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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영훈-이윤미 커플 웨딩마치

    작곡가 주영훈(사진 왼쪽·37)과 탤런트 이윤미(오른쪽·25) 커플이 28일 오후 1시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결혼식은 장경동 대전 중문 침례교회 목사의 주례로, 개그맨 박수홍이 사회를 맡았으며, 재즈 보컬리스트 윤희정이 축가를 불렀다. 공익근무원으로 복무 중인 김종국, 투병 중인 이의정 등 많은 연예인이 식장을 찾았으며, 탤런트 박은혜가 부케를 받았다. 주영훈은 작곡가답게 신부 행진곡 등 예식용 음악을 직접 작곡,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신접살림은 한남동 빌라에 차리며, 신혼여행은 이윤미가 촬영 중인 드라마가 끝나는 12월 호주로 떠난다. 가수 서영은(33)도 이날 낮 12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2살 연하 재미교포 분수 디자이너 김진오씨와 화촉을 밝혔다. 가수이자 DJ 유열과 개그맨 송은이·김영철이 사회를 맡았다. 이와 함께 탤런트 류진(34)은 29일 오후 1시 서울 신라호텔에서 항공사 승무원 이혜선(27)씨와 결혼했으며, 여성 그룹 버블 시스터즈의 강현정(29)도 이날 오후 1시 서울 남산예술원에서 한살 연하인 최철훈씨와 결혼했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아차산이 재밌어졌어요”

    아차산은 동네 뒷산이다. 해발 287m로 높지 않아 약수를 받으러 가거나 운동을 하러 찾는 발길이 많다. 그러나 이곳을 오랫동안 지켜온 나무와 풀, 새 등을 관찰하고 배울 기회는 별로 없었다. 광진구(구청장 정송학)는 가을을 맞아 청소년과 떠나는 생태기행을 마련했다. 다음달 4일까지 환경보전시범학교 8개교 학생들과 도시녹지기행·아차산 생태기행·물길기행·자전거 기행을 실시한다. 지역환경 해설가가 동행한다. 지난 25일에는 김승호 해설사와 자양중학생 28명이 아차산 생태기행에 나섰다.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2시간 동안 떠난 생태기행을 소개한다.●아차산 생태공원, 소나무 군락지 아차산 입구에 생태공원이 있다.2000에 조성됐다.2만 3450㎡(7000평)에 자생식물원, 나비공원, 습지원, 생태자료실, 황톳길 등이 있다. 아차산성 방향으로 오솔길을 따라 걸어가면 소나무군락지를 만난다. 김 해설사는 “숲이 처음 형성되면 소나무가 왕성하게 자란다.”고 설명했다. 척박한 땅에서도 자랄 수 있는 식생이기 때문이다. 소나무가 발달하면 숲은 참나무류로 변한다. 아차산에도 참나무가 하나둘씩 자라기 시작했다. 김 해설사는 참나무는 동물의 도움으로 빠르게 번식한다고 했다.“다람쥐가 도토리를 땅속에 저장했다가 겨우내 먹는데 자주 도토리 저장고를 잊어버린답니다. 땅속에 깊이 박힌 도토리는 뿌리를 내려 참나무로 자랍니다.” 도토리가 자연적으로 자라는 확률은 10%에 불과하지만 다람쥐가 저장한 도토리는 90%가 싹을 틔운다. ●아차산성, 고구려 유적지 아차산성(사적 234호)은 최근에 발굴됐다. 고구려 유물이 잇따라 출토되면서 유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고구려·백제·신라는 한강과 이어지는 아차산을 놓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였다.아차산성은 이곳이 얼마나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였는지 보여주는 유적이다. 아쉽게도 사유지라 산성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는 없었다.아차산에는 고구려 온달 장군과 평원왕의 딸 평강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전해진다.‘바보 온달’이라 불리던 온달은 평강공주와 결혼한 뒤 용맹스러운 장군이 되었다. 그가 신라군과 전투하다 전사한 곳이 바로 이 아차산이다.꿈쩍도 안 하던 온달 장군의 시신을 평양으로 운구하기 위해 평강공주가 전선으로 달려와 “이제 돌아갑시다.”라고 하자 관이 움직였다는 이야기가 생생하게 들리는 듯하다.●팔각정, 서울을 한눈에 팔각정에 서면 마을 전체를 관망할 수 있다. 김 해설사는 “서울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라는 것을 교과서에서 배웠겠지만 이곳에 서면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집을 찾느라 바빴다. 등산로를 따라 내려오다 잠시 숲속에서 발길을 멈춘다. 오감으로 자연을 즐기기 위해서다.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쉰다. 그리고 손으로 나무를 쓰다듬는다. 낙엽 냄새가 코끝을, 오돌도돌한 나무껍질이 손끝을 간질인다.“지구에는 다양한 생명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생태기행을 통해 공존하는 삶에 대해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김 해설사의 당부 말씀이다.글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美, 쇠고기 관세철폐 요구

    미국이 제주신라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4차 협상에서 우리측에 쇠고기 관세의 즉시 철폐를 공식 요구했다. 우리측 김종훈 수석대표는 25일 중간 브리핑에서 “미국이 쇠고기 등 일부 품목의 관세를 즉시 철폐해줄 것을 공식 요구했다.”면서 “그러나 관심품목에 들어 있는 것과 협상은 전혀 별개”라고 강조했다. 미국측은 쇠고기 등 축산물과 야채·과일이 포함된 농산물 관심품목(리퀘스트 리스트)을 우리측에 전달, 농업 분야에서 본격적인 공세에 나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측은 우리측에서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쌀은 이번 협상에서 거론하지 않았다.자동차 작업반에서는 미국이 요구한 제조과정에서의 기술표준(안전기준) 작업반을 실무급에서 설치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측의 첫 합의사항이다. 하지만 자동차 관련 세제에 대해서는 양측이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양국 협상단은 이날 상품과 농산물 관세 수정 양허안에 불만을 표시하고 추가적인 개선을 요구했다. 김 수석대표는 “미국이 전날 제시한 1000여개 공산품에 대한 관세를 추가 즉시 철폐로 수정한 양허안을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김 수석대표는 “하지만 우리의 관심품목인 자동차 관련 품목 대부분이 기타로 분류돼 있어 이를 즉시 철폐로 옮기도록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측은 농업분과 마지막날 협상에서 기타 품목 284개 중에서 아보카도, 상추·토마토 등 수입에 의존하거나 미국으로부터 수입액이 크지 않은 50여개의 품목을 줄인 수정 양허안을 미측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미국측은 기대에 못 미친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김 수석대표는 “상품 분과의 경우 미국측이 관세를 즉시 철폐하겠다고 밝힌 품목 수는 77%로 우리의 80%와 엇비슷하고, 규모면에서는 60%대 74%로 격차가 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향후 타결안을 촉진시키는 계기는 마련됐다.”고 평가했다.서귀포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Local] 경주 월정교 복원사업 추진

    신라 최대·최고의 교각인 경북 경주 월정교(月精橋·사적 제457호) 복원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25일 경주시에 따르면 최근 ‘월정교 복원 기본계획 및 타당성 조사’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과함에 따라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연말까지 월정교 복원을 위한 세부 추진계획을 수립한 뒤 내년 상반기 기본 및 실시설계를 완료하고 연말쯤 본격 복원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문화재청 등은 지금까지 조사·연구된 문헌자료와 발굴조사 결과 확인된 유구와 석재 등을 기본 토대로 기본설계를 추진하기로 했다.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오는 2009년까지 총사업비 171억원을 들여 월정교를 복원할 예정이다.
  • 서울시청 산악회 백두대간 드림팀 박돌봉 단장

