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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긴급조치’ 사과하는 판사가 없다/황진선 편집국 수석부국장

    [서울광장] ‘긴급조치’ 사과하는 판사가 없다/황진선 편집국 수석부국장

    1970년대 중후반 학번의 대학 선후배가 모처럼 대폿집에 마주 앉았다. 이제 둘다 50대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다 긴급조치위반 사건 담당 판사의 명단이 공개된 데까지 이어졌다. 변호사인 선배는 못마땅해 했다. 하지만 운동권 출신 후배의 반론도 만만찮았다. “아다시피 유신헌법은 필요한 때에는 대통령이 긴급조치를 발할 수 있도록 했고, 사법심사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고 규정했어. 긴급조치는 위헌여부를 다툴 수도 없게 되어 있었지. 그런데 이제와서 자연법이나 정의에 따라 재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사들을 비판하고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잘못이지. 판사는 자연법이 아니라 실정법에 따라 재판할 수밖에 없잖아.” “인혁당 사건 정도는 아니지만 긴급조치로 수많은 사람이 억울하게 징역을 살았어요. 시위를 모의하고 주도하다 경찰에 쫓겨다니고, 제적을 당했지요. 긴급조치 위반 기소 사건만 589건이었요. 그런데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어요. 박정희 전대통령에게 모든 책임을 미루고 모두가 나몰라라 하는 게 말이 됩니까.” “그렇긴 하지만 악법도 법이란 말이 있잖아. 현재의 시각으로 당시 판사를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아. 이를 테면 앞으로 사형제가 폐지된다해서, 이전에 사형 선고를 내린 판사들을 공개하고 비판한다면 옳은 일이라고 할 수는 없잖아.” “사형제의 존폐는 민주적 입법 절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잖아요. 긴급조치는 유신시대 폭압적인 정치 구조의 산물이에요. 지금 여야가 긴급조치 무효화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고 있는데, 긴급조치가 인권을 무참하게 짓밟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지요.” “무고한 피해자에게 보상을 해주는 것에는 찬성이지. 그런데 선진국 일수록 법원의 권위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우리 사회의 최종 ‘해결사’인 법원과 판사를 망쳐놓으면 만인에 대해 만인이 투쟁하는 사회가 될 수 있어. 이건 법조계의 신뢰회복 노력과는 별개의 문제야.” “만약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판사들의 이름을 빼고 보고서를 만들었다면 국민들의 비판이 적지 않았을 거예요. 명예훼손이라거나 인적 청산을 하려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지만 긴급조치 사건 관련자들이 당한 고통을 생각하면 그런 얘기 하기 어렵지요.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주장도 하던데 과거사 정리는 다음 정권으로 넘길 수 없는 문제지요.” “판사가 법정에 들어서면 방청객들이 모두 일어서지 않는가. 검사와 변호사도 법정에 들어서면서 법대(法臺)를 향해 인사를 한다네. 그건 판사 개인이 아니라 판사라는 직위, 법원을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네. 거듭 얘기하지만 사법부를 마구 흔들어 대선 안돼.” “사법부는 존중해야 하지요. 그러나 인혁당의 ‘사법살인’이나 긴급조치 사건의 판사들이 무고한 희생자들에게 겸손하게 ‘그때 정의의 이름으로 행동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자세가 필요하지요. 대법원이 ‘사법시스템이 짊어질 과오’라고 발표하기는 했지만 스스로 반성하는 분들이 없다는 게 안타까워요. 그래야 진실로 화해가 되고, 반면교사도 되지 않겠어요.” “글쎄, 판사들도 마음의 빚은 느끼고 있겠지…. 어찌됐든 사법부가 무너지면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라네.” 밤은 깊었고 취기는 올랐다. 두 사람은 어깨를 겯고 대폿집을 빠져나왔다. 황진선 편집국 수석부국장 jshwang@seoul.co.kr
  • [중계석] 남북정상회담 가능성 더 커졌다/김대중 前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은 2일 남북정상회담 개최 전망과 관련,“노무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는 조건을 풀어줘 어디서든 만나겠다고 했기 때문에 상당히 가능성이 더 커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불교방송 ‘조순용의 아침저널’에 출연, 이같이 말하면서 “문제는 북한의 태도이며 북한은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정상회담 개최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남북관계 진전을 정략적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대해 “선거는 선거이고 남북관계는 남북관계일 뿐”이라며 “남북이 계속 협력해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선거 때문에 그러지는 않으리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동산 정책의 신뢰회복 방안과 관련,“좋은 정책의 잦은 변경보다는 나쁜 정책의 일관성이 오히려 낫다는 말이 있다.”며 “일단 한번 정하면 그대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책을 국민이 알아듣게 쥐어주듯이 설명하고 정책을 세우면 일단 세운 대로 가야 한다.”며 “국민이 잊어버리지 않게 되풀이해주고 국민과 같이 가는 정책을 집행하면 국민이 안심하고 따라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극화 해소 방안에 대해 “경제 여건이 전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중산층과 중소기업이 튼튼하지 못한 데 문제가 있다.”며 “대기업은 자기 힘에 맡기되 중소기업, 부품소재 기업 육성에 힘써야 하고 사회적 불안요인인 사회 빈곤층과 주택문제는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금년 대선에서도 내가 개입하지 않을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나이도 많고 건강도 안 좋은 점이 있는 사람이라 국내 정치까지 개입할 짬이 없다.”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은 평화적으로 통일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 [사설] 불신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불신이 팽배한 사회는 국가적으로 큰 불행이다. 국민이 정부와 공직자를 신뢰하지 못하고, 정치인들은 서로 헐뜯기에 바쁘며, 국가지도자와 언론은 걸핏하면 네탓 공방을 벌인다. 근로자와 경영진은 대립하고, 교사와 학생 사이에는 벽이 있으며, 부모 자식간에도 못 믿을 처지라면, 이는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도 설마했는데, 한국사회가 총체적 불신의 늪에 빠져 있다고 진단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는 매우 충격적이다. KDI는 사회적 자본인 국민의 신뢰도 조사를 위해 1500명을 개별면담했다고 한다. 불신(0점)과 신뢰(10점)의 정도를 계량화해 본 결과, 국정을 이끌어야 할 국회(3.0)·정당(3.3)·정부(3.3)는 처음 본 사람(4.0)에 대한 신뢰도보다 낮은 평점을 받았다는 것이다. 국가의 법질서와 사회기강을 바로잡아야 할 중심기관인 검찰(4.2)·법원(4.3)·경찰(4.5)에 대해서도 그다지 믿음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관계에서 신뢰는 사회적 협력과 거래를 촉진시키고 경제성장 및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회적 자산이다. 그런데 사회지도층인 정치권과 국가 중추기관부터 국민의 신망을 얻지 못한다면 나라의 장래는 결코 밝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 전반에 불신풍조가 만연한 이유도 따지고 보면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지도자들의 격조 없는 언행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 곳곳에서 욕지거리와 막말과 폭력이 난무하고, 기강과 질서와 예의가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는 데도 나라가 돌아가는 게 신통할 지경이다. 신뢰의 복원은 그래서 한국사회에 떨어진 발등의 불이다. 대통령부터 발벗고 나서야 한다. 사회지도층은 책무를 다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에 모범을 보여야 잃어버린 믿음을 되찾을 수 있다. 선진사회 진입을 위해, 더 늦기 전에 신뢰회복 범국민운동이라도 벌여 국가의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
  • [사설] 더디어도 전진하는 6자회담 되기를

    북핵 6자회담이 13개월 만에 오늘 베이징에서 재개된다. 북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한반도 안보가 짙은 먹구름에 휩싸인 현실을 고려할 때 실로 반갑고 환영할 일이다. 우리 정부와 중국의 다각적인 중재 노력 속에 미국이 유연한 대화 자세를 보이고 북한도 더 이상의 무력 행위를 자제하는 등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참가국들의 의지가 6자회담 재개라는 결실을 낳았다고 할 것이다. 회담의 동력은 충분히 확보돼 있다고 본다. 북한이든 미국이든 9·19공동성명 이상으로 서로의 국익에 부합하는 것이 없음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하겠다. 평화적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까지 나아갈 구체적 실천방안도 제시돼 있다. 북한은 영변의 5㎿급 원자로 가동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용, 핵프로그램 신고 등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이행하면 된다. 이에 미국 등 나머지 참가국들은 한국전 종전 선언, 북한체제 보장, 에너지 지원 등 상응조치를 취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조치들을 언제 어떤 형태로 조합하느냐일 것이다. 이는 9·19공동성명 채택보다도 훨씬 복잡하고 힘든 과정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북한과 미국은 지금까지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내세워 미국에 핵 군축협상이나 한반도 핵우산 철회를 요구해선 안 된다. 일각의 우려처럼 이런저런 이유로 회담을 지연시키며 부시 행정부 임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려서도 안 된다. 미국도 북한의 ‘선 조치’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종전선언 등 신뢰회복 조치를 앞세울 필요가 있다.6자회담 중단의 발단이 된 대북 금융제재에서도 더욱 전향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천영우 한국 수석대표의 말처럼 회담의 성패는 참가국들의 정치적 의지에 달렸다고 본다. 작은 합의라도 단계별로 조금씩 이뤄 나감으로써 북핵 해결에 한발 다가서는 6자회담이 되기를 기대한다.
  • 日 아베정권 휘청

