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신라
    2026-06-22
    검색기록 지우기
  • 신문
    2026-06-22
    검색기록 지우기
  • 동지
    2026-06-22
    검색기록 지우기
  • 만두
    2026-06-22
    검색기록 지우기
  • 쯔위
    2026-06-2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1,621
  • 초평호를 품은 산, 한반도를 한눈에 바라보는 두타산 [두시기행문]

    초평호를 품은 산, 한반도를 한눈에 바라보는 두타산 [두시기행문]

    충청북도 진천과 증평, 괴산의 경계에 걸쳐 자리한 두타산은 해발 598m의 높이를 지닌 산으로, 규모에 비해 넓은 조망과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이다.중부 내륙의 완만한 산세 속에서도 또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지역 주민들에게는 오랜 시간 삶과 전설이 겹겹이 쌓인 산으로 기억된다. 두타산이라는 이름에는 신화적인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옛 기록에 따르면 단군이 팽우에게 산과 물을 다스리게 했을 때, 끝없이 이어진 비로 세상이 물에 잠기게 되었고, 팽우는 이 산으로 몸을 피했다고 한다.그때 산의 정상만이 물 위에 섬처럼 남아 있었는데, 이 모습에서 ‘머리 두(頭)’와 ‘비탈 질 타(陀)’를 따 두타산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이러한 전설은 지금도 이 산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로 남아 있다. 산의 형세 또한 인상적이다.능선은 완만하면서도 길게 이어지며,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부처가 누워 있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정상에 오르면 진천 일대의 들판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충북 최대 규모의 저수지인 초평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온다.이와 함께 보강천과 초평천이 만들어내는 물길의 흐름, 그리고 원남저수지까지 이어지는 풍경은 두타산이 가진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산림은 주로 소나무와 잣나무가 어우러져 있어 사계절 내내 차분하고 안정된 분위기를 자아낸다.특히 정상 부근에 자리한 산성 터 주변에는 갈대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가을이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가 장관을 이루고, 겨울에는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정상에는 삼국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두타산성이 자리하고 있다.둘레 약 1.2km 규모의 이 석성은 오랜 세월을 견디며 현재는 일부가 돌무더기 형태로 남아 있지만, 당시의 흔적을 고스란히 전해준다.성 안에는 두 개의 우물터가 남아 있으며, 이곳에서는 통일신라시대의 토기 조각과 기와편, 그리고 고려시대 유물까지 발견되기도 했다.단순한 산행을 넘어 역사적인 흔적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점이 두타산의 또 다른 매력이다. 산자락에는 상산 8경 중 하나로 꼽히는 영수암이 자리하고 있다.고찰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울려 퍼지는 은은한 종소리는 두타산의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산행의 여정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준다.이곳에서 시작해 동쪽 등산로를 따라 약 1시간 30분 정도 오르면 정상에 닿을 수 있어, 비교적 부담 없는 산행 코스로도 잘 알려져 있다. 두타산을 찾았다면 인근의 한반도지형공원도 함께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이곳은 자연이 만들어낸 독특한 지형이 마치 한반도를 축소해 놓은 듯한 형태를 띠고 있어 이름 붙여진 곳이다.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보면 강과 산이 어우러진 지형이 한눈에 들어오며, 실제 한반도의 윤곽을 떠올리게 한다.특히 해 질 무렵에는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풍경이 더욱 또렷해져 사진 촬영지로도 인기가 높다. 두타산은 화려하거나 험준한 산은 아니지만, 전설과 역사, 그리고 잔잔한 자연 풍경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두타산 산행 이후에는 주변 명소를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다.인근의 초평저수지는 충북 최대 규모의 저수지로, 시원한 수변 풍경과 함께 낚시와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적합한 곳이다.또한 천년의 시간을 간직한 진천 농다리는 자연석으로 쌓아 올린 독특한 구조로 산행 후 가볍게 들르기 좋은 명소다.먹거리로는 초평저수지 일대의 붕어찜과 어죽이 특히 유명하며, 조선옥과 같은 향토 음식점에서 지역의 맛을 즐겨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 1500년 전 빛났던 대가야… 다시 열리는 ‘고도의 숨결’

    1500년 전 빛났던 대가야… 다시 열리는 ‘고도의 숨결’

    27일부터 지산동고분 일대서 열려가야금 100대·역사 토크 등 콘서트 문화·관광 이어 체류형 프로그램도대규모 순장 무덤 내부 모습 재현장신구·말갖춤 등 명품 유물 전시지역 특산물 활용 ‘미식 체험’ 진행‘밤의 대가야’ 등 야간 콘텐츠 풍성라이팅 쇼·음악분수·트레킹 마련군민 400명 참여 퍼레이드 볼거리 고령대가야축제가 2년 만에 화려하게 돌아온다. 세계유산도시인 경북 고령군은 ‘2026 고령대가야축제’가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 동안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 및 대가야박물관 일원에서 열린다고 23일 밝혔다. 지난해에는 경북 북동부 5개 시군을 덮친 초대형 산불 때문에 열리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두 차례 취소된 것까지 포함하면 고령대가야축제는 올해 19회째다. 이번 축제는 최근 새롭게 주목받는 고령군의 역사적 가치와 정체성을 조명하고 낮과 밤 모두 즐길 수 있는 체류형·참여형 축제로 진행된다. 주제는 ‘다시 시작되는 대가야: 리-본(RE-BORN)’으로 정했다. 2023년 9월 고령 지산동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고 2024년 2월 고령군이 20년 만에 대한민국의 5번째 고도(古都)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1500년 전 대가야의 화려한 역사와 문화를 부흥시켜 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축제의 주 무대는 지산동고분군을 중심으로 구축해 놓은 대가야박물관,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 대가야문화누리 등이며 역사·문화·관광을 주제로 한 전시·관람·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대가야 역사 토크 콘서트 ▲100대 가야금 콘서트 ▲대가야 별빛쇼 ▲군민 퍼레이드 ▲대가야박물관 기획특별전 등이 마련된다. 대가야 역사 토크 콘서트는 축제 첫날인 27일 대가야문화누리 가야금홀에서 열린다. 역사 강사 최태성의 진행으로 대가야의 문화와 역사를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으로 접할 수 있다. 대가야의 대표 악기인 가야금 100대 콘서트는 축제 둘째 날인 28일 대가야문화누리 야외공연장에서 펼쳐진다. 고령군립가야금연주단·고령청소년가야금연주단·밴드 플라시보앙상블 등 단원 100명과 100대의 가야금이 출연해 웅장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빚어내며 관광객에게 감동을 선물한다. 국악인 박애리가 특별 출연자로 나서 무대를 더욱 빛낸다. 특히 올해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가야금과 K팝을 접목한 이색적인 공연을 선보이고 공연 시간도 50분으로 확대해 관객 몰입을 극대화한다. 대가야 별빛쇼는 같은 날 대가야문화누리 야외공연장 특설무대에 120분에 걸쳐 화려하게 펼쳐진다. DJ 샤인 & 퍼니맥스 댄스팀 퍼포먼스 붐업 공연에 이어 가수 김뭉먕·로이킴의 미니 콘서트가 각각 열린다.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을 불꽃놀이와 드론 라이트쇼가 결합한 대형 연출 프로그램이 대미를 장식한다. 군민 퍼레이드는 축제 마지막 날인 29일 오후 4시부터 1시간 동안 대가야읍 시가지 1.4㎞ 구간에서 ‘대가야 스트리트 판타지: 리-본’을 주제로 진행된다. 8개 읍·면이 역사, 문화, 특산물을 소재로 팀당 50명에 이르는 행진 대오를 구성해 치열한 경연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퍼레이드 끝 지점과 대기 장소에서는 관람객을 위한 취타대·코믹 마임·가야금 연주 등 각종 공연과 퍼포먼스가 마련돼 지루한 대기 시간을 재미로 채우게 된다.고령군 측은 “이번 퍼레이드를 통해 단순한 관람을 넘어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등 세계유산 도시 고령에서 1500년 전 찬란했던 대가야의 문화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가야박물관 기획 특별전은 ‘대가야 열두 개의 별’을 주제로 27일 개막해 8월 17일까지 이어진다. 대가야시대 유물 중 토기, 무기, 말갖춤, 장신구 등 12개의 명품을 선정해 전시한다. 이번 특별전은 삼국(신라·고구려·백제)은 물론 금관가야, 아라가야, 소가야 등 다른 가야와 뚜렷이 구별되는 대가야의 독자성과 자율성, 우수성을 널리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별전이 열리는 대가야박물관은 대가야왕릉이 모여 있는 지산동고분군 기슭에 자리 잡고 있으며 ‘대가야역사관’과 ‘대가야왕릉전시관’으로 구성돼 있다. 대가야역사관은 대가야 및 고령 지역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구석기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역사·문화 유물을 전시해 놓았다. 대가야왕릉전시관은 국내에서 최초로 확인된 대규모 순장 무덤인 지산동 44호분의 내부를 원래 모습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무덤의 구조와 축조 방식, 주인공과 순장자들의 매장 모습, 부장품 종류와 성격 등을 직접 볼 수 있다. 체험 프로그램도 한층 풍성해진다. ‘대가야 그릴 존’과 ‘딸기 한 상’ 등 지역 특산물 기반 미식 체험을 비롯해 대가야 유물 발굴 및 미로 탈출 체험, 대가야 용사 칼 만들기, 엽서 스탬프 투어, 딸기 꽃등 만들기 등이 운영된다. 버스킹, 쿠킹쇼, 지산동고분군 야간 트래킹 등 낮과 밤을 아우르는 콘텐츠도 선보인다. 특히 축제 기간 내내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진행될 지산동 고분군 야간 트래킹에서는 700여 기에 달하는 크고 작은 고분들의 웅장함과 고즈넉함을 느끼며 걸을 수 있다. 형형색색의 야간 포토존을 배경으로 ‘인생 샷’을 찍는 봄밤의 낭만과 소소한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이번 축제에서는 야간관광 콘텐츠도 강화하고 인근 관광지와 연계성도 높인다. 대가야수목원과 음악분수 등 주요 야간관광지와 연계해 ‘밤의 대가야’라는 주제의 체류형 관광도 마련된다. 대가야수목원은 밤이면 ‘대가야 빛의숲’으로 재탄생한다. 대가야 빛의숲은 체류 관광객 유치를 위한 고령군의 야심작이다. 총 62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투광등, 라인조명, 라이팅쇼 등 경관 조명과 인터랙티브 미디어, 미디어 프로젝터, 포토존, 조형물 등 실내 미디어 설비 등을 갖췄다. 야간에 하늘의 별, 바닷속 고래, 사막의 태양, 극지방의 펭귄 등을 다양한 주제 공간을 통해 체험할 수 있다. 라이팅쇼를 통해 무지갯빛으로 물든 나무들 사이를 거닐며 수많은 별을 만날 수 있다. 오후 6~10시에는 ‘블링 블링 플라워링’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봄꽃 포토존과 마술, 버스킹, 버블 체험, 플리마켓 등으로 구성된다. 고령군은 교통 대책 마련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축제 기간 행사장 일대 차량을 통제하는 대신 3개 노선에 걸쳐 셔틀버스를 운행(오전 9시 45분~오후 10시 15분, 15분 간격)하는 등 특별교통 대책을 수립했다. 이남철 군수는 “고령군을 대표하는 대가야축제는 대한민국 문화관광축제에 2회 연속 선정된 명품 축제”라며 “축제를 통해 세계유산 도시의 자긍심을 높이는 한편, 지역 경제 활성화와 역사 문화 브랜드 가치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노벨상 수상자와 함께 ‘K과학’ 미래 연다

