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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신의 땅에서 울다가 웃다가 ①悲 로마의 구둣발에 짓밟히랴

    이스라엘-신의 땅에서 울다가 웃다가 ①悲 로마의 구둣발에 짓밟히랴

    ISRAEL 신의 땅에서 울다가 웃다가 강해 보이기만 했던 이스라엘을 옆에서 바라보니 곳곳에 흉터가 선명했다. 이스라엘이 낸 ‘민족과 종교’라는 어려운 문제를 풀면, ‘사해·사막·지중해’가 들어있는 3종 선물 세트가 기다린다. 글·사진 구명주 기자 취재협조 이스라엘관광청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悲 로마의 구둣발에 짓밟히랴 Masada마사다 & Qumran쿰란 강자 앞에서 당당하고 약자 앞에선 따뜻하고 싶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지리멸렬한 싸움을 지켜보는 내 마음은 팔레스타인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편향된 마음을 들킨 것인지, 이스라엘 여행은 처음부터 꼬였다. 출국을 코앞에 두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하마스 간의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신문 국제면이 ‘이스라엘-하마스 교전 격화…전면전 가능’, ‘하마스 군 수장 사망’ 등 살벌한 이야기로 도배됐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안전한 나라가 그 어디 있는가. 내 나라만 하더라도 서로 남과 북으로 찢어져 으르렁거리고 있는데 말이다. 다행히 하늘이 도왔다. 출국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을 때, 현지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휴전에 합의했으니 안심하고 와도 좋다.” 100여 명을 일주일 만에 죽이고 1,000명을 다치게 했다는 이번 전쟁은 시작도 끝도 문을 여닫는 것처럼 간단해 보였다. 짧은 말다툼으로도 마음이 들들들 끓는데, 총과 칼을 내젓는 싸움이 쉬울 리 없다. 이스라엘을 여행한다는 건 피고름이 철철철 흐르는 그들의 과거사를 훑는 과정이다. 이스라엘의 조상은 신에게 아들이삭을 제물로 바치려고 했던 아브라함1). 아브라함이 신으로부터 받은 땅은 바로 ‘젖과 꿀이 흐른다’는 가나안이다. 신의 간택을 받았을지언정 아브라함의 자손은 끝없는 고통 속에서 광야를 헤맸다. 그들의 수난사를 읊자면 끝도 없다. 유대인에게 행복한 과거란 노역생활을 하던 이집트를 탈출해 가나안을 되찾았던 순간, 지혜로운 다윗과 솔로몬을 왕으로 삼았던 시절 정도였을 테다. 여기에 십자군전쟁의 박해,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의 삶까지 더하면 ‘신은 정말 있습니까’ 하고 저절로 묻게 된다. 특히 이스라엘에서 로마제국의 발길질은 악명 높았다. 이탈리아를 지도에서 찾아보면, 지중해에 발을 담근 구두 한 짝과 같은 모양새다. 신발의 높다란 굽으로 로마군은 유대인을 마구잡이로 밟아댔다. 척박한 사막을 비집고 자리한 기괴한 마사다Masada 는 로마군과 유대인의 처절한 싸움을 그 자리에서 똑똑히 지켜봤다. 450m의 높이에 들어선 이 요새는 길이 600m, 너비 320m로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AD70년, 로마에서 온 디도 장군의 박해를 피하고자 유대인 960여 명이 마사다로 몰려들었다. 도망자들을 가만히 손 놓고 봐 줄 로마군이 아니다. 1만5,000여 명의 로마군은 마사다를 정복하고자 수를 쓴다. 하늘에 닿을 듯이 높은 마사다에 오르지 못해 쩔쩔매던 로마군은 요새로 들어가기 위한 경사로를 3년에 걸쳐 만들었다. 경사로가 마사다에 닿았을 때, 그곳에서 로마군을 기다린 것은 유대인의 시체 960구. 유대인들은 로마군에게 능멸을 당하는 대신 죽음을 택하기로 했던 것이다. 죽음을 도울 사람을 제비뽑기로 뽑고 최후의 1인은 자살하는 식으로 그들은 끝까지 ‘절개’를 지켰다. 마사다 정상에 오르면 900명이 넘는 유대인이 어떻게 3년간 마사다 꼭대기에서 생활할 수 있었는지 궁금증이 풀린다. 이곳엔 목욕탕, 창고, 채석장, 교회, 수영장 등이 아직도 남아 있다. 마사다의 본래 용도는 왕의 피난처였다. BC40년경 헤롯왕2)은 본인이 도망갈 곳으로 마사다를 지었고 온갖 시설을 갖추었다. 헤롯왕이 만든 시설을 이용하며 목숨을 부지하던 유대인은 빗방울을 모으려 도랑을 만들고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비둘기까지 길렀다고 한다. 마사다 정상까지는 케이블카로 금방이건만 많은 유대인은 가파른 마사다를 직접 두 발로 오르며 그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마사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쿰란 동굴Cave of Qumran이 있다. 쿰란 동굴 역시 마사다와 마찬가지로 로마에 굴하지 않은 유대인의 삶을 증명한다. 유대교의 한 종파인 에세네파는 쿰란 동굴에 숨어 살던 은둔주의자들이었다. 에세네파는 성경사본을 항아리에 담아 숨겨놓았는데 2,000년이 지난 1947년, 목동이 염소를 찾던 중 항아리를 발견한다. 그 속에서 사해본Dead Sea Scroll으로 불리는 양피지 두루마리 7개가 나왔다. 1)아브라함 이스라엘 민족의 조상이다. 그는 ‘아들인 이삭을 제물로 올리거라’는 신의 명령을 따르려 했을 정도로 신에게 충성했다. 현재 물과 기름 같은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는 사실 알고 보면 아브라함을 한 조상으로 삼고 있다. 2)헤롯왕 이스라엘 일대를 다니다 보면 이스라엘을 통치했던 헤롯왕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헤롯왕은 아기 예수가 두려워 ‘어린아이를 모조리 죽이라’고 지시했던 왕으로 유명하다. 악덕한 왕이긴 했지만 그는 건축에 조예가 깊었다. 무너진 예루살렘의 성전을 대대적으로 재건축했으며 자신의 피난처로 철옹성 같은 마사다를 축조했다. 1 로마의 발길질을 피하고자 발버둥친 유대인의 흔적을 이스라엘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국기에 새겨진 별은 ‘다윗의 별’로 불린다 2 검은 양복을 고수하는 정통 유대교인 3 ‘머리 위에 신이 있다’는 의미의 작은 모자, 키파 4 유대인은 예수의 이야기를 닮은 신약성서를 부정하고 구약성서만을 읽는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그것은 누구의 사원인가 Temple Mount성전산 & Western Wall통곡의 벽 마사다와 쿰란을 돌아보던 중 고개를 들었다. 모래바람이 풀풀 날리는 사막 한가운데서 보이는 것이라곤 너른 하늘과 뜨거운 태양뿐. 왜 유대인이 ‘하나의 신’만을 숭배하는지 퍼뜩 이해가 됐다. 그들에겐 이리저리 떠돌며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잡아 줄 강력한 절대자가 필요했을 것이다. 반대로 불교는 ‘숲의 종교’라 불린다. 울창한 숲은 사막과 달리 풍요로워 수많은 식물과 동물이 살아간다. 유일신이 필요 없다. 인간이 곧 신이 될 수 있으며 그저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살면 된다. ‘하늘에 계신 신’을 아버지로 삼는 건 유대교뿐만이 아니다. 유대교에서 뻗어 나온 기독교, 이슬람교도 마찬가지다.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니 세 종교가 하나로 겹쳐져 보였다. 한 뿌리에서 뻗어 나왔을지언정 결코 세 종교를 같다고 말할 수도 없고, 말해서도 안 된다. 종교의 각축장인 예루살렘에 입성하면 세 종교의 정체를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다. 예루살렘을 조망할 수 있는 감람산에 올랐다. 공동묘지 너머로 성전산Temple Mount이 보였다. 성전산은 유대인, 기독교인, 이슬람교인 모두 ‘성지’라 여기는 곳이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 했던 산인 동시에 예수의 발길이 닿은 곳이며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마호메트가 말을 타고 승천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곳에 서니 세 개의 종교가 동시에 “우리가 진짜”라 외치는 것만 같아 현기증이 났다. 지금 성전산에는 황금색 모자를 쓴 황금사원Dome of Rock이 서 있다. 이슬람교도가 예루살렘을 점령하며 지은 이 사원은 오마르 모스크Mosque of Omar로도 불리며 메카와 메디나만큼이나 중요한 곳으로 여겨진다. 당연히 유대인은 이슬람교도가 축조한 황금사원을 보며 칼을 간다. 그들은 성전을 두 번이나 지었으나 두 번 모두 잃었다. 솔로몬왕 시절 지어진 첫 번째 성전은 전란 중 부서지고 말았고 두 번째 성전은 로마 디도 장군에 의해 처참하게 파괴됐다. 디도 장군은 과시용으로 성전의 서쪽 부분 일부를 남겨 두었는데 그 흔적이 통곡의 벽Western Wall이다. 땅을 잃은 백성은 수천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이 벽 앞에 선다. 세우면 무너지고, 찾으면 또 뺏기고…. 약자의 역사를 이해한다. 우리의 조상도 그랬을 것이다. 전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유대인은 성전을 다시 세울 ‘그날’을 기다리며 통곡의 벽에 머리를 조아렸다. 키파1)를 쓰고 몸을 앞뒤로 흔들며 토라2)를 읽는 그들의 모습은 생경하다. 구레나룻을 돌돌 말고 검은 양복을 입은 정통 유대교도도 여기선 흔하게 보인다. 1) 키파 유대인이 쓰는 테두리 없는 모자. ‘하느님이 내 머리 위에 있다’는 뜻으로 크기는 손바닥 크기 정도. 이스라엘 어디서든 쉽게 살 수 있으니 기념품으로 사 와도 좋다. 2) 토라Torah 유대인은 예수의 행적을 담은 신약성서를 인정하지 않고 구약성서만을 읽는다. 토라는 구약성서의 처음 다섯 권을 일컫는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문화마당] 이문세의 무대/강태규 대중음악 평론가

