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100년 정당’을 보고 싶다
민주당은 참여정부의 집권여당이 된 지 두달 만에 신당창당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였다.며칠 전에는 신주류 중심의 신당창당 관련 워크숍을 열어 창당자금방식,창당일정,당원모집,전자정당,신당의 논리와 이념 등 신당 창당의 기본구상을 제시하였으며,신당 추진모임 의장까지 선출하였다.어떤 형태의 신당이 선보일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는 새로운 여당이 창당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신당 창당문제를 놓고 집권여당 내부가 신·구주류로 분열되어 갈등양상을 보이는 기이한 현상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그동안의 경험이라면 대선에서 연거푸 패한 야당이 집안싸움의 내홍에 휩싸여야 하는데 오히려 재집권에 성공한 여당이,그것도 정권초기 신당론을 제기하니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그래서 그 순수성에 의구심을 갖게 되면서 신·구주류간 당내 권력투쟁인지,대선 공신록에 등재되지 않은 인사들의 솎아내기인지,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포석인지,노무현당을 만들려는 것인지 별의별 억측이 난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국가에서는 정치적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으니 신당을 창당하든,분당하든,통합하든 왈가왈부할 성질은 못된다.하지만 대선과 총선 전후 그동안 목격했던 반복적인 창당,분당,통합정당사의 경험은 정치발전에 순기능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역기능으로 작용한 측면이 더 컸기 때문에 씁쓸하게 바라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정당발전을 평가하기 위해 제도화란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제도화란 정당과 같은 정치조직이 가치와 안정성을 얻는 과정이라고 정의된다.정당이 가치와 안정성을 얻는다는 것은 그 역할과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여,쓸모있는 것으로 인정되고 받아들여져 안정과 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정당의 제도화 수준을 평가하는 지수의 하나로 적응성을 들고 있다.적응성이란 정당이 변화하는 환경과 도전에 얼마나 잘 견뎌냈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한마디로 역사가 오래된 정당일수록 적응성이 높다고 보며 그만큼 정당의 제도화 수준이 높은 것으로 평가한다.
한국 정당의 제도화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현재 선관위에 등록된 정당은 22개이며1964년 이래 103개의 정당이 등록된 바 있다.50년의 정당사에 정당통합 사례가 62건이나 되며 정당의 평균 나이는 2년이 조금 넘는다.현존하는 정당의 역사도 한나라당 5년6개월,민주당 3년4개월,자민련 8년,개혁국민정당 5개월 등으로 나타났다.미국은 200년사에 5개의 주요 정당이 있었으며,민주당 약 180년,공화당 약 15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영국은 보수당 약 170년,노동당 약 100년의 역사성을 띠고 있다.이들과 비교하면 한국 정당의 역사는 유치원생 수준도 안 된다.이래서 한국 정당의 제도화 수준을 낮게 평가하는 것이며 포말정당(泡沫政黨)이란 말을 듣게 되는 것이다.물론 역사가 오래 된 정당이 무조건 다 좋다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급변하는 시대환경과 국민의 정치적 요구에 효율적으로 대응해 왔음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그만큼 가치가 있고 쓸모가 있기 때문에 국민의 선택의 대상으로서 오랫동안 자리매김하면서 국민과 더불어 생명력을 유지해 왔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새 천년을 기약하면서 창당하였고 또한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였으나 불과 창당 3년여만에 간판을 내리는 것과 같은 상황에 놓인 것은 정당의 제도화 수준이란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또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당이 창당되는 것은 정당발전과도 거리가 먼 것이다.특히 집권초기 할 일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는 여당이 신당창당 문제로 신·구주류로 분열되어 제사보다는 젯밥에 관심을 갖고 집안싸움에 몰두한다면 국민은 이번에도 “그러면 그렇지” 하며 실망할 것이다.
홍득표 인하대 정치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