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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지로 본 1940년대 문단秘史](9)월북작가 김남천

    편지를 잡문 차원에서 본격적인 문학 토론의 마당으로 격조있게 끌어올린 사람은 김남천(金南天,본명 孝植·1911∼?)이다.평남 성천군청에 근무했던 아버지나,일본 유학중 결혼하게 된 첫 번째 부인의 아버지가 성천 군수였다는 사실은 김남천의 가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육중한 몸매에 미남이기도 했던 그는 일본 호세이(法政)대 시절부터 좌익운동에 투신,당대 운동권의 주역 임화,최승희의 남편 안막 등과 도쿄에서 카프 활동을 전개하면서 일약 지도적 인물로 부상한다. 이후 그의 이름은 언제나 임화와 나란히 붙어 다니면서 카프 후반기를 제압하는 주역으로,비단 문학활동만이 아니라 평양고무공장 파업(1930년)에 참여하는 등 현장성 강한 운동으로 제1차 카프 검거(1931년 8월)때 2년 실형을 선고 받았다. 1933년초 병보석으로 출옥하나 두 딸을 남겨둔 채 아내가죽어 조신하던 터라 이듬해 카프 제2차 검거 때는 구속을 면할 수 있었다.1935년 평양에서 상경한 그는 임화,김기진과함께 경기도 경무부에 카프 해산계를 제출하여,10년에 걸친한국문학사에서 카프 시대에 종지부를 찍었고,이 사실 때문에 이들 셋은 두고두고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여운형이 발행인이었던 조선중앙일보(1933년 2월 창간)에입사했던 그는 근대 민족언론사의 획을 그었던 손기정 일장기 말소사건의 간접적인 피해자가 된다.베를린 올림픽(1936년 8월1일)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의 사진을 국내에 처음소개한 것은 8월 25일자 동아일보였고,이 사건으로 사회부장이었던 작가 현진건이 언론계를 떠난 이야기는 다 아는 사실이다.신문사 끼리의 경쟁심리 때문에 조선중앙일보는 손기정 가슴에 새겨져 있는 일장기를 없애고는 그 위에다 희미한태극까지 부각시켜 자진 휴간(9월5일)을 거쳐 아예 폐간되었다.바로 김남천의 실직 사연인즉슨 이러하다.이즈음 그는 창작과 비평의 양수잡이로 맹활약하면서 문단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는데,최정희에게 보낸 편지는 이런 내막이 담겨있다. 그는 최정희의 소설 ‘흉가’에 대하여 월평 ‘여류작가의난관과 ‘흉가’ 검토의 중점’(조선일보 1937년 4월8일)에서 기대와 비판을 동시에 가하고 있다.당시 김남천의 태도에 대해서는 출옥후 이미 전향했다는 관점과,탄압 속에서도 꾸준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을 고수했다는 주장이 다 있는데,이 편지로 미뤄볼 때 후자 쪽의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다. 문학사적으로 매우 의미있는 글이다.김남천의 비평활동에 불만을 품은 작가들은 많았는데,편지에서 가장 노골적으로 그를 비난한 건 극작가 김진수(金鎭壽.1909∼1966년)였다.평남 중화군 출신인 그는 릿교(立敎)대학 졸업 후 만주국 간도성 연길현(延吉縣) 용정가(龍井街) 은진(恩眞)국민고등학교에근무(1938∼45년)했다.1920년 캐나다인 부두일(富斗一)이 창립한 이 학교는 송몽규 문익환 윤동주가 다녔던,민족의식이강한 명문교인데 1946년 ‘룡정중학’으로 병합되어 오늘날중국 동북지역의 관광명소로 남아있다. 그가 최정희에게 보낸 편지지는 바로 이 학교 공문서 서식용지이며,내용은 김남천의 평문 ‘동시대인의 거리감-9월 창작평’을 화두로 삼는다.최정희의 ‘지맥(地脈)’을 언급한이 평문이 김진수에게는 무척 못 마땅했었던 것으로 썼지만속내는자신의 분풀이가 더 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글을 쓴 날자가 9월28일,책방에서 ‘문장’지를 샀다면서 그는 김남천을 한껏 물어뜯는다.누가 읽어도 편견과 속좁음이 느껴지는 이 글을 왜 썼을까.김진수는 일본 유학시절부터 황순원등과 학생예술좌를 창립(1935년),연극활동을 했는데,문단활동은 극예술연구회(1931년 김진섭 유치진 이헌구 등이 창립) 공모에서 장막극 ‘길’이 당선(1936년)되고서였다.그가 단막극 ‘향연’을 ‘조광’에 발표한 것은 1938년 11월호였는데,김남천은 발 빠르게 조선일보 창작평 ‘미성년의 문학-김진수와 권명수’(1938년 11월11일)에서 “극연(劇硏) 당선작가(불행히 나는 당선작을 읽지 못했다)김진수씨의 희곡 ‘향연’을 읽고 나서 나는 이 분이 미혼자가 아닌가 하고 생각하였다”는 서두로 시작하여 그리 탐탁찮은 평을 가해댔다. 김남천에 대한 유감은 아마 이때부터 똬리를 튼 것 같다. 불만은 또 있다.김진수는 애시당초 문학에서 사회니,민족이니 하는데는 별 관심이 없었다.그러나 김진수의 울분 속에는 나름대로의 심미안이 탄탄하게 드러난다.작가 최명익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바로 김진수의 미학적 체질을 엿볼 수있는 대목이다.친일작가 장혁주와 최대의 친일평론가 김문집은 긍정하면서 김남천에 대해서는 못마땅하게 비꼰 김진수가 8·15 후에 어떤 자세를 취했을까는 물으나마나다.“유치진과 더불어 해방 이후부터 50년대 희곡계의 주도적 세력이었던 보수주의적 극작가들의 보편적인 유형”(박명진 ‘한국희곡 이데올로기’)이었다는 게 정평이다. 김진수에게 그렇게도 못 마땅했던 김남천은 8·15 후 임화와 함께 화려하게 재기,그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다가 월북,남로계의 몰락으로 남북한 문학사의 지평으로부터 사라져버린 별이 되었다.통일은 아마 이들의 복권과 더불어 다가 올것이다.역사는 어떤 탄압으로도 그 흐름을 막을 수 없다.평북 의주에서 태어나 니혼(日本)대학을 중퇴한 정비석(1911∼1991년)이 ‘성황당’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1937년)되어 상경을 꿈꾸다가 매일신보 기자가 된 것이 1941년 10월이니,그가 최정희의 소설 ‘인맥’(1940년 4월)을읽고 감동하여 보낸 편지는 이즈음의 것이다.그가 상경 직전 있었던 곳은 평북 용천군.황해도 연백 출신으로 백천(白川)온천을경영하며 많은 문인들에게 휴식을 제공했던 장만영(1914∼1975년)은 뭔가 최정희와 토라짐 같은 게 내비치는 사연을 담고 있다.마음껏 상상의 날개를 펼쳐 보시라. 이렇게 한쪽에서는 싸우며 고뇌하는 다른 한쪽에서는 그 고뇌하는 사람들에게 욕설을 퍼붓고,또 어느 다른 곳에서는 친일에 열을 올려 그 대가로 호사를 누리는가 하면 어느 곳에서는 유유자적 즐기고 있는 속에서 역사는 흐른다.이럴 때대체 남도출신 문학인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지냈을까.김동리(金東里,본명 始鍾·1913∼1995년)는 이 무렵 참담한 심경으로 경신학교에다 휴학계를 내고 형 범부(凡父,1897∼1966년)가 살던 부산으로 내려갔다.동양사상의 대가인 이 당대의 수재이자 기인인 범부가 어렵사리 꾸려가는 살림살이에 얹히게 된 동리는 영도다리에 떨어져 죽어 버릴까도 생각했으나,어찌 연이 닿아 형이 은신처로 삼았던 경남 사천군 다솔사(多率寺)로 거처를옮긴 게 1935년이었다.신춘문예 당선상금을 밑천 삼아 창작에 몰두하겠다는 결의였다. 김종직(金宗直)의 17대손인 이들 형제의 성공담에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없지 않다.무오사화에 얽혀 부관참시형을 당한점필재 김종직의 후손들은 그 화를 피하여 월성군 서면 계림골로 숨어들어 정쟁을 피하곤 했다.이런 문중일수록 풍수지리에 밝아 김동리의 할아버지도 선산을 보유했는데,한 권세가가 그 터에다 묘를 쓰자 그는 겁도 없이 그걸 파헤쳐 버렸다고 전한다.권세가는 할아버지를 귀양보냈는데 돌아와서는또 그 권세가의 무덤을 파헤쳐 다시 귀양,또 귀향하여 파헤치기를 세 번 되풀이하자 세도가의 기가 꺾여 포기했다는 전설 아닌 사실이 전한다.그 할아버지의 본댁은 이 와중에서자살해 버렸고 재혼하여 얻은 아들이 김동리의 아버지 김임수(壬守)이다.권력의 피해를 입으면 이를 피하거나 동경하거나 혹은 도전한다.아니면 이 세가지를 다 겸하기도 한다.김동리 일가가 지녔던 이런 가풍은 그의 문학과 무관하지 않다.샤머니즘적 인습에서 가장 먼저 기독교로 입문한 것은 어머니였고,그녀의 영향으로 동리는 경주 제일교회 부속학교를나와 대구 계성학교에 다니다가 서울의 경신으로 전학했지만 중퇴했다. 다솔사에서 이내 해인사로 거처를 옮긴 김동리는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자 약간은 들떠서 상경하나 이 시골뜨기 신인에게 인정을 베풀기에는 당시 경성(京城,현 서울)문단은 너무 재재다사(才才多士)에다 각박했다.같은 해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동료인 서정주와 어울리면서 울분을달래던 그는 이듬해에 다솔사가 세운 광명학원 교사로 내려가게 된다.처음에는 다솔사에 기거하며 광명학원까지 걸어다니던 김동리는 그 지방의 몰락 토호집에 하숙하다가 그 집 딸 김월계와 결혼(1938년),학교 부근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이때 그는 쇠약과 우울증으로 수필 한 편도 쓸 수 없었던 지경인데도 선비의 후예다운 기개를 보여준다. “현실적으로 아무리 큰 불평이 있더라도 내 자신의 신념이,일테면 천지의 정기(正氣)와 통하는 것이라고 철칙같이 믿고 있으니까,그른 것은 현실의 그것이요,그 그른 현실은 천지의약속에 따라 시정될 것이라고,이건 ‘만만디’식이라고 웃으실는지 모르지만 여기엔 조곰도 독기(毒氣)가 들어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그러니까 말하자면 결코 염세자(厭世者)도 아니겠습니다.”이 편지들은 대략 1940년부터 1943년 그가 징용을 피해 사천읍에서 양곡조합 촉탁이 되기 이전에 보낸 것들인데,입장이달랐던 선배에게 꺼내기 어려운 화두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이만큼한 절조 위에서라야 순수문학은 제 자리를 찾을 수있을 터이다.그의 발신지 주소는 정확히 ‘사천군 곤명(昆明)면 원전(院田)' 이다. ▲임헌영 문학평론가·중앙대 겸임교수
  • [사설] 해임안 표결 당당하게