    [문화마당] 이문세의 무대/강태규 대중음악 평론가

    지난 7년 동안 이문세의 무대는 막을 내리지 않았다. 총 648회의 콘서트, 누적 관객 82만명. 아직도 현재진행형의 뮤지션이다. 2005년 이전 기록은 집계되지 않았으니 어림잡아 100만 관객이 그의 공연을 보았을 것이다. 그의 골수 팬이 아니더라도 공연 내내 아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광화문 연가’로 시작해 ‘붉은 노을’로, 혹은 ‘옛사랑’으로 시작해 ‘나는 아직 모르잖아요’로 여운을 맺는 그의 공연에는 세월의 숨결이 담겨 있다. 추억을 끄집어내 되씹는 시간의 연속이다. 2시간의 공연은 촌철살인의 무대다. 그때의 기억, 그 순간의 사람, 심지어는 그 찰나의 냄새까지도 떠오르게 한다. 세월을 버티는 노래의 감동은 잔잔한 격정을 불러일으킨다. 필자는 1996년 당시 이문세 공연 ‘짝짝이 신발’을 관람한 적이 있었다. 그의 노래를 듣고 성장한 사람에게는 경이로운 무대였다. 뮤지컬 형식이 가미된 공연이었는데 기존 가수들의 무대와는 판이했다. 연출, 음향, 조명이 일체를 이룬 차별화된 무대였다. 훗날 그 공연에 대해 물었더니 당시 각계 정상의 스태프들이 모여 만든 무대였다고 한다. 그의 노래를 놓고 준비된 각본 속에서 무대는 관객과 밀고 당기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이문세의 무대는 오래전부터 그렇게 진화해 오고 있었다. 관객을 결코 방치하지 않는 무대 위에 집념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공연 진화의 원동력에는 이문세의 세심함을 빼놓을 수 없다. 관객 입장에서 잠시도 자신을 가만히 놔두려 하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 그의 공연 스태프들은 기대 이상의 요구에 부합하는 데 이제 이골이 났다고 할 만큼 공연에 있어서 관대하지 않다. 어느덧 이문세는 가수 데뷔 30년을 맞았다. 그동안 방송 진행자로도 명성을 날려온 이문세지만 그는 여전히 우리 시대의 뮤지션이다. 이문세의 음악 행보는 대한민국 가요사에서 결코 누락될 수 없는 역사로 각인된다. 1987년 발표한 4집 앨범은 1980년대를 통틀어 최고의 명반으로 꼽힐 만큼 존재감을 갖는다. ‘사랑이 지나가면’ ‘그녀의 웃음소리뿐’ ‘이별이야기’ ‘가을이 오면’ 등 수록곡 전곡이 히트하며 285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4집 앨범은 당시 사상 최다 음반 판매 기록을 뒤엎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가수에게 히트곡 한 곡 있다는 것이 그야말로 자부심이 되고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는 달리 설명이 필요가 없다. 하물며 하나의 공연을 오롯이 히트곡으로 채울 수 있는 뮤지션은 한 손에 꼽힌다. 이문세의 레퍼토리는 이미 국민가요다. 이문세는 공연 내내 관객에게 추억을 되새김질하고 그때 그 순간을 떠오르게 하는, 히트곡으로 시작해 히트곡으로 마감하는 독보적인 뮤지션이다. 30년의 세월을 버티며 국민들에게 사랑받았으며, 현존하는 후배 뮤지션들에게 교과서 같은 힘으로 각인되었다. 그의 히트곡이 임재범, 이승철 등 당대의 뮤지션들과 빅뱅 등 아이돌 가수들을 통해 리메이크되며 세대를 넘어 큰 사랑을 받았던 것은 그것을 방증하고도 남는다. 오는 6월 1일 이문세는 가수 데뷔 30주년을 맞아 올림픽 주경기장 무대에 오른다. ‘대한민국 이문세’라는 타이틀이 결코 거창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이 같은 그의 음악 족적 때문이다. 5만 관객과 조우할 무대는 또 어떤 그림으로 채울까? 세월을 따라 사람의 가슴을 두드리는 그의 노래, 그의 무대가 뇌리에서 꿈틀거린다.
  • 내 디자인에 점 하나 찍었다고 자기 거래요

    삼성과 애플이 특허전쟁을 벌였다. 여러 나라에서 주거니 받거니, 승패가 엇갈렸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미국의 한 지방법원에선 삼성이 애플에 1조 200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도 내려졌다. 어지간한 기업이라면 회복불능에 빠질 액수다. 판결의 여러 배경 가운데 핵심은 디자인이다. 둥근 직사각형의 휴대전화 모서리 등 삼성이 아이폰의 외형에 걸려 있는 여러 디자인 특허들을 침해했다는 거다. 이뿐 아니다. 영국의 버버리, 이탈리아 페라가모 등도 각각 한국의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얼핏 사소해 보일 수 있는 디자인의 세밀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제품의 기능보다 디자인이 더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 간 디자인 전쟁은 국경을 넘나든다. 관련 법규를 모르면 누구라도 쉬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우리의 경우, 비교적 최근까지도 디자인 특허 등 지적재산권에 대해 무지했거나, 간과했던 게 사실이다. ‘디자인 전쟁’(김종균 지음, 홍시 펴냄)은 이처럼 디자인과 관련된 각종 지적재산권을 경영에 접목하는 방법과 디자인 관련 법률 지식, 그리고 디자인 특허 관리 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현직 특허청 심사관이다. 풍부한 현장 경험과 수년간의 연구 결과들이 책에 녹아있다. 산업재산권과 저작권, 신지식재산권 등 지적재산권이 포괄하고 있는 종류는 다양하다. 자칫 까다로울 수 있는 내용들이지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썼다. 아울러 기업체뿐 아니라, 옷과 신발에서부터 휴대전화와 노트북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지적재산권에 둘러싸인 일반인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들도 촘촘하게 담았다. 반짝이는 제품이 수백, 수천개가 넘어도 발표하거나, 디자인 특허를 담당하는 공적 기관에 등록하기 전까지는 가치가 생기지 않는다. 가치가 생겨야 디자인 전쟁에 사용할 무기가 된다. 저자가 꼽은 무기는 다섯 가지다. 저작권과 디자인 특허(디자인권), 브랜드(상표), 발명특허, 부정경쟁방지법 등이다. 디자인 전쟁에서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애플은 우리나라 깻잎 통조림을 닮은 둥근 직사각형 모서리와 만만해 보이는 디자인 몇 개로 ‘특허 왕국’ 삼성에 강력한 잽을 날렸다. 애플에 지식재산권이란 무기가 없었다면 강력한 경쟁자인 삼성 갤럭시폰을 이만큼 견제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흔히 스티브 잡스의 ‘디자인 경영’을 배우자고 하지만, 거기엔 중요한 알맹이가 하나 빠져 있다”며 “그게 바로 ‘지식재산권’”이라고 강조한다. 아울러 스티브 잡스에게서 배워야 할 핵심 또한 ‘디자인 지식재산권 경영’이라고 단언한다. 1만 5000원.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서초벼룩시장은 지역中企 홍보맨

    서울 서초구가 서울에서 규모가 가장 큰 서초토요문화벼룩시장을 통해 중소기업 홍보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서초구는 중소기업의 신제품 홍보를 돕기 위해 9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방배동 방배종합복지관 앞에서 열리는 ‘서초토요문화벼룩시장’ 내에 중소기업 코너를 운영한다. 매월 둘째·넷째 토요일마다 열리는 이 벼룩시장은 매주 1000명 이상이 참여할 정도로 서울에서 가장 큰 규모의 벼룩시장이다. 구는 홍보 자금과 인력이 부족해 판로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내 중소기업 제품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10년 8월부터 지금까지 28회에 걸쳐 중소기업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벼룩시장에는 중소기업우수제품전시회에 참여한 30개 업체 중 1~2개 업체가 돌아가며 참여하고 있으며 신발끈이 풀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신발, 전문 기능성 화장품, 부피를 3분의1로 줄여주는 압축 휴지통 등 다양한 중소기업 제품이 판매됐다. 진익철 구청장은 “5월에는 지역 상공회와 함께 20여개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우수기업제품 전시회를 구청 광장에서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현장 행정] ‘석관동 1일동장 체험’ 김영배 성북구청장

