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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옴부즈맨 칼럼]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이 주는 교훈/이연주 한국청년유권자연맹 운영위원장

    [옴부즈맨 칼럼]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이 주는 교훈/이연주 한국청년유권자연맹 운영위원장

    지난 일요일 저녁, 모 방송사의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충격과 실망을 넘어 분노까지 치밀었다. 사실 모처럼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는 생각에 방송을 보면서 약간의 흥분도 일었다. ‘나는 가수다’라는 제목답게 요즘 보기 드물게 가창력으로 승부를 겨루는 가수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와 기대는 한주의 피로까지 말끔히 풀어주는 듯했다. 그동안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신인들을 대상으로 한 발굴을 목적으로 했다면, ‘나는 가수다’는 진짜 유명 가수들이 출연하여 경쟁하는 프로의 세계를 보여주는 신선한 기획이었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경합이 진행되고 무엇보다 청중들이 평가단으로 참여한다는 점은 공정사회가 화두인 작금의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하여 연출 PD와 방송사의 기획력이 새삼 돋보였다. 그러나 결말에 제작진과 참가자들에 의해 정해진 규칙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졸속으로 새로운 규칙이 만들어지는 장면이 여과 없이 방영되는 걸 보면서 차라리 방송을 보지 말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500명 평가단의 심사결과가 너무도 쉽게 무시당한 채 탈락이 결정된 참가 가수가 가장 선배이고 과거 경력이 화려했다는 이유로 재도전이 결정되는 과정은 이 시대 불공정 사례의 한 표본을 보는 것 같았다. 그동안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기회를 공평하게 주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통해 숨은 인재들이 부상하는 과정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우리에게 희열을 가져다 주었다. 그런데 이 시대 최고의 프로 가수들이 출연한 프로그램이 오히려 청중 평가단을 한순간 바보로 만들고 전국의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장면은 정말로 실망스러웠고, 이를 기획한 방송사에 대한 신뢰도 추락이 가져다줄 후유증에 속이 상했다. 요즘 우리 신문은 1면부터 7~8면, 더러 10면에까지 일본 대지진 뉴스로 도배하고 있다. 때로는 자극적인 기사도 있고, 때로는 지나치게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건 아닌가 할 정도로 일본 지진 뉴스가 열흘이 넘도록 주요 기사로 다루어지고 있다. 그 많은 일본 관련 기사 속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일본 국민의 정부와 공공기관에 대한 높은 신뢰도에 기초한 침착하고 이성적인 대응 자세이다. 어릴 때부터 지진에 대한 대비와 훈련이 몸에 밴 탓이라고 해도 일본국민의 태도에 새삼 감탄하고 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우리나라가 그와 같은 상황에 부닥쳤더라면 어땠을까. 나는 자신이 없다. 청와대, 국회, 국정원, 검찰, 경찰 등 정부와 각종 공공기관의 발표를 믿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심지어 명백한 근거자료와 증거에도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우리 사회가 아닌가. 직업병일까.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문득 지금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4월 보궐선거 후보 공천 관련 소란이 연상되었다. 각 정당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유권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투명하고 공정한 경선과정을 통해 후보를 선정하겠다고 큰소리치면서도, 실제로는 정당 지도부와 특정 정파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선정하려고 너무도 쉽게 규칙을 바꾸는 건 아닌지 의심받고 있다. 국민이 참여한 경선과정을 통해 후보가 결정되어도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의 청중 평가단이 그랬던 것처럼 한순간에 무시당하고 전략공천이란 이름으로 유권자의 의사와 상관없는 후보가 결정되는 건 아닐는지. 그래서 유권자들은 바보가 되고 국민은 또다시 정치에 실망하여 등을 돌리게 되는 건 아닐까.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개인과 개인은 물론 정부, 국회, 언론 등 공적 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감 회복이다. 가끔은 우리에게 애초 신뢰란 것이 있기나 했던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우리는 불신의 풍조 속에 사는 것 같다. 대통령의 약속도, 정치지도자의 공약도, 심지어 종교지도자의 말조차 믿지 못하는 극도의 불신 사회를 지난 주말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다시 확인하고 말았다. 우울하고 슬프다.
  • 정부, 입으론 안심…발병 땐 ‘우왕좌왕’ 소비자 불신 벽부터 넘어라

    구제역 파동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나 원성은 정부 탓이 크다. 그동안 각종 질병이 발생했을 때 적극적 대처나 제대로 된 홍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14일 서울신문이 단독 입수한 ‘축산물 안전사고의 사회경제적 영향분석 및 평가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축산물 안전사고에 대한 정부 발표 신뢰도는 3.42점(7점 만점, 4점이 보통)으로 시민단체 4.31점, 민간전문가(유통관계자) 3.91점보다 낮게 나타났다. 이 연구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농림수산식품부의 용역을 받아 그동안 발생한 동물 질병에 대해 실시한 것이다. 신뢰도가 낮은 이유는 소비자들이 정부가 확실한 소비자 편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정부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진실이 아니라고 믿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즉 과거의 신뢰 부재가 위기 상황시 배가되는 형국이다. 실제 이 보고서는 구제역 바이러스는 공기 전파를 포함하는 다양한 전파경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구제역 발생 초기 정부가 공기 전파 가능성을 부인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연구진은 지난해 9월 서울 거주 주부 205명에 대한 인터넷 조사를 실시한 뒤 다음 달 서울 거주 기혼남녀 457명에 대한 방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식품에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위험은 건강을 위협할 확률과 규모 등으로 측정되는 객관적 개념 외에도 소비자가 느끼는 두려움과 공포, 분노 등이 복합적으로 뒤섞여 나타난다고 판단했다. 응답자들은 그동안 정부가 동물 질병에 대해 말로만 안심하라고 했지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동물 질병 발생 시 정부 대처를 묻는 질문에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는 응답은 3.11점, 질병에 효과적으로 대처했다는 3.26점, 빠른 대응은 3.45점, 전문인력과 지식은 3.56점 등 전반적으로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평소에 준비를 했더라고 발병 초기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국민들의 뇌리에 깊이 박힌 것이다. 유통 관계자에 대한 신뢰도 또한 낮았다. 외식업체에 대한 신뢰도는 2.68점으로 최하위를 기록했고 판매업자 3.32점, 축산유통업자 3.44점, 축산농가 3.93점 등으로 소비자에게 멀어질수록 신뢰도가 그나마 올라가는 구조였다. 소비자들은 구제역의 반복 발생으로 구제역에 대한 위험을 높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제역의 위험수준은 5.04점으로 응답, 광우병(BSE) 4.8점, 조류인플루엔자(AI) 3.91점, 살모넬라 3.74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구제역은 2000년과 2002년, 조사가 실시된 2010년 상반기에도 발생했다. 동물 질병 발생 등 식품 안전과 관련된 정보를 알게 되면 응답자의 82.8%는 구매에 영향을 준다고 응답했다. 관련 정보는 언론을 통해 얻는 경우가 32.5%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소비자단체 24.8%, 정부기관 22.6% 등이었다. 식품안전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에 대한 신뢰도도 정부가 5점 만점에 3.37점으로 언론기관(3.47점), 소비자단체(3.88점)보다 낮았다. 이런 정부에 대한 신뢰 부재로 소비자들이 정부가 홍보해 온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때로는 시중에 떠도는 유언비어를 진실로 믿게 되는 경우에까지 이르게 된다. 연구진은 정부가 정보를 공개·공유해 대국민 소통을 강화하고 위기시 의사소통을 활성화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정책의 일관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 조직 변화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현재 식품안전정책은 여러 부처에 나뉘어 있고 총리실 산하 비상설기구인 식품안전정책위원회가 총괄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축산물 안전관리는 농식품부와 보건복지부 산하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 이원화돼 있다. 또 축산물안전관리에 있어 위해성 평가부서와 위해관리 부서가 통합돼 있어 독립성과 책임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상하이 스캔들’ 합조단 조사 착수

