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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고서적 수집 25년 외길 박대헌 영월책박물관장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고서적 수집 25년 외길 박대헌 영월책박물관장

    고서(古書)가 헌책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기록이요, 그 진실의 두께를 켜켜이 담아낸 정의로운 보물이다. 또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 냈던 선조들의 온갖 지혜가 녹녹하게 발라져 있어 미래를 비춰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런 말도 있다.‘고서 속에는 만가지 봉록(俸祿)이 다 들어있다. 다만 그것은 아는 자만의 것이다.’라고. 이밖에도 금과옥조 같은 여러가지 표현으로 고서의 소중한 가치를 깊이 새기게 한다. 박대헌(54) 영월책박물관장.‘백수’로 지내던 20대의 젊은 나이 때부터 25년 가까이 고서적만을 옹골지게 수집해온 특별한 삶의 밭을 일구고 있다. 흙속의 진주 캐기라고나 할까. ●영월의 폐교에 책박물관 열다 1998년, 그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강원도 산골의 한 폐교에 ‘책박물관’을 떡 하니 열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사람, 자연, 책이 함께 어우러지는 그런 ‘그림 같은 문화마을’에 대한 평소의 동경과 신념이 작용했다. 이와 함께 1983년부터 서울에서 운영해 오던 고서점 ‘호산방’ 또한 아예 두메산골로 옮겼다. 그는 여기에서 300∼400년 전의 조선시대 희귀본 등 수백권의 고서를 찾아내 빛을 보게 했고 박물관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에게는 문화적으로 여러 신선한 충격을 안겨다주었다. 영월지역을 다녀온 이들은 한결같이 “정말, 대단한 분이다.”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영월에 있던 ‘호산방’을 서울 도심 한복판인 태평로1가의 한국프레스센터 지하로 옮겼다. 고서점이 점점 사라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다소 의아해지는 대목이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주 ‘호산방’에서 박 관장을 만났다. 입구에는 ‘호산방은 30년 후를 생각합니다.’는 글귀가 인상깊게 걸려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200년 전의 ‘의방활투’를 비롯,‘추사문집’ 초판본, 조선후기의 ‘우병치방법’ 등 세월의 때가 잔뜩 묻은 희귀 고서 500여권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우병치방법’은 소가 병들었을 때 치료하는 요령이 상세히 담겨 있어 당시 우리 선조들이 소를 어떻게 대했는지 짐작하게 했다. ●프레스센터 지하에 고서점 열어 특히 한쪽에 진열된 1960∼1970년대의 국민학교 교과서들은 당시의 추억 어린 향수를 떠올리게 했다. 아울러 월북 시인 임화의 ‘현해탄’, 박두진의 ‘해’, 그리고 소월의 스승 안서 김억의 육필원고 등도 소중하게 다가온다. 박씨가 10년 전 펴낸 필생의 역작 ‘서양인이 본 조선’도 눈에 들어온다. 이 책은 17∼20세기에 걸쳐 조선에 다녀간 서양인들이 조선에 관해 쓴 책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 새롭게 정리했다. 이를 위해 그가 모은 원본만 모두 287권. 세계 각국의 고서점을 구석구석 뒤지고 다닌 발품의 결과물이기에 학계에서도 소중한 사료가치로 인정한다. 그가 ‘서지(書誌)학자’로 불리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서울시내 중심가에 둥지를 새롭게 마련한 지 두달 됐다는 그는 “영월에 있는 책박물관 운영이 어려워져 이곳에 일을 저질렀다.”고 했다. 하기야 산골에서 박물관을 운영하기란 그리 쉽지는 않았을 터. “영월의 책박물관도 살리고 또 수도 서울 한복판에 고서문화의 한 중심축을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지금은 약간 어렵겠지만 내년에는 정상궤도에 오를 것으로 희망합니다.” ●고서, 작은 마을의 희망이 되는 물건 ‘30년 후를 생각합니다.’라는 글귀의 뜻을 물었더니 “고서를 통해 이전과 현세대, 그리고 미래 세대를 연결시키는 공간을 의미한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러면서 “30년 후를 생각해 보면 주위에 남을 만한 책들이 얼마나 될지 걱정도 된다.”고 부연했다. 이어 “대형마트에서 팔지 않는 물건, 작은 마을의 희망이 되는 물건, 그게 바로 고서의 가치”라고 거듭 강조한다. 웬만한 강원도 여행객치고 박씨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의 책사랑은 소문이 나 있다. 그가 서울에서 영월로 향했을 때만 해도 강과 산으로 둘러싸인 산골마을에 서점과 음악·연극 공연장, 문화 예술인의 작업실, 화랑, 카페가 있는 마을을 구상했다. 그래서 ‘영월 책축제’만 7회나 여는 등 나름대로 온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책과 문화에 대한 주변 사람들과의 시각차이를 좁히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결국 박물관을 잠시 폐관했다가 얼마전 다시 재개관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생긴 책마을은 영국의 ‘헤이 온 와이’입니다. 웨일스의 작은 마을이지요. 폐광 등으로 1960년 초만 해도 쇠락해가는 마을이었는데 어느날 리처드 부스라는 한 젊은이의 노력으로 지금은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찾는 유명한 책마을로 변모했습니다.” 평소 박씨의 철학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영월책박물관은 옛 학교터(여촌분교)와 건물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이 학교는 1962년 개교해 1998년 문 닫기까지 36회에 걸쳐 400여명이 졸업했다. 현재 박물관에는 3만∼4만여점이 소장돼 있다. 박씨의 책사랑은 고교 때부터 시작됐다. 어느날 은사에게 옛 책의 소중함을 듣고 용돈을 아껴 시간날 때마다 청계천 등지에서 한두 권씩 책을 사모았다. 원래의 꿈은 도예가. 그래서 홍익공업고등전문학교에서 요업을 전공했다. 고교과정 3년과 대학 2년과정을 합친 5년제 학교였다. 군 제대후에는 도예학원을 운영했으나 아무런 성과를 이룰 수가 없었다. 백수생활로 접어들면서 방황이 시작됐다. 국립중앙박물관과 도서관, 그리고 서울의 여러 고서점을 들르는 일이 유일한 낙이었다. 그 많은 유물을 눈감고도 줄줄 꿸 정도였다. 덕분에 도자기뿐만 아니라 고미술 전반에 대한 안목이 높아졌다. 고서적도 마찬가지. 결국 곰곰이 생각하던 끝에 서울 장안평 고미술상가에 고서점 호산방(壺山房)을 열었다. 이때가 1983년 서른 살의 나이였다. 호산방이라고 한 것은 조선 말기 서화가 우봉 조희룡의 호 호산(壺山)에서 비롯됐다. 고서점을 연 후에는 주로 필사본과 간찰, 또 개화기와 일제 강점기 때의 역사와 문학 관련 양장본들에 관심을 쏟았다. ●수집에 미쳐 가족엔 ‘미안한 아빠´ 1992년 장안평 고서점을 광화문 인근으로 옮겼다. 이때 인사동의 한 고서점 주인은 “인사동에서도 안 되는 고서점이 광화문에서 되겠어? 1년도 못버틸 걸.” 하고 말렸다. 하지만 꽤 유명세를 탔고 번창해 나갔다. 그 사이 방송통신대학을 9년만에 졸업했고 동국대 정보산업대학원에서 출판잡지를 전공, 석사과정까지 마쳤다. 이때가 1998년 나이 마흔 여섯이었다. 박씨네 가족이 현재 거주하는 곳은 책박물관 한쪽에 있는 허름한 관사. 말이 관사이지 한겨울에 연탄난로를 두 개씩 피워도 거실의 물이 얼고 수도관이 터지기 일쑤. 그러다 보니 박씨는 무능한 가장으로 전락했다.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1학년이던 두 아들은 이곳에서 고등학교를 마쳤다. 서울에서도 학원 한번 보내지 못하고 시골에 데려왔지만 큰아들은 현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4학년에 재학중이고, 둘째는 내년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다. “누가 그러더군요.‘고서수집을 하는 것은 독립운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말입니다.” 어쩌면 이 말은 그동안 산골마을에서 외롭게 문화독립운동을 해온 박씨를 두고 한 말이 아닐까. 그는 고서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위해 “고서는 열번 잘 사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한번 잘못 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내년 초 그동안의 고서수집 노하우와 에피소드를 담은 ‘서창야화-어느 고서점 주인의 잠꼬대(가제)’라는 책을 발간한다. km@seoul.co.kr
  • “폭력 가능성 있다고 집회금지하면 안돼”