    [현장 행정] ‘석관동 1일동장 체험’ 김영배 성북구청장

    “안녕하세요. 석관동 동장 김영배입니다. 동장으로서 바라보고 만나는 주민들과 성북은 또 다른 친근함을 갖게 됩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7일 가슴에 ‘1일동장’ 명찰을 달고 하루 종일 석관동을 누볐다. 구청장이 아닌 동장으로서 그는 오전 6시 30분 석관고등학교 운동장과 성북종합레포츠타운, 의릉(조선시대 경종 임금을 모신 무덤)에서 아침운동을 하는 주민들을 만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오후에는 아예 신발을 운동화로 갈아 신고 교회, 구립어르신사랑방, 황금시장, 돌곶이공원 등 석관동 곳곳을 다니며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날 하루 그가 걸어다닌 거리만 해도 10㎞ 가까이 된다. 김 구청장이 소개한 석관동은 성북구에서 면적이 가장 넓고 인구는 종암동(4만 3000여명) 다음으로 많은 3만 8000명이나 된다. 단독주택 밀집 지역이다 보니 다양한 민원이 존재하고 지역공동체 가능성도 높은 지역이다. 1일동장으로서 가장 자주 들은 주민요구 사항은 석계초등학교와 석관고등학교 옆에 재활용쓰레기 집하장이 있다 보니 생길 수밖에 없는 쓰레기 문제와 주민안전을 위한 CCTV 설치 요구를 조율해 달라는 것이었다. 1일동장으로서 김 구청장은 석관동 지역 현안을 듣고 개선책을 논의하느라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주민자치센터에서 열린 주민대표간담회에서 허숙 석계초등학교 운영위원장이 “이미 있는 집하장이야 어쩔 수 없더라도 학생들 안전을 위해 등교 시간에 쓰레기차를 운행하는 건 피해 달라”는 요청을 하자 김 구청장은 즉석에서 “청소과에 얘기해 시정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오후에는 주민 80여명과 함께 CCTV 설치 설명회를 열고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을 통해 확보한 예산을 바탕으로 CCTV를 어디에 어떻게 설치할 것인지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김 구청장은 “CCTV 설치는 단순히 내 가족만 안전해지자는 게 아니라 우리 동네 모두가 좀 더 안전한 환경을 누리자고 하는 사업”이라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는 마음으로 슬기를 발휘해 달라”고 주민들에게 당부했다. 주민설명회를 마친 김 구청장은 오븐기 등 제빵 설비를 구입해 직접 빵을 구워 나눠 주는 봉사활동을 벌이는 석관제일교회를 찾아 이영찬 목사와 자원봉사 교인들을 격려했다. 곧이어 구립어르신사랑방에서 대청소 활동을 하는 석관동자율방재단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노인들과 환담을 나눴다. 김 구청장은 “늘 느끼는 것이지만 현장 방문을 통해 주민들에게 필요한 정책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면서 “목민 행정의 의미를 되새기는 하루가 됐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말레이시아의 앨리스

