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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류 접촉 때만 인체 감염… 한국선 사례 없어

    조류 접촉 때만 인체 감염… 한국선 사례 없어

    전북 고창군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면서 인체에 감염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는 관련 사례가 없으며 해외 역시 조류와 접촉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인체 감염이 있었다. 정부는 AI에 걸린 닭은 굳어서 죽기 때문에 시중에 판매될 우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AI의 사람 감염 사례는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서 보고된다. 대부분 닭·오리 도축에 직접 참가했거나, 감염된 싸움닭을 취급한 경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AI에 걸린 닭이나 오리에 자주 노출될 경우 오염된 깃털이나 먼지에 섞여 있는 바이러스를 흡입해 감염된다”고 말했다. AI는 닭, 칠면조, 오리, 철새 등 조류에 감염되는 전염병이다. 고병원성과 저병원성으로 나뉘는데 고병원성은 감염 속도가 빠르고 폐사율이 높아 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된다. 과거 국내에서 네 차례 발병한 고병원성 AI는 모두 H5N1형이었으나 이번에는 H5N8형이다. 기존 H5N1형과 혈청형은 다르지만 감염 증상과 병원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 H5N8형은 2010년 중국 장쑤성에서만 한 차례 발병된 사실이 확인됐다. AI는 통상 다른 나라에서 날아온 철새의 배설물에 의해 전파된다. 하지만 냉동 닭고기나 오리고기, 생계란 등에 의한 유입도 있다. 사람의 옷이나 신발, 차량, 달걀 껍데기 등에 묻어서도 옮는다. AI가 발생하면 우리나라의 닭, 오리 등의 수출은 중단된다. AI에 걸린 오리와 닭의 치료법은 특별한 게 없다. 바이러스 변이가 잘 되기 때문에 예방접종으로는 막을 수 없다. 정부가 살처분을 통해 전염을 막는 이유다. AI에 걸리면 털이 빠지지 않고 도축 과정에서 피도 빼낼 수 없어 검붉은 색을 띤다. 정상적인 출하가 불가능하다. 인체 감염 사례가 있는 태국, 홍콩, 베트남의 경우도 닭·오리고기나 계란을 먹고 감염된 경우는 없다. 농식품부는 섭씨 75도 이상에서 5분간 익히면 AI균이 모두 죽어 요리된 닭고기나 오리고기를 먹어도 감염될 위험성이 없다고 밝혔다. AI와 관련된 질문은 농식품부 방역관리과(044-201-2377), 질병관리과(031-467-4373)나 각 시·도 축산과 등에 문의하면 된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오프너 없이 ‘신발’로 간단히 와인 따는 법…어떻게?

    오프너 없이 ‘신발’로 간단히 와인 따는 법…어떻게?

    로맨틱한 분위기를 위해 와인을 가져왔는데 정작 와인오프너가 없다면? 아마 무척 난감할 것이다. 이럴 때 코르크 마개에 나사못을 박고 장도리를 이용해 빼거나 다용도 칼로 코르크 마개를 안쪽으로 밀어 넣는 등 여러 가지 응급 처치법이 있긴 하지만 이조차도 번거로운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별다른 장비 없이 신고 있는 신발로 간단하게 와인 마개를 제거하는 방법이 공개돼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유튜브에서 ‘How To OPEN WINE Bottle Without CORK Screw(오프너 없이 와인 따는 법)’라는 영상이 주목 받고 있다. 이는 와인 제조업체 미라보(Mirabeau Wine)의 경영자인 스테판 크롱크가 올린 것으로 오프너나 나사못 없이 신고 있던 신발로 간단하게 와인 마개를 제거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영상을 보면, 먼저 신발을 벗어 그 속에 와인 아랫부분을 밀착시킨다. 즉 신발에 발 대신 와인을 넣는다고 보면 된다. 다음에는 신발과 밀착된 와인을 뒤쪽 벽에 여러 번 충돌시킨다. 4~5번 정도 강하게 충돌시키면 코르크 마개가 대부분 빠져나오게 되고 가볍게 손으로 뽑아 주면 끝이다. 이 방법에는 과학적 원리가 숨어져있는데 바로 ‘공동현상(cavitation)’이다. 이는 물속에 압력이 낮은 부분이 생기면 기존에 포함되어 있는 기체가 물에서 빠져나와 압력이 낮은 곳에 모이면서 물이 없는 빈공간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병을 신발에 넣어 벽에 칠 때 생기는 충격이 기존 와인 속에 있는 기체가 빠져나오도록 만들고 이 기체가 위로 팽창되면서 코르크 마개를 밀어내는 것이다. 이 현상은 개체와 액체의 상대속도 차이가 벌어지면 고체 표면 일부에서 액체의 정압이 액체의 증기압보다 작아지면서 나타나며 펌프의 임펠러와 선박의 스크류 등이 손상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한편 해당 영상은 14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동영상 보러가기 동영상·사진=유튜브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무려 순금 3kg…9억짜리 ‘황금 란제리’ 화제

    무려 순금 3kg…9억짜리 ‘황금 란제리’ 화제

    3kg 순금으로 만들어진 여성용 황금 란제리가 공개돼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漢)의 한 귀금속 매장에서 여성용 황금 란제리 패션쇼가 진행됐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란제리는 보석 세공사 5명이 투입돼 총 6개월간 제작됐으며 순금 3kg이 소모됐다. 가격은 약 500만 위안(약 8억 7000만원)으로 알려졌다. 패션쇼에는 황금 란제리를 입은 여성 모델 1명과 황금 목걸이, 신발 등을 들고 포즈를 취한 여성 모델 2명이 등장했다. 관람객들은 수시로 폰을 이용해 사진을 찍고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한편 황금란제리가 화제를 모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빅토리아 시크릿 디자이너 브레나 리가 참여한 고급 여성 속옷 전문 브랜드 Rococo Dessous는 작년 8월 뉴욕에서 24k 순금으로 이뤄진 황금 란제리 세트를 선보인 적이 있다. 이 제품은 올 5월 정식 출시될 예정인데 가격은 종류에 따라 3000~6000달러(약 320만~630만원)가 될 예정이다. 사진=데일리메일 캡처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와인 마시고 싶은데 오프너가 없다고?

    와인 마시고 싶은데 오프너가 없다고?

    한 남성이 와인 따개가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신고 있던 구두를 이용해 와인병의 코르크 마개를 개봉하는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한 해외 와인 전문 사이트가 소개한 ‘와인 병을 개봉하는 방법’ 라는 제목의 영상에서는 한 남성이 와인 한 병을 집어 들고 와인 따개 없이 자신의 구두로 와인을 개봉한다. 먼저 와인병 입구를 감싸고 있는 호일을 제거한 후 신고 있던 신발 한짝을 벗어 든다. 구두 속에 와인병의 밑둥을 넣고 두 손으로 고정시킨 뒤 벽면에다 구두 뒷굽을 강하게 10회 정도 내려친다. 그러면서 와인의 코르크 마개가 조금씩 올라오는지 확인한다. 조심스럽게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와인이 쏟아지지 않게 코르크 마개를 제거한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는 줄 몰랐네”, “오늘 한번 해봐야지” 라는 신기한 반응을 보였다. 사진·영상=유튜브 장고봉PD goboy@seoul.co.kr
  • 엑소 찬열, 정글의 법칙 찬가이버 ‘만능 손’ 제2의 김병만?

    엑소 찬열, 정글의 법칙 찬가이버 ‘만능 손’ 제2의 김병만?

    ’정글의 법칙 찬가이버’ 그룹 엑소 멤버 찬열이 ‘정글의 법칙’에서 ‘찬가이버’라는 별명을 얻었다. 찬열은 10일 방송된 SBS ‘정글의 법칙 in 미크로네시아’에서 뛰어난 손재주를 발휘해 ‘찬열’과 ‘맥가이버’의 합성어인 ‘찬가이버’로 등극했다. 이날 찬열은 배우 예지원이 챙겨온 물품들을 활용해 국자, 숟가락을 만들거나 나무를 직접 깎아서 젓가락을 만드는 능력을 보여줬다. 또 신발을 리폼해 정글용 신발을 만드는 등 ‘찬가이버’다운 실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정글의 법칙’ 족장 김병만도 ‘찬가이버’의 능력에 감탄했다. 앞서 찬열은 정글로 출발하기 전 사전 인터뷰에서 “숙소에서 고장난 건 모두 내가 고친다. 정글에서 편리한 도구를 만들고 싶다”며 손재주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네티즌들은 “정글의 법칙 찬가이버 대박이다”, “찬열 외모 춤 노래에 이어 손재주까지. 부족한 게 뭐지”, “정글의 법칙 찬가이버, 멋지다”, “찬열 정글의 법칙에서 보고 더 좋아졌어”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 = SBS(정글의 법칙 찬가이버)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블랙마틴싯봉 50% 할인된 1개 사면 1개 더?…Q&A 공개

    블랙마틴싯봉 50% 할인된 1개 사면 1개 더?…Q&A 공개

    프랑스 패션잡화 브랜드 블랙마틴싯봉(BLACK Martine SITBON)이 올해 첫 번째 ‘론니데이’(Lonely Day) 행사를 진행한다. 블랙마틴싯봉은 오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가방 전상품을 50% 할인판매하는 론니데이 (Lonely Day) 1+1 행사를 연다. 또한 블랙마틴싯봉 가방 2개 이상 구매고객에게는 10% 추가 할인혜택이 제공된다. 다음은 블랙마틴싯봉이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제공한 Q&A 자료. -가방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주는 건가? ▶하나의 제품을 구매 시 50% 할인을 해 준다. 하나의 구매 가격으로 2개의 제품을 살 수 있다는 의미에서 1+1 행사다. -전 품목 다 해당되는가? ▶전 품목이 모두 행사 대상인 것은 아니나 신상 인기상품을 포함한 다양한 제품들이 포함된다. -전국 매장에서 진행하나? ▶전국의 블랙마틴싯봉 오프라인 매장과(테헤란로점,면세점 제외), 일부 온라인 몰을 통해서도 진행된다. -다른 디자인의 제품을 2개 구매해도 50% 할인이 되나? ▶론니데이 해당 품목에 한하여 다른 디자인을 구매해도 상관없을뿐만 아니라 추가 10%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어떤 제품들이 있는지 미리 알 수 없는가? ▶매장의 물량, 컨디션, 온·오프라인 여부에 따라 제품에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사전에 모든 매장 적용 제품을 알리기 어렵다. -신발 할인은 진행 안 하나? ▶이번 론니데이는 가방과 지갑으로만 진행되며 신발류에서는 부츠만 할인한다. -자사 홈페이지에서는 정해진 시간에만 론니데이 행사를 하는지? ▶아니다. 론니타임에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는 다이어리를 선착순으로 증정하며, 그 외의 시간에도 론니데이는 진행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강도 높은 개혁 위해 소통과 통합 더 힘써야

    어제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개혁’에 방점을 두고 있다. 24차례에 걸쳐 ‘경제’를 언급했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라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를 위한 과감한 규제 혁파를 다짐했고,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출발점으로 공공부문 개혁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올해 국정 운영의 최우선 목표를 경제 살리기에 두고, 이를 위해 필요한 개혁 조치들을 강도 높게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완연한 회복기의 세계 경제 환경은 분명 우리에게 기회이자 도전이다. 세계 경제의 성장 흐름에 우리가 앞서 주도적으로 올라탄다면 올해뿐 아니라 향후 10년 이상 지속될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고 그저 세계 경기의 상승세에 편승해 성장률을 조금 끌어올리는 데 그친다면 이는 머지않아 국가 경쟁력 후퇴라는 위기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경제가 상승국면을 맞는 상황일수록 미래를 대비해 개혁의 고삐를 더욱 죄어야 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보건·의료 등 5대 유망 서비스 업종의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민간 부문이 주도하는 창조경제를 활성화하고,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내수 부양에 힘을 쏟기로 한 점은 옳은 정책 방향이라고 본다. 문제는 이를 위해 우리 사회가 합심단결해 일로매진할 동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박 대통령의 어제 회견은 그동안의 ‘불통’ 논란을 불식해 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번 회견에서 소통의 가능성을 새삼 확인한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앞으로 더 적극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했으나 이를 어떻게 실천할지에 대한 각론은 들리지 않았다.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주장과 타협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라고 박 대통령은 말했다. 원론적으로 옳은 말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도 무원칙한 타협이 아니다. 다만 원칙을 앞세우되 부단히 토론하고 설득해 반대의 뜻을 지닌 국민들로부터도 협력을 이끌어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노사가 대승적 차원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고 했으나 양대 노총이 철도파업을 계기로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한 지금 강조돼야 할 것은 그 같은 ‘당위’가 아니라 이를 위한 정부의 구상이다.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 주장이 어느 때보다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는 것은 분열과 갈등에 따른 사회적 동력 손실이 용인할 수준을 넘어섰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박 대통령에게 중요한 것은 개헌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개헌을 주장할 이유가 없게 만드는 일이다. 부단한 소통으로 사회적 합의의 지평을 넓혀 나가는 일이다. 2인3각, 3인4각으로 묶인 우리 사회의 신발끈을 박 대통령이 고쳐 매야 한다. 그래야 청마의 해 대한민국이 달릴 수 있다.
  • 세상서 가장 멍청한 풋내기 도둑? 어떤 실수인가 보니…

    세상서 가장 멍청한 풋내기 도둑? 어떤 실수인가 보니…

    풋내기 도둑의 바보 같은 실수 영상이 화제다. ’This Robber Makes A Rookie Mistake’란 제목으로 유튜브에 게재된 CCTV 영상에는 편의점에 강도가 들어오는 장면이 포착됐다. 보안 때문에 설치된 여러 대의 카메라엔 2인조 강도의 모습이 고스란히 찍혔다. 검은색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총을 든 사내와 찢어진 청바지와 파란색 신발, 짚업 후드티의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점퍼를 입은 흑인 남성이 편의점에 들어와 강도질을 한다. 편의점 종업원을 협박해 비닐봉지에 돈을 담게 한 뒤 바로 편의점을 빠져나간다. 하지만 그들의 강도 짓은 얼마 가지 않아 들통이 나고 만다. 그 흑인 남성이 바로 그날 저녁, 강도질 당시의 똑같은 복장으로 편의점에 물건을 사러 왔기 때문이다. 영상은 그 흑인의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누가 봐도 강도 짓을 한 남성이 틀림없다. 사진·영상=유튜브 손진호 기자 nasturu@seoul.co.kr
  • 與 지방선거 ‘신발끈’… 지도부 분주한 셈법

