저하에 따른 불임증 등에 3배나 많이 노출된다.뿐만 아니라 흡연은 폐경기를 2년 정도 앞당긴다. 미용에 있어서도 담배의 악영향은 널리 알려져 있다.니코틴에 의한 말초혈관 수축으로 산소공급이 방해를 받으면서 피부 주름이 잘 생기고 노화현상이 촉진된다.또 피부 기능이 떨어져 있으므로 성형수술 효과도 비흡연자보다 떨어진다.담뱃진찌꺼기가 피흐름을 방해함으로써 흉터가 크게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흡연 다이어트를 주장하는 여성이 있는데,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니코틴은 지방을 분해시키는 작용을 하는 게 아니라 체내 지방을 팔다리에서 배로 옮기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즉 실제로 살을 빼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건강에 해로운 복부형 비만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특히 임신중 흡연은 아이에게 치명적이다.흡연은 태아에게 산소결핍을 가져와 정신발달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실제 흡연 임신부가 낳은 아이는 독서능력 3∼4%,주의력 2% 등 학습 및 기억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보고서도 나와 있다. 아이를 낳은 후에도 흡연은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모유에 들어 있는 니코틴 양이 엄마의 흡연량에 비례하기 때문이다.아이가 니코틴이 함유된 모유를 먹으면 쉽게 불안해하고,초조해지며,맥박이 빨라지고 성장도 방해를 받는다. 여성은 담배 끊기도 남성보다 힘들다.가장 큰 이유는 여성의 생리주기와 니코틴,금단증상이 상호 작용하기 때문.또 담배를 피우면서 얻는 만족감이 남성보다 큰 것도 중요한 이유다.이밖에 여성은 남성보다 체중에 민감해 다이어트에 대한 미련이 큰 것도 금연을 어렵게 한다. 임창용기자
  • 저소득층 공부방 서울 응암동 ‘푸른학교’

    저소득층 어린이를 위한 작은 공부방인 ‘꿈이 있는 푸른학교’는 서울 은평구 응암1동 은평구청 건너편 동사무소 옆의 작은 건물 2층에 있었다.이곳은 교회 겸 공부방으로 쓰이고 있었다. 15일 오전 11시,아이들의 신발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현관을 지나 계단으로 올라가니 2층 입구에 아침을 먹지못한 듯 서서 컵라면을 먹고 있는 아이들이 보였다.영하 7.7도의 추운 날씨에도 난방을 하지 않은 듯 마룻바닥은 차가웠고 얼기설기 붙인 신문지틈 사이를 바람이 파고들었다.청소를 하느라 바쁜 한윤희(35·여) 원장은 아이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방해해도 야단을 치기는커녕 “배 고프지 않니?” “어제는 어디 갔었니? 선생님이 기다렸다.”며 다독거렸다. 한 원장은 99년 IMF 외환위기 이후 하릴없이 동네를 배회하는 아이들을 하나둘씩 돌보기 시작했다.한 원장이 돌보는 아이들은 지금은 응암동 일대에 살고 있는 초등학생부터 중3학년까지 38명으로 늘었다.전액 무료로 운영되는 이 공부방에는 전세 2000만원 이하의 주택에 사는 저소득 가정의 자녀들이나 부모가 실직하거나 이혼한 한부모가정의 자녀들이 다니고 있다.공부방 아이들은 대개 지하 셋방에 산다.조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도 많다.부모들이 이혼을 하는 등의 불우한 가정환경 탓에 이곳 아이들은 갖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반항적이고 폭력적인 면도 있고 학교 생활에 적응을 못하거나 각종 비행을 저지르는 때도 있다. 한 원장은 “수학공부해요.”라고 말하는 아이들과 함께 커튼으로 막아 놓은 공부방으로 들어섰다.한 원장은 수학 과목을 맡아 가르친다.공부방은 한씨의 남편 이재곤 목사의 작은 교회 예배공간이기도 했다.여기서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아이들은 점심과 저녁을 먹고,특기수업을 받고 취미활동을 한다.개별상담과 집단상담도 이곳에서 받는다. 아이들은 간이책상 4개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학문제들을 풀기 시작했다.교사 백종훈(28)씨는 사교육과는 거리가 먼 아이들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이번 겨울방학 동안 ‘집중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20여명이 앉아 있는 공간은 채 6평도 되지 않을 만큼 좁았다.38명 전원이어떻게 모여 밥을 먹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더욱이 화장실이 없어 동사무소를 이용하고 있을 정도로 아이들은 불편을 겪고 있었다. “복잡한 환경이 아이들을 폭력적으로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걱정이 많습니다.” 조금 넓은 곳으로 옮기는 것이 ‘올해 목표’라고 한 원장은 말했다.기초생활보장법 수급자로 한끼당 2000원의 급식비를 보조받는 학생이 18명으로 모두 합쳐 한달에 100만원 정도 된다.시청에서 지원하는 시설운영비는 40만원가량이다.둘을 합쳐도 한달 경비 600만원 중 20%밖에 충당하지 못한다.교회와 일반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꾸려가고 있지만 빚도 늘고 있다고 한다.더욱이 지난해부터는 사회복지기금도 끊겨 미술과 피아노 등 특기교육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백 교사에게 주는 급료는 70만원이 채 안되고 본업을 버리고 공부방의 교사가 돼 헌신하고 있는 장종규(26)씨에게는 교통비밖에 안되는 30만원만 주고 있다.호텔에서 근무했던 장씨는 수요일은 공부방에 출근하지 않고 정보지를 돌리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신의 생활비를 보태고 있다. 한씨는 방치된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거나 공부를 시키는 것이 공부방의 역할이라고 처음에는 생각했다.그러나 지금은 자신들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에게 예사로 욕을 하는 아이들을 정으로 보듬어 안고 순화시키는 인성교육이 더 급함을 알았다고 한다.그래서 교사들과 함께 소그룹으로 상담을 하는 일에 더 관심을 쏟고 있다. 아버지와 둘이 사는 민수(14·가명)는 친구들과 어울려다니며 슈퍼마켓의 물건에 손을 대기도 하고 단지 PC방에 가고 싶어 ‘못된’ 동네 형들의 나쁜 유혹도 마다않던 아이였다.