    日 아베정권 휘청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아베 신조 총리 정권이 출범 3개월도 안돼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주도의 ‘여론조작’ 파문이 불거지면서 뒤뚱거리고 있다. 특히 아베 총리는 고이즈미 전 정권이 ‘국민과의 대화’(타운미팅)때 의도적으로 여론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정부 조사에서 사실로 확인되자 즉각 사과하고,3개월치 급여를 국고에 반납하기로 했다. 하지만 비등한 비난여론을 잠재우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도쿄신문은 14일 사설을 통해 “총리의 급여반납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안이하게 종결지으려고 하면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적어도 당사자의 실명 공표 등 책임소재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사히신문은 사설 등에서 타운미팅에 대해 “짜여진 정부의 토크쇼가 되었다. 이런 쇼는 없다.”고 지적하며, 파문은 당시 관방장관으로서 타운미팅 책임자였던 아베 총리에 대한 경고라고 해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톱(아베 총리 자신)에 대한 처분으로 사태종결을 기도하고 있지만 야당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며 대처가 미흡할 경우 야당에 의한 ‘내각불신임 결의안’이 제출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정부 여당측은 이날 관방장관, 문부과학상, 법무상, 국토교통상, 내각부 부대신 등이 각각 2∼3개월분 급여의 반납 뜻을 밝히며 사태해결을 서둘렀다. 내각부의 타운미팅담당실을 폐지하고, 관련 예산을 대폭 줄이는 등 향후 타운미팅 개선책도 찾고 있다. 이처럼 아베 총리가 사과하고 정권 차원의 책임 지는 모습을 보이며 위기국면을 탈출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아베 정권’은 낡은 일본의 개혁을 주장하는 측면에서 기본적으로 고이즈미 정권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따라서 아베 총리가 여론조작의 딱지를 쉽게 떨쳐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단기간내에 속락하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의 아베 정권 지지율 하락세가 가속화될지 주목된다. 아베 정권의 지지율은 지난 10일 전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46%까지 떨어졌다. 한 달 전보다 6∼8% 급락했다. 설상가상으로 여론조작 파문이 터져 아베 정권이 적절한 신뢰회복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정권의 존립 기반마저 흔들릴 소지가 있다는 게 일본 언론들의 지적이다. taein@seoul.co.kr
  • “靑비서진 전면개편” 與 공세

    “靑비서진 전면개편” 與 공세

    16일 열린 대통령 비서실에 대한 국회 운영위의 국정감사에서는 참여정부의 중구난방식 부동산정책과 청와대 비서진의 경솔한 언행 및 기강해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청와대 비서실을 전면 개편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은 박남춘 인사수석과 전해철 민정수석에 대해 ‘전효숙 헌재소장 후보자’로 인한 국회 파행과 헌재소장 공백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을 요구해 당·청 갈등의 깊이를 보여줬다. 열리우리당 장경수 의원은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실패했고 이는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과 시장의 믿음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주승용 의원은 “이제는 입을 닫고 정책의 실천으로 말해야 할 때인 만큼 (청와대는) 제 역할을 못한 채 국정혼란만 야기한 시끄러운 입 ‘청와대 브리핑’을 중지하고 신뢰회복을 위해 강남지역에 사는 비서관들은 집을 팔고 이사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술 더 떠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와 이병완 비서실장, 김병준 정책기획위원장, 김수현 사회정책비서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주호영 의원은 “어설픈 철학으로 부동산 대란을 일으킨 총책임자인 노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세금폭탄 발언의 김병준 위원장, 절묘한 시기에 강남 아파트를 소유한 이 비서실장,8·31 대책 실무책임자인 김수현 비서관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군현 의원은 “청와대 1급 이상 재산공개 대상자 36명 중 17명이 본인이나 배우자 명의로 ‘버블세븐’ 지역에 아파트 20채를 소유하고 있으며 국민은행 아파트 공시가격 기준으로는 241억원에 달했다.”며 “대통령이 ‘강남 필패’를 이야기할 때 참모들은 입으로만 강남 필패 정책을 만드는 시늉을 했다.”고 꼬집었다. 이병완 비서실장은 청와대의 비서진 전면개편 요청과 관련,“필요하면 어느 때라도 그럴 생각을 가지고 있고, 제가 앞서서 그렇게 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고 대답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재판혁명이 시작됐다] (上) 법정이 진실이다