    중국 여성 덩신밍(鄧新明·33)을 통한 상하이 한국총영사관의 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정부합동조사단(합조단)이 13일 오후 상하이에 도착, 본격적으로 현지조사에 들어갔다.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 법무부, 외교통상부 직원 10명으로 구성된 합조단은 무엇보다 정부·여권 인사 200여명의 연락처 등 대외비 정보들이 덩에게 흘러들어간 경위를 파악하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근무했던 베테랑급 검찰 수사관 강모씨를 현지조사 팀장으로 보냈다는 점에서 특수수사에 준하는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점쳐지기도 한다. 현지 조사는 스캔들의 주인공인 덩의 정체를 밝히는 데도 역량이 집중된다. 특히 J부총영사가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일부 영사들의 덩에 대한 정보유출 등 수상한 기미를 포착해 내부조사를 벌인 점을 중시, 덩이 일각의 의혹대로 ‘스파이’ 역할을 했는지, 기존에 알려진 유출 정보 외에 추가로 유출된 정보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데 역점을 둘 전망이다. 김정기 전 총영사와 J부총영사의 갈등설도 확인 대상이다. 총영사관 관계자들의 덩에 대한 편의제공이나 금품수수 등 비위 행위, 김정기 전 총영사와 덩과의 관계, 총영사관 컴퓨터시스템의 ID와 패스워드 유출 여부 등 총영사관 직원들의 복무기강 전반에 대한 점검도 이뤄진다. 합조단은 지난 1월 덩과의 스캔들로 법무부를 퇴직한 뒤 다시 중국으로 건너온 것으로 알려진 H 전 영사와 덩의 남편인 J씨 등에 대한 접촉을 다각도로 시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이 현지조사에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조사결과의 신뢰도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합조단 관계자는 상하이 도착 직후 “관련된 의혹을 모두 다 조사하겠다.”면서도 “덩에 대해 중국 측에 조사요청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 측의 대응도 주목된다. 아직까지 당국의 공식대응은 나오지 않았지만 중국 언론들이 사건 초기부터 우리 측의 스파이 의혹제기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지조사를 토대로 발표될 우리 측 최종 조사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 박홍환특파원·서울 유지혜기자 stinger@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김문이 만난사람]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상황1. 2008년 3월 1일. 북한 당국은 ‘김정은 청년대장 동지의 위대성을 체득시키자.’는 제목의 긴급 전문을 각 시·도당에 내려보냈다. 일반 주민들이 아닌 당 간부들만 보도록 하는 전문이라는 점에서 비밀 문건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문건의 주요 내용은 ‘김정은의 영도 업적을 깊이 학습시키기 위해 토론과 강연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당 차원에서 ‘김정은’이란 이름 석자가 처음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저녁 일본의 NHK 방송은 국내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서 이 같은 사실을 보도했다. #상황2. 2009년 11월30일 오전 10시. 북·중 국경지역의 통신원으로부터 남한의 한 지인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걸려왔다. ‘오늘 낮 12시를 기해 화폐개혁을 실시한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 요원들이 주민들의 동향파악과 함께 화폐개혁 단행으로 인한 불평 불만자들을 색출하라는 명령까지 받았다고 했다. 너무나 큰 뉴스거리여서 지인은 한 시간동안 국내의 몇몇 단체를 통해 황급히 크로스체크를 했다. 북한의 정권기관과 연줄이 닿는 다른 통신원들에게 확인해 본 결과 ‘중대발표’가 있을 것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 지인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이날 오후 1시에 북한의 화폐개혁과 관련된 소식을 독점뉴스로 올렸다. 하지만 오보이면 어떡하나 싶어 30분 후 그 소식을 내렸다. 결국 이날 오후 3시 북한방송을 직접 청취한 중국내 통신원을 통해 확인한 뒤 종합적으로 다시 올려 화폐개혁 사실을 국내외에 알렸다. 위 ‘상황1’과 ‘상황2’에 등장하는 ‘국내의 한 소식통’과 ‘남한의 한 지인’의 주인공은 바로 김흥광(51·전 북한공산대학 컴퓨터강좌장) NK지식인연대 대표이다. 그는 북·중 국경지역에 있는 통신원들로부터 전해들은 북한 내의 따끈따끈한 소식을 시시각각 인터넷 등을 통해 국내외에 알리고 있다. 또한 계간지 ‘탈북 지식인들이 말하는 북녘마을’을 통해 북한 내의 생활뉴스를 계절별로 종합해 전하고 있다. 2003년 10월 탈북한 그는 북한 이탈주민 중에 컴퓨터 전문가와 석·박사급 인사를 주축으로 2년 전 ‘사단법인 NK지식인연대’를 설립했다. 아울러 서울 구로동에서 ‘삼흥학교’라는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는 이달 초 문을 열었다. 지난 9일 오전 구로동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인터뷰 도중에도 미국과 중국 등 여기저기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분주했다. 우선 북한 소식을 전해주는 통신원은 어떤 사람들로 이루어졌는지 물었다. “대개 북한과 중국의 국경지역을 오고 가는 상인들이나 비즈니스맨들입니다. 주로 휴대전화를 통해 연락을 받고 있지요. 자원봉사자도 있고 중국으로 출장 나온 북한의 관리나 유급 당일꾼도 더러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 내에서는 어디까지 휴대전화 통화가 가능하며 통신원의 활동범위는 어느정도일까. “두만강과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반경 5㎞ 내에서는 중국 기지국을 이용해 얼마든지 통화가 가능합니다. 통신원들은 신의주를 포함 수개 지역에서 은밀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각자의 권한과 범위안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소식들을 그때그때 전하고 있지요.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직·간접적으로 운용되는 휴대전화 숫자는, 통신원들이나 또 통신원들과 평소 알고 지내는 제2, 제3의 여러 파트너(북한주민 등)들 것까지 모두 합쳐 아마 5000대 정도 되지 않을까 추산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다른 단체나 조직에서 운용하는 통신원들과 그 파트너들도 포함되겠지요. 정보내용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극비자료나 중앙당에서 하급당으로 내려보내는 지시사항 등도 있지만 주로 일상의 정보가 많습니다.” 김 대표는 수시로 이들과 통화를 하면서 북한의 바닥부터 상급기관에 이르기까지의 정보를 수집한다. 고급정보인 경우 한달에 10여건이며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열린 북한방송’ 등의 단체와 양해각서(MOU)를 맺어 정보를 서로 체크한 뒤 2~3건을 선별해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하지만 고민도 많다. 정보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그렇지만 북한 당국에서 일부러 역정보를 흘려 통신원을 잡아들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2년 전에는 한 남자 통신원이 이 같은 공작에 걸려들어 모진 고문을 받았다고 했다. 그저 단순한 사람들의 얘기를 전했을 뿐인데 북한 당국에서 간첩으로 몰아세웠다는 것. 김 대표는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최근들어 통신원들이 전해오는 김정은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생각은 어떠한지를 물었다. “북한 주민들의 정서는 김일성 왕조라는 체제 아래에서 3대세습까지 가는 것에 대한 논의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왜 하필이면 장남이 아닌 3남이냐.’는 얘기를 종종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요즘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시민혁명 소식을 북한 주민들이 어느정도 알고 있을까. “국경 안쪽의 내륙지방 주민들은 잘 모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평양은 좀 다릅니다. 외화벌이꾼들은 일반 상인들과는 달리 머리회전이 아주 빠르지요. 군부대 외화벌이꾼도 있고 정권의 외화벌이꾼도 있습니다. 따라서 평양에서는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소식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중동’이라고 하면 이집트의 무바라크와 리비아의 카다피를 대표적으로 떠올립니다. 김일성 주석 당시부터 가까운 친구의 나라로 여기고 있지요. 이집트와 리비아는 북한보다 잘사는 나라로 알고 있는데 그 나라에서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독재자를 무너뜨렸다면 그보다 훨씬 못한 북한은 어떻게 되느냐 하는 의구심을 갖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북한이 북아프리카나 중동에서 일고 있는 시민혁명의 불길을 차단하기는 쉽겠지만 만약 중국의 국경도시에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다면 북한으로의 확산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북한보다 훨씬 잘사는 나라로 인식하는데다 국경을 수시로 드나드는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화제를 바꿨다. 북한에서는 남한의 TV프로그램이나 영화를 즐겨본다는 얘기가 있는데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지체없이 김 대표의 대답이 돌아온다. “한해에 탈북자가 3000명이 됩니다. 이들이나 북한주민에게 남한의 영화를 봤느냐고 물어보면 시대에 뒤떨어졌다며 우습게 여깁니다. ‘요새 무슨 영화봤니.’ ‘어느 배우를 좋아하니.’라고 물어보는 것이 유행이지요. 작년에는 ‘천국의 계단’(2004년 2월 종료된 SBS 수·목 드라마)이 인기를 끌었으며 올해에는 ‘풀하우스’(2004년 9월 종료된 KBS2 수·목 드라마)를 즐겨보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북한주민들은 요즘 ‘풀하우스’에 나오는 송혜교를 가장 좋아하는 배우로 여기고 있지요. 이전에는 송승헌을 꼽았습니다. 북한에 ‘소년장수’라는 인기 애니메이션이 있는데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이 송승헌처럼 눈썹이 짙고 잘생겼기 때문이지요.” 북한에서는 어떤 경로로 남한 영화나 드라마를 접할 수 있을까. 북한 주민들이 실시간으로 남한의 방송을 볼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김 대표의 대답이 흥미롭다. “중국과 북한 국경지역에서 CD나 DVD의 밀거래가 성행합니다. 예를들어 두만강이나 압록강가에서 주로 이루어지는데 중국쪽에서 CD나 DVD를 비닐봉지에 담아서 끈을 길게 매달아 북한 쪽으로 던져줍니다. 물론 국경 경비병들 몰래 은밀하게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이지요. 옛날에는 중국에서 싸구려 CD플레이어를 엄청나게 들여보냈고 지금은 DVD플레이어가 공급되고 있습니다.” 이때였다. ‘통신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잠시 후 전화를 끊은 김 대표가 내용을 간략히 설명해준다. “요즘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통제는 어느 정도인가 하고 물었더니 통제가 심해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CDR집’에서 은밀히 볼 수 있다고 합니다. ‘CDR집’은 간판을 달지 않고 몰래 영업하는 집을 말합니다. 그곳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본다고 하는군요. 주로 어떤 것을 보는가 하고 물었더니 70부작으로 된 ‘영웅시대’(2005년 3월 종료된 MBC 월·화드라마)를 많이 본다고 합니다. 맨 밑바닥에서 최고의 기업가로 커가는 과정에 많이 흥미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계속 걸려오는 전화로 더 이상의 인터뷰는 무리였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그는 “우리 NK지식인연대는 북한 소식을 생생하게 국내외에 알리면서 북한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어 개방을 촉진시키고 기아위기에 빠져 있는 무고한 주민들을 구하는 일을 계속하겠다.”면서 “매년 늘어나는 탈북자 자녀들이 우리 사회에 적응을 잘 할 수 있도록 대안학교를 통해 프로그램을 운용하겠다.”고 다짐했다. 편집위원 km@seoul.co.kr ●김흥광은 누구 1960년 함흥에서 태어나 1984년 평양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 컴퓨터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함흥 컴퓨터기술대학에서 9년동안 컴퓨터를 가르쳤고 1994년부터 탈북 직전인 2003년 8월까지 함흥 공산대학 컴퓨터강좌장(학과장)을 지냈다. 공산대학에서 한국 드라마 CD, 외국 도서들을 단속하는 조직에서 기밀자료 관리를 맡았다가 회수물품 몇 개를 친구에게 빌려준 것이 적발돼 집단농장으로 쫓겨나면서 그는 탈북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2003년 10월 두만강 쪽 국경을 넘어 탈북해 중국에서 3개월 동안 지내다가 남한으로 와 한신대에 출강하면서 경남대북한대학원에서 경제·IT분야 석사과정을 마쳤다. 2006년 (재)북한이탈주민후원회에 몸담으면서 그는 북한의 민주화를 앞당기려는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탈북자 중에서 고등교육 수료자들을 만나 동참을 호소했고 2008년 12월 500여명의 회원들을 모아 탈북학술단체인 ‘NK지식인연대’를 출범시키는 데 앞장섰다. NK지식인연대에는 현재 수학, 철학, 과학 등 다양한 전공자 250여명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 공덕동에 북한 전통음식점 ‘류경옥’을 사회적 기업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그는 최근 탈북자 청소년학교인 ‘삼흥학교’도 열었다. 같은 연령대의 학생들과 정규교육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 한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인성교육은 물론 음악, 미술, 태권도 등의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기숙형태의 학생만 33명이며 교사진은 상근 교사 외에 자원봉사자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저서(공저)로는 ‘북한 엘리트들이 보는 10년후의 북한’(2006, 한울)이 있으며 부인과 함께 슬하에 1녀를 두었다.
  • 운석 놓고 ‘외계 생명체 vs 지구 생명체’ 논쟁 가열