    노벨상 수상자와 함께 ‘K과학’ 미래 연다

    서울신문은 호반그룹, 전자신문과 함께 3월 2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K-과학인재 아카데미 비전선포식’을 개최합니다. 201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랜디 셰크먼 교수의 강연과 2025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오마르 M 야기 교수의 라이브 강연을 비롯해 정부·학계·기업 관계자들 및 국내외 석학들이 함께하는 ‘K-과학인재 아카데미’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행사명:호반그룹과 함께하는 K-과학인재 아카데미 ■슬로건:Hoban Science Bridge - 미래를 짓고, 인재를 잇다 ■일시:2026년 3월 26일(목) 09:30~16:00 ■장소: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 ■신청방법:홈페이지(https://k-scienceacademy.com/) 온라인 신청 ■주최:호반그룹, 호반장학재단 ■주관:서울신문, 전자신문
  • BTS가 깨운 새로운 ‘BTS 성지’… 광화문·에밀레종에 세계인이 주목

    BTS가 깨운 새로운 ‘BTS 성지’… 광화문·에밀레종에 세계인이 주목

    앨범에 에밀레종 타종 소리 담겨생중계된 세종대로 강렬한 인상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21일 컴백 공연 이후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 등 한국의 전통문화유산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BTS와 연관된 공간 대부분이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부상한 만큼, 이번 공연과 새 앨범을 계기로 ‘K문화유산’이 세계인의 버킷리스트로 자리 잡을지 관심이 쏠린다. BTS의 새 앨범 ‘아리랑’은 한국 전통문화를 정면으로 끌어안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에밀레종’으로 더 유명한 국보 성덕대왕신종의 소리로 구성된 6번 트랙 ‘No.29’가 대표적이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이 앨범에 대해 “한국의 문화유산과 그들만의 독창적인 팝 사운드를 결합시켰다”고 평가했다. 771년 신라 때 주조된 성덕대왕신종이 BTS의 음악을 통해 21세기 전 세계 팬들의 귀에 닿게 된 것이다. 성덕대왕신종 소리는 이제 ‘No.29’가 재생될 때마다 신라와 경주, 국립경주박물관 검색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공연 현장인 세종대로 역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넷플릭스 생중계 화면은 경복궁과 광화문을 배경으로 무대를 비추며 한국 역사의 중심 공간을 반복해서 노출했다. 조선 왕조 500년의 상징인 경복궁이 21세기 최정상 K팝 그룹의 무대 배경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강력한 관광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이 영상은 팬들이 제작하는 클립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타고 퍼져 다양한 형태의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재생산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의 심장부 풍경이 전 세계인의 일상 콘텐츠로 스며드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훈 한양대 사회과학대학장 겸 관광학부 교수는 “한류 콘텐츠가 관광 수요로 이어지는 경로는 이미 검증돼 있다”면서 “BTS 공연이 우리 문화유산을 드러내고 알리는 기회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경복궁, 광화문 등 구체적 장소를 각인시킴으로서 ‘방문해야 할 장소유산’을 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제 국가유산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관건이 됐다. 관광업계에선 경주 국립박물관의 성덕대왕신종 전시 공간을 BTS 앨범과 연계한 콘텐츠로 재구성하고, 광화문·경복궁 일대를 K문화유산 관광의 거점으로 기획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세계 아미에게 한국의 미 알리자” 문화유산 재해석 굿즈 ‘풍성’

    “세계 아미에게 한국의 미 알리자” 문화유산 재해석 굿즈 ‘풍성’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 완전체 복귀 공연이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펼쳐진다. 경복궁과 광화문, 월대와 해치 등 전통 문화유산이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유산을 재해석한 다양한 뮷즈(박물관과 굿즈의 합성어) 역시 축제에 힘을 보탠다. 우선 BTS의 소속사 빅히트 뮤직은 정규 5집 ‘아리랑’ 발매를 기념해 국립박물관문화재단과 협업한 팝업을 다음달 12일까지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더 헤리티지와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에 설치한다고 20일 밝혔다. BTS 새 앨범 ‘아리랑’으로 이름붙인 이 팝업은 전통의 미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다양한 상품들을 선보인다. 이들 상품은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상품 브랜드 ‘뮷즈’와 손잡고 제작돼 ‘2026 방탄소년단×뮷즈 컬래버레이션’이라는 이름을 달고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린다. 협업 굿즈는 숄더백, 카드홀더, 헤어클립, 헤어핀, 레이어드 스커트 등 5종이다. 디자인은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한 통일신라 시대 대표 문화유산이자 ‘에밀레종’으로 더 잘 알려진 국보 ‘성덕대왕신종’ 문양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종 중앙의 공양자상과 주변 구름 문양을 그래픽으로 개발해 적용했다. BTS와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지난 2024년에는 반가사유상과 백자 달항아리에 BTS 노랫말을 새긴 ‘달마중’ 시리즈를 선보인 바 있다. 국가유산진흥원도 다음 달 24일까지 경복궁과 국립고궁박물관에 있는 ‘K-헤리티지 스토어’에서 아리랑을 주제로 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한민족의 상징과도 같은 대표 민요이자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된 아리랑의 상징성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손수건은 물론 이번 공연의 배경이 되는 광화문 앞 월대 서수상을 담은 열쇠고리(키링)도 선보인다.
  • 공민왕 숨결 서려 있는 ‘임영관’…잉어가 이어준 사랑 ‘월화거리’[서동철의 이야기가 있는 옛성]

    공민왕 숨결 서려 있는 ‘임영관’…잉어가 이어준 사랑 ‘월화거리’[서동철의 이야기가 있는 옛성]