그러나 공부방에 온 지 2년,다운증후군의 20대 청년들과 어울려 이웃 체육관에서 ‘풍물교육’을 받으면서 이젠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을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의젓해졌다.“내가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거든요.그 형들,겉모습은 이상해 보여도 정말 착해요.” “우리 아이들을 보면 도시빈곤층의 인간성이 마모됐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가슴아팠어요.그러나 시간은 좀 걸리지만 분명히 아이들은 관심갖는 만큼달라져요.”이렇게 말하는 백 교사는 아이들을 바르게 이끌 수 있다고 자신했다.할머니와 함께 사는 유선(13·여·가명)이는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보였으나 공부방 친구들과 친해져 교사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한 원장은 큰 교회를 중심으로 시설 좋은 공부방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데도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아이들을 친근하게 대하고,더 잘 이해해 줄 수 있는 자생적인 공부방을 지원하고 활성화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한 원장의 희망이다. 허남주기자 yukyung@
  • [젊은이들의 신 메카] ⑤끝. 삼성동 코엑스몰

    오후 3시.서울 삼성동 전철 역에서 삼삼오오 짝지어 나온 젊은이들이 대부분 한곳으로 몰려간다.코엑스몰이다.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벤치에 앉아 친구를 기다리는 고교생,서로 허리에 팔을 두른 채 추위를 쫓는 젊은 연인 등 코엑스몰은 입구부터 젊은이들로 넘쳐나고 있었다.요즘 같은 방학철이면 유동인구가 하루 20만~30만 명에 이른다는 코엑스몰,이곳을 찾는 사람 가운데 60~70%가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이다. 부산에 사는 김지현(25)씨는 지난 연말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남자친구와 코엑스몰에서 데이트를 했다.그날의 데이트 코스를 되짚어 보자.우선 10% 할인한 가격으로 예매한 영화를 보고나서 점심은 음식마당에서 싸고 맛있는 스파게티를 먹었다.지하로 연결되는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지하 아케이드에 입주한 해외 유명브랜드 상가에서, 유행하는 품목을 확인한 뒤 코엑스몰로 돌아와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샀다.이어 코엑스아쿠아리움에 들러 수족관에 가득한 가오리와 상어·열대어들을 구경했다.저녁식사는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와테이크아웃 커피로 가볍게 마무리했다. 2000년 5월에 개관한 뒤로 코엑스몰은 젊은이들에게 만남의 장소가 됐다.설계할 때는 하루 유동인구를 10만명선으로 예상했지만,‘놀기 좋고 물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주중 20만명,주말 3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겨울이나 여름에는 피한·피서지 구실도 톡톡히 한다. 젊은이들이 이곳을 즐겨 찾는 이유는 간단한다.복합문화쇼핑타운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각종 쇼핑거리는 물론 대중적인 볼거리와 먹을거리,다양한 이벤트들이 숨돌릴 틈 없이 몰아치기 때문이다.즉 “시간이 남는데…,뭘 할까?”하는 식의 망설임이나 머뭇거림이 필요없는 공간이다. 코엑스몰에서도 최고의 명소로는 국내 최다인 16개 상영관을 자랑하는 영화관 메가박스가 꼽힌다.어지간한 영화는 다 상영하므로 선택의 폭이 넓다.지하 1, 2층에 자리한 이 영화관은 특히 각종 할인 혜택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매표구에서 SK텔레콤의 TTL카드,KTF의 NA카드,LG텔레콤의 카이카드 등을 제시하거나 각종 신용카드로 표를 구매하면 1장에 1500~2000원을 깎아주는 등 다양한 할인혜택을 준다.다만 사람이 늘 몰리므로 예매하지 않으면 원하는 영화를 보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동양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반디앤 루니스 서점에서 책을 구경하고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서점 앞에 놓인 인형과 기념촬영을 하는 젊은이도 가끔 눈에 띈인다.인터넷정보관인 메가웹 스테이션과 KTF의 NA회원센터인 나지트는,네티즌이 이메일을 체크하거나 게임을 즐기기에 적당한 곳이다.음반 전문점인 에반스도 인기 코너.생맥주집 저그저그,디스코텍 줄리아나 등은 저녁시간을 즐겁게 해준다. 풀무원이 운영하는 지하 2층의 김치박물관에는 각종 김치와 각 지방의 색다른 김칫독들을 전시해 놓았다.신발을 고치거나,머리손질을 하는 곳도 쉽게 찾을 수 있다.공연장으로는 코엑스 신관 3층에 오디토리움이 있다.새달 9일까지 뮤지컬 ‘더 플레이’를 공연한다.신관 2층의 조선화랑도 다양한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코엑스에서 열리는 대형 이벤트를 구경·참여하는 것도 즐겁다.새달 4일까지 신관 3층 컨벤션홀에서는 세계 최대의 진품공룡대전인 ‘하이 다이노’전이,특별전시장에서는 북한 국보를 소개하는 ‘특별기획전 고구려’가 열리고 있다. 삼성역 주변에는 코엑스몰 말고도 다양한 문화공간이 있다.송은갤러리·플러스갤러리·포스코미술관 등 화랑과 미술관이 서너곳 있다.집중적으로 구경할 만한 곳은 삼성역과 선릉역 중간에 위치한 포스코센터.이 건물은 건축비의 1%를 환경조각물 설치에 쓴 ‘1%법’을 적용해 지난 95년 서울시 건축대상을 받았다.정문 앞에 찌그러진 고철로 제작한 프랑크 스텔라의 ‘플라워링 스트락쳐- 아마벨’을 비롯해 도흥록의 ‘큐브 95-Ⅱ’등 8가지 야외 조각품이 뛰어나다.‘플라워링 스트락쳐’는 설치 당시부터 혐오 대상으로 지목돼 철거요구를 받는 등 사연이 많은 작품.내부에는 백남준의 비디오아트작품이 설치돼 있다. 포스코센터는 지하2층에서 지상2층까지가 ‘대민봉사’를 위한 공공장소다.