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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각가 유영교씨(이세기의 인물탐구:39)

    ◎돌로 빚어내는 생명력… 인간미 “물씬”/풍만한 인체·단순화된 형태의 구상 즐겨 표출/연속 국전특선… 완벽한 조형술로 정상의 명성/요즘은 고난·번뇌 초월한 「평화의 표정」 형상화에 집착 「인생은 석재다.그것으로 신의 모습을 조각하든가 악마의 모습을 새기든가 모든것은 자유다.그러나 다만 생명이 깃든 조각인가?」이는 영국철학자 허버트 스펜서의 말이다. 유영교는 강한 석재로 생명이 깃든,살아있는 사람의 표정을 만드는 작가다. 알찬 마스(양괴)와 신선한 정감표출의 단아한 나부상,예술가가 품은 그 어떤 상념도 돌이라는 재료에 의해서 표현되지 않는것은 없다는 것이 그의 신조다. 그는 작품화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해 끊임없이 데생하고 데생한다.또는 수채화로 그리거나 유화나 파스텔로 그린다.그리고 하나의 회화로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보였을때 이번엔 점토로 이를 빚는다. ○실패확률 거의 없어 형태의 완성과 완벽성을 석고 모형으로 경험한다음 비로소 돌작업에 들어가기 때문에 실패의 확률은 거의 없다.표정조차도 이미 모형에서 이미지를 또렷하게 살려내고 있다. 그러나 그가 그린 그림이 조각에 닮아있으면 그것은 대부분 성공적인 것이지만 만일 조각이 그림에 닮아있을땐 이건 낭패일수밖에 없을 것이다.작품에 관한한 완벽추구자이며 영원히 만족을 모를수도 있다. 작품에서 그가 중점적으로 파고드는 테마는 언제나 인간의 이야기다.인간의 고뇌하고 슬퍼하고 기뻐하는 여러형태의 모습을 어디서 찾느냐는 것과 이런 이야기들을 어떻게 조각으로 표현하느냐는 것이 과제다. 같은 고뇌라도 성자의 고뇌인가 범상한 인간의 가족애적인 것인가.사랑도 신의 사랑과 남녀의 사랑,자비는 베풀때와 베풀음을 받은 은총일때가 다르듯이. 한때는 구도자나 수도자의 얼굴을 만들기도 했다.또는 어둡고 그늘진 어부나 농부의 삶에 찌든 표정이 그의 작품의 한 구릉을 이루기도 한다.그러나 「삶의 이야기」시리즈에서 십자가에 못박힌 아들을 보고 기절한 어머니의 모습,가톨릭의 고통과 고난과 수난은 끝이 없음을 그는 새삼 느낄수밖에 없었나보다. 이에비해 경주 불상에서 온화한 평정의 모습을 발견했다.미술이론을 모르는 이름모를 석공이 원만함과 무심과 풍요를 그려낸 것이다. 이때부터 헤르만 헤세의 「싯달타」를 다시 읽고 노자·장자에 심취하면서 초탈·초월의 경지를 갈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풍만감이 넘치는 인체에다 반가사유상의 양식을 적용한 극기와 무상,번뇌를 떨쳐버린 초월적 명상,마음의 갈등씻긴 평화로운 표정을 작품마다에 햇살처럼 아로새겨 나갔다. 유영교는 데뷔때부터 지금까지 비교적 순탄하게 일류작가의 대열에서 한치도 뒤처진 적없이 자신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예술가의 한 사람이다. ○첫 개인전 찬사 일색 아직 대학2학년때인 66년 국전 3회 연속 입선,이어서 목우회 공모전서 문공부장관상 국전 국무총리상 국회의장상 국전 연속특선으로 삼십을 갓넘긴 나이에 국전추천작가·초대작가등 남보다 배나 빠른 정상가도를 똑바로만 달려왔다. 추천작가가 되던해인 77년 첫개인전과 함께 수많은 찬사·호평에 둘러싸여 다음해 이탈리아로 유학,국립로마미술아카데미와 르네상스 조각의 본고장으로 일컬어지는 카라라에서도 거장 에밀리오 그레코와 페레클레 파시니를 사사하는 행운을 누렸다. 그때 「지중해」 「일드 프랑스」의 작가인 마욜과 아르프,오슬로의 후로그넬 공원에 있는 비게란드의 화강암으로 된 「조각군」을 보고 그는 자신의 구상조각에 대한 집착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부조에서 환조에 다다른 아르프의 아르 콩쿨레(구체예술)를 수용하면서 구상·추상 사이를 넘나들다가 차츰 추상의 경지를 뛰어넘어 그만의 구상인체에 망설이지 않고 정착할수 있었다.진위를 가릴수없는 모호한 추상의 세계보다 손으로 만져지는 구상세계가 그의 투명한 성격에도 거부감이 일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그가 아끼는 재질인 대리석도 인체의 아름다움과 당당함,사유와 풍요를 표현하는데 어떤 부족감도 없었다. 2년전 선보인 성숙·풍요·동반 시리즈에 이어 최근에는 점점 더 불교적으로 된 작품의 표정들이 무심을 지나 열반의 경지를 보이는 것이 그 좋은 예다. 더구나 밑그림이 철저하게 뒷받침된 표정들은 하나하나가 서로 다르고 하나하나마다에 생동감이 담긴다.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텅빈 무심이 아니라 청순이라든가 순백·환희가 눈부신 것도 특징이다. 고흐의 해바라기 같은 이미 다른 작가가 그려온 소재를 그는 그 나름대로의 천진무구를 강조하여 행복의 꽃다발로 재창조한 경우도 있다. 미술평론가 김복영은 이를 「회고」와 「번안」의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유홍준은 『살아숨쉬는 듯한 생명체의 덩어리』라든가 자신의 작품을 되물으며 의식을 심화시켜 나가는 자세는 『예술의 성실성』내지 『예술의 진지함』이라 평하고 있다. 그의 작업장은 금강 남쪽,충남 연기군 금남면 석교리에 자리잡고 있다.그가 살고 있는 대전시내에서 버스로 20분거리.많은 조각가들이 교외별장과도 같은 아기자기한 건물을 지닌 것과는 달리 야산을 깎아 만든 2천평 대지에 세운 이 간이작업장은 거대한 석물공장을 방불케한다. 10t의 무게를 들어올릴수 있는 빔설치,돌을 썰거나 마광할수 있는 전기모터와 체인 블록,바이트와 드릴과 리머와 탭 등 수백가지의 절삭공구들과 마당구석구석에 사람의 키만한 대리석 화강암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는 이리나 문경,여수를 돌며 자연석을 직접 사오기도 하고 이탈리아 대리석을 현지에서 주문해다 쓰기도 한다. 남들이 직장에 출근하는 것처럼 아침8시에 도시락을 싸들고 출근,데생에서 흙반죽,석고 뜨고 돌자르고 드릴로 뚫고 다듬고 깎고 하루종일 돌가루와 흙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쓴채 중노동에 시달리다 밤9시가 넘어서야 귀가한다. 사방이 청명한 가을인 요즘,드넓은 벌판엔 외딴 작업실에서 내는 그의 기계소리 돌을 다듬는 소리외엔 주변은 온통 적막강산이다. 간간이 브론즈나 나무를 다루기도 하지만 돌만이 갖는 차갑고 강한 느낌,정발 하나하나로 확실하게 작가의 손에서 작업이 끝나는 확인은 돌이 아니고서는 맛볼수 없는 희열의 하나다. 유영교의 가장 특징적인 점은 그 어떤 경우에도 세속에 물들거나 부당함에 타협하지 않는 결벽증이다. 일찍이 그가 국전추천작가가 됐을때 화단에서 까다롭기로 유명한 평론가 원동석씨는 「평론가 10인이 추천하는 신예작가」의 한 사람으로 유영교를 추천하면서 「아집이나 고집때문이 아니라 그의 천성적인 순결과 자신감은 세파에 쉽사리 물들거나 외세에 섣불리 휩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대로다. 스승·선배들에게 예의 바르지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끝까지 관철하고 자신의 작품에 대해 엉뚱한 말을 들으면 그의 의도를 명료히 제시하여 시정을 요구한다. 또 대학의 전임강사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가르치는데 시간을 뺏기다보면 그의 예술을 할수 없기 때문이다. ○세속의 욕망을 거부 돈이 될수 있는 모뉴망이나 설치미술등의 주문에도 응하지 않는다.건물주의 몰취미에 억지로 맞추기도 싫고 번거로운 계약과정이나 브로커들이 중간에 끼는 것도 마땅치 않다. 그는 언제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작품,온 몸과 마음으로 몰두할수 있는 대상에만 철저하게 파고든다. 그는 충북 제천군 청풍면장이던 유상종씨와 정효옥여사의 5남매중 장남으로 태어났다.면소재지이긴 하지만 국민학교 3학년때 마을에 들어온 버스를 처음 볼만큼 산골동네에서 투박하게 자라났다. 국민학교때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하고 충주고 2학년때 홍대가주최한 전국고교미술실기대회에서 1등상 수상.그날 조각실에서 작업복을 입고 흙을 만지는 선배들의 모습을 그린 것이 계기가 되어 후에 조각과를 지망하게 됐다. 이탈리아 유학중 그곳의 조각가들이 야외작업장을 가진 것을 부러워한 나머지 고향청풍에다 작업장을 짓는 것이 소원이었으나 충주댐 건설로 고향이 수몰되어 목원대교수인 부인 이은기씨(서양미술사)를 따라 86년 대전에 정착했다.슬하엔 3남매. 유영교조각은 양감의 풍요에서는 마욜,극도의 단순한 형태추구면에서는 때때로 아르프에 비유되기도 하지만 그가 다다르고 싶은 것은 순연한 조각이다. 그러나 연전에 그의 작품전을 보고 이탈리아 카라라 아카데미 교수이자 평론가인 피에르 카를로 산티니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형태면에서는 영혼의 영원과 가치에 대한 신념』,『작업의 전과정에서 보여주는 것은 투명한 영감의 세계』라고. 남보다 빨리 화단에 입문해서 일사천리로 예술의 정상에 이른 것처럼 그는 남보다 빠르게 그가 원하는 순정한 순연의 경지에 이미 이르고 있음을 산티니는 예고하고 있는것 같다. □연보 ▲1946년 충북 제천 출생 ▲1964년 충주 고교졸업 ▲1965년 홍대 미대조각과 입학 ▲1966∼68년 국전연속3회 입선(대학재학중) ▲1969년 홍대 미대졸업 ▲1975년 국전 특선 ▲1976년 국전 특선,홍대대학원 졸업 ▲1977년 국전 추천작가및 초대작가,전국조각가초대전 목우회초대전출품 ▲1977년 제1회 개인전(미술회관) ▲1978년 제2회 개인전(진화랑),이탈리아 로마 미술아카데미 유학 ▲1980년 제3회 개인전(로마) ▲1980년 제4회 개인전(진화랑) ▲1982년 제5회 개인전(미라노),국제청년작가 야외전(미라노) ▲1983년 제6회 개인전(현대화랑) ▲1984년 이탈리아 로마 미술아카데미 조소과졸업(거장 에밀리오 그레코 펠리클레 화시니 사사),한국조각가 13인전 한·이조각가교류전,재이한국조각가전출품 ▲1985년 재이한국조각가15인전,토스카넬로의조각전,국제청년조각가전 ▲1986년2월 귀국개인전(제7회·강남현대화랑) ▲1986년10월 제8회 개인전(현대화랑) ▲1987년 이탈리아 문화원개원기념 초대전,재이 한국조각가초대전(갤러리 현대및 이탈리아 뤼기 루소) ▲1988년 제9회 개인전(현대화랑),현대조각 초대전 ▲1991년 제10회 개인전(현대화랑) ▲1992년 제11회 개인전(갤러리 신현대)홍대및 목원대 서울교대강사 현재 충남대 예술대 출강 미술회관 개관기념초대전·한국 현대조각초대대전·목우회초대전·평론가10인이 추천한 신예작가초대전·한국구상조각회 로마전 주관·국제청년작가 야외전·한이조각가교류전·한국조각가협회전및 해마다 홍익조각회전·한국구상조각회전·국전초대작가전·현대미술초대전·원로중진조각초대전·MBC구상조각대전·대한민국 미술대전초대작가 국내외 그룹초대전에 수십차례 참가 목우회공모전 동아일보사장상·목우회공모전 문교부장관상·국전국무총리상·목우회공모전 최고상·국전 국회의장상 수상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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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과 건강/김영준 바이얼리니스트 서울시향악장(굄돌)