    “폭력 가능성 있다고 집회금지하면 안돼”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며 제4대 국가인권위원회의 수장에 오른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이 취임 40여일째를 맞았다. 반FTA 시위를 사전금지한 경찰청에 철회 권고를 하는 등 인권관련 뉴스의 중심에 선 안 위원장을 만나 현안에 대한 입장과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유엔의 권고로 양심적 병역거부가 다시 현안으로 부각됐는데요. -‘양심적 병역거부’를 잘못 받아들이면 ‘군대 가면 비양심적이란 말이냐.’고 하지만 신념에 의해 집총하거나 전쟁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유엔에서 국제적으로 보장되고 있는 국제인권법을 권고했고, 국제적 기준을 국내법과 맞추는 게 우리의 임무입니다. 이 문제를 안보와 연관시키는데 본질은 국가 안보나 양심·비양심과도 관계가 없습니다. 타이완도 대륙과 경직된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대체복무제를 오래전에 도입하고 있습니다. 우리처럼 경직된 법을 가진 나라는 없습니다. ▶경찰청이 ‘반FTA 시위 금지 통보를 철회하라.’는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는데요. -수용이 안돼도 우리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집회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되기까지는 많은 시대, 많은 나라에서 경험이 있었습니다. 폭력을 이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권고에서 ‘평화적으로 집회 하라.’고 진정인에 주문해 폭력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권고가 양쪽에서 거절당했지만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출판물에 대해 책자가 나오기도 전에 미리 위험하다고 예단해 출판을 금지하는 것이 말이 안되 듯, 폭력의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집회를 금지해서는 안 됩니다. 요즘 지방에서는 일부 과격한 시위가 있었지만 서울에서는 상당히 평화적이었고 그런 추세로 볼 때 사전 금지는 옳지 않다고 봅니다. ▶북한 인권문제가 민감한데, 어떻게 정리되어 갑니까. -민감할 게 뭐 있나요. 인권이란 측면에서 얘기를 하면 해석하는 쪽에서 자꾸 편을 갈라 정치적 의미를 부여합니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발표는 국민과 국회에 대한 약속이었고, 이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형태와 내용이 적절한지에 대해 위원들간 합의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위원회가 고민한 흔적이 담기겠지만 모든 국민이 원하는 내용을 담을 수는 없습니다. 북한 당국이 어떻게 반응할 것이냐에 대해 인권위가 정치적인 판단을 할 수 없고, 인권 측면에서 생각할 뿐입니다. 내용상 (진보와 보수)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크리스마스 이전에 발표하나요. -그럴 생각입니다. ▶론스타 수사와 관련한 영장 기각을 어떻게 보십니까. -원래 구속은 예외적으로 하는 게 원칙이지만, 검찰이 불구속 상태에서 효과적인 수사가 어렵고 사안의 중요성 때문에 구속수사를 고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원론적으로는 법원의 말이 맞지만, 원론적인 말을 지킬 만큼 국민의 신뢰를 얻었느냐는 의문입니다. 우리나라처럼 법원과 검찰을 동등한 지위에서 보는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이는 두 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관행과 사회의 전체 인식과 연관이 됩니다. ▶사법부에 대해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수용하십니까. -사법의 영역은 되도록이면 독자적으로 하도록 두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위원회가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확실하게 옳고 그름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 졌을 때 가능합니다. 호주제 폐지 등 정책문제에서는 관여할 수 있지만, 사건의 진실을 파헤칠 때 위원회가 관여하는 것이 옳지 않습니다. ▶사회단체와 협력은 원활한가요. -‘긴장적 협력관계’를 지향합니다. 특정 이슈에 대해 전문 단체에 의견을 듣고 협조도 하겠습니다. 이는 유엔의 기본 입장으로 정부와 시민사회가 같이 가야 합니다. 국가 기관은 경직되어 있는 반면 시민사회는 살아 있는 이슈를 제기할 수 있어 협력관계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역점을 두고 싶은 분야는. -병역문제, 사형제 폐지문제, 국가보안법 문제 등이 남아 있습니다만 집회 등 자유권은 지난 몇 십년간 많이 발전했습니다. 반면 경제력 및 배분 문제와 관련된 사회적 권리는 우리나라가 압축 성장을 했기 때문에 복잡하게 얽혀 있지요. 경제성장 만큼 사회적 권리는 감당을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정부와 현 정부가 사회 평등에 많이 신경썼지만 사회적 권리에 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인권위가 개선할 점이 있다면. -인권위 구성원들이 경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인권위에 경제인이 와서 강연하는 예가 없어서 추진해 보려 합니다. 기업에 뭔가 권고를 하려면 알아야 합니다. 이는 우리 사회를 균형있게 보자는 것입니다. 대기업 총수를 모셔서 강연을 들을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대담 오승호 사회부장 정리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동굴’지도자는 나타날까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동굴’지도자는 나타날까

    영국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훌륭한 지도자의 유형을 이렇게 꼽았다. 국정에서 한발짝 비켜선 뒤 온갖 시련과 고초를 겪으며 심신을 단련한 끝에 다시 한번 전면에 부상하는 지도자가 나라를 발전시킨다고 설파했다. 그러면서 토인비는 핍박받는 이스라엘인들의 출애굽을 이끈 모세를 예로 들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동굴(洞窟) 비유도 이와 비슷하다. 즉, 자신을 따르는 무리들과 동굴에서 살다가 동굴 밖 세상에 대한 궁금증으로 동굴을 떠나, 밝은 세상을 보게 된 지도자가 다시 동굴 속으로 돌아와 동굴만이 유일한 생활터전이라고 믿는 무리들에게 화려한 바깥 세상의 존재를 알리고 그들을 각성시키는 일을 차곡차곡 진행시키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라는 것이다. 중국의 오늘이 있게 한 덩샤오핑이 그랬고 대영제국의 기초를 공고히 한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그랬다.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이 일으킨 문화혁명으로 숙청을 당해 10년 이상 야인으로 지내며 개혁 개방에 대한 신념을 더욱 굳게 한 끝에 중국이 나아갈 방향의 틀을 체계화했다. 엘리자베스 1세는 딸을 낳았다는 단 한가지 이유로 아버지 헨리 8세가 그녀의 어머니인 앤 블린 왕비와의 결혼을 무효로 하고 사형까지 시키면서 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졸지에 서출이 된 것도 그에겐 받아들이기 힘든 일. 그러나 그는 이복 오누이인 메리 공주와 에드워드 왕자에 이어 왕위에 오른 뒤 영국을 가장 부강한 나라로 만드는 기초를 닦았다. 우여곡절의 불행한 삶을 살았지만 끊임없는 자기 성찰로 나라를 잘 이끈 엘리자베스 1세는 이후에도 훌륭한 지도자의 전범으로 추앙받고 있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너무 쉽게 당선되면 끝이 안 좋다.’는 통설이 있다. 처음 치른 국회의원 선거에서 너무도 쉽게 금배지를 단 의원 치고 의정활동 성적이 뛰어난 사람 별로 없고, 이후 연속 당선에 성공한 이도 그다지 많지 않다는 현실을 빗댄 것이다. 내가 왜 국회의원이 되어야 하고, 의원이 된 후 지역구민과 국민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법안을 만들 것인지 정도는 머릿속에 그리고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어떤 경험과 심신 단련을 했는지, 그리고 성과별 자기관리는 확실하게 하고 있는지도 점검해야 함은 물론이다. 단순히 정파적 이해에 따라 출마하고 특정인 줄서기나 해서는 국민들 뇌리에 오랫동안 기억되는 국회의원이 될 수 없다. 이는 곧 ‘정치인’과 ‘정치꾼’의 차이다.17대에서 탄핵 열풍으로 금배지를 단 탓에 ‘로또 의원’이란 비아냥을 듣는 국회의원의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하지 않을까. 갈라서기 직전에 놓인 여당의 심각한 분열상도 이런 현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차기 대선후보군 가운데 ‘동굴’ 지도자는 과연 있을까. 후보군마다 이런 시련과 저런 고초를 겪으며 나라를 제대로 이끌 안목을 키웠다고 주장할 것이다. 문제는 국가를 운영할 정도의 위치에서 그런 일을 했느냐가 문제다. 변호사나 언론인, 기업인으로서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물론 여기에서 남녀의 차이를 두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모세나 덩샤오핑처럼 훌륭한 지도자를 선택하는 것은 순전히 국민들의 몫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것이다. jthan@seoul.co.kr
  • [이문열 소설 정치성 논란] “작가도 적극 정치 목소리 내야”