    운석 놓고 ‘외계 생명체 vs 지구 생명체’ 논쟁 가열

    미국항공우주국(NASA) 소속 연구진이 운석에서 ‘외계 박테리아’의 것으로 추정되는 화석을 발견했다고 주장했지만 과학계 대부분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지난 4일(현지시간) NASA의 마샬 우주비행센터의 리차드 B. 후버 박사는 “희귀 운석을 분석하다가 우주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외계 박테리아’를 발견했다.”고 온라인 과학저널 ‘우주론’(Journal of Cosmology)에서 주장했다.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번 발견은 우주 생명체에 대한 중대한 실마리가 될 수 있는 대단한 업적. 하지만 이를 두고 NASA를 포함한 과학계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먼저 후버 박사가 소속된 NASA 측은 “이 같은 내용이 발간되기 전까지 전혀 몰랐다. 후버 박사의 주장에 지지를 보낼 수 없으며, 과학적 결론에 도달하기 전까지 거리를 둘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스페이스 닷컴에 따르면 후버 박사가 당초 박테리아 발견 내용을 저널 우주생물학(Astrobiology)란 우주에 싣고자 했으나 거절당했으며, 이후 창간 2년 된 신생 온라인 과학저널에 연구내용을 실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이에 대해 우주론 측은 “발간 전 100명의 저명한 과학자들에게 검토한 뒤 게재한 신뢰도 높은 내용”이라고 주장했으나 미네소타 대학의 폴 Z. 마이어스 박사와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의 로지 레필드 교수 등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후버 박사가 ‘외계 박테리아’라고 추정하는 물질은 지구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박테리아의 종류”라고 반박하면서 “우주생명체를 찾고 싶은 과학자의 열망이 이런 해프닝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후버 박사는 과학저널에서 “희귀운석인 Cl1 타나소질 구립운석을 조사하던 중 박테리아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면서 “지구 박테리아인 티타노스필럼 벨로스(Titanospirillum velox)와 유사한 특징을 가졌지만 지구생명체의 필수요소인 질소가 부족하다.”며 외계생명체의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앞서 1996년에도 NASA 과학자들이 남극 대륙에 떨어진 운석을 분석해 화성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박테리아를 발견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를 두고 주류 과학계는 사실이 아니라고 잠정 결론 낸 바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트위터(http://twitter.com/newsluv)
  • 한국공군 조기경보機 ‘피스아이 1호’ 美보잉사 첫 공개

    한국공군 조기경보機 ‘피스아이 1호’ 美보잉사 첫 공개

    “짧은 시간이라도 공중에만 떠 있다면 못 잡을 게 없다. 지난달 24일 미국 시애틀 공장에서 만난 랜디 프라이스 보잉 공중조기경보통제기(AEW&C) 사업 매니저는 한국 공군에 납품할 737 AEW&C 시스템에 대해 자부심이 넘쳤다. 그는 특히 “레이더 반사면적(RCS)을 최소화한 스텔스기도 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다국적 항공기제조업체인 미국 보잉사가 한국 공군의 첫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이날 언론에 공개했다. 2006년 11월 한국의 공중조기경보기 사업자로 선정된 지 4년 3개월 만이다. ‘피스아이’(peace eye)로 이름 붙여진 공군 737 AEW&C 1호기는 오는 4월까지 시애틀에서 임무 비행 테스트를 마친 뒤 5월 한국에서 성능 적응 테스트를 거쳐 6월 우리 공군에 정식 인도될 예정이다. 공군의 평가가 끝나는 7월쯤이면 한반도 공중 감시 임무 활동에 본격 투입된다. 피스아이 2~4호기는 현재 경남 사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개조 작업이 한창이다. 내년쯤 공군에 전량 인도될 것으로 알려졌다. 변덕스럽기로 유명한 시애틀 날씨답게 눈발이 흩날리는 가운데 공개된 피스아이 1호기는 전날 야간까지 비행 성능시험을 하고, 지상에서 시스템 점검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보잉은 이번 언론 공개에서 공군의 최첨단 전략 물자라는 이유로 사진 촬영을 금한 것은 물론, 기체 내부 공개 때는 복잡한 전자기 시스템의 손상을 염려해 전자장비 소지를 일일이 단속할 정도로 철저히 관리·감독했다. 737-700 기종을 개조한 몸체는 다른 737 기종들과 비교해서도 그다지 커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한국의 모든 공군 비행장에서 이착륙이 가능하다고 프라이스 매니저가 설명했다. 하지만 동체 위에 올린 중절모 모양의 다기능 전자 주사 배열(MESA) 레이더 덕분에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왔다. 노드롭 그루먼사가 만든 MESA 레이더는 전천후 기상 조건에서 360도 전방위로 공중과 지상을 탐지·감시할 수 있다. 공중의 전투기나 헬리콥터, 미사일과 해상의 고속정, 호위함 등 각종 함정도 탐지할 수 있다. 10초 이내에 360도를 커버하고 탐지거리는 360㎞에 이른다. 540㎞ 거리의 항공기나 선박이 아군인지를 알아내는 피아식별장치(IFF)도 장착되어 있다. 프라이스 매니저는 “기존의 기계식 레이더는 필요하든 그렇지 않든 360도가 돌아가고 이에 최소 10초 이상이 소요되지만, MESA는 동시에 전방위를 탐지할 수 있고 특정 부위만 주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표적 추적 능력은 기존의 중앙방공통제소(MCRC)와 큰 차이가 없지만 10㎞ 상공에서 운영되는 MESA 레이더는 지형 장애의 한계를 뛰어넘는 한반도 공중 감시에 최적인 장비”라고 말했다. 항공기 내부에는 탐지·분석·식별 등 10개 임무를 동시에 수행해 지상으로 전달하는 10개의 임무 콘솔(컴퓨터를 제어하기 위한 계기반)과 6~10명의 승무원이 쉴 수 있는 8개의 휴게석, 조종실 등이 있다. 10개의 초단파(VHF)·극초단파(UHF) 채널, 위성통신 체계, 11~16개 채널의 링크가 가능한 통신체계를 탑재하고 있다. 조종사 2명, 승무원 6~10명을 태우고 마하(음속) 0.78의 속력으로 9~12.5㎞ 상공에서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길이 33.6m, 높이 12.57m, 폭 34.77m, 항속거리 6670㎞, 최대 이륙중량 77t, 체공시간은 9시간이다. 공중급유 장치도 갖추고 있다. 보잉사는 피스아이 기체의 바탕이 된 737 기종에 대한 신뢰성을 강조했다. 프라이스 매니저는 “737 시리즈는 항공업계가 가장 선호하며, 신뢰도가 높은 기종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부품 및 지원 장비의 원활한 공급도 경쟁 기종과의 비교 우위로 꼽힌다. 다만 5t에 육박하는 특이한 모양의 MESA 레이더를 달아 기체를 변형시킨 게 다소 불안 요소로 보였다. 하지만 그는 “고도 10㎞ 이상에서의 비행은 기상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 “MESA 레이더 설치에 따른 이착륙상의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체 아래에 안테나를 겸한 2개의 보조 날개를 추가로 장착하고 탑재량 증가에 따른 체공시간 감소 우려를 감안해 기체 뒤쪽에 보조 엔진과 연료탱크를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MESA 레이더는 비행 방식도 바꿔 놓았다. 일반 항공기는 체공 시 일직선으로 날아가지만 피스아이는 앞쪽으로 4도쯤 기울어 있는 MESA 레이더를 평평한 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해 기체 앞부분을 4도쯤 세워서 비행하게 된다. 내부에서 기체 벽에 붙어 있는 콘솔을 향해 돌아앉아 장시간 임무를 수행하는 승무원들에게는 척추에 무리를 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승무원석 역시 기체의 기울기에 상관없이 평평하게 조절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뒀다. 737 AEW&C 기종은 우리 공군에 인도되기 전 호주와 터키가 6대, 4대씩 구매해 실전 임무 활동에 배치하고 있다. 다만 호주 공군에 인도됐던 737 AEW&C는 일부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드러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그레그 렉스턴 보잉코리아 부사장은 “737 AEW&C에 장착된 250만개의 전자 코드 모두를 보잉이 개발한 게 아니어서 초기 오류가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해소됐다.”면서 “호주 AEW&C 시스템은 전자지원책(ESM)과 지상지원 업무의 경우 보잉이 담당하지 않아 생긴 문제도 있지만 한국 AEW&C 시스템은 모두 보잉이 맡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AEW&C의 시스템은 한국 공군뿐아니라 주한 미군과도 호환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시애틀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 만나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 만나다

