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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동맹의 질 격상틀 마련

    |워싱턴 진경호특파원|20일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는 신뢰회복을 통한 동맹 강화라는 목표와 이를 뒷받침할 실질적 협력과제들이 포괄적으로 제시됐다. 지난 노무현 정부 5년간 한·미 관계가 동맹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상호 신뢰에 적지 않은 금이 갔다는 두 정상의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치고 부시 대통령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미 동맹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동맹으로 작동해 왔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국제 정세와 안보 수요가 급변함에 따라 한·미 동맹도 새롭게 변화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고 말했다.‘21세기 전략동맹’이라는 미래지향적 관계를 추구해 나가면서 손상된 신뢰도 치유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략동맹’의 개념을 지속성, 포괄성, 능력증대, 우선순위 등 네 가지로 설명했다. 한마디로 동맹의 폭과 깊이를 더한다는 얘기다. 양국은 이를 토대로 ‘한·미 동맹 미래비전’을 가다듬어 나갈 예정이다. 양국은 오는 7월로 합의한 부시 대통령의 방한과 2차 한·미 정상회담 때 미래비전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한·미 동맹의 범위를 군사·안보분야뿐 아니라 정치, 경제, 외교, 문화 등 양자간 전반적인 관계로 확대 심화하고, 지역적으로도 한반도에 국한된 상호방위조약이 아니라 동북아 및 다자 질서, 국제안보를 포함한 범세계적 문제에 대한 협력으로 발전시켜 한·미 간에 다층적이고 포괄적인 동맹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두 정상이 확인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한·미 FTA를 바탕으로 한 경제협력 외에 연내 미국 단기비자 면제를 통한 인적 교류 확대, 기후변화와 에너지·환경 분야에서의 공조 등으로 동맹의 질이 격상되는 것이다. 특히 올해 감축하기로 했던 주한미군 3500명을 동결하기로 한 점은 향후 동맹이 안보분야에서도 더욱 공고해질 것임을 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두 정상이 이날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6자회담을 통한 단호하면서도 철저한 공조를 다짐한 점도 주목된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은 핵을 신고하고 플루토늄을 해체하고, 핵활동의 모든 것을 공개해야 한다. 과연 북한이 이를 이행했는지는 우리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북핵 신고는 적당히 넘어갈 수 없다. 아울러 성실히 검증받아야 한다.”며 조속하고 성실한 신고와 철저한 검증을 강조했다. 한·미간 틈을 파고들려는 북한의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을 무력화하는 자세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이 대북 핵심정책인 ‘비핵·개방 3000구상’과 최근 워싱턴포스트지와의 회견에서 제안한 남북연락사무소 설치에 대해 부시 대통령의 지지를 이끌어낸 것도 의미가 적지 않다. 자칫 북한에만 변화를 강요한다는 일각의 비난에 직면한 새 정부로서는 한·미간 공감대를 바탕으로 보다 강력하게 기존 노선을 추진할 동력을 확보한 셈이다. 두 정상간 다양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일부 민감한 사안은 이날 합의에 이르지 못했거나, 합의 수준을 정부 차원으로 낮춘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논란이 대표적으로 이미 양국은 군사당국 간에 50%씩 분담에 사실상 합의하고도 이날 구체적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문제도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국제외교에서의 공조’라는 표현에 가려졌다. 이미 새 정부가 한국의 경제규모에 걸맞은 글로벌 외교를 펼쳐나가기로 한 만큼 사실상 아프간 재파병도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jade@seoul.co.kr ■ MB 부시 공동기자회견 문답 “남북정상 당장 만나자는 건 아니다” “한국 美무기구매 지위격상 지지” |캠프데이비드(미 메릴랜드 주) 진경호특파원|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20일(한국시간)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회담결과를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아주 유익한 이야기를 가슴을 열고 허심탄회하게 했다는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주한미군 전력을 현재 가장 적절한 수준으로 판단해 그 규모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의 현안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한·미는 조속한 비준을 위해 노력할 것을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회담은 양국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고 화답했다. 그는 “한국은 무기구매에 대해 지위를 격상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나토와 같은 기술접근을 요구했는데 저는 강하게 지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 ▶남북 연락사무소 설치를 제안했는데 후속조치는 무엇이며 언제 제안할 것인가. 남북정상회담 여부는. -이 대통령 미국에 오기 전에 국내에서 관계된 분들과 많이 협의한 사항이다. 평양, 서울 양쪽에 연락사무소를 두는 것이 좋겠다는 점에서 제안한 것이다. 핵을 폐기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항상 남북 정상이 만나게 될 것이고, 화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면 만나겠다는 기본적 자세를 이야기한 것이지 당장 남북정상회담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북한이 작년에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기로 합의했는데 아직 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신고를 할 의도가 있는지, 아니면 지연작전이 아닌지 의견을 묻고 싶다. -부시 대통령 어쩌면 지연작전일 수도 있다. 투명하지 못한 국가는 (내부에) 여러 가지 반대 의견들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시험을 해보는 것 같다. 관계를 시험하면서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5개국이 단일 목소리를 낼 것이냐에 대한 시험인데, 우리는 진전하면서 6자회담 내에서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이다.5개국은 이미 결정을 내렸다. 앞으로 나가는 프로세스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약속을 지키고 검증 가능한 방식의 신고를 해주길 바란다. -이 대통령 북한 사회를 잘 이해하면 이렇게 지연되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북한을 상대로 하는 건 인내가 필요하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6자회담을 통해 해결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고 지금이 신고와 검증하는 차례라서 매우 중요한 시기다. 가장 성실하게 신고하고 검증받는 게 북한을 위해서, 체제를 유지하고 북한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가장 좋은 기회라고 북한에 얘기하고 싶다. ▶미국은 영국, 일본, 나토 등과 여러 형태의 다양한 동맹을 갖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은 어떤 수준의 동맹인가. 미국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현안과 관련해 어떤 새로운 조치를 취할 것인가. 그리고 북핵 해결을 전제로 임기 내에 이명박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같이 만날 용의가 있는가. -부시 대통령 없다. 마지막 질문에 대해 말하자면 만날 용의가 없다. 21세기 전략적 동맹관계, 그게 말이 되는 것 같다. 저는 이 회담이 우리 동맹관계를 더욱 강화했다고 확신한다. 이번 회담은 한·미 동맹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jade@seoul.co.kr ■ 이대통령 방미 뭘 남겼나 한·미 훼손된 신뢰 회복 성과 쇠고기 완전개방 비난 목소리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첫 방문치고는 많은 수확을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4박5일 동안 30여개에 이르는 살인적인 일정이 이를 뒷받침한다. 우선 두 나라가 ‘21세기 전략동맹’에 원칙적으로 합의함으로써 그동안 적잖게 훼손됐던 양국의 신뢰기반을 다졌다는 점이다.6자 회담의 틀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에 공조하자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은 큰 성과다. 새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기조인 ‘비핵 개방 3000 구상’에 대해 부시 대통령의 지지를 얻어낸 것은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시도를 무력화하는 방어벽을 쌓은 셈이다. 또 두 정상이 주한 미군기지 이전 및 재배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된 합의사항을 원만히 이행하기로 합의한 점과 주한미군 수를 동결하고 미국의 대외군사판매제도(FMS)의 한국 구매국 지위를 격상하기로 한 것에 의견을 같이한 점도 성과로 꼽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미 의회 비준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해 부시 대통령이 의회 비준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합의한 것도 성과다. 그러나 이번 방미기간중에 미국에 쇠고기 수입 완전 개방을 허용한 점은 실점(失點)으로 꼽힌다.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은 됐으나 협상의 수준을 벗어나 ‘거저 내놓은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에 논의된 한·미동맹에 대한 합의가 원론적인 단계에 그쳐 앞으로 논의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도 예상된다. 특히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률 재조정 문제는 앞으로 두 나라 간의 신경전을 예고한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한국경제 재도약의 길] (4) 개방을 겁내지 말라

    [한국경제 재도약의 길] (4) 개방을 겁내지 말라

    2∼3년 안에 우리 경제는 전방위 개방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세계 각국과의 동시다발적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발효가 예고되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임기 동안 개방화는 더욱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그동안 보호와 지원 대상이었던 농업, 금융 등 경제 각 부문이 글로벌 경쟁의 전면에 노출되게 된다. 먼저 변화하지 않으면 변화를 강요당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열린 빗장’에 두려움을 갖고 회피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 신성장 동력을 찾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농업> ●‘가격→가치´ 패러다임 전환하라 농업 분야는 개방화에 따른 ‘피해 1순위’로 인식된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미개척 분야가 많은 ‘블루오션’이다. 이에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수출 농업’ 전략으로 개방화 파고에 맞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상대국 시장 또한 개방되는 것이기에 국내시장과 해외시장을 통합된 하나의 시장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가격’에서 ‘가치’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 김병률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더 이상 미국 등 해외 농업국과의 구도를 ‘헤비급 대 플라이급 대결’로 보면 안 된다.”면서 “소비자들은 이제 싼 가격이 아닌 품질과 안전성, 맛, 브랜드가 우수한 제품을 찾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농산무역’이 재배한 파프리카가 일본에서 중국산 등을 제치고 석권할 수 있었던 요인도 품질경쟁력 때문이다. 특히 우리 고유의 음식 문화의 세계화와 연계한 농식품·식자재 수출을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 연구위원은 “중국 인구 중 1억명이 우리와 생활 수준이 비슷하고 일본이란 거대 시장도 가까이 있어 수요처를 해외로 돌리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국내적으로는 미래학자 제르미 리프킨이 언급한 ‘공장형 농업생산’으로 농업의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평균 재배면적 0.5㏊의 소규모 영농으로는 공급 기반이 불확실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 지원도 업그레이드가 시급하다. 송백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은 “소득보전 정책보다는 신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키워주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국제경쟁력 업그레이드 기회 금융 분야도 ‘우물안 개구리’의 한계를 탈피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 국내에선 이미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다. 한·미 FTA 협정 등으로 금융시장 개방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까워질 전망이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금융회사들 사이의 경쟁을 심화시켜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또한 우리 금융기관들의 미국 진출 환경이 개선돼 국내 금융의 세계화에 기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 FTA로 국내 금융규제가 투명해지면, 양국간에 ‘신뢰’수준을 높여 국내 금융회사들이 미국에 진출할 때 영업 여건 개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감독당국이 한국을 포함해 주요 28개국을 적절한 금융감독이 이루어지는 국가로 분류하고 있지만 FTA가 발효될 경우 금융규제 투명화로 신뢰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뉴욕주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에 대한 ‘자산유지 의무비율 폐지’가 결정됐다. 이는 미국에서 영업하는 데 따르는 자산관리 비용을 절감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미국시장에서 국내 은행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제조업> ●선진국 원천기술 흡수해야 제조업 분야도 개방화에 따른 열매를 최대한 수확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특히 산업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부품·소재산업 분야에서 선진국의 원천기술을 잘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기계·정밀화학, 의약품 제조업 등 일부 부문이 단기적으로는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쟁력만 갖추면 세계 시장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효율적인 구조조정과 틈새시장 구축이 얼마나 빨리 이루어지는지 여부가 성패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개방화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에 위협이자 더할 나위 없는 기회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현재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은 미미한 실정이다. 산업연구원(KIET) 등에 따르면 중소기업 중 해외시장을 가진 기업은 24.5% 수준에 불과하다. 때문에 중소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시장 개방에 대비한 방어와 함께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는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과당경쟁을 피해 새로운 수요처를 마련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이영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협소한 내수시장에서 대기업 하도급 등 과당경쟁을 벌이는 중소기업들이 세계 거대 성장시장으로의 진출을 통해 국내 의존도를 낮추고 대형화·전문화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 기술 선진국과의 기술협력 등을 통해 혁신기반을 강화하는 등 기회요인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소기업들도 시장 개방을 두려움이 아닌 새로운 기회로 보는 분위기다. 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약 79%의 중소기업이 FTA 체결이 긍정적이거나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봤다. 특히 한·미 FTA 경우 수입품의 80%가 자본재·중간재이기 때문에 이를 수출 부품으로 활용하면 수출 가격 인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시계 제조업체 로만손 관계자는 “스위스에서 핵심 부품을 수입하는데, 한·EU FTA 효과로 적지않은 이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소영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세계 금융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미래의 반도체’는 제조업이 아니라 금융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아시아 금융허브의 지속’을 강조하는 이유다.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현재 은행·증권·보험·자산운용사 등이 해결해야 하는 것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자산규모의 확대와 전문성 확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회사들의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인력확보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5대 증권사의 총자산 및 자기자본 규모는 미국 5대 투자은행의 각각 1.3%,6.7%에 불과하다. 특히 자기자본의 수준은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능력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소 5조원 이상의 덩치가 필요하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규모면에서 세계 금융시장에서 밀린다. 그러나 눈깜짝할 사이에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본시장 내에서의 M&A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자본의 금융진출을 허용하는 금산분리 완화 정책도 은행·증권사들의 ‘빅뱅’을 통한 몸집키우기를 도와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규모만 키운다고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는 것도 아니다. 일본 은행들의 경우 1980∼90년대 자산규모로는 세계 100대 은행에 다수 합류했지만, 금융의 후진성을 극복하지 못했다. 전문성도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유럽의 이름있는 은행들도 세계적인 미국계 IB들과 같은 영업을 시도했으나, 대부분 실패했다. 특히 영국의 바클레이스뱅크 등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거나,M&A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금융계에서는 스위스계의 CSFB정도가 유럽계 중 드물게 IB뱅크로 성공한 케이스로 손꼽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사장은 “투자은행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한데, 이들을 해외에서 영입할 수 있는 시스템도 거의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선진국의 투자은행들은 과감한 인센티브를 부여해 고급인력을 확보하는데 국내는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 금융계는 보수적 관행으로 인력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금융계의 한 인사는 “하버드 경영학과를 나와서 미국 헤지펀드에서 3∼4년 경험을 가진 재미교포를 영입하려고 했다. 그쪽에서는 연봉이 적어도 한국에서 근무하고 싶어했는데 도저히 최저 수준의 연봉도 맞출 수가 없어서 포기했다.”면서 “싱가포르에서 연봉이 10억원이라는 풍문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금융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은행·증권·자산운용사 등을 살펴볼 때 현재의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에서 발생한 위기를 ‘미래에셋’이 잘 넘기면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하면서 “제조업도 마찬가지로 내부에서 성장한 힘으로 해외에 진출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소한 국내에서 성공해야만 해외의 브랜드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IB가 성공할 수 있는 관건은 든든한 네트워크를 통해 투자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어야 하는데, 지명도가 높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플레이어라고 하지만, 우리가 선진시장에서 싸워 이길 능력은 거의 없다. 따라서 중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동유럽 등 신흥시장을 선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노무현정권 5년 명암] 분야별 평가