    [재판혁명이 시작됐다] (上) 법정이 진실이다

    사법부가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하고 10월부터 검찰도 증거 분리제출 방침을 결정하면서 형사재판에서 본격적인 공판중심주의 시대가 열렸다. 이용훈 대법원장의 구술심리 강화 지시에 따라 민사재판도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닻이 오른 재판혁명을 3회에 걸쳐 살펴 본다. 9월27일 서울중앙지법 5층 한 법정. 지난 4월 공판중심주의 시범 재판부로 지정된 형사1단독 이한주 부장판사의 재판이 열렸다. ●사라진 검찰조서 오전 10시 첫 사건. 위장결혼을 통해 불법체류한 혐의로 기소된 조선족 여성의 속행공판이 열렸다. 증거분리제출 방침에 따라 첫기일에 검찰로부터 재판부가 받은 것이라곤 공소장뿐이다. 피고인이 자백한 것으로 돼있는 검찰조서는 법정에서는 볼 수 없었다. 사라진 검찰조서가 공판중심주의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다. 검찰은 곧 사실관계를 신문했다. 검찰이 피고인에게 “결혼한 게 맞느냐.”고 묻자 피고인은 “밥도 해주고 같이 생활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낮에는 따로 생활해도 밤이면 한 집에서 잠을 잤느냐.”며 보다 구체적으로 물었다. 공판중심주의에서는 법관이 심증을 굳히기 위해 검사와 변호인 못지않게 직접 피고인에게 많은 질문을 하게 된다. ●짧은 질문, 긴 대답 검찰이 “한국에서 얼마를 벌었습니까.”고 묻자 피고인이 “300만원 정도 벌었습니다.”고 답했다. 예전 같으면 이미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300만원을 벌었죠.”라고 묻고 피고인은 ‘예’,‘아니오’ 가운데 하나만 답하면 됐다. 변호인의 변론 역시 단답형이 아니라 피고인이 직접 자신의 사정이나 사실관계를 진술할 수 있도록 하는 질문이었다. 피고인은 억울한 듯 중국에서 만난 한 남자와 정식으로 혼인신고가 된 줄 알고 한국으로 들어와 식당 등에서 허드렛일을 했던 지난 일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기소내용이나 범죄사실에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안이지만 일단 피고인의 말을 끝까지 들어 보는 것도 공판중심주의가 바꿔놓은 법정풍경이다. 하지만 몇 군데에서는 검사와 변호사가 서류에 ‘코를 박은 채’ 장황한 질문을 던지는 경우도 있었다. 검찰과 변호인 신문이 끝난 뒤 재판부는 검찰측에 증거목록을 요구했다. 검찰은 참고인들의 검찰진술조서를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변호인은 당사자들이 조서가 사실과 다르다고 한 만큼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맞섰다. 검찰은 “그렇다면 당사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공판중심주의 재판에서는 이렇게 검찰조사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 당사자들이 직접 법정에 나와서 진술해야 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게 된다. ●당당한 피고인들 오후 2시 사건으로 마약복용 혐의로 기소된 미군이 피고인석에 앉았다. 이날은 피고인을 검거했던 증인이 법정에 나와 증언할 차례였다. 증인이 안전문제 등을 이유로 피고인과 마주하지 않겠다고 하자 검사와 변호사가 설전을 벌였다. 이때 피고인이 통역을 통해 “민주국가에서 나를 범인으로 지목한 사람과 직접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내 권리”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증인이 거부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변호인도 있고 나중에 묻고 싶은 내용을 재판부를 통해 묻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고인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재판부는 “위험요소 등 제반 사항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주장이 공판중심주의의 취지에도 맞는 말”이라며 증인을 출석시켰다. 검찰과 변호인은 증인이 마약거래가 있은 뒤 6개월이 지나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사실이 믿을 만한가를 두고 다퉜다. 현장에서 찍힌 사진이나 폐쇄회로TV 등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사건이었다. 검찰과 변호사뿐 아니라 피고인도 직접 증인에게 “6개월이나 지나 나를 알아볼 수 있느냐.”며 반박했다. 피고인과 증인과의 설전이 계속되자 검찰이 다음 기일에 하자고 제안했지만 재판부는 “소송지휘는 재판부의 권한”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다음 시간에 예정된 재판당사자들이 재판이 끝났는지 알아보기 위해 법정을 들락날락거렸다. 결국 30분으로 예정됐던 재판은 2시간을 넘겼다. 결국 재판부는 “사건당 30분 정도로 예상했는데 재판이 길어져 죄송하다.”며 양해를 구했다. 재판부가 이날 처리한 사건은 모두 10건. 몇몇 사건은 결심이라 빨리 처리됐으나 수사식 재판이 진행되면서 오전 10시에 시작된 재판은 오후 7시가 돼서야 끝났다. 이 때문에 1∼2시간 동안 재판당사자들이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것은 일상이 돼버렸다. ●검찰 주장과 달리 무죄선고 한 건도 없어 시범재판부는 지난 4월부터 지난달까지 모두 181건을 처리했다. 하지만 무죄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검찰은 공판중심주의 도입으로 법정에서 검찰조서가 인정되지 않는 반면 피고인은 장황하게 거짓말이나 부인 등으로 일관, 범죄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었다. 시범이긴 하지만 공판중심주의를 통해 범죄를 엄벌에 처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형사재판 진화는 계속된다 공판중심주의의 키워드는 ‘신뢰’다.‘보이는 재판’을 통해서 재판을 받는 사람은 재판결과에 승복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사법부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공판중심주의=‘보이는 재판’ 그동안의 형사재판은 한 변호사가 “우리나라만큼 서류위주의 재판이 이뤄지는 곳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할 정도로 재판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알기 어려운 재판이었다. 내 의견을 말할 기회도 적고, 어려운 법률용어에다 곳곳마다 “제출된 서류로 대신하겠다.”는 말로 대신해 재판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이는 재판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과연 재판부가 뭘 근거로 유·무죄를 결정했는지, 혹시 내가 모르는 다른 요소가 개입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판중심주의는 재판정에서 직접 이뤄지는 증언과 진술, 법적 공방을 통해 소송 당사자들이 “아, 이렇구나.”라고 재판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다. 이는 “재판은 국민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라며 이용훈 대법원장이 예를 들었던 독일 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 과거 나치시절 정권에 이용당한 독일 사법부는 2차대전 이후 잃어버린 신뢰를 적극적인 과거사 청산노력과 함께 공판중심주의 등을 통한 공정한 재판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 ●공판중심주의는 현재 진행형 당장 다음달부터 검찰의 증거분리제출 전국 확대실시가 되지만 이를 통해 전면적인 공판중심주의가 실현된다고 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현재 국회에서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공판중심주의에 가깝다.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재출한 이 법률은 미국식 공판중심주의에 가깝다. 미국식 재판은 기본적으로 원고와 피고인의 대결이다. 적법한 증거만이 상대방을 공격하는 무기가 된다. 물론 검찰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피고인의 위치를 아예 변호인 옆으로 옮겨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한다. 또 공판중심주의를 도입하면서도 사건관계가 단순하고 증거가 명백한 사건은 피고인이 원할 경우 한번 출석한 당일에 선고까지 끝나는 ‘경죄 처리절차’도 도입된다. 내년에도 또 한차례의 변화가 예정되어 있다.2012년 완전도입에 앞서 내년 3월부터 배심·참심 혼합형 국민참여재판이 도입된다. 그동안 법률전문가인 법관이 진행하던 것에서 비록 살인 등 중요 범죄에 한해 매년 100∼200건에 불과하지만 일반 시민들이 재판에 참여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법률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공판중심주의는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민사도 구술주의?… 글쎄” 민사재판에 불어닥친 재판혁명은 재판장의 앉은 키만큼 쌓였던 서류뭉치들을 사라지게하고 있다.2002년부터 시행돼 정착되고 있는 신민사소송법에 따라 본격적인 변론 전 준비기일에 원·피고측은 서면공방을 통해 쟁점을 정리하고 있다. 때문에 법정에서 서류뭉치 속에 파묻혀 앵무새처럼 주장만 펼치던 변호사들의 예전 모습은 보기 드물다. 하지만 지난 4월 형사재판에서 공판중심주의 강화에 발맞춰 추진해온 민사재판에서의 구술주의 실현은 아직은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28일 서울중앙지법 5층 어느 민사법정에서는 아파트 앞 도로건설을 두고 벌어진 소송과 관련해 원·피고측 변호인의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변호인은 “당시 도로말고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땅이었죠.”라고 물었다.“예, 그러니까…”라며 증인의 말이 길어지자 재판부는 “대답만 하세요.”라며 면박을 주었다. 그 뒤로도 재판부는 증인의 답이 길어질 때마다 서류만 응시한 채 “예.”라고 하며 말을 끊었다. 민사재판을 진행한 판사들이나 변호사들에게 이런 모습은 낯설지 않다. 서울중앙지법 민사부의 한 판사는 “재판장이 쟁점에서 벗어난 사안이라 중단시켰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민사재판은 준비기일에서 이미 쟁점들을 서면공방에 이어 구술로도 논의하기 때문에 재판부나 변호사들이 법정에서 직접 공방을 벌이는 것을 수고스럽게 여기는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민사부 판사는 “소송을 제기한 원고측에서 법적 책임을 밝혀야 하고 법적으로 서면제출이 인정되기 때문에 구술주의가 보여주려는 치열한 법정공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도 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인디아 리포트] (18) 친디아의 세계 열릴까