    새해 예산안 처리의 고비를 넘긴 여권이 6·4 지방선거를 향해 일찌감치 신발 끈을 고쳐 매기 시작했다. 지방선거, 7월 재보선을 앞두고 조기 선거 체제로 전환하면서 지도부가 각각 향후 행보를 놓고 분주한 셈법에 들어갔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새누리당의 차기 당권이다. 오는 5월 임기가 끝나는 황우여 대표가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직에 무게를 두는 가운데, 친박 원로 서청원 전 대표의 당 전면 복귀와 친박 핵심 최경환 원내대표의 당권 도전 여부가 관건이다. 야당과 손잡고 철도노조 파업 철회를 막후에서 전격적으로 이끌어 낸 김무성 의원도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충청권 이인제·이완구 의원과 정우택 최고위원, 친박 주류였다가 독자적 행보를 하고 있는 3선 유승민 의원도 거론된다. 박근혜 정부 2년 차를 책임질 차기 당 대표는 주도적인 당정 관계를 회복하고 당·정·청 소통도 조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때 충청권 위주로 제기됐던 조기 전당대회론은 잦아든 기류다. 청와대와 정책 콤비를 이룰 원내대표는 ‘청와대 의중론’이 제기되는 속에 5선 남경필 의원, 4선 이주영 전 정책위의장, 3선 김기현 정책위의장 등이 후보군이다. 심재철 최고위원, 4선 정병국 의원도 물망에 오른다. 친박 핵심 홍문종 사무총장도 거론되나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아 보인다. 광역단체장을 노리는 중진들은 청와대의 ‘현직 차출’ 의지에 따라 후보군이 갈릴 전망이다. 7선 정몽준 의원과 이혜훈 최고위원(서울시장), 4선인 정병국·원유철 의원(경기도지사)과 서병수 의원(부산시장), 김기현 정책위의장(울산광역시장) 등이 출마 의사를 밝혔거나 고심 중이다. 당 지도부는 2일 사무처 시무식에서 지방선거 압승 다짐을 확인했다. 황 대표는 시무식에서 “곧 지방선거가 열리는데 사무처가 중심이 돼 당의 이념과 가치를 분명하게 알리고 국민의 사랑과 선택을 다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대선 승리의 완결판은 올해 6월 지방선거”라면서 “얼마나 압승하느냐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 기반이 잘 마련될 수 있다”고 거들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2014 신춘문예-소설 당선작] 길을 잃다/이태영