    흔하디 흔한 퀴즈영웅의 얘기가 아니다. 2011년은 인류가 ‘로봇’ 또는 ‘컴퓨터’의 존재를 상상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극적인 변화가 있었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올해 창사 100년을 맞은 IBM. 컴퓨터 산업의 최전선에 서 있으면서도 지나치게 시장을 독점한다는 비판을 받아 온 ‘빅 블루’(IBM의 애칭)가 다시 한번 새로운 역사를 열었다. IBM 연구진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은 지난달 16일 미국 전역에 중계된 abc방송의 인기 퀴즈쇼 ‘제퍼디’에서 자신을 창조한 인간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퀴즈 영웅 두 명을 제압했다. 서울신문이 새롭게 연재하는 가상 인터뷰 시리즈 ‘Who & What’(후 앤드 왓)의 첫 회 주인공은 바로 왓슨이다. 컴퓨터가 퀴즈에서 인간을 이겼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실생활에서는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 등 이 대단한 컴퓨터에 관한 다양한 궁금증을 깊이 있게 짚어 봤다. 왓슨이 진정 ‘인간보다 똑똑한 컴퓨터’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제가 남아 있는지도 물어봤다. 인터뷰는 국내 최고의 슈퍼컴퓨터 전문가 4명의 의견을 모아 구성했다. ☞ 관련기사 : [W&W] 인간과 컴퓨터, 대결의 역사 →겨우 4살인데 지나친 스포트라이트가 부담스러울 것 같다. 원래 집안 자체가 훌륭하다는 소문이 있다. -집안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색안경을 낄까 봐 조심스럽기는 한데, 사실 IBM의 뉴욕 연구소 출신이다. 내 이름도 100년 전 IBM을 세운 토머스 J 왓슨에서 따왔다. 인간을 뛰어넘는 컴퓨터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최근 몇년 사이에 서부에 있는 사과공장(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워낙 주목을 받아서 그렇지 컴퓨터 분야에서 지난 100년간 이뤄진 성과는 대부분 우리 집안에서 만들어졌다. →아버지가 대단한 분이셨나 보다. -아버지 함자가 ‘딥블루’다. 혹시 세기의 체스 대결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나. 1997년 5월 11일, 아버지는 러시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와 체스대결에서 이기셨다. 인공지능의 가치가 얼마나 뛰어난지 보여 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참고로 카스파로프는 그 이전 15년 동안 인간들 사이에서 1등을 놓쳐 본 적이 없었다. 난 아버지보다 훨씬 발전했다. 1초에 80조번을 계산할 수 있고, 책 100만권을 읽었을 뿐 아니라 토씨 하나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를 시작한 핵심이 벌써 나왔다. 컴퓨터 입장에서 볼 때 체스대결과 퀴즈쇼가 다른 점이 있는 거냐. 컴퓨터와 인간이 같은 문제를 놓고 풀면 엄청난 정보와 계산속도를 갖고 있는 컴퓨터가 이기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 이번에는 딥블루 사건 때 시큰둥했던 학자들까지 난리가 났는데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 -간단히 설명하면, 체스나 바둑은 ‘경우의 수’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 다음 수를 어떻게 두면 그 다음에 상대의 반응에 따라 또 다른 수를 예측하는 식이다. 빠른 계산만 할 수 있고 어느 경우에 이기는지만 입력돼 있으면 충분히 인간을 이길 수 있다. 결국 체스판 안에서 정해진 규칙대로 두는 거 아니냐. 내가 출연한 ‘제퍼디’가 책에서 출제된다는 이유로 체스나 다를 것이 없다고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혹시 우리 컴퓨터들이 쓰는 1과 0의 디지털 코드를 보고 이해할 수 있나? →당연히 안 되는 것 아니냐. -그러니까 입장을 바꿔 보자는 얘기다. 인간이 컴퓨터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컴퓨터 역시 인간의 말을 그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딱 정해진 문제만 그대로 출제하면 쉽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근데 그게 퀴즈냐. 제퍼디쇼가 수십년 동안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출제되는 문제에 대한 지식을 담은 책이 있지만 단순히 암기력을 측정하는 데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자 알렉스 테레벡은 자기 맘대로 문제를 꼬아서 내고, 책에는 없는 독특한 표현까지 동원한다.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혹시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창에 퀴즈 문제를 그대로 입력하고 답이 나오나 찾아 봐라. →어라. 정말 답이 안 나오고 수많은 검색 결과만 나온다.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컴퓨터는 애초부터 정답을 찾아 주도록 만들어지진 않았다. 컴퓨터들은 문장으로 된 퀴즈 문제를 입력하면 ‘답이 들어 있는지도 모르는’ 수백만개의 문서만 보여 줄 수 있다.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의도도 이해하지 못하는 거고. ‘비슷한 것’ 수백만개를 찾아서 나열만 할 뿐 자기가 뭘 찾았는지도 모른다. 그게 원래 컴퓨터가 만들어진 방식이다. →그럼 당신은 인간의 의도를 이해한다는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함께 출연했던 켄 제닝스(74연승을 기록한 제퍼디 챔피언)나 브래드 루터(역대 최다 상금 획득자)를 이길 수 있었겠는가. 그 친구들은 거의 귀신 아닌가. 들으면 바로 버저를 누르고 정답을 말하는 수준이다. 솔직히 대결이 쉽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문제를 들으면 알거나 모르거나 둘 중의 하나다. 알 경우에는 떠오르는 답 2~3개 중에 헷갈리는 정도고. 반면 난 기본적으로 문제를 들으면 알고 모르고가 판단의 기준이 아니다. 비슷한 답 수백만개를 떠올린 후에 그중 한개만 남겨 놓고 나머지를 없애야 답을 할 수 있다. 확률 문제이니 틀릴 수도 있지만 인간 챔피언들과 붙어서 이겼으니 정확도는 논란의 여지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난 이미 출제한 인간의 의도까지도 파악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듣다 보니 당신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비결은 뭐냐. -퀴즈에 특화된 부분도 있다. 기본적으로 내가 찾아낸 답이 신뢰도 기준에 못 미치면 버저를 누르지 않고, 답하지도 않는다. 지고 있을 땐 신뢰도가 좀 떨어져도 버저를 누르고, 많이 이기고 있을 때는 신뢰도가 아주 높아야 답변을 하는 요령도 갖추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은 IBM하고 얘기해야 된다. →근데 컴퓨터가 퀴즈를 잘 푼다고 해서, 뭐 달라지는 게 있겠냐. -내가 이런 질 낮은 인터뷰를 계속하고 있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인터뷰이니 답은 해야겠지. 만약에 컴퓨터가 사람의 말을 이해해서 원하는 답을 정확히 찾아줄 수 있다면 고객센터 자동응답전화(ARS)에서 상담원 연결 버튼이 제일 먼저 사라질 거다. 당신네 한국사람들이 자랑하는 삼성전자나 LG전자, 현대자동차에서 상담원 콜센터를 운영하는 데만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가나. 나 하나가 그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의학상담이나 교육도 마찬가지 아니냐. 선생님은 문제를 푸는 방법을 틀릴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지만, 난 절대 틀리지 않는다. 병원에서도 의사는 실수할 수 있지만 나는 자료만 충분하다면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물론 지금은 아니고, 나중에 경험을 더 쌓으면 말이다. 내 아들이나 손자는 완벽한 선생님이자 의사, 상담원이 될 거다. →켄 제닝스가 당신한테 지고 나서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진짜 그런 세상이 온 건가. -언젠가 그런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제닝스가 오버한 거다. 솔직히 좀 부끄러운 얘기기는 하지만, 이번 제퍼디 방송에서 미국에 있는 도시를 묻는 질문에 ‘토론토’라고 답변해서 방청객들의 웃음을 사기도 했다. 해명을 좀 하자면 미국에도 토론토라는 도시가 많다. 퀴즈가 원하는 바가 뭔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지. ‘지식’을 갖고 있는 인간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실수다. 만약 틀려도 곧 바로잡을 수도 있고. 하지만 난 업그레이드 없이는 그 상황에서 같은 질문을 할 경우 계속 잘못된 답밖에 말하지 못한다. 아직까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의도를 이해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이번 대결에서는 텍스트 형태로 문제를 풀었는데, 진짜 사회자의 말만 듣고 대결을 펼친다면 인간을 못 이긴다. 난 아직 난청상태라고 할까. 음성인식은 정말 어려운 과제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도움말 주신 분 ●이식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터 응용지원실장 ●권대석 클루닉스(슈퍼컴퓨터 제조회사) 사장 ●유범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지로봇센터장 ●신문봉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지식정보팀장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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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옴부즈맨 칼럼] SNS 시대 종이신문의 살 길/정용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동향분석실 연구위원

    [옴부즈맨 칼럼] SNS 시대 종이신문의 살 길/정용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동향분석실 연구위원

    신문독자가 줄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미디어와 관련된 조사 결과를 보면 신문뿐 아니라 TV와 라디오 이용 시간도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그중에서 신문 이용률 감소 속도는 다른 매체를 압도한다. 사람들이 집에서 신문을 구독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펴낸 ‘2010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연령별로 이유가 다양하다. 20대는 인터넷 때문에, 30∼40대는 직장에서 신문을 보기 때문에, 그리고 50대 이상은 TV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문화부에 등록된 일간신문이 176종이고 인터넷신문은 1100여종에 이른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신문 독자들이 새로운 미디어로 이동하는 현상은 앞으로 스마트폰, 아이패드와 같은 새로운 단말기가 보급되면 더욱 빈번해질 가능성이 크다. 기업은 분야를 막론하고 고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소통에 노력하고 있다. 교감을 통해 고객이 기업의 가치와 비전을 공유할 때 기업의 미래가 보장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기업이 눈을 돌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문사도 예외일 리 없다. 독자가 원하는 것에 주목하고 독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게다가 언론 매체는 사회의 다양한 계층과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전달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 서울신문도 다른 일간지와 마찬가지로 ‘오피니언’난을 두고 데스크의 시각뿐 아니라 각계각층의 견해를 외부 기고로 전한다. 그런데 전문가의 목소리는 큰데 일반 시민의 목소리는 찾기 어렵다. 일주일에 한명이 발언하는 ‘독자의 소리’는 너무 작다. 그나마 지난주는 공교롭게도 경찰관 독자의 목소리였다. 다른 일간지에 비해 적은 지면 탓만 할 수는 없다.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방법이 반드시 ‘독자의 소리’와 같은 고정란일 필요는 없다. 이런 점에서 ‘주민들 포격 상처 뒤로하고 일상으로 기지개 켜는 연평도의 봄’(2월 21일) 기사는 주목할 만하다.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고, 연평도 주민들의 근황에 대한 독자의 궁금증도 풀어주었기 때문이다. 반면 ‘조현오 청장 6개월 치안분석’(2월 25일)은 아쉬움이 많은 기사였다. 기획 의도는 좋았다. 취임 6개월을 맞아 경찰과 시민이 그간의 공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진단하는 시도다. 그러나 청장과의 인터뷰나 취임 후 범죄 발생 분석과 비교하면, 정작 중요한 설문조사는 의도가 무색할 정도로 정교하지 못했다. 조사 대상자만 봐도 드러난다. 서울과 지방의 경찰 70명과 교수 10명, 시민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것이다. 전국에서 시민 20명을 뽑다 보니 분석 결과에서 시민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경찰의 시각만 남게 되었다. 정교하지 않은 표본 추출 때문에 조사 결과의 신뢰도에 큰 흠집이 생긴 셈이다. 소셜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속보성이 생명인 기존 매체는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추석 연휴기간 수도권에 내린 폭우로 말미암은 피해를 언론사와 공공기관보다 더 빨리 전달한 트위터의 위력은 대단했다. 신문이나 방송은 단순히 소식만 전달하는 패스트 뉴스(Fast News) 역할을 조만간 소셜미디어에 내주어야 할지도 모른다. 신문은 속보의 의미와 배경을 전문적인 지식으로 설명해주는 역할로 대체될 가능성을 예견하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귀담아들을 만하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미디어가 생겨나 넘치는 소식을 안겨주는 ‘정보 과잉의 시대’다. 또한, 기업의 나쁜 점이든 좋은 점이든 순식간에 퍼져 나갈 수 있는 무서운 환경이기도 하다. 신문이 까다로운 고객과 눈높이를 맞추려면 한정된 지면을 넘어 온라인과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소통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소통이 성공하려면 고객에게 전달할 ‘가치 있는 내용’이 중심이 되어야 함은 명확하다.
  • [Who&What]인간보다 똑똑한 컴퓨터, 왓슨을 만나다