    “작가들은 정치적 목소리라도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시인 고은(73)씨는 8일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자기 각도에서 현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을 적극적으로, 자꾸 표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설가 이문열씨의 현실정치 비판과 시인 정현종씨의 ‘북핵 성토 시’ 발표 등 작가들의 잇단 정치참여 논란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작가들이 신념이 있다면 정당에 가입해서 활동해도 무방하다.”면서 “백화만방 하듯이 의견이나 발언이 많아야 한다.”고 밝혔다. 고은씨는 “일본 문학계는 완전히 사회와 동떨어져 있다.”면서 “우리는 1970∼80년대 작가들이 소리도 내고, 거리로 뛰쳐나가기도 하면서 사회와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고은씨는 “작가는 자기신념을 정직하게 표현해야 한다.”면서 “작가의 신념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비판하거나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사회갈등과 관련해서는 “‘좌’다,‘우’다 얘기하지만 극좌와 극우 밖에 없다.”면서 “현재 우리 사회에는 중도가 없고, 이 문제는 우리가 이겨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파렴치범 몰리는건 막아줘야”

    “파렴치범 몰리는건 막아줘야”

    유엔 인권기구가 우리 정부에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 대해 보상하라고 권고하면서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가 또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유엔 권고에 대해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는 찬반 논쟁이 뜨겁게 전개됐다. 인권단체들은 “정부가 유엔 권고를 받아들여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양심적 병역 거부를 반대해온 시민과 네티즌들은 “분단 현실 속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반대했다. 아들이 2001년부터 3년간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생활을 한 성우 양지운(58)씨는 “내 아들은 물론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형사처벌을 받고 이로 인해 취업 등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고 있다.”면서 “이번 권고를 계기로 양심적인 이유로 젊은이들이 최소한 파렴치한으로 몰리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주교 인권위원회 김덕진 사무국장은 “징병제를 하고 있는 타이완에서는 대체복무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징역형이 대체복무제”라면서 “이번 권고는 유엔이 한국에 대체복무제를 만들라는 강력한 압박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한홍구(47·성공회대 교수) 공동집행위원장은 “개인에 대한 보상은 내가 알기로 유엔이 내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라면서 “그동안 우리 사회가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너무나 무관심했다.”고 밝혔다. 대학생 안상민(25)씨는 “양심적 병역 거부는 분명 사상의 자유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면서 “군대 가기 싫은 사람들을 감옥에 보내는 것보다는 대체복무제를 통해 효율적으로 인력 배치를 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았다. 뉴라이트전국연합 제성호(48·중앙대 교수) 대변인은 “유엔에서는 최상위 가치로 인권을 두지만 유엔측은 각국의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 같은 의문이 든다.”면서 “안보 상황이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안 좋은 상황에서 당장 시행하는 것은 시기상조이고 무리”라고 주장했다. 회사원 송진원(24·용산구 청파동)씨도 “국방은 결국 가족을 지키는 것도 포함되는데 군대 가는 것이 누구를 살상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면서 “종교적 신념에 대한 양심의 진정성을 따지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공무원 홍상구(60·부산 사직동)씨는 “양심적 병역 거부 자체는 반대하지만 세계적인 추세가 벌을 주기보다 자원봉사를 하거나 공익요원, 동사무소에서 일할 수 있게끔 대체복무제를 하게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에는 네티즌들의 의견이 쇄도했다. 네이버에 글을 올린 네티즌 ‘innocence90’은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비양심적인’ 사람이 아니라 국민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다녀온 것”이라면서 “양심적 병역 거부는 절대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chutnoon99’는 “총·칼을 안 들었다고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반인권국에서나 나오는 것”이라면서 “현역 대신 대체복무를 도입하면 양심을 가장한 악질적인 병역 기피자를 막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준비된 金이거든”

    체조 안마에서 금메달을 딴 김수면(20·한국체대)에게 모두들 ‘깜짝 금메달’이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13년 동안 묵묵히 구슬땀을 흘린 뒤 얻은 ‘준비된 금’이라는 표현이 맞다. 비인기종목의 설움속에서도 꿋꿋하게 ‘지조’를 지킨 데 대한 어쩌면 최소한의 대가인지도 모른다.김수면은 마루와 단체전 동메달을 합쳐 이번 대회에서 금 1, 동 2개를 거뒀다. 그동안 대표팀 막내로 ‘차세대 주자’라는 알쏭달쏭한 꼬리표가 따라다녔지만 이제는 당당히 ‘에이스’다. 김수면은 “전혀 예상치 못한 금이라 더욱 기쁘다.”고 말했지만 내심 금메달을 항상 준비하고 있었다.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으로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이번 금메달로 미안했던 감정을 훌훌 털어버렸다. 그는 “태릉에서 훈련을 하느라 집에 못갔다.”면서 “엄마와 형이 아주 기뻐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수면은 포철서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체조를 시작했다. 포철중·고교를 거치면서 한 눈을 팔지 않고 체조에 열중, 실력을 키워갔다.그리고 태극마크를 달기에 이르렀다. 지난 8월 인도 수라트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 개인종합 3위에 등극,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김수면 뒤엔 포스코교육재단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다. 포철서초교, 포철중·고 체조부를 운영 중인 포스코재단은 한국 체조의 산실이다.비인기종목인 체조에 수십년 동안 묵묵히 투자해 왔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기초종목이 튼튼해야 다른 모든 종목이 강해진다는 신념하에 ‘무소의 뿔’처럼 묵묵하게 ‘올인‘해온 것. 포스코가 길러낸 선수가 금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서 현재 대표팀 코치를 맡고 있는 이장형이 안마 정상에 올랐었다.도하아시안게임에도 김수면을 비롯해 여자체조에 유한솔, 김효빈(포철고)이 출전했다.1983년엔 국내 일반학교로서는 처음으로 국제규격의 체조전용경기장을 세웠고, 이듬해부터 전국 초·중학교 체조대회를 매년 열고 있다. 투자에 가속도를 붙여 2001년부터는 국내 최초로 러시아 출신 남녀 코치 2명을 영입, 선진 기술을 짧은 시간에 흡수했다.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농어촌청소년대상] 농어촌청소년대상 한윤정(농업)·박용성(수산)

    제26회 농어촌청소년대상 농업부문 대상(대통령 표창) 수상자에 한윤정(29·전남 진도 고군면)씨가 선정됐다. 수산부문 대상의 영예는 박용성(27·강원도 평창군 미탄면)씨가 차지했다. 농어촌청소년대상 심사위원회(위원장 김성수 서울대 교수)는 5일 농업·수산부문 대상을 비롯해 특별상(국무총리 표창), 본상, 공로상 수상자 등 19명을 선정, 발표했다. 농어촌청소년대상은 농어촌 후계자를 발굴, 육성하기 위해 서울신문사가 1980년 제정하고 농림부와 해양수산부, 농촌진흥청, 농협중앙회, 한국마사회 등이 후원하는 상이다. 수상자들에게는 대통령, 국무총리, 농림·해양수산부장관, 농촌진흥청장, 농협중앙회장의 표창과 한국마사회가 협찬한 상금이 수여된다. 시상식은 오는 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신문·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부문별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 ●농업부문 ▲대상 한윤정 ▲특별상 배봉주(29·경북 고령군 쌍림면) ▲본상 김관식(29·제주도 제주시 한경면) 이봉규(28·충북 충주시 금가면) 김대종(29·경남 창녕군 대합면) 이영수(26·경기 안성시 미양면) 정서기(26·전북 부안군 상서면) 한규용(24·대전시 유성구 용산동) 이명오(27·광주시 광산구 옥동) 천인창(25·인천시 옹진군 북도면) 구재현(28·대구시 달성군 다사면) ▲공로상 박병석(42·강원도 농업기술원) ●수산부문 ▲대상 박용성 ▲특별상 허도제(28·충남 보령시 오천면) ▲본상 유재인(29·경기 파주시 탄현면) 김동한(29·전남 장흥군 안양면) 유동기(29·경북 포항시 남구) 반용문(35·경남 거제시 장목면) ▲공로상 정성필(49·제주도 해양수산연구소) ●농업 한윤정씨 배추, 대파, 고추 등 노지채소 재배와 멧돼지 사육 등으로 연 2억 5000만원의 고소득을 올리는 청년 기업농이다.10㏊의 땅에 지역(전남 진도) 특성을 이용, 겨울 배추와 대파를 길러 고소득을 얻고 있다. 재배에만 그치지 않고 도매상과 유대를 강화하고 판매에 대한 정보를 얻어 채소의 출하시기를 조정하는 등 시장친화적 경영도 펼치고 있다. 충남 천안 연암축산원예대학에서 배운 기술로 한우를 키워오다 2000년부터 멧돼지 사육에 도전, 현재 100여마리를 친환경적 방법으로 키우고 있다.2001년 후계농업경영인으로 선정되면서 지원받은 자금 6000만원으로 관수시설 설치와 트랙터, 관리기, 건조기, 세척기 등을 도입해 기계화를 통한 노동력 절감의 경영방법을 채택하면서 고소득의 기반을 마련했다. 봉사활동에도 주력,1999년부터 2002년까지 무연고 묘 2300기를 벌초해 주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진도군의 대표적 축제인 ‘신비의 바닷길’ 행사에서는 7년간 11회에 걸쳐 20명으로 구성된 봉사단을 이끌고 주차정리와 행사장 주변 청소를 해 지역민은 물론 관광객들의 큰 호응도 얻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수산 박용성씨 “양식기술을 발전시키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건 평창 송어를 식탁에 더 자주 오르게 하는 것입니다.” 부친으로부터 송어 양식장을 물려받아 7년째 송어 양식을 해오고 있는 박씨의 신념이다. 일본 기술을 그대로 들여온 기존의 송어양식장이 생산성도 떨어지고 일손도 많이 들자 2004년 과감히 고쳤다. 수조별로 원심 유동법을 활용한 침전물 분리방식으로 시설을 현대화해 2003년 25t이던 성어 생산량이 2006년 55t으로 늘었다. 인력도 3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 물기를 뺀 침전물은 퇴비로 쓰는 등 ‘1석3조’의 효과를 거뒀다. 박씨의 노력은 계속됐다. 치어를 다른 양어장에서 들여오면서 바이러스까지 옮겨와 치어 생존율이 50%에도 못 미치자 2005년 수질을 대폭 개선한 부화장과 치어장을 만들었다. 그 결과 2005년 40만미 8000만원의 수익을 올렸고 올해에는 110만미 1억 800만원의 수익을 냈다. 송어를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2005∼2006년 세계음식관광박람회에 송어회와 훈제 송어를 출품했고, 현재 강원대와 함께 ‘평창송어’ 브랜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해외 누비는 한국 건설업체] (1) 삼성 ‘버즈 두바이’ 공사 현장