    [인디아 리포트] (18) 친디아의 세계 열릴까

    |뉴델리 이석우특파원|인도 시킴주와 중국 티베트를 잇는 해발 4545m 높이의 나투라 고갯길에 올 여름 40여년 만에 생기가 돌았다. 티베트 야둥의 자유무역시장과 시킴주 셰라탕을 오가며 교역을 벌이는 인도와 중국 상인들로 활기가 넘친 덕분이다. 쌀과 밀, 차 등 농산품을 실은 트럭과 경공업 제품 등을 갖고 나온 중국 상인들로 44년 동안 막혔던 국경 무역로가 북적였다. 이곳은 1962년 두 나라가 전쟁을 벌인 뒤 철조망으로 막혀 있었다. 무역로로 번성했던 563㎞의 옛 실크로드의 대동맥. 나투라 길의 재개통은 다가서는 양국 관계를 상징한다. 인도는 3225㎞에 달하는 중국과의 국경지역에 앞으로 6년동안 27개의 도로를 신설하기로 했다는 5일 두르다르샨 방송의 보도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근년 들어 급증하는 무역규모는 이미 두 나라가 뗄 수 없는 동반자임을 보여준다. 지난해 두 나라 교역액은 136억달러. 전년에 비해 79%나 늘었다.1991년 교역액이 2억 6400만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증가세다. 경제협력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과 함께 더 주목할 점은 전략적 접근이다.“국경을 맞댄 두나라가 무력 대치와 군비 부담을 덜고 나아가 전략적인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라지브 쿠마르 인도 외교차관은 지적했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항하는 인도·중국의 전략적 협력은 물론 러시아까지 낀 ‘3각 협력’이 타진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2006년 두나라 우호의 해를 맞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인도 방문 등 최고지도자들의 상호방문을 협의중”이라고 쿠마르 차관은 설명했다. 압둘 칼람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놓고 있는 후 주석은 오는 11월 중순 아·태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 참석한 뒤 인도를 방문할 것으로 뉴델리의 외교소식통들은 전했다. 전략적 협력은 자원확보 분야에서도 한발 앞으로 나가고 있다. 인도석유천연가스공사(ONGC)는 지난달 11일 중국석유화공공사(SINOPEC)와 미국 오미멕스 드 컬럼비아 지분 50%를 8억달러에 공동매입키로 했다. 앞서 ONGC는 지난해 12월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와 페트로 캐나다로부터 시리아 유전 지분 37%를 4억 8400만달러에 사들였다. V S 라마무티 과기부 차관은 “정보통신분야는 물론 생명과학, 의약, 항공우주 분야까지 연구 데이터·과학자 교류 등 협력을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세계의 공장’ 중국과 정보기술(IT) 및 서비스부문에서 경쟁력을 가진 인도의 보완적인 경제구조가 협력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라마무티 차관의 평가다. 집권 국민회의당의 알케이 아난드 상원의원은 “두 나라는 국제관계의 민주화와 세계정치의 다극화 등 21세기 신질서에 비슷한 입장”이라면서 “화해협력을 통해 양측 모두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두 나라 정치·외교분야의 전략적 협력은 지역협력체에 대한 상호 참여로 두드러지고 있다. 쿠마르 차관도 “인도가 상하이협력조직의 정식 회원이 되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면서 적극적인 자세다. 중국도 서남아시아협력회의(사크)에 옵서버 자격을 얻었다. 물론 두 나라의 협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주 인도 미국상공회의소 라시미 티와리 박사는 “인도는 미국과 유럽 등으로부터 열렬한 ‘러브콜’을 받으며 몸값을 높이고 있다.”면서 “제조업이 취약한 인도로 중국의 싼 공산품이 쏟아지고 있는데 중국 상품이 인도시장을 평정하게 놔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력 일간지 타임스 오브 인디아도 최근 인도가 국가안보의 우려 때문에 중국의 인도 투자 제한과 외환관리법(FEMA) 등을 개정하지 않고 대중국 투자협정을 미루고 있다고 전한 것도 뿌리 깊은 중국 기피증의 한 예다. 현동화 전 주 인도 한인회장은 “1962년 전쟁 때 인도는 콜카타(당시 캘커타)를 점령당할 위기를 맞았을 정도로 두 나라의 의구심과 경쟁관계는 뿌리 깊다.”고 평했다. 아난드 의원은 “인도와 중국은 모두 다 실용외교를 축으로 경제성장을 위한 평화적인 주변환경 확보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과거는 잊지 않지만 전진을 위해 내일에 더 무게를 두고 나아가려는 움직임이 막을 수 없는 대세”라고 말했다. jun88@seoul.co.kr ■ “합동 군사훈련등 전분야 신뢰 증진” |뉴델리 이석우특파원|“올해 중국과 인도는 군함을 파견해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한다. 군사분야의 신뢰증진까지 두 나라의 관계발전 속도는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뉴델리 외교지역에 위치한 주인도 중국대사관. 쑨위시(孫玉璽) 중국대사는 “중·인 두 나라가 적극적으로 관계개선에 나서고 있으며 모든 부문에 걸쳐 전략적 협력 관계의 발전을 시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관계발전은 어디까지 왔나. -신뢰증진을 위한 핵심 분야인 군사분야까지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고 연내 군함까지 파견, 해상훈련을 공동으로 실시한다.2005년부터 군사훈련에 서로 참관단을 파견하는 등 신뢰회복을 두텁게 하고 있다. ▶경제협력은 어디까지 왔나. -지난해 두 나라의 무역은 전년도에 비해 비약적으로 늘었다. 지금 속도대로라면 2010년까지 500억달러 달성은 무난하다. 투자보호협정 등 제도적 준비도 진행되고 있다. 경제분야의 진전이 다른 분야의 협력도 이끌 것이다. ▶인도 진출에서 중국의 관심 분야는. -경제 성장의 시동이 걸린 인도는 도로, 항만, 전기, 상하수도 등 부족한 사회간접자본(SOC)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상품수출뿐 아니라 SOC 건설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접근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인도의 상하이협력조직 참가가 미국에 대항하는 군사동맹으로 발전할 것이란 우려가 그것이다. -중국이 주도,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상하이협력조직은 지역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는 취지에서 결성·운영되고 있다. 미국을 겨냥하거나 반미 성향의 정치·군사안보체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인도가 이 조직에 들어오는 것은 바람직하며 환영한다. ▶국제무대에서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상충되지는 않나. -양국 모두 석유 등 자원확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협력 프로젝트 도출 등 가능한 한 경쟁을 피하고 협력 극대화 방안을 협의중이다.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상 등에서 ‘동병상련’ 처지여서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성사를 위해 전문가 그룹 발족 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 나라 다 인구만도 10억이 넘는 ‘발전중인 개발도상국’이다. 농촌빈곤화, 실업자, 에이즈 등 많은 공통의 문제를 안고 있고 그만큼 협력의 영역도 넓다. ▶인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움직임에 대한 입장은. -중국은 유엔안보리 이사국이 늘어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유엔에서 개발도상국들의 발언권이 더 확대돼야 보다 평등한 국제질서 구현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이런 차원에서 인도의 역할 확대도 환영한다. ▶카슈미르 북부지역 등 영토분쟁의 해결 전망은. -아직 국경문제를 완전히 매듭짓지 못했다. 그렇지만 지난해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인도 방문 등을 통해 해결의 틀과 원칙을 마련했다.(두 나라는 최근 몇 년 동안 인도가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을 인정하고 중국은 인도의 시킴 왕국의 영유권을 사실상 인정하는 등 관계개선의 장애물을 제거해 나가고 있다.) jun88@seoul.co.kr ■ “2020년 친디아 GDP 세계40% 육박” 친디아(China+India)의 시대는 언제 열릴까. 인도가 1978년부터 개혁·개방정책을 표방하고 달려온 ‘선발주자’ 중국을 뒤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오는 2032년 국내총생산(GDP)에서 인도는 미국·중국에 이은 3대 경제대국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모건스탠리 등은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2020년이면 중국과 인도의 GDP는 전세계의 40%에 육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인도는 아직 경제지표로 볼 때 중국의 적수는 아니다. 외국인 직접투자(FDI)의 경우 인도는 중국의 10분의1 수준.2004년 인도의 FDI는 53억달러, 중국은 606억달러였다. 수출은 중국이 인도의 8배, 저축률도 두 배 규모다. 중국은 제조업이 전체 생산에서 40% 이상을 차지하지만 인도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인도는 농업과 인프라의 수준이 세계 최하수준이다. 반면 인도는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서비스업이 전체 생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우주항공기술도 국제적이다. 인도 과기부 C R 무르티 국장은 “인도는 10∼24살까지의 청소년 인구비율이 30%로 중국(24%), 일본(15%)보다 훨씬 높다.”며 “영어와 세계 최고수준의 수학교육으로 무장한 젊은 과학인재들이 미래를 앞당기고 있다.”고 자부했다.
  • [장기국가전략보고서] 1100조~1600조 천문학적 재원 마련 과제