지하1층의 포스코홍보관과 1층의 스틸갤러리,2층의 포스코미술관도 볼거리를 제공한다.4층 아트홀에서는 지역 주민을 위한 열린 음악회가,2층 로비에서는월말에 로비음악회가 열리는데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무료로 참석할 수 있다. 섬유·패션센터는 예비 디자이너들이 자주 찾는 장소.삼성패션연구소가 입주해 패션의 역사,각종 텍스타일 견본 등을 전시한다.유행색이나 텍스타일 등을 발표하는 세미나도 종종 열린다.봄 가을에는 패션쇼를 한다. 삼성역 주변에 먹을거리는 넘쳐난다.굳이 몇집 추천하자면,포스코센터 주변의 일식 돈까스집 ‘하이돈까스’,상추샤브샤브집인 ‘담원’에서 6000~8000원 정도로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다.현대백화점 근처로 넘어가면 고기집 ‘꽃담’이 괜찮다.돼지고기 샤브샤브집인 ‘하나샤브샤브’에서는 따끈한 청주 한 잔을 곁들이면 금상첨화일 듯.대패 삼겹살집인 ‘빛고을’도 있다.회사원이 즐길 만한 한정식집으로는 ‘산수유’를 추천하겠다. 포스코센터 근처에는 ‘자바씨티’의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다.국내에는 덜 알려진 브랜드지만 미국에서는 스타벅스에 필적하는 커피맛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고.요즘 젊은이부터 노인들까지 좋아하는 24시간 불한증막도 있다.포스코센터 근처의 ‘태영’은 강남 일대에서 유명하다. 문소영기자 symun@
  • 열심히 뛴 당신 활액낭염 걸릴라/과도한 운동탓 관절액주머니 염증… 방치땐 만성화

    직장인 K씨(31)는 지난해 가을 마라톤을 시작했으나 엉덩이 관절 통증 때문에 두달 만에 중단하고 가까운 병원을 찾았다.무리한 운동으로 인한 관절염 같다는 진단에 따라 관절염 약을 복용하고,신발도 푹신한 밑창이 있는 것으로 바꾸었으나 통증은 더 심해졌다. 증세가 악화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게 된 그가 한 대학병원을 찾은 결과 진단받은 병명은 ‘활액낭염’.최근 운동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마라톤 등 무리한 운동으로 관절이나 근육 부위에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이 가운데 상당수는 활액낭염 환자들이다. 박창일 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관절 부위의 만성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10명중 4명이 활액낭염으로 확진되고 있다.”며 “관절염이나 인대염으로 잘못 알고 만성병으로 키우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 활액낭염이란 활액낭(滑液囊)은 신체의 각 관절과 근육 사이에 있는 관절액 주머니.운동시 각 조직과의 마찰을 방지하고 관절의 운동을 부드럽게 해주는 작용을 한다. 인체에 약 150개 정도 있는데,이러한 활액낭에 염증이나 감염이 생길 경우 통증이 일어나면서 운동에 큰 제한을 받게 된다. 주로 어깨 및 팔꿈치,엉덩이 관절 부위에 발병하지만 무릎 엄지발가락 부위 등에서 나타나기도 한다.관절 주위에 막연하고 둔한 통증이 오거나,특히 관절을 움직이거나 관절 주위를 압박할 때 통증이 심해지는 증상을 보인다.관절 주위에 열감,심한 경우 피부 발진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통증 부위가 고 정확히 아픈 곳을 찾기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 원인과 예방 가장 흔한 원인은 계속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등 과도한 관절의 사용.오랫동안 무릎이나 팔꿈치에 압박을 주는 행위로 관절 주위에 직접 손상을 주어 활액낭에 염증이 발생하기도 하며,관절염이나 감염에 의해 발병하기도 한다.공을 반복해 던지는 야구와 테니스·골프 운동에서 많이 발생한다. 활액낭염을 예방하려면 운동 전에 충분한 준비운동이나 스트레칭으로 관절 부위를 따뜻하게 해줘야 한다.평상시 근력강화 운동을 하면 관절 보호에 도움이 되며,반복적인 작업이나 동작시엔 반드시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팔꿈치나 무릎의 지속적인 압력을 피하기 위해 쿠션을 이용해 부담을 줄이거나,일정 시간 걷기를 통해 관절을 풀어주는 게 좋다. ■ 진단 및 치료 관절 운동의 제한 범위나 통증 부위 확인으로 진단하며,보조적으로 초음파 검사를 시행한다.퇴행성 또는 류마티스 관절염 등 다른 질병과의 감별을 위해 방사선 촬영이나 혈액검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발병후 보통 1주일 내에 증상이 호전되지만 재발 빈도가 높아 발병 초기에 적절한 원인치료를 해야 한다.우선 원인이 되는 동작을 하지 않도록 하고,얼음찜질이나 열찜질,전기치료,약물요법 등을 쓴다.1주일이 지나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주사요법을 쓴다. 임창용기자
  • 어린이 책꽂이/찾아라,고구려 고분벽화 외

    ●찾아라,고구려 고분벽화(이경순 글,류제진 그림) 우리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확보했던 고구려를 유물과 유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게 배려한 장편동화.네명의 어린 주인공들이 컴퓨터 비밀의 문을 통해 고분벽화 속으로 들어가 고구려 역사를 몸소 겪는다.삼성문학상 수상작.초등 3학년 이상.창해 7500원. ●딱지 따먹기(백창우 곡,강우근 그림) 초등학생들이 쓴 23편의 시에 가수 겸 음반 프로듀서인 백창우가 곡을 붙여 묶은 노래시집.23곡의 노래가 담긴 CD 1장이 부록으로 담겼다.아이들의 천진한 시어들,먹 스케치의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그림들에 가슴이 따뜻해진다.6세 이상.보리 1만 8500원. ●모든 것의 처음을 찾아가는 문명이야기(김연성 글,심수근 그림) 인간의 일상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사물이나 현상들을 소재로 그 기원을 더듬어보는 문명해설책.도구의 발달사,문자의 탄생,별을 연구하는 과학자,화폐의 탄생과 시장 등 다방면의 이야기들이 감칠맛나는 글솜씨로 흥미롭게 엮였다.초등3학년 이상.두산동아 7500원. ●잘 자라,아기곰아(크빈트부흐홀츠 글·그림,조원규 옮김) 주인공이 좋아하는 곰 인형이 하루 동안 겪은 이야기들이 자장가처럼 펼쳐지는 그림동화.장대에 매단 속옷이 배의 돛으로,신발상자가 보물 궤짝으로 변하고….주인공의 상상 속에서 자잘한 일상들에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는 과정이 재밌다.5세 이상.비룡소 8500원.