    [해외 누비는 한국 건설업체] (1) 삼성 ‘버즈 두바이’ 공사 현장

    우리 건설업체들이 세계를 누비고 있다. 초고층 건물을 비롯해 발전소·항만·정유·플랜트 건설 공사 등 고부가가치 공사를 휩쓸면서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세계 내로라하는 건설사를 따돌리고 올 들어 따낸 수주액은 지난 10월말 현재 134억달러. 뜨거운 모래 바람과 살을 애는 추위에도 국위를 떨치고 있는 우리 건설업체의 현장을 둘러봤다. |두바이 류찬희특파원|삼성물산건설의 아랍에미리트(UAE)‘버즈 두바이’ 공사 현장. 서울의 테헤란로와 같은 셰이크자이 로드다. 초겨울이지만 기온이 30도를 넘는다. 햇빛이 너무 강해 얼굴이 따가울 정도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흠뻑 배어난다.88층 공사 현장은 크레인과 유압 펌프 작동으로 귀도 멍멍하다. ●25개국 3800여 근로자 구슬땀 UAE 두바이에서 세계 최고층 건물을 짓기 위해 25개국에서 온 3800명의 근로자와 삼성의 기술전사(技術戰士) 18명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 현재 최고층 빌딩은 ‘타이베이 101빌딩’으로 높이가 508m다. 하지만 2008년 말 버즈 두바이가 완공되면 최고층 신기록이 깨진다. 시공 계약 당시 700m를 넘을 것이라고 했을 뿐, 아직 첨탑의 높이가 결정되지 않았다. 이곳 관계자들은 건물 높이가 800m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층수는 160층으로 확정됐다.39층까지는 호텔,39∼108층은 아파트로 짓는다.153층까지는 오피스로 사용하고 나머지 꼭대기 층에는 통신·설비 시설 등이 들어선다. 중간 124층에는 전망대를 설치해 관광 명소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두바이 3대 부동산 개발업체 가운데 하나인 이마(EMAAR)가 발주했다. 영국, 일본 등 초고층 실적이 많은 건설사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경쟁 업체보다 공사비를 비싸게 불렀지만 기술력에서 우위를 차지해 공사를 따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초단기 골조공사 ‘세계가 감탄´ 말이 800m이지 사막 한가운데 서울 도봉산 높이와 비슷한 건물을 짓는 것이다. 현재 88층 골조 공사를 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공법은 ‘3일 공정기술’이다. 한개 층 골조 공사에 걸리는 시간을 3일로 단축시킨 삼성만이 자랑하는 기술이다. 즉 1일차에는 지상에서 조립된 철근을 대형 크레인으로 끌어올려 철근 조립시간을 단축한다.2일차는 창문틀을 설치하고 거푸집을 조립한다.3일차에는 지상에서 한번에 콘크리트를 쏘아올려 굳히는 작업이다. 이때 거푸집을 뜯어내지 않고 2300t급 유압잭을 이용, 다음층으로 자동 끌어올린 뒤 같은 방법으로 공사를 진행해 공기를 단축시키는 공법이다. 문제는 타워크레인이 닿지 않는 700m 상공에 첨탑을 어떻게 설치하느냐 하는 것. 삼성은 높이 220m 정도, 무게 560t 첨탑을 건물 안에서 조립한 뒤 유압잭과 강선을 사용해 구조물을 건물 밖으로 밀어 올리는 ‘리프트업’(Lift-Up)공법을 적용한다. 콘크리트는 강도(强度)와 시간이 생명. 버즈 두바이에 사용되는 콘크리트는 기둥과 옹벽에 800㎏/㎠의 고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하고 있다. 지상에서 570m까지 콘크리트 반죽을 10분 안에 쏘아올릴 수 있는 펌프도 가동하고 있다. 꼭대기 층에서는 바람이 불 때 좌우로 최고 120㎝ 흔들리지만 거주자는 전혀 흔들림을 느끼지 못하도록 설계됐다. ●첨단기술·풍부한 경험의 산물 삼성이 최고층 빌딩을 지을 수 있는 비결은 오랜 경험에서 나온다.1998년 말레이시아의 KLCC,2004년 타이완 TFC빌딩,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을 지으면서 자체 개발한 숱한 기술과 풍부한 경험이 바탕이 됐다. 공기를 맞추려고 공사도 ‘한국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김경준 소장(상무)은 ‘국보급’ 존재다. 그는 말레이시아의 KLCC 등 초고층 건물 현장을 진두지휘한 세계 최고급의 건축 기술자다. 김 소장은 “세계 최고를 창조한다는 신념과 안전 시공으로 건설 한국의 기술을 떨치겠다.”고 다짐했다. chani@seoul.co.kr
  • 독극물 중독 전KGB요원 결국 숨져

    “푸틴, 당신은 한 사람을 입다물게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전세계에 울려퍼지는 항의를 평생 들어야 할 것이다.” 러시아 정보기관에 의해 독극물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진 옛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전직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43·서울신문 11월21일자 16면)가 23일(현지시간) 결국 숨을 거뒀다. 리트비넨코는 21일 남긴 편지에서 본인의 죽음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책임이 있다며 그를 비난했다. 런던에 있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병원측은 지난 1일 이탈리아 제보자를 만난 스시바에서 독극물에 당한 것으로 보이는 리트비넨코가 3주만인 이날 밤 사망했으며 사인(死因)을 규명하기 위해 계속 힘쓰는 중이라고 밝혔다.AFP통신은 리트비넨코가 방사성 폴로늄에 의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그가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에 만난 친구 안드레이 네크라소프는 리트비넨코가 “난 살고 싶고 그 모습을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리트비넨코는 손발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쇠약했고 극심한 통증에 힘겨워했다. 자신이 독극물을 이겨내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지만, 생존 여부에 관계없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신념을 내비쳤다고 친구는 덧붙였다. 사용된 독극물로 처음에는 중금속 탈륨이 의심됐지만, 방사성 물질인 폴로늄이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탈륨을 테스트한 결과 폴로늄으로 밝혀졌다고 병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지난주 수사에 나선 런던경시청은 리트비넨코가 이탈리아 제보자를 만나기 전 한 호텔에서 만난 전 KGB 요원 ‘블라디미르’를 특별히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핀란드 헬싱키를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그의 죽음에 대해 “비극적이지만, 살인이란 증거는 없다.”며 애도를 표시했다. 푸틴은 “영국의 의료 기록에는 그의 죽음이 폭력에 의한 것이란 증거가 없기 때문에 의심받을 근거도 없다.”며 리트비넨코의 사망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비난했다. 푸틴은 이날 EU 항공기의 시베리아 영공통과료를 오는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합의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여, 자이툰 철군계획서 요구 당론 채택… 당청 이별 전주곡?

    여, 자이툰 철군계획서 요구 당론 채택… 당청 이별 전주곡?