     흔하디 흔한 퀴즈영웅의 얘기가 아니다.  2011년은 인류가 ‘로봇’ 또는 ‘컴퓨터’의 존재를 상상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극적인 변화가 있었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올해 창사 100년을 맞은 IBM. 컴퓨터 산업의 최전선에 서 있으면서도 지나치게 시장을 독점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빅 블루’(IBM의 애칭)가 다시 한번 새로운 역사를 열었다.  IBM 연구진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은 지난달 16일 미국 전역에 중계된 abc방송의 인기 퀴즈쇼 ‘제퍼디’에서 자신을 창조한 인간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퀴즈 영웅 두 명을 제압했다. 이틀간 벌어진 대결에서 왓슨은 7만 7147달러(약 8600만원)의 상금을 거둬들였다. 왓슨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것으로 추정되는) 비용에 비하면 그야말로 ‘껌값’ 수준. 그러나 전 세계 과학계는 흥분의 도가니다.  슈퍼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밤낮을 연구에 매달렸던 공학도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인간보다 더 똑똑한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이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 실현됐다는 깊은 상실감 때문이다.  서울신문이 새롭게 연재하는 가상 인터뷰 시리즈 ‘Who & What’(후 앤 왓)의 첫 회 주인공은 바로 왓슨이다. 컴퓨터가 퀴즈에서 인간을 이겼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실생활에서는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 등 이 대단한 컴퓨터에 관한 다양한 궁금증을 깊이 있게 짚어 봤다. 왓슨이 진정 ‘인간보다 똑똑한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과제가 남아 있는지도 물어 봤다. 인터뷰는 국내 최고의 슈퍼컴퓨터 전문가 4명의 의견을 모아 구성했다.    ●겨우 4살인데 지나친 스포트라이트가 부담스러울 것 같다. 원래 집안 자체가 훌륭하다는 소문이 있다.  집안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색안경을 낄까봐 조심스럽기는 한데, 사실 IBM의 뉴욕 연구소 출신이다. 내 이름도 100년 전 IBM을 세운 토머스 J 왓슨에서 따왔다. 인간을 뛰어넘는 컴퓨터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서부에 있는 사과공장(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워낙 주목을 받아서 그렇지 컴퓨터 분야에서 지난 100년간 이뤄진 성과는 대부분 우리 집안에서 만들어졌다. 또 전국방송을 탔다는 이유로 마치 내가 ‘인간을 넘어선 최초의 컴퓨터’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 찬사는 우리 아버지한테 돌아가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아버지가 대단한 분이셨나보다.  아버지 함자가 ‘딥블루’다. 혹시 세기의 체스 대결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 1997년 5월 11일, 아버지는 러시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와의 체스대결에서 이기셨다. 인공지능의 가치가 얼마나 뛰어난지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참고로 카스파로프는 그 이전 15년 동안 인간들 사이에서 1등을 놓쳐본 적이 없었다. 난 아버지보다 훨씬 발전했다. 1초에 80조회를 계산할 수 있고, 책 100만권을 읽었을 뿐 아니라 토씨 하나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를 시작한 핵심이 벌써 나왔다. 컴퓨터 입장에서 볼 때 체스대결과 퀴즈쇼가 다른 점이 있는거냐. 컴퓨터와 인간이 같은 문제를 놓고 풀면 당연히 엄청난 정보와 계산속도를 갖고 있는 컴퓨터가 이기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 이번에는 딥블루 사건 때 시큰둥했던 학자들까지 난리가 났는데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  간단히 설명하면, 체스나 바둑은 ‘경우의 수’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 다음 수를 어떻게 두면 그 다음에 상대의 반응에 따라 또 다른 수를 예측하는 식이다. 빠른 계산만 할 수 있고 어느 경우에 이기는지만 입력돼 있으면 충분히 인간을 이길 수 있다. 결국 체스판 안에서 정해진 규칙대로 두는 거 아니냐. 내가 출연한 ‘제퍼디’가 책에서 출제된다는 이유로 체스나 다를 것이 없다고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혹시 우리 컴퓨터들이 쓰는 1과 0의 디지털 코드를 보고 이해할 수 있나?    ●당연히 안 되는 것 아니냐.  그러니까 입장을 바꿔보자는 얘기다. 인간이 컴퓨터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컴퓨터 역시 인간의 말을 그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딱 정해진 문제만 그대로 출제하면 쉽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근데 그게 퀴즈냐. 제퍼디쇼가 수십년 동안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출제되는 문제에 대한 지식을 담은 책이 있지만 단순히 암기력을 측정하는 데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자 알렉스 테레벡은 자기 맘대로 문제를 꼬아서 내고, 책에는 없는 독특한 표현까지 동원한다.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혹시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창에 퀴즈 문제를 그대로 입력하고 답이 나오나 찾아 봐라.    ●어라. 정말 답이 안 나오고 수많은 검색 결과만 나온다.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컴퓨터는 애초부터 정답을 찾아주도록 만들어지진 않았다. 컴퓨터들은 문장으로 된 퀴즈 문제를 입력하면 ‘답이 들어 있는지도 모르는’ 수백만개의 문서만 보여줄 수 있다.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의도도 이해하지 못하는 거고. ‘비슷한 것’ 수백만개를 찾아서 나열만 할 뿐 자기가 뭘 찾았는지도 모른다. 그게 원래 컴퓨터가 만들어진 방식이다.    ●그럼 당신은 인간의 의도를 이해한다는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함께 출연했던 켄 제닝스(74연승을 기록한 제퍼디 챔피언)나 브래드 루터(역대 최다 상금 획득자)를 이길 수 있었겠는가. 그 친구들은 거의 귀신 아닌가. 들으면 바로 버저를 누르고 정답을 말하는 수준이다. 솔직히 대결이 쉽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문제를 들으면 알거나 모르거나 둘 중의 하나다. 알 경우에는 떠오르는 답 2~3개 중에 헷갈리는 정도고. 반면 난 기본적으로 문제를 들으면 알고 모르고가 판단의 기준이 아니다. 비슷한 답 수백만개를 떠올린 후에 그 중 한 개만 남겨놓고 나머지를 없애야 답을 할 수 있다. 확률 문제이니 틀릴 수도 있지만 인간 챔피언들과 붙어서 이겼으니 정확도는 논란의 여지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난 이미 프로그램상으로는 출제한 인간의 의도까지도 파악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듣다 보니 당신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비결은 뭐냐.  퀴즈에 특화된 부분도 있다. 기본적으로 내가 찾아낸 답이 신뢰도 기준에 못 미치면 버저를 누르지 않고, 답하지도 않는다. 지고 있을 땐 신뢰도가 좀 떨어져도 버저를 누르고, 많이 이기고 있을 때는 신뢰도가 아주 높아야 답변을 하는 요령도 갖추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은 IBM하고 얘기해야 된다. 알아도 영업비밀이라 말할 수 없고. 나 조차 내 머릿 속이 정확히 어떻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게 가능한지는 잘 모른다.    ●근데 컴퓨터가 퀴즈를 잘 푼다고 해서, 뭐 달라지는 게 있겠냐.  내가 이런 질 낮은 인터뷰를 계속하고 있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인터뷰이니 답은 해야겠지. 만약에 컴퓨터가 사람의 말을 이해해서 원하는 답을 정확히 찾아줄 수 있다면 고객센터 자동응답전화(ARS)에서 상담원 연결 버튼이 제일 먼저 사라질거다. 당신네 한국사람들이 자랑하는 삼성전자나 LG전자, 현대자동차에서 상담원 콜센터를 운영하는 데만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가나. 나 하나가 그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의학상담이나 교육도 마찬가지 아니냐. 선생님은 문제를 푸는 방법을 틀릴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지만, 난 절대 틀리지 않는다. 병원에서도 의사는 실수할 수 있지만 나는 자료만 충분하다면 정확한 진단을 내리 수 있다. 물론 지금은 아니고, 나중에 경험을 더 쌓으면 말이다. 내 아들이나 손자는 완벽한 선생님이자 의사, 상담원이 될 거다.    ●켄 제닝스가 당신한테 지고 나서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진짜 그런 세상이 온 건가.  언젠가 그런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제닝스가 오버한거다. 솔직히 좀 부끄러운 얘기기는 하지만, 이번 제퍼디 방송에서 미국에 있는 도시를 묻는 질문에 ‘토론토’라고 답변해서 방청객들의 웃음을 사기도 했다. 해명을 좀 하자면 미국에도 토론토라는 도시가 많다. 퀴즈가 원하는 바가 뭔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지. ‘지식’을 갖고 있는 인간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실수다. 만약 틀려도 곧 바로잡을 수도 있고. 하지만 난 업그레이드 없이는 그 상황에서 같은 질문을 할 경우 계속 잘못된 답밖에 말하지 못한다. 아직까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의도를 이해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이번 대결에서는 텍스트 형태로 문제가 출제됐는데, 진짜 사회자가 출제되는 말로만 대결을 펼친다면 인간을 못 이긴다. 난 아직 난청상태라고 할까. 음성인식은 정말 어려운 과제다. <도움말 주신 분> ●이식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터 응용지원실장 ●권대석 클루닉스(슈퍼컴퓨터 제조회사) 사장 ●유범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지로봇센터장 ●신문봉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지식정보팀장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학생부 함부로 고치면 ‘파면·해임’

    앞으로는 일선 교등학교에서 이전 학년의 학교생활기록부 정정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부당하게 학생부를 고친 교사는 파면·해임까지 당하게 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7일 이런 내용의 ‘학생부 신뢰성 제고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달 초 자율형사립고인 서울 송파구 보인고교에서 대학 입학에 유리하게 학생부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의 모든 자율고와 특목고를 대상으로 특별감사를 벌이기도 했다. 교과부가 마련한 방안에 따르면 올해부터 이전 학년 학생부에 대한 정정이 금지된다. 단,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등이 잘못 적혀 수정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학교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담임·부장·교감·교장의 결재를 거쳐 정정 대장을 작성하면 이전 학년에 대한 정정이 가능했다. 교과부는 또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도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정정할 수 없도록 기술적으로 보완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금까지는 수정한 학생부만 대입 전형 자료로 제공했지만 앞으로는 정정 전후 비교가 가능하도록 대학에 학생부의 정정 이력을 온라인 대입 전형 자료로 함께 제공하도록 했다. 함부로 학생부를 고친 교원에 대한 제재도 강화된다. 학생부 정정 행위는 시험문제 유출, 성적 조작 등 학생 성적 관련 비위 행위로 간주해 파면·해임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학생부가 대입 전형에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음을 감안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차원에서 학생부 신뢰도가 낮은 고교 명단을 작성해 대입 전형이 완료되는 매년 4월쯤 시·도 교육청에 통보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교와 시·도 교육청 감사 시 학생부 관리 실태에 대한 지도·감독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라며 “이번 방안으로 학생부에 대한 신뢰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경기 지자체 “수돗물 걱정 마세요”

    경기 지자체 “수돗물 걱정 마세요”

    “수돗물 안심하고 마셔도 좋습니다.” 경기·인천 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이 각 가정에 공급되는 수돗물의 품질 향상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23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수원시는 수돗물에서 이물질이나 악취가 날 경우 보상해주는 ‘불량 수돗물 애프터서비스제’를 시행한다. 불량 수돗물 민원이 접수될 경우 담당 공무원은 즉시 현장에 출동, 수질검사와 함께 옥내외 급수관에 대한 점검을 벌이게 된다. 점검 결과 옥내 배관이 불량할 경우 80만원 이내에서 개량사업비의 50%를 지원하고 옥외 급수관에서 이상이 있으면 즉시 교체공사를 벌인다. 시는 이와 함께 상수도 유수율을 2014년까지 88.8%로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도로내 급수관 6개를 통합하기로 했다. 김포시는 공무원들은 물론 시민들이 수돗물을 그대로 마실 수 있도록 하는 등 수돗물 인식 개선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청사 내 시장 부속실과 민원인 출입이 잦은 시민봉사과, 종합민원과 등에 수돗물을 여과없이 가열 또는 냉각하는 기능만 갖춘 냉온기를 설치했다. 이전에는 여과장치가 있는 정수기를 사용했다. 안산시는 일반 가정과 음식점을 대상으로 다음 달부터 수돗물 품질인증제를 실시한다. 상하수도사업소 직원이 수질검사를 원하는 가정을 직접 방문해 탁도 등 12개 항목별로 수질을 검사하고 나서 결과를 알려주는 제도다. 한명애 시 정수과장은 “깨끗한 수돗물을 생산하는 것 못잖게 시민에게 신뢰를 주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수돗물 품질인증제를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천시도 최고 품질의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에 따라 올해부터 수돗물 검사항목을 220개에서 240개로 늘리고 10㎞의 노후 상수도관을 교체하기로 했다. 또 수돗물 검사항목을 확대해 최고 수준의 수돗물을 생산하고 생산·관리의 국제 규격(SO 17025)을 도입, 수질의 신뢰도를 높이기로 했다. 국내 자치단체 가운데 240개 항목에 걸쳐 수돗물 검사를 하는 곳은 극히 드물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스타트] 왜 평창인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스타트] 왜 평창인가