    말레이시아의 앨리스

    말레이시아의 앨리스 영하 10℃를 밑도는 서울의 한파를 등지고 도착한 말레이시아는 그 온도차만큼이나 다른 세계였다. 어떤 끌림이 있었는지, 회중시계를 손에 든 흰 토끼를 따라 알지도 못하는 굴 속으로 졸래졸래 따라간 앨리스처럼, 낯선 듯 평화롭고, 평범한 듯 해맑은 ‘말레이시아’를 만났다. 겨울날에 도착한 여름나라 앞으로 여섯 시간 후 나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발을 내딛는다. 여느 때와 달리 떠오르는 혹은 기대하게 되는 그림이 불분명했다.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 속으로 옹알옹알. 입에 익긴 한데 막상 고개가 갸웃한다. 출근길에 바쁜 사람들을 지나쳐 공항으로 향하는 동안 본능적으로 옷깃을 여미게 되는 겨울날의 여행. 머릿속은 온통 어떻게 하면 영하 10℃를 밑도는 겨울날과 영상 30℃를 웃도는 여름나라를 동시에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해가 떴는데도 바닥이 젖어 있다. 이 나라에서는 매일 오후 네다섯 시 즈음엔 어김없이 비가 쏟아진다고 했다. 오늘도 방금 전까지 비가 내렸다고. 공항을 나서니 바깥 공기가 그리 습하지 않았고,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까지 가는 차 안에서도 에어컨 바람이 시원했기에 아직 서울에서의 차림 그대로다. 하나둘 옷을 허물처럼 벗어낸 것은 공항과 쿠알라룸푸르 중간 즈음에 위치한 신행정도시 푸트르자야Putrajaya의 풍경이 차창에 가까워졌을 때였다. 레고 블록으로 만든 모형처럼 군더더기 없는 도시를 울울창창한 야자수 정글이 포위하고 있었다. 서울과 쿠알라룸푸르 사이 한 시간의 시차를 거슬러 오른 나는 그제야 여름나라에 들어온 것을 실감했다. 호텔방에 대충 짐을 밀어 넣고 낯선 거리로 나섰다. 하늘은 어둑하게 물들어 가지만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장 번화한, 서울로 치면 명동에 비견되는 부킷빈탕Bukit Bintang 거리와 그 지척에 노천 음식점이 즐비한 잘란알로Jalan Alor는 낮보다 더 환하고, 더더욱 북적였다. 여행 첫날의 긴장과 피로는 서울과 다르지 않은 도심풍경 때문에 잔잔해졌지만 그 속에 빠져드는 것이 아직 부담스러운 이방인은 두 거리 사이, 트렌디한 펍과 레스토랑이 늘어선 잘란창캇Jalan Changkat으로 살짝 발을 들여 놓았다. 거리가 한 눈에 들어오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펍 2층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뜨거운 공기, 낯선 도시, 차가운 맥주, 관망적 자세. 취取하거나 취醉하거나. ▶travie info 잘란알로alan Alor와 잘란창캇Jalan Changkat | 잘란알로에서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대중적인 요리 사테Satay를 추천. 얇게 썬 고기를 양념해 대나무 꼬챙이에 꽂아 구운 꼬치요리이다. 달큼하고 고소한 땅콩소스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잘란창캇에서는 부러 핫한 곳을 찾기보다는 거리가 훤히 내다보이는 2층 테라스가 있는 공간에 자리를 잡는 것이 더욱 매력적이다. 위치 부킷빈탕 거리에서 모노레일이 가로지르는 대로 변 오른쪽 방향(도보 5~10분). 영업시간 늦은 오후부터 새벽녘 국립 모스크National Mosque, Masjid Negara┃주소 Jalan Perdana, 50480 Kuala Lumpur 방문객 입장시간 오전 9시~정오, 오후 3시~4시, 오후 5시30분~6시30분(단, 금요일은 오전 입장 불가) 입장료 무료 센트럴 마켓Central Market┃주소 Jalan Hang Kasturi, 50050 Kuala Lumpur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9시30분(건물 밖 노점은 오전 11시~밤 11시) 홈페이지 www.centralmarket.com.my 차이나타운China Town┃위치 Jalan Petaling, Kuala Lumpur 영업시간 오전에 문을 여는 곳도 있지만 대체로 점심 무렵부터 밤 10시까지 One for All, All for One 아무리 피곤해도 늦잠은 아까운 여행자의 아침, 좀 걷자. 걷다 멈춘 곳이 목적지가 된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여름의 날씨인지라 자연스럽게 차도르Chador를 두른 여인들에게 눈길이 간다. 말레이시아는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슬람을 국교로 삼고 있는 나라다. 무슬림으로 살아가는 그들에겐 당연한 것이겠지만 “안 덥나?” 결국 입 밖으로 뱉고 만다. 모스크에 가봐야겠다. 무슬림들의 기도 시간을 피해 택시를 탔다. 국립 모스크National Mosque, Masjid Negara에 가자고 했다. 안내에 따라 신발을 벗고 보라색 가운과 히잡Hijab을 둘렀다. 아무도 없는 기도실 앞에 서자 안내원인 듯한 할아버지 한 분이 어디서 왔는지 물었다. 대답을 듣자 지긋한 눈빛으로 <본성(피뜨라)과의 만남>이라는 한국어 책자를 건네 준다. 천장까지 닿은, 수십 개의 흰색 기둥으로 빼곡한 기도실 앞 대리석 바닥에 앉아 책자를 폈다. 맨 첫 장과 마지막 장은 같은 문구로 시작해 같은 문구로 맺어지고 있었다.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려 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기를 바랄 수 있을 것인가?” 따라 읽는 사이 작지만 야무진 아이 모모가 떠올랐다. 누군가의 시간을 훔쳐야만 살아갈 수 있는 회색 신사들에게 홀려 잿빛이 된 모습으로 내 말만 하는 어른이 돼 버린 내 앞에.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빛을 보기 위해 눈이 있고, 소리를 듣기 위해 귀가 있듯이, 너희들은 시간을 느끼기 위해 가슴을 갖고 있단다. 가슴으로 느끼지 않은 시간은 모두 없어져 버리지. 장님에게 무지개의 고운 빛깔이 보이지 않고, 귀머거리에게 아름다운 새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과 같지. 허나 슬프게도 이 세상에는 쿵쿵 뛰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눈멀고 귀 먹은 가슴들이 수두룩하단다. (중략) 화도 내지 않고, 뜨겁게 열광하는 법도 없어. 기뻐하지도 않고, 슬퍼하지도 않아. 웃음과 눈물을 잊는 게야. 그러면 그 사람은 차디차게 변해서, 그 어떤 것도, 그 어떤 사람도 사랑할 수 없게 된단다. 그 지경까지 이르면 그 병은 고칠 수가 없어. 회복할 길이 없는 게야. 그 사람은 공허한 잿빛 얼굴을 하고 바삐 돌아다니게 되지. 회색 신사와 똑같아진단다. 그래, 그들 중의 하나가 되지. -미하엘 엔더의 <모모> 中 지난밤 잘란창캇의 펍에서 마셔 버린 시큰둥했던 첫날밤이 뜨끔했다. 그럼에도 선뜻 털고 일어나 기도실을 나서지 않고 조금 더 게으름을 피우다 못 이기는 척 다시 길을 나섰다. 그러다 뒤를 돌아봤다. 수채화 물감을 풀어놓은 듯 맑고 파란 하늘과 그 아래 새하얀 모스크. 종교와 교리를 떠나 그곳에 잿빛을 걷어낸 나의 뽀얀 마음 한 조각을 묻어두었다. 그리곤 천천히 초록 잔디가 카펫처럼 펼쳐진 메르데카 광장Merdeka Square까지 걸었다. 딱히 구경거리가 없는 고가도로변인데도 길이 참 싱그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르데카는 말레이어로 독립이라는 뜻이다. 말레이시아는 1957년 8월31일 이 광장 국기게양대에 걸려 있던 영국 국기를 걷어내고 말레이시아 국기를 내걸면서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선포했다. 광장 너머로 우뚝 솟아오른 초고층 빌딩과 함께 광장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영국 식민지 시절의 고건축물들이 독특한 도시경관을 그려낸다. 식민지 역사의 흔적을 상당수 지워낸 우리와 달리 쿠알라룸푸르는 도심 가운데 이를 그대로 남겨두고 오늘날까지 이용하고 있다. 광장 북측, 1894년에 지은 세인트메리 성당을 시작으로 유럽과 이슬람식 건축양식이 조화를 이룬 구 시청사, 술탄압둘사마드 빌딩, 구 중앙우체국, 국립섬유박물관, 구 차터드은행 등이 시계방향으로 광장을 둘러싸고 있다. 사람들이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오랜 세월 다양한 인종이 각기 다른 언어와 신을 믿는 가운데 함께 어울려 살아왔기에 관용의 미덕이 배어 있다고. 다름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존중하는 문화. ‘1 Malaysia, truly Asia’라는 말레이시아의 캐치프레이즈를 형상화한 조형물 앞에 서 있자니 이번엔 달타냥과 삼총사가 떠올라 그들의 구호를 외친다. “One for All, All for One” 메르데카 광장에서 켈랑강Kelang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면 센트럴 마켓Central Market과 차이나타운China Town까지 다다르는데, 이곳에서 ‘1 Malaysia, truly Asia’가 허언이 아님을 체감했다. 역시나 건물 자체가 100여 년이 넘은 마켓 안에는 말레이, 차이니즈, 인디아 구역이 사이좋게 이웃하고 있었고, 역사문화도시 말라카와 페낭을 모티브로 한 거리까지, 말레이시아의 다양한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오밀조밀하다. 아시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마켓 2층의 푸드코트와 마켓 바깥 골목에 위치한 예술가의 거리도 시장구경의 재미를 더해 준다. 중국계가 중심이 되어 상점가를 형성하고 있는 차이나타운China Town 언저리에서도 불교 사찰과 식민지 건축물, 힌두교 사원이 자연스레 한 컷에 담긴다. 순간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나도 모르게 사진기를 들었다놨다 한다. 여행의 순간은 눈에만 담아두기 참 아쉬울 때가 많다. 찍고 싶은데 면박을 당하지 않을까 겁이 나기도 하고, 그렇다고 몰래 찍는 것도 내키지 않는. 옆에서 누군가 이야기한다. “그냥 사진 좀 찍어도 되냐고 하면 완전 좋아하면서 반가워할 거예요.” 새삼 놀라운 ‘참말’이다. 무표정하게 있다가도 사진기를 보이며 눈인사를 할 때마다 꽃보다 환하게 피어나는 그들의 얼굴빛. 차도르를 두른 여인들마저 꽃 같은 포즈를 취해 주는데 그 덕에 내 잿빛 마음이 부끄럼을 타며 조금씩 희석된다. 1 메르데카 광장에서 센트럴 마켓으로 가는 길에 만난 동화 같은 거리. 초고층 빌딩숲 아래 파스텔톤의 유럽식 건축물이 독특한 도심경관을 만든다 2 쿠알라룸푸르에 대한 모든 것을 미리보기 할 수 있는 곳, 쿠알라룸푸르 시티갤러리에 가면 말레이시아 여행이 더욱 촘촘해진다 3 강요하는 사람 없지만 열대 기후에서도 히잡을 벗지 않는 여인들. 그러나 색색 고운 히잡을 보며 여인의 마음을 짐작한다 빨간 구두 신고 램프의 요정을 따라서 쿠알라룸푸르가 다민족이 내뿜는 전통적인 색채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질릴 틈 없이 신상품으로 넘쳐나는 도심의 빼곡한 쇼핑몰이야말로 쿠알라룸푸르의 현재다. 마음이 풀어지고 나니 알라딘의 요술램프가 마술을 부린 듯 새롭고 반짝이는 것들에 현혹되기 시작했다. 쿠알라룸푸르 쇼핑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부킷빈탕 거리의 파빌리온에서 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와 수리아 쇼핑몰이 위치한 KLCC까지 구름다리 형식의 통로KLCC-Bukit Bintang Pedestrian Wailkway가 연결되어 있어 주요 쇼핑 스폿을 쾌적하고도 수월하게 오갈 수 있다. 정유회사 페트로나스의 사옥이자 세계에서 가장 높은 88층의 쌍둥이 빌딩인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Petronas Twin Tower에 올랐다. 쌍둥이 빌딩 한쪽 타워에서 보이는 맞은편 타워는 ‘천공의 성 라퓨타’처럼 솟아 있었다. 멀고도 높다. 물리적인 거리와 높이만큼 일상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돌아갈 수 있을까. 우선 내려가자. 호텔 방에 들어와 가방에서 가장 예쁜 옷을 꺼내 갈아입고 스타힐 갤러리Starhill Gallery와 파빌리온Pavilion의 명품 매장 사이를 모델처럼 걷기 시작했다. 명품 매장에서 나오는 차도르 두른 여인들에게 익숙해지기까지 촌스럽게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말레이시아와 우리나라의 쇼퍼들은 선호하는 디자인과 색감이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아이템을 찾아 최근 말레이시아를 찾는 쇼퍼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주머니 가벼운 까막눈도 마냥 즐거운 윈도우 쇼핑. 걷다가 힘이 들면 쇼핑몰 곳곳의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식도락을 즐기기도 하고, 쇼핑몰 안팎에서 진행되는 버스킹 공연에 시선을 돌리기도 한다. 안데르센의 동화 <빨간 구두>에 나오는 아가씨처럼 춤추듯 걷자니 지치기는 했지만 시간은 지겨울 틈 없이 흘러갔다. 램프의 요정을 따라 말레이시아의 머리 쿠알라룸푸르에서 말레이반도 최남단으로, 싱가포르와 맞닿은 도시 조호바루Johor Baharu에 도착했다. 말레이어로 조호바루는 ‘새로운 보석’이라는 뜻. 그곳에 앨리스도 혹할 만한 새로운 보석이 있었다. 정말이지 비현실적인 동화풍 색채의 레고 랜드LEGO LAND에 제대로 빨려 들어갔다. 오전 10시, 오픈시간이 가까워지면 레고 랜드 사람들이 나와 오매불망 가지런히 줄서 있는 아이들과 함께 카운트다운을 외친다. “10, 9, 8……3, 2, 1” 문이 열림과 동시에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레고 랜드 안으로 돌진. 레고 랜드를 둘러싼 자연과 그 속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레고 블록이 빚어낸 세상이다. 아이들의 쨍한 웃음이 화수분처럼 솟아난다. 아이들을 핑계 삼아 어른들 역시 수북 쌓인 레고 블록 조립에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간이 모자랐다. 조호바루에도 쿠알라룸푸르 못지않게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아웃렛과 쇼핑몰이 즐비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여행자의 시간은 좀더 색다르고도 익숙한 풍경을 더듬는다. KSL 리조트 앞으로 펼쳐진 난전은 우리나라의 오일장을 떠올리게 했다. 땅의 기운을 머금고 고운 색을 발하는 식재료와 튀기거나 굽거나 볶아낸 군침 도는 먹을거리에 자꾸만 손이 간다. 여기저기 “한국에서 왔어요?” 말하며 아는 체하는 현지인들이 우리네 시장 사람들의 인심과 다르지 않았다. 싱싱하고 건강한 어투. 그들 손으로 기르고 거둔 곡물로 만든 주전부리를 오물거리며 시장 한 바퀴를 어슬렁댄다. 부디 12시를 알리는 신데렐라의 종이 울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런 걸까. 천천히 빨간 구두를 벗고, 램프의 요정과도 안녕을 고했다. 한 시간만 뒤로 돌리면 말레이시아의 앨리스는 사라지고 나는 다시 영하를 밑도는 나의 현실세계, 서울 땅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나의 말레이시아는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이것은 나만의 이야기일 뿐.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전망대에 오르면 반대편 타워와 함께 쿠알라룸푸르 도심 전경을 360도 파노라마로 즐길 수 있다 2 쿠알라룸푸르 도심의 주요 쇼핑 스폿 간의 이동을 더욱 편리하게 해주는 페데스트리안 워크웨이 3 레고 왕국에 들어서자 순식간 동화 속 인물이 되고 만다 4 최고급 명품은 물론 독특한 디자인과 색감을 내세운 쇼룸에 이르기까지 쇼윈도 하나하나가 발걸음을 늦춘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취재협조 말레이시아 관광청 www.mtpb.co.kr ▶travie info 말레이시아 항공 하늘 위에서부터 말레이시아의 환대Malaysian Hospitality를 경험할 수 있는 말레이시아의 국적기 말레이시아 항공을 이용하면 매일매일 인천과 쿠알라룸푸르 사이를 쾌적하게 오갈 수 있다. 특히, 오전 11시 출발이라는 스케줄은 출발과 도착에 있어 허둥대거나 허비할 수 있는 있는 여행 시작 당일의 일정을 여유롭게 해준다. 여행 후 도착 시간 역시 오전 7시 전으로 도착한 당일 바로 일상에 복귀할 수 있는 최상의 스케줄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2012년 7월 30일부터 에어버스사의 신규 A333 항공기가 인천-쿠알라룸푸르 노선에 도입되어 여유 있는 좌석 공간과 전원 공급 장치, 개인 스마트 스크린, 한국 영화와 음악을 포함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 등 한국 여행객들에게 보다 개선된 기내 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대한항공을 비롯한 타 항공사와 코드쉐어를 통해 다양한 노선에 공동 운항을 하고 있어 다양한 국가로 보다 편리한 여행이 가능하다. 2013년 2월부터는 One World Alliance 회원국의 일원으로 등록되어 보다 다양한 항공사와의 협력을 통해 더욱 스마트한 여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02-777-7761 www.malaysiaairlines.com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Petronas Twin Tower 스카이 브릿지 투어┃위치 Jalan Ampang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7시(화~일, 월요일 휴무) 입장료 성인 RM80, 어린이 RM30 홈페이지 www.petronas.com.my 파빌리온Pavilion┃위치 168 Jalan Bukit Bintang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0시(파빌리온 옆 카페거리는 새벽까지 운영) 홈페이지 www.pavilion-kl.com 스타힐 갤러리Starhill Gallery ┃위치 Jalan Bukit Bintang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0시 홈페이지 www.starhillgallery.com 레고 랜드LEGO LAND┃위치 Gelang Patah, Johor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주말과 국경일은 밤 20시까지) 입장료 성인 RM140, 3~11세 어린이와 60세 이상 RM110 홈페이지 www.legoland.com.my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유통·부동산시장 소비심리 ‘꿈틀’