    [노무현정권 5년 명암] 분야별 평가

    ■정치 분야 참여정부 5년은 노무현 대통령의 끊임없는 ‘정치 실험’으로 채워졌다. 탈권위주의를 이뤄냈다. 국정운영을 공개하고 비선 정치를 청산하는 데도 주력했다. 개별적으로 보고되던 부처 업무현안을 국무회의석상에서 공개적으로 처리하게 했다. 임기 초 평검사들과의 공개토론도 파격이었다. 권력형 부정부패로부터 벗어났다. 돈·관권선거가 사라졌다. 참여정부 국정운영백서에 따르면 17대 총선에서 선거법 위반 적발 건수는 6402건으로 16대 총선의 두 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도 중요한 화두로 던졌다. 지역주의 청산과 연결된다. 행정복합도시와 공기업 지방이전, 지역혁신 클러스터 등이 대표적이다. 정치적으로는 지역주의 정당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토대를 구축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의석은 영남권을 제외하고 대체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노 대통령은 임기 내내 현행 소선거구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선거구제 개혁과 개헌 필요성을 역설하는 데 집중했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참여정부의 정치를 “총재 정치·1인 정치로 상징돼온 3김(金)체제를 혁파하는 데 주력했다.”고 요약했다. 그러나 ‘미완의’ 정치 실험은 결국 혼선의 정치로 귀결됐다. 방향은 일부 옳았지만 방법이 성급했고 정교하지 못했다. 자갈밭에 씨앗을 뿌린 셈이었다. 지역주의 정치 타파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내세우며 거론했던 대연정 제안은 오히려 전통적 지지층의 등을 돌리게 했다. 측근정치·보스정치를 단절하기 위해 도입했던 당·청 분리와 청와대 정무수석 폐지도 마찬가지다. 당의 자생적 구조가 마련되지 않은 탓에 집권 여당을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두는 데 실패했다. 당내 차기 대권주자들을 내각에 앉히면서 당·청이 동반 추락하는 결과로 돌아왔다. 대통령도 집권 기간 동안 두 번이나 탈당하는 등 불안정한 리더십을 보였다. 5년 내내 당청갈등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대결적 여야 구도가 심화됐다. 정치권은 물론, 대국민 소통 부재를 낳게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집권당이 무력화된 탓에 정부 정책을 국민에게 설득해야 하는 정당 본연의 역할을 놓쳤다.”고 평가했다. 오만하다는 비판이 따라다녔다. 지난 2005년 8월, 당시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이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있는데, 국민들은 독재시대 문화에 빠져 있어 의사소통이 안 된다.”고 한 말이 이를 극단적으로 드러낸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대외관계 분야 노무현 정부의 대외관계는 북핵 6자회담 진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지난해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로 상징되는 대북정책이 대외정책과 손발이 맞지 않아 한·미관계에도 상당한 손해를 미쳤고, 일본·중국 등 다른 4강과도 적지 않은 마찰을 빚는 등 아쉬운 점이 많았다는 평가다. 참여정부 출범 초기부터 대미관계에서 드러난 ‘자주파’와 ‘동맹파’의 갈등, 동북아 균형자론 등은 결국 한·미동맹 진전과정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한·미간 오랜 현안이었던 주한미군 재배치, 방위비 분담, 용산 미군기지 이전, 전시작전권 전환 등이 상당부분 해결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에서 양국간 적지 않은 갈등을 야기, 한·미동맹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일본·중국과도 호혜적 우호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권 초기 우호적으로 시작했던 일본과의 관계는 일본측의 독도 영유권 주장,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배타적경제수역(EEZ) 갈등, 역사교과서 및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이 잇따라 대두되면서 급속도로 냉각됐다. 이에 따라 한·일 정상간 ‘셔틀외교’가 전면 중단되는 등 불편한 관계로 바뀌게 됐다. 중국과도 한동안 동북공정(東北工程) 등 역사문제로 상당한 마찰을 빚었다. 탈북자 문제 등도 양국 관계 진전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중국의 역할을 고려, 정치·경제적 교류를 확대함으로써 협력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했다는 평가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교육 분야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은 ‘낙제점’에 가깝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엘리트주의에 맞서 교육평등화에 초점을 맞췄지만, 학생들의 학습의지를 떨어뜨리면서 학력저하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았기 때문이다. 교육을 통한 가난의 대물림을 막고 계층이동을 지향점으로 내세운 교육 평등주의는 열매를 맺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추구해야 할 과제다. 2003년 7월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 설치로 시작된 참여정부 교육개혁정책은 ‘파격’으로 일관했다.‘서울대 폐지’ 등 대학의 서열 구조 타파와 기득권 폐지를 외치는 인사들이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했다.2004년엔 수능 9등급제 도입,2006년 외고 운영 개선 방안 등 교육개혁안이 쏟아졌다.2008학년도 입시에 처음 적용된 수능 등급제는 교육정책의 실패를 보여주는 하이라이트다. 변별력을 갖추지 못하면서 학생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죽음의 트라이앵글(내신·논술·수능)’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사교육비가 늘면서 학부모들의 부담도 더욱 커졌다.3불 정책(본고사·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 금지)을 고수하면서 대학당국과 교육부의 마찰도 끊이질 않았다. 한국교총은 참여정부가 형평성만 강조한 교육정책을 집행하려다 공약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는 등 전반적으로 교육공약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대학의 자율성 강화, 학교선택권 확대, 교원 양성·임용제도 및 승진·전보제도 개선, 사교육비 경감, 방과 후 학교 등을 특히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경제 분야 1인당 국민소득은 2003년 1만 2826달러에서 지난해 2만 81달러로 노무현 정권 5년 사이 57% 늘었다. 하지만 실질 소득의 증가보다 원·달러 환율이 같은 기간 1200원에서 930원으로 하락한 데 따른 영향이 컸다. 소득 증가도 상위계층에 쏠려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003년 265만원에서 지난해 322만원으로 5년간 57만원 늘었다. 하지만 소득에서 소비를 뺀 흑자 규모는 상위 20% 가구의 경우 월 200만원이 넘지만 하위 20%는 월 34만원씩 적자를 봤다. 소득 계층간 빈부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을 하위 20%로 나눈 5분위 배율은 2003년 7.24배에서 지난해 7.66배으로 악화됐다.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소득 불균형이 심한 지니계수도 같은 기간 0.341에서 0.35로 해마다 높아졌다.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집값은 반드시 잡겠다.”고 약속했으나 특정 지역을 겨냥한 세금정책 등으로 주변 집값마저 상승하는 ‘버블 도미노’ 현상을 일으켰다. 부동산 대책을 12차례나 발표하면서도 과잉 유동성 문제에는 뒤늦게 대처하는 우를 범했다. 부동산포털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국 아파트 값은 평균 34.8%, 서울 지역은 43.4% 뛰었다. 경기도는 37.6%, 충남도 31.9% 올랐다. 대기업은 수출호조로 호황을 누린 반면 실질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내수 중심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극심한 불황을 겪었다. 또한 사교육비 증가와 비정규직 증가로 서민 가계는 여태 몸살을 앓고 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언론 분야 참여정부는 언론과의 긴장관계를 강조했다.2003년 출범 직후부터 가판신문 구독금지, 개방형 브리핑제 도입, 신문법 제정 등 언론 개혁을 위한 각종 정책을 쏟아냈다. 언론을 방송과 신문, 인터넷 등으로 구분하는 ‘편가르기’ 현상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노무현 대통령 자신도 언론에 대해 ‘기득권 집단’,‘불량상품’,‘기자실 대못질’ 등 거친 언사를 마다하지 않았다. 때문에 일부 정책은 노 대통령의 왜곡된 언론관에서 비롯됐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는 결국 정부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추진된 이른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월16일 국무회의에서 “기자들이 죽치고 앉아 기사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지 해외 실태를 조사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국정홍보처는 3월 국내외 기자실 운영실태 조사결과를 내놓았으며, 두 달 뒤인 5월 정부부처 기자실 통·폐합이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언론자유를 심대하게 훼손한다는 각계각층의 지적과 함께, 일부 언론에 국한됐던 갈등이 일선 취재현장 전체로 전면화되는 결과를 낳은 ‘최대 악재’가 됐다. 기자들은 정부청사 로비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전원이 끊긴 경찰청 기자실에서는 촛불을 켜고 기사를 작성했다. 이같은 전대미문의 갈등은 노 대통령이 퇴임할 때까지 풀리지 않았다. 결국 언론 개혁이라는 취지는 사라지고, 소모적이고 불필요했던 논쟁만이 남은 셈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폴리널리스트’ 윤리 논란

    ‘폴리널리스트’ 윤리 논란

    오는 4월9일 실시되는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언론사를 떠나는 언론인들이 줄을 잇는 가운데 이들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직업 선택의 자유에 따른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언론 활동을 정계 진출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현재까지 총선 예비후보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전·현직 언론인은 모두 40여명. 역대 총선 최다 수준이다. 후보 등록 마감일인 3월26일까지는 아직 시일이 남아있는 만큼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중에는 KBS 안형환 전 정치외교팀 부장, 신성범·박선규 전 기자를 비롯해 SBS 홍지만 전 앵커,MBN 박종진 전 앵커, 조선일보 이진동 전 기자 등 최근까지 현직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상당수 눈에 띈다. 이에 대해 언론사 내부에서는 불안정한 언론계의 현실, 개인적인 진로관과 시대상의 변화 등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읽어달라는 주문이 많다. 조선일보의 한 관계자는 “10년만에 정권이 바뀌면서 대기 수요가 몰린 것일 뿐, 특별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면서 “신문사 내부 게이트 키핑 시스템이 탄탄한 만큼, 기자 개인이 자신의 정계진출을 위해 기사나 언론인으로서의 지위를 이용할 여지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부의 시각은 곱지 않다. 권·언유착의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언론에 대한 불신을 부채질 하는 ‘폴리널리스트’(politics+journalist)라는 것이다.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불과 2∼3개월 전까지 공정보도를 논하던 사람들이 총선에 임박해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 것은 언론인으로서의 윤리의식이나 문제의식이 희박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도 “우리나라 정치 풍토에서 현직 언론인의 공천 신청은 왜곡·편파·불공정 보도를 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언론계 안팎에서는 언론사 자체 윤리강령이나 단체협약을 강화하는 등 실효성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기자들이 줄줄이 사직서를 낸 KBS의 경우, 윤리강령에 구체적 기한을 명시해두고 있지만 유명무실했다는 지적이다.2003년 9월에 개정한 KBS 윤리강령 3항에는 “공영방송 KBS 이미지의 사적 활용을 막기 위해 TV와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 그리고 정치관련 취재 및 제작 담당자는 해당 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는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김창룡 교수는 “자체 윤리강령을 어긴 사람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비판 성명을 발표하거나 공천을 신청한 정당에 공문을 보내 불이익을 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심석태 SBS본부장은 “현직 기자나 앵커가 곧바로 정치권으로 옮겨가는 것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남길 수 있다.”면서 “향후 일정 기간을 두도록 하는 개선방안 마련을 모색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 박승규 KBS본부장도 “KBS 출신 중 최근까지 정당을 출입하는 등 윤리강령을 정면으로 위반한 사례는 없었지만, 대국민 신뢰도와 관련이 있는 만큼, 윤리강령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노조 차원에서의 논의를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은행들 범죄 타깃 자초