    [장기국가전략보고서] 1100조~1600조 천문학적 재원 마련 과제

    정부가 30일 논란 끝에 발표한 ‘비전 2030’은 장밋빛 전망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처음으로 25년 뒤 국가의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비전의 달성 여부는 별개로 치더라도 일단 국민들에게 화두를 던짐으로써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계기는 마련했다. 문제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1100조∼16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이로 인한 국민들의 추가적인 부담 정도, 국가 재정의 악화와 파장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너무 많은 내용이 나열식으로 제시돼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더욱이 대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이같은 ‘마스터 플랜’을 제시한 것이 적절한지, 차기 정부에 부담만 주는 건 아닌지 등 불필요한 정치적 억측에 휩싸일 수 있는 꼬투리를 제공했다는 비난을 받을 여지가 있다. 정부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양극화와 계층간 갈등 심화, 시급한 새로운 경제성장동력 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드러나면서 더 이상 중장기 전략을 미룰 수 없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더욱이 저출산·고령화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저출산 추세가 지속된다면 총인구는 오는 2020년,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을 정점으로 각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급격한 인구감소는 경제의 역동성을 떨어뜨리고, 이미 심각한 상황에 빠져 있는 국민연금·의료보험의 재정이 더 나빠질 수 있다.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들도 앞다퉈 급변하는 세계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적인 국가비전들을 수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손놓고 있다가는 3류 국가로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비전 2030’작업에 가속도를 붙였다. 정부는 ‘비전 2030’에 지금까지 각 부처에서 발표한 국방계획, 국민연금개혁안, 저출산·고령화대책 등을 모두 담았다. 복지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2% 정도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정부의 장기비전에는 성장과 복지는 동전의 양면이며 경제성장의 양축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기존의 물적 자본에서 인적·사회적 자본에 대한 투자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이를 위해 신뢰회복·갈등해소 등 ‘사회적 자본’ 개념을 도입한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제도혁신을 통해 국가재정이 낭비되는 것을 막고, 선제적인 투자로 비전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돈’, 보이지 않는 재원 확보 방안 문제는 결국 돈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적어도 1100조∼1600조원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2010년까지는 제도 개선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증세는 필요하지 않으며 그 이후부터는 어떤 식으로든 재원이 필요하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든, 세금을 올리든 선택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어떤 방안을 선택할 경우, 이것이 우리 세대나 미래 세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언급을 피하고 있다. 당장의 증세 논란을 비켜가려는 의도로 비춰질 수 있다. 지금도 국가채무의 적정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거센 가운데 지나치게 재정에 의존한 비전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또 정부가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2010년까지의 국민연금 개혁 등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재원소요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일부에서는 작업반이 잠재성장률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산출했다는 지적도 있다. 또 앞으로 세계가 어떻게 변할지 솔직히 예측하기 힘들고, 남북통일 등 엄청난 재원이 들어가는 주요 변수가 빠진 것도 문제다. 정부는 2030년의 통일비용을 현재 GDP의 0.1%에서 1.0%로 10배 늘렸다고 설명하지만 독일 통일의 예에서 비춰볼 때 턱없는 규모다. 25년 뒤 한국 복지의 수준을 현재의 일본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과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비전 2030’ 어떻게 나왔나 정부는 지난해 7월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조세연구원, 민간경제연구소, 대학교수 등 전문가 60여명으로 정부·민간합동작업반을 구성, 본격적인 비전 수립에 착수했다. 비전총괄·성장동력·인적자원·사회복지·사회적 자본·국제화·장기재정전망 등 7개팀으로 작업반을 운영했다. 민간작업반은 60여차례의 토론회와 5차례의 세미나, 설문조사, 국무위원 재원배분회의 보고에 이어 시민사회단체 대표 간담회 등 13개월의 작업 끝에 보고서를 완성했다. 정부는 상황 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수정·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학생체벌 금지’ 법제화 논란

    ‘학생체벌 금지’ 법제화 논란

    교육인적자원부가 학생체벌 금지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인권 차원에서 체벌을 원천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이런 문제까지 법으로 해결해야 하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학생체벌을 둘러싼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생각을 들어봤다. ●“이런 선생님,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서울 강남의 A중학교는 2003년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한 여교사가 말을 듣지 않은 학생들에게 엎드려 뻗치기를 시킨 뒤 신고 있던 뾰족 구두로 학생들의 머리를 때린 사건 때문이었다. 학부모들이 흥분했지만 정작 학교에 제대로 항의조차 하지 못했다. 당시 학부모였던 박모씨는 “선생님을 대상으로 들고일어나 큰 문제를 삼는 것은 학부모가 약자인 현실에서 엄청난 ‘명물’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경기도의 B초등학교에도 이런 여교사가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저학년들에게 심한 체벌을 주기 때문이다.2학년생에게 주먹 쥐고 엎드려 뻗치기를 시키고 발로 차거나, 수업에 방해된다며 교실 밖으로 끌어내 쫓아내기도 했다. 학부모들이 항의했지만 교장은 이듬해 해당 교사에게 1학년 담임을 맡겨 학부모들을 경악시켰다. 학부모들은 한목소리로 “언론에 보도된 것과는 별도로 폭력에 가까운 체벌이 일상화돼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 학교에 체벌과 관련해 문제 있는 교사 몇몇은 꼭 있는데, 이 교사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언어폭력도 위험수위 학부모들은 교육부가 정한 체벌 규정이 사실상 학교 현장에서 유명무실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때문에 “법으로 금지하는 한이 있더라도 폭력은 막아달라.”고 강조한다. 체벌이 교육적 차원을 넘어 폭력의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학부모 이모씨는 “교육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하지만 체벌을 풀어놓다 보니 일반화되는 것이 문제”라면서 “부작용도 있겠지만 법제화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문제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언어 폭력도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서울 강북의 C중학교에 자녀가 재학 중인 이모씨는 “일반적으로 나이 드신 분들이 신체적·언어적 체벌에 무감각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평생 가도 빌어먹을 놈’이라든지, ‘네 아버지 직업이 뭔데 이 모양이냐.’,‘거지 팔자 못 면한다.’는 등 가족사나 아이의 미래를 언급하며 꾸짖는 경우 아이들에게는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가 된다.”면서 “‘강남 아이들은 안 그런데 너희는 왜 이 모양이냐.’는 등 지역차별적인 발언도 무의식 중에 한다.”고 지적했다. ●“아이들 지도할 방법 없다” 하소연 서울의 D초등학교 김모 교사는 최근 황당한 일을 당했다. 한 학생에게 “선생님, 인생을 그렇게 살면 안 됩니다.”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그 아이가 평소 내게 불만이 많이 쌓여서 나온 행동이었겠지만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참 답답했다.”면서 “교육적 차원의 체벌로 고쳐질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체벌금지 법제화로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사들 사이에 ‘내 자식도 아닌데 왜 욕을 먹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확산될 수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교사들은 과도한 체벌에는 명백히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적 차원의 체벌에는 찬반이 엇갈린다. 체벌금지를 법제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안타까워했다. 서울 E중 송모 교사는 “의무교육인 중학교에서 마땅한 대안도 없이 체벌을 금지한다면 아이들을 지도할 방법이 없다.”며 답답해했다. 서울 F여고 박모 교사는 “체벌은 사라져야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을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면서 “무조건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했다. ●“능력 없는 교사일수록 체벌 의존” 법제화를 둘러싼 의견이 학부모와 교사를 중심으로 나뉘지만 한 가지에서만큼은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 교육부가 법제화만 서두르지 말고, 학교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G고 3학년 박모군은 “체벌 자체도 문제지만 학생들이 선생님을 보고 배워 후배들을 똑같이 때리는 등 폭력이 대물림된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면서 “법제화도 필요하지만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이냐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 원모씨는 “가르치는 능력이 떨어지는 교사일수록 체벌에 의존하는 반면, 체벌 없이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교육적으로 운영하는 반이 있다.”며 대안의 실마리를 제시했다. 체벌을 포기한 지 7년 됐다는 서울 H중 함모 교사는 “경험상 체벌은 효과가 없다.”고 전제한 뒤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 이해하고 설득하다 보니 훨씬 효과가 있더라.”면서 “결국 교사가 운영의 묘를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폭력은 또다른 폭력 낳아” vs “교단 자율성 침해우려 커” ‘사랑의 매인가, 또 하나의 폭력인가.´ 학생체벌 법제화 방안을 둘러싸고 찬반이 팽팽하다. 올해에는 교육부가 근본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찬반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법제화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무엇보다 학생 인권 보호를 강조한다. 교도소와 군대에서조차 금지하고 있는 체벌을 교육적이라는 이유로 허용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현재 교육과 시민사회, 바른교육권 실천운동,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등 학부모·교육단체와 전국교직원 노동조합,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 등이 법제화를 촉구하고 있다.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은 “공개되지 않은 채 묻혀가는 일상적인 폭력 사례들이 부지기수로, 그 결과 학부모와 학생들의 공교육 불신은 높아지고, 교사 집단을 혐오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이민숙 대변인도 “학생 인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올 하반기 중에 체벌금지 규정을 반드시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학생들이 과도한 체벌을 그대로 보고 배워 또다른 폭력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법으로 체벌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공통적인 주장이다. ●사제 신뢰회복에 걸림돌 반면 법제화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체벌 문제점은 인정하면서도 법으로 강제하는 데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학교별 학교생활 규정에 따라 체벌을 금지하거나 합리적인 사랑의 매만 허용할 수 있는데, 굳이 법으로 금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다. 체벌 대신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대안을 활용하도록 돕는 것이 훨씬 교육적인 대책이라는 것이다. 서울 S초등학교 김모 교사는 “교육적인 작은 체벌에도 교사를 신고하는 마당에 법으로 체벌을 금지한다면 생활지도를 아예 포기하는 교사들이 속출할 것”이라면서, 교사와 학생간 신뢰가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것을 걱정했다. 한국교총 한재갑 대변인도 “교사와 학생간 신뢰관계가 크게 훼손될 수 있고 교단의 자율성도 침범할 우려가 크다.”면서 “현행 학교생활규정으로도 학생에 대한 과도한 체벌을 막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체벌 정의와 법적 규정 현행 초중등교육법 18조에는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때에 법령 및 학칙에 정하는 바에 의해 학생을 징계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고 규정, 체벌을 간접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교육부는 원칙적으로 체벌을 금지하면서도 교육상 불가피한 체벌의 경우 학교 공동체 구성원의 민주적 합의절차를 거쳐 사회통념상 합당한 범위 안에서 학교 규정에 명시해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지키는 학교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교육부는 대법원의 2004년 판례에 따라 ‘용인되지 않은 체벌’을 ▲체벌의 교육적 의미를 알리지 않은 채 교사의 성격·감정에서 비롯되거나 ▲공개적으로 체벌이나 모욕을 가하는 지도행위 ▲학생의 신체나 정신건강에 위험한 물건이나 교사의 신체를 이용해 부상의 위험성이 있는 부위를 때리거나 ▲학생의 성별, 연령, 개인적 사정에 따라 견디기 어려운 모욕감을 주는 행위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외국에선 어떻게 하나 우리나라처럼 교사가 학생들에게 ‘사랑의 매질’을 하는 것이 외국에서는 가능할까? 나라마다 전통과 관습, 사제간에 대한 인식차가 있어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현재 체벌금지에 대한 법제화 기류가 적지 않게 형성된 시점이어서 외국 사례는 주목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체벌을 금지한 나라는 이슬람권 국가와 독일, 룩셈부르크, 스웨덴, 스페인, 영국, 오스트리아, 우루과이, 일본, 중국, 프랑스, 호주 등이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교원이 학생을 ‘너’라고 부르는 것도 금지할 정도로 체벌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독일도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집단 벌과 모든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체벌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 27개 주에서는 법으로 체벌을 금지한다. 하지만 텍사스, 뉴햄프셔 등 13개 주에서는 잔인한 체벌을 금지하지만 제한적으로 체벌을 허용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김창환 연구위원은 “미시간주의 경우, 학기초에 학생과 학부모에게 훈육관련 지침을 통보하는데 학생이 학교에서 비행을 저지르면 저녁에 남아서 별도 공부를 시키는 것은 가벼운 벌이고 며칠간의 정학도 있다.”고 소개했다. 교육부 서유미 국제교육협력과장도 “아이오와주의 경우, 장난을 심하게 치는 아이에게 서있게 한다든지, 평소 사용하던 화장실이 아닌 멀리 떨어진 화장실을 이용하게 한다든 지 심리적 압박은 주더라.”라고 소개했다. 이밖에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싱가포르 등도 제한적으로 체벌을 허용한다. 반면 캐나다와 태국은 체벌을 전면 허용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체벌을 교육의 최후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체벌했을 때에는 학생의 위반 행동과 체벌경위를 기록으로 보관하고 장학사 요구가 있으면 이를 언제든지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학생지도에 개인적 감정이 개입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태국은 학교 규율을 위반하거나 학생 본분을 이탈한 행위에 한해 제3자가 없는 닫힌 방에서 교사가 체벌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학생의 허벅지 뒤쪽 부위를 때리돼 표면이 매끄럽고 둥글며 직경 0.7㎝를 넘지 않는 회초리로 6대 이내를 때릴 수 있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사설] 사법부 신뢰회복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사건청탁과 관련한 금품수수혐의 등으로 구속된 조관행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사건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했다. 또 대법원은 일선 판사들의 의견수렴 및 전국 법원장 토론 절차를 거쳐 법관 감찰·징계 심사강화, 법관징계위 외부인사 참여 등을 담은 법조비리 근절대책을 내놓았다. 사법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아 사법부가 느끼는 위기의식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우리는 사법부의 이러한 자정노력이 실추된 사법부의 신뢰와 권위를 되찾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의정부와 대전 법조비리 등 국민의 믿음을 저버리는 법조 치부가 불거질 때마다 ‘뼈를 깎는 각오’로 새출발을 다짐하던 사법부의 약속을 기억한다. 하지만 다짐과는 달리 조 전 부장의 사례에서 보듯 법원 내부에서는 동료법관에게 민원을 청탁하는 ‘관선변호’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아무런 거리낌없이 지속돼 왔다. 브로커가 기생할 수 있는 자양분을 법원 스스로가 제공한 셈이다. 그래서 소송당사자들은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는 것이 아니라 연고와 청탁에 따라 잣대를 달리한다고 불만을 제기했던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 대법원장이 취임초부터 강조한 재판의 기본원칙인 구술주의와 공판중심주의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정착돼야 한다. 법관은 사법권의 독립을 위해 헌법으로 신분을 보장받고 있다. 대신 고도의 도덕률로 스스로를 제어해야 한다. 법조3륜의 정점에 법원이 자리잡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법관이 이에 상응하는 의무를 저버린다면 신분 보호막에도, 재량권에도 제한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사법부가 법조비리 근절대상으로 지목된 자체가 비극이다. 사법부가 ‘신뢰받는 사법부’를 넘어 ‘존경받는 사법부’라는 목표에 도달하려면 모든 법관들은 법복을 벗는 날까지 자기성찰과 절제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
  • [위기를 기회로 만든 노사] (3) 셰플러코리아 전주 공장