    유통·부동산시장 소비심리 ‘꿈틀’

    서울 서초구에 사는 주부 김모(34)씨는 모처럼 주말 나들이 때 입을 새 옷을 장만했다. 새 학기를 시작하는 딸을 위해 각종 도서와 문구용품, 신발 등을 샀고, 운동을 즐기는 남편은 자전거와 아웃도어 용품들을 마련했다. 3월 들어 유통업계부터 부동산 시장까지 겨우내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풀리는 분위기다. 계절적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소비재 판매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백화점 업계가 지난 1~5일 품목별 판매율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품목에서 판매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개선됐다. 특히 불황 속 급등락이 심한 여성 의류의 매출 신장세가 두드러진다. 롯데백화점은 전점에서 전년 대비 13%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고른 신장률을 보인 가운데 여성복(13%), 해외명품(19%), 대형가전(12%) 등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신세계백화점도 전점에서 실적이 10% 올랐다. 아웃도어(39%), 스포츠(27%) 등 패션 부문이 큰 폭으로 신장했으며, 주얼리·시계(27%), 가전(21%), 주방용품(20%) 등 혼수 관련 제품 매출도 대폭 늘었다. 현대백화점 역시 여성복(15.1%), 아웃도어(20.5%) 매출이 오름세를 기록했다. 식품(14.7%), 가전·가구용품(16.1%) 매출도 올랐다. 패션업계 측은 “경기침체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여성의류 판매가 신장세로 돌아선 것은 소비 심리가 살아나는 징조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의 경우 단가가 비싼 한우 27.3%를 비롯해 대표적인 경기 영향 상품인 준보석 56.3%, 가방 38.7%, 신발 15%, 액세서리 6.1% 등 잡화류가 모두 신장세로 나타났다. 부동산 업계도 최악의 상황은 지나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3차 동시분양에 4만여명이 몰리고 법원 주택경매에도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1월 법원 경매를 통해 낙찰된 주택 물량이 일반 거래량의 10.3%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봄철 수요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소비 심리가 회복되고 있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봄을 맞아 야외 활동에 적합한 의류와 식음료에 대한 매출 호조가 나타나고 있지만 계절적 요인에 따른 ‘깜짝 수요’일 수 있어 이달 말이 지나봐야 한다”며 시기상조론을 펼쳤다. 부동산 업계도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수준일 뿐 거래나 가격 등 지표상에 변화는 없다. 부동산 관계자는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관심은 늘고 있지만 대부분이 관망세”라면서 “소비심리 회복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잔디에 ‘녹색 페인트’ 뿌리는 中공무원들

    잔디에 ‘녹색 페인트’ 뿌리는 中공무원들

    중국의 일부 지방 정부가 잔디를 푸르게 보이려고 녹색 페인트를 뿌리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와 데일리메일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남서부 청두 시(市)의 공무원들이 시내 길가에 시들어버린 잔디 위에 녹색 페인트를 뿌리는 모습이 현지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이들이 뿌리고 있는 페인트는 ‘탑 그린’이라는 현지 염료 업체가 만든 ‘탑 그린 터프 그리닝 에이전트’(Top Green Turf Greening Agent)라는 염료를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이 염료는 완전 ‘무독성’으로 설명되고 있지만 일부 주민은 시(市)가 새롭게 단장한 잔디밭 위를 걷자 자신들의 신발이 녹색으로 물들었다고 주장했다. ‘탑 그린’ 판매원 미스터 양은 “우리는 적어도 5~6년간 청두 시 정부에 그 염료를 납품해 왔으며, 톈진 시(市)나 여러 북서 성(省) 지방 정부도 우리 고객”이라고 말했다. ‘탑 그린’ 홈페이지에는 해당 염료가 10~14주 동안 비에 씻기지 않고 지속하며 토양도 녹색으로 변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두 시 조경관리부는 염료 사용에 대한 논평을 거부하고 있지만, 현지 언론에 그 화학물질은 겨울 동안 살아있는 잔디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영양분의 일종이라고 밝혔다고 영국 언론들은 전했다. 사진=데일리메일 캡처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길섶에서] 봄마중/함혜리 논설위원

    매서운 한파가 이어진 겨울을 힘겹게 보낸 터라 봄이 오는 것이 무척 반갑기만 하다. 3월의 첫 주말을 그냥 집에 앉아서 맞을 수가 없어 신발 끈 동여매고, 배낭을 짊어지고 문경새재 옛길을 찾아 나섰다. 경북 문경과 충북 충주를 잇는 백두대간 옛길 문경새재는 조선시대부터 영남에서 한양으로 통하는 가장 큰 길이었다. 관리들의 행차가 이 길을 지났고 청운의 뜻을 품고 과거길에 오른 선비, 괴나리봇짐을 멘 보부상들도 문경새재를 넘었다.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 등 3개의 관문을 차례로 지나는 코스가 지금은 평탄한 흙길로 잘 다듬어져 있어 사색하며 걷기에 딱 좋다. 아직은 봄이라고 하기엔 이르지만 코끝을 스치는 바람은 뒤끝이 훈훈했다. 쭉쭉 뻗은 소나무가 일품인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산골짜기 응달진 곳 여기저기에 꽤 많은 눈이 남아 있었다. 언덕진 산길은 얼었던 눈이 녹기 시작하면서 푸석푸석 밟혔다. 자연은 어김없이 봄에게 자리를 내주면서도 할 말은 하는 듯했다. 춥고 힘든 겨울이 지난 뒤에야 찬란한 봄이 온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美, 여전히 北 테러지원국 간주

    미국 정부가 2008년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했지만 테러지원국에 가하는 수출 통제는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일(현지시간)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국무부는 최근 발간한 ‘2013 수출통제 외교정책 보고서’에서 “미국 정부는 테러방지 목적으로 수출을 통제하는 물품을 수출관리규정(EAR)에 고시하고 있다”면서 “국무장관은 현재 쿠바, 이란, 수단, 시리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상태”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2008년 10월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은 해제됐지만 EAR은 개정되지 않았다”면서 “더욱이 북한에 대해서는 이 규정에 포함되는 수출 및 재수출 통제 조항이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와 함께 다른 법규정 및 규제 등에 근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북한에 대해 테러지원국에 준하는 규제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또 “북한은 핵, 탄도미사일 개발과 확산 활동, 불법 행위, 인권 침해 등에 따른 제재를 받고 있다”면서 “국무부 산업보안국(BIS)은 일부 식품 및 의약품을 제외한 모든 품목을 북한에 수출 혹은 재수출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치품, 무기 및 무기 관련 물질, 핵비확산 및 미사일 관련 품목, 생화학무기 관련 물질 등은 모두 수출·재수출이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담요, 일반 신발, 난방유 등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되는 인도적 차원의 물품과 국무부가 지정하는 일부 농업 및 의료 관련 품목 등은 수출 및 재수출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동일본 대지진 2년] 15만명 아직도 피난생활…방사능 공포 속 재건 몸부림