    은행들 범죄 타깃 자초

    은행털이 수법이 갈수록 대담해지고 지능적으로 진화되고 있다. 반면 은행 창구는 한층 개방형으로 변하고, 고객에게 위압감을 주지 않기 위해 경비 강화도 쉽지 않은 실정이어서 관련 범죄는 잇따를 전망이다. 5일 오전 8시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 원당농협 주교지점에 2인조 강도가 들어 현금 4800만원을 털어 달아났다. 경찰에 따르면 범인들은 현금인출기에 이물질 등을 끼워넣어 기기오류가 발생하도록 한 뒤, 관리센터의 지령을 받고 보안업체 직원 이모(26)씨가 출동하자 흉기로 이씨의 오른 다리를 찌른 뒤 청테이프로 묶고 30분만에 현금인출기에 있던 돈통 3개를 통째로 가져갔다. 이들은 보안업체 직원을 제압한 뒤 CC(폐쇄회로)TV와 하드디스크(저장장치)의 연결선을 뽑고 하드디스크에 물을 부었다.CCTV 기록 복구를 어렵게 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경찰은 범인들이 하드디스크 본체의 전원이 차단된 상태에서 물을 부었기 때문에 훼손 정도가 낮아 이르면 7일쯤 판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경찰은 현금인출기 출입문, 테이프 등에서 12개의 지문을 채취했다. 지난달 10일 국민은행 신사동지점과 같은달 14일 신한은행 사당동지점에서 수표를 훔쳐간 범인들의 행방은 사건 발생 20여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두 사건의 범인 모두 복면이나 흉기 같은 ‘전통적인 범죄도구’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들은 비교적 작은 지점의 점심시간을 노려 대담하게 창구 안으로 들어가서 소형 금고의 수표를 챙겨 유유히 달아났다. 이들은 수표를 보관하는 금고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해상도가 떨어지는 CCTV에 그나마 옆모습만 찍히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동작경찰서 관계자는 “범인이 CCTV를 의식해 고개를 숙이거나 옆모습만 보이게 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범죄의 대담성과 치밀한 준비가 사건 해결을 어렵게 하지만 금융기관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다. 두 은행 모두 수표 도난 사실을 알려 제2의 피해자 발생을 막으려 하지 않았다. 범인들로부터 도난수표를 받은 선의의 피해자가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민사소송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범인들로부터 수표를 받을 때 은행에 진짜 수표인지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완전한 보상이 힘들다. 대부분의 경우 수표를 받을 때 진위 여부를 은행에 확인하지는 않는다. 신한은행 수표 절도 용의자는 이달 초까지 서울시내 금은방을 돌아다니며 훔친 수표로 500만원어치의 금을 구입하는 등 상점과 식당 등에서 1000여만원가량의 정액권 수표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들이 사고를 숨기려고 하는 까닭은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되지 않으면 쉬쉬하며, 금융감독원에도 보고하지 않는다. 자칫 관리 소홀로 드러나면 경영진이나 책임자에게 징계가 내려오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영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은행 창구도 손님이 자유롭게 직원의 책상 앞뒤를 드나들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만드는 추세다. 경비를 강화하면 고객들이 위압감을 느껴 좋아하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 금융전문가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덮기만 할 게 아니라 사소한 것까지 체계적으로 금감원에 보고·관리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특히 내부자 소행이 많기 때문에 내부고발시스템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정책선거 원년으로] (3) 외교·통일 정책

    [정책선거 원년으로] (3) 외교·통일 정책

    ●이명박 후보 국익을 바탕으로 한 실리외교를 내세우고 있다. 전통적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아시아 외교와 글로벌 에너지 외교를 통해 부드럽지만 강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런 외교안보통일 정책의 체계적 추진을 위해 MB독트린을 제안했다. MB독트린은 한국 외교 7대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 북핵 폐기와 실질적 변화를 유도하는 전략적 ‘대북 개방정책’ 추진, 이념이 아닌 국익을 바탕으로 한 ‘실리외교’ 실천, 전통적 우호관계를 바탕으로 공동의 가치와 상호 이익 강화·발전시키는 한·미동맹 관계의 모색, 세계와의 동반 발전을 발판으로 한국의 ‘아시아 외교’ 확대, 국제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외교 강화, 경제 최선진국 진입을 위한 에너지 외교 극대화, 상호 개방과 교류를 바탕으로 ‘문화 코리아’ 지향이다.MB독트린의 핵심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향후 10년 안에 북한 주민의 일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에 도달하도록 돕겠다는 ‘비핵·개방·3000구상’과 ‘나들섬 구상’이다. 이와 함께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악화된 미국과 관계 개선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핵무기 포기를 어떤 식으로 성취할 것인가에 대한 고려가 미흡한 것은 약점이다. 정책을 위해 소요되는 막대한 예산을 어떤 식으로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특히 경제적 유인만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발상은 비현실적이다. 이 후보의 대북정책 공약에서 발견되는 참여정부와의 차별성 부족은 정책 혼선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그의 정책이 핵문제 해법이라기보다는 핵문제 해결을 전제로 한, 그 이후의 대북정책에 집중되어 있어서다. 엄밀히 따지면 이 후보의 대북정책은 북핵문제 해결책은 부재하다고 볼 수 있다. 미래형 최첨단 군사력을 가진 정예 강군 육성, 신세대 병영 환경과 복지대책 개선, 희생장병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 등은 기회요인이다. 하지만 한·미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미국과 협조해 나가겠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 않아 위협요인이기도 하다. ●정동영 후보 정동영 후보는 외교·통일분야 최우선 목표로 한반도 평화경제공동체 실현을 설정했다. 북한 핵문제 해결과 동북아시아 평화체제의 확립이 그 내용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북·대미 정책이 구체화돼 있으며 글로벌 무역강국의 건설이라는 통상정책이 포함돼있다. 정 후보 공약의 강점은 남북관계,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및 6자회담의 3차원 협상을 포괄적으로 고려한다는 데 있다. 또 다자외교를 추진하기 위해 국제 회의 참여 및 공적개발원조(ODA)증액 등의 전략이 제시돼 있다. 글로벌 무역인력 양성과 FTA 등 개방적 통상외교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점도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이러한 정책들의 성패는 궁극적으로 남북관계의 진전에 달려있다. 그러나 정 후보 공약에는 북한으로 하여금 어떻게 핵개발을 포기하고 개방정책을 추진하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이 드러나 있지 않다. 특히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 북방한계선(NLL)무력화 노력 등 북한의 완고한 대남 입장 등 여전히 남아있는 불확실성은 마이너스 요인이다. 정 후보 공약에서 가장 중요한 기회요인은 통상정책의 일관성이다. 글로벌 무역강국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역 인력 양성과 지속적인 FTA 추진이라는 개방적 통상외교 전략을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재외동포들의 권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한민족 네트워크 건설과 영사업무의 개선도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해 에너지 외교를 강화하겠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정 후보가 공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딪힐 가장 큰 위협요인은 북한의 태도 변화다. 현재까지 북한은 미국에 잘 협조하고 있는 편이지만, 이러한 태도가 계속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다. 이 경우 한국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난처한 입장에 빠질 수 있다. 또 정 후보 공약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시기 대북정책 추진과정에서 발생한 남남갈등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 ●이회창 후보 한·미 동맹을 우선적으로 복원한 다음 중국과의 교류협력과 동아시아 지역협력을 강화하겠다는 ‘3중 울타리 외교 전략’을 제시했다. 이 전략은 한·미공조 복원과 남북관계에서 상호주의 적용이라는 두 가지 원칙에 기반한다. 북한 핵 폐기를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며 이를 위해 한·미관계 강화와 남북관계에서 상호주의 원칙을 철저하게 지킬 것을 강조한다. 또 대북정책 추진과정에 국민 여론이 반영될 수 있게 투명성 증대를 약속했다. 문제는 상호 모순되는 정책들을 어떻게 추진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이 없다는 점이다. 이산가족 재회, 납북자 및 국군포로 송환을 위해 북한과 협상할 때, 인권문제를 과연 어떤 식으로 제기할 수 있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 전혀 없다.3중 울타리 전략에서 미국과 아시아국가들 사이에 갈등이 있을 경우 외교정책의 우선 순위도 분명하지 않다. 대북정책은 북핵 개발 이후 국민들 사이에 싹튼 북한에 대한 불신과 안보 불안감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경직된 상호주의와 국제공조로 북핵문제를 풀겠다는 발상이나, 이산가족·납북자·국군포로 문제를 최우선 대북협상 의제로 두겠다는 것은 내외 정세에 비춰볼 때 현실성에 의심이 간다. 또 북핵문제를 풀어감에 있어 별다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약점이다. 공약의 또 다른 특징인 한·미공조 복원과 이산가족 재회, 납북자 및 국군포로 송환, 해외교민을 네트워크로 묶는 교민청 신설 등은 기회요인이다. 하지만 북한과 관계가 급속하게 진전될 경우 외교안보 공약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비판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미간에 이미 합의한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와 연합사 해체를 재검토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고려가 없는 점도 약점이다. 친미적이라는 비판에 취약하며 대북정책 경험 부족, 대북사업 교착 가능성이 있다. 남북관계가 진전되게 되면 이를 주도하지 못하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위협요인이다. ●권영길 후보 권영길 후보의 공약은 대미 자주, 동아시아 균형, 상생협력의 국제, 재외동포 권익 보호라는 다자적 균형외교 개념에 근거하고 있다. 가장 특징적인 내용은 동북아시아 평화지대화다. 또 서해상 군사 긴장완화를 위해 NLL문제에 대한 가장 구체적 대안도 제시한다. 그러나 동북아시아 평화공동체의 성패는 주변국들의 호응에 달려 있는데, 향후 5년 내 미·중·러 모두 핵군축에 합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또 NLL을 대신할 공동수로구역 실시같은 문제는 남북관계 진전에 영향받을 수밖에 없는데 공약에는 북한 핵문제 해결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 대북정책은 ‘코리아연방공화국 건설’로 압축되어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와 접경지역 평화벨트 구축, 남북이산가족 실버타운 건설 등은 눈에 띄는 공약이나 당장 현실적으로 정책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기회요인은 인권이나 원조, 환경 등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고 있으며 상생협력의 국제, 재외동포 권익보호와 파주경제 특구 등 남측에도 유인책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위협요인으로는 보수층의 심리적 반발로 인한 남남갈등과 정책의 현실성 결여에 따른 신뢰도 하락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문국현 후보 문국현 후보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안은 한반도 비핵화,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남북경협 심화라는 3대 원칙을 축으로 하고 있다.6자회담을 중심으로 이 목표들을 달성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참여정부와의 차별성이 거의 없다. 다만 문 후보가 갖고 있는 ‘CEO-국제 감각’을 강조, 대북정책 수행에서 국제사회의 협력을 강화하는 이미지를 강조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은 현재 동북아 국가들의 역학관계를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이며, 새로운 구상도 아니다. 환동해 경제협력벨트 등 미래지향적인 문 후보의 대북정책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는 있으나 현실성은 떨어진다. 문 후보 공약의 취약점은 미국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데 있다. 미국과 이견이 있는 정책을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기회요인은 주변국과의 관계정상화가 강화되고 통일 지향적 한반도 평화체제를 지속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위협요인은 북·미갈등 상황 재발시 혼란이 가중될 것이며 FTA 추진과정에서 세심성이 결여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집필 이왕희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재경부는 ‘발뺌’… 네티즌은 ‘발끈’

    나라살림 집계에 무려 18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오류를 낸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정집이나 기업, 은행에서는 단돈 10원,100원도 틀리지 않게 계획적인 운영을 하는데 정부의 이번 실수는 참으로 어이없는 무책임 행정의 표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부랴부랴 ‘정부회계 검증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개선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부의 주먹구구식 재정 운용과 ‘네탓 공방’을 비난하는 국민 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무원들의 기강해이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재정경제부는 10일 기획예산처와 함께 현재 정부의 예산회계시스템을 검증할 수 있는 추가 프로그램을 마련해 앞으로 오류 발생을 막겠다고 밝혔다. 김형수 재정경제부 재정기획과장은 “디지털 예산회계시스템을 관할하는 기획예산처 산하 디지털 예산회계 기획단과 협의해 시스템적 오류를 ‘더블체크’, 사전에 걸러낼 수 있는 ‘회계 검증 프로그램’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의 회계 전산 프로그램을 통해 나온 수치가 맞는지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 한번 더 계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정경제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등에는 주먹구구식 재정 운용에도 불구하고 개발자 탓만 하는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비난이 들끓고 있다.‘엉터리 재정경제부’라 밝힌 네티즌은 “국민을 기만하고, 국가 신뢰도를 무너뜨린 우를 범했으면, 상식적으로 직무유기와 공무상 중대 과실로 형사처벌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17조’라는 이름의 네티즌은 “일반 기업체라면 회계상 손익이 터무니없이 높거나 낮으면 의문을 갖고 재검토를 할 텐데….”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회계시스템 오류를 막을 개선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정신무장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정식(경제학과) 연세대 교수는 “이번 사태는 외부 통계자료를 대충 검토해 보고하는 공무원의 근본적인 기강해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현재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경제분야 ‘전문가 위원회’를 내실화해 이번과 같은 정책적 오류를 사전에 잡아내는 개선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현행 회계 시스템은 올해 처음 도입된 데다 조사대상을 관리할 범위도 넓기 때문에 단순히 공무원 몇 사람이 검토하기엔 오류 가능성을 피할 수 없다.”며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中, 올림픽 앞두고 ‘사회통제’ 고삐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오는 9월 새 학기부터 베이징의 주요 대학 캠퍼스에 경찰 상주 사무소가 들어선다. 오보와 불법간행물, 사이비기자 단속도 강화된다. 해외 TV채널의 중국내 방영도 엄격하게 차단된다. 저마다 다른 영역의 일들이지만, 중국정부가 사회 전반에 대한 통제 고삐를 죄기 시작한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2008년 올림픽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캠퍼스내 경찰 사무소 설치는 칭화(淸華)대, 런민(人民)대, 수도사범대, 항공대 등 베이징의 10개 대학이 우선 대상이다. 경찰 관계자는 16일 “병원내 경찰 사무소처럼 24시간 형사 및 치안사건 동태를 파악하고 신고를 접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현지 언론은 한 학교 관계자의 말을 인용,“요즘 대학은 개방돼 있어 사회의 좋지 않은 현상들이 흘러들어와 있기 때문에 경찰 상주사무소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반골 기질이 강하다는 베이징대는 학생과 교수들의 반발에다, 중국을 대표하는 학교란 점에서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TV채널의 내부 송출금지는 광둥(廣東) 지역의 8개 외국계 TV채널을 제외한 나머지 외국 방송을 대상으로 했다. 최대 피해자는 펑황(鳳凰)TV. 펑황TV 관계자는 “우리 방송국이 이번 단속조치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지금까지 구이저우(貴州)성에서만 400만명의 시청자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울상을 지었다. 홍콩 매체들은 정치적으로 순종적인 중국의 관영 방송매체의 독점권을 확보해 주려는 의도로 풀이하기도 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사회에 대한 외신의 부정적인 보도가 중국 내부에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60여개 신문들은 허위 보도 근절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들은 조작된 보도를 뿌리뽑아 언론 매체의 신뢰도를 회복하자는 내용의 선언문에 서명했다.그러나 당국의 언론 통제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란 지적이다. 중국 당국은 얼마 전 일부 신문에 대해 정치·비평 코너를 없애고 오락면으로 대체토록 했으며, 전반적으로 정치비평을 적게 다루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차이밍자오(蔡名照) 국무원 신문판공실 부주임은 이달 초 중국 인터넷협회가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시나닷컴, 바이두닷컴, 소후닷컴 등 20여개 인터넷 매체 책임자들에게 “뉴스보도의 바람직한 방향을 점검하기 위해 인터넷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국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엄격히 통제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수십년간 중국의 성(省)과 시(市) 정부는 경제성장과 사회갈등 통제란 전제조건만 충족되면 광범위한 분야에서 자율권을 행사해 왔으나,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중국의 전체적인 통일성을 강조하면서 중앙정부의 통제권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jj@seoul.co.kr
  • “문학 위기는 현장감 외면 탓”