    [2014 신춘문예-소설 당선작] 길을 잃다/이태영

    소니가 앞뒤로 몸을 흔든다. 몸을 숙일 때마다 등의‘보호외국인’이란 흰 글자가 형광등 불빛에 번쩍거렸다. 흔들림은 조금씩 빨라지고 있었다. 나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하필 근무 첫날부터 이런 일이 생기다니. 여자 보호실에는 그녀와 나 단 둘뿐이었다. 입술이 바싹 타들어 갔다. 위급한 일이 생기면 당직실로 연락하라고 이 반장은 말했었다. 소니가 요란하게 몸을 떨더니 구역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나는 당직실 내선 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은 갔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시계를 보니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이 반장은 밤새 직원이 당직실에서 대기하고 있을 거라 했었는데, 나는 어찌해야 할지 모른 채 망연히 소니만 바라봤다. 소니는 비린내를 맡은 임산부처럼 헛구역질을 해댔다. 붉게 충혈된 그녀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소니가 말했다. “언니, 제발, 소니 물 줘.” 소니의 일그러진 입가에서 침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눌한 소니의 말투는 어딘가 모르게 우스꽝스러웠다.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있던 소니도 영문을 모른 채 나를 따라 웃었다. 보호소를 안내해주던 이 반장은 말했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소니한테 물어보라고. 저래 보여도 사무소에서만큼은 나보다 선임이니깐.” 이 반장은 소니를 가리키면서도 내 쪽을 흘끔거렸다. 철장 안의 소니보다 나를 더 신기해하는 것 같았다. 살아오며 항상 마주쳐야 했던 눈빛이었기에 새삼스럽진 않았지만 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이라면 많은 혼혈을 봤을 텐데. 마치 외국인을 처음 본 사람처럼 계속해서 곁눈으로 슬그머니 흘겨봤다. 아마도 같이 일하는 사람 중 혼혈은 처음인 것 같았다. 나는 이 반장이 가리키고 있는 소니를 쳐다봤다. 내 옅은 커피색 피부보다 소니의 피부는 희었다. 소니의 피부는 한국인들이 살색이라 부르는 옅은 귤색에 가까웠다. 나는 종이컵에 물을 따르려 했다. 그 모습을 본 소니가 언니, 하며 나를 불렀다. 그녀는 한 아름 크기의 원을 손으로 그렸다. 나는 그녀의 뜻을 이해했지만 왜 그렇게 많은 물이 필요한지 이해되지 않았다. 소니가 다시 헛구역질하기 시작했다. 나는 서둘러 화장실로 가 빨간 고무 대야에 물을 받아왔다. 대야 한가득 담긴 물을 본 소니는 구역질을 멈췄다. 소니는 대야를 바닥에 내려놓고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한참 동안 수면 위를 내려다봤다.‘후훕 후훕’소니의 날숨과 들숨소리가 보호실에 울려 퍼졌다. 한참을 내려다보던 소니가 천천히 자신의 얼굴을 대야에 담갔다. 넘쳐난 물이 바닥을 적셨다. 정수리까지 잠기자 찰랑대며 흘러넘쳤던 물결이 잠잠해졌다. 소니의 숨소리가 사라지자 보호소는 파도가 멈춘 바닷가처럼 고요해졌다. 오직 들리는 소리라고는 얕은 내 숨소리뿐이었다. 소니의 앞머리가 흘러내렸다. 수면 위로 소금쟁이 발자국 같은 작은 물결이 일렁였다. 얼마나 지난 걸까. 흘러내린 머리카락은 가라앉은 지 오래였고 숨 쉬는 것도 잊은 듯 소니는 미동조차 않았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게 아닐까, 마음이 초조해졌다. 철창을 열려는데 소니가 대야에서 고개를 들었다. 물방울들이 그녀의 얼굴에서 뚝뚝 떨어졌다. 소니가 소매로 얼굴을 훔치며 말했다. “소니 땅 멀미했다. 이젠 괜찮다.” 땅 멀미? 배를 오래 탄 선원들이 뭍에 올라오면 멀미를 한다고 하던데, 그걸 말하는 건가. 소니의 말을 제대로 이해한 게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같은 모국어를 쓰는 사람들끼리도 온전히 자기 뜻을 전달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소니는 지금 외국어를 구사하고 있지 않은가. 쇠창살에 기대앉은 소니가 말했다. “소니는 바다에 살았다. 발, 땅에 안 디뎠다.” 물방울이 소니의 이마에서 볼을 타고 턱까지 흘러내렸다. 채 마르지 않은 물방울의 궤적을 따라 형광등 불빛이 반사됐다. 소니가 손바닥으로 얼굴의 물기를 훔치며 말했다. “소니 여러 여름 전, 바다 떠났다.” 그녀는 땅 위로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올라선 땅은 흔들렸다. 바다에서는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울렁거림을 겪어야 했다. 바다를 떠나야 했던 이유를 그녀가 설명했지만 어눌한 발음에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녀는 흔들리지 않는 땅을 찾아 헤맸다. 그렇게 한국까지 흘러들어왔다. 하지만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공장에서도, 쪽방에서도, 화장실에서도 매 순간 속은 메슥거렸다. 나는 며칠 전 봤었던 한 다큐멘터리를 떠올렸다. 바다에서 생활하는 소수종족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바다 집시라 불리는 그들은 육지에 올라오면 오히려 멀미를 느낀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온난화와 주변 국가의 압력 때문에 땅에 정착해야만 했다. 그들은 자신을 찍고 있는 카메라를 향해 물었다. “어디로 가야 하나요?” 다큐멘터리를 보는 내내 나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엄마를 떠올렸다. 아버지는 엄마가 동생을 낳다 죽었다고 했다. 나는 엄마의 얼굴도, 목소리도 심지어 그녀의 국적조차도 알지 못했다. 그저 내 피부색을 보며 다큐멘터리에 나온 저들처럼 바다와 강렬한 해가 있는 지역 출신이 아닐까 추측해볼 뿐이다. 그러고 보니 소니의 피부색은 그들이나 나보다 옅었다. 지하층 계단에는 해가 들지 않았다. 등이 나간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집주인은 갈아주지 않고 있었다. 흐릿한 빛에 의지해 현관문을 열었다. 안은 말라버린 우물 속처럼 컴컴했다. 벽을 더듬자 콘크리트의 냉기가 손끝에 스며들었다. 스위치를 찾지 못한 나는 어둠 속에서 신발을 벗어야 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채 몇 걸음 떼지도 못한 채 균형을 잃고 넘어져 버렸다. 무릎과 정강이로 둔탁한 통증이 밀려왔다. 찔끔 오줌이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퀴퀴한 지린내가 밀려왔다. 나는 팬티를 갈아입을 생각도 않은 채 그대로 침대까지 기어가 누웠다. 첫 밤샘근무였고 한밤중에 소동까지, 피로에 찌든 몸은 솜사탕처럼 녹아내리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눈을 떴다. 얼마나 잔 걸까? 알 수 없었다. 방은 여전히 어두웠다. 나는 습관적으로 손을 들어 눈가를 만졌다. 다행히 손끝에 느껴지는 물기는 없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채 마르지 않은 눈물 자국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눈에 무슨 이상이 생긴 줄 알았다. 그러다 나중에 알게 되었다. 꿈을 꾸며 눈물을 흘린다는 걸. 무슨 꿈인지는 알지 못했다. 마치 교통사고 후의 기억상실증처럼 꿈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대신 깨어날 때마다 채워지지 않을 것 같은 허기가 엄습해왔다. 더듬거리며 일어나 방에 불을 켰다. 시계를 보니 벌써 한밤중이었다. 통증처럼 허기가 밀려왔다. 라면 두 개를 끓였다. 밥까지 말아 먹고 나자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다 먹고 난 냄비를 싱크대에 놓았다. 수도꼭지를 틀자 빈 냄비 속으로 물이 쏟아졌다. 냄비 속 옅어진 갈색 국물이 거품을 내며 소용돌이쳤다. 밥풀 하나가 위태롭게 흔들리다 넘쳐나는 물을 따라 개수대로 흘러갔다. 땅멀미를 한다는 소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갑자기 몸이 붕 떠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멀미할 때처럼 속이 울렁였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동생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나는 메시지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다.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울렁임은 더욱 심해졌다. 배를 채우면 이 메스꺼움이 좀 가라앉지 않을까. 찬장에서 감자칩을 꺼내 한 움큼 입에 털어 넣었다. 제대로 씹지도 않고 삼키듯이 넘겼지만 메스꺼움은 쉬이 달래지지 않았다. 보호실 철문이 열리고 이 반장과 함께 한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는 이런 곳이 처음인지 창살 안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어린이 팔뚝만 한 쇠봉이 한 뼘 간격으로 세워진 창살 안에는 다양한 피부색의 여자 외국인들이 수감되어 있었다. 그녀들은 마루 형식으로 된 바닥에 국적별로 삼삼오오 앉아 있었다. 소니만이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은 채 구석에 앉아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사무소 직원이 아닌 듯 남자는 관복을 입지 않고 있었다. 검은색 쟈켓에 베이지색 면바지, 그리고 특징 없는 인상은 길에서 흔히 마주치는 사십대 아저씨의 모습이었다. 이 반장이 소니를 조사실로 호출했다. 남자는 조사실로 들어갔다. 둘은 삼십 분 정도 조사실에 있었다. 가끔 소니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평소와는 다른 웃음이었다. 끈적끈적하니 교태가 묻어있는 웃음이었다. 조사실에서 나온 남자는 한쪽 입꼬리를 어그러뜨렸다. 황당하다는 웃음 같기도, 싱겁다는 표정 같기도 했다. 남자와는 다르게 뒤따라 나오는 소니는 평상시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남자는 이 반장에게 짧게 말을 전한 후 돌아갔다. 나는 이 반장에게 다가갔다. 저분은 누구예요, 라는 내 물음에 이 반장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비밀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로 순순히 돌아갔다. 내 태도에 이 반장은 당황한 듯싶었다. 쩝쩝 소리를 내며 입맛을 다시더니 슬며시 다가와 물었다. “소니가 진짜 이름일까?” 나는 그제야 이 반장이 비밀에 대해 말하고 싶어 했다는 걸 눈치챘다. 나는 궁금하다는 표정을 최대한 지어보려 노력했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표정이 되어 버렸다. 나는 사람들의 표정을 잘 직시하지 못했다. 나의 피부색을 처음 본 사람들은 반사적으로 표정이 굳는다. 그리고는 바로 꼬인 가방끈을 고쳐 매듯 낯을 바꾼다. 마치 아무것도 못 봤다는 듯이. 어떤 반감이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냥 본능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그 표정을 본 나로서는 더는 그들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다. 이 반장은 혀를 내밀어 입술에 침을 묻히고는 말했다. “당연히 진짜 이름 아니지. 소니 들어봤잖아. 워크맨 만드는 전자회사” 작년 겨울, 한 베트남인이 여고생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이 사건은 십분 정도 모 포털 사이트 검색어 톱을 차지했다. 첫눈이 오기 전날 대대적인 불법 체류 외국인 단속이 벌어졌다. 그날 밤 노래방을 덮친 경찰은 손님의 노래에 맞춰 탬버린을 치고 있는 소니를 붙잡았다. 경찰서에서 하룻밤을 보낸 그녀는 첫눈을 맞으며 출입국관리사무소로 넘겨졌다. 그녀의 지문과 일치하는 한국인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출입국 관리 사무소로 넘겨진 불법 체류 외국인들은 사무소 내에 있는 보호실에 임시로 수감된다. 제일 먼저 그들의 국적을 확인하는데 가끔 추방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신의 국적을 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소니는 아예 한국어를 모르는 척했다. 여러 언어의 통역사들이 말을 걸어봤지만, 그녀는 한마디 대꾸도 하지 않았다. 모르는 척 연기를 했을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협조하지 않는 한 그녀의 모국어가 무엇인지 알 방법은 없었다.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직원들은 굉장히 난감해했다. 직원들은 소니의 소지품을 확인했다. 수거된 소지품에서 신원의 단서를 찾아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많은 것들을 품에 지니고 다닌다. 신분증부터 휴대폰, 수첩, 메모 등. 그러나 그녀의 소지품이라고는‘SQNY’라고 로고가 박힌 짝퉁 휴대용 라디오뿐이었다. 나중에 그녀가 한국어를 할 줄 안다는 사실은 발각되었지만, 그녀의 국적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녀는 절대 신원의 실마리가 될 이야기나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해 겨울 마지막 눈이 녹았지만, 여전히 아무도 그녀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심문에 잘 대답하다가도 신분이 노출될 만한 질문이 들어오면 입을 다물거나 딴소리를 해댔다. 그 엉뚱한 말들 때문이었을까, 심문했던 직원들 중 몇은 그녀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녀는 정신병원에 보내져 검사를 받아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각국 대사관에 그녀의 사진이 포함된 협조문도 보내졌다. 미친 것은 아니라는 의사의 소견과 자기네 국민이 아니라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몇몇 국가는 아예 회신조차 하지 않았다. 원칙적으로 출입국 관리 사무소의 보호실은 외국인 보호소로 이송되기 전, 하루나 이틀 정도 임시 수용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골치 아플 것을 눈치챈 외국인 보호소는 신원이 확인될 때까지 절대 받을 수 없다고 못을 박아 버렸다. 이름이 없으니 불편함을 느낀 직원 하나가 그녀를 소니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녀도 그 이름이 맘에 들었는지 자신을 소니라 소개했다. 이야기를 듣던 나는 이상함을 느꼈다. 근무 첫날 그녀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이 반장에게 했다. 소니가 바다에서 왔다는 내 말에 이 반장은 껄껄대며 웃었다. “소니는 신입이 오면 꼭 한 번씩 골탕을 먹이더라고. 내가 말해 줬어야 했는데 미안해. 그냥 맘 편하게 신고식이었다고 생각하도록 해.” 이 반장은 은근히 흐뭇해하는 눈치였다. 어리둥절해하는 나에게 이 반장은 말했다. “나도 올 초 여기 사무소로 발령받아 왔을 때 감쪽같이 속았다고. 소니가 자기는 동생한테 이름을 빼앗겼다는 거야.” 소니는 자신이 일 가구 일 자녀 정책을 펴는 중국에서 태어났다고, 이 반장에게 말했었다. 소니의 아버지는 아들을 원했다. 첫아이가 소니이자 벌금을 낼 형편이 못 됐던 그녀의 아버지는 앞으로 태어날 남동생을 위해 그녀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녀에겐 이름조차 주어지지 않았고 대신 미리 지어 놨던 남자 이름, 남동생에게 주어질 이름으로 그녀를 불렀다. 하지만 그마저도 곧 태어난 남동생이 가져가 버렸다. 그녀는 이름도 없고 서류상으로도 태어나지 않은 존재가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소니의 비밀을 알게 된 이 반장은 그녀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다. “그런데 다 거짓말이었어. 중국대사관에 동생 이름을 문의해 봤더니 그런 자는 없다는 거야.” 소니의 말이 모두 거짓이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이상하게도 먹먹해진 내 가슴은 진정되지 않았다. 내 안의 무언가가 건드려진 것 같았다. 나는 만난 적 없는 엄마와 기억나지 않는 꿈을 떠올렸다. “아마도 소니는 여기서 두 번째 겨울은 나지 못할 것 같아.” 이 반장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모르게 눈이 커졌나 보다. 내 반응에 이 반장은 신이 났는지 다시 목소리가 커졌다. 아직 결론이 난 건 아니지만, 윗분들이 그녀를 풀어주려 한다고 했다. 어차피 더는 그녀의 신원을 알아낼 방법도 없고 그렇다고 언제까지 가둬 둘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자 ‘혹시 간첩이 아닐까 ’누군가 농담처럼 했던 말이 새롭게 부각되었다. 방금 전 소니를 조사했던 남자는 이를 규명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남자가 지었던 표정으로 봐서 그녀는 간첩이 아닌 게 분명했다. 창살 사이로 소니를 바라봤다. 분명 우리의 이야기를 들었을 텐데 그녀는 시치미를 뚝 떼고 티브이만 바라보고 있었다. 두터운 쌍꺼풀에 불거진 광대뼈, 두꺼운 입술 위로 큼지막하게 자리한 뭉툭한 코. 아무리 뜯어 봐도 어디 사람인지 헤아리기 어려웠다. 속으로 삼키듯 소니를 발음해 봤다.‘SONY’라는 글자를 전 세계 사람 모두 소니라고 발음한다는 기사를 어딘가에서 읽은 기억이 났다.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별똥별 같은 느낌을 주는 소니라는 어감은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최소화한다고 했다.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는 그녀와 잘 어울리는 이름 같았다. 비록 ‘SQNY’라 적힌 그녀의 라디오는 짝퉁이지만. 핸드폰 벨소리에 눈을 떴다. 팔을 뻗어 보려 했지만, 몸은 움직여지지 않았다. 야간근무를 시작한 후부터 낮에는 앓는 사람처럼 곯아떨어져 버렸다. 벨소리는 곧 끊어졌다. 다시 잠을 청하려 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동생에게서 부재중 전화와 함께 문자가 와 있었다. ‘어머니 제사 때는 집에 올 거지?’ 동생의 문자를 다 읽은 나는 그대로 이불 위로 쓰러졌다. 가만히 천장을 응시하며 꿈을 기억해 내려 노력했다. 그러나 존재하지 않는 어머니의 추억처럼 꿈은 기억나지 않았다. 손등으로 눈가를 훔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냉장고 문을 열자 어제 먹다 남긴 치킨이 보였다. 차가운 치킨을 데우지도 않고 먹기 시작했다. 살코기는 푸석댔고 닭 껍질은 질겼다. 차가울 뿐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그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기계적으로 씹을 뿐이었다. 접시 위의 치킨은 모두 없어졌지만, 허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온전한 것을 찾아 수북이 쌓인 닭 뼈 사이를 뒤적였다. 손에 닭 목이 걸려 올라왔다. 튀김가루가 다 떨어져 앙상해진 닭 목을 통째로 씹었다. ‘빠드득’ 입안에서 뭔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손가락을 입속에 집어넣었다. 어금니가 심하게 흔들렸다.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입 밖으로 삐죽거리며 새어 나왔다. 엄마의 제사는 연극 같았다. 나는 엄마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에게서 도망친 엄마는 불법 체류 외국인이 되어 아직도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다. 엄마를 만나고 싶었다. 만나 물어보고 싶었다. ‘왜 나를 낳았는지, 왜 고향으로 가지 않고 이곳에 남았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하지만 나는 엄마를 찾지 않았다. 대신 단속에 걸린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보호실로 들어올 때마다, 엄마 또래의 외국인들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나 나는 엄마의 얼굴을 모른다. 마치 쏘기 직전의 활처럼 소니와 나이지리아 여자는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어제 들어온 금발의 우즈베키스탄 아가씨는 커다란 눈망울로 둘의 눈치만 살폈다. 나는 슬며시 수화기를 들어 이 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이지리아 여자는 들어온 지 일주일이 넘었다. 벌써 외국인 보호소로 넘어갔어야 했는데 난민신청 문제로 이송이 지연되고 있었다. 소니는 그동안 보호실의 터줏대감처럼 행동했었다. 워낙 오래 있었고 기가 셌기 때문에 처음 들어온 외국인들은 그녀에게 한 수 접어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이지리아 여자는 자신의 덩치를 믿고 그녀를 무시했다. 아슬아슬했던 둘 사이가 결국 터지려 하고 있었다. 나이지리아 여자가 소니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다. 금이 그어져 있는 건 아니었지만, 소니의 영역은 티브이 맞은편 창가 아래였다. 사람들은 아무리 보호실이 붐벼도 그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고 직원들도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있었다.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는 다른 수감자들과는 달리 소니는 너무나 편안한 얼굴로 그곳에서 티브이를 보거나 낮잠을 청했다. 소니가 나이지리아 여자에게 먼저 주먹을 날렸다. 소니의 주먹이 정확히 나이지리아 여자의 얼굴을 때렸지만, 나이지리아 여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도리어 나이지리아 여자가 성큼 달려들어 소니의 머리채를 잡아챘다. 검은 표범을 연상시키는 그녀는 보통의 남자보다 몸무게도 더 나갔으며 몸도 더 우람했다. 작은 키에 마른 편인 소니는 금방이라도 찢길 듯 위태로워 보였다. 나이지리아 여자는 소니의 머리를 흔들어 대며 괴성을 질러댔다. 그 기세에 우즈베키스탄 아가씨는 구석으로 도망쳤고 철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나도 멈칫했다. 아직 이 반장은 도착하지 않고 있었다. 잠깐 망설였지만 뭉치로 뽑혀 휘날리는 소니의 머리카락을 보자, 큰일 나겠다 싶었다. 무작정 안으로 뛰어들어 나이지리아 여자의 팔을 잡고 늘어졌다. 나이지리아 여자가 파리를 쫓듯 팔을 휘젓자 나는 그대로 날아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 틈에 소니는 나이지리아 여자의 팔을 깨물었다. 나이지리아 여자가 고래고래 비명을 지르며 소니의 머리카락을 잡아끌었다. 얼마나 세게 당기는지 소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눈초리는 찢어질 듯 하늘을 향해 치켜 올라갔다. 하지만 소니는 나이지리아 여자의 팔을 두 손으로 꽉 쥐고는 놓아주지 않는다. 흰자위로 금이 가듯 붉은 실핏줄이 섬뜩하게 번져 갔다. 이 반장이 도착했을 때 나이지리아 여자는 제발 놓아 달라며 울고 있었다. 나와 이 반장, 우즈베키스탄 아가씨가 달려들어 겨우 소니를 떼어 놓을 수 있었다. 소니의 입은 거품과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나이지리아 여자의 팔뚝은 처참하게 살점이 뜯겨 있었다. 소니는 분이 안 풀리는지 몇 번이고 이를 드러내며 나이지리아 여자에게 달려들었다. 보고를 받은 김 실장이 달려왔다. 나이지리아 여자는 병원으로 이송됐고 김 실장은 입을 굳게 다물고 소니를 한참 동안 노려봤다. 다음 날 아침, 퇴근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반장이 들어왔다. “같이 병원 좀 가줘야겠는데.” 이 반장은 소니와 나를 차에 태우고 인근 정신병원으로 향했다. 어제 싸움을 보고 김 실장이 특별 지시를 내린 모양이었다. 여자 수감자가 외출할 때는 반드시 여직원이 동행해야 했다. 소니는 차창 밖으로 거리의 사람들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오랜만의 외출이어선지 살짝 들뜬 것처럼 보였다. 이른 아침인데도 병원 대기실에는 사람이 많았다. 여러 번 왔었는지 이 반장은 간호사와 아는 척을 했다. 대기 순번을 보니 좀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접수를 마친 이 반장은 의자에 앉아 신문을 펴들었다. 느긋한 그의 모습을 보니 짜증이 밀려왔다. 지금쯤이면 거의 집에 도착했을 시간인데. 당장 쓰러질 것같이 피곤했다. 핸드폰 벨소리가 고요한 대기실에 울렸다. 이 반장이 황급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며 밖으로 나갔다. 간호사들만 이리저리 바삐 움직일 뿐 대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멍하니 티브이만 들여다볼 뿐 아무 말이 없었다. 한참이 지났는데도 밖으로 나간 이 반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들어올 때만 해도 어스레했었는데 어느새 대기실은 햇살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슬슬 데워지기 시작한 볕은 커피 잔의 온기처럼 따스했다. 머리가 무거워지며 눈꺼풀이 스르륵 감겨 왔다. 고개를 흔들어 봤지만 집요하게 따라 붙는 졸음을 물리치기엔 역부족이었다. 슬쩍 소니를 쳐다봤다. 소니도 대기실의 다른 이들처럼 아침드라마에 넋을 놓고 있었다. 열중했는지 흘러내리는 머리카락도 신경 쓰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주먹 쥔 손이 스르륵 풀리며 잠에 빠져들었다. 꿈속에서 나는 사막에 있었다. 작은 모래 구릉들이 끝없이 펼쳐진 사막이었다. 나 이외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제일 높아 보이는 모래 구릉으로 올라갔다. 주변을 살펴봤지만, 예상대로 모래벌판 외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때 어디선가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소리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질척이는 모래 속에서 한참을 달렸지만, 소리의 주인은 찾을 수 없었다. 기진맥진해진 나는 멈춰서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남자의 목소리, 여자의 목소리, 격양된 노인의 언성과 가는 아이의 음성, 사투리도 들려왔고 처음 들어보는 외국어도 있었다.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수많은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없었다. 무력감에 빠져 주저앉는데 저 멀리 누군가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히잡 같은 스카프를 머리에 둘렀고 발목까지 내려오는 치마를 입고 있었다. 그녀를 쫓았지만, 그녀와의 거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씩 그녀에게서 멀어져 갔다. 나는 두려워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다. ‘여보세요!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나요?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제발 알려주세요.’ 그녀가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려 했다. 그녀가 바로 엄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누군가 어깨를 두드리고 있었다. 눈을 떠 보니 간호사가 보였다. “괜찮으세요?” 손을 들어 눈가로 가져갔다. 축축한 물기가 만져졌다. 나는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쳐 냈다. 간호사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그런데 환자분 어디 가셨어요? 진료실로 들어오시라는데.” 옆을 보니 소니가 앉아 있어야 할 의자가 비어 있었다. 뒤통수가 서늘해지며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대기했던 사람들은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뒷줄에 새로 온 이들이 보였다. 화장실로 달려가 봤지만, 소니는 없었다. 사람들에게 소니를 봤는지 물어봤지만 모두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다리에 힘이 풀리며 목이 탁 막혀 왔다. 그때 문이 열리며 이 반장이 들어왔다. 나는 울상을 지으며 소니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자초지종이라고 할 것도 없는 내 이야기를 들은 이 반장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나도 이 반장을 쫓아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 반장의 모습은 벌써 사라지고 없었다. 소니는 어디로 간 걸까. 소니에 대해서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그녀가 한국인이 아니라는 것뿐, 어디로 갔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마치 고장 난 라디오처럼 수많은 목소리와 거리의 소음들이 한꺼번에 귀로 파고들었다. 나는 손가락을 들어 귀를 틀어막았다. 그런 내 모습이 이상했던지 지나가던 사람들은 흘끔거리며 나를 쳐다봤다. 문득 스쳐 가는 한 여자의 옆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자의 옆모습은 소니와 닮아 보였다. 황급히 그녀의 어깨를 잡아챘다. 안경을 쓴 여자가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돌아봤다. 소니는 안경을 쓰지 않았다. 여자에게 사과한 후 무턱대고 앞으로 걸어갔다. 정류장이 보였다. 버스가 멈춰 서자 소니와 닮은 여자들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나는 누구를 쫓아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 가방을 멘 여자를 따라갔다. 한참을 쫓는데 여자가 핸드폰을 꺼냈다. 이번에도 소니가 아니었다. 여자의 한국말은 너무나도 유창했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 반장에게 전화를 해봤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출입국 관리 사무소로 돌아갈까. 그러고 보니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없었다. 택시를 잡기 위해 팔을 들어 올리는데 옅은 커피색 피부의 손등이 보였다. 보호소 철장 안에 이런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은 많았다. 갑자기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도망쳐 나온 게 내가 아닐까.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거리를 가득 메운 간판들을 읽을 수가 없었다. 일그러진 간판의 글자들은 처음 보는 외국어처럼 낯설었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증명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 여기 이곳의 내가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 자리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빈 석상처럼 그대로 서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던 걸까, 핸드폰이 울렸다. 이 반장에게 온 전화였다. 그는 소니를 찾았으니 집으로 퇴근하라 했다. 소니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새침한 표정으로 자신의 영역에 앉아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는 내 기분은 가을비처럼 오락가락했다. 도망친 것에 대해 화가 나기도 했고 돌아와 준 것에 대해 고맙기도 했다. 소니는 도망친 지 네 시간여 만에 자기 발로 사무실에 돌아왔다. 직원들은 그녀가 어디를 갔다 온 건지 몸이 달 정도로 궁금해했다. 하지만 소니는 일언반구 말하지 않았다. 며칠 후 이 반장이 비디오테이프를 가져왔다. 병원 근처 지하철역의 개찰구와 그 앞 대합실을 찍은 CCTV 영상이었다. 하단의 숫자는 소니가 도망친 날의 아침을 가리키고 있었다. 화면 속에서 수많은 사람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이 반장이 ‘저기다. 저기’라고 말하며 손가락으로 한 사람을 가리켰다. 화면 끝에서 소니가 걸어오고 있었다. 시간을 보니 아홉 시 삼십 분이었다. 병원에서 역까지는 걸어서 십분 정도 거리였다. 내가 졸자마자 도망친 게 분명했다. 그녀는 대합실에 설치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멍하니 지나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하단의 숫자가 열두 시를 넘었지만, 여전히 그녀는 일어서지 않았다. 아무도 그녀에게 다가가지도 눈길을 보내지도 않았다. 이 반장이 비아냥거렸다. “돈이 없으니 아무 데도 못 가네.”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내가 아는 소니는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사람을 속여서라도 갈 사람이었다. 이 반장은 의심스러운 장면이 있는지 확인해 보라며 한 번 더 비디오를 틀었다. 사람들은 빠르게 화면을 스쳐 지나갔고 의자에 앉은 소니는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 반장과 나는 어떤 징계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소니의 도주 사실이 외부로 새어 나갈까 봐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그 사건 이후에도 소니는 예전과 다름없이 행동했다. 새로 들어온 외국인들에게 텃세를 부렸고 자신의 영역에 누워 드라마를 봤다. 그렇게 소니가 또다시 겨울을 보호소에서 날 줄 알았다. 하지만 첫눈 예보가 있던 날 소니의 석방이 통보되었다. 그 소식을 들은 소니는 거품을 물고 뒤로 나자빠졌다. 그래도 통하지 않자 자신의 몸에 자해를 했다. 결국, 소니는 병원으로 실려 갔다. 하지만 윗사람들은 단호했다. 그런 소동을 부렸음에도 다음 날로 석방이 미뤄졌을 뿐이었다. 새로 온 소장은 골치 아픈 문제를 빨리 치우고 싶어 했다. 이 반장은 병원에서 돌아온 소니를 잘 감시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첫날처럼 보호실에는 나와 소니 둘만이 남았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다른 수감자들은 일찌감치 외국인 보호소로 보내 버렸다. 취침시간이 지났는데도 소니는 자리에 눕지 않았다. 불을 끌 엄두가 나지 않았다. 대답을 바라는 말인지 혼잣말인지 알 수 없는 톤으로 소니가 말했다. “소니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지하철역을 말하는 건가, 나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소니가 말했다. “사람들은 걸을 때 참 무서운 얼굴을 한다. 그런 얼굴로 다들 어디로 가는 걸까?”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소니는 고개를 돌려 나의 눈을 바라봤다. 소니의 눈동자는 마치 갓난아기의 눈처럼 샛말갰다. 사람들의 머리와 어깨 위로 흰 얼룩 같은 눈송이가 쌓이고 있었다. 어제 내릴 거라던 첫눈은 오늘 아침에야 내리기 시작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인파 속에서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소니는 예정대로 오늘 아침 석방되었다. 아침 일찍부터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이송되어 왔기 때문에 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서야 소니가 더는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소니는 어디로 간 걸까. 마치 이 세상에 나 홀로 남겨진 것만 같았다. 거리에는 눈이 쌓여 가고 있었다. 나는 소니의 발자국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벌써 거리는 출근하는 사람들에 의해 어지럽혀 있었다. 무작정 소니의 흔적이라 짐작되는 발자국을 따라갔다. 눈바람이 날리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발자국들은 뭉개졌다. 나는 발자국을 놓쳤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봤다. 역 앞이었다. 나는 역으로 들어갔다. 출근하는 사람들로 역은 붐볐다. 부딪히지 않게 나는 어깨를 움츠려야 했다. 그때, 왠지 낯이 익은 의자가 눈에 들어왔다. 도망친 소니가 앉았던 지하철역의 의자였다. 나는 그 의자로 가 앉았다. 소니의 말대로 사람들은 무서운 얼굴을 하고 빠르게 내 앞을 지나쳐 갔다. ‘어디로 가야 하나요?’ 나는 누구에게라도 묻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지우개로 지워지듯 오고 가는 사람들은 점점 옅어져 갔다. 결국, 신기루처럼 모두 사라져 버렸고 역에는 나 홀로 남게 되었다. 그러나 소리들은 그대로였다. 사람들의 말소리와 주변 소음은 오히려 증폭되어 귓전을 때렸다. 전차가 진입하는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전차는 A시 공단역으로 갈 것이다. 엄마는 A시 공단역의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나는 오래전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아버지에게서 온 전화였다. 나는 어찌해야 할지 모른 채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소니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 <끝>
  • [말에 얽힌 이야기] ‘백수의 우두머리’로 추앙… 말로 다 못하는 애마 민족