    서울시청 산악회 백두대간 드림팀 박돌봉 단장

    백두대간!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 그 이유 중 하나가 한반도의 자연적 상징이며 동시에 한민족의 인문적 기반이 되는 산줄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등산을 좋아하는 일반인들에겐 ‘꿈의 도전’이다. 박돌봉(56) 서울 도봉구 부구청장.‘서울시 산악회 백두대간 드림팀 단장’을 맡아 지난해 6월 팀원 51명과 함께 백두대간 대종주를 성공리에 마쳤다. 이는 서울시청 산악회 36년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결실이었다. 여름철의 뙤약볕, 겨울철의 매서운 추위와 숱한 비바람 등을 견디며 도전한 지 꼭 3년3개월만에 이루어낸 성과였다. 또 박 부구청장 개인적으로는 50대 나이에 한반도의 척추를 관통했다는 점에서 더욱 값지게 여겨진다.“공무원으로 내세울 것도 그렇고, 또 별로 얘기할 것도 없는데….”하며 거절하는 박 부구청장을 설득해 지난 주말 잠시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일반 직장인들도 백두대간 종주에 관심이 많은데다 또 여러 산행마다 나름대로의 묘미를 듣고 싶어서였다. “그러니까 2002년 3월24일 백두대간 종주를 위한 첫 산행을 시작했지요.824㎞ 종주길이를 36구간으로 나눴고 마무리를 백두산에서 할 때까지 1개구간도 빠짐없이 완주한 대원은 모두 51명입니다.” 박 부구청장은 처음 출발시 팀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산행의 마음가짐을 제시하면서 독려를 아끼지 않았다. 첫째, 생각하고 느끼는 산행을 하자. 둘째, 스스로 안전산행을 하자. 셋째, 팀원 상호간 도와주는 산행을 하자. 넷째, 국토와 자연을 사랑하는 산행을 하자 등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그해 6월, 육십령∼남덕유산∼동엽령 구간을 지나오면서 장마철 소낙비로 첫시련을 겪었다. 아니나 다를까 곳곳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 또한 간단치 않았다. 이듬해 1월 추풍령,6월 속리산,7월 대야산을 각각 넘었다. 이어 2004년 2월 태백산을 넘고,9월에는 서울시청 산악회와 합동으로 소황병산 노인봉 진고개구간을 통과했다. 2005년 1월, 구룡령∼조침령 구간은 많은 폭설로 인해 4번의 산행을 시도한 끝에 3전4기의 성공을 거두었다. 아울러 5월 진부령 고개에 도착, 남한 구간의 종주목표를 마침내 달성했다. 한달 뒤에는 중국 국경지역의 백두산을 서파에서 북파로 걸어서 8시간만에 종주에 성공했다. “새벽에 쏟아지는 밝은 별들을 가슴에 새기면서 산행이 시작되면 평소에 느끼지 못한 희열을 맛보곤 했습니다. 또 끈질긴 인내와 체력을 시험해보기도 했지요. 한편으로는 대자연의 오묘한 모습, 즉 철쭉으로 단장한 봉화산의 아름다움, 가을단풍으로 물든 문경새재를 넘어 하늘재까지 신라 마의태자의 발자취를 밟기도 했습니다.” 체감온도 영하30도가 넘는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소백산 비로봉, 그리고 속리산 문장대의 하산길, 대야산과 희양산 주변의 난코스를 통과할 때마다 팀원들의 아낌없는 협동심으로 종주기간 작은 사고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부구청장의 별명은 ‘도봉산’이다. 오래 살라는 뜻에서 사촌형이 지어준 이름 ‘돌봉’에서 유래됐다. 지금도 매주 토요일이면 서울시청 산악회 멤버들과 도봉산, 북한산 뿐만 아니라 남한의 9정맥 종주까지 계속하고 있으며 때로는 암벽타기도 한다. “등산은 혼자서 할 수도 있고 생활체육 중에서 가장 경제적인 종목입니다. 아름다움으로 치면 도봉산, 북한산이 절대 안 빠지죠. 북한산만 하더라도 대남문, 대동문, 대성문, 대서문 등 각 암문을 포함한 12개문마다 각 테마가 있습니다.” 아울러 호젓한 곳을 좋아하면 광릉수목원이나 죽엽산 소나무밭을 찾으면 되고, 덕풍계곡과 같은 주변의 트레킹코스도 좋은 곳이라고 귀띔했다. “북한지역의 백두대간 마루금을 찾아서 떠날 날이 하루속히 우리에게 주어지기를 바랄 뿐이지요.” 김문기자 km@seoul.co.kr
  • “FTA 반대” 뜨거운 제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4차 협상은 대규모 한·미 FTA 반대 시위가 예고돼 있는 가운데 제주 서귀포시 중문단지 내 제주신라호텔에서 철통 같은 경비 속에 23일 개막됐다. 한·미 양국 협상단은 협상이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번에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내야 한다는 중압감에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협상에 임했다.●충돌현장 큰 불상사는 없어한·미 FTA 4차 협상이 시작된 이날 제주에서는 FTA 반대 시위대와 경찰이 곳곳에서 충돌을 빚었지만 큰 불상사는 없었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입구에서 농민 등 1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한·미 FTA 협상 중단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한때 협상장인 제주 신라호텔 진입을 시도,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는 돌멩이를 던지거나 도로표지판 등을 휘둘렀고, 경찰도 방패와 곤봉으로 맞섰으나 큰 불상사는 없었다. 또 제주도내 어민들은 어선 40여척을 동원해 중문관광단지 앞 바다에서 해상시위를 벌였고,FTA반대 시위대는 밤 늦도록 제주컨벤션센터 부근 등에서 촛불집회를 가졌다. 경찰이 폭력시위 방지 등을 위해 중문관광단지를 봉쇄하면서 제주의 최대관광지인 중문관광단지는 이날부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경찰은 협상장인 중문관광단지 입구에 방파제 축조용 삼발이까지 동원해 바리케이드를 치고 관광객은 물론 일반인 차량을 전면 통제했다. 한편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를 만나 제주 감귤산업의 영세성 등을 설명하고 오렌지 등 감귤류를 한·미 FTA 협상품목에서 제외해줄 것을 건의했다. 커틀러 수석대표는 김 지사의 말을 통역을 거쳐 전해들으면서 간혹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으나 특별한 대답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양국 적극적 내용 수정안 못내놔한국과 미국 협상단은 협상이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12월 협상 전까지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자세로 협상에 임했으나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협상 개막과 함께 오전 9시쯤 10여분간 공개된 전체회의 포토세션에서 양측 수석대표는 “이번 협상을 통해 협상 돌파구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짤막한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소감과는 달리 첫날 협상을 마치고 나온 우리측 협상 대표들은 하나같이 “어렵다.”는 말로 협상에 별 진척이 없음을 시사했다. 양측이 모두 기대에 못미치는 수정안을 제시한 것은 4차 협상을 앞두고 터진 북한 핵 실험과 다음달 미국 중간선거 등으로 양국 협상단 모두 적극적인 내용의 수정안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서귀포 김균미·황경근기자kmkim@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단학·뇌호흡 창시자 이승헌 국제평화대학원대학교 총장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단학·뇌호흡 창시자 이승헌 국제평화대학원대학교 총장