    국회는 오늘 본회의를 열어 한나라당이 발의한 임동원(林東源)통일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표결 처리할 예정이다.8·15평양 방북단 일부의 돌출행동 파문으로 빚어진 임 장관 거취문제는 가부간에 일단락되겠지만 그 파장은 실로만만치 않을 것이다.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 문제를 비롯,정치권이 향후 개혁과 보수로 재편될 가능성에 이르기까지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여야 의석분포 등에 비추어 해임안이 가결될 공산이 크나 만약 그럴 경우,‘2여 DJP 공조’는 사실상 붕괴될 것이다.공동 정부는 와해되고 ‘이적(移籍)의원’들의자민련 탈당 및 민주당 원대 복귀로 자민련의 원내 교섭단체는 해체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존 정치권은 심대한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이번 임 장관 해임안에 대해 청와대와 민주당은 현 정부가 추진해온 대북 포용정책과 남북 화해협력 등 민족의 장래 문제가 걸려있는 중대 사안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반면자민련은 방북단 파문에 대한 주무 장관으로서의 인책이며,내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 등을 염두에 두고 당의 노선을 보수주의로 분명하게 밝혀두자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보인다.특히 자민련은 ‘표결과 공조’는 별개라면서도 “표결 이후에는 공조가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등 앞뒤가 맞지 않은 말을 하고 있어 이제 2여 공조는 물건너 간것으로 이해된다. 우리는 누차 지적했듯이 햇볕정책은 적대적 관계의 남북분단을 극복하고 민족공동체를 회복하는 거의 유일한 길이다.그런 의미에서 임 장관 해임안 표결 문제는 단순히 여야,정파 간의 국내 정치문제라기보다는 앞으로의 남북관계전개와 직결된 민족문제라고 할 수 있다.또 9,10월은 남북한과 주변 4강의 정상들이 교차적으로 연쇄회담을 갖기로돼 있어 시기 면에서는 국제적인 고려 요소도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제반 사항에 비추어 국회의원들은 각기 민족 앞에서 역사적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표결에 임해주기 바란다. 이번에 경위야 어떻든 여야가 해임안을 당당하게 표결에부치기로 한 것은 의회정치 발전 측면에서 진일보 한 것이다.여야가 대립할 때 당수뇌들끼리의 밀실 흥정이 아니라개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투명하고 떳떳하게 정치적의사를 표결로 밝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차제에 의원각자가 당론의 족쇄로부터 벗어나 양심과 신념에 따라 표결을 하는 자유투표제를 확대해 나갔으면 한다. 집권당인 민주당도 비록 원내 다수 의석을 확보 못한 소수 정권의 한계는 있겠으나 ‘어설픈 공조’에 연연하지말고 국민을 직접 상대하는 정치를 펴야 할 것이다.이렇게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개발하고 공론에 부쳐 여론화하는 등 국정운영의 틀을 일대 전환해야할 것이다.
  • 에듀토피아/ 대입 심층면접 대비 이렇게

    지난 1일 서울시립대를 시작으로 각 대학의 2학기 수시모집 면접구술고사의 막이 올랐다.1학기에 이어 이번 수시모집에도 지원자가 대거 몰려 고려대 6.9대1,한양대(서울) 36대1,경희대 9.65대1,이화여대 8.05대1 등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면접구술고사는 1학기 수시모집에서 최대 절반 정도의 당락을 뒤바꿀 만큼 중요한 평가항목이었다.고려학력평가연구소 유병화 실장은 “2학기 수시모집에서도 많은 대학들이 20분 이상 소요되는 심층면접을 도입한 만큼 지망학과 및 관련 학문에 대한 기초지식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1학기 출제경향:고려대·서강대·이화여대 등 몇몇 대학에서는 영어지문을 나눠준 뒤 읽고 내용을 요약하거나 자신의 견해을 말하는 문제가 출제됐다.제시된 영어지문은 사회쟁점과 관련된 한두 단락의 길이로 난이도는 수능 외국어영역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어려운 수준이었다. 일부 대학에서는 한 쟁점에 대해 3∼4명의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집단토론식 면접도 실시됐다.성균관대는 수험생 1명에게 교수 2명이 질문한 후 4명의 학생이토론하게 했으며,한양대는 3명의 학생이 자유토론한 뒤 1분정도 자신의 견해를 요약하도록 했다. ‘자신의 장단점’‘10년 후의 자기모습’‘감명깊게 읽은책’ 등 신상과 가치관에 대한 질문은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했으며,사회적인 현안 역시 단골소재였다. ■사전 준비는 철저히:평소 지망학과에 대한 사전지식과 분명한 신념을 갖춰야 한다.전공과 관련된 교과서를 정독하고,기본 개념을 숙지한다. 시사토론 프로그램이나 신문칼럼 등을 통해 세상을 보는안목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요즘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아야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틈틈이 신문의 주요기사 등을 꼼꼼히 읽고,자신의 의견을 확실히 정리해 두는것이 최선의 대비책이다. 가치관이나 세계관,인성,교양 등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므로 동서양의 고전을 중심으로 꾸준한 독서를 통해 교양을 길러야 한다.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따라서 평소 몇가지 주제를 정해 친구들과 토론습관을 생활화해야 한다. ■실전은 여유있게:면접구술고사 사이트 ‘국어사랑’(http:/y.dreamwiz.com/yootolee)을 운영하는 대구 경일여고 유택환 교사는 “절대 당황하지 말고 간단명료하게,자신감있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잘 아는문제라도 서둘지 말고 질문의 의도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여유를 가지라는 뜻이다. 답이 생각나지 않을 때에는 ‘죄송합니다. 생각할 시간을주시겠습니까’라고 말한 뒤 생각나는 만큼만 대답한다.질문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때에도 정중하게 한번더 얘기해달라고 요구한다. 잘 모르면서 어설프게 꿰맞추는것보다는 솔직하게 얘기하는 편이 낫다. 지나친 수식어나 ‘저기요’‘있잖아요’ 등과 같은 무의미한 단어는 피하고,말끝을 흐리지 않도록 주의한다.밝은표정과 당당한 태도는 호감을 주는 기본 요소이다. 이순녀기자 coral@. ◎논술·지필고사 작성요령. 고려대·성균관대·중앙대·경희대 등 2학기 수시모집에서논술·지필고사를 치르는 대학들은 대부분 심층면접보다 논술·지필고사의 반영비율이 더 높다. 따라서 이들대학에 지원하는 수험생들은 심층면접 못지않게 논술·지필고사 대비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1학기 수시모집의 예를 보면 영어 논술지문 출제,과목 영역별 지필고사 등 깊이있는 학습을 요구하는 까다로운 내용이 많았다. ■출제 경향:고려대는 2시간에 걸쳐 전 계열 공통문제로 논술을 치른다.2단계 전형에서 30%가 반영돼 면접구술고사(20%)보다 반영비율이 높다. 중앙대는‘학업적성평가’라는 이름으로 언어,수리,사회·과학 탐구의 3개 영역으로 나눠 문제를 출제한다.성균관대와 한양대는 1학기 지필고사와 같은 형식을 유지할 방침이다. 지문,통계자료,도표 등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을 쓰도록 하는 자료제시형이 주로 출제된다. 또 어떤 쟁점에 관한 찬반 의견을 묻고 그에 대한 타당함을 입증하는 논박형, 문제의 원인을 분석해 자신의 주장을대안으로 제시하는 문제 유형도 눈에 띈다. 고려대는 지난해 이곡의 ‘차마설’ 등 3편의 지문을 제시했고,중앙대는 ‘욕망의 제거’‘욕망의 추구’ 등 서로 다른 견해를 제시한 뒤 한쪽에 치우친 태도를 비판하도록 했다. ■대비 요령:논술은 말 그대로 논리적인 글쓰기다. 주어진논제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있게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논제의 핵심과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예상 문제에 맞춰 외워둔 답을 쓰면 첫 문장부터 꼬이기 쉽다.관련 사실을 나열하면서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을 섣부르게인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창의적인 글쓰기에 집착해 지나치게 ‘튀는’ 내용을 주장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논증의 핵심은 설득이므로 보편성과 타당성을 우선해야 한다. 여학생의 경우 문학적,감상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어법에 맞는 문장,간결한 표현 등 문장의 정확한 사용과 함께 유행어,상투어 등의 난발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맞춤법,띄어쓰기,분량 조절 등은 기본이다. 이순녀기자. ◎면접에 영향주는 요인. ‘사투리가 거부감을 주지 않을까’‘머리를 염색했는데’‘키가 너무 작아서’…. 면접을 눈 앞에 둔 수험생들은 외모나 신체적 특징 등 사소한 것까지 신경이 쓰이게 마련이다. 그러나 고려대 김승권 입학관리실장이 면접 경험이 있는전국의 대학교수 290명을 설문조사해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같은 고민은 공연한 걱정임을 알 수 있다. 면접교수들은 수험생에게 실제 주어야 할 점수보다 더 높은 점수를 주게 되는 긍정적인 특성으로 ▲쾌활한 성격 ▲재치와 유머 ▲밝은 인사성 등 일반적으로 누구나 호감을느낄 만한 요소들을 꼽았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 또한 ▲요란한 옷차림 ▲작은 목소리 ▲나쁜 발음 등 긍정적인 특성과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경향을 보였다. 반면 사투리나 염색머리,출신 지역,출신 고교,성별,키,연령 등은 평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모든 인간 관계가 그렇듯 면접에서도 외모나 겉치레가아니라 기본 소양과 예의를 바탕으로 한 당당한 자신감이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편 59개 대학 입학관리처장 등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면접시험 평가 영역중 인성(85%),전공적성(81%),가치관(46%)의 순으로 반영 비율이 높았다. 이순녀기자. ◎심층면접 유형.1학기에 이어 2학기 수시모집에서도 거의 모든 대학이 ‘단계적 심층면접’을 활용하지만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1학기 심층면접에서 고려대·성균관대·한양대 등은 집단토론식 면접을 병행했고,서강대·이화여대 등은 영어 지문을 면접 자료로 활용하는 등 나름대로 특색있는 방식을 도입했다.따라서 자신이 지원한 대학의 입시요강 등을 꼼꼼히살펴 철저히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울대는 면접에서 논리력과 사고력을 측정하는 기본소양과 전공에 대한 적성 및 이해력을 판단하는 수학적성 등 2가지를 평가한다.공통 출제되는 기본소양평가보다 수학적성평가에 실질적으로 더 큰 비중을 둘 방침이다.수학적성평가에서는 모집단위별로 관련 교과영역에서 2,3개 문항이 출제된다. 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는 1학기때와 마찬가지로 수학능력이나 지식 대신 사회성,인성을 평가하는 것에 주력할 예정이다.서강대는 인성,가치관,영어능력 평가와 전공능력 측정으로 나눠 심층면접을 실시한다.정답이 아니더라도 답을이끌어내는 과정이 창의적이고 논리적이면 좋은 평가를 줄방침이다. 성균관대는 모집 단위별 특성에 따라 2∼3단계의 면접을통해 인성과 창의력,수학잠재력을 심층 평가한다. 한양대는 심층면접과 함께 학생들의 잠재능력을 평가하기위해 언어ㆍ수리적성검사,사고ㆍ공간적성검사,감성검사로구성된 전공 적성검사를 국내 대학에서는 처음으로 도입한다.집단토론 형식으로 진행되는 인문계열 심층면접에는 영어지문이 제시된다. 전영우기자 anselmus@
  • 집중취재/ 김포공항 상업시설 민자유치 활성화 시급