    사회가 발전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건강식품과 운동은 물론 기공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수지침이 좋다하여 가정주부는 물론 직장인들까지 공부를 하는 모양이다.손바닥이 몸 전체의 축소판으로 몸의 모든 부분이 섬세하게 펼쳐져 있다는 수지침의 원리는 무척이나 신비하게 느껴진다. 누구나 추울때면 손을 비빈다.또 손뼉을 치고나면 관람한 운동경기나 음악회 자체에서 느낀 감정 이상으로 기분이 상쾌해 지는 것을 느낀 사람도 있을 것이다.수지침의 원리를 듣고 난 뒤 그 기억들을 되살려보면 모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몸에 좋다는 식품을 챙겨 먹든,운동을 하든,기공이나 수지침을 배우든 모두 육체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런데 모든 질병은 마음에서 온다고 한다.그래서 육체적인 건강유지법 이외에도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 애쓴다.의사들이 환자에게 「약에 의존하기보다는 병을 반드시 고치겠다는 신념을 가지라」고 강조하는 것을 보면 마음먹기에 따라 병이 들기도 하고 낫기도하는 모양이다. 결국 몸과 마음이 함께 잘 관리될때 건강이 유지되는가 싶다. 나는 그 「몸과 마음을 함께 관리하는 건강유지법」으로 「음악회장 가기」를 권하고 싶다.좋은 음악은 아름답고 평안한 마음을 갖도록 해준다.음악을 들으면 마음 뿐 아니라 몸까지도 정갈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스트레스로 지친 심신이 잠깐이라도 숨을 돌릴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여기에 다음 두가지를 지키면 더욱 효과를 볼 수 있다.첫째는 연주가 끝나면 박수를 될 수 있는대로 크게,오래 치라는 것이다.그 효능은 수지침의 경우에서 이미 드러나 있지않는가.둘째는 복잡한 음악회장을 찾을때 되도록 차를 몰고 오지말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걸어오라는 것이다.그 효과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줄로 안다. 음악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 대입중압·부모간섭에 무소신 체질화(교육 개혁해야 한다:5)

    ◎눈치보는 학생들/“의대 가라고해서” 과선택도 의존/성적제일 풍토가 요령에 흐르게 한글날이었던 지난9일 서울 강북지역 Y고 3학년 9반 「주례학급회의」시간. 이날 안건은 「한글을 애용하자」는 주제로 53명의 학생들이 세부실천사항과 건의사항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2∼3명의 학생이 『욕을 삼가자』『외래어의 사용을 줄이자』라는 실천사항을 발표했을뿐 대부분의 학생들은 입을 꾹다물고 잠자코 앉아 있기만하여 학급회의는 10여분만에 끝났다. ○반장 되기도 꺼려 담임 김인식교사(45)는 『학급회의 시간에 자기의견을 자신있게 개진하는 학생들이 거의 없다』면서 『자신의 발언으로 혹시 불이익이 오지 않을까하는 심리로 담임선생이나 학우들의 눈치를 보는 학생들이 많다』고 신세대의 일면을 지적했다. 강남 8학군의 대표적 명문고인 D고3학년 담임교사들은 이번 학기초 반장 선출과정에서 상당히 애를 먹었다. 지원자가 없는 것은 물론 다른 학생들의 추천을 받은 학생들도 한사코 반장자리를 고사했기 때문이다. 입시제도의 변화로내신정적산출의 객관성문제가 대두된 탓에 『반장이니까 실기점수를 잘 준다』는 예전의 관례가 없어지자 학생들이 아무도 반장을 하려고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 교사들의 지적이다. 장명진교사(41)는 『학급이나 학생회 임원으로 활동하면 내신성적관리에 도리어 손해라는 인식이 학생들사이에 팽배해 있다』면서 『봉사와 다양한 경험을 통한 내적 인격수련 보다는 주변상황의 변화에 따라 눈치를 보는 기회주의적인 속성이 요즘 아이들의 한 특징이다』라고 말했다. 중·고교생들이 당당하게 자신의 주관이나 신념을 갖지 못하고 주위환경과 상황을 의식하며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학교교육이 크게 잘못돼 있다는 것을 말한다.『옳고 그른 것에 대한 판단력과 그 판단에 따른 실천력을 길러주는 일이 학교교육의 요체』라는 것이 장교사의 설명이다. ○인내·사고력 부족 많은 일선 교사들은 『대학진학등 졸업후 진로에 대한 강박관념과 학부모들의 지나친 간섭과 기대감 때문에 학생들은 갈수록 사고와 행동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 학교를 졸업한 김모군(20·재수생)은 당초 자연대에 진학해 순수학문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부모의 강권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울 명문대 의예과를 지원할 예정이다. 김군의 고교동기생 가운데 6명의 학생이 김군과 같은 사정으로 한해 재수를 해야 했다. 반면 부모의 권유에 따라 법학과를 1지망,점수가 부족해 자신이 원하던 2지망 신방과에 합격하고 몹시 기뻐했다는 박모군(20·Y대1년)의 경우처럼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교사들은 『학부모나 주변의 「경험으로 축적된 눈치」의 영향으로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결정에 소신을 앞세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서울S고 진학지도주임 이산호교사(48)는 『가정에서 성장과정에서부터 인내력과 사고력을 심어주는 교육은 뒷전인채 성적우선·암기위주의 교육을 강요받다보니 학생들이 주변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적당히 대응하는 무소신의 습성이 몸에 배는 것 같다』면서 『요즘 학생들이 한편으로는 개성이 뚜렷해 자기주장이 강하기도 하지만 모든 사안을 쉽게 해결하려는 편의주의와 나약한 이기주의에 젖어있다』고 말했다. 지난4일 하오1시50분.서울 동대문구 C학원 「45일완성」과학탐구반 첫 강의시간에 1백여명의 수강생이 빽빽이 들어차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수강생 박윤희양(20·재수생)은 『이 학원의 과학탐구영역 강의실력이 뛰어나고 1차수능시험에서의 적중률도 높았다는 소문을 친구에게서 듣고 수강접수를 했다』면서 『교과서 진도대로 수업하는 지루한 학교식 강의보다는 짧은 기간에 예상문제풀이식으로 요점정리를 해주는 강의방식이 솔직히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30여년동안 학원강사생활을 한 정모씨(60·Y학원 수학강사)는 『해마다 중하위권 학생들이 입시제도의 변화와 출제경향에 따라 「입시지도를 잘 한다」는 막연한 소문만 듣고 몇몇 학원으로 철새처럼 몰려 다닌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학원에서는 이같이 「눈치」에 익숙한 학생들의 심리를 이용해 입시직전에 「40일·90일 작전」,「파이널 코스」등 각종 단기·속성 프로그램을 마련한다』고 말했다. 영동세브란스병원정신과 과장 이홍식교수(45)는 이에대해 『한마디로 자아정체감의 위기다』고 전제한뒤 『어린 학생들이 교양과 체육,삶의 태도등을 다양하게 접해야 할 나이에 오로지 입시의 틀에만 매달리다보니 자신의 뚜렷한 주관을 형성시킬 기회가 없이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는 성격이 형성되고 때로는 불안감·우울증·특이한 행동양태 등을 보여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의 전인교육/창의·사고력 육성에 역점/미/도덕·윤리의식 함양 성격교육 필수/영/잠재력발휘 도와… 봉사활동 의무화 미국·영국등 선진국은 획일적인 입시위주의 교육보다 합리성과 다양성에 바탕을 둔 성격교육·가치관교육 등을 통해 전인적인 인격함양을 꾀하고 있다. 특히 유아교육과 초등교육과정에서 올바른 시민으로의 성장에 필요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창의력과 사고력함양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미국의 학교제도는 주(주)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한주(주)안에서도 학교시설·교육의 필요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학제가 운영되고 있다.오리건주의 경우 공립학교를 위한 목표를 학생들이 시민·소비자·생산자·가족구성원 등으로 기능을 발휘하는데 필요한 지식·기술·태도를 개발할 기회를 가지도록 하는데 두고 있다. 성격교육은 지식과 기술의 습득만으로는 복잡한 환경속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요구하는 미래에 대비시킬 수 없다는데 주안점을 두고 학생의 도덕적·윤리적 발달을 꾀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예를 들면 애국심·성실·자제·인내·용기·협동·예의 등의 특성을 모든 교육과정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처럼 오리건주에서는 기초교육·기술교육 등과 함께 가치관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도 잉글랜드,웨일즈등 각 지역별로 학제 등이 자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국가교육과정」을 통해 기본적인 교육방향만을 제시하고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와 같은 실제적인 교육과정은 각 단위학교가 최종 결정한다. 우리나라처럼 정부에서 제시한 교육과정을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모든 학교는 「교육은 모든 학생 개개인의 욕구에 봉사해야 한다」는 기본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는 모든 학생의 연령·능력·태도에 맞게 학생의 가능한 잠재력을 최대한 구현하도록 모든 학생을 도와야 함을 의미한다. 특히 초등교육에서의 교육과정은 「여왕의 축제」「동물」「계절」등 아동들이 흥미를 가지는 주제에 대해 교과목중심이 아닌 「놀이」를 중심으로 한 「통합교육과정」의 형태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중등교육에서도 20여개의 「실제교육과정」가운데 영어·수학·과학 등과 함께 게임및 야외활동,생애교육과 지역사회봉사,근로경험 등이 강조돼 입시위주의 우리나라 교육현장의 모습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스스로 판단하도록 믿고 맡겨야/더 많은 자유줘야 자신감·소신 길러/학부모·교사들 여유 없어 안타까워/정문희 연세대교육학과 교수(전문가 의견) 어린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달콤한 음식은 좋아하고 쓰거나 시큼한 것은 싫어한다.부드러운 손으로 만져주고 얼러주고 안아주면 좋아한다.그러나 거친 손으로 툭치거나 때리면놀라거나 소리내어 운다.그 아이는 자기에게 유리한 것과 불리한 것을 스스로 구분할 줄 안다는 말이다.다시말하면 가치판단의 기준이 그 어린아이 안에 존재한다.만약에 어머니가 그 아이의 건강을 위해 쓴약을 주면서 먹으라고 권할 경우 그 아이는 쓴약을 생글생글 웃으면서 먹지는 않을 것이다.자기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켁켁거리면서 거부할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어린 아이는 자기몸이 거부하는 것을 정직하게 행동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어린아이의 유기체 자체에 가치판단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이다.아직 사회화가 덜 되어 있는 어린 아이들은 부모나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기보다 자기 유기체의 경험대로 진솔하게 행동한다. 그러나 사회화 과정을 거쳐가면서 아이들은 유기체의 지시와 어른들의 가르침사이에서 갈등을 겪게 된다.달콤한 아이스크림을 자주 사달라고 주장하면 어른들의 꾸중을 듣게 되거나 매를 맞게되기도 한다.그런 경험이 반복되면 아이들은 부모님의 사랑과 인정을 받기 위해 먹고 싶거나 가지고 싶은 마음을 억압하기 시작한다. 『아이스크림을 자주 먹으면 그것은 나쁜 행동이야』『새롭고 재미있어 보이는 장난감을 자주 사달라고 조르는 것은 나쁜 아이야』라는 믿음을 내면화하기 시작한다. 즉 유기체 자신은 『맛있어 먹고 싶다,좋다,재미있다,놀고싶다,가지고싶다』라고 판단하는데 그 때마다 많은 어른들은 그런 행동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주입시킨다.이런 분위기에서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보내는 학생들은 스스로 판단하는 유기체의 지시와 사회의 기대사이에서 갈등을 느낄 때가 자주 생긴다.그때마다 어른들의 과잉보호와 간섭을 이겨낼 수 없는 청소년들은 점점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고 유기체의 지혜를 무시하거나 억압해야 한다.자기 소신대로 살지 못하고 부모님·선생님이 대표하는 사회규범을 따라가야만 한다는 당위성에 사로 잡히게 된다.그런 청소년들은 결국 『자신이 없는 사람』이 된다.자발성이 부족하고 자주독립정신이 결여되어 책임있게 행동하지 못한다.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불안한 나머지 중요한 결심을 해야 할 때마다 남들의 눈치를살필 수 밖에 없다.왜냐하면 어른들이 청소년들에게 그들 자신의 판단을 믿지말고 어른들의 말씀을 잘 들으라고 가르쳐온 셈이기 때문이다.그래서 권위있는 사람이 결정하여 지시해주면 그 길을 따라가거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택한 넓은 길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아진다.안타까운 것은 상황마다 달라지는 남들의 의견을 따르려니까 불안하여 자연히 눈치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소신을 가지고 스스로 취사선택하여 책임있게 행동하는 청소년들을 육성하려면 어른들은 청소년들에게 좀더 자유를 허용하여야 한다.가능한 한 그들을 신뢰하고 존중하여 그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그러나 우리 부모와 교사들은 청소년들이 스스로 경험하고 배우도록 「내버려둘」여유가 없는 것이 문제이다.
  • 경제 난맥상/작년 물가 20배 올라 파탄직면(러시아는 어디로:4)