    강릉, 고려·조선 때 대도호부 지위강릉읍성, 남대천 북쪽에 자리잡아 객사 ‘임영관’ 현판은 공민왕 친필읍성 내부 한은 등 공공 건물 밀집명주동, 카페·식당 등 문화의 거리영동선 노선은 예국고성 훼손 피해 ‘월화거리’ 무월랑·연화 이야기 담겨 왕릉 방불케 하는 ‘명주군왕릉’ 명소 강원도 평창에서 강릉으로 넘어가는 대관령이라면 곧 아흔아홉 굽이를 떠올린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게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 사람도 없지 않을 듯하다. 오늘날 영동고속도로는 인천에서 강릉을 잇는 명실상부한 동서횡단길로 기능한다. 이 고속도로는 1971년 신갈에서 새말을 잇는 왕복 2차로로 초라하게 시작했다. 대관령을 넘어 강릉까지 전 구간이 개통된 것은 1975년이다. 대관령 옛길 일부를 고속도로로 활용했으니 아흔아홉 굽이 분위기는 어느 정도 남아 있었다. 지금처럼 산악도로 답지 않게 4차로의 큰 길이 된 것은 2001년이다. 이제는 ‘대관령을 넘어간다’보다 ‘대관령을 지나간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국사성황신·대관령산신 기리는 단오제 여유로운 가족여행이라면 한번쯤은 아흔아홉 굽이로 유명했던 경강로(京江路)로 대관령을 넘어 봐도 좋을 것이다.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나들목에서 대관령양떼목장을 지나가는 456호 지방도다. 일부는 2차로 시절 고속도로로 쓰던 길을 지방도로 되돌린 것이니 이것도 새로운 경험이 되겠다. 무엇보다 경강로 주변엔 강릉단오제 주신(主神) 범일국사를 모신 국사성황사가 있다. 대관령산신당엔 강릉을 위협하던 말갈을 물러가게 했다는 김유신 장군이 민간신앙의 대상이 되어 자리잡고 있다. 강릉단오제는 새로 빚은 신주(神酒)를 국사성황신과 대관령산신에게 올리며 영동 지역이 근심을 떨치게 해 달라고 비는 것으로 막을 올린다. 강릉(江陵)이라는 땅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고려시대다. 고려사에는 1194년 ‘좌도병마사 최인이 정예 군사 수천 명을 이끌고 남적(南賊)을 공격했는데, 강릉성에 이르러 복병을 설치하고 기다렸다’는 내용이 보인다. 강릉성의 존재도 여기서 처음 나타난다. 남적이란 당시 남부 지방 곳곳을 휩쓸었던 반란세력을 일컫는데 이들이 동해안까지 진출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고려는 강릉을 동원경, 명주, 하서부, 경흥도호부 등으로 불렀다. 고려사는 ‘1308년 강릉부로 고쳤다. 1389년 대도호부로 승격시켰다. 별호는 임영(臨瀛)’이라고 적었다. 강릉의 고구려 시대 이름은 하슬라(何瑟羅)다. 토착어를 음차해 한자로 표기했지만 순수한 우리말 어감이 살아 있다. 하슬라의 ‘하’는 바다나 태양을, ‘슬라’는 땅이나 나라를 의미하는 것이라 한다. 그러니 바닷가 고을이나 해돋는 고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신라는 고구려로부터 이 땅을 빼앗은 이후에도 하슬라라는 이름을 한동안 쓰다가 742~765년 재위한 경덕왕이 한자식 이름인 명주(溟州)로 바꾼다. 명주는 글자 그대로 바닷가 고을이라는 뜻이다. 옛 이름 하슬라의 의미를 그대로 살린 것이다. 임영 역시 바닷가 고을이라는 뜻이다. ‘강변의 언덕’이란 뜻을 가진 강릉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짐작한다. 당나라 시인 이백(701~762)의 ‘아침에 백제성(白帝城)을 떠나며’에 강릉이 나온다. ‘아침에 무지개 구름 사이로 백제성을 떠나 / 천 리 밖 강릉을 하루 만에 돌아온다’는 대목이다. 백제성은 중국의 장강 삼협에 있었다고 한다. 문학작품에서 강과 바다는 ‘끝없이 이어진다’거나 ‘넓고 아득하다’는 이미지로 혼용되곤 한다. 우리 땅이름이 중국화하는 과정에서 장강 북안 징저우(江陵)가 힌트가 됐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강릉은 고려시대 대도호부의 지위를 조선시대에도 그대로 물려받았다. 대도호부사는 종3품으로 지방관으로는 위계가 높았다. 강릉읍성은 대도호부사가 행정과 군사를 총괄하던 치소(治所)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고려시대 토성으로 처음 쌓은 것으로 보인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은 ‘1512년(중종 7년) 석성으로 고쳐 쌓았다. 문을 4곳에 두었고 우물이 14곳, 연못이 2곳’이라고 적었다. 개축한 읍성의 둘레를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1134.6m인데 실제는 1826m라고 한다. 지대가 높은 북쪽과 서쪽 일부는 토성을 그대로 유지해 차이가 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임영관 삼문·칠사당만 옛날 그대로 강릉읍성은 남대천(南大川) 북쪽에 남북이 긴 마름모꼴 모양으로 자리잡았다. 남대천이라는 이름도 강릉대도호부 관아 남쪽에 있는 큰 하천이라는 뜻에서 지어졌다고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이 기록한 대로 강릉읍성은 동서남북에 가해루(駕海樓), 망신루(望宸樓), 어풍루(馭風樓), 빙허루(憑虛樓)의 누각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읍성 내부 지역은 지금도 관아를 중심으로 한국은행, 기상청, KBS 방송국, 우체국, 과거엔 전화국이었을 KT 지점, 초등학교와 중학교 등 공공성 있는 건물이 밀집한 모습이니 역사는 이어지고 있다. 강릉대도호부 관아는 939년(고려 태조 19년) 세워졌다는 조선시대 기록이 있다. 모두 83칸의 건물이 있었다지만 지금은 객사 정문인 임영관 삼문과 수령의 집무공간인 칠사당만 옛날 것이다. 대도호부 정문과 동헌, 서쪽 언덕 위 의운루(倚雲樓)와 객사 임영관은 최근 복원한 것들이다. 배흘림기둥이 인상적인 임영관 삼문은 강원도에서 유일한 고려시대 건축물이다. ‘증수임영지’에 따르면 염양사(艶陽寺)가 폐사되면서 옮겨 지은 것이다. 임영관 현판은 공민왕의 친필이라고 한다. 공민왕이 1366년 낙산사에 관음 기도를 드리러 가다 강릉에 들렀다. 그런데 큰비가 내리며 강릉에서 열흘 동안 머물렀을 때 임영관 편액을 썼다는 전설이 있다. 삼문 뒤편의 객사 임영관은 일제강점기 초기엔 보통학교로 쓰였다. 하지만 1930년대 이 자리엔 콘크리트로 경찰서 건물이 지어졌다. 수난은 광복 이후에도 이어졌다. 동헌과 칠사당 사이엔 1955년 강릉시청이 들어섰다. 동헌은 강릉시장 사택으로 쓰이다 1967년 헐렸다. 관아에서 길을 건너면 명주동이다. 개성 있는 카페와 음식점, 공연장이 들어서면서 문화의 거리로 발전하고 있다. ‘시나미 명주길’이라는 이름도 붙여졌는데 시나미는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을 뜻하는 강원도 사투리라고 한다. 차분하고 품위 있는 골목이라는 인상이었다. ●옛 남대천 철교, 도보다리 ‘월화교’로 강릉시내 중심부에는 또 다른 옛 성터가 남아 있다. 동예(東濊)의 중심이던 시절의 예국고성이다. 동예라면 ‘삼국지’ 동이전을 떠올리게 된다. ‘같은 성끼리 혼인하지 않았고, 호랑이를 섬겨 신으로 여겼다. 살인자는 죽였고, 도적이 없었다. 10월에는 하늘에 제사 지내고 밤낮으로 마시고 춤추고 노래 부르며 즐겼는데, 이 축제를 무천(舞天)이라 했다’는 대목이다. 월화거리는 강릉읍성 동쪽에 있다. 월화거리는 중앙시장과 더불어 강릉을 대표하는 먹거리 타운으로 떠올랐다. 조선총독부가 1925년 수립한 ‘조선철도 12년 계획’에는 부산과 안변을 잇는 동해선도 들어 있다. 일제는 동해선 노선을 정하는 과정에서 1938년 예국고성을 조사한다. 1962년 동해선의 일부로 개통된 영동선 노선이 남대천을 건넌 이후 역(逆) 기역자(ㄱ)자 모양으로 크게 꺾어진 것도 예국고성 성벽의 훼손을 피하려 했기 때문으로 짐작한다. 옛 남대천 철교는 이제 월화거리와 월화정을 잇는 도보다리 월화교로 탈바꿈했다. 대신 KTX 강릉선은 지하터널로 남대천을 건너 강릉역으로 진입한다. 월화거리는 흔적도 찾기 어려운 예국고성의 서쪽 성벽을 따라 조성한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남대천에서 가까운 예국고성 주변은 지대가 낮은 듯 보인다. 예국고성을 버리고 강릉읍성을 새로 세운 것도 상습적인 수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높은 지대를 선택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월화거리는 ‘무월랑과 연화 부인’의 사랑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월화거리에서 조명이 아름다운 월화교를 건너면 월화정이다. 짐작처럼 무월랑과 연화에서 한 글자씩 따서 지은 이름이다. 월화정 설화는 강릉 출신 문인 교산 허균의 ‘별연사고적기’에 자세히 실려 있다. 무월랑은 강릉에 머물던 시절 연화와 사귀었는데 경주로 돌아간 뒤 연락이 없었다. 연화는 잉어를 잡아 뱃속에 편지를 넣은 뒤 다시 놓아 주었는데, 이튿날 경주의 무월랑 집에서 음식재료로 사들인 물고기가 바로 그 잉어였다는 내용이다. 강릉 김씨 시조가 되는 김주원의 부모가 곧 두 사람이다. 김주원은 신라하대 진골귀족으로 강릉에서 독자적 세력을 형성해 명주군왕에 봉해졌다. 강릉에는 왕릉을 방불케 하는 김주원의 무덤 명주군왕릉도 있으니 한번 찾아가 봐도 좋을 것이다. 글·사진 서동철 논설위원
  • “내 연구도 노벨상까지 36년… 한국, 단기 성과 집착 버려야” [K-과학인재 아카데미 비전선포식]

    “내 연구도 노벨상까지 36년… 한국, 단기 성과 집착 버려야” [K-과학인재 아카데미 비전선포식]

    세포 속 단백질 분비 과정 첫 규명노벨상 당시 ‘자유로운 연구’ 강조실패 위험 감수하고 밀고 나가야파킨슨병 앓던 아내와 사별 이후현재는 연구 컨소시엄 고문 활동한국 과학자도 많이 참여해 주길자신의 가설 증명할수록 자신감시험 아닌 실험 중심 교육 구성을성과 늦어도 꾸준한 지원이 중요 “자유로운 탐구 정신이 오늘날 노벨상 수상자들의 경력을 다채롭게 만들었습니다.” 세포 내 물질 수송 경로를 밝혀 201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랜디 셰크먼(78)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분자생물학과 교수는 당시 노벨상 수상 소감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네 차례 언급했다. 노벨 평화상이 아닌 생리의학상 수상 소감에서는 이례적이었다. 셰크먼 교수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UC 버클리 교정 내 사무실에서 진행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자유로운 연구 환경’이 미국에서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많이 배출된 비결 중 하나로 꼽았다. 자신이 노벨상을 받기까지 36년의 연구를 했는데, 미국 민간 연구소의 지원 덕에 자유로운 연구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한국교육의 현실을 언급하며 시험보다는 실험 중심의 과학교육을 강조했다. 셰크먼 교수는 오는 26일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리는 ‘K-과학인재 아카데미 비전선포식’에서 기조연설을 한다. 이번 행사는 호반그룹과 호반장학재단이 주최하고 서울신문과 전자신문이 주관한다. 학계·산업계·교육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과학 인재 육성 방안을 논의한다. 호반그룹과 서울대는 ‘K-과학인재 아카데미업무협약(MOU)’을 맺고 예비 과학 인재들이 연구 경험을 넓힐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다음은 셰크먼 교수와의 일문일답. -처음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꾼 계기가 무엇인가. “첫 기억은 11살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교를 마친 후 물병으로 근처 호숫가에서 물을 퍼 올려 현미경으로 봤더니 꼬물거리는 작은 생물들이 살고 있었다. 그게 신기해서 더 좋은 현미경을 사고 싶었는데, 중고 제품도 100달러가 필요하더라. 동네 아이들을 돌보는 ‘베이비시터’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을 어머니가 장을 보는 데 썼다. 현미경을 못 산 게 분해서 그 길로 자전거를 타고 경찰서에 신고를 했다가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 부모님은 화를 내다 결국 나를 전당포에 데리고 가서 현미경을 사줬다. 그 현미경으로 과학자의 꿈을 키웠다.” -과학자의 꿈은 어떻게 이어졌나. “청소년기엔 학교에서 열린 과학 프로젝트 박람회에 출전하며 과학자의 꿈을 꾸었다. UC 로스앤젤레스(LA) 화학과에 진학했는데, 신입생 때 원하는 교수의 연구실에 들어가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때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교수님 아래서 실험하고 연구 현장을 배웠다. 그때 지도교수님이 빌려준 책이 유전자(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 노벨상을 수상한 제임스 왓슨 박사의 분자생물학 책이었다. 그 책이 지금의 진로를 결정하게 된 계기가 됐다.” -단백질 분비 과정을 처음으로 규명해 노벨상을 수상한 과정이 궁금하다. “스탠퍼드대에서 생화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UC 버클리에서 교수로 막 재직하기 시작했을 때였다. 세포 내에서 아미노산 배열에 따라 나올 수 있는 단백질 종류가 많다. 단백질이 세포 안에서 생성되고 세포 밖으로 나가 순환하면서 역할을 한다. 인간과 동일한 진핵생물(핵과 핵막이 있는 세포로 구성된 생물)인 효모를 이용해 세포 안에서 만들어진 단백질이 분자 수준에서 세포 밖으로 전달되는지 규명한 것이다. 당시에는 단백질 분비 과정에 대한 연구도 거의 없었고, 연구 방식도 대부분 실험쥐와 같은 포유류를 사용할 뿐 효모를 활용한 연구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신청한 첫 장학금은 떨어졌다. 그런데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에서 장학금 요청을 수용해 작은 펀딩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연구가 노벨상으로 이어졌다.” -노벨상 수상 소감에서 당장 성과가 나지 않는 기초과학이 중요하다고 했다. “1977년에 효모로 시작한 연구가 2013년 노벨상을 받기까지 약 36년이 걸렸다. 효모 실험에서 얻은 결론을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다고 인정받기까지 36년이나 걸린 것이다. 그만큼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긴 시간 연구를 이어가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내가 연구를 시작했을 때 단백질 분비는 거의 새로운 분야였고 장학금도 거절당할 정도로 유망한 분야가 아니었다. 하지만 2년 만에 성과를 냈더니 미국의 민간 연구소인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HHMI)가 15년 동안 지원을 해줬고, 그 덕분에 비교적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었다.” -과학자가 지녀야 할 핵심적인 가치는 무엇인가. “과학자는 어느 정도 ‘도박꾼’이 되어야 한다. 실패할 가능성이 있더라도 호기심이 생긴 연구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가지고 밀고 나가야 한다. 새로운 것을 찾으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과학자로서 항상 큰 질문을 생각하고, 좋은 멘토와 최신 연구실 현장에서의 훈련을 통한 경험, 판단도 필요하다. 프랑스 화학자 루이 파스퇴르도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는다’고 하지 않았나.” -최근 학문과 산업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미국의 거대한 산업 생태계가 학계엔 어떤 영향을 미치나. “처음엔 제자들이 학계로 빠지길 원했지만 최근에는 학생들에게 학계나 산업계 중 특정한 길을 가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요즘은 많은 박사들이 산업계로 진출해 새로운 발견을 해내기 때문이다. 기업가들 중에서도 많은 혁신가가 나오고 있다. 아마존이나 테슬라가 대표적인 예다. 기업인들도 똑같이 위험을 감수하며 도전하고, 그렇게 산업의 선구자가 되지 않았나. 제자 중 한 명은 캘리포니아공대(칼텍) 교수를 하면서 회사를 창업해 암젠에 인수됐다. 지금은 학계와 산업을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생명과학 분야 연구도 인공지능(AI)의 영향을 받나. 과학자는 AI와 어떤 관계를 이뤄야 하나. “요즘 연구실에는 실험 결과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이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배열 구조를 예측하는 것은 생명과학의 오랜 난제였는데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는 몇 분 만에 이를 예측한다. 이 공로로 알파폴드 개발자들은 2024년에 노벨상까지 받았다. 학생들도 이미 AI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AI의 도움을 받아 연구에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AI가 연구실에 들어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어떤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나. “아내가 20년 동안 파킨슨병을 앓다가 2017년에 사망했다. 한번 걸리면 완치가 어려워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데, 사망까지는 오래 앓아야 하는 힘든 병이다. 파킨슨병 환자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이 자신이 자금을 지원할 테니 파킨슨병 연구를 도와달라고 연락을 해왔다. 그래서 현재는 글로벌 파킨슨병 공동 연구 컨소시엄인 ASAP(Aligning Science Across Parkinson’s)라는 재단에서 고문 역할을 하고 있다. 여러 연구자들이 팀을 이뤄 파킨슨병을 연구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네트워크를 만든 것이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팀으로 연구하고 있는데 아직 동아시아 출신의 연구자가 많지 않다. 한국에서 많이 참여해주면 좋겠다.” -한국이 과학 분야에서 인재를 더 성공적으로 배출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먼저 한국 정부가 기초과학에 더 투자해야 한다. 일부 연구자에게 집중적으로 펀딩을 하는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선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특히 한국은 민간 투자가 미국보다 적다. 미국에서는 개인 또는 기업, 재단의 후원이 과학 연구를 지속하게 만드는 핵심 축이다. 민간에서 지원을 해주면 정부 과제와 달리 특정 주제가 정해져있지 않고 연구자의 자율성을 존중해준다. UC 버클리에서 효모로 연구를 했을 때도 내게 후원을 해준 HHMI 덕분에 정부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주제를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었다. 내가 고문으로 있는 ASAP 역시 구글의 창업자인 브린이 큰 금액을 지원한다. 미국에서는 민간이 주된 재원이지만 한국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기초과학에 더 많이 후원해야 한다.” -한국의 젊은 과학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시험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학생들은 ‘시험’ 준비를 하느라 ‘실험’은 하지 못한다. 시험은 창의력과 열정, 호기심이 아니라 암기력을 테스트하지 않나. 아이들이 과학에 흥미를 가지려면 스스로 경험하고 실험해보는 기회가 중요하다. 학교에서 과학 박람회를 열고 학생들이 직접 과학 실험을 설계하고 필요한 장비를 조립하는 식이다. 대학에 가서도 수업만 열심히 듣는 게 다가 아니다. 직접 연구실에 가서 실험을 해보길 권한다. 실제로 교수가 연구실에서 어떻게 실험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결과를 내는지 현장을 통해 경험을 쌓아라. 젊은 과학자들은 자유롭게 탐구할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의 가설을 실험하고 증명할수록 자신감을 얻는다.”
  • ‘APEC 효과’ 경주 솔거미술관 흥행 대박