  • 한경硏, 기업생존율 분석/기업 14% 창업 3년내 사라진다

    기업이 창업후 3년째 최대 위기를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기업의 생존율이 독립기업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84년이후 설립된 178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8일 발표한 ‘한국기업의 생존요인 실증분석’에서 “창업후 3년이 지나면 신생기업의 생존율이 92.7%에서 86.9%로 급격히 저하된다.”고 밝혔다.5년후 생존율은 78.3%,10년후에는 63.9%로 나타났다. 경공업(61.2%)이 중공업(65.8%)보다 더 큰 퇴출위험에 직면해 있다.산업별로는 목재 및 나무제품 산업,사무계산 및 회계용 기계산업의 퇴출이 많았다.10년후에는 가죽·가방·신발 및 의류산업의 기업 생존율이 상당히 낮아졌다. 계열기업은 시장진입후 경영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 위험에 처할 확률이 적었으나 독립기업은 산업환경은 물론 경제환경에도 둔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병기 연구원은 “신생 독립기업의 경영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기술정보를 제공하고 경영능력 배양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환경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정은주기자 ejung@
  • VIP들 항공기 이용습관 ‘독특’

    VIP들은 유명세만큼이나 항공기를 이용하는 습관도 독특하다. 정몽구(鄭夢九) 현대자동차 회장은 장거리인 미주노선의 경우 500만원이 넘는 일등석을 2개씩 사서 옆자리는 비워 놓는다고 공항 관계자는 전했다.이 관계자는 “좀더 편안한 여행과 휴식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 특성상 한국과 일본을 자주 오가는 신격호(辛格浩) 롯데그룹 회장은 주로 일본항공(JAL)을 이용한다.한 관계자는 “한국 항공기를 이용하면 인사하려는 사람이나 인사해야 될 사람을 만나는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고 이병철(李秉喆) 삼성 회장은 일등석이 2층에 있는 기종의 경우 2층 좌석을 통째로 구입했다고 한다. 3부 요인,국회의원, 재계 총수 등 VIP들은 출입국 절차도 공항 의전실을 통해 손쉽게 처리된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아들인 건호씨도 지난달 25일 동남아로 신혼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당연히 공항 의전실을 이용할 줄 알고 직원들이 비상 대기했다.하지만 경호문제로 실제 신혼여행은 부산으로 다녀왔다. 공항 의전실은 전직대통령의 자제들도 이용할 수 있다.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의 딸 소영씨도 최근 신발까지 벗어야 하는 등 항공기 보안검색이 까다로워지자 입국시에는 의전실을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항 관계자는 “VIP들은 서로 기내에서 마주치는 것을 피하고,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도 꺼린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
  • 복지40~80 / 기초생활보장제-복지국가 진입 ‘절반의 성공’

    우리나라의 복지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 3년째에 접어들었다. 1999년 9월 법이 제정돼 2000년 10월 시행된 이 제도는 97년말부터 시작된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실업을 극복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노숙자 등 근로능력이 있는 빈곤인구가 급증하고 가정이 해체되는 등 미증유의 사회적 위기가 닥쳤기 때문이다.근로능력을 가졌거나 가지지 않았거나를 따지기 이전에 최저생계비 이하 저소득층의 기초생활을 국가가 보장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이는 종전의 생활보호법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고 저성장,고실업사회에 적합한 새로운 공공부조제도의 출범을 의미했다.기초생활보장제가 시행되기 이전 40년동안 노인,장애인 등 근로무능력자에 대한 단순생계지원을 중심으로 하는 생활보호법이 빈곤의 책임을 개인과 가족에게 돌리면서 복지의 개념을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시혜적 조치로 여겼다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복지를 국민의 권리이며 국가의 의무로 보는 복지개념의 일대 전환이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생산적 복지’의 추진이라는 출범구호와는 달리 일단 수급자로 선정된 저소득계층은 제도아래서 주어지는 현금급여,의료보호 등 달콤한 혜택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빈곤의 악순환을 겪는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지적됐다.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자활인프라를 확충하고 근로유인제도를 도입하는 등 개선책을 제시하고 있다.시행 3년째를 맞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성과 및 올해의 정책 방향을 짚어본다. ●올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나 현금지급수준이 4인가구 기준으로 87만원에서 89만원으로 인상됐으며 부양비 부과율 30% 대상자를 신설,조부모·손자와 같이 부양의무가 약한 부양의무자의 부담을 줄여 주는 등 보장제도가 내실화됐다.자활특례대상자중 의료급여 수급자를 개인에서 가구전체로 확대도 눈에 띈다. 사회복지시설 입소자의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선정기준이 완화돼 근로소득을 장기저축하면 소득산정시 공제해준다.부모의 이혼 및 재혼 등 가족관계가 단절돼 부양을 받지 못하는 시설 입소자,미혼모,성매매여성,에이즈감염자등은 부양의무자 조사를 유예해준다.