    ◎보수파 유혈진압 이후의 정국전개/옐친 사유화 “충격 요법” 빈부차 확대/시장경제 토대 전무속 무리한 개혁/기업도산·실업자 급증 해결책 없어 고민 러시아의 권력대결을 흔히 서방에서 치부하듯 정치적 선악의 대결로만 보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이 대결의 밑바탕에 정치적 이해타산외에 러시아의 경제회생책에 대한 첨예한 의견대립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불행히도 지금 러시아의 경제는 대립중인 이들중 어느 한쪽에 의해 쉽게 치유되기 어려운 중병에 걸려 있다. 벤츠승용차를 타고 달러숍에만 다니며 입고 먹는 계층이 날로 느는가 하면 휴지나 다름없는 10루블짜리 한장을 구걸하는 사람이 지천에 깔린게 러시아의 현실이다.빈부격차,인플레,관료부패,의료·교육제도의 붕괴 등 개혁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들은 다수의 국민들을 극도의 절망속으로 몰아 넣었다.지난 한해동안 평균물가는 20배가 올랐다.이로 인해 월급생활자인 대다수 국민들의 생활은 파탄직전에 이르렀다. 이 마당에 쇼크요법식 경제개혁을 추진해온 옐친대통령은 「선」이고 대신부작용들에 대해 보완책을 마련하며 점진적인 개혁을 하자는 의회보수세력은 「악」이라는 도식적 이해는 현실을 너무 도외시한 것이다.이런 관점에서 이번 유혈사태도 불만세력을 양산시킨 옐친대통령에게 원인제공의 근원적인 책임이 있다는 지적은 설득력을 갖는다. 옐친개혁의 선봉장인 가이다르부총리가 추진하는 개혁의 요체인 사유화에 대해서도 일반의 지지는 저조하다.많은 국민들은 국가재산의 사유화는 주로 마피아인 신흥부자들과 결탁한 고위관료,공장책임자들의 주머니만 채워주었을뿐이라고 믿고 있다.이번 사태직전 러시아 여론조사들을 보면 조사 대상자의 3분의 2가 『사유화가 국가재산을 극소수 사람들의 수중에 모아주었다』고 답했다. 옐친대통령은 7,8일 연이어 부실기업에 대한 보조금철폐 기업파산법 등을 선포,쇼크요법식 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러시아기업의 70%는 종업원 1천명이상을 거느린 대기업들이다.참고로 미국에서 종업원 1천명이상의 기업비율은 26%에 불과하다.옐친대통령은 생산성은 낮고 고용원만 많은 이들 거대기업들이 경쟁력을 갖기 전에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반면 보수파들은 오히려 이 공장들에 보조금을 주어 먼저 생산을 늘리고 실업자는 최소한으로 줄여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옐친의 또다른 고민은 충격요법식 경제개혁을 소화해낼 시장경제의 하부구조가 전무하다는 점이다.70년의 중앙통제체제로 시장경제의 바탕은 모두 파괴됐고 게다가 모든 기업은 경쟁이 필요없는 독점체제이다.「실업자가 없는 사회」를 건설한다는 사회주의 이념은 모든 공장·사업장들을 필요없는 인력들로 득실거리게 만들었다.여기서 생겨난 노동자들의 나태,무책임성은 지금도 바뀔 기미가 없다.시장경제의 주축이 돼야할 소규모 소비재,서비스업의 토대는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옐친개혁의 단기승패는 생산량하락과 인플레를 막을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한다.지난 1년간 GNP는 15% 하락,인플레는 지난 8월 한달 30%에 달했다.부실기업의 문을 닫게하고 국가보조금을 없애다보니 생산량이 전혀 늘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이에 대해 가이다르부총리는 긴축정책을 계속할 경우 95년말쯤 생산량이 바닥을 치고 그 다음부터는 상승곡선으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도 결국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러시아의 토양에는 맞지 않는 가설이라는 반박도 있다.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생겨날 대규모 기업도산,실업자문제에 대한 대책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들 부작용들에 대비하다간 대규모 재정소요로 개혁구도 자체가 흔들릴게 뻔하고 반대로 이를 무시할 경우 또다시 엄청난 사회·정치적 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옐친개혁이 처한 딜레마는 깊다.양자중 한쪽을 택해 밀고 나가는 수밖에 없겠지만 위험부담은 결국 마찬가지인 셈이다.
  • 민자,통합선거법 싸고 “마찰음”/비용 축소·연좌제 도입 논란

    ◎“합법적 정계개편 신호탄 아니냐” 의혹/민정계/“정권 내놓아도 지금이 개혁적기” 지지/민주계 민자당이 청와대와 협의를 거쳐 마련한 통합선거법 기본골격의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면서 주로 민정계 인사들의 불만이 불거져나오고 있다. 물론 그것은 아직까지 수면하 움직임에 그치고 있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정국의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의원들이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선거비용의 축소와 연좌제 도입.이 두가지는 통합선거법의 핵심으로 황명수사무총장등 고위당직자도 자세한 내용을 몰랐을 정도로 민자당은 철저히 소외되고 청와대 주도로 이뤄졌다는 게 정설이다.그만큼 김영삼대통령의 「돈 안드는 선거」의지가 강력하고 역설적으로 민자당의원들의 소외감이 컸음을 뜻한다.따라서 불만도 여기에 집중된다. 민정계의 한 고위당직자는 『여당의 선거는 전통적으로 조직과 자금에 의존해온데다 여전히 유권자들이 손을 벌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원 선거비용을 4천5백만원으로 묶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문제제기와 함께 동료들의 불만을 대변했다.그러면서 그는 『의원총회 등 당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수정되지 않겠느냐』고 기대섞인 전망을 하기도 했다. 연좌제 도입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민정계의 한 의원은 『우리 정치현실을 감안할때 총선이 끝난후 전 지역구가 당선무효소송 제기로 몸살을 앓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민정계중에는 「자해행위」라고 극언하는 인사도 있는 실정이며 대부분 『통합선거법이 합법적인 정계개편의 지렛대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공화계의 한 의원도 『아무리 제도가 우수하더라도 유권자 의식 등 정치문화의 뒷받침이 없다면 사상누각이 될 공산이 크다』며 정치현실과 제도의 괴리를 지적했다. 그렇다고 민정·공화계출신이 모두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지난달 당무회의에서 문제제기를 했던 민정계 중진인 김윤환의원은 『깨끗한 선거를 위해서는 기득권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며 특유의 대세론을 곁들여 긍정 해석했다.이웅희의원도 『잘못된 선거문화를 고치려면 혁명적인 전환이 있어야 한다』며 『문제가 따르겠지만 그대로 강행해야 한다』고 역시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반해 민주계측은 다음 정권을 내놓더라도 반드시 선거혁명을 통한 정치개혁을 이룩하겠다는 김대통령의 굳은 신념이 담겨있는 것이라며 절대지지의사를 보내고 있다.황총장은 『깨끗한 선거풍토를 조성하는데 여당이라고 해서 자기 입장만 생각할 수 없지 않느냐』고 했다.과거처럼 막대한 자금을 살포,금배지를 사는 행태는 과감히 지양돼야하며 지금이 적기라는 입장이다. 여하튼 민자당은 9일 당정치특위 1분과회의를 열고 통합선거법을 중점논의한다. 그러나 당지도부는 이 회의를 비공개로 결정했다. 혹시나 마찰음이 표면화될까봐 걱정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법안마련의 당측 실무책임자인 백남치기조실장은 『돈안드는 선거를 위한 주요 골격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며 낙관했다. 백실장의 말처럼 통합선거법안이 국감 종료직후 의원총회 및 당무회의 등에서 별다른 문제없이 원안대로 통과될지 주목된다.
  • “사법부 개혁 인적 청산부터”/법사위(국감 초점)

    ◎질책·따지기 보다 격려·기대가 주조 개혁바람에 휩싸인 사법부이니만큼 5일 법사위의 대법원에 대한 감사도 사법부의 체질개선에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었다.인적청산·제도개혁·명실상부한 사법부 독립 등이 질의 답변의 골자였다. 그러나 질책과 추궁보다는 격려와 기대가 주조를 이루었다.윤 관대법원장과 4일 임명된 최종영신임법원행정처장등 새로 구성된 사법부 수뇌부에 대한 배려로도 여겨졌다. 현경대위원장은 감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사법부 개혁을 적극 추진해 나가되 그 작업이 사법부의 권위를 실추시키거나 안정을 저해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문했다.이어 연단에 나온 윤대법원장은 『사법부가 거듭나야 한다는 것은 역사의 명령』이라고 각오를 밝히고 『그러나 사법부의 개혁작업은 사법부의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으며 국민 모두의 공감과 지지를 얻어야 한다』면서 성원을 당부했다. 인적청산,즉 문제법관들의 물갈이에 대해서는 야당의원들이 당위성을 역설했다.시류에 영합한 이른바 정치판사,재산문제로 물의를 빚은 법관은 퇴진시켜야 한다는 것.허경만·강수림·강철선의원등 민주당의원들은 『사법부 개혁은 인적청산이 전제되어야만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이들은 『과거 정치권력과 영합하여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을 내렸거나 청와대나 안기부에 파견돼 시국사건을 조정·통제했던 법관』을 정치판사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제도개혁에 대해서는 박희태·김효영·정상천·박헌기의원등 민자당의원들과 무소속의 정장현의원도 가세했다.법관인사와 관련,승진·전보·재임용제도가 개선되어야 하며 자문기관인 법관인사위원회를 의결기구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대법관의 업무폭주를 해소하기 위해 상고심은 법률심으로 한정해야 하며 사법시험을 대법원에서 관장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사법부독립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법원수뇌부가 강한 의지와 신념을 가져야 한다는 데 이의가 있을 수 없었다. 최법원행정처장은 답변을 통해 문제법관에 대한 물갈이는 해당법관이 자율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또 『사법부에 대한 정치적 외압은 있을 수도 없고 있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감의 백미는 지난 8월 법관재임용에서 탈락한 신 평전대구지법판사에 대한 증언청취.모주간지에 사법부의 개혁과 관련해 기고한 글이 문제가 돼 탈락했다는 것이 신전판사의 주장.대법원은 그러나 『보복인사는 결코 아니지만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기 곤란하다』는 입장으로 대응.
  • 현실 수용한 신경제 총량지표(사설)