    [동일본 대지진 2년] 15만명 아직도 피난생활…방사능 공포 속 재건 몸부림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오는 11일로 만 2년이 되지만 후쿠시마는 아직도 대지진과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의 아픔으로 얼룩져 있다. 후쿠시마현을 비롯해 미야기현·이와테현 피해 지역의 이재민들은 지금도 가설주택에서 생활하는 등 고달픈 피난 생활에 지쳐 가고 있다. 대지진과 원전 사고의 아픔은 현재진행형이다. 후쿠시마현 주민 가운데 아직까지 피난 생활을 하는 이는 15만명을 넘는다. 특히 어린아이를 둔 젊은 부부들은 끊임없이 후쿠시마현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후쿠시마현은 이 같은 추세로 유출이 계속되면 2011년 10월 198만 9000명이던 주민이 2040년에는 122만 5000명으로 최대 38%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북쪽으로 25㎞ 정도 떨어진 미나미소마시는 원전 사고 2주년을 10여일 앞둔 지난 2일 그나마 활기를 띠고 있었다. 원전 방향을 막아선 높은 산 덕분에 피폭 방사선량이 서울 평균치의 3배 수준인 시간당 0.32마이크로시버트(μ㏜)로 다른 지역보다 현저하게 낮기 때문이다. 오염 제거 작업을 하는 근로자들도 시내 곳곳을 누비며 방사능의 상흔을 지워 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지난해 봄 이후 이 지역 초등학생 약 220명, 중학생 약 70명이 복귀했다. 조금만 바람이 심하게 불면 마스크부터 찾아 쓰는 불안한 생활이지만 서서히 원전 사고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고 있는 듯했다. 원전 남서쪽 지역인 가와우치무라는 피난 지시를 받은 원전 주변 12개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가장 먼저 귀향을 선언한 마을이다.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덕에 공장을 유치했고, 근로자들을 위해 마을 역사상 처음으로 아파트도 지었다. 하지만 엔도 유코 촌장을 따라서 복귀한 주민은 3000명 중 400명뿐이다. 특히 젊은 세대가 귀환을 꺼려 복귀한 주민의 80%는 50세 이상의 장·노년층이다. 원전에서 60여㎞ 떨어진 후쿠시마시와 고리야마시 등 대도시 역시 겉으로는 대지진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간 듯하다. 재건과 이재민을 위한 의료 구호 활동도 한창이다. 고리야마시에서 8대째 쌀 농사를 이어 가고 있는 후지카 히로시(32)는 후쿠시마산 농림수산물에 대한 방사성물질 검사 결과를 매일 웹사이트인 ‘후쿠시마 신발매’에 올리고 있다. 그는 “후쿠시마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방사능 수치를 측정해 농산물 출하를 조절하고 있다”며 “원전 근처 이외의 후쿠시마산 농작물은 믿고 먹을 수 있을 만큼 안전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그는 또 “원전 사고가 일어난 것에 대해 화도 나고 슬프기도 하다”며 “하지만 냉혹한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후쿠시마의 농업을 다시 일으키는 데 평생을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고리야마시에서 45㎞쯤 북쪽에 위치한 현청 소재지 후쿠시마시. 후쿠시마현을 대표하는 곳인 만큼 원전 사고 이후 이재민들을 위한 각종 구호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적십자병원도 이재민들을 돕는 주요 거점 가운데 한 곳이다. 적십자사를 통해 세계 각국으로부터 일본에 전달된 재해구원금은 지난 1월 31일 현재 597억엔(약 6669억원)에 이른다. 이 기금 대부분은 가설주택에서 생활하는 이재민들의 건강 관리와 방사능 내부 피폭을 측정하는 ‘홀 보디 카운터’를 도입하는 등의 여러 사업에 사용된다. 후쿠시마시내 방사능 피폭 검사 대상자 29만 2240명의 11.6%인 3만 3897명에 대한 검사를 지난해 11월까지 마친 상태다. 이들 중 6635명을 정밀 측정한 결과 건강이 의심되는 200~300밀리베크렐(m㏃) 이상은 45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에서 피폭 검사를 받고 나오던 한 고교생(15)은 “방사능에 피폭된 산모로부터 백형별 아이가 태어난다는 괴담이 있어 걱정된다”며 “원전 사고 당시 도망치고 싶었지만 경제적으로 부모님에게 부담을 드리는 게 싫어 후쿠시마를 떠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서 살다가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로 다시 돌아온 젊은이들도 있다. 후쿠시마현 출신의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설립된 ‘피치 하트’를 이끌고 있는 가마타 지에미(27)가 대표적이다. 방사능 공포로 위축된 젊은 여성들이 요가, 필라테스, 재봉, 요리 등을 함께 배우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시 출신인 가마타는 “대지진 직후 고향과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직장을 그만두고 도쿄에서 후쿠시마로 돌아왔다”며 “앞으로 이곳에서 결혼해 아이를 키울 생각이고, 냉혹한 현실에 맞서 다른 용기 있는 여성들과 서로 의지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후쿠시마·고리야마·미나미소마(후쿠시마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중국통신] 병원이 너무 커 ‘롤러스케이트’ 타는 의사 화제

    [중국통신] 병원이 너무 커 ‘롤러스케이트’ 타는 의사 화제

    롤러스케이트를 신고 병원 곳곳을 누비는 의사들이 있어 화제라고 신화왕(新華網) 이 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원저우(溫州)의학원 부속 제 1병원은 최근 신규 의료센터를 완공했다. 건물 면적 33만여 제곱미터(m²), 임상실험실만 50여 개에 달하는 대형 의료센터로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병원 규모가 커지면서 환자 수용 능력은 크게 제고됐지만 의사 등 의료 관계자 수는 아직 제자리 걸음이라 기존 의사들의 업무에 과부하가 걸렸다. 때문에 병원 내 이동 효율을 높이고 환자의 진료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방법이 필요했고, 급기야 ‘롤러스케이트’가 등장했다. 의사들은 롤러스케이트를 신고 병동과 병실을 오가며 바쁜 시간을 쪼개어 쓰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모든 의사들이 롤러스케이트에 익숙한 것은 아니다. 일부 고령의 의사나 여성 의사들은 ‘바퀴 달린 신발’을 신고서 진료는커녕 걷기조차 힘들다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심혈관 내과 주임 장화이친(張懷勤)은 “구 병원보다 20배나 커지면서 우스갯소리로 롤러스케이트나 자전거를 타야 되는 것 아닌가 했는데 진짜 그렇게 됐다.” 며 “바쁠 때는 12킬로미터(km)씩 움직일 때도 있어 집에 돌아가면 녹초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롤러스케이트 신은 의사 사진이 마이크로블로그 등을 통해 퍼지면서 네티즌 역시 “안전을 위해 신호등을 설치 해야 되는 것 아닌가?”, “롤러스케이트가 좋을지 스케이트보드가 좋을지 투표해야 한다.”며 많은 관심을 보내고 있다. 중국통신원 홍진형 agatha_hong@aol.com
  • [저자와의 차 한잔] 국내 유일 협동주택 탄생시킨 박종숙씨 ‘우리는 다른 집에 산다’ 펴내

    [저자와의 차 한잔] 국내 유일 협동주택 탄생시킨 박종숙씨 ‘우리는 다른 집에 산다’ 펴내

    ‘협동주거’ ‘협동주택’ ‘공유집합 주택’으로 불리는 코하우징(Co-Housing). 스웨덴,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과,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에선 흔한 공동체 주거단지다. 우리에게도 낯설지만은 않지만, 실제 주민들이 공동체를 이뤄 사는 코하우징 형태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가운데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마을의 ‘소행주 1·2호’는 국내 유일한 코하우징 주택으로 주목받는 곳. ‘우리는 다른 집에 산다’(현암사 펴냄)는 그 독특한 협동주택의 이모저모를 보여줘 흥미롭다. 저자 박종숙(40)씨는 소행주 코하우징을 생겨나게 한 ‘소행주’ 프로젝트를 발의해 실제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이다. “건설회사들이 공급하는 아파트며 연립주택 같은 공동주택은 하나같이 똑같은 구조를 갖고 있어요. 신발에 발을 맞춰 신듯 규격화된 공간에서 어쩔 수 없이 더부살이 식으로 몸담아 산다는 게 답답한 노릇 아닙니까” ‘소통이 있어서 행복한 주택’의 줄임말인 소행주. 입주자들이 주거공간을 직접 설계한 집에서 알콩달콩 어울려 사는 ‘행복한 더불어 살기’의 실체인 셈이다. 지난 2011년 9가구가 함께 머리를 맞대 처음 소행주 1호를 탄생시킨 데 이어 지난해 인근에 8가구와 독립세대 5명이 모인 소행주 2호를 일궜다. 현재 건설 중인 소행주 3호는 오는 9월, 8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라고 한다. “집이란 사는 사람들의 삶의 양식과 희망이 담긴 공간이라고 봐요. 비슷한 수준과 삶의 형태를 가진 사람들끼리 열린 마음으로 어울려 산다면 가장 좋은 주거가 되지 않을까요.” 그 말마따나 소행주는 불통과 고립이 아닌 소통과 어울림의 주거형태와 삶의 패턴을 지향한다. 입주자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룸을 비롯해 함께하는 공간이 곳곳에 들어있다. “나만의 공간을 조금 줄여 함께 공유하는 공간을 늘리자는 것이지요. 공간을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자연스레 소통과 이해의 폭이 넓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이젠 소문이 나면서 많은 이들이 소행주에 관심을 갖고 찾아들어 흐뭇합니다.” 따져보면 이 소행주 프로젝트는 박씨의 개인적인 고통에서 비롯됐다. 대학을 졸업한 뒤 시민환경단체에 몸담아 활동하면서 아이 셋을 키우는 일이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었다. 엄마와 아내에 집중된 가사, 육아의 벅찬 부담이다. “도시에서 마음 편한 마을살이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나 할까요” 다행히 건축 시공사 대표와 건축 전문가를 만나 의기투합해 시작한 게 소행주 프로젝트다. “가사·육아부담을 줄이려는 방법에서 시작한 측면이 있지만 살다 보니 아이들과 남편들도 집안일은 물론 공동살이에 아주 만족해하는 것 같아요.” 천편일률적인 공동주택과 달리 제 맘에 맞는 집을 지어 이웃과 어울려 사는 공동주택. 소통과 협동이 있어 행복한 주거라지만 역시 문제는 비용이다. “시공 때부터 공유 공간을 늘려 개인 부담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부지 선택과 건설비용은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지요.” 그래서 스웨덴의 협동조합주택 HSB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스웨덴 전체 주택의 20%를 HSB가 지어 분양, 임대한다고 해요. 민간인이 자발적으로 주택문제를 해결하려는 방편입니다. 정부가 토지를 무상임대하거나 세금을 감면해주는 지원책이 돋보입니다. 우리 실정에선 요원한 모델이긴 하지만….” 소행주 같은 프로젝트가 확산했으면 좋겠다는 박씨. 그 소통과 협력의 공동체 주거 확산에는 집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우선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이제 집을 재산증식이나 남에게 보여주는 과시의 대상으로 여겨선 안 될 것 같아요. 진정 행복한 삶, 그것을 채워가는 열린 공간이란 인식이 자리 잡을 때 주택 문제도 한결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노스페이스,빈곤국가 지원 물품 전달