    김포공항 활성화의 관건은 민간자본 유치에 달렸다.김포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단은 정부 산하기관으로서 국유재산을 개발하는 데 상당한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김포공항을 인천공항의 예비용으로 묶어둔 정부 정책도 활성화를어렵게 하는 원인이다. 김포공항 부지 230여만평 가운데 효율적인 활용이 시급한 공간은 옛 국제선 2청사와 국내선청사 건물이다.국내 항공편이 오는 11월 옛 국제선 1청사로 이전됨에 따라 옛 국내선 청사는 텅 비게 된다.공항 내·외곽의 유휴 토지는 50여만평으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절반이 넘는다. 공단은 올 한해 3,000억원 이상의 적자(赤字) 운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수익성과 공익성을 함께 고려한 종합개발 계획안을 내놓았다. 지난 4월부터 122억원을 들여 대합실,탑승교 등 공항시설확장 공사가 한창인 1청사의 경우 패스트드푸드점, PC·인터넷방,택배점 등 입주자 선정이 마무리 됐다. 연면적이 1만4,780평인 현재의 국내선 청사에는 오는 2002년 6월까지 내부 개조공사를 거쳐 총면적의 90%에대형할인점,스카이 카페 등 상업시설을 유치할 방침이다. 문제는 연면적 2만여평에 이르는 국제선 2청사 건물이다. 상업시설을 유치할 수 있는 공간은 9,080평 뿐으로 이곳에쇼핑센터, 면세점, 복합 영상관, 공연장, 식당가 등을 유치한다는 계획이지만 지난 3월 6일과 16일 응찰자가 없어유찰됐다. 국제선 청사에 상업시설을 유치하지 못하면 내·외곽 토지 개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우선 오는 2005년까지 개발용지 30만평에 종합 컴퓨터몰,카트 경기장등 청소년 위락시설을 유치할 계획이지만 실행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김포공항과 한 권역으로 분류되는서울 강서구 공항동,화곡동,가양동,경기도 고양시 일산,김포시 일대에는 115만 가구 346만명이 살고 있다.국제선 이전후 항공기 소음이 거의 사라지자 주택 매매가와 전세금가격이 1년 전에 비해 5% 상승했다. 공항동과 방화동에 연내 분양예정인 아파트 단지만도 4지역에 중소형 620여 가구다.내년까지 입주를 마칠 아파트도760가구나 된다.따라서 택지개발 붐과 하루 20만여명의 유동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상권과 연계된 공항 개발계획은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의 전망이다. 교통 여건도 좋은 편이다.지방 도시와 연결되는 14개 노선 버스와 서울 시내버스 24개 노선,지하철 5·9호선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공단은 교통개발구원 등 5개 외부 전문기관에 여유시설 활용 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을 의뢰해청사진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김포공항은국유재산법상 ▲임대 기간 3년 ▲한차례만 계약연장 가능등의 제약 때문에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게다가 건설교통부는 당초 호언과는 달리 인천공항 운영의 불안정성을 이유로 김포공항 국제선 2청사의 절반에 가까운 면적을 국제선 예비 공간으로 묶어 놓았다. 투자를 희망하는 대기업들은 “온전하게 다 사용하면 매력적인 곳인데 기형적으로 절반만 상업용도로 쓰라면 청사에 손님이 몰리겠느냐”고 반문한다. 공단은 공항 유휴지 총면적의 70%나 되는 그린벨트의 해제를 요구하고 있으나 이 역시 오리무중이다. 공단은 4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부동산과 각종 공항시설등을 출자금으로 전환하고 민간자본 차입이 쉬워지도록 공사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이렇게 되면 외부에 임대하는 상업시설에 대한 사용료 부과 등 각종 수익사업을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길이 트인다. 한서대 항공관리학과 이강석(李康錫) 교수는 “김포공항의 활성화는 인천공항의 ‘허브화 전략’과도 뗄래야 뗄수 없는 관계”라면서 “국내선 전용인 일본 하네다 공항처럼 대규모 상업시설을 유치해 수익을 항공 부문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자율경영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 ■“김포공항 5년내 레저·쇼핑명소로 키우겠다”. “김포공항을 5년 안에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레저와 쇼핑의 명소로 만들겠습니다.” 윤웅섭(尹雄燮·60·전 서울지방경찰청장) 한국공항공단이사장은 취임 5개월만인 2일 이같이 강조했다.30년간의경찰생활을 마감하고 공단 이사장으로 변신한 그의 일성은“장사 한번 멋지게 해볼테니 밀어주세요”였다. ●그동안느낀점과 변화가 있다면. 취임 당시 공단의 노조가 경찰 출신이 이사장을 맡는다고취임을 반대했다.구조조정이나 하고 노조를 탄압하려고 취임한 것이 아니라 김포공항을 지금까지와 다른 시각에서전혀 다른 명소로 바꾸기 위해서 왔다고 설득했고 결국 노조가 이해한 것으로안다. 요즘 앉으나서나 돈버는 궁리만한다. ●김포공항 개발에 주안점은. 공항 부지는 교통이나 지역적인 면에서 경제적 가치가 매우 높은 곳으로 분석됐다. 그대로 둘 곳이 아니다. 국내선여행객은 물론 인근지역 주민들도 가족끼리 와서 먹고 놀고 쇼핑을 즐기는 편안한 곳으로 변신해야 한다.국유 시설이라고 해서 그대로 두고 관리나 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개발의 걸림돌은. 공단이기 때문에 각종 개발에 제한을 받는다.공사화 하는것이 급하다. 한해 3,000억원 이상 되는 적자를 메우고 흑자를 내야하는데 이것저것 하지 말라고 하니 답답하다.정부,시민들에게 개발의 당위성을 알리는 노력을 하겠다. ●개인적으로 힘든 점이나 각오는. 서울경찰청장 시절에는 각종 정보를 한눈에 접했는데 요즘에는 공항 밖의 일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잃었다. 생소한 일을 하다보니 국회 건교위 위원들에게 자주 혼도난다. 그러나 김포공항이 내 자신처럼 대변신해야 한다는신념을 갖고 있다. 류길상기자 ukelvin@
  • [편지로 본 1940년대 문단秘史] (7)임화의 처 지하련