시설 입소자의 생일축하금,신발비 등을 신규로 지원하는 한편 보장시설에는 정부양곡을 50% 싸게 공급하는 방안도 마련했다.또 사회적응기간이 필요한 출소자 등 사회저변의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주거가 곤란해 형제집에 얹혀사는 경우도 별도세대로 인정해 준다.무엇보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선정 및 급여기준이 되는 소득,재산기준을 소득인정액 기준으로 일원화하는 재산의 소득환산제가 시행된다.소득은 낮지만 재산을 다소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동안 수급자가 될 수 없었던 가구도 보호대상이 된 것이다. ●자활사업 활성화가 기초생활보장제의 핵심 기초생활보장제는 근본적으로 자활을 목표로 하고 있다.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근로의욕을 고취하고 근로이탈 방지를 위해 소득중 일정비율을 공제하는 소득공제제도의 경우 상시근로자,자활사업참가자 등 근로소득이 파악되는 5만명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실시한다.특히 소득창출형 자활사업자들에게는 급여를 인상해주거나 차별지급키로 했다.자활후견기관 사업참여자들이 독립채산제 형태의 사업체로 운영하는 자활공동체를 198곳에서 350곳으로 대폭 확충할 방침이다.이에 따라 자활공동체 참여자의 월평균 소득이 지난해 66만5000원에서 올해는 76만5000원으로 10만원 정도 오를 전망이다.지방자치단체의 기초생활보장기금 796억원을 활용,자활공동체 창업시 지원하는 7000만원 한도의 전세점포지원금을 지난해의 20곳에서 올해는 100곳까지 늘리기로 했다.자활지원사업의 5대 표준화 사업으로 간병,집수리,청소,음식물 및 폐자원 재활용사업으로 정했다.집수리대상가구는 3만가구에서 5만가구로 확대되고 간병도우미 사업 참여자도 2500명에서 4000명으로 늘어난다. ●의료급여제도의 사각지대 해소 의료급여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적정급여 수준을 보장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자활특례자 7000명에게 의료급여 2종혜택을 부여하고 2종 수급자가 병원에 입원했을때 30일간의 본인부담금이 30만원을 초과하면 초과금액의 50%를 깎아준다. 또 1종 수급권자의 연령기준 및 질병기준을 강화하고 32개 시·군·구에 의료급여 전담인력을 1명씩 배치,수급자 상담 및 교육 등 사례관리를 실시토록 했다.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의 자질을 높이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익근무요원 3000명을 보조인력으로 신규지원하고 38억원을 들여 개인휴대용단말기(PDA)를 보급한다. 노주석기자 joo@kdaily.com ★전문가 의견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해 생겨난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우리나라를 복지국가로 격상시킨 획기적인 제도임에 틀림없다.그러나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몇 가지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향후 이러한 문제점은 중장기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첫째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복지국가의 걸음마단계에 해당하는 초보적 수준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무엇보다도 현행 제도가 추구하는 보장수준이 최저보장에 머물고 있으며 선진복지국가들이 1960년대 이미 달성했던 적정수준 보장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기초보장의 수준을 최저수준과 적정수준으로 구분할 때 우리의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절대빈곤 개념에 바탕을 둔 최저수준 보장을 목표로하고 있으며 상대빈곤에 기초한 적정수준 보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따라서 우리의 경제력을 고려할 때 절대빈곤 개념에 입각한 현행 기초보장 수준은 중장기적으로 상대빈곤 개념을 바탕으로 도출된 적정수준의 보장으로 개선돼야 한다.또 현재 획일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최저보장 기준은 거주지역과 가구특성 등을 고려,다양한 욕구에 맞게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부양의무자 기준 재산기준 등으로 인해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계층이 존재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따라서 중장기적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의 완화 등을 통해 최저한의 생활수준을 보장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로부터 배제되는 계층을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현행 제도는 최저 생활보장을 위해 최저생계비 수준이하의 소득을 가진 근로무능력자와 근로능력자 모두에게 그 차액만큼을 지급하는 보충급여방식을 채택하고 있다.이러한 보충급여체계는 근로소득이 증가해도 급여가 감소함으로써 가처분소득이 동일해지기 때문에 수급자의 근로의욕 저하와 수급자간의 형평성 문제를 낳는다.단기적으로 근로소득공제 등을 시행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근로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보충급여체계의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행 제도는 동일한 선정기준에 의해 생계,주거,의료,교육 등 모든 급여가 통합적으로 제공되고 있는데 이는 빈곤선 이상의 소득이 있지만 의료,교육,주거 등 부가적인 급여에 대한 욕구가 있는 차상위계층을 수급자로 머물도록 유인,공공부조제도에 대한 의존 및 부정수급의 문제를 낳고 있다.생계급여 이외의 부가적인 급여에 대한 분리 운영 등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포함한 공공부조제도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중장기적으로 요구되는 대목이다.