    여당이 23일 이라크에 주둔 중인 자이툰 부대의 철군계획서를 국회에 제출해 달라고 정부 측에 요구하기로 당론을 정해 파장이 예상된다. 대외적으로는 지난 18일 한·미 정상이 상호 확인한 ‘긴밀한 협의와 조율’이라는 원칙과 어긋나는 것이어서 한·미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치적으로는 찬반 의견이 첨예한 현안의 해결방식으로 여당이 ‘정책 건의’가 아닌 ‘당론 요구’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당청간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철군 기정사실화’ 요구 열린우리당은 이날 국회에서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자이툰 부대의 철군 계획서를 국회에 제출할 것을 정부에 요구키로 당론을 정했다.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임종석·송영길 의원 등 당내 개혁성향 인사들의 ‘자이툰 철군 기정사실화’ 요구가 관철된 것으로,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의 국회 처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웅래 공보부대표는 의총 직후 브리핑에서 “파병연장 동의안 제출과 별개로 철군 계획서를 국회에 제출하라는 것”이라면서 “의총에서는 즉각 철군, 단계적 철군 등 여러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기립 표결 결과 116명 가운데 압도적 다수가 ‘철군계획서 제출 요구안’에 찬성해 박수로 단일 당론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일부 보수성향 의원은 “당장 철군하자는 것이 아니지 않으냐.”며 찬성표를 던졌다. 당 관계자는 “파병 연장동의안의 찬반 결정은 철군계획서를 검토한 뒤 그때 가서 따로 정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조만간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최종 방침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이 정치에서 손 떼라는 것” 여당의 ‘당론 요구’ 결정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행위에 제동을 건 것으로, 일종의 ‘이별 전주곡’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개혁 성향의 민병두 의원은 “당이 국민 여론을 토대로 정책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라면서 “현재의 전선은 실용과 개혁이 아니라 관료와 정치인의 구도”라고 밝혔다. 당청 관계에 밝은 청와대 관계자는 “개인의 신념 문제일 수도 있지만, 청와대가 정치에서 손을 떼라는 신호 아니냐.”고 말했다.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부원장은 “한마디로 통합 이전의 분화과정”이라면서 “노 대통령의 지나친 정치 개입을 견제하고, 무력화시키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부동산 대책과 출총제 존폐 관련 논의를 다음달로 미뤄 실용·개혁간 벼랑끝 충돌을 비켜갔다. 노 부대표는 “당내 부동산대책 특위에서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달 9일까지 잠정보고서를 마련, 의총에 보고하고, 연말까지 최종 보고서를 만들어 정부와 협의키로 했다.”면서 “출총제 문제도 추후 논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박찬구 구혜영기자 ckpark@seoul.co.kr
  • [서울광고대상-대학부문] 한양대학교 ‘한양대로… ’

    [서울광고대상-대학부문] 한양대학교 ‘한양대로… ’

    한양대학교는 1939년부터 지금까지 학교 설립의 신념이 되었던 기술보국(技術保國)의 정신을 이어받아 근면, 정직, 겸손, 봉사의 네가지 덕목을 갖춘 ‘사랑의 실천자´라는 인재양성을 통해 조국과 민족이 필요로 하는 인재들을 배출해왔다. 또한 다가올 미래를 위해 ‘HYU project 2010´이라는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우고 ‘Global i-Leader 양성´을 ‘그랜드 비전(Grand Vision)´으로 하여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을 목표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한양대학교의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서 이번 대학부문 최우수상을 차지한 광고 전략을 ‘올바른 Global i-Leader 양성을 위한 Global Challenger´에 두고 한양대학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자신감과 긍지를 표출하였다. 앞으로도 한양대학교는 미래를 개척하고 선도해나갈 인재들 양성에 노력할 것이다. 박희호 홍보팀장
  • [시론] 고건 전 총리가 가야 할 길/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

    [시론] 고건 전 총리가 가야 할 길/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

    차기 대선 경쟁에서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후보들 중에서 고건 전 총리는 가장 풍부한 행정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런 경험 때문에 고 전 총리는 국가의 정체성이 크게 흔들리는 시점에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는 후보로 다가오고 있다. 고 전 총리는 총리와 대통령직이 다르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총리는 임명되는 것이지만 대통령은 비전을 갖고 국민을 설득해 스스로 권력을 창출해 나가는 과정에서 탄생한다. 고 전 총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관리형 리더십’에서 ‘개척형 리더십’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에 쏠려 있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건국, 산업화, 민주화 과정을 거쳐 왔다. 이런 역사전개 과정에서 고 전 총리는 드물게 산업화 세력은 물론 민주화 세력과도 국정을 운영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 점은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되는 고 전 총리만의 중요한 자산이다. 그는 이런 자산을 국민통합을 통해 선진화를 추진하는 새로운 ‘개척형 리더십’의 기반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지역감정에 기대어 집권하려는 발상은 국민 분열을 조장하고, 국가의 미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 전 총리는 국가정체성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가진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남남갈등과 북핵위기로 인해 국가정체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우리 사회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이념적 확신을 갖고 있는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그릇에 자유주의란 내용물이 담겨져 있는 정치체제이다. 민주화가 달성된 시점에서 당연히 21세기형 한국의 국가 비전은 자유주의의 재발견과 내실화에서 찾아야 한다. 이런 이념에 기초한 정책만이 지속성을 갖고 한국의 선진화를 이룩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가 이념적 혼란을 겪고 뚜렷한 좌표 없이 크게 흔들리는 이유는 이러한 이념과 철학의 빈곤에서 비롯되고 있다. 고 전 총리는 과거지향적 역사인식에 빠져 있는 기존 집권세력과 자신을 어떻게 차별화할지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지도자상을 보여줘야 한다. 지도자의 영감에 의해 일깨워진 젊은 에너지의 결집을 통해 우리 사회는 비로소 선진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은 이제 남탓만 하는 리더십에 신물이 났다. 미래 국가 비전에 대한 확신과 살신성인의 자세를 갖고 앞에서 국민을 이끌고 나가는 리더십이 절실히 요청되는 때이다. 고 전 총리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미간의 신뢰 기반은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 한·미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상징적이고 실질적 조치들이 취해져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노무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은 북한 정권의 비위나 맞추는 유화정책임이 분명해졌다. 포용정책을 지지했던 대다수 국민들조차 일방적 퍼주기는 더 이상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고 전 총리는 변화된 민심을 읽고 상호주의에 기초한 구체적 대북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차기 대선은 대한민국호가 주저앉느냐 아니면 선진국으로 진입하느냐를 가름하는 역사적 분기점이 될 것이다. 선진화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 사회는 차기 대선에서 국가 당면 과제에 대한 구체적 비전을 갖고 국민을 이끌어 나가는 지도자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다. 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
  • [서울광고대상-그룹부문] 애경 ‘사랑과 존경’

    [서울광고대상-그룹부문] 애경 ‘사랑과 존경’

    ‘애경´이란 이름은 ‘사랑 애(愛)´와 ‘공경할 경(敬)´이 합쳐진 것이다. 이름처럼 고객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공경하겠다는 마음을, 52년전 기업을 창립하던 때부터 한시도 잊지 않고 실천하고 노력해 왔다. 올해 기업광고를 준비하면서 중점을 둔 것은 애경의 신념을 소비자와 함께 나누고 소통하는 것이었다. 생활용품 사업으로 고객 가까이 머물러온 애경이 고객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바탕으로 미래에 가장 가까이 있는 기업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고객이 친밀하게 보고 느낄 수 있는 형태로 전하고자 했다. 선정된 광고는 미래를 준비하는 이러한 애경의 생각과 자세를 표현하고 있다. 사랑과 존경에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 고객이 더 행복한 내일을 위해, 고객이 더 아름다워지고 편안해지는 미래를 위해 애경은 늘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겠다. 양성진 부장
  • [‘한국전 종전’ 검토-전문가 시각] “평화협정·북핵폐기 동시진행 염두에 둔듯”

    [‘한국전 종전’ 검토-전문가 시각] “평화협정·북핵폐기 동시진행 염두에 둔듯”