    1940년대 이후 모윤숙의 내면세계를 읽을 수 있는 편지가 두 통 있다.“일요일날 선희랑 도오깐(김동환)상이랑 또아바이(안호상)랑 윷놀이 하면 어떠냐”는 편지의 윗 부분에 “나는 황도학회(皇道學會,1940.12.25.결성) 이틀 가서 졸고 이틀 빠지고 오늘 또 가는데 조선호텔 케익 먹은 죄로다”라는 구절이나,“청년회관에 가서 저축 연설”을 해야 된다는 등등은 일말의 양심에 조금은 어줍잖아 했었던모습과 함께 친일의 대가를 호사롭게 받았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네 여인 중 개방적이고 가장 말을 아끼지 않았던 모윤숙은 종종 친구들 사이에 말썽을 일으켰는데,대개는 비밀 누설과 험담으로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가 나중에사과하는 내용들이다.노천명의 편지에도 모윤숙 때문에 신문사를 그만 둬야겠다는 취지의 문구가 나오는 걸로 미뤄볼 때 그녀가 야기시킨 말썽은 적잖았던 것 같다. 네 여인 중 둘(이선희.최정희)은 어쨌건 결혼을 했고,하나(노천명)는 연애의 불꽃이라도 타올랐으나,그녀 하나(모윤숙)만은 사랑에 관한 한 아무 것도 얻지 못했던 탓으로친구들을 만날 때 심사가 약간은 뒤틀렸대도 할 말이 없다.여류문인 좌담회에 나와 달라는 최정희의 요청에 “놈팽이나 좀 끼면 몰라도” 우리끼리 무슨 재미냐고 맞대거리할 배짱은 모윤숙 밖에 없었다.“정신의 고향도 몸의 고향도 다 잃어버린 유랑녀의 심금”이었던 모윤숙에게 민족사적인 과업은 춘원을 향한 사랑처럼,조선호텔 케익처럼 녹아버렸을 터이다.8.15직후 종이가 귀했을 때 모윤숙은 일제 시기의 봉투와 편지지를 그대로 쓰고 있다.최정희가 덕소에 머물렀던 주소를 “경경선(京慶線,오늘의 중앙선.완전 개통은 1942.4.1)덕소역전 김동환 방”이라고 쓴 걸 보면 한가한 시골풍경이 떠오른다.출판 기념회를 한다는 구절은 두 번째 시집 ‘옥비녀’(1947)를 가리킨 것이기에그때 쓴 편지이다. 이 무렵 모윤숙의 활약은 너무 유명하여 소개하기조차 쑥스럽지만 간략히 개관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1945년 11월 이기붕의 연락으로 이승만을 만난 그녀는 친일파 결속과남한 단독정부 수립이라는 절명의 과제를 위하여 적극 협력하게 되었다.당시 유엔 소총회는 한국의 단정 수립을 반대했던 유엔한국임시위원단을 구성,쿠마라 P.S.메논 위원장을 한국에 파견(1948.1.8)했는데,그 접대를 모윤숙이 맡아 메논의 정치적인 신념을 뒤바꿔서 거뜬히 이승만의 소망을 성취시켜 주었다.실로 국제 첩보전의 박력을 느끼게하는 이 대목,하지 중장의 감시 눈초리를 피해 이승만과메논의 단독대좌 자리를 마련하는 등 그녀의 활동은 역사를 바꿀 만큼 민첩했는데,그 와중에도 연인 이광수를 초치하여 메논과 셋이서 심야의 정담을 나눌 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열정은 꺼지지 않았다. 1948년 2월 26일,유엔소총회는 유엔한국위원회가 접근 가능한 지역(남한)에 국한하여 선거를 실시할 것을 결의함으로써 남북한 분단은 고착되었다.모윤숙은 회고록에서 노골적으로 메논에 대하여 “고마운 사람! 나만 아는 잊을 수없는 은인,그는 정치가라기 보다 우정과 신의에 가득찬 영혼을 가진 세계의 외교관이었다.이박사는 실로 그 은혜를잊을 수도,또 잊어서도 안 될 것이다”(‘호반의 밀어’)고 썼다.못잊는 건 이박사만이 아니다.삼천만 겨레의 운명이 어쨌건 그녀로 말미암아 한순간에 바뀌었기에 우리들도 못 잊는다.위대한,그러나 때로는 추악해질 수도 있는 여성의 능력을. 근대 문단사에서 뭇 남성의 시선을 모았던 여성으로 이현욱(李現郁)을 빼놓을 수 없다.이름만으로는 남성스럽지만당대 문단의 총아 임화(林和)를 사로잡은 여인이라면 그고혹성은 입증될 법하다.오죽했으면 이미 임화가 임자인줄 알면서도 서정주가 넌지시 넘보며 회기동 집엘 들락거렸겠는가(필자가 서정주 생존시 직접 청취한 말임).그는노골적으로 이현욱의 글재주가 “임화보다 나았다”(‘광복 직후의 문단’)고 할 정도였으니 사태의 추이를 상상할만 하다.이현욱은 1912년 거창에서 태어나 도쿄 소화(昭和)여고를 나온 뒤 “아무런 경력도 없음”이랄 정도로 마산 집에서 가사를 돌보고 있었다.그녀는 소설 ‘결별’로 ‘문장’지(1940.12)를 통해 ‘지하련(池河連)’이란 필명으로 등단했는데,추천자 백철은 약간 파격적인 소개를 했다. “지하연씨는 모 친우의 부인되는 분으로 내가 기왕부터경애하는 분이다.”바로 임화의 부인이란 뜻이다.초기의다다이즘적 도시의 아이 문학을 거쳐 카프로 방향전환한임화의 인간성에 대해서는 그리 좋지 않다. 무일푼 시절 임화를 거둬 준 것은 박영희였는데,아랫방에 눌러 앉아 밥을 갖다 주면 “먹은 다음에 얼른 상이나 번쩍 들고 나와서 안으로 갖다 놓을 줄 알아야 하겠건만 임은 그러지 않고서 밥을 다 먹고서도 그냥 앉은자리에서 담배 한 대를 모두 피운 다음에 밥그릇 두껑에다 비벼 꺼버리고 담뱃재는 밥상 위에다 함부로 털어놓기 때문에,박의어머님께서는 몇 번이나 아들더러 임을 얼른 딴데로 보내버리라고 꾸중”했었다.“그를 속으로는 싫어하면서도 데리고 있다가 노자까지 장만해 주어 일본으로 보냈던 것”인데,정작 임화가 귀국하여 처음 한 활동은 카프로부터 박영희를 규탄하는 것이었다(김팔봉 ‘카프문학 시대’). 임화가 동료 평론가 이북만(李北滿)의 누이동생 이귀례(貴禮)와 사실혼을 한 게 1930년,이듬해 귀국한 그는 카프차세대 주자로 시인·평론가·영화인 등 전천후의 능력을발휘하다가 두 차례나 구속당했지만 곧 석방되었다.특히카프 2차검거(1934) 때는 압송 중 졸도하여 지병이었던 폐결핵 때문에 석방,마산 결핵요양소에서 휴양생활을 했는데,여기서 민족운동을 했던 청년을 통하여 그의 누이동생으로 제2의 아내가 될 여인 이현욱을 만나게 되었다.임화의아내 이현욱 보다는 여성작가 지하련으로 일약 유명해진이 재색을 겸비한 여인은 애인을 따라 이내 상경,신설동 361-1과,회기동 64-15에 기거했는데,통상 이 시기에 임화와 동거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편지나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임화는 들락날락한 것으로 보인다. 지하련이 최정희에게 보낸 편지는 다분히 의혹에 휩싸여있다.꼭 와 달라는 간곡한 편지에다 그녀는 “혼자 오시기 뭐하시건(면) 회남(安懷南)씨나 임화씨와 함께 와 주십시오”라고 끝맺는다.왜 여자 집에 여자가 혼자 오기 뭣할까란 어리석은 질문이 나올법하다.다른 한 편지를 보자.“이런 말 하면 웃을지 모르나,그간 당신은 내게 커다란 고독과 참을 수 없는 쓸쓸함을 준 사람입니다.나는 다시금 잘알 수가 없어지고 이젠 당신이 이상하게 미워지려구 까지합니다.혹 나는 당신 앞에 지나친 신경질이었는지는 모르나,아무튼 점점 당신이 멀어지고 있단 것을 어느 날 나는확실히 알았었고.…그래서 나는 돌아오는 걸음이 말할 수없이 허전하고 외로웠습니다.” 편지에 따르면 이미 이들은 지하련이 시골에 있을 때부터 익히 알았을 뿐만 아니라 꽤나 보통 이상의 관계가 있었던 것 같다.순리대로라면아마 지하련의 편지는 이보다 더 많았을 것이란 추측도 가능하다.도저히 몇 차례의 서신 왕래로는 다다를 수 없는두 사람만의 은밀한 정서적인 합일점이 있었던 것 같다. “정희야.나는 네 앞에 결코 현명한 벗은 못 됐었다.그러나 우리는 즐거웠었다.내 이제 너와 더불어 즐거웠던 순간을 무덤 속에 가도 잊을 순 없다.하지만 너는 나처럼 어리석진 않았다.물론 이러한 너를 나는 나무라지도 미워하지도 않는다.오히려 이제 네가 따르려는 것 앞에서 네가 복되고 밝기 거울 같기를 빌지도 모른다.정희야.나는 이제너를 떠나는 슬픔을,너를 잊을 수 없어 얼마든지 참으려구 한다.하지만 정희야,이건 언제라도 좋다! 네가 백발일 때도 좋고,내일이래도 좋다! 만일 네 ‘마음’이-흐리고 어리석은 마음이 아니라,네 별보다도 더 또렷하고,하늘보다도 더 높은 네 아름다운 마음이 행여 나를 찾거던 혹시 그러한 날이 오거던,너는 부디 내게로 와다고! 나는 진정 네가 좋다! 웬 일인지 모르겠다.네 적은 입이 좋고,목덜미가 좋고,볼다구니도 좋다! 나는 이후 남은 세월을 정희야,너를 위해,네가 다시 오기 위해 저 야공(夜空)에 별을 알아보듯 잠잠이 살아가련다.…” 무엇이 이 두 여인으로 하여금 이토록 뜨겁게 갈구토록만들었을까.우정이나 어떤 이해관계,혹은 지하운동? 너무먼 이야기다.아마 이들은 파격적이고 첨단적인 사랑을 나눴는지도 모른다.편지는 그만 두자면서도 계속 자신도 제어할 수 없는 어떤 마력에 이끌려 본의와는 상관 없이 억누르려는 그리움과 다시 만나고픈 욕정이 뒤엉켜 새로운문장을 만들어 내곤 한다. “당신이 날 만나고 싶다고 했으니 만나 드리겠습니다.그러나 이제 내 맘도 무한 흩어져 당신 있는 곳엔 잘 가지지가 않습니다”는 대목은 이제까지의 절절했던 사연과는 판이한,글을 쓰는 동안에도 쾌락추구 욕구와 도피의식이란심경의 격변이 반복되는 현상을 간파할 수 있다.그러면서도 욕망의 활화산을 잠 재우지 못한 채 “금년 마지막 날,오후 다섯 시에 ‘후루사토(故鄕)’라는 집에서 만나기로합시다”고 끝맺는다.그 뒤 이들은 어찌 되었을까? 지하련은 8.15후 창작집 ‘도정’(1948)을 내는 등 맹활약하다가 월북,임화의 남로당계 비판과 함께 비참하게 사라졌다. 임헌영 문학평론가·중앙대 겸임교수
  • 기자커뮤니티 엿보기/ 누가 통일 저해세력인가