    “문학 위기는 현장감 외면 탓”

    한국문학평화포럼이 새달 법인화된다. 애초 법인화 목표 시한은 지난해 상반기였다. 1년이 늦어졌다. 포럼의 모태인 민족문학작가회의와의 관계설정을 놓고 고심한 것도 이유가 됐다.2004년 10월, 포럼은‘임진강 문학축전’으로 첫발을 뗐다.‘상생·평화·공존’을 화두로 세웠다. 한국문학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현장으로 가자고 제안했고, 서울 중심의 문화적 섹트주의를 극복하자고 외쳤다. 문학의 사회적 책무도 강조했다.3년여 동안 30여 차례의 문학축전을 꾸렸다. 한국의 상처난 땅을 샅샅이 밟았다.11일과 12일엔 전북 고창 전봉준 생가터에서 태평양전쟁 희생자들을 위무했다. 두 달 뒤면 창립 3주년이다. 임헌영(민족문제연구소장·중앙대 교수)회장을 만나 그간의 성과를 되짚어봤다. 그는 1대 고은 회장에 이어 2대 회장을 맡고 있다. ●법인화 왜 1년 늦어졌나 포럼의 법인화가 늦어진 데는 새로운 단체 결성에 대한 작가회의측의 우려 섞인 시선도 작용했다. 작가회의 명칭에서 ‘민족’을 떼는 데 반대한 포럼측 문인들의 목소리조차 일각에선 ‘독립을 위한 수순’으로 해석했다. 임 회장은 “적극적으로 지지할 줄 알았던 작가회의 문인들로부터 포럼 초기 뜻밖의 오해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지금은 그런 오해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작가회의 회원들의 현실인식이 안이해지는 것이 아쉬워 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그건 작가회의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면서 “작가회의를 쪼갤 목적이었다면 포럼은 애초에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법인화 추진은 참여도와 신뢰도 강화를 통해 포럼 문제의식의 확대심화를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포럼의 근본적인 관심사는 문학의 사회적 역할 제고다. 문학과 사회를 갈라놓은 유미주의적 경계선을 넘으며,1970∼80년대 민족문학운동은 사회개혁의 주체로 우뚝 섰다. 굳이 찾지 않아도 시대는 늘 문인들 옆에서 고민을 강제했다. 지금은 다르다. 작가가 적극적으로 찾지 않으면 시대는 자신의 속살을 보여주지 않는다.‘민주화’나 ‘경제성장’이란 화려한 겉옷 속에 ‘비민주적 잔재’와 ‘경제적 양극화’를 꽁꽁 숨겼다. ●문화예술운동 단체로 자리잡아 포럼은 시대와 대면하는 ‘제2의 민족문학운동’이라 할 만하다. 포럼이 찍어온 문학축전의 발자국은 참여 문인들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잘 보여준다. 미 공군의 폭격으로 찢긴 매향리를 어루만졌고, 우토로 강제철거를 반대했다. 논에 모를 심으며 한·미 FTA 타결 후 농업을 근심했고,‘나눔의집’을 찾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손을 맞잡았다.“문인들이 가본 적 없는 소외지역을 최우선으로 하되, 오늘날 한국사회의 예리한 쟁점을 드러내는 지역을 위주로 찾아갔다.”고 임 회장은 설명했다. 포럼은 이제 한국 사회의 가장 활발한 문화예술운동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서사의 빈곤은 현장과의 유리서 기인 임 회장은 “B학점은 되는 것 같다.”며 포럼의 성적을 매겼다.“현장 반응도 매우 뜨거웠다.”고 전했다. 그러나 “포럼이 아무리 용을 써도 문단의 흐름을 바꿀 순 없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문단의 ‘안타까운 흐름’은 포럼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포럼이 결성된 2004년은 과거 민족문학진영의 대가들마저 현실문제에서 발을 빼는 분기점이었다고 임 회장은 회고했다. “노무현 정권이 탄생하면서 민주화를 이루었다는 자만심으로 문인들이 너무 성급하게 긴장감을 잃었어요. 과연 그런가요? 한국과 무관한 전쟁에 군대가 파병됐고, 민중의 삶은 더 극악해졌습니다.” 임 회장은 올 2월 ‘기초예술연대’가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한국 작가들이 창의력과 상상력을 잃었다.”는 날선 비판으로 문단을 달군 바 있다. 장편소설 하나 써낼 능력 없는 서사의 빈곤은 현장과 유리된 데서 오는 필연적 결과라는 것이다. ●10월엔 카자흐스탄서 포럼 “문학의 가장 큰 위기는 대중들이 문학을 외면한다는 겁니다. 현장성이 없기 때문이에요. 드라마보다 현실감이 없습니다. 자기 이야기가 아닌데 독자들이 읽을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그가 “각 대학의 문예창작학과가 한국 문학을 망쳤다.”는 논쟁적 언사를 던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시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작가들의 단견은 인문학 교육 없는 문창과가 원인”이라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포럼이 외연 확대를 꾀하는 것도 현장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서다. 향후 문인들만의 행사를 지양하고 문학축전 현지 자치단체와 관련 연구자, 타 장르 예술인 등이 함께 참여토록 할 방침이다. 올 10월, 포럼은 중앙아시아 고려인 강제이주 70주년을 맞아 카자흐스탄을 찾는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로펌 탐방] 법무법인 화우