    ‘APEC 효과’ 경주 솔거미술관 흥행 대박

    지난해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캐나다 총리 부인의 이목을 사로잡은 경주 솔거미술관이 역대급 관람객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경주시와 공동 운영하는 솔거미술관의 지난해 관람객 수가 15만 6016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전년도 관람객 수 10만 7294명보다 약 45.4% 증가한 수치다. 관람객 수 증가는 경주 APEC 정상회의 개최에 따른 효과로 분석된다. 이 기간 솔거미술관은 특별 기획전 ‘신라한향’(新羅韓香)을 통해 한국 미학의 정수를 선보였다. 당시 기획전은 캐나다 총리 부인인 다이애나 폭스 카니 여사를 비롯해 17개국 대사 부인 등 글로벌 VIP들이 줄지어 찾았다. 특히 수묵 대작 ‘코리아 판타지’를 그린 박대성 화백과 카니 여사와의 만남은 신라와 한국의 예술적 가치를 세계 정상급 귀빈들에게 각인시켰다. APEC을 계기로 한 관람객 대열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월 누적 관람객 수는 3만 605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만 4092명) 대비 2.55배 늘어난 수치다. 유료 미술관임에도 불구하고 증가세가 눈에 띈다. 김남일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장은 “솔거미술관은 APEC이라는 국제무대에서 조력자 역할을 수행하며 큰 성과를 거뒀다”며 “올해는 이를 발판 삼아 지역 예술의 자부심을 세계로 확산시키는 ‘글로컬 미술관’으로서의 기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같은 쌀, 다른 식사법… 나눔의 한국 밥상·배려의 일본 도시락”[월요인터뷰]

    “같은 쌀, 다른 식사법… 나눔의 한국 밥상·배려의 일본 도시락”[월요인터뷰]

    같은 쌀을 먹지만 밥의 의미는 다르다. 한국에선 넉넉히 밥을 담아 상에 올리고 반찬을 나눠 함께 먹는다. 나눔의 문화다. 일본에서는 “밥 양은 어떻게 할까요. 보통으로 할까요, 적게 할까요”를 먼저 묻는다. 손님이 부담스럽지 않도록 양을 맞춰 주는 ‘오모테나시’, 배려의 문화다.지난 13일 일본 오사카 만박공원 내 국립민족학박물관(민박)에서 만난 문화인류학자 아사쿠라 도시오(75) 민박 명예교수는 닮은 듯 다른 한일 간 차이가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밥상’이라며 넉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아사쿠라 명예교수는 일본내 한국 문화 연구계의 ‘큰 어른’으로 꼽힌다. 1970년대 처음 한국을 찾은 이후 50년 가까이 한국 사회와 생활문화를 연구해 왔다. 한국인에게도 낯선 전남 신안군 도초도에서만 16년 동안 현장조사를 했다. 지금도 식문화를 통해 한일 사회를 비교 연구하고 있다.반세기 가까이 한국을 들여다본 이 노학자에게 ‘한국은 왜 이럴까’라고 물었다. 그는 단정하지 않았다. 그는 “한일은 비슷하지만 어딘가 다르다. 그 작은 위화감을 묻는 것이 내 연구”라면서 그 ‘작은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이(異)문화’를 이해하는 열쇠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일 문화 차이, 밥에서 잘 드러나한국 밥상, 여러 사람과 함께 완성日 도시락, 개인 단위로 음식 정리1970년대 신안 도초도서 16년 조사한국 ‘정·의리·해학’ 日은 ‘의리·인정’두 사회 인간관계 중요, 방식은 달라직접 관찰하는 ‘필드 워크’ 의미는문화인류학, 사람과의 만남서 시작삶 겹겹이 쌓여 ‘사람의 역사’ 직조문화는 무상… “아직도 한국이 궁금”K푸드 열풍 등 드라마틱하게 변화 “한국 생활문화 반드시 기록해 둬야”-한일 문화 차이를 가장 잘 드러내는 음식을 ‘밥’으로 꼽았다. “일본은 도시락의 문화다. 음식이 개인 단위로 정리된다. 도시락 상자 하나 안에 밥과 반찬이 들어간다. 한 사람의 식사가 하나의 틀 안에서 완결된다. 한국은 밥상의 문화다. 여러 반찬이 한 상에 놓이고 사람들이 함께 먹는다. 밥상은 혼자 완성되지 않는다. 여러 사람이 함께 완성한다. 식사 방식 자체가 관계를 만드는 방식과 연결되어 있다.” -밥을 담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일본에서 밥을 높이 담은 고봉밥은 제삿밥이다. 일상 식사에서는 그렇게 담지 않는다. 반대로 일본 식당에서는 밥 양을 먼저 묻는 경우가 많다. 손님이 부담스럽지 않도록 맞춰 주려는 것이다. 그것이 일본식 오모테나시다. 한국에서는 밥을 넉넉히 담는다. 밥을 많이 준다는 것은 환대의 의미가 있다. 같은 쌀을 먹지만 밥을 대하는 방식에 사회의 관계 문화가 드러난다.” -한국 문화를 처음 실감한 순간은. “1970년대 서울 롯데백화점 식당에서였다. 마쿠노우치 벤토(밥과 반찬을 도시락 상자 하나에 담은 일본식 도시락)를 주문했는데, 그 뒤로 반찬이 계속해서 나왔다. 나물도 나오고 다른 반찬도 이어지면서 결국 상이 하나 더 차려졌다. 마쿠노우치 벤토는 도시락 상자 하나 안에 밥과 반찬이 들어가 한 사람의 식사가 그 안에서 완결된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한정식처럼 식사가 이어졌다. 그때 ‘아, 이것이 바로 한국이구나’ 하고 느꼈다.” -한국인의 관계 문화를 설명할 때 ‘정’이라는 개념이 자주 언급된다. “1970년대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연구 가운데 윤태림 선생의 논의가 있다. 한국인의 특징을 ‘정’, ‘의리’, ‘해학’으로 설명했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감정적으로 깊게 맺는 문화라는 뜻이다. 일본에서도 인간관계를 설명할 때 ‘기리’(義理·의리)와 ‘닌조’(人情·인정)라는 개념을 자주 이야기한다. ‘기리’는 사회적 의무나 규범에 가까운 개념이고, ‘닌조’는 인간적인 정이나 감정을 뜻한다. 두 사회 모두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하지만 관계가 작동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어떤 차이인가. “일본은 관계가 비교적 정리된 규범 속에서 작동하는 사회다. 의무와 역할이 비교적 분명하다. 반면 한국은 관계가 훨씬 유동적이고 감정적인 요소가 강하다. 사람 사이의 정서적 연결이 관계를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도초도에서의 느낀 한국의 ‘정’은 어떤 형태였나. “도초도에서 조사할 때 신세를 졌던 할아버지가 있었다. 결혼 후 아내와 함께 다시 마을을 찾았는데 아내가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다고 하자 그분이 시장에 가서 ‘단무지’를 사 오셨다. 음식도 맵지 않게 따로 준비해 주셨다. 그때 차려주신 밥상 사진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 그 장면이 내가 느낀 한국의 ‘정’이다.” 그는 한일 생활문화를 현장 연구와 전시로 연결해 온 학자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 국립민속박물관과 민박이 공동 개최한 한일 생활문화 특별전을 기획했고, 서울 강남의 한 중산층 가정의 살림살이 전체를 수집해 전시장에 생활공간 그대로를 재현한 ‘서울 스타일–이씨 일가의 있는 그대로의 삶’ 전시로 큰 주목을 받았다. 2015년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일본에서 열린 ‘한일 식문화 특별전’에서도 한국 식문화를 중심에 두고 일본 음식을 비교 방식으로 배치해 차이를 입체적으로 보여줬다. 전시 명칭도 관례적인 ‘일한’이 아니라 ‘한일’로 정해 한국 문화를 전면에 놓는 방식을 택했다. -50년 전 한국과 지금의 한국은 천지 개벽 수준으로 변화했다. “2013년에 한국의 김장 문화와 일본의 와쇼쿠(일식)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문화인류학적으로 보면 어떤 문화가 유산으로 지정된다는 것은 그 문화가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일본의 설날 음식인 오세치는 예전에는 가정에서 직접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백화점이나 슈퍼에서 구입한다. 한국에서도 김장을 함께 담그는 문화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드라마틱한 변화다.” -전 세계적으로 K푸드 열풍이 거센데. “예전에 일본 라면 회사 관계자에게 같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일본 라면을 세계에 더 수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일본에는 지역마다 다양한 라면이 있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오히려 약점이 되기도 한다. 한국은 단순하다. 신라면, 불닭볶음면처럼 대표 브랜드가 있다. 외국 사람들이 한국 라면을 떠올리면 바로 그것이 생각난다. ‘이것이 한국이다’라는 이미지가 분명한 게 K푸드의 장점이다.” -지금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 통해 다른 나라의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현지에 머물며 사람들의 삶을 직접 관찰하는 ‘필드 워크’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문화인류학자는 책상에서 사회를 연구하는 학자가 아니다.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 사회의 감각을 이해하려고 한다. 내가 한국 연구를 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도초도에서 16년 동안 살다시피 하며 조사했다. 같은 밥상에서 음식을 먹고 같은 이야기를 듣고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비로소 그 사회의 리듬이 보인다.” 그는 필드 워크를 “사람과의 만남에서 시작되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한 사람을 만나면 또 다른 만남이 이어지고 그렇게 만난 사람들의 삶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사람의 역사’를 직조하게 된다는 것이다. -50년 가까이 한국을 연구해 왔다. 선생에게 한국 연구란 어떤 의미를 갖는가. “문화는 ‘무상’(無常)하다. 전통문화나 기층문화라고 불리는 것들도 시대와 함께 변해 간다. 하물며 내가 연구하는 생활문화는 더욱 빠르게 변하고 사라진다. 특히 한국의 생활문화는 내가 처음 한국을 찾은 이후 거의 50년 동안 드라마틱하게 변화해 왔다. 그래서 반드시 그것을 기록해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의 연구는 많은 한국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그런 변화들을 기록해 온 작업이었다. 좋아하는 술을 함께 마시며 그들의 삶을 들려받는 그런 즐거운 작업이기도 했다. 나는 아직도 한국이 궁금하다.” ■ 아사쿠라 명예교수는 1950년 일본 도쿄 출생. 무사시대학을 졸업하고 메이지대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했다. 한국 생활 문화를 연구해 온 일본의 대표적인 한국학 연구자다. 중국·미국·사할린 등지의 한국인 이주 공동체 조사도 진행했다. 일본 최대의 민족학 연구기관인 국립민족학박물관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리쓰메이칸대 식매니지먼트학부에서 가르치고 있다. 2013년 한국 문화 연구 공로로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 라면·과자·식용유 가격도 내린다