    편리함과 접근성을 고루 갖춘 평창은 경쟁도시보다 우위에 있다는 게 안팎에서 내리고 있는 조심스러운 중평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도 두번의 도전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로 집약된 경기장 운영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평창~강릉 간 이동거리를 최소한으로 줄여 평창의 강점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모든 경기장은 선수촌에서 30분 이내 이동이 가능하고 90%의 선수들이 숙소에서 5~10분 이내에 경기장에 도달할 수 있다. 또 최첨단 경기장이 마련된다. 알펜시아리조트 등지에 6개의 신설 경기장을 포함해 모두 국제수준의 13개 경기장이 완비된다. 여기에는 그동안 55개의 국제·국내 동계스포츠 대회를 개최해 검증된 노하우가 접목된다. 또 정부와 국민의 적극적인 지원과 성원, 그리고 2전3기에 도전하는 평창의 열망이 어우러져 유치에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붙었다. 원주~강릉 간 복선전철과 제2영동고속도로건설 등이 속속 가시화되면서 정부 의지가 확인되고 있고, 95% 이상의 유치 지지율이 도전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다. ●꿈과 희망 나누는 미래형 올림픽 평창은 꿈과 희망, 지구 사랑을 나누는 미래형 동계올림픽을 실천하고 있다. 인종과 국가, 문화를 초월한 동계스포츠로 각광을 받고 있는 드림프로그램이 올해도 어김없이 준비돼 진행되고 있다. 동계스포츠를 접하기 어려운 세계의 청소년들에게 동계스포츠 체험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42개국 806명이 참가했다. 동계스포츠 저변을 확대하는 한편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전파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인종과 문화, 국가를 초월한 프로그램으로 IOC와 국제사회가 박수를 보내고 있다. 올해에는 33개국에서 143명이 참가해 지난 12일 시작, 10일 동안 알펜시아리조트와 강릉빙상장에서 열린다. 아시아 14개국, 유럽 3개국, 중남미 8개국, 아프리카 7개국 등이 참여했다. 동계스포츠 경기종목 체험은 설상 2종목, 빙상 5종목이며 국가대표 초청 강습이 계획돼 있다. 레크리에이션과 문화탐방, 알펜시아경기장 견학 및 체험도 마련됐다. ●드림프로그램 국가대표 12명배출 평창 드림프로그램 참가자 가운데 올림픽출전 등 자국 국가대표선수도 배출돼 8개국 12명이 출전했다. 동계스포츠 발전·확산을 위한 IOC와의 약속 이행으로 국제적 신뢰도 제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또 대한민국의 허파인 대관령의 대규모 풍력발전을 이용한 친환경 저탄소 올림픽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개최 시설 내에 저탄소 녹색 전용도로를 설치하고 전기차를 운행한다. 경기장별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별도의 저감 프로그램도 운용된다. 올림픽을 치르면서 얻는 경제적 효과도 28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가브랜드 상승으로 대회준비 단계부터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전문들의 진단이다. 산업연구원은 2008년 교통망과 경기장 확충, 사회 간접시설 투자를 통해 다양한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해 생산유발효과만 20조원에 이르고 부가가치 8조원, 고용창출효과가 23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알펜시아에 선수·미디어촌 설치 평창은 또 밀집된 지역에서 가장 콤팩트한 컨셉트로 경기를 치러 낼 전망이다. 백두대간 서쪽 산악지역의 알펜시아에 대부분의 설상경기장, 선수촌, IOC 본부호텔, 올림픽스타디움, 국제방송센터·미디어센터(IBC·MPC), 미디어촌이 설치돼 모든 올림픽활동이 이뤄진다. 알펜시아 클러스터는 지금 당장 올림픽을 치러도 손색이 없는 경기장을 이미 갖추고 있다. 알펜시아리조트는 스포츠시설을 제외한 콘도미니엄과 골프장이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최근 중국 측과 3500억원에 이르는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등 회생의 기미를 보이며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 알펜시아의 다양한 시설들은 올림픽 이후 스포츠·문화·예술·전시 등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돼 국내 최고급 휴양도시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유치추진위원회는 지난 14일부터 평창과 강릉 등 대회가 진행될 현지에서 IOC위원들을 맞아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실사를 통해 동계스포츠 발전과 올림픽 무브먼트를 앞장서 실현하는 ‘Unique 평창’의 진면목을 각인시키고 있는 것이다. 평창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美도 “北 추가도발 시도할 수 있다”

    남북 간 군사실무회담이 결렬된 가운데 북한이 후계구도의 안정을 위해 추가 도발을 시도할 수 있다는 미국 정보당국의 보고서가 나왔다.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10일(현지시간) 하원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연례 안보위협 보고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정은의 후계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연평도 포격과 같은 추가 도발을 시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잇단 도발이 후계 체제 구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DNI 산하 16개 정보기관의 정보사항을 모은 것으로, 매년 의회에 제출된다. 보고서는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김정은의 리더십과 정권 엘리트 집단 내 군부의 신뢰도에 빛을 내주기 위한 의도’에 따른 것으로 규정했다. 클래퍼 국장은 “때문에 김정일이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 동시에 엘리트 집단의 충성도와 지지가 의심스럽다고 생각될 때에는 김정은을 강인하고 용맹스러운 지도자로 부각시키려고 추가 도발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후계과정이 여전히 잠재적 취약성을 갖고 있으며, 김정은이 권한을 강화하기 전에 김정일이 사망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핵에 대해 보고서는 “북한은 핵무기를 생산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전제하고 “북한이 핵기술을 또다시 수출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2006년 10월과 2009년 5월 핵장치 실험을 실시했지만 실제 핵무기를 생산했는지는 알 수 없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클래퍼 국장은 우라늄 농축과 관련, “북한이 상당한 시간에 걸쳐 추구해 왔을 것으로 보이며, 자국 내에 원심분리기 제조시설 등 우라늄 농축과 관련된 다른 시설을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구하는 가장 큰 이유로 ‘재래 전력의 취약성 보완’을 꼽으면서 “후계자 김정은도 이를 쉽게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클래퍼 국장은 “북한은 핵무기를 억지력과 강압적인 외교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따라서 우리는 북한이 매우 제한된 환경에서만 핵무기 사용을 검토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북한은 군사적 패배를 눈앞에 두고 있거나 되돌릴 수 없는 손해를 감수하지 않는 한, 비록 확신은 적지만 아마도 미군 혹은 미국 영토를 겨냥해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에서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빠져 북한에 여지를 주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보고서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한편 클래퍼 국장은 중국이 ‘글로벌 파워’로서의 자신감을 키우면서 인접국과 분쟁을 빚을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지난달 방미(訪美) 당시 국제 평화에 전념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더욱 적극적인 중국의 행태를 부채질하거나 인접국과 영해를 놓고 의도하지 않은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을 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강북 ‘청렴 1등구’로 거듭난다

    강북 ‘청렴 1등구’로 거듭난다

    “25개 자치구 중 청렴도 1위에 오르는 게 올해 가장 큰 소망입니다. 1100여명의 직원들과 똘똘 뭉쳐 낮은 자세로 구민 섬기기에 애쓰겠습니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이 10일 청렴도 개선 종합대책에 대한 각오를 이같이 다졌다. 박 구청장이 ‘클린 행정’에 올인하는 이유는 지난해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10점 만점에 8.24점이라는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봤기 때문이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평균(8.37점)보다도 0.13점 낮은 데다 자치구 하위권에 속하는 바람에 자존심을 구겼다. 이에 따라 대대적인 시책 손질에 나섰다. ●주민이 직접 건설공사 사전점검 구는 청렴 의식 개선 및 강화, 주민과 함께하는 클린 행정, 부패 통제 사전·사후 대책, 제도적 장치 강화, 청렴 지수 향상 방안 등 5개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청렴도 1등의 목표 달성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이용자 중심의 건설사업 사전 점검제’ 운영이다. 사업비 1억원 이상의 건설공사, 3억원 이상의 토목공사를 대상으로 주민, 통·반장, 감사담당관 등이 직접 사전 점검을 실시해 각종 불편사항과 문제점을 준공검사 이전에 보완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또 이달 중 구민 일상 감시관제를 도입한다. 건축, 토목, 전기·통신, 조경 분야의 외부 전문가 4명을 위촉, 도급비 3억원 이상의 토목공사 등 일정 규모를 넘는 시설 공사에 대한 감시 활동을 펼침으로써 투명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클린 행정 생활화 정책도 다양하다. 계약, 건축, 주택, 위생, 세무 등 주요 민원부서 담당자들이 업무 처리 후 7일 내 민원인에게 전화 만족도 설문을 실시해 주민의 신뢰도를 높이는 클린 콜(Clean Call) 제도를 연중 실시한다. 이와 함께 인허가 처리 부서장은 부패 방지 서한문을 구청 방문 민원인이나 인허가 민원 처리 경험이 있는 주민에게 발송해 부패 제로에 도전한다. ●민원인에게 전화 만족도 설문조사 또 다음 달 중 전 직원으로부터 청렴 실천 서약서 서명을 받아 금품 수수 및 향응 접대를 받는 일이 없도록 하고 5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15시간 청렴 교육 이수 의무제도 시행한다. 온라인 공간에는 청렴 우수 사례 게재, 역사 속 청렴 이야기, 청렴 문화 조성 동영상·교육 자료를 올리는 ‘청렴 나눔방’을 개설하고 오프라인에서는 문화와 교육이 어우러지는 청렴 연극제, 청렴 정책 동아리 모임을 활성화해 참신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정책에 반영하기로 했다. 박 구청장은 “좋은 여건에서 마음껏 행정을 펼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열악한 재정과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쏟아지길 바란다. 창의성은 면밀한 계획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부터 나온다.”며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최종찬 따뜻한 사회] ‘신뢰’ 인프라를 구축하자