    정부가 올해와 내년경제의 총량지표를 사실상 하향조정하고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실명제의 조기정착과 성장잠재력확충에 두기로 한 것은 현실인정의 불가피성으로 이해된다.경제기획원은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경제추진위원회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을 빌려 경제성장률을 올해 당초 6%에서 4.5%로 내년은 7.1%에서 6.5%로,물가는 올해5%에서 5.4%로 수정했다. 이같이 1,2차연도의 중요총량지표가 조정됨에 따라 신경제5개년계획의 전반적인 손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신경제계획은 금융실명제의 실시이후 목표수정론이 강하게 제기돼왔다.그동안 의욕적인 추진에도 불구하고 신경제는 의도한바대로 기능하지 못했다는 것이 솔직한 평가일 것이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1백일계획도 지금의 경제상황이 말해주는 바와 같다.5개년계획은 개혁바람과 실명제여파로 관심밖으로 물러나있는 처지다.김영삼대통령도 지적했듯이 실명제와 같은 중대한 개혁조치가 단행된데다 기업의 투자심리회복이 예상외로 지연돼 신경제의 추진이 소원해진 것이 사실이다.이와함께신경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국민으로부터 충분한 신뢰를 받았느냐는 점과 정부의 경제예측능력의 한계는 물론 경제장관들의 현실감각의 부재현상도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돼야 한다. 당초 6%의 성장이 4%대로 내려갈 정도라면 심각한 상황변화인데도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경제장관들은 감기나 몸살정도로 표현하곤 했다.뒤늦은 목표수정이지만 다행스런 일이다.앞으로 신경제의 차질없는 추진은 실명제가 조기정착하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본다.실명화시한이 불과 1주일밖에 남지않은 시점에서 실명화률은 여전히 저조하다.두차례의 보완대책에도 불구하고 실명제충격은 크게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이런 문제의 해결위에서 경제활성화도 가능할 것이다. 지금 우리경제는 저성장·고물가의 한 가운데 들어있다.이번 정부의 수정전망도 낙관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을 정도다.내년까지를 생각하면 3년연속 저성장을 기록하는 셈이고 이는 우리경제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낯선 상황이다.이에 정부는 단기적인 부양책은 역효과가 크다고 보고 내년 공공투자를 조기집행하는 정도로 현상황을 극복해 나갈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이런 정도로 경제불안심리가 안정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경제력의 회복이나 심리의 안정이 공허한 말로써 이뤄질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잠재력의 확충도 경제가 회복될수 있는 수준에 있을때 효용이 큰것이다.정부가 신경제에 현실을 수용한 만큼 정책수단의 구사도 보다 현실적이어야 할것이다.
  • 우리말·글 통해 나라사랑 실천/외솔 최현배선생(이달의 문화인물)

    ◎기념문집·추모행사등 다양 「10월의 문화인물」에 우리말과 글을 통해 나라사랑을 실천한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선생(1894∼1970년)이 선정됐다. 문화체육부는 그의 생애와 업적을 오늘에 되살려 우리 말과 글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아릅답게 가꾸기 위해 한글날이 들어있는 10월을 맞아 그를 「이달의 문화인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외솔은 경남 울산군 하상면 동리에서 태어나 한성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한뒤 1910년 일본인들이 학교운영의 주도권을 잡자 주시경선생이 있던 조선어강습원에 나가기 시작했다.그곳에서 우리말과 글로 교육하는 것이 우리 겨레의 소망이라는 신념을 갖게된 그는 연희전문과 이화여전에 재직하며 배달말과 배달정신을 젊은이들에게 심는데 힘썼다.1942년 조선어학회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기도 한 그는 해방직후 문교부 편수국장으로 있으며 황무지였던 국어교육의 터전을 마련하는 한편 한글의 체계화와 과학화에 진력했다. 그의 저서로는 「조선민족 갱생의 도」「우리말본」「글자의 혁명」「나라사랑의 길」 등이 있다. 문화체육부가 외솔회 한글학회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등 관련단체와 함께 펼칠 기념행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외솔의 국어학과 그 영향」주제의 강연회 23일 상오10시 한글학회강당 ▲「국어학자 및 사회사상가로서의 외솔」주제 특별강연회 28일 하오2시30분 연세대 ▲「외솔문법과 맞춤법 통일안」주제 학술발표회 16일 하오3시 문예진흥원강당 ▲제15회 외솔상 시상식 30일 한글회관강당 ▲외솔추모행사 19일 경기도 양주군 장현리 묘소▲기념문집과 글모음 어록집 발간 등.
  • 가짜약으로 진짜병을 치료/「위약요법」 미서 큰 효과

    ◎존슨의대 에번스박사 임상실험/6,931명중 70% 병세호전/“병 꼭 낫는다”확신 심어줘 자연치유 유도/두통·감기환자,밀가루등 투여받고 회복 가짜약으로 진짜병을 치료하는 위약요법이 선진국에서도 예상보다 큰 치료 효과를 얻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미국의 뉴저지주와 맨해턴의 큰 종합병원에서 의사들이 배탈과 감기·기침 또는 십이지장 궤양등에 걸린 환자들에게 밀가루나 설탕등을 최근에 개발된 신약이라며 준 결과 놀라운 치료 효과를 거뒀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뉴저지주의 뉴 브른스위크에 있는 로버트 우드 존슨의과대학의 심리학자인 프레데릭 에번스박사는 『환자들이 의사를 신뢰하면 할수록 치료효과도 높아진다』며 『권위있는 의사가 환자에게 하찮은 약을 주면서 확신에 찬 어조로 당신의 병은 꼭 나을 겁니다 라고 말하면 환자가 이를 믿게되며 환자의 이런 신념은 병의 치료로 직결된다』고 밝혔다. 프레데릭 에번스박사는 6천9백31명을 대상으로 임상 실험을 한 결과 40% 이상이 놀라운 치료효과를 보이고 3%는 병세가 호전되고 나머지 30%는 별 효과가 없었다며 병의 치료는 약물보다 『낫겠다』는 환자의 심리상태와 인체의 자연치유능력을 강조했다. 위약요법이라고 불리는 플라시보(Placebo)효과는 19세기 프랑스의 의사들이 처음으로 학문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으나 정통 의학에서는 속임수라며 아직까지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 위약 요법을 쓰던 프랑스 의사들은 곧잘『감기는 약을 먹으면 1주일,약을 먹지않으면 7일간이라는 속설』대로 환자 몸의 자연 치유력과 환자와 의사의 신뢰감을 근거로 이런 실험을 했다. 뉴욕 맨해턴의 마운트 시나이 메디컬센터의 아더 샤피로 박사도 1천명의 환자를 치료한 결과 약에 의해서 보다는 병원과 의사에 대한 신뢰와 병을 낫겠다는 환자의 의지로 치료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위약요법에 의한 치료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생기는 두통이나 불면증에 효과가 크며 피부병이나 암환자의 통증을 없애기 위한 치료도 효과를 보고있다. 피부병의 50% 이상은 이미 피부 자체의 병이 아니라 정신신경과 영역이라고 할 만큼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다. 피부의 병은 잊어 버리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치료가 된것이라고 할 만큼 환자의 고정관념이 병을 악화시키고 있다.미 오하이오주립대학의 바이러스학 교수인 로럴드 글레이서박사는 헤르퍼스 바이러스가 환자들의 심리와 정서상태에따라 피부병을 악화시키기도 하고 약화 시키기도 한다는 사실을 임상 실험결과 밝혀냈다. 영국 속담에도 간호사는 약보다도 낫고 때에 따라서는 의사보다도 낫다는 말이 있다. 위약요법은 의사들의 속임수가 아니며 환자들의 최면을 통한 정서의 안정을 유도,질병치료를 하는 것으로 정신과의 한 분야로 자리잡게 될 전망이다.
  • 김 대통령 내외 불우시설 추석위문

    ◎김 대통령/양로원에 떡·과일… “작고 어머님 뵌것 같다”/손 여사/고아원 등 4곳 강행군… “밝고 건강하게 커달라” 추석을 앞두고 불우시설들에 온정의 손길이 끊긴 가운데 대통령내외가 불우시설을 순방하면서 사회가 좀더 따뜻해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김영삼대통령과 부인 손명순여사는 추석을 사흘앞둔 27일 상오 지난해말 대통령당선자 신분으로 위문을 했던 청운양로원을 다시 방문,외로움에 떠는 노인들과 잠시 시간을 함께했다.이날 김대통령내외는 양로원에 컴퓨터와 떡,과일,쇠고기를 위문품으로 전달한뒤 동행한 송정숙보사부장관에게 『불우시설에 있는 사람들이 추석을 쓸쓸히 보내지 않도록 해달라』고 특별히 당부했다. 김대통령은 양로원 2층 침실에서 고령 할머니 다섯분과 다과를 함께하면서 홍서성할머니에게 올해 연세가 얼마냐고 물어 『올해 85세』라고 말하자 『돌아가신 모친이 살아계셨으면 올해 85세인데 동갑이시군요』라며 잠시 눈시울을 붉혔다. 김대통령은 1층식당으로 내려와 다과를 들고 있던 노인들에게 『그제(25일)가어머님 기일이었는데 모친과 연세가 같은 분을 만나 어머님을 뵌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면서 『용기와 신념을 갖고 남은 여생을 건강하게 사시라』고 위로. 손여사는 대통령이 청와대로 돌아간뒤 별도로 정신지체시설인 신아재활원과 육아시설인 혜심원을 방문해 위문품을 전달하고 『밝고 건강하게 자라달라』고 당부. 손여사는 이어 영세민 무료급식소인 베들레헴의 집으로 가 오찬을 함께하는등 하루에 4곳의 불우시설을 방문하는 사랑의 강행군을 펼쳤다.
  • 전북 대야면 복교리 서동현씨 야심찬 도전(현장탐방)

    ◎벼농사 기계영농으로 승부건다/트랙터·방제기등 중장비 “무장”/지도소등찾아 이론·경험 익혀/2만여평에 연4천만원 수익… “위탁영농회사 설립이 꿈” 『벼농사는 아무리해도 수지를 맞출 수 없는 우리농촌의 천덕꾸러기인가』.정작 우리의 식량이면서도 다른 작목을 재배하는 것에 비해 소득이 낮다는 이유로 밀려 점점 외면당하고 있는 쌀농사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단언하며 쌀에 일생의 승부를 걸고있는 농촌의 파수꾼이 있다.농어민후계자인 서동현씨. 전북 옥구군 대야면 복교리에서 2만5천여평의 논에서 벼농사를 지으며 주위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있는 올해 36세의 선도농민이다. 서씨가 벼농사를 지으며 터득하게 된 농업철학은 경작하는 논의 규모가 말해주듯 『영농규모가 클수록 수지가 맞는다』는 것이다. 언뜻보면 쉽게 와닿지않는 벼농사에 대한 소신인 듯 하나 그는 이를 규모화·기계화·과학영농으로 실천하고 있다. 서씨가 벼농사를 처음 짓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다음해인 1975년. 당시 부모님이 신병으로 농사일을못하게되는 바람에 진학의 꿈을 포기하는 대신 농촌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겠다고 다짐하고는 아버지가 관리하던 7천평의 논을 직접 경작했다. 서씨는 벼농사를 짓기시작하자마자 농업에 대한 지식을 쌓기위해 농촌지도소를 드나들면서 『향후 벼농사의 관건은 기계화와 규모화에 달려있다』는 신조를 갖게됐다.이런 신념을 갖게된데는 당시 농촌지도소측의 조언도 많이 작용했다. 7천평으로 출발한 그의 벼농사 경작면적은 소신대로 벼농사를 시작한지 10년만인 지난 85년 2배가 넘는 1만5천평으로 확대됐다.여기에다 6천평을 임차해 지금은 모두 2만1천평에서 벼농사를 짓고있다. 서씨는 규모화와 함께 기계화영농도 추진,경운기와 이앙기 1대씩이 고작이었던 것이 지금은 트랙터 1대,승용이앙기 1대,건조기 2대,세조파기 1대,고성능분무기 1대등을 갖추고 모든 작업의 기계화를 이룩하고 있다. 여기에다 창고 2백평,건조장 50평,육묘장 50평도 설치해 명실상부한 전업농가로서의 기틀을 다지고있다. 과학영농을 위해 일반농민들과는 달리 낮이 아닌 이른 새벽에연막소독기로 농약을 살포,소독효과를 높인다.또 어린모 직파재배로 30일 정도 걸리는 못자리기간을 8일로 줄여 모내기를 하는 「8일모」를 이용하고 있다. 서씨는 이같은 기계화등의 영농으로 지난해 30여t의 쌀을 생산,20%는 정부수매로,나머지는 직접 운영하고있는 정미소에서 도정해 시중 쌀가게에 내다팔아 3천5백여만원의 높은 소득을 올렸다.올 농사 역시 냉해피해 우려속에서도 평년작수준의 수확은 무난할 것으로 기대하고있다. 논갈이및 경지정리와 이앙 그리고 건조등의 농작업대행이나 유통사업도 벌여 지난해 9백30만원의 소득도 보탰다. 서씨는 『이농으로 인한 부재지주 증가로 임차농이 느는 것을 감안,4∼5년안에 7∼10명 정도가 함께 하는 위탁영농회사를 설립,30만평 정도 규모에서 벼를 경작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면서 『벼농사는 끝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전기를 맞고있다는 인식으로 식량증산에 긍지를 갖고있다』고 말했다.연락처 (0654)451­2677.
  • 스웨덴:상/수술대 오른 「지상 최고복지」(세계의 개혁현장:4)