    [로펌 탐방] 법무법인 화우

    “이 변호사, 이제 미래가 보여요?” 법무법인 화우에 입사한지 꼭 6개월째인 이세정(29·여·연수원 36기) 변호사는 최근 선배 변호사들과 ‘특별한’ 점심 식사를 가졌다. 식사 자리에는 갓 결혼했거나, 임신 중인 여성변호사에서부터 최근에 출산한 변호사와 자녀를 키우고 있는 변호사 등 다양했다. 자리를 마련해준 이는 이 변호사의 멘토인 이선애(40) 변호사. 이세정 변호사는 “여성 변호사로서 겪고 있는 선배들의 다양한 경험과 조언을 들었다.”면서 “임신, 출산과 육아 때문에 여성을 기피한다는 이야기도 들리는 상황에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화우에서 멘토의 도움을 받는 것은 이세정 변호사뿐이 아니다. 화우의 멘토링 제도 도입은 3년 전. 신입 변호사들을 파트너 변호사나 10년 이상된 시니어 어소시에이트 변호사와 1대1로 연결해 변호사의 실력을 개발해주고 있다. 업무와 관련없는 어려움을 해소하는 통로로 활용되기도 한다. 멘토링 제도는 화우의 가장 큰 모토 중 하나인 ‘인화(人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2003년 법무법인 화백과 우방이 통합한 데 이어 지난해 법무법인 김·신·유와 합병한 게 변호사 155명(국내 139명, 외국 16명)의 화우다. 화우가 화합을 유달리 강조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화우의 한 변호사는 “사무실에서 어소시에이트 변호사가 파트너 변호사에게 형이라고 부르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면서 “이런 돈독한 관계가 곧 업무 질의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소개했다. 합병 조직에서는 서로에 대한 감시·견제 기능도 클 수밖에 없어 화우는 윤리경영을 강조한다. 다른 로펌에서는 소수의 변호사만 재무사항 등의 경영정보는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지만, 화우는 모든 파트너 변호사에게 절대적 정보접근권을 주고 있다. 파트너 변호사 61명의 지분도 똑같다. 화우는 지난달 조직 개혁을 하면서 전문화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조세팀과 윤호일 대표 변호사 등이 이끄는 공정거래팀, 장덕순 변호사 등이 소속된 특허팀 등은 더욱 두각을 나타낼 전망이다. 화우는 대형화 추세에 맞춰 의사결정의 신속·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전문경영인(AMP·Administrative Managing Partner)제도를 도입, 조세법 전문가인 임승순 변호사를 전담으로 임명해 경영상황을 매달 파트너 회의에 보고하게 하고 있다. 화우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법조계의 ‘신(新) 코드’라고 불려 주목받기도 했다. 강보현 대표변호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사시 동기인 ‘8인회’ 멤버다. 화우의 변호사들은 탄핵 정국에서 노 대통령 대리인단의 핵심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퇴사해 미국의 유명 로펌에서 근무중이지만, 노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36) 변호사도 연수원 수료 직후 화우에 몸을 담았다. 곽 변호사는 1년 남짓 도산팀에서 근무했으며, 젊은 사람답지 않게 겸손하고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외부에서는 정권 말기인 지금 친 정권적인 이미지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15년차의 한 변호사는 “화우가 의도했든 아니든 일부 공기업이나 공사 등에서는 정권을 의식하고 화우에 일을 의뢰하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화우가 스스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극복해야 할 부분일 것”이라고 전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미래는 금융이다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미래는 금융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자금이 지난 10년간 급격히 늘어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이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의 주식·채권 투자, 직접투자 등 국경간 자금 흐름이 2005년에 6조 4000억달러(5912조원)로 10년 새 3배로 늘어났다. 우리나라의 올해 예산 240조원의 25배다. 선진국의 경우 노령화로 인한 연금 등으로 제도권 금융기관이 가진 돈이 53조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저금리 때문에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고 아시아지역에 투자하는 비중이 높다. 미국의 경우 2001년 2조 3000억달러였던 해외투자가 2005년 4조 6000억달러로 두배로 늘어났다. 신흥시장도 가세했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신흥시장국가가 가진 외환보유고는 9조달러다. 외환보유고, 고유가로 벌어들인 오일달러 등에 기반한 국부(國富) 펀드가 국제 금융시장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투자공사(KIC)도 국부펀드다. ●강력해지고 다양해지는 돈의 힘 투자대상은 돈이 벌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한우·와인·미술품 등에 투자하는 펀드가 나오는 것과 같다. 명품 기업에만 투자하거나, 물·농업 관련 기업, 이산화탄소배출권 등 투자처가 세분화되고 있다. 금융의 윤리·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사회적 책임투자(SRI)펀드가 그 예다. 환경보전, 생명 구조에 관련된 사업 외에도 노동착취를 하지 않는 기업 등에 투자, 윤리펀드라고도 불린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SRI펀드 규모는 2조 5000억달러로 추산된다. 불어난 돈의 힘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는 사모펀드(PEF)에 의한 인수·합병(M&A)이다. 사모펀드는 소수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으고, 자금 속성상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한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한해만 684개 PEF가 활동,4320억달러의 자금(약정액 포함)을 모았다. 그동안 PEF는 벤처기업이나 중소형 기업의 기업공개에 투자해왔다. 그러나 지난 5월 PEF인 서버러스가 자동차업체 크라이슬러를 사들이는 등 수백억달러가 필요한 M&A에도 거침이 없다. 지난해 세계적 M&A의 23%가 PEF에 의해 이뤄졌다.LG경제연구원 진석용 책임연구원은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압도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우려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4년 연속 사상 최대 이익 투자은행(IB)도 PEF에 자기자본과 고객의 돈을 투자하고 있다. 헤지펀드를 위한 대출, 투자자 관리, 사무업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도 주요 수익원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의 단골 모델로 등장하는 골드만삭스가 대표적이다. 골드만삭스의 자기자본은 29조원이다. 국내 4대 증권사 평균 1조 5000억원의 20배 규모다.2006회계연도 순익은 전년보다 70% 늘어난 94억 4000만달러(약 8조 7000억원)다.4년전인 2002년의 5배 수준이며 4년 연속 사상 최대 순익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증권사들이 2006회계연도에 거둔 수익 2조 6000억원의 3배가 넘는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골드만삭스는 리스크(위험)를 ‘어루만진다’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리스크 관리에 탁월한 능력을 가졌고 이것이 다양한 상품과 결합, 엄청난 수익을 거두는 원천”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적 3대 IB로 꼽히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의 본사는 뉴욕에 있다. 자본의 국제화가 ‘미국화’라는 지적은 이같은 까닭이다. 미국이 기록하는 엄청난 무역적자를 메울 정도로 IB들이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깊어지는 금융감독기관의 고민 모든 금융기관들이 리스크 관리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시장 위축으로 베어스턴스 소속 헤지펀드의 파산위기가 끊임없이 불거져 나오고 지난해 9월에는 천연가스 선물에 투자했던 헤지펀드 아마란스가 파산했다. 헤지펀드는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외부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차입하는 경우가 많다. 즉 레버리지(leverage) 투자를 하기 때문에 헤지펀드의 파산은 다른 금융기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또 금융시장이 국제화하면서 다른 나라 금융기관의 동향이 자국의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IMF 존 립스키 수석부총재는 지난달 베를린에서 열린 사민당 전당대회에서 “금융혁신과 세계화는 금융감독기관의 업무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고 진단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금융권 ‘2차 빅뱅’ 어떻게 정부가 대우증권을 매각하지 않고 산업은행의 투자업무(IB) 부분과 합쳐 세계적 IB로 키우기로 하자 대우증권의 매각을 기다리던 시중은행들은 낭패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에 희소식도 있다. 지난 5일 윤증현 금감위원장이 “증권사의 순조로운 구조조정을 위해 신규 증권사 설립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금융권의 ‘2차 빅뱅’은 자본시장통합법의 국회통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빠르면 올해 말 교보증권을 필두로 한 생명보험사의 상장 등으로 이미 예고돼 왔다.1997년 외환위기 속에서 금융부실을 처리하기 위해 강제적으로 진행됐던 구조조정과는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 자율적이다. 은행과 은행이, 은행이 증권을, 보험이 증권을 서로 합치면서 몸집을 불리지 않고서는 세계적인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윤 위원장은 “자본확충을 위한 대형화, 글로벌 경쟁을 위한 선결과제”라고 말하고 있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은행은 외환은행,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 광주은행, 경남은행)가 있다. 기업은행 민영화, 농협의 ‘신용, 경제분리’도 ‘은행권 2차 빅뱅’의 흐름 안에 있다. 외환은행은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국민연금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우리금융은 너무 덩치가 커서 국내에서 살 만한 자본이 마땅치 않아 국민연금이 나서거나 금산분리를 완화해 산업자본이 들어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으로는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씨티,SC제일 등 6개가 있는데 “리딩뱅크는 2∼3개가 적당하다.”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말처럼 은행들이 서로 통합해 대형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금융시장 M&A의 백미는 증권회사의 통합이다. 우선 증권사를 소유하지 못한 은행, 즉 기업은행과 국민은행이 인수에 적극적이다. 기업은행은 소형증권사의 프리미엄이 너무 높을 경우 신규 설립을, 국민은행은 한누리증권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이나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 등도 매물이 나오면 언제든지 인수하겠다는 의사가 강하다. 솔로몬저축은행은 KGI증권 인수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금융강국 모범사례는 한 금융권 고위관계자가 얼마 전 미국 뉴욕을 방문했다.‘금융선진국’ 미국의 대표적인 관문인 존 F 케네디 공항의 출국장을 나오면서 그날따라 유독 광고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는 글로벌 투자은행(IB) UBS의 이름이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UBS의 국적은 어디일까. 미국이나 영국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스위스다. 금융 전문가들은 금융사 합병을 통한 금융강국 도약의 해외 모범사례로 UBS를 꼽는다.1997년 12월 초. 전 세계 금융시장의 눈길은 온통 스위스로 쏠렸다. 스위스의 양대 은행이던 스위스유니언뱅크(UBS)와 스위스뱅크(SBC)의 합병이 이뤄졌기 때문. 자산 규모 6630억달러의 유럽 최대 IB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 두 회사는 미국계 IB회사들의 공격적인 경영에 대처하기 위해 ‘몸집 늘리기’를 꾸준히 지속했다. 영국 최대 증권사인 SG워버그, 뉴욕의 인수·합병(M&A) 전문 투자은행 딜런리드를 매입했다. 합병 이후에도 미국의 PB회사인 페인웨버를 사들이면서 주식 등 IB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다. 규모의 경쟁을 바탕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 결과다. 금융 강국으로 도약한 또 다른 모범 사례는 영국 런던과 싱가포르, 홍콩 등이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실물 경제가 크게 발달하지 못했다는 점. 그러나 IB 업무 인프라 확충과 환경 조성을 통해 국제적인 금융 도시로서의 기반을 다졌다. 이 도시에는 국제적인 로펌이나 금융 컨설팅사 등이 다 몰려 있다. 법률·금융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또한 외국인을 위한 병원, 학교 등 최적의 문화 생활을 보장한다. 금융 전문가들이 효율적으로 일을 하고 주말이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각종 인프라가 완비돼 있는 셈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자본시장통합법 통과로 투자은행(IB) 지향…은행·증권사 “이젠 해외시장” # 상황 1 얼마 전 모 은행이 홍콩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 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해 물밑 접촉을 시도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연봉인 수십억원대와 스톡옵션을 제시했으나, 돌아온 반응은 냉랭했다. 홍콩의 전문가는 “내가 여기서 받는 연봉이 제시한 연봉의 3∼4배”라면서 “한국 시장이 성장 가능성이 있고 매력적이라고 해도 경력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거절했다. # 상황 2 미국에서 학위를 한 금융 전문가가 환태평양 국가의 은행·감독당국·중앙은행 등을 대상으로 한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그는 싱가포르개발은행(DBS)에서 파견된 딜러와 한 팀이 됐다. 파생상품 딜링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는데 싱가포르 출신의 딜러는 선물 등 파생상품 주문이 들어오면 30∼60초안에 가격을 결정해 거래를 성사시켰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훈련된 전문성이 도드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는 “금융 선진국과 최소 20년 벌어져 있는 경험의 격차를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간의 칸막이를 없앤 자본시장통합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금융산업의 법적·제도적 인프라는 나름대로 구축된 것이다. 때문에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기관들은 너도나도 투자은행(IB)에 뛰어들어 해외시장으로 뻗어 나가겠다고 한다. 은행은 최근 수년간 한 해 국내에서 낼 수 있는 최대인 10조원대의 이익을 냈다. 더 이상 좁은 국내시장에서 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증권사들도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처럼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기업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높은 수익을 내고 싶어 한다. ●선진금융기법 도입만이 살길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 5일 “국제금융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자본확충 ▲우수한 인력보강 ▲회계기준 선진화와 기업경영의 투명성 등 3가지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산 200조원대의 한국 은행들이 세계 100대 은행에 4개가 올라 있지만, 자본 규모나 인력 측면에서는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자본 2조원대의 국내 대형 증권사도 30조원 규모의 외국계 IB와 비교하면 ‘꼬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우수한 인재는 선진 금융기법을 국내에 도입할 수 있는 창구가 된다. 자본확충 과정은 별개로 하더라도 최근 금융기관들이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우수 금융인재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다. 현재는 국제적 수준의 영업이나 리스크 관리는 초보 단계에 불과하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현재 우리는 축적된 금융기법이 부족하기 때문에 외국계 금융기관의 상품을 보면서, 역으로 추론해 비슷한 ‘짝퉁’ 상품을 만들고 있는 형편”이라며 선진 금융기법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근 은행들은 신입 행원들의 구성을 경영·경제·무역학 등 상경계열 위주에서 다양한 전공자들로 바꾸고 있다. 이른바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하이브리드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다. ●다양한 전공자 스카우트 경쟁 신한은행은 올 상반기 143명의 신입행원 중 37%를 철학과 심리학과 디자인학과 등 비상경계열 출신으로 채웠다. 기업은행도 신입행원 210명 중 상당수를 이공계·어문계 출신으로 뽑았다. 남기명 우리은행 IB본부 투자금융팀 부장은 “IB업무는 인력의 질과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한 ‘사람 장사’인 만큼 IB업무 인력의 30%를 외부에서 충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책은행이자 IB를 지향하는 산업은행은 “M&A전문가, 금융공학, 컨설팅, 리스크 관리 등 핵심분야에 외부전문가를 적극 영입해 현재 전 직원의 1.6%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 인력비중을 2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입행원들도 최근 4∼5년간 해외 토목공학석사, 도시공학전공, 변리사, 음대 피아노 전공자, 수학전공자, 동시통역사, 보험계리사 등 다양한 경력·전공자를 뽑았다. 비교적 능력별 임금체계에 거부감이 덜한 증권사들의 인력 스카우트도 활발하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최근 베트남사무소 지점장으로 해외시장 개척을 담당했던 정성문 삼성물산 베트남지점장을 스카우트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기업금융사업부 IB1본부에 넥스트벤처투자에서 벤처투자 및 IPO 업무를 담당했던 김구헌 차장을 영입했다. 또 공인회계사 겸 세무사로 한영회계법인에서 M&A와 PI를 담당했던 최명록 차장을 영입했다. 삼성증권도 올 하반기 배호원 사장이 직접 미국을 방문,MBA와 경력직 면접을 통해 인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대우증권은 현재 30여명 수준인 자산운용인력을 내년까지 대형 자산운용사 수준인 60여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증권도 6월 사장이 직접 출장가 런던·뉴욕 MBA 출신 전문인력 14명을 채용했다. 우리증권도 올해 해외 MBA과정을 마친 직원 2명을 채용해 IPO팀,M&A팀에 배치할 예정이다. 금융연구원 하준경 박사는 세계적 수준의 전문금융인력 확충과 관련해 “해외 MBA 출신도 좋지만 국제적 경험이 있는 전문인력을 팀단위로 거액을 주더라도 데려와 함께 일하면서 선진금융기법을 배우는 것이, 국내에서 차근차근 육성하는 것보다 빠른 시간 안에 더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문소영 전경하 이두걸기자 symun@seoul.co.kr ■ 세계의 금융허브로 성장하려면 국내 은행과 증권사들이 모두 투자은행(IB)을 지향하겠다고 하자, 한 국책은행 은행장은 불쑥 일본의 ‘노무라 증권’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일본의 노무라 증권도 1990년대 말 IB를 하겠다고 나섰는데 10여년이 지난 지금 그 소리가 쏙 들어갔다.”면서 “세계 경제의 2인자인 일본의 노무라 증권이 실패한 일을 교역수준 11위인 우리나라 은행·증권사가 하겠다고 나선 만큼 웬만한 각오로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선언만 한다고 저절로 제대로 된 IB가 되는 건 절대 아니다. 전세계적인 인적 네트워크는 기본이고, 이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를 취사선택해 정확하게 경기를 전망하고 신용 위험을 분산하는 능력은 필수적이다. IB업무를 제대로 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국내 금융인들은 ‘자유로운 영어 구사력’을 가장 먼저 꼽는다. 외국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마쳤더라도 영어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현지 은행이나 증권사 등에서 경험을 쌓을 수 없고, 결과적으로 학벌만 좋을 뿐 선진금융기법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세계적 IB들의 아시아본부가 위치한 홍콩과 싱가포르의 본부장들의 영어실력은 대단히 세련됐다는 평가다. 둘째, 입사 연차에 따른 조직문화의 개선이다. 즉 보상체계가 강화돼야 한다는 얘기다. 수백억달러의 기업 인수·합병(M&A)을 성사할 경우 이에 걸맞은 거액의 인센티브가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이는 강성 금융노조가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직원들간의 위화감을 내세워 거액 연봉자의 영입을 막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 IB는 연봉이 전체 보수의 40% 수준이고 성과에 따라 제공되는 인센티브가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한다.”면서 “입사 연수에 따라 호봉이 산정되고 월급을 받는 현재의 은행 보수체계로는 우수 인재를 끌어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우리은행의 경우 IB업무를 맡은 직원들은 최대 3배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지만 외국계 금융사와 비교하면 ‘새발의 피’다. 산업은행은 경직된 임금체계 탓에 자체 육성한 고급인력들이 매년 10여명씩 외국계 IB로 떠나면서 적잖은 고민을 하고 있다. 금융사 사장에 재정경제부 고위간부가 ‘낙하산’으로 오는 것도 문제다. 금융감독당국은 은행·증권사들이 장기적으로 금융 리스크를 안고 적극적으로 투자에 뛰어들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시장 논리가 아닌 정치적 논리로 접근한다든지, 리스크보다 안정을 추구해 규제 일변도로 나가면 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대마진과 주식매매 수수료가 이익의 70∼80%를 차지하는 현재의 은행·증권사 수익구조로는 세계적 IB로의 전환이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금융기관의 국제적 신인도도 높아져야 한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최근 잡지 ‘아시아 리스크’에 2년 연속 ‘아시아 10대 파생금융기관’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파생상품거래가 허용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금융기관의 신뢰도가 형성되지 않으면 파생상품 등의 거래에서 세계적 파트너로 인정받을 수 없다.”면서 “금융상품 가격을 정확하게 매기고, 위험을 분산·회피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외국계 금융기관 임직원들이 국내에서 거주할 수 있는 교육·금융·부동산 등의 인프라 확충도 필요하다. 인천 송도국제신도시에 거는 기대가 그래서 크다고 한다. 문소영 이두걸기자 symun@seoul.co.kr
  • 지방공사 ‘특수채권’ 인정 논란