  • 수출품 환경인증 국제기준 강화

    환경부는 선진국의 비관세 무역 장벽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전략수출 제품군에 대한 환경마크 인증기준을 국제수준으로 강화했다. 이는 국내 제품의 해외진출시 선진국의 무역차별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인증기준이 새로 마련된 제품은 휴대전화,포장재,생분해성 수지제품,신발,저소음 건설장비 등이다. 개인용 컴퓨터와 텔레비전 등 전자제품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유럽연합(EU)의 유해물질 관련 지침이나 폐가전제품 처리지침을 인증기준에 반영했다. 유진상기자 jsr@
  • 아시아는 지금 소리없는 물류전쟁

    ★현대상선 포천호 3박4일 동승 르포 5대양의 바닷길 확보를 위한 소리없는 물류확보 전쟁이 시작됐다.세계 1위의 해운 물류항 홍콩의 중국 반환과 중국 경제의 괄목할 만한 신장세로 상하이 등 대체 물류 항구가 급부상했다.해운 물류시장의 지각변동은 세계 주요 항만들간의 치열한 화물확보 경쟁으로 이어진다.지난해 세밑 부산에서 출발,거친 파도와 싸우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왕복 항해한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포천호에 동승,우리의 수출·입 물동량 확보의 현 주소를 진단했다. “가오슝(高雄)항도 예전만 못해요.기항을 해도 큰 이득은 없습니다.기존 고객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들르는 것뿐입니다.” 지난해 말 부산항에서 수출 화물을 선적,유럽을 향해 세밑 출발을 한 현대상선 포천호 황종현(黃宗鉉) 선장은 타이완의 가오슝항에 배를 대면서 이같이 말했다. 굉음을 내며 작업 중인 크레인들과 즐비한 화물선 등 선상에서 본 가오슝항의 활기찬 모습과는 달리 황 선장의 말은 의외였다.그러나 잠깐 동안의 의문은 가오슝항 터미널에서 김인룡(金仁龍) 현대상선 지사장을 만나면서 풀렸다.아시아를 강타한 금융위기의 상처가 치유되기도 전에 해운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상하이(上海)나 옌톈(鹽田)항에 화물을 빼앗겼기 때문이란다. 포천호는 떠들썩한 연말 분위기를 뒤로 한 채 지난해 말 심야 작업끝에 부산항을 떠났다.포천호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5500여개를 실을 수 있는 6만 5000여t 규모.평소보다 파도가 거친 남중국해의 파도를 헤치며 시속 45㎞로 쉼없이 달리기를 3일여.한해가 저무는 날 해질녘에 대만 제1의 수출항인 가오슝항에 도착했다. 포천호에는 선장을 비롯,승선 경력 30년의 베테랑 통신장에서부터 해양대학을 갓 졸업한 신참 3등 항해사에 이르기까지 22명의 승무원이 탑승했다.이 가운데 4명의 조선족을 포함,모두가 같은 한민족이다. 포천호는 수출 물량을 선적,56일에 걸쳐 아시아∼유럽 항로 3만 657㎞를 왕복한다.중간에 홍콩(1위),싱가포르(2위),부산항(3위),가오슝(4위) 등 세계 4대 컨테이너항을 포함,20여개 항구에 들러 화물을 싣고 내린다. 컨테이너선에 몸을 싣고 세계를 누비는 이들은 긴 여정으로 통계나 수치보다는 오래도록 체감한 감(感)만으로 항만별·국가별 기상도를 정확히 그려낸다. 이같은 예감으로 봐야 할까.선원들은 중국의 경제 신장으로 인한 가오슝의 위태로움이 남의 일이 아니라며 우려했다.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0년 가오슝에 빼앗겼던 3위 자리를 되찾은 부산항도 중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바닷길에도 벌써 ‘황사(黃砂)’가 드리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800여만TEU를 처리,가오슝항을 추월할 것으로 보이는 상하이항은 부산항의 잠재 경쟁자이다.부산항은 900만TEU 규모로 예상되지만 격차는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승무원들은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한 데다가 부산항과 광양항을 동북아의 허브 항구로 개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에게 기대를 표시했다. 배가 흔들릴 때마다 침대에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면서 배멀미에 익숙해질 즈음 부산항을 떠난 지 4일만에 홍콩항에 도착했다.스스로가 ‘감자바우’라는 강원도 원주 출신의 선장,부산 사투리가 억센 기관장,명퇴신청을 하고 마지막 항해라는 정읍 출신의 통신장,선장에의 꿈 때문에 배를 탄다는 완도가 고향이라는 1등항해사 등 이제 겨우 낯이 익은 승무원들을 뒤로 하고 홍콩 부두에 내렸다. 1년동안 1800만TEU의 컨테이너가 처리되고,매주 440척의 배가 드나들어 물동량 세계 1위를 고수하는 홍콩이지만 이곳 역시 화물확보를 위한 치열한 전쟁은 진행중이었다.싱가포르 등 경쟁항만들이 시설투자를 늘리며 화물을 끌어들이고 있는데다가 불과 25㎞ 거리에 자리잡고 있는 선전(深)의 옌톈이 급성장했기 때문이다.중국에서 생산된 화물은 홍콩을 거치지 않고 옌톈이나 상하이항을 통해 운송되고 있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홍콩은 1위 항만의 위치를 지켜내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물론 홍콩당국은 이를 강력히 부인한다.홍콩에 자리를 잡은 세계 1위의 항만 터미널사인 허치슨사의 에릭 입(47) 사장은 “홍콩은 컨테이너를 받아 배에 싣는 항구이고 옌톈 등은 트럭으로 화물을 운반,이를 컨테이너에 넣어 배에 싣는 만큼 두 지역은 경쟁관계가 아니다.”고 애써 부인했다.해운사들도 물류경쟁의 주역 가운데 하나이다.