    ◎“변화만이 살길” 지구촌의 혁신 노력 조명/올 예산적자 24조원… 제로화 6년 장정 돌입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제도를 가진 나라 스웨덴.그래서 스웨덴은 지구촌,특히 후진국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그러나 이것은 곧 만성 예산적자국 스웨덴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올해 스웨덴의 예산적자는 무려 2천4백억크로나(24조원)에 이르고 있다.여기에다 외채·국내부채를 포함하면 국가부채는 모두 1조크로나(1백조원)가 된다. 칼 빌트정부는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오는 98년까지 예산적자를 「0」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예산적자 제로만들기 개혁」에 들어갔다. 얼마나 실현될지는 미지수나 정부의 의지는 매우 강력하다. 「지상낙원」,「정치망명의 천국」이라는 찬사가 꼭 수식어로 붙는 이 나라에 발을 들여 놓기만 하면 모든 것을 정부가 해결해준다. 그런 탓에 스웨덴의 외국인 유입인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고 있다.올해들어서만도 보스니아 난민 7만명이 내전을 피해 스웨덴을 찾아들었다. 스웨덴이 복지비용의 과다지출로 엄청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 밖에 없다. 인구증가 등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복지수준을 예전처럼 유지하려다보니 경제의 주름살은 물론 국가 전체가 심각한 위기상황에 내몰리고 있기까지 하다. 특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외채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예산적자는 스웨덴정부의 숨통을 더욱 옥죄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편하게 살면 된다는 국민의식까지 팽배,지금 스웨덴은 「총체적 난국」에 처해 있다는게 일반적인 인식이다.경제성장의 중요한 잣대인 실업률은 항상 16%(1백39만명)를 넘나들었다.그런데도 정부는 정작 중요한 산업경쟁력과 생산성 제고를 외면한채 오직 사회복지부문에만 비싼 외채를 계속 쏟아부었다. 결국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자각이 움트기 시작했고 이같은 자각은 지난 91년 총선결과로 그 형체를 드러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기존의 복지정책을 유지하겠다던 사민당정권이 패배,그 자리를 칼 빌트 총리의 보수당 연립정부가 메운 것.『이런 상태로 가다간 자식세대에는 중하위국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심각한우려를 기저에 깔고 빌트 정부는 집권 초반부터 개혁조치를 차례차례 실천에 옮겼다.진정한 복지국가는 튼튼한 경제력이 받쳐줘야 한다는 신념 아래 기존의 혼합경제적 색채를 과감히 탈색하고 자유시장경제체제쪽으로 방향을 고쳐 잡은 것이다.빌트 정부는 특히 기업의 이윤추구활동을 북돋우고 근로의욕을 고취하는데 체중을 실었다.공공부문 투자를 대폭 줄이는데도 심혈을 기울였다.세출의 과감한 축소를 단행한 것이다. 빌트 정부는 이같은 기본틀을 바탕으로 우선 실업수당을 90%에서 80%로 줄여 사회복지비용을 축소하는 동시에 실업에 둔감한 국민의식을 일깨웠다.또 병을 빙자해 결근할 경우 신고만 하면 이후 14일동안 곧바로 지급되던 보험을 둘째날부터 주고 액수도 깎았다.그전까지는 결근사유가 무려 16가지나 될 정도로 직장에 안나가기 일쑤였던 것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조치가 아닐 수 없다.직장에 나가지 않을 경우 불이익이 많아지자 결근율이 크게 줄었다는게 여란 로뒈 사회성차관의 설명이다. 로뒈차관은 『지금까지국민들이 복지정책을 악용한 측면이 많았다』고 진단했다.그러나 『장애자 등 실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과거보다 혜택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혀 「실질혜택」원칙을 포기한게 아님을 분명히 했다.그는 또 『일련의 정부조치가 복지비용의 축소와 함께 근로의욕을 되살리는 자극제역할및 기업의 생산활동 고양이라는 망외의 소득도 얻고 있다』며 『국민들도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후생부문과 각종 기금 줄이기도 정부가 힘을 쏟고 있는 분야다.로뒈차관은 이와관련,『공공부문에 소요되는 8백10억크로나(8조1천억원)를 줄이는 게 정부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65세부터 적용되는 현행 연금제도도 손질,66세로 올리고 앞으로 연금혜택과 관련,개인이 일정 부분을 납입하는 방안도 강구중에 있다. 정부는 또 복지비용과 맞물려 있는 심각한 예산적자축소문제도 경제회생차원에서 그 해법을 찾으려 하고 있다. 예산적자가 줄어들면 자연히 은행 이자율이 낮아지고 기업이 잘 돌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빌트 정부에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무엇보다 내년 총선에서 현 야당인 사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사민당은 익히 알려진대로 복지강화를 정책 기조로 하고 있다.따라서 빌트 정부는 이제껏 의욕적으로 전개해온 개혁정책이 후퇴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로뒈차관은 『어차피 사민당도 눈앞에 닥친 경제회생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데다 많은 개혁조치도 사민당과 협의,결정된 것들』이라며 낙관했다.
  • 새 대법원장에 기대한다(사설)

    김영삼대통령은 23일 새 대법원장으로 윤관대법관겸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지명하였다.김대통령은 그를 지명하면서 『사법부가 개혁을 통해 거듭 태어나서 법과 양심에 따른 판결로 이나라 국가기강을 세우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그의 지명에 대해서는 야당에서도 『무난한 선택』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터이므로 국회의 동의절차에도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윤지명자는 오랜 법관생활을 통하여 청렴결백을 수범하여온다.양심에 따른 소신의 판결을 함으로써 법관으로서의 위신을 지켜 내려오고도 있다.고시10회의 선두주자이면서 「법조계의 신사」로 통하는 그는 인화와 내부단결을 중요시한다.단호한 내면의 강을 감싸고 있는 소박하고도 온화한 성품으로 하여 선후배 모두로부터 존경과 신망을 받아오고 있음은 잘 알려진 일이다.그의 지명에 지역성이 고려되었다는 세평이 따르고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의 원융한 인간상이 사법부 수장의 자리에 이르게 했다고 함이 더 옳을 것이다. 국민들에게 한결 깊은 인상으로 그가 다가서는것은 89년10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직을 맡고 나서부터이다.여권의 서슬에도 좌고우면하지 않은 당당함은 「신념의 인」으로 비치면서 오히려 여권의 신망을 모았다고 할수 있다.그가 선관위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우리의 선거풍토가 크게 개선되었음은 국민들이 안다.말로만이 아닌 공명선거 정착의 기틀은 이제 다져졌다고 할것이다.지난해의 대선은 말할것 없고 그밖의 각종 선거에서 그가 중립적 자세로 선거관리에 임했음은 여야가 함께 인정한다.선관위 출범30년에 그 올바른 위상을 정립시킨 공이 그에게 있다.이와같은 업적이 높이 평가되었을 것임은 물론이다. 전임 김덕주대법원장이 재산공개 파문에 휘말려 자진사퇴했음으로 해서 사법부는 지금 뒤숭숭한 분위기속에 있다.그 상황에서 개혁을 해나가는 한편으로 국면을 수습 진정시켜야 할 양면의 과제가 그에게 가로놓였다.어려운 상황이 아닐수 없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실추된 사법부의 권위와 위신을 회복하는 일이다.누가 뭐래도 법치주의국가에서의 사법부는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마지막 보루가 아니던가.그 사법부의 권위가 서릿발처럼 서 있어야 한다.그래야만 나라의 기강이 선다.그래서 특별히 청렴이 요청되고 있기도 하다.청렴할때 비로소 법을 다룰수 있는 도덕적 자격을 갖추는 것이기 때문이다. 난제들이 쌓여있어 어려운 상황임은 사실이다.그러나 그의 경윤과 식견과 인품이 어울려 원만하게 다독이고 풀어나가리라 믿는다.그에 의해 힘있고 엄정하면서도 존경받는 사법부가 거듭나게 되기를 기대한다.
  • 새로운 좌표 “선진도덕국가”/김 대통령 국정연설에 담긴 뜻

    ◎과거 화해… 미래로의 전진 강조/실명제 보완 등 경제회생에 정책 비중 김영삼대통령의 21일 국회연설은 대통령 자신의 개혁을 향한 열정과 신념을 국민에게 전달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김대통령은 『이땅에 선진국가·도덕국가의 기틀을 마련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기를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꿈과 소원 모두가 오직 자랑스런 나라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김구선생의 말체를 인용하면서 대통령은 개혁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국민에게 알리려 노력했다. 이날 연설의 80%는 대통령 자신이 직접 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때문에 연설문은 어느때보다 「정치인 YS의 체취」가 강하게 묻어난다.연설문의 구성도 논리적이기보다 철학적이며 정치적 수사들이 많이 사용됐다. 국정전반에 걸친 언급에도 불구하고 실명제를 제외하고는 구체적 제안이나 비전의 제시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대통령의 연설문에는 유심히 봐야할 몇가지 대목이 암호문처럼 숨어있다.김대통령은 『과거에 대해 화해하고 미래를 향해 전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이는 대통령 취임이후 연설문에서 처음 발견되는 레토릭이다. 이발언의 지향점은 두군데로 이해되고 있다. 하나는 야당에 대한 것이다.전직대통령 증언이나 과거사 해석에 대해 더이상 연연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이다. 두번째는 대통령 자신을 향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사정이나 금융실명제,공직자 재산공개가 모두 과거지향적인 작업으로 이해되는 측면이 있었다.이러한 작업들이 미래를 위한 자기정비임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대통령 자신이 과거에 대해 화해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대통령은 같은 맥락에서 금융실명제에대해 또하나의 암호를 묻어두었다.진정한 목적이 실명제문화의 정착이며 미래지향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한점,실명자금의 비밀보장강조가 그것들이다.실명제는 이날 연설문에서 구체 정책에 관해 언급한 유일한 케이스다.때문에 이말의 의미는 확대 해석되어도 좋을 것 같다.실명제를 보완할 것임을 시사한것이다.정책적보완을 실명제정신의 훼손으로 치부했던 대통령으로서는 중대한 변화다.경제를 살리는 일에좀더 비중이 두어질 것임을 예견케 한다. 개혁단계와 관련해 연설이 미래에 초점을 맞췄는지 아니면 자기정비,즉 사정이 더 필요한 단계라고 했는가에 대해서는 수석비서관들간에도 의견이 엇갈린다.대통령 자신이 직접 쓴 부분이 많은 탓이다. 한 참모는 정치권에 대한 강한 자기혁신 요구등으로 미루어 사정의 계속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그러나 그도 『대통령이 「국민과 더불어 이제부터는 오직 전진만을 선언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한것이나 실명제의 미래지향적운용 약속등에서 미래를 위한 전진에 더많은 비중을 둘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해 전체분위기 해석에는 동일했다. 대통령이 이날 행한 정치권의 개혁에대한 바람에는 긴장이 느껴진다.그는 다른 곳도 아닌 국회 본회의장에서 그주인들을 향해 자기반성을 촉구하는 「비례」를 감수하면서까지 국회가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정치권의 변화요구에 대해서도 위압적이기보다는 호소하는 형식을 택하고 있음이 눈에 띈다.그는 연설서두에 9선의 국회의원이었음을 강조하고 정치역정의 애환이 이곳에 배어있음을 회고했다.또한 의회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대통령임을 강조함으로써 그의 정치개혁바람은 요구가 아닌 호소의 성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김대통령은 힘을 모아 건설해야할 신한국의 미래상을 「도덕국가」이면서 경제적인 선진국으로 묘사했다.도덕국가는 역시 이날의 연설에서 처음으로 사용된 것이다.그러면서 대통령은 공동체의식을 국민에게 요구하고 있다. 개혁에의 강렬함과 모두에 대한 따뜻함이란 두개의 메시지가 동시에 연설문을 일관하고 있다.양립이 어려운 두개의 메시지가 동반함으로써 해석상의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아마도 김대통령은 후보시절의 「따뜻하고 인정많은 할아버지」의 이미지가 「무서운 대통령」으로 변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듯하다.대통령은 그같은 변화가능성을 또하나의 변화로 극복하려고 하는것 같다.
  • 세계 일류 수준에 끝없는 도전/정정기(일터에서)