    라면·과자·식용유 가격도 내린다

    정부의 압박으로 제빵업계에서 시작된 식품가격 인하 물결이 라면, 식용유 등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원재료 가격 하락과 함께 서민 가계 부담을 덜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기업들의 전향적인 가격 조정을 끌어냈다는 평가다. 12일 식품업계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라면 4개사는 총 41개 제품의 출고가를 약 40원에서 100원까지 내린다. 라면값 인하는 2023년 6월 이후 약 2년 9개월 만이다. 삼양식품은 삼양라면 오리지널 2종의 가격을 평균 14.6% 낮춰 인하 폭이 가장 컸다. 농심은 안성탕면과 무파마탕면 등 16개 제품 가격을 평균 7% 내리며, 오뚜기도 진짬뽕과 짜슐랭 등 8종의 가격을 평균 6.3% 인하한다. 팔도 역시 비빔면과 왕뚜껑 등 19종의 가격을 평균 4.8% 낮춘다. 식용유와 과자 가격도 일부 인하된다. CJ제일제당과 대상, 오뚜기, 사조대림, 롯데웰푸드, 동원F&B 등 주요 6개 업체는 식용유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 점유율 1위인 CJ제일제당이 카놀라유 등 4개 품목의 가격을 최대 6% 내린 데 이어 대상(청정원)도 소비자용 제품 3종의 가격을 최대 5.2% 낮췄다. 해태제과는 ‘계란과자 베베핀’(5.3%)과 ‘롤리폴리’ (5.6%)의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앞서 제빵업계도 가격 인하를 실시한 바 있다. CJ푸드빌 뚜레쥬르는 17종의 빵 가격을 평균 8.2% 낮췄고, 파리바게뜨는 13일부터 빵 6종의 가격을 100~ 1000원 낮춘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기업들의 가격 인하 계획을 직접 공개하고 사의를 표하는 동시에 산업 전반에서 독과점적 지위 남용을 조사하고 시정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기업들의 이번 가격 인하 조치만으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농심의 신라면이나 오뚜기 진라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등 핵심 주력 제품들은 이번 인하 대상에서 제외됐다.
  • 육성 아닌 유인… 예비 과학인재 위한 ‘사다리’ [K-과학인재 아카데미]

    육성 아닌 유인… 예비 과학인재 위한 ‘사다리’ [K-과학인재 아카데미]

    ‘호반그룹과 함께하는 K-과학인재 아카데미’에서는 학계, 산업계, 교육계, 학생들이 타운홀 미팅에 참여해 과학인재를 어떻게 늘릴것인지에 대해 논의하고 해법을 도출한다. ‘세대를 이어주는 질문, 과학기술을 묻다’ 타운홀 미팅은 오는 26일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본 행사의 마지막 세션으로 ‘과학인재의 시작, 육성이 아닌 유인의 문제’를 주제로 열린다. 토론 패널로는 강성란 능동고 교장, 윤성희 에루디오바이오 대표, 강지영 부경대 과학컴퓨팅학과 교수 등이 나선다. 능동고의 7대 교장인 강 교장은 이공계 인재들이 과학고와 자율형사립고에 집중된 상황에서 일반고가 주도할 수 있는 이공계 인재 양성 생태계에 대해 언급한다. 다른 참가자인 윤 대표는 SK하이닉스 부사장과 가우스랩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낸 기업가다. 그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기술을 바이오에 접목한 바이오티캐드 플랫폼을 이용해 글로벌 바이오 기술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또 강 교수는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원리를 물리적 모델로 규명하는 생명 이론 물리 및 신경과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타운홀 미팅에는 고등학생과 대학생들도 참여한다. 이들이 K과학인재 아카데미 연중 프로그램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향후 대학생은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고교생은 멘토링·과학 캠프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국내 연구 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 또 이들은 연구자 및 산업계와 연결될 기회를 제공받는다. 이달 중 서울대와 협력해 대학생 팀 프로젝트에 참여할 10개 팀이 선발되며, AI, AI+X(AI와 전통 산업 시스템과의 결합), 물리, 화학 등 4개의 지원 분야에서 연구계획을 접수 받는다. 선발된 팀은 프로젝트를 수행한 뒤 연구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팀별로 연구비 200만원이 지원되며 비전 선포식 및 포럼 참여는 물론 향후 창업·사업화 연계 지원도 제공된다. 최종 심사를 거쳐 선발된 상위 3개 팀에는 총 6000만원 규모의 시상금이 지급된다. 고교생을 대상으로는 여름방학 기간인 오는 7~8월 중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과학 캠프가 운영된다. 2박 3일 동안 진행되는 과학캠프에서는 차세대 과학 인재의 조기 발굴을 위한 진로 탐색 기회가 제공된다. 선발 인원은 30명이다.
  • 인재와 미래의 초연결… 26일 한국 과학 백년대계 열린다 [K-과학인재 아카데미 비전선포식]

    인재와 미래의 초연결… 26일 한국 과학 백년대계 열린다 [K-과학인재 아카데미 비전선포식]

    노벨상 수상자들도 한자리에… 이공계 기피 넘을 해법 찾는다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과학·기술 인재의 육성 방안을 모색하는 ‘호반그룹과 함께하는 K-과학인재 아카데미’가 오는 26일 첫발을 내딛는다.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의 슬로건은 ‘미래를 짓고, 인재를 잇다’다. 호반그룹과 호반장학재단이 주최하고 서울신문과 전자신문이 주관한다. 학계·산업계·교육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과학 인재 육성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호반그룹과 서울대는 로봇과 함께하는 K-과학인재 아카데미업무협약(MOU)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예비 과학 인재들이 연구 경험을 넓힐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한다. 이번 행사는 국가적 난제로 떠오른 이공계 기피와 의대 쏠림 현상을 극복하고 정부의 과학기술 인재 육성 정책에 발맞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201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랜디 셰크먼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분자생물학과 교수와 2025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오마르 M 야기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화학과 교수 등 국내외 석학들이 기조강연 등을 통해 과학기술 인재 양성의 방향을 제시한다. 이 밖에 인공지능(AI) 로봇과 함께하는 포토존 등 풍성한 볼거리로 흥미로운 과학기술을 만날 수 있다. 국내외 과학기술계 교수, 연구자, 학생 등의 뜨거운 관심 속에 열리는 이번 행사는 오전 9시 30분에 공식 행사를 개막한다. 이어 MOU 체결식이 열리며 기조강연, 패널 토의, 콘퍼런스, 타운홀 미팅 순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미래를 만드는 연구는 무엇인가’라는 대주제로 진행되는 첫 번째 기조강연 세션에서는 셰크먼 교수가 ‘파킨슨병을 기초과학으로 해결하기’를 주제로 강연한다. 셰크먼 교수는 세포 내 단백질 수송 메커니즘을 유전학적으로 규명해 세포 단백질 운반 시스템 이해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과학자다. 이어 야기 교수가 녹화 강연을 통해 ‘미래를 만드는 기초과학’을 주제로 발표한다. 야기 교수는 금속·유기 골격체(MOF)를 개발해 새로운 다공성 재료 설계에 혁신을 가져온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연구자다. MOF는 이산화탄소 포집이 가능해 기후위기 대응에도 활용될 수 있다. 두 노벨상 수상자의 기조강연을 관통하는 공통 키워드는 ‘기초과학’이다.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한 기초과학 분야의 열악한 연구 환경과 처우 문제는 과학기술 인재들이 연구 현장을 떠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이번 아카데미를 계기로 기초과학 인재들이 연구 현장을 떠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대한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 인재를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주제로 열리는 두 번째 기조강연에서는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연단에 오른다. 장 교수는 AI 연구를 이끌며 차세대 과학 인재 양성과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 확장에 참여해 온 연구자다. 그는 이번 강연에서 ‘인공지능의 진화: 상징에서 몸을 가진 지능까지’를 주제로 발표한다. 이어 정연욱 성균관대 나노공학과 교수이자 양자정보연구지원센터장이 ‘양자 시대에 필요한 미래 인재의 역량’을 주제로 강연한다. 정 교수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선임·책임연구원을 거쳐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Boulder) 객원 박사후연구원을 지낸 연구자다. 그는 현재 초전도체 기반 양자정보처리와 양자소재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 다뤄질 주요 주제들은 서울신문 ‘K사이언스랩’이 두 차례 시리즈로 연재한 ‘초격차 과학인재 1만 명 프로젝트’를 통해 조명한 연구 생태계의 구조적 한계와 제도적 과제, 과학자를 대하는 사회적 위상 문제 등과 맞닿아 있다. 행사에서 교육계 관계자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며 이공계 인재 양성과 연구 환경 개선을 위한 제언을 내놓는다. K-과학인재 아카데미는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지속 가능한 과학 인재 육성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앞으로 과학기술 인재로 성장하고 있는 대학·고등학교 재학생들의 도전과 꿈을 응원하는 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한다. ■주최 : 호반그룹·호반장학재단 ■주관 : 서울신문·전자신문 ■장소 :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
  • 일곱 보물이 숨겨진, 괴산 칠보산의 산행