    지방공사 ‘특수채권’ 인정 논란

    지방공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의 인정 범위를 놓고 지방자치단체와 재정경제부 등이 맞붙었다. 행자부와 16개 광역자치단체, 국회는 최근 개정된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지방공사 채권의 ‘특수채’ 권한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국가공기업과 달리 지방공사의 채권에 대해선 신뢰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달 21일 재경부가 증권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비롯됐다. 이 개정안은 불과 4일전인 17일 공포된 지방공기업법의 개정 취지를 정면으로 반박했기 때문이다. ●의원입법안 4일만에 원위치 법률 개정안은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 등이 발의해 국회에서 반대없이 통과됐다. 지방공기업법은 도시개발공사와 지하철공사가 발행하는 채권에 대해 증권거래법상에서 국가공기업의 채권과 동일한 특수채의 지위를 부여했다. 그러나 증권거래법 시행령은 특수채에서 제외되는 채권에 ‘지방공사가 발행하는 채권’을 새로 추가했다. 즉 지방공기업은 발행채권의 신뢰성을 인정받았다가 4일만에 불신을 받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김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방공기업의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국회가 법률 개정안을 압도적인 찬성(202표·기권 2표)으로 통과시켰는데 재경부가 하위법령을 바꿔 취지를 퇴색시켰다.”고 주장했다. 지방공기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 15명은 지난 3일 재경부 장관에게 질의서를 발송했다. SH공사 노동조합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방공사 채권의 신인도 추락, 서민을 위한 공공사업의 재원조달 비용 상승, 부동산 시장의 혼란 등이 우려된다.”면서 특수채 지위의 회복을 촉구했다. 노조는 지방공기업 노조원들의 연명부를 작성, 항의 방문과 거리집회를 갖기로 했다. ●“채권 규모 너무 커 투자자 보호 필요” SH공사, 대구지하철공사 등 23개 지방공기업은 법률 개정에 따라 주택·지하철 건설사업의 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다. 박명재 행자부 장관도 “지방재정 역량을 강화하고 지방자치를 주도할 지평을 열었다.”고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특수채는 공사채와 비교해 ▲공시의무가 없으면서 ▲채권 수익률(금리)이 최고 1.06%p 낮고 ▲유가증권발행 분담금(발행액의 0.09%)도 물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공기업은 3년동안 발행할 채권의 규모가 7조 2039억원이라고 밝혔다. 금리인하 등의 효과로 1656억원이 절감될 것으로 추산했다. 특수채의 신용등급은 국가등급과 같은 ‘AAA’로 3년물 금리가 7일 기준으로 연 5.44%에 그친다. 반면 지방공사채나 회사채로 발행한다면 5.60(AA+)∼6.50%(BBB)의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재경부 관계자는 “지방공사가 발행할 7조여원의 규모가 너무 커 투자자 보호가 필요하다.”면서 “상당수 지방공기업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보증을 선 지방자치단체도 파산할 수 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주택사업 차질 불가피” 지방공기업 채권은 과거부터 특수채로 인정받다가 2005년 재경부의 문제 제기로 특수채 지위를 잃었다. 이 때문에 경기지방공사가 광교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토지소유주들에게 지급하려던 8000억원대 보상채권의 발행이 연기되고 있다.SH공사가 추진중인 우면동, 세곡동, 마천지구 주택개발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송태경 정책실장은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원가공개를 거부하는 대한주택공사 채권은 인정받고 ‘절반 아파트’를 공급하려는 서울시 SH공사 채권은 불량이라는 게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사고없는 일터 만들기] 토종 안전인증 ‘S마크’ 외국사도 획득 열풍

    [사고없는 일터 만들기] 토종 안전인증 ‘S마크’ 외국사도 획득 열풍

    #1. 경북 성주군에서 포장지 절단기를 생산하는 ㈜욱일기계는 1998년부터 지금까지 생산품목 6개,40종의 모델 설비에 대해 한국산업안전공단의 안전인증(S마크)을 획득했다. 그 결과 제품은 내수뿐만 아니라 동남아 지역 등 해외수출이 부쩍 늘어 지난해에만 400만달러를 수출했다. 올 상반기에는 벌써 200만달러를 수출하는 등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방금필 회사대표는 “S마크 인증이 제품의 품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시키는 계기가 됐다.”면서 “S마크 안전인증 취득과정에서 전직원이 합심하며 결속을 다지는 효과도 거뒀다.”고 자랑했다. #2. 일본의 세계적인 안전장치 전문 생산업체인 ㈜오므론. 유럽연합의 CE마크, 미국의 UL마크 등 세계 유수의 안전인증 마크를 모두 갖고 있다.2004년부터는 한국의 안전인증인 S마크를 획득하기 시작해 지금은 312개 안전부품에 S마크를 취득했다. 한국의 반도체와 LCD 산업분야에서는 S마크의 영향력이 크고 일본내 여러 유수기업도 S마크 인증을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산업현장에서 사용되는 각종 기계 및 설비 등에서 발생되는 재해예방을 목적으로 도입된 한국산업안전공단의 ‘S마크 인증’제도가 국내기업뿐 아니라 외국 업체들에까지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GE와 동시획득 856건… 국제인지도 높아 이유는 재해예방뿐 아니라 제품의 신뢰성 및 안전성을 대폭 높이고 공장 가동률 향상 등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효력에 힘입어 지난 한 해 동안 S마크는 1097건이나 발급됐다.‘S마크 인증제도’의 도입 초기인 97년 40건, 이듬해 71건,2000년에 372건,2002년에 359건,2004년 487건 등을 합하면 9년 동안 모두 4211건의 S마크가 인증된 셈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 설비나 제품에서 단 1건의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특히 인증제품 가운데는 외국기업의 제품이 867건으로 전체의 20.6%나 된다. 또 S마크 인증을 통해 유럽의 CE마크를 동시에 받은 것이 856건 등으로 S마크가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뢰성과 서비스 업그레이드 한국산업안전공단 관계자는 “안전인증은 세계적인 추세인 데다 새로운 기술무역의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S마크가 우리 제품의 안전성을 국제 수준으로 높여 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안전공단은 앞으로 국제적 통용인증 기준을 제정해 S마크 인증과 동시에 해외인증 취득이 가능하도록 엄격히 관리해 나갈 방침이다. 또 인터넷을 통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각종 인증정보의 제공, 인증제도 및 절차의 개선 등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까다로운 인증기준, 복잡한 인증절차, 과다한 수수료 등으로 해외 안전인증 획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계류 제조업체의 기술지원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인증절차 및 주요대상 품목 S마크 인증절차는 제품설계상의 안전성 평가인 서면심사, 제조자의 품질관리 체제를 평가하는 현장심사, 제품 자체 안전성을 시험·검사하는 제품심사로 진행된다. 신청자가 희망할 경우 사전에 예비심사를 거쳐 안전인증을 준비할 수 있도록 운영된다. 신청에서 취득까지의 기간은 품목에 따라 다르지만 간단한 설비의 경우 2개월 정도면 충분하다.S마크 인증을 받은 제조자는 인증제품의 안전성과 신뢰성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해 연간 1회 이상 사후관리 확인심사를 받아야 된다. S마크의 주요 대상품목은 ▲산업용 로봇, 롤러기 등과 같은 위험기계·기구 ▲사출성형기, 밀링기, 방전가공기, 컨베이어, 고소작업차 등 일반 산업용 기계류 ▲혼합기, 분석기, 세정기 등과 같은 화학장치류 ▲비상정지장치, 각종 센서 등과 같은 안전 부품류 ▲위험기계·기구의 방호장치, 보호구 등이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외국의 안전인증 사례 ●미국, 호흡용 보호구 인증 온라인 발급 미국의 개인보호구 인증제도는 자율인증과 강제인증으로 구분하여 시행중이며, 호흡용보호구는 강제인증 대상에 해당한다. 이에 대한 인증은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에서 담당하고 있다.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은 개인보호구 중에서 강제인증 대상인 호흡용 보호구의 인증신청을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으로 접수함으로써 민원인의 편의를 증대시켰다. 호흡용 보호구를 제외한 안전화, 안전모 등 일반 개인보호구는 자율인증에 해당되며, 미국표준협회(ANSI) 및 미국기술표준원(NIST) 등에서 인증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 금속절삭용 기계 안전방호 기준 개정 중국 표준화관리위원회(SAC)는 금속절삭용 기계의 안전방호 요건에 관한 기준을 전면 개정하고 이에 대한 인증을 임의인증에서 강제인증제도로 전환했다. 개정된 금속절삭용 기계의 안전방호 요건에 관한 기준은 유럽연합의 CE 마크 인증보다 높은 수준의 규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안전공단 제공 ■모범사례-남양주 (주)하이로드 “S마크(안전인증 마크)는 제품의 신뢰도를 높였고 회사를 키운 일등공신입니다.”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에 위치한 ㈜하이로드는 S마크의 덕을 톡톡히 본 기업중의 하나다. 이 회사 박청익(47) 대표이사는 “사실 회사 설립 초기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S마크 획득이 회사발전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빌딩이나 체육관 등 대형건물 내부의 높은 곳이나 천장 등의 작업에 필요한 ‘유압식 고소 작업대’를 제조하는 전문업체로 국내에서는 2∼3개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992년 2월 회사 설립 당시만해도 100% 수입에 의존하던 분야였다. 처음 이 시장에 뛰어들 때만 해도 박 대표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비교적 간단한 기술을 요구하는 기계인데 수입제품을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초기 생산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좀처럼 기술력을 믿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시 작업중 추락하지는 않을까, 다른 잔고장이라도 발생하면 어쩌나 하는 불신감으로 영업에 엄청 어려움을 겪었다. 박 대표는 이 같은 불신감을 가장 빨리 없애는 방법으로 S마크 취득을 꼽았다. 준비한 지 불과 3개월 만인 그해 6월 높이 10m 내외에서 사용되는 1인용 유압식 고소작업대 4개 모델에 대해 S마크를 취득하는 데 성공했다. 비용도 100만원 정도로 충분했다. 그러나 S마크를 취득한 효과는 엄청나게 달랐다. 사업 초기 월 2∼3대밖에 팔지 못했던 고소 작업대의 판매는 급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당시 연간 250대 정도에 불과했던 국내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데 불과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2000년 7월 2인용 유압식 고소작업대 4개 모델을 비롯해 2002년 8월까지 모두 12개 모델의 생산제품에 대해 S마크를 획득하는 등 기술개발에 꾸준히 노력했다. 현재 이 회사는 연간 710여대의 고소 작업대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이 가운데 470여대는 수출하고 240여대는 국내에서 팔렸다. 시장 점유율은 어느새 90%를 육박하고 있다. 수출은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됐는데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 아프리카에까지 진출해 있다. 물론 유럽 등지의 수출에 필요한 안전인증 마크인 CE를 취득하는데도 S마크 인증이 밑거름이 됐다. 대당 700만∼1300만원 정도 하는 비교적 고가 장비인 만큼 연매출도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50억원에서 올해는 80억원대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 가을에는 경기도 포천에 3000평 규모의 새 공장으로 이사도 한다. 박 대표는 “S마크 안전인증이 공신력을 더해가면서 외국제품과의 경쟁에서도 경쟁력이 한결 높아졌다.”면서 “앞으로 국제시장의 점유율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동중국해 긴장 고조

    동중국해 긴장 고조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지난해 동중국해 해역에서 정보수집 활동을 하던 미국 군함들이 중국 당국에 의해 쫓겨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고 8일 중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기사는 5척의 미군 음파탐지선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탐지 활동을 해왔다고 주장했으며, 특히 북한이 핵 실험을 성공한 이후에는 더욱 철저히 북한측 선박의 이동을 감시했었다고 전했다. 일단 보도는 최근 중국 국가해양국이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한 ‘2006년 중국 해양행정 집법(執法)공보’를 근거로 한 것이어서 나름의 신뢰도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일단 중국은 지난해 본격적으로 진행된 미국과의 군사교류 등을 감안, 당시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중국은 동중국해에 대한 ‘권익’을 강조하며 ‘철저한 감시’를 거듭 다짐, 주변국과의 긴장도를 계속 높여가고 있다. 중국은 특히 ‘2005년 중국 해양행정 집법공보’에서 제주도 서남쪽에 있는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에 대해 해양감시용 비행기를 동원,5차례 감시활동을 진행했다고 밝혀 한국을 긴장시켰다. 중국은 장쑤(江蘇)성 난퉁(南通)과 상하이 충밍다오(崇明島)에서 동쪽으로 150해리나 떨어진 이어도를 쑤옌자오(蘇巖礁)로 부르며 중국에 관할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이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 건설에 착수한 이후 몇 차례 이의를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또 2005년 집법공보는 일본과 오랜 마찰을 겪고 있는 가스전 개발 및 영유권 문제를 자극해 일본에서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공보는 ‘일본이 2004년 7월∼2005년 6월까지 영유권 분쟁 해역에서 석유자원 조사를 실시함에 따라 감시용 비행기와 선박을 파견했다.’고 밝혔었다. 해양공보에 따르면 중국 해양감시총대는 지난해 동중국해 일대에 항공기를 172차례 출격시켜 770시간 동안 공중정찰을 했으며, 선박을 34차례 항진시켜 5만 7875해리를 감시했다. 중국 국가해양국은 “영유권 강화를 위해 동중국해 해역을 정기적이고 광범위하게 감시해왔으며, 이는 동중국해에 대한 중국 정부의 관리 능력과 국가 해양 권익보호에 대한 결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jj@seoul.co.kr
  • [사고없는 일터 만들기] 직원건강 회사가 책임진다