    천부경(天符經)이라고 한다. 출현 시기는 BC 3800년 경 천제환웅 시대에 고대상형 문자인 사슴발자국 녹도문(鹿圖文)으로 기록됐다. 삼국시대까지만 해도 많은 백성들에 의해 암송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신라시대 대학자 최치원은 비석에 새겨진 천부경을 발견해 묘향산 석벽에 한자(漢字)로 옮겨 새겨 놓았다. 아울러 생전에 “우리나라에는 중국에서 유래된 유교와 불교·도교 이전에 현묘한 도가 있다.”고 설파했다. 이 경전은 오늘날 전 세계인이 유일하게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는 ‘숫자의 기원’을 깨우쳐 줄 고대경전으로 전해진다. 모든 철학사상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우주만물의 탄생과 소멸의 과정인 조화와 순환의 법칙, 즉 우주를 비롯해 천(天), 지(地), 인(人)을 근본으로 한 ‘숫자의 생성원리’를 자세히 밝히고 있다. 하지만 천부경은 우리 인간 세상에서 많은 세월만큼 멀어졌다. 그러던 20년전 ‘천부경’은 ‘단학’으로, 민족의 ‘국학’으로 다시 태어났다. 우리 민족의 전통사상이자 중심철학으로 새삼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것. 이후 ‘단학’은 뇌호흡, 뇌교육 등으로 일상과 깊이 접목되면서 널리 퍼졌다. 단학을 수련하는 인구만 하더라도 미국, 일본, 캐나다, 영국, 러시아, 브라질 등 세계 각국에서 500만이 넘었다. 특히 뇌호흡은 오늘날 뜨거운 관심과 열풍을 일으켜 미국 MIT대학, 하버드대학, 노스웨스턴 대학의 초청으로 많은 강연회가 열릴 정도로 현대 과학에 근접했다. 일지(一指) 이승헌(56) 국제평화대학원대학교 총장. 오늘날의 단학과 뇌호흡을 창시했다. 또 평화철학, 뇌철학, 지구인 철학을 주창·정립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세계 명상의 요람인 미국 애리조나 주 세도나에 진출, 일지명상센터를 설립하고 한국 선도(仙道)를 전파하는 등 평화운동가로 명성이 자자하다. 특히 2004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 시에서는 매년 9월19일을 ‘일지 이승헌 박사의 날’로 선포할 정도로 이 총장의 업적을 각별하게 예우한다. 국내에서는 사단법인 국학원을 설립하고 홍익정신을 세계에 알린 공로로 대한민국 국민훈장과 서울언론문화상 등을 받았다. ●수련인구 전세계 500만명 넘어 그는 또 ‘한국인에 고함’‘힐링 소사이어티’‘휴먼 태크놀로지’ 등의 책을 저술, 지난 2000년 한국인 최초로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려놓아 한국인의 긍지를 세계 만방에 알렸다. 이런 그가 24일 저녁 ‘국학의 길 20년’ 행사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갖는다. 지난 1987년 ‘민족정신 광복운동본부’를 발족한 이래 국내외에서 국학운동을 전개해온 지난 20년을 돌아보는 감회어린 자리를 마련했다. 이 행사에는 정·재계는 물론, 학·법조·문화예술계 인사 500명이 참석한다. 행사에 앞선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단월드’ 빌딩 사무실에서 이 총장을 만났다. 소탈한 모습이 퍽 인상깊게 다가왔다. 먼저 단학과 국학은 어떻게 연관되며 그 뿌리는 어디에서 나왔는지 물었다. “핵심은 한민족의 경전인 천부경에서 비롯됩니다. 즉 한민족의 선도이지요. 선도는 우리 민족의 전통사상이자 중심철학입니다. 최치원 선생은 선도의 대가였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단학과 국학을 굳이 구분하자면 ‘단학수련’이라고 하고,‘국학운동’으로 보면 됩니다.” 국학은 지난 2002년 설립된 국학원과 국학운동시민연합을 통해 학술·문화·교육 분야에서 한 운동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한민족의 정신적 중심이자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이 총장은 20년 전에 단학을,10년 전에 뇌호흡을 창시했다. 이에 대해 “지금부터 26년 전 고행을 통해 깨달았다.”고 전제한 뒤,“깨달음은 생명의 실체와 삶의 목적이었다. 생명의 실체가 ‘천지기운 천지마음’이었다.”면서 천부경에 담겨진 진리를 만나면서 큰 깨달음을 접했다고 회고했다. 이후 천부경을 알리고 홍익인간과 이화세계를 실현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정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이를 위해 초창기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 공원에 나가 중풍환자를 대상으로 건강을 위한 수련법을 꾸준히 지도했다. 그러기를 5년여. 우리 민족의 선도인 ‘단’을 학문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단학’이라 이름짓고 수련장을 ‘단학선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와 민족, 인류를 위한 일’임을 세상에 천명했다. 뇌호흡과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고행하는 동안 뇌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체험을 했다. 머리가 터질 듯한 고통을 통해 생각과 분별, 감정과 기억이라는 선을 넘어선 순간 기적처럼 무한한 사랑과 평화를 깨달았다. “뇌호흡은 5단계로 정리돼 있습니다. 먼저 뇌의 감각을 깨우고, 뇌를 유연화하고, 정화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단계에는 뇌를 통합해 주인이 되는 것이지요. 이런 단계를 정해놓으면 많은 사람들이 시도할 수 있습니다.” 문득 역사 드라마 ‘연개소문’의 제작지원이 단월드라는 생각이 떠올랐다.“현재 전 세계에 600개의 단월드 센터가 있다.”면서 93년 이후 단계적으로 제자들에게 물려주었으며 여전히 대스승이자 선임자로 있다고 했다. 아울러 단학의 대중화를 위해 제자들 스스로 경영할 수 있도록 분위기 조성을 해주고 있단다. 뇌교육 등 과학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해 제자들에게 던져주는 일 또한 그의 몫이다. 단학이 미국과 유럽의 중산층을 대상으로 급속히 확산될 수 있었던 것도 과학적인 프로그램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21세기 인류에 뇌교육 가장 필요 이 총장은 뇌과학연구원을 운영하면서 국내 굴지의 연구기관과 공동협약을 맺고 있다.“현재 미국 등 저명한 뇌과학자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뇌의 인지기능 가운데 고등감각 인지기능(HSP,Heightened Sensory Perception) 연구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상당히 의미있는 연구결과 또한 곧 발표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21세기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뇌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생산성과 창조성, 평화성이 결정됩니다. 하지만 요즘 우리는 인간성 상실, 전쟁의 위협과 공포, 지구환경의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건강, 행복, 평화는 선택하는 순간 창조됩니다. 이것을 HSP법칙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뇌교육을 통해 간단한 진리를 알려주는 것이지요. 거듭 말하지만 답은 뇌에 있습니다.” 이 총장은 초등학교 시절을 잠시 떠올린다. 집중력에 문제가 있어 학습장애자였다. 공책에 필기가 제대로 안될 정도였다. 당연히 성적이 나빴다. 그럴수록 ‘나는 누구인가’라고 뇌한테 자주 물었다. ●21일간 극한체험뒤 ‘천지기운´ 깨달아 1950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난 그는 몸이 약한 소심한 아이였다. 열네살때 저수지에 수영갔다가 친구가 물에 빠져 죽은 후 한동안 죽음의 공포에 빠졌다. 그러던 20대말. 고서점에서 ‘태극권’이란 책을 만지는 순간, 전기에 감전된 듯 강렬한 기운을 느꼈다. 이때부터 새벽 4시에 일어나 명상도 하고 몸수련도 했다. 당시 임상병리실을 운영하며 모은 돈을 부인에게 주고 모악산으로 훌쩍 떠났다. 여기서 21일동안 먹지도, 자지도 않고 죽음의 경계까지 가는 극한 체험을 했다. 그러면서 계속된 질문 ‘나는 누구인가’를 던졌다. 마침내 ‘나는 천지기운이다’라는 답을 얻고 산에서 내려왔다. “뇌를 속여보십시오. 예를 들어 나이 60에 관속에 들어간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인생은 60부터야,20세라고 생각 하자’라고 하면 90까지 팔팔하게 살 수 있습니다. 뇌는 입력하는 정보에 따라 반응합니다.” 이 총장은 오는 2007년 코스닥과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뇌교육 시장이 미래의 가장 유망분야로 1조달러의 가치를 가진다고 자신했다. 미국의 빌 게이츠는 컴퓨터 운영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됐지만 이 총장은 HT(Human Technology)산업으로 미래비전을 활짝 펼치겠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희망은 인재이고, 또 두뇌강국을 위해 뇌교육 산업과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 즉 세계에서 가장 뇌를 잘 쓰는 나라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km@seoul.co.kr
  • [오늘의 눈] 일주일에 4번이나 해명자료 낸 문화재청/김미경 문화부 기자

    지난주 문화재청은 언론보도에 대한 해명자료를 무려 4건이나 내놓으며 불을 끄기에 바빴다. 우선 최근 복원된 낙산사 동종 내부에 유홍준 문화재청장의 이름이 새겨져 논란이 있다는 언론의 지적에 대해 “복원기록을 다시 새겨넣을 것”이라고 했다가 해명자료를 배포,“통상적인 관례에 따라 주관 관청명 뒤에 기관장 이름을 표시한 것”이라며 입장을 바꿨다. 아울러 주무관서의 장과 주조한 장인의 이름을 새겨넣어 후세에 알리는 것도 문화재청의 중요한 책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회 문화관광위 손봉숙 의원은 “문제는 자문회의가 아닌, 자문위원 1인이 유 청장의 이름을 넣어 초안을 작성했고, 문화재청이 바로 작업에 착수했다.”고 지적했다. 낙산사 등 다른 관계자들의 의견은 듣지 않고, 서둘러 대대적인 타종식을 행하는 우를 범하고도 해명하기에 급급했다. 또 있다.“안동별궁 담장이 탐방로 조성공사로 훼손됐다.”는 19일자 보도에 대해서도 하루만에 해명자료를 내고 “현 공사로 훼손이 발생한 것이 아니며, 기존 담장의 원형대로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며 무성의한 자세로 일관했다. 그러나 담장 옆을 지나는 사람들이 담장의 붕괴위험을 느낄 정도라면 납득할 만한 설명이 우선돼야 한다. 문화재청은 이와 함께 ‘보물1호 동대문이 위태롭다’‘신라유물 상당수 보존처리 미흡’ 등 언론의 지적이 나올 때마다 “종합적인 방안을 검토할 것”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등의 원론적인 대책만 되풀이했다. 반면, 최근 서울지방경찰청과 문화재청이 공조해 문화재 절도·은닉범을 적발하고, 도난 문화재를 회수하자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다음부터는 경찰 대신 문화재청이 브리핑을 해야겠다.”고 했다. 문화재청이 잘못된 홍보마인드도 문제지만 문화재를 관리하고 보호해야 할 본연의 일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김미경 문화부 기자 chaplin7@seoul.co.kr
  • 가을, 억새에 눕다