    ■ 미국 - 의회압박 예방조치용 ‘9·19성명’ 이행 중요(스티븐 코스텔로 프로글로벌 컨설팅 대표) 미국 정부가 새로운 인센티브를 검토한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소식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9·19 공동성명을 구체적으로 이행하는 것이다. 미국과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 같은 것은 장기적으로 중요한 사안이지만 일단은 먼저 해결해야만 하는 우선적인 과제들이 놓여 있다. 지난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과 로버트 칼린 프린스턴대 교수 등은 북한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확인해줬다. 북한은 무엇보다 마카오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의 계좌 동결을 해제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또 일단 6자회담이 시작되면 9·19 공동성명에 포함된 경수로 건설 문제를 들고 나올 것이라고 한다. 이런 문제에 대해 미국과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이 어떤 답을 줄 것인가에 먼저 집중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인센티브를 검토한다는 것만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이 바뀌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부시 행정부에서 그같은 변화가 일어났다는 어떠한 구체적인 증거도 보지 못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미 의회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의 강력한 압력이다. 민주당은 이라크와 북한 문제 등에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일단 그 변화의 압력에 반응하는 단계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대북 강경파였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물러나고 로버트 게이츠 장관이 등장하는 것은 부시 정부 내의 의미있는 변화다. 럼즈펠드 장관은 대북정책에 대해 너무 많은 말들을 해왔다. 그렇다면 게이츠 차기 장관은 어떤 역할을 할까? 두 가지 의문점이 있다. 첫째는 게이츠 장관이 북한 정책에 대해 럼즈펠드 장관과는 다른 접근법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또 둘째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같은 접근법을 부시 행정부 내에서 강력하게 이행할 추진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전면적으로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 대해 미국에서는 실망이 크다. 그러나 PSI 참여보다 더욱 큰 의문을 한국 정부는 해소해줘야 한다. 한국은 과연 북한의 핵 비확산에 대해 어떤 신념을 갖고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을 용납할 것인가? 미국은 이같은 의문에 대해 명확한 답을 갖고 있지 못하다. ■ 중국 - 결국 6자회담서 논의 한국역할 더욱 커질듯(김경일 베이징대 조선문화연구소장) 분명한 진전이다. 그러나 아직도 먼 길이 남아 있다. 왜 이 시점에서 미국이 그런 얘길 했을까에 주목한다. 북핵 문제에 대해 뭔가 새로운 의도와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게 아닌가 짐작할 수 있다. 결국 북핵의 키워드는 미국이다. 미국의 태도 변화 없이는 문제 해결도 어렵다. 지금까지는 해결을 위한 의지를 별로 보이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4차 6자회담 때도 북한과 미국은 평화협정과 핵 포기의 순서를 놓고 다퉜다. 북한은 협정 먼저, 미국은 핵포기 먼저를 주장했다. 그럼에도 이번에 평화협정 문제를 거론한 것은 ‘동시 진행’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볼 수 있다. 북한은 과연 핵무기를 포기할 것인가.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되고 경제 제재 등 주변으로부터의 압력이 풀어지고 국제사회에 정상적으로 나올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다면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같은 목적을 위해 핵을 카드로 사용했다는 게 북한 입장이다. 평화협정 또는 전쟁종료에도 의미가 있지만 문화·경제 교류를 하겠다는 대목은 미국이 뭔가 북에서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려는 것이 아닌가 해석될 여지가 있다. 물론 평화협정 체결 논의에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 현재 한반도 체제가 정전체제라고는 하지만 많은 다른 요소가 섞여서 운영되고 있다. 정전위원회나 중립국 감독 등 정전협정을 비롯한 몇 가지를 빼고는 많은 것들이 무력화됐다. 다 없다고 보면 된다. 평화협정 논의에는 당사국들이 다 나서게 될 것이다. 일단 한국과 북한, 미국, 중국 등이 당사국이다. 그렇다고 6자회담 틀이 깨진다고 보긴 어렵다. 평화협정과 북핵폐기는 동전의 양면이다. 정전협정 고친다고, 협정만 전환시킨다고 평화체제가 들어서는 것은 아니다. 전반적인 모든 안보상황을 비롯한 전체 시스템이 그렇게 돌아가야 해결되는 일이다. 어차피 북핵 해결 논의 자체가 평화협정으로 가는 길이므로 평화협정을 6자회담 내에서 논의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9·19선언에서도 영구평화체제 얘기가 나오지 않았나. ‘왕따’ 논란이 있으나 한국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6자회담에서 한국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제재를 완화하고 과열된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데 역할을 해왔다. 미국이 한국을 무시하고 일을 진행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 일본 - 리비아식 해결 불가능 정책수정 1년 걸릴것(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법학부 학장) 조지 W 부시 대통령 등 미국이 강조하는 북핵문제 해결방식은 리비아식이다. 대담한 정책이라고 하지만, 북한측이 먼저 핵을 포기해야 이 정책은 빛을 본다. 그런데 북한측은 핵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다. 미국은 이번에도 북한에 핵포기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리비아식 해결에는 반대한다. 그런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따라서 미국이 변화한 것 같지만(핵포기시 종전 선언 등) 미국도, 북한측도 변하지 않은 것이다. 미국은 6자 회담을 시작해도 유엔 안보리를 통해서는 핵확산방지를 하고, 미국 자체로는 경제제재를 하고 있다. 이런 입장은 6자 회담에 재개되어도 금방 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시 정부가 중간선거에서 패배, 장기적으로는 미국이 변할 가능성은 있다. 그래도 시간이 걸린다. 일본은 가장 강한 대북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도 현재 큰 변화는 없지만, 앞으로 융통성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이라크, 한반도에 대해서도 민주당이나 공화당 내부에서까지 정책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게 영향을 준다. 그런데 미국이 재개되는 6자회담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미국 내에서 부시 정권에 대한 비판이 커질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앞으로 정책변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1년 정도 기다리면 변화가 올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선언적으로 포기하느냐,(북·미가)동시행동으로 가느냐도 하나의 선택방안이다. 일본은 복잡하다. 아베 정권은 현재 납치문제에 매달리고 있다. 현재는 아베·부시 정권의 정책이 매우 닮았다. 그런데 앞으로 미국이 변화하면 일본은 아주 곤란한 처지가 된다. 중국은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 중국측은 일시적으로 유엔 제재정책에는 응하는 것처럼 했지만 다분히 형식적이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시간이 없어지긴 했지만 6자 회담에 참여하는 전체 국가의 역할이나 입장은 변하지 않고 있다. 다만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의 시작, 금융제재의 발동, 북한이 재삼 핵실험 수단을 갖고 있는 등의 상황이기 때문에 핵해결을 위한 시간은 점점 없어지고 있다. 미국은 북한문제 해결에 1년 정도의 시간을 상정하고 있을 것이다. 그 1년이 중요하다. 그 1년간 해결책을 찾으려 할 것이다. 정리 워싱턴 이도운·도쿄 이춘규· 베이징 이지운 특파원 dawn@seoul.co.kr
  • “부시는 평택주민에 농기구 대신 무기 들게해”

    “부시는 평택주민에 농기구 대신 무기 들게해”

    “부시 대통령은 스스로 세계평화를 부르짖지만 평택주민들에게 농기구 대신 무기를 들게 했습니다.” 이라크전에 참전한 아들을 잃고 반전운동가로 변신한 ‘반전(反戰)엄마’ 미국인 신디 시핸(49)이 20일 한국을 찾았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의 초청으로 방한한 시핸은 이날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택미군기지 확장이전 반대와 이라크 파병 자이툰 부대의 철수를 촉구했다. 시핸은 “내 아들은 미국의 군사주의와 군수산업 확장이라는 미명 하에 희생됐다.”면서 “미국은 한국에서도 무리하게 군사기지를 확장하려는 한편 북한을 위선적인 태도로 대해 한반도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핸은 “평택주민 및 한국의 평화운동가들과 함께 행동하고 파병반대와 평화를 외치는 한국인들의 목소리를 미국과 세계에 전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말했다. 시핸은 미군기지 이전 반대시위를 주도하다 구속된 김지태 대추리 이장의 어머니 황필순(76)씨에게도 격려의 말을 건넸다. 시핸은 “김 이장은 신념이 강해 용감한 행동을 한 사람”이라면서 “어머니는 강해져야 한다. 이미 일어난 일로 좌절하지 말고 힘을 내자.”고 말했다. “미국은 이라크를 비도덕적, 비상식적으로 점령하고 있습니다. 한국정부가 이를 도와서도 안 되고 평화를 외치는 한국인들의 목소리를 가로막아서도 안 됩니다. 미국이 북한에 군사적 대응을 하는 정신 나간 일을 하지는 않겠지만 부시는 정신 나간 일을 많이 했기 때문에 긴장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한편 이날 시핸과 함께 한국을 찾은 미국의 시민운동가와 재미교포 18명도 한 목소리를 냈다. 재미교포 150여명으로 구성된 ‘신자유주의와 전쟁을 반대하는 재미협의회’ 이재수 집행위원장은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 관련 갈등은 전세계적인 문제다. 한국 민중의 목소리를 미국과 전세계에 알리겠다.”라고 말했다. 미국 반전여성단체 ‘코드핑크’의 설립자 메데아 벤저민도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미국을 대표로 사과하고 싶다.”면서 “미국인 대다수가 이라크 철군을 요구하듯 한국도 이라크에서 군대를 빼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평택 미군기지 예정지인 대추리와 도두리를 방문해 주민간담회를 갖고 경찰에 구속된 김지태 이장을 면회하는 한편 22일 민주노총 노동자 대회와 한·미 FTA저지 범국민총궐기 대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CEO칼럼] 긍정의 유전자와 열정의 바이러스/김인 삼성SDS 사장