    하루 해가 떠서 하루 해가 지는 자연의 순리는 같을지라도 생활속에 묻혀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하루는 각기 다른 문제해결을 위한 변화의 하루가 이어지고 있으리라 짐작해본다. 나는 요즘 선경그룹에서 추구하고 있는 SUPEX수준 도달을 위해 무척이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우리의 SUPEX(Superexcellent)목표는 세계 일류수준보다 한단계 높은 수준으로 현재의 우리를 세계 일류회사의 수준위에 올려놓는 전사적인 운동으로,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위치(입체적 Location파악),일을 성공시키는데 필요한 핵심요소(KFS),핵심요소의 세계적인 수준과 우리 수준의 구명,세계일류 회사위에 존재하는데 필요한 현실의 문제점 파악 및 제거방안을 수립하여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우리의 목표는 새로운 목표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불굴의 신념과 의지가 필요할 것이다.시행초기 생소하게 느껴지기만 했던 SUPEX란 무엇인가.땀으로 상징되는 건설업체의 SUPEX란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되는 것인지,많은 의문과 의구심을 갖고 피동적인 자세로 접했던 SUPEX. 그동안 그룹차원의 교육과 자체 회의를 통해 모든 사람이 이해를 같이하면서 세계일류 수준이란 우리가 힘을 합해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에 도전하면 세계 일류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아주 단순한 결과와 시행후 그룹 여러회사의 성공사례가 발표되면서 진일보된 SUPEX 추구 바람이 내가 속해 있는 현장까지 불어 닥쳤다. 계획은 치밀하고 검사는 정확하게 그리고 가장 튼튼하고 안전하게,경제적인 원가로 공장을 건설해주는 경쟁력을 갖춘 세계 일류 건설회사를 목표로,그동안 그룹의 최대목표인 석유에서 섬유까지의 공장건설에 일익을 담당하며 끊임없는 도전정신으로 지내온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가슴 한구석에 뿌듯함이 담겨오는것 같다. 세계 일류 수준에 도달을 위해….
  • 예와 오늘의 남편과 아내와 땅과(박갑천칼럼)

    공직자 재산공개는 많은 화제를 뿌리고 있다.사람이면 대체로 추구하는 재산임으로 해서 관심이 높다는 것도 사실이다.별의별 가면들이 벗겨지는 것을 보면서 실망도 하고 배신감도 느낀다.사람의 입과 실제가 얼마나 다른 것인가도 한번더 확인하게 되는 것이 이번 재산공개이다. 주목을 끌게 하는 것중의 하나가 엄청난「내조」들이다.처가로부터 물려받았다는 재산이나 아내의 재산이 많은 것 아니던가.특히 법조계인사들의 경우는 세간에 나돈바 있는 「열쇠3개­5개」론을 밑받치는 것이기도 했다.그같은 재산의 대부분은 땅을 포함한 부동산이다.「땅투기 망국론」이 외쳐져 왔어도 그들 지도층인사들 안방 금고속에는 땅문서가 쌓여있었다는 말로 된다.이래서 불신시대의 불신감의 골은 한번더 깊이 패었다고 할 것이다. 언관으로서의 직언이 화근으로 되어 갑자사화)때 유배되었다가 이듬해 죽는 사람이 윤석보이다.오늘의 아내와 땅과 남편의 관계는 이 윤석보의 아내와 땅과 남편의 관계를 되돌아보게도 한다. 그가 풍기군수로 되었을 때 처자는 풍덕초가집에 머물게 했는데 춥고 배고파 살기가 어려웠다.아내 박씨는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비단옷을 팔아서 약간의 땅을 샀다.오늘날 같은 투기목적이라기보다 곡식이라도 좀 부쳐먹자는 뜻이었으리라.이말을 전해들은 윤석보는 다음과 같은 편지와 함께 땅을 돌려주라고 이르고있다.공직자가 땅을 사면 안된다는 신념이었다. 『옛사람들은 한자 한치의 땅이라도 더 넓히지 않음으로써 그임금을 저버리지 않았는데 지금 나는 대부의 반열에서 녹을 먹으면서 집안사람으로 하여금 땅을 사게 하는 것이 옳겠는가.백성과의 매매로써 나의 허물을 무겁게 하지마오』(연려실기술) 오늘날의 삶의 형태를 옛날의 그것과 비교할일이 못된다고 할 것인지 모른다.그러나 사람의 욕망이라는 것이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데에 생각이 미쳐야겠다.옛일에서 교훈으로 삼을 것은 삼아야 한다.그래서 일부 「땅사모님」들에게는 고려조 김부식의 어머니 이야기를 마저 들려드리고 싶어진다. 어느날 예종은 김부일·부식·부철삼형제가 모두 문장가로서 시종이 되었다하여 그어머니를 대부인으로 봉하는 한편 유사에게 명하여 해마다 곡식 40섬을 내리게 했다.이에대해 그 어머니는 사양하면서 이렇게 아뢴다. 『이미 여러아들 녹봉으로 봉양을 받고있어 국은이 큰터에 어찌 다시 후사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고려사절요)
  • 사정바람의 영향권(재산공개 공직사회:4)

    ◎사법부 수장의 도덕성까지 거론/“내년 새 진용 준비” 개혁동력 충전설/인위적 숙정 배제… 본보기 차원 징계 정관가에는 새정부가 공직사정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설득력있게 나돌고 있다.4월 고위 공직자 자진재산공개이후 많은 공직자들은 내년쯤 다시 공개하는 것을 희망했지만 청와대는 연내 재공개를 밀어 붙였다. 재공개이후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법에 따른 윤리위 실사는 12월초까지이나 정부는 사정기관의 조기가동을 가시화하고 있다. 9·10월에 걸쳐 상당수 비리의혹 공직자들을 솎아낸뒤 연말에는 대대적 당정개편이 있을 것같다는 추측이 끊이지 않는다.내년부터는 새로운 공직진용으로 다시 개혁의 추진력을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핵심인사들은 한결같이 프로그램설을 부인한다.법·제도에 의한 개혁의 조기 완비를 위해 윤리법개정을 서둘렀을 뿐이라고 설명한다.사정활동의 강화도 투기·부정은 척결하고야 말겠다는 기본의지에 따른 것이지 12월 개편등을 위한 사전 수순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 여부를떠나 현상은 어떤 목표를 향해 진행하는 느낌을 준다.재산공개결과 상당수 공직자가 된 서리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핵심인사들도 결과적으로 공무원 사회의 숙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부인하지 않는다.공직사회 동요가 우려된다해서 잘못된 것을 덮어둘수는 없다는 신념은 확고한 듯 보인다. 새정부 실세들의 구체적 언행을 봐도 정교한 시나리오는 없되 공직숙정은 임박한 것으로 이해된다.한 핵심인사는 재산공개 직전만 해도 『고위직은 지난번에 한차례 거쳤는데 별 일 있겠느냐』고 말했다.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파장이 있을 것 같다』는 쪽으로 돌아섰다.언론들이 의혹사실을 계속 적시하기 시작한뒤 누가 봐도 명백한 잘못이 드러난 인사에 대해서는 서슴없이 거명까지 해가며 『무언가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 인사의 언급은 김영삼대통령의 정치 스타일과도 일맥상통한다.사전에 의도는 없이 시작했다가도 대부분이 잘못을 지적하면 다소 무리는 있더라도 정면돌파를 해나가는 것이다. 앞으로 투기나 비리 의혹 공직자들의 잇단 사퇴가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이때의 자진 사퇴자는 주로 장차관급,청와대비서관등 고위직이 주 대상이 될 것이다.2급이하 공무원은 신분보장이 되어 있으므로 총리실 4행조실,각 부처 감사관실의 조사를 거쳐 적절한 징계절차를 밟으리라 보여진다. 현 시점에서 숙정의 범위를 속단하기 어렵지만 80년대초와 같은 인위적이고 대대적 숙정은 없을 것같다.「본보기」차원에서 대표적 의혹 공직자를 징계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고 여파가 그때에 비해 적은 것은 아니다.당장 실사대상으로 거론되는 행정부 공직자만도 2백여명선이다.거기에다 국회·사법부까지 포함,국가를 움직이는 파워 엘리트 집단 전체가 들썩거리고 있다.특히 사법부 수장의 도덕성까지 반공개적으로 거론되고 있어 그에 따른 모종의 조치가 곧 현실화될 수도 있다.재산공개에 따른 공직사회 개편이 어떤 모양으로 끝날지는 좀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 전 전대통령 대 국민 발표 전문