    [위기를 기회로 만든 노사] (3) 셰플러코리아 전주 공장

    전북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 전주 제2산업공단내 ‘셰플러코리아 전주공장’에 들어서면 ‘Together we move the world(우리 함께 세계를 움직여요)”라는 글귀가 방문객의 눈길을 끈다. 깔끔한 공장 내·외부, 다양한 복지시설, 성실한 조업 분위기에서 이 회사가 첨단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자동차와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각종 베어링을 생산하는 이 회사에는 29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연간 약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알짜 기업이다. 이 곳에서 생산되는 베어링은 국제품질규격을 충족하고도 남음이 있어 국내 시장은 물론 세계 각국에 수출되고 있다. ●17년간 주인 4번, 사명 6번 바뀌어 대형 기계가 가동되는 공장임에도 불구하고 2001년 환경친화기업으로 지정됐다.2004년에는 무재해 9배수 달성기업으로 선정됐고 생산성 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했다.1995년 이후 노사분규가 단 한번도 발생하지 않은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오늘의 셰플러코리아 전주공장이 있기까지는 엄청난 시련과 갈등이 있었다. 이 회사는 1989년 외국계 자본과 국내기업이 절반씩 투자해 삼미정공 전주공장으로 설립됐다. 하지만 창립 이후 17년 동안 주인이 4번, 회사 이름이 6번이나 바뀐 것만 봐도 얼마나 많은 소용돌이를 겪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회사 출발과 함께 이 회사는 강성노조와 사용자간 양보 없는 대립으로 매년 한 달에서 석 달씩 파업을 하기 일쑤였다. 89년부터 94년 12월 한화그룹에 인수될 때까지 6년 동안 되풀이되는 극심한 노사분규로 회사가 휘청거렸다. 더구나 노·사간뿐 아니라 노·노갈등으로 해마다 노조집행부가 교체되기도 했다. 회사분위기는 서로를 믿지 못하고 공격하는 살벌한 상황이었다. 매년 적자가 늘어났고 94년 누계 적자가 400억원에 이르렀다. 경영상태가 악화되고 대립적 노사관계가 계속되자 외국계 자본인 독일의 FAG가 철수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1994년 한화그룹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새로운 노사관계가 싹트기 시작했다. 먼저 사용자측에서 마음의 문을 열었다. 회사는 우선 노사화합을 위한 연간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정확히 지켜나갔다. 한평수 업무팀장은 “회사가 직원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 노사분규의 가장 큰 화근이었다.”며 “노사간 신뢰회복이 가장 큰 과제였다.”고 말했다. ●매월 경영상태 근로자들에 공개 최고경영자는 매월 월례조회에서 생산, 판매, 이익 등 회사의 경영상태를 근로자들에게 공개했다. 다국적 회계법인을 통해 투명한 결산시스템을 운영하고 경영과 생산과정에 근로자를 참여시켰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노사화합이 최우선 과제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했다. 전 사원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 노사협의회 활성화, 사원아파트 간담회, 기숙사 간담회, 동호회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회사의 모든 정보는 사원뿐만 아니라 사원 가족들에게도 공개해 ‘우리 회사’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공장장과 사무직, 노조지부장, 생산직 전사원이 매주 1회씩 자기 기계를 청소하는 ‘마이머신(My Machine)제도는 주인의식과 노협력문화 창달에 크게 기여했다.1998년에는 전문기관에 의뢰해 노사관계 진단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연2회 100문항의 사원만족도 설문조사를 실시, 그 결과를 사업계획과 경영계획에 반영하고 있다. ●집단 성과제… 3년만에 회사 정상화 노조위원장의 제안으로 99년부터 집단적 성과배분제를 도입한 것도 이 회사의 특징이다. 노사가 서로 한발씩 양보하며 회사살리기에 나선 지 3년이 흐르자 회사는 노조를, 노조는 회사를 신뢰하고 인정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에 이르렀다.93년 자본을 철수했던 FAG는 회사가 정상화되자 98년에 재투자를 했다. 12%에 이르던 이직률이 최근에는 정년퇴직 이외에 단 한사람도 떠나지 않는 안정된 직장으로 변했다. 노사관계 안정이 회사발전과 노동시장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올해는 단체협약에서 임금을 4.8% 인상하고 57세인 정년을 59세로 연장하며 55세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신동관 노조사무장은 “IMF를 겪으면서 근로자들도 외국자본이 철수하면 어떤 위기가 오는지 인식하게 됐다.”면서 “한국기업과 문화가 달라 어려움도 있지만 우리가 많은 양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7·26 재보선 3黨3色] 與, 靑출신도 승리 장담못해 속앓이