    '생각은 자유다!'사상의 자유를 표현한 독일 속담입니다.언론과 사상의 자유,집회와 결사의 자유는 우리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바입니다.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한때 사상의 자유가 없었던적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머리 속에 들어있는 '사상' 때문에 감옥에 가고,죽고,옥고를 치렀습니까? 그러나 요즘엔 '사상' 때문에 국가로부터 핍박을 받는 사람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우파는 우익의 주장을 하고,좌파는 좌파의 논리를 펼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저는 다소 어지럽게 보일지라도 자신의 주장이나 논리를 펼 수 있는 시대가 과거보다는 훨씬 발전한 시대라고믿습니다. 물론 논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싸움을 하는양상도 있지만, 한쪽이 완전히 눌려 '감정적인 논쟁'마저힘든 것보단 낫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8·15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하러 평양을 방문했던남쪽 대표단의 행적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문제는 문제인데….그 핵심은 뭘까요? “만경대정신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묘향산의 국제친선전람관 내에 있는 김일성 밀랍상 앞에서 수십 명의참가자들이 큰절을 올리고,몇몇은 엎드려서 크게 울먹였다”“일부 인사들은 김일성 주석을 찬양하는 내용의 '한별을 우러러'라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자신이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큰 충격을 받을만한 내용들이긴 합니다.그러나 저는 강정구 교수가 정말'만경대정신'을 흠모한다고 해도 이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어쨌든 사상은 자유입니다.또 누군가 '한별을 우러르건,두별을 우러르건' 개의치 않습니다.'그들이 김일성장군'동상 앞에서 울건 웃건 내 생활이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그들의 자유입니다.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표출하건,표정으로 나타내건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행동에는 책임이 따릅니다.우리 국민들을 당혹하게 하는 행동을 했던 방북단 일부의 행동은 실수든,돌출 행동이든,사려깊지 못한 것이었습니다.자신들의 행동이 가져올 파장을 예측하지 못했다면 통일 운동을 그만둬야 합니다.그런 분들은 '반통일세력'은 아니라고 하더라도,적어도'통일저해세력'입니다. 통일을 위해서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신념을 실천해 왔는데 어떻게 보수우익과 같은 비난을 받아야 하냐고요? 사회학자 베버가 창안한 개념 가운데 '행위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는 것이 있습니다.인간들의 '의도된,합리적인 행위'가 '의도하지 않은,비합리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말입니다. 그들의 '의도'가 어찌됐건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오히려 현실적으로 중요한 것은 그 '결과'입니다. 물론 남쪽에서 정치적·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려는 생각은없었겠지요.그러나 어떤 결과를 가져왔습니까?국민들에게남북 교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있지 않습니까.물론 일부 언론이 이를 필요 이상으로 과대포장해서 악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경향은 있습니다.그러나 방북단일부의 행동은 분명한 사실(fact)입니다. 북한에서도 이런 상황을 유도하려고 계획한 집단이 있다면 그들도 역시 통일 저해세력입니다.자신들의 행위가 ‘인민'들의 어려움을 덜어 주려는 남쪽 ‘동포'들의 ‘더운 피'를 식혔다면 반성해야 합니다. 통일은 물질적 기반과 함께,정신적 준비도 필요합니다.극좌나 극우는 얼마되지 않습니다.목소리는 크지만 그 숫자는 많지 않습니다.대다수 국민들은 이산가족들이 반세기만에 만나는 장면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방북단 일부의 어이없는 행동에 분노합니다.그리고 결국 통일을 이뤄갈 사람들은 ‘많은 국민들,평범한 사람들'입니다.현실에 발을디디지 않은 관념적 과격성은 통일운동을 후퇴시킵니다.자신들의 노선이 과연 통일을 앞당기는데 도움이 될 지 성찰해야 합니다.일부의 사려깊지 못한 행동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생각은 자유지만,행동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전영우 사회팀 기자
  • [워싱턴 엿보기] 섹스·복권에 정신팔린 미국

    요즘 미국민들의 관심은 온통 두가지에 쏠려 있다.“민주당 게리 콘디트 하원의원이 실종된 인턴여성 챈드라 레비(24)와 잠자리를 같이 했느냐”와 “과연 누가 2억8,000만달러(3,600억원)짜리 복권의 주인이 되느냐”는 것이다.미사일 방어(MD),인간복제,경제회복 등은 정치인이나 언론이 만들어내는 ‘구호’에 불과할 뿐 실생활과는 아주 동떨어진주제로 보인다. 23일 밤 ABC ‘프라임 타임’이 독점 방영한 콘디트 의원과의 인터뷰는 미 방송 사상 두번째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당시 전체 시청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400만명이 TV속의 콘디트 의원을 주목했다.1999년 ABC의 바바라 월터스가모니카 르윈스키를 인터뷰했을 때의 시청자 수 4,800만명보다 적지만 최근 치러진 미 NBA 결승전 2,030만명을 앞선다. 이번 사건이 헐리우드의 미스테리 영화처럼 ‘권력을 배경으로 한 섹스’를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줄거리는 이렇다.미모의 인턴여성이 하원의원과 만난 뒤 사라진다.두사람의 관계가 의심받으면서 경찰은 의원의 행적을 추적한다.확정적 증거는발견하지 못하지만 정황은 의원쪽에 불리하다.의원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여성이나타난다. 앵커우먼 코니 정은 “레비를 죽였느냐.성관계를 가졌느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러나 콘디트 의원은 ‘가까운 관계’만 인정할 뿐 실종사건에 대해서는 100% 부인했다.그러나 여론은 “레비와 잤을지도 모른다”에서 “잤다”쪽으로 기울고 있다. 미국민을 설레게 한 복권 열풍은 ‘아메리칸 드림’의 또다른 양상이다.미국 사회는 60∼70년대처럼 자유와 인권을주창하지도 않으며 땀흘려 일하면 성공할 수 있는 ‘기회’도 더이상 제공하지 않는다.90년대 일기 시작한 ‘신(新)경제의 붐’은 일반인에게는 ‘억만장자의 꿈’만 심어줬고이는 복권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줬다. 얼마전 연방수사국(FBI)은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점 맥도널드를 통해 1달러짜리 엉터리 복권 ‘모노폴리’를 팔아 수백만달러를 챙긴 사기 일당을 체포했다.이들은 100만달러짜리 상금을 탔다는 가짜 당첨자들도 내세웠다. 숫자 6개를맞추는 복권 ‘파워 볼’의 당첨금이 2억8,000만달러까지치솟자 테네시주의 한 공장 근로자들은 2만4,000달러 어치의 복권을 공동 구입했다.1달러짜리 복권을 사기 위해 최소한 2시간을 줄서서 기다리는 인내심도 발휘했다.한 여론조사 결과 복권에 당첨되면 90% 이상이 현재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복권을 사는 사람들에게 “왜 사냐”고 물었다.그러자 “복권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준다.왜 사냐고 묻는 게 이상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미국 사회에서 1달러 복권은가끔 ‘종교적 신념’이나 ‘땀의 소중함’ 보다 더 큰 마력을 발휘한다. 백문일특파원 mip@
  • [사설] 부실기업 처리 발목 잡지말라

    현대투신의 해외매각 협상 결과를 놓고 뒷말이 많다.정부와 미국 AIG컨소시엄이 현대투신·현대증권·현대투신운용등 3개사에 2조원을 공동 출자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한 데 대해 갖가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양측은 이번 협상에서 AIG와 정부가 현대투신 등 3사에 1조1,000억원,9,000억원씩을 출자하되 3개사의 경영권은 AIG가 갖는다는 데 합의했다.그러자 정부가 개인기업의 부실에 책임을 지고 공적자금을 쏟아 붓는 또 하나의 좋지 못한선례를 남겼을 뿐 아니라,현대증권이란 알짜 회사까지 끼워넣기식으로 팔아 넘김으로써 AIG측에 지나치게 특혜를 주지 않았느냐는 소리가 들린다.물론 어느정도는 일리가 있는지적이라고 본다.더욱이 현대투신과 현대증권은 환란 이후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바이코리아 열풍’을 일으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신념을 심어 주었던 금융기관이다.그런 곳이 국제통화기금(IMF) 졸업장을 받아 든 시점에서 외국인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보는 국민의 심정은 착잡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을 냉철히직시할 필요가 있다.이렇게라도 현대투신을 처리하지 않을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될것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잘 알려진 대로 현대투신 사태는 그간 우리 경제를 옥조여온 최대 뇌관 중의 하나였다. 지난해 3월 현대의 경영권분쟁 이후 현대건설과 현대투신의 유동성 위기로 인해 국내 금융시장은 1년이 넘게 출렁거렸다.이런 부실기업을 계속 방치할 경우 우리가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은 더 커지게 마련이다.게다가 부실기업을 처리하는 데 시간을 질질 끌어보았자 매각조건이 좋아진 전례도없다.대우차와 서울은행의 경우에서 보듯 지지부진한 외자유치 협상은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어 오히려 기업의 매각비용만 떨어뜨리게 된다.제값을 받으려고 시간을 끌어보았자제값도 못받고 고통만 따른다는 얘기다.그런 점에서 이번현대투신 매각은 ‘막다른 선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현대투신 매각을 계기로 기업 구조조정에 더욱 박차를 가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조속히 해소해야 한다.대우차든 서울은행이든 부실기업은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최선의 방법이다.그렇지 않으면 멀쩡한 기업까지 골병 든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특히 하이닉스반도체 처리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하루빨리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정부의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출자전환 추진이 한국과 미국간의 통상분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는 것은 예사롭지않다.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이 생겨서는 안된다.
  • [충무로 산책] 세월앞에 주눅드는 한국영화계

    ‘국민배우’ 안성기씨는 올해 마흔아홉살이다.한국의 배우에게 지천명(知天命)을 바라보는 나이는 어떤 의미일까.한마디로 영화인으로서 ‘주눅’이 드는 나이라고 할 수 있다.충무로 최고의 ‘모범배우’로 꼽히는 그 역시 세월의 무게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영화 ‘무사’의 시사회장.‘무사’에 정우성 주진모 등의 후배들과 함께 출연한 그는 “새파란 친구들을쫓아다니느라 아주 애먹었다”,“괜스레 나이는 먹어가지고…”라는 등 말그대로 ‘괜한’ 얘기를 멈추지 않았다.그의 ‘나이 타령’은 최근 부쩍 늘었다.지난달 ‘취화선’의제작발표회.“(임권택 감독을 쳐다보며)촬영현장에서 최고연장자가 아니라서 뭣보다 다행이다.귀여움도 떨 수 있고. ” 뜬금없는 인삿말에 좌중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다.하지만 그중에는 씁쓸한 입맛을 다신 사람도 많았을 게다.‘배우나이 마흔아홉이 저리도 송구스러운 것일까’배우가 나이를 의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자연인이 아닌,엔터테이너로서 젊음은 큰 무기이다.영화란 애당초 꿈을 만드는 무대이니 화사한 청춘이 제격이긴 할 것이다.“남자배우가 30대 중반에 접어들면 캐스팅 2,3순위로 내려앉는 건 상례다.여배우는 말할 것도 없다”고 한 제작자는 털어놓는다.다시말해 요즘 한창 ‘뜨는’ 장동건도,정우성도 ‘메뚜기 한철’이란 얘기다. 그러나 이런 한국영화계의 풍토는 외국에 비해 아쉬움을 던진다.올초 독일 베를린영화제에서 회고전을 가졌던 추억의명배우 커크 더글러스(83)는 이런 말을 했다.“배우에게 영화란 신념을 만드는 작업”이라고.신념을 만드는 배우가 한국에는 몇이나 될까.‘하트 브레이커스’의 시고니 위버(52)처럼,‘15분’의 로버트 드 니로(58)처럼,스크린속에서 변함없이 청춘인 배우가 우리곁엔 왜 없는지.안성기같은 믿음직한 배우가 나이를 잊고 사는 날은 언제쯤 찾아올까.그때쯤이 돼야 우리영화가 좁은 울타리를 넘어 세계속에 우뚝설 것이다. 황수정기자
  • [사설] 단서 드러난 최교수 의문사