    [사고없는 일터 만들기] 직원건강 회사가 책임진다

    # 1 한국화장품㈜ 음성공장에 근무하는 이사라(여·42)씨는 8년전만해도 허리통증으로 고생했다. 육아와 가사로 생긴 만성질환쯤으로 여기며 한방치료도 자주 받았다. 하지만 이 회사에 취업한 뒤 1년여 만에 허리통증은 씻은 듯 사라졌다. 이씨는 “아침 출근과 함께 전사원이 함께하는 탈춤 때문”이라고 말했다.‘요통예방탈춤’이라 불리는 이 탈춤은 전통 민속탈춤인 송파 산대놀이의 춤사위 중 일부를 응용한 것이다. 근로자들의 경직된 자세를 풀어주고 근육을 고르게 강화시켜 요통 예방에 효과가 있었다. 이 회사의 탈춤은 1999년에 시작해 지금까지 아침시간 10분을 이용,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이후 요통환자가 급감했고 자연스럽게 노사화합도 이뤄졌다. # 2 남양유업 천안신공장은 사원 100%가 금연에 성공한 사업장으로 유명하다. 회사가 2년여 동안 적극적인 금연캠페인을 펼친 결과다. 식료품제조회사로 고객의 신뢰도 얻고 근로자 건강도 증진하기 위해 추진한 것이 계기가 됐다. 캠페인 초기 160명의 사원 가운데 77명(48%)이 흡연자였으나 1차 캠페인 이후 38%,2차 캠페인 이후엔 21%로 흡연자가 줄었들었다.2년후 3차 캠페인이 끝난 다음에는 흡연율 0%를 달성했다. ●근로자 건강, 사업장에서 관리 건강에 대한 욕구는 이제 일터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종전 일과전후 근로자의 자발성으로 이뤄졌던 건강관리가 이제는 회사나 국가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게 일반화됐다.“근로자의 건강관리가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 4조 ‘정부의 책무’에 근로자의 안전 및 건강 보호증진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사업장은 노동부의 ‘사업장 건강증진운동 시행지침’에 맞춰 자율적인 건강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한국산업안전공단은 이들에게 각종 기술적인 지원을 한다. 1994년 이후 지금까지 6만여개의 사업장이 정부의 건강증진사업 지원을 받았다. 지원은 업체특성에 따라 건강증진 운동지도사 양성, 금연·절주, 뇌심혈관질환 예방지원, 건강관리에 필요한 시설·장비 지원 등의 분야에 이뤄진다. 정부는 지난해 근로자 30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1만 5999곳을 대상으로 건강진단과 근골격계질환 예방 등 근로자의 건강증진을 위한 기술지원을 실시,43.2%의 개선율을 보였다. 또 근로자에 대한 교육 및 건강상담 6155건, 혈압 등 간이검사 5만 1700건을 실시했다. 이를 토대로 근로자 건강개선 효과를 분석한 결과 뇌심혈관질환의 경우 대상자 6618명 가운데 정상 근로자가 당초 2621명에서 1년 만에 3539명으로 918명이 증가,31.5%의 개선율을 보였다. 고혈압은 32%가 개선되는 효과를 거뒀다.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 37%가 건강 이상자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업무상 질환으로 판명된 근로자는 7976명이었다.939명은 뇌심혈관질환과 진폐증 등으로 숨졌다. 업무상 질환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근골격계 질환자로 4770명이나 된다. 다음은 뇌심혈관질환자로 1339명이었다. 근로자의 중·고령화와 생활습관 변화가 원인으로 분석됐다. 뇌심혈관질환자의 산재요양 급여 지급액은 2460억원(2005년 기준)으로 전체의 8.1%를 차지했다. 근골격계 질환자 가운데는 요통환자가 3398명(사고성 환자 포함)으로 가장 많았다. 열악하고 불편한 작업환경으로 근로자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고령근로자, 여성·외국인 근로자 구성 비율이 높은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은 근로자의 건강관리가 매우 취약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2005년 기준 근로자 건강진단 결과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37.2%,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36.9%의 근로자가 건강 이상자로 나타났다. 강승규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보건국장(의학박사)은 “소규모 사업장은 사업주, 근로자 모두가 여전히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낮다.”면서 “건강증진 지원사업이 근로자들에게 건강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英선 근로자 스트레스 해결도 법제화 ●BP의 안전문화 부재 지적 미국 화학사고 조사위원회는 최근 정유회사 BP사에 안전문화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2005년 3월에 발생한 BP 텍사스시 정유공장 화재폭발사고 원인을 조사한 최종 보고서에서 BP가 안전관리에 대한 투자를 줄였고 안전문화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이 부족한데다 사고발생 위험이 높은 공정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안전문화 부재를 지적했다.BP는 텍사스시 정유공장 화재 폭발사고로 근로자 등 15명이 숨졌고,200여명이 부상을 당해 2136만달러(한화 약 2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산업보건추진센터 사업성과 실태조사 일본 노동자건강복지기구는 일본 전역의 47개 산업보건추진센터에서 실시하는 근로자 건강상담 및 교육·연구 서비스가 근로자 건강상태 개선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평가했다. 그 결과 산업보건의 및 산업보건 담당자의 업무능력 향상, 사업장 산업보건 활동 활성화, 근로자 건강상태 개선 등의 효과를 얻었다. ●스트레스 발생원인 컨설팅 영국 안전보건연구원(HSL)은 직업성 스트레스를 법적, 경제적, 도덕적 측면에서 기업의 책임으로 규정한 직업성 스트레스 관리 규정에 따라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의 원인과 실질적인 해결 방안에 대한 안내, 조직 차원의 스트레스 대응 방법에 대해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매년 500만명 이상이 직업성 스트레스 및 우울증 등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산업안전공단 ■ 모범사례-(주)실트론 이천공장 ‘왕(王)&S를 위하여….’ 경기 이천시 단월동 ㈜실트론 이천공장을 지난 5일 방문했을때 공장 입구에 내걸려진 이 현수막의 뜻을 알아채지 못했다. 연극이나 음악회 등 회사가 준비하는 공연쯤으로 여겼다. 사원대표 이우혁(34·생산팀)씨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말을 건넸다.“오는 7월로 예정된 전 직원 체력측정에 대비해 근로자들의 몸 만들기를 독려하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남성 근로자는 임금 왕자가 새겨진 몸을, 여성 근로자는 S라인 몸매를 만들자는 뜻이었다. 이 회사 근로자들은 7월로 예정된 한국산업안전공단의 근로자 체력측정에 대비, 전체 직원들이 몸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몸 만들기에 성공한 근로자들에게는 푸짐한 경품도 준비하고 있다. 요즘 사원들 사이에는 “운동 열심히 하고 있느냐.”가 인사말이 됐다. 실트론 이천공장은 실리콘 와이퍼(반도체 기판)를 생산하는 모 대기업의 자회사다. 생산품은 국내 반도체·전자회사 등에 납품하고 해외수출도 한다.190여명의 남녀 근로자들은 하루 8시간씩 3교대로 근무한다. 근로자의 80%가 30∼40대 남성, 여성도 40여명쯤 된다. 밤과 낮을 바꿔가며 근무하는 특성상, 근로자의 건강 유지가 회사의 최대 과제가 됐다. 회사는 체력단련장, 족구장, 탁구장 등 각종 체육시설을 갖추고 한국산업안전공단의 근로자건강증진사업에도 참여했다. 지난해에는 ‘근로자 체력측정’도 경험했다. 일반 건강검진과 달리 근로자의 폐활량, 근력, 신체나이 등 종합적인 건강 상태를 평가하는 것으로 인기가 대단했다. 결국 근로자들의 요구에 의해 올 여름 한번 더 체력측정을 하게 됐다. 사원이 원하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게 회사의 경영방식이다. 김희수 공장장은 “회사나 근로자 모두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근로자의 건강 상태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 근로자들의 5대 질환(고혈압, 간장질환, 신장질환, 당뇨, 고지혈증) 발생 건수는 2003년 22명,2004년 28명,2005년 33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근로자건강증진사업으로 회사는 근로자의 건강이 개선되고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은 근로자건강증진 사업으로 이 회사에 뇌심혈관질환관리를 비롯해 금연운동, 체력측정, 근골격계질환 관리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공장 주변에 산책로를 만들어 근로자들이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풋살 잔디구장도 꾸미고 있다. 한국산업안전공단 보건기술팀 오선택씨는 “사업주나 근로자가 관심만 있으면 건강증진을 돕는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맑은물 밝은세상] (1) 깨끗이 쓰고 재활용하자

    [맑은물 밝은세상] (1) 깨끗이 쓰고 재활용하자

    물은 생명의 젖줄이자 천혜의 자원이다.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인간의 윤택한 삶은 기대할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물의 중요성을 잊은 채 물을 더럽히고 헛되이 버리다가 물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나아가 생명을 잃거나 엄청난 재앙을 자초하기도 한다. 논란은 있으나 유엔은 우리나라를 물부족 국가로 분류한다. 물을 아끼고 현명하게 활용하는 지혜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서울신문은 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물 사랑 캠페인’ 기획기사를 격주로 싣는다. 국무회의 석상이나 정부부처 청사에 들어가는 물은 우리가 시중에서 구입하는 먹는 샘물(생수)이 아니다. 한국수자원공사와 서울시가 걸러낸(정수)수돗물을 페트병에 담았을 뿐이다. 시민들에게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임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다. 월드컵경기 응원이 뜨거울 때 서울시청 앞에서 무료로 나눠준 물도 역시 모양새만 생수이지 실제는 수공이 대청댐에서 취수한 물이었다. ●“수돗물 안전… 직접 마시기엔 글쎄”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얼마나 수돗물을 믿고 마실까. 수돗물시민회의가 조사한 지난해 서울 시민들의 수돗물 신뢰도는 76.5%였다.2004년 신뢰도 57.7%에 견주면 크게 향상됐다. 이 정도면 많은 사람들이 수돗물을 안전하다고 믿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작 수돗물을 그대로 마신다는 대답은 24.4%에 불과하다. 수돗물을 직접 마시기에는 어딘가 미심쩍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최근 국립과학원은 전국 96개 대형(하루 5만t 이상) 정수장의 취수원(정수하기 이전 원수) 34%에서 설사·발열·뇌수막염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자양·구의·암사·풍납(이상 한강 수계)·강정·매곡(낙동강)·칠보(섬진강)취수장 등 7곳은 100MPN/100L 이상 검출돼 기준을 넘어섰다. 감염력이 가장 강력한 로타바이러스 검출 농도도 미국 평균(3.6MPN/100L)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그렇지만 가정 상수도는 걸러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냥 마실 정도로 깨끗한 물이라도 상류 취수원 자체가 오염됐고, 크고 작은 오염사고가 자주 일어나면서 가정 상수도까지 오염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하수도 관리의 중요성 또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우리가 버린 물은 우리에게 그대로 돌아온다. 최익훈 환경관리공단 하수정책지원팀장은 “큰 오염사고가 터져 사회적 파장이 불 때나 하수도의 중요성을 인식하곤 한다.”면서 “우리가 버린 물은 그대로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닫고 하수도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외계층 물공급 확대와 물 산업 육성 시급 전반적으로 먹는 물 공급량과 수질은 선진국과 비교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지금도 많은 지역·주민들이 물 고통을 받고 있다. 전기·통신 서비스는 산간 오지에서도 받을 수 있다. 인프라를 까는 데 엄청난 재원이 들어가지만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보편적인 서비스이기 때문에 정부가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2005년 말 현재 전국 상수도 보급률은 90.7%에 머물고 있다. 특별·광역시는 98.8%, 시지역은 97.3%이지만 면단위 농어촌은 35.2%에 불과하다. 경기 이천에서 발생한 지하수오염 사고 역시 농어촌지역의 열악한 상수도 보급이 불러왔다. 심심찮게 일어나는 집단 식중독 원인도 알고보면 오염된 지하수로 밝혀진 사례가 많다. 정부가 상수도 정책의 초점을 수질 개선과 함께 소외 계층에 맞춰야 할 때이다. 물 산업을 적극 키워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물 전문 조사기관인 글로벌 워터 인텔리전시에 따르면 2004년 기준 세계 물 산업 규모는 연간 5400억달러에 이른다.2014년에는 연간 80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우리 나라에도 이미 선진국 물 업체가 진출했다. 최승일 고려대 교수는 “우리나라 물산업 육성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면서 “부처간 협력과 관련 업계의 해외진출, 수도사업의 효율적인 체제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한국 ‘물쓰듯’ 해도 되나 아낄 줄 모르고 헤프게 쓰는 경우를 들어 흔히 ‘물쓰듯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은 1245㎜로 세계 평균을 조금 넘는다. 그렇지만 물 이용 측면에서는 불리한 조건을 안고 있다. 높은 인구밀도를 감안하면 세계 평균의 8분의1에 불과하다. 더욱이 여름철에 집중호우가 발생하는데다 산악지형이고 하천 경사가 급해 가두지 못하고 바로 흘려보낸다. 강수량은 적지 않은데 물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가졌다. 결코 물을 물쓰듯 하면 안 되는 이유다. 가뭄과 홍수도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 최근 들어 그 빈도가 높아졌다. 근본적인 치수(治水)대책과 다양한 수자원 개발이 절실하다.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363ℓ 정도로 일본, 캐나다, 스위스 등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렇지만 물값(가정용 상수도 기준)은 가장 싸다. 우리나라 물값과 비교해 미국은 1.5배, 일본은 3배, 독일은 5배 비싸다. 국내 다른 공공요금 지출액과 견줘봐도 그야말로 물값에 불과하다. 상하수도요금 대비 전기요금은 2.5배, 통신요금은 8.2배 비싸다. 수돗물 요금은 생산 원가 대비 82.8%수준이다. 아울러 안정적인 물 공급을 위해선 전국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절실하다. 유역별 물 정보 파악과 재해에 신속하게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다목적댐의 운영으로 가뭄과 홍수를 극복한 사례는 통합 물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유효 저수량을 기준으로 15개 다목적댐이 64%를 차지한다. 전력 생산과 재해 극복 효과 또한 크지만 환경 문제, 재산권 침해 등으로 댐 건설의 사회적 여건은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다목적댐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효율적인 물관리 방안을 놓고 진지하게 검토해볼 때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정부 ‘좋은물’ 환경 계획 정부는 오는 2015년까지 우리나라 물의 85%를 ‘좋은 물(두번째 등급인 Ⅰb 수준)’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수질 목표는 수소이온농도(pH) 6.5∼8.5,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은 2㎎/L 이하, 부유물질량 25㎎/L 이하, 용존산소량 5㎎/L 이상, 총대장균은 500/100mL 이하로 정했다. 물고기가 뛰놀고 아이들이 멱감을 수 있는 환경이다. 이를 위해 32조 7000억원이 투자된다. 정책의 초점은 BOD 등 오염물질 관리 위주의 물환경 정책에서 벗어나 수생태 건강성 복원과 위해성 관리에 맞춰졌다. 물 관리 대상을 상수원 상류뿐 아니라 관리의 사각지대였던 하구·연안·실개천까지 관리 범위를 넓혔다. 소규모 비점오염원 관리를 강화하고 콘크리트 일색의 지방하천 2만 1800km의 25%를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시키는 계획도 들어 있다. 상수원 상류에 수변생태벨트를 조성, 환경정화 능력을 키우기로 했다. 특정 수질 유해물질 항목을 현행 17종에서 35종(EU 수준)으로 확대한다. 산업폐수의 업종별 배출허용 기준을 설정하고 배출시설에 허가갱신제도를 도입해 최적 처리기술 적용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수질환경기준 및 평가기법도 인체 위해성 평가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한다. 올해 사람의 건강보호기준 항목을 5개 추가하고,43개 항목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수질오염총량제를 확대 시행하기 위해 4대강 수계에 포함되지 않은 형산강·태화강·안성천 등 모든 수계 및 마산만 등 연안·하구로 대상지역을 넓힐 방침이다. 하수도 보급률도 선진국 수준인 90%까지 올려놓을 계획이다. 하수관거 확대와 개·보수, 하수처리구역 확대 등에 집중 투자한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감정평가사 계속 하려면 3~5년마다 자격 갱신해야