    [CEO칼럼] 긍정의 유전자와 열정의 바이러스/김인 삼성SDS 사장

    대부분의 사람들은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열에 아홉은 긍정적인 사람이 주위에 있을 때 더 생산성이 높다고 한다. ‘부정적인 감정은 흡연보다 인간 생존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반면, 긍정적인 감정 교류는 수명을 평균 10년 정도 더 연장시킨다.’는 통계도 있다. 어떤 학자는 “결혼 생활에 있어 긍정 대 부정의 비율이 5대 1 정도일 때 이혼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심리학자이면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다니엘 카네만은 “사람들은 하루 깨어 있는 동안 약 2만번의 개인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 8시간을 제외한 16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2.9초에 한 번 꼴로 일어나는 셈이다. 그 짧은 순간 순간이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마음 속에 기억된다. 이런 과정이 일생을 두고 축적되면서 우리 일상을 지배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주위에서 긍정적이기보다 부정적인 상호 작용을 많이 목격하게 된다. “그렇게 밖에 못하느냐.”는 질책부터 “난 모르겠으니 알아서 잘들 해 보라.”는 냉소와 무관심,“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자포자기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상대방에게 부정적 감정을 전달함은 물론 자기 스스로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경우도 많다. 직장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상사와 부하간에 혹은 동료간에 생기는 부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자주 보게 된다. 물론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는 잘잘못에 대해 분명한 상과 벌이 주어져야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과도한 질책과 냉소적인 태도, 자신감이 결여된 말과 행동은 주위 사람들을 낙담시킨다. 또 조직의 분위기를 저해시켜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결국 하루 2만번의 순간을 긍정적인 감정으로 채우느냐, 부정적인 생각으로 채우느냐에 따라 일상 생활이 달라질 뿐 아니라 조직 내에서 사람들간의 관계도 결정된다. 이는 조직 전체의 성과를 크게 달라지게 만든다. 이런 긍정적인 상호작용과 함께 조직의 성패를 좌우하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 구성원의 열정을 꼽을 수 있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전 회장이자 ‘살아있는 경영학 교과서’로 불리는 잭 웰치는 최근 펴낸 책 ‘Winning’에서 기업에 필요한 인재의 조건으로 ‘4E+1P’라는 것을 제시했다. 이런 직원을 채용하는 기업이 승리(Winning)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4E’의 E는 첫째 긍정적인 에너지(Energy), 둘째 타인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능력(the ability to energize others), 셋째 결단을 내리는 신념과 용기(Edge), 넷째 실행(Execution)을 의미한다.P는 바로 이를 가능케 하는 열정(Passion)의 머리 글자를 딴 것이다. 특히 이 열정은 직접적인 접촉이 없이도 마치 감기 바이러스가 전염되는 것처럼 한 조직에서 다른 조직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것을 심심치 않게 경험하곤 한다. 우리도 이제 모두 자포자기, 냉소와 무관심, 과도한 비난의 감정을 떨쳐 버리고 ‘긍정 유전자’를 조직 문화에 뿌리 내리게 하자. 동시에 성공을 향한 우리의 ‘열정 바이러스’도 퍼뜨려 보자. 김인 삼성SDS 사장
  • [새영화] ‘디어 평양’

    [새영화] ‘디어 평양’

    ‘북한, 조국, 재일교포, 그리고 아버지’ 가까우면서도 거리감을 느끼고 있는 이 단어들에 대한 생생한 다큐멘터리가 오는 23일 개봉하는 ‘디어 평양’이다. 재일 조선인 2세 양영희(42) 감독은 아버지와 어머니, 북한에 사는 세 오빠와 가족 이야기를 10년에 걸쳐 카메라에 담았다. 15살에 일본으로 건너가 북한을 조국으로 생각하며 열혈 김일성 추종자로 살아온 아버지. 딸의 결혼을 재촉하면서도 “미국놈, 일본놈은 안된다.”고 한다. 북한의 귀환정책에 따라 아들 셋을 북한에 보냈지만,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것을 그리워하며, 북한의 실상과 아들들의 고단한 생활을 확인한 뒤에는 삶을 후회한다. 그러면서도 아버지는 여전히 ‘수령님’과 ‘장군님’ ‘조국’에 대한 강한 충성을 다짐한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 평생을 바친 아버지, 그런 남편을 묵묵히 따르는 어머니.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 때문에 갈등하는 딸(양 감독)의 시선은 시간이 지나면서 화해와 사랑, 아픔의 치유로 바뀌어 간다.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나약해지며 점차 신념까지 흔들리는 아버지의 모습에 가슴이 아려온다. 영화는 단지 재일 조선인의 현실이기보다는 지금을 사는 우리의 모습에 가깝다. 객석에서 조용히 터뜨리는 눈물은 아마도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의 아버지를 투영시켰기 때문이 아닐까. 올해 베를린영화제 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상과 선댄스영화제 다큐멘터리부문 심사위원특별상 등을 받았다.12세 이상 관람가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부시는 佛 전제군주 닮았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프랑스를 싫어한다. 이라크 전쟁에 트집이나 잡고 발뒤축을 건다고 여긴다. 오죽하면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을 빗대 ‘잭애스(Jackass)’라고 조롱한다는 유머가 나돌았을까. 아무튼 부시 행정부는 프랑스인의 사고방식이라면 약아빠졌고 남자답지 못하며 반자본주의적이라 치부해 버린다. 그런데 이런 부시 대통령이 나폴레옹,‘태양왕’ 루이14세, 샤를 드골 등 프랑스인의 조상과 많은 점을 공유하고 있다는 재미있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의 칼럼니스트 존 손힐은 16일 파이낸셜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다른 이의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고 일단 전쟁부터 저지르는 습관은 미국적이지도, 공화당답지도 않다.”며 “이런 호전적인 성향은 무엇보다도 프랑스인들의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글의 요지. 1816년부터 1880년까지 프랑스가 벌인 22번의 전쟁 가운데 7번은 프랑스의 선공(先攻)으로 시작됐다. 이 기간에 영국은 19차례, 미국은 8차례 전쟁을 치렀다. 부시가 선제공격론을 내놓기 한참 전에 프랑스인들은 이미 아프리카에서 유엔 결의 같은 것을 기다리지도 않고 식민지 침략에 열중했다. 또 부시 대통령의 선민국가론은 조국의 존엄을 지키고 그것의 가치를 보편화해야 한다는 드골의 신념을 빼닮았다. 물론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도 조국을 “언덕 위의 빛나는 도시”로 믿는 이들이 많았지만, 그렇다고 부시 대통령처럼 필요하면 강제력을 동원해서라도 이를 외국에 확산해야 한다는 사명의식을 갖고 덤빈 이는 없었다. ‘정권 변형’을 추구하는 부시 행정부의 중동정책은 1790년대 중부유럽의 전제군주들을 쓰러뜨리려고 무력을 동원, 프랑스 혁명의 가치관을 전파하려 했던 나폴레옹과 놀랍게도 닮은 모습이다. 의회보다 행정부의 권위를 앞세우고 테러를 예방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민간인을 대상으로 불법도청을 일삼는 부시 대통령은 “짐이 곧 국가”라고 떠벌였던 루이14세와 비슷하다. 실제로 그는 올해 초 “내가 결정한다. 그리고 가장 나은 것을 택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대다수 유럽인은 백악관에 거주하는 ‘프랑스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미국 대통령이, 선조들이 만들어 놓은 다양한 제도들을 활용하고 나직한 목소리지만 제대로 먹히는 채찍을 휘두르길 갈망하고 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세계는 지금 부동산 전쟁] 美·英 금리인상…日주택대출 총량규제