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 국내의 선사들이 외국의 에버그린이나 머스크 등과 세계 각국의 항구를 누비면서 경쟁을 하는 중이다. 해운업의 수입 구성은 국내 화물 운임수입 15%,외국화물 수입 85%로 이뤄진다.이만한 외화 가득률을 올리는 업종은 해운산업밖에 없다는 게 포천호 선원들의 얘기였다. 포천호는 싱가포르를 떠나 3만 657㎞ 대장정 중에 있다.선상에서 새해를 맞은 22명의 승무원들은 오늘도 망망대해에서 물류한국의 주역으로 소리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김성곤기자 sunggone@kdaily.com ★컨테이너 화물 보면 경제수준 알수있다 ‘컨테이너를 보면 경제가 보인다.’한동안 컨테이너 하면 수출과 거의 동일시되던 적이 있었다.수출품의 대부분이 컨테이너를 통해 운반됐던 1970∼80년대의 얘기이다. 최근 들어 산업의 고도화로 수출품의 상당수가 경박단소(輕薄短小)화 돼 반도체 등 일부 제품은 비행기로 운송되고 자동차도 전용선이 생겼지만 아직도 많은 수출품이컨테이너에 의존한다. ●컨테이너는? 컨테이너는 20피트(6m)와 40피트짜리가 대부분이다.배의 용량을 나타낼 때 쓰이는 TEU는 바로 이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말한다.이 컨테이너를 싣는 컨테이너선은 초기 2400TEU가 주종이었지만 지금은 8000TEU급의 초대형 컨테이너선도 나온다.현대상선 포천호처럼 5500TEU급은 길이가 63빌딩보다 29m가 높은 285m나 된다. ●신발에서 전자제품으로 텔레비전,봉제품,완구,OEM(주문자 상표부착) 방식의 신발과 청바지….지금부터 15년전인 88년 부산항을 통해 유럽으로 가던 현대상선 컨테이너선에 실린 화물 목록이다. 그러나 이들 상품 가운데 요즘 컨테이너선에 실리는 것은 거의 없다.신발 등 많은 제품이 이미 동남아시아와 중국 제품에 밀려 도태됐기 때문이다.대신 최근에 컨테이너를 채우는 품목은 고급 냉장고와 텔레비전,에어컨,타이어,특수 섬유제품,화학제품 등으로 바뀌었다. 산업의 발전으로 컨테이너 한개에 들어있는 수출품의 가격도 달라졌다.15년전에는 신발 2500켤레로 컨테이너 한개를 가득 채워봐야 1만달러안팎이었다.그러나 요즘은 컬러TV로 채워진 컨테이너(120대)는 무려 7만 2000여달러나 된다.우리의 산업이 발전하면서 나타난 격세지감이다. 우리만 컨테이너에 싣는 내용물이 달라진 것이 아니다.한동안 섬유류가 주류를 이루던 중국도 이제는 전자제품으로 품목이 바뀌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컨테이너에 실리는 화물을 보면 그 나라의 경제수준을 알 수 있다.”면서 “최근에는 중국에서 실리는 제품이 전자제품 쪽으로 바뀌고 있어 우리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홍콩행정부 경제발전국 정 시우 만 총비서장 “홍콩은 다른 항만들이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홍콩특별행정부의 정 시우 만(鍾少文·44) 경제발전국 총비서장은 세계 1위의 물동량을 자랑하는 홍콩항의 위상이 중국의 부상으로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정색을 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 총비서장은 “지난 2001년 컨테이너 처리량이 23년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한 것은 아시아 금융위기 여파”라면서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뒤 물동량이 다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화물 처리량이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아시아시장에서 홍콩항의 화물 처리 비중은 점차 줄어 홍콩 당국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중국의 옌톈항 등 다른 항구들이 물동량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당국은 이에 따라 현재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전산화를 통해 물류처리 흐름을 빠르게 하는 한편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항만에 컨테이너 화물을 쌓아두는 기간도 다른 항구보다 긴 7일로 늘렸다. 또 시설능력을 늘리기 위해 기업이 원하는 대로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터미널이 부족하다고 하면 입지만 정해주고 행정적으로는 간여하지 않는다. 또 술과 화약,마약 등을 제외한 물품은 사후 신고제를 적용하고 있다.자유무역항인 홍콩이 갖는 경쟁력 가운데 하나이다. 정 총비서장은 “홍콩은 자유무역항으로서의 오랜 경험을 쌓아 자체경쟁력을 가졌다.”면서 “질 높은 행정서비스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의 위상은 앞으로 오늘과 같지는 않겠지만 홍콩정청의 이같은 노력을 감안하면 중국이 급성장을 하더라도 급격한 위상추락은 없을 것이라고 홍콩현지에 진출한 국내 선사 주재원들은 분석했다. 김성곤기자
  • ‘베트남에 功 큰 한국인’ 박연차회장

    |하노이 연합|신발 생산으로만 30년 외길을 걸어 온 박연차(朴淵次·58) 태광실업 회장이 한·베트남수교 10년 동안 ‘베트남에 가장 공이 큰 한국인’으로 꼽혔다. 베트남 정부는 현재 주한 베트남 명예총영사를 맡고 있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10년간의 한·베트남 협력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판단하고 민간인들에게는 드물게 정부훈장을 수여키로 결정했다.
