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키스탄 정상회담 이모저모
◎빽빽한 메모 보며 경협 요청/부토총리
3박4일의 짧은 서울 체류기간 동안 한국으로부터 경제협력을 조금이라도 더 얻어내겠다는 부토 파키스탄총리의 의지는 대단한 듯하다.22일 열린 한·파키스탄정상회담은 그녀의 열정을 그대로 보여줬다.
○…부토총리는 이날 상오 청와대에서 1시간30분동안 열린 정상회담에서 우리에게 바라는 분야를 조목조목 열거했다.윤여준청와대대변인은 『정상회담에서 그런 각론까지 거론하는 경우는 거의 전례없는 일』이라고 밝혔다.부토총리는 『파키스탄은 정국이 안정돼 있다.서남아국가 중 유일하게 외국인의 기업소유와 과실송금을 1백% 허용하고 있다.88년부터 서방위주 정책에서 동방위주로 전환했다』면서 한국측의 관심을 유도했다고 구본영경제수석이 전했다.
부토총리가 빽빽이 적힌 메모를 보며 우리에게 요청한 협력분야는 다양하다.경제사절단 파견,사회간접자본및 에너지시설 투자,제조업 합작,차관요청,기술연수생 확대,직항로 개설 등이다.그녀는 특히 『과일이 많이 나는데 포장기술이 낮으니 이를 도와달라』는구체적 요구를 내놓기도 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부토총리의 방한이 양국간 교역을 확대하고 우리 기업의 파키스탄 투자진출의 전기가 될 것』이라면서 부토총리의 요청중 상당부분 수용의사를 밝혔다.
○…이날 저녁 열린 환영만찬에서 김대통령과 부토총리는 민주화를 이룩한 동지적 입장에서 양국 유대를 공고히 하자고 다짐했다.만찬에는 야당대표와 당직자들도 초청됐으나 불참했다.
부토총리는 23일 신라호텔에서 직접 투자유치설명회를 주재할 예정이다.방한 마지막날인 24일에는 고려대에서 명예법학박사학위를 받는다.〈이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