    친애하는 국민여러분. 새정부 출범과 함께 국민 모두가 심기일전해서 열심히 땀흘려 일하고 계신 이때,제가 새삼 재임중의 일에 관해 번거롭게 말씀을 드리게 된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요즘 일기가 불순하여 농사마저 어려워져서 농민 뿐만아니라 많은 국민의 걱정이 더해가고 있는 터에,그동안 정부가 두번이나 바뀐 6∼7년전의 일이 또 다시 시비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대해 그저 민망할 따름입니다. 평화의 댐 건설은 제가 현직에 있을때 대통령으로서 정책판단을 하고 결정했던 일입니다. 평화의 댐과 관련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지난 수년간 국회의 본회의와 관련 상임위원회,특히 1988∼89년의 국회특별위원회 등에서 되풀이 다루어졌고 더러는 일부 정당차원에서의 조사도 있었던 것으로 듣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시 평화의 댐 축조에 관계했던 공무원을 비롯한 관련자들이 필요한 자료와 함께 상세한 설명과 답변을 했던 것으로 알고있으며,저 자신도 1989년 12월의 국회증언에서 말슴드린바 있습니다. 그러나 근자에 이르러 정치권과 언론등에 의해 다시 평화의 댐에 관한 의혹들이 잇따라 제기되었고,저 스스로는 침묵으로 일관한 결과 많은 사실들이 왜곡인식되고 있으며,이것이 정부의 안보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우려도 없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안보와 관련된 문제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현상을 전직 대통령으로서 모른척 할 수 만은 없고,또 그것이 저와 관계된 사안인 만큼,이 기회에 평화의 댐 축조를 결정하게 된 경위와 배경에 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역사를 돌아볼때,조선왕조 선조임금때 일본에 갔던 통신사가 『일본이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고,율곡 이이선생이 10만양병을 제창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 다 아는 일입니다. 그때 이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면,비록 국고가 다소 축이 나고 민생이 어려워졌을는지는 몰라도 왜적의 침입을 받아 수년간 전국토와 백성이 유린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당파적 입장때문에 『침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잘못 보고한 통신부사의 말을 따른 결과 엄청난 국난을 자초한 셈이 된 것입니다. 만일 그때 10만의 군사를 길러 대비했으면 임진왜란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고,침략을 당했더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후세의 우리들은 어떤 선택이 옳았다고 해야 하겠습니까. 영세중립국도 군대는 갖고 있고,수 백년간 전쟁을 모르고 살아온 나라들도 만일의 외침 가능성에는 철저히 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1953년 휴전이래 북한의 전면남침이 없었다고 해서 40년동안 매년 국가예산의 3분의1을 방위비에 투입하여,북한의 전면전도발에 대비하도록 한 역대 대통령들의 정책판단이 단순히 「세금의 낭비」를 가져왔다고 비난할 수가 있겠습니까. 옛말에 『한나절 싸움에 이기기 위해 1천일에 걸쳐 군사를 기른다』(양병천일 용어일일)고 했는데,9백99일동안은 전투가 없었다고 해서 공연한 정성과 시간을 투입했다고 하지는 않는 것입니다. 국방문제는 본질상 그러한 측면이 있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 북한이 금강산주변의 산악지대에 길을 닦고 도수터널 공사를 하는 등 수상쩍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정보를 국내외 관계기관으로부터 처음 입수한 것은 1986년 초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어 같은해 4월에는 북한의 방송이 금강산 발전소계획을 확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뒤 저들이 댐 공사의 착수를 공식 발표한 10월까지 수개월동안 북한의 동향과 의도를 면밀히 주시,분석한 결과 금강산댐이 군사적 목적으로 만드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한 판단의 근거는 첫째 그들이 전력과 산업용수 확보를 위해 댐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화력발전소를 만들거나 다른 지역에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경우와 비교해서 전력생산단위가 3∼4배 높다는 계산이 나온 것입니다. 다음으로 댐이 완공되면 그들 주장대로 산업용수 확보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댐 건설로 인해 금강군등의 농경지가 수몰되어 22만t 정도의 미곡감산이 예상되는 바,이것은 채산성이 안맞는 얘기가 되는 것입니다. 또한 이처럼 경제성도 채산성도 없는 댐을 만들기 위해 그 험준한 지역에 인민무력부 주도 아래 수만명의 군병력을 동원해서 난공사를 강행하는 뜻은 분명히 군사적 목적 때문이며,그것은 우리에게 곧 수공의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당시 북한은 10만 병력의 상호감축을 제의했는데,이것도 감축된 병력을 댐공사에 투입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게 했으며,실제 그들은 5만명을 초기공사에 투입했던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북한공산주의자들이 얼마나 비상식적인 집단인가 하는 사실과,또 그들이 우리에게 기상천외 하고 악랄한 도발과 위협을 얼마나 많이 되풀이 해 왔는가 하는 점은 전 세계가 다 아는 일입니다. 6·25는 물론 1·21사태,남침용땅굴,아웅산 암살 폭파사건,KAL기 폭파사건 등 전쟁광이나 할 수 있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 바로 저들인 것입니다. 이처럼 수많은 전과가 있는 북한이 우리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움직임을 보인다면,그들의 숨겨진 의도가 무엇인가 따져보고 대비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더욱이 그들은 위에 열거한 사건 가운데 그 어느 것 하나도 자신들의 소행임을 인정하기는 커녕,모두가 우리의 자작극이라고 덮어 씌워왔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 다 아는 일입니다. 그러기에 북한이 서둘러 착공한 금강산댐이 인위적으로 폭파되거나 사고로 무너질 경우 한강수계에 큰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그들의 선의를 믿고 팔짱을 끼고 있을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설혹 「수공의도가 전혀 없다」는 그들의 말을 믿어 주고 싶다고 하더라도 그 믿음이 1백% 확실한 것이 아니고,다만 1%의 의심이라도 남는다면,그리고 그 1%가 우리의 생존권에 위협이 된다면 국가안보를 책임진 대통령으로서는 대응책을 찾아 보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더욱이 그 시기는 북한공산집단이 방송등 그들의 선전매체를 통해 『서울올림픽을 결코 수수방관하지 않겠다』고 되풀이 위협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북한의 고위당국자들이 「금강산댐을 만들어서 비상시에 문을 열어 놓으면 서울 시내에서 물에 잠기지 않는 아파트는 하나도 없다」「남조선 것들이 올림픽한다고 우쭐대지만 금강산댐만 만들어 놓는 날에는 서울이 물바다가 될것」이라고 공언했다는 사실을 귀순한 북한관리들이 증언한 바 있습니다. 10여일 전에 귀순했다는 북한군 장교도 엊그제 기자회견에서 「김정일이 인민무력부에 대해 인민군의 전투 준비완성에 큰 몫을 할 금강산댐의 건설을 지시했다」고 폭로했습니다. 그들이 귀순한 것은 제가 이미 퇴임하고 서울올림픽이 끝난 뒤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정권안보를 위해 금강산댐의 수공가능성을 조작했다」고 비난 받는 저를 변명해주기 위해 없는 말을 만들어 하지는 않았을 것 아니겠습니까. 국민 여러분. 오늘에 와서는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로 우리가 얻을 수 있었던 여러 이점들을 지난 몇년간 헛되이 흘려 보냈다는 반성이 있지만,어쨌든 서울올림픽이 우리의 국가발전과정에서 선진국 도약의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저는 지금도 확신하고 있습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서울올림픽을 반드시 성공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히 당시 우리의 시대적 과제요 국민적 합의였습니다. 아시아 경기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1986년에서 올림픽 때까지의 그 엄청났던 민족적 열의와 고조된분위기가 너무도 허무하게 사그라져 버린 오늘의 시점에서는 실감하기 어렵지만,그때 우리는 올림픽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세였습니다. 1980년 모스크바 대회와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를 연달아 반쪽 올림픽으로 치른 국제올림픽 관계자들도 혹시나 서울올림픽마저 북한의 방해때문에 실패하지 않을까 크게 걱정하고 불안해 했습니다. 냉전체제가 해체되고 소련을 비롯한 동구가 붕괴된 오늘의 상황에서도 북한의 호전적이고 경직된 자세는 변함이 없지만,1986∼87년 당시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승천하는 용」이라는 찬사와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던 우리와의 체제경쟁에서 결정적 열세에 몰린 나머지 극도의 초조감에 빠져 있었던 것입니다. 국운이 뻗어 오르던 그 소중한 시기에,만에 하나라도 북한의 침략기도를 사전에 봉쇄하지 못해서 전쟁이 일어날까봐 애를 태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국가안보를 확고히 해야 할 대통령으로서 최악의 상황,있을 수 있는 모든 위협의 가능성까지 철저히 점검해야 했습니다. 국민 여러분. 정부가금강산댐에 관해 처음 발표할때 2백억t이라고 한 것은 정보입수 초기에 댐건설 현장으로 추정되는 위치의 지형자료등을 토대로 계측한 그 지역의 용적의 최대치라고 이해했으며,나중에 외국전문기관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와도 일치한 것으로 보고 받았습니다. 북한이 겉으로 내세우는 건설목적과 규모야 어쨌든 일방적 댐건설이 공유하천이용에 관한 국제관례에도 어긋나는 일인 만큼 정부로서는 공사를 중단하라고 여러차례 촉구하였습니다. 금강산댐이 그들 주장대로 전력과 산업용수를 얻기 위한 것이라면,우리 쪽에서 전력을 공급하는등 충분한 보상을 해 주겠다는 대안도 제시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우방 여러나라는 물론 국제연합과 세계 대댐 학회등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의 일방적이고 무모한 댐건설을 중지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였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의 이러한 모든 제의를 묵살한 채 공사를 강행하였습니다.그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선택이 무엇이 있을 수 있었겠습니까. 전쟁을 각오하고 금강산댐 공사현장을 폭격할수는 없었던 것 아니겠습니까. 불가피하게 정부는 대응댐의 축조를 결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측이 공사에 관한 사항을 극비에 부치고 있어서 그 시점에서는 댐의 정확한 위치나 규모등을 모두 추정밖에 할 수 없는 형편이었고,따라서 우리측도 대응댐에 관해 실무자사이에 여러가지 다른 의견들이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대응댐 공사를 2단계로 나누어 추진하자는 데는 쉽게 합의를 보았습니다. 다시 말해 1단계로는 우선 북한이 3억t 정도 가물막이 공사를 끝냈을때의 위력에 대비하는 규모로 댐을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1984년 홍수때의 수량 9.4억t과 북한의 가물막이댐 3억t을 합쳐 12.4억t 정도의 수량이 될 것인바,이에 대응하는데에는 평화의 댐 5.9억t과 화천댐등 기존댐의 수위조절 저수량 7억t을 합친 12.9억t으로서 최소한의 응급책은 된다고 계산한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2단계공사는 금강산댐의 최종적인 규모를 확인해가면서 그들의 공사 진도에 맞추어 추가하여 순차적으로 추진할계획이었던 것입니다. 현재 1단계 공사가 끝난 상태로 있는 평화의 댐이 물을 담고있지 않은 모습으로 있어서,일부에서는 「막대한 국민성금을 삼긴채 쓸모없이 서 있는 거대한 시멘트 구조물」이라고 비판적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만,덩그렇게 그런 모습으로 서 있는것 자체가 평화의 댐의 본래의 「쓸모」인 것입니다. 발전을 하거나 산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댐이 아니라 유사시 북으로부터의 수공을 막는 일종의 「방벽」의 성격이 그 1차적 기능인 만큼 일반적인 댐의 모습과 같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최근 대전 엑스포 현장에서도 몇시간의 호우로 인해 적잖은 지장을 초래했었고,서울의 한강변은 몇년에 한번씩 홍수가 져 큰 물난리를 겪는것이 우리 실정인 것입니다. 1984년 홍수때에는 서울을 보호하기 위해 소양댐이 범람하고 파괴되더라도 수문을 열지않고 버텨야 하느냐,아니면 서울이 물바다가 되더라도 수문을 열어야 하느냐하는 심각한 기로에 섰던 일도 있었습니다. 그 당시와 비슷한 상황에서는 2백억t이 아니라 수억t만 더 쏟아져내려와도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인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금강산댐으로부터 2백억t의 물이 쏟아져 내려오거나 70억t의 물이 쏟아져 내려오거나 서울이 마비될 정도의 피해를 입게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1단계 공사를 조기에 착공한 것은 북한이 초기에는 5만 병력을 투입했으나 1986년 가을에는 15만명의 투입을 결정하는등 공사를 급히 서두르는 징후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들의 이러한 동향은 단기적 군사목적에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보았고 그것은 곧 서울 올림픽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하는 우려를 갖게 한 것입니다. 당국의 분석으로는 3억t 정도의 저수량인 가물막이 댐은 북한이 5개월 안에 만들수 있다는 계산이었고 따라서 정부로서는 올림픽이 열리는 1988년 우기이전에 최소한 10억t 안팎의 수공만이라도 막을 수 있는 5.9억t 규모의 1단계 댐을 조기착공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일부 잘못 알려져 있듯이 공사를 하다가 흐지부지 중단된 것이 아니고,예정했던 1단계 공사는 당초 계획대로 1988년 6월에 완공된 것이며,현재도 공사가 계속되고 있는 북한쪽의 공사진도에 따라서는 2단계 공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계획이 서 있는 것입니다. 초기 단계에서는 화천댐등 우리의 기존댐만으로도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평화의 댐은 불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으나,그것은 비현실적인 얘기라는 반론이 제기되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다시 말하면 북한의 수공에 대비해서 우리의 댐들을 모두 비워놓고 있어야 하는데,그로인한 경제적 손실은 평화의 댐을 만드는 비용보다 더 많을 뿐 아니라 화천댐은 수공을 받으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지질학적 분석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제가 듣기로는 지난해에만 해도 김일성과 김정일이 금강산댐에 관한 교시를 발표하고 건설사령관인 인민무력부장에게 군병력의 집중투입을 지시하는등 직접 공사를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금강산댐과 수공위협의 가능성은 분명히 실체가 있는 것입니다. 평화의 댐이 지금은 우리의 시급한 관심사가 아니라고 해서,또 평화의 댐을 건설할 수 밖에 없었던 당시의 상황을 지금에 와서는 실감할 수 없다고 해서 그때의 일들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속에 지난 일을 오늘의 상황과 기준에 서서 따질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단임의 실현으로 우리 헌정사상 초유의 평화적 정부이양을 이룩하는 것이 저에게 부하된 최대의 역사적 사명이라는 신념을 시종일관에서 지켜왔고 또 실천하였습니다. 평화의 댐 건설을 착공할 당시 저로서는 잔여 임기를 불과 1년 남짓 앞둔 시기였습니다. 당시의 시국이 다소 어려웠다고 하더라도,있지도 않은 북한의 위협을 날조해가면서까지 1년 남은 정권을 유지해야 할 만큼 그렇게 허약하고 부도덕한 정부는 아니었다고 저는 믿고 있고 또 주장하고 싶은 것입니다. 6·25때 「맥아더」원수가 막료들이 모두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천상륙작전을 결행해서 전세를 일거에 역전시킨 일도 있듯이,최고결정권자는 국가의 이익과 백년대계등을 종합적으로 생각해야하기 때문에 부분적 진실에만 집착하기 쉬운 특정기관이나 특정인의 판단에 구애받아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평화의 댐과 관련한 사항도,모든 정보보고와 판단자료를 제가 검토하고 심사숙고해서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지시한 것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혀 두고자 합니다. 끝으로 한가지 간절히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1988년과 1989년 국민 여러분에게 말씀드리는 기회에도 호소한 바 있습니다만,지난 날의 허물과 잘못은 모두 저에게 물어 주시고,이제는 밖의 세계로 눈을 돌리고 미래를 지향하면서,보다 살기 좋고 훌륭한 나라를 만드는데 매진해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비록 재임중 과오도 많았고 부덕하고 불민한 이 사람이지만 그 점만은 국민 여러분께서 믿어주시기 바랍니다. 경제성도 없는 금강산댐을 빨리 만들라고 오늘도 인민무력부장을 다그치고 있는 김일성 부자가 그 대응댐을 만든 전직 대통령의 「저의」를 거듭거듭 따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에 생각이 미치면 안타깝고 답답해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덧붙여거듭 강조해서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제가 재임중에 정부와 공직자가 한 모든 일은 그것이 어떤 경로로 입안되어 어떻게 실행되었든,그것은 최종보고받고 결정하고 지시한 것은 대통령이었던 저였습니다. 따라서 그 책임은 비록 퇴임한 후인 지금에 와서도 모두 저에게 귀착된다는 사실입니다. 일부 실무자나 전문가들의 보고,건의와는 다른 내용의 결정을 내린 경우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전두환씨 감사원 회신(전문) 1,본인은 1993년 8월16일자 귀원의 「평화의 댐 감사관련 질문서를」를 받고 본인이 취할 수 있는 합당한 대응방법에 대하여 원로들과도 의견을 교환한 바 있습니다.그런데 법률적 문제에 대하여 조언을 해준 분들은 대통령 소속하에 있는 감사원이 대통령의 정책결정의 배경·경위와 타당성에 대하여 직무감찰을 하는 것은 헌법 제97조와 감사원법 제24조의 규정내용에 비추어 볼때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밝혀 주셨습니다. 뿐만아니라 헌정사의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스럽지 못한 선례가 된다는 점을 우려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귀하도주지하고 계시겠지만 대통령의 국법상의 행위는 문서로써 행하여 지는 것이 원칙이며 평화의 댐에 관련된 정책결정 역시 관련 부처에서 작성된 문서로써 행하여 졌습니다. 따라서 귀원의 감찰활동상 필요한 자료와 사실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보관중인 관련문서를 통하여 확인하는 것이 순리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평화의 댐과 관련한 문제에 대하여는 지난 수년간 국회차원에서도 다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자에 이르러 또다시 세간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자칫 정부의 안보정책에 대한 불신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에 본인은 대통령으로서 평화의 댐 축조를 결정한 배경과 경위에 대하여 모든 국민에게 아는대로 설명드려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별첨한 「평화의 댐에 관하여」는 이러한 목적으로 작성된 것입니다.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이제 법제도 관행 의식의 개혁으로(사설)