    [말에 얽힌 이야기] ‘백수의 우두머리’로 추앙… 말로 다 못하는 애마 민족

    “천하를 내달리면 바람과 구름이 일고, 한번 울부짖으면 천지가 진동하니… 말의 위용은 백수(百獸)의 우두머리요, 공덕을 논하자면 모든 가축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조선 순조 때 장군인 이석구의 ‘애마시’) 인천 동구 화수동에 자리한 조선시대의 ‘화도진’. 이곳에는 말에 대한 예찬을 읊은 병풍이 놓여 있다. 외세의 침략에 맞서 야전사령부 역할을 하던 진영(陣營)에 홀로 남겨진 이 병풍에는 이석구 장군의 말에 대한 사랑이 다양한 말(馬) 서체와 함께 구구절절 적혀 있다. 2014년 갑오년(甲午年)은 말띠의 해. 말 중에서도 가장 진취적이고 활발하다는 청마(靑馬)의 해가 60년 만에 돌아왔다. 이는 육십갑자 가운데 갑오, 병오, 무오, 경오, 임오의 순서를 오방색과 짝지어 푸른말, 붉은말, 노란말, 흰말, 검은말 로 부르기 때문이다. 말은 인간과 오랜 세월을 함께해 온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동물이다. 그리고 한국인에게는 유독 친근한 존재다. 살아 있을 때는 승마와 역마 등 교통과 통신, 전마와 기마 등 군사 및 농경, 수렵 등에 이용됐다. 또 죽어서는 말갈기는 갓으로, 말가죽은 신발과 주머니로, 말힘줄은 활로, 말똥은 마분지의 원료와 땔감, 거름으로 활용됐다. 심지어 제 몸을 내어 고기를 주기도 했다. 이런 친숙함 덕분인지 말은 어떤 십이지(十二支) 동물보다 다양한 상징을 품고 있다. ‘풍요와 다산’, ‘신비로운 동물’, ‘나쁜 것을 막아 주는 동물’, ‘친숙한 삶의 동반자’, ‘왕업’ 등이 그것이다. 경주 금령총에선 무덤 주인의 극락왕생을 비는 ‘기마인물형토기’(국보 제91호)가 출토됐고, 천마총의 ‘천마도’는 액을 막는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신라·가야시대의 ‘마형 토기’는 의례용과 부장용으로 사용됐고, 고려시대 ‘마상배’는 전쟁에 나서는 장수가 승전을 기원하며 말 위에서 하사주를 마시는 데 활용됐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도 박문수와 같은 암행어사는 말이 새겨진 ‘마패’를 사용했고, 말을 타고 공을 치는 ‘격구’는 조선시대 무과 과목으로 채택될 만큼 중시됐다. 말은 일상에서도 노비 두세 명과 맞바꿀 만큼 귀한 존재였다. 장례에선 죽은 사람을 태우는 영혼의 대리자였고, 음력 정월 첫 ‘말날’인 상오일(上午日)에는 말에게 제사를 지내는 풍습도 있었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은 “말의 이미지는 박력과 생동감으로 수렴된다”면서 “어느 동물보다 깊은 유대를 맺어 왔지만 한국인의 단면을 규명하기 위한 말과 관련된 생활사 기록은 부족한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말과 관련된 우리 민족의 첫 기록은 중국 사기(史記) 조선전(朝鮮傳)에서 찾을 수 있다. 한나라와 대립하던 위만조선이 5000필의 말을 보내 화친하려 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당시 우리나라 말의 수가 상당히 많았다는 사실을 전해 준다. 삼국지(三國志) 동이전(東夷傳)에선 부여에서 유난히 명마가 많이 나온다는 기록도 있다. 천 관장은 우리나라의 주요 건국신화에서 말이 거의 빠짐없이 나온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동부여의 금와왕, 고구려의 주몽, 신라의 혁거세 등 국조의 탄생신화에 대부분 말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나오는 말은 왕의 죽음이나 국가의 흥망을 예시했다. 또 아기장수 설화에선 지도자의 탄생을 미리 알리기도 했다. 이는 영물인 말이 하늘과 땅을 잇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는 것을 뜻한다. 흥미로운 점은 ‘말띠 여자가 팔자가 세다’는 속설의 진위 여부다. 천 관장은 “일본에선 말띠해에 태어난 여자가 시집을 가면 남편의 기세를 꺾는다고 여기는 습속이 있었다”며 “일제강점기에 이런 속설이 우리나라에 널리 퍼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옛 문헌에선 이런 기록을 찾아볼 수 없고, 조선왕조에서만 정현왕후(1462~1530년), 인열왕후(1594~1635년), 인선왕후(1618~1674년), 명성왕후(1642~1683년·현종의 비) 등이 모두 말띠였다. 천 관장은 “말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은 지금도 이어진다”면서 “갤로퍼(질주하는 말), 에쿠스(말을 뜻하는 라틴어) 등 승용차 이름은 물론 여행사, 고무신, 양말, 구두약 등의 상표에도 말이 꾸준히 애용돼 왔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2014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전당포/김아로미