    가을, 억새에 눕다

    석양이 걸린 억새밭에 스쳐간 날들이 일어서서 하늘 향해 손사래 치며 웅웅거린다. 더러는 아쉬움으로 더러는 애잔함으로 눈우물 가득 고이는 하늘을 품고 미련 한 자락 감아 안는다. 먼길 걸어 다리 풀고 앉는 억새꽃 숲에 흰머리 너풀대는 세월들이 서걱서걱 소리 내며 허리를 푼다. 세월의 징검다리 함께 건너던 당신은 석양빛에 눈시울 물들고 억새꽃 핀 머리카락만 바람에 날린다. 발끝에 떨어지는 석양빛 밟으며 걷는 길 등 두드리며 위로하는 바람 타고 지난날들이 절름거리며 다가선다. -시인 이시은의 ‘억새꽃’. 가을 산행에는 두 가지 특별한 맛이 있다. 하나는 이탈리아 음식처럼 화려한 단풍이요, 또 다른 하나는 우리 음식처럼 담백하고 정갈한 억새다. 지금 전국의 산에는 억새꽃이 한창 피어 우리를 기다린다. 도심을 떠나 은빛 물결이 출렁이는 가을의 바다로 떠나자. 준비물도 필요없다. 조그만 배낭에 일상의 시름을 꾸겨 넣고 맘 맞는 사람들과 함께 나서면 그만이다. 쉬엄쉬엄 콧노래를 불러가며 억새에 나부끼는 가을냄새를 맡아보자. 미처 느껴보지 못한 가을의 싱그러움이 있다. 오붓하게 가족끼리, 연인끼리 근처 멀지 않은 곳에서 손짓한다. 요즘 억새가 절정이라는 경기도 포천 명성산을 다녀왔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포천 명성산 억새밭 단풍과 함께 가을 산을 수채화처럼 물들이고 있는 억새꽃이 지천에 가득하다. 단풍이 마지막 생명을 뜨거운 불꽃으로 피운다면 억새꽃은 봄부터 숨죽여 키워왔던 정열을 화려한 빛으로 뿜어낸다. 또 단풍이 울긋불긋한 색깔로 화려함을 상징한다면 억새꽃은 은빛으로 가을의 쓸쓸함을 나타낸다. 억새꽃에도 은억새·금억새란 것이 있다. 이른 아침 해가 떠오를 무렵부터 정오까지 햇살을 정면이나 역광으로 받는 억새꽃은 눈처럼 하얗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그래서 이맘때 억새를 마치 ‘은’같다 해서 은억새라 부른다. 또 해질녘 숨죽인 햇볕이 억새꽃 목덜미와 몸에 닿으면 어느새 누런 황금빛 가을 춤꾼으로 변한다. 그래서 금억새라 불린다. 억새로 유명한 산은 많다. 수도권에서 가깝고 먹거리 볼거리가 풍부한 경기도 포천 명성산의 억새는 산행과 여행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최적지이다. # 파란 하늘과 은빛 물결 서울에서 동북쪽으로 84㎞에 위치한 명성산(鳴聲山·해발 922.6m)은 산자락에 산정호수를 끼고 있어 등산과 호수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좋은 곳이다. 또 명성산은 애잔한 아픔이 간직하고 있어 특이하게 ‘울보산’이란 애칭으로 불린다. 전설은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의 마지막 왕자 마의 태자가 망국의 한을 가슴에 품고 금강산으로 향했다. 도중에 들른 곳이 이 산. 왕자가 목을 놓아 울자 산도 함께 울었다. 그래서 울보산이 됐다. 궁예의 이야기도 있다. 왕건에게 왕의 자리를 내주고 패주가 되어 도망치던 궁예도 이 곳에서 산과 함께 울었다고 한다. 패주골, 왕건의 군사가 쫓아오는지 망을 보던 망무봉 등 인근의 지명이 아픔을 대신하고 있다. 명성산 산행은 그런 아픔이 고여 호수를 이룬 산정호수에서 시작한다. 명성산은 정면에서 보면 기가 탁 질린다. 몇 개의 거대한 바위가 우뚝 솟아있는 형상이다. 암벽 등반 전문가가 아니면 도저히 오르지 못하겠다 싶을 정도의 기세로 우리를 압도하지만 길은 있다. 오르는 길은 크게 두 가지. 자인사 코스와 등룡폭포 코스이다. 자인사 코스는 바위산 사이로 난 거친 너덜지대(바위지대)를 거의 직선으로 올라 가깝지만 길이 험해 피하는 편이 좋다. 또 다른 길은 등룡폭포 코스로 돌봉우리를 우회하는 평탄한 계곡길이 이어져 아이들도 쉽게 오를 수 있어 좋다. 등룡폭포 주변의 계곡은 긴 가을 가뭄에 물은 완전히 마르지 않았지만 수량이 적어 물이 탁해 보인다. 계곡을 따라 난 등산로는 단풍이 터널처럼 이어진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모두 빨간색이다. 약 2시간 정도 산보하듯 걸으면 숲이 엷어지면서 평탄한 분지가 눈에 들어온다. 봄과 여름에는 온갖 야생화가 만개하는 이 분지는 가을이 깊어지면 완전히 억새의 차지이다. 눈앞이 환해지며 출렁이는 은빛 물결에 모두가 ‘와’하는 탄성을 지른다. 바로 여기가 명성산의 8부 능선에 있는 억새밭이다. 벌써 억새가 80%정도 만개해 눈이 부실 지경이다. # 발아래 억새밭 모든 잡념 날아가 바람 부는 대로 춤추는 억새 사이로 난 길을 걸었다. 어른 키보다 큰 억새 춤에 저절로 따라 흔들린다.‘벌써 가을이 깊어가는구나.’ 가을이 몸과 마음 속으로 다가온다. 억새밭 사이로 난 길을 걸으며 위쪽 팔각정에 올라섰다. 발 아래로 펼쳐지는 억새의 장관이 머릿속의 모든 잡념을 날려 보낸다. 정말 아름답다. 명성산 정상에 오르려면 억새밭에서 삼각봉을 거쳐 왕복 4시간 정도 더 올라야한다. 가벼운 트레킹을 원했다면 억새밭에서 삼각봉으로 향하는 길목의 암릉까지 약 20분 정도 더 올랐다가 내려가는 것이 좋다. 암릉을 고집하는 것은 발아래 펼쳐지는 산정호수를 보기 위해서다. 단풍이 붉게 물든 봉우리 사이로 거울 같은 호수가 한 폭의 동양화다. 하산길은 자인사 코스를 택해 봄직하다. 길은 거대한 두 개의 바위봉우리 사이로 나 있다. 사람이 다니는 길이 아니라 부서진 돌이 쏟아져 내리는 돌길이다. 네 발로 기어야 할 만큼 가파르다. 게다가 놓여진 돌들을 잘못 밟으면 미끄러지기 일쑤이다. 그래도 하산 시간도 짧고 오르는 것보단 편하다.1시간30분이면 충분하다. 시간이 있으면 해질녘 황금빛의 억새를 감상하고 오는 것이 좋다. ■ 억새산행 여기도 좋아요 # 충남 홍성 오서산 ‘서해 바다의 등대’로 불리는 오서산(烏棲山·790.7m)은 주능선 일대에 형성된 억새밭의 풍광이 뛰어난 산행지다. 장항선 철도와 서해안 고속도로가 지척에 있어 접근이 용이한 것도 장점이다. 오서산 억새밭은 정상에서 북쪽의 740m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곳곳에 산재해 있다. # 강원도 정선 민둥산 민둥산(1117.8m)은 억새 산행으로 강원도에서 가장 알려진 산이다. 또한 산 정상부에 형성된 억새밭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훌륭한 풍광을 자랑한다. 산행시간도 짧고 광활한 억새밭이 이어져 가을 한철 이색적인 여행지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전망대, 조망 데크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 전남 장흥 천관산 우리나라에서 가장 빨리 억새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천관산은 기기묘묘한 모양의 수석 같은 바위들과 은빛 억새의 춤사위뿐 아니라 쪽빛 바다위에 크고 작은 섬들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산이다. 전체적인 모양이 팔각의 정자와 비슷한 산세를 갖춘 천관산의 억새밭은 동쪽 연대봉과 서쪽 환희대 간 약 1㎞ 주능선에 펼쳐져 있다 장천재∼장안사∼등잔암∼연대봉∼환희대∼대세봉∼장천재의 원점회귀 산행이 억새 탐승에는 최적격이다. # 경남 창녕 화왕산 거대한 장벽처럼 창녕을 감싸고 있는 화왕산은 진달래와 더불어 가을 억새의 아름다움으로 유명한 산이다. 특히 정상부의 십리 억새밭은 다른 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모양과 광활한 억새평원으로 전국적으로 으뜸이다. 또 억새밭 주변 산릉에는 긴 산성이 만들어져 있어 성벽을 따라 걷는 맛이 재미나다. # 여행정보 포천에는 유명한 먹을거리가 많다. 하지만 그중 ‘두부요리’가 소문나 있다. 26년 역사를 자랑하는 파주골 손두부(031-532-6590)에서 두부를 먹어보지 않고서 어찌 ‘두부’를 논하랴. 직접 수확한 우리 콩으로 만든 순두부를 만들며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고 재래간장과 파·마늘로 만든 양념장으로 간을 맞춰 전통 두부의 담백한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보리밥과 콩나물·상추·고추장·김치·양념장에 부드러운 순두부가 어우러지는 상차림은 정말 어머님의 손맛을 느끼게 한다.4000원. 또한 커다란 모두부, 직접 담근 동동주 맛도 일품이다.5000원. 산행을 마치고 산정호수가에 자리 잡고 있는 한화리조트의 온천 또한 별미다. 알카리성 중탄산 나트륨천으로 지하 700m에서 솟아오르는 천연 온천수를 이용해 피로를 풀기에 그만이다. 대인 7000원, 소인 5000원. 경락요법을 이용한 아로마 테라피를 즐길 수도 있다. 또한 오는 30일까지 객실을 30% 할인하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031)534-5500. 이밖에 허브향이 가득한 허브아일랜드(031-535-6497), 국내 최대의 아프리카 박물관(031-543-3600) 등도 아이들과 들러볼 만하다. 우린 보통 억새와 갈대를 많이 혼동한다. 가장 편하게 구별을 할 수 있는 것은 서식지이다. 억새는 대부분 산이나 들에 피지만 갈대는 습지나 냇가에 자란다. 또 억새꽃(씨)은 흰색을 띠며 매끈한데 반해, 갈대는 짙은 갈색을 띠며 부풀부풀 지저분한 느낌을 준다. 잎은 억새가 더 억세며 날카롭고 갈대는 좀 넓으며 억새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이다.
  • “北 核실험 전세계 비난받을 일”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방글라데시 빈곤퇴치 운동가 무하마드 유누스(66) 박사는 전 세계가 북한의 핵실험을 한 목소리로 크게 비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평화상문화재단이 수여하는 서울평화상 수상식(19일·신라호텔)에 참석하기 위해 18일 가족과 함께 방한한 유누스 박사는 공항귀빈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실험은 전 세계가 한 목소리로 크게 비난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이어 “전 세계 어느 나라도 핵무기를 갖는 것은 잘못이며, 단합된 목소리로 핵무기를 갖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빈곤의 원인이 잘못된 정책과 제도 때문이라고 말했듯이 북한의 빈곤도 잘못된 제도와 정책에 기인하고 있다.”면서 “북한측과 이야기할 수 있다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누스 박사는 “빈곤층은 잘못된 것이 아니며 창의적이고 성실하며 많은 능력을 가졌다.”면서 “오히려 잘못된 정책과 제도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많은 제도와 정책이 그들을 구원하는 쪽으로 맞춰진 것이 잘못”이라고 강조했다.자신이 총재로 있는 그라민은행에 대해 “방글라데시에서는 주로 농촌 지역에서만 운영되고 있는데 그것은 규정 때문”이라며 “방글라데시 도시 지역에서는 NGO(비정부기구)가 그라민은행의 역할을 대신해 주고 있으며 그라민은행은 도시, 농촌 구분없이 잘 운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누스 박사는 “복지제도가 빈곤층의 빈곤 탈피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며 “복지제도는 빈곤층이 빈곤에 남아 있도록 하는 것으로 문과 창문을 모두 봉쇄한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새마을운동과 관련,“잘 알고 있다. 한국에서 그런 실험이 이루어진 것은 매우 흥미롭다. 방글라데시가 한국에 와 배워갔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매우 흥분했었다.”고 말했다.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훔친 문화재 사들여 전시회까지