    순수 문민출신 김영삼대통령의 새 정부가 닻을 올린지 오늘로 꼭 반년이 된다.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결단으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 기간이다.변화와 개혁의 틀을 마련한 뜻깊은 기간이기도 하다.『십년이 지난것 같다』는 대통령의 말에 동감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체감되는 변화는 혁명적이라고 할만하다.입장과 시각에 따라 평가가 다르겠지만 큰 줄기로 볼때 변화와 개혁의 활주로를 달려 세계속의 선진국 건설을 향해 이육한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10년같은」 개혁 6개월 우리는 개혁6개월의 이 시점에서 앞으로 계속적이고 성공적인 개혁을 위해 변화의 역사적 의미를 따져보고 차분히 개혁을 지속시켜 나갈 새로운 각오를 모두가 다져야 한다고 믿는다. 김대통령은 취임초 권위주의 잔재의 표본같은 이른바 안가를 헐었다.그 자리에는 시민공원이 세워졌다.그리고 일제식민잔재의 상징인 구총독부건물도 헐고 새로운 중앙박물관을 짓도록 했다.이들 사례는 낡은 형식과 내용을 깨고 새로운 틀과 내용을 채워넣자는 개혁방향의 표상이다.잘못된 헌정사와 민주사를 청산하는 것은 올바른 미래역사를 건설하는 바탕이 된다. 군을 비롯한 인사개혁과 부정부패척결을 위한 사정 그리고 정경유착의 단절선언 역시 같은 맥락이다.「군정종식」은 이미 완료되었다.그토록 어렵게만 보였던 한 세대간의 권위주의시대를 청산하는 일이 불과 반년만에 이루어지고 선진국수준의 깨끗한 문민정치를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과거같으면 수차의 정치불안과 헌정위기를 겪었을 청산과정이 안정속에서 이루어졌음은 선진적 정치가 정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6개월전만 해도 과연 민간인출신 대통령이 문민화의 시대적 과제를 감당할수 있겠는가 하는 걱정이 있었다.그리고 권력을 잡은 대통령이 정치비용의 조달을 위해서도 개혁을 제대로 할것인가 하는 불신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이런 불신과 우려는 옛날 일이 되고 있다. ○깨끗한 정치 투명한 사회 한푼의 정치자금도 받지 않겠다고 한 대통령의 말은 정치적으로 그냥 해본 말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중단없는 개혁이라는 다짐도 마찬가지다.김대통령에 관한한,도대체 옛날 상식이 통하지가 않는 것이다.재산공개가 그랬고 금융실명제의 전격실시에 이르러서는 대통령의 개혁의지에 모두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역사상 리더십에 밀려서 마지못해 하는 개혁은 실패하고 진정으로 원해서 이끌어가는 개혁은 성공한 예가 많다.그런 점에서 문민정부의 개혁6개월은 적어도 비전과 신념을 가진 대통령과 절대다수의 국민지지가 결합함으로써 개혁이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이 성숙된 기간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들 지금까지의 개혁은 대통령이 혼자 하는 인치였다고 한다.대통령의 과단성과 파격성에 의한 전격적 추진방식 때문이라는 분석이다.개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의 필요도 있었다.이제 대통령의 개혁의지와 노선은 분명해졌다.법과 제도의 개혁,모든 관행과 의식과 생활의 개혁단계로 들어서고 있다.대통령의 강력한 단독드라이브에 모두가 동참해야 된다는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금융실명제의 실시가 그것을 말해준다.그것은 깨끗한 정치,정의롭고 투명한 선진경제사회를 만드는 공정한 틀이며 의식과 관행 그리고 제도개혁의 총체적 시험대다.그러나 실명제에 대한 80%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사회 일각의 불안감도 없지 않다.개혁으로 피해를 보는 방해세력이 개발하는 교묘한 역선전 논리 때문일 수도 있다.개혁의 총론적 명분에는 찬성하면서도 각론의 이해관계에는 저항하는 모순된 심리때문인지도 모른다.대통령이 너무나 앞서가기 때문에 따라잡기 어려워서일 수도 있다. ○미래지향 신바람의 동참 우리가 보기에 적어도 대통령을 지지해온 중산층이 불안과 두려움을 느낄 필요는 없다.대통령의 개혁은 과감하고 획기적인 내용이지만 안정희구세력의 뜻을 모아 상식과 합리로 문제를 풀어가자는 것이다.한마디로 안정속의 개혁이다.그러므로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안정희구세력이 개혁의 중추로 나서야 한다.그들의 미래지향의 창의와 동참은 신바람나는 개혁풍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러자면 대통령의 개혁의지와 중산층을 연결시키는 선도세력이 맡은바 역할을 다해주어야 한다.진실로 과감한 발상전환이 있어야 한다.국회와행정부의 정치인,공직자들이 국민이 생활속에서 개혁의 결실을 피부로 느끼고 향유케하는 개혁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과거 권위주의시대의 행정편의 위주로 돼있던 법과 제도의 경직성에서 벗어나 국민편익위주의 제도개혁으로 가야 한다.장기적인 안목에서 행정개혁·교육개혁 등 개혁의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업인과 언론인 지식인등 이 사회의 지도층이 소리에서 과감히 벗어나고 개혁에 따르는 사소한 불편함쯤은 감수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세계화 개방화 인간화의 길이 개혁이다.통일과 선진의 새로운 세기는 그리 많은 시간이 남지않았다.미래지향 개혁의 당위성이 바로 거기서 찾아진다고 할것이다.
  • 암기식 탈피 탐구교육 전기로/「수능」 첫 실시 의미와 과제

    ◎통합교과서 개념 정립… 일단 합격점/문제점은 수용… 보완대책 마련해야 「교육정상화」의 기치를 내건채 지난 85년이래 8년이나 산고를 거듭해온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드디어 그 얼굴을 드러냈다. 그동안 숱한 논란이 있어왔지만 어떻든 새 대학입시제도를 탄생시킨 것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새 제도가 어떻게 정착되느냐에 의해 우리나라 초·중·고 학교교육이 가닥을 잡아나가게 될 것이다. 또 이번 시험은 해방이후 10차례나 큰 변혁을 겪어온 대입제도가 그 시행착오의 역정을 일단락짓고 정상궤도에 진입할 수 있는지를 판가름할 계기이기도 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당초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병폐인 입시위주교육에서 탈피,통합교과서적 출제를 통해 학생들이 종합적 사고력등 고등정신능력을 계발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즉 주입식 암기위주교육의 폐단과 과외열병을 해소시켜 학교교육정상화의 길을 찾자는 것이었다. 이에따라 교육·행정및 사회적으로 많은 연구검토가 이뤄지고 여러차례의 검증과정도 있었으나 일각에서는 「교육개혁」에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았었다. 입시위주의 관행에 깊이 물들어 있던 학교현장에서는 「어떻게 가르치고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으며 학원·출판업자·과외강사·고액과외가 가능한 학부모·일선학교의 입시전문교사등 이른바 교육계 기득권층으로부터도 반발이 있었다. 게다가 시험의 난이도·변별력·횟수·계열분리등 기술적인 문제들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그러나 새 제도의 도입을 추진한 사람들은 『교육제도의 진화과정에서는 일시적인 금단현상도 있게 마련』이라며 『입시위주교육의 퇴치는 교육개혁의 첫번째 과제』라는 신념을 고수했다. 새 제도에 의한 첫 시험은 일단 합격점을 얻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선 학교교육에서 기존 개별교과서간의 장벽을 허물고 「통합교과서」라는 새로운 개념을 정립시킨 것으로 보인다. 심재기출제위원장이 밝힌대로 단세포적 암기학습은 더이상 효과가 없음이 드러났다. 즉 졸업하자마자 금세 잊어버릴 학습은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시험의 출제에서는 입시교육보다는 산교육,주입식 학습보다는 자발적학습,암기력보다는 사고력등을 지향하는 경향이 뚜렷했으며 학교교육과정에서 교과서 학습이외에 독서·토론·여행·실험 심지어 오락분야까지 필수적임이 밝혀졌다. 나아가 일선현장에서 담당과목이라는 울타리를 굳게 쌓고 있던 교사들에게도 다른 과목의 공부를 더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웠다. 반면에 첫 시행의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앞으로 시험전체에 대해 상당한 비판이 제기될 것은 자명하다. 이의 겸허한 수용과 보완이 필수적이다. 교육정상화의 이정표를 세우는데에는 수험생·학부모·교사등 교육계는 물론 사회전반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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