  • 겨울철 노인들의 공포 ‘낙상’

    겨울철의 낙상,즉 넘어짐은 노인들에게 가장 큰 두려움의 대상이다.노인은일반적으로 신체 평형능력과 시력이 떨어지는데다 날씨가 추워지면 관절이굳어지면서 근육의 힘과 운동능력까지 급격히 저하되어 낙상 위험에 매우 취약해지기 때문. 이들은 또 골다공증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에 가볍게 넘어져도 뼈가 부러지고,오랜 병상생활로 폐렴과 피부 괴사,심장질환 악화 등으로 이어지기 쉽다.또 한번 넘어지면 두려움을 느껴 스스로 신체활동을 제한하게 되고,이는 근육 위축과 평형감각 소실을 부르는 악순환의 고리를 밟게 된다.따라서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조치가 필요하다. ◆낙상으로 인한 골절 낙상을 당한 노인중 3분의1에서 4분의3은 신체손상을 입는다.그중 가장 흔한 것이 골절. 특히 엉덩방아를 찧으면 척추에 힘이 모아져 약한 척추가 알루미늄 캔이 찌그러지듯 주저앉게 된다.심하지 않은 경우에도 수개월은 안정을 취해야 하고,보조기를 착용해야 겨우 거동할 수 있다.오래 누워 있으면서 엉덩이와 어깨 부위 살이 짓무르는 욕창과 폐렴,방광염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노인중에서도 특히 나이가 많은 층은 대퇴골을 잇는 고관절 골절을 조심해야 한다.사망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치료 후에도 사회활동을 할 만큼 회복되기 어려운심각한 질환이다.특히 여성은 넘어지면서 허벅지뼈 윗부분이 부러지는 경우가 많다. ◆치료는 빠르고 적극적으로 노인들의 경우 조직 회복 상태가 느리므로 치료기간도 오래 걸리고 효과도적은 편이다.그렇다고 치료에 소홀하면 영영 바깥 나들이를 포기하는 상황에 빠지게 되므로,힘들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치료에 임해야 한다. 척추 골절의 경우 다친 정도에 따라 수주간 안정후 보조기 착용요법,골절된 척추내에 주사바늘로 골 강화제를 주입하는 척추성형술 등이 사용된다.척추성형술은 시술이 간편하고,시술후 1∼2일내에 퇴원할 수 있을 정도로 효과도 높은 편이다. 고관절 골절 환자는 대부분 고령자이므로,심혈관질환이나 당뇨 등 내과적질환을 갖고 있다.따라서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내과질환 악화와 합병증 발생으로 수술기회를 놓치기 쉽다.특히 여성은넘어지면서 고관절에 접한 허벅지뼈 윗부분이 잘 부러지는데,대부분 가볍게 삐끗한 것으로 판단,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이 부위는 뼈가 잘 붙지 않아 빨리 나사못 삽입수술을 받아 고정시키지 않으면,영원히 보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고관절 골절상태가 심하거나,70대 이상의 환자는 인공관절을 갈아끼우는 인공관절치환술을 시행한다. ◆낙상 예방과 운동 평소 가벼운 운동을 습관화함으로써 몸을 유연하게 만들어야 넘어지더라도크게 다치지 않는다.또 수면제,항우울제,진정제 등 각종 약물 복용은 중추신경 작용을 억제하거나 기립성 저혈압을 일으켜 낙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과다한 약물복용을 삼가야 한다.시력·청력 교정 등 위험한 환경요인도 개선해야 한다. 낙상 위험이 특히 높은 노인은 엉덩이보호대를 착용하고,실내에 카펫을 깔아 넘어져도 부상을 최소화하도록 한다.또 날씨가 춥더라도 너무 웅크리지말고 앞을 바로 보고 걷도록 하며,다리가 불편한 사람은 미끄럽지 않은 신발과 지팡이를 휴대하는게 좋다. 도움말 혜민병원 인공관절센터 김영후 전문의, 일산백병원 노인병센터 백현욱 나영무 교수 임창용기자 sdragon@
  • IT·굴뚝업종 성장격차 심화

    ◆지속성장형 반도체·통신기기·디지털가전 ◆성숙후 수축형 컴퓨터·자동차·조선·전통가전 ◆지속 수축형 철강·섬유·신발·석유화학 오는 2010년까지 반도체·통신기기 등 IT(정보기술)업종은 성장을 지속하고,석유화학·섬유 등 기존 전통업종의 성장세는 둔화돼 업종간 성장격차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은행은 25일 발표한 ‘한국의 산업’이란 보고서에서 국내 제조업 가운데 반도체·통신기기·디지털가전 등 IT분야와 환경·항공우주·바이오·정밀화학 등 신기술분야를 ‘지속성장형’ 산업으로 전망했다. 이들 업종은 ▲신기술개발·기술접목 가속화로 인한 신상품 등장▲대기업투자와 벤처창업 확대 등에 힘입어 2010년까지 국내산업 전반의 성장세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됐다. 일반기계·자동차 부품을 주축으로 한 부품·소재산업도 업계의 지속적인투자로 생산비중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컴퓨터·사무용기기·자동차·조선·전통가전 업종은 제품 경쟁력과 브랜드 이미지로 당분간 경쟁력 유지가 가능하지만 후발경쟁국 추격과세계시장 성장둔화,대기업 진출 부진으로 성장이 둔화되는 ‘성숙후 수축형’ 산업으로진단했다. 석유화학·철강·제지·시멘트·섬유·의류·신발·피혁·플라스틱 등 전통업종은 ▲과잉투자에 따른 수익성 악화▲후발경쟁국의 빠른 추격▲저부가가치형 수익창출구조▲원천기술 한계 등으로 ‘지속수축형’으로 예상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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