    도난당한 중요 문화재들을 사들여 숨겨온 서예가, 박물관장, 탱화 화가 등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이 중 일부를 버젓이 일반에 전시하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8일 전국 사찰, 고택, 서원 등에서 도난당한 문화재 252점을 전문 절도범, 미술품 매매상 등을 통해 취득·은닉한 서예가 문모(51)씨, 사설박물관 관장 박모(58·인간문화재)씨와 권모(65)씨 등 6명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문씨는 1998년 5월부터 올 4월까지 절도범 우모(52·수감 중)씨가 훔친 통일신라시대 석탑 8부신 중 기단석 6점을 사들여 숨겨온 것을 비롯해 도난문화재 유통책으로부터 240여점을 사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문씨는 이 중 백은문집 목판, 취사문집, 석불좌상 등 140여점을 경기 여주 사설박물관장 박씨에게 판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 종로의 박물관장 권씨도 2002년 6월 미술품 매매상으로부터 80년 전남 해남 대흥사에서 도난당한 사천왕도를 사들인 것을 비롯해 93년 9월부터 2002년 11월까지 미술품 매매상 등으로부터 창녕 관룡사 도난 영산회상도 등 도난 불교미술품 7점을 매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2) 양약으로서의 공사상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2) 양약으로서의 공사상