    1973년 중앙정보부(중정)에 연행됐다가 의문사한 서울대최종길 교수가 ‘간첩혐의를 시인했다’는 당시 발표는 조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0일 “당시 수사관들에 대한 조사와 수사기록 등을 검토한 결과최 교수가 간첩이라고 자백한 사실이 없고 이를 뒷받침할증거가 없었음에도 중정이 ‘최 교수가 간첩이라고 시인한뒤 자책감에 중정 건물 7층 화장실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고 거짓 발표했다”고 밝혔다.진상규명위는 아울러 당시수사관들이 조서를 조작했으며 조사과정에서 최 교수에게가혹행위를 한 사실도 밝혀 내고 엉덩이와 허벅지 등에 피멍이 든 최 교수의 주검 사진을 공개했다. 진상규명위는 그러나 조사과정의 가혹행위가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단정하지 못하고 있다.검시 기록 등을 검토한 결과 ‘최 교수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법의학계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따라서 진상위는 최 교수의 죽음을 고문에 의한 치사,고문을 피할 목적,모욕적인 수사에 항의하기 위한 자살,고문 수사관들이최 교수를 건물 밖으로 내던졌을 가능성 등 모든 가능성을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최 교수의 죽음이 진상 규명위가 설정한 4가지 가능성 중어느 것에 해당하더라도 그의 죽음은 넓은 의미에서 타살이라고 할 수 있다.설사 ‘최 교수가 7층 화장실 창틀에서 뛰어 내렸다’는 당시 중정의 발표가 맞는다 해도 궁극적으로 그는 타살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당시 중정이라는 곳이 피의자가 자살할 수 있을 정도로 감시가 느슨했는지는 덮어두고라도 ‘오죽했으면 그가 자살을 선택했겠는가'를 유추해 보면 결론은 자명해 진다. 최 교수의 죽음이 직접 타살이든 간접 타살이든 그의 죽음에 얽힌 진상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그것은 죽은 사람의명예회복,그리고 그 가족의 한을 풀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역사의 교훈을 위해서다.‘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교훈을 현실 속에서 확인할 수 있을 때 우리사회가 이를 신념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사건의 피해자를 최 교수와 그 가족이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국민 모두가 피해자요,그런 일에 동원된 말단 행위자도 따지고 보면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따라서 최 교수 사건은 물론 유사한 모든 사건의 ‘살아있는 증인들'이 면책 받을 수 있는 길은 지금이라도 진상규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일이다.그래야 그들은 역사적인 범죄의 ‘가해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 사재 털어 제자사랑 퇴임 문병원교수 1억 쾌척

    퇴임한 대학교수가 제자들을 위해 ‘가진 돈 전부’를 장학금으로 기탁,화제가 되고 있다. 미담의 주인공은 40여년간 경남 진주산업대학교 섬유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해 2월 퇴임한 청암(靑岩) 문병원(文炳圓·69·진주시 봉곡동)박사.문 박사는 20일 진주산업대를 찾아 정해주 총장에게 “후학양성에 써달라”며 현금1억원을 내놓았다. 문 박사는 “무소유와 자립정신을 중히 여기는 신념에 따라 자립하는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을 내놨다”며 “기회가닿는다면 모교와 제자들을 위해 뭐든지 기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그는 이어 “이 돈은 퇴직금과 그동안 저축해서모은 것”이라며 “가진 돈 전부를 기증했지만 연금이 있어 앞으로 살아갈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측은 ‘청암장학회’를 만들어 성적이 우수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다.문 박사는 지난 55년 진주농고를 나와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을 졸업했으며,62년부터 진주산업대학교 농학과 및 섬유공학과교수로 재직했었다. 진주 이정규기자 jeong@
  • 박은식선생 유저 ‘檀祖事攷’ 발굴

    한말 대한매일신보 주필과 상하이 임시정부 제2대 대통령을 지낸 백암 박은식선생의 미공개 저서 ‘단조사고(檀祖事攷)’가 처음으로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백암의 유저(遺著)로 책이름만 알려진 이 책이 햇빛을 보게된 것은 백암연구는 물론 단군과 고대사연구 등문화사적 의미가 크다는 지적이다. 백암은 시베리아와 중국 등 해외망명생활을 하면서 민족독립운동을 고취시키기위해 역사연구에 심혈을 기울였다. 백암은 ‘한국통사’를 써서 일제의 침략과정을 폭로했고‘한국독립운동지혈사’를 저술하여 한민족의 투쟁과정을서술했다. 이들 저서에 못지 않은 ‘단조사고’는 한민족의 뿌리인 단군과 고대사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서이다. 백암은 망국기에 단군과 고대사연구를 통해 민족적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1911년 서간도에서 프린트본으로 이 책을썼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는 역사부터 다시 써야 한다는신념으로 단군과 고대사를 정리한 것이다. 백암의 모든 사서(史書)는 여기에 기초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단조사고’는 독립운동가로서 중국연변에 살던 김정규옹이 장서 수천권을 연변대학에 기증한 것으로 문화대혁명때 홍위병들이 장서를 소각·파손하는 와중에 다행히 재난을 면하게 되었다. 김옹의 사후 유족들이 남아있는 장서를수습하는 과정에서 이 자료를 찾아 복사본을 최근 대한매일과 동방미디어가 공동추진중인 ‘박은식·양기탁전집편찬위원회(위원장 윤병석)’에 기증했다. A4용지 70쪽분량에 순한문으로 씌어진 책의 첫장에 ‘배달족원류-단군혈통’을 도표로 표시하고, 다음에 단군조선의 강역(疆域)을 지도로 정리하고 있다. 북쪽으로는달단(타타르)해협과 흑룡강, 서쪽으로는 흥안령, 남쪽으로는 한반도가 강역이었음을 표시했다. 상하이 임시정부는 백암이 사망한 1926년 11월 기관지 ‘독립신문’의 백암 특집호를 발행하면서 백암의 저술 목록을 상세히 정리했다. 이 특집에 따르면 ‘학규신편’‘왕양명 실기’에 이어 세번째가 ‘단조사고’이다. 이어서 ‘한국통사’‘안중근전’‘동명성황실기’등 16권의 저서 목록이 보이고 “만근에 대동민족사를 저술하다가 미필하다”라고 부기했다. 백암은 책머리에서 “단조의 유사(遺事)가 여러 학자의책에 번갈아 가며 나오는 것이 자못 많다. 그러나 모두 어지러지고 완전하지 못하여 돈사(惇史:역사가 돈후한 덕을기록한 역사)가 없으니 한탄스럽도다! 이에 널리 고증하고 요약하여 채록하였는데 말이 허망하고 간사한 말은 물리쳤고 사실이 혹 모순되는 것은 분별하여 억지로 한권의책을 만들어 이름을 단조사고라 하였으니 과거에 질정하여 징험함이 있다. 그러나 견문이 좁고 소략하여 미래의 어질고 밝은 사람을 기다리니 무릇 우리 동포가 된 자에게고루 바람이 있노라.”고 저술 의도를 밝혔다. 전집편찬위원회는 ‘단조사고’의 내용과 필체 등을 검토한 결과 백암의 저서로 확인하고 연말에 간행될 전집에 전문과 한글번역문을 게재키로 결정했다. 백암의 ‘단조사고’가 발굴되면서 단군연구가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편찬위원회는 이 자료를 북한학계에도 보내고 전집출간후남북학계의 단군연구 심포지엄을 열 계획이다. 김삼웅 주필 kimsu@
  • 美·유럽·亞반응/ ‘그릇된 추모’ 외교위기 자초

    14일 세계 언론들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해 상세히 전하면서 고이즈미 총리가 아시아 주변국들을 분노시켰다고 보도했다. 또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공통된 평가를 내렸다. ●뉴욕타임스는 14일 고이즈미 총리가 신사참배로 참배 지지자와 반대자 모두를 잃었다고 보도했다.날짜를 바꿔 참배했지만 2차 세계대전의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참배,아시아 각국을 분노시켰다는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도 이날 고이즈미가 ‘극우 군국주의의 상징적 중심’인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함으로써 과거의 상처를다시 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방문으로 한·중과의관계를 개선시켜왔던 일본의 노력들을 후퇴시켰다고 지적했다.또 이 신문은 고이즈미가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신사참배를 강행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의 다양한 분석을곁들였다.▲경제개혁을 위해 보수층의 지지 확보 ▲고이즈미 개인의 우파성향 ▲개인적 신념 등이 그 이유다. ●유럽 언론들도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에 대해 외교적위기를 초래한 행동이라며 비판적 시각으로 보도했다. 영국 BBC방송은 14일 이번 참배로 오는 10월로 예정된 고이즈미 총리의 중국 방문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고말했다. 프랑스의 르 몽드도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로일본이 한국 및 중국과의 외교적 갈등으로 빠져드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본의 제1야당인 민주당 대표로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를 반대해 온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의 ‘그릇된 추모’라는 기고문을 13일자에 실었다. ●싱가포르 TV들은 고이즈미의 신사참배 소식을 전하면서뉴스 중간중간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저지른 잔학상을 보도,반일 감정을 가감없이 드러냈다.필리핀 언론들도2차 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였던 필리핀 여성들이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고 전하면서신사참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보도했다. 전경하기자·외신종합 lark3@
  • 히딩크호, 유럽 징크스 깬다