    일곱 보물이 숨겨진, 괴산 칠보산의 산행

    충북 괴산에는 깊은 숲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산들이 여럿 자리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독특한 암릉과 시원한 조망으로 많은 산행객의 발걸음을 끄는 산이 있다. 높이 778m의 칠보산이다. 이름처럼 ‘일곱 가지 보물’을 품고 있다는 의미를 지닌 이 산은 험하지 않으면서도 산행의 재미와 풍경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칠보산의 산세는 비교적 부드럽지만 곳곳에 솟은 바위 능선이 산의 분위기를 한층 더 웅장하게 만든다. 숲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거대한 암릉이 나타나고, 바위 위에 서면 주변 산세가 한눈에 펼쳐진다. 특히 정상 부근에서는 충북 내륙 특유의 겹겹이 이어지는 산줄기가 시원하게 이어지며 깊은 산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 산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도 유명하다. 칠보산 자락에는 맑은 물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쌍곡계곡이 자리하고 있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과 울창한 숲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사계절 내내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특히 여름이면 시원한 계곡을 찾는 사람들로 활기를 띠는 곳이기도 하다. 칠보산을 찾았다면 인근의 고찰 각연사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신라 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는 이 사찰은 괴산의 깊은 산중에 자리한 사찰로, 울창한 숲과 고즈넉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곳이다. 경내에는 보물로 지정된 석조 유물들이 남아 있어 오랜 세월을 간직한 사찰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산행을 마친 뒤 잠시 들러 조용한 산사의 풍경을 바라보고 감로수 한 잔으로 목을 축이는 것도 또 다른 여행의 즐거움이 된다. 산행은 보통 쌍곡계곡 일대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숲길은 비교적 완만해 걷기 편하고, 능선에 오르면 시야가 열리며 주변 산세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바위 능선이 이어져 산행의 재미를 더한다. 높이는 700m대이지만 조망이 좋아 산을 오르는 동안 풍경이 끊임없이 바뀐다. 정상에 서면 괴산의 깊은 산줄기와 숲이 한눈에 펼쳐진다. 멀리 이어진 산세와 계곡 풍경이 어우러져 내륙 산악지대 특유의 웅장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바람이 능선을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 이곳이 왜 많은 산행객이 찾는 명산으로 꼽히는지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기암과 숲, 그리고 맑은 계곡이 함께 어우러진 산. 괴산의 칠보산은 화려하게 드러나기보다 자연 그대로의 풍경 속에서 천천히 그 매력을 보여주는 산이다.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깊은 산속으로 들어온 듯한 풍경이 펼쳐지고, 그 속에서 칠보산이 품고 있는 또 하나의 보물을 발견하게 된다.
  • 일곱 보물이 숨겨진, 괴산 칠보산의 산행 [두시기행문]

    일곱 보물이 숨겨진, 괴산 칠보산의 산행 [두시기행문]

    충북 괴산에는 깊은 숲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산들이 여럿 자리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독특한 암릉과 시원한 조망으로 많은 산행객의 발걸음을 끄는 산이 있다. 높이 778m의 칠보산이다. 이름처럼 ‘일곱 가지 보물’을 품고 있다는 의미를 지닌 이 산은 험하지 않으면서도 산행의 재미와 풍경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칠보산의 산세는 비교적 부드럽지만 곳곳에 솟은 바위 능선이 산의 분위기를 한층 더 웅장하게 만든다. 숲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거대한 암릉이 나타나고, 바위 위에 서면 주변 산세가 한눈에 펼쳐진다. 특히 정상 부근에서는 충북 내륙 특유의 겹겹이 이어지는 산줄기가 시원하게 이어지며 깊은 산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 산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도 유명하다. 칠보산 자락에는 맑은 물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쌍곡계곡이 자리하고 있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과 울창한 숲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사계절 내내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특히 여름이면 시원한 계곡을 찾는 사람들로 활기를 띠는 곳이기도 하다. 칠보산을 찾았다면 인근의 고찰 각연사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신라 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는 이 사찰은 괴산의 깊은 산중에 자리한 사찰로, 울창한 숲과 고즈넉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곳이다. 경내에는 보물로 지정된 석조 유물들이 남아 있어 오랜 세월을 간직한 사찰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산행을 마친 뒤 잠시 들러 조용한 산사의 풍경을 바라보고 감로수 한 잔으로 목을 축이는 것도 또 다른 여행의 즐거움이 된다. 산행은 보통 쌍곡계곡 일대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숲길은 비교적 완만해 걷기 편하고, 능선에 오르면 시야가 열리며 주변 산세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바위 능선이 이어져 산행의 재미를 더한다. 높이는 700m대이지만 조망이 좋아 산을 오르는 동안 풍경이 끊임없이 바뀐다. 정상에 서면 괴산의 깊은 산줄기와 숲이 한눈에 펼쳐진다. 멀리 이어진 산세와 계곡 풍경이 어우러져 내륙 산악지대 특유의 웅장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바람이 능선을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 이곳이 왜 많은 산행객이 찾는 명산으로 꼽히는지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기암과 숲, 그리고 맑은 계곡이 함께 어우러진 산. 괴산의 칠보산은 화려하게 드러나기보다 자연 그대로의 풍경 속에서 천천히 그 매력을 보여주는 산이다.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깊은 산속으로 들어온 듯한 풍경이 펼쳐지고, 그 속에서 칠보산이 품고 있는 또 하나의 보물을 발견하게 된다.
  • 손끝의 고백처럼 느리게… 신라의 봄밤을 거닐다[박상준의 문장 여행]

    손끝의 고백처럼 느리게… 신라의 봄밤을 거닐다[박상준의 문장 여행]