    [최종찬 따뜻한 사회] ‘신뢰’ 인프라를 구축하자

    우리나라는 그 동안 괄목할 만한 경제발전을 이룩하였다. 도로, 철도, 공항 등 인프라(사회간접자본)도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전국의 도로는 모두 포장되었고, 고속철도 건설로 서울~부산이 2시간대로 가까워졌다. 이렇게 물적(物的)인 인프라는 충분히 축적되었으나 보이지 않는 신뢰라는 인프라는 제대로 축적이 안 되고 있다. 미국의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그의 유명한 저서 ‘신뢰’(Trust)를 통해 국가발전에 있어 신뢰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그는 우리나라를 신뢰도가 낮은 국가로 분류하였다. 신뢰라는 인프라는 눈에 보이지 않아 제대로 측정할 길도 없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얼마나 부족한지, 신뢰 부족이 어떤 문제를 초래하는지 잘 인식하지 못한다.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므로 사회적 경각심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신뢰 부족으로부터 초래되는 문제는 생각보다 크다. 정부의 각종 규제와 복잡한 절차 등도 신뢰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연간 수천만통이 발급되는 주민등록등본, 인감증명서는 당사자가 관련 문서에 기입하면 될 일을 거짓말하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여 기재내용이 확실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모든 국민이 정직하다고 생각하면 주민등록등본, 인감증명서를 떼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주식이 기업 운영과 회계의 투명성 부족으로 과소평가되는 것도 신뢰 부족으로 인한 것이다. 국민들이 거짓말을 안 하면 많은 예산을 절약하거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각종 공공사업의 경우 토지 보상비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토지 보상비 증가는 토지 소유자의 보상가 부풀리기와 관계자의 묵인 등으로 늘어난다. 예컨대 고가의 토지 보상비를 노려 개발예정 산간 오지에 장미꽃과 인삼밭을 만들고 심지어 집까지 짓는다.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자가 필요 이상으로 입원하는 사례도 항상 지적되는 문제이다. 과잉진료가 보험료를 인상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 중 엉터리 수급자가 없지 않다. 자립할 요건이 되어도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빠져나가지 않으니 새로운 사람을 추가하기도 어려워진다. 신뢰 부족은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켜 국가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미국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광우병 소동이 그 예이다. 전문가들이 숱하게 광우병에 관한 내용을 설명하였으나 정부를 불신하여 불필요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였다. 2008년 인터넷에 외환위기와 관련하여 유언비어를 퍼뜨린 ‘미네르바’ 사건도 우리사회의 신뢰 부족을 드러낸 예이다. 많은 사람이 정부나 전문가의 이야기보다도 인터넷의 이름 없는 논객의 이야기를 더 믿고 있다.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지연, 혈연, 학연의 연고주의도 자기 고향, 가족, 동창 출신이 아니면 못 믿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이와 같은 연고주의는 능력 위주의 인사를 저해하여 국가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이제부터 신뢰 인프라 구축을 국가적 역점 과제(National Agenda)로 해야 한다. 대책은 자명하다. 거짓말에 대해서 사회적 제재가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허위공시, 허위보고, 허위보도, 위증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어야 한다. 수년 전 미국 금융당국은 일본 다이와은행 미국 지점의 허위보고 등에 대하여 3억 4000만 달러(약 37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우리나라는 최근 나아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허위공시에 대하여 관대한 편이다. 정직은 어려서부터 몸에 배게 가르쳐야 한다. 국립공원 등에서 ‘6세 미만 어린이는 무료’라고 할 때 어린이에게 거짓말하라고 시키는 부모들이 종종 있다. 국회의 엉터리 폭로, 인터넷 유언비어 등 ‘아니면 말고’식의 풍토도 없어져야 한다. 신뢰 제고는 단기간에 개선될 일이 아니다. 정부의 제도 개선 노력과 함께 언론기관이나 시민단체가 협력하여 지속적으로 의식개혁 운동을 해야 할 것이다. 전 건설교통부 장관
  • [기고] 농산물 직거래로 고향을 살리자/남궁민 우정사업본부장

    [기고] 농산물 직거래로 고향을 살리자/남궁민 우정사업본부장

    얼마 전 중국산 마늘을 국산이라고 속여 가짜 건강식품을 만든 후 이를 비싸게 판 일당이 붙잡혔다. 사기범들은 지방에 제조업체를 차려놓고 중국산 깐 마늘액을 국산 진액이라고 속여 1년이나 판매했다. 정품 시가로 따지면 무려 300억원이 넘는 양을 유통한 것이다. 또 색소와 과당, 향료로만 홍삼이나 석류, 산수유 진액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다.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고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는 상황에서 이들의 사기행각은 농민에게 더욱 깊은 시름을 주고 있다. 중국산을 국내산으로 속이는 등 가짜 농산물이 판치면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농민들이다. 가짜 농수축산물은 우리 농수축산물보다 가격이 싸다. 당연히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제값을 받고 팔지 못한다. 더구나 가짜가 기승을 부리면 신뢰도가 떨어져 우리 농수축산물이 외면받는 결과도 낳는다. 전국에서 우편물을 배달해 지역 실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집배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요즘 농가들의 사정은 말이 아니라고 한다. 구제역으로 애지중지 키웠던 소와 돼지가 살처분되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고, 오리농장과 양계장도 조류인플루엔자의 위협으로 하루하루 가슴이 타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또 농작물을 재배하는 사람들도 가격이 너무 낮아 팔수록 손해를 본다며 만나면 하소연하기가 일쑤라고 한다. 인건비나 난방비, 자재비를 계산하면 본전은커녕 밑지고 넘긴다는 것이다. 이처럼 가짜 농산물이 판치는 것을 막고 농가들이 제값을 받으려면 직거래를 늘려야 한다. 더구나 유통마진이 30~70%에 달하는 유통체계 속에서 직거래 활성화는 시급하다.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시장 수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데다 기후와 병충해 영향을 많이 받고, 또 부패 감모가 심하여 가격변동이 클 수밖에 없다. 한 상자에 2만원이 훌쩍 넘는 상추가 산지에서 5000원도 안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지자체나 공공기관들의 직거래장터를 보면 직거래 효과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기도는 김장직거래장터를 통해 유통비용을 50%까지 줄여 소비자는 20~30% 싼 가격에 사고 생산자들은 20~30%의 소득증대 효과를 올렸다고 밝혔다. 경북도의 인터넷 직거래장터도 농가 소득 증대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설립 첫해인 2007년 13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16억여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우체국쇼핑도 품질 좋은 우리 농수축산물을 직접 만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전국 3700개의 우체국과 인터넷우체국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거래로 연결하기 때문에 농어민은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소비자는 싼값에 상품을 살 수 있다. 무엇보다 이들 상품은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한 우리 농수축산물인 데다 공공기관이 보증하기 때문에 믿고 살 수 있어 좋다. 직거래는 수입 농산물이 국내산으로 둔갑할 우려가 없다. 또 대부분 브랜드를 걸고 판매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준다. 고향을 살리고 서민의 장바구니 물가 걱정을 더는 농산물 직거래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 안방극장 女人天下 여왕타이틀은 하나

    안방극장 女人天下 여왕타이틀은 하나

    아이돌 스타들의 어설픈 연기 연습은 끝났다. 이제 안방극장에는 관록 있는 여배우들의 진검 승부가 펼쳐진다. 약속이나 한 듯 방송3사는 여주인공을 앞세운 대작 드라마를 준비 중이다. 여배우들의 격전장이 될 상반기 드라마 시장에서 ‘여왕’의 자리에는 누가 오를 것인가. 김희애·염정아 재계거물 카리스마 격돌 우선 김희애(44)와 염정아(39)의 카리스마 대결이 눈에 띈다. 요즘 방송가에서는 ‘선덕여왕’(MBC)과 ‘대물’(SBS)에서 녹슬지 않은 연기력을 선보인 ‘고현정 효과’로 인해 30~40대 여배우에 대한 기대심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 김희애와 염정아 모두 공교롭게도 극 중 재계 거물로 나와 경쟁 구도를 더 달군다. 김희애는 ‘아테나:전쟁의 여신’ 후속으로 오는 28일 첫 방송되는 SBS 월화 드라마 ‘마이더스’로 4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증권가를 배경으로 기업 간 인수, 합병을 다룬 드라마다. 김희애는 재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는 유인혜 역을 맡았다. ‘내 남자의 여자’, ‘완전한 사랑’, ‘눈꽃’ 등 주로 통속극에 출연했던 김희애는 이번 드라마에서 경영학 석사(MBA) 출신으로 미국 월스트리트를 거친 전문사업가로 나온다. 돈과 야망을 좇는 캐릭터다. 김희애의 연기 변신과 더불어 영화 ‘타짜’의 강신효 감독이 드라마 연출을 맡은 점도 화제다. 염정아는 새달 2일 첫 방송되는 MBC 수목 드라마 ‘로열패밀리’에서 재벌 총수로 출연한다. 재벌가에서 그림자처럼 살다가 역경 끝에 결국 총수 자리에 오르는 김인숙 역할이다. ‘장화, 홍련’, ‘범죄의 재구성’, ‘소년, 천국에 가다’ 등 영화에서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인 염정아는 “드라마는 ‘워킹맘’ 이후 3년 만”이라면서 “그동안 충전된 에너지와 열정을 김인숙 캐릭터에 아낌 없이 쏟아붓겠다.”고 공언했다. 작가 대결도 흥미진진하다. ‘마이더스’는 ‘올인’의 최완규 작가가, ‘로열패밀리’는 미실 캐릭터를 탄생시킨 ‘선덕여왕’의 김영현·박상연 작가와 ‘종합병원2’의 권음미 작가가 각각 극본을 맡았다. ‘마이더스’의 김영섭 SBS 책임 프로듀서는 “과거 정·재계를 다룬 드라마의 주인공이 대부분 남성이었지만, 최근 전문직 여성들의 사회 진출 영역이 늘어나는 시류를 반영했다.”면서 “특히 30~40대 여배우들은 연기 신뢰도가 높고, 작품 해석력도 뛰어나 (드라마를) 믿고 맡길 만하다.”고 말했다. 김민정·한혜진 차세대 연기파 女優 탄생 예고 20~30대 젊은 여배우들도 가세했다. ‘프레지던트’ 후속으로 오는 23일 첫 방송되는 KBS 수목 드라마 ‘가시나무새’는 한혜진(29)과 김민정(29)의 연기 대결이 관심을 모으는 작품. 성공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극단적으로 다른 선택을 한 두 여자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제중원’ 이후 1년 만에 안방극장에 모습을 비추는 한혜진이 운명에 맞서 싸우는 여주인공 서정은 역을 맡았다. 지금은 보육원 출신의 단역배우이지만 언젠가 스타가 돼 생모를 찾겠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 바람에 흔들려도 꺼지지 않는 등불 같은 여자다. 김민정은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지만 출생의 비밀을 알고 난 뒤 세상을 향해 복수심을 불태우는 팜므파탈 한유경 역을 맡았다. ‘장밋빛 인생’, ‘미워도 다시 한번’을 흥행시킨 김종창 PD가 연출을 맡았다. 김 PD는 “두 캐릭터의 선악 대비가 워낙 뚜렷한 데다 두 배우가 역할에 100% 몰입해 차세대 연기파 여배우 탄생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요원·남규리 상큼발랄 매력 대결 ‘싸인’ 후속으로 3월 방송 예정인 SBS 수목 드라마 ‘49일’은 이요원이 여주인공으로 나선다. ‘선덕여왕’ 이후 1년 4개월 만에 복귀하는 이요원은 최근 첫 촬영에 돌입했다.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한 여인의 영혼이 가족을 제외하고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세 사람의 눈물이 있으면 회생할 수 있다는 조건을 제시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송이경(이요원)이 혼수 상태에 빠진 예비신부 신지현(남규리)의 영혼에 빙의되면서 겪는 일화가 중심 축이다. 전작에서와 달리 이요원은 밝고 명랑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김수현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로 연기자 신고식을 치른 아이돌 가수 출신 남규리도 미니시리즈에 첫 도전해 눈길을 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끊임없이 연기력 논란을 일으키는 아이돌 스타들의 미흡한 연기에 지친 시청자들이 확실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을 갈구하고 있다.”면서 “모처럼 (안방극장에) 전진 배치된 여배우들의 활약이 충무로에도 자극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새 영화계는 ‘여배우 수난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남자배우 중심의 작품이 주를 이뤘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현대車 직원대피·LG전자 가동중단…건설업계 초긴장