    [2014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전당포/김아로미

    때 현대 곳 한적한 거리/ 전당포 안 등장인물 남자 40대 여자 30대 후반, 남자의 아내 노인 전당포 주인 손님 1 손님 2 제1장 배경은 한적한 거리이다. 무대에는 사막(絲幕)이 내려와 있고 사막(絲幕) 뒤로 상점의 흐릿한 불빛이 한번 반짝이다가 꺼진다. 남자와 여자가 무대 오른쪽 끝에서 등장한다. 여자는 남자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걷는다. 여자의 시선은 앞을 보고 있으나 초점이 흐릿하다. 남자 길을 잃은 것 같지? 여자 무엇이 보이는지 자세히 말해 봐요. 내가 당신보다 훨씬 길눈이 밝잖아요. 남자 방금 들어선 골목 입구에는 작은 어린이집이 하나 있었지. 아까도 그랬던가? 여자 노란색 미끄럼틀이 있던가요? 남자 글쎄 노란색이었던가. 우리가 이미 지나온 길이지? 여자 아뇨. 이제야 제대로 찾아온 것 같아요. 그곳은 아주 오래된 곳이에요. 어렸을 때 몰래 담을 넘어 들어가선 친구들과 원형 그네를 타고 놀았죠. 남자 원형 그네? 여자 동그란 새장같이 생긴 그네 말이에요. 네 명이 들어가서 두 명씩 마주보고 앉으면 그 안이 꽉 차곤 했죠. 얼마나 인기가 좋았는지 열에 여덟 번은 그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그네를 밀어야 했어요. 남자 그 어린이집은 이제 막 지어진 새 건물이던데. 물론 어두워서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말야. 여자 그네를 밀다가 심술이 나면 정글짐에 달려가 거꾸로 매달렸어요. 모든 게 거꾸로 보이곤 했죠. (사이) 아주 재미있었어요. 해본 적 있어요? (남자, 고개를 젓는다) 한참을 매달려 있으면 아버지가 나를 데리러 왔어요. 지나가는 발만 봐도 그게 아버지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었죠. 왜냐하면 아버지의 구두는 아주 특별했거든요. (걸음을 멈춘다. 남자 또한 여자가 멈추자 함께 멈추어 선다) 목구멍이 간질거려요. 남자 감기에 걸리면 고생이야. (자신의 목도리를 풀어 여자에게 둘러준다.) 여자 아뇨. 기억이 날 듯 말 듯 하단 말이에요. 그게 갈색이었던가, 검은색이었던가. 남자 남성용 구두는 다 비슷하게 생겼지. 여자 아녜요. 그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구두였어요. 남자 그나저나 여기는 우리가 찾던 길이 아닌 것 같아. 점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군. 여자 좀 더 밝은 곳으로 나를 인도해 줘요. 그러면 뭔가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죠. 두리번거리다가 왼쪽으로 퇴장.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들린다. 사막(絲幕) 뒤에서 갑자기 조명이 밝아지더니 한 남자의 실루엣이 보인다. 그는 천천히 움직이면서 무언가를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보인다. 몇몇 사람들의 실루엣도 보이지만 그들은 거의 움직임이 없어 마치 물건처럼 보인다.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지자 사막(絲幕) 뒤의 조명이 천천히 어두워진다. 두 사람, 다시 오른쪽으로 처음처럼 입장한다. 남자 다시 그곳이야. 여자 정말요? 남자 응. 모든 상점들은 문을 닫았고 그 흔한 택시 한 대 지나다니지 않는군. 여자 원래부터 이 동네는 차가 잘 다니지 않아요. 그래서 아버지와 나는 꽤 오래 걸어 집으로 돌아가곤 했어요. (사이) 역시 여전하군요.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에요. 남자 당신 말이 맞다면 그 분식집은 대체 어디 있다는 거야? 여자 분식집이 아니라 문방구. 남자 그러니까 떡볶이를 파는 그 문방구 말야. 여자 무엇이 보이는지 내게 자세히 말해 봐요. 남자 우리가 들어온 골목 입구에는 어린이집이 하나 있었고. 여자 노란색 미끄럼틀이었나요? 남자 어두워서 보지 못했어. 여자 당신은 너무 쉽게 지나치는 경향이 있어요. 그건 중요한 문제예요. 남자 (여자의 잔소리가 듣기 싫다는 듯) 날씨가 몹시 쌀쌀해. 여자 목도리를 다시 가져가도록 해요.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여자가 남자의 얼굴을 더듬거린다. 여자 캄캄해서 그런지 이 정도도 잘 보이지가 않네요. 남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커튼 뒤의 불빛 하나가 유난히 반짝 들어온다. 사막(絲幕) 뒤에 있던 남자의 그림자는 사라진 뒤다. 남자 (사이) 요즘엔 깔끔한 게 제일이지. 떡볶이도 마찬가지야. 당신이 그렇게 말하던 그 떡볶이, 지금 먹어보면 오히려 실망만 클걸. 나도 어렸을 적 먹던 삼양라면 맛을 잊지를 못하지. 하지만 정작 슈퍼에 가서 사오는 건 나가사끼 짬뽕이라고. 여자 사실 그건 딱히 맛있지는 않아요. 남자 당신은 나가사끼 짬뽕이 아니라 너구리를 더 좋아하지. 여자 떡볶이 말예요. 남자 그래. 이만 돌아가는 게 좋겠어. 여기는 (둘러본다) 아무것도 없어. 여자 떡볶이는 상관없어요. 그저 당신과 함께 와 보고 싶었어요. 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바로 이곳을 말예요. (사이) 좀 더 밝을 때 왔더라면 흐릿하게라도 볼 수 있었을 텐데. 남자 추억이 특별해지는 건 마음에서 잊고 났을 때뿐이지. 여자 그래요. 하지만 나처럼 잊어버릴 일만 남은 사람에게 무엇을 추억한다는 건 말예요.(남자, 말을 자른다) 남자 지금 당신 입장에선 이게 꽤 의미가 있다는 걸 알아. 내가 그걸 이해하려 무척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꼭 알아줬으면 해. 그치만 안타깝게도 여기에 당신이 찾고 있는 거라곤 없어. 이미 우린 같은 자리를 네 번이나 뱅뱅 돌고 있다고. (여자의 손을 잡는다) 꽁꽁 얼었군. 여자 우린 같은 자리를 헤매고 있는 게 아녜요. 당신이 너무 쉽게 지나쳐 버리니까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라고요. 예를 들면…. (주위를 천천히 둘러본다. 남자 또한 여자의 시선을 따라 둘러본다.) 여자는 남자보다 먼저 그 불빛 가까이로 다가간다. 사막(絲幕)을 손으로 건드린다. 여자 들어가서 물어봐요. 남자 뭘 말이야? 여자 이런저런 것들을요. 남자 그러니까 이런저런 것들이라면? 여자 여기가 입구네요. 제2장 여자가 불빛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손짓한다. 남자는 하는 수 없이 여자를 따른다. 무대 전체에 내려와 있던 사막(絲幕)이 서서히 올라간다. 사막(絲幕)이 올라가고 하나의 막이 더 설치된 무대의 바닥에는 중앙이 동그랗게 뚫린 철문의 그림자가 있다. 그곳에 노인의 머리통이 어른거린다. 여자 낯설지가 않아요. 뭔가 기억이 날 듯도 한데. 남자 우리 앞에 보이는 건 철문뿐인걸. 아주 단단히 닫힌 것 말이야. 여자 (중얼거리며) 우리 앞에 보이는 건 철문뿐인걸. 남자 아무도 없어. 여자가 막에 손을 뻗으려고 하는 것과 동시에 막 사이로 한 노인의 손이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도리어 남자가 소스라치게 놀란다. 노인 (손을 흔들며) 내 놔! 물건부터 내놓고 시작하지. 남자 뭘요? 여자, 노인의 얼굴에 아주 가까이 다가가 빤히 본다. 노인 곧 문을 닫을 시간이야. 딱 1분 주지. 1분 안에 물건을 팔아봐. 남자 저희는 단지 길을 잃었기 때문에. 노인 다들 그렇게 핑계를 대곤 하지. 처음부터 여길 찾아올 생각은 아녔어요. 어르고 달래야 그제야 슬쩍. 그런 거 다 생략하자고. 혹시 휴지가 필요한가? 그렇다고 고해성사를 하라는 건 아니야. (여자를 슬쩍 보더니) 기다려. 영 귀찮지만 말이야. 여자 어디로 갔죠? 남자 웬 헛소리를 지껄이는군. 그냥 돌아가자고. 여자 역시 우리 앞에 보이는 건 철문뿐이 아니었어요. 남자 여전히 철문뿐이야. 그리고 이 철문 뒤에는 이상한 노인이 하나 있어. 여자 무슨 물건을 내놓으라는 거죠? 남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우리는 길을 물으러 온 것뿐이니까. 여자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어요.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를 생각해 봐요. 남자 당신이 그까짓 떡볶이를 꼭 먹고 싶다고 해서 온 거지. 여자 정 그렇게 마음에 안 들면 당신 먼저 돌아가요. 노인의 그림자가 다시 어슬렁거린다. 노인 (여자에게 휴지를 건넨다) 아직 필요 없나? 남자 여기 주소를 알 수 있을까요. 지나다니는 택시도 없고, 전화로 부르려고 해도 이곳이 어딘지 설명할 수가 없군요. 노인 (남자의 얼굴을 들여다보다 외면한다) 여기는 보성당 골목이죠. 남자 보성당이 어디죠? 노인 이미 예전에 없어졌지. 그렇지만 보성당을 기억하는 택시 기사 한 명쯤은 있을 거야. 여자 생각났다. 보성당! 노인 (반가워하며) 내가 말했지. 보성당을 기억하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을 거라고. 비록 택시 기사는 아니지만 말야. 여자 아버지가 졸업선물로 손목시계를 사주셨죠. 노인 좋은 아버지를 뒀군요. 여자 벽엔 커다란 괘종시계가 빼곡히 걸려 있고 유리장 속에는 딱딱하고 달콤해 보이는 보석들이 잔뜩 진열이 되어 있었죠. 그 보성당 이름을 어떻게 잊었지? 남자 모든 걸 기억하며 살 순 없는 거니까. 여자 좋겠군요. 당신은 아직 보고 기억할 것들이 많아서. 노인 잠깐 들어오시는 건 어떨까요? (남자에게) 필요하신 건 주소란 말이죠? 남자 보성당 골목이 이곳 주소 아닌가요? 노인 보잘것없이 보여도 저도 명함이란 게 있습니다. 쓸 일이 없어 그렇지. 서랍 어딘가에 있겠죠. 난 무엇이든 버리는 법이 없거든요. (손짓하며) 이쪽입니다. 철문이 열리는 육중한 소리가 들리고 남겨졌던 하나의 막이 천천히 올라가자 물건이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는 전당포 내부가 드러난다. 정면을 제외한 삼면이 모두 물건의 크기에 알맞게 제작된 조립식 진열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진열장은 각각 유리로 된 문이 달려 있어 그 내부를 볼 수 있다. 무대 중앙에는 작은 소파와 테이블이 놓여 있고 그 위에는 잡다한 물건들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다. 무대의 오른쪽에는 스탠드가 놓인 노인의 사무용 책상과 의자가 하나 덩그러니 있다. 노인, 그들을 테이블 앞 소파로 안내하고는 책상 서랍을 뒤지기 시작한다. 서랍을 빼내어 뒤집어서 안에 들어 있는 것을 몽땅 바닥으로 탈탈 턴다. 바닥에는 구겨진 영수증과 편지봉투, 정리되지 않은 크고 작은 메모지와 아이스크림껍질, 비닐봉지 따위가 쏟아진다. 여자 (유리장을 더듬거리며) 여기 안에 이 작고 반짝이는 건 뭐죠? 남자 커다란 유리구슬이네. 여자 스노우볼. 뒤집어서 마구 흔들어 제자리에 놓으면 천천히 눈이 내려오는 것. 남자 참 난잡하게 물건들을 진열해 뒀네. 아무런 체계도 없이 말이야. 여긴 웬 머리고무줄 하나가 덩그러니 있군. 여자 기분이 이상해요. 남자 맞아. 하는 것 없이 지치는 날이군. (노인을 흘끗 본다) 아무래도 저 노인, 몹시 오래 걸리거나 아예 쓸모가 없을지도 몰라. 그저 잠깐 쉬었다가 나가도록 하자구. 여자 (말없이 남자를 이끌고 걸음을 옮긴다) 여기엔요? 남자 구두 한 짝이 들어있군. 여자 (들여다보며) 희미하게 볼 수 있어요. 남자 흔해빠진 남성용 구두. 여자 아버지의 것과 비슷한 것 같아. 남자 놀랄 만한 일은 아니지. 남자 구두는 다 비슷비슷하니까. 여자 아버지의 구두는 단 하나밖에 없는…. 맞아! (말을 멈춘다) 남자 무슨 일이야? 여자 아버지와 함께 여기에 온 적이 있어요. 노인, 그 말을 듣고 물건을 뒤지던 것을 멈추고 천천히 일어나 여자 쪽으로 다가온다. 갑자기 모든 조명이 꺼진다. 여자의 목소리만 들린다. 동시에 1장에서 들렸던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천천히 들려온다. 여자 여기는. 노인 전당포지요. 유리장 속에서 작은 조명이 반짝 켜진다. 오뚝이 모양을 하고 있는 알람시계이다. 무대 가운데에 핀 조명이 떨어지고 무대 끝에서 손님1이 걸어 들어온다. 손에는 진열장에 진열되어 있는 것과 똑같은 알람시계가 들려져 있다. 손님1 이런 것도 받아 주시나요? 어디가 고장 난 모양인지 약을 갈아도 작동되지 않아요. 하긴 요새 누가 알람시계를 쓰나요. (머리를 긁적인다) 그렇지만 담보가 될 만한 것이 물건에 대한 값진 기억이라고 하셔서 고민 끝에 가지고 왔습니다. 제게 잠시만 시간을 내주세요. (손을 내저으며) 아뇨. 휴지는 필요 없어요. 이 시계는 제겐 정말 의미가 컸어요. 이 시계만 있으면 다른 장난감은 필요 없었어요. 노인이 무대 위로 등장해 손님1 옆에 나란히 선다. 그러고는 손님1을 조금씩 조명 밖으로 밀어낸다. 노인 나는 다른 장난감은 필요가 없었어. 이 녀석만 있으면 충분했거든. 손님1 (사이) 이 녀석의 몸뚱이가 볼록하고 통통한 것이 이걸 이불 속에서 끌어안고 있으면 외롭지 않게 잠들 수 있었어요. 어머니는 (노인이 말을 자른다) 노인 나의 어머니는 귀가가 매일 늦었지. 그래서 (손님1에게 어서 이야기하라고 재촉한다.) 손님1 이 녀석의 배에다가 (노인이 동시에 말하기 시작한다.) 노인 귀를 대고 있으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 나 혼자가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지. 손님1 (노인에게) 제가 말하고 있잖아요. 노인 (손님1이 들고 있는 알람시계를 빼앗는다) 여기서 똑딱, 하면 나도 똑딱. 똑딱 똑딱. 똑딱? 똑딱! 손님1 저기요. 이건 제거예요. 노인 (정색하며) 이게 네 거라고? 확실해? (알람시계의 버튼을 누르자 까르르 웃는 소리가 난다) 손님1 약도 들어 있지 않은데 어떻게 된 일이죠? 노인,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버튼을 누른다. 까르르 까르르. 그것을 들으면서 따라 웃는다. 손님1 그래서 값은 얼마를 쳐주신다는 거죠? 조명이 꺼졌다 다시 유리장 속의 조명 몇 개가 차례대로 빛난다. 손님1 퇴장. 남자 요즘에도 이런 곳이 남아 있군요. 쓰던 물건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곳 말이에요. 여자 쓰던 물건을 맡기고 돈을 얻는다니 쓸쓸해지네요. 남자 그 돈을 다시 새로운 물건을 사는 데 쓰고. (사이) 별 다를 것 있나? 노인 아무 물건이나 받지는 않지요. 그 안에 기억할 만한 것이 담겨 있어야 해요. 여자 모든 물건에는 기억할 만한 것들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노인 그게 말처럼 간단하지 않지. 그런 것 따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 여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물건을 다시 찾으러 오겠군요. 노인 이곳을 둘러봐요. 이 수많은 물건들을. 지금까지 물건을 되찾으러 온 사람은 오직 한 사람뿐이었지요. 여자 어째서요? 노인 요즘 사람들은 제 자신이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지도 알지 못하니까요. 자신이 이곳에 들렀었다는 것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걸요. (남자를 본다) 여자 물건을 되찾으러 왔다는 사람이 맡긴 물건은 뭐였나요? 노인 사실 되찾아갔다고 볼 수는 없지요. 용케도 자신이 무엇을 맡겼는지는 기억해냈지만 그 사람이 찾아간 건 엉뚱하게도 다른 사람의 물건이었거든. 비슷하게 생긴 다른 사람의 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집어 들기에 그냥 보고만 있었지. 여자 얼마 전에도 남편과 함께 식당에 갔다가 다른 사람이 제 신발을 신고 돌아가 버려서 남의 신발을 신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남자 똑같은 브랜드, 똑같은 사이즈의 신발이었으니까. 여자 그래도 그건 내 신발이 아니죠. 남자 식당 주인이 결국 신발값을 물어주었으니 손해 본 것은 아니지. 그나저나 제 기억에 전당포라고 하면 아주 캄캄한 내부에 차갑고 단단해 보이는 철창뿐이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군요. 노인 이전에 전당포에 와 본 적이 있소? 남자 아뇨. 그저 전당포라고 하면 떠올려지는 이미지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노인 그렇지만 기억 속 전당포라는 말을 했지요. 남자 영화나 티브이 혹은 소설 속에도 전당포는 종종 등장하곤 하니까요. 말꼬리를 잡으시는 군요. 여자 그렇지만 여보. 여기에도 아주 튼튼한 철창이 곳곳에 있어요. 남자 아니, 철창이라곤 없어. 아, 그렇지. 당신은 여기가 확실하게 보이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당신이 철창이라고 본 것은 아주 얇은 유리문이야. 여자 제대로 봐요. 당신은 너무 쉽게 지나치고 단정하려고 들잖아요. 남자 내가 지금 눈앞에 있는 것도 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야? 노인 아주 영리한 아가씨군. 남자 (비아냥거리며) 아가씨라고하기엔 조금 많이 늙었지요. 여자 제가 이곳에 왔던 때에는 아주 어린 꼬마였을 거예요. 아버지가 무언가를 두런두런 이야기하시고 저는 이곳을 둘러보는데 정신이 빠져 있었어요. 노인 아, 기억이 나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왔던 꼬마 숙녀. 여자 저를 기억하세요? 저희 아버지도요? 노인 난 뭐든 잊어버리는 법이 없지. 무대 전체, 조명이 꺼진다. 유리장의 불빛이 하나씩 차례대로 들어온다. 천천히 깜빡깜빡거리는 조명. 그러다 다시 무대 전체가 밝아진다. 여자 저희 아버지가 무엇을 파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노인 물론이지. 그렇지만 그것을 돌려줄 수는 없어. 본인이 아니면. 여자 아버지는 돌아가셨어요. 노인 안타깝군. 인상이 아주 좋은 양반이었는데. 남자 우리는 택시를 부르러 여기에 온 거야 여보. 노인 택시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데에도 그렇게 시간이 걸리다니. 여자 요새 자꾸 깜빡하곤 하더라고요. 노인 나이가 든다는 건 그런 거지. 남자 내가 잊어버린 말은 택시가 아니야. 그렇지만 그냥 넘어가도록 해. 내가 제대로 말 한마디 떠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이곳에 오고부터 당신이 아주 수다스럽게 내 정신을 어지럽히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여자 모든 게 내 탓이군요. 차라리 혼자 오는 것이 더 좋을 뻔했어요. 