    노스페이스,빈곤국가 지원 물품 전달

     아웃도어업체 노스페이스가 28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 굿네이버스 사옥에서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 굿네이버스와 함께 ‘국내 및 해외 빈곤국가 지원 물품 전달식’을 진행했다. 이정환(오른쪽) 노스페이스 이사가 김미애 굿네이버스 나눔사업부 부장에게 의류, 신발 등 물품 5만 6541점을 기부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노스페이스 제공  
  • [2013 우수기업 우수상품] 대상 ‘청정원 순창고추장’

    [2013 우수기업 우수상품] 대상 ‘청정원 순창고추장’

    대상 청정원은 전북 순창에 공장을 건립해 최적의 생산 기반을 갖추고 고추장의 본고장인 순창 이미지를 적극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해왔다. 최근에는 ‘항아리원리 신발효공법’을 개발해 고추장의 기준을 ‘원료’에서 ‘발효숙성’으로 새롭게 제시했다. 이는 우리 쌀 100%와 태양초가 고추장의 기본 원료가 된 상황에서 고추장의 맛과 질은 결국 발효숙성의 차이로 좌우된다는 것. 이와 함께 ‘2단 발효숙성’ ‘태양광 원리 살균공법 적용’ 등으로 고추장의 맛있는 발효숙성을 완성했다. 대상은 해외 판로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65개국에 수출하며 지난해 200억원의 해외 매출을 올렸다. 특히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매운맛과 색도를 등급화해 제품 겉면에 표기함으로써 외국인들이 기호에 맞게 고추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 불황일수록 미용·건강 등 ‘나를 위해’ 쓴다

    불황일수록 미용·건강 등 ‘나를 위해’ 쓴다

    불황일수록 ‘나를 위해’ 돈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 와중에도 건강, 화장품, 미용 관련 소비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KB금융 경영연구소가 지난해 KB카드 가맹점 월평균 매출을 분석해 26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불황기에 꼭 사지 않아도 되는 의류, 신발 등의 매출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전년 대비 1% 증가에 그쳤다. 반면 미용 관련 소비는 20%나 증가했다. 자전거(17.8%) 등 레저용품도 성장세를 보여 미용과 건강 등을 신경쓰는 ‘자기만족 소비’가 강해졌다. 노령 인구와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29%) 및 동물병원(18%) 등 펫(pet·애완동물) 비즈니스 관련 소비도 급증했다. 육아 관련 매출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유아전문 교육기관과 놀이시설 매출은 60%, 산후조리원은 21% 매출이 늘었다. 지난해 ‘흑룡띠 출산’이 늘고 정부가 보육료를 지원한 여파 등으로 풀이된다. 서비스 자영업의 기상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KB 소호(SOHO) 지수’도 이날 함께 발표됐다. 숙박·음식업이 전년 대비 10.7% 성장해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음식업 지수는 12.3% 올랐다. 연구소 측은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은퇴 세대의 창업 가세와 외식문화 발달 등에서 그 배경을 찾았다. 스포츠·여가 산업에서는 비디오방·게임방(17.0%) 등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업종이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골프장(-17.1%) 등 고가 업종의 부진과 대조된다. 이 또한 불황 여파로 풀이된다. KB 소호지수는 156개 서비스 업종의 KB카드 가맹점 매출 데이터에 신용카드 결제비율, KB카드 시장점유율을 반영해 만든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중증장애인 31명의 자활 터전 문연다

    기증품을 판매해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증품 판매소가 도봉구에 들어섰다. 구는 굿윌스토어 도봉점이 지난달 말 임시 개장을 통해 시범운영을 마치고 28일 오후 3시 정식으로 문을 연다고 밝혔다. 방학동 구청 인근에 자리한 굿윌스토어 도봉점은 1380㎡(418평)로 국내 최대 규모다. 이날 개장행사에는 이동진 도봉구청장을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등 내빈과 지역주민 2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굿윌스토어는 기증받은 물건을 판매해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주는 사회적 기업이다. 미국에서 처음 생긴 굿윌스토어는 이민자를 중심으로 일을 통해 자활을 돕던 활동에서 비롯되었다. 1902년 처음 생겨 그 역사가 100년을 훌쩍 넘겼다. 현재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비영리기관으로 연 매출이 37억 달러에 이른다. 한국 굿윌스토어는 취업이 어려운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중심으로 직업재활 사업을 진행한다. 이번에 개장하는 도봉점의 경우 현재 31명의 중증장애인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의 정성어린 손길을 거쳐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후원받은 물품은 저렴하고 수선 등을 거쳐 새로운 제품으로 거듭난다. 취급품목은 의류에서부터 신발, 모자, 가방 등의 잡화와 주방용품, 책, 가구, 노트북컴퓨터 등으로 다양하다. 판매액은 매점에서 일하는 장애인에게 임금으로 지급한다. 이 구청장은 “굿윌스토어 도봉점이 개장함에 따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착한 소비를 통해 지역 사회 복지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박근혜 대통령 오늘 취임-새정부에 바란다] “청년·노인 일자리 늘려 숨통 틔워 주고 국민과 소통해 주세요”

    [박근혜 대통령 오늘 취임-새정부에 바란다] “청년·노인 일자리 늘려 숨통 틔워 주고 국민과 소통해 주세요”

    ●김원근(80·기초생활보장 수급자) 6·25 전쟁 때 팔 하나를 못 쓰게 됐는데 나이도 들어 이젠 소변 주머니까지 차고 산다. 국가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받지만 그 돈으로는 한 달 생활을 꾸려 나가기가 너무 힘들다. 매월 임대주택 월세에다 전기료·수도요금 내고 나면 병원비도 부족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서민들, 특히 어렵고 힘든 노인들을 잘 돌봐 줬으면 좋겠다. 노인 기초연금을 2배 올린다는 공약을 보고 반갑고 고마워 박 대통령에게 투표했다. 처음 했던 약속을 꼭 지켜 줬으면 한다. 우리야 이제 늙어서 일도 못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게 일자리 정책도 많이 펼쳐 주기 바란다. 서민들이 숨통 좀 열고 살았으면 좋겠다. 국민을 속이지 않고 깨끗하게 나라를 잘 이끌어 달라. ●이아인(23·취업준비생) 지방에서도 얼마든지 열심히 공부하고 취직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일자리가 너무 수도권에만 몰려 있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인턴 자리조차 그렇다. 인턴을 하려고 서울에 잠시 왔는데 부산으로 다시 돌아가면 취업 관련 정보나 기회에서 다시 뒤처지는 건 아닌지 걱정될 정도다. 일자리는 물론 취업 특강, 사교육 시장까지 죄다 서울에 몰려 있으니 비수도권 취업준비생은 취업도 하기 전에 서울로 가야 하는 걸 당연시 여기는 풍토다. 그렇다 보니 버는 돈은 없는데 쓰는 돈이 엄청나다. 박근혜 정부의 10대 핵심공약 중 4개가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로 수렴된다고 들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말고 약속했던 것을 지켜 주기 바란다. ●신광영(59·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우리 사회는 여러 가지로 어렵고 복잡한 상황이다. 새 정부와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지켜 나가며 국민에게 높은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선거 투·개표 전에 국민을 상대로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던 대통령의 마음가짐이 집권 5년 내내 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게만 한다면 대한민국에 긍정적인 변화가 올 것으로 본다. 전임 대통령의 사례를 보면 권력이 일상화되면서 오만해지고 국민과 소통하지 않게 되면서 국민과 멀어지는 일이 많았다. 임기 말쯤에는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대통령이 되는 게 보통이었다. 새 대통령은 5년 내내 소통하고 약속을 지키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참된 리더가 되길 바란다. ●안진걸(41·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5년 전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때에는 시민사회가 “제발 공약을 이행하지 말아 달라”고 사정했었다. 4대강 사업이나 부동산 규제 완화 등 공약을 실천하면 큰 재앙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이에 반해 차기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는 우리 시민사회가 그런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 공약만 보면 야당과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제발 공약을 잘 이행하는 대통령이 돼 줬으면 한다. 특히 경제 패러다임은 서민 중산층, 중소기업, 상공인, 노동자들에게 몫이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또 국민의 칭찬과 비판을 달게 받을 줄 아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불안한 남북 관계도 신뢰라는 큰 그림 속에서 평화와 화해의 선순환으로 전환할 밑그림을 마련해야 한다. ●여민희(39·재능교육 학습지교사 해고노동자) 선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어머니의 마음’을 강조했다. 우리 아이들이 잘되고 가정이 잘되고 나아가 나라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다 잘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대통령이 말한 어머니의 마음이라면 당면한 노동 현안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 재능교육뿐만 아니라 현대차, 쌍용차, 유성기업에서도 지금 농성이 진행 중이다. 재능교육 노동자들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혜화동 성당 옥상에 올라갔다. 박 대통령이 노동 문제를 내버려 둔다면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올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어머니는 가족을 외면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5년이 우리 역사에서 가장 부끄럽지 않은 정치를 하는 기간이 되기를 바란다. ●이옥선(85·위안부 피해자)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최우선 해결 과제로 여겨 살펴주길 바란다. 일본군 위안부 만행은 분명한 전쟁범죄이고, 한·일 간의 역사적 문제를 넘어 전 세계 여성의 인권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도 나와 같은 고통을 겪은 할머니들은 꿈속에서 일본 군인을 만나 시달리는 악몽을 꾸고 있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 제국주의에 강제로 끌려가면서 모든 꿈을 저버릴 수밖에 없었던 못다 핀 꽃이었다. 우리 위안부 피해자들은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피해자들에겐 마지막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 살아생전에 꼭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 ●유지영(37·워킹맘·편집 디자이너) 아들이 19개월 된 일하는 엄마다. 내년쯤 아이를 국공립 어린이집에 입학시키려고 미리 신청했는데 대기 번호가 245번이다. 입학이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 엄마들끼리 어린이집 입학보다 대학 보내는 게 더 쉬울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대부분의 어린이집에서 추첨제를 통해 입학할 아이를 뽑는데 주변을 보면 애가 셋 정도 돼야 우선순위에 들어간다. 쌍둥이를 가진 내 친구도 대기 번호가 50번이다. 평균 경쟁률이 10대1이다. 영어 유치원 등을 보내면 되지만 비용이 170만~180만원 정도라 한 달 월급을 다 쏟아부어야 할 판이다. 박근혜 정부가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공간이나 자금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걱정된다. 지자체와 잘 협의해 모든 워킹맘들이 편하게 아이들을 맡길 수 있도록 공간이 늘었으면 좋겠다. ●오정환(48·신발 도매업자) 신발 도매업을 한 지 25년 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중소 상인 살리기 정책이 너무 골목상권과 소매업에 집중됐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러다 보니 우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영세 상인들은 상대적으로 차별받는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겉으로 많이 드러난 문제만 들여다볼 것이 아니라 다각도로 접근해 주면 좋겠다. 또 국민권익위원회가 2008년부터 자영업자 고충민원센터를 운영 중인데 민원을 해도 사실상 처리되는 것이 없다. 민원을 접수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고충처리를 위해 정부나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대출도 문제다. 서울시나 은행에서 5년 이상 된 개인사업자에게 대출을 많이 권하지만,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사실상 받기가 어렵다. 자금 융통의 문턱을 낮춰 주기 바란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비밀의 강(마저리 키넌 롤링스 글, 레오 딜런·다이앤 딜런 그림, 김영욱 옮김, 사계절 펴냄) 미 플로리다 숲속 마을에 사는 문학소녀 칼포니아가 ‘비밀의 강’을 찾아 나서며 벌어지는 모험담. 퓰리처상을 받은 마저리 키넌 롤링스의 1955년 유작으로, 그의 사후 뉴베리 명예상을 받았다. 2011년 미국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인 레오 딜런, 다이앤 딜런 부부가 작품에 새로운 삽화를 그려 넣으며 다시 주목받았다. 디테일 하나까지 정성스럽게 표현했다. 1만 6800원. 호랑이 눈썹(이반디 글, 서현 그림, 한겨레아이들 펴냄) 호랑이 눈썹으로 본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내 눈에만 보이는 꼬마 용의 정체는? 어린이만 이해할 수 있는 신기하고 재미난 이야기 네 편으로 꾸몄다. ‘호랑이 눈썹’에선 부모님과 여동생이 집을 비운 사이 찾아온 호랑이가 준 눈썹으로 이상한 경험을 하는 동이의 이야기가 담겼다. ‘여우가 신던 신발’은 벼룩시장에서 발견한 구두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다. 정감 가는 그림이 인상적이다. 9000원. 별 아기의 여행(이원수 글, 김태연 그림, 현북스 펴냄) 여덟 편의 동화가 들려주는 사랑과 평화, 그리고 희망의 노래. 어린이 문학의 큰 별인 이원수 선생이 1950~1970년대에 발표한 이야기들을 묶었다. 해방과 6·25전쟁,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소외받는 아이들의 얘기를 담았다. 단편 ‘별 아기의 여행’ 속 주인공들은 모두 아이지만 엄마가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아 새엄마를 맞기도 하고, 친구와 사소한 다툼을 벌였다는 이유로 부모의 일자리를 빼앗기기도 한다. 1만 1000원.
  • [주말 인사이드] 수입 2배로 폭증 ‘세계곡물 폭풍 흡입’…중국發 식량재앙 오나