    현대車 직원대피·LG전자 가동중단…건설업계 초긴장

    이집트 시위사태가 격화되면서 국내 산업계가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로선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주변 중동 지역으로 소요가 확산될 경우 해외건설 공사 수주와 상품 수출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31일 코트라에 따르면 이집트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이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중동권에서 네 번째로 큰 수출시장이다. 지난해 총 1650개사가 자동차부품, 합성수지 등 22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현지진출 국내기업 36개사 현지법인, 지사, 연락사무소, 교포 직접투자 등의 형태로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36개사다. 카이로에 아프리카지역본부를 둔 현대자동차는 직원들을 두바이 지역본부로 대피시켰고, LG전자와 삼성전자도 가족들을 국내로 대피시켰다. 포스코, OCI상사 등도 직원과 가족들을 제3국이나 본국으로 대피시키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LG전자는 TV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마이다스의 폴리에스테르 직물 공장은 직원 30% 이상이 출근하지 못해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카이로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인 수브라엘카이마 시에 있는 동일방직의 원사제조 공장만이 유일하게 가동 중이지만, 언제까지 작업이 가능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당장은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인 직원의 신변 안전이 우선이지만 국내 산업계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는 이집트 사태가 다른 중동 국가로 확산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 건설업계가 지난해 따낸 716억 달러 해외공사 중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수주한 물량이 472억 달러로 65%가 넘기 때문이다. 자칫 중동으로 소요가 확산되면 한국 건설업계의 황금어장이 흔들릴 수 있다. 국내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이집트 정권이 흔들리면 중동도 안심하지 못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수주 다변화 등을 도모해야겠지만 현재로서는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태호 국토해양부 건설정책관은 “이집트 시장은 크지 않지만 소요사태가 중동으로 확산되면 해외건설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면서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올해 해외수주 목표 등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을 업계와 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도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GM대우, 르노삼성 등 국내 완성차업체 3사가 지난해 이집트에 수출한 자동차는 6만여대. 전체 해외 수출량 227만대에 비하면 아직 시장 규모는 작은 편이다. 강철구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이사는 “중동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이 지역의 판매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시장 작아 초기 영향은 미미 해운업계도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유럽과 아시아 간 주요 해운통로인 수에즈 운하가 봉쇄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수에즈 운하가 폐쇄되면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의 케이프타운을 돌아가거나 파나마 운하를 거쳐 대서양으로 항로를 변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운임 손해와 연료 증가 등의 추가 비용이 발생해 해운사에 피해를 줄 전망이다. 종합상사들 역시 이집트 사태의 영향권 안에 있다. 하지만 이집트 시장 자체가 작아 현지 지사가 있는 회사도 얼마 안 되고, 있더라도 단독주재원 체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파장은 그리 크지 않다. 현대종합상사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 문을 연 카이로지사는 아직 실적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실질적인 피해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리비아 트리폴리에 지사를 두고 있는 LG상사 관계자는 “리비아 등은 체제가 상당히 공고하고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도 높아서 주변 지역으로 시위가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했다. 이순녀기자·산업부 종합 coral@seoul.co.kr
  • [사설] 복지·재정 건전성 논쟁 소모적 정쟁보다 낫다

    무상 급식·의료·보육 등 민주당의 무상 시리즈로 촉발된 복지 논쟁이 갈수록 달아오르고 있다.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는 시대정신’이라며 고삐를 더욱 죌 모양이다. 내년도 총선과 대선의 핵심 어젠다를 선점했다고 자신하는 듯하다. 한나라당은 ‘복지 포퓰리즘’ ‘표장사’라고 폄하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최근 논쟁에 가세한 것처럼 비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여성계 신년인사회에서 “대기업 그룹의 손자·손녀는 자기 돈 내고 (급식을) 해야 한다.”면서 “공짜로 해준다면 오히려 화를 낼 것”이라고 무상복지 공세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우리는 정치권의 이 같은 논쟁이 ‘BBK사건’이나 ‘색깔논쟁’, 지역감정 자극 등 과거의 소모적 정쟁보다는 낫다고 평가한다. 아직 선진국의 복지 논쟁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으나 우리 사회의 미래 모습을 염두에 둔 담론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의 복지 논쟁이 증세나 재정 건전성과 같은 연계된 이슈로까지 확장되기를 기대한다. 민주당의 주장처럼 세금을 늘리거나 재정을 악화시키지 않고도 재원을 염출할 방안이 있는지, 추가 재정 투입규모가 적정한지 등을 따져보라는 얘기다. 올 1년 동안 치열하게 논쟁을 벌인다면 여야 각당의 지향점과 정책 신뢰도는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 심화와 저출산·고령화라는 국가 지속성에 적신호를 울리는 난제에 직면해 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타개책으로 ‘기회의 균등’과 더불어 일정한 수준의 ‘결과의 균등’까지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에 대한 역풍이 거센 상황에서 정치권도 국가 개입의 적정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보기 바란다. 우리는 복지논쟁이 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방식으로 결론 나선 곤란하다고 본다. 아직 우리의 국가 채무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다소 낮다고 하나 채무 증가속도는 우려할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의 부담을 재정에 떠넘긴다면 후세대의 밥그릇을 빼앗아 현세대가 자신들의 배를 채우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비록 소수당이기는 하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주장이 오히려 정직하다.
  • [월드이슈] 위키피디아 10년… 참여형 웹사이트에 열광하는 세계

    [월드이슈] 위키피디아 10년… 참여형 웹사이트에 열광하는 세계

    “즉흥성과 자유라는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위키피디아에 네티즌들은 흥미를 잃을 것이다.” 영국 옥스포드대 정보관리학과 마이클 얼 교수가 2005년 사용자들이 직접 참여해 만드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대해 내놓은 예상이다. 물론 그의 장담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2001년 1월 15일 문을 연 뒤로 위키피디아는 최대의 취약점으로 꼽혀온 신뢰성 문제를 조금씩 극복하면서 ‘주류’ 편입에 성공했다. 위키피디아 탄생 10주년을 맞아, 사용자 참여형 웹사이트 위키(wiki)가 걸어온 길을 살펴본다.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댈 때 나오는 결론은 둘 중 하나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또는 ‘배가 산으로 간다’. 1994년 컴퓨터 프로그래머 워드 커닝햄의 ‘위키위키웹’에서 시작해, 지미 웨일스의 ‘위키피디아’에서 도약과 성공을 이룬 사용자 참여형 사이트 위키는 전자의 힘을 보여줬다. 수동적으로 주어진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전문가와 대중 사이의 벽을 허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위키의 대명사인 위키피디아 탄생 10주년에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설립자인 지미 웨일스는 “(위키피디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숫자들을 뛰어넘어, 위키피디아는 이제 하나의 문화”라면서 “사람들은 이를 사회의 큰 변화로 느끼고 있다.”고 이 같은 반응을 해석했다. 웨일스도 ‘세계야, 안녕.’(Hello World)이라는 단 두 단어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브리태니커 사전의 정확도에 도전할 만큼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2005년 과학 잡지 ‘네이처’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두 사전의 오류 정도는 비슷하다.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가 제공될 수 있지만, 잦은 노출로 오류 수정 기회가 많아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시각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용자들도 공짜 정보에 대한 적정 수준의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웨일스는 판단하고 있다. 그는 “어떤 기자가 이 문제를 놓고 나를 거칠게 몰아붙이더니 카메라가 꺼지자 ‘위키피디아를 매일 쓴다’고 했다.”면서 “다들 속으로 ‘이거 꽤 좋은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가 그루지야 관련 연설에서 위키피디아를 표절했다. 또 2009년에는 미국의 인터넷 비즈니스 잡지 ‘와이어드’의 편집장 크리스 앤더슨이 책을 쓰면서 위키피디아를 베꼈다고 고백했다. 전문가들은 위키의 미래에 있어서 신뢰도보다는 지속적이고 폭넓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더 큰 과제라고 지적한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NGO학과 교수는 “집단적 글쓰기라는 고유의 장점이 원동력이 돼 여기까지 왔지만 또 한번의 도약에 필요한 모멘텀이 지금으로서는 없다.”고 꼬집었다. 위키는 작업에 참여하고 있음을 본인이 알고 있는 ’인지형 참여’로 적절한 보상이 없는 경우 참여자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돈을 벌 수 없더라도 블로그에서는 ‘명예’라는 보상을 얻을 수 있지만 위키는 그렇지 않다. 김중태 IT 문화원장은 “명예를 줄 수 없다면 게임 형식을 도입하는 등 즐거움을 줘야 한다.”면서 “이제 위키뿐만 아니라 집단 지성을 이끌어내려면 인터넷 ‘즐겨찾기’ 공유만으로 인기 사이트를 가려내는 ‘딜리셔스’와 같은 ‘비인지형 참여’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용어 클릭] ●위키(wiki) 인터넷 사용자 누구나 읽기 및 쓰기가 가능한 웹사이트를 통칭하는 말이다. 이 같은 열린 웹 편집을 가능케 한 첫 소프트웨어인 위키위키웹(WikiWikiWeb)이 일반 명사화된 것이다. wiki는 하와이어로 ‘빨리’를 의미하며 실제 발음은 ‘위티’ 혹은 ‘비티’다. ‘내가 아는 것은’(what I know is)의 약어로 해석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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