    나는 20대부터 철학공부를 해왔었는데, 오랫동안 저 공(空)사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 까닭은 주로 의식철학을 중심으로 공부하였기 때문이리라. 나는 현상학적 실존주의에서 서양철학을 시작했고, 동양철학도 유학사상을 주자학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종지(宗旨)로 삼았다. 이 사상들은 다 깨어있는 의식의 형이상학과 도덕학에 해당한다. 의식철학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상과 역사와 신과 인간에 대한 진선미를 읽는 예리한 분별심을 키우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식학에 대한 회의가 레비-스트로스로부터 시발된 구조주의로부터 왔다. 의식은 자생적인 것이 아니라, 의식이 모르는 어떤 자연적 문화적 구조의 산물이라는 것을 구조주의가 가르친다. 이 구조가 무의식의 영역이다. 구조의 무의식이 갖는 중요성에 대한 나의 깨달음은 기존의 의식학이 표명하는 진리는 다 세상에 대한 표피적인 인식일 뿐이고, 세상에 대한 심층적 통찰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과 직결된다.17세기 네덜란드의 스피노자가 그의 ‘윤리학’에서 든 비유대로, 무의식의 원인을 모르는 사람들은 철없는 아기가 자유선택으로 젖을 먹었다거나, 소년이 의식의 자유에서 분노의 복수를 하게 되었다거나, 겁많은 아이가 자유결단에 의하여 도망가게 되었다고 다 착각하는 어리석음과 같다고 하겠다. 구조주의에 이어서 나는 데리다 등이 대표하는 해체주의의 가르침으로 세상의 기본 무의식의 문법이 불교가 가르쳐 온 불일이불이(不一而不二=하나도 둘도 아닌)의 이중적 교차법인 것을 알게 되었고, 이 문법은 노자와 장자가 ‘도덕경’과 ‘남화경’(장자내편)에서 각각 설파한 도(道)의 본질과 흡사한 가르침이라는 것을 터득했다. 이어서 나는 이 이중적 교차법의 도(道)가 불법이 말하는 연기법(緣起法)과 아주 유사한 진리를 다른 방식으로 말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이 우주를 일관되게 관통하는 깊은 심층적 무의식의 도는 무(無)를 바탕으로 하는 교차법의 존재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차적 존재방식으로서의 연기법은 모든 존재가 상관적 관계의 매듭임을 말하는 것이므로 독존적 존재방식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 세상의 어떤 것도 자기 스스로 홀로 서는 실체가 아니라, 반드시 다른 것과의 관계에 의하여 생기고 또한 다른 것과의 관계가 끝나면 사라진다. 따라서 존재는 명사로 지칭될 수 있는 고체처럼 딱딱한 단독개념이 아니라, 관계의 설정으로 무수히 많은 다른 것들이 들락날락거리는 유연한 해면체의 삼투작용과 비슷한 공동의 존재방식을 지니고 있는 것이 된다.‘나무’의 존재도 많은 다른 것들과의 상관관계요, 심지어 ‘나’라는 존재도 내가 만난 무수한 인연들이 남긴 흔적들이 공존하는 세계다. 우리가 ‘나무’나 ‘나’라는 개념을 사용하지만, 사실 그 개념들은 편의상 지칭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방편이지 실상을 지시하는 것은 아니다. 실상은 아주 복잡한 관계의 총화다. 이 복잡한 관계의 총화를 불교에서 연기라 부른다. 제2의 붓다라고 불리어지는 인도의 고승(2~3세기) 용수(龍樹=나가르주나)의 유명한 저서 ‘중론’에 이 연기법의 의미가 먼저 나온다. 연기의 존재방식은 ‘생기하는 것도 아니고 소멸하는 것도 아니고, 영원한 실체도 아니고 영원한 허무도 아니고, 동일한 것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니고, 오는 것도 아니고 가는 것도 아니다.’라고 해석되어 있다. 이 우주의 일체적 존재방식은 서로 그물 망처럼 상응해서 짜여진 상호관계 속에서 생기하면서 동시에 사라지고, 항상 있거나 항상 없는 것도 아니므로 존재하고 동시에 없어지는 이중성을 정시하고 있고, 계속 동일한 존재방식을 유지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서로 아주 다른 존재방식을 나타내는 것도 아니다. 또 새 것이 오면서 헌 것이 가는 신진대사를 중단 없이 행하고 있지만, 우주의 존재방식은 오는 새 것이 가는 헌 것과 얽히고설켜 공존하기에 무엇이 가고 무엇이 오는지 정확히 분별되지 않는다. 그래서 오는 것도 가는 것도 아니라고 용수가 말했겠다. 연기의 존재방식은 생/멸(生/滅=생기/소멸)과 상/단(常/斷=실체/허무)과 동/이(同/異=같음/다름)와 내/거(來/去=옴/감)를 택일적으로나 분별적으로 말할 수 없는 반(反)개념적 사유를 지니고 있다. 반개념적 사유는 어느 것에 얽매이거나 집착하지 않는 사유를 의미한다. 심지어 어떤 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그 진리라는 것에 얽매이고 집착하면, 그것은 진리가 아니고 인간을 미망으로 빠뜨리는 마군(魔軍)이 된다. 진리도 자기의 이면에 악마성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이 우주적 도의 본질이고, 그 본질이 무의식적이므로 인간의 의식은 이것을 보지 못한다. 용수는 이 도를 공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그는 연기법의 존재가 곧 공과 다른 것이 아니라고 설법했다. 공은 유/무를 택일적으로 선택하거나 그 둘을 변증법적으로 통일시키는 것도 아니다. 공은 유/무를 비동시적 동시성으로 동봉시키고 있다. 이 비동시적 동시성의 의미를 나는 이미 중국 화엄학의 대가인 현수법장 스님(7세기)의 ‘화엄금사자장’의 글을 인용하면서 설명한 적이 있었다(30회 글). 황금사자상이 사자라고 생각하면, 황금이라는 생각은 약간 후퇴하여 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것이 황금이라 여기면, 사자라는 생각이 숨어 버리게 된다. 황금과 사자는 동시에 공존해 있지만, 생각은 비동시적으로 나타난다. 유/무도 이와 같다고 볼 수 있다. 가을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은 높푸른 하늘의 허허로움을 바탕으로 나타나 있지만, 구름에 눈이 가면 허공은 뒤로 숨고, 허공에 마음이 가면 구름은 약간 뒤로 물러앉는다. 이것을 우리는 유/무의 비동시적 동시성을 동봉한 의미로서의 공이라 불러도 되겠다. 그러므로 사실상 공은 유/무를 다 동봉한 의미로서 유는 무로부터 나타난 무의 욕망과 같은 현상이고, 무는 유가 항상 있는 존재자로서의 실체처럼 고착될까봐 무로 사라지는 은적의 의미를 말한다. 존재자는 하이데거가 말한 용어인데, 그것은 존재가 연기법처럼 이해되지 못하고 실체처럼 단독명사로서 고착되는 개념화와 같다. 존재가 항상 있는 실체적 존재자로 간주되면, 사람들은 존재를 소유물처럼 생각하게 된다. 왜냐하면 항상 존재하는 것(존재자)들을 사람들은 자기 것으로 장악하려는 탐욕을 의식에서 표출시키기 때문이다. 이 공사상은 의식철학으로 잘 이해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의식철학은 논리적 자아의 힘인 지성의 보편성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장악하고 지배하는 주인의 위치를 고수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신의 지성이 우주를 창조했을 때에, 무로부터 유를 있게 했다고 한다. 창조는 무를 부정하여 유를 있게 하는 행위이므로 그 창조론은 무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의식철학에서 무는 존재의 결핍인 악과 동의어로 취급된다. 그러나 하이데거의 사상에 의하면 무를 배제한 의식의 철학은 유(존재)를 필연적으로 존재자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철학에서 무는 유와 동거할 수 없는 유의 파괴자처럼 간주되고, 유는 무와 싸워 승리해야 하는 의지로 여겨지므로 유는 무와 다른 ‘어떤 것’으로서의 자기동일성을 단단히 무장한 존재자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자기동일성으로 무장된 유는 위에서 지적된 해면체처럼 우주의 모든 것과 삼투작용을 하면서 일체감을 느끼는 공동존재방식이 아니다. 그래서 존재자는 존재와 다르다. 의식은 자의식이고 그 자의식의 철학은 존재자의 철학이다. 이것이 소유의 철학을 필연적으로 부른다. 중국 선종의 3대 조사인 승찬대사(6세기)는 그의 ‘신심명’에서 ‘유(존재)가 곧 무고, 무가 곧 유’라고 언명했다. 이것을 풀이하면 유는 무의 욕망이고, 무는 유의 은적과 같다는 뜻이겠다. 무는 허무가 아니고 고갈되지 않는 무한대의 기(氣)의 힘을 말한다. 무한대의 기는 자신을 표현하는 욕망과 같다. 무의 욕망은 자아의 욕망과 다르다. 자아의 욕망은 자아의 이기적 소유를 위한 탐욕을 말하지만, 무의 욕망은 세상에 한없이 일체로서의 공동존재의 기쁨을 보시하고픈 증여 자체다. 그 욕망을 우리는 그동안 소유론적 욕망과 구별된 존재론적 욕망이라 불렀다. 유가 무의 욕망이라면, 무는 유의 은적이다. 은적은 숨는 것이다. 왜 숨나? 존재(유)가 때가 되어 무로 숨지 않으면, 그 존재는 자기동일성의 강한 성채를 지어서 존재자적인 소유물로 모두 미끄러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인간에게 죽음이 없다면, 인생은 존재론적인 사유로 이해되지 않고 전적으로 소유론적 탐욕으로 가득 차게 되리라. 그때에 세상은 끝 모를 소유의 투기장으로 변할 것이다. 그것이 지옥이다. 죽음은 인간에게 무를 삶의 한복판에서 생각케 하는 양약이다. 유/무를 동시적으로 동봉하고 있는 공사상은 탐욕의 병을 씻게 해주는 양약이다. 탐욕이 왕성하다고 국민 각자가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나라가 강해지는 것도 아니다. 지금 한국인은 치유하기 힘든 탐욕의 병을 앓고 있다. 특히 각계각층의 지도층의 탐욕은 도를 넘치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들의 세속적 탐욕을 그들은 그럴싸한 명분으로 치장한다. 그 위선의 껍데기를 벗겨내야 한다. 탐욕이 곧 성공의 길이 아니기에 탐욕스러운 사람들은 사기를 친다. 사기가 도처에 판친다. 마음을 비운 사람이 사업을 해야 망하지 않고 부자 기업을 일으키고, 마음을 비운 사람이 정치를 해야 입으로만 떠드는 허상의 명분이 아니라 국민의 괴로움을 실질적으로 더는 실상(實相)의 정치인 지혜의 방편을 찾아낼 수 있고, 마음을 비운 사람이 교육을 해야 유치한 이념의 노예나 개인출세의 탐욕으로 교육을 망가뜨리지 않고 진실로 2세 국민을 훌륭히 키울 수 있다. 또 마음을 비운 사람이 장군이 되어야 호국의 간성인 강병을 육성할 수 있다. 국민의 마음을 어떻게 다 비우게 할 수 있는가? 그것은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이다. 가장 빠른 효과의 길은 지도층이 솔선수범하는 길이다. 옛 신라가 삼국 중에서 가장 후진국이었는데, 지도층의 솔선수범으로 통일의 길로 나갈 수 있었다. 공은 마음을 비우는 무욕이라고 보통 생각한다. 그러나 그 무욕은 사리사욕을 없애는 것이지, 힘을 지우는 것은 아니다. 공에서 무욕의 힘이 솟는다. 그 힘을 나는 무의 욕망이라 불렀다. 무의 욕망은 일체를 이롭게 하고 복되게 하는 무사심의 존재론적 욕망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한국형 아파트 美LA에 ‘수출’

    한국형 아파트 美LA에 ‘수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가장 높은 아파트를 한국 기업이 짓는다. 신영은 LA 윌셔가 2700여평에 378가구 규모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조감도)를 지어 분양키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윌셔 주상복합 아파트는 40층 높이로 LA에서 주거용 건물로는 가장 높다고 신영은 밝혔다. 미국에 한국형 아파트를 수출하는 셈이다. 윌셔가는 한인들이 집중적으로 사는 한인타운이다. 재미 한국인의 경제·문화 중심지이다. 이 아파트는 한인타운뿐 아니라 LA의 랜드마크로 자리잡게 될 전망이다. 신영 정춘보 회장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국을 방문 중인 비아라이고사 LA시장과 주상복합 아파트 건설 협력의향서를 맺었다. 신영은 내년 8월 착공과 동시에 국내에서 분양하고 입주 시기에 맞춰 미국 현지에서 분양할 방침이다. 신영은 LA사업을 시작으로 중국 난닝(南寧)에도 고급 주상복합 단지를 개발하는 등 본격적인 해외시장 진출에 진출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윌셔 프로젝트’는 신영의 첫 해외 진출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 사업 추진으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글로벌 개발업자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거리 미술관 속으로] (2) 삼성동 해상왕 장보고 조형물