    7·26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임하는 열린우리당의 심기가 편치 않아 보인다. 선거가 치러지는 네 곳 가운데 어느 지역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이 가운데 서울 성북을(조재희 후보)과 경기 부천 소사(김만수 후보)에 희망을 걸고 있는 눈치다. 그러나 두 지역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출마하기 때문에 예상보다 나쁜 결과가 나오면 여당으로서는 훨씬 가혹한 평가에 직면할 수 있다.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견해차를 보면 여당의 고민을 들여다볼 수 있다. 당 차원의 총력지원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는 반면 어려운 당 여건으로 집중지원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전자는 당 대 당 구도로 만들어 국민의 신뢰를 가늠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의원과 지도부가 전면 결합하는 선대위를 구성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철저하게 인물 위주로 선거전을 펼쳐 후보와 해당 선대위 중심으로 준비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형준 국민대학원 교수는 “지방선거가 끝난 지 두달 만에 대국민 신뢰회복이라는 목표를 잡는 것 자체가 착시 현상이다. 정기국회에 대비하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사설] 서해 NLL 조정논의 국민이해 구해야

    판문점에서 진행되는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관련해 남북 양측의 변화된 입장이 개진됐다. 북측은 서해 5도에 대한 남측 주권을 인정하되,NLL을 양측 수역의 중간으로 재설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남측은 국방장관 회담에서 논의하자고 역제의했다. 어제 열린 두번째 회의에서 북측이 이를 거부해 진전을 보지 못했으나 주목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서해 5도가 엄연히 우리 영토라는 점에서 북측의 새삼스러운 주권 인정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고 본다. 다만 그들이 내세운 조정안이 현실적으로 진일보한 점은 평가할 수 있겠다. 그러나 거듭 강조하지만 NLL 논의는 남북기본합의서에 의거, 남북간 군사적 신뢰회복이 이뤄진 뒤에 다룰 사안이다. 공동어로수역 설정과 안전보장, 우발충돌 방지방안 등 실천적 과제들이 마땅히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영해주권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실무 성격의 장성급회담에서 다루자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북측은 2004년 3월이후 네 차례의 경협추진위에서 거듭 합의한 철도시험운행을 NLL문제를 내세워 지연시킨 전력이 있다. 지난주 어렵게 이뤄낸 경의선·동해선 시험운행 합의마저 이 문제로 또 무산시키려 해선 결코 안 된다. 오늘 열릴 마지막 회의에서 공동어로수역 설정 등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실천적 과제들을 논의하는 데 성의를 보이기 바란다.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 합의 등 고조돼 가는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일만은 자제할 것을 북한 군부에 당부한다. 정부에도 묻는다.NLL문제를 국방장관회담에서 다루자는 제의의 의미를 명확히 해야 한다. 많은 국민이 정부 입장이 바뀐 것인지 의아해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제도적 양보’ 발언이 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구구한 억측으로 소모적 논란을 가중시킬 필요는 없다. 신뢰 회복을 위해 전향적 자세를 보일 생각이라면 이를 국민에게 소상히 밝히고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 “한국 직판시장 신뢰회복이 우선”

    “한국 직판시장 신뢰회복이 우선”

    “세계 3위 규모로 급성장한 한국 직접판매시장은 이제 신용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한국을 방문한 트루먼 헌트 직접판매세계연맹(WFDSA) 회장은 24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를 포함한 직접판매시장에서는 업계 전반의 윤리의식을 높여 소비자의 신뢰도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스킨 엔터프라이즈 사장으로 지난해 세계연맹 회장으로 선출된 헌트 회장은 “한국 판매자들의 열성적인 노력으로 한국 시장 규모가 미국과 일본 다음에 이를 정도로 커졌는데, 이는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무척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헌트 회장은 “한국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법 규제가 비교적 심한 편”이라고 지적하면서 “소비자 보호 측면의 규제 마련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직접 판매자들의 의견이 반영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특히 극소수의 비윤리적인 판매업자들로 인해 직접 판매 시장 전체가 소비자로부터 부정적인 시선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함께 참석한 한국직접판매협회 박세준 회장은 “지난달 ‘윤리강령선포식’을 개최했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협조 아래 위원회를 구성해 비윤리적인 판매자는 협회에서 영구 제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盧대통령 총리 사퇴 수용할듯

    盧대통령 총리 사퇴 수용할듯

    이해찬 총리 거취를 둘러싼 여권의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열린우리당이 14일 노무현 대통령의 귀국 직후 이 총리의 사퇴를 공식 건의할 예정이고, 노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르면 16일을 전후해 이 총리의 거취가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이와 관련, 정동영 의장은 노 대통령과의 면담을 위해 15일과 16일 오후 일정을 아예 비워놓고 청와대와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 총리도 13일 대국민 사과를 하는 등 사퇴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져 노 대통령의 최종 선택이 주목된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귀국하는 대로 당 안팎의 바닥 민심과 소속 의원들이 수렴한 지역 의견 등을 취합, 이 총리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뜻을 보고키로 했다. 열린우리당이 지난 10일 일반인 1500명을 대상으로 자동응답시스템(ARS)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62∼63%가 사퇴 불가피로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13일에는 마지막 여론조사를 벌였다. 정동영 의장은 이날 “최근 이 총리와 관련해 당내외에 걱정과 우려가 많이 있었다.”면서 “5·31지방선거로 가는 길에서 지금이 최대 위기”라며 이 총리 거취 결정 이후 당의 신뢰회복을 강조했다. 이 총리는 이날 정부중앙청사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사려깊지 못한 행동으로 국민에게 미안하다.”며 거듭 국민에게 사과했다. 이 총리는 “앞으로 신중하고 사려깊게 행동해야 한다는 자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강진 총리 공보수석은 사의 표명이라는 해석에 대해 “의례적인 발언”이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이 총리의 자진사퇴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노 대통령에게 거취 문제를 백지위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도 노 대통령의 귀국 직후 자체 조사결과를 보고할 계획이다.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우리가 파악한 사실관계, 의혹의 실체, 각종 의혹에 대한 판단 등을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형식이야 어떻든, 여권 양대 실세의 한 사람인 이 총리가 낙마하게 되면 여권의 세력구도에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라면서 “노 대통령으로서는 분권형 총리의 적임자를 잃은 데 따른 국정운영의 차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구 장세훈기자 ckpark@seoul.co.kr
  • 다단계 판매업체 윤리강령 선포