당신은 내가 이 동네를 찾아오는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아 했어요. 남자 당신이 꼭 이 동네에 있는 떡볶이를 먹고 싶다고 했으니까. 내가 비싸고 좋은 선물을 사주겠다고 해도 막무가내였지. 노인 오늘이 어떤 특별한 날인가? 생일? 결혼기념일? 프러포즈를 한 날? 여자 제 생일은 오늘이 아니라 이 달의 마지막 날이에요. 남편이 바빠 오늘밖에는 시간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요. 남자 그 귀한 시간을 이곳에서 낭비하는 것보다는 밖에 나가서 그 떡볶이 집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소원이라고 했잖아. 여자 내게 중요한 건 떡볶이가 아니라 아버지와의 추억을 다시 새기는 일이에요. 제가 누누이 말했잖아요.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리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다고 말예요. 사진을 들여다보려고 해도 눈앞이 흐릿하기 때문에 제대로 볼 수가 없다고요. 노인 눈은 언제부터 말썽이었지? 여자 몇 년 되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이제 선명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건 절 불안하게 만들어요. 예를 들면, 초록색이란 것을 떠올리려고 해도 쉽지 않아요. 이제 제 눈으로 볼 수 있는 초록이란 아저씨가 입고 있는 짙은 쑥색의 것밖에 없지요. 그럴 때는 기억 속의 초록을 떠올리는 데 열중해요. 신호등의 눈이 부신 녹색, 이제 막 뜨거운 물에 데친 시금치의 색깔 같은 것. 남자 여보, 이 분이 입고 있는 건 쑥색이 아니라 네이비색이야. 아주 짙고 검은 파랑. 노인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라네. 하지만 이건 쑥색이 맞아. 내가 쑥색을 좋아하기 때문에 쑥색인지 아닌지는 내가 제일 잘 알 수 있어. 남자 어르신, 전 색맹이 아닙니다. 노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지? 남자 그건 분명한 파랑색이니까요. 노인 당신의 기억 속에서 파랑색과 녹색의 체계가 멋대로 흔들리고 섞여버린 거라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내게 설명할 수 있지? 남자 그렇담 어르신 말이 옳다는 건 어떻게 증명할 수 있죠? 노인 말했듯이 난 뭐든 잊는 법이 없어. 이 옷을 산 지는 아주 오래되었지만 분명히 나는 쑥색의 옷을 골랐고 종업원은 내게 쑥색의 옷이 아주 잘 어울리시네요, 하고 말했지. 그리고 당신의 부인이 다시 한 번 말해 주지 않나. 남자 말해 봐야 내 입만 아프지. 그나저나 혹시 잊으신 건 아니겠죠. 제가 사장님께 원하는 건 이곳의 주소가 적힌 종이 쪼가리인 것을요. 여자 여보, 제발 그 퉁명스런 태도 좀 어떻게 할 수 없어요? 계속 이럴 거면 혼자 돌아가도록 해요. 나는 이곳에서 꼭 찾고 싶은 것이 있어요. 그건 내게 무척 의미 있는 일이지만 당신에게는 시간낭비일 뿐이라면 말예요. 남자 그저 우리가 이곳에 온 목적이 주소를 묻기 위해서였다는 걸 당신이 자꾸 잊어버리는 것 같아서 말이야. 노인 잊어버린 게 아니라 잠시 손님 대접을 했을 뿐이야. 남자 저희는 무엇을 팔러 온 게 아닙니다. 노인 확실해? 그 말을 꼭 기억해 두도록 하지. 노인은 다시 책상으로 가 서랍을 뒤지기 시작한다. 그때 누군가 문을 급하게 두드리기 시작한다. 노인은 그것을 무시한다. 밖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손님2 사장님! 사장님 안 계세요? 안에 계시는 거 다 알아요. 이번에는 진짜예요. 이번에는 정말 굉장한 것을 가지고 왔어요. 들어보세요. 듣고 계세요? 제3장 조명이 어두워지고 무대 가운데에 커다란 가방을 메고 온 손님2가 등장한다. 그는 가방을 옆에 내려다 놓고 물건 하나를 꺼낸다. 노인은 무대 왼쪽의 책상에 앉아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남자와 여자는 소파에 앉아서 그를 쳐다보고 있다. 손님2 이 물건으로 말씀 드릴 것 같으면 우선 그 역사가 아주 오래되었다는 것부터 알아 두셔야 합니다. 아주 가치 있는 물건이죠. 여기 정중앙에 있는 이 마크가 보이시죠? 이건 88올림픽을 기념하여 캐논사에서 스페셜 에디션으로 내 놓은 겁니다. 1988년 그때를 기억하시죠? 굉장했죠. 어마어마하게 넓은 잔디밭에서 굴렁쇠를 굴리던 그 소년 말이에요. 노인 그 소년이 자넨가? 손님2 아뇨. 그건 아니에요. 노인 자네는 또 내 시간을 뺏고 있어. 손님2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입니다. 그러니까 이 카메라는 제가 어렸을 때에 할머니께서 주신 물건이지요. 할머니는 일수쟁이셨는데 돈을 제때에 갚지 못하면 대신 값나가는 물건을 받아오시곤 했어요. 노인 (하품을 한다) 손님2 이 물건의 진짜 가치에 대해 아직 말하지 못했습니다. 이 카메라는 한 여인에게 정말 귀중한 물건입니다. 이 카메라의 주인은 미군부대 앞에서 몸을 팔던 아주 어린 여자였지요. 몸을 파는 게 아니라 사랑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던 순수한 소녀 말이에요. 상상해 보세요. (노인의 눈치를 슬쩍 본다) 그 소녀에겐 정인이 있었죠. 그 사람이 소녀에게 선물한 카메라예요. 노인, 기지개를 켠다. 그러고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고 장부를 뒤적이는 등 딴짓을 한다. 손님2 자신의 정인이라고 생각한 남자가 주고 간 카메라를 일수쟁이에게 빼앗기게 된 거죠. 어쩌면 돈 대신 이 카메라를 내어준 것은 이미 그 소녀는 이곳에 사랑은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정말 슬픈 이야기 아닌가요? 제 애인은 이 이야기를 듣고 울던걸요. 노인 그 일수쟁이는 정말 비정하군. 그런데 말이야. 자네 애인이 이야기를 듣고 울었단 말이지. 손님2 여자들이란 눈물이 많죠. 노인 그것은 이미 그 여자에게 팔렸군. 손님2 지금 제 손에 들려 있는데요? 노인 이 봐, 그 카메라가 자네의 기억과는 무슨 상관이 있는 거지? 손님2 누군가의 사연이 담긴 물건이잖아요. 노인 전해 오는 이야기일 뿐이지. 차라리 그 사진기로 찍은 사진이나 가져오면 몰라. 손님2 요즘에 누가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요. 저는 그렇게 사진을 잘 찍는 편도 아니고요. 노인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나. 나는 드라마틱한 사연을 원하는 게 아니야. 그런 사연이라면 차라리 방송국에 제보하라고. 자네의 것을 가져오란 말이야. 자네의 기억, 추억거리가 담긴 물건들 말이야. 손님2 그치만 저는 그렇게 물건을 오래 쓰는 성격도 아니고 평소 건망증도 심하기 때문에 그럴 만한 것이 없어요. 노인 그런데도 자꾸 이곳에 찾아오는 이유가 뭐야. 돈이 급하면 나가서 은행을 찾아봐. 사채를 쓰든지 장기라도 팔든지. 손님2 할아버지가 자꾸 이렇게 퇴짜를 놓으시니까 제 삶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종일 멍하고 우울해서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어요. 노인 할아버지? 이 봐. 고해성사는 이곳에서 하는 게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하는지. 이제 돌아가게. 내 인내심은 바닥이 났어. 손님2 아직 물건이 많이 남았어요. 제가 모조리 긁어 온걸요. 노인 영업은 끝났어. 이 손님들이 오늘의 마지막 손님이지. 노인은 손님2를 데리고 무대를 퇴장하고 남자는 여자의 손을 끌고 소파에서 일어서려고 하지만 여자는 일어나려 하지 않는다. 여자 여보, 저 남자는 담보할 만한 기억이 하나도 없대요. 남자 그럴 수도 있지 뭐. 여자 우리도 그렇게 살고 있는 걸까요. 우리에게도 담보할 만한 기억쯤은 있는 거겠죠? 남자 오늘따라 무척 감상적이군. 아무리 생각해도 저 노인은 수상해. 당신 아버지를 기억하고 있다는 게 말이 돼? 여자 저는 분명히 기억이 나요. 남자 난 저 노인을 말하고 있는 거야. 우린 저 사람에게 휘둘리고 있어. 노인, 다시 무대에 등장한다. 진열장에서 머플러 하나를 꺼내어 목에 두른다. 남자는 그것이 신경 쓰인다는 듯 쳐다본다. 남자 자, 알아들었지? 이제 그만 일어나자고. 여자 이제 막 아버지의 물건을 찾아보려고 하는 중이란 말예요. 남자 어차피 당신이 되찾을 수 없는 물건이야. 여자 찾을 수도 있어요. 남자 여기선 아무 물건이나 당신 아버지 것이 될 수도 또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자, 저기 있는 저 구두 한 짝이 당신 아버지의 구두라고 하자고. 당신은 그저 순진하게 고개를 끄덕이겠지. 맞아요, 아버지의 것이 확실해요 라고 말할 거야. 아니면 저기 저 덩그러니 진열된 만년필이 당신 아버지 것이라고 한다면 말이야. 여자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말아요. 노인, 목에 두르고 있던 머플러가 흘러내려 바닥에 질질 끌린다. 남자가 움찔한다. 남자 (사이) 여보. 지나간 건 지나간 거야. 중요한 건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야. 여자 그래요 오늘. 내게 오늘은 제대로 볼 수 없는 것들로만 가득해요. 노인은 머플러를 다시 진열대에 곱게 접어 둔다. 그러고는 서랍을 뒤져 장부 하나를 가지고 온다. 노인, 두 사람 가운데에 선다. 노인 (장부를 여자에게 건네며) 이 전당포를 개업하고부터 지금까지 써 왔던 것이니 아버지의 이름이 분명 여기에 적혀 있을 거야. 한번 찾아보시게. 남자 아뇨. 저희는 이제 가 보겠습니다. 잊으신 게 아니라고 하신 그 주소는 이제 필요 없을 것 같군요. 그리고 또 잊으신 게 아니라면 제 아내는 앞이 잘 보이지 않죠. 여자, 소파에 앉아서 장부를 가까이서 들여다본다. 잘 보이지 않는 듯 눈 바로 앞에다 가져다 대기도 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들여다보는 것에 열중한다. 노인 굳이 주소가 필요 없을 거라 생각해서 일부러 기다리고 있던 거였지. 자네는 이미 이곳에 온 적이 있지 않나? 남자 저는 이곳에 처음 왔습니다. 길을 잃었다고 말씀 드렸을 텐데요. 노인 길을 잃었다는 건 확실한가? 자네가 이곳을 찾아낸 건 아닌가? 남자 이곳을 발견하고 저를 이끈 것은 제 부인이었죠. 노인 그렇지만 자네 부인의 눈은 영 말썽이지. 남자 말장난은 이제 그만 하세요. 노인 여기에 맡긴 물건이 하나도 없다는 걸 확신할 수 있나? 남자 네. 물론입니다. 노인 잊어버린 것은 아니고? 남자 잊어버린 것이라면 다시 기억할 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 아닐까요. 노인 그래.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도 그렇지. 돈을 받고 기억을 버리는 것. 여자, 자리에서 일어나서 장부를 들고 뒤의 유리장을 기웃거린다. 남자의 시선이 여자를 살핀다. 여자, 결국 유리장 사이로 들어간다. 남자가 그것을 쫓아가려고 하는데 노인이 남자의 팔목을 잡는다. 남자 (노인에게) 왜 이러는 겁니까. 여보, 어디로 가는 거야. 이리 나와. 여자 (목소리) 걱정 말아요. 혼자 찾을 수 있어요. 남자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사람이. 여자 장부에서 분명 우리 아버지의 이름을 본 것 같아요. 적혀진 번호에 따르면 이쯤에. 여보, 여긴 아주 많은 물건이 있어요. 남자 따라서 들어가 봐야겠으니 이것 좀 놓으시죠. 노인 저 안은 사람 하나가 겨우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비좁아서 둘은 들어갈 수 없어. 한 명이 들어가려면 한 명이 나와야 하고. 한 명이 나오기 위해선 다른 한 명이 들어가서는 안 되지. 두 명이 한꺼번에 들어간다면 둘 다 그 자리에서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고. 저 안에선 길을 잃을 염려가 없으니 안심해. 남자 그 안은 캄캄하지 않아? 여자 캄캄해요. 그래도 보일 건 다 보이는걸요. 노인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지. 연도별로 작은 구멍도 없이 완벽하게. 남자는 노인의 손을 뿌리치고는 소파에 가서 앉는다. 남자 대체 이 따위 것들을 사들이는 이유가 뭡니까? 노인 그야 가치가 있으니까. 남자 무슨 가치가 있다는 거죠. 물건에 담긴 고유한 기억요? 노인 그렇지. 남자 그렇다면 아까 그 남자의 물건은 왜 값어치가 없다고 돌려보내신 거죠? 노인 불순물이 없는, 아무와도 공유되지 않았던 기억만이 내게 가치가 있지. 남자 이를테면 최초의 고백. 노인 그렇지. 남자 그런 것들을 돈을 주고 사신다고요. 그러니까 대체 왜요. 노인 원하는 것들만을 기억할 수 있는 거야. 프레임 안에 새로운 필름을 끼워대는 것처럼 나는 다채로운 기억 속에서 숨 쉰다고. 매일 다른 삶을 사는 것처럼 말이야. 남자 남의 것들이잖아요. 당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타인들의 것들. 노인 깊숙이 숨겨져 있던 기억들이야. 내가 아니었으면 제 자신이 기억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고 있었을 것들. 남자 순진하시군요. 노인 무슨 뜻이지? 남자 가장 순수한 형태로 내재되어 있던 기억을 샀다. 당신이 사 모은 것들은 모두 거짓말이에요. 당신은 사람들에게 속은 거라고요. 여자 (목소리) 당신 거기 괜찮아요? 남자 괜찮아. 노인 난 여태껏 한 번도 속아본 적이 없어. 남자 자신이 기억하는 줄도 모르고 있었던 기억이라면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줄도 모르게 거짓된 말들을 지어낼 수도 있죠. 노인 나는 항상 앞뒤 정황과 맥락을 기억하고 있지. 아까 그 남자도 내게 거짓말을 하려던 걸 귀신같이 잡아낸 걸 보지 못했나? 남자 당신이 사들인 완성된 기억이라는 것. 그건 원래 없었던 것일 수도, 전혀 다른 것일 수도 있어요. 당신이 끼어들어서 만들어 낸 거겠죠. 노인, 목에 두르고 있던 머플러를 손바닥 위에 올린다. 노인 한 남자가 가져온 머플러지. 냄새를 맡아 보겠나? 아직도 그 여자의 화장품 냄새가 나. (남자는 거부한다) 이게 내 손에 쥐어져 있으면 내 눈 앞에 생생히 그려지는 장면이 있지. 첫사랑과 동정을 떼어버린 날. 그녀의 목을 감싸고 있던 이 부드러운 머플러를 천천히 풀어내는 장면. 그 여자의 머리칼보다 더 부드러운 머플러. 이제 그녀는 없고 그날의 기억들은 이 머플러의 부드러운 결 틈틈이 저장되어 있지. 하나도 막히지 않고 바로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상상할 수 있어. 남자, 노인에게 다가가서 머플러를 만져 보려다가 주저한다. 무대의 조명이 한순간에 꺼진다. 진열장에서 차례로 조명이 깜빡거린다. 손님 1, 2가 무대 위로 천천히 등장한다.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여자 (목소리) 여보! 내가 찾은 것 같아요. 진열장의 깜빡이는 조명의 속도가 느려지더니 꺼진다. 무대 뒤로 사라졌던 여자가 진열장 사이로 걸어 나온다. 여자,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린다. 네 사람은 어둠 속에서 서로를 찾는 듯 더듬으며 서성거린다. 노인은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다. 진열장 사이로 빛이 쏟아진다. 이제 네 사람은 빛 사이를 헤매 다닌다. 노인 번호 7218. 남성용 정장구두. 남자 머리카락의 엉킴. 여자 딱 맞으면 안 돼. 노인 4684 다시 1번. 한 칸씩 밀려났군. 여자 오른발이 더 커야 해. 남자 축축한 곰팡이 냄새. 여자 왼쪽 구두의 앞코는. 노인 여기도 구멍. 남자 캄캄한 방. 여자 좀 더 밝은 빛이 필요해요. 남자가 서성거리다가 손님1과 부딪혀 넘어진다. 알람시계의 까르륵 소리가 들린다. 손님 1과 2가 동시에 말한다. 손님1 한 번도 필요하지 않았어요. 어머니가 일분이라도 늦게 왔으면. 손님2 그 소녀. 아, 내가 전에도 말한 적 있나요? 손님1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면서, 오락실에서 서둘러 뛰어 오면서, 골목 어귀에서 떨어진 꽁초나 주워 모으면서. 손님2 떠난 정인을 기다리는데 카메라라니요. 이건 처음 말하는 거죠? 손님1 그랬나. 손님2 그랬었지. 손님1 그랬었지. 손님2 그랬나. 말들이 어지럽게 뒤섞인다. 등장인물들 때로는 동시에 말하기도 한다. 여자와 남자는 어둠 속을 더듬으며 서성거린다. 노인은 여자가 떨어뜨린 장부를 주워 자세히 들여다본다. 진열장이 제멋대로 천천히 깜빡인다. 노인 여기가 뻥 뚫렸잖아. 여자 뽕따. 꼭다리만 드시고는 했는데. 남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골목에서 노인 만년필 뚜껑. 여자 어금니로 살살. 남자 몇 번이나 머플러는 노인 시집. 여자 잔뜩 찌푸려지면 남자 질척한 바닥에 손님1 (남자에게) 혹시 저 모르세요? 여자 깊게 파인 주름 때문에 남자 미끄러지는데. 손님2 악! 노인 티켓. 여자 너무 진해서 손님1 (여자에게) 내가 어디까지 말하고 있었죠? 남자 쓸모없는 잔상들. 여자 눈썹이 말이야. 노인 목캔디. 남자 분명히 내가 다 버렸었는데. 손님2 (말없이 긴 한숨을 쉰다.) 여자 두 눈 같았던. 노인 카세트 테이프. 남자 뚫려 있는 구멍에. 여자 간신히 기억난 거야. 손님1 내가 말하고 있는 중이잖아! 남자 그랬지. 여자 미안해. 남자 그렇지만. 여자 이제야. 노인 연두색. 뭐라고 써진 거야. 남자 내 것이 아닌. 손님2 (긴 한숨을 쉰다.) 여자 기억. 남자 악몽의 조각조각. 노인 립스틱. 여자 조각난 것들이. 노인 하이힐. 여자 꿰맞춰지고. 노인 새빨간 색이라는 설명이 빠졌군. 남자 반복되는. 손님1 (더듬더듬 말하려다가 실패한다.) 여자 유영하는. 남자 당신? 여자 잘 보이지가 않아요. 노인 어두우니까. 남자 뭐라고? 노인 무슨 껍질? 여자 당신 거기에 있어요? 남자 당신? 여자 분명히 들었어요. 남자 움직이지 마. 내가 갈 거야. 남자와 여자. 어둠 속을 더듬다가 결국 만난다. 여자 당신이지요. 남자 여기 있었군. 점점 어두워지며 무대 전체에 사막(絲幕)이 천천히 내려온다. 진열장의 불이 차례로 꺼지고 육중한 철문이 닫히는 소리. 제4장 사막(絲幕)의 앞쪽이 밝아진다. 남자와 여자가 무대 오른편에서 등장한다. 여자 여기는 어디죠? 남자 처음 들어선 곳인 것 같아. 여자 여전히 아무 간판도 보이질 않죠? 남자 날이 몹시 어두워졌어. 여자 찬찬히 봐요. 스쳐 지나지 말고. 남자 저기에 있는 가게는 내부를 다 뜯어냈군. 여자 매일같이 지나던 거리에 있던 가게 하나가 뻥 뚫리고 없어지면 그 자리에 뭐가 있었는지 도무지 기억할 수 없을 때가 있어요. 남자 요새는 상점들이 참 빨리도 들어섰다가 없어지곤 하지. 여자 안타까운 일이네요. 남자 저쪽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 같은데. 남자와 여자, 무대를 가로질러 퇴장. 암전.
  • [이영탁 미래와 세상] 착한 기업의 진화