    이르면 8월부터 감정평가사들은 3∼5년마다 건설교통부 장관으로부터 자격증을 갱신받아야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자격등록제가 도입되는 등 감정평가사에 대한 관리가 강화된다. 건설교통부는 14일 부동산 감정평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이같은 내용의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다음주 중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 상정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다음달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오는 8월부터 시행된다. 한 관계자는 “감정평가사 자격등록제가 도입되면 감정평가사는 시험 합격과 함께 건교부 장관에게 자격을 등록해야 하고 특히 대통령령이 정한 기간마다 자격 등록을 갱신해야 계속 영업을 할 수 있다.”면서 “갱신 기간은 3∼5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감정평가사 결격사유는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 이외에 감정평가 업무와 관련한 다른 법률을 위반한 경우까지 확대된다.결격사유 기준도 종전에는 ‘징역형의 선고를 받고 집행 종료 후 2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자’에서 ‘금고 이상 실형 선고를 받고 집행 종료 후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자’로 강화된다. 부실 감정평가에 대한 제재도 강화된다.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스팸여왕 김하나’ 알고보니 남성

    3∼4년전 ‘스팸여왕 김하나’로 네티즌들 사이에 악명을 떨쳤던 스팸(광고성 메일) 발송 프로그램 제작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김하나는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대학 휴학중인 남성 프로그래머 박모(21)씨였다. 박씨는 최근 또다시 신종 수법으로 16억여통의 스팸을 보냈다가 3년여 만에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30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따르면 박씨는 2003년 부산의 한 일반계 고등학교 2학년 때 ‘김하나’라는 가명으로 마이크로소프트 핫메일(hotmail)계정을 자동으로 생성해 스팸을 보내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박씨가 이 프로그램을 인터넷에서 만난 업자 4명에게 팔아 챙긴 돈은 고작 120만원. 하지만 그 여파는 너무 컸다. 이 프로그램이 당시 온갖 음란물 광고, 대출 안내 등을 보내던 스팸 발송자들 사이에 급속도로 퍼져 나가면서 ‘김하나’라는 이름이 ‘스팸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인터넷 사용자들은 “지워도 지워도 돌아서면 또 김하나”라면서 탄식했고,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은 ‘김하나 스팸 대책회의’까지 열고 공식 보고서까지 내놓기도 했다.2003∼2004년 ‘김하나’ 스팸 프로그램으로 발송된 이메일은 수조통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사태가 생각보다 커지자 겁을 먹은 박씨는 스팸 프로그램 제작과 판매를 중단했다.그러나 서울 모 대학에 입학해 컴퓨터를 전공하면서 등록금과 학비, 용돈 등을 벌기 위해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봄 대학을 휴학하고 대구의 한 중소기업에 병역특례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하면서도 직장 선배 권모(27)씨와 함께 스팸 발송 프로그램 제작을 계속했다. 박씨 등은 김하나 스팸 사건 이후 포털사이트 등의 스팸 차단 장치가 강화되자 이를 뚫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중소기업·공공기관 등 신뢰도가 높은 곳의 서버 318대를 해킹한 뒤 이를 ‘숙주’로 만들어 네트워크로 연결, 스팸을 ‘분산 발송’하는 신종 수법을 개발했다. 게다가 피싱 수법까지 더해 1만 2000여건의 개인정보까지 수집했다. 경찰은 이날 박씨와 권씨를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이들에게 1억원을 주고 개인정보를 사들인 대출업자 박모씨를 수배했다.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지방시대] 도시경쟁력과 노사관계/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세계화시대를 맞아 도시 간 생존경쟁이 치열하다. 전통적인 세계도시들이 기존 지위를 유지하고자 애쓰는가 하면, 도약기의 후발도시들 역시 세계도시화를 목표로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중국의 경우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다롄이 저마다 야심차게 국제적인 대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일본에서는 도쿄, 나고야, 오사카가 서로를 의식하는 가운데 도시 이미지 제고와 장소 마케팅에 한창이다. 사실 오늘날 도시는 국가 간 경쟁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공간이다. 경제 활동의 글로벌화, 탈이념화, 정치·경제체제의 지역화에 따라 국가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도시는 확실한 경쟁 주체로 자리잡았다. 경제적 국경 개념이 상당부분 무너진 세계화시대에 지역 진로를 결정지을 주된 행위자가 국가보다 도시라는 사실은 지구촌 여러 곳에서 확인되었다. 사정이 이러한 만큼 우리의 지방 대도시도 세계와 직접 대면하기 위한 시스템, 전략, 실천력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인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개별 도시의 강점, 매력, 특성을 살린 독자적 정책 개발 필요성 또한 커졌다. 이와 관련하여 도시 경쟁력 강화 방안의 하나로 강조되는 것이 지역 노사협력이다. 도시 경쟁력 결정 요인 중 노사협력을 중시하는 까닭은 노사관계야말로 가장 첨예한 대립영역이기 때문이다. 흔히 도시 경쟁력의 주요 요소로는 정주환경, 인프라, 노사관계 안정성을 꼽는다. 이 가운데 정주환경은 주택, 교육, 관광문화자원, 공원녹지 형편을 뜻한다. 인프라로는 교통·물류체계, 산업단지, 각종 산업 기반시설, 인적자원의 양과 질, 국제교류 기반, 행정지원 시스템을 거론한다. 하지만 문제는 노사관계 안정성이다. 이미 일정 수준 이상 도시 대부분이 정주기반 조성과 인프라 구축에 힘써 상당한 성과를 거뒀으므로, 노사관계 안정성은 그 의미가 더해질 수밖에 없다. 대구의 현실 역시 마찬가지이다. 대구는 근래에 이르기까지 영남권 중심도시 기능을 수행했으나, 최근 위상이 크게 약화되었다. 정주여건이나 인프라가 비교적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자본과 기업 유치에 어려움이 따른다. 지역 노사 분야의 신뢰도마저 떨어지다 보니 성과는 더 나쁘다. 그런데 대구지역 노사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문가 부족이 사태 해결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기업이나 행정 모두 똑같다. 노사문제 관심도가 높지만 노무 담당부서 조직률이 전체 기업의 27% 정도에 지나지 않으니 체계적인 노사관리를 기대할 수 없고, 담당부서는 물론 담당인력조차 배치하지 않은 사례가 절반에 가까워 심각성이 엄청나다. 비록 일부 기업들이 조직과 인력을 구비했다 하더라도 전문적인 이해도가 떨어져 문제 대응의 한계는 여전하다. 이러한 실정은 행정기관 역시 다를 바 없어서 노사문제를 다루는 공무원들의 전문지식이 기초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므로 지역 기업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서비스산업 육성 차원의 노사업무 전문가 양성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노사업무 전문가의 역할은 실로 다양하다. 특히 국제기준에 어울리는 노사관계를 정착시키고 외국계 자본과 기업이 부지런히 찾아들게 하자면 문화 다원성을 수렴할 수 있는 인적자원의 능력 발휘가 필수적이다. 이야말로 도시의 보이지 않는 경쟁력이다. 노사문제에 중요성을 부여해 실패한 경영자는 없다고 한다. 대구의 기업인과 행정관료들이 이를 분명히 깨달았으면 한다. 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 [기고] 문화예술부처가 미디어융합 주도해야/유승호 강원대 영상문화학과 교수

    미디어융합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기존의 상호보완적 역할을 해오던 통신과 방송이 각 부문의 발전에 따라 상호 ‘보완’에서 ‘대체’의 관계로 변화하면서 경쟁 격화와 수익 악화, 그리고 인프라 중복투자와 전환비용의 증대가 발생했다. 미디어융합은 미디어산업 발전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정책적 조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 속에서도 우리가 미디어산업의 경쟁력을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미디어 융합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분화의 모습이 그것이다. 모든 사회의 원리에서 융합은 늘 분화를 수반한다. 분화가 기반이 되지 않으면 융합을 통한 성장은 불가능하다. 융합 속에서 나타나는 분화의 대표적인 것이 콘텐츠이다. 미디어융합은 기기, 네트워크, 플랫폼, 콘텐츠분야에서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실제 그 내부 동학(動學) 또한 급격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전에는 단순히 망(網)사용료를 받아 시장의 정체를 피할 수 없었으나, 이제 새로운 수익원은 단연 콘텐츠다. 미디어융합에서 콘텐츠는 그 독립성, 자율성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 이전에 컴퓨터게임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기기의 보조물이었다. 초기 게임들은 소프트웨어 개발과정 중 심심풀이로 만들어졌던 것이니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의 시대는 다르다. 새로운 온라인게임이 나오면 그것이 PC의 사양을 결정하고 PC하드웨어 시장을 견인한다. 노트북을 살 때도 이제는 점원이 ‘게임하세요?’부터 물어본다. 게임 사용여부에 따라 가격과 사양이 다른 노트북을 추천하기 위해서다. 이는 게임에 빠져 있다는 이유 하나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던 게임 마니아들이 만들어낸 결과다. TV에서도 한 드라마가 유행하면 예전에는 담당PD가 방송국 자리를 보장받는데 그쳤지만, 이제는 드라마 하나의 히트만으로도 방송국을 박차고 나와 자기 프로덕션을 차린다.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했을 때 격세지감이 들 정도이다. 이것은 콘텐츠가, 콘텐츠 인력이 ‘창의적’임을 뜻한다. 콘텐츠의 창의성은 당연히 자유와 개방성에 기반한다. 거대 기업과 정부 등의 간섭과 조정에 의해서 키워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많은 국가에서 창의적인 예술분야는 ‘팔길이정책(arm’s length policy)’라고 해서 “지원은 하되 직접적인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렇다면 누가 방통융합시대의 콘텐츠 담당 적임자인가? 이것은 나라의 상황마다 다르다. 물론 다른 선진국들처럼 산업분야에서도 팔길이정책에 익숙해져 있는 나라들에서는 콘텐츠를 산업부서에서 그대로 담당해도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한국의 정부는 다르다. 간섭과 조정이 국가의 중요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의 산업 관련 부처이다. 반면 문화예술 담당 부처는 많은 예술인을 오랫동안 상대하고 또 이들과 빈번히 ‘충돌’해 오면서 팔길이정책을 몸으로 익혀 왔다. 최고의 경쟁력 구현을 위한 짐 콜린스의 ‘적임자 우선 논리’에 비춰봐도 팔길이정책을 가장 오랫동안 구현해 시간적으로 검증되고 신뢰도를 쌓은 조직이 맡는 것이 옳다. 콘텐츠를 포함함으로써 방통위가 공룡 조직이 된다는 견제와 균형의 논리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창의성 기반시대의 콘텐츠는 그 자율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최근 부상하는 콘텐츠가 하나 있다. 모바일게임 콘텐츠이다. 지금은 모바일게임은 ‘키워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거대 통신사에 휘둘리지만 머지않아 훌륭한 모바일게임 콘텐츠가 휴대전화 사양과 구매를 결정지을 것이다. 이것은 콘텐츠를 자율성과 독립성의 관점에서 방통융합을 견인하는 기관차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때 가능한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텐츠는 기기와 통신에 종속된 것으로 보고 이런 관점에서 콘텐츠는 ‘키워져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리고 그런 생각을 당연시하는 집단에 의해서 콘텐츠도 육성된다면 결국 우리의 미디어융합이 실제 미디어콘텐츠산업 발전으로 이어질지는 회의적이다. 유승호 강원대 영상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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