    작은 고분 ‘마총’ 찾아가는 길아득한 사랑의 시작이 떠올라오아르미술관 창문 너머 고분금관총 지나 봉황대까지 산책3월 대릉원의 밤은 목련 명소불같은 사랑의 계절 지나간 듯황남리고분군에선 평온하게어느 커다란 무덤 앞에서 당신이 내 손바닥을 펴더니 손끝을 세워 몇 개의 글자를 적어 보였다. 그러더니 다시 손바닥을 접어주었다. 나는 무엇이 적힌 줄도 모르면서 고개를 한참 끄덕였다. -‘그해 경주’(박준) 당신이 내 손바닥에 적은 건 사랑의 고백이었을까. 봄밤의 서정이었을까. 아니면 말로 할 수 없어 그려 나간 암호 같은 기호였을까. 그것이 무엇이든 손끝을 세워 점 하나를 찍는 순간 사랑은 시작되었을 것이다.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사는 이 도시에서, 커다란 무덤은 유구한 약속의 증표였으며 그 또한 하나의 점을 찍는 데서 출발했을 터이므로. ●사랑이 꽃피는 무덤가에서 제133호 고분 마총(馬塚)은 제일 작은 무덤이다. 경북 경주시에 가기 전, 지도 앱을 펼치고 손가락 끝으로 위치를 옮겨 다녔다. 노서동에서 노동동으로 황리단길을 건너 대릉원으로 가장 작은 고분을 찾으려 이름 없는 작은 원들을 살폈다. 점 하나라도 남기고 싶은 절박한 심정은 왜 꼭꼭 숨겨둔 사랑의 고백을 닮아 보이던지. 알고는 있다. 고분의 크기가 곧 권위다. 작은 무덤은 말석일 확률이 높다. 지도의 축척조차 표현하지 못한 너비가 있을 것이고, 그 터만 남아 한없이 초라해지기도 했을 것이다. 또 어떤 무덤은 이름조차 얻지 못한다. 고분에는 능(陵)이 있고, 총(塚)이 있고, 분(墳)이 있다. 능은 왕과 왕비의 무덤이다. 미추왕릉은 삼국유사에 그의 무덤이라 기록된 바다. 총은 유물이 있어 왕릉으로 추정하나 이름을 알 수 없는 무덤이다. 금관이 나와서 금관총이고 천마도가 나와서 천마총이라 부른다. 가치는 있으나 유물도 없고 주인도 모르는 큰 무덤은 분이다. 분의 근원을 알 수 있는 무언가가 나오면 총이 되고 능이 될 수도 있겠지. 그러니 실은 어느 것이 크고 어느 것이 작은 무덤인지 알 수 없다. 오늘은 그저 눈에 띈 가장 작은 것을 찾아 헤맬 따름이다. 왠지 그것이 ‘그해 경주’를 닮은 사랑의 깃대가 되어 줄 듯해서. 마총에 가려고 경주역에서 내려 버스를 탔다. 앞자리에는 젊은 연인이 앉았다. 버스는 황리단길까지 20분이 걸렸다. 그 짧은 동안에도 그들은 사소하게 다투고 서둘러 화해했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 남자는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사랑해.” 나는 왜 이토록 일상적인 사랑의 뒷자리에 앉아 있는가. 설레고 흔들리는 마음, 아무것도 모르면서 고개만 끄덕이게 하는 불안한 흔적들을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지난해 가을, 우연한 기회로 경주에서 박준 시인의 강연을 들었다. 그는 시를 느리고 모호하게 표현하는 문학이라 정의했다. 뜨거운 감정은 말로 전하기 힘들어, 뜨거운 채로 건네지면 상처를 남긴다. 그래서 에둘러 건네는 복잡한 마음은 부풀어 시가 된다. 그날 시인이 읽어준 시가 ‘그해 경주’였다. 시인의 육성을 들으며 문득 이 시가 생각나면 다시 경주를 찾아야지 하고 마음먹었다. 내게도 아득한 어느 날 당신이 손끝을 세워 써준 몇 개의 글자가 있을 테고, 접었던 손바닥을 스스로 펴보면 암호 같던 그 말들을 뒤늦게나마 알아챌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작은 고분과 명소가 된 미술관 마총은 노서리고분군 가장자리에 간신히 걸쳐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지름 11~14m, 높이 3.4m인 이 작은 무덤은 ‘고분’이란 말조차 버거워 보인다. 처음 연 지도에는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 작은 원이었다. 다른 지도에는 방문자 리뷰가 4건 있었는데 대체로 노서리고분군을 대신한 표시였다. 그나마 이름이 있고 안내판이 있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말뼈와 마구가 발견되어 붙은 마총은 얼마나 무심한 명명인가. 고분의 위용은 외려 이름 없는 134호 고분이 두드러진다. 남과 북의 두 기가 겹친 규모로 마총을 압도한다. 마총 곁에는 지난해 4월 1일 오아르미술관이 개관했다. 작은 고분 곁에 일어난 거짓말 같은 일. 오아르는 ‘오늘 만나는 아름다움’을 뜻한다. 유현준 건축가가 설계했다. 건축가의 명성 덕분인지 단숨에 경주의 명소로 떠올랐다. 고분과 접한 미술관 동쪽은 2층 전체가 거대한 창이다. 고분군의 풍경을 잔뜩 품어 안는다. 그래서 미술관을 소개하는 글에는 어김없이 ‘고분을 품은 미술관’ ‘왕릉 뷰’라는 수사가 따른다. 그때 고분과 왕릉에는 금관총과 봉황대 등 커다란 고분이 오르내린다. 마총은 미술관 가장 가까이에 있지만 슬며시 이름을 감춘다. 작은 봉분을 마주하려 미술관을 짓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문을 여는 건 고작 작은 열쇠 하나다. 미술관 1층은 카페와 전시장이 공존한다. 카페만 이용할 수도 있는데 다정한 시간을 원하는 연인들은 그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 그들이 1층에서 바라보는 건 어김없이 마총이다. 거대 고분군을 배경으로 소담하게 솟은 마총은 아래쪽 석재가 높이의 절반을 차지한다. 기단처럼 보이지만 봉분 안의 널길이나 돌방의 일부일 것이다. 본래의 크기는 인근에 있는 쌍상총(지름 17m, 높이 5m) 정도로 추정한다. 그러니 카페에서 보이는 마총의 서남쪽은 훼손된 형체, 시간이 지나 부서지고 무뎌진 자취다. 그 자리에서 ‘그해 경주’는 마총으로 인해 달리 읽힌다. 당신이 내 손바닥에 적은 말들은 어쩌면 접어 쥔 손안에서 모래시계처럼 흘러내려 이별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그해 경주’가 실린 산문집의 제목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난다)이다. 사랑이 지나간 후의 노래 같아서 책 속에는 ‘그해’로 남은 시가 유독 많다. ‘그해 인천’과 ‘그해 경주’가 첫 장을 열고 여수, 협재, 묵호, 행신, 삼척을 지나 ‘그해 연화리’라는 글로 닫힌다. 그해 경주에서, 시 속의 당신과 내가 나란히 앉아 바라보던 무덤은 혹여 마총 같은 자그마한 고분은 아니었을까. 다만 사랑했으므로 우리의 맹세는 그 무덤을 커다랗다고 믿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경주의 시간을 걷는 길 오아르미술관 2층에는 134호 고분의 정상부가 눈을 맞춘다. 마총은 보이지 않는다. 134호 고분은 하부가 절반쯤 사라진 높이로 주변의 고분과 부유한다. 창가로 한 걸음 다가가자 비로소 마총이 보인다. 한층 낮아진 고분 곁으로 손을 마주 쥔 연인들이 지난다. 그들에게는 이 모든 고분이 사랑의 배경이 될까. 마침 전시의 제목은 ‘잠시 더 행복하다’(2026년 3월 16일까지)다. 박서보, 야요이 쿠사마, 줄리안 오피 등의 작품을 본다. 시간을 겹겹으로 쌓아 그리는 박서보, 이우환과, 김문호 관장이 천진함에 반했다는 아야코 록카쿠가 세대를 넘나든다. 작품은 없지만 옥상은 잠시 더 행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소다. 계단식 전망대가 고분 위에 앉아 경주를 내려다보는 듯한 시점을 제공하는데, 봉분들은 파도처럼 넘실대고 능선 끝에서 기어이 경주 남산까지 가닿는다. 교촌마을의 한옥 또한 옹기종기하다. 천년 경주의 스펙트럼이 그 한 장면 안에 있다. 다시 부풀고 설레는 마음. 이런 황홀한 풍경을 같이 바라볼 때, 연인은 그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처음으로 손을 잡을지 모르겠다. 미술관을 나와서는 금관총을 지나 봉황대를 돌아본다. 그러고는 대릉원으로 옮겨간다. 오로지 고분만을 따라 걷는 산책이다. 지도 위에 무뚝뚝한 직선을 그으면 500~600m 남짓이지만 발끝을 세워 걸으니 누그러져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다. 이때만은 옛 무덤의 문을 두드리듯 능이나 총이라 이름 붙여진 고분의 사연을 물어도 좋겠다. 금관총은 봉분이 없다. 대신 돔을 덮어 유적 전시관으로 거듭났다. 신라의 고분은 어떻게 지어졌을까. 그 대답이 금관총 안에 고스란하다. 지난해 APEC 2025 정상회의 기간, 국립경주박물관은 신라 금관 여섯 점을 한데 전시해 주목받았다. 금관총은 처음 신라의 금관을 발견한 고분이다. 주막 주인이 언 땅을 파헤친 게 계기다. 2013년에는 ‘이사지왕’(爾斯智王)이란 이름을 새긴 고리자루큰칼이 출토되며 한 번 더 세상을 놀라게 했다. 봉황대는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다. 마총과 반대로 경주에서 가장 큰 고분이다. 지금은 엄두도 못 낼 일이지만 조선시대 문인들은 구릉인 줄 알고 올라 경주를 조망하는 시를 읊었다. 고목 아홉 그루가 사슴 뿔처럼 무덤을 장식한다. 보는 방향에 따라 조금씩 변화해 연인들은 자꾸만 무덤 주위를 맴돈다. ●봄밤 그리고 목련 대릉원은 봄밤의 다정한 산책에 적합하다. 노서리와 노동리고분군이 집들과 경계 없이 한데 어울린다면 미추왕릉, 천마총, 황남대총은 담장을 둘러 한층 은밀하다. 어둠에 묻힌 능은 서로의 능선이 엇갈리며 길을 만들고, 그 사이로 다정한 걸음을 낼 때 봄밤의 상큼한 기운을 물씬 풍긴다. 그 또한 밤의 무덤일 텐데 두렵지 않은 건 왜일까. 고분과 고분, 대나무숲과 연못 사이를 거닐 때는 도심마저 잊힌다. 손끝에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연인들은 3월 중순이 나을 수도 있겠다. 대릉원 황남대총 동쪽은 목련 한 그루가 유명하다. 박준 시인의 ‘그해 경주’를 사진으로 그려내면 이런 장면이 아닐까. 두 봉분 사이로 하얗게 핀 목련은 고분 위에 쓰인 연서인 듯 하다. 목련 앞에는 사진으로 추억하려는 이들이 늘 길게 늘어선다. 고분의 목련은 경주오릉도 뒤지지 않는다. 오릉은 ‘능’이니 그 이름의 주인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삼국사기는 신라 시조 박혁거세와 왕비 알영부인 그리고 후대 네 임금의 무덤이라 기록한다. 경주오릉 숭덕전 담장에는 여러 그루의 목련이 전각보다 높게 자란다. 잎도 나기 전에 꽃부터 피운 나무는 사랑에 비유하면 풋풋하여 풋사랑이다. 그래서 어느 날 후드득 꽃잎을 떨구는 것이려나. 대릉원과 오릉 사이에는 황남리고분군이 있다. 고분 사이에 키 큰 메타세쿼이아가 눈길을 끈다. 남쪽에는 테라로사 경주점이 있는데 한옥의 대청마루에서 그 전경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먼 데서 보는 황남리고분군은 지척의 노서동이나 품 안의 대릉원과는 또 다른 감흥을 안긴다. 불같은 사랑이 지나가고 평온한 시절의 연인을 보는 듯 하다. “손끝을 세워 몇 개의 글자를 적어” 보는 대신 발끝을 세워 나란하게 지나온 궤적들, 오므린 손바닥을 가만히 펴서 지난 ‘그해’의 시간들을 들여다본다. 사랑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셈할 수 없는 발견이었을 뿐, 간절한 것은 또 얼마나 오래 걸려 이곳으로 왔던가.
  • [세종로의 아침] 관광에 ‘1만 시간’ 투자했더라면

    [세종로의 아침] 관광에 ‘1만 시간’ 투자했더라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 여행에 진심인 편이다. 고래가 길을 잃고 해안으로 쓸려오고, 오사카 도톤보리강에 물고기 떼가 몰려와 대지진의 전조를 알려도 관심을 돌리기엔 역부족이다. 그 덕에 일본은 지난해 역대 최대 관광 실적(4268만 3600명)을 수확했다. 그중 최고 공신은 단연 방문객 1위 한국인(945만 9600명·22%)이었다. 처음엔 낮은 환율 덕이라 보는 견해가 우세했다. 하지만 단지 ‘싸서’ 가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환율 변동과 무관하게 일본 방문의 흐름은 늘 견고하다. 우리가 일본에서 소비하는 다른 뭔가가 있다는 얘기다. 좀더 자극적인 이야기 하나 더. 한국은 일본보다 관광 강국이었다. 외래 관광객 1000만명이라는 이정표도 한국이 일본보다 1년 빠른 2012년에 달성했다. 2015년에 이 구도가 뒤집힌다. 이후 역전 구도가 깨진 적은 없다. 이유가 뭘까. 우리와 일본의 차이 말이다. 이를 살피는 건 곧 한국 관광의 미래를 모색하는 과정이다. 원인은 무수히 많을 터. 우선 관광 정책의 지속성과 우리 안의 냉소주의부터 들여다보자. 대구 남구의 앞산 아랫마을에 빨래터 축제라는 게 있었다. 빨래터 공원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축제다. 빨래터라…. 상상만으로도 짜릿하다. 연분홍 수양벚꽃이 흐드러진 우물가에 동네 아낙이 우르르 모여 앉아 빨래하는 장면이라니. 세상 어느 남정네가 벚꽃 아래에서 빨랫방망이를 내려치는 여인네를 보며 가슴이 두방망이질 치지 않으랴. 어딘가 본능에 호소할 소지가 다분한 그림이다. 축제 구성도 신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젊은이들의 동참을 끌어내는 방식이 특히 그랬다. 앞산 아래는 대명공연문화거리로 소극장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예나 지금이나 ‘예술 하는’ 젊은이들은 배가 고프다. 축제는 그 청년들을 주요 구성원으로 활용해 흥을 불어넣는 프로그램들로 빼곡히 채웠다. 몇 해 뒤 대구 출장길에 관계자에게 물었다. 올해 빨래터 축제는 언제 열리냐고. 끝났단다. 그새 자치단체장이 바뀌었고, 그는 전임자의 흔적이 역력한 축제를 그냥 두지 않았다고 했다. 명칭부터 캐릭터가 불분명한 이름으로 바뀌었다. 강원 원주의 국제따뚜축제도 비슷하다. 이름도 독특한 따뚜축제는 각국 군악대가 모여 퍼레이드도 하고 공연도 여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 역시 2010년에 자진 해산 형식으로 사라졌다. 따뚜축제가 지속해 관록을 쌓았더라면 어땠을까. 반면 일본은 2003년 당시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관광홍보 CF에 출연해 요코소 재팬(‘어서 오세요, 일본으로’) 캠페인을 알린 이후 관광홍보 정책을 지속해 오고 있다. 나라 안팎의 정세가 바뀌고, 정파도 변했지만 ‘내일의 일본을 지탱하는 관광 비전’이란 국가 전략이 수정된 적은 없다. 우리 안의 냉소주의도 걷어내야 한다. 여론조사 때마다 해외로 나가는 이유로 국내 콘텐츠 부족을 꼽는 이가 많다. 지방 출장 때마다 현지인에게 듣는 이야기인 “우리 동네 뭐 볼 게 있냐”는 것과 얼개가 똑같다. 지역민이 그렇듯, 혹시 우리가 우리나라 사람이어서 볼 게 없다는 생각을 갖는 건 아닐까. 얼마 전 확대국가관광전략회의가 열렸다. 국무총리가 주재하던 종전과 달리 대통령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사실 관광산업 논의 자리에 대통령이 서는 건 정치적으로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 허구한 날 적자만 내는 자리에 참석해 봐야 득보다 실이 많을 게 뻔해서다. 회의 결과와 관계없이 이 점만으로도 박수받을 일이라 여겨진다. 아이 하나 키울 때 온 마을이 필요하듯, 관광산업을 일으키려면 온 나라가 나서야 한다는 걸 대통령이 보여 줬다.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의 “한국은 살아 보고 싶은 나라”란 말도 인상적이다. 관광의 목적과 정확히 부합해서다. 살고 싶은 곳의 다른 이름은 ‘복지’다. 삶의 현장을 누구나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것, 그게 국민 복지 아닌가. 관광은 그 이후에 자연스레 따라온다. 손원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 바다로 열린 산, 남해를 품은 고흥 남쪽 끝 천등산