    ‘유럽 징크스를 부순다’-.한국 축구대표팀이 적진에서유럽 징크스와 정면으로 맞선다. 대륙간컵에서 프랑스에 0-5 대패를 당해 유럽팀에 대한 상대적 약세를 절감한 한국이 유럽축구 극복을 위해 15일 밤11시40분 체코 브루노에서 홈팀 체코와 한판 승부를 벌이는 것.따라서 히딩크호의 이번 대결 상대는 체코대표팀이라기보다는 유럽 징크스라고 보는 것이 옳다. 알려진 대로 체코는 유럽축구의 특징을 대변하는 세계적인 강호다.통산 8번 출전한 월드컵에서 8강 진입 4차례(34·38·62·90년 대회)에 준우승도 두차례(34·62년 대회)나 차지했다.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9위. 체코는 또 190㎝ 이상의 장신 3명이 포함된 장대 군단으로서 힘과 기가 어우러진 전형적 유럽축구를 구사하기 때문에 더 없이 좋은 실전 경험을 안겨줄 전망이다. 한국은 이번 평가전을 통해 취약점인 수비라인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분석하는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이후 월드컵에 대비한 고정틀을 마련하는 자료로 삼을 예정이다.아직까지 거스 히딩크 감독은 3백과 4백을오가며 고유의 수비틀을 확정짓지 못한 상태다.상황에 따른 변화라고는 하지만실은 본인이 선호하는 4백보다 3백 시스템이 당장 성적을내는데 더 효과적임을 감지한데 따른 결과다. 히딩크 감독은 이번엔 4백 시스템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4백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히딩크 감독은 지난 10일 가진 네덜란드 1부리그 RKC와의 연습경기에서도 송종국 이민성 윤희준 이을용으로 이어지는 4백 수비라인을 가동했다. 상대가 전원공격으로 밀고 들어올 때 4백이 더욱 효과적대안이라는 신념에 따른 것이다.히딩크 감독은 이번 체코전에서 좌우 수비수의 오버래핑 능력과 수비 전환 속도,상대의 공간 침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차단하는가 등을 면밀히 살펴볼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선수 풍년인 공격진에서는 황선홍 김도훈 등을 최전방에 세우고 설기현 또는 안정환을 처진 스트라이커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륙간컵에서 2골을 올려 실력을 인정받은 황선홍은지난 98년 한국-체코의 A매치(2-2 무승부)에서 골을 넣은경험도 있어 최전방 공격수로 낙점될 공산이 크다. 박해옥기자 hop@
  • 밀링고 대주교 “사제 포기해도 결혼 포기 못해”

    [바티칸시티 AP 연합] 성직자 신분에도 불구하고 한국 출신 여성과 결혼,로마 교황청의 파문 위협을 받고 있는 엠마뉴엘 밀링고(71) 대주교와 교황청간의 ‘협상’이 시작됐다. 밀링고 대주교는 7일 오전 결혼 논란 이후 처음으로 교황하계 휴양지인 카스텔곤돌포를 방문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을 알현했다. 교황청은 성명을 통해 “밀링고 대주교가 교황을 알현했다”면서 “알현은 밀링고 대주교가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기위해 이뤄졌다”고 말했다. 성명은 교황과 밀링고 대주교간에 오고 간 대화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은 채 “이번 만남으로 긍정적인 사태 발전을 위한 대화가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황청의 기대와 달리 밀링고 대주교측의 입장을 완강하기만 하다.최근 밀링고 대주교는 성직자도 결혼을 해 가정을 이뤄야 한다는 신념을 강조하며 결혼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즉 파문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친 것이다. 또 밀링고 대주교의 측근이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대변인인 필립 생커 목사도 “밀링고 대주교가 이미 결혼 생활을 시작했으며 그의 결혼은 신의 은총이 결혼을 통해 달성될수 있다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고 말해 결혼 포기 의사가 없음을 강조했다.
  • 어느 공중보건의 반성의 편지

    “학창시절 바른 길을 걷겠다던 신념을 다시 일깨워 채워주었습니다.” 감사원이 최근 실시한 경북 김천시 관내 ‘공중보건의 근무실태’ 감사에서 결근지적을 받은 한 공중보건의는 이같은반성의 글을 최근 감사원 홈페이지를 통해 보냈다. 그의 글은 “처음엔 감사에 대한 반감이 컸다”는 말로 시작했다.그러나 생각한 것보다 치밀했던 감사에 놀랐고,개인으로서나 의사로서 흐트러진 몸가짐을 추스르는 계기가 됐다며 글의 끝을 맺고 있다. 그는 이번 감사에서 토요일 두번의 무단 결근을 이유로 감사원의 징계 통보를 받았다.동료 10여명도 무단 결근과 근무지 이탈로 같은 지적을 받았다. “산간 벽지로,특별한 의료진료가 없는 토요일에는 ‘적당히’ 결근,개인 일을 보았다”고도 털어놓았다.의무 복무하는 ‘공중보건의’였지만 평소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다는 솔직한 말도 덧붙였다.공직에서 하는 일이 ‘다그렇고 그렇겠지’란 생각에서 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사가 진행될수록 묘할 정도로 신뢰가 더했다고 밝혔다.감사관들의 집요한 ‘들추기’는 변명의 틈을 주지 않았고 근무 전후사정을 속속들이 알고와 내밀더라는 것이다. 그는 ‘위험할지도 모를’ 이 글을 올리면서 고민도 많이했다고 밝혔다.그러나 감사관들의 ‘업무 소신’에 ‘작은감동’의 글을 올린다고 적었다.징계는 달게 받겠다는 말과함께-. 정기홍기자 hong@
  • [21세기 담론-생명을 말한다] (15)생태철학자 구승회 박사

    *””자연은 다스림 아닌 조화의 대상””. ●지구적 위기에 대한 철학의 책임론을 말할 때 언제,어디서부터 잘 못 됐다고 보십니까. 한 사람의 생각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듯 경험론이니 방법론이니 하는 것들이 모두 철학사의 연속선상에서 나왔다고 봐야 합니다.그러므로 어느 시점을 딱 잘라 말하기 어렵고 연원을 추적하면 플라톤,소크라테스 까지 올라 갈수 있겠지요.그러나 원인을 먼 곳에서 잡을수록 정확한 처방을 내리기가 어렵습니다.따라서 가장 가까운데서 잡아야하는데 그렇게 보면 아무래도 18세기 계몽주의를 기점으로 잡아야 할것입니다.계몽주의는 베이컨의 ‘대지를 지배하라’는 말이함축 하듯이 자연에 대한 지식의 진보를 뜻 합니다.그 결과인류를 무지와 미신으로 부터 해방시키고 아는 것 만큼의 자유를 가져다 주었습니다.그러나 20세기를 지나면서 기독교철학을 바탕으로 한 현대문명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목자(牧者)적 역할이 강조되고 마침내 생태계 파괴라는 위기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자연을 다스리라’는 창세기의 히브리어 원전은 ‘지배’라는 뜻과 함께 ‘조화’로도 해석할 수 있는데 희랍철학의 영향을 받아 ‘지배 하라’는 제국주의적 해석만 전승됐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현대문명에 대한 책임론을 피해 보려는 기독교 학자들의 그런 해석이 있지요.그러나 베이콘이 ‘대지를 지배하라’고했을 때도 지식의 진보에 의한 자연을 유용하게 활용한다는의미로 쓰인 것이지 파괴 하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마찬가지로 서양의 주류철학과 그에 기초한 과학기술이 휴머니즘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결과는 그렇게 나타 났습니다. ●‘지배’라는 단어가 베이콘의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았듯이 현대 서양철학 속에는 자연에 대한 인간,이교도에 대한기독교,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의식이 있다는 말입니다.이이분법적인 구별이 언제부터 스며 들었을가요. 아마도 그것은 피다고라스가 인도에서 수(數)에 대한 개념을 배워 온 것이 계기가 된 듯 싶군요.그 이후 분석적 시각이 생기고 자연을 패턴과 틀로 보기 시작 했으니까요,●생태철학은 어떤 경로로 싹이 텄습니까. 크게 두 흐름이 있습니다.하나는 1960년대의 신좌파 혁명이 좌절된 후 그 일부가 환경운동에 눈을 돌려 독일의 녹색당으로 결실을 맺었습니다.또 한 흐름은 1980년대 중반 동유럽의 현실사회주의가 몰락 하면서 정통 좌파 철학이 자아비판끝에 찾아 나선 대안 입니다. ●마르크스주의에 생태철학으로 발전할 수 있는 요소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요?. 물론 그렇습니다.마르크스 역시 인간의 역사는 과학과 기술에 의해 진보한다는 진보 유토피아를 간직하고 있었으니까요. ●만일 현실 사회주의가 실패하지 않았으면 그 자아비판도없었을 것 아닙니까. 그러나 ‘정의’라는 측면에서 보면 마르크스주의가 한 발앞선 것은 사실입니다.그 감성이 자연과 생태계에 대한 개안으로 연결됐을 것이라는 유추는 가능 합니다. ●그렇다면 철학사적으로 생태철학의 연원은 어디가 됩니까. 마르크스 철학이 주류 철학과 대립했지만 헤겔철학의 탯줄에서 나온 것처럼,생태철학도 칸트로 대표되는 이성철학이뿌리라고 봐야지요.물론 생태주의도 여러 가닥이 있습니다. 심층생태론에서 부터 윤리의 범위를생태계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환경주의,환경의 위기는 관리의 잘못에서 기인한다는 환경관리주의 등이 그것인데 어쨌든 베이컨과 데칼트로부터 시작된 주류철학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상생과 조화를 강조하는 동양철학이 인간과 생태계 위기를 자초한 현대문명의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 나고있지 않은가요. 최근에 와서 여성주의자,생태주의자들에 의해 “‘이성’은 마땅히 폐기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 되고 있습니다.설령 ‘이성’이 고전적 의미의 자유주의 정신에서 출발했다 할지라도 세계화 시대의 다문화주의를 거부하고 수구적이고 독단적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한다는 겁니다.동양철학은 이같은 서양 주류철학에 대한 불신으로 나타나는 몇가지 조류중 하나 입니다. ●그 몇가지 조류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첫째 니체적 비합리주의를 들수 있습니다.니체는 서양의 철학적 사유 전통과 기독교 전반에 만연된 주체의 자아확대를비판 하면서 이성을 “영리한 동물들이 발명한 하찮은 별에불과하다”고 경멸 했습니다 그러나이성 경멸은 문화적 퇴폐를 낳을 뿐 대안이 못 됩니다.둘째 몸,감성,환상,욕망에충실 함으로써 자연에 더 가까이 닥아 간다는 이론 입니다. 이성의 반대편을 주목함으로써 이성의 위기를 넘어서려는 것입니다.셋째 포스트모던적 허무주의 입니다.이들은 문명은더 이상 이성적 성취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이성과 과학기술에 대한 믿음은 해체돼야 한다고 말합니다.그러나 포스트모던니즘은 사회변혁을 위한 기반을 제공해 주지 못하고 소외집단이 겪는 좌절감에 대해 나르시스적 모험을 제공해 줄뿐입니다.넷째 명상,요가,주술 등 신비주의에 뛰어드는 방법이있습니다.이들은 서구문명의 이성,합리성 만으로는 문명적 위기를 극복할 수 없으며 동양적 전통이 그 대안이라고 말합니다.그런데 여기에는 지적 책임감이 결여돼 있습니다.이들은 직관과 영성에 대한 신념으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성을 활용한 합리적 탐구가 불가능한 반문명적 성격이 강합니다.이는 결과적으로 자연을 찬미한 나머지 반인간주의로되기도 쉽습니다. ●생태계 유기체 이론이나 지구를하나의 생명체로보는 가이아 이론은 어떻습니까. 동양철학도 이와 유사한데 이들의 맹점은 모두가 돈오(頓悟)의 경지에 들어 가야 유효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생태철학의 내용은 어떤 것입니까. 이성철학을 보완해서 이성철학이 봉착한 한계를 극복하는것입니다. ●어떤 부분을 어떻게 보완하는 건가요. 우리는 우리가 봉착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도 우리에게 자유를 확대시켜 준 이성철학의 성취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생태철학은 인간의 무한한 잠재력을 계발해 준 이성에 의지해 인간 이외의 생태계에 도덕적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이를 신휴머니즘이라고할 수 있는데 이는 미신과 공포로 점철된 신화시대로 복귀도 아니고 탐욕과 지배로 얼룩진 현대를수동적으로 받아들이자는 것도 아닙니다. ●그같은 뉴휴머니즘이 구현된 사회는 어떤 형태가 될까요. 인간과 생태계의 생존을 위협하는 약탈적 사회는 ‘나’를주체로 세우고 그 이외의 인간과 자연 모든 것을 대상화 하는 데서 생깁니다.따라서 현대문명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나’를 ‘우리’로 바꾼 ‘생명공동체’라야 합니다. ●그 생명공동체의 일원으로 인간 이외의 생명체도 포함 됩니까. 생태철학은 생태계에 대한 인간의 도덕적 의무를 강조할 뿐입니다.오늘의 문제는 인간과 생태계의 갈등에서 생긴 것이아니라 인간 사회의 모순에서 생긴 것입니다.따라서 문제의해결도 인간사회를 조화롭게 해결함으로써 생태게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는 것이 생태철학의 관점입니다. ■구승회박사 약력. ▲경북 안동 출생. ▲동국대학교 동 대학원 졸업(철학). ▲독일 다름슈타트대학교 철학박사.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연구원. ▲현재:동국대학교 윤리학과 교수. ▲저서:논쟁 나치즘의 역사화’(1994) ‘에코필로소피’(199 5)‘생태철학과 환경윤리’‘생명공학과 생명윤리’(공저,19 01). ▲역서:‘칸트와 더불어 철학하기’(1993)‘칼마르크스의 역 사이론’(1987)‘환경윤리학의 제문제’(1997). ■철학의 환경파괴 책임론. 지구가 숨쉬기 힘들고 물마시기 어려운 곳으로 전락하고 있다.생태계 파괴는 이제 더 이상의 파괴를 막으려는 안간 힘에도불구하고 사람들은 인류가 다시 원시 생활로 돌아가지않는한 불가능 하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철학은 오늘날 지구적 위기에 대해 어떤 해답 줄 수 있는가.이는 정치적인 문제이기도 하다.그리고 훼손에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과학·기술의 책임이기도 하다.실제로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이나 식수 오염이 가져올재앙에 대해 철학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그렇지만 철학계 일부는 ‘오늘의 이 위기에 대해 “전적으로 우리 책임”이라는 고백과 함께 이 위기를 ‘어떻게 풀것인가’에 대해서도 “우리가 대답하지 않으면 안된다”고자원하고 나선다.철학자들의 이 고백과 사명감이 ‘생태철학’(Eco-philosphy)의 출발점 이라고 할 수 있다. 생태계 위기에 대한 철학의 책임론은 현대의 위기는 바로근대과학에서 파생되었고 그것은 또 18세기 계몽주의 이래서양의 주류철학이 원조라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따라서 오늘의 자유시장 경제를 떠 받치고 있는 철학의 대전환 없이는 과잉생산-과잉소비를 막을 길이 없고 그 결과는 필연적으로 생태계파괴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물론 생태철학의 태동이 철학 내부의 변증법적 토론의 결과라거나 자아비판만의 결과로만 보기 어렵다.생태철학은 1960년대 반전(월남전) 반핵,히피로 상징되는 뉴에이지 운동이좌절을 겪은 후 그 일부가 녹색 외투로 갈아 입었듯이 동유럽의 현실 사회주의 몰락 이후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정통좌파 철학도들이 도피성 대안으로 눈을 돌리면서 태동된 것이다. 독일에서 마르크스 철학을 공부한 구승회(具升會 동국대·윤리학)교수는 20세기 서양의 이성철학(理性)에 대한 반발로 자연과 생태를 중시하는 흐름이 생겨 났으며 휴머니즘의 지평을 생태계로 넓힌 뉴휴머니즘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 2001 길섶에서/ 터널 또는 역사