    [이영탁 미래와 세상] 착한 기업의 진화

    일찍이 다윈은 ‘종의 기원’을 통해 인간을 포함하여 현존하는 모든 동물은 강하거나 똑똑해서가 아니라 환경변화에 잘 적응해 온 때문이라고 하였다. 세월을 달리하면서 인간이 살아가는 방법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기업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Good to Great’ (착한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짐 콜린스 저)에서 보듯이 위대한 기업이 돼야 지속가능 기업이 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좋은 기업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좋은 것은 위대한 것의 적’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그동안 상황이 바뀌어 지속가능 기업이 되자면 위대한 기업을 넘어 착한 기업이 돼야 한다고 한다. 이처럼 기업도 여건변화에 따라 살아남자면 계속 진화를 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역할이 커지고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CSR에 대해 통일된 것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4가지 책임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는 이윤극대화, 고용창출과 같은 경제적 책임이다. 둘째는 투명회계, 성실 세금납부와 같은 법적 책임이다. 셋째는 친환경, 제품안전, 성차별 금지와 같은 윤리적 책임이다. 마지막으로 각종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자선적 책임이다. 과거의 기업경영은 경제적 책임과 법적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러나 이제는 윤리적 책임은 물론이고 자선적 책임을 소홀히 해서는 지속가능한 기업이 될 수가 없다. 이처럼 CSR이 진화를 거듭하는 가운데 착한 기업 활동도 새로운 내용이 계속 나오고 있다. 전에는 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직접 기부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양한 방식의 기부문화가 선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미리내 가게’가 있다. 여기서는 손님이 자기가 먹은 것 이상으로 미리 낸 금액을 입구에 게시하는데 뒷사람은 돈을 내지 않고 먹을 수 있다. 어려운 사람을 배려한 따뜻한 기부이다. ‘탐스 슈즈’는 고객이 신발 한 켤레를 살 때마다 가난한 나라 어린이들에게 한 켤레를 기부(one for one)하는 식이다. 두 가지 다 누구든지 간편하게 기부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부문화의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도 착한 기업이 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최근에 와서는 사회적 불평등 내지 경제민주화의 책임을 상당 부분 기업의 책임으로 돌리는 상황이다. 여기에 기업으로서는 착한 기업 스트레스가 있다. ‘무엇을 할까’에서부터 ‘더 이상 어떻게 하란 말이냐’까지 기업의 갖가지 고민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기업의 속내에 진정성이 약하다고 생각한다. 진심을 담아서 지속적으로 하라는 식이다. 한마디로 ‘착해 보이려 하지 말고 착해져라’고 한다. 기업이 진정으로 착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 혼자의 노력으로는 어렵다. 소비자도 함께 착해져야 한다. 이제 품질과 가격만 우수하고 착하지 않은 기업은 소비자가 외면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기업도 이윤 추구에만 몰두하고 착한 기업이 되는 노력을 겉치레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보다 나은 더 좋은 세상은 이처럼 소비자가 착해짐으로써 가능해진다. 미국의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 사이먼 메인워링은 그의 저서 ‘WE FIRST’에서 ‘나 먼저’(me first)가 아닌 ‘우리 먼저’(we first)를 강조하고 있다. ‘더 나은 세상의 건설은 기업이 이익을 낸 후에 해야 할 일이 아니라 이익창출 수단의 일부로 기업의 일상이 되어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소비자로서 단순한 소비가 아닌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하였다. 착한 소비자가 되는 것은 물론 착한 기업을 만드는 것도 우리 모두의 몫이다. 요즘 ‘안녕들 하십니까?’에서 보는 것처럼 이래저래 우리가 할 일이 참 많은 것 같다 세계미래포럼 이사장
  • [굿모닝 닥터] 낙상사고 예방하기

    눈길, 빙판길에서 넘어지는 낙상사고가 빈발하는 겨울이다. 추울 때면 운동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노약자들이 특히 경계해야 하는 것이 바로 낙상사고다. 낙상으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은 척추 압박골절, 고관절과 손목 골절 등이다. 이렇게 발생한 골절은 폐렴·심장질환·욕창·체중 감소 등의 합병증을 유발하는가 하면 심적으로도 불안·우울증 등의 후유증을 남기기도 한다. 날이 추워지면 혈액 순환이 잘 안 돼 근육과 인대가 딱딱해진다. 또 척추뼈의 쿠션 역할을 하는 디스크에 영양 공급이 안 돼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상이 발생한다. 특히 뼈의 골밀도가 낮고 연골이 약한 노인들은 척추뼈가 찌그러지는 척추 압박골절에 쉽게 노출되곤 한다. 따라서 겨울에는 꾸준히 스트레칭을 함으로써 신체의 유연성을 높이고 체온 유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 틈틈이 온욕이나 온찜질을 하는 것도 근육과 인대를 이완시켜 낙상 위험을 줄여준다. 특히 골다공증은 낙상에 의한 손상을 치명적으로 악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이므로 평소에 충분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폐경기 이후의 여성은 비타민D가 들어 있는 음식이나 보충제를 충분히 섭취하고, 실내에서라도 자주 햇볕을 쪼여 골밀도를 높이는 게 좋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음주와 흡연을 자제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식습관과 적절한 운동 등으로 칼슘을 유지하는 습관을 가지는 게 좋다. 하체 근력을 키우는 걷기나 실내자전거 타기, 계단 오르기와 가벼운 등산 등도 골밀도 강화에 도움이 된다. 또 욕실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미끄럼 방지용 기능성 신발을 신는 것도 필요한 대책이다. 일단 낙상사고가 발생하면 성급하게 일어서려고 하지 말고 통증이 있는 부위를 먼저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 다음 조심스럽게 움직이되 통증이 심하면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 안정을 취하는 것이 우선이다. 일반적인 골절은 4~6주 정도 절대안정을 취하면 증상이 좋아지기도 하지만 부상 후 1주일 이상 통증이 계속되거나 심해지면 반드시 정밀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더 큰 후유증을 막을 수 있다. 안용 서울우리들병원장
  • 불과 1m 앞은 1200도 용암…간 큰 사진작가 화제