    바다로 열린 산, 남해를 품은 고흥 남쪽 끝 천등산

    전남 고흥군 남쪽 끝자락, 바다를 향해 길게 열린 산이 있다. 도화면 신호리와 포두면 봉림리, 풍양면 송정리에 걸쳐 자리한 천등산(해발 553.5m)이다. 고흥에서 팔영산, 적대봉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산으로 천등산의 이름은 봉우리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천등(天燈)’이라 불렸다는 설과 옛 승려들이 정상에 올라 천 개의 등불을 밝혔다는 이야기, 또는 산 아래 사찰의 스님들이 수행을 위해 밤마다 등불을 켜 산이 환하게 빛났다는 전설까지 여러 이야기가 겹치며 오늘의 이름을 완성했다. 산 아래에서 바라본 천등산은 다소 무심한 바위산처럼 보인다. 그러나 능선을 따라 오르기 시작하면 풍경은 전혀 다른 표정을 드러낸다. 흩어지고 갈라진 암릉이 만들어내는 입체적인 지형, 곳곳에 드러난 너럭바위와 바위 능선은 걷는 이의 발걸음을 자주 멈추게 한다. 특히 정상 아래 ‘신선대’라 불리는 바둑판 모양의 너럭바위는 이 산이 품은 여백의 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상에 서면 왜 이곳이 ‘바다로 열린 산’이라 불리는지 단번에 이해하게 된다. 남해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맑은 날이면 다도해의 섬들이 점점이 떠 있으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고흥 들녘과 팔영산 능선의 실루엣은 긴 산행의 수고를 충분히 보상한다. 또한 봉수대가 설치되어 동쪽의 마복산 봉수, 서쪽의 장기산 봉수와 서로 응했다는 내용이 남아 있다. 바다를 향해 열린 지형 덕분에 천등산은 예로부터 군사·통신의 요충지였다. 봄철 천등산은 또 다른 색으로 물든다. 4월과 5월 사이, 중턱 철쭉공원 일대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번지듯 피어나 붉은 띠를 이룬다. 멀리서 보면 단조로운 암산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꽃과 바위, 바다가 어우러진 다층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그 조화는 이 산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천등산 동쪽 산허리에는 천년 고찰 금탑사가 자리한다. 신라 선덕여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전승이 전하며, 경내의 극락전은 전라남도 유형문화유산 제102호로 지정되어 있다. 절 아래에는 천연기념물 제239호로 보호받는 비자나무 숲이 고요히 둘러서 있다. 수령 300여년에 이르는 비자나무들이 빽빽하게 서 있어 사찰을 감싸는 또 하나의 숲을 이룬다. 산행 중 잠시 숨을 고르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등산 코스는 비교적 짧고 간결하다. 풍양 사동마을에서 안치재를 거쳐 정상에 오르는 길은 약 2.7km로 1시간 40분 소요된다. 금탑사에서 출발해 정상과 안치재를 잇는 코스는 3.8km로 조금 더 여유 있게 걸을 수 있다. 송정마을에서 딸각산과 헬기장을 경유하는 길 역시 비슷한 거리로, 각 코스마다 암릉과 조망 포인트가 다채롭다.
  • 바다로 열린 산, 남해를 품은 고흥 남쪽 끝 천등산 [두시기행문]

    바다로 열린 산, 남해를 품은 고흥 남쪽 끝 천등산 [두시기행문]

    전남 고흥군 남쪽 끝자락, 바다를 향해 길게 열린 산이 있다. 도화면 신호리와 포두면 봉림리, 풍양면 송정리에 걸쳐 자리한 천등산(해발 553.5m)이다. 고흥에서 팔영산, 적대봉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산으로 천등산의 이름은 봉우리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천등(天燈)’이라 불렸다는 설과 옛 승려들이 정상에 올라 천 개의 등불을 밝혔다는 이야기, 또는 산 아래 사찰의 스님들이 수행을 위해 밤마다 등불을 켜 산이 환하게 빛났다는 전설까지 여러 이야기가 겹치며 오늘의 이름을 완성했다. 산 아래에서 바라본 천등산은 다소 무심한 바위산처럼 보인다. 그러나 능선을 따라 오르기 시작하면 풍경은 전혀 다른 표정을 드러낸다. 흩어지고 갈라진 암릉이 만들어내는 입체적인 지형, 곳곳에 드러난 너럭바위와 바위 능선은 걷는 이의 발걸음을 자주 멈추게 한다. 특히 정상 아래 ‘신선대’라 불리는 바둑판 모양의 너럭바위는 이 산이 품은 여백의 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상에 서면 왜 이곳이 ‘바다로 열린 산’이라 불리는지 단번에 이해하게 된다. 남해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맑은 날이면 다도해의 섬들이 점점이 떠 있으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고흥 들녘과 팔영산 능선의 실루엣은 긴 산행의 수고를 충분히 보상한다. 또한 봉수대가 설치되어 동쪽의 마복산 봉수, 서쪽의 장기산 봉수와 서로 응했다는 내용이 남아 있다. 바다를 향해 열린 지형 덕분에 천등산은 예로부터 군사·통신의 요충지였다. 봄철 천등산은 또 다른 색으로 물든다. 4월과 5월 사이, 중턱 철쭉공원 일대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번지듯 피어나 붉은 띠를 이룬다. 멀리서 보면 단조로운 암산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꽃과 바위, 바다가 어우러진 다층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그 조화는 이 산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천등산 동쪽 산허리에는 천년 고찰 금탑사가 자리한다. 신라 선덕여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전승이 전하며, 경내의 극락전은 전라남도 유형문화유산 제102호로 지정되어 있다. 절 아래에는 천연기념물 제239호로 보호받는 비자나무 숲이 고요히 둘러서 있다. 수령 300여년에 이르는 비자나무들이 빽빽하게 서 있어 사찰을 감싸는 또 하나의 숲을 이룬다. 산행 중 잠시 숨을 고르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등산 코스는 비교적 짧고 간결하다. 풍양 사동마을에서 안치재를 거쳐 정상에 오르는 길은 약 2.7km로 1시간 40분 소요된다. 금탑사에서 출발해 정상과 안치재를 잇는 코스는 3.8km로 조금 더 여유 있게 걸을 수 있다. 송정마을에서 딸각산과 헬기장을 경유하는 길 역시 비슷한 거리로, 각 코스마다 암릉과 조망 포인트가 다채롭다.
  • 신라 금관 오픈런 110일… 28만여명 경주 달궜다

    신라 금관 오픈런 110일… 28만여명 경주 달궜다

    지난 22일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전시 마지막 날.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 입구에는 매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전시장 입구 주변에는 미처 티켓을 구하지 못해 멀찍이서 전시 일부라도 보려는 관람객들로 붐볐다. 신라 금관 6점을 104년 만에 한 자리에 모아 ‘금관 오픈런’(매장이나 전시가 열리자마자 달려가는 현상)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던 특별전이 28만 5401명의 관람객을 기록하며 마무리됐다. 경주박물관은 110일 동안 열렸던 전시에 하루 평균 2600명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특히 관람 인원을 30분 간격의 회차당 150명, 하루 2550명으로 제한했음에도 전 회차 매진을 기록했다. 특별전은 신라 금관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지 104년 만에 여섯 점의 신라 금관과 여섯 점의 금허리띠가 모두 한자리에 모인 사상 최초의 전시였기에 기획 단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개막 직전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복제품을 선물하면서 전세계에서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전시는 많은 기록과 이슈를 낳았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관람객이 몰리면서 애초 지난해 12월 14일까지 예정되었던 전시는 지난 22일까지 연장됐다. 경주박물관은 관람 환경과 전시품의 안전을 고려해 30분 간격의 회차제 관람과 온라인 사전 예약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또 경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신라 금관 경주존치 범국민운동연합’을 결성하고 신라 금관을 모두 경주에서 소장해야 한다는 서명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식을 줄 모르는 인기에 박물관은 10년마다 주기적으로 금관 전시를 개최해 박물관의 브랜드 전시로 자리 잡도록 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금관 6점 중 황남대총 금관과 금령총 금관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서봉총 금관은 국립청주박물관으로 돌아갔다. 천마총 금관·교동 금관은 경주박물관 상설실에서 전시되며 금관총 금관은 경남 양산시립박물관에서 다음달 6일부터 열리는 ‘삽량(歃良), 위대한 양산’전에서 만날 수 있다. 금관총 금관은 5월과 9월에 프랑스 파리와 중국 상하이에서 신라 금관을 포함한 신라 특별전에 나설 예정이다. 윤상덕 경주박물관장은 “앞으로도 신라 문화의 정수를 담은 기획전을 국내외에 활발히 개최해 신라문화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노후화 심한 불국사 대웅전 올해 해체 수리

    8세기 통일신라 경덕왕 때 창건된 경주 불국사 대웅전이 올해 해체 수리에 들어간다. 심한 노후화로 인해 수리가 불가피하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오면서다. 23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최근 열린 문화유산위원회 건축문화유산분과 회의에서 ‘2025년 중점 관리 대상 문화유산 모니터링 결과’를 보고하면서 불국사 대웅전을 보수가 필요한 E등급으로 평가했다. 보물인 불국사 대웅전은 석가모니불을 모시는 절의 중심 불전이다. 앞뜰에는 국보 다보탑(동쪽)과 석가탑(서쪽)이 각각 세워져 있다. 대웅전은 앞서 2023년 점검에서도 주요 구조 부재 전반에서 파손, 처짐 등 현상이 나타났고 나무 부재 곳곳에서 균열이 확인됐다. 지난해 2월에는 천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구조물인 반자 부재 일부가 떨어지기도 했다. 유산청 관계자는 “이미 수리가 예정돼 있었고 예산이 반영돼 올해 하반기쯤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었다”며 “어느 정도 수리가 필요할지는 일단 지붕 쪽 기와를 뜯어보고 조사해봐야 알 수 있지만, 부재별로 완전 해체하는 수준까지는 아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