    [주말 인사이드] 수입 2배로 폭증 ‘세계곡물 폭풍 흡입’…중국發 식량재앙 오나

    중국이 ‘세계 식량의 블랙홀’로 등장하고 있다. 인구 증가와 경제 발전으로 식생활 패턴이 서구화되면서 쌀·옥수수·밀 등 주요 곡물과 대두(콩) 수입량이 폭증하며 세계 식량을 모조리 빨아들이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세계 곡물시장이 요동치며 ‘중국발(發) 식량재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2일 중국 해관총서(관세청) 등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세계 곡물 수입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1398만t이다. 쌀 수입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305%나 늘어난 234만t으로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옥수수 수입량은 전년보다 197% 증가한 520만t으로 세계 10위, 밀 수입량은 195% 늘어난 369만t으로 세계 20위를 각각 차지했다. 특히 중국 내 소비량의 80%를 수입에 의존하는 대두 수입량은 전년보다 10% 증가한 5838만t을 기록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전체 곡물 수입량도 해마다 가파른 오름세를 타고 있다. 2007년 58만 9000t, 2008년 66만 8000t, 2009년 321만 1000t, 2010년 450만t, 2011년 545만t으로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반면 곡물 수출량은 2007년 986만t, 2008년 181만t, 2009년 132만t, 2010년 124만t, 2011년 122만t, 2012년 95만t으로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세계 곡물시장 관계자들은 한때 세계 최대 식량 수출국이던 중국이 2007년 이후 곡물 수급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수입량을 늘리는 바람에 국제 곡물가를 끌어올려 애그플레이션(농산물가격 급등으로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부추기는 등 세계 식량위기의 주범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네덜란드 라보은행의 장 이브 처우 사료산업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식량자급률이 떨어지면서 곡물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옥수수 전체 소비량의 5%만 수입한다고 해도 전 세계 옥수수 교역량의 30%나 되는 엄청난 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중국의 식량 생산량은 모두 5억 8957만t. 1990년대 중반부터 2009년까지 100%를 넘어섰던 중국의 식량자급률은 2010년 처음으로 99.1%로 떨어진 뒤 2011년 99.2%, 2012년 97.7%로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중국의 쌀 소비량은 1억 9721만t으로 한국(580만t)의 34배, 돼지고기는 5166만t으로 한국의 37배에 이른다. 밀 소비량은 1억 1731만t으로, 미국(3816만t)보다 3배 이상 많다. 세계 농지의 7%로 세계 인구의 20%를 먹여 살려야 하는 중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천시원(陳錫文) 공산당 중앙농촌공작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은 “지난 9년 동안 식량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지만 빠른 도시화로 인해 식량 수급 상황이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중국이 식량 수입량을 늘리고 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경제 발전으로 소득 수준이 높아져 중국인들의 식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식량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득 증가는 식생활의 서구화를 가져와 유제품과 육류 소비를 늘리고 있다. 1인당 평균 육류 소비량이 10년 사이 22% 증가했고, 1인당 평균 우유 소비량은 무려 305% 늘었다. 이 같은 단백질 소비 증가는 육류 사육에 필요한 사료용 곡물 수요 증가로 이어져 자연스레 옥수수 등의 수입량이 증가하고 있다. 자연재해에 따른 곡물 자급률 하락도 주요 원인이다. 최근 기후 악화로 중국의 최대 밀 생산지인 산둥(山東)·저장(浙江)성의 수확량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여기에다 중국 동북부 지역의 해충과 자연재해로 곡물 생산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정부가 콩·쌀·밀에 대한 자급 비율을 높이기 위해 농업 분야 투자를 큰 폭으로 늘리며 안간힘을 쓰지만, 주요 곡물 자급률 95% 달성은 사실상 쉽지 않은 실정이다. 관리 부실로 식량 손실률이 높은 점도 식량 수급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농업부는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농업 과학기술 혁신발전 포럼’에서 “낙후된 시설과 관리 부실로 중국은 연간 5만t의 식량을 낭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톈쭤(張天佐) 농업부 농산물가공국장은 “중국의 곡물 수확 후 손실률이 8~12%나 되며 채소도 연간 20%가 넘는 손실률을 보이고 있다”며 “낙후된 농산물 저장시설 보수와 유통·가공시설의 업그레이드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농업부에 따르면 수확 후 손실율은 각각 곡물 7~11%, 감자·과일 15~20%, 채소 20~25%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직접적인 경제 손실 규모도 3000억 위안(약 52조원)을 넘는다. 이 같은 중국의 식량 수요 증가는 곡물시장이 요동치며 세계 곡물가 파동으로 이어지는 탓에 세계 식량위기의 불씨가 되고 있다. 2007년과 2008년 국제 곡물가 파동으로 옥수수·밀·대두 가격은 90~101% 급등했다. 지난해에는 옥수수·밀 등의 주요 곡물가가 17~34% 뛰었다. 국제 곡물의 수급 불균형에 따라 곡물 가격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애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이 세계 곡물시장을 흔드는 ‘큰손’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물량을 잡기 위해 글로벌 곡물 메이저(농산물중개회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의 종합상사인 마루베니는 중국에 옥수수를 공급하기 위해 미국의 가빌론을 53억 달러(약 5조 7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중국 공략 준비를 마친 상태다. 미국의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AMD)도 중국을 겨냥해 호주의 그레인 코프 지분을 인수했다. 미국의 곡물 메이저 카길과 번지를 비롯해 싱가포르에 상장된 노블, 스위스의 글렌코어 등은 앞으로 몇 년 안에 중국이 밀과 보리, 쌀과 옥수수 수입을 크게 늘릴 경우 수익성이 높아질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식량 증산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후진타오(胡錦濤) 정부는 중장기 식량자급률 목표를 95%로 설정하는 한편 가구당 책임생산량을 정하고 생산자가 소유할 수 있는 도급제를 시행해 생산효율을 높였다. 곡물 수출 제한 조치를 통해 국내 곡물값 안정화도 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와 함께 5억 위안의 재정을 투입해 농산물 저장시설 및 유통·가공 설비 보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장톈쭤 국장은 “정부가 본격적으로 농업 부문 지원에 나서면서 농산물 보관 및 유통·가공 시설이 재정비되고 농산물 초벌가공과 정밀가공 분야의 잠재력이 커져 중국 농산물 가공업이 ‘황금기’를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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