    [세계는 지금 부동산 전쟁] 美·英 금리인상…日주택대출 총량규제

    최근 몇년간의 사상 유례없는 저금리는 세계적인 집값 폭등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부동산 버블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이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은 각기 다르다. 최근 국내 부동산 쟁점을 중심으로 각국에서 벌어지는 집값 전쟁의 실태와 대처방안을 긴급 진단한다. ■ 미국-주택 실수요자에게 양도세 감면 혜택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도 2000년 이후 전국적으로 집값이 크게 올랐다. 특히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평균 주택 판매가격이 2001년 24만달러(약 2억 300만원)에서 지난해 51만 7500달러로 두배 넘게 오르는 등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네바다, 버지니아 등에서 급격한 집값 상승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의 주택가격 상승은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사상 유례 없는 저금리로 유동성 과잉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집값은 올해 들어 하락세를 타기 시작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떨어져 일부에서는 폭락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미부동산업협회(NAR)는 내년에도 미 주택시장은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들어 주택 시장이 가라앉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금리의 인상이다.FRB는 지난 2004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2년간 연방기금 금리를 17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5.25%까지 인상했다.FRB의 금리 인상이 집값을 잡기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주택 수요를 줄여 집값을 하락시킨 것이다. 버지니아 주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김은주씨는 “지난 2000년 이후 워싱턴에서 가까운 버지니아 북부의 주택가격은 최저 30%에서 최고 100%까지 올랐다가 최근들어 급격히 떨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주택가격이 오를 때 주택건설업자들이 공급을 크게 늘린 것도 집값 하락의 중요한 요인이었다.NAR에 따르면 2000년 157만가구였던 미국의 연간 주택 착공 물량은 지난해에 200만가구를 넘어섰다. 미국에서는 주택 실수요자들에게는 다양한 양도세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주택을 5년 이상 보유하고 2년 이상 실거주한 부부에게는 50만달러(5억원 정도)까지 양도세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dawn@seoul.co.kr ■ 중국-‘팡누<집의 노예>’ 신드롬… 국민주택 70% 의무화 |베이징 이지운특파원|14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와 국가통계국(NBS)의 공동 발표 자료에 따르면 중국 주요 70개 도시의 10월 신규 주택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상승했다. 베이징은 10.7%로 전국 1위였다. 중국 언론은 이에 대해 “지난 3년간 계속되고 있는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무색케 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이같은 현상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같은 현상은 “‘반드시 더 오른다.’는 부동산 가격에 대한 확고한 ‘믿음’에서 비롯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부동산 개발상들이 1차,2차,3차 분양을 진행할 때마다 매번 분양가를 30% 이상씩 올려도 아파트가 날개 돋친듯 팔리는 이유다. 중국의 공실률은 26%를 초과한다. 수요·공급자간 생각의 일치가 ‘부동산 불패’에 대한 신념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분양방법은 한국보다 자율화돼 있어 부동산 개발상들의 ‘활동 공간’이 그만큼 넓다. 개발상이 층별·향별로 얼마든지 가격을 따로 책정해 팔 수가 있고,8층 같은 로열층은 가격이 오를 때를 기다렸다가 분양할 수도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부동산 대출 상환금액이 월 소득의 50% 이상인 주택 구입자가 10명 중 3명꼴이다.‘팡누(房奴·집의 노예)’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 제한’ 등 극단적인 정책 수단을 내놓았다. 지난 6월 이후 신규 허가 및 착공되는 분양 아파트에 대해 90㎡ 이하 규모의 국민주택을 70% 이상 짓도록 의무화했다. jj@seoul.co.kr ■ 일본-집 소유개념 사라져… 자가 거주율 40%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은 1980년대 부동산 거품이 현재는 최고가의 20% 안팎까지 꺼져버렸다. 도쿄·나고야·오사카 등 3대 도시권 일부가 올해 16년만에 겨우 미미한 상승세로 반전됐다지만 대세는 아니다.90% 이상의 지역은 아직도 지가하락이 계속되고 있다.1984년부터 90년까지 일본의 연평균 지가상승률은 27.7%에 달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응해 80년대 말 토지거래허가제도 강화, 양도세 중과세 등 규제정책을 가동했다.90년 ‘부동산관련융자 총량규제’까지 실시되자 부동산거품은 꺼지기 시작했다. 이후 일본 6대 도시 지가는 91∼98년 중 연평균 16.4% 하락했다.90년 100원짜리 땅값이 최근엔 20원 안팎까지 폭락한 셈이다. 일본은 특히 거품붕괴와 95년 고베지진을 계기로 “집은 재산이 아니라 사는 곳”으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집을 갖는 것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직장에 가기 편하고, 쇼핑이나 교육, 문화생활을 누리기 좋은 곳이 인기가 있게 됐고 이로 인해 젊은층을 중심으로 도심회귀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자택보유율도 낮아 도쿄의 경우 자가거주율은 40%선에 그친다. 일본은 부동산시장이 빙하기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장기차지법’ 등 각종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5년 전부터 가동했다. 맨션을 지을 수 있는 넓은 땅을 50년동안 빌릴 수 있게 하고, 사설 부동산펀드의 설립도 쉽게 했다. 분양제도는 선·후분양의 중간을 택했다. 분양가는 자율화돼 있으며, 땅을 제외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경우가 많다. 싸게 집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세금제도는 매우 복잡하지만 실수요자는 철저히 보호하는 것이 대원칙이다. 거래세는 낮은 편이다. taein@seoul.co.kr ■ 프랑스-佛 공공임대 알짜땅에 건설… 슬림화 차단 |파리 이종수특파원|경제지 이코노미스트와 프랑스 통계청 등의 자료에 따르면 영국의 집값은 올 9월 현재 6.6%가 올라 지난해 같은 기간의 6.3%보다 조금 상승했다. 프랑스는 올 1·4분기 기준으로 14.3% 올랐다. 최근 10년 동안 정체·하락 상태였던 독일도 소폭 상승세로 돌아섰다. 주택에 대한 인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영국은 지난 2000년 기술주 거품 붕괴와 연금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자산 증식 수단으로 떠올랐다. 프랑스인들에겐 ‘주거용’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연합중앙은행(ECB) 등이 주도한 저금리 정책을 공통적으로 꼽는다. 가격변동 사이클에 따른 인상, 수요·공급 불균형도 원인으로 제기된다.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나라별로 다양한 정책을 실시한다. 영국은 2003년 11월5일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것을 비롯,9개월 동안 5차례에 걸쳐 15.4%까지 인상했다. 금리인상은 한동안 효과를 거두었으나 최근엔 역부족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프랑스 등 대부분의 유럽연합(EU) 소속 국가들의 통화정책은 ECB가 관리한다. 따라서 프랑스는 금리 인상 대신에 서민용 공공임대주택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전국 800개 기관이 400만호의 임대주택을 관리하는데, 매년 1500호를 건설·매입한다. 파리의 경우 1차 주거지 116만호 가운데 16%가 임대주택이다. 임대주택이 슬럼화되는 후유증을 막기 위해 최근에는 주거환경이 좋은 곳에 건설하는 등 특혜를 준다. 파리는 임대주택 90%가 시내에 있다. vielee@seoul.co.kr
  • 아베 ‘우울한 취임 50일’

    |도쿄 이춘규특파원|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취임 50일째인 14일 큰 폭의 지지율 하락과 이지메(집단따돌림) 자살 속출 등 악재가 쏟아지면서 우울한 하루를 보냈다. 여기에 이틀 전 후쿠시마현 지사선거에서 패함으로써 19일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 결과에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등 주요 신문 여론조사에서 아베내각의 지지율이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밝혀졌다.30대 이하의 젊은 세대와 무당파층에서 아베 내각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1∼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53%로, 그의 한국·중국 방문(10월9일) 직후 63%보다 10%포인트 떨어졌다. 남성보다는 여성의 지지율(55%)이 여전히 높았고, 세대별로는 50대 이상에서 60% 정도로 지지율이 높았다. 그러나 20대와 30대에서는 각각 42%,48%로 낮았다. 특히 무당파층의 지지율이 33%로 내각 출범 직후(40%)보다 크게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내년 참의원선거 승패의 열쇠를 쥐고 있는 무당파층이 이탈하고 있는 것은 핵무장 논의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강경보수 노선의 수정 여부가 주목된다.”고 논평했다. 아사히 조사에서 취임후 1개월반 동안 가장 좋았다고 생각하는 사안을 묻는 질문에 ‘특별히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27%,‘한국·중국 방문’,‘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응’이 각각 23%로 나타났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신념에 대해선 ‘모호하다.’는 응답 비율이 무려 55%로 ‘정확히 설명하고 있다.’(31%)를 크게 웃돌았다.‘모호하다.’는 반응은 자민당 총재에 선출된 직후(9월·42%)보다 10%포인트 이상 증가한 것이다. 많은 일본 국민들이 총리로서의 아베 발언에 ‘설명부족’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20∼40대에서 ‘모호하다.’는 응답 비율이 60%를 넘어섰다. 일본 언론들은 그가 모호한 발언을 줄여나가는 것이 숙제로 부각됐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11∼12일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이전 조사 때보다 4.9%포인트 하락한 65.1%였다. 특히 남성은 7.1%포인트 줄어든 61.5%, 여성은 2.6%포인트 감소한 68.5%로 조사됐다. 젊은층의 인기하락도 두드러졌다. 아베 내각이 어느 정도 계속되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될수록 길게’가 36%로 가장 많았고,‘2년 내지 3년’이 35%였다.tae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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