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송한 정주영씨의 요즘 언동/공·사석서 던지는 한마디의 의미는
◎“내년초 중대선언”… 총선 의식한듯/시대상황 적응못한 「노인성 옹고집」 추측도/은퇴시기도 수시 번복… 의혹 증폭
정계진출설 등 최근 세인들의 관심을 끌만한 발언을 계속하고 있는 정주영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속셈은 과연 무엇일까.
지난해 11월말 관훈클럽토론에 초청연사로 나와 『여야를 막론하고 나라의 미래를 맡길만한 지도자를 발견할 수 없다』고 말해 정가에 충격파를 던진 이후 정회장은 공·사석을 통해 정치권을 긴장시키는 「깜짝」 발언을 잇달아 터뜨리고 있다.
그는 20일 재계송년모임에서도 『직접 정치를 할 생각이 없으며 참신한 정치인의 요청이 있으면 지원해줄 생각』이라고 말했지만 바로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사석이나 측근을 통해 자신의 정계진출 의지를 퍼뜨리는 등 앞뒤가 엇갈리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어 그 저의가 무엇인지 아리송하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정회장이 20일 『내년 1월쯤 새로운 중대선언을 할 것』이라고 한 공언이 내년 초부터 본격화될 총선등 정치일정과 무관하지만은 않은것 같아 그의 언동에 더욱 관심을 갖게 만들고 있다.
지난 87년 전경련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정회장은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모임에 연사로 참석,각종 억측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발언을 했다가는 즉각 이를 번복하는 「치고빠지기」식 작전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직도 의혹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자신의 정계진출설에 대해 10월9일의 회고록출판기념식과 11월25일 희수연에서 『이제 돈은 벌만큼 벌었다.그동안 배우고 익힌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와 민주발전에 기여하는 제2의 인생을 살겠다』고 피력,정계에 나설 뜻을 우회적으로 비췄다.
또 11월29일의 대구지역사회학교 페스티벌에서는 『기업가도 국민의 한사람이며 경제발전에 공헌한 사람이 정치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이를 다시한번 강조했다.
그런가하면 사석에서는 『정치란 별일이 다 벌어지는데 그래도 정치를 할 수 있겠느냐』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올안에 그룹에서 손을 떼고 정치에 진출할 확고한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그의 핵심측근인 이명박 현대건설회장도 12월8일 김포공항에서 『정회장이 사회와 국가를 위해 보다 큰 일을 하기위해 그 방안을 찾고 있으며 곧 자신의 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라며 정회장의 정계진출 선언이 임박했음을 넌지시 비추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정계진출설이 의외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자 정회장은 12월7일의 기자간담회와 20일의 재계송년모임에서 『나는 국민들이 좋아하지 않을것 같아 직접 정치를 할 생각이 없으며 참신한 인물을 지원할 생각』이라고 발뺌했다.
더구나 그는 7일 김동길교수의 태평양시대위원회를 둘러싼 지원 혹은 신당창당설에 대해 『정치와 경제는 현실이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을 돕겠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가 20일에는 『김씨의 요청이 있으면 지원하겠다』며 신당창당 혹은 참여의 추측을 강하게 불러일으켰다.
정회장의 정치참여 내지 신당창당설은 지난7월 이한빈 전부총리,박 홍 서강대총장,장을병 성대총장,정의숙 이대재단이사장,허화평 현대사회연구소장,고흥문 전국회부의장,박현태 전KBS사장,한완상 서울대교수등 각계인사 66명을 대동,중국을 방문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나돌기 시작했다.특히 최근에는 정회장이 중국에 같이갔던 이들과 자주만나 신당창당 작업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
이 그룹에는 허삼수 전사정수석,김용갑 전총무처장관등 5공핵심인물들도 가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회장의 속셈이나 저의를 아직 한마디로 단정키는 어려우나 「10·26」추도사에서 3공에 대한 향수와 6공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로한 것이라든지 6공에 접어들면서 노골적인 불만이 많아졌다는 측근들의 말등을 종합해볼 때 몇가지 유추가 가능하다.
우선 절대권력과 유착,이를 배경으로 밀어붙이기식 경영방식을 구사했던 그가 변화된 시대상황에 적응치 못하고 「노인성」옹고집으로 좌충우돌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또 재계의 황제로 등극한 그의 입장에서 재계의 영향력을 압도하고 있는 정치의 논리에 동경을 느껴 정치에 일생의 마지막 도박을 해보고픈 유혹을 느끼고 있는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런가하면 사업에서는 무엇이든 뜻한대로 이루어 당대에 세계적인 기업을 키워낸 그가 정치는 계속 제자리 걸음을 하고있는 것이 안타까워 사회원로급 인사로서 걱정어린 질책을 하고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정 안되면 내가 직접 해보겠다는 정회장 특유의 오기와 자신감이 발동했음직도 하다.
그러나 본심이 어느 것이든 정회장의 최근 언동은 『영원한 기업인으로 남고 싶다』던 올해초의 소망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