    불과 1m 앞은 1200도 용암…간 큰 사진작가 화제

    발에 불이 붙는 줄도 모르고 화산 용암 분출 장면을 촬영하는 간 큰(?) 사진작가의 모습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2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 용감한 사진작가의 이름은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 출신 마일스 모건(42)으로 문제의 촬영 장소는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 지대다. 본업은 항공기 조종사이면서 아마추어 사진작가로도 활동 중인 모건은 가장 정밀하고 사실적인 용암의 모습을 담기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화산 분화구 1m 앞까지 접근했다. 최대 1200도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주위 온도에도 불구하고 촬영에만 몰입한 모건은 멋진 용암 분출 모습을 렌즈에 담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 그의 신발은 용암 열기로 인해 불이 붙어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모건은 용암이 솟구치기 전 자리를 피해 큰 화는 면했지만 작은 화상을 입고 말았다. 모건은 “평소 아내와 가족들은 내 사진취미를 적극 지지해주지만 이번 화산 촬영과 같은 위험한 곳을 갈 때는 가급적 사실을 숨긴다”며 “용암의 모습은 시시각각 달라지기에 언제 멋진 모습이 나올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이렇게 무모한 도전을 하지 않으면 원하는 장면을 촬영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한편,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은 현재 지구상에서 화산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이 화산은 분화구가 여러 개인데 그 중 가장 큰 것은 지름이 6km인 킬라우에아 칼데라로 분화구 2개가 함께 존재한다. 해당 화산은 지난 1983년 첫 분화이후 30여 년간 활발히 화산활동을 해왔으며 최근 대규모 용암분출은 2011년 3월이었다. 당시 화산 활동으로 150회가 넘는 크고 작은 지진이 분화구 주위에서 일어났으며 인근 공원 안내소가 불에 타 사라지기도 했다 사진=바크로프트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불과 1m 앞은 1200도 용암…간 큰 사진작가 화제

    불과 1m 앞은 1200도 용암…간 큰 사진작가 화제

    발에 불이 붙는 줄도 모르고 화산 용암 분출 장면을 촬영하는 간 큰(?) 사진작가의 모습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2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 용감한 사진작가의 이름은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 출신 마일스 모건(42)으로 문제의 촬영 장소는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 지대다. 본업은 항공기 조종사이면서 아마추어 사진작가로도 활동 중인 모건은 가장 정밀하고 사실적인 용암의 모습을 담기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화산 분화구 1m 앞까지 접근했다. 최대 1200도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주위 온도에도 불구하고 촬영에만 몰입한 모건은 멋진 용암 분출 모습을 렌즈에 담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 그의 신발은 용암 열기로 인해 불이 붙어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모건은 용암이 솟구치기 전 자리를 피해 큰 화는 면했지만 작은 화상을 입고 말았다. 모건은 “평소 아내와 가족들은 내 사진취미를 적극 지지해주지만 이번 화산 촬영과 같은 위험한 곳을 갈 때는 가급적 사실을 숨긴다”며 “용암의 모습은 시시각각 달라지기에 언제 멋진 모습이 나올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이렇게 무모한 도전을 하지 않으면 원하는 장면을 촬영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한편,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은 현재 지구상에서 화산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이 화산은 분화구가 여러 개인데 그 중 가장 큰 것은 지름이 6km인 킬라우에아 칼데라로 분화구 2개가 함께 존재한다. 해당 화산은 지난 1983년 첫 분화이후 30여 년간 활발히 화산활동을 해왔으며 최근 대규모 용암분출은 2011년 3월이었다. 당시 화산 활동으로 150회가 넘는 크고 작은 지진이 분화구 주위에서 일어났으며 인근 공원 안내소가 불에 타 사라지기도 했다 사진=바크로프트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스태틱 단검? 무한의 대검?…롤 신챔프 야스오 템트리 분석

    스태틱 단검? 무한의 대검?…롤 신챔프 야스오 템트리 분석

    18일 롤점검과 함께 공개된 ‘리그 오브 레전드’의 새 챔피언 야스오에 대한 이용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야스오는 ‘용서받지 못한 자’라는 별명을 가진 일본 낭인 무사 콘셉트 챔피언이다. 일본도를 이용해 상대를 찌르고 베는 외형에 어울리게 야스오는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팀을 이끌 수 있는 ‘캐리형 챔피언’으로 분류된다. 야스오는 치명타 확률을 2배로 늘려주는 기본 지속효과와 견제기 ‘강철 폭풍’, 돌진기 ‘질풍검’ 등을 통해 강력한 공격력을 선보인다. 또 적을 공중에 띄운 채 피해를 주는 궁극기 ‘최후의 숨결’도 적중시 상대방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부족한 방어력은 움직일때마다 기류를 채워 보호막을 만들어주는 기본 지속효과와 4초 동안 모든 투사체 공격을 막는 벽을 만드는 ‘바람의 장막’으로 보완할 수 있다. 야스오는 기본적으로 공격에 치우친 ‘딜러’이기 때문에 공격적인 아이템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대부분 이용자들의 평가다. 기본 지속 효과인 ‘의지’를 활용하기 위해서 스태틱 단검이나 무한의 대검 등 공격력과 치명타 확률을 올려주는 것을 장착하는 것이 좋다. 위의 룬 세팅(30레벨 기준)을 통해 얻은 치명타 확률 5.6%와 스태틱 단검(치명타 확률 20%, 공격속도 40%, 이동속도 6%), 무한의 대검(공격력 70, 치명타 확률 25%)를 더하면 치명타 확률이 50.6%가 되는데 ‘의지’ 효과를 통해 101%의 치명타 확률이 나온다. 즉 모든 공격이 치명타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 치명타가의 피해량이 250%가 되는 ‘무한의 대검’ 효과를 더하면 매 공격마다 무시무시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공격력과 공격속도, 이동속도,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 등 야스오에게 필요한 모든 옵션이 들어있는 ‘서풍’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신발은 공격속도를 높여주는 ‘광전사의 군화’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이동속도를 높여 ‘기류’를 빨리 채울 수 있는 ‘신속의 장화’나 ‘기동력의 장화’, 마법저항력과 ‘강인함’ 효과를 주는 ‘헤르메스의 발걸음’, 기술 재사용 시간 감소 효과가 있는 ‘명석함의 아이오니아 장화’ 등은 경우에 따라 선택하면 될 듯 하다. 다른 아이템으로는 부족한 흡혈량을 채워주고 막대한 공격력을 더해주는 ‘피바라기’, 방어관통력을 올려주는 근접 공격수의 후반 필수 아이템 ‘최후의 속삭임’ 등으로 채운뒤 상황에 맞춰 방어 아이템 1~2개를 곁들이면 전장을 휩쓰는 야스오의 힘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영덕 우진센트럴하임, 모델하우스 오픈하고 분양 나서

    영덕 우진센트럴하임, 모델하우스 오픈하고 분양 나서

    경북 영덕 ‘우진센트럴하임’ 아파트가 지난 12일 모델하우스를 공개하고 본격적인 분양에 돌입했다. 분양 관계자에 따르면 오픈 당일에는 평일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1,500여 명이 모델하우스를 찾아 영덕 첫 번째 모델하우스에 대한 열기를 실감하게 했다. 주말까지 영덕 주민들은 물론 포항지역 투자자들의 발길까지 이어져 약 7,000여 명의 방문객이 찾아왔다. 이날 모델하우스를 찾은 영덕 주민은 “영덕에서 이런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모델하우스 오픈은 처음이라 마치 지역축제 같은 느낌이 든다”며 “직접 와서 보니 지금까지의 영덕 아파트들과는 수준이 다르고 커가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욕심이 난다”라고 전했다. 우진건설㈜이 분양하는 영덕 아파트 ‘우진센트럴하임’은 올해 말까지 적용되는 양도세 면제 혜택을 비롯해 중도금 무이자 융자 등 다양한 금융 혜택과 단지가 갖는 프리미엄급 혜택을 갖췄다. 영덕 우진센트럴하임은 최대 18층, 총 250세대의 대단지형 브랜드 아파트로 71㎡, 84㎡, 122㎡ 등 중소형부터 대형평형까지 다양한 평면으로 구성돼 있다. 단지 내에는 어린이놀이터를 비롯한 경로당, 웰컴스페이스(예정) 등 커뮤니티 특화 시설을 갖추고 화려하고 품격 있는 외관디자인도 일품이다. 여기에 홈네트워크 시스템과 CCTV, 무인경비 등의 보안 시스템 등은 영덕 최고의 프리미엄이라 할 수 있다. 도시가스 공급 수혜단지로 경제적인 주거여건, 편리함과 안전한 생활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또한 공간의 활용성을 극대화한 과학적인 설계를 도입해 입주자들이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현관 대형신발장부터 드레스룸, 주방수납장 등 효율적인 수납 시스템을 통해 만족도를 높였다. 영덕 대교와 오십천대교가 인접해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 반경 1km이내에 읍사무소, 경찰서, 보건소, 교육청 등 관공서와 쇼핑시설, 터미널, 영덕역이 밀집에 있으며 초중고 학교도 인근에 자리해 있다. 영덕 우진센트럴하임 관계자는 “지역 발전을 이끄는 영덕 비전도 아파트의 미래 가치를 높여줄 것”이라며, “영덕~상주간 동서 4축 고속도로, 영덕~삼척간 동해중부선철도가 계통 예정되어 있으며, 영덕군의 新정동진 마케팅 및 천지 원자력발전소 입지 예정, 강구항 일원 친환경 연안정비사업 등 각종 인프라 확충과 개발이 예정되어 영덕 우진센트럴하임의 향후 가치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12월 중 계약자에 한해 42인치 LED TV 등 다양한 혜택과 양도소득세 전액면제의 세제혜택도 주어진다. 분양문의는 전화(054-733-2323)로 하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노숙자에 옷 벗어준 ‘훈훈한’ 뉴욕 경찰관 포착 감동

    노숙자에 옷 벗어준 ‘훈훈한’ 뉴욕 경찰관 포착 감동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뉴욕에서 길거리 노숙자에게 옷을 벗어주는 경찰의 모습이 포착돼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뉴욕포스트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3일(현지시간) 뉴욕 경찰관인 카를로스 라모스(29)는 최근 순찰을 돌던 중 맨해튼 길거리에서 노숙하는 로버트 윌리엄이라는 노숙자와 마주쳤다. 당시 이 노숙자는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신발이 물에 젖어 신지 못한 채 맨발 상태였다. 또 얇은 티셔츠 차림으로 차가운 바닥에 앉아있었다. 이에 라모스 경찰관은 스웨터를 벗어 노숙자에게 건네 그 자리에서 입게 했고, 그의 훈훈한 행동은 당시 현장에 있던 행인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라모스 경찰관은 뉴욕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그가 도움이 필요해 보였고, 나는 그들을 도와야 하는 내 일을 했을 뿐”이라면서 “그날은 매우 날씨가 추웠고 그는 코트도 없어보여서 내 옷을 벗어줬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그가 나를 걱정해 옷을 받기를 거절했지만, 괜찮다고 말하며 그를 설득했다”면서 “그를 돕고 나니 매우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2007년부터 뉴욕경찰국(NYPD)에서 일해 온 그는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려 애쓴다. 특히 날씨가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커피나 차 한 잔만으로도 노숙자들을 도울 수 있다”고 말해 훈훈한 감동을 더했다. 사진=뉴욕포스트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제품 기술적 결함’ 소비자가 입증하라는 법

    지난 7월 9일 서울 강서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소아마비 1급 장애인 노모(53·여)씨가 가족과 함께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였다. 불이 날 만한 요인이 없었기 때문에 노씨는 영문도 모른 채 놀란 가슴만 붙잡아야 했다. 방 한 칸을 완전히 태운 이 화재는 ‘원인 미상’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소방대원이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선풍기 모터의 연결 배선이 수상하다는 것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화재 감정을 요청한 결과 선풍기 연결 배선의 불량이 화재의 원인으로 밝혀졌다. 노씨는 ‘제조물책임법’(PL법)에 따라 해당 선풍기를 판매한 A사로부터 1000만원 안팎의 보상금을 받았다. 강서소방서의 적극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PL법상 제품 하자로 인한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입증 책임이 제조사가 아닌 소비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 6월 급발진 피해를 주장하며 기아자동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김모씨는 사고 원인이 제품에 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해 패소 판결을 받았다. 김씨는 당시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해 부상을 입었다. 동승했던 일행 가운데 1명은 사망했다. 법원은 사고 직후 운전자의 신발이 가속페달 위에 있었다는 이유 등으로 제조사의 손을 들어줬다. PL법이 2002년 국내에 도입된 지 11년이 됐지만 소비자 보호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와 법무부 등 관련 기관이 소비자의 입증 책임 완화를 내용으로 하는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PL법은 제조물 결함으로 인한 피해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게 기본 취지다. 문제는 소비자가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사고 책임을 직접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제품의 결함 여부와 그 결함이 사고로 이어지는 인과관계를 입증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제조물 대부분이 고도의 기술과 복잡한 공정을 거치는 데다 이에 관한 정보를 제조업자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제조물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사용해서 사고가 발생했다면 제조물에 이미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면서 “현실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으로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기업에 입증 책임을 묻거나 막대한 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어 그동안 번번이 무산됐다. 현재 소비자의 입증 책임 완화를 내용으로 하는 PL법 일부 개정안이 김관영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로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개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개정안 초안이 완료된 상태”라면서 “내년 초 개정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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