    다단계 판매업체들이 윤리강령을 마련하고 자율적인 정화 작업에 나섰다. 다단계 판매회사들의 모임인 한국직접판매협회(회장 박세준)는 22일 서울 서소문동 명지빌딩에서 회원사 임직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뢰회복 윤리강령’ 선포식을 개최했다. 올해 공정거래정책의 기본방향인 ‘시장의 자율규제시스템’에 부응해 윤리강령을 선포한 것은 업계에서 처음이다. 이들은 “이윤증대만을 위해 저질 상품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판매행위를 삼가며 건전한 직접판매 육성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중계석] 북한이 어부지리 챙기고 있다/에이던 포스터 카터 영국 리즈대 교수·북한전문가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국과 미국사이의 불협화음으로 북한이 어부지리를 챙기고 있다. 한·미간 대북공조의 균열이 드러나면서 김정일(국방위원장)의 북한만 이득을 얻고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영국 리즈대학의 북한 전문가 에이던 포스터 카터의 이같은 내용의 기고를 실었다. 그는 부시 정부가 지난 5년 동안 일관된 대북정책을 수행하지 못했으며, 한국 정부는 ‘북한 형제’의 악행을 아예 보려고 하지도 않고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말하려고 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 북한의 핵 위협 해소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었던 부시 정부는 지난해 가을 평양의 달러화 위조문제를 “발견했다.”며 제재를 했다. 이는 북한에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거부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북한의 달러화 위조의혹은 10년 넘은 해묵은 문제지만, 새삼 이를 전면에 들고 나온 것이다. 이 때문에 부시 정부의 위폐의혹 제기가 대북 포용정책에 반대하는 미국 강경파의 음모일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공격한 부시 대통령의 강경발언은 포용정책을 좋아했던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의 희망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또 6자회담을 되살려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워싱턴 매파의 공격을 받고 궁지에 몰리기도 했다. 미국의 정책도 문제지만 북한의 불법행위에 눈감고 있는 한국의 대북정책도 나을 게 없다. 피를 나눈 형제라면 모든 잘못은 덮어지는가. 한국은 2003년 6월 미국, 일본과 함께 북한의 위폐 행위를 비난하는 대열에 동참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한국정부는 북한 위폐 의혹을 얼버무리고 있다. 또 유엔에서 북한 인권침해에 대한 규탄결의안에 기권하고 탈북자를 실망시키는 정책을 쓰고 있다. 한국정부는 “평화정착과 신뢰회복이 우선”이라고 항변하지만 ‘무조건적인 당근정책’은 단순히 북한의 현상을 정당화하고 지지하는 위험이 있다. 한국과 미국이 공개적으로 다투고 있는 동안 ‘경애하는 지도자(김정일)’는 중국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중국이 핵문제나 위폐 의혹과 관련된 압력을 가했다는 징후는 찾기 어렵다. 이같은 상황은 미국의 북한 다루기에 현실적인 걸림돌이다. 북한의 주변국가들은 모두 북한과 좋게 지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근과 채찍을 균형있게 사용하는 일본조차도 새로운 양자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라크와 이란 문제에 발목이 잡혀있는 미국은 북한 다루기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고 무기력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동맹국인 한국을 잃어버릴 위험을 자초하고 있다. 북한을 다루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어려운 처지에 빠져야 될 이유도 없다. 북한을 다루는데 몇가지 기본 원칙을 가질 필요가 있다. 첫째로 결과와 수단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말장난이 아닌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해결할 현안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한다. 셋째, 미국은 동맹국들과 굳건한 공조를 이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김정일이 그 사이를 파고들 것이다. 이런 원칙들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면 김정일은 과거 그의 아버지 김일성이 옛 소련과 중국사이에서 이득을 취했듯이 뒤로 물러앉아서 중국과 한국의 단물만 빨아먹을 수 있을 것이다. 에이던 포스터 카터 영국 리즈대 교수·북한전문가 정리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사설] 서울대의 ‘정직과 성실’ 새 출발 다짐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어제 황우석 교수 연구팀의 논문조작에 대해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정 총장은 이 사건을 “진리탐구를 본연의 사명으로 하는 대학사회에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학문적 범죄행위”라고 규정했다. 정직과 성실을 잃어버린 과학은 더 이상 과학일 수 없다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 국익을 명분으로 ‘결과 지상주의’에 함몰된 사회 전체의 책임 또한 작지 않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논문조작에 가담한 연구자들에 대해서는 엄정한 처리를 약속했다. 황 교수 사건에 대한 1차적 책임이 있는 서울대가 조사위원회를 통한 엄격한 검증과 함께 국민에게 사죄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정 총장의 언급대로 이 사건은 일과성 비극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뼈를 깎는 노력과 자정의 실천만이 서울대를 살리고 과학계를 도약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서울대 내에 또 다른 학문적 범죄는 없는지, 총체적으로 살펴보고 걸러낼 필요가 있다. 논문의 조작을 항구적으로 막기 위해 서울대가 구상 중인 ‘연구진실성위원회’를 획기적이고 상시적인 자체 검증시스템으로 구축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서울대가 국민에게 약속한 ‘정직과 성실’ 다짐을 지켜보고자 한다. 사과보다 더 어려운 게 실천이다.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하고 신뢰회복의 계기를 만들기 바란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정작 황 교수 자신은 이번 사건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그는 조사위의 최종 조사결과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고 한다. 조만간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는데, 명백한 논문조작에 대해 진정한 사과와 함께 진실을 말할 마지막 기회라고 본다.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은 정부와 정치권도 특별감사·국정감사 운운에 앞서 성의있는 반성부터 하는 게 도리다.
  • [시론] 식품안전, 농장에서 식탁까지/양병우 전북대 농업경제학 교수

    [시론] 식품안전, 농장에서 식탁까지/양병우 전북대 농업경제학 교수

    ‘기생충 알 김치’ 파동으로 다시 식품안전 행정의 일원화 문제에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만두 소’ 파동 때에도 같은 논란이 무성했으나 결과는 흐지부지됐다. 연례행사처럼 식품안전 문제가 터질 때마다 우리는 행정의 일원화에만 매달리고 있다. 식품안전 행정체계가 다원화돼 끊임없이 사고가 발생한다고 믿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8개 부처에 분산된 식품행정을 일원화, 책임행정을 구현해야 한다는 주장이 반복되고 있다. ‘먹을거리’에는 두가지 실질적 요소가 있어야 한다.‘안전’과 ‘안심’이다. 안전이란 ‘유해나 위험이 전혀 없는 상태’이다. 하지만 모든 식품과 농산물은 각종 미생물이 살고 있는 토양과 물에서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유해요인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더라도 유해인자를 100% 없앤 ‘무균상태’로 만드는 ‘절대안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유해물질이 인체에 해롭지 않게 줄여 나가야 한다. 이같은 관점에서 과학자들이 말하는 안전은 위험을 최소화하거나 무시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위험을 확률로 나타내기도 한다. 예컨대 ‘기생충 알 김치’로 감염될 가능성은 백만명 중 한 명이라고 표시한다. 안심은 ‘마음이 편안해 걱정이 없는 상태’이다. 안심의 정도는 사람들이 느끼는 우려라는 ‘감정의 강도’에 따라 다르다.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안심은 ‘사회가 제공하는 정보의 신뢰성과 사회시스템의 투명성’에 좌우된다. 보통 식품정보의 투명성이 보장되면 신뢰성도 높아진다. 우리 사회는 과거에 비해 과학이 훨씬 발달했고 식품안전과 보건위생의 수준도 급격히 상승했다. 때문에 ‘기생충 알 김치’와 ‘만두 소’ 파동이 과거보다 못한 식품안전 때문에 발생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도 ‘식품오염’ 사건들이 전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까닭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수준이 급상승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최근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과 우려감이 증폭되는 이유는 안전 차원이기보다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식품정보의 제약성으로 신뢰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들이 식품안전과 정책개혁의 초점을 소비자 신뢰회복에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전 수준을 높이는 것도 시급하지만 우리가 안고 있는 식품안전 제도개혁의 과제는 실추된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현재 식품 선진국에서 실행되고 있으며,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가 각국에 권고하는 ‘위험(위해성)평가기능’을 식품안전 행정조직에서 분리할 필요가 있다. 이는 보건복지부 산하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식품안전평가부와 국립독성연구원,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등에 분산된 위험평가 조직과 인력을 통합, 국무총리실 소속의 새로운 독립기관으로 설치하는 것을 뜻한다. 이같이 행정부로부터 독립한 ‘위험평가기구’는 식품안전과 관련한 행정부의 법률과 정책에 과학적·기술적 자문을 해주고 위험정보의 교환과 공개 등으로 소비자들의 신뢰회복에 힘써야 한다. 아울러 식품과 관련한 기준과 규격의 설정, 검사·검역 및 단속 등 식품안전 관리행정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통합해야 한다. 선진국에서 내세우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즉 논·밭에서부터 가공장과 유통업체를 모두 일괄 관리하고 문제 발생시 역추적과 재발방지를 담보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춰져야 한다. 선진형 식품안전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김치파동’ 등이 주는 교훈의 실체를 올바르게 파악, 혁신적인 마인드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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