    “터널 끝이 보입니까?” 유인물을 배포하고 돌아온 한 후배가 지친 표정으로 물었 다. “우린 지금 ‘터널의 가장 어두운 구간’을 통과하고 있 어” “터널이 아니고 동굴이라면요?” 또 다른 후배가 물었다.철학을 전공한 그는 해박한 지식뿐 아니라 더없이 무사(無邪)한 성품으로 동료 선후배로부터 신망을 받고 있었다. “아,그렇군.터널은 끝이 트여있지만 동굴은 막혀 있다 그 말이지?” 잠시 거북한 침묵이 흘렀다. “그럼,‘터널’이란 말 대신에 ‘역사’라고 하면 어떨까 ?” “정말 그렇군요.역사는 끝이 막혀있지 않으니까요!” 역사의 진보에 대한 신념을 스스로 풀무질하면서 그렇게 힘들게 뚫고 온 독재의 터널이었다.이제는 아무나 언론자유 를 누리는 ‘대명천지’다.그래서 일까,26년전 우리를 쫓아 냈던 그 신문사가 지금 탈세에 대한 사법처리를 ‘언론 탄 압’이라며 아우성이다.아무래도 좋다.우리는 ‘터널의 가 장 어두운 구간’을 확실히 빠져나왔으므로. [장윤환 논설고문]
  • 中, 파월 인터뷰 ‘편집’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베이징 방문 이후 중미 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자평하던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대화 파트너인 중국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 30일 중국의 국영 CCTV가 방영한 파월 장관과의 인터뷰 내용 중 인권 및 타이완 문제가 쏙 빠졌기 때문이다.인권문제는 파월 장관이 중국 지도자들에게 직접 거론할 만큼 미국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미국 언론들은 국영방송의 삭제 방영이 중국 당국의 입장을 반영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파월 장관 앞에서는 직접 말할 수 없었지만 국영방송을 통해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라는 중국의 기존방침을 재확인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국무부 정례 브리핑에서 이같은 질의가 쏟아지자 찰스 헌터 국무부 대변인은 “CCTV가 인터뷰 내용을 검열하지 않기로 합의해 놓고 이를 어긴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라며 “국영방송이 중국 정부의 신념을 말하는 것으로 믿는다”고 강력히 항의했다.
  • 신간 맛보기

    ◆망치의 신학. (밀러드 풀러 지음,김훈 옮김,북하우스 펴냄)=지구촌 빈민주택 추방운동인 해비태트의 선구자 밀러드 풀러의 행동 철학을 담았다. 지은이에 따르면 ‘망치의 신학’은 집을 지어 가난한 가족이 입주할 때까지 못을 거듭 두드려 박으라는 명령어 이자그 가족이 새로운 주택 소유주로서 확고하게 일어설 수 있게끔 끊임없는 사랑과 관심을 보여줘야 함을 뜻한다. 이런 신념을 바탕으로 책 속엔 백만장자의 풍족한 삶을 뒤로 하고 ‘망치’를 들고 거듭 태어나는 사연을 비롯,나눔이 인생에서 지니는 의미,시련과 극복으로 이어지는 해비타트 운동의 여러 사례를 통해 변화하는 빈민 주택들의 모습등이 담겨 있다.8,000원. ◆수정동굴의 비밀. (김진경 글,김재홍 옮김,문학동네 어린이 펴냄)=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주제로 한 팬터지 동화.‘고양이 학교’시리즈 제1권.어둠의 신을 섬기는 그림자 고양이에 맞서 수정 동굴을 지키려는 수정 고양이들의 대결,황금시대를 열어갈 ‘태양의 고양이’를 찾아 가는 여정은 어린이들을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환상과 신비로움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80년대 ‘민중교육 사건’으로 해직되기도 한 교사 출신의시인이 특유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생태학적 주제를 재미있게 들려 준다.여기에‘인간과 환경’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작업을 해온 젊은 화가 김재홍의 섬세한 묘사가 가세해 생동감을 더해준다.7,500원. ◆성경엔 없다. (고준환 지음,불지사 펴냄)=러시아 언론인 노토비치가 1894년 펴낸 ‘예수의 알려지지 않은 생애’는 거센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종교계의 반발에도 불구,예수의삶 중 12세에서 30세까지의 행적이 성경에 없다는 사실은줄곧 연구 대상이 되어왔다. 지은이도 이 점에 착안,성경은 물론 많은 문헌을 뒤져 예수의 탄생,결혼,인도 순례,십자가 사건 등을 중심으로 예수의 생애와 그리스도교의 역사적 진실을 겸허하게 밝히고 있다.목적은 창시자의 뜻과는 무관하게 조직종교가 된 뒤 권력집단으로 둔갑하여 많은 무리를 빚은 그리스도교를 새롭게자리매김해 보자는 것.“예수 그리스도는 그리스도교인이아니다.그리스도일뿐이다”라는 지은이의 의도가 행간 곳곳에 배어 있다.9,000원. ◆인터넷 세대를 위한 한문 강의. (김영 엮어 씀,한울 펴냄)=인터넷 세대와 한문이 만난다. 감각적이고 즉자적인 미디어환경에 익숙한 세대들에게 딱딱하고 고루한 한문 강의라니. 하지만 맞선도 붙이기 나름.찬찬히 뜯어보면 그다지 볼썽사나운 만남도 아니다. 지은이는 대학교에서의 강의 경험을 살려 ‘젊은 입맛’에맞게 쉽게 다가선다.공자와 노자,정약용과 박지원 등의 명언들을 신세대의 감각에 걸맞게 짧고 명확하게 재해석했다. 아울러 주해를 재미있게 달아 신세대를 끌어안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스피드의 시대에서 잠깐 숨돌리고 내면을 살찌우기엔 제 격일 듯.지은이는 “사이버 공간에서 보여주는발랄하고 세련된 모습과는 달리 항상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젊은이들의 뒷모습이 안타까워 책을 썼다”고 말한다.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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