    [거리 미술관 속으로] (2) 삼성동 해상왕 장보고 조형물

    삼성동 한국종합무역센터 근처를 지나다 보면 눈에 띄는 작품을 만나게 된다. 작품 이름은 ‘해상왕 장보고 상징조형물’이다. 자칫 센터 외관의 화려함에 묻힐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한데, 일단 눈길을 주게 되면 한국 무역사의 정신까지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조형물은 2000년 5월31일 ‘바다의 날’에 첫 선을 보였다. 서울에서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가 열렸던 해다. 한국무역협회가 아셈을 기념해 아셈센터 광장에 설치했다. 그럼 왜 장보고일까. 해상왕장보고기념사업회측은 “당시 무역협회에서 우리나라 무역을 대표할 만한 상징을 찾으면서 1200년 전 동아시아를 호령했던 무역왕 장보고를 발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9세기 신라·당·일본 3국의 해상무역을 장악하고 동남아시아·아라비아·페르시아에까지 손길을 뻗었던 무역사의 선구자 장보고의 기상이 현대에 이르러 무역센터 앞에 깃들게 된 사연이다. 장보고의 정신을 형상화한 이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전수천 교수다. 지난해 열차를 붓 삼아 한민족의 한을 미국 대륙에 드로잉했던 바로 그 작가다. 작가는 거대 청동 조형물에 우리 민족의 의지와 기상을 담았다. 흥미로운 점은 동상이 아닌 상징조형물이라는 점이다. 장보고라는 인물이 아닌 그의 기개를 표현했다. 가로 12m, 세로 7m의 대형 수평면과 길이 11m, 높이 7m의 배 조형물로 이뤄진 이 작품은 멀리서 보면 대형 선박이 바닷길을 가로지르는 모습이다. 그야말로 기세등등하다. 가까이 다가가면 또 다른 면모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배 조형물 속에 또 다른 선박이 부조로 새겨져 있는데 이야기를 풀어놓듯 역동적이면서도 섬세하다. 무역선에 교역물품을 싣고 나르는 상인들의 모습에선 생생한 표정이 묻어나올 정도다. 또 대형 수평면에 표현된 태평양의 물결과 주변국의 모습은 세계로의 도약과 개척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우리나라 最古 추정 문헌 발견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서기 600년경 백제시대 문헌이 확인돼 고대사 연구에 획기적 전환점이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통일신라 이전인 삼국시대를 기록한 것으로는 국내에서 유일하다. 16일 전남 목포대 최연식(41·역사문화학부) 교수에 따르면 삼국시대 주류 불교인 삼론학(三論學)의 개론서로 쓰였던 ‘대승사론현의기(大乘四論玄義記·총12권)’를 쓴 지은이가 중국인이 아닌 백제 승려 혜균(慧均)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는 “이 문헌으로 삼국시대 이전인 고대 한국인의 불교사상은 물론 의식구조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책은 원본이 아닌 필사본으로 현재 일본 교토대 도서관에 7권, 개인 소장 2권 등 9권만 전해진다. 그동안 고대시대 생활상은 삼국사기에 나오는 제한적인 시나 광개토대왕의 비문 등을 통해서만 알려지거나 짐작됐다. 지금껏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문헌으로는 7세기 중·후반 통일신라시대의 원측과 원효가 쓴 ‘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로 알려졌다. 대승사론현의기는 이보다 60년가량 앞선 것으로 보인다. 최 교수는 “혜균이 백제 승려로 보이고 이 책에 나오는 절 이름 ‘寶憙寺(보희사)’가 2000년 4월 부여 능산리 절터에서 발견된 목간(木簡·나무에 쓴 글)에 기록된 ‘寶憙寺’와 같다.”고 말했다. 이어 “책 내용 가운데 ‘현재 이곳에서 질문하는 문제는 중국에서는 해결됐다.’라는 대목에서 이곳이 보희사가 있는 백제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보희연사(寶憙淵師)는 보희사의 연사 스님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문헌의 내용과 정황상 혜균이 중국 진(陳)나라 유학시절 만난 승려 길장(549∼623)이 장안으로 간 599년 직후에 이 문헌이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책은 백제에서 펴낸 뒤 신라를 거쳐 일본으로 건너갔고 백제가 멸망하면서 국내에서는 잊혀졌다. 이번 연구는 최 교수가 2004년 6월 한국불교 삼론학의 전문가인 독일 보훔대의 플라센 교수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그동안 혜균은 일본에서 중국의 고대 불교학자로 추정됐다. 두 교수는 오는 20일 서울 대우재단 빌딩에서 그동안 연구실적과 과정을 밝히는 학술토론회를 연다. 목포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역사를 훔친 첩자/김영수 지음

    역사의 그늘에 가려진 첩자의 존재와 의미를 새롭게 조명. 서양의 스파이 역사가 16∼17세기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반면, 중국은 그보다 2000년 이상 앞선 전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의 경우 첩자는 기원 전후로 나타나 7세기 삼국시대에 절정을 이뤘다.‘역사를 훔친 첩자’(김영수 지음, 김영사 펴냄)는 우리 역사에 실존한 첩자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삼국시대는 한반도의 춘추전국시대라 할 만큼 치열한 다툼의 시기였다. 역사 기록에 남은 삼국간의 전쟁 횟수만 275회. 그야말로 ‘전쟁의 시대’였다. 책에는 부부 첩자 호동과 낙랑, 승려 첩자 도림, 첩자 활용의 달인 김유신, 눌지왕의 동생들을 구하고 장렬하게 죽은 신라 첩자 박제상 등 흥미로운 사례들이 실렸다. 고구려는 승려를 첩자로 적극 활용하는 등 독보적인 첩보 노하우를 지닌 국가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99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윤증현 금감위원장 “금융시장 빠르게 안정 찾아가고 있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은 12일 “북한 핵실험 소식으로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지만 시장 참가자들이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주한 유럽상공회의소 주최 오찬 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이는 한국의 지정학적 특수성에 대한 이해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를 반영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 한·중 우호증진·민간협력 논의

    한중우호협회(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는 16일 오후 6시 서울 신라호텔 라일락룸에서 뤄하오차이(羅豪才) 중한우호협회 회장을 초청하여 한·중간의 우호증진과 민간 협력 방안 등에 관해 논의한다.
  •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1)운명과 자유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1)운명과 자유

    인간은 자기선택으로 이 세상에 온 것이 아니다. 또 그렇게 이 세상을 떠나가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인생의 양 끝은 다 자유선택과 무관하게 처리된다. 이래서 사람들은 운명을 생각하게 된다. 인생의 모든 것이 자기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 이런 일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운명이 나의 인생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추정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운명의 장난으로 살지 않고, 삶을 자유스럽게 영위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인생이 자유와 운명의 사이에서 흔들의자처럼 오가는 것으로 짐작한다. 동서고금의 철학사에서 운명을 부정하는 극단적 자유행동론자는 기원전 중국 전국시대의 묵자(墨子)와 20세기 프랑스의 실존철학자 사르트르가 대표격이겠다. 사르트르는 사람들이 흔히 운명이라 부르는 것은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행동에 다름 아니라고 그의 저서 ‘시인 보들레르론’에서 밝혔다. 이런 초기의 자유행동론은 후기의 사회역사철학에서도 적용된다. 그의 행동철학은 철저히 인간주의적인데, 그 말은 자연적 필연의 요소를 완전히 지우려는 사유와 통한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자신을 만들어 가는 초기의 실존철학에서 역사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계급투쟁의 의식철학으로서의 마르크시즘을 후기에 강조했다. 동양에서는 묵자가 철저한 비명론(非命論)을 펼쳤다. 비명은 운명이나 숙명을 부정하는 의미로서, 운명은 실천적인 노동분업의 가치를 말살시키고,‘팔다리의 힘을 다하고 생각하는 지혜를 다하게 하는데(非樂篇)’ 큰 방해가 된다고 묵자는 생각했다. 묵자는 인간 근육의 힘과 생산의지와 그 의식의 생각을 아주 강조했다. 묵자는 의식과 의지의 사상가로서 운명을 인간의 삶에서 온전히 배제시켰다. 묵자는 사르트르처럼 철저한 실천의식의 사상가였다. 과거 마오(毛)의 중공이 노자와 공자를 비판하면서 묵자를 은근히 좋아했던 것은 까닭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그러나 묵자와 사르트르는 인생을 너무 실천적 행동위주로 보는 단순성으로 넘쳐난다. 그래서 사유의 깊이에서 그들에게 아쉬운 점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자의식의 의지를 너무 강조했다. 그러나 운명은 자유행동의 적이 아니라, 그 행동과 함께 동반하기에 우리에게 문제가 된다. 자유와 운명의 이중성을 잘 읽은 철학자 가운데 나는 20세기 프랑스 철학자로 해석학의 대가 리쾨르를 들고 싶다. 그는 그의 저서인 ‘의지의 철학’에서 자유의사(the voluntary)와 운명의 무의식(the involuntary)을 이원론적으로 나누지도 않고, 일원론적으로 통합하지도 않았다. 그가 말한 의지(will)는 저 두 가지 요소를 다 지닌 현상이지, 사르트르처럼 운명을 배제한 인간의 자유의지가 아니다. 리쾨르는 생각한다. 인간의식은 스스로의 생각을 자유자재로 그리지 않고, 그 의식이 뿌리박고 있는 무의식을 받아들이고 그것과 대화하는 조건에서 생활한다. 나라는 자의식은 무수히 많은 요인들(역사적, 사회적, 심리적, 생리적)이 나에게 주어져 생긴 현상이지, 내가 자의식을 만든 장본인이 아니다. 나는 전적으로 내 것인 것만은 아니다. 내가 자유의사로 원하는 것은 내가 스스로 만든 것만이 아니다. 그는 사르트르의 철학에 정공법을 가한다. 내가 자유의사로 원하는 것은 내 몸과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주는 무의식과의 혼융에서 생긴 것이다. 나의 자유의사는 내 몸에 쌓여 있는 마음의 습관과 내가 살고 있는 생활세계의 역사적 숙업(宿業)을 무시하고 설명되지 않는다. 이것은 피아니스트나 체조선수가 받은 몸의 조건과 생활환경을 무시하고 그의 자유활동을 설명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이 말은 자유는 필연의 운명을 떠나서 실존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필연의 운명은 자유의 의식적 행위가 늘 안고 있는 업(業)의 무의식적 성격과 같다. 즉 내 의식의 자유행위의 밑바탕에 늘 특수한 운명의 색조가 동시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의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이 점을 간과하기에 아무리 유식해도 한국학으로 등록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학문들은 한국인의 공동업장과 무관한 지식들을 화려하게 남발하기 때문이다. 리쾨르가 그의 ‘의지의 철학’에서 말했다.“나는 선택하는 나 자신의 방식과 또 내가 선택하지 않는 나를 선택하는 나 자신의 방식을 다 갖고 있다.” 이 말의 뜻은 자유로운 선택 행위에서도 남의 것과 다른 나의 특수한 방식이 있고, 또 심지어 나라는 존재는 내가 선택한 결과가 아니고 태어나면서 주어진 것인데, 그런 나를 동시에 후천적으로 선택하는 나의 특수한 방식이 있음을 말한다. 리쾨르의 저 언명은 나의 모든 자유행동의 이면에 특수한 성격이 나의 자유행동을 제약하고 있고, 또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닌 나 자신을 또한 후천적으로 자유롭게 만들어 가는 와중에도 나의 특수한 운명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말한다. 리쾨르의 철학은 운명의 성격이 나의 자유로운 사유와 행위를 특수하게 제한시키는 틀과 같아서 나의 실존적 자유가 그 틀의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비록 무의식이 자유의사의 밑바탕에 은닉되어 있지만, 그의 철학은 무의식의 제약 속에서도 ‘코기토(cogito=나는 생각한다)’라는 자의식의 ‘재정복’과 ‘확장’을 도모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그의 철학은 데카르트의 ‘코기토’ 철학을 무의식의 영역과 접목시킨 사유다. 무의식을 배제한 데카르트의 ‘코기토’ 철학의 힘을 가능한 한에서 무의식의 영역까지 확장시켜 무의식을 의미로서 재정복하려는 사유다. 그러나 나는 이 리쾨르의 길을 더 이상 따르지 않으련다. 왜냐하면 리쾨르의 길은 무의식이란 제약을 극복하고자 하는 자아의 지성적 소유의지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의식이란 제약과 성격의 업은 자아의 이성적 합리성의 읽기로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조급한 성격은 그것을 인식했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이 점에서 인도의 불교 고승들인 세친(世親=바수반두)의 유식사상과 마명(馬鳴=아슈바고샤)의 기신론사상에 더 의존하고자 한다. 이들의 주장은 자유가 리쾨르의 소론처럼 자의식의 확장으로 운명의 장애를 극복하는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의식의 힘을 소멸시킴으로써 운명의 힘을 동시에 무력화(無力化)시키는 것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비유컨대 로댕의 ‘생각하는 사나이’와 신라의 미륵반가사유상의 비유를 내가 들었던 것(7회 글 참조)과 유사하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나이’는 침통한 얼굴에 근육질의 몸을 갖고 있다. 그것은 자아의 세력을 확장하고자 하는 의지의 반영이다. 그러나 미륵반가사유상에는 그런 근육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또한 고요히 미소짓는 표정을 얼굴에 나타내고 있다. 세상을 정신적으로 지배하고자 하는 소유의식과 그 의지를 포기한 자의 화평이 거기에 깃들어 있다. 그 화평이 곧 자유다. 세친의 유식사상에 의하면 인간의 지각과 생각은 이미 오랜 세월 동안 쌓인 운명이나 숙업의 영향 아래서 작용하고 있기에 지각과 생각이 ‘내가 생각한다(cogito)’는 형식으로 표현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실 그것은 숙업과 운명인 ‘그것이 생각한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그것’은 개인적 숙업일 수 있고, 역사적 사회적 공동업(공동운명)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 업은 사회적 역사적 공동업의 힘을 능가할 수 없으므로 자유의 철학은 역사적 사회적 공동업의 장애를 무력화시키는 일과 무관하지 않다. 공동업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하여 리쾨르처럼 이성적 사유를 더 확장시키거나 정복의 길을 가게 하는 근육질의 소유철학으로서 성공하지 못한다. 그동안 줄곧 ‘철학산책’을 통하여 주장해 왔던 사유는 선의 진군나팔을 불면 선은 반드시 악을 낳고, 사랑에 집착하면 증오를 등뒤에 감추고 있고, 평화를 광적으로 외치면 전쟁을 낳게 된다는 것이다. 의식은 선과 사랑과 평화를 자각하고 확장하려 하지만, 무의식은 이미 그 반대의 것을 분비하고 있다. 이것을 의식은 모른다. 이 무의식의 활동을 마명은 삼세육추(三細六)라고 불렀다. 삼세는 가장 깊은 무의식인 제8식 아뢰야식에서 일어나는 소유욕의 세 가지 미세한 현상들이고, 육추는 아뢰야식의 영향 아래서 제7식인 말나식에서 생기는 거친 여섯 가지 소유욕을 말한다. 이 말나식에서 아(我)중심의 사고가 무의식으로 일어나 모든 인간의 의식활동과 지각활동을 지배하게 된다. 지금 여기서 삼세육추의 무의식적 업을 자세히 말할 입장이 아니므로 생략하지만, 마명의 기신론 사상은 말나식에서 아중심의 분별심이 상속되고 소유로 개념화되어 의식의 모든 활동에 장애를 일으키고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이다. 모든 업의 운명과 그 성격은 다 궁극적으로 소유욕의 발동에 기인한다. 아중심의 소유욕의 발동을 무력화시키지 않으면 인간은 화평한 자유를 맛보지 못한다. 나는 한국인들이 역사적인 어떤 공동업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여긴다.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정치적으로 국가가 백성과 국민으로 하여금 나라를 믿지 못하게 했다. 국가의 존립 이유는 병화의 예방과 치안유지, 국민을 물질적으로 부유하게 하는 경제정책, 국민의 눈과 마음을 드높게 열게 하는 교육의 배려 등 삼원체제의 구축으로 국가가 모든 국민을 편가르지 않고 요람에서 무덤까지 성심으로 아끼고 보호하는 데 있다 하겠다. 저 삼원체제는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지속적인 국가의 불변가치로 유지되어야 하는데, 한국의 현실정치는 정권교체 때마다 앞 정권을 송두리째 부정하면서 한국의 정당처럼 무상하게 부침하고 새로 시작하므로 국민은 국가를 신뢰하지 않는다. 국민이 국가를 믿지 못하므로 국민 각자는 알아서 자기의 살 길을 찾으려고 온갖 아중심의 이기적인 사고를 전개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각자가 자기의 살 길을 눈치껏 찾는 아중심적 사고가 한국인을 일체감으로 결집시키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우리를 모래알처럼 산산이 분산시키는 공동의 업장이 우리의 마음속에 있다. 공동업장의 제약과 고통을 덜 받고 자유스럽게 날개를 활짝 펴서 날기 위하여 한국인은 아중심으로 뿔뿔이 살길을 찾는 데 부심하는 유아심(唯我心)을 진정시켜야 한다. 그것은 당위적 도덕주의의 설교로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각자가 국가를 못 믿고 제 살 길 찾기를 맹목적으로 추구하다 보니 우리 사회에는 더욱 상충하는 불행의 먼지바람이 강하게 일어난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주에 이 문제를 이야기해보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1500년전 ‘비단벌레 말안장’의 부활

    동북공정에 대한 강력한 반론 가운데 하나가 쇠를 다루는 기술이다. 고대사회에서 쇠 다루는 기술은 한국이 중국보다 훨씬 앞섰기 때문에 출토유물을 보면 질과 양에서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쇠 다루는 기술은 지금도 모든 산업의 기초로 꼽히지만 고대사회에서는 무기의 성능과 질을 뜻하기 때문에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였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여럿 있지만 신라에서는 정밀한 세공이 돋보이는 금 장신구가 꼽힌다. 무려 5만여점의 유물을 쏟아낸 신라의 최대고분 황남대총은 이를 증명한다. 황남대총 유물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비단벌레 장식으로 꾸민 말안장이다. 정밀하게 금세공을 해 기본틀을 완성한 뒤 비단벌레의 알록달록 화려한 빛깔을 받쳐넣었다. MBC는 바로 이 유물을 그대로 복원하는 과정을 담은 ‘천년불사의 꿈, 비단벌레’를 12일 오후 2시20분 특선 다큐로 방영한다. 원래 2부작이어서 방영시간은 1시간40분. 말안장 만드는 게 뭐 그리 대단할까 싶은데, 제작진은 “그 시절 말안장 만들기는 지금의 자동차 공정과 맞먹는다.”고 말한다. 목공(木工)·금공·옻칠·피혁·도금 등의 모든 과정이 일일이 사람 손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국내 최고 금속공예가로 꼽히는 최광웅씨가 직접 나섰다.1500년전 사람들은 금속을 어떻게 다루고 비단벌레 색깔을 어떻게 빚어냈을까. 다큐제작에서는 두 가지 점이 눈에 띈다. 하나는 요즘 이런저런 논란으로 속앓이가 늘고 있는 지방방송사인 울산MBC의 작품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제작과정에 일본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비단벌레는 한국과 일본 모두에 희귀한 곤충이다. 일본 비단벌레 연구자 이시자와 시치로의 도움 덕택에 프로그램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일본 고대유물에서도 비단벌레를 활용한 것들이 많아 고대 한일교류사 연구 뿐 아니라 현대에도 디자인과 세공기술에 도움되리라는 판단에 따라서다. 다큐가 복원해낸 말안장 등은 국립경주박물관에 기증, 일반인들도 볼 수 있다. 실제 유물은 당연히 특수수장고에 영구보존 처리를 거쳐 엄격히 보호받고 있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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